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타넘는 불청객 횡간소음(橫間騷音),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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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합 2014년 3월 24일 월요일 1471호 “안 해보고 후회하기 보다 해보고 후회하라” 이 말을 직접 실행하여 결 국 도전에 성공한 이화인이 있다. 본 교 졸업 후, 철학 공부를 하러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의학의 매력에 빠져 독일 쾰른대(University of Cologne)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부원장까지 오 른 이선희(철학·80년졸) 씨다. 그의 특강이 19일 오후7시 한우리집 독서 실에서 열렸다. 학생 약 40명이 참석 한 이번 특강에서 이씨는 자신의 경 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당당함’과 ‘도전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씨는 도전으로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철학과 박사과정을 위해 떠났던 독일 유학생활은 처음부터 평탄하지 않았 다. 그는 인간 문제에 대해 활발히 토 론하는 한국과 달리 열정적인 토론 문화가 없었던 독일의 환경에 지루함 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슬럼프로 이어졌다.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자 전공이었던 철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을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다. “철 학을 떠나 있다 보면 제가 정말 철학 을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 았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인간 의 고통 문제와 관련된 의학을 선택 했죠. 그때 모두가 말렸지만 제 결정 을 믿고 모험을 시작했어요. 후회해 도 성공해도 내 인생인데 일단 시도 는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씨는 독일에서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로 이화에서 배운 ‘당당함’을 꼽았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본교에 서 공부하며 ‘여자라고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그는 독 일어를 배울 때도 독일인의 억양을 무조건 모방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 려 자신의 한국식 억양을 그만의 매 력으로 만들고자 했다. “항상 ‘한국 의 공주가 된 것처럼 언제나 가슴 펴 고 당당하게 다니리라’고 생각했죠. 내가 가진 한국식 억양에도 사람들 은 매력적이라고 했어요.” 도전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이씨 는 후배들에게도 ‘일단 도전해 볼 것’ 을 강조했다. 그는 도전으로 얻어지 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깨닫는 것이 더 큰 배 움이라고 덧붙였다. “도전하는 과정 에서 자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되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약점 과 강점을 알게 되는 거죠. 거기서 알 게 된 자신의 강점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 시키세요.” 이어 그는 한 분야에 얽매이지 말 고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볼 것도 제안했다. 그는 대학 시절 관심 있던 기자를 경험 해보고자 학보사에 지 원해 편집국장 자리에까지 오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학보사에 서 기자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 들을 만났어요. 그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심리 를 파악하는 법도 배웠어요. 그것이 결국은 정신과 의사가 됐을 때 도움 이 됐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사람은 늘 새로 운 도전을 해야 해요. 그래야 인생이 재밌어질 수 있어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즐기세요.” 김지연(특교·14)씨는 “고등학교 때 는 앞만 보고 달려와서 내가 진정으 로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강연을 듣고 나를 돌아보 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김은총 기자 grace94@ 벽을 타넘는 불청객 횡간소음(橫間騷音), 사생활 침해 본교 앞 원룸, 고시텔 등 10곳 소음 측정한 결과 공장 내 기계 소음과 비슷해 본교 정문에서 3분 거리 원룸에 사는 ㄱ씨는 옆방 주인이 바뀐 이후 한 번도 편안히 잠을 자본 적이 없 다. 옆방에서 들리는 온갖 잡음이 그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부터 통화 소 리까지. 조용한 새벽에는 옆방 주인 이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옷 을 갈아입는 소리까지 들린다. ㄱ씨 는 “옆방에 여러 사람이 놀러 오면 목소리만으로도 몇 명인지 알 수 있 다”며 “나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거라 생각하니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벽을 통해 들려오는 옆방 너머 소 음에 자취생 등이 고통받고 있다. 방 음시설이 취약한 원룸, 고시텔, 오피 스텔 등에 사는 학생들이 같은 층 내 벽을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횡간소 음(橫間騷音)’에 무방비 상태로 놓 여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層間騷 音)이 큰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 는 요즘, 원룸·하숙 등 자취촌이 형 성된 대학가에는 횡간소음이 또 하 나의 고질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19일~20일 본교 앞 원룸, 고시텔, 오피스텔, 아파트 등 10곳과 본교 기숙사 한우리집에서 들리는 횡간소음을 측정했다. 학생들이 주 로 기거하는 오후7시~자정에 찾아 가 소음 측정기로 그 값을 기록했다. 실험 결과로 나온 수치는 국립환경 과학원 소음기준표와 비교했다. 