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툴라의 매력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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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튤라의 사육일지) 영준 환일고등학교 10801 타란툴라의 매력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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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타란툴라의 매력에 빠져들다

(타란튤라의 사육일지)

강 영준

환일고등학교 10801

타란툴라의 매력에 빠져들다

Page 2: 타란툴라의 매력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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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타란툴라를 접하다

- 생물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

- 초등학교 6학년, 동지를 만나다.

- ‘셀먼’과의 만남

2. 타란툴라의 유체시기

-먹이와 온도

-生과 死의 갈림길, 탈피!

- 3마리로 늘다

3. 타란툴라의 아성체시기

-죽음

-먹이의 변화

-반응속도의 고찰

4. 타란툴라의 성체시기

-전갈의 유입

-완성체 ‘셀먼’

-최근의 ‘셀먼’

5.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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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란툴라를 접하다

--생물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생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았다.

7살 때쯤에는 산에 있는 조그만 개울에 가서 올챙이를 우유팩 가득

잡아와 가족들을 놀라게 하였고, 8살 때쯤에는 아파트 복도로 날아온

장수풍뎅이를 정성 들여 키우기도 하였다. 또 비가 오는 날은 신나게

밖으로 나가 길바닥의 지렁이를 오래도록 관찰하고 달팽이를 종이컵

에 여러 마리 담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곳곳에 개발열풍으로 아파트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자, 벌목된 산을 피해 무당벌레 집단이 아파트 벽면을 빨갛게 물들인

것을 보고 환경문제에 심각함을 깨달았고 거의 울다시피 하며 왜 그

랬는지 경비아저씨에게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또 TV에서 온난

화 현상으로 중국에서 날아온 꽃 매미의 독성을 시청한 후, 친구들에

게 위험함을 알리고, 주위사람들에게도 집 주위에 혹시 꽃 매미가 있

는지 있으면 절대 만지지 말라며 목청껏 설파하곤 하였다.

그 때에는 살던 곳이 지방(울산)이었고 집 뒤에 산이 있어서 시간이

나면 언제나 생물을 접하고 관찰할 수 있었던 환경덕분에 모든 관심

과 호기심이 생물에 있었던듯하고 그 때 가진 자연에 대한 호기심들

로 지금의 내가 항상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길러준 듯하다. 또 나아가 사람과 자연환경의 연관성

을 인지하여 항상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두게 이끌어준 원동력이 된

듯하다.

적어도 서울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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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초등학교 4학년때 우리가족은 누나의 학업문제로 모두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당연히 서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생물을 자주

접할 수는 없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서울살이는 외롭고 재미없는 하

루하루가 되는 듯 하였다.

그러다 6학년이 되자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이라는 곳에 데리고 가셨다. 아마 예전보다 재미없어 보였던 내 모습

과 나의 적성을 찾아주려고 어머니도 많이 고민하신 것 같다. 그곳에

서 나는 그토록 고대하던 생물들과 다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장

소도 멀고 주말이라 귀찮지만 나는 일주일 내내 그날만 기다리곤 하

였다. 어느 날은 메추리 알을 부화시켜 진짜 메추리를 온 집안에 돌아

다니게 하거나 누에를 키워 수 백 마리의 나방을 만들어 가족들을 놀

래킨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며 나의 생물에 관한 탐구와 관

찰 욕구를 다시 한번 불태워갔다. 특히 가족들은 싫어했지만 손톱보다

작은 알에서 나방이 되어 다시 알을 낳는 과정은 가히 경이롭기 까지

하였다.

메추리 알의 부화 누에나방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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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동지를 만나다.--

초등학교 6학년 중반쯤에 나는 나처럼 생물에 관심 있는 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중 한 명인 창민이는 나랑 같은 한국생명과학연구

원에서 교육을 받았었다고 한다(내가 키운 것과 같은 것을 키워보아

말이 정말 잘 통했다). 창민이와 나는 생물에 관심이 있는 공통의 관

심분야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준호인데 준호는

이미 여러 생물을 키우고 있어 생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와 더욱 친해

진 경우다. 그리고 그 둘은 이미 같은 동물 하나에 지대한 관심이 있

었는데 , 그것은 바로 타란툴라였다.

