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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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10,000원 제18호 2015.3 야만의 시대, 길을 묻는다 특집 기획 방사능안전급식 활동가 대담: “정치 기획자, 그리고 책임질 활동가 필요해” 지금+여기 노동당 당원-되기 step 2. 당 대표 선거 애프터서비스 후기 : 무언가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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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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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2015. 3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www.laborparty.kr

값10,000원

제18호 2015.3

야만의시대,길을묻는다특집

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정치기획자, 그리고책임질활동가필요해”

지금+여기노동당■당원-되기step 2. 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후기: 무언가가된다는것

Page 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지난 2월 13일. ‘음기양조’라는정체를알

수없는집단이<당원-되기>라는이름아래,

최근 있었던 당 대표 선거 출마자들을 모두

모아서‘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토크쇼

를열었다.

나경채후보, 아니나경채당대표또한이

자리에참석해, 선거때이야기했던공약들을

지키면서도나도원후보, 윤현식후보가이야

기했던것들을잊지않고함께지켜나가며당

의역량강화를위해생활정치기획단등여

러기획을의욕적으로추진하겠다고밝혔다.

*당원-되기 step 2. 당 대표 선거 애프터서비스

후기 : 무언가가 된다는 것 전문은 6쪽~10쪽

<지금+여기노동당>에서볼수있습니다.

당원-되기step 2.

“당대표선거를애프터서비스해드립니다.”

발행인 이용길

편집인 이장규

위원회 김건담김성현노정박권일장석준정정은정철수

조윤호최백순홍원표

교 열 노정정정은

디자인 고미숙

등록일 2013년6월11일 (등록번호영등포, 라00407)

발행일 2015년2월26일

주 소 서울영등포구국회대로664 한흥빌딩2층노동당

전 화 02) 6004-2006, 2007

팩 스 02) 6004-2001

이메일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www.laborparty.kr

인 쇄 인천시계양구계산동973-15 원일컴

미래에서온편지제18호

표지

이야기

가격10,000원

사진: 정정은편집실부장

Page 3: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미래에서온편지’는

영국의사회주의사상가이자작가, 미술가인

윌리엄모리스가1891년에낸소설제목

『News from Nowhere』을우리말로의역한것입니다.

nowhere는‘세상에존재하지않는곳’이라는뜻입니다.

‘유토피아’라는말의원래의미도

‘세상에존재하지않는곳’이라고하지요.

이제노동당의기관지에‘미래에서온편지’라는이름을

붙입니다. 우리의생각과행동이한국사회의답답한

현재에햇살을들이는미래의틈

그자체가되어야한다는생각에서입니다.

그러고보니nowhere는

now+here(지금여기)이기도합니다.

지금여기에서우리가미래가되기위해,

이편지를띄웁니다.

미래에서온편지

News

from 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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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에서온편지

4 편지를띄우며 차이를인정하되함께전진하기|<미래에서온편지> 편집팀

5 구독자모집

6 지금+여기노동당 ■ 당원-되기 step 2. 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후기

무언가가된다는것|이춘희

기획 ■ 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39 “정치기획자, 그리고 책임질활동가필요해”|노 정

46 청소년진보정치열전4|‘세모’활동가양지혜

“청소년이스스로정치적인세력을만들어나가야해요”|강승

55 노동르포 보육협의회소속보육노동자들과의만남

이게무슨, 아이들키우는대책입니까|서분숙

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2 러시아의우경화혹은야만화|박노자

19 샤를리앱도사건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엄형식

24 지금, 여기의넷우익|박권일

29 포스트성장시대일본의사회운동|임경화

34 시리자는위기를극복할수있을까|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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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76 정책포럼 슈퍼집아저씨도, 치킨집사장님도전국민산재보험으로|홍원표

82 지역에서현장에서 지금서울에서가장‘핫’한포럼, 서울적록포럼입니다|강남규

87 빨간도시교통이야기 걷고싶은거리, 어떻게상품이되는가|김상철

92 연속기획 한국대학체제의형성③

이승만정권기의사학팽창|김예찬

삶과문화

96 메아리공업사② 길냥이에게도집을|화덕헌

100 성정치칼럼 올해부터는 <LGBT‘I’인권포럼>입니다|박자민

104 오덕칼럼 사철(私鐵)이만든철도의나라|성민규

108 오보로보는한국언론 언론의무리한‘박원순’까기, 중요한건팩트다|조윤호

112 숨은문화예술당원찾기 힙합하는당직자윤원필

어디선가누군가에무슨일이생기면어김없이나타난다|최윤정

118 불온한서재《차브》와계급사회|권상우

122 노래의꿈 벗이여해방이온다|민정연

126 만화 파견의품격?|공기

128 편지를접으며 당신을기억하겠습니다|김희서

제18호

2015년 3월

쟁점토론 ■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64 노동당은어떤역사관위에서대안을제시해야하는가?|햄벨스

70 역사에대한급진적인질문, 마이너리거들을위한정치로|백승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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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띄우며

노동당의새대표로나경채동지가선출되었습니다. 기관지발행일정과의차이때문에약간뒤늦은

인사가되어버렸지만, 나경채대표와부대표로선출된네분께축하의인사를드립니다.

선거과정에서당의진로등에대한일정한의견차이가드러났습니다. 당내에서의견차이가있는것

은어느나라어느정당에서도당연히존재하는모습이므로그자체가문제되지는않습니다. 다만당선된

새대표및대표단이선거기간에내걸었던자신의입장만을관철하려한다면그것은문제일것입니다. 당

선되지못한사람들의고민과문제의식또한진지하게받아들이고그것이당의강화에보탬이되도록해

야할것입니다. 생각의차이를인정하되, 우리사회의진보와당의발전을위해함께전진하겠다는자세

가필요하다고생각됩니다.

이번호특집을살펴보아도그렇습니다. 세계곳곳에서우리가교훈으로삼아야할다양한모습들이

나타나고있습니다. 정치적극우파나종교적근본주의의득세는결국타인의존재를인정하지않고사라

져야할대상으로바라보기때문입니다. 차이를인정하지않는것이지요. 반면다양한정파들의선거연합

으로출발해서결국은집권에까지이른시리자의경우는각자의차이를인정하되노동자민중의편에서

함께전진할수있었기때문이었다고생각합니다. 우리도이렇게내부의차이에대해서는보다여유를갖

되, 우리사회지배계급의반노동적이고반민중적인모습에대해서는보다단호해져야할것입니다.

또하나단호해야할것은, 우리삶의근간이되는지구내지생태계에대한파괴에맞서는일입니다.

마침3월은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가터진달이기도합니다. 후쿠시마이후의일본좌파를돌아보는글

이나방사능안전급식조례활동가들의대담, 노동과녹색의연대를모색하는적록포럼소개등은모두

이런문제의식이바탕에깔린글들입니다. 좌파란낯모르는사람과지구에대한연대를믿는이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마떠올리기싫지만오는3월8일은故박은지부대표의1주기입니다. 이제우리는3월

8일을단지여성의날로서가아니라, 한뛰어난여성활동가의기일로기억할수밖에없습니다. 그만이아

니라숱한이들이이잔인한세상을떠나갔습니다. 우리사회를보다인간적인사회로바꾸는것만이그

분들의뜻을따르는길일것입니다.

2015년 2월 26일

<미래에서온편지> 편집팀드림

차이를인정하되함께전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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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길을내는사람들입니다.

노동하는사람들이행복한세상,

사람과자연이공존가능한지구생태계,

차별과소외넘어모두가평등한세상, …

아직오지않은미래의밑그림을그려나가면서

없는길을만들고, 스스로길이됩니다.

그래서노동당의꿈은곧<미래에서온편지>입니다.

구독자 모집

구독료 : 매월 1만원, 1년 10만원(일시불), 10년 50만원(일시불)

입금결제일 : 5일, 25일중선택가능

직접납부 : 신한은행 100-028-812208(예금주 : 노동당)

구독문의 : 중앙당편집실정정은 / 02)6004-2007 / [email protected]

정기구독자가되어주세요창간호부터정기구독자에게한정발송됩니다

오늘우리의한걸음이길을엽니다.

미래가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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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된다는건항상어렵다. 한당의당원이되는것도단지가입한다고자연스레되진않는다. 가

입후에도이당이어떤당인지, 무얼지향하는지, 어떤이들과함께하는지알아야한다. 하지만우리당에

서이런것들을찾기란쉽지않았다. 신입당원에대한교육이제대로이뤄지지못했고, 의욕을가지고입

당했지만당에서자신의자리를찾지못한신입당원들은차츰차츰떨어져나갔다. 기본적인당규와당헌

교육은물론젠더감수성, 장애인권교육들역시이뤄지지못했다. 신입당원에대한교육이부재한상황에

서당원배가, 1인1당원입당등은‘앙꼬없는찐빵’만계속만들어내는일, 좀더독하게말하면단지‘당

비셔틀’만양산하는일에불과하다.

무언가가된다는것당원-되기 step 2.

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후기

글이춘희서울구로당원 / 사진정정은편집실부장

지금+여기

노동당

②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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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노동당 7

그런데요즘‘음기양조’1)라는정체를알수없는집단이자발적으로(!) <당원-되기>라는이름의행사

로이러한역할들을해내고있다. 지난1월10일에열렸던1회<당원-되기>에서는‘이시대의큰스승’스

타강사김민하와함께당조직을이해하는시간을가졌고, 이번에열린2회행사에서는최근있었던당대

표선거출마자들을모두모아서‘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토크쇼를열었다.

O/X퀴즈부터쟁반노래방까지, ‘당대표선거’를‘애프터서비스’해드립니다.

이번당대표선거는치열했다. 결선투표종료직전까지도결과를예측하기힘들었던만큼, 서로간에

날선말이오가며감정이상하는일도수없이일어났다. 그앙금은아직해소되지못한채남아있다. ‘당

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기획은선거이전부터이루어진일이었지만과연그기획대로토크쇼가원만히

흘러갈지우려반, 기대반으로행사에참석했다.

우려는말그대로우려에불과했다. 행사장의분위기는내내밝았고, 참석자모두화목한분위기속에

서행사를즐겼다. “집도절도없다”는본인의말처럼“아무것도없잖어”2)와함께등장한윤현식후보, 결

선투표에서아쉽게낙선해“좋다말았네!”3)나도원후보, 끝으로“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4)나경채

사진설명①당원들이직접준비한캐리커처를선물로받은세후보②가장큰호응을이끌어냈던당가쟁반노래방

③세후보의이야기를들으며즐거워하는당원

1) 일설에의하면, ‘우리는음지에서일하고양지를지향한다’는국가안전기획부의원훈(院訓)을따와‘우리는음지에서기획하고양

지에서조직한다’는뜻을담았다고한다.

2) <아무것도없잖어> 장기하와얼굴들

3) <좋다말았네> 장기하와얼굴들

4) <둘이서> 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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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까지. 세후보가각자의테마송과함께등장하면서시작된토크쇼는가벼운워밍업을위한O/X 퀴즈

와기획단음기양조의질문으로진행된 1부, ‘당가쟁반노래방’과장미를돌리며서로에게질문하는‘장

미토크’를거쳐청중질문으로이루어진2부로진행되었다.

분위기가 조금만 첨예해질라치면“네, 뒤풀이에서 이야기하시고요”라는 마법의 멘트로 넘겨버리고,

지나치게화기애애해지면바로주제를바꾸어버린‘사회주의자’황종섭당원의명사회(?)와함께토크쇼

내내훈훈한대화들이오갔다.

이날의코너중가장인상깊었던코너는단연‘당가쟁반노래방’이었다. 우리당의당가<대지와미래

를품고>는만들어진지이제갓1년밖에안된노래다. 그렇다보니대부분의당원이제대로당가를모른

다. 실제로이날, 세후보중두후보나당가를제대로모르고있었다! (명예훼손 방지를 위해 누가 몰랐는지

는언급하지않는걸로….)참석한당원들역시나를포함해서대부분이당가를몰랐다. 하지만다행히당가

를아는몇몇당원, 그리고뜨문뜨문아는후보들덕에열차례의시도끝에다같이당가를끝까지부르며

훈훈한마무리를할수있었다. 마무리는훈훈했지만당대표후보들도당가를제대로모른다는사실은

입맛을씁쓸하게했다.

축제가끝나도일상은계속된다

밝은분위기였지만, 그속에서아직정리되지못한지난선거의앙금이언뜻엿보이기도했다. 지난선

거과정에서가장대답하기어려웠던질문을말해달라는질문에, 진보재편을내걸었던나경채후보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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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노동당 9

자생존을내걸었던나도원후보는“당신이원하는바가관철되지않았을때당신은거취를어떻게할것

인가?”라는질문을꼽았고, 윤현식후보는“당신은독자냐? 통합이냐?”였다고대답했다. 각후보의대답

은모두달랐지만그질문들이답하기어려웠던이유는사실비슷했다. 모두입을모아‘왜이질문이나

와야할까?’를생각했던질문이라고말했다.

이질문들이나올수밖에없었던이유는바로앞의질문에그답이있었다. 바로전의질문은“당생활

을하면서한번이라도탈당하고싶었던적이있나?”였다. 이 질문에대해서는세후보모두가 2011년

9.4 당대회즈음을꼽았다. 비록실제탈당하지는않았지만탈당계를던졌던윤현식후보, 진보신당의출

세주의자5인중한명으로비판받으면서이렇게까지내가활동을해야되느냐는비관에빠졌던나경채

후보, 탈당의갈등을느꼈던나도원후보까지. 모두가탈당의갈등을느꼈던때는당의진로가가장흔들

렸던시기였다. 그과정에서많은동지가떠났다. 누구는본의로, 누구는본의가아니게. 하지만흔들렸던

그들은당에남았고당대표후보로까지출마했다.

선거는축제다. 하지만축제는영원하지않다. 축제가끝난후, 우리는다시일상을살아가야한다. 당

대표후보세명모두다시일상을살아갈준비를하고있었다. 나도원후보는곧있을레드어워드를준비

하면서바쁘게시간을보내고있고, 윤현식후보는중앙당에있으면서그간소홀히했던당협활동과노

동당이정치적주체로서서기위한정치관계법개혁운동을준비하고있다. 그리고나경채후보, 아니나

경채당대표는선거때이야기했던공약들을지키면서도나도원후보, 윤현식후보가이야기했던것들을

잊지않고함께지켜나가겠다는의지를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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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은항상, 지금-여기우리곁에

당이힘들다고말한다. 맞다. 하지만정말힘들다면말하는데서그쳐서는안된다. 위기는기회라는

말처럼힘든시기, 위기의때는고쳐나갈문제점들이그만큼낱낱이드러나고있는때라는의미이기도하

다. 세후보는물론, <당원-되기> 행사에참석한사람들모두에게서절망보다는희망을엿볼수있었던

이유다. 모두들자신이생각하는당의위기를타개할방법을 나름의다양한방식으로고민하고있다. 자

신의고민으로해결되지않으면다른이의좋은생각을통해, 다른이들과의대화를통해그고민의답을

찾고있다.

비록낙선했지만‘레드어워드’를의욕적으로추진하고예술인소셜유니언역시계속활발하게활동

하겠다고밝힌나도원후보와지역에서열심히활동하며정치관계법개혁을위한움직임을시작해보겠다

고밝힌윤현식후보. 진보재편을추진하면서당의역량강화를위해생활정치기획단등여러기획을의

욕적으로추진하겠다고밝힌나경채대표. ‘꿈과생계를같이성취할수있는’노동당을만들기위한방

법, 당의체력을키우고새로운문화를만드는방법을후보들에게물어본청중까지. 모두함께모여위기

를기회로바꿀방법을이야기했고생각을나누었다.

우리에게부족한건역량이절대아니다. 우리에게부족한건당원각자가가진역량을어떻게모아낼

지, 그리고그걸어떻게활용할지에대한것이다. <당원-되기>는그좋은예다. <당원-되기>는, 고작이라

면고작이라고말할수있는단세명의기획단이모여재기발랄하고큰호응을얻는기획을연달아내놓

고있다. ‘희망의진지’를만들기위해서는‘희망의기획’이필요하다. 그리고그기획을같이할사람들,

당원들은항상, 지금-여기우리곁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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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1

새해가시작되자마자여기저기서테러소식들이

다. 극단주의가기승을부리며사회전체에위협

을가하는혼돈의시대다. 한국도예외가아니다.

혼돈과야만의시대, 세계그리고한국의오늘을

돌아보며진보정당의과제를묻는다.

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Page 1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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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해제 : 박노자노르웨이오슬로대학교교수

번역 : 장석준노동당전부대표

타라소프가본러시아극우주의의성장은, 러시아의세계체제로의주변부적편입

과정에수반된것이다. 이는무엇을의미하는가?

그의이야기에변혁을추구하는한국의독자들이귀기울이기를바란다.

러시아의우경화혹은야만화타라소프, 경종을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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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3

타라소프가본러시아극우주의의성장

타라소프선생의이름을일부한국독자들은이미안다. 거의십여년전이지만, 이제정간된지오래된

《당대비평》과《이론과실천》에서그는당시한국을비롯한여러나라의언론에서화제로떠오른러시아의

사회현상‘스킨헤드’에대한분석을내놓았다. 스킨헤드가화제가된것은그들의무차별적인종주의적

공격에한국인과북한인을포함한수많은외국인들이희생되었기때문이다. 러시아처럼거의150여개의

종족집단이공존하는, 종족적구성이극히다양한사회에서21세기벽두에어떻게이와같은야만이출현

될수있었는가?

타라소프의설명은세계체제이론등마르크스주의적이론을바탕으로한다. 소비에트시대의러시아

는내부적으로주로비(非)시장경제였기에세계시장과적당한거리를두고있었다. 그리하여시장을매개

로해서만들어지는강력한민족의식등은소비에트시대에는잘형성되지않았다. 민족에의배타적인소

속보다는, 민족구분과무관하게모두가소비에트공민이며사실상국가의정규직피고용자라는공통적

귀속의식이더우선했다.

하지만이와같은비(非)민족적공민의

식을 뒷받침하는 소비에트 시대의 이데

올로기는 1991년의 소비에트 몰락 이후

부정의대상이된다. 그리고그빈자리를

메운 것이 바로 구 소련 인구의 급격한

‘민족화’였다. 새로이 도입된 시장관계

속에서-예컨대재래시장에서의소매업을독점하다시피한다는소문이자자한코커시스사람들에대한

러시아인들의경쟁의식이성장하는등-시장을매개로한배타적민족의식이잇따라발현했다. 거기에다

자본주의적세계체제로의급속한흡수는경쟁력이떨어지는러시아공업의부분적몰락을가져오는등

빠른탈산업화를촉진했다. 이와함께온것이세계체제의주변부다운빈곤과사회복지망의파괴, 그리고

교육의질적저하다. 시장적인경쟁관계에내몰린데다가난해지고, 우파이데올로기의공세를받고, 더

이상무상으로양질의교육혜택을받지못하게된사람들은야만화를겪게됐다. 그야만화의중요한일

부분중하나가바로소비에트시대의다민족공존공생기억자체가희미한젊은시대에의한배타적극우

민족주의이데올로기수용이었다.

결국타라소프가본러시아극우주의의성장은, 러시아의세계체제로의주변부적편입과정에수반된

것이다. 이는무엇을의미하는가? 러시아가소수민족들이엄청난영토를차지하는다민족사회인만큼, 소

비에트시대의관료출신인러시아사회의관리자, 즉푸틴정권도-비록초기에좌파의성장을예방하기

위해극우들의발호를묵인해준부분도있었지만-결국 스킨헤드등공격적인극우의무분별한성장을

위협으로인식하여그단속에나서기는했다. 이런현상이궁극적으로러시아의내부안정에해가될수

비(非)민족적공민의식을뒷받침하는소비에트

시대의이데올로기는소비에트몰락이후부정

의대상이된다. 그빈자리를메운것이바로구

소련인구의급격한‘민족화’였다.

Page 1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14

있다고인식했기때문이다. 그러나아무리단속을해도, 러시아가세계체제의주변부로남아있는한극우

주의자들은부단히성장할것이라는것이타라소프의예측이다. 극우들의발호를발본색원하는유일한

방법은, 바로러시아를세계체제로부터차단시키고다시한번민중중심의계획경제로돌리는혁명밖에

없다.

소비에트가몰락한곳에서지금도반자본주의적무장혁명을부르짖는타라소프선생은과연누구인

가? 소비에트의몰락이그의혁명열을식게하지않은이유중의하나는, 그가이미소비에트시대에소비

에트정권의점차적보수화에맞서진정한혁명의부활과세계혁명적공세를호소했던‘좌파적반대파’

출신이기때문이다. 즉, 그는소비에트정권보다일찍부터왼쪽에서왔다. 그는 1958년생으로, 고등학교

시절에새로운혁명에호소하는‘신공산당’이라는지하조직을만들었다가정신병원에강제입원을당하는

등정치적박해를일찍이받은바있다(1975년). 소비에트시절에는주로지하에서유통하는비공식출판

물만만들었다가1988년이후에소련국내외에서활발한집필활동을해왔다. 이미체제에편입된핵심부

(북미와 서구, 일본)노동자들의혁명성을그다지높이평가하지않는그가원하는것은, 준주변부와주변

부에서의연쇄적인반자본주의적혁명들의흐름이세계체제의핵심부에자원과제조업제품의공급을끊

어결국핵심부에서의반자본주의적반란이일어날시점을앞당기게끔하는것이다.

타라소프의이론에의하면소련몰락후‘민족화’와함께소비주의적대중의형성이본격화된러시아

보다는, 어쩌면동아시아를위시한여타의비(非)서구지역에서의혁명적움직임들이더빠를것이다. 그

의이야기에변혁을추구하는한국의독자들이귀기울이기를바랄뿐이다.

러시아의극우파들*

러시아극우파는4개의주요집단으로나뉜다.

1) 체르노소텐지(흑백인조黑百人組) : 이들은군주제, 러시아제국그리고그리스정교회의재국교화

등혁명이전의모범으로돌아가는것을기본목표로삼는다. 이들은과거의‘흑백인조’[편집자 : ‘흑백인

조’는 20세기벽두에등장한러시아의근황파극보수운동의명칭이다]를이상적정당으로여기며군주제-파시

즘을이념으로내세운다.

2) 다양한색깔의고전적파시스트들 : 나치, 이탈리아파시즘혹은서방네오파시스트의여러유형이

이들의모델이다.

3) 서방의‘신우파’를지향하는신우파 : 이들은‘신우파’의요소들을유라시아이데올로기[편집자 : 구

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국가들을 흔히‘유라시아’라 칭하며, 유라시아 이데올로기는 유럽연합에 맞서 이들 사이의

* 이글은러시아극우인종주의에대한저명한이론가인알렉산드르타라소프가네덜란드잡지《Alert!》에보낸글이다. 게재전에

잡지가폐간돼미발표원고로남았다가박노자당원의소개로《미래에서온편지》에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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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5

통합을강화하려는입장이다]와결합시킨다.

4) 외국인혐오하위문화를대표하는나치-스킨헤드들skinheads(얼간이들boneheads) : 이들은대

개정치색이약하다고? 하지만이들은수가많다!

흑백인조조직들

러시아극우파의이네부분은모두서로다른시기에등장했고, 성쇠의시기도엇갈린다. 하지만어쨌

든모두현재까지존재하면서발전하고있고, 서로간에복잡미묘한관계를맺어왔다.

소련시기에는분명어떤극우파, 파시스트조직도합법적으로존재할수없었다. 그러나간혹소수인

원의(2~5명)지하우파그룹이등장하기도했다. 이들은대략결성후2.5년후에는KGB에발각돼탄압을

당했다. 이중가장컸던그룹이 1964년에결성됐다가 1967년에해산된‘민중해방을위한전러시아사

회-기독교인연합(이하‘연합’)’이다. 조직원은28명이었다. 나중에소련이무너지고난뒤에우파부터자

유주의, 나치부터정교회지지자들에이르는선동가들에의해‘연합’의미화된전설이창작됐다. 이들에

따르면, ‘연합’은베르댜에프[편집자주 : 니콜라이베르댜에프, 1874~1948, 마르크스주의를비판하며기독교사

회주의를제창한 20세기초러시아의사상가]식기독교사회주의를추구한순수한‘반전체주의’그룹이었다.

그러나실제(최근공개된문서들을통해밝혀진)의‘연합’은 군사규율과질서를지닌‘군사-정치조직’이었

다. 이들은소련질서를혁명이전의모범에바탕을둔정교회적, 민족적체제로바꾸기위해무기를은닉

하고무장혁명을기획했다. 달리말해, ‘연합’은흑백인조성향의조직이었다하겠다.

최초의합법극우조직은페레스트로이카시기에등장했다. 이런조직들중최대이자가장잘알려진

것이디미트리바실리에프가이끈‘민족애국전선기억(이하‘기억’)’이다. ‘기억’은전형적인‘흑백인조’형

조직이었다. ‘기억’은처음에는‘역사및문학연구회’로시작됐다. ‘역사및문학연구회’시절의‘기억’

은분명파시스트조직은아니었다. 진짜역사와문학을연구하는모임이었다. 하지만회원중일부는러

시아민족주의, 정교회, 반유대주의성향을보인것도사실이다. 민족애국전선‘기억’의절정기는지역지

부들을설립하고회원을 800명으로까지늘린 1988년 가을이었다. 그러나곧바로서로다른여러개의

‘기억’들로분열되고말았다.

1990년대가시작되면서‘흑백인조’식조직들은비록회원수는늘었지만영향력을상실하고정치적으

로주변적인존재가됐다. 드미트리바실리에프의민족애국전선‘기억’은소수그룹으로전락하자‘농업

협동조직’이되겠다고선언하고는거의모든회원이농촌으로이주해서실제농사에전념했다. 1990년대

와2000년대초에같은유형의다른많은그룹들이분열하거나회원수가감소했고활동도뜸해졌다. 하

지만그렇다고해서지난15년동안새로운‘흑백인조’식조직이등장하지않은것은아니다.

실은‘흑백인조’의영역을점령한것은두개의서로다른공적조직이었다. 첫째는정교회의평신도

공동체이고, 둘째는코사크공동체다. 러시아정교회는공식적으로정치에개입하지않지만, 평신도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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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는 종교적인외국인혐오, 군주제지지, 민족주의-반유대주의-반사회주의(특히 반마르크스주의) 선전,

동성애혐오등의정치활동에직접참여한다. 평신도조직은보통‘정교회형제회’라불린다. ‘정교회형

제회’들을다합쳐도그숫자가그렇게많지는않다. 정확한자료는없지만추정컨대8천명에서 1만2천

명사이이다. 하지만지방으로내려가면형제회의영향력이회원수와상관없이막강하다.

러시아의‘흑백인조’형극우파중최대조직은다수대중뿐만아니라반파시스트조차극우파라고생각

하지않는단체다. 코사크부대들이바로그들이다. 이들은옐친대통령시절부터농업활동에특혜를받

으면서극단적인제국적, 군주제적, 정교회적이념을견지하고있다. 게다가제한된수준에나마무기도

소지하고있다. 푸틴시기에코사크부대들은군대와국경수비대에코사크조직을따로설립할수있는

권한을확보했다. 이들은극우사상을마음껏선전할수있는자체교육기관을구비하고있다. 코사크부

대들은민족적, 종교적성격의학살을몇차례자행했다.

코사크는집단생활을하며지역에커다란영향력을행사하는데다크렘린과러시아정교회의정치적

지지까지받는다. 코사크조직들은일부지역에사실상극우파의섬들을만들었다. 이런지역에서는무신

론적, 국제적, 반군국주의적, 반왕정주의적그리고반부르주아적선전이가능하지않다. 현대러시아에서

‘흑백인조’형극우파의수를모두합치면1만~1만5천명에이를것으로추정된다. 그러나만약여기에코

사크를추가한다면‘흑백인조’식조직의수는14만~16만명으로늘어난다.

파시스트조직들

2차대전후소련에서는다양한파시스트, 네오파시스트이데올로기가간혹등장하곤했다. 이모두는

규모가아주작았고, 곧바로KGB에발각, 분쇄됐다. 이런그룹의회원들중에정신질환자의비중이높았

다는것은흥미로운사실이다. 이들조직의창립자중에소련노멘클라투라의자녀들의비중이높았다는

것역시시사하는바크다. 이러한소규모조직은어떠한발전적전망도지니지못했고, 나라전체의사회

적분위기에영향을끼칠수도없었다. 파시스트의침략으로약3400만명의인명을희생당한나라이기

때문에파시즘에대한전반적거부감이존재했던것이다.

1990년대에한편으로는다당제가들어서고다른한편으로는페레스트로이카시기를거치며구소련의

어두운역사가대중에게공개되고나자상황은반대로바뀌었다. 하지만단지정교회-군주제-배외주의-

반유대주의사상을추종(즉, 흑백인조)하는게아니라다름아닌파시스트이데올로기를따른다고주장할

용기를지닌극우그룹이등장하기까지는아직시간이필요했다. 따라서현대러시아파시스트그룹의지

도자와창설자들이‘기억’과같은흑백인조조직에서이력을시작한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

흑백인조에서분리돼공개적으로파시스트이데올로기를내건첫조직중하나(1990년대 후반)가러시

아민족연합(RNE)이다. 심지어오늘날까지도RNE는소련해체후의러시아에서가장성공한파시스트프

로젝트다. RNE의전성기(1998~1999)회원수는2만~2만5천명에이르렀으며, 이것은러시아파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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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7

조직들중에서는최고기록이다. 하지만RNE의회원수가복잡한회원구조에의해과대계산됐을수있

다는점을유념해야한다. 회원은지지협력자, 동반자, 전우의3층으로나뉜다. 덕분에RNE 대변인은매

번회원수를달리발표해서사람들을당혹시키곤했다.

RNE의성공은공식억압기구내부로부터의지원, 특히내무부[편집자주 : 러시아의 경찰 기구](부처 전

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고위관료)의지원의결과라할수있다. 내무부가RNE를후원했다는많은증거가있

다. 첫째, RNE는재정을공개하는유일한극우조직이다. 재원은RNE가전국에설립한민간경비업체에

서나오며그이윤이상당하다. 민간경비업은내무부의인가를받아야하고그엄격한통제아래있는영

역이다. 따라서내무부의지원이없다면현대러시아에서RNE처럼다수의민간경비업체를설립하는일

은거의불가능하다.

둘째, 일부지역에서지역억압기구에속한훈련시설이RNE 회원의훈련에사용되고있다는것은공

공연한사실이다. 셋째, 1990년대중반에보로네즈에서는내무부요원과RNE 회원들이함께시내순찰

을돈일이벌어졌다. 당시RNE 회원들은검은셔츠, 나치갈고리십자가등의유니폼을착용하고있었

다. 넷째, RNE 전우들중에는전직경찰관뿐만아니라현직들도다수있었다. 이는러시아실정법위반이

었지만, RNE에대해서이법이적용된적은없다. 이외에도RNE가내무부의피조물이라는수많은증거

들이있다.

RNE의쇠퇴도내무부에대한의존으로설명할수있다. 전KGB 요원이었던푸틴이권좌에앉자내무

부와KGB(현재는 FSB)사이의전통적대립이내무부와새새통령사이의대립으로모습을달리했다. 취

임하고나서시간이좀지난뒤에푸틴은내무부요직에자신의충복들을앉혔다. 그리고내무부고위관

료들을대거해고하고‘제복입은괴물들’, 즉범죄자가된내무부요원들을구속했다. 내무부의피조물이

었던RNE는반푸틴입장을취했다. 기존RNE 지도자바르카셰프의‘오른팔’이었던올레그카신(전문가

들은그가 FSB 끄나풀이라한다)이2000년당대회에서쿠데타를일으킨이유가여기에있다. 바르카셰프를

쫓아낸뒤에그는바르카셰프가‘시오니스트’이고‘알코올중독자’에다‘정교회의적’이라고공격했다.

바르카셰프는당대회를따로열어카신과그추종자들을파문했다. 분열이후에카신추종자들은RNE이

라는이름을유지했고, 바르카셰프추종자들은‘러시아수호대’라는이름을내세웠다.

이런상황에서포볼지에의일부조직은두지도자모두와분리해새조직을출범시켰다. 이조직을이

끈것은랄로치킨형제였고, 역시내무부의지원을받았다. 그러나얼마안있어랄로치킨형제는정치를

그만두겠다고선언했고, 순전히종교적인조직이됐다. 이세분파어디에도결합하지않은잔류그룹들

이약70여개가된다. 수년동안검찰청은이들에게활동금지령을내렸는데, 이는카신파나바르카셰프

파에합류하라는압력이라할수있었다. 이에따라2005년까지RNE와‘러시아수호대’모두전국적으

로2천5백에서4천명의회원을유지했는데, 회원수는계속줄어드는추세다. 이로써한강력한파시스

트정당이무너진것이다.

