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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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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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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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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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민우스케치

민우칼럼 창

생생한 시각

人터뷰

기획

독자평가

문화산책

모람풍경

마포나루에서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아홉 개의 시선

지부소식

민우알림

˙이토록 잘놀고 이만큼 함께였던 캠프

˙<참좋은 식당>조례로 ‘상생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논하다!

˙별칭은 미래를 담고

˙데이트 관계 속 짜릿함과 난감함 사이에 놓인 당신,

‘명품 연애 센-타’에 놀러오세요!

˙성폭력 범죄의 양형에서의 ‘형사합의’,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 보복으로 치유되는 상처는 없다

˙ 반경 2.3km안에 홈플러스만 세 곳

˙ ‘우리’라서 지킬 수 있었던 시간들

힐링에 ‘힐링’이 필요하다

˙ 치유의 유행과 자아에의 몰입

˙ 일상에서 꽃 피우는 치유

˙ 나를 치유하는 것들

˙ 힐링단상

˙ “함여 어땠어?”

˙ <두 개의 문>, 페미니즘의 태도로 접근한

폭력의 구조와 질문들

˙ 소모임을 시작한 그녀들에게 묻는다

˙ 취미는 가을

˙ 신치의 모의비행

˙ 지역˙여성들의 참여 공간, 도봉여성센터

www.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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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가는 여성’의 필자명은 실명과 필명을 함께 씁니다. (단, 필명만 있는 것은 필자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2년 9월 28일 통권 211호 편집위원 강나영 강선미 김현진 노재윤 문지은 배범호 오영식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email protected] 디자인 문화지형연구소 C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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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이토록 잘놀고이만큼 함께였던 캠프8월 25일~26일. 1박 2일간 민우회 본부·지부 회원들과 경기도 여주로 회원 캠프 다녀왔습니다.

이번 캠프의 컨셉은 “신들의 축제”로 회원들 내면에 있는 공부의 신, 예능의 신, 유흥의 신을 꺼내보는 시간이었어요.

공부부터 댄스, 춤, 노래 등 예능, 그리고 뒤풀이까지! 매 순간을 힘차게, 즐겁게 함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하실 회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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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해야겠다. 처음 회원 캠프에 참가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 아니 당황스러움이 컸다.

새내기 회원이라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엇보

다도 민우회에서 소수라면 소수라고 할 남자회원으로서, 여신(신

들의 축제니까!)분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사람들과 벽을 허무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성격이

라 ‘멀뚱멀뚱 병풍마냥 몸만 갔다 오면 어쩌지? 이제 막 정들기 시

작한 민우회에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소모

임 회원들이 모두 참가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신청마감일 다음날

에서야 참가신청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버스에 오르는 순간 까

지도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잘한 거 맞나?, 잘한 거 맞지?’

캠프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내 옆자리로 배정된 회원님이 오지

않는 해프닝이 생기면서 ‘아이고 내 예감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빈자리는 여경(여성건강 · 회원팀)이 함께하면

서 외롭지 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회원 캠프가 시작되면서 어색한 마음에 우물쭈물 하며 프로그

램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

는 달리, 신기하게도 그 순간마다 꼭 누군가는 옆자리에 함께 해

주었다. 캠프장에 도착해서 주뼛주뼛하던 나를 데리고 다녀주었

던 수풀. “운동의 신” 시간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순비’ 여

러분(풍선 묶은 줄을 풀지 못해 어쩔 줄 몰랐을 때, 도와준 회원님

도 감사합니다!). “예능의 신”이 끝나고 그들의 춤 이야기로 뒤풀

이 내내 떠들썩하게 했던 댄스 소모임 ‘슈퍼스타M’. “무용의 신”

시간에 함께 광란의 ‘스트레스 날리기 춤’을 추었던 먼지. 이외에

도 함께 한 많은 회원들.

걱정과 달리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

었던 것 같다.

회원 캠프 참여를 결정했을 때, 몇몇 남성 친구들은 다소 공격

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센 여자들 있는데 가서 뭐 하냐.”,

“페미니스트들 노는데 남자가 왜 가냐, 가면 좋냐.”는 핀잔들.

그들에게 이제 “공부의 신” 시간에 들었던 강의 내용을 말해주

고 싶다. 억압적이고 순종적으로 살았던 줄만 알았던 조선시대,

유교사회의 여성들이 얼마나 진취적이고 주체적인지를. 그녀들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면, 외부에서 이 신들

의 축제를 궁금해 하고 때로는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에게 이 시간

을 ‘제대로’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

꺼풀 벗겨낸 그녀들의 삶이, 우리의 편견과는 달랐듯이. 그저 외부

에서 바라본 회원 캠프가 실제로 겪어보니 얼마나 다른지 말이다.

그래서 이번 회원 캠프를 이렇게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어울리지 못할 일 없던 것처

럼. 회원 캠프에 왔던 사람들도 성별·나이·지역 상관없이 거리낌

없이 즐거웠다. 그러니, 밖에서 어색하게 눈치만 보는 사람들, ‘나

도 함께 해도 괜찮으려나?’하고 걱정하는 사람들, 특히 때로는 곁

눈질하고, 사실은 무진장 부러우면서 피식 비웃고 있는 총각들!

두 번 생각하지 말고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신필규(스머프)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게으른 자아와 싸우느라 고생 중입니다.

공기 좋고 초식동물 많은 데로 소풍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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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민우회 남서지부에서 ‘성폭력 강사양성 교육’을 한다는

전단지를 보았습니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상식이 통

하는 안전망이 구축되는 사회를 바라며 민우회의 문을 열게 되었

습니다. 사람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이라, 민우회에도 많

은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대표와 간

사님, 몇몇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썰렁하게 시작하였지만

만남이 계속될수록 민우회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민우회 캠프의 일정까지 합류를 하고 여자

들만의 자유 여행을 떠나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캠프장을 향하는 길 내내 더위는 수다로 잊고, 비가 오면 웃음

으로 이기며 달려갔습니다. 도착해서 많은 민우회 식구들을 만나

니 든든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에 기운이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그 기운 그대로 “예능의 신” 시간엔 지부들의 센스를 볼 수 있었습

니다. 특히,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나>를 패러디한 <대표와 간사>

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납니다. 일인 다역을 해내는 우리 지부

도 <대표와 간사>에서의 둘의 대화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이번 캠프에서도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는 옹골지게 자리를 채우

는 대표·간사와 함께 “예능의 신”을 준비했습니다. 며칠을 브레인

스토밍하며 고민한 우리의 작품!

각자 집에서 아이들이 배우다 그만둔 악기를 밤새 치약으로 윤

이 나게 닦고, 연주하는 척 하는 포즈를 연습했습니다. 대표님은

한 술 더 떠 음악에 맞춰 안무도 준비했습니다.

“예능에 신” 시간 내내 참 오랜만에 눈물나게 웃고, 신나게 놀았

습니다. 마지막 날 “춤 테라피” 시간엔, 인도풍 리듬에 맞춰 손가락

을 마주 대고, 등을 맞대며 몸으로 인사 나눴습니다. 서로의 어깨

에 살포시 기대며, 다음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잎싹 ● 서울남서여성민우회 회원

올해 6월 민우회에 가입했구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고

그리고 만들고 싶은 잎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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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참좋은 식당>조례로‘상생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논하다!1)

이소희(바람) 여성노동팀

1) 이글은 ‘상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참좋은 식당>조례 만들기 포럼’ 자료집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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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밥상’같은 ‘동네 식당’이 곳곳에 있다면?

요즘 엄마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이곳저곳 통증을 호소한다.

급기야 엄마는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동네 병원

을 다녀온 엄마는 그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의사의 말에 본인

도 그 말은 할 수 있겠다며 답답해했다. 엄마는 몸 상태가 근본적

으로 어떤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사무실 활동가들

이 좋게 평하는 **한의원을 소개해주었다. 나도 진료를 받았었는

데 의사는 양손 진맥을 잡아 보고, 갱지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몸을 그리고 몸 상태에 대해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의 충분한 설

명이 만족스러웠고, 만족스러운 설명은 내 몸을 어떻게 살펴야할

지 가이드가 되었다. 엄마가 한의원을 다녀온 날 저녁에 “엄마 어

땠어? 선생님이 뭐래?”하고 물었다. 엄마는 “그냥 몸의 기력이 다

쇠해서 기력을 채우라 카데.”라고 답할 뿐이었다. 엄마는 그곳 방

문도 만족하지 않았지만 일하기 좋은 병원이라는 인상을 깊이 받

았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이 딱 지켜지고, 쉬는 시간도 충분히 있

고, 과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곳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민우회 사무실이 있는 성산동에도 이런 인상을 주는 ‘동네식당’

이 있다. ‘성미산 밥상’은 낮 12시에 오픈 해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직원들 휴게시간으로 문을 열지 않고, 일요일은 반드

시 쉬는 날로 정해두었다. 하루 12시간 풀타임(full time)으로 일

하고, 휴게시간도 없고 주휴일도 없는 식당에 비해 ‘성미산 밥상’

은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

‘성미산 밥상’을 찾는 마을 사람들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친

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한 음식을 마음 편안히 먹는다. ‘성미산

밥상’이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성미산 밥상’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식당을 오픈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자본’

의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대안적 실천을 하고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을에도 이런 ‘동네식당’이 곳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 없는’ 자본에 대항하는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만들자!

어떻게? <참좋은 식당>조례로!

현재 시장 구조에서 음식점 영업자의 안정적인 소득도, 노동자

의 인권적 노동환경도,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먹거리도 기대할 수

없다면, 이들 간의 관계를 상생의 원리로 재조직함으로써 변화를

모색할 수는 없을까. 지난 9월 6일 ‘상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참좋은 식당>조례(이하 <참좋은 식당>조례)’ 만들기 포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찾아보았다.

<참좋은 식당>조례는 음식점 영업이라는 경제 활동을 지역공동

체에 기반하여 새롭게 조직해보자는 의미에서 제안된 것이다. 음

식점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다층적 관계를 통해 운영되며 지

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조직하는

원리를 지역 차원의 조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 관련법에 따라 차림사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친

화적인 식당’, 각종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에게 건강

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환경친화적인 식당’, 지역에서 생

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고, 지역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일자

리를 제공하는 ‘지역친화적인 식당’을 <참좋은 식당>조례를 통해

발굴하고 지정하고자 한다. 또한 영업자, 종사자, 소비자 간의 상

호 존중과 배려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 일례로

종사자 성희롱 예방교육,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 소비자가 편

하고 쾌적하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마련된 식당이 참

좋은 식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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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틈틈이 떠오르는 시상(詩想)

하지만 먼지처럼 사라지고,

난 詩를 쓸 수 있을까? 응!

<참좋은 식당>조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당신의 목소리를 듣다!

포럼은 ‘노동친화·환경친화·지역친화·상호존중 문화 조성’이라

는 네 박자를 갖춘 식당을 발굴하고 지정하기 위해 조례가 어떤 모

습으로 갖춰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을 그려나가는 시간이었다.

‘참좋은 식당’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선정 기준, 활성화하기 위한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까지 다양한 아이디어

와 현실성을 고려한 조례안을 세부적으로 공유하였다.

포럼의 패널로 성북구, 마포구의원과 춘천여성민우회 공동대

표, 녹색당 사무처장이 참가하였고 각 지역에서 지역운동을 만

들어가는 운동단체의 활동가들도 참석하였다. 관광 산업이 활성

화되어 음식점업이 지역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참좋은 식당>조례가 지역공동체를 새롭게 조직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며, 조례가 제정되면 해당 지역 음식점업에 종사

하는 여성노동자의 고용 현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계

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또한 <참좋은 식당>조례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충분한 이해와 교육

이 필요하다. ‘식품위생과’, ‘일자리·지역경제과’, ‘여성정책과’와

같은 각 부서간의 협력을 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안

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한다는 의견과 서울시 차원에서 <참좋은

식당>조례를 만들어 자치구로 적극 확산할 수 있는 넓은 그림을

그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인권적 노동환경이 지켜지고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필요하고, <참좋은 식당>

조례가 그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되었다.조례에

제시된 ‘시민의 권리와 역할’을 강화하여 주민과 해당 지역의 시

민사회단체가 평가자 입장에 머물러 참좋은 식당을 지정하는 것

이 아니라, 상생하는 마을공동체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주체로

역할을 하도록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조례를 통해 주민과 시민사

회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연대하고 지원하는 방식으

로 간다면 즐거운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지방자치단체를 감독자

로서 위치하는 것보다, 영업자-종사자-소비자를 조직하고 각 주

체의 역할을 연계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로 설정해보자는 의

견도 나왔다.

이처럼 포럼은 <참좋은 식당>조례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 다

시 한 번 다듬고, 살을 붙여나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3년 동안 식당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가를

인지하고, 밥 짓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참좋은 식당>조례는 식당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종사자라는 구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노동자, 사업주 그리고 지역사회 운동단체들이 각 당사자의

문제로 지역사회 공동체의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

미를 전달하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

가 제정되고 실행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포럼을 마치고 이런 상상을 해봤다. 오후 3시에 밥 먹으러 갔는데

휴게시간이라 그 시간엔 영업을 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쉬고, 정당한 임금을 받는 식당이 마을에 많아지기를. 그리고 밥을

먹은 고객들이 “여기는 참 좋은 식당이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Page 9: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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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별칭은 미래를 담고 문지은(반아) 성평등복지팀

기억하시나요?

