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징건축, 그 경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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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3 / 06 대한민국 상징건축, 그 경계를 넘어 국외에 한국 건물이 지어진 역사는 길지 않다. 서구권과 비교하면 근대화가 늦은 우리 는 국외에 제대로 된 건축을 할 여력이 없었다. 특히 민간 부분에서는 더 찾기가 어렵 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수출 시대를 맞이한 1970년대 이후 국외 건설 붐이 일었 지만 사실 대부분 토목시설이었고 디자인과 기술의 총체로서 진정한 의미의 한국건축 이라고 보기 어렵다.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거나 한국의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혹은 현지인의 풍토와 삶에 맞춘다는 목적보다는 주로 경제성과 사업성을 위주로 했 기 때문이다. 단지 2000년대 들어 세계화에 발맞춰 몇몇 유학파 건축가를 중심으로 국 외에 건축의 물꼬를 트게 되고 최근에 와서야 한국 건축가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동 하고 있다. 그래서 국외에 지어진 한국건축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뤄 진 사례를 살펴볼 수밖에 없으나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한국건축의 국외 진출 첫 사례는 엑스포 한국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국외에 지 은 대사관 공관이나 사저, 문화원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거나 문화적 의미로 보존 가치가 높은 경우는 더 찾기 어렵다. 김수 근의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이나 주 인도 한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저, 주 카타르 한국대사관, 김석철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은 보존 가치가 높은 대표적 국외 한 국건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교통상부(외교부)나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같이 정 부 기관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본토 밖의 땅에 한국 건축물이 지어지는 일이 왜 중요할까? 일차적으로 이런 건축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상징체계와 문화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현지의 사회성, 지역성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다. 더 넓게는 한국 건축산업과 영토의 확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건축계는 한국 영화나 대중가요 같은 한류가 국외 시장을 개척하고 한국을 선전하는 것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한국건축도 세계로 퍼져가는 한류에서 한 축을 형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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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대한민국 상징건축, 그 경계를 넘어

2013 / 03 / 06

대한민국 상징건축, 그 경계를 넘어

국외에 한국 건물이 지어진 역사는 길지 않다. 서구권과 비교하면 근대화가 늦은 우리

는 국외에 제대로 된 건축을 할 여력이 없었다. 특히 민간 부분에서는 더 찾기가 어렵

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수출 시대를 맞이한 1970년대 이후 국외 건설 붐이 일었

지만 사실 대부분 토목시설이었고 디자인과 기술의 총체로서 진정한 의미의 한국건축

이라고 보기 어렵다.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거나 한국의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혹은 현지인의 풍토와 삶에 맞춘다는 목적보다는 주로 경제성과 사업성을 위주로 했

기 때문이다. 단지 2000년대 들어 세계화에 발맞춰 몇몇 유학파 건축가를 중심으로 국

외에 건축의 물꼬를 트게 되고 최근에 와서야 한국 건축가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동

하고 있다. 그래서 국외에 지어진 한국건축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뤄

진 사례를 살펴볼 수밖에 없으나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한국건축의 국외 진출 첫 사례는 엑스포 한국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국외에 지

은 대사관 공관이나 사저, 문화원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거나 문화적 의미로 보존 가치가 높은 경우는 더 찾기 어렵다. 김수

근의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이나 주 인도 한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저, 주 카타르

한국대사관, 김석철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은 보존 가치가 높은 대표적 국외 한

국건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교통상부(외교부)나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같이 정

부 기관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본토 밖의 땅에 한국 건축물이 지어지는 일이 왜 중요할까? 일차적으로 이런 건축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상징체계와 문화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현지의 사회성, 지역성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다. 더

넓게는 한국 건축산업과 영토의 확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건축계는 한국 영화나

대중가요 같은 한류가 국외 시장을 개척하고 한국을 선전하는 것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한국건축도 세계로 퍼져가는 한류에서 한 축을 형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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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의 1970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 김수근의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

엑스포 한국관과 재외공관 현황

“근대건축의 역사는 엑스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했다.” 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이

지난 「SPACE」 5월호 ‘엑스포란 건축가에게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국외의

한국건축을 살펴보려면 엑스포 한국관을 먼저 봐야 한다. 엑스포의 역사를 통해 국외

에 알려진 근대 한국건축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00년 전후 초기 한국관은 서양 세계에 등장한 최초의 한국건축이라는 데 의의가 있

다. 한국은 1893년 최초로 미국 시카고 엑스포에 참가한 이래 (이때의 전시관은 건축

이라기보다 작은 전시대에 불과했다) 1900년 파리 엑스포에 와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한국관은 경복궁의 근정전을 모사해 지었지만, 우리 손이 아닌 프랑스

건축가가 서툴게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1964년 김중업이 미국 뉴욕에 지은 한국

관이야말로 한국적인 정체성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후 1967년 김수근의 몬트리

올 한국관이나 1970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 하나의 완결성 있는 건축을 보여준다.

