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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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비식용 식물을 재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상을 온통 농 장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3세대 바이오에탄올이라는 이름으로 연구 중에 있다. 그것은 바다에서 조류(algae)*를 재배하고 여기에서 에탄올을 생산 하는 것이다. 조류의 주성분은 다당류(polysaccharide)*인데 분해하면 포도당과 유사한 당(단당류 종류)이 얻어지며, 이를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해양에서 조류를 배양하고 수확하 는 기술, 단당류를 분해하는 기술, 단당류를 이용하는 미생물 개발 등이 해결해야 할 기술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단기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해결해야 39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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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1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육지에서 비식용 식물을 재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상을 온통 농

장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3세대 바이오에탄올이라는 이름으로 연구 중에 있다.

그것은 바다에서 조류(algae)*를 재배하고 여기에서 에탄올을 생산

하는 것이다. 조류의 주성분은 다당류(polysaccharide)*인데 분해하면

포도당과 유사한 당(단당류 종류)이 얻어지며, 이를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해양에서 조류를 배양하고 수확하

는 기술, 단당류를 분해하는 기술, 단당류를 이용하는 미생물 개발 등이

해결해야 할 기술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단기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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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Page 2: 1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하는 과제이다.

식물로부터 에탄올 외에도 부탄올(butanol)*을 만들 수 있는데 이렇

게 만든 것을 바이오부탄올이라고 한다. 바이오부탄올은 물성*이 휘발

유와 비슷해 차세대 바이오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100년 전 부탄올은 역시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기술에 의해 생산되

었다. 그러다가 석유화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석유로부터 만들어 사용

하고있는것이다. 이제다시발효기술에 의한방법으로 돌아가고 있다.

포도당과 같은 탄소원*을 주원료로 하여 미생물을 배양하면 부탄올

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고농도의 부탄올은 미생물의 성장을 방해하므

로 얻을 수 있는 부탄올 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부탄올을 제거하면서 미생물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다. 부탄

올을 제거하니 미생물에 향을 주는 부탄올 농도는 낮아지고,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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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조류 (macro-algae) 배양

<출처: 어업 in 수산, http://suhyu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0 >

Page 3: 1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미생물은 계속해 부탄올을 합성하고 배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생물이 고농도의 부탄올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미생물

의 세포벽 등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 초창기

이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방법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부탄올 대신 부티릭산(butyric acid)*을 만들고, 이를 화학

적으로 반응시켜 부탄올로 합성하는 것이다. 부티릭산은 부탄올에 비

해 미생물 성장 억제 효과가 작으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의 부티릭

산(100g/ℓ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연구소에서는 이 방법

을 이용해 부탄올을 생산하는 시험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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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에탄올: 2개의 탄소로 구성된 탄화수소에서 하나의 수소가 히드록시기(OH)로 치환된 알코올로 휘발성과 가연성을 가지며 여러 화학 약품의 합성 원료로 쓰임(C2H5OH)

부탄올: 4개의 탄소로 구성된 탄화수소(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져 있는 유기화합물)에서 하나의 수소만이 히드록시기(OH)로 치환된 알코올로 휘발유와 성분 및 성능이유사(C4H9OH)

부티릭산: 천연의 지방을 구성하는 산 중 탄소수가 가장 적은 유기산 (탄소수 4개)으로 부탄올이 산화되어 생김(C4H8O2)

O

HO OH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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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자동차의 엔진을 맨 처음 만든 나라는 독일이다. 디젤은 원래

콩기름을 원료로 화학 반응시켜 만들어 사용했다. 그 후 원유로부터 디

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고 가격 또한 저렴해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정제해 디젤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다시 콩기름, 야자유, 유채유 등의 식물성 기름으로부터 디젤

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것은 원유보다 식물성 기름으

로 디젤을 생산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농민에게 유채 재배를 권장하는데 유채유로부터 디젤

을 만드는 과정에서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농민 소득 증대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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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설탕

전분

셀룰로오스

다당류

포도당

포도당

단당류해양 조류

목질계 식물자원

전분계 식물(옥수수, 카사바) 미생물

발효에탄올부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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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농민은 유채를 많이 재배한다. 여기에서 유채 씨를 얻고 유채

씨에서 기름을 얻는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야자나무를

재배한다. 역시 야자나무에서 야자유(palm oil)를 얻는다. 최근에는 자

트로파(Jatropa)라는 나무의 열매로부터도 기름을 얻어 디젤을 만들기

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젤은 바이오디젤(biodiesel, BD)이라고 하

