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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남한산성행궁권역 가이드 경기 인물 열전 면암 최익현 bimonthly culture magazine culture naru 07 -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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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남한산성행궁권역 가이드

• 경기 인물 열전 면암 최익현

bimonthly culture magazine culture•naru

07-0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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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식 <게임×아트-바츠혁명전>

여름의 시작, 경기문화재단이 열다섯 살이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

주 봐야 예쁘다고 했습니다. 길 밖에서 길을 바라보면 길 아닌 길 없듯 경

기도의 보물 같은 아름다움을 여러분의 가슴에 아로새겨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게임×아트-

바츠혁명전> | 심영식 | 뿔 camouflage시리즈 3 | 2011.

02 특집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새로운 바람, 꿈꾸는 문화 _ 문성진

지난 15년을 돌아본다 _ 한승연

16 문화 공간

새로운 주문자 장흥삼색프로젝트

‘기차가 아닌 사람을 기다리는 낭만 간이역’ _ 오늘

20 문화 현장

NJP 라운지, 백남준과 나누는 시간 _ 김성은

22 산성사계

남한산성행궁권역 가이드 <행행중행복 해지는 최적의 방법> _ 한승연

26 전시 산책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게임×예술-바츠혁명전>

천국보다 낯선 혁명의 여운 _ 최기영

30 내 인생의 한 줄

즐거이 읽는 책 _ 최종규

32 걷고 싶은 길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안산 대부해솔길’ _ 박종강

36 스마트기자단이 간다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감성의 이끌림 _ 양은주&Willson. P. Mark

통권 23호(비매품) 2012년 7월 1일 발행 | 등록번호 경기마 00127 | 등록년월일

2008년 10월 8일 | 간별 격월간 | ISSN 2005-3371 | 발행인 엄기영 | 편집인

이광희 | 발행 경기문화재단 442-835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로 178(인계동

1116-1), 전화 031-231-7267 | 홈페이지 www.ggcf.or.kr | 편집위원장 강진갑 |

편집위원 구정화, 김은주, 김준권, 김형섭, 박상용, 신은영, 심현철, 윤여빈,

황록주, 황순주 | 기획·편집 문화홍보팀 문성진, 한승연 | 디자인 박선영 | 교열

심영미 | 사진 etc스튜디오 | 출력·인쇄·발송 벽호

경기문화나루 2012년 7-8월호

• <경기문화나루>의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습니다. 게재된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

며, 재단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탐구를 기

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확산하고 경기도의 문화

비전을 만들기 위해 1997년 7월 설립되었습니다.

Contents 2012 no.23

bimonthly culture magazine culture•n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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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문화 체험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모인 다문화 친구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_ 박주희

교육 프로그램 가이드 <속닥속닥 두근두근 박물관 속으로>

어린이 문화예술 공연 일정

44 실학의 향기

다산 정약용 탄생 250년 기념 ‘다산의 마지막 잔치, 회혼례’ _ 남승구

48 김태식의 문화재 읽기

소나무 아래 선 노인 조선 실학의 ‘다빈치 코드’ _ 김태식

50 전시 체험

전곡선사박물관 ‘가족 탐정단, 아기 매머드 디마를 만나다’ _ 심현철

52 문화를 말하다

어처구니숲학교 홍순각 대표

‘세상 모든 존재가 별처럼 빛나는 숲’ _ 박미경

56 전시 산책

경기도박물관 <경기쌀 특별전-벼, 쌀, 밥>

‘쌀’이라 쓰고 ‘우리’라 읽는다 _ 한준영

58 작가의 방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뮌 ‘그 남자, 그 여자’ _ 신은영

62 문화 체험

백남준아트센터 토요문화학교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학교’에 가다 _ 이미현

64 경기 인물 열전Ⅶ

조선 선비의 마지막 자존심, 면암 최익현 _ 김명우

68 문화 현장

경기도박물관 찾아가는 박물관

‘세상에서 가장 바쁜 파란 박물관’ _ 이성준

70 한시로 읽는 경기

조선이 품지 못한 부용꽃, 허난설헌

72 내가 만난 문화

덕수궁미술관 <향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_ 구정화

74 문화 소식

공동티켓 발행

News & Review

80 독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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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 경 기 문 화 재 단 창 립 1 5 주 년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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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3

사진은 경기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격월지 <경기문화나루>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인물과 장소입니다. 2008년 겨울 창간 후

경기도의 문화예술을 전하는 <경기문화재단>의 다음 인연은 여러분입니다.

15년 전 여름, 신명나는 생활문화를 위해 힘이 보태졌습니다.

이후 경기도의 역사·문화·예술은 한곳을 향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그로부터 15년 후 경기도 문화예술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합니다.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펼쳐지는 365일 문화의 향연

이제 경기도에는 1200만 개의 활짝 웃는 얼굴이 있습니다.

2012년 7월 3일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글 한승연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 사진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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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 경 기 문 화 재 단 창 립 1 5 주 년

새로운 바람 꿈꾸는 문화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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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여름 수원의 한 작은 사무실에 열여섯 개의 그림자가 쉼

없이 움직인다. 화환이 들어오고, 현수막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인

다. 표정에 밝음과 긴장감이 읽힌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기도 하면

서 긴장을 풀어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유

례가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 약간의 부담감과 기분 좋은 떨림 그리

고 흥분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한 비영리

문화기관 경기문화재단의 첫날은 그랬다.

2012년 7월 3일 경기문화재단은 창립 15주년을 맞는다. ‘겨우’

와 ‘벌써’의 사이에서 잠시 눈을 감고 지난 세월을 헤아려 보지만,

재단의 15년은 아이가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린 순간처럼 쉴새없

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열다섯! 꿈을 꾸기에도, 그 꿈에 다가서기

에도 참 적당한 나이 아닌가. 열다섯의 꿈꾸는 경기문화재단이 다

시 달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대, 문화를 말하기 시작하다

경기문화재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경기도’다.

1200만 명이 31개 시군에서 저마다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

는 경기도는 오는 2014년이면 한반도에 자리잡은 지 600년이 된

다.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일찍이 경기도는 우리 역사의 중

심지였고, 경기도의 자연과 사람이 만든 역사, 문화, 예술의 방대함

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경기도민의 삶에 흐르고 있다. 이러한 경기

도의 역사 문화 예술을 경기도 사람들에게 전하고, 누리도록 하는

것이 재단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곧 경기문화재단은 사람과 문

화를 연결하는 메신저라 하겠다.

경기문화재단의 지난 15년에는 늘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이 뒤따랐다.

대한민국 최초의 비영리 문화예술지원기관으로 재단이 시작한

문예진흥은 10개 광역지자체 문화재단의 규범이 되었다. 찾아가는

문화예술로 삶에 윤기를 더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지난 15년 그리고

다가올 시간이 궁금하다.

글 문성진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 사진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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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경기문화재단의 출범은 시대적 요구의 수용이었다.

1990년대 들어 정치, 경제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

은 ‘문화’로 이동한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산과 소비

가 이뤄지고 일상생활 전반에 가히 혁명적이라 할 정도의 변화가

하나 둘 시작되면서 중앙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지역으로 분화될

수 밖에 없었다. 지방정부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문

화행정이 아닌 보다 전문화되고 차별화

된 문화예술 서비스에 목마른 지역민

의 갈증을 풀 그 ‘무엇’에 대해 고민하

였고, 이내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민간단체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

기 시작했다.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문화예술 향수·참여기회 확대,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문화예술 교육,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등 건강한 문화 환경을 조성

하여 경기도민의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기도가 설립한

비영리 공익 재단입니다.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명시된 재단의 설립 배경이다. 창립

후 재단은 문화예술을 체계적이고 유지적으로 진흥하기 위해 ‘경

기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중단기 종합계획’ 수립에 총력을 기울

인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문예진흥의 원칙과 기본 방향을 설정하

여 재단에서 하는 모든 사업의 목표로 삼는다.

이 시기 재단은 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을 위한 기반 구축을 위

해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現 경기문화재연구원)을 창립 2년 만에

부설기관으로 설립하여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는 문화재를 보

호하고 일관된 발굴사업과 원활한 개

발 욕구 충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조

화되도록 노력하였다. 전통문화의 계승

과 발전, 새로운 문예 흐름의 촉진, 도민

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기

도의 굿>, <경기도의 무가>, <경기문학지

도>, <경기만의 갯벌> 등 경기문화예술

총서 발간과 ‘경기 문화재 발견 시리즈’

제작 등 사라져가는 경기도를 기록하

는 일 등 경기도의 정체성 발굴 계승과

동시에 ‘움직이는 예술무대’ 운영, 경기

공공미술전과 같은 새로운 사업 추진, 문화자원봉사자 교육, 청소

년 문예활동지원 등 장기적으로 문화예술 인재를 양성하는데 중

점을 두기 시작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아시아의

날’ 축제에 도립무용단 사물놀이팀을 파견하는 등 세계 주요 축제

에 경기도 문화예술단을 파견하여 세계 속에 경기문화를 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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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북한 무용가 백향주 초청 공연, 이무지치 초청 공연 등 세계

적인 문화예술단 초청 공연으로 경기도민의 문화향수 기회 충족

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 나간다.

경기문화재단, 찾아가는 문화예술

문화관광부(現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로운 천년을 여는 2000년을

‘새로운 예술의 해’로 지정한다. 덕분에 재단도 21세기를 선도할 실

험적인 문화예술지원에 적극 나선다. 특히 재단의 가장 큰 사업 가

운데 하나인 문예진흥 공모지원사업에 전국 최초로 시민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하여 투명한 공모지원사업을 실현해 나간다. 그리고

새천년을 이끌 실용성을 대표하는 ‘실학實學’과 너무나 미래적인

‘백남준(1932~2006)’을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와 이듬해 실학박물관의 개관으로 이어진다.

효 사상 전파 사업, 생활한복 보급사업, 소외계층 문화향수 증

진과 같은 새로운 사업의 확장과 2001년도에 현재 사옥으로의 이

전, 다음해 사무총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되어 민간부

분 문화예술 기관의 표준이 되었다. 또한 재단의 두번째 부설기관

으로 ‘기전문화대학’을 설립하여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도민의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조성하여 도민의 문화적 감수성과 삶의 질

향상 욕구를 충족시키는 문화예술교육 교양교육과 전문교육 프

로그램의 운영으로 재단의 미션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경

기문화재단은 설립 이후 5년여 만에 문화예술교육까지 포함한 문

예진흥사업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결과를 달성하며 그간의 기

록을 담은 <경기문화재단 백서>를 발간하고, 2010년까지의 중・단

기 계획 <전망 2010> 수립에 착수한다.

200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등장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참여정부는 민관을 총망라한 새 예술정

책을 발표하고, 다음해인 2004년에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제

정하였으며, 2005년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을 연다.

중앙의 변화는 지방의 것이기도 했다. 재단 역시 예술창작지원을

목표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고, ‘문화예술인 창작촌 프로젝트’,

‘경기문학 활성화 사업’ 같은 사업으로 예술 창작 여건을 조성하

고, 기반을 닦는 정책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그리고 이 시기 재단

은 경기도 전역의 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사립박물관, 미술관 등 지

역민이 잘 찾지 않는 문화시설에 ‘소극장 활성화 프로그램’, ‘찾아

가는 도서관’ 등 지역민과 호흡하는 지역 문화공간 지원사업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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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한다. 지역 문화공간 지원은 현재 ‘공연장 상주 예술단체 지원’으

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경기문화재단은 설립

초기에 비해 훨씬 전문화 되고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경기도민 누

구나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고, 그 결과 재단 내부적

으로도 조직과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

단은 창립 10년에 즈음하여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는다. 바로 경기

도 공공 박물관・미술관의 통합운영이다.

열 살의 문화스폰서, 날개를 달다

2008년 3월 박물관・미술관을 통합한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문

화예술진흥조례’의 개정으로 경기도청 직영사업소였던 경기도박

물관, 경기도미술관(경기창작센터는 추후에 포함), 조선관요박물

관(現 경기도자박물관, 2011년 분리 한국도자진흥재단 이관)이

재단에 통합되었고, 당시 경기도 위탁사업으로 건립 중이던 백남

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재단 소속기관으로 재편되었다. 전곡선사박물관과 경기도어린이

박물관은 2011년 개관하였다. 동아시아 구석기 역사를 다시 쓴 전

곡선사유적지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북부 문화관광의

거점으로, 국내 최초 어린이 전문 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체험 위주의 박물관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2009년에는 국

내 첫 민간 문화재 전문 위탁관리단체인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이 출범, 재단은 창립 후 불과 10년 사이에 열배가 넘는 양적 팽창

을 이뤘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2014년 남한산성의 유네

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 5월 24일 남한한

성행궁의 복원을 마치고 전면 개방으로 일상 속 귀한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문화재연구원, 경기도박물관, 경기도

미술관, 경기창작센터,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남한산성문

화관광사업단,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9개의 경

기도 공공 박물관・미술관의 통합 운영기관이다. 실로 방대한 조

직 구성이 아닐 수 없지만, 각 기관의 특징에 맞는 효율적인 운영

으로 지난해 관람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통합 재단이 가장 먼저

도입한 정책은 박물관・미술관의 365일 연중무휴 개방과 야간 연

장 운영이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각종 체험

과 교육프로그램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한 결과 누구나 다시

찾는 관람객 밀착형 문화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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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15년사

1997년 경기문화재단 창립

1999년 기전(경기)문화재연구원 설립

2001년 경기문화재단 사옥 이전

2002년 기전문화대학 설립

2008년 박물관·미술관 통합 운영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2009년 실학박물관 개관

경기창작센터 개관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출범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개관

운영기관 관람객 100만 명 돌파

2012년 제4대 엄기영 대표이사 취임(현)

남한산성행궁 복원 완료·개방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가까이, 더 가까이…

경기문화재단의 심볼 마크는 문화의 ‘창조성’과 ‘다양성’을 우리

고유의 오방색으로 표현한다. 청, 적, 황, 백, 흑 다섯 가지 색은 각

각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 이미지를 담고 있다. 춤과 비보이, 자연

을 나타내는 나비, 음악을 대신하는 높은음자리표, 공연과 연극은

배우가 쓰고 공연하는 마스크를 그리고 문학과 소설은 집필의 고

통을 대변하는 원고지와 펜이 그것이다. 이중 어느 것 하나 빠뜨리

거나, 허투루 대할 수 없는 소중한 우리 ‘문화’임은 분명하다. 그리

고 이러한 문화를 만들고, 누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곳이 우리 경기문화재단이다.