올해 1월 총회에서 창립 25주년을 맞아 별칭을 짓기로 하였

습니다. 25주년을 맞아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대중에게 더 가까

이 다가가기 위한 결정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별칭을 만든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실감을 넘어 거리에 간판들

만 봐도 별칭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지난 5월에 본부(대표, 홍보

팀, 회원팀), 지부(고양파주, 동북) 사무처장이 모여 별칭짓기 팀

을 만들었습니다.

첫 회의에서 어떻게 별칭을 만들어야할지 고민하였습니다. 계획

을 세우기 위해 이름을 바꾼 단체들을 찾아 방법을 문의해보고, 우리

는 어떤 방법으로 해나가면 좋을지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들 속에 한 가지 통하는 이야기가 있

었습니다. 바로, 민우회 이름을 둘러싼 일화들이었습니다. “계모임

이냐, 올드하다, 뭐하는 곳이냐.” 등등. 우리의 소중한 얼굴이 그렇

게 보여지다니 마음이 ‘짠’ 할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한국여성민우회”란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고, 주위 친구들도 “여성

단체야? 뭐하는 곳인데?”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25년이란 시간은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니 “민우회”

라는 이름이 낯선 세대들도 있을 거고, (영어 간판이 한글 간판보다

많은 세상이니까요.) 여성단체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저 시민단체로 보일 것입니다.

한 발, 한 발 별칭을 향해

그렇지만 별칭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주변 반응들만 보고 결정

할 수는 없는 법! 회원을 비롯한 대중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

로 하였습니다.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집하여 민우회 이름에 대한

반응도 확인하고, 방향 설정의 자료로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편으론,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별칭짓기 공모전”도 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본부, 지부 모두 진행해 500명의 의견을 모으기로

하고, 동시에 진행된 공모전의 응모작들을 기다렸습니다. 매일 메

일을 확인하면서 “오늘은 어떤 응모작이 왔을까?” 기대하고, 사무

실에 오는 회원들만 보면 설문지를 들고 쫓아갔습니다. 처음 걱정

과 달리 많은 분들의 참여로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공모전에는 다양한 응모작들이 있었습니다. 영문 이름 만

큼이나 한자어로 만든 이름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자어의 의미는 여성을 도와주는 곳, 여성들이 모여 즐거운 곳

이었습니다. 대표 여성단체로서의 민우회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익히 알고 있던 반응들이 현실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민우회 이름에 대한 주변반응을 물어보는 주관

식 답변에 ‘올드하다, 딱딱하다’는 응답부터,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

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설문지엔 회원들이 써주신 아쉬움

Page 10: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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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름엔 톡톡 튀고 역동적인 민우회가 드러나

지 않는다는 아쉬움과 이름에서 오는 인상만으로 비춰지는 아쉬

움 말입니다.

사실 별칭짓기를 시작하면서 “정말 별칭을 지어야 할까?” 고민

도 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렀던 이름을 대신하면서, 그만큼

의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는 별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벽에 부

딪힐 때마다 설문지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우리’의 또다른 이름

‘어떤 별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우회의 변화를 ‘어떻게 함

께 할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두

함께 할수 있는 별칭짓기를 고민 했습니다. 나의 이름이 아닌 ‘우리’

의 이름이니까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여러분의 ‘브레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

칭짓기를 내부로 깊게 끌여들여 고민하고자 브레인스토밍 프로그

램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작전명 <내 브레인이 별칭이 될 때까

지>. 별칭짓기 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모의실험도 해보면서

만들었습니다. (모의실험 결과, 상상 이상의 별칭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각 지부에 프로그램을 전달하였습니다.

소모임, 운영위원, 활동회원 등. 많은 회원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에

따라 별칭을 상상해보고, 실감나게 별칭짓기를 경험해보시는 시간

이 되길 바랍니다. 본부, 지부에서 모인 별칭들은 이사회와 중앙위

의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합니다.

최종 후보들은 2013년 총회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최종 후보

가 될 별칭이 무엇일지 궁금하시죠? 너무 궁금해서 못 주무실까봐

최종 후보를 민우회 홈페이지에 살짝 공개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홈페이지에 종종 별칭짓기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먼

미래에서 한 발 한 발 현실로 다가올 별칭에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

니다. 이상, 민우회 미래를 짊어질 사업을 맡은, 민우회에 미래를 의

지하고 있는 초보 활동가의 별칭짓기 이야기였습니다.

반아 ●

더워!더워! 하다보니

가을이 와서 허무한 요즘.

Page 11: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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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데이트 관계 속 짜릿함과 난감함 사이에 놓인 당신,‘명품 연애 센-타’에 놀러오세요!최김하나(하나)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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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적 갈등 상황에 놓인 8

인의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과 내용으로 관계에 임

하지만 때때로 소통의 어긋남을 경험한다. 이 경험으로부터 누

군가는 성가심과 짜증남 혹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

는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불안과 분노와

상처를 느끼기도 한다. 성적 관계에서 상호적이지 못한 소통은

이렇듯 누구도 원하지 않는 갈등 상황으로 내몬다.

이 갈등의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친

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인터넷 지식 게시판에 묻기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위 8명의 인물들도 바로

그 답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명품 연애 센-타’를 찾은 단막극

속 등장인물들이다. 이들은 ‘명품 연애 센-타’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성적 의사소통 잘 하는 법, “궁금해요?”

사실 성적 행동에 대한 욕구는 사람마다 또는 상황에 따라 제

각기 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관계에서 서로 다른 욕구의 충돌

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오히려 욕구가 일치하는 순

간보다 불일치하는 순간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

기 때문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

요하며, 그 모색은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통해서 가능하다.

‘명품 연애 센-타’는 바로 그러한 점을 이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과 자신,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은 과연 어떻게 가능

할까? 일단 간결한 원칙은 이렇다.

1. 나의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2. 나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3. 상대의 욕구와 감정을 존중하기

문제는 누구나 수긍하는 이 원칙들을 현실 상황 속에서 잘 적

용하는가의 여부이다. 세 가지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어긋나면 ‘원

활한 성적 의사소통’의 성립은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어긋남의

요인에는 늘 그렇듯 차별적인 성 인식과 성에 관한 잘못된 통념

들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대에게 물었다. 성적 의사소통, 무엇이 어려운가요?

그리하여 상담소는 사람들이 현재 성적 의사소통을 어떻게

경험하고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고,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가

로막고 있는 현실 속 장애물의 정체를 명확하게 살펴보기 위하

여 ‘데이트 관계에서의 성적의사소통 경험과 인식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여성/남성에 대해 동시에 진행하되 생애주기

에 따른 경험차를 최소화하고자 조사 대상의 연령을 20대로 한

정하였다. 7~8월 두 달에 걸쳐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

입어 활발한 배포 및 수거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20대 여성과 남성 1천여 명의 답변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 평소 섹스 상황에서 애인을 주로 리드하는 편인‘이리와’씨는 ‘내버려 둬’씨가 그 점을 못마땅하게여기며 ‘이리와’씨의 예전 연애 경험이 많다는 걸 탓하는 것에 화가난다.

* ‘보지마’씨는 애인 ‘말해줘’씨가 바이브레이터 없이는섹스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고, ‘말해줘’씨는 애인 ‘보지마’씨가 번번이 야동을 틀어놓고 섹스하려고 하는 것이 불편하다.

* 평범하고 무난한 연애를 바라는 ‘귀찮아’씨는 자꾸만 새로운 체위를 제안하며 짜릿한 쾌감을 원하는‘그건 뭐야?’씨가 부담스럽다.

* 매사에 꼼꼼한 ‘어디야?’씨는 피임에 별 신경을 쓰지않는 ‘난몰라’씨 때문에 항상 혼자서만 임신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는 것이 피곤하다.

Page 13: 함께 가는 여성 211호

12

특히 이번 설문조사는 성적 의사소통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내

용들 중에서도 스킨십, 섹스, 피임에 대한 제안과 협상, 동의와 거절

의 과정에 주목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성적인 욕구를 상대

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제안할 수 있는지, 나의 제안에 대한 상대

의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상대의 제안에 대한 거절 의사

를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

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섹스와 피임

에 대한 걱정을 어떤 식으로 해소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끝으로 이

제까지의 성교육 경험과 내용, 성에 관한 고민을 누구와 나누는지,

보다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위해 자신과 20대들에게 필요한 것

이 무엇이겠는지를 질문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이 주

된 목적임과 동시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스스로에게 질

문을 던져보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그 자체로 일상 속 성 문화의 발

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다행히 기획의

도에 걸맞게 상당수의 설문 응답자들이 설문 내용을 흥미로워하기

도 하고, 자신이 연애에 임하는 태도가 어땠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는 반응을 전해주기도 하여 뿌듯해지기도 했다.

한편 단순한 보기 문항으로 응답하는 설문조사의 한계를 보완

하기 위해 7인의 심층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다. 원활한 성적 의

사소통을 위해 자신과 상대방이 기울였던 노력들, 소통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갈등의 지점들에 대해 날 것의 언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나름의 맥락으로 천차만별의 소통을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나는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

었다. 모두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늘 갈등이 존재

한다는 것, 그렇기에 자신의 소통 방식을 성찰해보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결론에 힘을 얻게 되었달까.

현재 설문조사 응답과 심층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리 작업이 진

행 중이며, 최종 결과는 10월 10일 수요일 3시, 서울 YWCA에서

열릴 발표 문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막극 ‘명품 연애 센-타’로 놀러오세요!

그리고 이를 통계적인 수치와 정돈된 문장으로만 전달하기보다,

현실적 상황 맥락 속 생생한 이야기의 형태로 공유하고자 준비한 것

이 앞서 이야기한 ‘단막극 워크숍’이다. 8명의 워크숍 참여자들은 지

난 8월부터 두 달여에 걸쳐 성적 의사소통에 관한 각자의 생각과 이

야기 거리를 각각의 인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위의 네 커플로 각각 분하여 열혈 연습을 진행 중이다.

말과 몸짓으로 표현되는 이들의 갈등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

치고 있던 성적 의사소통의 열쇠를 하나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그리고 단막극 ‘명품 연애 센-타’가 들

려주는 성적 의사소통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러, 모두들 놀

러 오시라.

하나 ●

소통에 있어

뒷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요즘.

Page 14: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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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피임약 재분류 결정안에 대한 입장

지난 8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하 식약청)은

6월 발표한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결정안은 응급피임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남겨 둠으로써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과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

실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앞으로 여성들

이 산부인과에서 자유롭게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

는 사회적 인식 개선,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 복지

확대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의 개편. 또한 피임과 임

신, 출산에 대한 책임이 여성들에게만 전가되지 않

도록 피임 실천에 대한 홍보와 성교육 대중화 방안

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8월 29일 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을 위한

피임약 정책 촉구 긴급행동

민우스케치

기자회견문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내

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

손해 배상 판결에 대한 규탄 및 직장 내 성

희롱 사용자 책임 인정 촉구

피해자가 성희롱 가해자 두 명과 금양물류 대표

이사,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민사 소송에서

가해자 두 명에게만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김용두 판사는 금양물류 사장이 성

희롱 피해자를 징계 해고 한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은 바 있음에도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고,

현대자동차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사내 하청 노동

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때 원청 사용자는 책임

을 져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본 판결은 우리가 지원

하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성희롱 피해

자 모두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9월 4일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내 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 대책 위원회

논평 |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

최근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업주에게 성

폭행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알려지

면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고

용노동부가 제시한 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현재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예방교육조차 부실

하며, 처벌만 강화하는 대책은 무의미하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실제로

예방교육이 전문 강사에 의해 제대로 실시되고 있

는 지 근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8월 24일 여성노동팀

성명 | 형법 270조 1항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

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

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낙태율은 낙태를 불법

화하고 있는 나라에서 더 높으며, 안전하지 못한 낙

태로 인한 여성 사망률 또한 높다. 여성의 삶과 기

본권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

소를 강력히 규탄한다. 앞으로도 여성의 임신 출산

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법적, 사회적 조건을 만

들어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8월 24일 여성의 임신 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논평 | 19대 국회 여·야의 성폭력 범죄 친

고죄 전면 폐지 추진 환영

지난 8월 6일 형법 306조 폐기를 취지로 형법일

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056, 유승희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의원 33인 공동 발의로 제출되었다.

8월 22일 민주통합당 여성·아동성범죄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가 비장애 성인 대상 성범죄를 포함한

‘친고죄 전면 폐지’를 발표했고 8월 26일에는 새

누리당 아동·여성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회 역시

‘친고죄 폐지’ 방침을 포함한 성범죄 해결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19대국회의 성범죄 친고

죄 폐지를 위한 하나 된 움직임을 적극 환영한다.