사실 난 그 둘을 만나기 전까지는 타란툴라 아니 거미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친구들은 등교, 하교, 학교에 있을 때 없

을 때 가리지 않고 타란툴라에 대해 애기를 나누고 나에게 여러정보

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처음엔 관심도 없었지만 계속 얘기를

듣다 보니 생물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써 타란툴라의 매력은 엄청나다

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었다. 먹이를 먹을 때의 빠른 스피드,

여러 색깔과 고유의 발색, 또한 성장해가면서 커지는 데에 대한 만족

감(?) 등의 이야기들이 호기심 많은 나를 자극 해오기 시작하여 결국

나도 간절히 기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정보와 친구들에게 얻은 타란툴라에 대한 장점과 가족들에

게 전혀 피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대한 알아본 후 , 부모님을 설

득해 보았다. 하지만 첫번째 결과는 실패로 가족들이 두 명 이상 반대

하여 기르고 싶어도 기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어머

니의 질문, 즉 내가 기를 능력이 있는가?(방청소도 못하는데..) 기를 거

면 어디서 기를 것인가?등등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설득은 실패

로 돌아갔다.

하지만 혹시 타란툴라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기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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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이 정보들은 나중에 다시 활용해 보기로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나의 타란튤라 사육일지’는 마음속 깊이 이미 시작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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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먼’과의 만남--

초등학교 6학년,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친구들의 거미

만 구경하면서 나만의 거미가 없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한테도 기회가 생겼다. 준호와 창민이가 타란툴라와 사육용

품을 사러 가는데 나도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

의 허락이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아서, 나는 사실 갈 엄두도 나지 않았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머니께 잠시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고 온다

고 하고 나의 발걸음은 그들과 함께 희귀동물 판매점으로 향하고 있

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출발은 서대문구 3

호선 무악재역(셋 다 집 앞에 무악재역이 있다)인데 도착지가 수유역

이었다. 첫째 문제는 너무 먼 거리(그때까지만 해도 어려서인지라 지

하철을 많이 타보지도 않았고, 서울의 광활한 대중교통에 익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가야 한다는 것)인 점과 둘째

문제는 부모님의 걱정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온다고 했는데 40분이

넘게 걸리면 분명 걱정하실 거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미

난 지하철을 타고 있었고 이 문제를 고려해 볼 시간도 없이 열차는

떠나기 시작해서 어느 새 수유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은 수유역

가든타워의 “킹펫”이라는 희귀동물 판매점이었다. 그곳에 가기 전까지

나는, 모든 희귀동물 판매점이 아마존처럼 동물들이 많고 초록으로 가

득찬 넓은 곳 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비좁은 원룸, 게다가

귀뚜라미 소리와 습기,톱밥 냄새 등등 여러 가지 모습들이 내 환상을

한방에 깨주었다. 그 실망도 잠시, 원룸 양 벽에는 왼쪽에는 피클 통

들이 있는 진열대가 오른쪽에는 여러 큰 사육통들이 진열되어있었다.

또 그 피클통과 사육통에는 전부 타란툴라, 도마뱀, 지네, 장수풍뎅이

등등의 여러가지 생물들이 있었다. 처음의 실망감은 온데 간데 없이

실제로 그 생물들을 본 순간 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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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지상낙원이라고….

희귀동물 판매점 ‘킹펫’ http://www.kingpet.net/shop/index.php?page=faq

절지동물부터 파충류, 양서류까지 보통사람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는

생물들이지만, 여러 생물들이 제각각 자기 모습을 뽐내며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또 그 멋지고, 신비로운 모습에 심취되어 나

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타란툴라, 희귀

동물, 그리고 사육용품을 사기 시작하자 나는 또다시 살 수도 없고 기

를 수 없는 내 모습에 절망했다. 그러던 도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보았지만 역시 역부족 똑 같은 대화만 오

갈 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 친구 준호가 나섰다. 여담이지만 나는 준

호를 말로써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내가 설득력이 약한 거일

수도 있지만). 준호가 개선장군처럼 우리 부모님을 설득했다. 타란툴

라는 독이 없으며 기르는 것도 쉬워 온도만 맞추면 되고 기르는 요건

도 전기장판이 있으면 된다며 어머니를 설득하고 요구사항을 맞춰갔

다. 어머닌, 방 청소는 나보고 할 것과 구입 가능한 크기는 아주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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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어야 한다고 하셨고 기르다가 죽이거나 하는 일은 없기를 거듭

강조하시며 마침내 허락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싸고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거미

의 종류중에서 하나를 구입하였다. 시가 7,000원의 좁쌀만한 아니 그

것보다 작을 수 있는 유체의 거미, 너무도 약하고 투명하기까지 한 타

란툴라 한 마리를 손에 넣게 된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것

이 나의 첫 타란툴라 ‘셀먼’과의 첫 만남이었다. 본명은 브라질리안 셀

먼 핑크 버드이터(Brazilian selmon pink birdeater), 학명으로는

Lasiodora parahybana다. 초보자용으로 기르기 쉬우며 크면 매우 커지

기 때문에 대형종이다. 그리고 땅 위에서 생활하는 배회성이다. 온도

는 25~28도 습도는 70~80%로 맞춰주면 사는 환경에 적응을 잘 하게

된다. 거미줄을 잘 치지 않으며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지금까지는

유체라서 먹이는 버팔로웜을 주어야 했다.