경기문화재단은 2012년 7월 3일 창립 15주년을 맞이하여 대한

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으로 365일 문화의 향기로 행복하고, 신

명나는 문화경기의 중심에 경기문화재단이 함께 할 것이다. 문화

는 한데 어우러져 모두가 즐길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문화’를 공

기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내 몸처럼 여기는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

려 본다. 바람이 깃발을 움직이고, 그 깃발은 다시 바람을 일으켜

1200만 도민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그 바람의 시작은 경기문화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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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경기문화의 재발견 : 무형문화재 비디오 제작

전통의 얼과 멋이 살아 숨 쉬는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다큐멘터

리로 제작한 사업입니다. ‘경기문화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비디오는 무형문화재를 영상으로 기록 보관하고, 문화재를 널

리 알려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경기도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

도록 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

습니다. 우리 재단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안성 남사당 풍물놀

이’, ‘양주 상여 회다지소리’, ‘화성 재인청류 승무와 살풀이춤’, ‘선비

문화의 꽃, 벼루’, ‘천년의 꿈, 한지’, ‘다시 살아나는 색, 옻칠’, ‘우리 배

이야기’ 등 총 31편을 제작하였습니다.

경기(기전)문화예술총서 발간

1999년부터 경기도의 고유한 전통문화, 문화재, 문화관

광, 문화산업 등 각 분야 경기문화예술의 발자취를 경기

문화예술총서 시리즈로 발간하였습니다. <일제하 경기

도 지역 종교계의 민족문화운동>, <경기도의 굿>, <경기

문학지도>, <경기도의 성곽>, <옛 그림 속의 경기도>,

<경기도의 5일장>, <경기 실학>, <경기만의 갯벌>, <다시

쓰는 경기도자사>, <수정국역 화성성역의궤>, <경기도

의 향토민요> 등 경기문화를 장르별로 다양하게 보여줌

으로써 경기도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였습니다.

지난 15년을 돌아본다

경기문화재단 창립 15주년

특 집 | 경 기 문 화 재 단 창 립 1 5 주 년

경기문화재단의 15년은 경기도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함께 나누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15년 세월이 모여 만든 경기문화재단의 노력은 문화예술의 힘을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경기문화재단의 의미 있는 발자취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정리 및 글 한승연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 자료 <재단 15주년사> 원고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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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11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공원 조성

2002 한일월드컵대회를 기념하여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조각공원을 조

성한 사업입니다. 야외 조각공원은 체육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복합공

간으로서 한일월드컵을 기념하고, 관람객이 친근하게 예술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태어났습니다. 조각공원은 예술적 도전정신과

신선한 창의력을 가진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과 우리나라를 대

표하는 중견 작가들의 초대전으로 작품을 구성하였습니다. 테마조각공

원으로서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공원은 ‘축구경기장과 예술의 만남’이

라는 문화적 가치를 높여 주었습니다.

2002

남한산성 복원 정비

남한산성의 성곽, 행궁의 발굴 복원하여 전통문화 향유공간으로 재정비하고 교육,

관광자원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2001년부터 복원을 시작하였습니다. 2000년부터

남한산성행궁 복원 및 정비사업을 추진, 2002년 상궐(침전) 복원을 시작으로 2004년

조전 26칸, 2010년에는 하궐(정전)을 복원한 데 이어 2012년 하궐 단청과 남한산성 안

내 전시시설까지 10여 년에 걸친 복원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24일에 이를

기념하는 낙성연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연간 320만 명이 찾는 남한산성은 2010년

1월 10일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고, 2011년 2월에

는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우선등재 추진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남한산성

복원과 정비는 2009년부터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1

1999년 경기공공미술제 개최

경기도의 인문, 자연, 역사적 환경을 고려하고, 장소

의 특성과 미술을 연계하여 주제가 있는 미술문화 공

간을 조성하고자 추진한 축제입니다. 1999년 2월에

경기공공미술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11월

부천에서 국내 최초의 공공미술제를 개최하였습니

다. 우리 재단의 실험예술 지원은 2000년 <유토피

아&아토피아전>, <새천년 한국서예전>, 2001년 디지

털예술제 등으로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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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005

기전문화대학 문화예술 프로그램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대학은 2003년 5월 지역 문

화예술발전을 위한 첫 번째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광

명시를 비롯해 안산, 안양, 안성, 군포, 여주, 이천 등 경기

도 내 시군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한

기전문화대학은 5월 13일 광명시 평생학습원에서 첫 강

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획과 고심 끝에 시작된 프로

그램은 일반인 대상의 ‘다님길’과 문화전문가 대상의 ‘난

달’ 과정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문화예술인 창작촌 지원

우리 재단이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스튜디오를 중심으

로 작가들의 창작공간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생활문화를 개선하기 위

해 2004년 처음 시도한 지원사업입니다. 폐교, 폐공장, 창고, 농장,

농가, 컨테이너박스, 비닐하우스 등을 개조하여 스튜디오로 조성한

문화예술인 창작촌을 발굴하고, 이렇게 자생적으로 생성된 문화예술

인 창작촌을 지원함으로써 지역문화와 생활문화 기반 공간으로 활성

화 하고자 기획하였습니다. 2004년 첫 공모에서 ‘왕곡동 예술가마

을’의 ‘왕곡천 숲속 테마예술제’ 등 10개 단체를 선정하였습니다.

세계평화축전 & 광복 60주년 전야제 기념행사

대한민국 광복 60주년의 참다운 의미를 살려나가기 위해 2005년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파주 임진각과 도라산역, 파주 헤이리마을, 파주

출판문화단지에서 개최한 ‘평화·상생·통일·생명’의 축제입니다. 광

복을 기억하고 통일의 그날을 염원하는 평화축전으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많은 젊은이가 평화와 생명의 참다운 가치를 발견하고, 한

반도가 분쟁과 대결의 상징에서 세계 평화의 성지로 변모해 나가길 바

라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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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13

2007 2008

더불어 사는 사회 문화제 ‘공감하는 또 다른 나’

2005년 경기문화재단이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문화를 공감하고, 편견을

극복한 그들의 삶을 통해 깊은 감동을 함께하려는 취지로 기획한 국내 유일

의 소수자를 위한 축제입니다. 2005년 10월 1일~2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

당에서 개최된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2005’ 는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

혼혈인, 이주노동자, 트렌스젠더, 탈북자 등 소수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자 하였습니다.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시작한 ‘더불어 사는 사

회 문화제’는 2006년 서울로 확대되었고, 2007년 안산 동시 개최 등 경기

도 전 지역을 아우르는 축제로 성장하였습니다.

저소득층 밀집지역 문화복지 프로그램

경기문화재단의 취약계층 문화복지지원사업은 2007년 경기도의 저소

득층 밀집지역 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하여 청소년 악기교습, 재가방문

문예활동, 마을잔치 개최 등에 대한 지원과 2008년 인문학 강좌 추가

지원 등 해마다 확대되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나눔사업은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사회

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도박물관 <청 황실 보물전>

경기도박물관이 2008년 10월 25일부터 4개월간 해외 교류 특

별전시회로 중국 심양 고궁박물원 소장 <청 황실 보물전>을 개

최하여 청 황실의 화려하고 수준 높은 예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전시회는 경기도박물관과 심

양 고궁박물원간 교류전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청대 도

자기나 중국의 회화는 이미 국내에서 소개된 바 있으나 청 황실

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복식이나 무기, 기법이 정교하고 형태가

독특한 황실의 일상용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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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09 2011

서원 향교 활성화 프로그램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가 우리 정신문화의 산실인 서원

과 향교 기능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2009년 5월 13일 의정부 노강서원에 각종 전통문화를 배

우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학교를 개교한데 이어 파

주 교하향교에 전통문화학교를 설치하고, 이천 설봉서원

에서는 ’아름다운 국악교실 대금배우기’ 프로그램을 운영

하였습니다. 또 여주향교에는 한문교실, 이천향교에는 전

통예절교실을 설치하는 등 도내 23개 서원 및 향교에서

국악프로그램과 향교 서원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서원 향교 활성화에 앞장섰습니다.

경기창작센터 개관 & 레즈아티스 컨퍼런스 개최

경기창작센터는 국내외 미술작가들의 실험적·진취적 마당이 되고자

2009년 10월 29일 문을 열었습니다.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옛 경기도

립직업전문학교를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레지던

시입니다. 경기창작센터는 스튜디오, 전시, 지역협력, 국제교류, 작품창

고, 예술공방, 국제써머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통해 국

내외 작가들의 창작과 연구 활동을 지원합니다. 경기창작센터는 개관

을 맞이하여 2009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센터와 경기도미술

관에서 아트 레지던시 운영자의 국제 연합기관인 레즈아티스 컨퍼런스

를 개최하였습니다.

경기 발굴 10년 발자취전

<경기 발굴 10년의 발자취>는 경기문화재연구원과 경기도박물관이

최근의 문화유적 발굴 성과를 담아 개최한 특별전입니다. 이 특별전

은 경기문화재연구원이 10년 동안 발굴한 10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약 1300여점의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관람객이 경기도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전시 유물

은 그동안 관련 전문가들에게 공개되었지만, 특별전에서 일반 도민

에게 최초로 소개된 것으로 그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던 우리 조상

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기간 동안 총 6회의 학

술강좌, 4회의 발굴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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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흐르는 공단 프로젝트

경기도미술관의 ‘예술이 흐르는 공단 한뼘 프로젝트’

가 2011년 12월 28일부터 2012년 11월말까지 안산시

반월공단 대표기업 3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경기문

화재단이 커뮤니티와 예술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공

공미술프로젝트는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작

가 강익중과 새로운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여 온 홍현

숙, 이주호, 설치작가 박미나 등이 참여하여 공단에 예

술의 옷을 입혔습니다.

2012 다산 정약용 탄생 250년 & 백남준 탄생 80주년

2012년은 경기문화재단의 창립 15주년 이외에도 재단에 커다란 행사

가 연이어 있습니다. 조선 실학의 거목 다산 정약용의 탄생 250년과

한국이 낳은 천재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이 바로 그

것입니다. 다산의 생가가 있는 남양주 실학박물관은 다산 탄생 250년

을 기념하여 학술대회와 특별전 <다산, 한강의 삶과 꿈> 그리고 오는 8

월 4일에는 다산의 회혼례를 최초로 재현합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그의 생일인 7월 20일 제3회 백남준국제

예술상 시상을 시작으로 <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전을 엽니다.

이날은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를 비롯하여 플럭서스 아티스트 다케히

사 고수기 등 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그를 회고합니다.

● 한·몽 문화교류 2천년 : 국제 심포지움 및 무巫의식 합동공연(1997)

● <경기(기전)문화예술> 창간(1998)

● <경기(기전)문화예술총서> 발간(1999)

● <경기도 건축문화유산 총람> 발간(1999~2003)

● 무형문화재 비디오 제작 : <경기문화 재발견>(1999~2008)

● 생활한복 보급운동(1999~2001)

● ‘움직이는 예술무대’ 운영(1999)

● 경기공공미술Public Art제 개최(1999)

● 좋은 학교 도서관 만들기(2000~2003)

● 효 사상 고취 사업(2000~2005)

● <화성성역의궤> 한글본 발간(2000)

● 국악강사 풀제 사업(2000)

● 남한산성 복원 정비 사업(2001~)

● <기전고고畿甸考古> 발간(2001~2006)

●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공원 조성(2002)

● <이것이 미래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 동영상 제작(2003~2006)

● 기전문화대학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시작(2003)

● 경기도사 편찬사업(2003~2009)

●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3> 개최(2003)

● 천상병예술제(2003~)

● 문화예술인 창작촌 지원(2004)

● 경기아트페어 2004(2004)

● 세계평화축전(2005)

● 더불어 사는 문화제 2005 <공감하는 또 다른 나>(2005)

● 경기북부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교안 개발(2006)

● 공간 재생 프로젝트(2007)

● <도서관에서 만나는 예술>(2007~2008)

● 저소득층 밀집지역 문화복지 프로그램 운영(2007~2008)

● <새로운 주문자> 사업(2008~)

● 경기문화자원지도 제작(2008)

● 경기도미술관 <5만의 창, 미래의 벽> 어린이 벽화 프로젝트(2008)

● 경기도박물관 <청 황실 보물전>(2008)

● 경기도미술관 <언니가 돌아왔다>전·<창작 해부학>전(2008)

● <경기문화나루> 창간(2008~)

● 다이나믹 문화복지아카데미 개설(2009)

● 경기창작센터 개관 & 레즈아티스 컨퍼런스 개최(2009)

●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국제예술상(2009~)

● 컨테이너 라이브러리 <내일을 여는 책방> 프로젝트(2009)

● 서원 향교 교육 프로그램(2009~)

● <경기발굴 10년의 발자취>전(2009)

● 한중일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실학, 그 의미와 발전>(2009)

●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경기관찰사>(2010)

● 경기도미술관 2010 경기미술프로젝트 <경기도의 힘>전(2010)

● 실학박물관 특별전 <다산과 가장본 여유당집>(2010)

● 백남준아트센터 2010 아트나우 프로젝트(2010)

● 2011 뮤지엄파크 페스티벌 ‘이색소풍’(2011)

● 경기도미술관 <예술이 흐르는 공단 한뼘 프로젝트>(2011~2012)

● G아트 펀딩 도입(2011)

● 재능기부 형형색색 콘서트(2011)

● 문화바우처 3대 기획사업 : 가가호호 문화교감, 낮달 문화소풍, 활생 문화공명(2011~)

● 경기도미술관 <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전(2011)

● 실학박물관 <곤여만국전도, 세계와 우주를 그리다>전(2011)

● G멤버십 도입(2012)

● 경기문화재연구원 <한시로 읽는 경기> 발간(2012)

●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기념전 <다산, 한강의 삶과 꿈>(2012)

● 남한산성행궁 복원 완료 일반 개방(2012)

● 백남준 탄생 80주년 특별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2012)

경기문화재단 주요사업(1997~2012)

2012 no.2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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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문 화 공 간 | 새 로 운 주 문 자 장 흥 삼 색 프 로 젝 트

기차가 아닌 사람을 기다리는 낭만 간이역

새로운 주문자 장흥삼색프로젝트

오래도록 그늘 없던 선로에는 비죽이 잡초들이 솟아 있고 기다림 없는 플랫폼에는 더운 여름

바람이 싱겁게 머물렀다.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는 역. 그뿐인가 했다. 그런데 역전은 이곳을 찾는

이들로 성시였다. 사람들은 오래전 그날 여행자의 설레는 표정을 하고 차 한잔 마시러,

가구를 고치러, 사진을 찍으러 그렇게 삼삼오오 장흥역을 찾았다.