8월 30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후기 | 신입 회원 만남의 날

이번 신입 회원 만남의 날은 세 달 만에 가진 시간

이었습니다. 박하, 유니스, 동산, 길숙 님과 함께 하

였습니다. 요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고민이나

복잡다단한 생각들을 뇌 구조로 그려봤어요. 각자

자신의 뇌 구조를 보여 주며 이야기를 풀어 보는 시

간을 가졌답니다. 세 달 만이라 더 반가웠어요! ^^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9월 18일 시민공간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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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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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칼럼

성폭력 범죄의 양형에서의 ‘형사합의’,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자장임다혜(시바)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지난 8월 31일 대법원에서 개최한 형사법관 포럼에서, 성폭력

범죄의 1심 선고를 기준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

력 범죄 전체 사건에서 피고인의 집행유예 선고비율이 높아졌는

데, 가장 큰 요인이 피해자와의 합의라는 분석결과가 발표되었다.

다시 말해, 최근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는 “성폭력 범죄의 낮

은 양형”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엔 ‘형사합의’가 존재한다.

형사합의란? : 성폭력 범죄에서 합의의 2차 피해

형사합의는 통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피하거나 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범죄 피해에 대

한 일정한 금전적 보상 내지 개인적 요구사항을 이행하기로 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사법기관

에 표시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형사합의에 관한 형

사소송법상 근거 규정은 없다. 그렇지만 형사합의 후 사법기관에

제출되는 피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합의서)는 형

사소송절차에서 일정한 법률효과를 가진다. 예컨대, 친고죄나 반

의사불벌죄와 같은 범죄1) 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고소

라는 소송요건이 사라지므로 공소기각 판결이 이루어진다. 그렇

지만 친고죄가 아닌 범죄의 경우에도 형사합의는 기소유예사유

가 되거나 양형시 주요한 감경사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형사소송의 관행상 형사합의는 교통사고나 폭행, 사

기사건 등과 같은 형사사건에 휘말렸을 때 피의자나 피해자가 해

야 하는 아주 일반적인 절차로 자리잡고 있다.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형사합의는 별도의 소송없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손쉬운 피해회복 절차일 수 있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발생한 피해와 손실

을 스스로 원상회복함으로써 반성과 사죄의 의미를 표시할 수 있

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검찰이나 법원 역시 피해자

와의 합의를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범

죄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의 집이나 직장, 학교로 찾아와 반복적으로 합의를 종용하

고 강요하여 2차 피해를 경험한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합의해주지

않으면 성폭력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당

하기도 하며, 연락도 없이 피해자의 집이나 직장을 방문하여 피해

자에게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를 심어주기

도 한다. 다른 범죄에서와 달리 성폭력 범죄에서 형사합의는 피해

1) 친고죄는 피해자 등 고소권자의 고소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로서 형법상 강간죄나 강제추행, 모욕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폭행죄 등에 이에 해당한다. 이 두가지 유형은 모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사법기관에

할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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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게 유리한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폭력적인 방향으로 실현되

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범죄에서와 달리 성폭력 피해자가 합의의 과정에

서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합의종용과 강요로 인한 피해

에 시달리는 이유는 성별화된 가부장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성폭

력 범죄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로 사

회적 낙인을 부여받게 되는 상황,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로 가족의 명예와 위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성폭력이 범죄 피해

가 아니라 성적 관계로 인식되는 상황들 속에서 많은 피해자들은

위축되고 지지받지 못한 채 형사절차를 경험하게 되며, 가해자측

의 합의 제안이나 종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포와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합의는 피해자를 울리기만 하는가?

: 피해자들의 눈으로 형사합의 다시 보기

이렇게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불리한 사회적, 제도적 조건 속

에서 형사합의 과정은 2차 피해가 되기도 하며, 이 점에서 여성운

동단체들은 성폭력 범죄에서의 합의종용 문제와 합의의 강한 동

기를 부여하게 되는 성폭력 범죄에서의 친고죄 폐지를 주장해왔

다. 지난 형사법관포럼에서 역시 법관들은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

자와 합의를 하였거나 합의금으로 일정 금액을 공탁했더라도 양

형을 정할 때에 결정적인 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형사합의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해 근

절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형사합의를 결정적인 참작사유로 고려하지 못하도록 만드

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합의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

들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합의를 원하며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가해자측과 합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자신의 피해를 가지고 돈을 놓고 밀

고 당기는 가운데 마치 성매매를 하듯 대가를 요구한다”거나 “피해

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거래하는 것”으로 평가절하 해왔다. 그러

나 이는 형사합의를 선택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경험을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태도일 뿐이다. 실제 가해자측과의 합의를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합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핵심적인 요구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진지한 사과와 반성을 바탕으로 한 사건의 해

결방식으로 합의를 의미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 피해

자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반성

하고 사죄하며 그에 합당한 책임을 이행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범

죄를 피해자 자신 또는 타인에게 저지르지 않는 것을 원한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한

정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책임

인정과 처벌이 아닌 피해회복이라는 책임 이행을 형사합의를 통

해 충족할 수 있다면 형사합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성폭력 범죄의 양형에서의 형사합의에 대한 개선방

향은, 단지 합의를 양형요소에서 배제하거나 축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의의 과정과 내용을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가해

자의 반성 및 사죄라는 요구가 충족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피해자가 진정으로 형사합의를 원했는지, 합의의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 압력은 없었는지 혹은 2차 피해가 없었는

지, 합의 내용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방향이었는지, 가해자

의 책임에 대한 인정과 반성 및 사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등

에 대한 평가를 통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폭력 범죄의 양형에 있

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될 수 있는지를 질적으로 평가함으로

써 형사합의를 또 다른 사건해결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시도가 가

능해질 것이다.

시바 ●

성폭력문제에 대해 십 몇 년을 고민하면서 어떤 것이

성폭력 사건의 해결인지에 대해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중.

최근 성폭력 범죄에서의 형사합의에 관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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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시각

보복으로 치유되는 상처는 없다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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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나주에서 어린이들이 성범죄의 피해자로 등장했다. 얼굴

을 아는 이웃 아저씨들이 범인이었다. 나주 사건 범인은 놀란 어린

이에게 “삼촌이야, 괜찮아...”했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인권활

동가이기 전에 여성으로 살고 있고, 딸을 두고 있는 처지에 할 말

이 없다. 끔찍하고 무섭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원

한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보다, 나쁜 놈을 처

단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나쁜 놈들에게 보복을 하거

나 성욕을 도려내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까.

그게 궁금해졌다.

원인과 처방이 다른 대책

권인숙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성폭력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극단적인 사례만을 기준으로, 분노에 가득찬 실시간 보도로 만들

어진 정서를 가지고 전반적인 성폭력범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결

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대응을

하면 일부한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전반

적인 인권감수성 수준을 낮추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1) 성범

죄 등 강력범죄를 대처하겠다는 해결책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

고 있다. 요즘엔, 모두 알다시피 처벌강화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보다 앞선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

었다. 로익바캉이 쓴 <가난을 엄벌하다>는 미국산 형벌국가가 어

떻게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로익

바캉은 맨하탄에서 연구한 미국산 형벌국가라는 수출품이 워싱

턴과 뉴욕을 출발하여 대서양을 횡단, 런던에서 도착한 다음 전

대륙의 배급망을 통해서 유포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출발처는 20여년 전부터 ‘범죄 엄벌주의’ 홍보 업무를 공

식적으로 맡은 미합중국 국가기관이다. 범죄율이 정체, 감소하

던 기간에 이 서비스로 모순적이게도 형무소 수감자 수는 이례

적으로 4배나 증가했다”고 쓰고 있다. 결국 강력한 형벌정책이

라는 서비스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통계는 없거나 적

은 반면, 서비스로 인해 감옥은 넘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서비스의 수많은 수혜자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연방사법부, 국무부, 경찰 및 형무 관련 행정기관들, 그와 연계된

준 공공기관 및 직업단체들, 피의자 변호단체, 미디어, 형무 산업

의 붐을 타고 세워진 사설 교도회사 등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은 한국사회에서도 톨레랑스 제로 즉, 무관용 원칙2) 이라는 말로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법무장관의 일갈

은 용산참사, 쌍용사태 등의 과잉된 공권력 대응으로 드러났다.

결국 강력한 형벌정책이 목적으로 하는 종착점에는 범죄를 예방

하겠다는 목적이 아닌, 다른 결론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②]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 교수 - 오마이뉴스 2012.09.06. 기사 중 발췌

2) 사소한 위법행위도 죄질이 나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사법 원칙.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그 일대의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깨진 유

리창’ 이론에 입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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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심스럽게 가해자의 얼굴을 들춰보자.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이하 서울청)이 주폭3) 척결을 표방하며

벌이는 치안단속을 보자. 서울청은 지난 6월 12일 “서민의 생활

을 위협하는 주폭 단속 한달여 만에 주폭 100명 구속”이라는 보

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구속된 주폭의 82명이 무직,

전과 평균 25.7범이다. 이들의 주된 범죄 사실은 영세상인 등 서

민을 상대로 한 업무방해, 갈취, 폭행 등이다.

이 자료에는 “상습적으로 만취한 채 주민센터를 찾아가, 몸이

아픈데 왜 장애인 판정을 해주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느냐”며 공

무집행을 방해하고, “인근 약국˙내과˙분식집 등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욕설 및 행패 등 난동을 피운 피의자에 대해 주민 153명

의 연명부를 제출받아 첫번째 주폭으로 구속하고“라는 대목이

있다. 결국 주민이 이웃주민을 고발하도록 부추기고, 이런 불신

과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에서 배제, 격리시키겠다는 조치가 정말

범죄예방에 근본적인 대책일까,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이들

이 자신들의 절망을 딛고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는 방법이 아닌 사

회구성원으로 들어서도록 만드는 체계가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본질에 다가가기

자유, 평등, 박애를 자신들의 국기에 담고 있는 프랑스 사회는

오히려 철저히 구획화 되어 있었고 뿌리깊이 차별적이었다. 프랑

스 파리의 시내가 구획한 도시의 공간은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

내고 있었다. 백인과 흑인, 아랍인이 사는 구역은 도로 하나를 차

이로 확연히 구분된다. 치안상황이 그것을 증명했다. 짧은 여행으

로 성급히 판단할 수 없겠지만 흑인이 몰려 사는 거리는 대낮에도

걸어 다니기가 위험하다는 주의를 끊임없이 들어야했다. 결국 슬

럼화 된 지역의 치안상황은 위험한 것이 당연했고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구역들은 상대적으로 아주 안전했다. 교정과 통합이 아

닌, 구획과 분리, 배제는 결국 삶의 질에 있어서의 차별을 결론으

로 맺게 되지 않겠는가. 지금 주폭과 골목조폭이 없어져 당장은 안

전할지 모르지만 어느 날 내가 주폭이나 골목조폭이 될 수밖에 없

는 절망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는 어떠할까.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절망을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끝없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에게 범죄를 이용해 국가권력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고 범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으라고 일러야 한다. 그리고 본질에 빈곤의 확

대와 같은 근본적 문제가 도사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한다.

3) 떼거리(조직)의 힘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게 ‘조폭’이라면 ‘주폭’은 술의 힘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박진 ●

인권운동을 하는 여자.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길은

불온하게 사는 것이라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러다보니, 경찰서와 법원 드나드는 일이 잦다.

그러나 내 삶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스무살을 맞은 다산인권센터에서 16년을 활동했다.

더 재밌게 운동하는 법에 대해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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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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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시각

반경 2.3km안에 홈플러스만 세 곳-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반대 운동,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정경섭 민중의 집 대표

Page 21: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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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이었습니다. 합정동에 홈플러스가 입점 예고 됐

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원시장과 월드컵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두 시장은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예정지에서 불과 650미터 거리

에 있었서 만약 홈플러스가 입점 된다면 크나큰 타격을 받을 것

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두 시장 임원들의 반응은 덤

덤했습니다. “이미 결정된 걸 어떻게 하겠느냐”, “우리 같은 사람

들이 대형마트가 입점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금은 무기력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망원시장과 월드컵 시장 뿐만 아니라,

인근 골목 상가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어 결국 지역 공동체

가 파괴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토론했습니다.

시장의 상인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넘게 시장에서 장

사를 해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두 명이 홈플러스 입점을 한번

막아보자고 의지를 밝히니, 빠르게 서로에게 전달됐습니다. 남다

른 동료의식으로 감정의 전이도 굉장히 빨랐습니다. 전통시장은

공동체와 다름 없습니다. 한 곳만 장사가 안되는 일은 없습니다.

잘되면 함께 잘되고, 못되면 함께 망한다는 의식이 존재했습니다.

공동체이기 때문에

바로, 이 공동체 의식이 최초의 홈플러스 반대 투쟁을 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즉 나와 당신을 묶어내 서로에게 의지를 하

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후, 임원들이 찾아와 “시장 상인들이 합정동 홈플러스 입

점을 막아내기 위해서 대책위를 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대책

위까지 꾸리고, 매주 월, 수, 금 회의까지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래

서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인들과 함께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최초로 이 사안

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한 건 저였지만,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한 상

인들은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전통시장 반경 1킬로미터 안에는 대형마트가 입점될 수 없게

법이 개정됐지만, 홈플러스 측은 법 개정 직전에 구청에 서류 등록

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상인들은 회의를

통해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여론을 조성하는 길 뿐이라고 의견

을 모았습니다. 여론은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네 번의 철시, 포기하지 않는 걸음

쉽게 결정하기 힘든 시장 철시1) 가 무려 네 차례나 단행됐습니다.