RNE 이데올로기는나치당의산물이지만, 나치로부터직접따온것이라고하지는않는다. 이이데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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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에는러시아대국쇼비니즘, 인종주

의, 군국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혐오,

적극적인반공산주의, 평등주의와무신

론에 대한 증오 등의 필수 요소들이 포

함돼 있다. RNE는 정교회에 충실하다

고 하면서 동시에 아리안 이교 신앙을

떠받든다. 그래서나치당의이데올로기와매우유사한양상을보인다. 독일나치와마찬가지로 RNE도

공산주의를단순한정치세력이아니라‘국제유대무리의꼭두각시’라여긴다. 이들은공산주의가‘유대

인무리’의지령아래발전한사악한마르크스이데올로기를따르며, ‘시온장로의전세계적음모의꼭두

각시이자인간의얼굴을한사탄이주도하는국제유대범죄단’의도움으로러시아에도입됐다고본다.

러시아에서성공한파시스트조직의또다른사례는A. 이바노보-수크하레프스키가주도한인민민족

당(PNP)이다. 이역시내무부의피조물이다. 이조직이《나는러시아인》이라는꽤질이높고발행부수도

많은신문을낼수있었던것도내무부의재정지원덕분이었다. 당원이 1천명정도였는데도전국에이

신문을배포할수있었다. 반면RNE는수천명의회원을지녔음에도불구하고조직의신문《러시아의질

서》를부정기적으로만간행할수있었다.

PNP는 1995년에등장했으며, 2003년에당원수가돌연증가했다(1만 명이라 주장하지만, 더 현실적인

수치는 5천~6천 명). 이당은결국내무부정책변화의희생양이됐다. 2003년 10월에당대표이바노보-

수크하레프스키가 폭탄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다. 이 사건은 정보 당국의 소행이라 할 수 있다(아마도

FSB). 이후PNP는위기를맞았고, 일부가분열하기도했다. RNE의역사가반복된것이다.

이바노보-수크하레프스키가창안한‘루시주의’[편집자주 : ‘루시’는고대러시아인의명칭이다]라는독특

한이데올로기를내세운다는점에서PNP는다른모든파시스트조직들과구별된다. ‘루시주의’는흑백

인조이데올로기를나치의민족사회주의와결합한다. 이들은히틀러와니콜라이2세를20세기의영웅으

로평가한다. 히틀러는‘유대볼셰비키에의해살해당한니콜라이2세의복수를감행한인물’이고, 히틀

러의계획은‘무신론적볼셰비키에의해노예가된’러시아에‘스와스티카, 즉기독교의십자가상징’을

복원하려는것이었다고주장한다.

현재러시아에는40개이상의파시스트, 네오파시스트정당들이있지만, 대개아주소규모다. 90년대

에 80개이상이등장했지만, 이후절반이사라져버렸다. 네오파시스트의수에대한정확한데이터는없

다. 아마도FSB는정보를지니고있을테지만, FSB는심지어검찰청에도이를공개하지않는다. 개인연

구자들의추정에따르면, 파시스트·네오파시스트조직에속한인원은 1천2백~1천5백명정도다. 이는

RNE의절정기에훨씬못미치는숫자다.

RNE의 이데올로기는러시아대국쇼비니즘,

인종주의, 국군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혐오,

적극적인반공산주의, 평등주의와무신론에대

한증오등의필수요소들을포함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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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19

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엄형식유럽당협당원

‘샤를리 앱도’사건이 많은 사람들에게‘전환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들은 오늘날의 세계가 당면한, 그러나 현재

의사회체제가충분히답하지못하고있는근본적인문제들로이어진다.

샤를리앱도사건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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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적사건’으로인식된샤를리앱도사건

우리주변에는크고작은사건사고가매순간발생하고있습니다. 하지만어떤사건들은관련정보가

우리인지영역에도달하기도전에사라지거나, 도달하더라도크게주목받지않는반면어떤사건들은역

사를바꾸는전환점으로곧바로인식되거나, 시간이흐른후사후적으로평가되곤합니다. 왜어떤사건

은보다가까운지역에서더많은사람들이억울하게죽었는데도해외단신으로처리되어우리의기억에

서곧사라지고, 왜어떤사건은지구반대편에서발생하고상대적으로적은수의사람들이죽었음에도

불구하고우리를둘러싼세상을재규정하는역사적‘전환점’으로인식될까요? 여러설명이있을수있겠

지만, 제가주목하는것은특정한사건이빠르게기존정보및해석과정렬되면서과거와현재, 그리고미

래를설명할수있게해주는상징으로전환한다는점입니다. 물론이과정의상당부분은언론과소위오

피니언리더들의해석을통해진행되지만, 일반대중역시자신들이가지고있는정보와판단을통해주

어진정보와해석을다시해석하면서‘전환적사건’을통한재해석에참여하게됩니다. 지난1월7일프랑

스파리에서벌어진‘샤를리앱도’사건역시많은사람들로하여금우리사회가지금어디에서있고, 왜

그러하며, 어디로가고있는지또는어디로가야하는지를다시생각하게만들고, 새로운해석의지표를

던져주는‘전환점’이되고있는것같습니다. 샤를리앱도사건및사건직후에있었던테러용의자들과의

총격전을경험한프랑스와벨기에에서이사건들을통해확인된문제와이를대처하는방향을둘러싸고

다양한해석들이제시되고있고, 그주요쟁점들이오늘날의세계가당면한, 그러나현재의사회체제가

충분히답하지못하고있는근본적인문제들로이어지고있음을발견할수있습니다.

‘안정추구’의‘균’에기댈수밖에없는현대인들

오늘날인류가경험하고있는사회적, 기술적변화는시공간의개념을변형시키면서사람들이생각하

고행동하는방식을빠르게변화시키고있습니다. 이러한변화속에서기존지식과가치가가졌던권위가

무너지고, 이를바탕으로형성된제도와질서, 그리고사회체제는항구적인불확실상태에놓이고있습니

다. 서구열강의산업적, 철학적, 군사적헤게모니아래설계된2차대전이후현대사회의많은전제들이

의심받고있으며, 그속에서살아가기위한삶의지혜로형성된문화와도덕의많은부분은더이상유효

하지않아보입니다. 기술의발전과세계화라는현상은이전어느시대도경험해보지못한문제들을우리

에게던지고있습니다. 소통매체의진화는우리주변의작은이슈와문제들까지공적논쟁의장으로흡수

시키면서정치의범위를넓히고있습니다. 민주적이고합리적의사소통의토대로서제도와규범에의해

설계된근대적의미의공공영역의경계는허물어지고있고, 기존경계가허물어지는속도에비해새로운

공공영역이제도적으로나실체적으로자리잡는것은훨씬더느려보입니다.

이러한변화들을이해하고, 해석하고, 그속에서삶의방향을결정해야하는현대인들은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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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21

인지적피곤을달고살수밖에없는존재입니다.

인지적 피곤함은‘안정추구’라는‘균’의 서식처

가됩니다. 대부분의균들이그러하듯이안정추

구라는균도우리에게유익을줍니다. 안정추구

라는균을통해우리는새로운것을익숙한방식

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인지적 피곤함을 줄

일수있게됩니다. 안정추구라는균이없다면, 우리는매일매일쏟아지는변화와새로운정보속에서공

황상태에처하게될것입니다. 특정한권위에서비롯되는비교적일관된해석틀에의존할수있다면세

상을이해하기위해개개인이들여야하는노력은상당한정도로줄일수있을것입니다. 그러나위에서

살펴봤듯이오늘날사회에서는더이상어떠한권위도절대적인해석자의위치를가질수없고, 인지적

피곤함은사실상불치병이라는것이모두에게자명해지고있습니다. 이러한상황은안정추구라는균이

점점병리적인상태로발전할수있는토양을제공하고있습니다. 즉, 불안한자기삶을스스로책임지기

보다는안정추구라는균을숙주로삼는가상적권위들에게자기삶에대한통제권을넘기고있는것입니

다. 이러한현상의경증으로는자기계발및코칭열풍을들수있고, 중증은종교, 사상, 문화의영역에서

증가하고있는근본주의경향으로나타나고있습니다.

샤를리앱도사건, ‘안정추구’의증가가불러온병리적현상

하지만안정추구라는균은우리모두가어느정도가지고있는것입니다. 그리고우리자신도모르게

그수치가높아지기도하고, 많은순간위험수위를넘나듭니다. 하지만병리적현상이라도별다른사회적

문제와피해를낳지않는다면관용적으로받아들여질수있을것입니다. 우리가오늘날당면한문제는,

자신에게인지적안정을주는신념체계외부에존재하는타자를물리적으로제거할수있다는생각과실

제로이를실행에옮기는행위가증가하고있고, 이것이또다시다른상대방들내부의안정추구균을증

가시킴으로써병리적상태를상승시키고있다는점입니다. 샤를리앱도사건은이러한일련의연쇄적과

정이극적으로표출되었던사건이었다고볼수있을것입니다.

제가‘균’의은유를사용하는것은문제의원인으로지목되는근본주의또는극단주의를‘인격화된실

체’또는‘실체를가진세력’으로표현하지않고자함입니다. 안정추구균의병리적발현은다양한형태로

나타날수있습니다. 문제적인것으로간주되는근본주의, 극단주의, 극우/극좌경향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로지목되지않더라도다양한형태의사회현상으로나타나고있고, 더가까이보면우리주변의일상

에서도흔하게확인되는현상입니다. 이런점에서볼때병리적현상을극단주의자, 근본주의자와같은

표현으로인격화하고더나아가제거되어야할대상, 즉악마화함으로써문제해결의방법을찾고자한다

면, 문제를실체적으로이해할때겪어야하는인지적피곤함을회피하고선과악, 또는옳고그름이라는

현대인들은근본적으로인지적피곤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안정추

구’라는‘균’은이인지적피곤함을서

식처로삼는다.

Page 2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빠른답을찾고자한다는점에서

이 또한 병리적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

은안정추구라는균이어떤조건

에서병리적현상으로전환하는

가를이해하고그조건들을제거

하는것입니다. 또한개개인으로

부터사회시스템전반에이르기

까지 안정추구 균을 잘 관리할

수있는능력, 다시말해우리가

직면하고있는항구적불확실성

을지혜롭게다룰수있는도덕,

가치 및 제도를 갖추는 것이 필

요할것입니다.

새로운사회공동체의

지평을넓혀야할때

제가공부하는사회학은명시

적이건암묵적이건간에연구를

하는사회학자가규범적으로지

향하는가치를통해사회를이해할수밖에없습니다. 그런점에서최근불어권사회학에서규범적가치로

서‘공존(vivre ensemble)’과‘다원성(pluralite)’이점점더많이언급되고다루어지는것은주목할만합니

다. 이연구들은단순히좌파와우파, 기독교와이슬람, 친환경주의자와성장주의자라는잘정의되어있

는가치와신념의다양함을넘어, 기존서구사회합리성의관점에서비합리적인것으로간주되었던다른

문화권의삶의방식들이나해당사회내부의일상에존재하는다양한삶의방식들에대해서도옳고그름

의문제를넘어어떻게함께살아갈수있을지를묻고있습니다.

인종, 종교, 정치, 신념, 문화의차이에도불구하고서로의다름을존중하고, 다양성이불가피하게동

반하는불확실성과인지적피곤함을받아들이는것은자연스럽고즐거운일이분명아닙니다. 도리어귀

찮고, 복잡하고, 인내를요구하는일입니다. 하지만우리인류가공존하기위해절대적으로필요한최소

한의조건인것만큼은분명해보입니다. 이는지구의한계를인정하면서인류의지속가능성을위해조금

씩더불편하게사는것을기꺼이감수하는것과함께우리시대가필요로하는최소한의, 그러나실존적

22

“웃겨서죽지않으면채찍 100대!”2011년,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총선에서승리하

자 샤를리 앱도가 이를 풍자하고자 펴낸 샤리아 앱도. 샤를리 앱도의 만평은‘표현

의자유’를어디까지용인할수있는지, 논쟁을자주불러일으켰다.

Page 2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23

인요구입니다. 정권교체와사회정책의변화로국한해해석된정치는이요구들에충분한답이되지않을

것입니다. 우리스스로와주변의삶을변화시키고자노력하고이러한노력을지속시키기위해함께고민

하고실천하는새로운사회공동체의지평을넓혀나가야할것입니다.

성찰적좌파의불씨놓치지말아야

현대사회의대중정당이권력과정책의문제를넘어규범과가치, 도덕의문제까지공유하는집단이되

기란쉽지않아보입니다. 그러나우리가현재가지고있는정치시스템과그안에서벌어지는게임이우

리모두의실존적토대를무너뜨리는결과를가져올수있다고한다면, 실존적토대로서공존의조건을

다시금확인하고이를추구하는노력은정치의의미와정치시스템을변화시키는노력을통해중요한정

치의제로포함돼야할것입니다.

현재노동당이라는지붕아래에모여있는우리가더큰진보정당의한부분으로합쳐질지, 이지붕을

더오랫동안쓰고있을지는모르겠습니다. 그러나어떠한상황이되건현재정치체제에참여하면서도현

재정치체제의한계를인식하고, 사회의문제

를 비판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우리 스스로의

규범적토대도의심할수있는성찰적좌파의

불씨를놓치지않았으면합니다.

가령, 연대적가치및합리성과효율성위

에 구축된 복지시스템의 논리를 따라 움직이

는사회복지사와자기주변환경에대한단순

한애착과경험을통해습득된선입견에따라

행동하는복지수혜자사이의관계를서로다른두세계의가치충돌로이해하는접근은, 우리가당연한것

으로여기는현재형태의민주주의제도나공공성의개념도누군가에게는다른형태의억압이될수있음

을환기시켜줍니다.

현재정치체제에참여하면서도그가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

는동시에비판하는우리스스로의규범

적토대도의심할수있는성찰적좌파의

불씨놓치지말아야

Page 2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24

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박권일기관지위원, 《지금, 여기의극우주의》공동저자

오늘한국사회에횡행하는우익이만들어내는모든살풍경들은

실은 정치를 매개하는 조직이 몰락한 시대에 적나라하게 드러

난반정치의얼굴이다.

지금, 여기의넷우익한국의온라인극우주의개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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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25

2003년3월1일, 서울시청앞광장에소위‘애국보수세력’이모였다. ‘해방이후최대의우익집회’라

불린이모임은‘반핵반김(정일), 자유통일3.1절국민대회’였다. 초대형스피커에서는고막을찢을듯한

굉음이울려퍼지고있었다. 미국국가인 <성조기여영원하라>였다. 군중은한손에태극기를, 다른손에

는성조기를들고“대한민국만세, 미국만세, 유엔만세!”를외쳤다. 천주교한민족돕기회회장봉두완씨

가단상에섰다. 그는엄청난인파에고무된듯격앙된목소리로이철승자유민주민족회의총재를소개한

다. “여러분, 이철승씨는비록전라도사람이지만좋은사람입니다!”

행동하는우익, 분화하는우익

돌아보면이때가한국우익에게대단히중요한분기점이었다. 노무현정권의출범과함께우익들은이

전정권-그정권역시개혁성향정권이었음에도-에서와사뭇다른행보를보이기시작했다. 그들은거리

로쏟아져나왔고온갖종류의사안에서격렬한증오를드러냈다. 무엇보다그것이투표로만표현되는것

이아니라직접적인행동으로표출됐다. ‘한국우익’과‘직접행동’은사실어색한조합이다. 우익에대한

그간의이미지는대충이러했다. 평소엔정치적토론을선호하지않지만막상투표소에선거의맹목적으

로극우보수정치세력에게표를몰아주는고령자. 이들이지난수십년동안정치적토론에적극적이지

않았던것은그럴필요가없었기때문이었다. 정권도, 시스템도자신들에게유리하게세팅되어있는데뭐

하러토론같은걸하겠는가. 그냥밀어붙이면그만이었다.

그런데두번연속으로개혁정권시대를맞고보니‘이대로는정말큰일나겠다’는위기감이전례없는

강도로공유되기시작했다. 정권의탄생과정상극우보수세력에게나름타협적일수밖에없었고실제로

도그랬던김대중정권과달리노무현정권은당시월간《말》이표현한것처럼“누구에게도빚진것없는

대통령”이었다. 당내경선승리도힘들었던후보노무현을민주당대선후보로만든건자발적으로모여헌

신한시민들이었다. 노 정권의정책이본격적으로시행되면서우익의저항은더욱격렬해지지만(예컨대

사학법), 이미정권출범극초반에우익들은극도의공포를안고있었다. ‘온라인여론전에서완벽히밀렸

다’는반성역시우후죽순튀어나왔다. 그들은이제변해야한다는걸본능적으로느끼고있었다.

행동하는우익은동시에‘산개’하고‘분화’하는우익이었다. 내부헤게모니투쟁도격화되었다. 상대적

으로젊은세대에속하는, 그리고주류에진입할기회를노리던극우보수세력들은온라인에서매체를만

들어본격적인담론투쟁에나섰다. 신혜식씨가만든《독립신문》이대표적이었다. 이매체는‘임동원간

첩설’에서부터‘촛불시위최초제안자가알고보니《오마이뉴스》기자였다’는‘폭로(?)’에이르기까지우

익내부에서열광적인반응을끌어낼만한자극적인기사를쏟아냈다. 참고로덧붙이자면2002년촛불시

위를제안한아이디‘앙마’(김기보씨)는오마이뉴스상근기자가아니라시민기자로기사투고를한것이었

다. 온라인극우세력내에서활발히통용되는‘애국세력/매국세력’같은어휘들을온라인에정착시킨것

도당시신혜식과같은“청년보수”들이었다.

Page 28: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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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권력을지향하는“청년보수”의흐름은이후지금까지쭉이어져오고있다. 반면이와는좀결이다

른온라인우익(“넷우익”)들이존재한다. 2000년대중후반부터급격히덩치가커진다문화반대커뮤니티

들과2013년이후한국사회에큰파장을불러온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등이다. 전자는 21세기서유럽이

나일본등에서도사회문제가되고있는극우주의자들과유사하다. 편의상‘통상형(通常型) 넷우익’이라

부르자. 후자는한국사회와온라인상태계의특수성이중첩되어특이한모습이된‘기행형(奇行型) 넷우

익’이다.

다문화반대카페, 일베, 개신교신극우, 그리고…

반이주노동자담론은2000년대중후반인터넷에서빠른속도로번져갔다. 그중가장많은회원들이

활동하던커뮤니티중하나가다문화정책반대카페다(2015년 현재거의활력을잃었는데일베의부상과도관

련이없지않을게다). 이커뮤니티의담론분석을시도한2010년무렵은제법많은글들이올라오던시기였

다. 2012년출간된책《우파의불만》에서나는이들을학계의뉴라이트담론과구별되는기층우파담론으

로규정한적이있다. 이들은경제담론과민족담론을결합한‘국익주의담론’을선호했고주된프레임으

로사용했다. ‘이주노동자들이민족정기를흐리고에이즈를퍼뜨리며범죄를양산한다’는식의민족담론,

보건담론, 치안담론들도자주등장한다. 이들담론은서유럽의네오나치나일본재특회(재일특권을용납하

지 않는 시민모임)와많은유사성을지니고있다. 이념체계와운동의목표, 적대자들이존재한다는점에서

사회운동으로서맹아를분명히품고있다. ‘통상형넷우익’에가깝다.

흥미로운건, 강자와현실권력에관대한일베와달리반다문화카페는보수세력과진보세력모두를적

으로돌린다는점이다. 반이주담론주체들은자신들이합리적이라생각하는주장을현실정치세력중

어느곳도제대로대변해주지않는다는사실에당혹감과분노를느끼고있다. 이러한이념적아노미와반

이주담론내부의크고작은담론투쟁등을거치면서반이주담론은자신과적의정체성을점차분명히

규정하면서대항담론으로성장해왔다. 아직까지반이주담론이현실정치세력으로응집되진않았다. 자

신들이“정치화되지못하기때문에실패하는것”(<정치세력화에 대해서>, 다문화정책반대 카페)이라면서반

이주담론에공감하는사람들이정치세력화해야한다고호소하는글이가끔올라오긴했지만, 실제강한

조직화움직임으로이어지진못했다. 하지만한국사회에서이주문제가좀더첨예화할가까운미래에,

반이주담론이지금재구성하고있는사회적적대의구도가정치적대변세력을만나일거에전면화할가

능성도전혀없는것은아니다.

2013년봄, 소위‘홍어택배’사진으로사회를경악시킨뒤여전히위세를과시중인일베는이제한국

넷우익의‘대표선수’가되었다. 일베의담론중가장도드라지는것은여성혐오(“김치녀”, “탈김치”등) 담론

과호남혐오담론(“홍어”등)이다. 인터넷놀이문화의‘막장성’을이어받은이들이혐오표현을특정한집

단을향해뿜어내기시작하면서일베는뜨겁고거대한사회문제가됐다. 그런데일베의담론과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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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27

‘이념’또는‘(극우주의) 사회운동’의차원에서바라볼경우분석이계속미끄러져내려가는경험을하게

된다. 제대로포착되지않는것이다. 이들은‘친목질금지’를통해엄격하게정치세력화의가능성을차단

하고있다.

물론일베는국정원선거개입사건의주요무대인만큼현실정치와결코무관하지않다. 현실권력과극

우보수세력은분명히일베를이용해정치적이득을얻었다. 그러나일베스스로가이념에기반을둔사

회적목표를추구하는조직인가라고묻는다면, 그렇지는않다고답할수밖에없다. 일베의혐오표현들과

약자배제의언어들은공적영역에서지지자들을모을수없을정도로극단적이다. 정치세력화를고민한다

면도저히그럴수없을테다. 누가공론장에서공공연히그들의담론을지지하겠는가? 새누리당의가장

오른쪽에있는정치인조차그럴수없다. 하지만일베는아랑곳하지않고‘막장성’을하나의유희이자쾌

락으로소비하고있다. 내가일베에대한어떤분석에서“일베는이념을위해주목을추구하는게아니라

주목을위해이념을추구한다”고지적한것은그때문이었다(《지금여기의극우주의》(2014) 53쪽). 일베는이

런면에서통상형과는다른‘기행형넷우익’이라하겠다.

넷우익에서또하나주목해야할세력은‘개신교신극우(크리스천 네오 라이트 Christian Neo-Right)’다.

본래한국의친일-친미보수세력과반공보수성향개신교는떼려야뗄수없는역사적·이념적친연성을

지닌다. 이승만지지세력은독립촉성기독교중앙협의회를만들어미군정과분단세력에적극협조했고, 한

민당에는누구보다개신교인들이많이참여했다. “해방직후이승만이‘반공’을주창하고나섰을때정권

의종교적주체는바로개신교였다.”(서정민, <해방직후한국기독교계동향>, 《기독교사상》, 1985) 한기총(한국

기독교총연합회)은바로이역사성의적통을잇는조직이라할수있다.

반면여기서이야기하는‘개신교신극우’는2007년차별금지법제정시도이후에본격적으로활약한

세력이다.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등의단체명으로모여서집단행동을

하는데, 한기총과는행동양식과전략이상당히다르다. 대표적인리더로안희환목사가있다. 이들세력

은“밝은인터넷세상”을표방하면서대형교회비판글을블라인드처리하거나“바른성문화”를표방하면

서반동성애운동을주도하고있다. 최근동성애조항을문제삼아서울인권헌장을사실상폐기시키는데

큰역할을한것도이들개신교신극우들이었다. 이들은반공주의, 반다문화, 반동성애주장을담은선전

물을대량으로뿌리면서순식간에거대한넷우익세력으로부상했다. 개신교신극우는사회운동으로서의

요건(‘정체성’,‘적대자’,‘사회적 목표’)을명확히갖추고있는만큼, 기행형보다는통상형에가깝다고할수

있다. 점점더활발히활동할것으로예상된다.

반정치의얼굴들

오늘한국사회에횡행하는넷우익들이발생한경로와표층적동기는제각각이다. 그들은하나로싸잡

아버릴정도로동질적인주체들이아니다. 서로갈등하는모습도보인다. 그러나심층동기의수준에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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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모종의 멘탈리티가 있다. 나는 그것을 통칭해‘상상된 착취(imagined

exploitation)’라부르고있다. 이들은공히자신을부당한착취의피해자로자리매김하며, 공동체의구성

원으로서당연히받을몫을내부의타자에게빼앗겼다는박탈감을내면화한다. 이런박탈감은불공정성

에대한직관적인식, 그리고능력주의이데올로기에대한확신과단단히결부된다. ‘상상된착취’는체제

모순에대한두가지무력한대응책으로지그문트바우만이제시한것, 즉‘전기적해법(자기계발)’과‘상상

적해법(희생양찾기)’중후자와직접적으로관련이있다. 상상적착취의식을내면화한인간은나보다‘자

격(membership)’과‘능력(merit)’이없는데몫을더받는것처럼보이는대상들을향해증오와혐오를드러

내는데거리낌이없다. 실제그들을분류하고착취하고배제하는주체는내부의타자들, 이를테면이주

노동자나여성들이아니라자본과국가임에도이들은자본과국가에저항하지못한다. 자신의‘자격있음

/없음’과‘유능/무능’을인준해주는주체가다름아닌자본과국가이기때문이다. 이모든살풍경들은실

은 (진보운동뿐아니라)정치를매개하는조직이몰락한시대에적나라하게드러난반정치의얼굴이다. 다

음인용으로글을맺는다.

“정당정치와 분배 구조가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지 못할수록, 정치는 사회경제적 불만을 생산력과 제도로

해결하기보다는어떻게대중에게즉각적인쾌락을주느냐를가지고경쟁하는게임이되기쉽다. 모두에게

‘빵’을주진못하지만‘2등국민’을차별하며우월감을느끼는행위를방치함으로써불만을위무하는일종

의극장형사회가되는것이다. 이렇듯차별이당연시된사회에서는기존정치에대한불신이매우강력하

고 실제로 대중의 봉기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그 에너지가 더 급진적인 민주주의로 상승하지 못하고 불

완전연소 해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것이 바로‘반정치화(anti-politicization)’현상이다. 반정

치화의형식은다시두가지로구별할수있다. ‘반정치적정치(anti-political politics)’와‘정치적반정치

(political anti-politics)’가그것이다. 다문화반대카페의담론은반정치적정치다. 즉, ‘민주화’대‘산업화’

라는, 더 이상작동하지않는허구적적대를내파하면서우리가실제로직면한적대가얼마나외설적인지

를적나라하게폭로한다. 반면일베는정치적반정치다. 즉, 이데올로기투쟁의외피를걸친맹목적인주목

경쟁을통해서, ‘우파의불만’을표상하는거대하고황량한공백으로출현한다.”

박권일, 《지금, 여기의극우주의》(2014),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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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29

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임경화서울금천당원

3.11 이후 급격히 표면화된 사회모순에 대해 일본의 정치권은 기능부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이런위기를틈타극우들은재빨리‘안보몰이’를시작했

다. 일본좌파들에게는지금이야말로최대의위기라할수있다.

포스트성장시대일본의사회운동

3.11은좌파운동의기회인가위기인가

아베정권에맞서대안정치를 실현하겠다는내용을 담은 공산당의홍보 포스터(좌)와 공산당의 의석

수가늘어난데감사를전하는포스터(우아래) (사진 : 정정은편집실부장)

Page 3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일본에도‘당신을위한국가는없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진재와도쿄전력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사고가일어났다. 원전사고는

다량의방사성물질을광범위하게누출시켜바다와대기그리고대지를치명적으로오염시켰다. 후쿠시

마의수많은사람들은하루아침에삶의터전을잃고기약없는피난생활을강요당해야했다. 눈에보이지

도않고냄새도없고증상이당장나타나지도않는방사능피폭이라는공포가일본전역을뒤덮었다. 하

지만, 패전이후최대의국난으로불린이사태에직면해, 일본정권은국민의안전을우선하기보다는위

기에처한자본을구하고권력을유지하는데급급했다. 그들은자숙분위기를조성해언론통제에나섰

고사고를은폐하고축소했다. ‘과학적으로입증되지않았다’거나‘당장은건강에영향이없다’는위압적

인거짓말로오염지역에사람을살게하고오염된것을먹고마시게하면서원전재가동에박차를가했

다. 거기에국민의생명과안전을지키려는국가는없었다. 분노를참다못한사람들이, 스스로목소리를

내지않으면자신의목숨을지킬수없다는절박함속에서거리로뛰쳐나와광장을가득메웠던일은지금

도생생하다. 안보투쟁으로촉발된60년대의데모이래로40여년만에광장이열린것이다. 그후로이

제4년이지나려한다.

지금도매주금요일에는국회주변에서원전반대데모가계속되고있지만, 원전사고피해자들의상황

은어떠한가. 어이없게도그사이이참사로형사책임을추궁당한사람은단한명도나오지않았다. 피해

자들에대한제대로된손해배상따위는애초에불가능하고, 기존의배상도축소또는종료하려는경향을

보인다. 상황이이런데도사고를일으킨도쿄전력은2013년부터흑자를내고있고, 은행들과주주들도다

무사하다. 마치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연극같은상황속에서, 아베신조수상은바다로흘러들어가는

고농도오염수는완전히차단되어있다고세계를향해거짓말을했다. 그럼에도피재민들의실제상황은

거의변한것이없다. 그들은방사능오염의주범인세슘137의방사선강도가반으로주는데에30년이나

걸리는그땅에서여전히살고있다. 방사선감수성이어른에비해월등히높은아동들중에는이미112명

(2014년 12월 25일현재)이갑상선암에걸렸거나

암으로의심된다고밝혀졌다. 상황이이런데도

불구하고, 참으로역설적이게도참사당시사람

들을공포와분노에떨게했던바로그이유, 즉

방사능피폭이눈에보이지도않고냄새도없고

증상이당장나타나지도않고입증하기도힘들

다는이유때문에3.11 대참사는일본사회에서

도우리의기억에서도점차잊히고있다. 그런의미에선 3.11이초래한진정한위기는실은이제부터라고

할수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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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대참사가일본사회에서도우리의

기억에서도점차잊히고있다. 이런의

미에서 3.11이 초래한 진정한 위기는

실은이제부터라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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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31

3.11은사회모순을표면화했다

하지만권력자들이아무리피해자들을무시하고아무것도일어나지않은듯이연극을해도일본사회

는이미대참사이전으로돌아갈수는없는것이사실이다. 원전사고는‘Japan as Number One’이라불

렸던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고도경제성장시대가‘잃어버린 20년’이라는장기침체기를거쳐이제

는성장시대가끝났음을극적인형태로알린사건이었다. 실제로2014년에는리먼쇼크이후5년만에마

이너스성장을기록하며본격적인포스트성장시대의도래가선명해졌다. 가장강렬하게시대의전환을

알린것은무엇보다도원전신화의붕괴그자체였다. 원전은일본형공업화사회의상징적인존재였다.

경제성장과함께급속도로늘어나는전력수요를충당한다는명목으로정부가원전도입을주도했고, 전

력회사에는독점적인지위가부여되었다. 학계와미디어등은원전이야말로고도경제성장시대에걸맞은

안전하고안정적이고경제적인에너지라는‘원자력안전신화’를확산시키며원전을둘러싼이권을공유

했다. 이‘신화’에대한비판은70년대부터줄기차게있어왔지만, 경제적번영을뒷받침하는동력이라는

환상을깨기에는너무나미약했다. 그환상이3.11을계기로철저하게무너진것이다. 제대로추산조차할

수없는사고비용에핵폐기물처리비용, 폐로비용등을더하면원전은전혀경제적이지도안전하지도

안정적이지도않은에너지원임이명확히드러난것이다.

그런데3.11 대참사로드러난원전의민낯은여기에서머물지않았다. 70년대부터반핵·반원전을일

관되게외쳐왔고후쿠시마원전사고이후반원전운동의상징이된원자력공학자고이데히로아키씨가

주장하듯이, 원전은철저하게약자의희생에기반을둔산업이라는것이후쿠시마의비참한현실을통해

극명하게드러났다. 경제적으로가난한지방에원전을건설하여지역주민들에게위험을떠넘긴결과인

것이다. 가난으로인해저임금고위험불안노동에종사할수밖에없는원전노동자들의존재도, 부유층

들이먹지않는방사능오염식품들이약한곳, 낮은곳을찾아유통되는구조도주목되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중반부터‘격차사회’논쟁이뜨거워져양극화사회의급속한진전, 비정규고용, 지방의피폐

같은의제들이논의되어왔는데, 원전사고가이러한사회적인이슈를전면화시켰다. 3.11 참사로촉발되

어미증유의고양기를맞고있는일본의사회

운동은 포스트 성장시대의 다양한 문제들과

복잡하게 결합하며 시대적 전환기에 임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3.11은 좌파운동에게새

로운 시대의 합의 도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있는최대의기회를가져왔다고도할수있

다. ‘1억총중류사회’를구가했던60년대중반

부터80년대에일본사회당이다일본공산당등의혁신계정당들의지지율이3분의 1로급격히하락하고

노조의전국조직(총평)이해산한것을고려하면, 부의재분배를외치는좌파정당의등장이나노동자들의

3.11 참사로촉발되어미증유의고양기를

맞은일본의사회운동은포스트성장시대

의 다양한 문제들과 복잡하게 결합하며

시대적전환기에임하고있다.