글 오늘 자유기고가 | 사진 박노언 etc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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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17

잊혀져가는 모든 것은 쓸쓸하다. 피었으므로 진다는 세상의 순리

는 그래서 더 가혹하다. 자그마한 간이역은 처음부터 제 운명을 알

고 있었다는 듯 역사驛舍조차 없었다. 그래도 역전의 사람들은 즐

거웠다. 기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곡으로 산으로 향하는 청춘의

달뜬 웃음소리를 실어 이곳 장흥역으로 날랐다. 그러나 그 이름 장

흥長興처럼 길게 흥할 듯했던 역은 2004년 기차가 서지 않는 영원

한 종착역이 되었다. 40여 년의 짧은 수명, 오는 이도 가는 이도 더

없는 이곳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폐허로 변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지났다. 쉼은 길었고 기차는 여전히 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도 사람들은 장흥역을 잊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었으므로, 저버리기에는 품고 있는 씨앗이 너무 푸르렀으므로.

어제가 아닌 오늘의 장흥역을 만들다

장흥역에 다시 발길이 닿은 것은 2011년 10월이었다. 경기문화재단

과 양주시의 후원으로 장흥역을 새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 아래 예술가들과 주민, 자치단체가 손을 모았다. 이른

바 ‘장흥삼색프로젝트’로 명명한 장흥재생작업이다. 장흥역을 사

랑방으로 단장한 ‘장흥오라이’, 장흥역 일대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

로 만든 ‘거리전시관’, 장흥의 유래를 새긴 돌조각으로 대표되는

‘장흥@시간여행’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내리면 이 세 가지 프로젝

트는 장흥역을 삼색으로, 아니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거창한 사업을, 대단한 예술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난날 장흥역을 거점으로 삼고 살아갔던 장흥면 주민들에게 더

이상 과거가 아닌 오늘의 장흥역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폐허

가 된 역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데에는 대부분 반신반

의했다. 시작은 8년간 시간이 멈춰 있던 역 앞 매점, 찻집, 전파상

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부터였다. 세 트럭 분량의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쏟아졌다.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일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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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형식적인 인터뷰가 아니었다. 장

흥역의 탄생과 번영, 쇠락을 지척에서 보아온 주민들의 기억 재생

은 장흥역의 지반을 새로 다지는 작업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한 장면씩 되살린 기억은 종이에 재현되고 다큐멘터리로도 제작

되면서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윤곽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추억은 보존하고 공간은 되살린 역전의 삼색방

촘촘하게 다져진 주민들의 기억의 바탕 위에는 반듯한 기둥이

세워졌다. 이름 하여 장흥오라이! 장흥으로 오라는 뜻과 장흥

‘alright’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젝트명이다. 매점은 DIY 수업과 목

공 가구의 수리 및 리폼이 이루어질 ‘두꺼비꽁(짜)방’이 되었고 전

파상은 장흥면 유일의 사진관인 ‘장수사진관’이 되었다. 역전 다방

은 옛 이름 그대로 ‘다운휴게소’라는 명패를 걸고 차를 마시는 찻

집이 되었다. 온전히 새것은 아니었다. 지난 40년의 흔적을 자연스

럽게 남겼다. 겉이 쇠했다 하여 마음속 추억마저 이러진 것은 아니

기에,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게 모든 이들

의 바람이었다. 플랫폼으로 오르는 진입로에 설치되었던 철제 난

간은 사람들의 손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두꺼비꽁방에 걸렸고,

투박한 다운휴게소의 간판 글자 또한 색만 새로 칠했다. 낡은 문

짝, 선로가에 떨어진 못, 녹슨 펌프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려지

는 법 없이 ‘두 번째 장흥역’의 훌륭한 조연이 되었다.

주민을 주인으로 길고 흥하게

주연은 장흥면 주민들이었다. ‘목수 출신’의 일영리 이장 오명훈 씨

는 오랜만에 연장을 들었고 진입로 포장까지 도맡아 했다. 동네 어

르신들은 카메라 앞에서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사진을 찍었다. 근

처 유원지에 들른 관광객들은 ‘MT촌 장흥역’을 추억하며 다운휴

게소에서 금방 내린 커피를 마셨다. 기적 소리는 없었으나 7080세

대의 LP 음악이 있었고, 기다림은 없었으나 여유와 낭만은 곳곳에

서 넘쳤다.

겉이 쇠했다하여 마음 속 추억마저 이러진 것은 아니기에,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게 모든 이들의 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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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문자 장흥삼색프로젝트

위 치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92-7 장흥역

공 간 장수사진관, 역전다방, 두꺼비꽁방

문 의 cafe.naver.com/acientfutre

장흥삼색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오픈을 알리는 제막식 날, 장흥

역에는 만국기가 걸렸다. 시골 마을에 처음 역이 들어서고 기차가

달리던 그날처럼, 아니 그날보다 더 성대한 축제가 펼쳐졌다.

“설마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다 쓰러져가는 역이 이렇게 변

할지 누가 알았겠어・・・.” 마을 제일의 보금자리가 생겼다고 흐뭇

하게 미소 짓는 백발 어르신의 눈동자에 옛 장흥역의 영광이 스치

는 듯했다. 혹여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불식간에 사라졌다. 이날 작가들이 건물 외벽에 곱게 그린 그림은

유난히 더 선연했다. 분명 이곳이 ‘길게 흥할 곳’임을 소나무 위로

힘찬 날갯짓을 하는 학들이 보여주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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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P 라운지, 백남준과 나누는 시간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 탄생 80주년

오는 7월 20일은 백남준 탄생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세기 예술의 지형을 바꾼 세계적인 전위예술가 백남준을

기리는 시작은 백남준아트센터의 ‘NJP 라운지’다.

글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실 | 사진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문 화 현 장 | 백 남 준 아 트 센 터 백 남 준 탄 생 8 0 주 년 N J P 라 운 지 , 백 남 준 과 나 누 는 시 간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백남준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 기사에 대해 부끄러워했

지만, 그는 어떤 범주의 구속에도 매이지 않고 탈경계적 삶과 예술

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티스트로서 첫발을 내딛던 시기부터 음악

과 미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자공학과 인문학 등 여러 다른

분야, 여러 다른 미디어 간에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것을 소명으

로 생각했던 백남준은 여러 분야의 서적을 섭렵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다져나갔다.

모두 ‘함께’ 백남준을 기린다

백남준은 책으로부터의 지식과 경험으로부터의 직관에 차별을 두

지 않았다.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로부터의 배움, 함께 일했던 기술

자들로부터의 배움 또한 소중하게 생각했다. 백남준은 자신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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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21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NJP 라운지’를 시작으로 그를 기리는 의미 있는

행사를 엽니다. 7월 20일 백남준국제예술상 시상과 특별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등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에서 열리는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경기문화나루>의 다음 호 특

집은 ‘백남준 탄생 80주년’입니다. 문의 백남준아트센터 201-8500 | www.njpartcenter.kr

‘NJP 라운지’ 첫 번째 강연자 바트 드 베어 관장. 그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앤트워프 현대미술관이

다른 ‘중도적’ 미술관들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1980년대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서 백남준에게 사사했고,

1983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며 수십 년째 백남준 작업 전문 테크

니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는 폴란드 WRO아트센터에서

<백남준・드라이빙 미디어>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미디어아트 전문

테크니션인 이정성 역시 ‘백남준의 손’, ‘대한민국 비디오아트 기

술자 1호’ 등으로 불리는 국내 유일의 백남준 작품 전문 기술자다.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부터 백남준과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으며, <전자 초고속도로>, <메가 트론> 등 다

수의 작품에 기여했다.

불프 헤르조겐라트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백남준의 전시를 기

획한 큐레이터이다. 1976년 쾰른 쿤스트페라인에서 <백남준 1946-

1976 : 음악-플럭서스-비디오>, 1999년 쿤스트할레 브레멘에서

<백남준 플럭서스/비디오> 등 대형 회고전을 기획한 바 있다. 미

술사학자로서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대해 많은 글을 써온 헤르조

겐라트는 이번 ‘NJP 라운지’ 강연에서 이론가이자 실천가,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반대하는 테크놀로지’를 사랑했던 백남준을 회고

할 것이다.

다른 목소리로 만나는 백남준

이처럼 백남준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의 강연을 통해 인간

백남준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아울러 백남준의 예술적 유

산을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의 나아

갈 방향 또한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5월 30일에 열

린 ‘NJP 라운지’ 첫 번째 행사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현대미술관 관

장인 바트 드 베어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베어 관장은 백남준의 미

디어아트처럼 실험적 예술을 다루는 미술관들의 정책과 전략에

대해 앤트워프 미술관의 전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밖에 한국

의 전문가들을 초빙한 ‘NJP 라운지’는 가을에도 계속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백남준아트센터는 진정으로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

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는 언제나

참여와 만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기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백남준을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만나는 ‘NJP 라운지’는 여러분 모두를 반기는 자리다.

업에 참여했거나 도움을 주었던 이들, 자신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었거나 자신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그들의 공을 앞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연중 개최되는 특별 강연 시리즈 ‘NJP 라운지’는 이처럼 ‘함

께’를 강조했던 백남준의 정신을 기려 다양한 분야에서 백남준과

교류했던 이들을 초청, 백남준의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이들의 경험 속에서 백남준의 예술적 태도

뿐만 아니라 인간적 면모를 엿보고 되새기고자 한다.

그들이 말하는 NJP

7월과 8월의 ‘NJP 라운지’에는 플럭서스 아티스트 다케히사 고수

기, 미디어아트 테크니션 요헨 자우어라커와 이정성, 독일 미술관

쿤스트할레 브레멘의 전 관장인 불프 헤르조겐라트의 강연이 예

정되어 있다. 다케히사 고수기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플럭서스

운동에 발을 들여놓으며 백남준과 협업했던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다. 머스커닝엄 무용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솔로 및 그룹 온가

쿠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실험적인 곡을 다수 작곡했다. 7월 20

일 특별전 개막일에 열릴 강연에서 고수기는 백남준 탄생 80주년,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두 인물의 관계와 작품세계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전시 개막 다음날 열리는 ‘NJP 라운지’는 백남준과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테크니션들의 대담으로 꾸며진다. 요헨 자우어라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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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산 성 사 계 | 남 한 산 성 행 궁 가 이 드

행행중행복을 만나는 최적의 방법

남한산성행궁 가이드

건물이 우뚝하고 단청이 휘황하니, 이제부터는 행궁의 모습이 비로소

갖추어지겠구나…. 200여 년 전 <한남루기>에 쓴 글귀가 현실이 되었다.

남한산성행궁권역의 정비를 마치고 닫힌 문을 활짝 연 행궁이 심상찮다.

푸른 숲에 둘러싸인 행궁의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문화 해설, 공연, 연극체험,

무예 공연을 찾는 행복한 걸음에 행궁의 본 모습이 비로소 갖추어지고 있다.

글 한승연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 사진 이문규 etc스튜디오 | 그림 이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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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23

지난봄 10년이 넘는 발굴과 복원을 거쳐 화려하고 기품 있는 제 얼굴을 찾

은 남한산성행궁. 소나무, 느티나무, 신갈나무, 전나무, 물푸레나무 등 초록

병풍에 둘러싸인 행궁은 그 대문이라 할 수 있는 한남루漢南樓를 중심으

로 안과 밖으로 나뉜다. 5월 24일 낙성연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궁 안은 역

사를 이해하며 나를 찾는 ‘사색의 공간’으로, 행궁 밖은 남한산성을 찾은

모든 이가 더불어 즐거운 ‘상생의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임금님 납시오, 간간한 행궁의 힘

행궁은 임금이 지방으로 행차할 때 머무르는 거처다. 인조는 세종, 효

종의 능이 있는 여주로 가는 길목인 광주 남한산성에 행궁을 지었다.

왕의 행차는 짧은 기간에 끝나지도 않고 따르는 식솔의 수도 엄청났

으므로 행궁에는 왕의 집무실과 처소는 물론 왕을 보필하는 신하들

의 거처도 필요했다. 1626년에 지은 남한산성행궁은 상・하궐 모두

70여 동 227칸(한옥에서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의미)으로 저마

다의 쓰임에 맞게 세워졌다.

새 단장을 마친 행궁의 여러 건물은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너른 마당으로 탈바꿈했다. 외행전을 중심으로 어린

이 연극체험교육 ‘임금님 납시오’, 관람객 대상의 역사인물 연극

<왕들의 행행>이 펼쳐지고, 행궁 후원 이위정에서는 풍류음악

회가 고즈넉한 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행궁 구석구석을 돌

며 역사 이야기를 듣는 문화 해설도 인기다. 돌계단이 낯설 텐

데 연극과 음악회, 전통무예 십팔기 시범 그리고 광주 광지원

농악 공연까지, 재미를 더한 학교 밖 역사 여행에 졸래졸래

발걸음이 가볍다. 이뿐 아니다. 임금이 정무를 보던 행궁 외

행전은 행궁 개방 전에 이미 여러 차례 국제학술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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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행궁의 위상을 드높인 바 있

다. 외행전의 오른편에 문을 연 남행각 서가는 남한산성과 관련한 여러 종의 책

을 마련하여 편안한 책읽기를 돕는다. 남행각 서가는 행궁 밖 ‘솔바람 책방’과 더

불어 산성에 책의 향기를 불러 모은다.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충족시켜야 하는 여러 조건이

있다. 이러한 학술적인 요건은 차치하더라도 행궁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저마

다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남한산성은 마음속 유산으로 더없을 것이다. 그리

고 그 안에서 간간한 행궁의 힘을 보게 된다.

여담, 산성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차경, 즉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

경을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라 했다. 이는 남한산성행궁을 마음속 집으로

삼으면 가능한 일이다. 행궁 한남루 앞에 전통공원이 생겼으니 말이다. 초

가와 평상, 사람이 모이는 너른 마당의 전통공원…. 사람이 살던 산성도

시답게 나지막한 돌담을 따라 걸으며 그림과 사진을 감상하는 돌담아트

프로젝트는 가을까지 이어진다.

전통공원 앞마당에는 초가 두 채가 나란하다. 이중 한 채에 G뮤지엄

숍 ‘여담’과 매표소가 한 채 있다. 문을 열면 시골집 할머니가 반갑게 맞

아줄 것 같은 아트숍 여담은 남한산성과 관련한 문화상품과 경기문화

행궁

화장실

주차장

침괘정

광주(동문)

성남(남문)

등산로(북문)

전통공원

매표소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아트숍

←남한산성행궁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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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통합문화상품을 판매한다. 여담 앞마당에는 평상이 놓여

있어 산행의 노곤함을 달랠 수 있다. 또한 남한산성에는 조선시

대 4대 명종으로 꼽히던 국보 제208호 성거산 천흥사 동종이 있

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창경궁으로 옮겨지고 지금은 국립중앙박

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지난해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이 종

을 복원하고 광장을 만들어 옛 모습 찾기에 나섰다.

행궁의 시간이 오래된 것이라면, 전통공원의 시간은 앞으로의 것

이다. 전통공원을 걸으며 계절을 느끼고, 산성리 주민의 손맛도 즐기

면서 내가 만들어가는 시간은 남한산성의 미래가 된다. 햇살이 콧잔

등에서 미끄럼 탈 때, 나무랑 바람이 궁금할 때, 잠시 가슴에 알싸한 기

운이 몰려올 때… 이럴 땐 어디로 가야 할까. 남한산성행궁은 매주 월요

일 휴궁이다.