나의 첫 타란툴라 ‘셀먼’ 버팔로 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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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란툴라 유체시기

--먹이와 온도--

흔히들 타란툴라는 무시무시한 독거미로 알고 있다. 누구나 처음 묻

는 질문이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냐?’고 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실은

타란툴라의 독성은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벌의 독성

정도로 취급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며 또 그 독은 먹이를

사냥해 마취시키거나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녹이는 소화액 정

도의 미비한 독액이라 (독성이 강한 종류의 타란툴라의 독 조차 설치

류를 마비시킬 정도) 작은 설치류에겐 위험할 수 있으나 이름만큼 사

람에게는 위험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타란툴라는 성장의 시기,

즉 유체시기와 아성체/준성체시기, 그리고 성체시기에 따라 그 독성도

늘어나며, 먹이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유의해서 길러야 하는

것은 맞다.

지금부터 타란툴라의 먹이와 온도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타란툴라 먹이, 특히 유체의 먹이인 버팔로웜은 딱정벌레목 거저리과

에 속한 갈색거저리 축소판의 유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팔로웜은

여러 작은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변태기간이 비교

적 짧아 곤충을 쉽게 체험할 수 있고 곡식을 먹이로 하는 매우 청결

한 곤충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1~2cm이고, 큰 것도 3cm를 넘어가진

않는다. 그래서 버팔로웜은 애완용으로도 그리고 작은 셀먼의 먹이용

으로도 매우 적합했다.

타란툴라의 사육온도는 너무 높아서도 안되고 너무 낮아서도 안 된

다. 사육장의 온도가 30~34도가 사육장에 깔은 바닥재(인공토양)가 빨

리 마르게 도는데, 마른 상태로 2~3일 방치하면 말라 죽게 된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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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의 온도가 0~10도 정도일 때 타란툴라의 신체반응이 저하되며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여름은 온도가 높기 때문에 타

란툴라가 살던 고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겨울은 온도가 낮기 때

문에 타란툴라에겐 치명적이다. 온도에 의해 타란툴라가 죽는 것을 방

지하기 위해서 전기장판으로 사육장의 온도를 조절한다.

처음 ‘셀먼’을 집에 데려오고 나서 나는 매우 난감해 졌다. ‘셀먼’을

사왔던 때의 계절은 겨울이고, 나는 전기장판을 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멀티탭이다. 거의 모든 멀티탭에는 on/off

를 조절할 수 있는 빨간색 버튼이 있다. 그리고 그 버튼은 오래 켜두

면 작은 열을 발생하게 된다. 나는 ‘셀먼’의 사육장(유체시기라 피클통)

의 온도를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이 멀티탭의 버튼 위에 사육장을 올

려두었다. 작은 열이라서 온도가 안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다

행히 28도 정도로 ‘셀먼’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이 만들어 졌다.

그런데 또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먹이를 주고 물을 줄 것인

것인가. 만약 피클통 뚜껑을 열고 그대로 먹이를 주면 ‘셀먼’이 나올

위험이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지 않고 어떻게 먹이를 줄 것인가. 사

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위의 왼 쪽사진을 보면 피클통(사육장) 뚜껑

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그 구멍은 먹이와 물 그리고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그 구멍은 버팔로웜은 지나갈 수 있지만 셀먼은

지나갈 수 없으므로 먹이를 그 속으로 줄 수 있고 물은 스포이트로

구멍을 통해 피클통(사육장) 안을 촉촉히 채워 줄 수 있는 것이다. 또

그 구멍은 공기통로의 역할까지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먹이, 공기와 물의 통로--피클통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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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의 갈림길, 탈피!--

타란툴라의 성장은 탈피를 통해 몸의 잃은 부분을 재생하거나 크기

와 모습이 성장한다. 그러나 탈피의 과정은 매우 힘겹다. 타란툴라는

탈피시기가 오면 거식을 하고 복부 안쪽 엉덩이가 어둡게 변하며 은

신처의 입구를 거미줄로 막기도 한다. 이런 때에 사육자는 사육장의

온도를 높여주고 먹이를 주지 않으며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줘야 한

다. 이처럼 타란툴라가 탈피시기에 탈피할 여건이 갖춰지면 몸의 허물

(탈피껍질)을 벗고 성장하게 된다. 또한 사육자가 자신이 기르는 타란

툴라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탈피주기를 짧게 변화시키기도 한

다. 성장을 빠르게 하는 방법으로는 사육장 환경을 넓게 하기, 온도를

약간 높여 소화를 촉진시키기, 먹이를 주기적으로 공급해주기, 스트레

스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등이 있다.

