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 이학술지는 년도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으로 한국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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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술지는 년도 정부재원 교육과학기술부 으로 2011 ( )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음.” “This journal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M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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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학술지는 년도 정부재원 교육과학기술부 으로“ 2011 ( )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음.”

    “This journal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MEST).”

  • :題 字

    ( )玄潭 曺首鉉 現 圓光大學校 敎授

    28 2第 卷 第 號 (2012. 6.)

  • 목 차

    - 3 -

    28 2第 卷 第 號 2012 6年 月

    목 차

    ◉ 연구논문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 ····················윤재왕/ 7

    의 와休民 鄭範錫 生涯 法思想 ································································김용호/ 37

    미국 연방파산법 제 장의 구조와 시사점15 ··········································김영주/ 69

    행정입법의 통제에 관한 연구 ································································김성률/ 107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박정국/ 145

    미국 연방대법원의 평등심사에 대한 비판적 고찰 ······························강승식/ 171

    사이버 포렌식 법률체계 구축 방안 ······················································곽병선/ 201

    경찰단계에서 수사정보의 수집 및 처리에 관한 고찰 ························윤현석/ 227

    소셜 미디어 사회에서의 인터넷 관련 범죄와 인터넷 윤리 ··············강윤정/ 249

    부 록◉ ◉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4 -

    28 2第 卷 第 號 2012 6年 月

    Contents

    Articles◉ ◉

    Individualistischer Absolutismus Über die Staats–

    - und Rechtsphilosophie Thomas Hobbes’ ··········· Yoon, Zai-Wang/ 7

    Jeong Beom Seok's Legal Thought of a lifetime ············ Kim, Yong-Ho/ 37

    The Legal System of the Chapter 15 of U.S. Bankruptcy

    Code and Its Implications ·········································· Kim, Young-Ju/ 69

    A study on the Control of the Administrative legislation

    ························································································ Kim, Sung-Ryul/ 107

    A Study on the Legal Nature of a Direct Claim in Liability

    Insurance ·································································· Park, Jeong-Kuk/ 145

    A Critical Analysis on the Judicial Review for Discrimination

    by the U.S. Supreme Court ································· Kang, Seung-Sik/ 171

    Establishing Legal System of Cyber Forensics ····· Kwack, ByongSun/ 201

    A Study on the Collection and Processing of Investigation

    Intelligence on the Police Stage ······················ Yoon, Hyun-Seok/ 227

    Internet-related crimes in Social Media Society and Internet

    Ethics ········································································ Kang, Yun-Jeong/ 249

  • 연구논문◉ ◉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 재 왕- - /

    ◎ 의 와 김 용 호/休民 鄭範錫 生涯 法思想

    ◎ 미국 연방파산법 제 장의 구조와 시사점 김 영 주15 /

    ◎ 행정입법의 통제에 관한 연구 김 성 률/

    ◎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박 정 국/

    ◎ 미국 연방대법원의 평등심사에 대한 비판적 고찰 강 승 식/

    ◎ 사이버 포렌식 법률체계 구축 방안 곽 병 선/

    ◎ 경찰단계에서 수사정보의 수집 및 처리에 관한 고찰 윤 현 석/

    ◎ 소셜 미디어 사회에서의 인터넷 관련 범죄와 인터넷 윤리 강 윤 정/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7 -

    논문 제출일 : 2012. 04. 26

    논문 심사일 : 2012. 06. 15

    논문 확정일 : 2012. 06. 21

    논문 수정일 : 2012. 06. 25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

    Individualistischer Absolutismus Über die Staats- und–

    Rechtsphilosophie Thomas Hobbes’

    1)윤 재 왕**

    Yoon, Zai-Wang

    목 차《 》

    서론.Ⅰ

    홉스의 자연 법 개념. ( )Ⅱ

    리바이어던 국가주권의 탄생과 주권의 역설. -Ⅲ

    시민법과 진리.Ⅳ

    결론.Ⅴ

    서 론I.

    어떻게 사회적 질서가 가능한가 라는 물음은 근대에 비로소 제기되기 시작했“ ?”

    다 학자로서의 전 생애에 걸쳐 이 물음을 집요하게 분석한 사회학자 파슨스. (T.

    이 연구는 년 고려대학교 특별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12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 . 1)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8 -

    는 이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시도한 최초의 학자로 토마스 홉스를 지명Parsons)

    한다.1) 근대 이전의 사유형태는 원칙적으로 과거를 지향했고 따라서 전통이나 이,

    미 존재하고 있는 질서 그 자체로부터 현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되었으며,

    질서 또는 질서를 가능하게 만드는 지배 자체의 정당성 또한 과거로부터 지속된 사

    실 또는 초월적 존재에 의탁했다 현재는 과거의 종착점일 뿐이었다 이에 반해. ‘ ’ ‘ ’ .

    새로운 시대 근대에게 현재는 미래를 향한 출발점이었다 이제 질서는‘ (Neuzeit)’ ‘ ’ ‘ ’ .

    이미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만들어야 할 그 무엇으로 바뀌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

    주체로서의 개인 또한 탄생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론의 변화. 2) 앞에서 법 역

    시 그것이 지배할 근거를 제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동시에 정치적 지배에,

    대해서도 그 법적 근거를 문제 삼을 수 있는 동기가 마련되었다 즉 법의 지배근거. ,

    와 지배의 법적 근거는 사회적 질서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과 직결되는 물음

    으로 정착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질서의 정당성은 사실 전통 과 초월 신 이 아니라. ( ) ( ) ,

    규범을 통해 구성해야 할 대상이 되고 그 구성의 주체는 곧 개인이 된다 미래 주, . ,

    체로서의 개인 규범적 재 구성 그리고 질서의 정당화는 내전이라는 극도의 혼란상, ( )

    태 서서히 움터오는 부르주아지 경제체제 그리고 근대의 자연과학의 발달이 함께,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던 홉스로 하여금 파슨스의 진단대로 최초로- -

    질서의 문제를 새로운 이론적 기반 위에서 고찰해보도록 만들었다.3)

    그러나 익히 알려진 대로 이 근대의 서막을 장식한 사상가에 대한 평가는 극단,

    과 극단을 오갈 정도로 너무나도 다양하고 이질적이다.4) 즉 절대주의자 홉스, 5)가

    있는가 하면 법치국가의 설립자 홉스, 6)가 있고 전체주의자 홉스, 7)가 있는가 하면

    1) Talcott Parsons, The Structure of Social Action, Vol. I 면, 1968, 89-94 .2) 이러한 시간의 의미론적 변화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Niklas Luhmann, Soziale Systeme, 1984,

    면 이하377 ; ders., “Temporalisierung von Komplexität: Zur Semantik neuzeitlicher

    면 이하 특히Zeitbegriffe”, in: ders., Gesellschaftsstruktur und Semantik Bd. 1, 1993, 235 ,

    면 이하 참고281 .

    3) 즉 홉스는 지배와 주권적 권력의 정당성 문제를 명시적으로 법의 문제로 파악한 최초의 학자였,

    다 이에 관해서는 또한. Hasso Hofmann, Legitimität und Rechtsgeltung 면 이하, 1977, 17 .참고.

    4) 이 점을 적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좌종흔 토마스 홉스의 사상에서 본 절대적 국가권력과 국민, “

    의 자유 법철학연구 제 권 면 이하 참고”, 2 (1999), 81 .『 』

    5) 예컨대 Helmut Schelsky, Thomas Hobbes - ein politisches Leben, 1981.6) 예컨대 Hans Ryffel, Rechts- und Staatsphilosophie - Philosophische Anthropologie desPolitischen 면, 1969, 232 .

    7) 예컨대 Hanna Arendt, Elemente und Ursprünge totaler Herrschaft 면, 1986, 252 ; HelmutSchelsky, “Die Totalität des Staates bei Hobbes”, in: Archiv für Rechts und

    면 이하Sozialphilosophie, Bd. 31(1937/38), 176 .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9 -

    자유주의자 홉스8)도 있다 또한 홉스가 전통적 자연법론의 연장선상에 서있다는 해.

    석9)이 있는가 하면 홉스를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법실증주의자라고 진단, 10)하기도

    한다 텍스트는 해석자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때문에 텍스트가 되는 것이고 또한 다. ,

    양한 해석이 고전 의 숙명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사상 또는 사상가에 대해 극단적“ ” ,

    으로 반대되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해석을 해보려는 시도

    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이 글이 또 다시 홉스 읽기를 시도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적어도 근대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민주적 헌법국가를 설령 그것이 외, -

    적 내적 강제에 따른 것일지라도 공동체 질서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

    근대의 서막을 장식하는 홉스의 사상을 법철학과 국가철학의 관점에서 다시 음미해

    보는 일은 결코 부질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현재.