2012년 남한산성행궁

문화행사 프로그램

전통연희 일요상설공연 <난장 트다>

기간 3월 25일~11월 11일(매주 일요일)

시간 오후 1시~2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앞 전통공원

남한산성 역사사진전 <산성의 풍경 역사의 기억Ⅱ>

기간 5월 24일~10월 31일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2012 no.23 25

풍류음악 토요상설공연 <악공청>

기간 8월 25일~11월 10일(매주 토요일)

시간 낮 12시~오후 1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이위정(행궁 후원)

외행전 남행각 독서 공간 <지혜의 숲, 지식의 샘 : 책 읽는 행궁>

기간 연중(주말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외행전 남행각

돌담아트프로젝트

기간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전통공원 돌담

• 한뫼골미술인회 남한산성 도해도 <길과 사람>

5월 24일~6월 24일

•남한산성 문화재지킴이 사진전 <산성시선>

8월 25일~9월 28일

•고시조와 창작시조의 만남 <시조, 산성을 걷다>

10월 6일~11월 4일

연극체험 교육 <임금님, 납시오!>

기간 6월 10일~7월 22일(매주 일요일)

9월 1일~10월 27일(매주 토요일)

시간 오전 10시~11시 30분(상반기)

오후 2시 30분~4시(하반기)

장소 남한산성행궁 일원

대상 / 인원 초등 3~6학년/ 각 30명씩(선착순)

참가비 어린이 만원(보호자 행궁 관람료 별도)

전통무예 십팔기 시연 <남한시재>

기간 8월 25일~11월 10일(매주 일요일)

시간 오후 2시~오후 3시

장소 남한산성행궁 외행전

역사인물 연극 공연 <왕들의 행행行幸>

기간 6월 10일~7월 22일(매주 일요일)

9월 1일~10월 27일(매주 토요일)

시간 낮 12시~12시 30분(상반기)

오후 1시 30분~2시(하반기)

장소 남한산성행궁 외행전

관람 무료(남한산성행궁 관람료 별도)

남한산성행궁 관람 안내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궁)

관람요금 어른 2000원(19~64세) 단체(30인 이상) 1600원 / 청소년 1000원(7~18세)

단체(30인 이상) 800원

문화해설 평일 오전 11시, 오후 1시·2시·4시(총 4회) / 주말 오전 10시~오후 4시(총 7회)

문 의 777-7500 | www.ggnhss.or.kr | 트위터 @namhansan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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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산 책 | 경 기 도 미 술 관 소 장 품 기 획 전 < 게 임 × 예 술 - 바 츠 혁 명 전 >

천국보다 낯선 혁명의 여운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게임×예술-바츠혁명전>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삶이 한판 붙었다. 게임의 룰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오로지 정의 구현을 위해

운집한 100만 대군의 말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상공간에 만든 새로운 사회는 현실일까,

허구일까.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에서 ‘종속’과 ‘복종’을 거부한 5년간의 혁명기를 따라가 본다.

글 최기영 경기도미술관 학예팀 | 도판 경기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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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27

감히 ‘혁명’이라 이름 붙여진 가상공간에서의 100만 대군의 전쟁

을 다룬 <게임×예술-바츠혁명전戰>은 게임 안에서 집단화하고 세

계화하는 시대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기존의 게임 관련 미술 전

시가 단순한 인터렉티브 작업을 위주로 미디어 미학에 치중했다

면, 이번 전시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나타나는 게임의 사

회학적 현상에 주목한다. <게임×예술-바츠혁명전>을 통해 우리는

‘이제 인간들은 자신의 역사를 가상공간에도 쓰고 있다’는 사실

과 마주할 것이다.

가상공간이 촉발한 인식의 변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는한국의 대표적인 MMORPG(대규모 다

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이다. 여기에는 유저 간의 소통을 통한 협력, 커뮤니

티, 단체, 혈맹이라는 형태로 뭉친 조직이 등장하고, 그 그룹은 자신

들의 이익을 위한 게임 안의 지배 구조를 만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지배 구조는 게임에서 레벨이라는 형식의 계급으로 나타나며 이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종속과 복종의 룰이 생겨나게 된다.

2004년 이 게임의 바츠서버 게시판에 참전 호소문이 올라왔

다. 당시 바츠서버를 장악하고 있었던 DK(드라곤 나이트) 동맹에

대항이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바츠혁명전쟁’으로 불리는 이 전쟁

에는 100만 명의 유저가 참전한다. 독재적인 군주의 횡포는 가상

과 실재를 연결하는 유저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바츠혁명을

다룬 <바츠 히스토리아>(세움, 2008)의 저자는 중세

적 세계관의 게임 속 삶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는 현실의 삶과의 괴리감으로

혁명전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5년

간 지속된 이 전쟁은 독재자를 몰아

내면서 막을 내렸다.

당시 ‘바츠서버’는 이기적으로 세계

를 장악하려는 집단과 이를 부정하고 현실

의 정의가 게임 안에 구현되기를 바라

는 다수의 유저 사이의 긴장이 팽배해

있었다. 혁명은 게임 개발사가 제시한

1 이민호 | strange site #16 2 왕지원 | mechanical Xanadu 부분 | 가변설치 | 201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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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 4

5

6

3 송승준 | defensive measure 0007 | 2006 4 조습 |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01 | 200×

156cm | 디지털 프린팅 | 2008 5 심영식 | 날개 camouflage 시리즈 4 | 60×12×30cm | 아크릴 |

2011 6 소현우 | 잔혹동화 3-2 | 95×80×180cm | 스테인레스스틸 | 2011 7 심영식 | 뿔 camouflage

시리즈 3 | 60×20×70cm | 아크릴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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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29

세계관을 사용자 스스로 판단하고 집단으로 행동한 사건으로, 개

발자가 정한 게임의 룰을 유저의 자의적인 룰로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본래 게임 안에서 사용자는 개발자가 던져준 임무를

따르며, 사냥 행위 등으로 아이템을 모으고 레벨을 올리는 것이 적

절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바츠혁명’은 유저들이 절대권력을 가진

소수 집단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의지로 가상 세계의 정의를 위해

싸운 사건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게임이 구축하고 있는 세계관과

현실 세계와의 충돌이 어떻게 우리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현실의

삶을 조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가상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어떻게 실재의 사람들이 연대를 조직하며 협력하는

지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현실보다 정의로웠던 비현실

‘바츠혁명’에서 유저들은 온라인게임에서 제한된 커뮤니티 영역을

넘어 각 집단 간의 협의와 토론을 통해 현실 세계와 다른 방식으

로 소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현실 정치와 제도적 권력은

특정 집단 간의 폐쇄성을 보이는 반면, ‘바츠’라는 가상공간 안에

서는 권력 구조가 상대적으로 명료하게 드러난다. 게임은 비현실

적인 세계관을 상정하지만, 유저들의 이상은 현실보다 정의로웠다.

혁명의 주인공들은 게임이 정한 룰을 ‘집단 희생’으로 극복했다.

게임의 룰만 보면 레벨1은 절대 레벨100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바츠의 민중은 게임의 룰을 역이용한다. 레벨1 유저 100명의 동시

다발적 행위가 레벨100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무모한

행위를 반복한다.

이상적인 거울, 가상적인 현실

그러나 바츠혁명의 결말은 생각만큼 이상적이지 않았다. 절대권력

을 무너뜨린 민중은 곧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였고 결국 분열

된다. 현실의 역사와도 흡사한 이들의 모습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또 다른 가상공간에서도 이룩할 수 없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여운만을 남긴 셈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가상 세계를 유토피

아 혹은 우리의 욕망을 구현할 또 다른 세상으로 인식해 왔다. 하

지만 바츠서버 같은 가상공간도 결국엔 인간의 사고를 반영하는

현실 세계의 거울과도 같다. 지금도 바츠서버 안에서는 유토피아

를 꿈꾸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유저들이 있다. 이들은 혁명

따위는 까마득하게 잊은 채 연대와 배신을 반복하며 오늘도 가상

의 영토를 유영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공

간 어딘가에 내려놓은 채 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B1이라

는 유저처럼, 도달할 수 없는 삶의 한계는 여기에도 거기에도 존재

하는 법이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 <게임×예술-바츠혁명>전

장 소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기 간 6월 25일(월)~9월 2일(일)

관 람 료 성인 4000원 | 학생 및 군인 2000원

할 인 경기도민, 단체(20인 이상) 50% 할인 *신분증 지참, 중복할인 불가

무료입장 65세 이상, 7세 미만, 장애인(1~3급 동반 보호자 1인 포함), 국가유공

자와 배우자, 인솔교사 1인

문 의 www.gmoma.or.kr | 481-7007~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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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 생 의 한 줄 | 즐 거 이 읽 는 책

나카야마 세이코 님의 청소년문학 <산촌유학>(문원, 2012)을 금세

다 읽습니다. 갓난쟁이 둘째를 가슴에 얹혀 재우면서 이 책 하나

훌러덩 읽습니다. ‘산촌유학’이란 도시에 사는 아이를 시골로 보내

배우게 하는 일인데, 시골에서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살림집 가운

데 한 곳으로 ‘도시 아이가 들어가서’ 그 집 아이와 똑같이 살아가

도록 합니다.

26쪽을 보면 ‘별이 이렇게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어쩐지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일본은 어디든 비슷할 거라고 생

각했는데… 소리, 냄새, 색깔, 빛, 바람… 여기는 내가 사는 곳(도

쿄)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참말 시골 밤하늘

별은 밝습니다. 도시 밤하늘에는 별이 밝지도 않으나 별이 뜰 수조

차 없습니다. 아니, 도시에서 살아갈 때에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일

이 없고, 밤하늘을 생각할 일마저 없곤 합니다.

경기 파주 책도시 한편에서 5월 한 달 제 사진잔치를 마련했습

니다. 사진잔치를 나 스스로 기리며 식구들하고 먼 마실을 떠납니

다. 들새 소리와 바람 냄새와 햇살 빛깔과 들풀 빛무늬 어여쁜 시

골집을 떠나 여러 날 파주에서 머물렀습니다. 시골집 날씨와 여러

날 묵을 일을 헤아리며 두 아이의 옷가지를 챙겼는데 막상 파주

책도시에 닿으니 복사열이 대단해 두 아이 모두 더위에 시달립니

다. 더욱이 걸을 만한 들길이라든지 오를 만한 멧자락이라든지 쉴

만한 나무그늘이라든지 마실 만한 냇물이라든지 먹을 만한 들풀

이라든지 하나도 없습니다.

청소년문학 <산촌유학>에 나오는 도쿄 청소년들은 ‘시골에 편

의점이 없어 과자나 청량음료를 사 마실 수 없겠다고 걱정’합니다.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볼일 보러 아이들 이끌고 찾아간 우리 식

구는 ‘도시에 쉬고 걸으며 먹을 너른 들판과 숲이 없다고 새삼스레

깨달으며 걱정’합니다.

글, 사진 최종규 작가

즐거이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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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31

복사열과 아스팔트와 시멘트집에 시달린 끝에 시외버스와 여

러 차를 갈아타고 예닐곱 시간 만에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짐을

풀고 벌렁 드러누워 달게 잔 이듬날 아침, 아이와 함께 그림책 <루

비의 소원>(비룡소, 2003)을 읽습니다. 1900년대 첫 무렵 중국에서

있던 일을 이야기책으로 빚었다 합니다. 사내로 태어난 사람만 글

을 가르치고 가시내로 태어난 사람은 집일과 살림을 배우느라 글

을 배울 수 없다던 지난날, 그림책 주인공 ‘루비’는 할아버지를 깨

우칩니다. 루비네 할아버지는 루비한테 “아가, 네가 왜 이런 시를

썼는지 정말로 알고 싶구나. 남자아이들에게 어떻게 더 잘 해준다

는 거니?” 하고 물어요. 할아버지 말씀을 듣던 루비는 할아버지가

알아들을 만한 가장 쉬운 보기를 찾습니다. 이를테면 전병을 줄 때

에 사내한테는 더 달콤한 자리를 떼어 주고, 가시내한테는 퍽퍽한

데를 떼어 준다는 말을 들려줍니다.

곰곰이 돌이켜봅니다. 곁에서 누군가 깨우쳐주지 않으면 참으

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곁에서 쉽고 살가우며 따스

한 눈길이나 손길이나 마음길이나 말길로 깨우쳐주더라도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림책 할아버지는 당신 손녀

가 넌지시 깨우쳐주는 말마디를 잘 삭힙니다. 가시내를 대학교까

지 보내는 일이 아주 없다던 때에 그림책 주인공 루비는 처음으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만화책 <사원 시마, 주임 편>(서울문화사, 2008)을 읽습니다.

첫째 권 70쪽에 ‘평사원 시마’가 “우직해도 좋다. 출세 못해도 좋

다. 난 이런 자세를 관철하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평사원

시마 주임은 이처럼 혼잣말을 하지만, 만화책 흐름을 보면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며 전무와 이사를 거쳐 사장에 이릅니다.

마음을 쉬고 싶어 <어머니전>(호미, 2012)이라는 책을 펼칩니

다. 섬마을에서 ‘스스로 고향이 된’ 할머니들 이야기가 가득합니

다. 섬 할매 한 분은 “자식들 있어도 다 객지 가 사요. 큰아들은 서

울서 살고, 나는 이라고 삽니다. 이게 편합니다. 시골 사람은 시골

사는 게 좋습니다(111쪽)” 하고 말씀합니다.

그래,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좋아할 만한 곳에서 가장 좋아할

만한 삶을 일구며 사랑을 합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들

길을 거닐며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꿈을 읽다가,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 노랫소리 들으며 삶을 읽습니다.

별이 이렇게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어쩐지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소리, 냄새, 색깔, 빛, 바람… 여기는 내가 사는 곳과는 완전히 다르다… -<산촌유학> 중

글 쓰고 사진 찍는 최종규는 전남 고흥 동백마을에서 네 식구 오붓하게 살아가며 글을 쓴다. <뿌

리 깊은 글쓰기>,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같은 책을 썼다. <경기문화나루>는 최종규 작가의 ‘내 인생

의 한 줄’을 연재합니다. 글 향기 가득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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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 고 싶 은 길 | 안 산 대 부 해 솔 길

이 바 다 를

너 와 함 께

걷 고 싶 다

안 산 대 부 해 솔 길

여름의 시작, 푸른 바다를 만나러 하늘이 마중 나왔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안산 대부해솔길은 시원한 해풍과 초록 바다 냄새 그리고

반짝반짝 일렁이는 파도에 온몸이 하늘로 둥둥 떠오를 것만 같은 투명한 공기 같은 길이다. 오늘 대부도를 걷고 싶은 만큼 걷고 싶다.