Page 3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재조직과제는이시대의절박한요구이기도하다.

포스트성장시대의도래가일본사회에초래한또하나의주목되는변화는, 전후고도성장시대를뒷받

침했던또하나의기둥이었던미일안보동맹체제에균열이다. 전후일본은오키나와를미군에내어줌으로

써얻어진‘평화’속에경제적풍요를구가해왔지만, 경제성장의끝은일본사람들의대미인식의변화에

도박차를가하고있다. 그간경제적우월의식에가려져있던대미종속성이구체적으로논의되기시작한

것이다. 특히 3.11 이후개시된후쿠시마탈원전운동이 3.11 이전부터지속돼온오키나와반기지운동과

연동하면서대미종속논의가보다가시화되고있다. 왜냐하면, 이운동들이오키나와나후쿠시마에미군

기지나원전을강요하며경제성장의이익은본토나도시가독점하고그피해는양지역에외부화시켜온

전후일본의구조적차별에반대하면서, 일미핵동맹을중핵으로하는일미안보체제자체를문제삼기때

문이다. 즉, 핵의군사적이용의희생양이된오키나와와핵의평화적이용의희생양이된후쿠시마모두

미국과일본의비대칭적동맹관계의결과로보고, 그구조속에서원전가동과재처리공장건설등을통

해잠재적핵보유국의꿈, 재무장의꿈을키우는일본의패권국욕망의대미종속성을명확하게지적하고

있다.

불어라, 안보의바람이여!

그런데이렇게급격히표면화된다양한사회모순에대해일본의정치권은기능부전에빠져들었다. 그

리고이런위기를틈타극우들은재빨리‘안보몰이’를시작했다. 반원전운동이한창이던당시, 도쿄도지

사였던이시하라신타로가센카쿠열도의구입의사를표명하며중국과의관계를일거에악화시켰다. 이

후한중일3국의관계는심각한대치국면에빠져든다. 3.11이있었던2011년이후, 중국과한국에대한일

본인들의 호감도가 급격히 하강했다. 일본을

둘러싼 동아시아 곳곳이 분쟁지역화 되고 주

변국들의반일감정이고조되자일본내에서도

불안이 조성되었다. 이른바‘평화헌법’개정

을통해재무장을하여전쟁을할수있는‘보

통국가’가되려는움직임이전면에부상했다.

나오미클라인이“국가적인큰재난이나위기

속에서국민들은우왕좌왕하고권력자들은이때를틈타국민들을그들이원하는데로이끌어나가려한

다”고언급한이른바‘참사편승정치’(쇼크 독트린)가일본에서본격화한것이다. 3.11은미국에게는자민

당에서민주당으로정권이바뀌면서불안정해졌던미일관계를회복할수있는기회가되었고, 자민당에

게는잃었던정권을회복할수있는기회가되었다. 군비강화노선을주장하는개헌파세력들에게는3.11

은의심할여지없는‘천우’였다.

32

‘참사편승정치’가일본에서본격화되고

있다. 이른바‘평화헌법’개정을통해전쟁

을할수있는‘보통국가’가되려는움직임

마저전면에부상했다.

Page 3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33

그들은안전보장에관한국민의알권리를턱없이제한한특정비밀보호법을성립시켰다(2014년 12월

시행). 또한미국과중요정보를공유하며수상이상시적으로군사나외교정책을주도적으로결정할수있

는일본판국가안전보장회의(NSC)설치, 집단적자위권행사용인을위한헌법의해석개헌, 무기수술금

지3원칙철폐등으로이어지는일련의조치를취해전쟁하는나라가되었음을기정사실화하고자한다.

최근에는IS에의한일본인인질처형사건을구실로중동지역에서‘적극적평화주의’라는이름의대테러

전쟁을전개하려하고있다. 이와같은일련의우경화움직임은정권비판에대한자유나민주주의의가

치를심각하게훼손하는것이다. 이는국경없는기자회가매년집계해발표하는세계언론자유지수를

통해서도단적으로드러난다. 일본은2010년까지이집계에서세계상위권을자랑했는데, 3.11 이후에는

불투명한보도나정부의미진한정보공개, 특정비밀보호법의제정등이반영되어, 2010년에는세계11위

이던순위가2011년에22위, 2013년에53위, 2014년에59위, 2015년에는61위로떨어졌다.

그런데이와같은‘참사편승정치’의상황은패전후의일련의민주주의개혁을끊임없이패전이전의

체제로되돌리려고했던보수정당들의동향과흡사하다. 이에대항해서사회당과공산당등의혁신정당

들이전전회귀를거부하고민주주의를수호하고전쟁을반대하는헌법수호‘평화정당’으로서맞서면서

이른바‘55년체제’라는정치구도가유지되어왔던것이다. 최근일본공산당이총선에서잇따라의석수를

늘리고정당지지율을늘리고있는것은전후오랜기간뿌리내린반전평화의가치가위협받고있는상황

에대한사람들의불안이반영된것이기도하다. 일본공산당은현재의일본을고도로발달한자본주의국

가이면서도미국에의해장악당한사실상의종속국으로보고현단계에서일본에필요한변혁을민주주

의혁명으로보는데, 민주주의적가치가심각하게훼손되고있는이시기에이런관점이다시한번설득

력을회복했다고할수있다.

하지만, 이러한과거회귀적인‘호헌vs 개헌’의대립구도는포스트성장시대의다양한좌파적의제들

의상대적인경시로이어지는것이기도하다. 정권비판에대해자숙분위기가조성되고거기에혁신정당

들까지도말려드는형국에서, 안타깝게도 3.11을 계기로표면화했던각종사회적이슈들은후경화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는지금이야말로좌파들에게는최대의위기라고할수도있을것이다. 일본의좌파운

동은지금우경화의흐름에맞서민주주의와평화를수호하면서좌파적의제를이슈화하고신자유주의에

맞선자본주의변혁운동을전개해야하는극히복잡한과제를떠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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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최백순기관지편집위원

전유럽을상대로한시리자의전투는일단첫고지를장악하는데성공했다.

그렇지만 시리자가 쟁취한 눈앞의 붉은 카펫은 일단 사치스러워 보인다. 몇

가지키워드로시리자의과거와현재, 그리고미래를예측해보자.

시리자는위기를극복할수있을까

Page 37: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35

이보다더한우파언론들의동맹은일찍이없었다. 전유럽의언론들은지난백년간가장‘위험한붉은

정권’이탄생할것이라는경고를연일내보내며시리자(SYRIZA)에게맹공격을퍼부었다. 하지만전유럽

을상대로한시리자의전투는일단첫고지를장악하는데성공했다. 불가능할것처럼보였던신민당(ND)

과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양당체제를와해시킨것이다. 그렇지만시리자가쟁취한눈앞의붉

은카펫은일단사치스러워보인다. 집권에성공한정당이라면싸워야할적이국내에존재하는것이상식

이다. 아이러니하게도시리자는싸워야할적들이모두국외에있는상황에직면해있다. 일대결전을벌

여야하는상대는이른바트로이카들이다.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이바로

그들이다. 유럽의어느정권도이런괴물들에한꺼번에대항해싸웠다는역사는찾기힘들다. 알렉산더

대왕의근거지였던그리스의항구도시이름을딴<테살로니키프로그램>을실행할기회마저시리자가과

연잡을수있을까. 몇가지키워드로시리자의과거와현재, 그리고미래를예측해보자.

신타그마광장

2012년4월4일신타그마광장에서는할리우드영화에나등장할법한일이현실에서일어났다. 한노

인이자신의머리에총을겨눈채맞은편의의회건물을응시하고있었기때문이다. 출근을서두르던아테

네시민들은영화같은한장면을지켜만보고있을수밖에없었다. 잠시숨을고른노인은방아쇠를당기

며삶을마감했다. 그리스에서흔히‘긴축살인’이라고불리는이런자살의이면에는평생넣은연금이관

련되어있다. 구제금융을해주는대가로트로이카가연금삭감을요구했기때문이다. 노인은유서에서집

권당인PASOK을비롯한긴축에동의하는정당들을나치의부역자들이라고지칭하고있었다. 노인은쓰

레기통을뒤지며살수는없다고덧붙였다. 삶대신에존엄을선택한것이다. 4월한달간신타그마광장은

긴축살인에분노하는시위대의화염병으로뒤덮였다. 5월에실시된총선에서지난40년간노동자의벗을

자처했던PASOK이받은성적표는충격적이

었다. 과반수가넘게차지하고있던 160석의

의석수가 41석으로급락했다. 13석에불과했

던 시리자는 52석을 획득하며 제2당으로 올

라섰다. 70년대부터신타그마광장의주인은

PASOK이었다. 광장에서 노동자의 미래를

말하고, 연금과복지국가를주창하며우파들

과싸웠다. 40년후, 연금과복지국가를믿고

지지했던노동자에게서PASOK은모든것을한꺼번에빼앗았다. 신타그마광장에서노동자와새롭게바

리게이트를치고싸운것은시리자였다.

연금과복지국가를믿고지지했던노동자

에게서PASOK은모든것을한꺼번에빼

앗았다. 광장에서 노동자와 새롭게 바리

게이트를치고싸운것은시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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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리스글레조스

마놀리스글레조스(Manolis Glezos). 이인물을설명하려면한문장이면족하다. 그리스레지스탕스역

사의‘살아있는화신’. 1941년 5월아테네를점령한나치는파르테논신전앞에자신들의깃발을게양하

며자축했다. 그리스인들의모욕감은두배가되었다. 그런데칠흑같이캄캄한어느날새벽, 스무살의청

년두명이아크로폴리스절벽을타고올랐다. 이윽고신전앞에서나부끼던나치의깃발은글레조스의

손에의해새벽어둠속으로사라졌다. 네번의투옥, 두번의사형선고, 두번의국회의원옥중당선이그가

쌓아은이력이었다. 한번의탈옥은덤이다. 그리스군사독재시절에서도고난을겪는상징적인인물중

의하나였다. PASOK이창당되자그는아테네를기반으로우파들에맞서싸우는선봉장으로활약했다. 7

년후, 비록사민주의정당이지만그리스최초의좌파정권이탄생했다. PASOK은그에게마지막(?) 임무

를맡겼다. 직선으로뽑는유럽의회선거에서또다시PASOK의선봉장을맡아달라는것이었다. 유럽의

원으로브뤼셀에도착한그는급진좌파정당소속의원들에게더인기있는그리스정치인이었다. 유럽의

회의공산당계열의원들도그에게는존경을담아예우했다. 인고의시절그가그리스공산당의기관지편

집장을맡아우파들과사선을넘으며싸운것을모두알고있었기때문이다. 칠순을앞둔마놀리스글레

조스의긴여정은PASOK을대표하는유럽의원으로활동하는것으로일단막을내렸다.

알렉시스치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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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37

SPACE

그리스에도불기시작한신자유주의광풍은좌파들에게공동행동을요구했다. 본격적인논의가시작

된것은이탈리아의제노아에서개최될신자유주의반대를위한국제행동을앞두고였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그리스의다양한좌파세력들이‘SPACE’라는일시적인동맹체를조직했다. 노동자들은파업을

조직했고거리로나와민중들과연대하기시작했다. 신타그마광장은연일전선의출발점이었다. 영국노

동당의블레어가그랬고, 독일사민당의슈뢰더가그랬던것처럼, 그리스의집권당인PASOK 역시신자

유주의의전도사로전락하기시작했다. 2002년지방선거를앞두고SPACE를중심으로하는선거연합이

결성됐다. 물론오랫동안함께투쟁했던시나

스피스모스(Synaspismos)도주도적으로참여

했다. 여전히스탈린주의경향이남아있는공

산당 계열부터 사회민주주의 경향의 세력까

지참여한선거연합의탄생은위기감과기회

를동시에보여주는시대적결과물이었다. 하

지만선거란, 다국적군이모여자신의목소리

를합친다고표가되는것이아니다. 선봉장이있어야만했다. 그런데, 아테네의신타그마광장에팔순의

마놀리스글레조스가나타났다. 그의이야기는간결했다. “PASOK은더이상민중의편이아니다.”선거

는범좌파선거연합이기대하던것이상의약진으로끝났다.

SYRIZA

2004년총선을앞두고좌파들의단결을위한논의가진행됐지만쉽지않았다. 우선여전히그리스에

서유의미한지지율을가지고있는공산당계열들이분립되어있는상황이논의를더디게만들었다. 또

하나는선거연합이일회성인지단일한연합정당으로가는과정인지에대해이견들이노출됐다. 다수파인

시나스피스모스는추후에논의할문제라며전략적으로후퇴하는제스처를취했다. 하지만연합정당으로

가는길목이될것이라는문제제기와의심은멈추지않았다. 그리스공산주의조직(KOE)이대표적인예였

다. SPACE에서적극적으로투쟁했던KOE는끝내선거연합에참여하지않았다. 하지만SPACE에서활

약했던재생공산주의생태좌파(AKOA)가참여하면서선거연합은힘을얻었다. 영향력이있지만화석화된

상태를벗어나지못하는그리스공산당에서이탈한좌파행동통합운동(KEDA)도참여를선언했다. 신타그

마광장의투쟁에서언제나조명을받았던행동하는시민들(Active Citizens)의적극적인참여는가장큰

응원군이었다. 행동하는시민들을이끄는사람은다름아닌팔순이넘은노구의레지스탕스마놀리스글

레조스였다. 글레조스는시리자가집권할때까지, 신타그마광장에서또다시 10년을싸웠다. 그를두고

공산당계열부터사회민주주의세력까지,

다양한좌파세력들이참여한선거연합의

탄생은위기감과기회를동시에보여주는

시대적결과물이었다.

Page 40: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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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화석이라고과도한수사를동원하는데는이유가있다. 아흔살의노구임에도광장에서물대포

를맞으며전경들의방패에맞서몸싸움을벌이는일을마다하지않기때문이다. 또한유럽의원으로브뤼

셀연단에서트로이카에맞서고있다. 아흔넷, 노투사의싸움은현재형이다. 급진좌파연합이라는이름의

시리자는2004년에는6석을, 2007에는14석을얻으며전진하기시작했다.

트로이카

유로존재무장관연석회의가진행중이다. 물론재무장관들은트로이카의입장을대변한다. 안개속의

협상은그렇게오래가지는않을것이다. 2월말에돌아올만기채권을그리스가막을능력이일단없기때

문이다. 시리자의기본전략은만기채권을6개월간연기하는것이다. 그리고새로운조건으로계약을맺

는것이다. 이를테면재정규모와연금문제에강제성을둔조항을삭제하거나최소한협의수준으로후퇴

시키는것을예측할수있다. 물론치프라스가백기를들가능성은선택지에존재하지않는다. 그렇다면

남는것은파국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시리자의다수파인시나스피스모스를이끌고있는치프라스는유

로존탈퇴를일관되게반대해왔다. 더아이러니한것은협상을이끌고있는야니스바루파키스재무장관

이시리자내에서유로존탈퇴를강력하게주장해온인물이란것이다. 피레아스항구지역에서대거득

표한시리자의집권은그항구어디에서

좌초할것인가. 현재로서는배수진을친

시리자의 결단에 유로존 국가들이 조금

씩흔들리며밀리는분위기다. 총리에오

른치프라스의첫행보는나치에게학살

당한레지스탕스가묻힌‘케사리아니’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트로이카에게 최대

입김을가진독일을의식한행보였을까.

마놀리스글레조스도연단에서독일은그리스에게빚이있다고말하며공세를늦추지않았다. 역설적이

게도지금까지가장비협조적인것은독일사민당이다. 이위험한정권의미래를알수있는첫번째안개

가걷히는데에많은시간이필요하지는않을것같다.

피레아스항구지역에서대거득표한시리자

의집권은그항구어디에서좌초할것인가.

이위험한정권의미래를알수있는첫번째

안개가걷히는데에많은시간이필요하지는

않을것같다.

Page 4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39

“정치기획자, 그리고책임질활동가필요해”

대담 김상철서울영등포

김종철서울동작

김희서서울구로

최혜영경기의정부

정리 노 정편집실장

사진 정정은편집부장

녹취 이춘희서울구로당원

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사회 : 많은당원들이지역에서주도적으로방사능안전급식조례운동을펼치고있다. 경기도군포와

서울구로구에서는주민발의로조례안을발의했고, 특히구로구의경우기초의원당선으로까지이어졌

다. 또한탈핵문제와안전문제를생활과밀접한의제로연결시켰다는점에서도큰의의가있다. 진보정당

에서방사능안전급식조례운동이어떤중요성과의미를갖는지부터얘기해보자.

김희서 : 단순히학교급식운동으로볼수도있고, 지방자치와주민참여를배우는교육의공간, 방사능

의위험성과급식안전에대해알리는교육공간으로서의의미도있지만, 나는탈핵, 반핵으로가는사전

전지작업, 대중적인교두보라는데강조점을두고싶다.

사회 : 지역주민들은얼마나공감하고반응하나?

김종철 : 사실원래는우리가먼저취지를내세웠다기보다주민들이이런활동에대해공감하고이런

게꼭됐으면좋겠다는생각을밝혀왔는데선뜻나서서하지못하고있다가우리당원들이하자고하니까

힘을받게된측면이있다. 애초에 (주민들로부터)요구가없었던의제를우리가갑자기만들어서하면그게

성과가있을까싶다. 주민들로부터요구가있었기때문에가능했다고봐야한다.

2013년 노동당이진행한‘같이쉬자빨간날’캠페인은울산동구비정규직노동

자들을대상으로이뤄진노동조건실태조사가없었다면불가능했던사업이다. 의

정부 당원들의 뉴타운 반대 운동은 전국 최초로 뉴타운출구조례를 만드는 데로

이어졌다. 지역에서진보적인의제를어떻게발굴할것인가? 이에그치지않고어

떻게사업으로기획하고진행할것인가? 사업을위해서어떤사람들을만나고인

맥을뚫을것인가? ≪미래에서온편지≫는각당협과시도당이지역에서사업을

기획하고집행할때참조체제가될수있도록지역활동가들의생생한목소리를

계속 실어갈 예정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4주기가 되는 2015년 3월, 지역

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 지원 조례(이하‘방사능안전급식조

례’)>를만들기위해활동하는당원들을만나보았다.

Page 4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사회 : 구로구에서조례가주민발의되고제정되어통과하기까지당의적극적인개입이있었다고들었

다. 구로민중의집강상구대표가기획을하고, 김상철당시서울시당처장이조례안을작업하고, 구로구

에서‘방사능안전급식지킴이’라는네트워크를만들고참여했다고하던데, 그과정을당원들과구체적

으로공유하고싶다.

왜방사능안전급식인가

김상철 : 2013년에서울교육청에서방사능안전급식조례가하나만들어졌다. 녹색당을비롯해급식운

동을하던단위들이조례안을만들었는데, 이게심의과정에서엄청나게수정이되어버렸다. 원래는‘방

사능물질로부터안전한’급식조례인데심의과정에서‘방사능, 농약, 중금속’등등이나열되면서사실상

방사능안전급식조례의의미가퇴색됐다. 그조례가쓸모없다는반성적인평가가나오고, 2013년 12월부

터다른조례를만들어야한다는움직임이생겨났다. 그때마침지방선거를준비하고있던구로지역의강

상구동지가, 특히생협활동도하고계셨으니까, 방사능안전급식이의제가될것같다고제안해주셨다.

교육청의방식이아니라자치행정기구인구청을매개로할수있는방안을모색해보자고. 그게마침, 학

교급식조례지만교육청조례외에행정조례로어떻게만들수있을까고민하던시당의목적과맞은거다.

구로에서는 (당 사업으로치고나가기보다)그걸매개로해지역단체를묶고별도의단체를만듦으로써주민

들을견인하기쉽도록만들었다. 지역에정치

기획자가있고, 서울판이바뀌어가는흐름이

있었던 동시에, 지역에 그 운동을 책임질 수

있는지역활동가가있었던, 조건들이딱맞아

떨어진사례였던것같다. 이중에어느하나라

도잘갖춰지지않았다면내용이없거나혹은

질러놓고책임을못지거나했을거다.

사회 : 2013년 9월에논의됐던교육청조례

가무엇이문제였는지좀더자세히얘기해달

라.

김상철 : 방사능안전급식조례 제안을 하다

보면 걸리는 게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전수조

사를 받을 것이냐 안 받을 것이냐. 그리고 국

가 기준치보다 강화된 기준치를 사용할 거냐

말거냐. 사실늘있는갈등인데, 교육청조례

는 그 두 가지가 다 빠진 조례다. 전수조사도

40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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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41

아니고조사결과에대한공개도포함되어있지않은, 국가기준치로만했던거여서실제로방사능운동단

체들, 그러니까탈핵운동단체들입장에서는그냥지금정부에서하는그대로하는게더낫지않냐, 똑같

다, 이런평가를받은거다.

사회 : 경기도군포와서울구로외다른지역은지금상황이어떤가?

김상철 : 경기도의정부와서울양천도모두주민발의로발의에는성공했는데의회에서심의가되지

않고계류되어있다.

사회 : 아무래도의원발의안이아니라한계에부딪힌건가?

김희서 : 의원발의안이아닌주민발의안이기때문에원래는더부담을느끼고더적극적으로반영해

야하는데그게안되고있다. 의원들은열몇명이지만주민은몇천명이다. 그주민들의직접적인의사

를반영한게주민발의안이다. 그런데도지방자치가주민들보다는그냥정당이나당협위원장에의해좌

우되는구조기때문에의원들이주민을별로안무서워하는거다. 주민들의이런요구를. 그래서그냥계

류하고있는거다. 그리고정치적인확신의여부도문제가된다. 진보정당처럼방사능에대해문제의식을

느끼는사람들말고는‘국가기준치이상으로걸리는것도거의없는데뭐가문제냐’고한다. 우리는기준

치자체에대해근본적인문제제기를하는거고. 실제로다른나라의경우아이들급식에훨씬더엄격하

게기준을적용한다. 그런데그분들같은경우에는‘국가에서어련히알아서기준치를만들어놨을텐데

유별나게뭘그렇게까지하나, 몇억씩몇천만원씩예산투입하는건어렵지않냐’이런논리다.

사회 : 조례의구속력이어느정도일까? 일반당원들이나독자들로서는조례가왜중요하고어째서통

과시켜야하는것인지잘모를수있을것같다.

김상철 : 행정을움직이게하려면딱하나가있어야한다. 바로법적근거다. 보통조례는상위법에서

위임한내용으로만들거나혹은상위법의내용이너무허술해서그걸좀구체화하기위해서만든다. 그렇

게조례를만들어놓으면적어도그조례에규정되어있는법적근거에대해서행정이집행을해야될의무

가생기는거다. 법적근거를갖고단체장을움직이게하는데는사실조례만한수단이없다.

김희서 : 그리고‘주민발의’조례라는데방점을찍어야한다. 조례는의원이만들수도있다. 하지만

그러면주민들이모르는경우가훨씬더많다. 방사능안전급식조례의경우, 조례를만드는것도중요하지

만많은국민들이방사능의위험성에대해인지하고공감하도록만드는과정이핵심이다. 아직우리사회

는원자력안전에대한홍보비용도엄청나게많고, 방사능의위험성에대해문제의식을느끼는사람보다

느끼지않는사람이훨씬더많다. 이런상황에서주민들을직접만나고설명하고의견을듣고또때로는

논쟁하면서방사능의위험성에대한인식을확산시켜나가는데의의가있다.

서명운동vs 조직가동

김희서 : 서울구로구의경우주민발의서명요건(유권자의 2%)이7천명이었다. 주민발의를해서7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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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서명을받으려면그세배, 네배의주민들을만나야된다. 만났다고다서명해주는게아니니까. 그

리고서명해주는사람도딱한번만나고서명해주지않는다. 같은자리에열번씩서있으면한세번은

‘쟤네뭐야?’이러고보기만하다가네번째에는유인물읽어보다가, 여덟번쯤보면‘내일은서명해야

지’했는데내일도못하다가, 정말열번만에그렇게서명을하는경우도있다.

김종철 : 동작구에서는처음에어떻게서명받으면좋을지몰라헤맸다. 출퇴근시간대에좀많이하는

편이었는데, 아침출근시간대에무조건뿌린다. 그리고퇴근시간대에그자리에서또해. 그러면진짜많

이한다.

김희서 : 같은자리에서막열번씩한다.

김종철 : 그걸모르고막여기저기돌아다녔다. 출근할때는여기서하고퇴근할때는저기서하고, 그

러면안된다. 아침에는바쁘니까‘이게뭐지?’하고지나가기만하는데, 유인물을읽고공감한사람이

‘아내가서명했어야했는데그냥왔네?’그럴때다시하려고하면그자리에또돌아가야하니까굉장히

힘들다. 구로구의경우가아주모범적인사례다. 동작은너무늦게시작했다. 또선거가다가오니까사실

상하기도어려워졌고. 당원들과함께하는주민들이어떤과정으로어떻게할거라는걸공유했으면더

좋았겠다.

김희서 : 구단위로봤을때하나의사안이이슈가되게만들려면, 유인물주고얘기도나누고선전도

하고, 적어도석달이걸린다. 방송에서만날빵빵빵터뜨려주는의제가아니고서야, 예를들어이수역3

번출구한군데잡아서열번정도는서있어

야‘쟤네들이무슨이야기를하는구나’인지가

된다. 거기에동의를하는지안하는지는별개

의문제다.

김상철 : 서울시당에서했던상가임차인상

담소같은경우도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정

해진 시간에, 예측 가능한 장소에서 늘 그 의

제를갖고움직이고있으면그게각인이되는

거다. 그과정은지속적이고일관되어야한다.

최혜영 : 경기도는 약간 다르다. 경기도당

은지방선거를앞두고이사업을하기로결정

했기 때문에 철저히 후보를 전면에 배치하고

후보가 대표 청구인으로 뛰면서 주민발의로

간다는 전략이었다. 지역마다 특성이 약간씩

다른데, 군포는 후보가 거리에서 주민서명을

많이받았다면, 의정부는지역시민사회단체와

42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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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43

종교단체, 학부모단체, 주민들을최대한조직

했다. 참여단체들 순회 교육도 하고, 지역의

모든종교단체와유관단체들이서명에참여하

도록최대한조직했다. 협동조합조직들이앞

장섰고, 교육단체와정당들도열심히했다. 특

히입학시기인3월에는의정부전학교의학부

모총회나학교운영위원회정보를파악해, 각

단체들이권역별로나눠서서명을받았다. 거

리서명보다는 단체를 매개로, 찾아가는 서명

이나설명회등을한셈이다.

사회 : 설명회같은걸계속했다는건가?

최혜영 : 교육 자료도 만들고, 동영상으로

설명회도하고, 참가조직이연관되어있는모

든행사나일정들을찾아다녔다. 물론거리서

명을 함께 했지만, 협동조합 총회, 신협 총회

등은인원이엄청나다. 중간에대박을터뜨린

게천주교였다.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에서적극결합해, 주임신부님들의도움으로의정부지역성당대

부분에서신도들의서명을받을수있었다. 초반에나는어떻게3개월만에서명을받나, 도저히못할것

같았다. 그걸지역에서참가단체들의힘으로해내는걸보고깜짝놀랐다.

중요한건단체장의의지다

사회 : 공무원들과의갈등이계속있었다고들었다. 악의적으로예산을부풀리고헛소문을퍼뜨리는

식으로.

김상철 : 서울시도그랬고, 구로도그랬고, 양천도그랬고. 동작도아마그래서반대했을거다. 재밌는

게, 지역에서겪는행정의논리가거의다똑같다. 공공행정안에서방사능의제들에대응하는논리를자

기네들끼리서로전파하고공유하는것같더라. 구단위나시단위는전문성이떨어지기때문에상급기관

에물어보기마련이다. 그러면거기서표준화된답변이기초수준까지똑같이내려오는현상이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장대표적인게비용과관련된부분이다. 정말황당하다. (방사능 측정하는)기계를사랬더니

그걸작동하는인력을고용해야한다면서연봉4천5백만원짜리경력직고용비용을책정한다. 그렇게예

산7~8억을갑자기만들어낸다. 다른지역에확인해보면마찬가지이야기들이샤악~ 돌고있다.

김희서 : 조례를일단만들었다하더라도실제로이를집행하는건자치단체장의의지다. 이사람이하

김희서

Page 4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겠다고마음먹으면하는거고, 싫다고하면안하는거다. 구로구청에서도예산이7~8억정도라고얘기했

다. 돈많이들어서못한다는거다. (방사능측정)검사를제대로하려면멸균검사실도지어야하고, 기계도

사야하고, 전문인력교육도시켜야한다고핑계를댄다. 그러면서전문인력인건비예산으로 1인당6천

만원을잡는식이다.

김상철 : 허허, 저기는4천5백이었는데.

김희서 : 서울시교육청의경우이번에기계한대를마련했다. 검사할의지가있으면기계사다가교육

청옆에놓고보건환경연구원에직원보내서교육시킨다. 그렇게하니까방사능측정결과가나온다. 중

요한건의지다. 시장이든자치단체장이든의지가가장중요하다.

김상철 : 서울시조례를만들면서담당공무원들하고이야기를하다보니방사능에대해서일종의미

신같은걸갖고있다. ‘기준치는안전치’라는미신이하나고, 두번째는방사능의위험을축소하려고하

는게굉장히심하다. 공무원들의대응논리들이중앙정부와거의같다. 탈핵의제와관련해서는, 어우~

이야기가안통하는데미치겠더라.

김종철 : 후쿠시마사고마저없었으면어쩔뻔했어.

김상철 : 그러니까요. 말도못꺼냈을거야.

최혜영 : 광역담당공무원들은그래도좀똑똑한것같고, 기초지자체는주민발의도난생처음해보는

거라주민발의에대한이해도없다. 방사능? 그건또뭐여? 이런식이다.

김희서 : 공무원도교육을시켜야한다. 우

리도 김익중 교수 모셔와 임원들부터 교육시

키려한다. 내가볼때그분들특별히무식해

서모르는게아니다. 전사회적으로광범위한

무지다. 구로구에서조례만들어지고올해처

음으로 예산 반영하면서 몇 가지를 추진중인

데, 그중하나가교육이다. 학교운영위원들이

나 급식 모니터링 학부모 대표단이 학교마다

있다. 이런 분들을 전부 다 모아 1년에 두 번

교육을진행할계획이다. 두 번째로시범학교

운영을 한다. 두 개 학교를 선정해 일주일에

하나씩 무조건 (방사능) 검사를 다 하는 거다.

뭘검사할지는학교에서정한다. 수산물중에

뭘로할래, 아니면버섯중에뭘로할래. 이데

이터가 축적되면 이후에 이걸 확대할 생각이

다. 구로구에서올해총250건을검사할예정

44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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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45

이다. 조례에있는내용은일단전부다반영시켜서진행중인상황이다.

술먹고한탄만하지말고

최혜영 : 방사능안전급식사업을하다보니이게우리당의대표적인정치기획사업이되어야한다는

생각을하게됐다. 광역단위의대응도해보고지역에서, 바닥에서직접뛰어보니되게아쉽더라. 지나고

나니몇개당협에서밖에하지못한게많이아쉽다. 당이지금처럼당세가약할때는이것저것다하면

안된다고본다. 노동과생태, 두개의축을갖고대표사업두가지만해야한다. 노동사업은‘같이쉬자

빨간날’, 생태사업의경우는방사능안전급식조례다. 하나씩만집중해서파야한다. 중앙당, 시도당, 당협

당부가이걸전략사업으로잡아5년, 10년을가져가야한다. 방사능안전급식운동을하면할수록이게미

래의제구나싶다. 이걸갖고10년을이야기할수있겠다는생각이든다. 이사업은학교급식운동이자동

시에여성의제이자, 지역의제이자, 지방자치의제다. 그리고교육의제다. 농업의제이기도하다.

김희서 : 혁명의제기도하다.

최혜영 : 그렇다. 더군다나탈핵문제나협동조합운동이계속뜨고있다. 협동조합도묶을수있다. 과

거그어떤대중운동조직보다도생협조직들을훨씬잘묶을수있다. 우리는과거학교급식조례제정운

동의노하우가있기때문에이의제를감각적으로탁, 잡은거잖나. 현재도노동당이주도적으로하고있

잖나. 지금이라도팀을짜든지당에서핵심적인정치기획사업단을짜서유기적으로조직해야한다. 그리

고중앙당부는이걸가지고계속해서노동당을띄워야한다.