‘셀먼’을 키우다 보니 1개월도 안돼서 탈피시기의 행동이 나타나기 시

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먹이를 주기적으로 줘서 탈피시기가 빨라진 것

일수도 있다. 아직 1cm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먹이를 먹지

않기 시작하면서 은신처(이 때 ‘셀먼’은 구멍을 파고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었다)로 들어가는 구멍을 막고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자

고 일어나보니 ‘셀먼’은 은신처 위에서 축축한 몸을 말리고 있고, 탈피

껍질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사육장 안에서 탈

피껍질을 꺼내고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 크기를 재 보니……

이럴 수가? 바로 2cm였다.

하루 만에 크기가 두 배로 커진 것이다. 아마 타란툴라 키우는 보람은

먹이 줄 때보다 탈피 한 후 자로 크기를 재니 전보다 커져있는 것을

확인 할 때 인 것 같다.

타란툴라는 탈피 직후에는 몸이 축축하고, 말랑말랑하다. 독니와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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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가 않아서 직후에는 먹이를 먹지도 못하고 몸을 말려야만 한

다. 만약 이럴 때에 잡식 또는 육식의 먹이를 준다면 되려 타란툴라가

먹히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첫 ‘타란툴라 셀먼의 탈피’

유체기의 탈피 모음 (2cm~ 4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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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리로 늘다--

‘셀먼’을 기르기 시작하고 나서 한 3개월이 지난 후 가족들도 타란툴

라에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기 시작하셨다. 탈피할 때에도

같이 기뻐해주고 먹이 먹는 것을 신기해 하셨다. 그리하여 난 내 근면

성과 양육의 실력을 인정받게 되어 타란툴라를 여러 마리 더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더 큰 ‘렙타일리아’라는

희귀동물 판매점으로 가서 타란툴라를 여러 마리 사 오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여 우리 집에는 총 세 마리의 타란툴라가 살게 되었다.

하나는 첫번째인 ‘셀먼’, 두번째는 하얀 무릎이란 의미를 가진 ‘화이트

니’, 마지막 세 번째는 ‘버미즈브라운’이다. ‘화이트 니’는 ‘셀먼’이랑

비슷한 크기였다. 이제 곧 유체를 벗어날 것 같은 크기이다. 그리고

‘버미즈브라운’은 가져올 때부터 다른 타란툴라들과는 달리 빠른 속도

로 커캈다. 게다가 먹이를 주면 쉴새 없이 먹어대서 배가 터지지 않을

까 두려울 정도 까지 먹었다.

내게 타란툴라가 셋이 되고 나자, 나는 타란툴라들을 키우는 것이 힘

에 부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원래 주어야 할 먹이가 3배, 아니 4

배로 늘었다(‘버미즈브라운’이 ‘셀먼’이 먹던 양의 2배를 먹었기 때문).

그래서 먹이 사는 돈도 더 들었고, 사육온도도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까 멀티탭 하나로는 온도를 충분히 높일 수가 없어서 저번에 ‘렙타일

리아’에 갔었을 때 본, 사육장 3개가 딱 들어갈만한 전기장판을 하나

더 사야했다. 게다가 24시간 켜놔야 해서 전기세도 많이 들어갈까 보

모님께 죄송하기까지 했다.

신기하게도 ‘버미즈브라운’은 오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아 탈피시기

에 들어 갔다. 그리고 나머지 두 마리도 차례차례 탈피시기에 들어가

서 아무도 먹이를 먹지 않게 되어 버렸다. 탈피의 위험성을 알기에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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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기간이 끝날 때까지 조바심을 참으며 조마 조마 기다렸고 마침내

세마리 모두 다행히 무사하게 탈피를 해 주었다. 크기를 재어보니 ‘버

미즈브라운’은 약 5cm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3~4.5cm정도였다. 아마

‘버미즈브라운’은 나중에 들어왔는데도 잘 먹어서인지 ‘셀먼’보다 더

커 버린 듯 하다.

세 종류의 거미형제들은 마치 서로 크다고 다투는 것처럼 점점 자라

났고, 나는 마치 내 동생마냥 아끼고 사랑하며 보살피는 보람을 느껴

갔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행복도 잠시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

다.

희귀동물 판매점 ‘렙타일리아’ http://www.reptilia.co.kr/

‘화이트 니’ 탈피껍질 ‘버미즈 브라운’ 두번째 탈피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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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란툴라 아성체시기

--죽음--

제목에서 유추해 낼 수 있듯이 내가 기르던 타란툴라가 한 마리가 죽

게 된다. 나의 부주의에 의해 더 살아보지도 못하고 ‘버미즈브라운’은

죽고 말았다.