글 박종강 경기문화재단 기획팀 | 사진 한아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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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33

맑은 날은 맑은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바다를 품은 풍경은 그

대로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뜨거운 낭만과 추억이 있는 여름 바

다를 실컷 볼 수 있는 안산 대부해솔길에 다리를 맡겼다. 구불구

불 해안도로를 발아래 두고 걷는 산길은 화가도, 시인도 되는 낭만

의 길이었다.

길을 품은 바다에 서다

이제는 섬島이라는 추억도 기억의 저편에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지

만, 그래도 대부도는 역시 섬이다. 그것도 혼자만의 섬이 아니라, 다

리로 이어져 섬 아닌 섬이 된 영흥도와 선재도, 선감도, 오늘의 목

적지 구봉도와 탄도까지 아우르는 배가 아닌 차로 가는 섬, 섬이

맞다. 안산시의 대부해솔길은 현재 구봉도와 탄도, 두 군데 코스가

먼저 개발되면서 전망대를 비롯해 휴식공간과 안내판 등 편의시

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구봉도는 안산에서 시화방조제를 넘어 만나는 첫 번째 동네

에서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온 여행자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반짝이는 바다와 눈인사를 나눈다. 밀물과 썰물, 푸른 바다와 검

은 갯벌…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지구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

어 물을 빨아드린다는 이상한 상상을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피식 웃고 구봉도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다. 밀물 때

는 푸른 바다를, 썰물 때는 넓게 드러난 갯벌을 한 번씩 힐끗거리

며, 소나무 길을 걷다 서쪽으로 저 끝에 보이는 섬이 바로 구봉도

다. 차를 가져왔다면 종현어촌체험마을 부근에 주차를 하고 구봉

도 탐방에 나서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천천히 바다를 그리고 소나

무 향을 음미하며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넓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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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35

바다와 솔내음과 함께 걷는 ‘안산 대부해솔길’은 현재 종현어촌체험마을과 낙조전망대, 구봉약

수터를 도는 1코스를 비롯하여, 대부도 일원에 7개 코스, 약 74km의 대부해솔길을 안산시에서

조성하고 있다. 또한 대부도에 가면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바지락칼국수다. 시화방조제가 건

설되면서 유명세가 더해진 바지락칼국수가 빠지면 아쉬움이 남는다.

를 품은 구봉도를 묵묵히 걷기만 하는 건 분명 자연에 대한 예의

가 아니다.

내 안의 바다 그리고 길

종현어촌체험마을 입구를 들어서면서 드넓은 바다가 나를 기다

리고 있다. 그리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백사장과 하얀 굴 껍질이

가득한 바닷가길,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오는 ‘할매할배바위’. 그

길 끝에 구봉도 개미허리가 있고, 개미허리 나무다리를 넘어서면

매일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다는 낙조대가 있다. 낙조대에 서면 동

쪽으로는 시화호방조제와 조력발전소가, 서쪽으로는 영흥도 화력

발전소 굴뚝과 멋진 현수교 형식의 연륙교를 비롯해 자월도, 이작

도 등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과 남쪽으로는 대부도 본섬이, 북쪽

으로는 한창 활발히 개발 중인 인천 송도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

다. 구봉도는 여름에는 숲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바라보는 바다에

행복하고, 봄이면 지천에 핀 야생화에 감동하고, 눈 내리는 겨울에

는 고요함과 쓸쓸함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 되겠다는 생각

이 드는 순간 때마침 산들산들 시원한 바다바람이 분다. 이게 전

부가 아니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구봉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잠

깐 바다에 발을 담궈본다. 발뿐 아니라 온몸이 바다가 된다.

바다와 섬, 섬과 바다

바다와 육지가 이렇게 지척이니 안산은 참 재미있는 동네다. 그리

고 그 사이에 올망졸망 늘어선 섬들이 있어 더 그렇다. 구봉도에서

탄도항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타면 전문규미술관과 전통방식 그

대로 소금을 만드는 동주염전 그리고 경기창작센터를 지난다. 경

기창작센터는 대부도 특산물 포도 상자를 예쁘게 디자인했고, 이

곳 대남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방과 후 미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대부도의 아름다운 낙조와 예쁜 바닷길이 창작센터의 작가

들과 섬 주민을 이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부도 전체를 도

는 123번 버스를 타고 터덜터덜 구봉도에서 선감도로 다시 탄도항

누에섬까지 가니 멀리 여행 온 것 같은 묘한 감상에 젖는다. 탄도

항은 해마다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리는 곳이자 누에섬 탄도항 풍

력발전기와 썰물이면 열리는 1.5km의 신비로운 바닷길, 그리고 그

길 끝의 등대전망대로 더 유명하다.

탄도항과 이름 모를 작은 섬들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여름 내

내 손톱에 빨갛게 물든 봉숭아꽃보다 더 붉은 낙조를 보며 바다와

섬, 섬과 바다 사이에 길을 내 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

다. 사람이 움직이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온다는 것은 정말 어마

어마한 일이기 때문에….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보았다. 걷는 만큼 보인다, 걷는 만큼 사랑한다.

탄도항과 누에섬 사이의 바닷길에는 풍력발전기가 우뚝 서 있다. 탄도항은 특히 저녁 해가 기울어질 무렵 서서히 열리는 신비한

바닷길과 어우러진 풍경이 사람들을 탄도항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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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마 트 기 자 단 이 간 다 | 특 별 한 듯 특 별 하 지 않 은 감 성 의 이 끌 림

대다수의 사람은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발

걸음을 옮기는 비슷한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가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무료함을 느껴 일탈을 꿈꾸곤 하지

만 이내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백남준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특별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다. 비단 그가 남긴 작품뿐

만 아니라 삶의 궤적이 우리 일상과 다른 모양새를 가질

뿐, 사실은 우리가 늘 꿈꾸는 상상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

를 표현하기 위한 몸짓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지만 단순한 화두를 던지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를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

려놓은 1970년대 이래 지금까지 500만 명 이

상의 비디오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예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백

남준을 기념하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용인에 있

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작품으로 내겐 마치

우주 여행자처럼 여겨지던 예술가 백남준이 우리 가까

이 돌아와 반갑게 맞이하며 비밀스런 속내를 털어줄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았다. 마

침 그곳에서는 백남준과 생전에 그의 뇌 구조를 가장

잘 이해했을 법한 존 케이지John Cage를 다룬 기

획전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가

열리고 있었다. 신선하고 발랄한 두 거장의 머

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두 거장의 예술적 교집합과 그

너머를 따라가 보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일상의 예술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감성의 이끌림백남준 아·트·센·터

글 양은주 경기문화재단 2기 스마트기자단 | 그림 Willson. P. Mark 경기문화재단 2기 스마트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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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은 천년 경기 문화의 메신저 스마트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운영기관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는 2기 기자단의 활동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애정과 유희. 존 케이지와 백남

준이 던지고자 했던 화두가 습관과 전통이라는 틀 속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다소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단순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들은 어른이 될수록 꿈과 상상을 잃어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사물

하나하나에 능숙하게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하늘을 날

아다니는 열차를 타고 해저 2만 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세

상을 꿈꾸는 어린아이가 갖는 무한한 상상력을 그들은 보통의 어

른보다 조금 더 간직한 채 동심의 감성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한 소고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 내내 무심코 지나치던 많은 소리에 대해

귀기울여보고픈 충동이 마구 샘솟았다. 신발과 흙 사이의 마찰음,

책상 위 따각따각 키보드 소리…. 백남준을 만나러 간 백남준아

트센터에서 되레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와 다시금 마주하는 경험

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의외의 유쾌한 수확으로 여겨지

리라. 오늘, 나만의 4분 33초, 나만의 필름을 위한 선이 수없이 펼쳐

질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2기 스마트기자단 양은

주 기자는 뉴욕 맨하튼 여행 중 백남

준 추모행사를 보고 백남준을 알게 됐

고, 마크 기자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

고, 한국이 좋아 현재 국제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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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체 험 | 경 기 도 어 린 이 박 물 관 < 내 친 구 를 소 개 합 니 다 >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모인 다문화마을 친구들

내 친구의 엄마네 나라 이야기… 다문화는 더 이상 바다 건너 낯선 나라의

삶의 방식이 아니다. 친구를, 이웃을, 그리고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 다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전시실로 향한다. 경기도에는 30만 명의 외국인이 산다.

글 박주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팀 | 사진 이학성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수줍음 많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그동안 숨겨온 엄마네 나라

이야기를 전시품으로 풀어놓았다. 중국 등불, 인도네시아의 꽃, 일

본 전통놀이, 베트남 화폐 속 문화 이야기 등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다문화 특성화 전시가 새로운 전시물과 함께 재개관한다.

문화의 다양성이 창의력으로

“니하오?好!”, “곤니치와こんにち-は!”, "차오Chao!”, “아파카바르

Apa kabar!” 경기도어린이박물관 3층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전

시실에 들어서면 4명의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서로 다른 나

라 언어로 인사하지만 만나서 즐겁고 반가운 마음은 모두에게 전

해진다. 이곳은 경기도 다문화가정 어린이 4명의 참여로 완성된

전시실로 주변에 눈길을 돌려 귀를 기울이면 이들의 이야기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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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어린이박물관 여름방학 특별 다문화프로그램

장 소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전시실, 교육실

기 간 2012년 7~8월, 목·토·일요일

베트남 : 7월17~30일 | 필리핀 : 7월31일~8월13일 | 몽골 : 8월 14~27일

대 상 초등학생

참 가 비 무료(박물관 입장료 별도)

문 의 270-8600 | www.gcmuseum.or.kr | 트위터 @gcmuseum01

| 페이스북 /gcmuseum

쿠와라이 놀이를 하며 웃음 짓고, 화폐 속 주인공과 나라의 문화

에 대해 알아보는 체험 전시도 추가된다. 유아, 초등학생 연령대의

어린이 관람객 모두가 체험전시를 통해 여러 문화에 대해 알아보

면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는 마음 자세를 기들 수 있도

록 돕는다.

낯설지만 반가운, 즐거운 문화의 만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용인시 등 박물관 인근의 다문화지원센터

와 협력하여 ‘여름방학 특별 다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시실

과 교육실에서 진행될 이번 프로그램은 베트남, 몽골, 필리핀의 전

통 소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체험해보는 내용이다. 결혼 이

주민 여성이 다문화강사로 나서는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

으며, 각 나라의 전래동화를 들어보며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비

교해보는 시간도 있다. 이를 통해 박물관은 이주민과 선주민이 자

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는 장이 되는 동시에 다문화가정의 어린이

들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한다. 앞으로도 경기도어린이박물

관은 2014년 개최 예정인 ‘제3회 아시아 어린이박물관 컨퍼런스’의

주제인 ‘다문화’와 연계하여 어린이박물관이 다문화 허브로서 역

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곳에서 흘러나온다. 경기도는 외국인, 다문화가정 거주 비율이 높

은 지자체로 다문화연구학교를 지정하여 운영 중이며, 올해 정부

에서는 ‘다문화 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여 다문화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재능으로 키워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이주민을 위한 한

국 문화 교육뿐만 아니라 선주민에게 각 나라의 고유 문화를 알려

주는 다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서 함께 살아가는 일원으로서의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에

서 다문화 전시실을 기획하였다.

어린이, 가족을 위한 다문화 체험공간

다문화 상설전시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4명의 집과 놀이터, 음식점, 옷가게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 마을이

다. 관람객은 가족 앨범, 어린이 인터뷰 영상, 전통 소품 등으로 주

인공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엄마네 나라 문화를 체험한다. 태권도

를 좋아하는 구릿빛 피부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한국 전통춤만큼

일본 전통춤에도 관심이 많은 어린이, 학교에서 베트남 전통 대나

무놀이를 친구들과 즐겨 하는 어린이, 한국 만두만큼이나 중국

만두를 잘 만드는 어린이가 전시실 주인공의 친구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일상생활과 함께 장래 희망을

듣는다.

다문화마을을 더욱 다문화마을답게!

특히 다문화마을은 올여름 더욱 풍성해진다. 붉은 등불을 달며

중국 거리를 꾸며보고,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거대한 꽃 라플레

시아를 퍼즐로 맞춰보며 커피, 도마뱀 등 인도네시아 자연환경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 명절에 어린이들이 즐겨 하는 전통놀이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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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체 험 | 경 기 도 어 린 이 박 물 관 교 육 프 로 그 램 안 내

속닥속닥 두근두근 박물관 속으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교육 프로그램

40

<또래몸짓놀이-신체놀이 프로그램>

소도구 및 악기를 이용한 신체활동

● 날 짜 : 수·금요일(방학 기간 제외, 12월까지 운영)

● 시 간 : 오전 11시 30분~12시

● 인 원 : 영유아와 부모 10팀

● 장 소 : 2층 교육실

<거짓말쟁이 코 만들기>

거짓말했을 때 변하는 피노키오의 표정과 길어진 코를 표

현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둘째·넷째 주 화·목요일 ● 인 원 : 유아 15명

● 시 간 : 오후 3시 ● 장 소 : 2층 교육실

<고래 뱃속 탈출 그림>

내가 피노키오라면 어떻게 고래 뱃속을 탈출했을지 그림

으로 표현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첫째·셋째 주 화·목요일 ● 인 원 : 유아 15명

● 시 간 : 오후 3시 ● 장 소 : 2층 교육실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우리 몸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신체의 움직임

을 탐색 한 후 그림자 인형카드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매주 토요일 ● 인 원 : 유아 15명

● 시 간 : 오후 2시 ● 장 소 : 2층 교육실

<다양한 느낌! 재미있는 상상!>

다양한 촉감을 통해 받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매주 일요일 ● 인 원 : 유아 15명

● 시 간 : 오후 2시 ● 장 소 : 2층 교육실

영아 (3,4세) 유아 (6,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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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여름은 곧 방학이다. 학교 공부를 잠시 잊고 어린이답게 지낼 수 있는 신나는 방학!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방학의 추억을 만들도록 돕는다. 엄마 아빠의 따뜻한 마음과 아이들의 행복한 하루를 위한 박물관의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정리 김은주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팀 | 사진 이문규 etc스튜디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제공 | 참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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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따라 박물관 한 바퀴~>● 날 짜 : 매주 화~금요일 ● 인 원 : 초등 25명

● 시 간 : 오후 4시 ● 장 소 : 2층 교육실

<스토리북 만들기>

내가 피노키오라면 고래 뱃속에서 어떻게 했을지 이후 상

황을 스토리북으로 완성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둘째·넷째 주 수·금요일 ● 인 원 : 초등 25명

● 시 간 : 오후 3시 ● 장 소 : 2층 교육실

<마리오네뜨 만들기>

피노키오 이야기를 이해하고 세계의 여러 다양한 모습의

피노키오 인형을 감상하고 자신만의 마리오네뜨를 만들

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셋째 주 수·금요일 ● 인 원 : 초등 25명

● 시 간 : 오후 3시 ● 장 소 : 2층 교육실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의 구조와 심박동의 원리를 이해하고 심장 팝업카드

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매주 일요일 ● 인 원 : 초등 25명

● 시 간 : 오후 4시 ● 장 소 : 2층 교육실

<주제 따라 박물관 한 바퀴~>● 날 짜 : 매주 토·일요일

● 시 간 : 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총 2회)

● 인 원 : 초등 10명

● 장 소 : 1층 안내데스크(30분 소요)

<그림의 미스터리 풀기>

눈이 만들어내는 착시의 원리를 이해하고 착시현상을 응

용한 작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 날 짜 : 매주 토요일 ● 인 원 : 초등 25명

● 시 간 : 오후 4시 ● 장 소 : 2층 교육실

※ 교육 프로그램 신청 안내

• 프로그램 신청은 당일 현장에서 받습니다.