여 디젤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 100% 바이오디젤로 가는 자동차도 있

지만 많은 경우 바이오디젤과 디젤(원유로부터 얻는 디젤)을 섞어서 사

용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바이오디젤을 소량 섞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

으로 점차 사용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농촌 어느 지역에서는

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경운기 등을 운전하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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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것은 유

럽의 농촌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폐기물을 다시 에너지화하는 것이

므로 환경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리세린*이 얻어진다. 바이오디젤을 많이 생산하기 전에는 리세린을

동물성 기름에서 얻었는데 얻을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고 비쌌기 때

문에 다른 방법으로 리세린을 합성했다.

식물성기름 + 메탄올 → 바이오디젤 + 리세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리세린이 엄청난 양으로 얻어지고 따라

서 가격도 많이 내렸다. 지금은 리세린으로부터 다양한 화학소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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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숫대에서 얻는 천연화장품

요즘 TV를 하루 종일 채우고, 지하철 안의 학생들을 스마트폰 화면

에 묶어 놓는 아이돌. 이들의 얼굴은 우유빛깔처럼 희다. 이들처럼 이제

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화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품 산업은 수천 년부터 망하지 않고 내려온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질 좋은 화장품으로 유명 연예인의 피부를 닮을 수 있다면 굶어

서라도 화장품을 바를 것이다. 누가 말린다고 통하지도 않는 일이다. 멋

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건강해 보이겠다고 하는데 무슨 수로 이

를 말릴 수 있나? 화장품회사가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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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바이오매스

Page 8: 1 3 바다에서도 자라는 바이오매스

친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하는데 비싼 통신요금을 지불하는 거나 거울보고 화장품 바르는 것이

나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세태와 맞물려 요즘 화장품회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자연의 바람이다.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이 인기이고 화

학원료라면 고개를 돌린다. 소비자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백크림 화장품 광고에 저절로 눈이 가지만, 화장품 라벨의 원료에는

돋보기를 대서라도 자세히 확인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내 피부에 바를

건데 오죽하랴.

피부는 민감하다. 친구들 몰래 다녀온 휴가는 그을린 얼굴로 금방 탄

로가 난다. 며칠 밤잠을 설친 피부는 거칠어지고 눈 아래는 다크서클로

깊은 웅덩이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

에 아무거나 바를 수는 없다.

화장품 성분은 주로 오일 계통의 유기물이다. 거기에 손으로 찍어 바

르고, 냉장고도 아닌 상온에서 보관하니 미생물이 자라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당연히 강력한 방부작용이 필요하다. 문제는 피부 알레

르기나 자극성이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방부제인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모두

피부에 향을 주는 자극이 보고되어 있다. 그 정도의 자극은 전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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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안 된다고 해도, 이제 소비자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소비자는 아무

런 자극을 주지 않는 천연 화장품을 찾고 있다.

이런 추세는 비록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인체에 직접 닿는 많은 생활

용품, 예를 들면 샴푸, 세제 등 모든 세정제품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

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바람이다.

화장품은 물, 오일 그리고 이를 잘 섞어 주는 계면활성제의 혼합물이

다. 이 세 가지 기본원료 이외에 물질과 피부를 희게 하는 물질, 피부주

름을 억제하는 물질, 방부제 등 수많은 원료가 혼합되어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화학적으로 합성된다. 원료물질은 사우디 사막에

서 캐어 올린 원유에서 만들어진다. 멀리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

석유화학단지에 도착한 유조선에서 옮겨진 원유는 정제탑을 거쳐 분해

되어 기본물질을 만들어낸다. 비닐, 플라스틱 그리고 계면활성제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지구는 손이 텅 빈 빈털터리가 된다. 태울 것이 없고

만들 원재료가 없는 빈 덩어리. 거기에 그동안 태워 댄 이산화탄소는 지

구를 부 부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지구는 엎친 데 덮친 상황에 놓

여 있다. 이러다가 화장품을 만들 원료조차 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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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따져 봐도 해답이 없다. 석탄, 석유를 몇 달 내에 만들 수 있

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답을 모두 다 알

고 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태양열로 물을 데우고 전기를 만

들 수도 있다. 그 답은 정확히 바이오매스다.