측정 결과, 원룸과 고시텔의 소음 은 공장 내 기계 소음과 비슷한 수준 인 것으로 나타났다. 벽 너머 옆집에 서 들려오는 소음은 평균 80dB 정도 로 공장 내 기계 소음(80~90dB)과 비슷한 수치였다. 가장 큰 소음은 방 문 닫는 소리(82dB)로, 그 뒤로는 통 화소리(81dB), 도어락 열리는 소리 (79dB), 샤워하는 소리(76dB)가 뒤를 이었다. 이는 차량이 많은 도로의 인 도에서 발생하는 소음(75~80dB)과 맞먹는 값이다. 본교 앞 원룸형 하숙 집에 사는 ㄴ(국문·10)씨는 “옆방 사 람이 통화하면 전화기 속 목소리까지 다 들린다”며 “본적도 없는 앞방과 양 옆방의 부모님이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원룸, 고시텔보다 비교적 시설이 좋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대역 근처 오피스텔에 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복도에서 들 리는 소음은 81dB로 지하철 내부 소 음(75dB), 자동차 평균 소음(80dB) 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세탁기 돌리 는 소리, 청소기 소리 등 벽을 타고 넘어오는 생활소음은 지극히 일반적 이었다. 본교 정문 왼편에 위치한 두 산아파트에 사는 ㄷ씨는 “조용한 새 벽에는 옆집에서 콘센트 꽂는 소리,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본교 앞뿐만 아니라 신촌, 대학로 등 타 대학 자취 촌에서도 횡간소음이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혜화 동에 사는 성균관대 정낙영(신방·08) 씨는 “옆집 주인이 도어락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와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고려 대 이유진(보건행정·10)씨는 “늘 친구 들을 데려와 수다를 떠는 옆방 학생과 몇 번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건축법적 규제가 미미하다 는 점이다. 좋은집 건축사사무소 김 향희 건축사는 “세대 간 경계벽은 법 적으로 20cm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 는 규정이 있다”며 “옆방 소음이 적 나라하게 들린다면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거나 규정이 생기기 이전에 지어 진 건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춘 건축사무소 박양춘 건축사는 “경계 벽에 대한 규정이 생기기 이전에 지어 진 건물은 규제가 어렵다”며 “일률적 으로 재건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건축물을 개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교 기숙사 또한 횡간소음이 빈 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10시~자정 사이 화장실, 쉼터, 새참 방(간이 부엌)과 붙어있는 호실에 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평균 52dB 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가 층간소음 피해인정 기준을 주간 40dB, 야간 35dB로 지정한 바에 비 하면 높은 수치다. 방안에서 들리는 소음 중 쉼터에서 대화하는 사생들 의 목소리가 62.3dB로 가장 컸고, 샤 워 소리(53.1dB), 변기 물 내리는 소리 (50.1dB), 사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 고 내리는 소리(43dB)가 그 뒤를 이 었다. 기숙사 사생 김홍비(인문·14)씨 는 “매일 자정이 넘어 옆방에서 게임 을 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 사 생회에 제보한 적이 있다”며 “소리가 크게 들릴 때마다 이야기해도 조용해 지는 건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 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복도나 방 문 앞에 경고 쪽지를 붙이는 방법이 최선인 것. 몇몇 원룸, 하숙집 입구에 는 ‘복도에서 통화하지 말라’, ‘친구 초대를 자제해 달라’ 등 주의를 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기숙사 내부에 도 샤워실 앞, 쉼터 앞문에 종종 ‘통 화하지 말라’,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 를 줄여달라’ 등 기숙사 사무실에서 붙인 공지 또는 학생 자체적으로 붙 인 쪽지가 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본교 근처 원룸, 하숙에 사는 이수 민(수학·12)씨는 “원룸에 사는 학생 들 사이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쪽지 를 붙이는 것은 이미 관행이 됐다”며 “시끄러울 때마다 일일이 찾아가 항 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원룸, 하숙을 운영하는 집주 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민원이 들려오면 직접 소음이 들리는 방에 찾아가 주의를 주거나 방문 앞에 메 모를 남기는 수준이다. 본교 후문에 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ㄹ씨는 “서로 조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대문구 측은 횡간소음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입장 이다. 서대문구 건축민원관리팀 김재 호 주무관은 “건물주가 임의로 건물 을 구획한 불법 건물일 경우 소음이 심할 수 있지만 신촌에 있는 수만 세 대를 구청이 일일이 감시하기는 현실 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선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진아 기자 [email protected] 20일 대현동에 위치한 여성전용고시텔에서 측정한 벽간 소음 옆집 소음에 불편을 토로하는 메모가 창천동 소재의 한 원룸 문 앞에 붙어있다. 이도은 기자 [email protected] 김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독일 쾰른대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이선희 부원장 특강 “과감히 도전하고, 그 도전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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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벽을 타넘는 불청객 횡간소음(橫間騷音), 사생활 침해pdfi.ewha.ac.kr/1471/147104.pdf · 음시설이 취약한 원룸, 고시텔, 오피 스텔 등에 사는 학생들이