• 프로그램 입장시간 및 해당연령을 꼭 지켜주세요.

• 수업시간 30분 전부터 순번 대기표를 배부합니다.

• 교육 프로그램 참가 전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 학습자료실에서 활동지를

다운로드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은 무료 참가입니다.

• 어린이 문화예술 공연은 주말 개인 관람객에 한해 당일 선착순 접수로 운영합니다.

<속닥속닥 함께 모여>● 날 짜 : 매주 화~금요일

● 시간 & 장소 :

● 참가 인원 : 10명

3층 전시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오후 4시

<동화 속 보물찾기> 오후 4시 30분

2층 전시실

<한강과 물> 오후 3시

<우리 몸은 어떻게?> 오후 3시 30분

8월 여름방학 프로그램(교육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소리 찾기(악기 만들기)

자연의 색 흠뻑 담기!(두건 꾸미기)

나만의 슈퍼카(자동차 만들기)

발리 원주민에게 깡통이 가져다 준 선물(악기 만들기)

유아

초등학생

초등학생 영유아,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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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4, 15, 21, 22 28, 29 4, 5 11, 12, 18, 19, 25, 26 1, 2 15, 16, 22, 23 21, 22, 27, 28 10, 11, 17, 18 24, 25 8, 9 15, 16, 22, 23

공연명콧털 매직 유랑단

‘수리 수리 마수리’

재활용밴드 나라와

함께 떠나는

‘우리 음악 여행’

얘들아 같이 놀자 재밌는 오페라 이야기 마지막 거인 리듬 쉐이크창작 판소리

‘꾀쟁이 막둥이’구공탄 눈사람

내용

악독하지만 인정이 있는 유랑단장,

세계 최고의 마술사라고 자기 혼

자만 인정하는 콧털마술사, 거울보

기의 달인 미녀 댄서, 마음은 따뜻

하지만 실수투성이 개구쟁이 광대.

이 네 사람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를 그린 지상 최고의 소박한 매직

쇼가 펼쳐진다. 한때 전성기를 누

렸던 콧털매직 유랑단은 관객이 없

어 적자 운영에 시달리며 해체 위

기를 맞게 되어 마지막 매직쇼를

준비하게 되는데….

우리의 전통음악을 통해 미

래의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

며,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

들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한

다. 연주자와 함께 연주도 해

보고 무대에 올라가 같이 뛰

어보는 등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 형식의

공연이라 아이들이 재밌고

즐겁게 서로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재활용 놀이의 향연! 익살맞은 광대 네

명이 신문지 놀이 등 우리 주위의 버려

진 재활용품을 이용한 신나는 놀이극

을 펼친다. 또한 온갖 사물에서 나는 소

리를 들어보며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

계로 빠져들게 이끌어준다. 우리가 늘

보는 폐품에서 나는 소리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뿐 아니라 상모

돌리기, 탈춤 추기 등 신나는 전통놀이

도 즐길 수 있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회와는 달리 귀와

눈으로 감상하며 즐길 수 있도록 기획

했다. 특히 정적인 연주를 배제하고 동

적이며 쉬운 접근법을 시도하여 자칫

지루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음악회와는 달리 클래식을 잘 모르는

대중도 편안하고 유쾌하게 연주를 즐

길 수 있게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벗어난 공

연장 체험을 통해 또 다른 즐거운 학습

기회를 제공해준다.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인 프랑

수아 플라스의 동화 <마지막 거인>

을 토대로 한 어린이극. 탐험가인

주인공 아치볼트가 자연을 상징하

는 거인과 만남게 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연

극적 요소와 더불어 그림자극, 애

니메이션, 무용 등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다원예술적인 무대 효

과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환경의 소

중함을 깨달을 뿐 아니라 여러 장

르의 예술 효과를 접하도록 했다.

리듬습격단의 좌충우돌 리듬 습

격기로 리듬과 스토리가 어우러

진 복합 무대를 선보인다. 창의력

이 쑥쑥 자라게 하는 이미지 리듬

연극으로 듣는 리듬을 보는 연극

으로 승화시켜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생각의 범위를 제

한하지 않는 구성으로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리듬을 통해 사물을 다시 바라보

게 되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생각

을 만들어내는 체험이 될 것이다.

전래 민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연극적 형식을

결합하여 쉽고 재미있게

한국적 정서를 전달한다.

괴팍스러운 주인 김 진사

의 한양 가는 길에 동행

하게 된 꾀 많은 하인 막

둥이. 막둥이가 여러 가

지 기발한 방법으로 자

신을 골리자 김 진사는

복수를 결심하는데....

조금은 색다른 퍼포먼스 형식의 인형극으로 톡톡 튀는 음

향효과와 배우들의 몸짓으로는 재미와 웃음을, 공연의 시

작부터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노래와 감성적 멜로디는 관

객들에게 잠시나마 겨울 추위를 잊게 할 가슴 따뜻한 감

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인형들이 등장해 펼치는 마임과 그

림자극 등 다양한 형식의 인형극을 통해 호기심 많은 아

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감성을 키워주는 공

연이다. 눈이 오면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하고, 구공탄을 굴려 다 같이 힘을 모아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던 개구쟁이 아이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아이

들에게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기 좋을 듯.

비고<어린이와 다 함께!>

/ 공연시간 40분환경 공연 해설음악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 환경 공연 타악 공연 <리듬 속으로> 송년 공연 <겨울 이야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어린이 문화예술 공연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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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어린이박물관 이용 안내

위 치 용인시 기흥구 상갈로 6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마감 오후 6시)

입 장 료 만 3세(36개월) 미만 무료(증빙서류 지참 필수) | 만 3세(36개월) 이상 4000원

할 인 경기도민, 단체(20인 이상) 50% 할인 *신분증 지참, 중복할인 불가

무료입장 65세 이상, 장애인(1~3급 동반 보호자 1인 포함), 국가유공자와 그 배우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인솔교사 단체 20명당 1인 등

문 의 270-8600 | www.gcmuseum.or.kr | 트위터 @gcmuseum01

| 페이스북 /gcmuseum

※ 장소 : 경기도어린이박물관 2층 소강당 ※ 문화예술 공연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변경 시 사전 공지해드립니다.

2012 no.23 43

공연일시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4, 15, 21, 22 28, 29 4, 5 11, 12, 18, 19, 25, 26 1, 2 15, 16, 22, 23 21, 22, 27, 28 10, 11, 17, 18 24, 25 8, 9 15, 16, 22, 23

공연명콧털 매직 유랑단

‘수리 수리 마수리’

재활용밴드 나라와

함께 떠나는

‘우리 음악 여행’

얘들아 같이 놀자 재밌는 오페라 이야기 마지막 거인 리듬 쉐이크창작 판소리

‘꾀쟁이 막둥이’구공탄 눈사람

내용

악독하지만 인정이 있는 유랑단장,

세계 최고의 마술사라고 자기 혼

자만 인정하는 콧털마술사, 거울보

기의 달인 미녀 댄서, 마음은 따뜻

하지만 실수투성이 개구쟁이 광대.

이 네 사람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를 그린 지상 최고의 소박한 매직

쇼가 펼쳐진다. 한때 전성기를 누

렸던 콧털매직 유랑단은 관객이 없

어 적자 운영에 시달리며 해체 위

기를 맞게 되어 마지막 매직쇼를

준비하게 되는데….

우리의 전통음악을 통해 미

래의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

며,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

들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한

다. 연주자와 함께 연주도 해

보고 무대에 올라가 같이 뛰

어보는 등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 형식의

공연이라 아이들이 재밌고

즐겁게 서로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재활용 놀이의 향연! 익살맞은 광대 네

명이 신문지 놀이 등 우리 주위의 버려

진 재활용품을 이용한 신나는 놀이극

을 펼친다. 또한 온갖 사물에서 나는 소

리를 들어보며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

계로 빠져들게 이끌어준다. 우리가 늘

보는 폐품에서 나는 소리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뿐 아니라 상모

돌리기, 탈춤 추기 등 신나는 전통놀이

도 즐길 수 있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회와는 달리 귀와

눈으로 감상하며 즐길 수 있도록 기획

했다. 특히 정적인 연주를 배제하고 동

적이며 쉬운 접근법을 시도하여 자칫

지루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음악회와는 달리 클래식을 잘 모르는

대중도 편안하고 유쾌하게 연주를 즐

길 수 있게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벗어난 공

연장 체험을 통해 또 다른 즐거운 학습

기회를 제공해준다.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인 프랑

수아 플라스의 동화 <마지막 거인>

을 토대로 한 어린이극. 탐험가인

주인공 아치볼트가 자연을 상징하

는 거인과 만남게 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연

극적 요소와 더불어 그림자극, 애

니메이션, 무용 등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다원예술적인 무대 효

과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환경의 소

중함을 깨달을 뿐 아니라 여러 장

르의 예술 효과를 접하도록 했다.

리듬습격단의 좌충우돌 리듬 습

격기로 리듬과 스토리가 어우러

진 복합 무대를 선보인다. 창의력

이 쑥쑥 자라게 하는 이미지 리듬

연극으로 듣는 리듬을 보는 연극

으로 승화시켜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생각의 범위를 제

한하지 않는 구성으로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리듬을 통해 사물을 다시 바라보

게 되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생각

을 만들어내는 체험이 될 것이다.

전래 민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연극적 형식을

결합하여 쉽고 재미있게

한국적 정서를 전달한다.

괴팍스러운 주인 김 진사

의 한양 가는 길에 동행

하게 된 꾀 많은 하인 막

둥이. 막둥이가 여러 가

지 기발한 방법으로 자

신을 골리자 김 진사는

복수를 결심하는데....

조금은 색다른 퍼포먼스 형식의 인형극으로 톡톡 튀는 음

향효과와 배우들의 몸짓으로는 재미와 웃음을, 공연의 시

작부터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노래와 감성적 멜로디는 관

객들에게 잠시나마 겨울 추위를 잊게 할 가슴 따뜻한 감

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인형들이 등장해 펼치는 마임과 그

림자극 등 다양한 형식의 인형극을 통해 호기심 많은 아

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감성을 키워주는 공

연이다. 눈이 오면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하고, 구공탄을 굴려 다 같이 힘을 모아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던 개구쟁이 아이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아이

들에게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기 좋을 듯.

비고<어린이와 다 함께!>

/ 공연시간 40분환경 공연 해설음악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 환경 공연 타악 공연 <리듬 속으로> 송년 공연 <겨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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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학 의 향 기 | 다 산 정 약 용 탄 생 2 5 0 주 년 다 산 의 마 지 막 잔 치 회 혼 례

다산의 마지막 잔치, 회혼례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부부로 60년을 함께 해야 맞는 회혼례.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다산은 부인과 이별한다. 실학박물관은 2세기만에

다산의 회혼례를 재현한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경건함과 기쁨이 묻어나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글 심승구 다산 회혼례 재현행사 고증위원,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ICOMOS한국위원회 집행위원 | 사진 이현구 etc스튜디오 |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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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1836년(헌종 2) 2월 22일 경기도 광주부 소내(현 남양주

시 조안면)에서 세상을 떴다. ‘조선 실학의 집대성’이라는 거대한

족적을 뒤로한 채 짧지 않은 75세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타계한

날은 원래 회혼례가 열릴 예정이었다. 두 아들과 딸이 평생 생사고

락을 함께한 노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마련해놓은 터였다.

오래전에 초대받은 일가친척과 제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재馬峴

의 여유당與猶堂을 찾았다가 갑자기 문상객으로 바뀌어 큰 충격

과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회혼은 천에 한둘

다산 내외를 위해 준비한 회혼례는 혼인한 지 60년을 기념하는 잔

치다. 회혼례는 신혼 때의 합환주 잔을 다시 든다 하여 회근례回巹

禮, 중근례重巹禮, 회근연回巹宴, 중뢰연重牢宴이라고도 하였다.

이 예식이 언제부터 비롯됐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문헌에는 17세

기 초부터 회혼례의 용례가 확인된다. 당시 <예서禮書>에 실린 의

례가 아닌 탓에 그 시행을 두고 유학자들의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

만 워낙 드물고 귀한 경사로 여겨지면서 사대부가에서 회혼례가

크게 성행하여 새로운 조선의 가례家禮로 정착되었다.

그 후 회혼례는 18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적인 의례로 발

전하였다. 인륜이 시작되는 부부가 장수하여 회혼에 이른 일이

곧 국가적 경사로까지 인식된 것이다. 실제로 영조는 회혼례를 맞

은 관리와 백성에게 물품과 음악을 하사하였고, 정조는 이미 죽

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훗날 회혼례를 신하들에게 준비시

킬 정도였다. 임금이 신하의 회혼례에 물품과 음악을 하사하는

일은 조선 말까지 이어졌다. 장혼(1759~1828)은 <이이엄집>에서

‘세상에 희귀한 일이라 칭하고 사람들이 경하하는 것이 세 가지

다. 생년의 회갑回甲, 등과의 회방回榜, 초례의 회근이다’라며 회갑,

회방, 회근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회혼은 권력으로 취할 수 없

고, 부富로도 구할 수 없으며, 현인군자의 덕으로도 얻을 수 없는

오직 장수한 후에야 가질 수 있는 행운이었다. ‘회갑은 열에 대여

섯이고, 회방은 백에 서넛이며, 회혼은 천에 한둘이다’라 할 정도

로 회혼은 경사 중의 경사였다. 조선 후기 선비들의 출세관과 인

생관을 반영한 평생도平生圖에 마지막 장면이 회혼례로 장식된

까닭도 바로 이런 연유다.