그다음에시기적으로판단을해야한다. 선거를겨냥하고후보를띄워서주민발의를해야한다. 이런

건주민발의가굉장히어렵기때문에당선을시키겠다는미친듯한욕구가없으면어떤조직도성사시킬

수가없다. 책임지는조직이없으면, (선거 시기가아닌)평이한시기에는주민발의까지갈수가없다. 지나

고보니지난지방선거1년전쯤에이판단을했다면정말좋았겠다싶다. 향후에선거전에이런대표적

인정치기획사업을짜고이걸각지역의지방선거와어떻게연결시킬지생각해봐야한다. 어떤의제건

꾸준하게2~3년기본으로해야하고. 거기에사람과돈을투자해서성과를내고그걸통해선거에서성과

를내야지, 당인데. 그래서그런구도와전략을펼칠수있는여우같은기획을해야한다. 이는먼저활동

한활동가들의몫이다. 과거당의경험들을돌아보면서다시한번해봤으면좋겠다. 당이그냥놀이터도

아니고, 중앙정치만얘기하면서만날술먹고뒷담화하고이럴때가아니다. 당세가미약하면미약한대

로, 좀길게가더라도꾸준히, 정치적으로성과가있는정치사업을해야한다.

Page 48: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46

벌써300일이넘은세월호참사. 2014년4월16일, 그날이후참

많은사람들이슬퍼했다. 많은사람들이활동에, 정치에뛰어드는

계기가되기도했다. 희생된단원고학생들과비슷한또래의청소

년들도‘가만히있을수없다’며거리로나왔다.

당시청소년‘가만히있으라’제안자중한사람이자‘청소년세미

나모임세모’에서활동중인양지혜당원을만났다. 현재경기도의

한고등학교에재학중인양지혜당원은최근‘정리해고비정규직

전면폐기를위한오체투지행진’에참가하기도했다.

인터뷰·정리·사진 : 강승청소년위원(준)

청소년이스스로정치적인세력을만들어나가야해요

청소년

진보정치

열전4

‘세모’활동가양지혜

Page 4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청소년진보정치열전 47

작년8월 30일세월호집회에서단식에참여한양지혜당원 (사진 : 장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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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먼저자기소개를부탁드립니다.

저는지금‘청소년세미나모임세모’(이하 세모)에서활동하는양지혜라고합니다. ‘안녕들하십니까’

할때대자보를붙이고난후‘청소년안녕들하십니까’토론회에서세모를알게되었는데요, 세모에서활

동을하던중세월호참사가일어나세모멤버들이랑다같이‘가만히있으라’에참여하기도하고, ‘청소년

가만히있으라’등을통해세월호를기억하고추모하는청소년들에게모이자는제안을했어요. 그래서단

식도하고‘방과후농성장’도진행했죠.

지금활동하시는‘세모’는무엇을하는곳인가요? 또무엇을해왔나요?

세모는학교에서가르치지않는, 청소년이직접하고싶은공부를하는모임이에요. 제가들어갔을즈

음에는월별로날짜를맞춰서공부를했어요. 예를들어3월에는3월8일여성의날에발맞추어여성주의

를공부하고, 4월에는식목일이니까생태주의를공부하고밀양에도다녀왔어요. 그러다가세월호참사가

일어났던거죠. 우리가배웠던것들을실천하는것도굉장히중요하다고생각해서그때부터세미나를하

지않고‘가만히있으라’침묵행진을계속같이했어요. 그속에서청소년이주체적인목소리를낼필요가

있다는생각이들었고, ‘청소년가만히있으라’침묵행진제안을했어요. 그이후에는‘방과후농성장’이

란걸진행했어요. 청소년들에게고립된책상에서벗어나함께연대하고슬픔과고통을나누자는말을전

달하기위해서였죠. 그러고나서청년초록네트워크라는단체와같이생태주의세미나를하고, 동북아시

아의청소년및청년들과탈핵같은생태의제를고민하는‘푸른하늘겨울캠프’를같이기획하고참여했어

요. 지금은세모여러분들이랑같이올한해세미나를준비하는과정에있습니다.

처음으로돌아가서여쭤보도록하겠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가 2013년에있었는데그때어떤

대자보를쓰셨나요?

당시 10월에밀양에서행정대집행을한번했잖아요. 그일을보고뭔가내가할수있는일이없을까

생각하던차에사람들이대자보를써서사회의부조리함에대해알리고함께하자는목소리를내는걸봤

어요. 그리고‘이런방법으로도연대하고함께할수있구나’하는생각이들어서대자보를쓰게됐어요. 대

자보의주된요지는‘흔히들출세하기위해공부를한다고하는데그이전에우리가나갈세상, 지금존재

하는세상에대해한번보아야하지않겠느냐’라는거였어요.

그이후에학교나학생들에게서돌아오는반응은어땠나요?

교감선생님이랑면담을했고요.(웃음) 제가굉장히외진게시판에대자보를붙여서큰반향은없었는

데, 주변사람들이‘이런말을하는사람이내주변에있다’라는걸눈여겨봐줬고포스트잇으로응원도좀

받고그랬어요.

사실붙이면서저도되게두려웠거든요. 그런것들이저에겐해보지않은일이라서울기도하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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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진보정치열전 49

데한번대자보를붙여봄으로써결국이런

걸좀느꼈던것같아요. 목소리를낼수있

는 공간이 있는 게, 그리고 청소년이 주체

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겠구나.

사실대자보붙일때도처음에는학생게시

판이없어서못붙였거든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청소년 가만히

있으라’를제안하는등여러활동을했는

데, 어떤 계기로 그런 활동을 하게 되셨

나요?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 저는 학교에

있었는데, 계속신경도쓰이고… 일상어딘

가가 계속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

가할수있는게있지않을까’생각하다가,

용혜인 당원이 제안했던‘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나갔어요. 그리고걸으면서여

러생각을했어요. 첫번째는‘가만히있으

라’라는말이당시세월호에서만있었던말

이아니라, 우리나라현재교육체제자체를

드러내는 말이자 청소년들을 가장 강하게

억압하고있는말이라는생각이었어요. 두

번째는, 그런집회들에서청소년들을‘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칭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대상으로, 혹은 피지 못한 꽃이란

식으로이야기를하는게청소년에게는사실또다시‘가만히있으라’는말로적용된다는생각을했어요.

그래서청소년들이많이모여서집회에참여하고이일에대해서목소리를내는게좋겠다는생각으로,

50여명의청소년들이모여함께행진을했죠.

이행진을하면서, ‘가만히있으라’는말이단순히세월호에서만있었던말이아니듯이죽어가는사람

도단순히세월호의탑승자만이아니라는생각이들었어요. ‘가만히있으라’의희생자는결국지금의입

시경쟁교육의희생자가아닌가하고요. 그런면에서사람이죽어가는것이단순히세월호이후에일어난

일들이아니라오래전부터계속있어온일들이라는생각이많이들었어요.

“한번대자보를붙여봄으로써, 목소리를낼수

있는공간이있는게, 그리고청소년이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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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친구한테연락을받았거든요. 친구네학교에서1학년학생이성적을비관해최근에자살을했

다는이야기였어요. 그런데그죽음이학생들사이에서도이야기되지않았고, 선생님들도그저침묵하면

서그날의일과를진행했대요. 그냥말그대로시체만치워진죽음이되어버린거죠. 그때느끼는게많았

어요. 첫째는우리가타인의고통이나슬픔을외면하고다른것들, 이를테면입시가더중요한것이라고

받아들이고있다는것. 둘째는청소년개개인이고립되어있다는것. 개개인이공부를하면서느끼는힘

듦이라거나압박감은다지워지고서울대에합

격한 사람들의 플래카드만 나부끼게 되는, 이

런 것들이 입시경쟁이 감추고 있는 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입시경쟁을옹호하는사람들은계

속이렇게열심히공부하면누구나성공을할

수있다고하죠. 하지만사실그뒤에는수많은

죽음이 깔려있어요. 그리고 모두가 그것에 침

묵할수밖에없는분위기라면, 결국나자신이가지게되는고통에도침묵할수밖에없겠구나하는생각

이들었어요.

세월호참사이후“노란리본을달지말라”고했던교육부의지침처럼, 오늘날에는정말로인간

“모두가 (타인의 고통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분위기라면, 결국나자신이가지게

되는 고통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생각이들었어요.”

작년9월 3일세월호집회가끝난후의양지혜당원 (사진 : 장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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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진보정치열전 51

적인 교육보다는‘인간성을 떼어내는’방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나 다른 여러

교육현장에서그런것을경험하시거나심각하다고느꼈던적이있을텐데요.

눈치채지도못할만큼당연하게퍼져있어요. 너무나도흔한‘너희는이런식으로해서대학에못간다’

같은말부터시작해서말이죠. 학교가정말사람을위한교육을하는게아니라말그대로입시를위한교

육을하고있다는걸누가부정할수있을까요. 학교가진정한배움의기관이아니라학벌을쌓는, 더나은

학벌을위한기관일뿐이라는걸. ‘대학에꼭가야하고, 그렇지않으면실패한인생을살게될것이다’라

고하는사회속에서말이죠.

이런분위기속에서잃어버린게많겠지만, 크게느낀부분은동료의식이라고해야하나그런거였던

것같아요. 어떤아이가갑자기학교에안온다거나아프다고해도아무도눈치채는사람이없어요. 마치

유령인것처럼말이죠. 나이외의혹은내가하는공부이외의다른것들에대해신경을쓰지않게되면서

시각이협소해져요.

그렇다면교육이어떤방향으로바뀌어야한다고생각하시나요?

저는세모에서활동하면서특히그런부분을많이고민했어요. 세모는아무래도입시만을위한교육에

대한문제의식에서태어났으니까요. 우선동등한교육이중요하다는생각이들어요. 학생과교사가동등

한위치에서, 가르치는자와배우는자가동등한위치에설수있는교육말이에요. 예를들어부모나교사

와의대화속에서청소년이동등하게대화하기는정말어려워요. 그렇다보니, 청소년은가만히있어야

하고부모님이나선생님의의지에따라야만하는상황이계속되는것같아요.

또지금의학교교육은입시를할사람만끌고가는교육이라는느낌이들어요. 수업시간에도한30명

은 자고 나머지 10명을 입시로 끌고 가는

형태죠. 그렇지 않고 개개인이 학교에서

자신이배우고자하는것의가치를찾을수

있는교육이라면좋겠다는생각이많이들

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이런 부분에서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고 우리는‘당신들과 동등한

소통을할수있는인간이다’라는이야기를

해야할것같아요. 교육의구체적인상에대해서는계속고민을하고있는부분인데, 적어도그런것들일

부가세모에서이루어질수있었으면해요. 종합적으로는결국이런것들을이뤄내기위해청소년이스스

로정치적인세력을만들어나가야하지않을까싶고요.

그러면 이제 이야기를 약간 돌려서 노동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노동당은 어떻

“청소년이목소리를내고우리는‘당신들과

동등한소통을할수있는인간이다’라고이

야기해야할것같아요. 결국이런것들을이

뤄내기위해청소년스스로정치적인세력을

만들어나가야하지않을까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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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알고입당하게되셨나요?

주변에있는많은활동가들이노동당원이라서이당에관심을가지게되었어요. 그리고강령등을훑

어보면서‘괜찮은당이구나’라는생각정도를가지고있었어요. 그러다가제가생각하는청소년정치세력

화라는것이정당운동과무관하지않겠다라는생각이들어서입당하게되었어요. 그리고청소년이입당

을할수있다는점도중요하게작용했죠.

청소년정치세력화를생각하고있다고하셨는데, 구체적인상을말씀해주실수있나요?

일단은동아리네트워크라는걸기획하고있어요. 그동안산발적이고단기적이었던동아리활동들이

서로엮이고축적되면서결국각분야에서하나의세력이되고목소리를낼수있게되는네트워크죠.

저는기본적으로대부분의청소년들이학교에불만이많다고생각을해요. 동아리를꾸리면서도학교

측에불만이없는동아리는없을거라고생각해요. 그런불만을단순히동아리내부에서해결한다거나혼

자삭히는것이아니라, 동아리연합이되어엮이고뭉친다면단순히불만으로끝내지않고어떤해결을볼

수있을거라고생각해요. 그러는중에학교에서청소년들의입지가조금더나아질거라생각하고요. 어떤

불만들을말그대로‘정치적’으로해결하자는게첫번째생각이고, 두번째는정치적으로더큰목소리를

내자는거예요. 동아리에도여러종류가있잖아요. 환경동아리, 토론동아리등등. 그런데예를들어, 환경

동아리여러개가서로뭉치면현재환경현안에대해청소년이더큰목소리를낼수있겠죠.

정리해고비정규직폐기를위한 2차오체투지행진에서양지혜당원이오체투지를하고있다. (사진 : 장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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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진보정치열전 53

우리가어떤문제의식을느꼈을때, 그

문제의식을나혼자느끼는걸넘어서그걸

공유하고이에대해사회에주장했을때정

치적인것이되고하나의사건이될수있

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동아리 네

트워크가사람들을엮어내면서, 기존의불

만이나문제의식을정치적으로표현할계기를만들수있지않을까싶어요.

이번당직선거때도그렇고노동당이청년주체, 젊은주체를강조하고있거든요. 직접적으로호

명되지 않았지만, ‘청소년의 노동당’으로도 분명 거듭나야 하겠죠. 청소년의 노동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어떻게해야할까요?

지금있는청소년당원들이노동당청소년위원회를중심으로모여이야기를나눌수있는기회가있다

면좋겠다는생각이들어요. 당은굉장히규모가크잖아요. 노동당도14,000명정도되는걸로알고있어

요. 그런큰규모안에있는많은청소년들이같이뜻을모으고이야기를나눈다면좋지않을까싶어요.

지난 정책당대회 때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정치관계법 개정과 함께 노동당의 주요 의제로 내세

우자는목소리가있었는데어떻게생각하시나요? 청소년참정권을내세워서청소년들의지지를이

끌어냄과동시에청소년을정치적인세력으로거듭나게할수있을까요?

단순한문제는아니라고생각해요. 제가참여하는사회참여동아리도청소년참정권캠페인을진행했

어요. 그런데해보니까되게의외였어요. 제가다니는학교의청소년중60퍼센트정도가참정권에반대

했거든요. 본인에게참정권을주겠다는데도반대한거죠. 이게결국사회가청소년을바라보는시선을담

고있지않나싶었어요. ‘청소년은미성숙하니까표를주면안될것이다’같은것들이요.

그런데거꾸로보면이게청소년들뿐만아니라굉장히다양한계급, 계층에서화두가될수있다고생

각해요. 교사도, 학부모도, 또정치에서소외된계급들에서도요. 예를들면비슷한이유로대중들에게권

력을주면안된다고들하잖아요. 이러한논쟁을통해서기존의청소년에대한관념들, 어떤인간이미성

숙하거나보호받아야하는존재라서정치적힘을박탈당해야한다는관념들을깨어나갈수있었으면해

요. 청소년스스로도그렇고, 비청소년인사람들도요. 그래서이런기획을계속던지는건바람직한일이

라생각해요.

마지막으로하고싶은말씀이더있나요?

작년에많은걸시작한것같아요. 세모도그렇고, 세월호참사이후활동들도그렇고. 그러면서‘정치

가내삶에서되게중요하겠구나’, 또‘내가어떤입장에서서세상을바라보느냐가굉장히중요하구나’를

“어떤문제의식을나혼자느끼는걸넘어,

그걸 공유하고 이에 대해 사회에 주장했을

때정치적인것이되고하나의사건이될수

있다고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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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느꼈어요. 그래서앞으로도, 청소년뿐만아니라지금‘정치적으로무관심하다’고이야기되는다양한

주체들이정치에참여하고세상을바라보는관점을가질수있는기획들을만들어나가고싶어요.

점점학년이올라갈수록교육의목적이입시가되잖아요. 특히‘고3’은더그렇고요. 그런데제가다니

는학교의경우, 반에서절반이상은대학을안가거든요. 그래서“나는‘고3’이지만공부하기싫어, 대학

가기싫어”이런느낌으로동아리를만들어서, 자유롭게놀기도하고그런과정속에서배우기도하며살

아가는기회를가지면어떨까하는생각도하고있어요.

마지막으로, 입시나학벌이청소년과청년, 대학생들을이어주는하나의큰매개가될수있다는생각

도들어요. 어쩌면청소년운동과청년운동이이어지는지점, ‘젊은노동당’이치열하게파고들지점중하

나가될수있지않을까요.

“청소년뿐만아니라, ‘정치적으로무관심하다’고얘기되는

다양한주체들이정치에참여하고세상을바라보는관점을

가질수있는기획들을만들어나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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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진보정치열전 55

노동르포

이게무슨, 아이들키우는대책입니까

보육협의회소속보육노동자들과의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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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2월 11일. 부산으로가는새벽첫기차를탔다. 내가살고있는울산에서부산까

지는기차로약한시간이십분정도걸린다. 부전역에도착하니여덟시이십분. 부산시청

광장에서기자회견이열리기까지는한시간삼십여분이남아있다. 설날이가까워서인지

역앞에있는부전시장은새로운물건을들여놓고진열하는상인들의모습들로분주하다.

곧장시청으로갈지아니면잠시이곳시장을둘러보고갈지망설이다가나는시장쪽으로

걸어갔다.

시장은내유년의놀이터이다. 어머니는노점상인이었다. 달리맡길곳이없었던나를

업고서어머니는시장에첫발을내딛었다. 처음엔무를, 나중엔조금더이윤이남는고등

어를팔며어머니가노점에서단련이되어가는동안나도그곳에서걸음마를시작했고말

을배웠다. 어느날인가, 길을잃어버린나를어머니는반나절이나찾아헤매다가인근파

출소에서다시만날수있었다. 그날, 무엇이그리도서러웠던지울면서엄마에게와락안

겨들었던기억이아직도가물거린다. 가물거리던그기억에대해어른이되어서야어머니

께물어본적이있다. 내가겨우서너살무렵의일이었다고한다. 내가조금더자랐을때는

노점철거가한창이었다. 단속반원들에게물건을빼앗기고두들겨맞던엄마를껴안고어린

나도목이터져라울었다. 무서워서울었고엄마가우니까슬퍼서울었고엄마가경찰서로

끌려가버리면막막해서또울었다. 부전시장을기웃거리는나의마음은또다시수십년전

기억으로흔들린다. 시장은내게늘그런곳이다. 유년의발길이새겨진곳. 몇갈래인지알

수없는수많은아픔과기쁨들이공존하는곳. 어린날의기억은늘그랬다. 어느때, 어떤

장소에서게되면반드시다시살아나오는기억. 언제어디서또다시나를흔들며폭발할

지모를활화산같은기억. 유년은늘그렇게나를흔들었다.

이게무슨, 아이들키우는대책입니까보육협의회소속보육노동자들과의만남

서분숙기록노동자

노동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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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르포 57

나는잠시후그누군가의유년을감싸고살아가는노동자들을만나러간다. 그들은노동자라고도제

대로이름불리지못한채, 아동학대와폭력의주범으로만내몰리고있는보육노동자들이다. 어린날의

나처럼, 갈곳이없이시장에서유년을보내는아이들은더이상이사회에없다. 누리과정*을실시한지

몇해가흘렀고, 이제대부분의아이들은어린이집에서유년을보낸다. 유년의기억이내게활화산과같

은것이었다면, 보육교사노동자들은그뜨거운기억을함께엮고지켜나가는사람들이아닌가.

부전시장을뒤로하고시청으로가는지하철역을향해발길을옮긴다. 유년의기억을담은시장을뒤

로하고, 누군가의유년을보듬는사람들의이야기를듣기위해서.

폐원을하든말든원장맘, 어린이집은원장의사유재산

부산시기장군정관면에있는한어린이집. 이곳의교사들은원장의계획대로라면2월28일이지나면

더이상이어린이집에서보육교사로일할수없다. 지난2월2일, 원장은기장군청에어린이집폐원신고

서를제출했다. 이유는경영악화와노조의운영개입때문이라고했다. 이미어린이집에다니고있던아

이들은인근에짓고있는원장소유의유치원으로옮겨갈수있다. 그러나이미모집을마친신입생50여

명은3월이되어도갈곳이없다. 신입생들은아직어린이집의원아들이아니기때문에그아이들을책임

질이유가이곳어린이집에는없다고한다. 애가타는건부모들뿐만이아니다.

아이들이예쁘고그저같이있는게좋은것말고는다른욕심은내지않고일했다는이곳의교사들은

급작스럽게닥쳐온이별을결코받아들이지못한다. 보육교사들에게어린이집의급작스러운폐원은자신

들이일터에서‘해고’당한다는의미를넘어서는일이었다. 아이들을떠올리면“매일매일무거운돌덩이

하나를가슴에올리고사는듯하다”는한교사는아이들을위해서라도용기를내야한다고말한다.

원장의일방적인폐원결정을막고이후의대책을요구하는기자회견장이지만, 막상해당어린이집교

사들은이곳에참석할수가없다. 오전10시, 기자회견이열리는시간은등원을마친어린이들이한창아

침놀이를하고있을시간이기때문이다. 어린이집교사들은아이들이어린이집에있는시간에는단한순

간도어린이집을벗어나지못한다. 일만오천여명이넘는부산의보육교사들의근무를대체할인력인대

체교사들조차겨우오십여명에불과하다. 보육교사들이대체교사에게아이들을맡기고어린이집을잠시

비우는일은상상도하기어렵다. 아프거나, 어쩌다어린이집근무가불가피한일이생겨도어린이집교

사들은어지간하면출근을해야한다. ‘폐원’이라는결정에맞서싸워야하는시간에도어린이집교사들

은아이들을보듬고먹이고재워야한다. 아이를길러본사람들은알것이다. 태풍이치고홍수가나도아

이들은자라나듯, 어린이집원장이어떤결정을하고어떤일을벌이더라도보육교사들은당장눈앞의아

* 만3~5세유아에게공통적으로제공하는교육·보육과정. 2012년3월, 5세를대상으로시행에들어가이듬해에3~4세까지확

대됐다. 유아학비와보육료를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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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돌봐야한다. 그것은세상어떤일보다가장우선시되는일이기때문이다. 기자회견장에오지못

한교사는자신의마음을담은편지를보내왔다.

“지난몇년간보육교사로살아온세월이아무의미가없는듯느껴지며회의가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좋은것, 그것말고는다른욕심을내지않았습니다. 제월급은136만원입니다. 그것도날짜를안지켜주

시고, 또나눠서주시기도합니다. 지금어린이집에100여명의아이들이다니고있는데원장님은2014년

한해에만도1억여원의빚을졌다고합니다. 아이들이100명이넘는어린이집의교사월급은136만원인

데빚을저리지고경영이악화되어2015년신입생을다받아놓은상황에서폐원을한다는게상식적으로

이해가되시는지요. 정말원장님말대로70%가교사들인건비로지출되어서경영이어렵다면, 그근거를

정확히밝혀야한다고생각합니다. 그래서저희교사들모두는정확한회계감사를요청하며영수증하나

하나까지명명백맥히밝혀야한다고생각합니다.”

폐원을결정한어린이집의원장은이미관으로부터자격정지와운영정지의행정처분을받은적이있

다. 친인척을어린이집교사로허위등록해보조금을착복하고관공서에서지원해준물품을개인적으로

유용했기때문이다. 부정으로운영자격을잃은원장을대신해서아이들을돌보고어린이집을운영한건

보육교사들이었다. 노동조합이만들어진후, 처음으로위장폐업을시도했던지난해4월, 원장은교사들

2월 11일, 부산시청광장에서열린기장군민간어린이집문제해결촉구기자회견 (사진 : 서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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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르포 59

에게고통분담을강요하며임금을삭감했다. 노동조합이만들어졌다고는하지만단협을통해보육교사들

의삶의질이달라진건없었다. 경영악화의원인을교사들의임금때문이라고하는원장의주장을교사

들이받아들일수없는이유다. 1억원이넘는빚을졌다고하면서도원장은오히려유치원건물을신축했

다. 일자리를잃은교사들, 그리고3월이코앞이지만당장갈곳이없는신입생들, 수년간자신을돌보던

선생님을떠나서하루아침에낯선공간, 낯선선생님들과하루를보내야하는어린이집아이들에대한배

려나이해는전혀찾아볼수없다.

당장어린이집문을닫겠다는원장의결정앞에서도기장군청과부산시청의태도는한결같다. ‘개인

사유재산’이므로폐원에대해관여할수없다는거다. ‘무상보육’으로흘러가는국민의세금을운영자개

인의사유재산으로치부하는자치단체의태도에도놀랐지만, 무엇보다아이들을보호하고지켜야할사

회적방어벽이이토록없다는게더놀랍다. 아이를향해끔찍한매질을하던교사들보다더우려스러운

건, 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아이들을보호하기위한사회적연대가이뤄질토대가없다는거다. 아이

들은앙상한기둥만세워진시설에갇혀있다. 모래바람이날아들고사나운동물들이으르렁댄다해도

그곳에서유년을버텨야만한다. 아이들을향한교사들의폭력에만날카로운비난이꽂혀있는사이, 정

작아이들이머물고있는어린이집의기둥은기울고있었다.

CCTV 설치, 아이들을돌볼때는뒷짐을지라고요?

정인선씨는보육교사다. 올해마흔다섯살인인선씨의꿈은고등학교때부터유치원교사였다. 하루

에도꿈이몇번씩바뀔나이이지만그의꿈은바뀌지않았다. 유아교육과로진학을했고졸업후에는유

치원교사가되었다.

그가보육교사로다시일을하게된건두아이의엄마가되고나서다. 5세이상의아이들을담당하던

유치원과는달리어린이집에서는대부분3세전후의어린아이들을돌봤다. 어린이집에서는유치원에서

처럼단체활동을하는시간보다는아이들하나하나를세세하게개별적으로돌봐야할일이많았다. 유치

원교사시절에만났던아이들에비해단계별로가지는특징도달랐다. 이미보육교사자격증이있었지만

인선씨는아이들을좀더잘알기위해서다시보육교사공부를시작했다. 공부를하면할수록아이들이

새롭게보였다. 무엇보다두아이를키워본엄마로서의경험이어린이집에서만나는아이들을돌보고키

우는데큰도움이되었다. 그는세살반아이들을돌보고있다. 이제겨우두, 세돌이지났을뿐이지만

아이들은저마다고유한개성이있다. 특별한분야에남다른재능을보이기도하고, 유난히집중력을발

휘하는아이들도있다. 유치원교사경력부터보육교사경력까지, 게다가두아이를기른엄마로서의경험

은그가만나는아이들개개인의개성을읽을수있는섬세한감각을가지게했다. 아이들이잘하는분야

를찾아집중할때, 그활동을지원해주고더잘할수있도록적절하게지시하는일은그만이할수있는

일이다. 아이들의섬세한결을읽어내는일. 그건보육교사라고해서누구나할수있는일이아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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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좋아서오랫동안아이들이있는현장을떠나지않은그만이할수있는일이다. 그러나이런전문

적인능력을가진그가하루열시간가까이아이들을돌보고받는월급은겨우백만원안팎이다. 보육교

사자격증뿐만아니라교원자격증이있고, 유치원과어린이집을합쳐경력십년이넘는교사의월급이라

고는도저히믿기지않는다. 아무리아이가좋아서하는일이라지만, 나이는점점많아지고아이들돌보

는업무량은줄어들지않는현실을감안하면보육교사일을언제까지할수있을지막막하다. 남편월급

의삼분의일정도밖에안되는월급은때때로자존심을무너뜨린다. 게다가요즘은연일방송이든신문이

든온통어린이집학대사건으로떠들썩하니, 그나마남아있던의욕마저조금씩힘이빠져간다. 대학전

공부터중간에아이를키운경험까지합친다면경력이십오년의보육교사인선씨. 그는아동보호의대책

을CCTV 설치로몰아가는정부의정책을강하게반대했다.

“아이들이예쁘면선생님이아이들의머리를손으로쓰다듬기도하고만지기도하고그러는데, 이게

CCTV로보면아이를때리는것처럼보일수도있거든요. 그러니까CCTV가설치되면거기에대비한매

뉴얼이있어요. 아이들을대할때는두손을뒤로하고대하라거나…. 너무예뻐그냥만지게되고그러는

데, 이젠 그런건할수가없는거죠. 보육교사들은아이들화장실가는것도보살펴야하는데, 그러면

CCTV를화장실에도설치할건가요? 대부분의보육교사들은화장실갈시간조차없어서방광염을달고

사는교사들이많은데, CCTV가설치되면그나마화장실조차도못가잖아요. 교사가아이들을두고어디

갔냐고하면…. 이건보육교사들의인권하고도관련된일인데CCTV를달아도되냐고왜우리에게는물

어보지않나요? 보육교사들을잠정적인범죄자취급까지하는데언제까지이런저임금을받으며천사처

럼가만히있어야만하나요?”

그는CCTV보다는보조교사제도를두는것이더필요한일이라고한다. 교사들의폭력의원인에는개

인적인자질도있지만열악한노동조건에도원인이있으니까, 보조교사와함께교실에서돌본다면여러

가지문제를함께해결할수있을것이라는이유에서다. 눈이내리는날에는눈노래가, 공놀이를할때는

그놀이에맞는노래가저절로흘러나온다는그가아이들을안고노래를부르는모습이교실에서사라지

지않았으면좋겠다.

보육협의회정명화부의장은CCTV 설치는보육교사들에대한명백한인권침해라고한다. 아이들인

권이중요하기때문에CCTV를설치한다는발상자체가인권을개개인고유의것이라고보지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인권을지키기위해교사들의인권을침해해도좋다는건애초인권을개인의것이아

닌통제의수단으로본것일뿐이다. ‘아이들에게절대로스킨십을하지마라’, ‘아이들을돌볼때는손을

뒷짐져라’등의매뉴얼이지금보육현장에나돌고있다. “이게무슨아이들키우는거냐”라며되묻는정

명화부의장은“인권엔총량이없다”고말한다. 교사의인권이지켜지지않는다면아이들의인권또한지

켜지기어렵다.아이를맘편히보듬을수없고늘긴장한채아이들과일정한거리를두고살아야하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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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르포 61

사에게서어떻게아이들이따뜻한사랑을느낄수있겠는가. CCTV가아니라, 아이들을위한좀더근원

적인안전대책이마련되어야하는이유다.

휴게시간이라쓰고, 무료노동이라읽는다

2015년 2월 4일, 경남양산시청옆양산시문화예술회관에는밤늦도록보육교사들이머물고있었다.

일이층강당을다채웠으니이삼천명은넘는숫자이다. 아동학대예방교육을받기위해온교사들이다.

일곱시부터아홉시까지가정해진교육시간이지만, 일곱시반까지보육을하는어린이집교사들이여덟

시가다되어서도계속교육장소로허겁지겁달려오고있다. 대부분퇴근을하고곧장오느라저녁밥조차

제대로먹지못하고온듯하다. 강당로비곳곳에김밥이나빵을손에쥔교사들이표정없이앉아서허기

를채우고있다. 늦은시간이라자신의아이들을맡길곳이마땅치않았는지아이를업거나유모차에태

우고온교사들도있다.

평일야간이나주말을가리지않고수시로잡히는교육일정에보육교사들은의무적으로참석해야한

다. 아침일곱시반에서저녁일곱시반까지가어린이집의보육시간인데, 평일교육까지잡히는날에는

휴일·야간교육금지선전물 (사진 : 서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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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근무시간이하루열네다섯시간을훌쩍넘어가기도한다.

근로기준법상업무에필요한교육에참석하는것은당연히근무시간으로보아야한다. 사업주인원

장이야간이나토요일에교육을받는보육교사들에게시간외수당이나휴일가산수당을지급하는것이

마땅하지만, 그날내가만난보육교사들은“시간외수당을받느냐”는나의질문에“그런건한번도받은

적이없다”고한다. CCTV를정말어린이집에설치할것같냐는나의물음에는교사들의얼굴이금방어

두워진다. 몇마디이야기를더나누려고하자보육교사들이갑자기‘원장님이다’며황급히자리를떠나

강당안으로들어간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소속보육교사와활동가들이수당지급없는교육의부당함과노동

조합에가입할것을알리는선전을하자, 한무리의중년여성들이나와서선전활동을방해하기시작했다.

어린이집을운영하는원장들이다. 선전지를돌리지말것을요구하는가하면심지어는활동가들이돌리

고있는선전지를빼앗으려고도한다. 대부분의어린이집이교사들의시간외수당을지급하지않고심지

어는아이들에게밥을먹이는점심시간조차노동시간에서빼버리는현실이다보니, 교사들의권리를알

리는활동이사업주인원장들에게는못마땅하게다가온모양이다.

내일아침일찍어린이집으로출근해야할교사들은밤늦도록강당에발이묶여있다. 아동학대예방을

위한교육이라지만, 수당없이장시간이어지는교육이과연교사들의마음을평화롭게할수있을까. 이

런가혹한노동같은교육을통해아동학대가정말예방될수있을까. 장시간의노동과저임금은교사들

을지치고병들게한다. 행복하지않은교사가어떻게아이들을사랑할수있겠는가.