지구의 온난화, 원유의 고갈,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 풀, 옥수수 등 광합성을 해서 생산되는 바로

바이오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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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화학에서화장품, 식품원료소재를만드는과정

팜유 추출

비료

수확

잎 팜부산물

분쇄

부산물 최종 산물

케미컬

정유

리세린

중간공정바이오디젤

연료

다양한 공정

정제

발효가스화기타 바이오가스

연료플라스틱케미컬

식품비누

화장품

연료케미컬코팅제접착제

바이오복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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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모든 화학제품의 원료를 얻어야 한다. 화장품 원료도 마찬

가지다. 오늘 생산한 옥수수에서 옥수수기름을 짜고, 옥수숫대를 분해

해서 중간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생물학적으로 숙신산*이나 알

코올을 만들고 이로부터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른바 바

이오화학이다.

화장품에 부는 바이오 바람

화장품 중 제일 중요한 원료인 계면활성제는 지금껏 화학원료에서

합성했다. 대표적인 LAS(Linear Alkylbenzene Sulfonate)*는 가장 많이

쓰이는 계면활성제*이고 원유물질에서 합성된다.

원유값이 오르면 당연히 LAS값도 오른다. 다른 계면활성제도 마찬가

지다. 화학합성 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화장품 분야에 값마저 오른

다면 설 자리가 없다.

계면활성제는 화장품 이외에도 대단히 많은 용도를 가지고 있다. 반

이상이 세제에 쓰이고, 제약, 섬유산업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국내시

장도 4조원을 넘어선다. 세계 시장은 120조원에 이른다. 화학제품 중 가

장 중요한 소비재다. 우리 실생활 주변의 예를 들어 보면, 초콜릿,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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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 빵, 마요네즈, 버터, 도금, 플라스틱시트, 카펫, 카펫세제, 정전

방지제, 식탁보, 살균제, 콘크리트, 비료, 살충제, 페인트, 자동차부동

액, 테이프, 자동차 몸체의 도료, 아스팔트, 엔진오일, 브레이크오일, 구

두약, 가죽, 윤활유, 방청유*, 드라이클리닝 제품, 잉크, 옷감, 염색, 비

타민, 연고, 화장품, 안경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이제 화장품 산업에서도 생물계면활성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

대한 메가트렌드*인 자연소재, 친환경소재, 여기에 발을 맞추기도 하지

만 무엇보다 생물계면활성제에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코카콜라에서도 자사의 브랜드인 코카콜라 병 그림이 들어간 생분

해성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출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음료회사에서도

원료 수급 면에서, 친환경 기업 이미지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

력이 있다는 점에서 옥수수로부터 만든 일회용 컵을 만들고 있다는 이

야기다.

콜라회사가 이렇다면 화장품회사는 이보다 훨씬 더 자연원료를 사

용한 소재가 절실하다. 이미지, 콘셉트(concept)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만큼 당연히 피부 친화적인, 저자극성 천연물을 선호한다.

식물기름과 옥수수의 줄기를 분해한 당을 사용하고 효모를 이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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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시켜 만든 생분해성 계면활성제인 소포로리피드(Sophorolipid)*는

당과 식용유가 붙은 형태의 구조로서 생분해도가 아주 높다. 실험 결과

도 놀랍다. 4℃의 강물에서도 분해가 된다. 반면 합성계면활성제인 LAS

는 전혀 분해가 되지 않고 있다.

20년 전, 어느 모임에서 생분해성 계면활성제인 소포로리피드를 화

장품용 계면활성제로 사용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당시 유명 화장품회

사의 연구원장이 내용을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금가루를 화장품에 쓰자는 이야기 같다.”

가격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 다. 20년 전 일반 플라스틱과 옥

수수에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가격 차이가 그 정도 다. 지금은

그 회사에서 생분해성 계면활성제를 쓰고 있다. 물론 그 원장은 은퇴한

뒤의 이야기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우디 사막의 원유가 사라지고 나면 화장품 원료가 없어진다. 그렇

다고 화장품을 안 쓸까? 아니면 이집트시대처럼 진흙에 봉숭아물을 들

여서 치장하게 될까?

답은 명확하다. 오직 하나의 그 원료가 옥수수 및 나무를 포함한 바

이오매스임을. 그래서 옥수수가 거울 앞에 선 여인의 얼굴을, 아니 남자

까지 포함해 기쁨에 들뜨게 만들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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