집안의 화목과 번성을 보이는 잔치

회혼례는 대청마루나 마당에 차일을 치고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

拜禮, 합근례合巹禮 순으로 진행하되, 노부부의 건강을 염려하여

간략한 절차에 따랐다. 이때 사위는 중방(신랑의 시중), 아들은 집

례, 며느리와 딸들은 수모(신부의 시중)의 역할을 한다. 혼례가 끝

2012 no.23 45

1 회혼례첩 작가 미상 | 18세기 | 견본담채 | 33.5×45.5㎝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회혼례첩은 결혼한 지 60년이 되는 해에 부부가 다시 혼례를 치르는 의식을 담은 그림이다 2 남양주 실학박물관 인근

다산 정약용 생가 여유당. 본래 위치는 다산유적지 입구 주차장 부근이었으나, 1925년 홍수로 소실되었던 것을 유적지 내에 복원하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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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면 실내로 자리를 옮겨 부부의 장수를 기원하는 헌수례獻壽禮

를 하였다. 이때 자손들은 잔을 올리고 시와 문장으로 부부의 해

로를 축하하며 송수를 기원하였다. 자녀들은 색동옷을 차려입고

노래자老萊子가 되어 부모 앞에서 춤추고 어리광으로 기쁨을 드

렸다. 혼례 때 음악을 쓰지 않는 것과 달리 회혼례는 경사스러운

날인만큼 삼현육각(북, 장고, 향피리 두 개, 대금, 해금)의 음악과

채의무彩衣舞라는 춤이 곁들여졌다. 또한 세도가에서는 광대와

기생들이 초청되어 소리, 춤, 재담, 곡예 등이 베풀어지기도 하였다.

회혼례는 집안의 화목과 번성을 보여주는 잔치다. 다산도 자식

들이 준비하는 회혼례를 허락한 터였다. 예설禮說에 묶이기보다

는 시속에 맞는 예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다. 그는 회혼례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듯하다. 회혼례가 있기 사흘 전에 병든 몸

을 이끌고 정신을 가다듬어 스스로 회근시를 썼다.

육십 년 풍상의 바퀴 순식간에 흘러갔는데

짙은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와 같구려

살아 헤어지고 죽어 떠남이 늙음을 재촉하건만

슬픔 짧고 기쁨 많아 임금 은혜에 감격하네

이 밤의 목란사 소리가 더욱 좋고

그 오랜 부인 치마의 먹 흔적은 아직도 남았네

갈라졌다 다시 합한 게 참으로 내 모습이니

두 합환주 잔 남겨서 자손에게 물려주리라

- 정약용, 「회근시」, <여유당전서>, 권7

18년 만의 재회, 고마운 아내

위 시는 회근례를 앞두고 썼으나 당일 세상을 떠남에 따라 다산의

마지막 시가 되었다. 다산은 15세 때 승지 홍화보(본관 풍산)의 따

님인 16세 처자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서울 회현동의 처가에서 초

례를 올린 어린 부부는 부친 정재원의 관직에 따라 서울과 지방으

로 옮겨 다녔다. 하지만 벼슬살이와 귀양살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월을 선대(압해정씨) 5대조부터 살아온 마재의 생가에서 살았

다. 다산은 6남 3녀를 낳아 여섯을 잃었다. 죽은 자식이 산 자식의

두 배라는 사실에 대하여 그는 “내가 하늘에 죄를 지어 잔혹함이

이와 같으니 어찌 할 것인가”라고 비통해 마지않았다. 무엇보다 아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끊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견뎌야 했던 아

내의 고통은 더 컸으리라.

다산은 부인 홍 씨의 내조에 힘입어 과거에 합격하고 벼슬길에

도 올랐다. 그러나 낮은 녹봉과 잦은 좌천으로 집안 살림은 농사짓

고 누에치는 부인에게 맡겨야 했다. 생계를 연약한 아내에게 의지

3 정약용은 남양주 마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남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쭉 마재에 머물렀다. 여유당은 다산의 호 가운데 하나로 세상을 겨울 냇물 건너듯 조

심스레 살자는 의미다 4 회혼례첩 작가 미상 | 18세기 | 견본담채 | 33.5×45.5㎝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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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47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거 급제로 이름 올린 일을 탄식할 정

도로 부인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다. 아내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

은 유배를 떠나며 더욱 깊어진다. 1801년 40세 나이로 유배에 오

른 그는 한강 건너 사평까지 어린 딸과 함께 배웅 나온 아내를 시

한 편으로 위로한다.

다산이 기약 없는 유배생활에서 택한 길은 학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를 그리워하며 떨어지는 눈물에 옷을 적시고 꿈속의 얼굴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부인도 같은 마음이었다. 7년이 지나도록 돌

아올 길이 막막해지자 홍 씨는 잠 못 이루며 강진으로 안타까운 편

지를 띄운다. 부인과 재회한 것은 유배생활 18년이 지난 뒤였다. 하

지만 57세의 반백이 되어 돌아온 그는 아내를 만난 기쁨도 잠시 <목

민심서>, <흠흠신서>, <아언각비> 등 500여 권의 저술에 몰두한다.

회혼, 과거의 회상은 과거를 되살아보는 것

그런 다산에게도 일흔다섯이 되어 회혼이 찾아왔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 그는 평생 집안을 지키고 18년 유배

생활을 먼발치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눈물짓던 홍 씨의 부덕을 잊

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가 회근시를 통해 신혼과 회혼을 떠올

리며 합환주 잔을 자손에게 남기려 한 까닭도 아내에 대한 고마움

과 위로가 깔려 있었으리라. 부부의 꿈은 백년해로하는 것이다. 배

우자를 천생연분으로 알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백발의 부

부가 되는 것은 누구나 바라나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다산 역시

회혼례를 눈앞에 두고 홀연히 세상을 하직한다. 부인 홍혜완은 그

뒤 2년을 더 살다가 다산의 묘에 합장되었다.

올해는 다산이 1762년에 태어난 지 250주년을 맞는 해다. 그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기 위해 곳곳에서 학술대회와 행사가 예정되

어 있다. 그 가운데 실학박물관에서는 오는 8월 4일에 다산 생가에

서 회혼례 재현을 준비 중이다. 다산의 회혼례를 복원함으로써 그

가 맞이했을 회혼례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당

시 회혼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다

산은 1810년(순조 10) 49세 때 혼례와 관련한 저술인 <가례작의家

禮酌儀>를 남긴다. 이 책에는 그가 바라던 혼례의 생생한 모습이 담

겨 있다. 아마 회혼례도 이 저술에 근거하여 의식과 홀기가 만들어

졌으리라 짐작된다. 하비 콕스가 <바보제>에서 지적했듯이 과거의

회상은 과거를 기록함으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되

살아봄으로써 이루어진다.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처음 재

현되는 회혼례는 인간 정약용의 마지막 삶을 조용히 느끼며 오늘

날의 부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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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식 의 문 화 재 읽 기 | 실 학 박 물 관 송 하 한 유 도

한 점의 그림이 당대의 모든 사상과 기술을 대변할 때가 있다.

실학박물관의 <송유한유도>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그림의

영조 친필은 김육에 대한 감사에 빗댄 개혁 의지라 하겠다.

글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재 전문기자 | 도판 실학박물관 제공

소나무

아래 선

노인

조선

실학의 다빈치

코드

실학박물관 <

송하한유도松下閒遊圖>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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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49

경기 남양주 실학박물관은 주변 풍광이 아마도 국내 박물관이나

미술관 중에서는 으뜸이리라. 지척에 조선 실학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다산 정약용이 안식에 든 묘소가 있고, 더구나 팔당호의 수

려한 수광水光과 함께하니 말이다. 하지만 실학 전문 박물관을 표

방한 이곳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신생인 까닭인지 유물 확보에

적지 않은 애로가 있어 전시실은 대체로 다른 기관에서 빌려온 것

과 복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송하한유도松下閒遊圖>라는 간판을 내건 이 조선 후기의 그림

은 사정이 이와는 좀 달라 실학박물관이 자체 확보한 소장품이다.

이 제목이 원래 그림 제목인지는 몰라도 이를 그대로 풀면 ‘소나무

아래서 한가로이 노니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눈대중

으로 수령이 수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한 언덕배기

에 이 나무를 뒤로하고 흰 수염이 더부룩하고 인상은 꼬장꼬장해

뵈는 노인 한 명이 차렷 자세 비슷한 모습으로 섰다. ‘윤건綸巾’이라

는 모자를 쓰고 ‘학창의鶴氅衣’라는 넓은 소매가 인상적인 옷을 걸

쳤으니, 흡사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듯한 장면이다. 이 노인이 조선

실학의 문을 연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육(金堉, 1580~1658)

이다. 그의 생전 어른이 되면서 얻은 또 다른 이름인 자字는 백후伯

厚, 호號는 잠곡潛谷이고, 죽은 뒤에 얻은 이름인 시호諡號는 문정

文貞이다. 이런 그가 등장하는 이 <송하한유도>는 어쩌면 조선 실

학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이 그림은 인조 15년(1637) 김육이 중

국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적에 중국 화가 호병胡炳이 그렸다.

한데 이 작품 오른쪽 상단에는 ‘잠곡 문정공 소상 어제찬’이라

는 글이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김육의 ‘작은 초상화’에다가 임

금이 손수 그를 기리고자 쓴 글이다. 작성자는 영조, 작성 시점은

신미년辛未年 2월이라 했으니 영조 27년(1751)이다. 이 글에서 영

조는 김육의 업적 중 하나로 ‘대동법 꾀하니 신통하다 할 것이다’

라고 사실을 언급했다. 나는 이를 김육의 재발견이라고 본다.

잠곡 문정공 소장 어제찬潛谷文貞公小像御製贊

윤건에 학창의 입고 솔바람에 서 있는 사람,

누구를 그린 것인가? 잠곡 김공이라네.

오래전 신하로 나라 위해 충정을 다했고,

옛사람의 의를 본받아 마음을 다하고 직분을 다하였네.

대동법을 도모하고 계획하니 신통하다 하겠다.

아! 후손들은 백 대가 지나도 우러르고 공경하라.

흔히 조선 실학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타개하

고자 일어난 실용實用 중시의 학풍이라 말한다 한다. 김육이 주도

한 대동법이라는 세제 개혁은 그 일환이었고, 민생고 해결에도 큰

역할을 했으니, 이것이 어쩌면 탕평책을 내세운 영조의 개혁 의지

와도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더구나 이런 움직임에서 동시대 중국

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저 그림에는 조선 실학을 설명하는

거의 모든 ‘다빈치 코드’가 들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1 송하한유도 | 17세기 | 호병 | 116×49.8cm | 실학박물관 소장 2 잠곡유고 | 17세기 | 김육 | 필사본 | 16×25.4cm | 14권 7책 | 실학박물관 소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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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체 험 | 전 곡 선 사 박 물 관 기 증 유 물 공 개 전 < 매 머 드 와 친 구 들 > 연 계 프 로 그 램

가족 탐정단, 아기 매머드 디마를 만나다

전곡선사박물관 기증유물 공개전 <매머드와 친구들> 연계 프로그램

한여름 더위를 날릴 빙하시대 탐험! 태블릿PC와 SNS로 재탄생한 나만의 매머드 만들기.

전곡선사박물관 기증유물 공개전 <매머드와 친구들>은 관람객을 빙하기로 안내한다.

글, 사진 심현철 전곡선사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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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개막한 전곡선사박물관 기증유물 공개전 <매머드

와 친구들>은 멸종 동물 매머드와 털코뿔소, 들소의 진품 화석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하지만 매머드는 커다란 상아

와 코끼리를 닮은 생김새, 온몸을 뒤덮은 복슬복슬한 털 말고는 알

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온 가족이 함께한 ‘나만의 매머드 만들기’

전곡선사박물관의 ‘가족 탐정단, 아기 매머드 디마를 만나다’는

가족끼리 협동해서 빙하시대의 매머드에 대해 알아가는 기획전

연계 프로그램이다. 참여 가족들은 매머드뿐만 아니라 빙하시대

의 환경과 살아있던 매머드가 멸종되고 화석이 되어 발굴된 과정

도 알게 된다. 프로그램 전 과정을 가족들이 탐정이 되어 매머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아기 매머드 디마의 발견 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본 후, 추첨을

통해 가족별 미션의 주제를 선정한다. 이것을 태블릿PC로 각 가족

의 SNS 계정에 등록, 전시실 안에서 QR코드를 찾아 미션이 적힌

시험지를 풀어본다. SNS 계정에 미션의 답을 등록한 순서로 순위

를 정하고, 매머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발표하고, 매머드

종이 모형에 다양한 소재로 매머드를 꾸미면 빙하시대에서 숨 가

쁘게 달린 ‘나만의 매머드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가족 탐정단, 아기 매머드를 디마를 만나다’는 초등학생 가족

을 대상으로 8월 2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박물관 교육실과 전시실에서 진행되며, 5가족(최대 20

명)이 참여할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

며, 참가비는 가족당 2500원이다.

전곡선사박물관 기증유물 공개전 <매머드와 친구들>

장 소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 443번길 2 전곡선사박물관

기 간 ~8월 31일(금)

관 람 료 성인 4000원 | 학생 및 군인 2000원

할 인 경기도민, 단체(20인 이상) 50% 할인 *신분증 지참, 중복할인 불가

무료입장 65세 이상, 7세 미만, 장애인(1~3급 동반 보호자 1인 포함), 국가유공자와 배우

자, 인솔교사 1인

연계프로그램 매주 토·일 | 오후 1시 30분~2시 30분 | 가족당 2500원 | 최대 20명 참여

문 의 830-5600 | www.jgpm.or.kr | 트위터 @jgpmuseum

2012 no.23 51

Page 54: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문 화 를 만 나 다 | 어 처 구 니 숲 학 교 홍 순 각 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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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53

길은 길 같지가 않고 밭은 밭 같지가 않다. 숲 사이로 낸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비좁아 오솔길이란 이름이 간신히 어울리

고, 산 중턱에 일군 밭은 작물과 들풀을 함께 길러 텃밭이라 불러

야 할지 풀밭이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집도 집 같지가 않기는

마찬가지다. 숲 입구에 지은 집은 바람막이용 비닐하우스에 싸여

있어 살림하는 집임을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번듯하게 조

성하지 않은 이 숲은 ‘어처구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보잘것없

는 나무토막에 불과하지만 맷돌을 돌리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어처구니처럼, 볼품없고 하찮아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곳이다.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날

아다니는 벌레 한 마리도 이곳에선 귀빈으로 대접받는다.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줄 알았더니,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숲이다.

치유의 숲, 나눔의 꿈

“어처구니숲학교는 백혈병 어린이와 그 가족의 치유와 휴양을 위

한 공간이에요. 완치된 아이들이 훗날 학교로 돌아갈 때 어려움 없

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기도 하고요.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

나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언제나 문은 열려 있어요. 희

망을 퍼 올리는 숲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어처구니숲학교에 희망의 샘이 차오른 건 2011년 경기문화재

단 문화바우처 사업의 하나로 선정되면서다. 혼자서는 불가능했

세상 모든 존재가 별처럼 빛나는 숲

어처구니숲학교 홍순각 대표

그는 모른다. 자신과 함께 사는 ‘식구’가 모두 몇인지, 자신이 가진

‘재산’이 전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수시로 드나드는 고슴도치며

반딧불이며 딱따구리는 그 숫자를 도저히 헤아릴 수 없고, 철마다

열리는 버찌며 다래며 산더덕은 그 가치를 도무지 매길 수가 없다.