기차를타고집으로돌아오는길. 문득내아이들의어린시절이떠올랐다. 아이들도어린이집선생님

들의손에서길러졌다. 너무나당연하게만여겼던선생님의손길. 내아이의기저귀를갈고겨우내흘러

내리던콧물을닦아내고, 병치레가잦던아이를위해때가되면쓴약을먹이기위해아이를달래던사람.

아이가새로운것을배우고익힐때마다가장먼저그것을눈여겨보고기뻐하며자랑하던사람들….

어두운하늘처럼가슴이먹먹했다. 지금은또어디서아이들을돌보고계실까. 늦었지만지금이라도

그분들께전하고싶은말이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미안합니다.

Page 6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노동르포 63

최근온라인상에서역사인식에대한논쟁이노동당젊은당원

들사이에서진행되고있다. ‘이승만’에서시작된논쟁은근대

성과식민주의문제를넘어이제‘대안세력으로서진보진영이

담지해야 할 역사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논쟁을 더 잇

다보면결국“노동당은어떤역사관위에서대안사회를만들

고자하는가”라는물음에가닿는다.

온라인에서매체와매체를오가며난상토론으로진행됐던이

논쟁을 좀 더 정제하여《미래에서 온 편지》지면으로 옮겨오

고자한다.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Page 6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64

문제는역사관이다 : 노동당만의새로운역사관을만들어야한다

지난2월8일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당대표후보자가당대표로당선되었다. 그는당선

되자마자이승만과박정희의묘역을참배할것이라공언했으며, 바로다음날인2월9일당

내반대를물리치고참배했다. 그는이자리에서“모든역사가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화

해와통합을꿈꿉니다”라고방명록을남겼다고한다. 문재인의지지자들은SNS에서이를

두고분열되는모습을보여줬다. 배신이라는사람들도있었고전략상어쩔수없는일이라

는사람들도있었다.

우리는이사건을어떻게해석해야할까? 그에앞서무엇이이사건의원인이었을까? 다

소뜬금없이들릴지도모르겠으나나는이사건의원인이‘역사관’이라생각한다. 우선나

는‘역사관’이라는말자체가단순히역사에대한입장만을의미한다고생각하지않는다.

전공이역사학이라그런지모르겠으나누구를만날때가장중시하는것이역사관이다. 아

무리대화가잘통하고합리적인사람일지라도근본적으로역사관이다르면종국에는말이

안통하는경우가많다. 이는역사관에단순히역사의해석뿐만이아니라인간관, 세계관,

정치관등한인간이세상을인식하는모든것이담겨있기때문이다. 즉한사람의정체성,

더나아가집단의정체성을형성하고파악하는데있어역사관만큼중요한것은없다.

이런입장에서역사관의충돌은기본적으로한사회의, 한민족의, 한공동체의‘정신세

계’에서의주도권에대한다툼이라생각한다. 역사해석은그렇기때문에본질적으로‘객관

햄벨스 서울송파당원

노동당은어떤역사관위에서대안을제시해야하는가?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Page 67: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65

적’일수없다는입장이다. 어떤학자가아무리자신이실증을중시한다고주장해도그사람의역사해석

은‘슬프게도’필연적으로정신세계에서의주도권다툼에일정부분발을들여놓을수밖에없기때문이

다. 실증주의를중시하시던故이기백선생께서편집인으로서발간하시던《한국사시민강좌》가결과적으

로한국좌파민족주의에비판적인입장을취할수밖에없었던것도그러한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고생

각한다. 또지난세기한국민주화세력이승리할수있었던것도결국관념세계에서의승리때문이라생

각한다. 그렇기에중립적인역사해석이란무릇허망하고심지어기만적인것이다.

이렇게본다면문재인의참배는민주진보진영의역사관에비추어볼때명백한배신행위일수밖에없

으며심지어무분별한이적행위에해당하는것이아닐수없다. 민주진보진영의역사관내에서의이승만

과박정희에대한해석은사라지고뉴라이트의역사관에서의이승만과박정희해석에무분별하게동조한

결과로밖에볼수없기때문이다.

문제는이러한민주진보진영의역사관과노동당으로대변되는좌파진영의역사관이다르지않다는

점이다. 역사관에있어큰차이가없는데도불구하고노동당을지지할이유가대체무엇인가? 새정치민주

연합을‘비판적으로지지’하는것이합리

적인 선택일 것이다. 당에서 논의되고 있

는 진보재편 주장이 허망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있다. 노동당이노동당으로서의정

체성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사관을

창출하는데에도실패했으면서할일을다

했다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통합하더라도

정파등록제를실시해정체성을유지할수

있다고주장하는것은어리석음을넘어기만적일수밖에없다. 설령재편에성공하더라도별다른의미가

없을것이다. 또한노동당도언젠가문재인과같은선택을할수도있다. 그렇기에노동당은노동당만의

새로운역사관을만들어야한다.

기존역사관과그한계 : 현실의배신과의도하지않은협력

어떠한역사관이정치세력의역사관으로서유의미해지기위해서는대략적으로인간관, 세계관그리고

그로부터도출되는당위성을갖춰야한다. 인간은어떤존재인지또그와동시에현실의한국과세계는

역사적으로어떻게형성되었으며앞으로어떻게발전할것인지, 그것이어떠한문제를지니고있고그문

제를어떻게개혁할것인지에대한세계관과당위성을갖추어야한다.

이를바탕으로기존진보좌파진영의역사관을간략하게나마분석해보자면, 기본적으로진보좌파진

영의인사들은맑스주의의영향때문인지모르겠으나인간을“사회적인존재”로규정하는경향이있다.

문제는 이러한 민주진보 진영의 역사관과

노동당으로대변되는좌파진영의역사관이

다르지않다는점이다. 역사관에있어큰차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노동당을 지지할

이유가대체무엇인가?

Page 68: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66

이러한인식때문에기본적으로개인의이기심보다는사회전체의공동체성을강조하며, 지난 100년동

안의독재와근대화로인해공동체성이파괴되고사회의비(非)인간화가진행되었다고파악한다. 특히나

세계자본주의의전개가신자유주의단계에접어들면서이러한경향이더욱심화되었다고파악한다. 좌파

들은이러한인식아래, 대안을노동세력의결집및투쟁의격화와그를통한자본주의의지양으로규정

한다.

그렇기에구체적으로좌파입장에서나올수있는현대사서사는다음과같다. 박정희정부는외국자

본을도입해수출중심의공업화를추진했다. 하지만외채에의존한성장으로경제는외국에종속되어갔

다. 정부는수출기업체에게특권을주며독점대기업으로성장시켰고, 노동자들에게는저임금과가혹한

노동환경을강요했다. 경제개발은이와같이노동자농민의피와땀으로이뤄진것이었다. 민중의투쟁으

로독재정권은몰락했고민주화를쟁취했으나외환위기와이후의신자유주의적정책을펼친민주당보수

정권하에서반(反)노동국가체제가완성됐다. 비정규직문제와대기업의착취문제등도추가될수있다.

통일에대한입장이빠진지나친단순화일수도있겠으나대략적인서사는이렇다.

앞서말했듯이이러한역사인식에서나올수있는당위성이란노동투쟁을격화해독점자본을타도하

고미일로대표되는외국자본으로부터의종속을단절하여자립경제를세우고신자유주의, 나아가자본주

의를타파하자는것일수밖에없다. 이런입장에서보자면보수세력은정치적파트너혹은경쟁자가아

니라제거해야할어떠한대상일뿐이다. 정당으로서의, 대안세력으로서의대안이전혀드러나지않는다.

수출진흥확대회의에참석한박정희 (사진 : 대한뉴스제998호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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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67

앞으로정권을잡으면어떻게하겠다는비전이없고그저시위나계속하겠다는것이대안이다. 누가표를

주고싶겠나. 냉정하게말하자면그렇지않은가. 또결정적으로이는역사적실재에부합하지도않기에

장기적으로지속이불가능한사관이다.

가령경제개발에있어박정희의비중은꽤나클수밖에없다. 후진국일수록제도화가덜되어서인치

(人治)가중요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누가대통령이며어떠한정책의지를지녔느냐에따라결과가판

이하게달라진다. 예를들어1965년 1월부터시작한월간경제동향보고회의는1979년까지총147회가개

최되었는데, 박정희가참여하지않은회의는1972년 5월단한차례였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66년부터

79년까지거의매월개최되어총152회개최되었는데, 박정희가참여하지않은회의는고작5번이다. 즉

박정희는거의100% 회의에참여했을정도로경제문제에열성적이었다. 이런그가경제개발에공로가없

다하다면납득하기힘들다. 인민들이과연

이러한서사를언제까지납득할수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서사로 인해

좌파, 더 나아가 진보 진영이 의도치 않게

뉴라이트와공조하게된다는것이다. 이승

만과박정희로부터“민중성”을이끌어내지

못하는이와같은저항대협력의이분법적

관점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자유민주주의

자로, 더나아가그수호자로축소시키면서오로지미국적자유민주주의만이대한민국의정통성에부합

한다는서사를써내려가고있는뉴라이트의사관에공조한다. 결과적으로좌파진영은친(親)대한민국이

냐반(反)대한민국이냐하는야바위에사로잡혀반공(反共)·반북(反北)좌파를자임하며좌파정치가기능

할수있는영역을스스로“자유민주주의”적틀안으로축소시키고있다. 본인의의도와는다르겠으나주

대환씨같은이가대표적인사례라할수있다. 이얼마나큰비극인가. 우리는우리나름대로역사를재

해석해활동영역을넓혀야만한다.

우리만의역사관이필요하다 : ‘우리만의’이승만과박정희를만들어내야한다

노동당이대안세력으로서집권하기위해서는좌파의입장에서적어도300년의역사를일관적이고정

합적으로해석해서, 그것을현재노동당이해결을목표로하는현실의문제와연결시킬수있어야한다.

그를위한이념은현실적으로사회민주주의밖에없다. 사민주의복지국가도결국에는해체되지않았냐는

식의주장은일단복지국가가실현되고나서해도늦지않다. 한국의발전단계는그런배부른소리를할

단계가아니다. 맑스주의와사회민주주의를지도이념으로규정하고구체적인목표는의회민주주의의대

표성확대와복지국가, 그리고그를위한생산력발전으로삼아야한다. 지면의한계로인해복지국가와

결과적으로 좌파 진영은 친 대한민국이냐

반 대한민국이냐 하는 야바위에 사로잡혀

반공반북좌파를자임하며좌파정치가기

능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자유민주주

의”적틀안으로축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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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역사만서술하겠다. 우리가주목할만한역사는17세기환곡제도에서부터1994년해체되는경제

기획원까지의경제에대한국가의개입이라생각한다.

조선왕조는상대적으로영토규모가작고, 주요곡창지대가동일한기상변화에직면하므로총곡물양

의연도별변동이컸다. 이를보완하기위해도입된제도가환곡제도이다. 환곡제도는정부가운영하는

곡물저장제도로서그총량이18세기초에는500만가마니였는데, 18세기후반에이르러서는1000만가

마니에이르렀다. 조선왕조는연간곡물총생산량의16%에달하는이막대한환곡중600만석을약100

만호에달하는백성들에게매년봄에종자와식량으로분배하였으며가을에10분의 1의이자를쳐서회

수했다. 이렇듯정부가춘궁기에종자와식량을분배함으로써소농들이그농업경영에있어안정성을획

득하게했다. 이시기조선왕조는지속적인경제성장과안정을이뤄냈다.

그러나계속된자연재해와제도의미비로18세기말1000만석에달했던환곡은1862년까지450만석

밖에남지않았다. 이런상황에서지방관료들은환곡을채우기위해조세수탈은강화했고당연하게도조

선왕조는권력정당성을더이상유지하기어려웠다. 그리고조선왕조는수많은농민봉기에직면한다. 정

부의권력정당성이무너지고어떠한원인때문인지아직믿을만한연구가없지만관료제마저와해되자

한국사회는외부의침략에대응할능력을상실해버렸다. 결국한국은식민지화의길을걷게되었다. 식

민지기식민권력의개입에대해서는논외로하겠다.

조선왕조의개입이현재의복지국가와마찬가지로생산력의증대와인민의재생산안정을주목표로

했다면, 해방이후의이승만의기획처와부흥부에서시작해박정희시기, 더나아가1994년까지존속했던

경제기획원은국민경제의관리라는차원에서국가가시장에개입하고자본을통제했다. 흔히들경제기획

원은그이름때문인지경제전반에대해‘기획’하는기구로알려져있으나이는사실과는다르다. 이진설

기획국장(1981)의주장에서알수있듯이경제기획원은“정보를종합하고그것을빨리행동으로옮길수

있는기동성있는”조직이었으며, “경제운영의사령탑”으로서“정책조정기능”을갖고있는조직이었다.

기획의기능보다는조정의기능을더강하게갖고있었으며특히 80년대이후정치(정당)와민간(자본)의

성장및개입에대응해이러한조정기능은더욱더중요해지고있다.

이러한주장에대해민주화된사회에서는경제기획원과같은기구는“개발독재”와연관이깊기때문

에더이상유용하지않다고하는주장이있을수있고실제진보좌파진영에서도이와같은주장을많이

한다. 그러나이는대부분경제기획원

에대한오해와무지에서비롯된주장

이다. 특히나 계획경제를 주장한다는

좌파들이이와같이국가와시장을대

체적관계로파악하는것은납득하기

어렵다. 좌파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기획원이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계획경제를주장한다는좌파들이국가와시장을

대체적관계로파악하는것은납득하기어렵다.

좌파들은경제기획원이국민경제의측면에서각

정부부처의정책과정치, 사회의이해관계를조

정/통합할수있었다는데주목해야한다.

Page 7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69

각정부부처의정책과정치(정당과 국회)및사회(자본을 비롯한 이해집단)의이해관계를조정및통합할수

있는기능을지니고있었다는점이다. 이를중심으로삼아현재의폭주하는경제권력을통제하고더높

은수준의발전을이뤄내야만한다.

이렇듯우리는박정희에게서“민중성”을끄집어내야한다.

그의민중성을폭정과연결시켜폭정을제거한, 재벌등에대한민주적통제라는담론으로이어가야

한다. 박정희찬양론을뒤집어재벌통제로나아가야한다. 그가재벌들을어떻게통제했는지, 그리고그

러한통제하에서인민들의실질임금상승등의진보가얼마나이뤄졌는지. 하지만그것이얼마나폭정에

가까운것이었는지보여주면서민주적통제성의필요를주장해야한다. 이런맥락에서우리는“폭력”에

의한재벌통제가아닌“민주주의”에의한재벌통제를주장해야하며무분별한시장주의가아닌“지도받

는자본주의”를다시역설해야한다. 그지도의주체가박정희가아니라민중이라는것을확실히못박으

면서말이다.

지난역사를이렇듯좌익의입장에서새롭

게해석해‘우리만의’이승만과박정희를만들

어냈을 때에서야 비로소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역을참배해도별다른문제가없을것이다.

지면이너무나도제한적이라굉장히제한적으

로문제제기만을주장했다. 물론이것은하나

의예시에지나지않는다. 다른방식으로역사관을만들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중요한점은우리만의

역사관이있어야한다는것이다. 정리하자면노동당이당으로서제대로된역할을하기위해서는서둘러

우리만의역사관을가져야한다. 내글이당의혁신을논의하고있는현상황에서유의미한문제제기로

받아들여졌으면좋겠다.

좌익의입장에서새롭게해석한‘우리만

의’이승만과박정희를만들어냈을때에

서야비소로이승만과박정희의묘역을

참배해도문제가없을것이다.

Page 7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70

새정치민주연합문재인대표가첫공식일정으로이승만·박정희전대통령묘역참배를

선택했다. 문재인대표역시지난대선후보시절에는무명용사의묘역만을참배했을뿐이

승만·박정희묘역은찾지않았다. 그는논란을의식한듯이승만·박정희에대한평가는

역사에판단을맡기고, 자신은국민통합을담당하겠다는입장을밝혔다. 그러나같은당의

의원들과지지자들은그의참배행보를거세게비판했다. 한편, 종편들은박근혜정권과전

면전을하겠다던대표직수락선언을꼬집으면서그의참배가모순적인술책에지나지않다

고비난을쏟아냈다. 국민통합을위한다던문재인대표의이승만·박정희참배는결과적으

로보수언론에게환영받지못했을뿐만아니라당내갈등까지도불러일으킨꼴이되었다.

이처럼이승만과박정희에대한평가는역사로만돌리기에는너무도첨예한문제다. 한

사람은부정선거로죽을때까지대통령자리에있으려다가시민들의시위에의해하야했

고, 다른한사람은아예대통령자리에서내려오지않기위해선거자체를무력하게만들

었다가자신의부하가쏜총탄에목숨을잃었다. 두사람의집권동안국가폭력에의해고

통받고목숨을잃은수많은사람들을기억하는이들은그들이현충원에묻혀있다는사실

조차인정할수없다고말한다. 이러한갈등은특정한정당에소속감을느끼는집단주체가

형성될때역사인식이얼마나중요한역할을하는지보여준다.

이들에대한평가가첨예한문제이다보니한인터넷언론에실린햄벨스당원의글에

관심이갔다. 진보진영이그간무시해온이승만의업적에관해설명하겠다는글이었다. 햄

벨스님은이글에서이승만의업적으로민족사회주의, 교육률증가, 농지개혁, 민주주의적

백승덕 징병제연구자, 서울서대문당원

역사에대한급진적인질문, 마이너리거들을위한정치로이승만·박정희의공과문제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Page 73: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71

선거정착을제시했다. 일종의‘막대구부리기’같은시도였다. 하지만햄벨스님의글역시이승만이라는

인물의업적에초점을맞추고있었기에정작드러내야할당대의구조적인문제들이시야에서사라지고

있었다.

근대성과식민주의의문제 : 앎을문제화하기

과거권력자의공과를묻는질문은어느쪽에무게를두든간에역사적사건을해당인물의능력문제

로환원하게만드는위험을안고있다. 특정인을선지자가아니면초인적인독재자처럼그리게되는것이

다. 그래서특정인의공과를묻는질문에대한가장급진적인대답은당대의권력관계를보다풍부하게

드러낼때에만찾을수있다. 공과에대한관심을내려두고당대에식민주의와냉전의길항작용이만든

상황에초점을맞추어야한다고비판했던것은이때문이었다.

논의를더구체적으로진행하기위해이승만정권기의징병제사례를살펴보자. 지금은병역이일종의

통과의례처럼자리를잡았지만, 식민지시기의징집기억이남아있던해방직후만해도징병제도입은통

치를불안하게만들수있을요소였다. 1950년대내내해당자의30% 정도가병역을기피할정도로병역

인식이라는것이자리를잡지못했다. 하지만한국전쟁이전에10만명에불과했던병력규모가휴전후에

는72만명까지늘어나게되어전면적인징병제를시행할요건을갖추게되었다. 또한 1957년부터는제

대자들의불만을받아들여이전까지학생, 생계부양자, 외아들등에게적용했던입영연기제도일체를폐

지하는초강수를두기도했다. 이러한결과물들은이후에박정희정권이‘입영률100%’를주창할수있는

조건이되었다.

이러한사실들에기초해서이승만은한국의병역인식강화에공이크다고평할수있다. 반대로이승

만은군사주의를강화했기때문에과가크다고평할수도있다. 그러나질문이여기에서멈춘다면우리가

다루는역사적사실들의끝은 (그것이선한것이든악한것이든)결국이승만의능력을향하게되어버린다.

물론강한대통령제를채택하고있

는국가의대통령은매우영향력있는

행위자임에틀림없다. 하지만신이아

닌이상자신을둘러싼구조와상황들

에제약받지않고오로지자신의의지

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그시대의조건들이만드는구조와상

황의영향속에서내려진판단이개인의것인지구조의것인지아니면우연의것인지를판정하기란대단

히어렵다. 그과정에서만들어진결과물중하나가징병제를시행할요건들이었다. 그래서특정인물의

공과대신에당대의권력관계를물을필요가있다.

신이아닌이상자신을둘러싼구조와상황들에

제약받지않고오로지자신의의지만으로판단

할수없다. 그래서특정인물의공과대신에당

대의권력관계를물을필요가있다.

Page 7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72

이러한관점에서‘이승만의판단’을다시살펴보자. 한국전쟁직후부터제대자들은전쟁중에학생들

이징집을피할수있도록했던입영연기제도에대해큰불만을표출했다. 이에따라국방부와문교부가

학생입영연기제도폐지와관련하여갈등을빚었다. 양부처간의논란은이승만이국방부의손을들어주

면서 마침내 결론이 났다. 여기서 이승만이 입영연기제도폐지를 결정하며 발언했던 내용이 흥미롭다.

“우리역사에서문무의갈등은언제나있었다. 하지만문보다무를천시할때국력이약해졌기때문에국

민개병에힘써야한다.”무를천시해서국력이약해졌던역사를본보기로삼아국방부에힘을실어줘야

한다는논리였다. 이러한역사인식은국방정책과관련한논의에서중요한근거로자주출현했다.

조선의숭문천무(崇文賤武)경향이국력을약하게만들어식민지로전락하게만들었다는역사인식은

사실이승만만의독특한해석은아니었다. 이는그당시역사학계가가지고있던관점이기도했다. 그렇

기때문에이승만의판단에도더욱힘이실릴수있었다.

그런데이러한역사인식은오래된것이아니었다. 일례로20세기초반에한국에서발행되었던신문들

은하나같이의병들의무장투쟁이교육을수단으로삼아민족을구원해야할문명화사명의발목을잡는

다고비판했다.《황성신문》의한기사는조선이문명을받아들이는데에너무뒤쳐져서위기를맞이했다

며이렇게잘라말했다. “이시대에구원의길은군사적인방법에의지하는것이아니라문화적인방법에

의지하는것이다.”이시기의문명담론을이끌었던지식인들에게교육은무력증강보다훨씬중요한일이

었다.

조선이문을숭상하고무를천시해서식민지로전락하게되었다는평가는일본의제국대학에서동양

사연구의일환으로조선사연구가시작되면서나타났다. 일본의조선사연구는자연스럽게식민주의관

병역기피자신상공개법안을다룬SBS뉴스보도화면 (사진 : SBS뉴스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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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73

점에서조선의전근대성을분석했다. 특히후발제국주의국가였던일본의경우문명과진보등의근대성

을선명하게내세우기가비교적어려웠기때문에조선의전근대성을확실히규정할필요가있었다. 이러

한관점에서일본의조선사연구는조선이식민지가된까닭을일본제국주의자들의팽창욕망이아니라

조선의문약(文弱)에서찾도록이끌었다. 또한일본의도움이없이는전근대적습속에머물러정체된조선

이강하고합리적으로변할수가없었다고분석했다. 식민지에서해방된한국에서역사학자들은민족주

의를주창하였지만근대역사학의방법을통해자리잡은인식을부정할수는없었다. 따라서이인영처럼

식민사학을극복하겠다는역사학자도조선의문약이식민지로이끌었다는이전의식민주의역사학의전

제가‘객관적견해’라며수용했다. 이승만은이와같은당대의역사인식이만든기반위에서국방부의손

을들어주는판단을내렸던것이다.

따라서인물의공과가아니라당대의권력

관계를묻는다는것은이처럼당대의앎을규

정한구조와상황들을비판적으로따져볼때

가능해진다. 이때고려해야할중요한요소가

바로식민주의와근대성이다. 제국주의에집

중하는이들은레닌의유명한정의에서출발

하여영토와자원에대한일방적인약탈을강

조하는반면에식민주의를강조하는입장은식민지가된지역의사람들에게분석의초점을맞춘다. 초점

이제국의중심에서식민지로향하는것이다.

식민주의를문제로삼는관점에따르면, 소수의식민지배자들은다수의식민지민들을다스리기위해

물리적폭력이상의방법을모색할필요가있었다. 식민지배자들은식민지민들에게근대성이결여되어

있다는것을설득시키고자노력했다. 그래야만앞선근대성을지닌자신들의지배를정당화할수있기때

문이었다. 이러한배경에서근대역사학등이식민주의를싣는중요한매개체가되었다. 식민주의역사학

의영향을받은당대의역사인식은1950년대의냉전적세계질서와함께이승만의판단을만들었다.

병역기피자를위한정당 : 경험의탈식민화

이승만의공과가아니라당대의앎을공략한다고해서이승만의독재에대한비판이무뎌지는것은아

니다. 오히려당대의앎에기초했던이승만의통치가만들어낸또다른시대조건들이우리시대의정치적

조건에까지이어지고있는연속성까지도비판할수있도록돕는다.

위에서언급했던입영연기제도사례로돌아가보면, 당시신문들은입영연기제도폐지로인해학생들

뿐만아니라생계부양자들이나2~3대독자들이예외없이입대하게되어끼니를해결하기어렵게된가

족들의사정을보도했다. 혼자아이들을키우던아버지가군대에끌려간뒤에어린아이들이밤낮없이

인물의 공과가 아닌 당대의 권력관계를

묻는것은이처럼당대의앎을규정한구

조와상황들을비판적으로따져볼때가

능해진다. 이때고려해야할중요한요소

가바로식민주의와근대성이다.

Page 7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74

울며지낸다거나, 길거리단속에걸려서입대한자식을찾으려고노모가매일경찰서앞에찾아온다는소

식들이그당시의분위기를짐작하게해준다. 이승만의역사인식은국력을강하게하기위해입영연기제

도를폐지하는것이진리라고답을내렸지만, 그진리에서배제되어그나마근근이이어오던생계마저위

태로워진사람들이길거리에나앉게되어버린것이다. 하지만정책을입안하고최종결정을내리는지배

자들은이와같은고통스러운경험들을부수적인것으로취급했다. 새로운국민국가의지배자들또한마

치식민주의자들처럼본인들에게는자신들의근대적세계상에따라국민들을이끌어야할문명화사명이

있다고믿었기때문이다. 정치가길거리에나앉은평범한사람들의느낌과경험을반영하기는커녕식민

화한것이다.

문제는정치가일상의경험을식민화하는행태가아직도이어지고있다는점이다. 올해부터시행될병

역기피자인터넷신상공개가대표적인사례다. 성범죄자들에게하듯이사회에신상을까발려병역기피

를근절하겠다는제도다. 애초에새누리당

송영근의원이내놓았던개정안은병역을

기피하기위해해외에체류하고있는이들

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부

특권층의병역기피로논란이일자그에호

응하여국외체류병역불이행자들에게합

법적으로사회에서모욕을줄수있도록만들었다. 하지만국회논의과정에서국외체류자들만신상을

공개하는것은형평에어긋난다는이유로국내병역기피자들까지포함하도록수정되었다.

그러나여기에는깊은함정이있다. 지난5년간병무청에서적발한병역기피자119명중연예인, 체육

인이55명으로절반을차지하고있는데, 이들은특권층이아니라‘마이너리거’들이기때문이다. 법안심

의때문에국회에출석한병무청차장은병역을기피하는체육인들의성격에관해다음과같이말했다.

“체육인은거의1부리그에서는별로유혹을안받습니다. 상무를가든어디를가든충분히자기가활동하

는데문제는마이너리그에있는애들이문제입니다. 전부이쪽애들이, 군에가면자기인생이끝나거든

요. 그러니까모든수단을가리지않고…”듣고있던법률안심사소위위원장윤후덕의원또한이렇게답

했다. “아니, 인생끝나는애들을뭐하러군에데리고가요.”

이러한사정을고려한다면, 앞으로인터넷에신상이공개될병역기피자들중상당수가‘군대가면죽

는애들’일가능성이높다. 하지만이개정안은‘인생끝나는애들’걱정을하던윤후덕의원을포함한

228명찬성에1명기권으로통과되었다. 찬성의원들의이름을살펴보면슬퍼지기까지한다. 국방위소속

김광진을포함한새정치민주연합의원들, 심상정을비롯한정의당의원들, 그리고얼마전헌법재판소가

해산명령을내린통합진보당의원들. 이번개정안만장일치통과는정의당이나통진당처럼국회국방위

에자당의원들을넣지못한진보정당에게특히나중요한문제다. 거대양당이국방위에서합의해서만든

것을확인없이만장일치나다름없게통과시켰으니…. 모든법안을다다루기에는여력이없는것이현실

일상의 경험을 식민화하는 행태가 아직도

이어지고있다. 올해부터시행될병역기피

자인터넷신상공개가대표적인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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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진보정당운동의역사관 75

이겠지만, 오히려이런사안이야말로진보정당이존재감을드러낼수있는계기가될것이다. 예컨대병

역기피자인터넷신상공개를계급적으로볼수있도록한다거나, 평화주의의관점에서반대할수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기존의원내정당에이러한기대를품기는아직어려워보인다. 문재인의참배와관련해정의당

노회찬전대표는“대한민국을만들고지켜온분들에게경의를표해야한다면현충원무명용사탑과보라

매공원의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을참배하면족하다”고평했다. 반만맞는말이다.

무명용사들은말이없다. 지배세력은그들이누구인지, 어떤삶을살았는지알수도없을뿐더러그리

알려고하지도않는다. 왜냐하면텅빈그이름안에무엇이든넣을수있기때문이다. 자신들의정치적이

해도쉽게넣을수있다. 그래서무명용사의묘역을참배하는일은현실정치인들에게매우안전하다. 반

면에고유한얼굴이있는‘마이너리거’병역기피자들은다르다. 지배세력은질서라는명목으로그들에게

병역기피자라는이름을부여한다. 그들에게부정적인그위치를받아들이라고요구한다. 그러나그자리

에가만히있다가는경력이단절되고심지어신상공개로인생이끝나는이들은가만히있을수가없다.

여기에서급진적인질문이발생한다. 왜군대에가야하는것이지? 무엇을지키기위해서? 이승만·박정

희의공과에만관심을두고있다면절대로발견하지못할질문들이다. 이처럼식민주의와근대성의기원

과본질에대한근원적인회의가바로급

진적인질문이다.

‘국민’에 호소하는 정당들은 살아 숨

쉬고있지만이름이없는마이너리거들의

현실을볼수없다. 원내정당들은노동당

이나 녹색당과 같은 원외 진보정당을 두

고현실을잘모른다고말한다. 그러나전

직대통령의공과만을따지는입장으로는

결코볼수없는현실이있다. 이승만·박정희의공과를넘어역사에보다급진적인질문을던지는정당

이필요한까닭이여기에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공과만을 따져서는 결코

볼수없는현실이있다. 민주의와근대성의

기원과본질에대한근원적회의, 즉급진적

인질문을던지는정당이필요한까닭이여

기에있다.

Page 78: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76

홍원표 정책실장

슈퍼집아저씨도, 치킨집사장님도전국민산재보험으로

정책포럼

같은사고, 다른보장

업무중이던노동자가교통사고로재해를입으면어떤보상을받을수있을까? 이경우

산재보험과자동차보험모두로부터보상을받을수있다. 다만, 같은내용으로중복보장을

받을수는없다. 두보험모두보상을받으려고할경우, 한보험의혜택외에추가적혜택

부분에대해서만다른보험에청구할수있다. 두보험사이에차이가있다면, 산재보험은

노동자의과실유무와관계없이산재보험혜택을모두받을수있으나(무과실책임주의), 자동

차보험은본인의과실유무에따라보상금액이달라질수있다(과실책임주의).

그렇다면, 대리운전중이던노동자가교통사고를당하면어떻게될까? 굉장히복잡해진

다. 우선대리운전노동자의법적노동자성을따져산재보험보장여부를판단하게된다. 대

리운전노동자는이른바특수고용노동자로사실상노동자지만법적으로는자영업자신분

으로위장채용되어산재보험당연가입대상자에서제외되기때문이다. 이경우산재를적

용받기위해서는소송등을통해노동자성을인정받은후에야가능하다. 자동차보험은노

동자가가입한자동차보험의종류에따라보장범위가달라진다.

마지막으로동네슈퍼집아저씨가배달중교통사고를당한다면? 산재보험이불가능하

다. 특수고용노동자와달리노동자성을다툴여지조차없는사업주(자영업자)이기때문이다.

이경우에는개인이가입한자동차보험또는상해보험의종류에따라보장을받게된다.

Page 7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정책포럼 77

그렇다면배달을같이나간사장님이다쳤을경우에는산재보험이가능할까? 슈퍼집아저씨와는달리

노동자와함께배달나간사장님은가능하다. 현행<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산재보험대

상사업의사업주역시보험가입자로규정하기때문이다. 이를보통당연가입사업주라고한다.

산재보험은보편복지?

위에서예를든네경우모두다‘일하다’다친경우지만, 경우에따라공적보험의혜택을받거나못

받는다. 공적 보험이 고용 상 지위

에따라적용범위를달리하기때

문이다.

2013년기준으로산재보험적용

률을 살펴보면, 산재보험 적용 노

동자(보험가입자)는1,544만명으로

임금노동자 대비 83.9%의 적용률

을보여주고있으나, 전체취업자를기준으로할경우에는61.9%에불과하다. 일하다다쳐도10명중4명

은고용상지위때문에산재보험보장을못받는다는말이다.