‘버미즈 브라운’은 첫번째 탈피 후, 다시 한 번 탈피를 하고 세번째 탈

피 기간에 돌입하였다(정말 빠름). ‘버미즈 브라운’의 집은 거의 완전히

거미줄로 덮혀 있기 때문에 먹이를 줘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버미즈 브라운’이 먹는 줄로만 알고

주기에 따라 먹이를 주었다. 그렇게 ‘버미즈 브라운’은 탈피 기간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타란툴라들

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러 갔었을 때, 나의 ‘버미즈 브라운’이

정면이 아닌 반대로 엎드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타란툴라는 머리

부터 탈피를 하기 때문에 탈피를 할 때에는 몸을 뒤집어 머리가 땅을

향하게 한 후 탈피 껍질을 밀어서 탈피를 하게 된다.). 내 눈앞에서

‘버미즈 브라운’은 탈피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너무도 기뻤

다. 그 때까지 한 번도 실제로 탈피를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중대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

고 생각을 해서 카메라를 들고 여러 방향에서 촬영을 하면서 버미즈

가 탈피하는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난 그 촬영을 하지 말고 잠을 잤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버미즈 브라

운’은 그 이후에 움직이지를 않았다. 탈피는 물론이거니와 숨을 쉬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버미즈 브라운’은 내가 촬영을 하

는 도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던 것이다. 사인은 극심한 스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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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였다. 사실 ‘버미즈 브라운’에게 줬던 먹이는 그때까지 버미즈의 사

육장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버미즈가 탈피하는 도중에도 그들

은 계속 밑에서 움직이면서 버미즈를 괴롭혀 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

나는 ‘버미즈 브라운’의 사육장을 스탠드 앞으로 꺼내고 사진을 계속

해서 찍어 댔다. 그때는 ‘버미즈 브라운’은 스탠드의 빛과 카메라 후레

쉬의 빛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잘못했다고 자책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절대 타란툴라가 탈피할 때에는 방에도

들어가지 않고, 먹이는 먹지 않을 때(탈피기간 도래)는 주지 않고, 다

시 한 번 양육할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키워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 시기에 처음 접한 타란툴라 ‘버미즈브라운’의 죽음은 내게는 매우

아픈 추억이다.

버미즈브라운 http://www.reptilia.co.kr/product/view/1072

‘버미즈 브라운’의 마지막 탈피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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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의 바뀜--

아성체란 성체의 발색이 조금씩 나타나며 종에 따른 성격도 조금씩

나타나는 단계이다. 성체 크기의 4분의 1크기부터 4분의 2까지의 크

기를 아성체라고 부를 수 있다. ‘화이트니’와 ‘셀먼’만이 남은 상태에서

‘셀먼’은 아성체에 돌입하였다

‘셀먼’은 이제 버팔로웜이 너무 작아서 먹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

았다. 그리하여 먹이를 바꿔주기로 하였다. 버팔로웜은 원래 딱정벌레

목 거저리과에 속한 갈색거저리 축소판의 유충이다. 축소판이라면 원

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밀웜이다. 갈색거저리의 유충으로써

곡류만을 먹기 때문에 청결하고 여러 애완용 동물의 먹이로 쓰이고

있다. 몸 길이는 약 2cm로 8cm정도 되는 ‘셀먼’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화이트니’도 작지만 밀웜을 줘 보니 다행히 아주 잘 먹었다.

이렇게 밀웜이라는 새로운 먹이가 생기고 약 반년이 지난 후 난 또

다른 먹이를 알아보았다. 밀웜의 다음 단계로 희귀동물 매니아들이 자

주 사용하는 먹이. 학명은(gryllus bimaculatus). 바로 귀뚜라미이다. 귀

뚜라미는 먹이 종류 중 가장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타란툴라들이 빠

르게 먹이 반응을 보이며 가장 잘 먹는 먹이다. 하지만 관리가 매우

어려워 많은 사육자들이 먹이로 공급하지는 않고 있으나 타란툴라가

가장 잘 사냥하는 먹이이다. 귀뚜라미의 크기는 약 3cm정도이며, 영

양 성분과 함유량은 수분 69%, 조회분 1%, 조단백질 18%, 조지방

6%, 그리고 나머지 기타 등등은 6%이다. 귀뚜라미 먹이 급여방법은

바로 사냥하는 경우는 귀뚜라미를 타란툴라 앞쪽에 떨어뜨려 주거나

사육장 안에 두면 한 두 시간 안에 사냥을 하게 된다. 최소 1~2시간

이 흘러도 먹이를 사냥하지 않는 경우에는 귀뚜라미의 머리를 핀셋으

로 눌러 죽여서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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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미의 사육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야생의 먹이들을 잡아와