    의 타당성을 성찰하는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개념사 는 현, (Begriffsgeschichte)

    재에서 바라 본 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앞에서 언급한 사상사적 중요성. , ,

    특히 시대구분의 관점에서 보면 혁명적 폭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쓴이-

    가 아는 한 우리 법철학계에서 홉스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헌의 양이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이다 셋째 홉스의 법철학과 국가철학에 관한 기존의 연. ,

    구가 홉스를 자연법론자로 보거나 절대주의적 요소를 희석시켜 해석하는 반면 이,

    글은 최대한 텍스트와의 근접성을 유지하면서 홉스에 대한 그와 같은 우호적 해석‘ ’

    이 텍스트 자체에 기초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11)

    8) 예컨대 Carl Schmitt, Leviathan in der Staatslehre des Thomas Hobbes, 1938, Neudruck특히 면 이하2002, 119 .

    9) 년에 테일러 는1938 (E.A.Taylor) “The Ethical Doctrine of Hobbes, Philosophy XIII(1938),

    면 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기존의 지배적 해석과는 달리 홉스를 도덕적 신학적 자연법406-424 ” ,

    론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이를 이어 받아 워렌더 는, (Howard Warrender) ThePolitical Philosophy of Hobbes 에서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홉스를 자연법론자로 규정한(1957)다 그래서 자연법론자로서의 홉스를 얘기할 때에는 테일러 워렌더 테제. “ - -

    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테제에 관해서는(Taylor-Warender-thesis)” . Ottfried Höffe, "Sed

    auctoritas, non veritas facit legem“, in: Wolfgang Kersting(Hrsg), Leviathan, 2.Aufl.면 이하 면 참고 또한 테일러 워렌더 테제에 대한 비판으로는 같은 책에 실린2008, 193 , 204 . - -

    S. M. Brown, “Kritik der naturrechtlichen Interpretation der politischen Philosophie

    면 이하 참고Hobbes'”, 145 .

    10) 예컨대 Wolfgang Kersting, Hobbes zur Einführung 면, 2002, 122 .11)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최근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리바이어던 이 다른 고전번역본과는 뚜렷“ ”

    하게 구별될 정도로 원본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섬세하고도 충실하게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는

    사정이다토머스 홉스 진석용 옮김 리바이어던 이하 본문 괄호 안의 숫자는( , , , 1, 2, 2008;『 』

    모두 이 번역본의 제 권의 페이지를 지시한다 고전에 관한 해석을 할 때에는 정확한 번역이1 ).

    전제되어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글에서 인용.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10 -

    글의 구성은 먼저 홉스를 읽기 위해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관문에 해당하는,

    자연상태와 자연법 그리고 이를 극복한 리바이어던상태를 설명하면서 핵심적인‘ ’ ,

    개념들을 최대한 텍스트에 근접하며 이해하도록 시도한다 장 서술의 목적은 이(2/3 ).

    미 홉스의 자연법개념 자체가 국가상태에서의 주권자를 제약할 수 있는 원리로 작

    동할 수 없는 근거를 밝히는 것이다 장에서는 포커스를 조금 더 좁혀 홉스의 법. 4

    률개념을 서술하는데 그것이 장의 서술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2/3

    밝힌다 그 때문에 약간의 반복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물론 여기. .

    서도 역시 텍스트와의 근접성은 해석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홉스 법사상과 국가사상의 기본개념을 토대로 홉스 읽기에서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법치국가 법실증주의 저항권의 인정 여부 그리고 전체 이론체계에서 죄형법, ,

    정주의가 갖는 위상에 관련된 내용을 최근의 논쟁에 비추어 고찰해보는 작업은 별

    도의 논문에 담기로 한다.

    홉스의 자연 법 개념II. ( )

    홉스의 저작이 갖고 있는 혁명적 성격은 그가 살던 당시 유럽의 전 대학을 지배

    하던 철학적 전통과 견주어 보면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독교와 아리스토텔레.

    스주의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고전적인 학설에 따르면 개인은 신에 의해 창조되고

    신이 중심에 서 있는 보편적인 질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인간은 세계를 창조하지.

    않았으며 세계의 최고의 목적도 아니고 단지 신의 의지에 참여하고 있는 존재이자, ,

    신의 창조계획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질서를 구성하고 있는 어떠한.

    요소도 반드시 전체와 관련을 맺고 있어야 한다 개인들의 통일성은 가족 공동체. , ,

    신분 국가 교회 등 현세에 대한 신의 지배를 가시적으로 구현하는 제도들을 통해, ,

    보장되고 개인은 그저 전체의 연관성을 보장하는 신의 이성에 참여 하, (participatio)

    면 그만이다.12)

    하는 리바이어던 은 거의 전적으로 우리말 번역본에 의존하며 다만 글의 맥락에 따라 표현을“ ” ,

    약간 수정했다 예컨대 국가라는 용어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탓에 라는 단어를. ‘ ’ ‘commonwealth’

    사용하는 홉스 생존 당시의 용어이와 관련된 역사적 맥락에 관해서는( Niklas Luhmann, Staat

    und Staaträson im Übergang von traditioneller Herrschaft zu moderner Politik, in; ders.,

    Gesellschaftsstruktur und Semantik, Bd. 3 면 이하 면 이하 참고를 번역서가, 1993, 65 , 80 )음역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이를 국가로 대체했음을 밝혀 둔다‘ ’ .

    12) 특히 이 점을 진화이론 의 관점에서 위계적 사회에서 기능적 분화의 사회로(Evolutionstheorie)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11 -

    홉스도 이러한 도덕적 이성이 갖는 구속력과 통합력을 확신했다 그는 시민에. “

    관하여 에서 올바르고 자연적인 이성은 인간본성의 한 부분으로서 신이(De Cive)” ,

    각 개인에게 행동의 지침으로 부여한 법칙 이라고 말한다“ ” .13) 그리고 이러한 자연“

    법 은 영원불변이다 자연법이 금지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으며” . ,

    자연법이 허용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될 수 없다 그리고 자연적 이성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들은 어떠한 자연법이나 시민법도 폐기할 수

    없다.14) 또한 자연법은 직접적으로 명확성을 갖기 때문에 문서로 고정될 필요가 없

    다 누구나 자신의 이성을 통해 자연법을 인식할 수 있으며 각자는 자연법을 인식. ,

    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이성과 합치하게 된다 자연법은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명령.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신의 법이다 이러한 신, .(355/6)

    법 에 의해 금지된 것은 국가법률 의 의해 다시 허용될(jure divino) (lege civitatis)

    수는 없으며 신이 법률로 명령한 것을 다시 금지할 수도 없다, .15) 그리고 주권자

    역시 하느님의 신민으로서 자연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설명은 홉스 철“ .”(283)

    학 역시 여전히 중세의 종교질서와 그 토대가 되는 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과연 홉스의 이론 특히 법과 국가에 관한 이론이 도덕적 의. ,

    무를 중심으로 하는 고전적 자연법 전통의 연장에 불과한 것일까?16)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고전적 자연법론에서는 인간의 본성 자, . (

    연 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잠재성과 현재성 본질과 실존 사이의 수직적 긴장관) ,

    계 속에 위치하고 있다 즉 인간존재는 목적론적 운동으로서 물리적인 것과 형이. , ,

    상학적인 것이 서로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홉스.

    의 철학에서는 비록 지나칠 정도로 성경을 많이 인용하긴 하지만 이러한 긴장- -

    이 사라지거나 긴장을 수직적인 방향에서 수평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17) 다

    시 말해 홉스에게 최고의 자연법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처럼 정치공동체 내에서 인

    간의 본성을 완전하게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명과 육체를 최대한 오랫동, “

    전환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는 Niklas Luhmann, 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 1997,면 이하 면 이하 참고678 , 707 .

    13) De Cive, 이하의 인용은 독일어 번역판Kap.4 Nr. 1( Vom Bürger, Eingl. u. hrsg. von에 따른다Günter Gawlick, 1994 )

    14) Vom Bürger, Kap. 3 Nr. 29.15) Vom Bürger, Kap. 14 Nr. 3.16) 이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각주 면 참고H. Warrender( 9), 322 .