이처럼모든사람이산재보험적용을받지못하는이유는현행산재보험법이노동자만을대상으로

하고있을뿐아니라, 노동자중일부에대해서는적용을제외하고있기때문이다. 산재보험법제6조는법

의적용대상을‘근로자를사용하는모든사업또는사업장’으로규정하고있어우선자영업자및무급가

족종사자등비임금노동자를원천배제하고있다. 또한적용예외규정에따라공무원/군인/교사, 선원,

소규모건설업노동자, 가구내고용활동종사자, 상시노동자수가1명미만인사업장노동자, 농업/임업/

어업/수렵업중법인이아닌자의사업으로서상시노동자수가5명미만인사업장의노동자등을적용대

상에서제외하고있다.

적용제외대상중가장많은숫자를차지하는업종은자영업자다. 2013년기준547만명에달한다. 적

용제외임금노동자는300만명에육박하는데, 이중공무원/군인/교사/선원등별도법률에의한재해보

장이가능한업종이 60%를차지하고, 나머지 40%는규모가작거나상시적노사관계파악이쉽지않은

2013년기준산재보험적용률을살펴보면, 산재

보험적용노동자는전체취업자의61.9%에불과

하다. 일하다다쳐도10명중4명은고용상지위

때문에산재보험보장을못받는다는말이다.

<표> 산재보험적용률(2013년기준, 단위 : 천명)

취업자(A)임금노동자 비임금 산재보험적용 적용률 1 적용률2

(B) 노동자 노동자(C) (C/A) (C/B)

24,962 18,414 6,548 15,449 61.9%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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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사업장으로 (아마도)행정적이유로제외된사업장이다.

대다수의사회보장은근대적노동시장을중심으로형성되어왔고산재보험역시마찬가지였다. 특히

산재보험은대부분의나라에서여러가지사회보장중가장먼저공적보험으로자리잡아여타다른사회

보장의발전을이끄는역할을하기도했다. 초기산재보험은지금과는달리사용주의불법행위에따른재

해보상의성격이강했다. 즉사용자의과실이인정될경우(사용자의 불법행위로인한 재해)재판을통해보

상을청구하는과실책임주의방식이었다. 이후산재보험은이러한절차를거치지않고노동자에게신속

하고확실한보장을위해무과실책임주의로전환되어왔다. 산재보험의특성과산재보험의발달역사는

공적보험으로서의산재보험주대상자가

노동자일수밖에없는이유를충분히설명

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근대적 사회보장 제도

는산업의 발달과 이에따른 다양한 고용

형태의 출현, 그리고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한 비정형 노동자의 확대 등으로 인해

그공적기능이한계에다다랐다. 한국산재보험법의경우무려6개의특례조항을갖고있는데, 이역시

근로복지공단의산재보험안내문 (사진 : 근로복지공단홈페이지)

근대적사회보장제도는산업의발달과이에

따른다양한고용형태의출현,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인한 비정형 노동자의 확대 등으로

인해그공적기능이한계에다다랐다.

Page 8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정책포럼 79

산업발달에따른다양한고용형태의출현과신자유주의에의한비정규고용형태확대와무관하지않다.

산재보험법상적용대상이아님에도불구하고특례조항을통해적용하는대상은국외사업노동자, 해외

파견자, 현장실습생, 중소기업사업주, 특수고용노동자중일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수급자중자활

참여자등이다. 이중국외사업노동자와해외파견자의경우국가단위사회보장제도의사각지대를해

소하기위한것이고, 나머지4개의특례조항은모두노동자처럼일하되법적‘노동자성’을인정받지못

하는노동자의문제다.

사회보험적용기준으로서의노동자성?

우리가통상노동관계법이라고부르는법은세가지범주로나눠볼수있다. 첫번째는개별적노사관

계를규율하는법체계이고, 두번째는집단적노사관계를규율하는법체계, 마지막으로노동시장을중심

으로형성된사회보장을위한관련법규들이다. 한국의경우개별적노사관계의대표적법률은근로기준

법, 최저임금법등이고, 집단적노사관계를규율하는법률은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있으

며, 사회보장과관련해서는고용보험법및산재보험법, 그리고고용상지위를근거로적용하는사회보장

법등이여기에포함된다.

노동자라함은사회적으로는일을하는사람이라는의미지만, 법적권리를보장하는노동법에서의노

동자는이보다엄밀한정의를갖고법의목적에따라그개념정의도차이가난다. 개별적노사관계는임

금, 노동시간, 휴일, 휴게시간, 해고등의문제를다루며노사관계성립과동시에노동자와사용자의권리

와의무가자동으로발생하기때문에가장엄밀하게노동자성을따진다. 예를들어, 최저임금이나휴일

(사진 : 근로복지공단홈페이지)

Page 8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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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은사용자가법에보장한수준이상을보장하지않으면처벌을받거나의무이행의책임이발생하기

때문에이를적용할노동자성에대해서도엄격하게따지게된다.

반면집단적노사관계를법으로규율하는이유는노사간의대화와협력, 갈등조정등당사자들의자

율적조정을보장하기위한것이기때문에개별적노사관계처럼엄격한노동자성과사용자성을따질이

유가없다. 개별적노사관계에서는노동자와사용자가사용종속관계에놓여있는가아닌가가매우핵심

적인데반해, 노조법상사용자와노동자는반드시직접적사용종속관계일필요가없다. 예를들어산별

이나지역사용자단체의경우산별또는지역노동자에대한임금지급, 휴일보장등근로기준법상의직

접적사용자책임을갖지는않지만, 성실교섭의무등노조법상사용자의책임을져야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의 경우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비용부담주체를명확히하기위해

노동자성과사용자성을따지는것이기에개별

적 노사관계나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만큼 노

동자성의구분이본질적이지않다. 또한사회

보장이 보편적일수록 그 적용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성의 의미가 축소

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처럼 제도 도입

초기노동자만을대상으로하다대상이확대되는경우, 노동자성여부는비용부담주체문제를제외하고

는더이상큰의미를갖지않게된다.

국제기준은산재적용범위확대

앞서살펴보았던산재보험법특례조항은산재보험도입이후제도적확대를극히제한적으로허용한

경우다. 해외의경우에는초기도입시피고용자, 즉임금노동자만을위한제도로도입되었으나, 점차적

용범위가넓어져왔다. 가장일차적인확대대상은농민과자영업자였으며, 가정주부와학생은물론전

국민을대상으로하는경우까지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2002년발간한<산재보험제도의국제비교연구>에따르면, OECD 30개국중전국

민을대상으로산재보험을시행하는국가는네덜란드와뉴질랜드가있고, 취업자뿐만아니라가정주부,

학생등미취업자도일부적용범위로포괄하는국가로는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노르웨

이, 덴마크등이있으며, 자영업자까지적용대상으로하고있는국가가 23개국, 피고용인만을대상으로

한국가는7개국으로나타났다. 피고용인뿐만아니라자영업자까지도대상으로한23개국중에서자영업

자전체를대상으로한국가가14개국, 자영업자중일부만을대상으로한국가가9개국으로나타났다.

사회보장은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비용

부담주체를명확히하기위해노동자성

과 사용자성을 따지는 것이기에 개별적

노사관계나집단적노사관계만큼노동자

성의구분이본질적이지않다.

Page 83: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정책포럼 81

슈퍼집아저씨도, 치킨집사장님도전국민산재보험으로

최근에는투쟁이다소소강(?) 상태이긴하지만, 한때특수고용노동자문제의해법으로산재보험노동

자성확대가주요요구사항으로등장한바있다. 이는실질적으로산재적용을통해특고노동자의노동

조건을향상시키자는의미도있었지만, 근로기준법이나노조법보다는상대적으로관대한사회보장법상

의노동자성인정을얻어내겠다는의도역시담겨있다.

익히알고있다시피특수고용노동자는사용자가노동자를자영업자신분으로위장하여근로계약이아

닌도급형태로계약을맺음으로서사용자책임을회피하고노동자로서의권리를박탈한경우다. 노동자

성을인정받지못함으로써근로기준법과노조법의기본권리는물론각종사회보장제도에서도소외당해

그고통이두배세배에달할수밖에없던상황에서, 산재보험상노동자성을확보하는것은그자체로매

우중요하고의미있는일이다.

하지만, 이러한접근은산재보험의주요대상이피고용노동자이며, 그외계층은예외적적용으로한

정된다는 기본 골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산재보험의노동자성을확대하고자했다는

점에서한계를갖고있는것이기도하다.

노동당은2012년총선부터산재보험개

혁을위해노동자성정의확대를넘어자영

업자를 포함한 경제활동 인구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을공약으로제시했다. 슈퍼집아

저씨도, 치킨집사장님도, 그누구라도일하다다치면고용형태와상관없이치료와재활, 그리고생계를

보장받아야한다.

노동당은2012년총선부터산재보험개혁을

위해노동자성정의확대를넘어자영업자

를포함한경제활동인구의산재보험의무

가입을공약으로제시했다.

Page 8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82

2월 6일저녁의신촌카페체화당. 세미나실이있는지하로들어오는나무계단이연신

삐걱소리를냈다. 행사가시작되고한시간이지났지만장내는부산했다. 더이상의자하

나보탤곳도없는공간에사람들이계속들어섰다. 40명쯤인가세다가는세기를포기했다.

눈대중으로파악하건대60여명이‘서울의밤’을함께했다.

어느덧4회를맞은서울적록포럼얘기다. 무슨자리냐고? 이름에다나와있다. 서울, 그

리고적록. 노동당과녹색당의당원들로구성된기획단이판을깔고, 서울의다양하고복잡

한이슈들을적/록/청년이각각의관점으로비교발제함으로써서울시정책을비판적으로

검토해보는자리다. 그럼으로써나아가청년당원의정책역량을키우고, 두진보정당의지

향과제안을포럼참가자들에게공유하는자리이기도하다.

서울적록포럼은순항중

각설하고, 서울적록포럼은순항중이다. 첫포럼은‘이화여대기숙사증축공사’를다뤘

다. 개발하려는‘대학’과원룸수요를유지하려는‘지역사회’, 도시숲을보존해야한다는

‘환경단체’, 그리고안전한주거지를원하는‘대학생’이상호충돌한복잡한문제였다. 이

복잡미묘한문제가단순히지역vs 대학생의구도로만이야기되는상황을깨고, “청년주거

문제의해법, 대학과지역사회, 도시의숲보존문제등통전적관점으로접근”해보고자했

다. 이해당사자들이포럼현장을가득채우는‘퍼포먼스’까지곁들여져현장분위기는그

야말로‘핫’했다.

지금서울에서가장‘핫’한포럼,서울적록포럼입니다

강남규서울적록포럼기획단, 서울동작당원

지역에서현장에서

Page 8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지역에서현장에서 83

2차포럼에서는‘지역상권’에대해이야기했다. 특히대학생청년의생활공간으로서대학가상권에초

점을맞췄다. 이제는익숙한용어가된젠트리피케이션현상, 그속에서지워지는공유된기억, 불안정노

동에시달리는자영업자의현실같은것들이키워드였다. 노동당은특히자영업자계급-불안정노동에,

녹색당은공간과기억의측면에초점을맞춰발제를진행했다.

3차포럼은‘서울, 청년, 거버넌스’를키워드로삼아서울시의청년정책을평가해보는자리였다. 박원

순서울시장은청년명예부시장을두는등‘서울시-청년거버넌스(=공공경영)’정책에주력해왔다. 이러

한정책이겉보기로는신선하고또호의적으로보이지만, 그이면에숨겨진한계점들을놓쳐서는안된다

는문제의식으로발제를진행했다. 특히‘진보정당’에소속된청년의관점에서정책을바라보고자시도했

다. 이날포럼은서울시청년사업의코어라할만한은평구청년허브공간에서이뤄져나름의의미를더

하기도했다.

그리고가장최근에진행한4차포럼의주제는‘서울의밤’이었다. 24시간내내불빛이꺼지지않는도

시, 그것이한편에서는활력있는도시의상징으로주장되지만한편에서는야간노동과에너지과잉소비

의현실을반영할뿐이다. 노동당과녹색당은후자의관점을견지하며‘서울의밤’을파헤쳤다. 야간노동

을존재하도록하는도시의조건은무엇인가, 도시의밤을밝히기위한에너지는어디서오는가. 이런질

문들을품고진행된포럼은기대했던것이상의무수한질문들을남겼다.

서울적록포럼 1차포스터(좌). 3차포스터(우)

Page 8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84

왜지금, 서울적록포럼인가?

왜지금서울적록포럼일까? 이것은정말로의미있는움직임일까? 4차포럼에참석했던한참석자에

게포럼에참석한이유를물으니“이런얘길하는곳이여기밖에없다”고답한다. 이말이많은걸설명해

줄수있지않을까. 박원순시정과오세훈시정의가장큰차이가있다면, 그것은바로시민단체와협업하

는시정이라는점이다. 하지만협업의무게중심이관에쏠려있는한그질서로부터의탈주는불가능하다.

서울적록포럼은노동당서울시당과서울녹색당이라는‘박원순저격수’가기획하고차려둔, 지금까지와

는전혀다른이야기를할수있는최고의판인것이다.

“서울을지금보다한걸음, 다른방향으로향하도록만드는긴공정에들어간다.”서울적록포럼을통해

이루었으면하는바람이라면서, 김상철서울시당위원장이페이스북에올린말이다. 포럼에참석한사람

들은마치이런주제를기다렸다는듯이온갖말을쏟아낸다. 때로는사회자가통제하기힘들정도로이

야기가불어나기도한다. 이말들을잘주워담고갈고닦아하나의정책결과물로만들어낸다면김상철

위원장이바라던그‘공정’을이뤄낼수있지않을까. 물론그공정의주인은당연히노동당일것이다.

서울적록포럼, 당조직사업으로서의역할도

서울적록포럼은포럼자체의의의뿐만아니라당조직사업으로도성과를내고있다. 일단정당에대해

4차포럼현장을가득메운사람들 (사진 : 강남규)

Page 87: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지역에서현장에서 85

일정한장벽을지닌사람들이거리낌없이정당행사에참석할수있는기회가되어준다. 실제로지난포

럼들, 특히4차포럼에서는열명가량의비당원이참석했고그중일부는적극적으로발언을하기도했

다. 동시에서울적록포럼은비활동당원들에대한조직사업이기도하다. 서울적록포럼을계기로당활동

을시작하고당원들을만나기시작한청년당원들이많다. 이들은다음포럼의발제자가되거나, 또는기

획단에참여할만큼적극적인활동을하고있다.

서울적록포럼의파급력은지역으로까지미치고있다. 광주, 영남의청년당원들로부터서울적록포럼을

참고해보고싶다는연락이왔다. 지역청년당원들을모아활동을시작하겠다는장기적기획의발판으로

써포럼을준비하고있는것이다. 좋은흐름이다. 이런연락을받을때마다힘이불끈난다. 더많은연락

을기다린다.

더나은서울을만드는데관심있는당원이라면누구나, 나처럼기획단으로참여할수있다. 실제로매

회포럼이후에기획단이한두명씩꾸준히보강되고있다. 연락주시라. 혹기획단참여까지는부담스럽

다면, 포럼에서다뤄봤으면하는주제를적극적으로추천해주셔도좋다. 아이템에목마른포럼기획단이

두팔벌려반길거다. 그주제에대해본인이발제하고싶다는의사까지내비쳐주신다면금상첨화다.

포럼에참석하지못했거나당일발언을돌아보고싶은분들을위해속기록과자료집, 기획안등을구

글드라이브에모아두었다. 도움이되길바란다. http://goo.gl/vJp0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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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Page 8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빨간도시교통이야기 87

지난 1월 27일박원순시장은기자회견을통해서그동안논란이되었던서울역고가도

시공원사업을공식화했다. 작년 9월에‘하이라인을뛰어넘겠다’고밝힌데이어, 새롭게

조성되는고가도시공원의설계에대한국제현상공모가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박원순

시장은이프로젝트가“건설을통해파괴하는과거방식보다는도시재생방식을통해시민

삶에보탬이되는새로운가치를창출해나가고자한다”고강조했다. 박원순시장은40년

이넘은고가를도시공원화하는것에대해‘도시재생’라는말을붙였다. 재생이라는말은,

쇠퇴한것을되살린다는의미이다. 고가라는시설의낡음이안전에문제가있어철거하는

데이를재생한다니선뜻무슨말인지모르겠다. 특히서울역주변이여타광역도시와같이

쇠퇴하고있다보기도힘들다.

서울역고가는1970년에지어졌고, 2006년부터는구조적안정성때문에오가는차량의

무게를 13톤이하로통제해왔다. 그리고2011년정밀안전진단결과D등급이나와2015년

까지철거가예정되어있었다. 이때문에2013년, 2014년관련고가철거계획은물론예산

역시반영되어있다. 이미서울시는아현고가를철거한데이어올해만해도서대문고가의

철거를시작할예정이다. 도심내통행량을늘리기위해만들었던고가는안전도안전이거

니와도심내공기질문제에서부터, 교통수요관리라는측면을고려할때점차줄여가는것

이기본적으로타당한방향이라할수있다. 이런상황에서느닷없이도시재생이니뭐니하

면서, 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튀어나왔다. 그것도도시재생이라는이름으로, 걷고싶은도

시라는이름으로.

걷고싶은거리, 어떻게상품이되는가

김상철 서울시당위원장

빨간도시교통이야기

서울역고가프로젝트의허와실

Page 90: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88

공약으로시작하다

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공식적으로언급된것은2014년6월지방선거당시박원순후보의공약집에서

였다. 당시서울역고가프로젝트는전혀논쟁거리가되지못했다. 워낙뜬금없기도했지만세월호참사

이후진행된지방선거에서박원순시장은정권심판이라는대세속에오히려‘조용한선거’를치르며현직

의프리미엄을누렸다.

사실이공약에서언급하고있는서울역고가프로젝트는작년9월이나올해1월에발표한서울역고가

프로젝트와관련된공식적언급보다함의하고있는것이크다. 첫번째는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정확하

게 도시개발 사업임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

이다. 서울시의발표이후문화영역등에서

걷고싶은거리혹은걷기좋은도시라는말

을사용함으로써자동차길이었던서울역고

가를대비시키는걸볼수있는데이는말도

안 된다. 기본적으로 서울역고가를 철거한

다는것자체가도로를없애는것인데, 이것

이어떻게차량중심의사고라고할수있는가. 중요한것은고가에차량이다니는가, 사람이걸어다니는

가가아니라고가를없앨것인가존치할것인가다. 그래서서울역고가프로젝트를인근역세권개발과연

동하여관광자원화하겠다는생각이또렷한공약의내용을눈여겨볼필요가있다. 두번째는비용측면

에서당초철거비용이었던 148억원보다 238억원이늘어난386억원을책정하고있다는점이다. 굳이

재활용할수있는시설을돈을들여철거하기보다는시민들이이용하는공원으로사용하면더좋지않느

냐는말인데, 오히려도시공원으로의활용이철거비용보다갑절이상소모된다는점이잘드러난다. 이런

지방선거 당시의 박원순 후보 공약집은

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정확하게도시개

발사업임을명시하고있다. 당시공약의

내용을눈여겨봐야하는이유다.

서울역고가프로젝트는60개공약중 18번째로, ‘따뜻한개발, 따뜻한도시’분야에포함되었다.

Page 9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빨간도시교통이야기 89

사실은이후추가적인발표에서조차언급된바없는내용이다.

흥미로운점은그이후진행된행정절차가예상을벗어날정도로빨랐다는데있다. 2014년 8월부터

갑자기자문회의가열리고국제현상공모를위한지침들이논의되기시작한다. 동시에서울역고가프로

젝트의타당성을검토하기위한용역발주가이루어졌다. 사업추진을기정사실화하고이를합리화하기위

한사실상‘청부용역’이진행된것이다. 이배경에는8월에확정된시장방침이있었다. 이때부터는사업

의진퇴여부가중요한것이아니라‘어떻게무리없이추진할것인가’로정책방향이바뀐다. 사실상맥락

이바뀐것이다.

하이라인이라는상품

지난해9월24일, 공식적으로는최초로이프로젝트를밝히는자리에서공개된보도자료의헤드라인

이“박시장, 서울역고가하이라인파크넘는녹지공원으로”였다. 아마이자리에서하이라인이라는사례

를 처음 접했던 사람도 적지

않을것이다. 그도그럴것이

하이라인은 비교적 최근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뉴

욕에위치한하인라인고가는

도로가 아닌 철로로서 1934

년에개통된고가다. 이후철

로로서활용가치가떨어지면

서 화물차들이 다니는 도로

로 이용되다 1980년에 폐쇄

되면서 철거가 예정됐다. 그

리고 1999년뉴욕시장줄리

아니가 철거 요구를 받아들

여 사실상 철거가 확정되지

만, ‘하이라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하는 보존운동이

시작되면서 공원화 논의가

시작된다. 이후 2006년이되

어서야착공식을하고, 2009

년에첫번째구간이, 2011년

위는하이라인을모방하여만든서울역고가프로젝트의청사진이고, 아래는현재하이

라인이 실제 거주자들의 삶과는 유리된 판타지만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디즈니 월

드’로표현한뉴욕타임즈의기고란이미지다.

Page 9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90

에두번째구간이완성되었다. 원래노후화된도심내고가를도시공원으로바꾸면서인근거주자들의

주거환경을개선한다는목표가있었으나, 사실상지가상승에따른거주지교체가이루어졌다. 개발이익

은부동산개발업자들이독점했고전통적인지역상권은무너졌다. 특히관광객들이몰리면서, 관광객의

편의가거주자들의불편이되는모순이지속적으로발생하고있는것도하이라인사업의결과다.

서울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서울

역 인근의‘거주’문제를 쉽게 망각하

는경우가많다. 하지만서울역서부역

방면에서한겨레신문사가있는만리재

고개 쪽은 수많은 서민주거층이 살고

있는 삶터임과 동시에 영세한 출판사

나중소기업들이자리잡고있는일터

이기도 하다. 서울역고가는 정확하게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를 연

결하는보행도로의역할을하게된다.

결국기존의다양한정주생태계에영

향을 주리란 걸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하이라인을 모방하려면 이에

대한공과를제대로살피는것이필요

했다고본다. 현재의상황에서서울시

가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예산을 사용

해가며 공론화도 되지 않은 서울역고

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를 찾으

라면, 결국서울역주변에정체되어있

던도시개발사업에서찾을수밖에없

다.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과서울역

서부지역에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다

수의개발사업을염두에둔것이다. 그

리고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하이라인

에서 참조한 지점은‘경제적 효과’와

‘비지니스’측면에서 본 관광객의 필

요일뿐이다.

하이라인 공원화 사업 이후, 인근에서 49년이나 장사를 해왔던 상인이 내

걸었던폐업안내문. 장사의마지막날이지만자신은한번도이를비지니스

라고생각하지않았고‘삶의방법'이라고생각했다는소회가적혀있다.(위)

뉴욕시의 경제개발공사에서 분석한 주요 도시공원 조성에 따른 상권 변화

를보면, 하이라인에서걸어서 5분거리이내의경우 2003년에비해 2011

년에 2배이상늘어난것을확인할수있다.(아래)

서울역고가프로젝트가하이라인에서참조한것은

‘경제적효과’와‘비지니스’측면에서본‘관광객

의필요’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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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도시교통이야기 91

걷고싶은도시? ‘누가’걷고싶은도시인가

최근몇몇민간영역의활동가들이서울역고가프로젝트에결합하고있다는소식이들린다. 이미공공

조경가라불리는환경운동영역, 문화운동영역의활동가들이동원되었다. 말로는탈근대지만추진방법은

전형적인근대성을벗어나지못한모순, 개발이라는욕망이거칠지만익숙하게비집고나오는모습을확

인할수있다. 서울시의행정정보공개중에

서가장폐쇄적으로운영되는것이서울역

고가프로젝트다. 가장 기본적인프로젝트

(안)조차 비공개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대보행자, 과거대미래, 보수대창조라는

우스운대립구도로이문제를끌고가려는

움직임이보인다. 이들이말하는주장은대

개가옳다. 자동차보다는사람이편한도시가되어야하고과거와같이파괴일변도의개발보다는보존하

고바꿔나가는혁신이필요하다. 하지만도시가얼굴을바꿀때, 그안에서살고있는사람들도바뀌어왔

다는냉정한현실을부정할순없다. 미안하지만, 하이라인이그랬고지금상태의서울역고가프로젝트도

그럴것이다. 그래서, 유명한세계은행의보고서를본따묻자면“당신들이말하는걷고싶은도시는‘누

가’걸을수있는가?”

“당신들이말하는걷고싶은도시는‘누가’

걸을수있는가?”도시가얼굴을바꿀때,

그안에서살고있는사람들도바뀌어왔다

는건부정할수없는냉정한현실이다.

Page 9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92

과도하게비싼등록금, 너무나많은사립대학, 명문대서열체제…. 오늘날의한국대학

문제를말할때빠지지않는문제점들이다. 그러나이러한문제가사실어제오늘생긴일

들이아니라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 이미한국에서고등교육이출발한1950년대부터

이러한문제점들은계속지적되어왔다.

1946년보성전문학교가고려대학교로승격한이후기존의사립전문학교들이대학으로

잇따라전환했다. 그뿐아니라기존의전문학교에서전환한형태가아닌, 신설대학들도상

당수등장했다. 이렇게대학들이늘어나게된데에는몇가지이유가있는데, 먼저국가적

차원에서건국과정의인재양성을위한교육정책으로대학설립이장려되었다는점을들

수있다. 그뿐아니라, 고등교육의통로가매우협소했던일제강점기가끝나자, 그동안막

혀있던교육을통해계층상승을이루려는국민들의열망에따라고등교육기관들이등장

했다는해석도가능하다. 그러나이글에서주목하고자하는요인은종교계와기업인, 지주

들이나름의사회봉사차원에서, 혹은기득권과토지의자산유지를위해대학을비롯한교

육기관들을설립했다는점이다.1)

토지개혁이불러온사립대학의과잉팽창

1949년6월21일, 제헌국회는농지개혁법을제정한다. “농지를농민에게적절히분배함

한국대학체제의형성③

이승만정권기의사학팽창

김예찬서울강남서초당원

연속기획

1) 오성배《사립대학팽창과정탐색: 해방후농지개혁기를중심으로》, 2004, 한국교육31호. 이후표와그림자

료는해당논문에서주로인용하였다.

1950년대의고등교육정책

Page 9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연속기획 93

으로써농가경제의자립과농업생산력의증진으로인한농민생활의향상”을꾀했던농지개혁법은그성

격과내용에대한이견은있을지언정, 토지개혁에대한국민적열망을반영한것이었다고주로평가받는

다. 그런데1949년제정된농지개혁법은‘학교및종교단체’의자경농지를토지매수및분배대상에서제

외하고있다. 자경농지뿐아니라, ‘문교재단의소유지는별도의정하는바에의해매수’한다고되어있는

데, 이는교육재단소유지는일반지주들의소유지와달리관계법이추가로제정되기전까지토지개혁의

대상에서제외한다는내용이었다.2) 이후제정된문교재단소유농지특별보상법(1951)은문교재단이소유한

토지에대해서는농림부의일반보상15할의지가증권이외에문교부가15할의지가증권을추가발급한다

는특혜를담고있었다. 눈치빠른지주들은이러한토지개혁에대응하여, 사학재단들을설립하기시작했

다.

실제로, 1945년이전설립되어있던고등교육기관은총22개(전문학교 포함)였는데, 1950년에는 47개

로증가한다. 1945년부터50년사이에증가한고등교육기관은총25개학교였으며, 이가운데국립대학

이9개학교, 사립대학이16개학교로사립대학이압도적으로많다.

이처럼지주들의재단설립과토지기부로인한사립대학의증가는당시의국민소득과인력수요에비

해과잉팽창된것이었으며, 이는이후1950년대내내대졸자취업률이30~40% 수준을밑돌게하는결

과를낳는다. 1954년당시한국의국민소득대비대학인구비율은당시미국의4배, 영국의15배수준으

로, 사학의갑작스러운증가로인한경제규모에걸맞지않은고등교육인구는사회적문제로여겨지기도

했다.3)

2) 1949년농지개혁법6조1항5호“공인하는학교, 종교단체급후생기관등의소유로서자경이내의농지. 단, 문교재단의소유지는

별도의정하는바에의하여매수한다.”

3) 《사학문제의해법을모색한다》(2012) 中김정인, <한국사학형성의역사와구조적특성>을참조

오늘날의주요사립대학다수가이시기집중적으로설립되었다는것을확인할수있다.

Page 9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94

사립대학증가로인한문제들의대두

이렇게대학생의수가늘어난상황에서, 등록금문제역시대두되었다. 1950년대내내학기초마다총

통화량의20~25%가대학등록금으로들어가는현상이반복되었다. 뿐만아니라, 신설사립대학들이초

기에는상당한출연재산과기금을가지고대학인가를받았지만, 한국전쟁으로인한시설파손이나수익

저하로인하여거의모든사립대학이대학운영

을등록금수입에의존하게되는상황이된다.4)

이러한상황에서각대학들은재정마련을위해

무리하게 학생 수를 늘렸고, 딱히 대학 정원에

대한정부통제수단이존재하지않았던1950년

대 내내 많은 대학들이 자신들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여학생들을모집하게되었다. 청강생제

도(오늘 날의 편입), 야간대학, 수시입학등이그러한마구잡이학생확보의도구가되었다. 이러한현상이

극도로심화된1960년에는, 사립대학정원이5만4천명인데비해재학생수는7만8천명에이를정도였

다. 이는당연히대학교육의질적저하를불러올수밖에없었다.

그뿐아니라애초부터기업가와지주의토지자산보존을위해생겨난대학이었기에, 사학운영의사유

화와독점화현상이나타나기도했다. 개인이설립한대학24개중15개교가장기적으로설립자본인및

친인척에의하여운영되었고, 이러한사유화현상이수십년동안지속되어사학재단을특정개인의사유

물로인식하는경향이오늘날까지도이어지고있다.

정치권력과사학의유착으로인한문제의심화

이처럼사학이사유화되고, 권력화된것은이승만정권의방임이그원인이기도했다. 문교부는사학

들이학생들로부터등록금뿐아니라각종납부금들을걷을수있도록허용해주었으며, 정부의기준을넘

어서는등록금을징수한대학들에대해서도별다른조치를취하지않았다. 당시의정치엘리트들과교육

엘리트들이동일했던것이그원인이기도한데, 아직지배엘리트계층의분화가심하지않은상황에서

정치권력과사학의유착이심할수밖에없는구조였던것이다.

여기에대해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전국사립대학연합회가출범하여교육의자유와대학의자율을

4) 등록금문제를다루고있는1950년대신문기사를통해상황의심각성을확인해볼수있다. 경향신문1957년5월24일기사에따

르면“전국55개국공사립대학학생약8만여명의태반이제2기분납입금을내지못하고있어대거제적처분을당할상태에놓

여있다. 특히39개사립대학은과중한납입금으로인해지금현재재적학생의약7할이미등록상태에있다고문교부관계관은

말하고있어학교운영재단이미약한학교는자연도태될운명에처하게될것이라고한다. 이러한등록부진상태는결국5만환

내지8만환에이르는막대한등록금에비해태반의학생들은이를일시에납입할경제적여유가없음에기인하고있다.”

대학생의수가늘어난상황에서등록금

문제 역시 대두되었다. 1960년대 내내

학기초마다총통화량의20~25%가대

학등록금으로들어갔다.

Page 97: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연속기획 95

표방하면서정부로부터대학운영의자율성을관철하려했던점을주목할필요가있다. 이때전국사립대

학연합회초대회장은이승만정권하에서문교부장관을지냈으며연세대총장을역임하고이후참의원

의장을지내게되는자유당출신백낙준이었고, 부회장은대한민국헌법을기초한법학가이자고려대총

장을지낸교육가로서이후1960년대민주당총재를지낸유진오였다. 여야를막론하고당시의정치엘리

트들은곧사학재단과밀접한교육엘리트로서, 사학재단의이익에민감하게반응할수밖에없었던것이

다.

대학서열화문제의등장

오늘날까지지속되고있는사학서열화현상역시1950년대부터그조짐을보였는데, 이러한서열화

에가장큰역할을했던것은미국을비롯한국제사회의교육원조기금이었다. UNCRA(유엔 한국재건단),

FOA(대외활동본부), ICA(국제협조처)등한국으로쏟아진국제적인교육원조의절반이상이고등교육에할

당되었는데, 이중60%가서울대에집중되었다. 1950년대후반이되면고등교육원조의90%가국립대에,

나머지10%가사립대에공여되는데, 국립대원조액의80%를서울대가, 사립대배당원조액의90%를고

려대와연세대가독점하는상황이발생한다. 한편, 미국인에의해설립된기독교계사학이었던연세대와

이화여대는미국의기독교재단과대학들에의한기금원조를통해수혜를받을수있었다. 이는후발주

자인다른사립대학과의격차를더욱벌리는계기가되어사학의양극화현상을낳았고, 대학의서열화를

고착시키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

Page 98: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96

길냥이를아십니까

길고양이들을도둑고양이라고부르던시절이있었다. 돌보는이가없어마당에말리는

생선이나쓰레기통을뒤져먹다보니그렇게불린것. 하지만언제부터인가이들을길고양

이, 길냥이라고부르기시작했다. 그리고사료를가져다주는등이들을보살피는사람들이

하나둘생겨났다. 그들을‘캣맘’이라고부르기도한다. 2013년, 동네에서구의원하던시절

나는처음이들의존재를알게되었다.