철시를 단행하기까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과연 전

시장이 문을 닫고 데모에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견, 시장 철

시 정도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거대 자본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

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철시가 결정되자 임원들은 시장 상인들을

일일이 방문해 하루 장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간곡하게 설득했습니다.

첫 번째 철시 때는 마포구청 앞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갔습니다.

두 번째는 상암동 홈플러스를 세 번째는 국회 앞으로 갔습니다. 네

번째는 강남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앞으로 집결했습니다. 네 번의

1) 점포나 시장의 문을 달고 휴업하는 일.

Page 22: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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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시 동안 모두가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군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2.3 킬로미터 안에 무려 세 곳의 홈플러스가 입점 되는 기네스

북에 오를만한 상황을 세상에 알려내기 위해서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고,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도 철시를 단행하고 모였습니다.

전통시장의 존재 이유

때로는 주민을 위해서 대형마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번 돈은 지역 경제를 위해서 쓰

이지 않습니다. 전통시장에서 번 돈은 지역에서 유통되며, 지역 경

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전통시장은 문화적인 이유에

서도 필요하다고 사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

만 사고파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몇 십년간 관계를 맺어온 손님의 관

계는 대단히 특별합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

키는 가게는 어느 새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통시장

은 상인들끼리만 친밀감을 형성하는 ‘상인들만의 공동체’가 아니

라, 지역 주민들과의 공동체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그래서 더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1만5

천명이 넘는 동네 주민들이 시장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서 ‘합정도 홈플러스 입점반대’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한국여성민

우회를 비롯해 마포 지역 시민단체가 대책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마을 만들기’가 한창인데, 이

미 전통시장을 통해 형성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포지역 시민단체들에게 형성됐습니다.

공동육아, 생협 등 공동체의 전통이 있는 마포구에서 망원시장,

월드컵시장을 지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성미산을 넘어

서지 못한 공동체가 기존의 공동체인 전통시장과 만나며 공동체

의 새로운 확장을 모색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8월30일에 입점을 하겠다는 홈플러스는 상인들의 천막 농성

때문인지, 지역 여론 때문인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입점을 연기했습니다. 아니, 아직까지 입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절반의 승리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지

만, 그래도 거대 자본이 추석 대목을 포기하고 입점을 연기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마포구청·마포구의회·서울시의회에서도 합정동 홈플러스 입

점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불과 2.3킬로미

터 안에 세 곳의 홈플러스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입니다.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을 지키기 위해 민우회 회원들의 많

은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며 글을 맺습니다.

정경섭 ●

마포구상인회총연합회 자문위원장.

마포의료생협 홍보위원장.

얼마 전 유럽 민중의 집 얘기를 담은 <민중의 집>을 집필했다.

10년째 마포에서 진보정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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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크아웃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서로 협의해서 진행하는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과 결과를 뜻하는 것으로 기업 스스로 하기 힘든 기업 내부의 구조조정작업

을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진행하게 된다.

인터뷰

‘우리’라서 지킬 수 있었던 시간들 - 윤민례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그네틱스지회 분회장(이하 윤민례 분회장)을 만나다

한국여성민우회 편집팀

시그네틱스는 66년에 설립한 반도체 제조 업체이다. 하지만 장기 투쟁 사업장으로도 많이 알려져있다. 경기지부 시그네틱스 윤민례 분

회장은 두 번째 복직 투쟁 중이다. 95년 시그네틱스가 거평그룹에 인수된 후, 부도로 인해 워크아웃 사업장이 됐었다. 회사를 위해 임금

30%를 반납하고 워크아웃1) 기간을 견뎌냈다. 워크아웃이 끝난 후, 영풍그룹이 인수하면서 투쟁은 시작됐다. 회사는 갑자기 염창동 공장

노동자들을 안산 공장으로 발령냈다. 안산 공장으로 갈 것인지,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떠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발령을 낸 안산 공장은

앞으로 투자 계획이 없어 고용이 불안했고,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6천명의 비정규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윤민례 분회장과 조합원들은 공

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우리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떠나라고 하지 말라고. 돌아온 것은 전원 해고 통보였다.

그렇게 6년을 투쟁했고 복직 했다. 긴 싸움 끝에 민사 소송의 승소로 임금과 퇴직금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다시 두 가지 선택을 종용했다. 안산 공장에 정규직으로 복직시킨 노동자들에게 유엔씨라는 하청업체로 가던지, 위로금

을 받고 떠나라고 말이다. 2012년 지금, 윤민례 분회장의 표현대로 시그네틱스의 마지막 정규직들이 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91명의 악바리 언니들의 싸움이 다시 시작 됐다.

사진출처 :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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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싸우셨어요.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그때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죠. 조합원들 대부분도 회사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크니까 오래 가더라구요.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심정이었죠. 새로 지은 파주 공장으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일방적

으로 안산 공장으로 발령을 내더니 3주간 휴업을 해버렸죠. 그때

부터 악바리 아줌마들이 됐어요. 휴업해 있는 동안에는 용역들을

투입해서 공장에 있던 저희를 끌어냈어요. 그때 우리를 경찰들이

못 움직이게 다 에워쌌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날 정

말 많이 울었는데… 용역들이 트럭에 기계를 싣고, 트럭들이 공

장을 빠져나가고.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그 외에도 회사가 최

초로 한 일들이 많아요.

이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농성을 시작하고 전원을 해고 시키는 거에요. 일반적으론 지도부

들이 해고 당하지 조합원들까지 해고시키는 경우는 없거든요. 해

고 후엔 임금, 퇴직금 가압류를 해버리죠. 그럴 줄을 몰랐는데 당

황스럽고 조합원들도 분노했죠. 또 하나 더 있어요. 저희가 3교대

로 일하다보니까 직장 어린이집이 있었거든요. 임금 인상을 2~3

년간 보류해서 만들 수 있었어요. 근데 회사가 밤에 용역들을 보

내서 어린이집 구들장을 팠어요. 보일러를 깨고 변기도 깨고. 그때

어린이집 졸업식을 4일 앞두고 있었어요. 애들이 울고불고 난리

가 났죠. 나중에 아빠들이 어린이집 수리를 해줬어요. 주변에 연대

동지들이 오셔서 벽에 그림도 그려주고. 복구하는데 두 달이 걸렸

어요. 그동안 저희 집을 어린이집으로 내줬죠. 저희 아들들도 어린

이집을 다니고 있었으니까요. 저희 집에서 졸업식을 했어요. 포기

할만하면 한 건이 터지고… 계속 분노가 누적 됐죠.

첫 번째 복직 투쟁을 하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잖아요.

그래서 이번 복직 투쟁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조합원들한테 물었어요. 싸움도 힘들고 이겨

야 복직도 되는건데, 그래도 싸우겠냐고요. 근데 조합원들이 도저

히 못 믿겠대요. 왜냐면 회사가 흑자거든요. 회사에도 말했어요. 조

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게 경영이 어렵다는 자료를 보여달라고요.

정말 회사가 어려우면 돕겠다고요. 그런데 자료도 제대로 보여주

지 않아요.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 해고하는 게 아니라는 것까지도

저희가 증명해야 하죠. 그래서 더 어렵죠.

분회장으로서 책임감도 무거우실 거 같아요.

회사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해요. 투쟁 운운하며 조합원들을 선동하

지 말래요. 저는 스스로를 운동가나 활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2월에 고등학교 졸업해서 3월에 시그네틱스에 입사했어요.

첫 직장이었고 오래 있고 싶고 자부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너무 억울해서 못 떠났고, 투쟁하다보니 분회장이

된거죠. 그리고 책임감 때문에 의리 때문에 못 떠났어요.

조합들도 마찬가지에요. 왜 못 떠나느냐고 물어보니까 여기가 본인

들 삶이라고 대답해요. 누가 강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하청

업체로 가지 않으면 해고 당하는 걸 알면서도 남았어요. 본인들이

부당하다는 걸 알고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게 확고하니까 남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투쟁)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조합들 나

이가 사십이 넘은 사람들이에요. 운동적 관점으로요? 그렇게 했다

면 뜻 맞는 사람 열 명쯤 남았겠죠. 회사에 한 명의 낙오 없이 장기

적으로 투쟁할 거라고 말했어요. 가끔 조합원들과 속상한 일이 있

기도 하지만. (웃음) 그래도 회사만큼 밉지 않아요. 10년동안 두 번

이나 해고한 회사보단 밉지 않아요.

Page 25: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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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투쟁 때부터 서로간의 유대와 신뢰가 깊다는 얘기

를 많이 들었어요. 처음과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하기란 쉽지 않

은데 말이죠.

대부분 조합원이 오랫동안 함께 했고 애들도 같은 어린이집에서

자랐어요. 애들끼리도 친구에요. 어떤 조합원은 성격상 속마음을

잘 얘기 못하고, 서로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일일이 말하지 않아

도 함께 하는 거 보면 다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힘든 일

있으면 솔직하게 다 얘기해요. 모두 함께 하는 게 이기는 싸움이니

까요. 나쁜 건 책임지고, 좋은 건 서로 나누자고요. 그게 돈이라도

그렇게 하자고 했었는데요. 그래서 민사 소송에 승소하면서 임금,

퇴직금을 받았을 때도 그 돈으로 조합 운영비도 마련했어요. 투쟁

하는 동안 해고된 해고자들에게도 나눠주고요. 각자 받은 임금을

나눠서 해고자들까지 챙기는 건 저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조합원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들이잖아요. 여자들이 더 의리 있

어요. (웃음)

남자들이 이렇게 오래 함께 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요. 그럼 “의

리요”라고 대답해줘요. 그리고 지도부가 헌신적으로 해서 쌓은 신

뢰도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제 인생 다 걸었죠. 집도 내주고.(웃음)

맨날 조합원들 저보고 시그네틱스에 미쳤대요. 맞다고 말해요. 미

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이길 수가 없다고요.

그래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 되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으셨어요?

회사가 묻더라구요. “윤민례씨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그래

서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럴지도 모른다고. 20대는 공장에 갇혀서,

3,40대는 투쟁하고. 나중에 미쳤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근데

지금은 후회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

고 있다는 거죠.

앞으로 계획은요?

11월이나 12월에 해고무효소송 1심 판결이 나올 거 같아요. 승소

하면 좋겠어요.

인터뷰하기 일주일 전, 시그네틱스 조합원들과 영풍그룹 본사 앞

에서 집회를 했다고 한다. 어차피 아무도 반기지 않는데 힘들게

하지 말자고 생각해서 조합원들끼리 편을 나눠서 게임도 하고 장

기자랑도 했다고 한다. 함께 웃음을 나누고, 옅에 있어주면서 길

고 긴 싸움을 해나가는 것이다. 영풍그룹이나 영풍문고에서 이

들을 만난다면 손을 들어 인사해주면 좋겠다. 이들처럼 유쾌하

고 씩씩하게 말이다.

Page 26: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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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healing [|hi:lIŋ] (몸이나 마음의) 치유입니다.

힐링을 주제로 한 토크 프로그램이 있고,

힐링을 위한 여러가지 치유프로그램이 있고, 힐링을 주제로 한 강좌들도 있습니다.

사방에서 “치유”를 이야기합니다.

왜? 우리에게 힐링이 필요할까요?

필요하다면 어떤 힐링이어야 할까요? 지금의 힐링 문화로 정말 치유가 될까요?

그래서

힐링을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마케팅전략으로 변해버린 “힐링”을 다시 살피고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치유” 가 사회문화현상으로 퍼져나가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를

<친밀한 적>의 저자 정승화님이 풀어냅니다.

많은 치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춤 테라피 경험에 대해 예술심리치료센터

‘꿈꾸는 몸, 춤추는 마음’ 운영자 모모님에게 들어봤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치유가 될 수 없을까?

‘힐링’에 대한 회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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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유행과 자아에의 몰입정승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기획 힐링에 ‘힐링’을 더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이야기와 실

용적인 경제서가 강세를 보인다” 1)고 한다. 한 대형서점은 IMF경제

위기였던 1998년에 이어 2003년 카드대란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이와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래

없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시크릿>(론다 번 외)

의 ‘비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의 ‘응원’, <하악하악>(이외수)의 ‘거친 숨소리’, 아고라 광장에서의

치유로서의 글쓰기, <개밥바라기별>(황석영), <완득이>(김려령),

<리버보이>(팀 보울러) 등 성장소설, 죽음과 자살을 다룬 책, 섬세

하게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심리학 서적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

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연구소장인 한기호는 “1998년에는

잭 캔필드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레) 등 남들을

배려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즐겼다면, 2003년에는 <폰더 씨의 위

대한 하루>나 <2막>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절망 앞에 선 ‘나’의

이야기를 찾았다. 그러나 2008년의 ‘나’는 ‘응원’을 받는 나, ‘위로’

를 필요로 하는 나이다.” 성공이라는 미래의 희망도 꿈꾸기 어려운

현실에서 당장의 오늘 하루를 버티기 힘든 우울한 사람들은 내면

의 상처에 집중하고 스스로 위안받는 자기치유에 몰두하게 된다

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치유 열풍은 경제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

상인 것일까?