    17) 질서와 관련된 이러한 의미론 의 변화는 중세의 사슬에서 벗어난 세기 정신사의(Semantik) 16

    뚜렷한 특성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Niklas Luhmann, “Die Theorie der Ordnung und die

    참고natürliche Rechte”, RJ 3(1984), S. 133ff., 135f. .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12 -

    안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 작위와 부작위를 포함 을 다하라 는 요청일 뿐( ) ”

    이다.18) 자연법 이란 인간의 이성이 찾아낸 계율 또는 일반적 원칙“ (lex naturalis)

    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나 자신의 생명보존의 수단을 박탈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또한 자신의 생명보존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행위를 포기하는 것,

    을 금지한다 따라서 홉스가 말하는 자연법은 고전적 자연법에서처럼 영원하.”(176)

    고 객관적으로 타당하며 인간에 앞서 이미 주어져 있는 어떤 질서가 아니라 전적, , ,

    으로 자기보존과 자기이익에 지향된 합리적 계산으로서의 이성일 뿐이다 그렇다면.

    홉스의 자연법은 단어만 전통과 공유하고 있을 뿐 그 내용은 거의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확연하게 다르다.

    홉스에 따르면 이러한 자연법은 보편적인 평화상태에서 가장 적절하게 실현될

    수 있으며 이 상태에서 비로소 자연법은 고전적 자연법에서 말하는 통일성을 형성,

    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하지만 평화의 자연법은 강제력이 없으며 어떠한 경. ,

    우에나 효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평화를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평화. ,

    를 달성할 희망이 있을 때에만 그 의무는 구속력을 갖는다 만일 평화를 수립할 수.

    없다면 전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최상의 자연법은, .(177)

    자기보존을 위한 노력이지 평화와 통일성을 향한 노력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

    몇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자기보존이라는 자.

    연적 기본법은 결코 평화를 향한 확실한 토대를 마련해주지 못한다 물론 이 기본.

    법은 보편적인 평화상태가 개인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라는 이성의

    준칙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만일 이 기본법을 준수하기 보다는 위반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손해를 더 줄일 것이라 예상할 수만 있다면 의식적으,

    로 이 기본법을 무시해버릴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19) 따라서 자연법의 준칙에 대

    한 인식이 곧 그 실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모든 사람의 내면의 법정. ‘ (in

    즉 양심에 대해 구속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면적 이성은foro interno)’, .

    너무 박약하고 불확실해서 외적인 행위를 조종할 만한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이성만으로 포괄적인 객관적

    질서를 창출할 수 없다 그래서 홉스는 대부분의 인간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서 설령 이성이 깨우쳐주는 바를 인정하고 있을지라도 이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

    고 말한다.20)

    18) Vom Bürger, Kap. 2 Nr.1.19) Vom Bürger, Kap. 5 Nr.1.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13 -

    바로 이 지점에서 홉스는 고대 이후의 전통적인 이론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자연

    상태론에 도달한다 예를 들어 자연을 존재가 본질을 향해 움직이는 목적론적 운동.

    으로 이해했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자연상태와 국가는-

    동일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정치공동체 속에서만 비로소. ‘ (koinoia politike)’

    공동체를 지향하는 인간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홉.

    스에서는 자연상태와 사회 사이의 동일성은 완전히 파괴된다 물론 홉스 역시 인간.

    이란 타고날 때부터 지속적인 고립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그 때문에 다른 사람과,

    연대할 기회를 찾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자연적으로는 사회.

    를 형성할 능력을 갖지 못하며 대다수 인간은(ad societatem ineptos natos esse),

    우둔함이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평생 동안 그러한 능력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된다

    고 한다.21) 즉 모든 인간이 폭력과 억압이 아닌 상호간의 선의에 기초한 사회적, ,

    연대를 갈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 속에서 삶이.

    더욱 편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타인을 지배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리함이 훨,

    씬 더 크다고 진단한다.22)

    자연은 인간에게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본성을 심어주지 않았다 자연은 오히.

    려 인간을 분열시키고 서로 침략하고 파괴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인간, “ ” .

    은 오직 권력욕 즉 타인의 권력을 차단하려는 욕망과 그 실천만이 자기 자신의 보,

    존을 담보할 수 있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 권력을 추구하게.

    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영원한 갈등상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 , (bellum

    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각 개인이 발휘하는 최상의 주omnium contra omnes) .

    관적 합리성이 최악의 객관적 사회적 비합리성을 낳은 상태, 23)가 곧 자연상태이다.

    20) Vom Bürger 그러나 대다수의 인간들은 당장 지금의 이익만을 쫓는 부당한, Kap. 3 Nr. 27:“태도로 말미암아 설령 자연법을 인정하고 있을지라도 그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

    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온화하고 온순한 몇몇 사람들이 이성이 명령하는 형평과 배려를 실

    천에 옮기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는 다른 많은 사람들 때문에 결코 이성을 따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만일 진실로 형평과 배려에 따라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평화를 조장하는. ,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신속한 몰락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

    행동하지 않는 한 인간이 자연적으로 다시 말해 이성을 통해 이 모든 명령들을 이행할 의무가, ,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1) Vom Bürger, Kap. 1 Nr. 1(FN).22) Vom Bürger 따라서 공포가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인간의 본성은, Kap. 1 ,Nr. 2:“ ,연대보다는 지배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그러므로 인간 사이의 지속적인 유대의.

    기원은 쌍방적인 선의가 아니라 쌍방적인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

    23) H. Hofmann, Einführung in die Rechts-und Staatsphilosophie 면 호프만, 1.Aufl. 2000, 134 .은 홉스가 말하는 이성은 철두철미 각 개인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도구적 이성이며 이 점에서 이성은 개별적이고 공통의 이성이 존재할 여지는 없다고 단정한, , 다.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14 -

    인간은 이성적 본성 자연 때문에 자연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물론 홉스는 전 세( ) .

    계에 걸쳐 보편적으로 이러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모든 인간이,

    두려워할만한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언제나 그와 같은 상태가“ ”

    지속된다고 한다 이러한 전쟁상태를 리바이어던 의 유명한 구절은 다음과.(173) “ ”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성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노동의 여지가 없다 토지의 경“ .

    작이나 해상무역 편리한 건물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 지표에 관한 지식, , , , ,

    시간의 계산도 없고 예술이나 학문도 없으며 사회도 없다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 , ,

    다.”(172)

    따라서 홉스로서는 이러한 직접적 형태의 자연은 통일된 질서를 확보해낼 수 없

    다 물론 자연은 신의 명령으로서 평화를 추구하라 로 요구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 ” ,

    그저 이성의 가르침 일 뿐 행위를 조종하는 법률이 아니(dictate of reason) ,

    다.(215)24) 자연의 명령 즉 자연법은 인간의 자연적 격정에 반하는 것이고 격정은, ,

    24) 이 구절은 특히 홉스의 자연법론 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연법의 체계초월적 구속“ ” .

    력 다시 말해 자연법이 모든 법질서의 전제이자 그 정당성 근거라고 파악하는 전통적인 자연법, ,

    론에 따른다면 자연법은 당연히 그 자체로서 구속력을 갖는 규범 이어야 한다 따라서 홉스를“ ” .

    이러한 자연법론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홉스의 자연법 을 규범으로 이해해“ ”

    야 하지만 자연법에 관하여 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리바이어던 의 제 장 마지막 구절은 그, “ ” “ ” 15

    와 같은 해석가능성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 구절 때문에 홉스 법사,

    상 전체를 오해하고 있다는 혐의마저 받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해를 위해 제 장 마지막 단. 15

    락 전체를 인용한다 이러한 이성의 명령을 사람들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 , 적당한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 명령은 무엇이 인간의 자기보존과 방어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관한 결론 또는 공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이라는 것은 원래 권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지배하는 자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와 같은 공리를 권리를 가지고 만물을 지배하는 하느님. ,

    의 말씀으로 생각한다면 그때는 법이라고 불러도 된다 강조는 글쓴이 자연법에 대한 개념정, .”( )

    의 와 연결시켜 보면 홉스의 자연법은 고유한 의미의 법률 이 아니라 이 자연법을 실현(176) , “ ” ,

    하기 위해 평화를 수립하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필연적 동기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홉, .

    스에서는 주관적 자연권과 객관적 자연법 사이의 대립이나 긴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법은 규범적 구속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주관적 권리를 규범적으로 더욱 강화시킨 것이기, ‘ ’

    때문이다 홉스가 말하는 자연법이 규범이 아니라 자연적 필연성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박은정. , ,

    방법사적 관점에서 본 토마스 홉스의 자연법사상 동서의 법철학과 사회철학 서돈각박사“ ”, (『 』

    고희기념논문집 면 이하 참고 이에 반해 자연법의 규범력을 전제로 홉스의 법사상), 1990, 215 .

    전체를 전통적 의미의 자연법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리바이어던을 안전국가, “

    로서의 법치국가로 파악하는 입장으로는 법치국가와 인(Sicherheitsstaat)” Werner Maihofer, 『

    간의 존엄 심재우 역 면 이하 심재우 의 법사상 법사상과( ), 1994, 126 ; , “Thomas Hobbes ”,』 『

    민사법 현승종박사 화갑기념논문집 면 이하 특히 면 이하 참고( ), 1979, 61 , 65 .』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15 -

    개인들로 하여금 정의 형평 겸손 보은보다는 편파성 교만 복수심으로 오도한다, , , , , .