4 종합 2014년 3월 24일 월요일 1471호

“안 해보고 후회하기 보다 해보고

후회하라” 이 말을 직접 실행하여 결

국 도전에 성공한 이화인이 있다. 본

교 졸업 후, 철학 공부를 하러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의학의 매력에 빠져

독일 쾰른대(University of Cologne)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부원장까지 오

른 이선희(철학·80년졸) 씨다. 그의

특강이 19일 오후7시 한우리집 독서

실에서 열렸다. 학생 약 40명이 참석

한 이번 특강에서 이씨는 자신의 경

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당당함’과

‘도전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씨는 도전으로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철학과 박사과정을 위해 떠났던 독일

유학생활은 처음부터 평탄하지 않았

다. 그는 인간 문제에 대해 활발히 토

론하는 한국과 달리 열정적인 토론

문화가 없었던 독일의 환경에 지루함

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슬럼프로

이어졌다.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자 전공이었던 철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을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다. “철

학을 떠나 있다 보면 제가 정말 철학

을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

았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인간

의 고통 문제와 관련된 의학을 선택

했죠. 그때 모두가 말렸지만 제 결정

을 믿고 모험을 시작했어요. 후회해

도 성공해도 내 인생인데 일단 시도

는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씨는 독일에서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로

이화에서 배운 ‘당당함’을 꼽았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본교에

서 공부하며 ‘여자라고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그는 독

일어를 배울 때도 독일인의 억양을

무조건 모방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

려 자신의 한국식 억양을 그만의 매

력으로 만들고자 했다. “항상 ‘한국

의 공주가 된 것처럼 언제나 가슴 펴

고 당당하게 다니리라’고 생각했죠.

내가 가진 한국식 억양에도 사람들

은 매력적이라고 했어요.”

도전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이씨

는 후배들에게도 ‘일단 도전해 볼 것’

을 강조했다. 그는 도전으로 얻어지

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깨닫는 것이 더 큰 배

움이라고 덧붙였다. “도전하는 과정

에서 자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되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약점

과 강점을 알게 되는 거죠. 거기서 알

게 된 자신의 강점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 시키세요.”

이어 그는 한 분야에 얽매이지 말

고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볼 것도

제안했다. 그는 대학 시절 관심 있던

기자를 경험 해보고자 학보사에 지

원해 편집국장 자리에까지 오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학보사에

서 기자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

들을 만났어요. 그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심리

를 파악하는 법도 배웠어요. 그것이

결국은 정신과 의사가 됐을 때 도움

이 됐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사람은 늘 새로

운 도전을 해야 해요. 그래야 인생이

재밌어질 수 있어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즐기세요.”

김지연(특교·14)씨는 “고등학교 때

는 앞만 보고 달려와서 내가 진정으

로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강연을 듣고 나를 돌아보

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 김은총 기자 grace94@

벽을 타넘는 불청객 횡간소음(橫間騷音), 사생활 침해 본교 앞 원룸, 고시텔 등 10곳 소음 측정한 결과 공장 내 기계 소음과 비슷해

본교 정문에서 3분 거리 원룸에

사는 ㄱ씨는 옆방 주인이 바뀐 이후

한 번도 편안히 잠을 자본 적이 없

다. 옆방에서 들리는 온갖 잡음이

그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부터 통화 소

리까지. 조용한 새벽에는 옆방 주인

이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옷

을 갈아입는 소리까지 들린다. ㄱ씨

는 “옆방에 여러 사람이 놀러 오면

목소리만으로도 몇 명인지 알 수 있

다”며 “나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거라 생각하니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벽을 통해 들려오는 옆방 너머 소

음에 자취생 등이 고통받고 있다. 방

음시설이 취약한 원룸, 고시텔, 오피

스텔 등에 사는 학생들이 같은 층 내

벽을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횡간소

음(橫間騷音)’에 무방비 상태로 놓

여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層間騷

音)이 큰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

는 요즘, 원룸·하숙 등 자취촌이 형

성된 대학가에는 횡간소음이 또 하

나의 고질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19일~20일 본교 앞 원룸,

고시텔, 오피스텔, 아파트 등 10곳과

본교 기숙사 한우리집에서 들리는

횡간소음을 측정했다. 학생들이 주

로 기거하는 오후7시~자정에 찾아

가 소음 측정기로 그 값을 기록했다.

실험 결과로 나온 수치는 국립환경

과학원 소음기준표와 비교했다.