특히 오사카에서 김수근은 최초로 한옥을 벗어나 하이테크의 한국관을 선보였다. 몬

트리올 한국관은 캐나다 정부에서 영구보존하기로 하고 여전히 철거하지 않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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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런 엑스포 전시관 자체는 임시 건축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단기적으로 국외에

한국을 알리고 이미지 제고에 도움은 되지만 고작해야 6개월 정도만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또 다른 건축으로 재외공관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외교부

에서 관리하고 있는 재외공관은 관저와 청사를 포함해 전 세계 300여 개가 넘는다. 공

관은 각 나라에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각국의 외교 사절단이 모이는 곳이다. 특히

세계 곳곳에 가장 넓게 한국건축이 뿌리내린 경우다. 물론 많은 경우 현지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한국건축가가 건물을 짓는다. 이공희(국민대학교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관 건축이 상징하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국외에 있는 건축에 관한 체계적인 조사와 국유화 사업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최근에서야 주요한 업무로 추진하고 있다. 2007년 7월 처음으로 재외

공관담당관실 내에 국유재산팀을 만들었고 2008년 1월부터 인원을 충원해 9명의 인

원으로 현재까지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건축직은 8명이고 현재 3명은 해외

파견을 나갔다. 실제로 한 명이 1년에 18개가 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미국이 800여 명, 영국 170명, 일본 47

명, 독일 40명 등이 국유재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인원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2년 2월 1일 기준으로, 재외공관 청사(156개)와 관저(158개)를 대

상으로 국유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전체 314개 가운데 144개(46%)에 대한 국유화

를 완료했다. 144개는 한국에서 직접 건축한 것(62개)과 기존 건물을 사들인 것(82개)

을 포함한다. 재외공관을 국유 재산으로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외교에

중요한 보안과 테러와 같은 안전문제, 임차비용 절약과 부동산 가치 증가에 따른 재산

증식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관리의 유용성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공관은

한국건축을 국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승현(홍익대학교 교수)은 “재외

공관이야말로 해외 속의 한국의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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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의 부실한 관리 문제

외교부에 따르면 국유재산팀에서 관리하는 재외공관과 관련된 재산 규모는 16억 달

러(1조 7,000억 원)로 추정한다. 이렇게 많은 건물이 있지만, 관리나 보존이 잘 되고 있

지 않다. 일찍부터 재외공관의 국유화 사업을 진행해온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재외공관의 신규 매입과 신축 못지않게 중요한 유지 관리 보수에

서도 문제가 많다. 이미 국유화된 재외공관 150여 곳 가운데 100여 곳은 준공된 지 21

년 이상 지나 노후화가 심각하다.

다수의 전문가는 외교부의 순환보직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한다. 자신의 임기만 넘기

자는 공관장들의 안일한 관리의식, 재외공관 유지 보수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

하는 외교부의 상황 인식 부족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건물의 안전 문제는 물

론이고 현지 국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으로 대외적 이미지마저 실추시킬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족한 예산이 문제지만 각 공관장들이 자신의 임기 중에

Page 5: 대한민국 상징건축, 그 경계를 넘어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현숙(국유재산팀)은 “절대

적으로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

부의 기금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국내 건축 사업은 단

가 비교가 쉽지만 국외는 사업비 선정 자체가 어렵다”라며 “우리가 경험이 부족한 것

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선진국은 전체 자산가치의 1.2% 정도를 연간

유지보수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0.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재

외공관의 재산가치 대비 1.8%인 2,8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연간 유지보수 최소 비

용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로 재외공관 리모델링이나 시설정비 예산으로

한 해에 70억 원 정도를 책정할 뿐이다. 이는 유지보수 최소 비용의 23%를 조금 넘긴

수준이다.