서 먹이라고 하시는데 사육되지 않은 야생의 먹이는 기생충 감염 등

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공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날 음

식 같은 경우에는 회충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날음식을 제공하

는 것은 사육되는 거미에게는 좋지 않다. 타란툴라는 병원에 가지 않

는 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치료 또한 힘들기 때문에 날

음식이나 야생의 먹이들은 공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아성체기의 타란툴라 ‘셀먼’

아성체기 거미의 먹이 귀뚜라미 http://www.reptilia.co.kr/product/view/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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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속도의 고찰--

학원시간 관계로 ‘화이트니’도 준호한테 주고 나에게 남은 건 ‘셀먼’

하나가 되었다. 약 2년 정도는 또 ‘셀먼’ 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

러던 중에 알게 된 게 있는데, 바로 ‘셀먼’ 의 반응속도에 관해서이다.

‘셀먼’ 의 반응속도가 가면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반

응속도란 타란툴라에게 먹이를 주었을 때 그것을 감지하고 사냥하는

데 걸리는 속도를 말한다. 타란툴라는 눈이 좋지 않기 때문에 털로 물

체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만약 반응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건강하다고

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셀먼’ 은 먹이를 아무리 멀리 떨어져서

줘도 바로 달려와서 먹이를 사냥했다. ‘셀먼’ 의 반응속도에 감탄한 나

는 그 속도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 방

법은 바로 귀뚜라미를 반응하여 먹는 속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타란툴라는 커 가면서 먹는 먹이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유체시기엔 버

팔로웜이나 밀웜, 아성체 시기엔 귀뚜라미, 준성체~성체 시기에는 슈

퍼밀웜, 핑키(쥐)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귀뚜라미는 매우 재빠르고

날쌔기 때문에 타란툴라의 반응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타란툴라가 귀뚜라미를 잡지 못하고 체념을 하게 되면 귀뚜라미

가 오히려 타란툴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셀먼의 반응속도를 믿

고, 귀뚜라미를 줘 보았다. 결과는 성공. 귀뚜라미를 사육장에 넣어주

고 3초도 안 돼서 ‘셀먼’은 사냥을 끝마쳤다. 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

에 귀뚜라미를 하나 더 넣어줬는데 그것 마저 먹었다. 그 후 계속 귀

뚜라미를 줘 본 결과 ‘셀먼’의 반응속도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

로 빨라졌다.

타란툴라는 먹이를 먹고 탈피를 함으로써 성장하는데 만약 먹이가 재

빠르고 날쌔다면 타란툴라는 그에 맞추어 자신도 빨라지고, 날쌔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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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원래 타란툴라의 나무위성이 가장 빠르지만 배회성이라도 환경에

맞추어 가다 보면 이렇게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란툴라가

언제나 환경에 맞추어 져서 빠르게 행동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셀먼

은 곧 아성체기를 지나 준성체가 되고 성체가 될 것이다. 그런데 타란

툴라 중 특히 배회성은 성체가 될수록 몸이 둔해지고 반응속도가 약

해진다. 그래서 성체 시기에는 아예 먹이통을 사육장 안에 둔 후 먹이

를 넣어 주고 그 먹이를 타란툴라가 먹는 식으로 생활하게 된다. 셀먼

은 아성체 시기를 빠르게 지나고 2년 후 성체가 된다.

타란툴라의 아성체기 탈피껍질 (4.5cm~11.5cm)

준성체가 된 ‘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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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타란툴라 성체시기

--전갈의 유입--

‘셀먼’이 무럭무럭 자라서 드디어 성체가 되었다. 이제 가족들도 모두

Breeder로서의 나를 제대로 인정해 주었고, ‘셀먼’에 뜨거운 관심을 보

여 주었다. 가족들은 이제 작은 생물이면 내가 뭘 키워도 인정해 주었

다. 그래서 저번에 타란툴라를 3마리 더 받아들인 것처럼 이번에는

다른 생물을 데려와 보기로 하였다. 그것은 바로 전갈, 전갈의 이름은

극동전갈이며 정확한 국명은 그냥 전갈이다. 애완동물로 전갈을 기르

는 사람들 사이에서 ‘Manchurian scorpion’이라는 영명이 직역되어 알

려졌으며, 전갈목과의 명칭 혼동도 피하는 의미다. 이름처럼 만주 지

역과 일본 등지에 살며, 한반도에서는 북부 지역에만 살고 있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 전갈의 크기는 ‘셀먼’의 아성체 정도의 크기로 약

3~5cm정도 된다. 내가 사온 전갈은 두 마리로 한 마리는 수컷, 다른

한 마리는 암컷이다. 사육장은 건조한 환경에 맞춰 줄 수 있도록 모래

로 땅을 덮었고, 곳곳에 은신을 위한 코르크를 놔두었다. 그리고 수분

보충 방법이 특이한데, 페트병의 병뚜껑 크기만한 그릇을 하나 두고

휴지를 물에 적신 후 그 그릇에 끼우는 것이다. 그러면 전갈들이 알아

서 수분을 보충한다. 휴지의 물이 다 증발한다면 다시 갈아주면 되는

형식이다.