치유의 마케팅

1996년 넥스트그룹에서는 AT&T, 머크, 디아지오, P&G, 로레

알, 유니레버 등의 대기업들의 지원 속에서 21세기 소비자행동이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인간욕망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인문학자와 예술가를 비롯한 광범위한 사회경

제계의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수행된 이 연구에 따르면 음식, 섹스,

권력에 대한 기존의 원초적 욕망이 인류 역사 제1부에서 우리를 움

직이는 핵심적 욕망들이었다면, 인류 역사 제2부에서는 최적의 마

음상태를 추구하는 새로운 원초적 욕망이 동기부여와 설득, 그리

고 행동의 역학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2) 즉 현대인들은 섹

스보다 마음의 평화를 더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경제전문

가들은 ‘현대의 마케팅 산업은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대한 실질적

이고 진정한 통찰’에 바탕을 두어야 함을 강조한다.3) 그리고 고객을

잠재적으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로 바라보고

상품 구매의 전과정에서 정서적 만족을 향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

략을 새롭게 재조정하라는 논의를 통해 ‘치유자로서의 마케터’ 상

을 제시하고 있다. 치유는 그야말로 21세기 새로운 소비자 욕망이

자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치유 열풍의 이면에서 우리는 심리학의 대중화를 관찰할 수 있다.

한겨레 문화센터의 상담코너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글들이나 이

1) 한겨레 2008. 11.15

2) 데이비스, 멜린다(2003), 『욕망의 진화』, 박윤식 역, 21세기 북스, 122쪽.

3) 같은 책,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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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상담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에서도

어린시절의 애정결핍이나 폭력, 내면의 죄의식, 아버지의 대리형

상, 방어기제, 투사된 감정 등. 자아를 해석하고 관찰하는데 심리학

적 언어가 대중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통 받고 있는 자아를 전

문가에게 호소하면서 자신의 자아와 감정을 관찰하고 치유적 언어

로 해석하는 경향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그리고 심리학은 심각

한 심리적 질병을 다루는 것에서 훨씬 더 넓은 신경증적 비참함의

영역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치유 문화의 이면

이러한 치유 문화의 확산은 치유 전문가의 등장과 치유와 관련

된 소비 시장의 형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치유 문화는 행복

하고 성공한 삶을 위한 정신건강과 감정 관리를 일상의 규범으로

부여하면서 틈새시장을 창조하였고 감정들, 지나친 사랑, 죄의식,

불안 등을 노출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공적 대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매일의 삶 속에 있는 부부갈등, 양육, 실연, 이혼, 채무, 사업

실패, 실직 등 삶의 사건들은 치유산업의 확대 속에서 ‘치료가 가능

한 문제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리치유적 문헌들에서 진정한 자

아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정의된 감정적 상태와 동의어처럼

여겨지고 심리치유적 설득은 웰빙에 대한 문제를 의료적 은유와 병

리화된 일상생활의 문제로 바꾸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의 메이크오버 문화(makeover culture)4) 를 분석

하면서 맥기5) 는 근대 초 자율적인 “개인들의 적극적인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 ‘자조(self-help)’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서 다

양한 전문가 담론과 개인들의 욕망의 접합 속에서 자기치유를 위

한 활동으로 그 의미가 변화되었음에 주목하였다. 이전의 ‘자조’는

정상성, 만족, 성공을 보증하는 삶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을 제공하

는 전문가들과 사회적, 정치적 관습에 부합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적인 행복과 향상된 삶의 질을 희망하는 개인

4) 화장이나 스타일의 변화, 성형, 성격개조 등을 통해 자아의 변신을 기획하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메이크오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5) McGee, Micki 사회학자이며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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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사이의 상호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치유활동으로 정

의되고 있다. 문제는 확산되는 자조담론과 치유문화가 새로운 능력

주의의 신화를 유포하면서 사회적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자기관리

의 문제로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만일 성공이 단지 한 개인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면, 어떤 실패에 대해서도 그 책임은 반드시 개인적

결점이나 나약함 때문인 것이 된다.” 6) 자기계발 문화와 치유 산업

의 대중적 확산 속에서 사회생활의 제 문제들은 자아와 심리의 문

제로 환원되고 있고 이러한 효과로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심리화

되고 사유화(privatization)되고 있다.

자유로운 자아를 위한 치유가 되기를

치유 문화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판은 심리학과 치유학이 치

료한다고 주장하는 병을 창조하거나 최소한 부양시킨다는 것이다.

치유학은 사회관계 속의 다양한 갈등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다

루거나 해결하는 것을 돕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에게 타자들

에 대한 우리의 헌신보다는 우리의 요구와 선호에 집중하도록 만

든다. 치유담론의 방패 아래, 사회관계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개

인들의 관심이나 헌신의 부족을 용서하고 자기애적이고 개인주

의적인 행복과 성공, 사회와 동떨어진 자아의 주관적 안녕과 평

화에만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든다.

소비와 치유적 자기몰입의 유혹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정신의

퇴조와 정치적인 냉소주의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인준하도록 하면서 심리치유적 설득

은 우리가 시민권이나 정치의 더 큰 영역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도

록 만든다. 또한 불안한 시대에 허구적인 안정감을 약속하며 우리

에게 사적인 자아와 공적 영역을 연결시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무

화시킨다. 치유 문화에서 제시되는 자아상은 자아에서 공적인 내용

과 정치적 내용을 텅 비게 만들고 그 내용을 자기애적인 자아에 대

한 관심으로 대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입고 우울한 세계감은 한편으로 불안한 미래와 절망의 현실

에 대한 반응이지만, 상품화된 치유 산업의 확산 속에서 우리는 치

유 상품의 소비자로서만 위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치유 문화

와 자기계발 문화는 사회적 성공과 실패를 개인들의 자기관리의 성

공과 실패의 문제로 전도시키고 그 모든 사회적 불행과 실패의 책

임을 개인의 감정 관리의 문제로 환원한다.

우리의 상처받은 내면과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치유가 어떻

게 진정으로 우리의 자아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 기획’으로 이어

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의 상처와 우울이 우리 모두가

처한 사회의 일반적 상황과 구조적 모순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 그 시작일 수 있다.

6) McGee, Micki(2007), Self-help, Inc. : makeover culture in American life.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p. 13.

정승화 ●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

Page 30: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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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꽃 피우는 치유박소라(모모) 예술심리치료센타 ‘꿈꾸는 몸, 춤추는 마음’

누에를 아시나요? 누에는 스스로 자기 입에서 나온 실로 ‘고

치’를 만듭니다. 고치에 갇혀서 번데기로 굳어져 갑니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게 바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에 갇혀 꼼짝 못하고 살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

니다.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와 훨훨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행복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한 마리의 누에가 자신이 만든 속박으

로부터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앓음으로 깨닫고, 아름다운 나를 보

게 된 소박한 여정의 흔적입니다.

‘익숙한 삶’의 자리로부터

조금은 늦은 나이에 스윙을 만나 춤의 세계로 초대를 받았습

니다. 그곳에서 저는 몸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몸에서 생기와

기쁨이 흐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리듬에 따라 몸이 움직일

때마다 마음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춤 떼라피와도 인연

을 맺었습니다. 춤 떼라피를 경험하던 중 성추행 피해를 경험

했습니다. 사건을 계기로 숨겨져 있던 무의식이 의식으로 거침

없이 흘러나왔습니다. 누르고 누르던 분노와 슬픔, 두려움이 모

습을 드러냈습니다. 정신을 놓고 6개월 이상을 살았습니다. 어

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무언가를 잡기 위해 물속에서 발버둥 치던

순간이었습니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나무토막 하나라도 의지하

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겐 말도 못하고 지나간 인연

을 찾아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위에서 힘이 되

어주려 했던 친구들도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술로 모든 것을

잊고자 했던 하루 하루가 몸의 기운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뒤로 물러나

설 자리가 없는 벼랑 끝에 서서 그냥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과 나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고, 나의 의지로 삶을 통제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수축되어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춤과 리듬’, 내안에 꽃피다

그런데 다시 춤 떼라피를 하며 그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온전히 저를 맡겼습니다. 리듬에 맞추어 하늘 위로 치켜

올려져 있는 두 팔, 허공으로 높이 뛰어오른 두 발, 새의 깃털처

럼 허공으로 퍼져나간 머리카락. 분명 날개가 없는데도 날고 있

었습니다.

투명한 날개가 사라질 무렵, 꼭 감긴 두 눈을 떠보니 한 소녀가

내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나에게 살포시 다가와 속삭

입니다. “소라, 나는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춤추고 싶어. 날고 싶어. 내 손을 잡아 줘”

기획 힐링에 ‘힐링’을 더하다

Page 31: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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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

리듬에 몸을 움직입니다. 꼼지락 거리는 엄지손가락이 보입

니다. 계속 바라봅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은 한 손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왼손이 보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이 한 몸통에 연결되

어 있습니다. 몸통과 연결된 두 발을 봅니다. 땅과 연결되어 있

습니다. 그 땅은 다른 사람의 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땅을

딛고 ‘나와 너’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치에 갇혀 나를 고집했던 순간에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하나

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각각 별개였습니다.

만약 손가락이 별개라면 두 번째 손가락을 잘라버린다고 해서

다른 손가락들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생각을 바꿔 몸을 보니

다섯 개의 손가락이 독립된 모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연

결되어 있었습니다. 한 개의 손가락이 없어지면 다른 손가락들

이 얼마나 아프고 불편할까요. 몸이 말해 줍니다. 너의 불행이 나

의 불행이 되고,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구요.

“타인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 않으리라.” 내가 꿈꾸게

된 또 하나의 삶입니다. 누군가를 밟고 회사에 들어가고, 승진

을 하는 삶. 필요 이상의 부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아프고 굶주

리게 하는 삶. 타인에게 폭력과 상처를 주는 삶. 나만 보였을 때

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사였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춤을 추고 수행을 하면서 이 둘이 떨어져 있지 않고 모

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쟁을 던져버리고 ‘너

도 좋고 나도 좋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새로운 길을 가고 싶어

졌습니다. 경쟁사회에 살면서도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사는 길.

경쟁에 이기면서도 타인을 억누르지 않고, 경쟁에 지면서도 패배

감이 없이 사는 길. 자신에게 허락된 지혜와 능력과 사랑이 이 지

구에 여한 없이 흘러나가도록 통로가 되는 삶. 그 길의 가능성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앓음’, ‘알음’, ‘아름’다운 나

앓는 고통을 지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앓는 고통 없이 알아지

는 건 없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넘어 있는 그대로를 보고 절대적으

로 수용하고 수용 받는 삶.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모모 ●

유아들과 신명나게 놀이하는 교사. 4차원 딸.

막강4자매의 언니이자 동생. 무용/동작치료사.

예술심리치료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학생.

춤떼라피스트이자 MBSR 안내자. 일과 수행의 조화를 꿈꾸는 수행자.

가까운 미래에는 예술심리치료센타

‘꿈꾸는 몸, 춤추는 마음’을 운영하는 1인 기업가.

‘몸, 마음, 춤, 꿈’을 삶 속에서 맛깔나게 녹여내고 싶은 사람.

Page 32: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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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것들

나랑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도시인의 일상이 지긋지긋할 때면 자연을 찾습니다.

인간이 본래 자연으로부터 와서 일까요?

자연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한없이 겸손해지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치료사는 ‘자연’입니다!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서 작업한 그림.

이 시기는 지난한 나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힐링은 스스로를 기억하고 말하고 다시 나를 비우고 채우는,

‘일과 놀이’인 것 같다.

숨su:m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김현진(면진)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나를 치유하는 것은 ‘영성’입니다.

어떤 문제나 고통에 처했을 때, 사회적으로, 관계적으로, 심리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다 지치면.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묵상과 성찰을 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도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기획 힐링에 ‘힐링’을 더하다

Page 33: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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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단상배범호(나무)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기획 힐링에 ‘힐링’을 더하다

Page 34: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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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에서 처음 ‘힐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힐링캠프’

라는 예능 프로그램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텔레비전 프로그

램을 시작으로 ‘힐링’이라는 단어가 상품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수긍할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힐링’이 와닿지는 않았었

다. 집에 돌아와 나에게 있어서 ‘힐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Y와 함께한 시간

8년 전에 처음 만났던 Y는 7년 전부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

했고, 꾸준히 나에게 많은 고민들을 털어놓고 있다. 그 고민들은

연애에서 비롯된 것에서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것. 친구와의 갈

등, 윗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진로에 관한 고민, 가정사에 이

르기까지 다양하였다. 조금 과장하면 Y의 삶에 있어서의 모든 고

민들을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Y의 고민들을 듣고 나누는 시간

들은 때로는 매우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의 힘든

시간들을 오랫동안 함께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다. 게다가 그 방향이 일방적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나 또한 Y에게 나의 고민들을 이야기할 수 있

게 되었고, 나의 부족한 부분들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Y와 내

가 함께한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의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게 되었

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동안 Y와 나는 서로에게 어떻게 보일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중에서 가장 힘에 부쳤던 시기는 대

학원을 휴학하던 즈음의 3년 동안이라 할 수 있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무엇도 하지 못하였고, 결국 힘겨움을 견

디지 못하고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쳐 나왔었다. 그 시간들은 가

장 힘들었던 시기인 동시에,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

으며,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안정

을 찾은 뒤에도 학업을 마치기 위해서 대학원으로 돌아가는 일

은 쉽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는 복학해야겠다는 결심을 몇 번이

나 했었는지 모른다. 도망치듯 나와 버렸던 공간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의 시선들을 극복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흐

르고 학교의 규정상 더 이상 휴학 상태를 유지 할 수 없는 시기

가 되어서야 돌아갔다. 다행히 그 즈음의 나는 잘못했던 일들로

인한 평가들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역

시나 다시 돌아간 그곳에서의 시선들은 너그럽지 않았다. 어떤

Page 35: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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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걱

정 했는데, 이렇게 돌아와서 다행이다!” 선배의 그 말은 도망치

듯 떠났던 마음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려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성장까지. 모두 인정하는 말로 느껴졌다.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으로서 힐링

[‘연분홍치마’1)와 페미니스트 친구들의 수다] 라는 이름으로

‘두개의 문’ 상영회가 있었다. 그날 영화관에는 아마도 객석 어

딘가에는 민우회의 몇몇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되었지

만, 생경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그 공

간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나 편안했다. 근래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은 익숙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든다.