실제로 보존 가치가 있는 몇몇 대사관의 현재 상태는 좋지 않다. 뉴델리에 있는 주 인

도대사관은 김수근이 1977년도에 설계했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단위 매스들이 서로

관입하거나 중첩되면서 특이한 건축 조형을 만들어내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좋

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다양한 용도로 바꿔 사용하면서 건물 곳곳에

훼손 상태가 심각하다. 또한 건축 규모 당시보다 현재 인도와 한국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대사관은 리모델링할 한국 업체를 수소문

했으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구하지 못해 현지 업체에 설계를 의뢰하고 리모델

링 중이다. 그러나 직원 숙소와 영사동으로 쓰던 4층 건물을 헐고 구조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주 프랑스대사관 청사, 미국 LA에 있는 한국대사관저, 스

리랑카 한국대사관 역시 구조 변경이 시급하다. 현재 300여 곳이 넘는 재외공관이 있

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2011년 8곳, 2012년 6곳을 리모델링하고 보수하는 데

그쳤다. 임현숙은 “공관 설계에 예전같이 특정 설계사만 지명하지 않고 최근에는 공개

공모를 하지만 현실적인 경비 문제 등으로 한국 건축가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족한 예산이 문제지만 각 공관장들이 자신의 임기 중에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현숙(국유재산팀)은 “절대

적으로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

부의 기금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국내 건축 사업은 단

가 비교가 쉽지만 국외는 사업비 선정 자체가 어렵다”라며 “우리가 경험이 부족한 것

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선진국은 전체 자산가치의 1.2% 정도를 연간

유지보수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0.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재

외공관의 재산가치 대비 1.8%인 2,8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연간 유지보수 최소 비

용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로 재외공관 리모델링이나 시설정비 예산으로

한 해에 70억 원 정도를 책정할 뿐이다. 이는 유지보수 최소 비용의 23%를 조금 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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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다.

실제로 보존 가치가 있는 몇몇 대사관의 현재 상태는 좋지 않다. 뉴델리에 있는 주 인

도대사관은 김수근이 1977년도에 설계했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단위 매스들이 서로

관입하거나 중첩되면서 특이한 건축 조형을 만들어내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좋

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다양한 용도로 바꿔 사용하면서 건물 곳곳에

훼손 상태가 심각하다. 또한 건축 규모 당시보다 현재 인도와 한국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대사관은 리모델링할 한국 업체를 수소문

했으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구하지 못해 현지 업체에 설계를 의뢰하고 리모델

링 중이다. 그러나 직원 숙소와 영사동으로 쓰던 4층 건물을 헐고 구조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주 프랑스대사관 청사, 미국 LA에 있는 한국대사관저, 스

리랑카 한국대사관 역시 구조 변경이 시급하다. 현재 300여 곳이 넘는 재외공관이 있

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2011년 8곳, 2012년 6곳을 리모델링하고 보수하는 데

그쳤다. 임현숙은 “공관 설계에 예전같이 특정 설계사만 지명하지 않고 최근에는 공개

공모를 하지만 현실적인 경비 문제 등으로 한국 건축가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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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레타의 까사 델 아구아와 김수근의 몬트리올 엑스포관

#1 지난 8월호 「SPACE」에서 ‘세계적 건축가 레고레타가 제주도에 남긴 유작 철거 위

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멕시코 대사관이 적극 자국 건축가의 유작을 보호하기 위

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기사를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광부나 외교부에 별도

의 관리 조직이나 통계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을 비판했다. 안창모(경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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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대학원 교수)도 “건축을 통해 국외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통합된 관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사까지 직접 발 벗고 나선 멕시코의 적극적인 구호활동과 언론의 반응 덕분에 지난

10월 2일 일부 도의원과 건축가와 교수들이 주축이 된 철거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

위)가 결성됐다. 건축계에 까사 델 아구아 보존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현재까지

철거는 유예됐다. 또한 건축계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아 문화연대도 만들어

지난 11월 서울 홍대 앞에서 시민문화제도 열렸다. 김광현(서울대학교 교수, 비대위

공동대표)은 “세계적 거장의 유작을 지켜내 한국 시민이 건축과 자연환경에 대해 얼

마나 수준 높은 생각을 가졌는지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라며 “제주시는 원소유자인

JID의 무상 기증을 수용해 양성화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 지난 11월 15일 ‘무너져가는 김수근의 몬트리올 한국관’이라는 기사가 한 일간지에