의회가열리지않는날종종자전거를타고관내순찰을하곤했는데, 어느날엔가공원

에서쓰레기를열심히치우는여성분을보았다. 다가가서어떤이유로청소를하는지물어

보았더니자초지종을설명했다. 고양이밥을주는입장이라서눈치가보여, 공원관리인들

이나이용객들에게잘보이기위해서그런다고. 자식챙기는엄마같은마음이었다. 그분과

많은이야기를나누었다. 중성화수술이야기며유기동물에관한의견까지. 뭔가도움을드

리고싶어전화번호를나누고헤어졌다.

그리고 2014년 6월선거가있었다. 당시나는동네슈퍼앞마당을빌려폐목재로지은

가건물을선거사무소로썼다. 거기서나는‘캣맘’을다시만났다. 나의관심사는그분의한

표였고그분의관심사는오로지고양이였다. 매달사료비만수십만원을지출할정도로애

정이깊은분이었으니.

선거캠페인은안중에도없던그녀가내게던진말은, 선거가끝나면선거사무소를철거

하고남은목재를자기에게넘기라는것이었다. 그게왜필요한지물었더니길냥이집을가

리는울타리, 가림막을만드는데필요하다고했다. 행인들중에는종종길냥이집을향해

길냥이에게도집을

화덕헌부산해운대구당원

메아리공업사②

Page 9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97

돌을던지거나심지어불을놓는사람도있다고한다. 가림막을쳐서보이지않도록하겠다는심산이었

다.

이야기를이리저리섞다보니, 결국목재만필요한것이아니고연장도필요하고목수도필요하다고실

토를한다. 선거가끝나면기꺼이도와드리겠다고약속을했다. 마침나는낙선을했고, 백수가되어(!) 시

간이넉넉해졌다.

소문난길냥이집짓기

울타리를만들기위해캣맘과함께현장을둘러보고나서몇가지문제점을발견했다. 갑자기비가오

면사료통에비가들어사료가다젖

는다는 것, 그리고 박스나 스티로폼

으로 만든 길냥이 집은 너무 부실하

다는것이었다.

우선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사

료집부터만들어보았다. 현수막막

대기와 공사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

재를모아, 자재가모이는만큼씩작

업을 진행했다. 지붕이 문제였는데,

데모용이나선거용피켓으로쓰고버

리는포맥스(플라스틱판)나폼보드같

은화학제품을재활용했다.

본격적으로 길냥이 집을 짓기 시

작했다. 먼저, 여러번시행착오끝에

집내부의적정크기를정했다. 너무

크면겨울철보온문제도있어적정크

기가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

크기는높이30cm, 너비30cm, 깊이

40cm다. 출입구는전면중심보다조

금 높게 뚫어주고 처마 끝에서 최대

한 안쪽으로 위치시켜 비를 막을 수

있게하면좋다. 고양이는워낙유연

한 동물이라 출입구를 크게 만들 필박스의틀을짜고합판을붙인다. 보온효과를위해버려진스티로폼을합판

사이에덧대었다.

Page 100: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98

요가없다.

현수막막대를이용해서박스의틀을짜고합판을양면으로붙이는데, 이때사이에스티로폼을넣는

게포인트! 합판은아무래도내구성이부족하고습기에약하므로바깥에폐팔레트를외벽타일처럼한겹

더붙여준다. 습기도막아주고보온도된다. 폐팔레트외벽은친환경방부액을발라서부패를방지하고

투명라카를한번더발라내구성을높인다.

금방소문이나기시작했다. 가까운기장군캣맘에게서도연락이왔다. 재료비를마련해줄테니우리

동네에도지어달라는것이다. 폐자재를가지고만들다보니구색이모자라완성이더딘경우가종종있었

는데, 재료비를준다고하니열심히팔레트같은폐목을주우러다녔다. (폐지와깡통줍기를그만둔시점과

일치한다.̂ )̂

길거리동물에대한연대에도진보운동의길이있다

길고양이에게사료를주거나집을설치하면고양이가늘어난다고걱정하는분들이간혹있다. 하지만

고양이는무한번식하지않는다. 고양이는자기영역을가지는동물이고영역범위에서일정한개체수가

유지된다.

고양이를싫어하는분들중에는막연한터부때문에싫어하는분들도있겠지만, 아무래도발정기간중

의울음소리가원인인경우가많다. 각지자체에서실시하는중성화수술을이용하면고양이들이번식도

바깥에 폐팔레트를 한 겹

더붙이면습기를막고보

온력도높일수있다.

Page 10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99

않고소란도피우지않는다.

약자에대한감수성이라는측면에서보자면, 길거리동물을보살피는마음부터가그시작이아닐까생

각한다. 주변생명에대한작은관심과애정으로시작되는연대에도진보운동의길이있다고믿는다.

길냥이 집을 두 단으로

쌓아 길냥이 아파트가

되었다.

초기의길냥이집 길냥이집내부

Page 10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100

LGBT 인권포럼이LGBTI 인권포럼으로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매해연초에<LGBT 인권포럼>을개최하고있습니다.

2007년차별금지법제정운동을통해결성된성소수자운동연대체인무지개행동은인권

포럼을통해성소수자운동의양적성장을이뤄왔고, 지난해포럼에서는처음으로대학성

소수자동아리연대체가기획을갖고참가하는등보다다양한성소수자의현실을논하는

공론장이되고있습니다.

LGBT에 대한 노동당원들의 이해도는 높지만 친절하게 한번 더 반복하자면,

Lesbian(여성동성애자), Gay(남성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성전환자)를

부르는 줄임말입니다. 8년 동안 이어온 LGBT 인권포럼이 올해부터 이름을 바꾸어

<LGBTI 인권포럼>이됩니다.

짐작하셨겠지만LGBT에덧붙여진 I는‘아이폰’같은스마트기기작명법을따라한것

이아니라, 성적소수자의한집단인Intersexual(간성)에서따온글자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보통남성염색체XY 또는여성염색체XX 가운데한가지만가지고있지만생식기는남

녀의것을모두갖고있으며, 태아가분화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현상으로알려져있습니

다.

적지만분명히존재하는사람들, 인터섹슈얼(Intersexual)

인터섹슈얼은2천명가운데한명꼴로나타난다고알려져있습니다. 남한인구5천만

올해부터는<LGBT‘I’인권포럼>입니다

성정치칼럼

박자민성정치위원

Page 103: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01

명을기준으로국내에는약2만5천명의인터섹슈얼이있다고짐작할수있습니다. 분명적지않은숫자

이지만현재인터섹슈얼로살아가고있는사람은2만5천명보다훨씬적은숫자일것입니다.

인터섹슈얼임을인지하는경우는크게두가지로, 남녀생식기가모두뚜렷하게형성되어영유아기에

부모가인지하는경우와2차성징이나타나는시기에신체가빠르게변하며숨겨져있던다른생식기가

드러나는경우가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가발주하고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

연구회가실시한 <한국 LGBTI 커뮤니티욕구조사>에따르면이렇게인터섹슈얼이인지되면, 영유아의

경우는부모의성별선택에의해, 2차성징이나타난이후의경우는이전까지살아온성별을근거로다른

쪽생식기를제거하는수술을통해앞으로살아갈성별을선택하게됩니다. 물론한쪽생식기가발달하지

않아인지하지못하는경우도있습니다. 그리고드물게의료행위를하지않고인터섹슈얼로사는것을결

정하는사람들도있습니다.

인터섹슈얼로살건한쪽성기를제거하고남

성또는여성을선택하건자신의정체성을근거

로내리는결정은존중받아야합니다. 또한우

리가그들의선택을존중할준비가되어있는지

도따져보아야합니다.

인터섹슈얼로살건남성또는여성을선

택하건자신의정체성을근거로내리는

결정은존중받아야한다. 우리는그들의

선택을존중할준비가되어있을까?

인터섹슈얼에관한영화《두개이지않은성》의한장면

Page 104: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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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사람들’, 사회가확인해야

지난연말,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는낯선단어가며칠씩인터넷포털사이트의검색순위상위권에

머문일이있습니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은간성의한유형으로XXY염색체를지니는것이특징이며, 외부

생식기로는큰차이가드러나지않으나생식능력에는제한이있을수있습니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을가지고태어난아이를살해한것으로추정되는한사람이아이를따라자살한이

비극적인영아살해사건은, 언론에의해남녀성기를모두가진소수자를마치‘사파리관람’하듯다뤄졌

습니다. 검색순위에서‘클라인펠터증후군’이사라지며사람들의관심은사라졌고, 부모에의해자신의

의지와무관한성별결정수술을받고있는간성인과그들이강요받는남성/여성성별이분법은문제시

되지도않았습니다. 물론, 남자아니면여자만존재하는사회에서남자도여자도아닌아이를낳아혼란

과불안을겪는사람이적절한도움을구할곳조차없다는사실또한여전합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부정해왔을뿐, 인터섹슈얼은21세기의지구온난화

로갑자기나타난돌연변이가아니라역사속에계

속존재해온사람들입니다. 또한과거에도없는셈

치고넘어갔으니지금도없는셈쳐도되는사람들

이아닙니다. 간성인의인권은물론, 사회와인류가

인터섹슈얼은 21세기 지구온난화로

갑자기 나타난 돌연변이가 아니다.

부정해왔을뿐, 역사속에계속존재

해온사람들이다.

영문 페이스북 개인정보 수정 메뉴.

생물학적성별인 sex(섹스) 대신사회

적 성인 gender(젠더)를 표기했으며,

female(여성)/male(남성) 외에도

custom(사용자 개별 입력) 선택지를

추가했다. 아랫줄엔 성별 인칭대명사

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이

곳에서 성 중립적인 인칭대명사를 선

택할수있다. 또한 이러한설정변경

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친구나 대중

에게 공개될 수 있음을 알리는 안내

메시지를 띄워 의도치 않은 커밍아웃

(아웃팅) 방지에도 노력한 점이 돋보

인다.

Page 10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03

진보중이라는것을확인하기위해서라도‘보이지않는’사람들을사회가확인해야합니다.

제3의성인정국가가되도록하는것또한노동당이가야할길

해결책은지금당장손바닥에놓인스마트폰에서찾을수있습니다. 페이스북은지난해2월회원개인

정보입력메뉴에서남성과여성만선택할수있었던성별선택란에제3의성을입력할수있는‘사용자

개별입력’선택지를추가했습니다. 이선택지를선택하면자신이결정한자신의성별정체성을입력할

수있습니다. 뿐만아니라페이스북상태를다른회원에게소개할때자동으로생성되는문구에서‘이남

자’또는‘이여자’로표기되는인칭대명사도성중립적인‘이사람’으로바꾸는것이가능해졌습니다. 아

쉽게도페이스북한국어서비스는이기능이활성화되어있지않은것으로확인되어성정치위원회는페

이스북코리아에시정을요구할예정입니다.

인간이세상의이치를다아는것은어렵겠으나, 적어도세상이‘모아니면도’라는이분법으로굴러가

는것이아니라는것은알수있습니다. 남과북만있는것이아니라동과서도있고, 철수와영희만있는

것이아니라바둑이도있습니다. 그리고새누리당과새정치민주연합만있는것이아니라노동당이있습

니다. 이분법을넘어서는결단이한국

사회를 진보시킬 것입니다. 현재 제3

의성을인정하고법체계를전환한나

라는호주, 독일, 태국, 네팔정도가있

습니다. 다음제3의성인정국가는한

국이 되도록 하는 것 또한 노동당이

가야하는길입니다.

노동당 성정치위원회는, 3월 21일부터 22

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되는 2015

LGBTI 인권포럼‘우리는원한다’에서녹색당·정의당

소수자위원회와함께 진보정치와성소수자에대한토

론섹션(3월21일 오후1시 예정)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광고

Page 10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104

사철(私鐵)이만든철도의나라

일본철도의역사는 1872년도쿄신바시와요코하마를잇는도카이도선이건설된해를

기점으로시작한다. 한국철도가1899년경인선개통으로시작됐으니27년이빠른셈이다.

일본의철도건설은같은시기철도건설에매진하던영국이나미국등다른국가들과마찬

가지로민간자본이주도해건설하고운영하는형태로이뤄졌다.

우리나라의경부선이나호남선에해당하는도카이도선이나도호쿠선같은도시권역사

이를이어주는기간선의건설과관리는국가가맡았지만도시권역내를이어주는도시철도

건설주도권은민간자본이지배하는사철이쥐고있었다. 조선이강제병합당한1910년이

후모든철도가조선총독부철도국을거쳐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손을타고해방이후철

도청으로넘어오는, 일관된운영주체를유지한한국철도와는상황이다르다.

한국에서는관이주도적으로철도를건설하고철도의관리를맡는일원적지배를당연

하게여기게됐다. 한국에서철도는나라의것이라는인식이자연스럽게뿌리박히게된것

이일본의한반도강점때문이라는걸생각하면역설적이기도하다.

그러기에일본철도의역사는사철을빼놓고얘기할수없다. 신칸센으로대표되는JR 7

개사의위상과입지는압도적이

지만일반시민들의생활을좌우

하는 통근과 통학, 시내이동은

대부분사철을통해이뤄지고있

다. 난카이가 멈추면 오사카 남

부가정지되고한큐가멈추면오

사철(私鐵)이만든철도의나라

오덕 칼럼

성민규서울동작당원

난카이가멈추면오사카남부가정지되고

한큐가멈추면오사카북부가마비된다는

말이있을정도로사철은일본지역사회

내에서강력한영향력을행사한다.

Page 107: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05

사카북부가마비된다는말이있을정도로사철들은일본지역사회내에서강력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

다.

그이유는대형사철들의설립시기와설립과정을통해유추해볼수있다. 일본에서주요대형사철로

구분되는 16개사의설립연도를보면 1884년에창립한난카이전기철도를시작으로대부분 19세기후반

에서20세기초반에몰려있다. 일본의도시화와산업화가가장급속도로추진되던시기에민간자본이철

도산업에뛰어든것이다.

철도가가진운송력과군사적유용성에주목한일본정부는2차대전말기오사카와와카야마를잇는

한와선을시작으로대도시주변의사철노선을강제매수하고, 전시기업통합정책을시행하며사철통폐합

을밀어붙였다. 철도의국가관장력을높이려는시도였다. 하지만결국대형사철들의핵심노선들을끌

어안는데실패하고종전을맞았다. 종전이후국가가사들인노선들은한와선같이일본국유철도(JNR)로

함께넘어가거나다시사철회사에환원되고억지로통합된회사들이다시분사하는과정을겪으며원래

상태로되돌아갔다.

부동산에서프로야구까지

전후의급속한경제성장과그과정을통해형성된과다하게밀집된대도시권등여러면에서한국과

일본은사회적, 역사적궤적을비슷하게밟아왔다. 하지만한국과일본의도시건설과대중교통의발달은

다른식으로진행됐다.

일산과분당, 판교등수도권신도시로대표되는한국의도시개발이정부주도의택지개발과도시건설

이후도로와철도가따라들어가는형태로이뤄졌다면일본의도시권은사철회사가철로를놓고철도회

사가그주변의부동산을개발하는형태로발달했다.

회사명 설립연도 운행지역 회사명 설립연도 운행지역

난카이전기철도 1884년 오사카,와카야마 케이오전철 1948년 도쿄, 카나가와

도부철도 1897년 동북수도권 도쿄메트로 1941년 도쿄

세이부철도 1897년 사이타마, 도쿄 오다큐전철 1948년 도쿄, 카나가와

도쿄급행철도 1922년 도쿄,카나가와 킨키일본철도 1944년 도카이, 케이한신

게이힌급행철도 1948년 도쿄,카나가와 케이한전기철도 1949년 교토,시가,오사카

사가미철도 1964년 카나가와 한신전기철도 1899년 케이한신

나고야철도 1894년 기후, 아이치 한큐전철 1906년 교토,오사카,효고

케이세이철도 1949년 도쿄, 치바 서일본철도 1908년 큐슈

<표1> 일본 16대사철의설립시기와운행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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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사철회사들은여객운송뿐만아니라부동산개

발과백화점등의유통업을겸업하며막대한이

윤을 창출했다. 일본인들은 철도회사가 개발한

부동산에서사철이제공하는교통편으로통근하

고사철이운영하는쇼핑센터를이용하며사철이

운영하는야구단의경기를보러가는것이다.

철도회사들은철도수요를만들며지역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막대한영향을미쳤다. 한신전기철도는1924년자사의선로가지나는효고

현의니시노미야근처의땅을사들여고시엔야구장을짓고한신타이거즈야구단을만들어수요를창출

했다. 한큐전철은간사이의작은도시인다카라즈카에극단과극장을건설해간사이권의관광수요를창

출했고지금은외국인들도극단공연을보기위해일부러찾아가는도시로만들었다.

일본프로야구역사도철도를빼놓고얘기할수없다. 사철들은자사의철도를이용하는사람들에게

회사의이미지를제고하고같은운행계통을공유하는사철사이의차별성을만들어승객의충성도를얻

기위해경쟁적으로프로야구에뛰어들었다.

지금은오릭스의소유로넘어간긴테츠버팔로즈, 소프트뱅크로주인이바뀐난카이호크스, 일본의

인기구단인한신타이거즈등이철도회사간의경쟁이가장치열한간사이에서만들어진이유는그런이

유에서였다. 더불어도쿄에연고를두고있는야쿠르트스왈로즈의본래주인은국철(JNR)이었다.

오사카한큐전철 (사진 : 정정은편집실부장)

일본인들은철도회사가개발한부동산

에서 사철의 교통편으로 통근하고 사

철이 운영하는 쇼핑센터를 이용하며

사철이 운영하는 야구단의 경기를 보

러가는것이다.

Page 10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07

치열한경쟁

어디까지나사철은민간자본이기때문에도시계획과지역균형을고려해노선을건설, 운영하기보다

돈이될만한노선을중심적으로개발하고운영하는것이현실이다. 그러다보니같은구간을3개회사의

철도가나란히달리는등의진풍경이펼쳐지기도한다.

사철이가장발달한간사이에서오사카에서고베, 히메지로이어지는구간은4개철도회사가5개의노

선을놓고경쟁중이다. 한큐전철, 한신전기철도, 산요전기철도가JR 서일본의도카이도본선, 신칸센과

경쟁하고있고, 거기에준대형사철인고베전철이버티고있는상황이다.

오사카를중심으로한케이한신지역이일본의인구밀집지역이기에수요가있고, 철도노선에바이패

스가생겼다는점은바람직하지만민간철도노선의난립과그로인한경쟁격화는또다른문제점을낳았

다.

사철들은 요금을 내리는 경쟁보다 시설

과속도를중심으로경쟁을시작했고, 이구

간을지나는열차들의표정속도가많이올

랐다. JR서일본은일반전철에쾌속등급보

다더빠른신쾌속이라는등급을도입하며

속도경쟁을본격화했다.

JR서일본은사철을중심으로발달한간

사이의도시권에서다소어긋난역의위치와비싼가격이라는약점을갖고있었다. JR서일본은다른사

철회사들과의경쟁을위해 130Km로열차의운행속도를올리고, 배차간격을초단위로관리해서약점을

보완했다. 열차를운행하는철도노동자에게살인적으로느껴질운행수준이었다.

JR서일본은기관사들이오버런을했거나배차간격을지키지못했을때, 인격모독수준의일근교육을

강제해회사의지침을반드시준수하게만들었다. 결국 2005년 JR 후쿠치야마선에서기관사가지연된

열차를무리하게회복시키려과속하다열차가탈선해107명이죽고560여명이다치는대형참사가벌어

졌다.

사고이후, 조밀한열차운행시간표와시간엄수에대한회사의강박이사고의원인이었다는분석에

따라운행시간을늘리고기관사들에대한노무관리도다소유연해졌지만여전히철도회사간의과당경쟁

으로이지역철도노동자들은강한노동강도에시달릴수밖에없는상황이다. 사철들이만든철도왕국의

이면에는이윤과효율만을앞세우는철도회사의경영, 노동자들을극한상황으로내모는과도한경쟁이

숨어있었다.

사철들은요금을내리기보다시설과속도를

중심으로경쟁을시작했다. 결국2005년JR

후쿠치야마선에서는지연된열차를무리하

게 회복시키려 과속하다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참사가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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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언론의무리한‘박원순’까기,중요한건팩트다

조윤호 <미디어오늘> 기자

최근종편을중심으로박원순서울시장의가회동새공관을일컬어28억원짜리‘황

제공관’이라고보도해논란이일었다. 전세 28억을비싸다고볼수도있지만옛혜화동

공관이시세120억이며, 다른공직자들의공관과비교해매우싼값이라는점을알게되

면이러한보도는허망해진다.

종편의‘황제공관’보도는소위말하는‘조지는’보도에가깝다. 언론이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조지다’보면자연스럽게무리한보도가생겨난다. ‘오보’도생겨난다. 보수

언론이가장두려워하는상대, 박원순서울시장을무리하게조지다발생한오보를정리

해봤다.

조선일보, 박원순이‘학교폭력은선생님잘못’이라고말했다?

지난2012년 5월 15일스승의날중대한오보가하나나왔다. 조선일보는이날서울

대방동강남중학교를방문한박원순시장이교사들앞에서‘학교폭력이참이해가안가

요, 그건전적으로선생님잘못이라고생각합니다’라고말했다고전했다. 조선일보는“스

승의날학생들앞에서학교폭력을일방적으로교사탓으로돌린박시장의발언이적절

했느냐. 그런지적이나오고있다”고비판했다.

이보도는조선일보단독보도였다. 그러나이보도는곧거짓으로밝혀진다. 서울시가

다음날인 16일녹취자료롤공개했는데, 이자료에따르면박시장의발언은다음과같

다. “학교폭력은참이해가안가요. 그건전적으로성인들의잘못이라고저는생각해요”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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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성인’을‘선생님’으로둔갑시킨것이다. 기성세대의책임을지적한말이선생들이잘

못가르쳐서애들이친구들을때린다는식으로둔갑해버렸다. 조선일보도오보를인정했다. 조선일보

는17일<바로잡습니다> 코너에서“독자여러분과박시장께사과드린다”고밝혔다.

기자가환청이라고들은걸까? 기사를쓴기자에게직접확인은못했으나미디어오늘이서울시를

출입하는기자로부터들은이야기가있다. 어떻게든박원순시장을조질만한내용을구해오라는데스

크의지시가계속이어지면서현장에있

던조선일보기자가스트레스를받았고

그 와중에‘성인’을‘선생님’으로 잘못

들었다는것. 의도적왜곡이아니었다니

다행이지만 기자가 처한‘웃픈’현실을

보여주는대목이다.

조선일보의또다른오보, 5시간이나늦온박원순의‘늦장대응’

조선일보는2013년 7월 16일, 박시장과관련해또다른오보를저질렀다. 2013년 7월 15일서울

동작구의노량진배수지에서상수도관설치를하던인부7명이수몰돼1명이사망하고6명이실종하

는참사가발생했다. 조선일보는박원순시장이이사고에늦장대응을했다고주장했다.

조선일보의비판근거는다음과같았다. “‘사고발생30분만인이날5시30분쯤문승국서울시

부시장이현장에도착했지만박원순시장은밤 10시 25분쯤에야모습을드러냈다. 늦장대응아니냐

는비판이나오고있다”부시장은30분만에사고현장에도착했는데박시장은5시간이지나서야사

고현장에도착했다는주장이었다.

2012년 5월 16일조선일보 10면갈무리

삶과문화 109

박원순시장을‘조질’만한내용을구해오라

는계속된지시에스트레스를받은기자가

‘성인’을‘선생님’으로잘못듣고오보를내

보냈다. 기자의‘웃픈’현실이다.

Page 11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하지만조선일보의주장은사실이아닌것으로드러났다. 미디어오늘취재결과문승국부시장은

오후9시26분에현장에도착했다. 박시장이도착한시간과1시간밖에차이가나지않았다. 문시장

은미디어오늘과의통화에서“언론에서제대로사실확인도안하고악의적으로소설을썼다”고말했

다.

서왕진당시서울시장비서실장도미디어오늘에다음과같이밝혔다. “박시장은당시예정된만찬

을취소하고집무실에서도시락으로저녁을해결한뒤에현장상황에대한결과보고를받고8시25분

경에현장으로출발을해서2시간만에도착을했다”박시장이2시간만에도착한이유는한강대교

남단부터소방본부차량과경찰차가두개의차도를막아서교통체증이발생했기때문이다.

물론당연히박시장이사고직후바로도착

하지않았다는비판을할수있다. 하지만비판

에있어중요한것은팩트다. 이기사는아직도

수정되지않고조선일보온라인홈페이지에그

대로걸려있다.

1년전자료로박원순조지는문화일보의‘뜬금포’

언론의‘정치인’조지기가가장극성을부리는시기는선거때다. ‘석간조선일보’라불리는문화

일보는지난해5월‘서울시·충남도안전관리꼴찌’라는기사를내보냈다. 세월호참사로안전문제가

이슈화되는속에서박원순시장과안희정충남지사를겨냥한기사였다. 문화일보기사내용은다음과

같다.

“여객선진도침몰참사로재난·안전관리가핵심쟁점으로부각된가운데지난해광역자치단체

평가에서서울과충남이광역시·도중꼴찌를기록한것으로나타났다. 9일안전행정부가정부업무

평가기본법에따라발표한‘2013년지방자치단체합동평가’따르면서울은안전관리분야에서69.9

점을받아특별·광역시중최하위를기록했다. 충남도같은경우는72.4점으로8개도중꼴찌였다”

이기사에는중요한오보가있다. 기사는‘9일안전행부가발표한지자체평과결과’라고출처를밝

혔으나사실이아니다. 안행부가2012년업무실적에대해2013년평가를실시했고그결과를2013년

12월 18일 홈페이지에게시했다. 안행부는문화일보보도이후반박보도자료까지냈다. 문화일보가

1년전자료를마치최근자료인것처럼가져다기사를쓴것이다.

거기다기사에는반론도없었다. 심지어새누리당관계자, 새누리당충남지사후보의코멘트까지

붙여박시장과안지사를비난했다. 문화일보의허민정치부장은미디어오늘과의통화에서“자료는

물론박시장이사고직후바로도착

하지않았다고비판할수있다. 하지

만비판에있어중요한것은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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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자료가맞는데. 우리가기사쓴시점에따라9일이라고썼다”는황당한해명을했다.

허부장은또한“2013년자료이지만문화일보가단독으로입수해서썼다”라는말까지했는데이는

사실이아니다. 이자료는안행부홈페이지에공개돼있다. 허부장은“다른데서기사가안나왔기때

문에우리가단독이다”며“다른의도가있어서라기보다안전문제가이슈가되니깐어떤식으로든이

슈가되니깐썼다”고설명했다.

의도는명백해보인다. 야당도지사들을까기위한것이다. 특히세월호참사이후안전문제가부

각되자이를통해야당도지사들을비난한것이다. 특히문화일보는의심가는정황이하나있다. 문

화일보의대주주는문우언론재단과동양문화재단으로두재단은각30%씩주식을갖고있다. 이재

단은현대중공업에서출자해만든재

단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박원순 시

장과서울시장선거에서겨루었던인

물이현대중공업회장출신의정몽준

이었다. 문화일보와 정몽준 후보는

‘특수관계’였던셈이다.

박원순시장을비판하지말아야한다는말이아니다. 공직자에대한언론의검증과비판은날카로

워야한다. 하지만더중요한것은비판그자체보다비판의근거, 즉팩트다.

문화일보의대주주는현대중공업에서출자해

만든재단으로알려져있다. 당시박시장과

서울시장선거에서겨루었던정몽준후보와

문화일보는‘특수관계’였던셈이다.

삶과문화 111

2014년 5월 28일방송기자클럽초청서울시장후보토론회 (사진: 오마이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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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하나내보려다빚쟁이로몰리다

4층총각윤원필당원을만난적은몇번밖에없지만, 만날때마다 (거의매번) 빚쟁이들의빈축을사

는모습을보았다. 음반을제작한다고미리판매금을‘땡겨’놓고감감무소식이라는것이었다. 그러나이

제는그독촉도종식되었다. 《가정식백반》이라는타이틀의1집앨범이나온것이다.

4층총각의 1집《가정식백반》의가사집마지막에는250여명의이름이적혀있다. 말하자면, 채권자

명단이다. 여기에는4층총각에게소송을걸려고준비중이라는수식어가들어간이름도있으니, 웃자고

하는소리겠지만, 채권자는채권자였던셈이다. 채권자중에는군대가기전에음반값을내고제대한후

에받았다는사람도있다고하니, 오래기다리긴했다.

《가정식백반》은이렇듯오랜기다림끝에세상에나온앨범이다. 더구나 (주로)당원들의십시일반으로

음반하나가탄생할수있었다생각하니마음한편이흐뭇해진다.

어디선가

누군가에무슨

일이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글 : 최윤정문화예술위원

사진 : 박성훈홍보실장

숨은문화예술당원찾기

힙합하는당직자윤원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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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113

힙합스피릿으로집회현장을누비다

윤원필당원을처음만났을때를기억한다. 시청에서집회가있던날뒤풀이장소에서우연히합석하

게된것인데, 음악을한다고해서깜짝놀랐다. 음악하는사람은하얗고긴손가락, 말간얼굴과가녀린

턱선을갖춰야한다는선입견은없지만 (아니 지금다시생각해보니선입견이있는게분명하다)자외선에과

다노출되어그을린얼굴, 헝클어진머리, 경상도사투리의윤원필동지와음악을연결시키기는솔직히

쉽지않았다.

음반이나오고나서야윤원필당원이래퍼라는것알았다. 그제야그와힙합이‘묘하게’어울린다는생

각이들었다. 그가좋아한다는래퍼에미넴이주연을맡은《8 마일》을봐도, 미국디트로이트의빈민계층

이낮에는공장에서일을하고밤에는랩배틀을벌이지않는가. 래퍼이자노동자인것이다.

부조리한사회에대한저항의식과반골기질은소위‘힙합스피릿’이라고할수있으니, 각종집회에어

김없이나타나투쟁의목소리를드높이는윤원필동지가힙합을선택한건어쩌면숙명처럼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정작윤원필동지가힙합을선택한것은숙명이라기보다는실리적인이유에서였다. 가난한이

민자들이나흑인들이돈없이도몸만으로힙합을할수있는것처럼, 악보공부를하지않아도몸으로부

딪혀보면될것같아서힙합을시작한것이다. 하지만힙합이라고만만하게보고덤볐다가는큰코다친

다는것을곧깨달았다. 결국은화성악책을보고, 악보공부도해야했다.

하고싶은일을하며살라는어머니의말씀대로힙합을했다?!

윤원필당원은서른둘, 적지않은나이에힙합을시작했다. 어머니의영향이었다. 어머니는윤원필동

지가서른살이던때암판정을받았다. 그러던어느날어머니가다음과같이말씀하셨다.

“엄마는선생님이되고싶었고, 선생님이되었다. 나는내가하고싶은대로하고살았다. 원필아, 너도

하고싶은일을하며살았으면좋겠다.”

한방맞는느낌이었다. 어머니에게제대로한방을맞고곰곰이생각을해보니, 스무살에했던고민이

생각났다.

‘마흔이되기전까지세가지를이루겠다. 음반, 만화책, 소설책!’스무살때는그세개만이루면죽어

도좋다고생각했다.

윤원필동지는한국나이로올해서른아홉살이다. 마흔까지일년을남긴상황에서이루고싶었던세

가지중에하나를이루었다. 훌륭하다! 앞으로 1년안에만화책과소설책을모두내는것은무리겠지만,

못이루면못이루는대로마흔이되어도안죽어도좋으니다행이지않은가.

만화책을내는‘미션’을‘클리어’하기위해서는갱지를높게쌓아두고6개월동안데생집을베껴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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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때갉고닦은그림솜씨가《가정식

백반》표지디자인으로빛을발했다. 소

설은정말재미있는무협소설을쓰고싶

었다고한다.

그런데왜음반과소설책과만화책이

냐했더니, 고등학생시절내내했던일

이음악듣고, 만화책보고, 무협소설읽

고, 비디오본것이, 전부라고한다. 당시

듀스, 김진표, 디제이DOC를들으며락

을 통해 랩을 접했던 것이 지금 힙합을

하게된계기가되지않았나싶다.