오히려 생경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던 그날의 영화관은 피

난처 같았다. 왜냐면, 그곳에 앉아있는 어떤 사람도 자신의 기

준으로 나를 재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주의 모임에서는 늘 이런 편안함을 느낀다.

‘힐링’의 목적은 몹시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여 다

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기에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일단 ‘힐링’이라고 이

름 붙여져서 행해지는 일련의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

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굳이 ‘힐링’이라고 이름 붙여질 만큼

의 과정을 거쳐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가? 사람들이 지

쳐서 쓰러질 만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면, 지금 사용되는 ‘힐

링’의 과정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힐링’ 또는 치유의 과정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나왔고 앞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들이 ‘힐링’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치유의 과

정이자 성장의 과정이다.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

음으로써, 서로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다. 상대방과 스스로의 현재 모습을 인정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의 각자의 성장을 인정하는 것이며, 앞으로의 해나가게 될 성장

의 가능성까지 인정하는 것이다.

나무 ●

사회복지사, <함께가는 여성> 편집이루미.

나무는 오늘도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너무 천천히 자라서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나무를 지켜봐주는 듬직한 친구들도 많답니다.

1) 여성주의 미디어 공동체

Page 36: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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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평가

지난 호 가장 좋았던 꼭지는?

‘민우ing’ 중 ‘공동체 성폭력을 딛고 다시 서는 법’

은 성폭력사건을 접할 때마다 힘들던 마음에 위

안이 됐어요. 너굴 님이 글에서 ‘당신 마음 속에

도 기대가 자라고 있다고 믿는다’고 쓰셨는데,

‘그렇다’고 답해 드리고 싶어요. 시타 님의 ‘누구

로 기억할 것인가, 누구와 기억할 것인가’도 묻힌

기억을 돌아보게 해주어 좋았어요.

다음 함여에 바라는 점은?

민우회의 좋은 강의를 함여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참 좋은 식당조례’, 성폭력상담소

의 ‘공동체 프로그램’ 이후 소식도 기대가 커요.

새내기 회원으로서 민우회 활동은 어떤지?

10년 전, 민우회 이름을 알게 됐을 때, 지역에

서 펼쳤던 정치 참여 활동들이 신선하고 멋있

었어요. 민우회에 대한 기억은 저를 여성단체

의 활동가로, 지금은 동북민우회 생강 모임 회

원으로 이끌어준 출발점인 것 같아요. 민우회

활동을 직접 보고 참여한 시간은 아직 짧아요.

이제부터 써 내려가야 해요.̂ ^

김선희 ● 십여 년을 돌아서

동북여성민우회 생강 모임에

함께하게 된 새내기 회원

지난 호 가장 좋았던 꼭지는?

‘디지털 수신 환경 점검을 하러 남도에 가다’가

인상에 남네요. 텔레비전이 갖는 보편성. 그 보편

적인 매체도 시청하지 못하는 사람들, 거기에 관

심 갖는 민우회. 좋습니다. 그리고 기획 ‘그녀들

은 어디로 갔을까?’의 모든 글들이 주옥같아요.

다음 함여에 바라는 점은?

함여가 결국 한국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는 매

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 현재 한국 여성

이 경험하는 다양한 이슈가 소개되면 좋겠네요.

십 년 동안 함여를 지켜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함여 어땠어?’를 부탁받고 다시 읽은 함여가 정

신을 번쩍 들게 해 주네요. 약 10년의 세월 동안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함여를, 여성주의를, 여성

운동을, 여성 이슈를 너무 습관적으로 받아들이

고 있었구나. 이번에 함여를 꼼꼼히 읽으며 버릴

것이 하나도 없구나 생각했어요.

리본 ●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깊이 고민

중인 민우회 회원입니다.

Page 37: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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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 말은 ‘성적 소수 문화 환경을 위한 모임’이라는 타이틀을 걸

고 <마마상>과 일명 ‘커밍아웃 3부작’ - <3×FTM>, <레즈비언 정

치 도전기>, <종로의 기적>-같은 영화를 만들어 온 ‘연분홍 치마’

가 왜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인터뷰어의 질

문에 김일란 감독이 한 답변이다. 얼마 후 이 말은 8월 8일과 21

일 2회에 걸쳐 진행된 ‘페미니즘으로 보는 <두 개의 문>’ 행사의

중요한 계기이자 타이틀이 되었다. 트위터에서 서울국제여성영

화제의 전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학 강사인 손희정 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순식간에 엄청난 호응을 얻으면서 많은 페미니

스트들의 후원과 자율 입장료만으로 성황리에 진행이 되었다.

어쩌면 이 자리를 적극적으로 반긴 많은 이들은 이미 누군가와 절

실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개의 문>

을 보면서 느낀 그 생생한 충격의 실체에 대해, 그리고 그 실체를

드러내는 놀라운 관점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말이다.

페미니즘과 <두 개의 문>

두 개의 단어는 언뜻 잘 연결되지 않는다. <두 개의 문>을 페미

니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이

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두 개의 문>에 페미니즘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어서 만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히 발견했다. 페미니스트이자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온

<두 개의 문>, 페미니즘의 태도로 접근한폭력의 구조와 질문들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

“저희는 여성주의를 소재나 젠더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세상을 보는 시선, 태도나 방법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Page 38: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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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로서의 두 감독의 관점과 태도, 고민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가

능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나 알다시피 이 다큐멘터리는 피해자들의 목소리

를 보여 주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것은 경찰들의 진술에 근거한

재연과 당시 현장에 있던 카메라의 시선, 이 참사에 대한 느낌과

의미를 이야기하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용산 참사에 관한 그 어떤 기록보다 강렬하게 관객들의

심장을 자극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관객들이 느끼는 그 자극의

실체가 연민이나 안타까움이 아닌, 불안과 분노, 고통, 스스로에게

서 느껴지는 참담함이라는 사실이다. 관객들은 용산 참사의 유가

족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현장을 경험한 경찰들의 진술을 통해

서 비로소, 이 참사를 유발한 거대한 폭력의 구조를 발견하고, 이

사건을 타인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경

찰과 철거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죽음의 현장을 보면서 건너

편 건물에서 “영화 같다”는 감상을 내뱉던 경찰 간부들의 모습이

나, 어디선가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에 제대로 된 정보나 질문의 여

지도 없이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했던 경찰 특공대의 모습 속

에서, 어느 순간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용산 참사의 유가족들을 피해자로 재현하는 대신, 그 폭

력의 시간대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만듦으로써 용산 참사를 이 구

조 안에 있는 우리 모두의 경험으로 만들어냈다.

바로 이 지점이 페미니스트로서의 감독들이 가진 경험과 고민

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그들은 이미 폭력의 구조를 이야기하는데

피해의 재현이 갖는 한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피해

자가 단지 피해자로서만 재현되는 순간, 사람들은 사건을 쉽게 타

자화해 버리고 만다.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에서 우리는 그런 사실

을 분명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

람들은 목소리를 높여 분노하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

조하지만, 그들의 일상 속에서 폭력의 구조와 문화는 그대로 반복

되고 있다. 일상적인 성희롱이나 폭력에는 한없이 둔감하고 때로

는 자신 역시 그 문화 속에 동참하고 있으면서 성폭력을 ‘어떤 나

쁜 놈들’의 일로만 치부하는 익숙한 그 태도야말로, 반(反)성폭력

운동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존재해온 것이다. 용산 참사를

이야기하는 <두 개의 문>의 태도는 바로 이러한 경험들과 맞닿아

있다. 제3자의 위치에 서서 문제에 대한 해석과 평가만을 내리거

나 쉽게 보호자 또는 해결자의 입장이 되고자 하는 가부장적 태도

들을 넘어, 폭력의 재생산 구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일,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페미니즘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일이고 감독들이 고민해 온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

을 이야기했다. 끔찍한 학살을 수행하는 이조차 특별한 ‘악마’가

아니라 스스로의 사고가 결여된 채 명령에만 따르는 ‘인간’일 뿐

이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 악마의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악의 평범성’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가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은 치열하게 고민해 왔고, 그

고민은 계급, 인종, 성, 폭력 등 수많은 영역들을 넘나들었다. 이

제 <두 개의 문>은 용산 참사를 통해 그런 고민을 우리에게 다시

금 던지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그 구조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구조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나영 ●

사방 천지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

노래부르기, 악기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바느질하기 같은 일에도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으나, 딱히 소질이 있어 보이지는 않아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고, 합정동에 살면서 친구들과

함께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활동도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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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람풍경

민우회 본부에는 일곱 개의 각기 성격이 다른 소모임이 있어요. 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회원님들의 성격도 다양해서 그들을 모두 인터뷰 해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2011년 하반기에서 2012년 상반기까지 소모임을 선택한 회원 두 분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했어요.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민우회 소모임은 그녀들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정말정말 궁금했거든요!

일곱 개의 소모임 중 악기를 다루는 모임을 선택한 그녀들

소모임을 시작한 그녀들에게 묻는다

각자 여성주의 풍물패 ‘설로우고고’(이하 설고)와

기타 소모임 ‘코드명 : 치명적’(이하 명치)을 하게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 안녕하세요. 설로우고고 ‘즐거운’입니다. 학창 시

절에 풍물패에서 장구를 배워 본 적이 있었어요. 졸업 후에

도 계속해 보고 싶었지만 악기 특성상 개인적으로는 연습을

할 수가 없어서 늘 아쉬워하다가 민우회 소모임 중에 풍물

모임이 있는 걸 알고 바로 결정했죠.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

라 사람들 앞에 나서서 제 생각을 말하거나 노래하거나 하

는 걸 무척 어려워하는데 악기를 다루는 소모임은 내 목소

리를 직접 내지 않고도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점

이 좋은 것 같아요.

귄 | 애정하는 사람들과 라오스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메콩

강에 떠 있는 돈뎃이라는 섬 방갈로에서 같이 간 일행들이

기타를 연주해 줬어요.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민

우회에 기타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기자 명단에 이

름을 올렸죠. 삶의 중요한 순간을 내가 직접 연주하는 기타

소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열망과, 민우회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소망을 결합한 결과가 명치참석이에요.

매주 혹은 격주로 모임을 하는데요, 일과를 끝내고 저녁도 제

대로 먹지 못하고 부랴부랴 민우회 모임을 오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런데도 모임에 가게 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즐거운 | 물론 퇴근 후에 연습실까지 가려면 몸도 무겁고 피

곤하죠.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재미있어서 좀 더 하

고 싶고, 특히 공연을 한번 하고 나면 잘해야 더 즐길 수 있

다는 생각에 연습에 대한 열의가 활활 타올라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소모임들 중에 자주 모이는 편인데도 뭔가를 배

우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귄 | 일이 끝나고 퇴근을 할 때면 대부분 맥이 빠져서 집에

돌아가요. 집에 가면 그냥 씻고 자기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명치 모임이 있는 날은 아

침부터 신바람이 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명치에 가서 풀

자!’하는 마음으로 견뎌요. 지난 번에는 피곤한 데다가 모임

시간에 좀 늦기도 했고, 기타를 메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고 가는 게 엄두가 안 나서 택시를 잡아타고 졸면서 모임

에 갔어요. 몸이 지치고 힘이 쭉 빠지는 일상이 계속되어도

다시금 저 자신을 추스르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해 주는

에너지를 채워주는 곳이기 때문이죠. 여전히 엄두를 못 낼

지은정(모후아) 여성건강 . 회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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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어려운 코드가 있어도, 손끝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

아파와도 계속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명치가 요즘 제 일상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민우회 소모임을 하면서 그 전의 일상과는 다른.

뭔가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있다면요?

즐거운 | 때론 개인적인 일로 빠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

하게 연습에 참석하고 함께 공연도 하고 회의도 하고 민우

회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하다보면 ‘아, 내가 그래도 뭔가

를 하면서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이켜보면 무척 보람 있더라구요^^

귄 | 예전에는 노래를 들으면 그냥 ‘멜로디나 가사가 좋다.’하

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기타 소리가 나는지 유심히 듣게 되고,

내가 칠 수 있을까 하고 코드나 악보를 찾아보게 됐어요. 물론

아직 코드를 다 익히지 못해서 중간 중간 멋대로 생략하기는

하지만, 얼추 비슷하게 쳐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답니다.