보도됐다. 캐나다가 영구보존하기로 한 한국관이 무너져 내릴 위기라는 기사다. 1967

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세워진 한국관은 전통 목구조 형태를 단순화해 한옥의 아름다

움을 표현했다. 기둥 위에 도리와 공포, 서까래와 부연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바로

옆엔 통나무를 엮어 쌓은 12m짜리 탑도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

을 불러모았다. 당시 공간건축에서 설계를 담당했던 김원(광장건축환경연구소)은 “원

래 엑스포 건물은 행사가 끝나면 철거돼야 하지만 몬트리올 시가 영구 보존하겠다고

해 수락했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보존 상태가 나빠 무너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6개월을 버티게 하였는데 46년이면 오래 버텼다”면서도 “다시 재건축하는

것보다 가능하다면 현재 구조를 보강해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목조탑은 지난해 붕괴 위험 진단을 받고 철거됐다. 본 건물도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

어 공사장 가림막에 가려진 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고 한다. 몬트리올 영사

관 측은 “우체국, 버스 정류장 등으로 사용하다 현재는 그냥 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사진 자료는 남아 있지만, 도면이 없어 한국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

른다.

현재 국외에 있는 한국건축 중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건물은

충분히 보존하고 파악해야 한다. 한국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우승현은 “재외공관 중

한국식 정자나 장승을 어색하게 설치한 곳도 많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문광부 산

하의 재외 문화원이 있고 이곳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교부도 단순히 재산

관리 치원이 아닌 문화 홍보라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입

을 모으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법 정비와 그리고 더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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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외교부 국유재산관리팀의 인원과 전문성, 예산도 큰 차이가 있

지만, 시스템도 문제다. 미국은 재외공관에 관한 건축 매뉴얼이 있다. 세계 각국에 지

어지는 대사관은 철저한 매뉴얼과 법에 따라 건설된다. 사람들의 동선은 물론 가구 디

자인까지도 매뉴얼을 따르게 돼 있다. 우승현은 “한국은 매뉴얼이 없어 주먹구구식으

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국외 공관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도쿄에 주 일본 한국대사관 청사와 관저를 재건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30일 외교부는 낡고 협소한 대사관과 관저 건물을 재건축하기로 하고, 설계공모

를 통해 (주)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안을 당선작으로 확정지었다. 당시 외교부는 “한

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살렸고, 기존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고, 태양열 시

스템과 아트리움 도입 등 친환경적인 요소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800억 원을 들여 롯

데건설이 시공 중이고 1만 202m2에 지하 1층 지상 7층, 총면적 1만 7,512m2 규모로

2013년 5월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좋은 설계와 많은 비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체계적인 건설관리와 시스템 그

리고 법적 보완까지 필요하다. 원유철(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일본 업체인 고요건설(주)이 하청을 맡아 해체, 골조, 전기설비 공사 등 주요 공사가

대부분 일본 업체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현행 ‘재외공관 국유화 사업 운영지

침’은 재외공관 신축 및 증・개축 시에 시공자는 가능한 한 국내업체 단독 또는 현지

업체와 공동도급으로 하되, 여의치 않으면 공관과 협의해 현지 업체 또는 제3국 업체

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등은 자국 재외공관 건설 시 보안 문

제를 감안해 자국 업체・인력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재외공관 건설을 국

내 업체가 시행하고 본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까사 델 아구아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건축을 하나의 단순한 건물로

보면 안 된다. 그것이 한국에 있던지 국경 밖에 있던지 동등하게 문화적인 영역으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 문화재를 다루는 기관도 물리적인 한국의 영토를 벗어나 경계

를 넓혀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외국에 있는 동산 문화재를 기초조사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근현대 건축물을 문화재로 분류조차 안 하고 있다. 외교부는 늦게나

마 적은 예산으로 국유재산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있지만 단순히 관리와 국유재산증대

차원이 아니라 물리적인 영토를 확장하듯이 문화의 영토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접근

해야 한다.

건축가는 한국건축의 영역 확장이라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상징건축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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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된 예산과 경험 부족, 국외 시공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가 있다.

건축계는 외교부나 문광부 그리고 시스템을 탓하기 쉽다. 그러나 스스로 반성을 하며

시스템을 바꿀 부분에 대한 행동 지침을 세세하게 생각하고 힘을 모으는 결단과 용기

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영규 기자 사진제공 공간그룹(별도 표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