    즉 신이 창조한 세계인 자연 그 자체는 화합과 통일을 추구하며 인간들에게 이, ,

    잔혹하고 험악한 상태로부터 빠져나오라 고 강제한다 그러나 이 자연 스스“ ”(177) .

    로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그 자연 자체로 말미암아 처하게 되는 가혹한 상태“

    의 원인이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갖고 있는 이성적 본성 때문에 자연상태에(115)” .

    빠지게 되고 앞으로 살펴보듯이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본성 덕분에 다시 자연, - -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25) 자연은 이념적으로는 통합을 요구하지만 현,

    실적으로는 통합을 거부하는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른 한편 사회가 존재한다.

    는 사실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한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보여주듯이 인간이 언제나 내전상태 속에서 사는 것만은 아니며 어떻게 하, ,

    면 평화롭게 공존하는지를 인간은 알고 있다 국가 법 그리고 정치에 관한 모든 이. ,

    론은 바로 이러한 역설이 가능하게 되는 조건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그.

    직접적 본성에 비추어 볼 때에는 결코 사회를 형성할 능력이 없는 개인들이 어떻게

    하나의 규범적 지붕 아래 결합할 수 있는가?

    리바이어던 국가주권의 탄생과 주권의 역설III. -

    이 물음에 대한 홉스의 대답은 자연상태를 극복한 문명화된 사회는 자연의 산,

    물이 아니라 인공의 산물 즉 자연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자연 속에는 실제로 존재, , ,

    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인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곧.

    인공적인 정치적 육체 인 국가이다 이 국가의 창(political body; corpus politicus) .

    조는 신의 세계창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이 국.(21)

    가를 설립함으로써 인간은 창조질서에 수정을 가하게 되며 자연상태가 거부했던,

    것을 인간에게 부여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항상 깨닫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힘들게 만들어 놓은 통일과 화합의,

    상태에 불만을 가지거나 이 상태를 개혁하려는 자들로 인해 다시 분열과 내전을 거

    듭하게 된다고 한다 이 점에서 홉스는 결코 어떤 이상적인 국가나 완벽한 헌법질.

    서를 기획하여 이를 기존의 국가와 대비시키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지 않았다, .

    오히려 홉스는 국가설립을 위해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활동이 이미 수행되었고 다,

    25) Wolfgang Kersting, Hobbes zur Einführung 면 이하, 118 .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16 -

    만 국가형성과 관련하여 아직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메커니즘 자체를 재구성

    하여 사회적 통일성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밝혀서 무지와 착각으로 인해 공동생

    활을 위협하는 사람들에게 이 점을 깨우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26)

    홉스에 의하면 모든 국가는 그 구조상 자연법을 간접적으로 실현한다 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매개체인 이성 자체만으로는 자연법이 명령하는 평화를 보장하

    기에는 너무 박약하다 즉 이성이 그저 격정을 억제하라는 단순한 도덕적 호소만을. ,

    일삼는 한 이성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성이 가장 강렬한 격정, . ,

    즉 죽음에 대한 공포와 결합하게 되면 이성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27) 자연상태

    에서 인간은 다른 모든 인간을 죽일 수 있고 따라서 인간본성의 최고 목표인 자기,

    보존에 위협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결합할 때 비로소 이성.

    은 만일 개인의 권력욕을 절대화하게 되면 자연법 자체를 부정하는 자기파괴적 메,

    커니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성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연상태를 포기하고 국가상태를 수립해야 할 필연성을 깨닫게 한다 즉 계. ,

    속 생존하기 원한다면 개인은 자신의 절대적 권리의 실현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하.

    여 개인들은 서로 계약을 체결하여 평화의 유지와 자연법의 준수를 보장하게 된다, .

    그러나 동일한 목적을 향해 그저 다수인의 의사가 합치하는 것만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홉스는 말한다.28) 설령 각자가 가지

    고 있는 자연적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국가가 설립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결합한 인간 집단은.

    여전히 서로 다른 의지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의 무리일 뿐이기 때문에 그저 이들,

    의 의지를 합산하는 것만으로는 공통의 의지가 수립되지 않는다 비록 특수한 형. “

    태의 합의를 통해 개인이 그 자신만의 권리와 그 자신만의 소유를 획득하여 한 사,

    람은 이것을 다른 사람은 저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라도 구체적인, ,

    개인들 하나하나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인격으로서의 한 집단이 존재해서 다른 사

    람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그것이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할

    26) 이와 같은 방법적 의도는 홉스 이후 로크나 루소의 사회계약론의 근간을 이룬다 즉 이미 존재. ,

    하고 있는 국가상태 최소한의 단위로 해체하여 그 최소단위가 결국 개인 이라는 결론에 도달, “ ”

    하고 개인들로만 구성된 상태가 과연 어떠한 모습일 것인지를 역추론하여 이로부터 최소단위가, ,

    결합된 국가상태의 규범적 의미를 재구성한다 이러한 해체적 분석적 방. - (resolutiv-analytisch)

    법론에 관해서는 Wolfgang Kersting, Die politische Philosophie des Gesellschaftsvertrags,면 이하 참고1994, 62 .

    27) 홉스의 논증에 나타난 이성과 공포의 미묘한 결합에 관해서는, Leo Struass, Naturrecht und

    면 참고Geschichte, 1977, 209 .

    28) Vom Bürger, Kap. 5 Nr. 6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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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는 없다.”29)

    이와 같이 홉스는 단순한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결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심지어 그런 식의 결합은 진정한 의미의 결합이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 .

    면 그런 식의 계약은 언제나 개인들 사이에서 체결된 다수의 개별계약일 뿐이어서,

    기껏해야 다수의 계약들의 산술적 총합일 뿐 결코 완결된 총체성 을 의미하지 않, “ ”

    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결합관계는 개인들의 의지에 종속되며 따라서 안정성을 갖. ,

    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단순한 결합상태는 실제로는 자연상태의 지속에 해.

    당한다 개별로부터 독립된 보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자기보존을. .

    위하여 필요한 지속적인 통합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계약 또는 다수의

    계약의 총합 이상의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개인과는 별도로 또는 개인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보편적 권력 을 수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개인들의“ ”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합의체에 이양하는 것이다.30)

    홉스의 이러한 이론구성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계약사상.

    자체는 이미 근대 이전의 자연법론에서도 그 공동체 형성력의 관점에서 익히 알려

    져 있었다.31) 예를 들어 지배계약 사상이나 종교적 연대에 관한 사상이 여기에 속

    한다 지배계약 사상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쌍방적으로 구속하는 상호책임. ‘

    이라는 개념을 근간으로 삼았고 특히 청교도들의 정신적 배경을(obligatio mutua)' ,

    이룬 종교적 연대는 교회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강력한 수평적 결합(mutual

    을 중시했다 이에 반해 홉스에서 계약당사자들인 국covenant one with another) .

    민 또는 신민 은 블룬츨리의 표현( ) - 32)을 빌리자면 출생 중에 다시 죽기 위해- “ ”

    29) Vom Bürger, Kap. 6 Nr. 130) 리바이어던 다시 말하면 자신들 모두의 인격을 지니는 한 사람 혹은 합의체를 임명하, 232: “

    며 그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하든 혹은 백성에게 어떤 행위를 하게 하든, , ,

    각자가 그 모든 행위의 본인이 되고 또는 본인임을 인정함으로써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의 혹, .

    은 의사의 일치 이상의 것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

    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홉스의 사회계약은 이중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

    하나는 개인들 사이의 결합계약 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들이 한 사람 또는 한(pactum unionis) ,

    합의체에 자신들의 권리를 이양하는 복종계약 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계(pactum subjectionis) .

    약이 한꺼번에 체결된다 이 점에서 홉스가 말하는 사회계약은 단순한 결합계약이나(uno actu) .

    단순한 복종계약 또는 양자의 복합이 아니라 양자를 포괄하는 단 하나의 근원적 계약,

    이다 이에 관해서는(Urvertrag) . Hasso Hofmann, Repräsentation. Studien zur Wort- undBegriffsgeschichte von der Antike bis ins 19. Jahrhundert, 4. Aufl. 면 참고2003, 387 .

    31) 그 역사적 증거들에 관해서는 Alfred Voigt(Hrsg.), Herrschaftsvertrag 참고, 1965 .32) J. C. Bluntschli, Geschichte der neueren Staatswissenschaft. Allgemeines Staatsrechtund Politik seit dem 16. Jahrhundert bis zur Gegenwart 면, 1881, 2. Neudruck 1990, 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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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며 신 또한 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홉스의 사회계약은 철두철미 세속적, .