우여곡절을겪으며긴산고끝에탄생

된첫CD는어머니에게제일먼저드리

고싶었다. 하지만, 멀리마산에있는묘

소를찾기도전에선지급을해준고객들에게빚부터갚아야했던것이못내죄송하다. 자식에게‘하고싶

은대로하고사는삶’을권유하는고매한인격의어머니가순서가밀렸다고섭섭하게생각하실것같지는

않다. 그런데윤동지의어머니가살아계시다면“누가하고싶은일을하며살라고했지힙합하라고했

냐”고하실수는있을것같다.

관광하러갔던영국에서운동에눈을뜨다

어린시절의윤원필당원에게는딱히꿈이랄게없었다. 막연히, 여우같은마누라와토끼같은자식을

둔가장이되고싶었을뿐이었다. 아버지는교수이고어머니는초등학교교사인교육자집안에태어나,

자유로운분위기에서딱히아쉬운것없이자란배경탓일까? 의외로곱게자란그가어린시절꿈과는점

점멀어지며험한집회현장마다참가하게된계기가흥미롭다.

대학에입학했을때선배들이집회에나가자고하면도망다니거나피했다. 집회의전체주의적인분위

기가싫었다. 대학을졸업하고는마산에서유명한무학소주에입사했다. 지인들은윤원필동지에게딱어

울리는회사라고했지만, 입사3개월도안되어뛰쳐나왔다. 아침마다넥타이매고틀에짜인조직생활을

하는것이도저히생리에맞지않았다.

그러던중2002년말에영국에든버러에관광을하러갔다가이라크참전반대집회에참여하게되었

다. 당시영국의집회는한국에서보던시위와확연히달랐다. 획일화되지않고소규모단위에서개인이

주체적인목소리를낼수있을것같았고운동의가능성이보였다.

4층총각 1집《가정식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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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115

그리고 2008년, 촛불집회에서영국에든버러의반전집회와같은분위기를느꼈다. 개개인의힘으로

조직화없이도운동이가능하겠다고느낀그는, 당시진보신당에가입했다.

사람을잘(못) 만나힙합하는당직자가되다

이후진보신당도봉당협에서활동한윤원필동지는당시도봉당협위원장이었던이상호당원의권유

(어쩌면회유와압박)로사무국장을맡게된다. 처음사무국장을맡을때만해도, 워드나좀쳐주고일좀도

와주는사무직정도로생각했지만, 결국사람을잘(못) 만나중앙당비정규노동실실장을거쳐지금은도

봉당협위원장까지연임하게되었다.

음악편집프로그램인큐베이스에의지해맨땅에헤딩만한지3년. 제법곡이곡같이만들어진다고

느껴지던무렵이도봉당협사무국장을맡게된시기와맞아떨어진다. 당시도봉당협사무실이건물의4

층에있었던터라이웃주민들이도봉당협남자활동가들을‘4층총각’들이라고불렀다고한다. ‘4층총

각’이라는이름은여기서유래된것이다. 힙합과당직자가만나독특한‘거리의음악’이탄생하는태동이

시작된것이었다. ‘4층총각’이라는작명부터가당과연관되어있으니, ‘힙합하는당직자’의탄생은이미

예고된것이나다름없었다.

윤원필당원은애당초운동권이좋아할만한음악을만들생각이전혀없었다고한다. 애초에힙합이

라는게어려운용어나개념어로만들어지기보다는대중들이자주쓰는단어들로만들어지는것이기때

문에, 곡을만들어서오디션에보내볼생각이었다. (믿거나 말거나)늘대중가수를지향해왔고(지양 아님),

주요타겟층도2030 여성들이었다고강조한다.

하지만‘힙합하는당직자’라는숙명은그를놓아주지않았다. 첫데뷔무대도당협행사였으니말이다.

2011년도봉당협이진보신당과민주노동당공동출범식을개최했는데, 취소된공연을커버하기위해윤

원필동지와이상호전도봉당협위원장이무대로올라간것이다.

모든극적인데뷔무대는‘땜빵’으로부터시작되기마련이다. 첫공연이후서울시당이주체하는행사

에한번더오른후, 단세번째만에재능집회장에입성한다. 거기서민중가수김성만선배를만나게되

면서, 그후끊임없이집회장에불려다니게되었다. 이삼십대여성을타겟으로대중적인래퍼를꿈꾸던

윤원필당원의야무진포부는집회공연을다니면서다른층위를갖게되었고, 마침내《가정식백반》이탄

생하게된것이다.

여느래퍼와달리실체있는대상을항한저항을보여주다

《가정식백반》>에민중가요라고할만한트랙은1, 2, 9번트랙인<탈환>, <광장에서>, 그리고<붉은달

의춤>뿐이다. 앨범제작을위한선투자를해주고자신의노래를들어줄당사람들을위해서신경써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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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든곡들이다. 앨범제작에2년이나걸린것은, 비정규노동실에서일하면서집회를쫓아다니느라짬이없

어서였기도했지만, 이삼십대여성을타겟으로잡은전략의실패를깨닫고수정하느라시간이소요되었

기때문이다.

힙합에는‘세상에서내가가장잘났다’는자의식의과잉이들어있기도한데, <탈환>에그런면을넣고

싶었다. <광장에서>로는메시지는담되대중성을획득하고싶었다.

굉장히많은래퍼들이반항과싸움을기초로하지만그대상이명확한경우는많지않다. 실체없는대

상을적으로삼다보니사회전체에대한막연한불만을토로하는수준에서그치기도한다. 반면<탈환>과

<붉은달의춤>은명확하게적과상황을설정해놓고풀어낸랩이다. <탈환>은공장밖에서공장안으로들

어가는싸움을시작하는대치상황을그린것이고, <붉은달의춤>은천막농성장을지켜내는상황이다.

그에게익숙한현장의모습을랩으로그려내고싶었다.

의미보다는형식으로타이틀을정하다

앞서얘기했듯4층총각의1집타이틀은《가정식백반》이다. 1집에담겨진10곡을타이틀이가지는의

미로묶어내기에는무리가있다. 타이틀에어울리는곡은4번트랙<밑반찬1>과10번트랙<밑반찬2> 정

도다. 그나마랩이없는기악곡이다. 이번음반은의미로묶었다기보다형식으로묶었다는것이윤원필

당원의설명이다. 가내수공업, 즉홈레코딩으로제작된앨범이라는것을표방하는타이틀인것이다.

처음에는단순히앨범을내고싶어시작했는데, 제작과정에서많은것을알게되었다. 대한민국음반

시장의부조리함이보였고, 유통망이‘개판’이라는걸알수있었다. 소비자가각종음원사이트에서한

곡을클릭해서들으면 6원의수익이떨어진다. 그중통신사가 3원을, 제작사와창작자가나머지 3원을

나눠가진다. 1만원벌기도힘든것이현실인것이다. 그러다보니독립음반제작의지에불타게되었지

만, 홈레코딩이다보니믹싱능력이떨어져전반적으로음반의질이떨어졌다. 2집준비를하고있는데2

집은사람손을좀더거쳐서질적향상을조금이라도꾀해보고자한다.

홈레코딩이었다고하지만도와준사람도많다. 8번트랙<미친듯이>만노래를직접불렀고, 나머지트

랙들은품앗이로도움을받았다. 녹음실도있었다. 느티나무쉼터캠핑장, 도봉마을예술창작소, 중랑민

중의집등에서녹음을했다. 이와같이묵묵히함께걸어와준사람들이있었기에가능했던앨범이었다.

노동당이해야하고노동당만이할수있는일이있다

결국사람이힘이다. 노동당이라는이름을만들면서어느정도노동당이가야할길은정해진것같다

고윤원필동지는말한다. 지역당협위원장으로역할을다하겠다고다짐하며, 묵묵히노동당이가야할

길을같이걸어가자말한다.

Page 119: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17

“노동당의지역위원장은달라요. 우리는노동당이에요. 노동당이라는이름자체가가지는함축적의미

가있어요. 베이스를깔아주고, 때로는포용적이어야하고때로는더냉정해야합니다. 노동당이라는이

름에걸맞는역할이있다고봐요. 노동당이해야하고, 노동당이할수밖에없는일들이있어요. 작지만중

요한목소리를계속내는일들을조금씩해야합니다.”

래퍼를실제만나본적이없어서, 내게윤원필당원은만나본래퍼중에가장마음씨넓은래퍼일수밖

에없다. 하지만앞으로전세계의래퍼를다만나게되더라도윤원필동지가가장포용력있는래퍼일것

같다. 래퍼로서의저항정신을투쟁현장에서구현하는사람이기때문이리라. 구석진곳에서낮은목소리

를내는사람들과연대하는사람이기때문이리라.

어디선가누군가에무슨일이생기면어김없이나타나는윤원필당원. 누군가차별을받고있거나, 해

고를당했거나, 억울한죽임을당했을때, 언제나그자리에는윤원필동지가함께하리라.

노동당문화팟캐스트《컬쳐쇼크》에출연한윤원필당원

노동당문화팟캐스트 <컬쳐쇼크> 9회

4층총각윤원필편듣기

http://m.podbbang.com/ch/1858?e=2162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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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우리는속고있다. 대한민국자본주의사회안에는분명히계급이존재하고, 한

사람한사람의가치는같지않다. 그리고그계급을나누는것은소득이다. 이런

계급적구분은자신의의지와는무관하며, 상위계급의몇안되는사람이대다수

하위계급사람들의척추에빨대를꽂고양분을약탈하는, 매우불합리한구조를

지녔다.

그러나모른척한다. 사회적차원에서도항상강조하는말들, ‘사람의가치는

모두같다’, ‘We are the world’, ‘노력하면성공할수있다’같은말들은계급의

정점에서있는자들의착취를망각하게한다. 하위계급의사람들도노력하면누

구나상위계급에진출할수있고, 그렇지못한사람들은개인의노력이부족해서

그런거라고자꾸되뇐다.

이계급체제의유지는, 개인으로하여금자신의노력이부족해서자신이처한

환경이열악하다고믿게하는것으로부터시작한다. 그렇기때문에상위계급의사

람들은, 항상계급이동의사다리가열려있고자신들도본인들이누리는부와특

권을언제든지나눌준비가되어있는것처럼말한다. 그러나그들이우리에게준

《차브》와계급사회

불온한서재

권상우대한민국고등학생

차브 오언존스 / 북인더갭 / 2014년11월 / 17,500원

우리는 속고 있다.

대한민국자본주의

사회 안에는 분명

히 계급이 존재하

고, 한 사람한사

람의 가치는 같지

않다. 그리고그계

급을 나누는 것은

소득이다.

Page 121: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19

것이무엇인가? 지금도수많은비정규직이기업의배를불리는일회용스푼으로

써철저히소모되고버려진다. 애초에자기들이가진것을사회와나눌생각은요

만큼도없다. 자신들이져야할의무나세금마저도갖가지방법으로피해버린다.

극단적이긴하지만, ‘땅콩회항’사건으로우리는상위계급의사람들이자기보

다계급이낮은사람들을어떻게생각하는지알수있었다. 개인의노력은태어날

때부터물고나온금수저에짓이겨지는꼴이다. 이런사람들이자기가가진것을

내려놓겠다니, 이보다더한거짓말은없을것이다. 중학교에입학하고얼마지나

지않아서나는정말온몸으로느낄수있었다. 부모님의경제수준에따라, 한반

에서같이공부하고생활하는아이들의삶이, 그들이살면서느낄감정이, 그들의

삶에대한세상의평가가결코같을수없다는것을….

아빠가직장과돈을잃고외할머니집에얹혀살게되었을때다. 항상따뜻한가

족일것같았던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경제적인문제때문에우리가족을떠안

고나서부터는나를볼때항상무한한사랑의눈길로보지않는다는사실을알았

을때, 어떻게든살아남으려고힘겹게만든카페가건물주의재건축통보와함께

날아온철거계고장앞에서는흑자는커녕투자한돈마저먼지더미가된다는사실

을알았을때, 중학교2학년이었던나는알고싶지않아도뼈가시리도록느낄수

밖에없었다. 한사람의소득이곧그사람의계급이라는걸. 그렇게갈린계급들

의사회적위치가결국엔한사람삶의가치를저울질하게한다는것을.

인간의삶의가치가평등하고모든사람이소중하고귀하다는건, 그저꿈같은

얘기이며낮은경제수준, 낮은계급의사람들이자신을위로하거나높은계급의

사람들이낮은계급의사람들을사회에서이탈하지않고살게하려고하는허울

좋은말뿐이라는걸, 돈이제일의가치이며모든것위에있다는것을! 의료, 복지,

교육등경제적계급에서벗어나평등한것은아무것도없었다. 나도, 그누구도

자신의경제적계급을정한사람은없다. 그러나우리나라에서태어났다면좋든

싫든계급은이미정해져있는것이나다름없다. 이제막중2가되던때, 나는그것

을혹독하게느꼈다.

하지만모른척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학교… 내가사는모든곳,

이세상의그누구도계급사회의불편한진실을이야기해주는사람은없었다. 오

히려“노력이부족해서그렇다”, “이런상황에서도성공한사람이많다”, “우리나

“이렇게된게다우리잘못일까?”

마지막 전 재산을

들인 카페가 넘어

갈 때에도 그 저

우리 가족이 못나

서, 노력이 부족해

서라고 애써 믿으

려했다. 모두가나

에게 그렇게 말했

으니까.

Page 12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차브》는, 패배감

과 열등감, 억울함

에아직짓눌려있

던 나를 끄집어내

주었고, 지금까지

내가 지녔던 모든

의문, 피하려 했던

진실을 이 세상에

까발려주었다.

120

라보다훨씬못한나라도수두룩하다”이런말들만넘치도록들을수가있었다. 우

리집이가난하고늙으신외할아버지, 외할머니댁에얹혀사는것이, 우리아빠가

직업을잃은것이, 우리집이가난한것이, 더럽게썩은우리사회의구조때문이

라고알려주는이는없었다. 나는그저주변에서지겹게들어주입된말들로스스

로최면을걸어위안하고체념하는수밖에없었다.

마지막남은전재산을들인카페가넘어갈때에도, 아빠가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는밥한술도제대로뜨지못하는걸볼때에도, 엄마가매일밤우는모습

을볼때에도그저우리가족이못나서, 노력이부족해서라고애써믿으려했다.

모두가나에게그렇게말했으니까. 그러나사실은그게아닌데, 내가제일좋아하

는 우리 아빠는 패배자가 아닌데, 항상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된게정말다우리잘못일까?’하는억울한생각이들었지만, 사회가심어

놓은보편적인통념의틀이나를천근만근짓눌러목소리를내지못하는사람처럼

살았다. 정말한글자만큼도추억하기싫은그시간은이제모두지나갔다.

그런데박근혜정부 3년에접어든지금, 공장굴뚝위에올라간쌍용차노동자

들을보면서, ‘증세없는복지’라는말은어디로갔는지모르게자꾸만세금이오

르는걸보면서, 그때목소리를내지못한생각들이다시고개를든다. 시험과크

리스마스, 연말로한창바쁜척하고있던 12월의끝자락즈음, 나의책을만들어

주신고마운출판사‘북인더갭’에서한권의책이왔다. 《차브》라는불친절한제목

을달고나에게온그책은, 그야말로나에게꼭필요한책이었다. 그동안어떤책

이나교과서도나에게들려주지않았던조작된계급사회의현실을낱낱이대면하

게해주었다.

《차브》는제2의조지오웰이라는평을받는영국의오언존스가쓴화제작으로

안병률대표님이직접번역을하셨다. 마가렛대처가총리로집권하던십수년간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보수당과 신노동당이 부자들만을 위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한때는영국의소금이라불리던노동계급이일자리를잃고정부의복

지지원금으로생계를유지할수밖에없는하층계급으로전락해오늘날‘차브’라는

비하된이름으로불리며쓰레기취급을받게된현실을고발하는내용이다.

《차브》를읽으며, 영국이선진국중에서양극화가가장심한나라이고노조를

탄압하는것이나언론과정치인들의태도도우리나라와별로다르지않다는생각

《차브》, 조작된계급사회의현실을낱낱이고발하다

Page 123: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21

이들어헛웃음이나왔다. 그리고내가중학교때했던생각들은멍청한생각이었

음을깨닫게되었다. 사회가주입한통념에사로잡혀자기자신과사랑하는가족

을스스로깎아내리고, 내가낮은계급에속한사람이라는것에대해열등감마저

가지고있었으니말이다. 책을읽으면서무언가에대한해방감이든적은처음이

었다. 이책은중학교시절지독하게겪었던패배감과열등감, 억울함에아직짓눌

려있던나를끄집어내주었고, 지금까지내가지녔던모든의문, 피하려했던진

실을이세상에까발려주었다.

《차브》는계급이갈린세상에서부자들이거대공룡처럼모든걸독식하는사

태를고발한다. 그리고《차브》에서보여주는영국사회계층간의갈등은우리나라

에서도머지않은, 아니이미일어나고있는갈등이기도하다.

박근혜정부는, 아니대한민국건국이래보수를자칭했던모든대통령은이같

은문제를알고도눈깜짝하지않았다. 오히려상황을더욱악화시키면악화시켰

지한번도노동계급의빈곤에대해생각해준적이없다. 그들역시부유한계층

의정점에있으므로, 자신들의부와권위를유지하기위해우리가정과같은최하

계급을 철저히 씹어 먹고 짓뭉개고 척추까지 빨아먹는 것을 예사로 알았다. 《차

브》는, 최상위계급을위해다수의하위계급사람들이피를빨리는이불합리한구

조가, 기업과정권이죄없는사람들의척수를뽑아마시는우리사회가, 개인의

노력이부족해서그렇게된것마냥씨부렁거리는꼰대들을맹렬하게물어뜯을수

있는책이라통쾌하게생각한다.

계층간의문제는우리나라국민이라면너나할것없이피부에와닿는문제인

데도, 노동계층과하위계층에서보수를지칭하는사람들에대한지지율이높은것

은참심각한문제다. 세대교체가되고있다고는하지만, 아직도하위계층의노동

자들이최상위계층의사람들을두둔하고나선다. 이러한세뇌또한기득권수구

언론과미디어를통해서오랜시간에걸쳐완성되었을것이다. 그렇기에이책이

좀더많이알려져야한다고생각한다.

한사람이라도더많은사람이무엇이옳은지바로볼수있어야한다. 《매트릭

스》에서빨간약을선택해현실로나아간네오처럼진실을알고잘못된현실에저

항하는것! 여기부터가시작이다.

《매트릭스》에서 빨

간약을선택해현

실로 나아간 네오

처럼 진실을 알고

잘못된 현실에 저

항하는 것! 여기부

터가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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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처럼남은 1985년의어느아침풍경

“형, 잘다녀오세요.”수원역광장시계탑에모여선배를배웅하고각자의학교로향하는열명남짓한

사람들의발걸음은무거웠습니다. 다들아침댓바람부터술이나한잔하고싶다는표정이었습니다. 그렇

게전방입소하는이를배웅했던1985년어느아침풍경은정확히30년이지난지금도낙인처럼남아쓴

웃음을짓게합니다. 단지1주일간훈련받고돌아오는전방입소였음에도가볍게받아들일수만은없었습

니다. 아마도박정희정권시절부터행해온‘녹화사업’의영향때문이었을겁니다.

1970년대박정희정권은운동권학생들을강제입대시켜학교에서격리하고자했습니다. 이른바녹화

사업이라고합니다. 1980년대전두환정권의녹화사업은좀더악랄했습니다. 보안사에서주도했던전두

환정권의녹화사업은단순격리차원이아니라, 강제입대시킨학생들에게자술서를강요하고그들을출

신학교운동권의정보를빼오는프락치로활용했습니다. 이과정에서반항하는이들에게돌아오는건가

차없는고문과가혹행위였습니다. 그러다 1984년바깥세상에강제입대와프락치활용등이알려지며

여론이악화하고국회에서조차문제가되자 1984년가을에‘소요관련대학생조기입영제’는폐지되었

습니다. 운동권학생강제입대와는다르지만, 80년대대학생들은의무적으로문무대와전방에입소하여

강제군사교육을받아야했습니다. 대학1학년에는문무대입소를, 2학년에는전방입소를각1주일씩이행

하면이후정식으로입대했을때군복무를45일간단축해주는제도였습니다. 이역시대학생들을억압하

려는녹화사업으로받아들여졌습니다.

1986년. 전방입소반대투쟁의목소리는더욱커졌지만아직까진“어차피하게될전방입소”라는분위

기가더많았다고기억합니다. 아마도별다른일이없었다면그리되었을겁니다.

전방입소반대와반미투쟁에불을댕긴스물세살두죽음

1980년대중반은광주의피를발판삼아들어선전두환정권에대한거부와전두환정권을용인한미

국은전두환정권의수호자라는불신이맞물려반미투쟁이거세게일어날때였습니다. 1980년12월9일의

광주미문화원방화, 1982년부산미문화원방화, 강원대성조기소각, 1985년미문화원점거농성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니문무대입소와전방입소는대학생을억압하는기제인동시에‘양키용병교육’이라

는인식이확산할수밖에없었습니다. 1986년봄. 서울대학생운동조직인‘구국학생연맹’은민족해방민

중민주주의혁명론(NLPDR)에기초하여반미자주화투쟁, 반파쇼민주화투쟁, 조국통일촉진투쟁을투쟁

노 래 의 꿈

벗이여해방이온다민정연문화기획자, 꽃다지대표

122

Page 125: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삶과문화 123

영역으로설정하였습니다. 이들은그해 4월 공개투쟁기구인‘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

투)를결성하고그산하에‘반전반핵평화옹호주쟁위원회’를결성해대학2학년생들의전방입소의무군사

교육을‘양키용병교육’이라고규정하며전면적거부투쟁을전개하였는데, 반전반핵평화옹호투쟁위원

장이었던이재호와자연대학생회장이었던김세진이이투쟁의선봉에섰습니다. 전방입소투쟁을막으

려고교문까지폐쇄하자이들은전방입소대상자였던수백명의학생들의신림사거리연좌농성을주도했

습니다. 몸에시너를끼얹고“시위대에게덤벼들지마라, 우리에게가까이오지마라, 가까이오면분신할

것이다”라고외치는이재호와김세진을향해경찰은일말의망설임도없이진압을단행했고결국이들은

자신의몸에불을댕겼습니다. 생명만은건지기를바랐던간절함을뒤로하고김세진은5월3일에, 이재호

는5월26일에세상을떠나고말았습니다. 스물세살의두죽음은전방입소반대와반미투쟁을대중적으

로확산하는계기가되었습니다. 문무대입소와전방입소라는대학생강제군사교육은 1989년에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솟아오른눈물로그려낸노래

학창시절메아리활동을했고졸업후에는민중문화운동협의회의노래분과‘새벽’에서문화운동을하

던이성지는후배들의소식을접하고가슴이덜컹내려앉았다고합니다. 일면식도없는후배들이었음에

도‘스스로사회변혁을위해서노력한다고자부하고있지않은가? 부끄럽지않은가? 이런후배들에비추

어난이비극적이고폭압의시대에과연떳떳하게항거하며살아가고있는가?’라고자문하며부끄러웠다

고했습니다. 서울대81학번으로여러죽음을봤던그였지만어찌죽음에익숙해질수있었겠습니까? 가

슴이터질것처럼밀려오는슬픔을주체할수없던그는노래를만들지않을수없었습니다.

노래를만들며그는자신이스스로이재호가되고김세진이되어그들의마음속으로들어가보았답니

다. 내일있을투쟁을사수해야만한다는사명감과책임감, 신나를사들고오는길에떠올랐을부모의얼

굴, 시위를막아선경찰에대한분노, 더이상밀려나서는안된다는절박감을떠올리며솟아오른눈물은

오선지위에서그대로노래가되었습니다. <벗이여해방이온다>는그렇게세상에나왔습니다.

이재호와김세진의추모제가열린서울대아크로폴리스광장에 <벗이여해방이온다>가처음으로울

려퍼졌습니다. 윤선애가그자리에모인청년들의분노와격정, 눈물을오롯이담아부른<벗이여해방이

온다>는30년세월이흐른지난지금도회자할만큼깊은인상을남겼습니다. 이성지는훗날20주기를맞

아쓴글에서“<벗이여해방이온다>가내가만든노래가맞는가하고생각해볼때가있다. 내가가진음

악적능력과젊은용기가던져주던어설픈혈기로만들었다고하기엔분에넘치는노래같아서.”라고회

스물세살의두죽음은전방입소반대와반미투쟁을대중적으로

확산했습니다. 문무대입소와전방입소라는대학생강제군사교육

은1989년, 완전히폐지되었습니다.

Page 126: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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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했습니다. 지금은문화운동을그만두고교육계에서일하고있는그는2005년에지금까지만들었던노

래를모아음반《reminiscence of 80’s(만월당)》을발표하며“열정과회한이깃든이노래들을한번은세

상에보여주고싶었다. 지금도내마음의빚으로항상가슴속에담겨있는고김세진·이재호두분의영

혼위에이음반을바친다.”고밝혀우리에게다시한번더두죽음을기억하게해주었습니다.

청춘이당연히꿈꿀수있는‘그날’이오기를

80년대에청춘이었던제또래들이요즘젊은이들을향해“요즘것들은패기가없어. 스펙쌓기에만몰

두하는이기적인젊은것들. 우리가너희나이일적에는말이야….”로시작하는지청구를늘어놓곤할때

마다부끄럽습니다. 우리가젊었던80년대는그나마‘개천에서나는용’이될가능성이라도있었던시절

이었습니다. 아직은‘우리손으로기성의질서를무너트리고세상을바꿀수있다’는꿈을꿀수도있는

시절이었습니다. 21세기가되니절대개천에서용이나지않는세상이되었습니다. 피흘리며역사의물

꼬를바꾸려던몸부림은좌절되었고입에풀칠할직장하나구하기도쉽지않은세상이되었습니다. ‘꿈’

이라는걸꾸기힘들게된지금의사회는80년대청춘이었던우리세대가만들어놓은세상인데자성보다

는80년대미화된무용담을늘어놓으며야단먼저치고있으니미안할따름입니다. 자신의청춘이절망스

러웠던만큼21세기의청춘의절망을이해할법도한데왜그러는지모르겠습니다. 이재호와김세진과는

다른식으로사회적타살을당하고있는젊음이있다는사실을왜모른척하고있는걸까요?

1986년에‘그대타는불길로그대노여움으로반역의어두움뒤집어새날새날을여는구나그날은오

리라가자이제생명을걸고벗이여새날이온다벗이여해방이온다’라고했던이창학은2014년에‘미안

해미안해너를지켜주질못해서사랑해사랑해네가남긴모든것들을약속해굳게약속할게영원히너를

잊지않을게’라고세월호참사로스러져간청춘에바치는노래를만들었습니다. 1986년 <벗이여해방이

온다>를눈물로불렀던윤선애도2014년어느여름날, 거리에서노래했습니다. 매우오랜만에그녀가거

리에나선것은세월호참사때문이었습니다. 이재호와김세진을기리며노래를만들고불렀던두사람이

30년세월이흘러영문도모른채죽어간청춘들을기리고있었습니다. 1986년이나2014년이나생명을

걸어야하는청춘. 2014년대한민국의현실이그렇습니다. 어느시절이나청춘은이다지도슬퍼야하는

세대인걸까요? 패기있게꿈을꾸며살라고말하기전에당연히꿈꿀수있는세상을만들어놓을수는

없는걸까요? 걱정하면서도한편으로믿는구석도있습니다. 유사이래늘“요즘젊은것들은…쯧쯧”이

라고지청구를들었음에도젊음은자기들방식으로또다른세상을만들기위해고군분투해왔다는사실

에기대어봅니다.

이재호와김세진을기리며노래를만들고불렀던두사람이30년

세월이흘러영문도모른채죽어간청춘들을기립니다. 어느시절

이나청춘은이다지도슬퍼야하는세대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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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125

그날은오리라자유의넋으로살아

벗이여고이가소서그대뒤를따르리니

그날은오리라해방으로물결춤추는

벗이여고이가소서투쟁으로함께하리니

그대타는불길로그대노여움으로

반역의어두움뒤집어새날새날을여는구나

그날은오리라가자이제생명을걸고

벗이여새날이온다벗이여해방이온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작사·작곡 이성지

사진 : 김세진과이재호의분신을다룬다큐멘터리《과거는낯선나라다》(2007)의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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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동지잘지내나요? 당신이떠난지1년이다되어갑니다. 그곳에서는아픔도, 힘든일도없이잘

지내길기도합니다.

당신의무덤가에몇번인가찾아갔지만, 여전히당신의빈자리가실감나지않을때가더많습니다. 세

월호침몰, 통진당해산, 노동당대표단선거… 진보정치에, 우리당에중요한순간순간마다문득문득‘당

신이있었으면무슨말을하고, 어떤역할을했을까?’생각하곤합니다. 여전히당신이진보정치활동가

로, 노동당의부대표로, 우리의동지로살아있는것만같습니다.

얼마전박은지동지아버지와어머니, 당신의아들을만났습니다. 여전히당신을그리워하고당신이

두고갔을혹시모를아픔이라도모두풀어주고자노력하시는부모님을보며당신의동지들인우리는무

엇을해야할까생각했습니다. 저에게예전보다선뜻다가오지못하는○○이를보면서이아이가엄마를

자랑스럽게기억하고, 엄마를대신해엄마친구들을더편하게느끼도록하려면무엇을해야할까생각했

습니다.

“어떻게해야할까요? 뭘했으면좋겠소? 박은지동지!”라고물으면“뭘물어요. 즐겁게하세요. 지금

당장행동으로표현하세요. 절두고슬퍼하지말고그시간에박은지가하고싶었던것을살아있는동지

들이다같이힘모아서하세요.”라고말할것같습니다.

그래서당신을기억하고사랑하는사람들이모여당신이사랑했던것을기억하고챙겨보려합니다. 딸

박은지, 엄마박은지, 사회운동가박은지, 인간박은지의작은부분이라도함께해보려고합니다.

1주기인 3월8일에맞춰당신이활동했던공간, 단체사람들이한자리에모여정기적으로추모사업을

진행하려합니다. CMS후원도모으고, 당신의말과걸어온길을모아출판도해보려고요. 그렇다고아주

많이기대하지는마세요. 거창하지는않을테니까요. 조촐하지만아름답게해볼생각입니다.

부모님과○○이를늘챙기겠습니다. 추모사업단회비를걷어서○○이장학금도주고부모님께그때그

때필요한것들도자식처럼챙기려합니다. 돈이중요한게아니겠지만‘은지의동지들이은지를잊지않

았구나’, ‘엄마친구들이내곁에있구나’생각하고힘을얻을수있도록해보겠습니다.

지향과입장과위치를떠나, 당신을기억하고사랑하는사람들이당신이그렇게하고파했던‘세상을

바꾸는활동’에당신의이름으로함께참여하면서당신과당신의꿈을기억하고이어가겠습니다. 당신스

타일처럼늦추지않고지금바로! 즐겁게! 힘모아서! 해보겠습니다.

짧은글로그리운마음을대신합니다. 먼곳이지만, 언제나처럼우리와함께해주길…. 우리에게힘이

되어주길….

김희서구로구의회의원

당신을기억하겠습니다편지를

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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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음기양조’라는정체를알

수없는집단이<당원-되기>라는이름아래,

최근 있었던 당 대표 선거 출마자들을 모두

모아서‘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토크쇼

를열었다.

나경채후보, 아니나경채당대표또한이

자리에참석해, 선거때이야기했던공약들을

지키면서도나도원후보, 윤현식후보가이야

기했던것들을잊지않고함께지켜나가며당

의역량강화를위해생활정치기획단등여

러기획을의욕적으로추진하겠다고밝혔다.

*당원-되기 step 2. 당 대표 선거 애프터서비스

후기 : 무언가가 된다는 것 전문은 6쪽~10쪽

<지금+여기노동당>에서볼수있습니다.

당원-되기step 2.

“당대표선거를애프터서비스해드립니다.”

발행인 이용길

편집인 이장규

위원회 김건담김성현노정박권일장석준정정은정철수

조윤호최백순홍원표

교 열 노정정정은

디자인 고미숙

등록일 2013년6월11일 (등록번호영등포, 라00407)

발행일 2015년2월26일

주 소 서울영등포구국회대로664 한흥빌딩2층노동당

전 화 02) 6004-2006, 2007

팩 스 02) 600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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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www.laborparty.kr

인 쇄 인천시계양구계산동973-15 원일컴

미래에서온편지제18호

표지

이야기

가격10,000원

사진: 정정은편집실부장

Page 132: 미래에서 온 편지 18호 (2015 03)

2015. 3야만의시대, 길을묻는다

www.laborparty.kr

값10,000원

제18호 2015.3

야만의시대,길을묻는다특집

기획■방사능안전급식활동가대담: “정치기획자, 그리고책임질활동가필요해”

지금+여기노동당■당원-되기step 2. 당대표선거애프터서비스후기: 무언가가된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