그리고 주변에 기타에 뜻은 두었으나 혼자서 하다가 그

만두고 집에서 기타만 묵히고 있는 친구들을 발굴(?)해내

서 동네 기타 모임을 조직했어요. 아무래도 명치 모임 가

는 당일이나 전날만 기타를 꺼내서 잡아 보는 경향이 있

어서, 좀 더 부지런히 꾸준하게 연습을 해 볼까 하는 생각

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도 내용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는 연예인, 연애, 주변 사람 이야기 등을 많이 하던 사람들

과도. 제가 기타 연습하고 있다고 말을 하면 흥미를 보이더

라고요. 어떤 사람은 신청곡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같이 치고 싶다고도 하고요. 생활도 대화도 풍요로워져서

매일매일이 행복한 귄입니다.

멤버들에게...

즐거운 | 모임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는 대화들이 다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늘 고생하시는 그

루 선생님, 숨 선생님, 그리고 우리 멤버들 고맙습니당~^^

귄 | 지금처럼 서로 이끌고 따르며 함께 가요. 하이코드를

정복하는 그 날까지 명치 뽀레버.

이들의 공연은 민우회 회원 송년회에서 볼 수 있겠죠?

벌써부터 송년회(12월 7일 금요일 저녁 예정) 준비를 하는

민우회 소모임들! 캬하!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송년회에서

만나게 될지 기대 가득이에요! 두근두근.

즐거운

돈 세는 것부터 배우고 있는

초보 금융 요원 우체국 노동자,

설로우고고 회원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 명치에서

‘성실함’을 맡고 있습니다!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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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에서

취미는 가을강선미(폴) 성평등복지팀

한동안 취미를 만들고 싶어서 이것저것 손에 안 댄 것이 없었다.

책도 읽어 보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좀 봤다. 책은 생각날 때

마다 드문드문 읽으니 다시 읽을 때마다 앞으로 돌아가 되새기

느라 몇 달이 걸린다. 그림은 스케치 연습을 하려 연초에 호기

롭게 값나가는 종이와 연필을 샀는데.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

씩 그렸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네.

영화관에 간 것은 한참을 생각해야 떠오를 정도. 마지막으로

봤던 것이 뭐였더라. 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본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하이틴 야쿠자>. 내용은 이른바 주먹으로 어떻게 ‘정의’

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것인데 제목이 좀 이상한 조합

이다. 제목 때문인지 주말이었는데도 영화관에 나를 포함해 열

명 정도. 다음 날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얘기를 꺼냈지만 이렇다

할 메아리 없는 영화였다. 공감 없이 소통되지 못하는 문화는 힘

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드라마에도 별 흥미가 없다. 주

중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챙겨볼 여유도 없고 좋아라하는 외국 드

라마는 영상은 있는데 자막이 더디기만 해서 기다리다가 지쳤다.

알 만한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악기에도 손을 댔다. 오카리나

와 우쿨렐레. 지금은 오카리나와 우쿨렐레라는 악기가 이렇게 생

겼고 이런 소리가 난다는 식으로 보여주는 역할만 톡톡히 하고

있다. ‘오리꽥꽥이’와 ‘우쿠’라고 이름까지 지어 주며 친해지려 했

지만, 결국 구입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살 때와 실력과 똑

같다. 이제는 오카리나와 우쿨렐레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자고로 취미라 하면 일상의 낙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서문만 읽

다 그친 책들과 맥락 없는 영화표들과 먼지 쌓인 악기들을 보면 오

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무슨 인스턴트커피 타 마시듯 문화를 보이

는 대로 게걸스럽게 소비한다. 보람 없이 단편적인 시간이라 기억

에 남기고 싶지 않다.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는 보통의 아이들

이 선택하는 우표 수집이 아니라 휴지봉 수집을 취미로 가졌다. 특

이하더라도 혹은 쓸모는 없어도 짱구의 취미에는 ‘고집’이란 게 있

어서 멋져 보였다. 그에 반해 내 취미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취향

이랄 것도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업데이트가 부지런하지 않아 볼

품없다. 그럼에도 계속 취미를 시도하는 건 즐겁게 살고 싶어서다.

요즘 내 일상의 낙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뜬금없는 것이긴 하지

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조금 있으면 사라지고 1년 뒤 다시 올 낙.

바로 가을.

시인 최승자의 말처럼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 중에서, 최

승자)에 이어 여름도 동의없이 확 와 버렸다. 그렇게 더위를 타는 체

질이 아님에도 이번에는 어딜 들어가든 에어컨부터 찾았으니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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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름을 미워했던가. 날씨가 쨍쨍 찔수록 “가을이 정말 올까? 겨

울도 정말 올까?” 라며 하나마나한 생각을 했다. 살구나무 그늘이

라도 좀 있던가. 옥상은 숨이 턱턱 막힌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

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병원> 중에서, 윤동주) 여름이랑

싸울 수도 없으니까. 악.

그런데 정신없는 여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말복과 입추였다.

절기에 따라 정말 더위가 한 풀 꺾였다. 그리고 어느새 내 마음

도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저녁마다 부는 바람. 한낮의 햇볕은

뜨거워도 해가 지면 곧 바로 시원하니 좋았다. 편의점 한 쪽에서 맥

주 마시기에도 딱 좋고. 일은 바빠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상황.

참 묘하다는 느낌. 그러다 어느 날은 옛날에 친구가 만든 단편영화

가 생각났다. 제목은 <날씨 증후군>. 비가오고 흐린 장마철에 어두

운 기운을 받아 기분이 축 쳐지고 심히 우울해져서 순전히 날씨 때

문에 급기야 애인과 이유없이 헤어진다는 내용. 자연의 일부분으

로서 사람도 변온 동물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영화를 봤을 때는 ‘날씨 때문에 기분이 좀 다운될 수는 있어

도 멀쩡한 관계를 깨트릴 정도라니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

는데. 요즘 가을이라는 계절 자체를 낙으로 여기는 나에겐 다큐멘

터리가 되었다. 창문을 열면 싸한 공기가 오가며 살짝 코가 시큼해

지는 기분.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고 슬슬 유

자차가 먹고 싶다. 밤공기를 가르며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퇴근

길에 걷다가 망원, 합정을 지나 좋은 날씨가 아쉬워서 상수역까지

산책한다. 친구와 걸으며 나누는 얘기가 달고 맛있다.

“주말에는 영화관을 찾지만 어딜 가든지 음악을 듣지만 조금 비

싼 카메라도 있지만 그런 걸 취미라 할 수는 없을 것” ( 취미는 사람

중에서, 가을방학) 같다면서 별나게도 사랑을 취미라고 하는 누군

가처럼 나에게 취미이자 낙은 가을이다. 요즘 내 즐거움은 여유로

운 바람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파란 하늘이다. 이런 가을을 양껏

즐기기 위해 자주 광합성을 해야지. 부담 없이 “가만히 그저 바라보

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 길상사에

서 중에서, 시와)서 가을은 그간의 취미보다 품이 넓다.

폴 ●

가을 하늘에 어울리는 추천 배경 음악은

시와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 시와무지개 고개를 들어봐 ,

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등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습니다. 혹은 함께 광합성 하는

친구가 부르는 노래라면 무엇이든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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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이야기

신치의 모의비행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한창 세이클럽 개인 라디오가 유행했다.

지금의 팟캐스트처럼 윈엠프로 개인 라디오를 만들 수 있었다.

나도 라디오를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라디오 진행을 해 보았다.

아는 사람 몇 명에게 들어보라 얘기를 했더니, 한두 명 정도 들어

주었다. 하지만 10회도 채우지 못하고 수능을 앞두고 있으니 공부

나 하라는 엄마에게 걸린 뒤 방송을 접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광화문

에서 <2막> (스테판.M 폴란 지금, 조명희 옮김, 명진출판)이란 책을

발견했다.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 방법을 매우

상세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책에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같이할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엑셀로 저자가 알려준 방

법을 정리했다. 당시 활동하던 두 개의 커뮤니티에 ‘함께 꾸는 꿈 너

머 꿈’이란 모임의 모집 공고를 올렸다. 두 곳에서 반응이 좋았지만,

한 곳에서는 흐지부지 끝나 버렸고, 또 다른 한 곳에서는 1년 동안

꾸준히 모임이 진행되었다.

그 모임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다.

실험의 연속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과거의 추억들을 따라가다가 찾은 단

어가 바로 ‘실험’이었다. ‘해볼까?’란 생각이 들면, 깊이 고민하지 않

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 물론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은 제외하고 말

이다. 결국, 올해 3월에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라는 회사 이름

이 태어났다. 5월에는 의뢰인이 생겼다. “곧 나올 내 책의 홍보 기획

안을 한번 써보지 않겠니?” 라는 제안을 받았다.

난생 처음 ‘책 기획안’이라는 걸 쓰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을 내걸

고 사람들을 만나야 되자, ‘명함’이 필요했다. 명함을 만들려고 보니

회사를 알릴 만한 온라인 공간 하나쯤은 필요할 것같아 ‘playidea-

company.com’이란 도메인을 사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병행하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러브 매칭 프로젝트

가끔 주변 이들에게 소개팅을 해 주는데 남자들의 경우 열이면

열 이렇게 물어본다.

“예뻐?”

“소개팅 해 달라고 난리를 치더니, 그건 왜 물어?” 라는 말이 목구

멍까지 차오르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올해 6월의 어느 날, ‘직업, 가정환경, 나이, 사회적 지위와 명예,

외모, 종교가 아닌, 그 사람만을 보고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을까?’를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뼛속 깊이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러브 매칭

프로젝트’라 이름을 붙이고, 블로그에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 진

행 방법 등을 작성해 올린 뒤, 페이스북과 평소 메일링을 하던 사람

들에게 홍보를 했다. 대상은 ‘이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나를 오프라

인에서 3회 이상 만난 사람’ 이다. 신청자 중 여자 여섯 명과 남자 여

섯 명을 각각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에 정리한 프로필을 나누어

주었다.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세 명씩 정하라고 했다.

프로젝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진행과정에서 기분

이 상하기도 했지만, 러브 매칭 프로젝트는 애프터 파티를 끝으로 마

무리 되었다. 현재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준 참가자 중

신치(김이미나)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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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과, 애프터 파티를 기획 중에 만난 한 셰프와 함께 2차 러브 매

칭 프로젝트 기획 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고, 대답하기 가장 곤란한 질문이기

도 하다. 여느 프리랜서들처럼 하는 일이 뚜렷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아주 많은 시

간이 흘러 여러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으니 혼자서 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실험 중이다.

요즘엔 ‘실험하는 아이디어컴퍼니’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카드 값을 막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실험하기 좋아

해서인지 인생에도 끊임없이 변화가 밀려든다. 다가오는 10월에는

아는 분들과 함께 홍대에 카페를 오픈해서 일할 예정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나는 또 다른 ‘실험거리’를 찾고, 함께할 사람

들을 계속 찾을 것이다. 무엇을 실험하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분

명한 것은 명함에서 쓴 문구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과

시선을 발견’ 하고픈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욕망에서 실험이 시작

될 것이라는 것.

신치 ●

욕망에 충실한 ‘실험주의자’.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로 밥벌이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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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시선

처음 도봉여성센터 수탁 공고 안내를 들었을 때는 우리와 관련

이 없는 소식인 듯했다. 2006년에 도봉여성센터가 개관 할 때까

지 여성센터의 필요성을 구청에 적극적으로 제안도 했고, 직접 수

탁 신청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직 역량, 그동

안의 도봉여성센터가 운영해 오던 방식, 민관 연계에 대한 상황 등

이 그때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동북에서 운영 주체로 신청하자는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몇 번의 임시 운영위를 열었고,

여러 회원들에게 의견을 들어 보며 찬반에 대한 여러 이야기 끝에

지역에서 민우회 활동을 확대하는 시도로 해 보기로 했다. 회원들

이 함께 자료를 찾고 회의를 해 3년간의 계획서가 담긴 신청서를

준비해 서류 심사와 사업 계획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까지 갖고 드

디어 민우회가 운영주체로 선정 되었다.

변화의 시작은 교육부터

3월이 되어 막상 여성센터를 운영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무엇

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오랫동안 회원으로 활동해 오던 남충진 선

생님이 관장이 되었지만, 개관 이래 6년간 한국여학사협회가 운

영했기 때문에 민우회와 어떻게 연결성을 가질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본부의 도움을 받아 인수인계 작업부터 꼼꼼하게 시작

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 했다. 여성센터 교육 프로그램

기획팀을 만들어 다른 단체, 기관 심지어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

그램까지 조사했고, 강사를 알아봤다.

처음 센터가 생겼을 때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지역 주

민들의 참여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슷한 강좌를 하는 주민자치

센터나 기관들이 많아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수강 인원이 계

속해서 미달되는 강좌는 없애고, 특히 인문 사회 교육을 보강해

다른 곳과 차별성을 두었다. 최선경 선생님의 여성 역사 강좌, 정

희진 선생님의 여성학 강좌뿐 아니라 클래식, 서양미술사, 애니

어그램, 타로, 사주,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로 주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학교폭력예방지도사 과정, 노동법 강좌로

지역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담기도 했다. 또 5월부터는 서울시

여성건강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을 도봉보건소, 사회

건강연구소, 서울동북민우회와 함께 여성건강 사업을 하며 역량

을 키워 가고 있다.