    이며 계약은 지상의 신 리바이어던의 탄생과 함께 다시 소멸한다 이 리바이어던, ’ ‘ .

    이 비로소 자연이 생산할 수 없는 것 즉 질서를 창출하며 질서는 바로 계약당사자, ,

    들이 자신들의 권리주체성을 포기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하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에 대한 자신들의 자연적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리바이어던은

    모든 사람의 권력을 자신에게 결집시킨 유일무이한 최고의 중앙권력이 된다 이러.

    한 절대권력 주권 을 갖추게 됨으로써 리바이어던은 모든 인간들의 행동을 동시에( )

    조종할 수 있으며 평화와 안전의 보장자로서 무엇이 평화와 방위를 위해 적절한,

    수단인지 그리고 무엇이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것인지를 심판하는 최고의 법관이

    된다 또한 리바이어던은 국가공동체 내에서 효력을 갖는 모든 규칙을 제정할 권한.

    을 갖고 있다 주권자는 백성 각자가 동료 백성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누릴 수. “

    있는 재산이 무엇이며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그 규칙이 바로 사람들이 소유권 이라고 부르는 것. ‘ (propriety)’

    이다 그러므로 주권자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시 말해 주권자보다 앞서 있.”(241) ,

    는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홉스는 전통적인 자연법적 구속으로부터 주권.

    을 완전히 해방시키면서 주권이 비로소 소유권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본다 모든 사, .

    람이 모든 것에 대해 갖고 있는 권리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주권자이고 내 것과, “

    네 것 및 그의 것 을 비로소 확정하는 것도 주권자이다 더 나아가 백성들” .(325) “

    간에 모든 종류의 계약 매매 교환 대차 고용 등 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 , , )

    대해 또한 어떤 용어와 기호로 되어야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는지에 대해 정하는,

    것도 주권자의 권리에 속한다 그리고 주권자는 전쟁과 평화 사법과 입법을.”(331) ,

    주관하며 주권자 앞에서는 출생을 통한 귀족의 특권이나 전승된 관습법은 전혀 효,

    력을 갖지 못한다 어떠한 행위가 허용되고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주권자이며 사회적 위계질서를 결정하는 것도 역시 주권자이며 어떠한 정치,

    적 견해와 어떠한 신학이론이 공동선을 촉진하고 따라서 허용될 수 있는지 역시,

    주권자가 결정한다 그러므로 주권은 이양할 수도 분할할 수도 없다 명령권자인. , .

    주권자 스스로는 자신이 내린 명령에 구속당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주권.

    자보다 더 상위에 누군가가 있어서 주권자가 자기 스스로 내린 명령에 모순된 행,

    위를 할 때에 그에 대해 심판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권자는 더 이상 주, ,

    권적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홉스와 같이 주권의 절대성을 전제하는 한 만. ,

    일 주권에 대한 구속과 제한을 문제 삼게 되면 곧바로 역설에 빠지지 않을 수 없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19 -

    다.33) 따라서 홉스는 철두철미 지배제한계약이 아니라 지배설립계약, 34)으로 사회계

    약을 구성함으로써 이러한 역설을 사전에 봉쇄하거나 은폐한다 그래서도 주권은.

    당연히 어떠한 계약이나 법률에도 구속당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권 자체가 모든.

    계약과 법률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주권이 신민에게 가하는 어떠한.

    해악도 불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법이다 어느 누구도 주권자에게 저항할 수 없다, . .

    설령 주권자의 조치가 아무리 부당하고 참을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렇다 이.

    렇게 본다면 주권자인 리바이어던을 벗어나서는 어떠한 통일성과 보편성의 영역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 점에서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평화의 기, ‘

    계(Friedensmaschine)’35)로서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갖고 있는 존재이다.

    물론 절대주권에 대한 홉스의 이러한 구상은 그의 국가이론 전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커다란 딜레마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이. ,

    론적 출발점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 휘말려 들어가는 자기모순이다 즉 인간이 모. ,

    든 것에 대해 권리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성의 지침에 따라 자기보존을 위해

    이 모든 것에 대한 권리의 행사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양 극단 사이의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36) 홉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기계를 만들어 이러한 모순을 해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연법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이 곧 리바이어던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홉스에게 국가는 이성의 실현이며 이성은 인간본성의 한 부분이다 그리, .

    고 결국 국가는 인공적 우회로를 거쳐 다시 자기 스스로에게 되돌아 온 이성 즉,

    인간본성의 표현이다 이 점에서 홉스는 자연법과 시민법은 상호 포함관계에 있으.

    며 그 범위 또한 같다고 말한다, .(350)

    다른 한편 홉스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게 되듯이 법률개념을 전적으로- -

    주권자의 의지에만 국한시킴으로써 국가 이전의 또는 국가를 초월한 법은 완전히

    무용한 법 으로 전락시켰다 그러한 무용한 법은 국가법에 비해 전혀“ (ius inutile)” .

    33) 이 주권의 역설 의 문제성에 관해서는(Paradox der Souveränität) Niklas Luhmann...“Staat

    각주und Staaträson im Übergang von traditioneller Herrschaft zu moderner Politik”( 11),

    면 이하 참고 이 역설의 문제를 다시 국가질서 전체에 연결시켜 지배와 예외상태의 논리로138 .

    격상시킨 후 근대 이후의 국가의미론 전체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는, (Staatssemantik) Giorgio

    Agamben, Homo Sacer 면 이하 아감벤의 철학적 출발점에(deutsche Übersetzung), 2002, 25 .관해서는 윤재왕 포섭과 배제 새로운 법개념 아감벤 읽기 고려법학, “ - ?: I”, 56 (2010),『 』

    면 이하 참고261 .

    34) 두 가지 개념적 구별에 관해서는 Wolfgag Kersting, “Thomas Hoobes, Leviathan”, in:

    Manfred Brocker(Hrsg.), Geschichte des politischen Denkens 면 참고, 2007, 221 .35) Wolfgang Kersting, Hobbes zur Einführung 면, 156 .36) 코젤렉은 이를 심지어 논리적 모순이라고까지 표현한다“ ” . Reinhard Koselleck, Kritik undKrise 면, 1973,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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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코젤렉의 표현을 빌리자면 홉스의 국가철학에서 자.

    연법은 법적 정치적 과정에 완전히 흡수되어 버린다- .37) 왜냐하면 리바이어던 국가

    에서는 오로지 입법자의 권위에 기초하여 내려진 명령적 처분만이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며 일정한 처분이 내려졌다는 형식적 사실 자체만으로 모든 사람은 여기에 복,

    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38) 법은 주권자가 법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 (non veritas, sed auctoritas facit

    그래서도 리바이어던에 의해 만들어진 법적 정치적 공간 속에서는 국가에legem). ,

    의해 제정된 규범에 저항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자리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물.

    론 주권자는 신 앞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신은 하늘에 있을 뿐이다 지상을 지, .

    배하는 자는 가사 의 신 이고 가사의 신이 내린 명령은 그가 이( ) (mortal god) ,可死

    명령을 관철할 힘이 있는 한 절대적이고 그에게 저항할 수 없다, .

    전통적 자연법에 대한 자연법적 말살 이라고 불러도 좋을 홉스의 국가사상과“ ”

    법사상에 비추어 볼 때 홉스를 근대 자유주의의 원조로 평가, 39)하는 것은 분명 문

    제가 있다 홉스는 사회화 이전의 원자화된 개인을 국가형성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는 점에서는 분명 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법과 국가질서를 연역하는 전.

    과정은 그 출발점을 완전히 뛰어 넘어버리는 독자적인 역동성을 발휘한다 즉 평화. ,

    를 보장하는 사회적 정치적 통일성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인 국가는 그 근원이 되,

    는 주체를 압도하는 독립성을 획득하고 그럼으로써 연역적 추론의 시발점이었던,

    개인주의와 도저히 화합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관계에 서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독립성과 독자성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국가는 아나키를 억제하고 통일성과 보편성.

    을 보장할 수 있을 때에만 지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결코 독립된 실체,

    가 아니라 특정한 기능 으로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Substanz) , (Funktion) .

    다 하더라도 국가의 연원 으로서의 개인과 국가 자체가 갖는 정당성(Genesis)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Geltung) .

    나 법치국가 이론 또는 자연법적 파토스로 홉스 철학을 재구성하여 양 극단 사이에

    37) Reinhard Koselleck, Kritik und Krise 면, 1973, 167 .38) 적어도 이 점에서는 홉스를 근대적 법실증주의의 원조로 이해하는 칼 슈미트의 해석은 타당성

    을 갖는다 이에 관해서는. Carl Schmitt, Leviathan in der Staatsrechtslehre des ThomasHobbes 면, 70 .