측정 결과, 원룸과 고시텔의 소음

은 공장 내 기계 소음과 비슷한 수준

인 것으로 나타났다. 벽 너머 옆집에

서 들려오는 소음은 평균 80dB 정도

로 공장 내 기계 소음(80~90dB)과

비슷한 수치였다. 가장 큰 소음은 방

문 닫는 소리(82dB)로, 그 뒤로는 통

화소리(81dB), 도어락 열리는 소리

(79dB), 샤워하는 소리(76dB)가 뒤를

이었다. 이는 차량이 많은 도로의 인

도에서 발생하는 소음(75~80dB)과

맞먹는 값이다. 본교 앞 원룸형 하숙

집에 사는 ㄴ(국문·10)씨는 “옆방 사

람이 통화하면 전화기 속 목소리까지

다 들린다”며 “본적도 없는 앞방과

양 옆방의 부모님이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원룸, 고시텔보다 비교적 시설이

좋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대역 근처 오피스텔에

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복도에서 들

리는 소음은 81dB로 지하철 내부 소

음(75dB), 자동차 평균 소음(80dB)

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세탁기 돌리

는 소리, 청소기 소리 등 벽을 타고

넘어오는 생활소음은 지극히 일반적

이었다. 본교 정문 왼편에 위치한 두

산아파트에 사는 ㄷ씨는 “조용한 새

벽에는 옆집에서 콘센트 꽂는 소리,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본교 앞뿐만 아니라 신촌, 대학로

등 타 대학 자취 촌에서도 횡간소음이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혜화

동에 사는 성균관대 정낙영(신방·08)

씨는 “옆집 주인이 도어락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와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고려

대 이유진(보건행정·10)씨는 “늘 친구

들을 데려와 수다를 떠는 옆방 학생과

몇 번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건축법적 규제가 미미하다

는 점이다. 좋은집 건축사사무소 김

향희 건축사는 “세대 간 경계벽은 법

적으로 20cm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

는 규정이 있다”며 “옆방 소음이 적

나라하게 들린다면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거나 규정이 생기기 이전에 지어

진 건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춘

건축사무소 박양춘 건축사는 “경계

벽에 대한 규정이 생기기 이전에 지어

진 건물은 규제가 어렵다”며 “일률적

으로 재건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건축물을 개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교 기숙사 또한 횡간소음이 빈

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10시~자정 사이 화장실, 쉼터, 새참

방(간이 부엌)과 붙어있는 호실에

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평균 52dB

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가 층간소음 피해인정 기준을 주간

40dB, 야간 35dB로 지정한 바에 비

하면 높은 수치다. 방안에서 들리는

소음 중 쉼터에서 대화하는 사생들

의 목소리가 62.3dB로 가장 컸고, 샤

워 소리(53.1dB), 변기 물 내리는 소리

(50.1dB), 사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

고 내리는 소리(43dB)가 그 뒤를 이

었다. 기숙사 사생 김홍비(인문·14)씨

는 “매일 자정이 넘어 옆방에서 게임

을 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 사

생회에 제보한 적이 있다”며 “소리가

크게 들릴 때마다 이야기해도 조용해

지는 건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

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복도나 방

문 앞에 경고 쪽지를 붙이는 방법이

최선인 것. 몇몇 원룸, 하숙집 입구에

는 ‘복도에서 통화하지 말라’, ‘친구

초대를 자제해 달라’ 등 주의를 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기숙사 내부에

도 샤워실 앞, 쉼터 앞문에 종종 ‘통

화하지 말라’,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

를 줄여달라’ 등 기숙사 사무실에서

붙인 공지 또는 학생 자체적으로 붙

인 쪽지가 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본교 근처 원룸, 하숙에 사는 이수

민(수학·12)씨는 “원룸에 사는 학생

들 사이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쪽지

를 붙이는 것은 이미 관행이 됐다”며

“시끄러울 때마다 일일이 찾아가 항

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원룸, 하숙을 운영하는 집주

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민원이

들려오면 직접 소음이 들리는 방에

찾아가 주의를 주거나 방문 앞에 메

모를 남기는 수준이다. 본교 후문에

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ㄹ씨는 “서로

조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대문구 측은 횡간소음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입장

이다. 서대문구 건축민원관리팀 김재

호 주무관은 “건물주가 임의로 건물

을 구획한 불법 건물일 경우 소음이

심할 수 있지만 신촌에 있는 수만 세

대를 구청이 일일이 감시하기는 현실

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황선영 기자 [email protected]

� 박진아 기자 [email protected]

20일 대현동에 위치한 여성전용고시텔에서 측정한 벽간 소음 옆집 소음에 불편을 토로하는 메모가 창천동 소재의 한 원룸 문 앞에 붙어있다.

� 이도은 기자 [email protected] 김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독일 쾰른대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이선희 부원장 특강

“과감히 도전하고, 그 도전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