전갈들은 신기하게도 밥을 잘 먹지를 않았다. 밀웜을 앞에 떨궈줘도

서로 구경만 할 뿐이지 먹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래서 내가 직접 핀셋으로 집게 근처까지 대 줘보았다. 신기하게도 집

게로 먹이를 잡았다. 그리고 꼬리에 있는 독침도 꽂아서 먹었다. 아무

래도 밀웜이 자신보다 몸집이 커 저항이 너무 세서 잘 사냥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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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것으로 보인다.

타란툴라를 키우다 보니 전갈을 키우는 것도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

다. 아니 오히려 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갈은 원래 사막

같은 건조 기후에서 생활하는 생물이다. 건조 기후에는 생물이 잘 살

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식사라던가 수분을 공급 받게 되면 오랜 시간

동안 그 양분을 몸에 축적해 둘 수 있다. 전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

면 된다. 그래서 밀웜을 한 번 주고 2개월 후에 줘도 쌩쌩하다고 생

각하면 된다. 전갈은 가만히 놔두다가 가끔 생각이 들면 먹이 주는 식

으로 키워도 된다. 그래서 전갈이 키우기 쉽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전갈의 사육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너무 방치해서 무관심하게 되

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수컷 한 마리가 잠시 자신의 은신처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

았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 장소에 수컷이 있었고,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그 장소에 수컷이 있었다. 수컷이 매일 그 장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컷은 어느 날부터 그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수컷이 죽은 것이다. 전갈을 산 지 10개월 정도가 지난 후의

일이다. 아무래도 나의 무관심이 전갈을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의 크

기였나 보다. 처음엔 암수 한 쌍이 있으니 교배를 해서 전갈 가족을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너무 방치하다가 수컷이 죽어 버렸다.

그래서 암컷 한 마리를 키우게 되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약 1개월

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암컷은 외로웠는지 수컷을 따라가버리고 말았

다. 안타깝지만 다음에 또 다른 생명을 기를 경우에는 다시는 이런 무

관심에 의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다짐했다.

이렇게 보면 앞서 기른 ‘버미즈 브라운’은 너무 많은 관심으로(사진

촬영등) 스트레스로 죽었고 이번 전갈은 무관심으로 죽은 걸 보면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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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물에겐 적당한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한 양육요소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성체기의 ‘셀먼’ 탈피껍질(12cm~15cm)

전갈이 밀웜을 먹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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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체 ‘셀먼’--

시간은 흘러 드디어 나의 ‘셀먼’은 완성체가 되었다. 원래 타란툴라의

성장 단계에는 성체까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컷에게만 있는 성

장 단계인 완성체는 교배를 할 수 있도록 외형적 변화가 이뤄진 상태

의 단계를 말한다. 수컷이 완성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5년

에서 3년 사이로 이는 암컷보다 빠르다. 하지만 완성체가 됐다고 바

로 교배(mating)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완성체가 되고 나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정자망을 치고, 그 정

자망에 정액을 묻혀둔 후 생식구에 정액을 흡입해 보관한다. 이렇게

교배 준비가 된 수컷은 야생에서는 암컷을 찾아 7~9km를 밤에 이동

하게 되는데 사육되는 수컷은 사육장을 계속 돌아다니므로 교배할 수

있는 시기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한번의 정자망으로 얻어진 생식구

의 정액은 교배시간에 따라서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고, 여러 번의

교배도 가능하다. 그리고 한 번의 교배보다는 여러 번의 교배를 하는

것이 암컷의 임신 확률을 더욱 높이게 된다.

‘셀먼’은 생식구가 생기고 완성체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수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교배 준비가 다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

지만 안타깝게도 ‘셀먼’과 교배할 암컷이 없다. 준호도 없고, 창민이도

고등학교 들어와서 동물 키우는 것을 그만 뒀으니 내 인맥으로는 도

저히 암컷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암컷을 사기에는 내 사

육환경이 그리 좋지가 않고, 성체 두 마리를 키우기에는 내 시간이 부

족해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 셀먼은 교배 준비만 되어 암컷을 기다리는 불쌍한 상태

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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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체 시기의 ‘셀먼’----- 우측에 정자망을 확인할 수 있다.