    39) 특히 홉스를 소유적 개인주의 의 관점에서 시민적 자유주의의 시원으(possesive individualism)

    로 보는 C.B. Macpherson, 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ive Individualism. Hobbes toLocke 황경식강유원 공역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 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 면( / , - ), 70『 』이하의 해석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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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놓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그 심연은 깊고도 험난하다.

    이렇게 온갖 긴장과 외견상의 모순으로 가득 찬 건축물인 리바이어던은 그 진면

    목을 어느 하나로 확정하기 어렵다 리바이어던은 가사의 신이자 인간이기도 하며. ,

    동물이자 또한 기계이기도 하다 리바이어던은 권위적이지만 고전적 절대주의의 특. ,

    성인 복지국가로서의 특성도 갖고 있다 즉 자의 의 국가이자 동시에 끝없이. , ( )恣意

    시민의 생활영역에 침투하는 개입국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견적 배려와 분배적.

    정의를 통해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대립이 극단적 반복으로 치닫지 않도록 감시하

    기도 하는 것 역시 리바이어던의 과제이다.40) 이 점에서 홉스는 분명 절대주의 이

    론가이다.

    이와 동시에 리바이어던은 전통적인 자연법적 정당성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새로운 시민적 자연법에 기초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 시민적 자연법은 신에 의해.

    영구불변의 질서로 고정되어 있는 절대적 규범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사슬에서,

    풀려나 독존자 로 삶을 영위하는 개인들의 활동에 근거한다 바로 그 점이(idiotes) .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고전적 지배이론의 주창자들이 홉스의 저작을 금서목록에

    올려놓은 동기였다.41) 홉스에 따르면 자연은 결코 처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아니‘ ’

    라 얼마든지 수정을 가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어, ,

    떤 것을 뜻한다 그에게 사회적 세계는 마치 시계와 같아서 수선공이 미리 치밀한.

    생각을 거쳐 부품들을 떼어내어 수리하고 다시 끼워 맞추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 대상이다.42) 이 점에서 홉스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분명하게 국가를 천

    상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려 종교와 같은 상부구조가 아니라 토대 자체에 직접적으, ,

    로 연결시킨 최초의 사상가이다 그래서도 국가의 탈신비화. (Entzauberung des

    는 비로소 홉스에 의해 완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적어도 이 점에Staates) ,

    서 홉스는 국가실체론자나 국가주의자 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기계로서(Etatismus) .

    의 국가 도구로서의 국가가 다시 부품과 도구로 이용하는 법률은 어떠한 속성을,

    갖고 있는가?

    40) 주권자의 직무 가운데는 공평한 과세나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뿐만 아니라 나태를 예방하,

    거나 부의 편중을 방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리바이어던 제 장. , 30 , 430

    이하의 상세한 서술을 참고.

    41) 이에 관해서는 Bernard Willms, Thomas Hobbes. Das Reich des Leviathan 면 참, 1987, 53고.

    42) Vom Bürger 면, Vorwort an die Leser,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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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법과 진리.Ⅳ

    홉스는 자연법과 구별되는 의미에서의 시민법 이란 모든 백성들이 선(civil law) “

    악의 구별 즉 무엇이 규칙에 위배되고 무엇이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가를 구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말 문서 기타 의지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표지를 통해 국가가,

    명령한 규칙들이다 라고 그 개념을 정의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 선이고 무엇”(348) .

    이 악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곧 시민법이다.43) 그렇다면 시민법 자체는 선악의 저편

    에 있다 그리하여 시민은 자연법이나 신법을 이유로 시민법에 대항할 수 없다 국. . “

    가에서 자연법의 해석은 도덕철학 책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자들의 견해가.

    아무리 진리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권위만으로는 즉 국가의 권위 없이는 그것이 법,

    이 될 수 없다 도덕법 즉 자연법에 반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가의 법에.”(360) “ , ,

    의해 신이 주신 법이라고 공포된 것은 모든 백성들이 신이 주신 법으로 여기고 복

    종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만일 사람들이 자기 꿈이나 상상 혹은 다른 사람의.” “ ,

    꿈이나 상상을 하느님의 율법으로 여기도록 내버려 둔다면 무엇이 하느님의 율법,

    인가에 대해 단 두 사람도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울 것이며 각자 자기가 믿는 율법,

    만을 떠받은 채 국가의 명령을 가벼이 여길 것 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 .(375)

    홉스는 훗날의 칼 슈미트44)나 한스 켈젠45)과 마찬가지로 법률의 개념에 어떤 실질

    적 정당성기준을 수용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정의는 과학적 인식을 통해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켈젠46)처럼 홉스 역시 자연법이나 신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이러한 합의에 근거하여 시민법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홉스는 국가의 행동을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하려는.

    43) 행위의 선악에 대한 척도는 명백히 시민법이다“ .”(416)

    44) Carl Schmitt, Verfassungslehre 면 이하에서는 법치국가적 법률개념과, 9. Aufl., 1993, 138정치적 법률개념을 대비시키면서 전자가 정당성 합리성 정의 등 특정한 속성을 갖는 규범임, “ , ,

    에 반해 후자는 주권자의 구체적 의지와 명령 및 활동 이라고 한다 그러나 슈미트에게는 후”, “ ” .

    자의 정치적 법률개념이 더욱 근원적이다 그의 정치신학 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 보여주듯이. “ ” ,

    주권자는 예외상태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자“ ”(Politische Theologie 면이, 9. Aufl., 2009, 11 )기 때문이다 적어도 형식적 측면만을 본다면 슈미트의 정치적 법률개념은 홉스의 법률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45) Hans Kelsen, Reine Rechtslehre 면 물론 켈젠의 경우에는 오로지 법개, 2. Aufl. 1960, 112 .념의 차원에서만 실질적 정당성을 배제할 뿐이다 다시 말해 법개념의 차원에서는 형식성을 유.

    지하면서 법률의 구속력 즉 그 효력의 차원에서는 각 개인의 도덕적 자유를 최대한 존중한다, , .

    켈젠의 법실증주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이 복합성에 관해서는 Zai-Wang Yoon,

    Rechtsgeltung und Anerkennung. Probleme der Anerkennungstheorie am Beispiel vonErnst Rudolf Bierling 면 이하 참고, 2009, 51 .

    46) Hans Kelsen, Reine Rechtslehre 면, 403 .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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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자체가 국가에게 해악이 된다고 여겼다 주권의 정당성을 찾으려 하면 오늘. “ ,

    날 백성들의 복종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주권자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

    다 그런 정당화는 불필요하다 오히려 반란을 일으켜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

    조장하여 반란을 꿈꾸는 야심가들만 양산할 뿐이다 정복자가 사람들의 미래의 행.

    위에 대해 항복을 받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자신의 과거의 전쟁행위를 사람들로부,

    터 승인받으려고 하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치명적 화근,

    의 하나이다 양심에 비추어 그 시작이 정당화될 수 있는 국가는 세계에서 찾아보.

    기 어렵다.”(429)

    따라서 홉스의 법률개념은 정당성이나 정의로부터 중립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

    다 그렇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홉스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보다는 과. .

    연 홉스가 실정법률 이외에 실정법률의 정당성 또는 부정당성을 확신할 수 있는 제

    의 규칙을 인정할 여지를 남겨놓았는지를 더 자세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3 .

    실정법에 표현된 정당성보다 더 고차원의 또는 그와는 구별되는 어떤 다른 정당성

    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실정법 자체만이 정당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며 법률개념만, ,

    으로 이미 정당성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법률의 필연성1.

    자연법으로부터 시민법으로(1)

    홉스가 자연과 신의 명령이 시민법의 정당성기준이 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홉스가 말하는 시민법이 자연이나 신에 연유하,

    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작품이라고 결론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사의, . “

    신 지상의 신 으로서의 리바이어던인 국가는 피와 살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 ” .47)

    즉 시민법은 곧 인간이 만든 법률이다, .48) 시민은 선악을 구별하고 그에 따라 행동

    할 수 있기 위해 법률을 필요로 한다 시민은 결코 스스로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할.