첫 걸음은 참여로

민우회가 계획한 도봉여성센터 주요 키워드는 ‘참여, 소통, 성

장’이며, 올해 1년은 ‘참여’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계획했다. 센터

를 지역에 개방해 주민들의 참여를 활발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1층 창업지원실을 ‘휴(休)카페’로 명칭을 바꾸고 주민들

지역 여성들의 참여 공간, 도봉여성센터권주희 서울동북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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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하거나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주

민들이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며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학생들

부터 어르신까지 오고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을 활용해 여성 건강 사

업으로 ‘여성 건강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카페에서는 토요일엔

인근 중학교의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면 월경대와 월경 주기 팔찌

만들기 강좌를 했다. 그리고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마음건강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의 감정과 자아를 만나는 프로그램’과 108

배, 몸살림 체조 등의 몸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10월

13일엔 “여성건강축제”를 진행해 지역에 도봉여성센터를 적극

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이밖에 교육생들의 참여로 프리마켓을 진

행하고, 운영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에선 민우

회 운영위원과 기관의 대표, 사무국장을, 다른 지역의 관련 기관

사람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센터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고

있고, 홈페이지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짧지만 7개월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도봉여성센터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 뿐만 아

니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강사료가 현실적

이지 않다. 현재 조례로 제정되어있는 강사료 기준은 너무 낮다.

지금까지는 강의 개설 취지를 설명하며 부탁하거나 프로젝트로

사업비를 마련해 강사를 섭외했지만, 이미 강사료가 맞지 않아

좋은 강좌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 지금의 센터는 여성 능력 시설로 지정되어 구청에 업무 보

고를 할 때 취업률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심사할 때 도봉여성센

터는 직업 능력 시설로는 한계가 있어 그보다는 지역 여성들의

교육기관으로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우회의 사업 계획이 인정

되어 수탁이 결정되었음에도 여전히 기관 평가 기준은 기존 형식

에 맞추라고 해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 도봉여성센터에 바라는 점, 민우회 활동

과의 연결, 시설 보강 등 더 많이 고민하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작

업들이 계속될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도봉여성센터와 민우회가 지역 여성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권주희 ●

여성건강축제 준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도봉여성센터와 민우회를 바쁘게 왔다갔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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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파주여성민우회

민우여성학교

3강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대선 “여성은 정치의 주체

인가? 시혜의 대상인가?

· 강사: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 일시: 10월 9일(화) 오전 10:00~12:00

· 장소: 고양어울림누리 별따기배움터

4강 복지의 재구성 - 여성의 이름으로

“복지와 나의 삶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 강사: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

· 일시: 10월 23일(화) 오전 10:00~12:00

· 장소: 일산 서구청 대회의실

· 참가비: 5천 원

· 문의: 사무국 031-907-1003

민우올레

나에게 주는 선물 가을소풍. 가을 야생화가 만발한 임도

길과 마장 저수지 길 걷기 및 최경순선생님의 문화해설.

· 일시: 10월 16일(화) 오전 10:00 ~ 오후 13:00

· 장소: 3호선 삼송역 8번 출구 앞

· 참가비: 5천 원

· 코스: 보광사-임도길-마장저수지-임도길-보광사

· 문의: 사무국 031-907-1003

· 사전접수: 선착순 30명

2012 아동 · 청소년 성폭력 예방 고양시민 대토론회

성폭력 예방, 지역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일시: 10월 25일(목) 오후 2:00~4:30

· 장소: 일산 동구청 2층 대강당

민우열린 성교육

· 일시: 10월 26일(금) 오전 10:00~12:00

· 장소: 교육장

· 대상: 성교육에 관심있는 성인

· 강사: 강시현 성교육 강사

· 참가비: 1만 원 (신입 회원은 무료 수강)

광주여성민우회

민우여성학교

혐오스런 OO녀의 일생

· 일시: 9월 11일(화) 오전 10:00~12:00

· 장소: 광주 YMCA 백제실

성평등 정책 전문가 양성 교육

지역 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한 여성 참여 실천단 교육

· 일시: 9월 6일(목) ~ 7일(금) 오후 2:00~6:00

· 장소: 광주 NGO센터 4층 강의실

연극공연 - 사랑해?사랑해!

청소년 성적의사소통에 관한 연극

· 일시: 10월 24일(수) ~ 10월 29일(월) (총 3회)

· 장소: 고려중·광산중·무진중 대강당

군포여성민우회

한부모 여성 커피 타임

경제 교육 및 자유시간

· 일시: 10월 14일(일) 오후 3:00~5:00

· 장소: 민우 카페

민우 아카데미

영화의 음악 그리고 소리

· 일시: 10월 25일(목) 오후 7:00~9:00

· 장소: 민우 카페

부모 자녀 미술 · 요리 치료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 과정

· 일시: 10월12일(금)~11월 9일(금)

오후 6:30~8:00

· 장소: 민우 카페

서울남서여성민우회

가을 한마당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한마당. 차림사 홍보 및

생협 공동 참여

· 일시: 10월 13일(토) 오전 10:00~오후 6:00

· 장소: 양천공원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 일시: 9월 17일~10월 16일

· 장소: 양천구 내 지역아동센터 방문

마을을 가꾸는 주민 학교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운동

· 일시: 9월 21일(금),10월 19일(금)

오전 10:30~12:30

· 장소: 양천해누리타운 아트홀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여성 건강 페스티벌

몸과 맘을 돌보며 맛나게 먹고 놀기. 모래놀이,

기왓장 격파 등

· 일시: 10월 13일(토) 오후 1:00 ~ 6:00

· 장소: 도봉여성센터 및 주변 도로

성폭력, 불안 사회… 안전한 도봉 어떻게 만들까

“성폭력, 불안 사회를 말한다” 강좌 및 간담회

· 일시: 10월 8일(월), 15일(월) 오전 10:00

· 장소: 도봉여성센터 강당

원주여성민우회

학교 폭력 · 아동 성폭력 예방 강사 양성과정

예방법과 대처법을 배우고, 수료 후에는 민우회

성교육 강사로 활동할 기회

· 일시: 10월 8일(월)~11월 5일(월) 매주 월,수

오전 10:00 ~12:00

· 장소: 원주영상미디어센터

· 참가비: 10만 원 (회원 5만 원)

폭력없는 안전한 우리 동네 만들기를 위한 정책 토론회

· 일시: 10월 9일(화) 오후 1:00~4:00

· 장소: 원주웨딩타운 3층

회원의 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여주 여강길을 함께 걸어요

· 일시: 10월 13일(토)

· 장소: 따뚜 주차장

· 참가비: 1만 5천 원 (미취학 어린이 만 원)

지부소식www.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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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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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여성 연대 여성 활동가 대회

여성 활동가들의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높이고자 마련하였습니다.

· 일시: 10월 19일(금)

· 장소: 한국여성수련원

원주 여성 불편도 토론회

상반기에 진행한 “원주시 여성 불편도 조사 프로젝트”

결과 발표 및 토론

· 일시: 10월 중순 · 장소: 미정

민우시네마

· 일시: 10월 중 · 장소: 원주영상미디어세터

인천여성민우회

민우 청정 기자단 1기 활동

지역의 문화 역사를 탐방하는 청소년 기자단 활동

· 내용: 인천 근대개항의 역사 - 월미도 일대 탐방

· 일시: 9월 9일(일)

· 내용: 지역 문화와 역사를 취재 및 인터뷰

· 일시: 10월 중

학교 폭력 예방 교육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 교육

· 일시: 9월 13일(목) · 장소: 대정초등학교

민우여성학교

1강 “혐오스런 OO녀의 일생”

· 일시: 9월 11일(화)

2강 “복지의 재구성-여성의 시선으로”

· 일시: 9월 18일(화)

월미평화축제

성범죄 근본 대책 촉구 캠페인

· 일시: 9월 22일(토)

· 장소: 인천 예술회관 광장

희망열기 첫 번째 :

멘토와의 만남 ‘당신은 무슨 꿈을 꾸고 있습니까’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토크 콘서트

· 일시: 9월 25일(화) · 장소: 교육장

부평풍물축제

차림사 캠페인 및 양육비 선지급 서명 운동

· 일시: 10월 6일(토)~7일(일)

· 장소: 부평역 앞 부평대로

가을 취기 워크숍

미래를 공유하며 친해지는 시간

· 일시: 10월 중 · 장소: 미정

진주여성민우회

2차 성폭력 가해자 교정 · 치료 프로그램

· 일시: 9월 21일(금)~12월 21일(금)

· 장소: 진주 교도소

해야해야 공부방 체험 학습

하동전 견학

· 일시: 10월 13일(토) · 장소: 국립진주박물관

진주 NGO 박람회

토론회 및 명사 초청 강연회

· 일시: 10월 17일(수) 오후 2:00~오후 7:00

· 장소: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대회의실

문화가 있는 장터

· 일시: 10월 20일(토) 오후 2:00~4:00

· 장소: 신안동 주공 1차 아파트 분수대

노인 성폭력 추방 캠페인

· 일시: 10월 22일(화) · 장소: 미정

제 6차 한화예술더하기 프로그램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진행

· 일시: 10월 23일(화) · 장소: 해야해야공부방

춘천여성민우회

5차 차림사 캠페인

· 일시: 9월 14일(금) 오후 6:00~7:00

· 장소: 명동 지하상가

12차 생명 버스

골프장 개발로 잃어가는 사람과 숲 살리기

· 일시: 9월 15일(토)

무상급식 1인 시위

아이들에게 밥을 달라

· 일시: 9월 3일(월), 13일(목), 25일(화)

오후 7:50~8:50

· 장소: 춘천시청 앞

성평등 정책 전문가 워크숍

지역 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한 여성 참여 모색

· 일시: 9월 17일(월) · 장소: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인문학 모임

찬란한 젊음? 황홀한 나이듦!

· 일시: 9월 19일(수) 오전 10:00~12:00

· 장소: 사무국

환경영화제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미래 환경을 위한 대안과

실천 모색

· 일시: 9월 26일(수) 오후 7:00~9:00

· 장소: 강원대학교 내 산림환경과학대학

청소녀 환경을 부탁해

대안 생리대 강의

· 일시: 9월 20일(목), 27일(목)

· 장소: 남춘천여성중학교, 창촌초등학교

2012 자원봉사단체 우수 프로그램 지원 사업

소모임 ‘울림’의 기타 공연

· 일시: 10월 6일(토), 20일(토) 오후 3:00

· 장소: 춘천 송암리 ‘너싱홈’, 소양로 기왓집 골목길

들꽃나들이

문화 커뮤니티 ‘금토’와 함께하는 나들이

· 일시: 10월 19일(금), 20일(토)

· 장소: 강릉시 옥계 한국여성수련원

민우여성학교

여성주의, 노동, 복지를 주제로 진행되는 대중 강좌

· 일시: 10월 11일(목) ~ 25일(목) 총 3회

· 장소: 담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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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 함께 가는 여성 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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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강성숙

강은정

강주혜

권인숙

권주철

길진숙

김나연

김동규

김미선

김수경

김영옥

김은주1

김은주2

김재성

김정은

김채영

김향숙

김혜린

김희자

나철성

류옥림

명혜정

문혜옥

박경희

박병국

박새미

박숙현

박아름

박종임

박진숙

서대남

서희경

손경은

손영숙

신상희

오미경

오수현

우옥희

위순진

유주영

윤연재

윤원필

이미덕

이미정

이상호

이수희

이영아

이윤서

이윤주

이정우

이정철

이지영

이춘희

이필녀

이현화

임규희

임성일

임진선

장미경

장지혜

장환수

정희경

조미정

조수경

주윤기

최서리

최순호

최유진

최인호

최정희

최종란

최훈길

태영

한영규

한춘복

회비인상 캠페인에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김미나, 박슬기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2012년 8월 중순 ~ 9월 중순

<함께가는여성>을 키워주세요!

지난 호부터, <함께가는여성> 마지막 페이지에 광고를 실어 후원하는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민우회의 신

명나는 활동을 전국에 전파하고, 회원들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성

주의 활동의 현재를 기록하고 있는 소식지입니다. <함께가는여성>이 민우회원의 이야기, 민우회 활동을 꾸준

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뒤표지 광고를 채우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연락주세요!

문의 : 민우회 홍보팀 문지은(반아)

전화 : 02-737-5763 이메일 : [email protected]

민우회원 벼룩시장을 하였어요. 9월 21일 저녁! 원경선 홀에서 벼룩시장이 있었어요. 장롱 속 묵혀둔 옷, 가방, 신발, 책들을 꺼내어 장터를 꾸렸지요. 아! 기타 소모임 명치에서는 비누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였어요.벼룩시장에 오셔서 매력적인 민우회 회원이 되면 모든 상품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어요. 찬스를 잡으신 2명의 새로운 회원님들 반갑습니다!벼룩시장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소모임과 회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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