암컷 타란툴라(셀먼핑크)의 예시 사진 blog.naver.com/jw15922/5016768020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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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샐먼’--

2014년도에 들어선 후부터는 이상하게도 의욕이 떨어졌다. 나도 물

론이거니와 ‘셀먼’도 뭔가 의욕을 상실한 느낌이었다. 나는 먹이를 주

기를 귀찮아 하였고, ‘셀먼’은 먹이를 잘 먹지를 않았다. 그렇게 한 3

월까지 굶기다 보니 가족들이 ‘셀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먹

이를 구했는데 ‘셀먼’이 먹기에 너무 작았다. 그래서 줘도 자기 근처에

있는지 잘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먹이를 느끼지도 못하니 먹이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물만 주면서 살아가는 3

개월…. 6월이 되었다. ‘셀먼’도 힘이 없어서 사육장을 잘 돌아다니지

도 않게 되었다. 드디어 가족들의 걱정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이라 시간이 없는 나를 위해 부모님은 직접 희귀동물 판매점에

가서 알맞은 먹이를 사오셨다. 그 동안 굶어서 많이 배가 고팠던 건지

다행히도 ‘셀먼’은 먹이를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건

강을 찾게 되었다.

지금 나의 ‘셀먼’은 완벽한 완성체이다. 더 이상 탈피를 하지 않는다.

타란툴라를 키우면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탈피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다. 그 점은 매우 안타깝지만 완성체가 되어서 ‘셀먼’ 특유의 발색을

보일 만큼 자란 것은 breeder로써 아주 보람있는 일인 것 같다. 셀먼

핑크버드이터, 즉 이름처럼 겉보기에는 검은색을 띠지만 자세히 보면

털 색깔이 분홍색으로 발색을 하고 있다. 이 분홍색이 연어의 분홍색

을 닮았다하여 셀먼핑크이고 완성체가 되었다는 증거인 것이다.

‘셀먼’은 지금도 나와 함께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수컷으로 태어났

으니 교배를 위해서 되도록이면 암컷을 빨리 찾아주고 싶다는 것이

지금 나의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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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샐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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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샐먼’ 탈피 껍질모음

내 서랍장 안의 ‘사육 용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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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기

책을 쓰려고 자료를 찾던 도중, 내가 어렸을 때 키웠던 것에 대한 사

진과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나누어 주었

던 누에가 나방이 되어 알을 낳고 그 알이 수정된 증거로 적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사진, 또 메추리알이 있던 부화기에서 알이 처음으

로 움찔움찔하고 움직인 것을 사진으로 찍었었고, 심지어 메추리가 부

화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였었던 것이다. 그 사진과 영상을

보고 나는 왠지 모를 슬픔이 느꼈다. 그 메추리와 나방들을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메추리는 아파트에서 키울 수가 없어 내가 성체까

지 키운 후 다시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 반납하여 다른 학생들이 키우

게 하였고 나방의 알도 수정이 된 것까지 확인하고 한국생명과학연구

원에 반납하였다. 사실 동물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언젠가 그들은 나

를 떠나게 된다는 것은 그때의 내게는 참으로 슬픈 추억이다. 하지만

옛날 자료를 뒤지던 중 토끼를 들고 행복해하는 내 옛날 사진들을 발

견하고 웃기도 하고 부화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그 때의 두근거림이 되살아 나기도 하여 잠시나마 행복하였다.

타란툴라를 키우다 보면 한 번씩은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들과 서로 교감이 되는데…….’ 타란툴라는 뇌

가 발달하지 않아서 교감할 수 없는 생물이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그

저 바라보는 식으로 길러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큰 호응

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가끔씩은 정말 교감할 수 있는 애완

동물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깐의 생각일 뿐 난 역시 교감보단 관찰이 더 좋은 것 같다.

‘셀먼’은 지금까지 5년을 나와 함께 지내다보니 어떤 때는 내 친구 또

는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까지 한다. 또 한풀 한풀 탈피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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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는 ‘셀먼’을 보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런 무서운 거미를 봐서 뭔 이득이냐며

징그러운 거 빨리 내다 버리라고 하기도 하고, 나조차도 이상한 사람

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키워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알 수 없

을 것이므로 키워본 사람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타란툴라에게는 타란

툴라만의 매력이 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책으로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

지만, 타란툴라도 그들도 엄연한 생물이고 존중 받아 야할 대상이며

키워보니 그 매력 또한 상당함을 알려서, 사람들이 타란툴라에 대해

혐오하거나 무서워하는 선입견을 갖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사람들

이 고양이나 강아지를 예뻐하는 것처럼 나아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Breeder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앞장서서 자연환경을 보호

해야 멸종하는 동물이 없고 나아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이 행

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