    능력이 없다 이로써 자연법과 신법뿐만 아니라 개인 또한 시민법의 정당성을 확인. ,

    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이 맥락에서 홉스는 개개의 시민은 무엇이 선한. “

    행위이고 무엇이 악한 행위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거나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

    47)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 사람 또는 다수의’ ‘ 사람들의 합의체에게 이양한’다.”(232)

    48) Vom Bürger, 인간이 만든 모든 법률은 시민법이다 면Kap.14 Nr. 5: “ .”(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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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위는 죄악이다 와 같은 선동적인 학설의 해악은 국가를 파괴하고 멸”(416, 417) ‘ ’

    망케 하는 원인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시민법의 기원이 인간들 스스로 체결한 계약이고 따라서 자연이나 신의,

    명령 또는 각 개인의 도덕적 양심에서는 결코 확인될 수 없다고 할지라도 하필이,

    면 왜 법률만이 시민들에게 선과 악의 구별을 가르쳐주고 그들의 행동을 위한 지,

    침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 더욱이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연적 본성에 비?

    추어 결코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49) 인간이 만든 법률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이.

    에 대한 홉스의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즉 법률이 없으면 선 과 악 이 존재하지. , “ ” “ ”

    않으며 법률이 없다면 인간의 행위는 정당하지도 부정당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왜, .

    냐하면 계약의 불이행을 처벌하고 계약을 통해 성립된 소유권을 보호해주는 강제,

    권력이 성립하기 이전에는 정의와 불의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다.50) 그러므로 법률 자체가 곧 모든 정의의 근원이며 그 자체로 이미 불의가 될,

    수 없다.

    물론 이 정도만으로 법률의 필연성이 충분히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성.

    경에 따르는 한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게 되면서부터 이미 죽음을 겪지 않을 수 없,

    게 되었고 선과 악을 구별함으로써 정의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악과 불의도 함,

    께 세상에 오게 되었으며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어차피 인간은 실낙, “

    원 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거꾸로 모든 법률을 폐지함으로써 오로지 인간의 자기” .

    책임이 자유롭게 발산되고 자유로운 시장을 통해 조화로운 이익조정이 이루어지며,

    사회 전체를 비폭력적으로 구성할 때에 비로소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홉스는 이러한 낙관적 가능성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에. .

    따르면 모든 법률이 폐지된다면 자연상태가 지배할 것이고 이 자연상태는 낙원이, ,

    아니라 지옥이고 비폭력의 질서가 아니라 극단적인 혼돈일 따름이다 인간은 그, , . “

    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앞에서 서술했듯이 인간이 본성적으로.”(171) - -

    49) 자연은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측면에서 평등하도록 창조했다 간혹 육체적 능력이 남“ , .

    보다 더 강한 사람도 있고 정신적 능력이 남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양쪽을 모두 합하여, ,

    평가한다면 인간들 사이에 능력 차이는 거의 없다 있더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이, .

    익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므로 홉스가 인간이 본성적으로 악하다는.”(168)

    성악설을 취했다는 흔한 설명예를 들어 오세혁 법철학사 면은 근거가 없다‘ ’ ( , 2008, 123 ) .『 』

    50) 리바이어던 면 더욱 분명하게는, 195 . Vom Menschen 합의와 법률이 확립되, Kap. 10 Nr. 5:“기 전에는 인간에게는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정의나 불의 보편적인 선과 보편적인 악에 관한 본,

    질적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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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하기 때문이라거나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인간,

    은 자연상태에서 혼자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선하거나 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연상태에서는 선악의.

    기준이 되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인간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일.

    따름이다 그래서도 홉스는 성경의 낙원이 자연상태가 아니라 시민상태라고 한다. , .

    즉 낙원에서는 선악과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신의 금지명령이라는 법률이 존재,

    했기 때문에 자연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하여 홉스는 내가 너더러 먹지.(276) “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라는 아담에 대한 하느님의 물음으로?” ,

    부터 명령권을 가진 자의 명령은 어떤 신하라도 비난할 수 없으며 논란의 대상이“ ,

    될 수도 없다 는 결론을 도출한다 따라서 인간은 인간에 대한 늑대이다” . “ (homo

    라는 그의 유명한 말homini lupus)” 51)에도 불구하고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결코

    늑대가 아니라 지상의 작은 신 과 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홉스가 말하는 자연상, “ ” .

    태에서는 야수의 세계가 알지 못하는 자연권 과 자연법 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 ” .

    물론 이 자연권과 자연법은 일반적인 이해와는 달리 규범적 의미의 권리라거- -

    나 실정법의 전제가 되거나 실정법에 한계를 긋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인간은 고독하다 자연상태를 규정하는 자연권과 자연법은.

    인간으로 하여금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향하고 있는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

    자연권은 자기보존의 권리이다 물론 여기서 자기 는 그저 단순한 연명과 생존이. “ ”

    아니라 이미 권력 명예 존엄 경제적 부를 포괄하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기보존권, , , , .

    은 모든 인간이 모든 것에 대해 갖고 있는 권리이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까지도 권리를 갖는다 그리하여 어느 누구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요구할.

    있는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권리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자연법적 근거까지도 갖추, ,

    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에 대해 자연적인 적 이다. ( ) .敵

    이러한 자연적 권리가 지속되는 한 어느 누구도 천수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

    보장이 없으며 설령 강자일지라도 매한가지이다 이로부터 이성의 보편적, .”(177) “

    규칙 즉 자기보존의 규칙으로서 다음과 같은 제 의 자연법이 도출된다 모든 사”, 1 :“

    람은 달성될 가망이 있는 한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평화, , .”(177)

    는 결코 자기 자신을 예속시키거나 포기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이성에 반.

    51) Vom Bürger 면 이 말이 등장하는 구절 전체는 다음과 같다 다음의 두 문장. Widmung, 59 . . “은 진리이다 즉 인간은 인간에게 신이다 와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 , ‘ (homo homini deus) ’ ‘.

    앞 문장은 시민들 상호간의 관계를 뒷 문장은 국가들 상호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

    따라서 문장 자체로는 자연상태의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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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자연권에 반한다 평화는 오로지 의사의 합치를 뜻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써, . .

    평화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과 그 내용이 정확히 표현된다 그 방법은 각자가 다른.

    각자와 체결하는 계약이고 평화의 내용은 각자가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며 포기의 범위는 다른 모든 사람이 포기하는 것과 똑같아야 한다, .(177)

    하지만 홉스는 이와 같은 권리포기계약에 머무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계약 자체.

    만으로는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은 인간의 공동생활이.

    가능하고 정의가 보장되기 위한 조건이며 이 점에서 계약은 인간이 자연상태를 벗,

    어나 시민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 관문의 열쇠가 단.

    단히 채워지지 않는 한 평화와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며 여전히 만인의 만인에 대,

    한 전쟁상태가 지배한다 전쟁이라는 것은 싸움 혹은 전투행위의 존재유무만으로. “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의지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기간 동안은...

    전쟁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물론 홉스는 계약의 준수.”(171) (pacta sunt

    역시 자연법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계약준수는 결코 자기보존에 대한 자servanda) ,

    연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도출되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준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어떠한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는다 채무의 선이, . “

    행자는 상대방이 나중에 이행할 것이라는 보증을 받을 수가 없다 강제적 힘에 대.

    한 공포가 없으면 말로 이루어진 약정은 인간의 야심 탐욕 분노 및 다른 정념을, ,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그러는가 홉스는 계약을 내가 준만큼 너도.”(186) ? ‘ ,

    준다 는 쌍무적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 자체만으로는 모든(do-ut-des)’ .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폐기하지 못한다 계약은 오히려 그러한.

    권리를 다시 확인할 뿐이다 다시 말해 계약에서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가.

    지고 있는 자연적 권리를 처분할 의도가 표출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설립계약이 아.

    니라 단순히 쌍무적 계약만이 있는 상태는 여전히 만인이 자연적 평등을 누리는,

    조건 하에 있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일 뿐이다, .

    국가법(2)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각자가 지닌 모“

    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다수의 사람들의 합의체에 이양하고 그럼으로써...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

    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한 사람 또는 그 합의체의 행위가 마치 개개

    인의 행위인 것처럼 여기게 된다 따라서 각자는 다른 모든 각자에 대해 다.”(232)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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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과 같이 선언해야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를 이 사람 또는 이 합. “

    의체에 완전히 양도할 것을 승인한다 단 그대도 그대의 권리를 양도하여 그의 활.

    동을 승인한다는 조건 아래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각 개인이 무.”

    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52) 그렇기 때문에 지배자가 자

    발적 복종을 포함하여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에 대해 자연적‘ ’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연적 본성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사실상. ,

    의 복종을 요구할 자연권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자연권을 지배할 수 있는,

    자연권은 존재하지 않으며 당연히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자연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연권은 권리가 아니다 그에 대응되는 의무가 없. , ‘ ’ .

    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가 모든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연적 권리가 지배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양됨으로써 비로소 그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권리가 지배자

    에게 귀속된다 다시 말해 근원적인 계약은 모든 계약당사자들을 위해 하나의 공동.

    의 정부를 임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을 통해 임명된 정부는.

    언제든지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고 이러한 소환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가 되기 때문에 홉스는 각자의 권리,

    를 지배자에게 이양하자는 시민들 상호간의 계약과 이러한 권리의 이양 자체를 구

    별한다 그리하여 시민들 상호간의 계약은 쌍무적 계약관계 즉 쌍방적 권리 의무. , -

    관계인 반면 권리의 이양은 일방적이고 근원적인 권리처분행위로서 이로부터 지, , ,

    배자에게는 적어도 시민들과의 관계에서는- 53) 오로지 권리만이 성립할 뿐 의- ,

    무가 성립하지 않으며 거꾸로 시민에게는 오로지 의무만이 성립할 뿐 권리가 성립, ,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배자가 불법을 행할 가능성 또한 배제된다 그러므로 시민이. .

    설령 사실상으로는 지배자를 소환하거나 폐위할 힘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지배자,

    52) Peter Cornelius Mayer-Tasch, Hobbes und das Widerstandsrecht 면 이하에서, 1965, 32는 이 구절의 의미를 저항의 포기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는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다 더욱이‘ ’ . .

    각 개인은 모든 것에 대한 자연적 권리가 이양 가능하고 실제로 이양될 때에만 비로소 저항을

    포기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저항의 포기는 자연적 권리를 이양한 데 따른 결과이지 그 반대로 저. ,

    항을 포기한 결과 자연적 권리를 이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53) 물론 홉스에 따르더라도 지배자는 책임 을 부담하긴 한다 즉 시민의 안전을 보장“ (obligation)” . ,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법에 의해 부과된 책임이며우리말 번역본은. “ ( 'obliged by

    를 자연법에 의해 부과된 의무라고 번역하고 있다 주권자의 명령인 법률the Law of Nature' ‘ ’ .

    을 통해 구속력을 갖고 있을 때에만 의무라고 지칭한다는 점 그리고 로마법상의 의‘ ’ , ‘obligatio'

    의미 및 자연법이나 신에 대한 책임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책임이라고 번역한다’ ‘ ),

    그는 자연법의 창조자인 하느님에 대해, 오직 하느님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강조는.”(430 -글쓴이 다시 말해 주권자가 신 앞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신은 지상의 신이 아니라 천상의) , ,

    신이다.

  • 28 2圓光法學 第 卷 第 號

    - 28 -

    에 대항하여 어떤 권리를 원용할 수는 없게 된다 이러한 지배자가 권좌에 올라섬.

    으로써 영원불멸의 하느님의 가호 아래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

    신 인 리바이어던이 탄생하게 된다 즉 자연상태의 인간들 자신이 스스로를 후견을” . ,

    필요로 하는 존재로 만들게 됨으로써 지상의 신이 탄생한다 이 점에서 권리의 이.

    양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지배설정계약이지 결코 지배제한계약이 아니라는 앞에,

    서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54) 권리를 이양한 이후 피재배

    자인 개인들은 어떠한 권리도 갖지 않기 때문이다.55)

    지배자가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홉스로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

    되지 않는다 그와 같은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긴 하지만 군주의 나쁜 행동은. ,

    단지 법으로서 구속력을 갖지 않는 자연법에 위반될 뿐이라는 것이 홉스의 결론이

    다 그러나 이러한 냉철한 논증을 홉스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

    그보다는 지배자가 자연법을 위반하여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비이성적인 행동은 자기보존이라는 명령에 반하는.

    것이며 주권자의 행복과 인민의 행복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고 보기 때문이다, “ ” .

    약한 백성을 거느리는 자는 약한 주권자이다 결국 주권자가 사회계약의 목“ .”(446)

    적에 반하여 시민을 공격하는 것은 결코 불법 은 아니지만 그러한 행동은 주권자“ ” ,

    스스로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왜 인간은 인간이 만든 법에 복종하게 되는지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 셈

    이다 즉 법에 복종하는 이유는 자기보존과 평화 그리고 안전이라는 명령이며 평. , ,

    화와 안전은 오로지 법률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과연 홉스가 실정법률 이.

    외에 이 법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또 다른 실정규칙을 인정하고 있는

    지를 물어볼 수 있다 홉스의 전체 이론적 구상에 비추어 볼 때 아마도 실정법을. ,

    벗어나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음을 홉스 역시 인정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왜.

    냐하면 평화와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한 한 가지는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인간의 생명이다 이 맥락에서 홉스는 모든 해악 가운데 제 의 해악은‘ ’ . “ 1

    죽음이다 라고 말한다” .56) 죽음에 비하면 자연상태나 심지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

    쟁상태도 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한다면 생명은 법률.

    54) 앞의 각주 참고34) .

    55) 홉스 이전과 이후의 모든 사회계약론자들 예컨대 로크 가운데 홉스만이 유일하게 계약당사( )

    자들이 계약을 통해 모든 권리를 완전하게 상실한다는 이론구성을 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Wolfgang Kersting, Die politische Philosophie des Gesellschaftsvertrags 면 이하, S. 85참고.

    56) Vom Bürger, Kap. 11 Nr. 6.

  •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

    - 29 -

    에 대해서도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법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어,

    야 한다 하지만 홉스의 이론을 섬세히 관찰해 보면 생명이라는 전제의 절대성은. ,

    옳을지 몰라도 그로부터 법률의 제한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법률은 오로지 근원적인 계약을 기초해서만 성립하며 따라서,

    이 계약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민이 아니라 자연상태에 있는 인, ,

    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이 계약당사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법률이 효력을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개념적으로 법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어떠한 보호의 대상도 아니며 단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 ,

    쟁상태에 있을 뿐이다 근원적 계약의 범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즉 누군가 자연권. . ,

    을 이양하지 않는 한 그에게는 법률이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어떠한 사람도 지배자, .

    에게 자기방어에 대한 근원적 권리를 이양하지는 않는다 폭력에 대한 자기방어의. “

    권리를 포기하는 계약이 폭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 계약은 언제나 무효이다 어, .

    느 누구도 죽음 상해 투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는, ,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 전쟁에 병사로서 나가 죽으라거나 살.”(190)

    인자로서 교수형에 처해지는 것을 감수하라고 의무지우는 법률 은 무효일 뿐만 아“ ”

    니라 이미 개념적으로 그와 같은 법률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57) 그리고 누군가가

    만일 그와 같은 명령 을 내린다면 마치 시체가 인간이 아니듯이 그러한 말은 법“ ” , “

    률 이 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살인자나 다른 무고한 시민들을 죽” .

    일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리바이어던이 갖고 있는 절대적 주권은.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홉스는 자기보존권을 이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더욱 섬세하게 구성한다 이러이러한 경우에 나를 죽이라고. “‘ , ’

    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이러저러한 경우에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할 때 결, ‘ ,

    코 저항하지 않겠다고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국가가 자기방어권’ .”(191)

    을 배제하는 법률을 공포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반항을 이겨내고 사람을 죽일 권,

    리는 얼마든지 갖고 있다는 뜻이다.58)

    57) 같은 맥락에서 홉스는 눈앞에 닥친 죽음의 위협 때문에 위법행위를 하게 된 경우 그는 완전“ ,

    히 면죄된다 왜냐하면 그 어떤 법도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보존을 포기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391) .

    58) 따라서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도 자신을 처형하려는 국가권력에 저항할 자연적 권리를 갖고 있

    다 단 저항할 용기와 힘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권자인 국가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그 범. , . “

    죄자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국가목적은 달성된다”(Vom Bürger, Kap. 2 N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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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하면 폭력을 동원한 살인의 권리가 국가에게 이양될 수 있고 실제로 근원,

    적 계약을 통해 그러한 권리가 이양되기 때문이다 과연 구체적인 상황에서 국가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 및 그 정당성 여부는 전적으로 국

    가가 장악하고 있는 노골적 폭력 그리고 이 폭력은 개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심판-

    관으로 정립한 국가폭력이다 에 따른 결정대상이다- .59) 다만 홉스가 보존해야 할

    자기 의 발현을 감안하여 몇 가지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 .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지 말라는 명령 신을 경배하라는 명령은 주권적 지배자일지,

    라도 폐기할 수 없다 과연 이러한 명령이 개인의 생존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에 대해서는 홉스 자신도 명백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어쨌든 홉스는 국가가 설립. “

    되기 이전에도 신의 지배를 인정하는 어느 누구일지라도 신에 대한 경배를 거부할

    권리는 없으며 따라서 신을 거부하라는 명령을 내릴 권리가 국가에게 이양될 수는,

    없다 라고 말한다” .60) 신을 믿을 것인지 여부는 시민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사실상의 폭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법률의 규율대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