포천 지장산 자락에 치유와 나눔을 위해 마련한 어처구니숲학교.

돈 한 푼 건네지 않는 숲에서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로 살아간다.

자연을 모시고 사람을 섬기면, 그렇게 된다.

글 박미경 작가 | 사진 안진형 etc스튜디오

던 일들을 여럿이 함께 해내면서 평범한 숲이었던 이곳은 점점

‘치유와 나눔의 숲’으로 변모해갔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숲에

는 경기북부 예술가들의 열정이 곳곳에 스며 있다. 자연의 품에서

‘근심을 풀도록’ 한 생태화장실은 하정수 설치작가가, 볕 잘 드는

방에서 알도 낳고 잠도 잘 수 있도록 한 생태닭장은 정기현 조각가

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슴을 지닌 양羊 모양의 나무 난로는

나규환 조각가가 만들었다. 이종균 설치작가는 숲속에 작은 오솔

길을 내고 예쁜 통나무다리를 길 위에 얹었다. 그들의 따뜻한 수

고 덕분에 어처구니숲학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이 됐다.

“지난해 11월에 작은 음악회를 열었어요. 전문가의 지도로 명

상도 하고 마임도 배우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오신 분

들과 숲속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때마침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둡고 긴 투병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환아와 그 가족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요.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그들에게 어서 전해주고 싶었죠.”

이제 겨우 시작이다. 현실로 옮긴 계획보다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이 아직은 더 많다. 나뭇가지의 모양을 고스란히 살린 ‘나무

위 집’을 예술가들과 함께 지어보고 싶고, 어처구니숲의 꽃과 나무

의 생태를 기록한 식생도감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이

숲엔 과거 광산으로 쓰이던 동굴들이 있다. 그 동굴을 갤러리로 만

들어 아이들의 그림도 걸어주고 싶다. 밧줄로 곤돌라를 만들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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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물푸레나무로 야구방망이를 만들어볼까…. 이곳에서 그는 날

마다 꿈을 꾼다. 머리는 점점 하얘지는데, 눈빛은 점점 해맑아진다.

희망의 꽃은 아픔의 흙에서 핀다

모든 일은 아들의 백혈병 때문에 시작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1991

년 봄, 당시 네 살이던 아들이 소아암 진단을 받은 지 2년이 되던

그 해에 그와 가족들은 서울 생활을 접고 연천 재인폭포마을로 이

사를 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혈병 아이들의 부모와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과 함께 한국백혈병어린이후원회(현 한국백혈병

어린이재단)도 만들었다. 그곳에서 15년간 사무국장으로 일하면

서 그는 생각했다. 백혈병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외갓집’처럼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살던 동네에 한탄강 댐이 들어서게 되면서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새 곳을 찾아야 했어요. 운 좋게 만난 곳이 이곳 지장산 자락

이에요.”

봄이면 분홍빛 산벚꽃이 꽃비 되어 흩날리고, 가을이면 보랏

빛 꽃향유가 무리지어 피어나는 곳. 씨를 뿌리지 않아도 산더덕이

며 표고버섯이며 참나물이 저절로 돋아나고, 불을 밝히지 않아도

형광색 반딧불이가 온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숲. 2009년 ‘축복 같

은’ 이 숲에 둥지를 틀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재정적인 어려

움이 무엇보다 컸다.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가장의 꿈은

커져가는 자괴감과 함께 무너져갔다. 하지만 희망은 아직 그의 편

이었다. 15년 전쯤 그의 아내가 운영하던 연천의 한 카페에는 젊고

가난한 지역 예술가들이 식구처럼 들러 밥을 함께 먹곤 했다. 그

일원이었던 하정수 설치작가와 박이창식 대표(문화살롱 공)가 오

랜만에 그들 부부를 찾았다가 어처구니숲학교를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바우처 사업과 연결해준 것이다.

“흥부를 도와준 제비들처럼 오래전에 맺은 작은 인연이 이토

록 큰 선물을 가져다줬어요. 영화 같은 이야기죠.”

투병 3년 반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그의 아들은 지금 스물여

섯 살의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다. ‘아픈’ 아이에서 ‘아픈 사람을 돕

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만약 아들이 아프지 않았다면 자신

은 지금쯤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자연

에 대한 경외심도, 나눔을 향한 삶의 태도도 아들 덕분에 얻게 됐

기 때문이다.

“아들은 내가 자기 때문에 모든 걸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오

히려 그 녀석 덕분에 조화로운 삶과 아름다운 꿈을 얻게 됐어요.

아픈 아들 덕에 시골로 오게 됐고, 마당 있는 집에서 나무를 심고

기르면서 생명을 향한 외경심을 갖게 됐죠. 자연에 대한 관심 때문

에 숲해설가 과정도 이수했어요. 그 경험이 숲학교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생각해보면 고마운 것투성이에요.”

초롱꽃이 흐드러진 길 곳곳에 누군가 쉬어갈 의자를 만들거나

아픈 아이들이 밤송이에 찔리지 않도록 밤나무를 정리하는 것만

으로도 그의 하루는 꽉 찬다. 딱따구리가 파놓은 나무 구멍에 눈

을 살짝 갖다 대거나 박쥐가 사는 동굴에 잠깐 얼굴을 들이미는

것만으로도 심심할 틈이 없다. 온종일 종종거려도 허허롭고 심심

하다면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말이 아닌 삶으

로 그가 설득한다.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숲이라는 이름의 학교에

어서 입학해야겠다.

“흥부를 도와준 제비들처럼, 오래전에 맺은 작은 인연이 이토록 큰 선물을 가져다줬어요. 영화 같은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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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숲학교http://cafe.naver.com/eocheoguni/는 숲속에서 스스로가 빛나는 존재임을 깨닫는 치

유의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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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산 책 | 경 기 도 박 물 관 < 경 기 쌀 특 별 전 - 벼 , 쌀 , 밥 >

‘쌀’이라 쓰고 ‘우리’라 읽는다 경기도박물관 <경기쌀 특별전-벼, 쌀, 밥>

대한민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경기미가 경기도박물관의 잘 차린 밥상에 올랐다.

사람과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 우리에게 쌀은 그냥 쌀이 아니다.

글 한준영 경기도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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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박물관의 <경기쌀

특별전-벼禾, 쌀米, 밥食>은 과거 배고프던 시절의 쌀에서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우리 쌀의 분투와 함께 우리 민족

과 동고동락한 쌀 문화를 만난다. 밥심(힘)으로 사는 우리에게 쌀

만한 친구가 있으랴.

경기쌀의 무한변신

예부터 경기쌀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던 진상미로 유명

했다. 특히 여주와 이천은 전라도 전주・김제・만경, 황해도 연산・

봉산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쌀 산지로 유명했는데, 조선 초 성종이

세종의 능에 성묘하고 서울로 돌아가면서 이천쌀을 드신 후 그 맛

에 반해 진상미가 되었다.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정약용에 버금가

는 실학자이자 농업 전문가였던 서유구(1764~1845)는 <행포지杏

浦志>에 ‘여주 이천에서 생산한 쌀이 좋다産驪州利川之間者 爲良

也’라고 썼다. 그 명성에 걸맞게 ‘경기쌀’은 지금까지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

경기도에는 현재 200여 브랜드의 쌀이 있다. 이천 임금님쌀, 여

주 대왕님쌀을 비롯해 평택 슈퍼오닝, 김포 금쌀, 화성 햇살드리,

파주 임진강쌀, 용인 백옥쌀, 연천 남토북수쌀 등 경기도 각 지역

의 대표 쌀부터 경기도지사가 인증한 G마크 ‘-199G Rice’ 쌀에 이

르기까지 철저한 품질관리로 과거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양평군 용문면에는 한 가마니에 100만원짜리 유기농

쌀도 있는데, 이 쌀은 농사짓는 방법부터 남다르다. 모내기와 김매

기, 벼베기를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고 자연퇴비를 뿌려 땅을 기름

지게 한다. 전통 방식을 고집해 얻은 성과다. 이 유기농 쌀은 세상

에 나오자마자 주목을 받았고, 잘 키운 쌀 한 톨이 농촌의 미래를

바꿔주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농부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경작

한 경기쌀은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식생활 환경 변화 등의 이

유로 그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 위기를 느낀 경기도는 화성 웰빙

떡클러스터 사업과 경기 막걸리클러스터 사업 같은 쌀 가공식품

의 개발과 판매를 장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국적 커피기업 매

장에서는 경기쌀로 만든 라이스바와 라이스칩이 판매되고, 외국

인에게 인기 있는 막걸리는 보존 기술이 개발되어 일본으로 수출

한다. 이렇듯 경기쌀은 무한변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경기쌀

이번 <경기쌀 특별전-벼, 쌀, 밥>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

은 생각보다 쌀과 관련한 유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박물

관은 물론이고 경기도 내 시・군 박물관에도 수장시설 부족과 희

소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속 유물 수집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역시 답은 농촌에 있었지만 유물을 일일이 찾아 나서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수소문하여 찾은 연로한 개인 소장자들은 유물에 대한

애착이 강해 유물 대여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오래된 경운기를 섭외하려고 방문한 대동공업 경기본부

에서 농기구를 꽤 모아놓은 분을 소개해주었다. 대동공업 파주대

리점 이광근 씨다. 일평생 농기계 수리 일을 해왔던 그가 은퇴를 앞

두고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농기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경기 북부에서 실제로 사용한 농기구와 소품을 집과 창고에 빼곡하

게 모아놓았으며 보관 상태도 양호했다. 수집 과정의 무용담과 유

물에 담긴 사연을 하나하나 이야기하시는데 내 눈은 반짝이고 고개

는 절로 끄덕여졌다. 특히 민통선 안에서 흘러나온 농기구들 이야

기가 흥미로웠다. 판문점 인근 대성동마을에서 구해왔다는 무자위

(논에 물을 대는 물레방아처럼 생긴 수차), 가래와 쟁기, 쌀겨를 날

리는 바람개비 등을 창고 높은 곳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 밖에도 각

종 경작도구, 수확도구, 소품이 즐비하다. 돈보다는 정성으로 모은

유물이었다. 술도 끊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농기구를 모았고,

노년에는 작은 박물관 하나를 짓기 원한다면서 선뜻 내준 그의 마

음이 농부를, 어딘가 내 아버지를,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다.

경기도박물관 <경기쌀 특별전-벼, 쌀, 밥>

장 소 용인시 기흥구 상갈로6 경기도박물관

기 간 7월 19일(목)~9월 2일(일)

관 람 료 성인 4000원 | 학생 및 군인 2000원

할 인 경기도민, 단체(20인 이상) 50% 할인 *신분증 지참, 중복할인 불가

무료입장 65세 이상, 7세 미만, 장애인(1~3급 동반 보호자 1인 포함), 국가유공자와 배우

자, 인솔교사 1인

문 의 288-5300 | www.musenet,or.kr | 트위터 @gg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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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가 의 방 | 경 기 창 작 센 터 최 장 기 간 입 주 선 정 작 가 뮌

그 남자, 그 여자

경기창작센터 최장기간 입주 선정작가 뮌 다른 곳을 보던 한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곳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서로를

이해하며 만들어낸 작품은 어느새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 경기창작센터

최장기 입주작가 ‘뮌’이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글 신은영 경기창작센터 학예팀 | 사진 한정수 etc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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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창작센터는 2012년 공모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작가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작업 여건을 지원하기

위해 입주 기간을 최장 2년까지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국 미디어아트씬

의 대표주자 뮌Mioon이다. 동갑내기 부부인 이들은 아내 김민선의 이름에서 ‘민Min’을, 남편 최문선의 이름

에서 ‘문Moon’자를 따서 만든 ‘뮌’이라는 이름으로 영상 설치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 여자 ‘민’과 그 남자 ‘문’이 만들어가는 환상의 커플 ‘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두 분이 뮌Mioon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98년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유학 시절에 처음 만났어요. 유학 가기 전에도 같은

대학 동기이긴 했지만 전공이 달라 전혀 모르는 사이였죠. 처음에는 둘의 생각이 서로

많이 달라서 함께 작업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만난 사

람들이다 보니 생각이 미처 정립되지도 않았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혼란스러운 유학

초기였던지라 서로를 보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며 이해하지 못한 부분

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많이 발견했습니

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비슷했고요. 2001년 처음으로 같이 작업하자는 말이 나왔죠.

그땐 이미 둘의 작업이 상당히 비슷해져 있었으니까요.

사회를 보는 눈이 비슷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통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군중群衆의 행태나 생각에 대한 시선이 일치했다고 할까요? 유학 생활 중에 마침 2002

년 한일월드컵이 있었습니다. ‘독일’이라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했기 때문

에 아무래도 한국 사회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수십만 명의 붉은악마가 목청껏 응원하는 장면을 보며 비록 몸은 그곳에 없지만 한국

인으로서 묘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군집성이

잘못 이용되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질까’ 하는 공포심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군중

과 그것을 둘러싼 시스템, 사회와 문화, 나아가 문명에까지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

했어요. 삶을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본이나 시스템에 의해 조종당

하는 힘없는 대중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거죠. 작가적 입장에서 지금은 이

스펙터클한 대중에 대한 흥미는 사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요.

관심의 변화에 따라 작업 방향도 자연스럽게 처음과는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뮌의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관광객 프로젝트>(2003)나 <노래방 프로젝트>(2003)는 군중

의 행태에 집중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정한 목적을 갖고 모이지만 그 목적을 이루고 나면 이내 흩어

지고 마는 군중의 속성을 시각화하여 인터렉티브interactive하게 풀어냈죠. 그 작품을 거치면서 한 가지 재

미난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렉티브 아트는 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

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요. 이유는 미디어아트 영역 안에서 인터렉티브한 작업이 과연 얼마나 많

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죠. 너무나도 즉각적인 반응 탓에 오히려 사람

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적 개념이 등한시되고 힘을 잃어가는

부분을 발견하고 지금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담론을 파편화 혹은 개인화한 영상 설치 쪽으로 작업 행보를

조금 이동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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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흔히 뮌을 두고 미디어아티스트라 정의합니다. 두 분은 스스로를 미디어아티스트라 생각하시나요?

저희의 정체성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대미술의 형식과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서 미디어

를 ‘미디엄Medium’으로 활용할 뿐이지요. ‘미디어아티스트’라는 규정은 저희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

고 오히려 외부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어떠한 형식이나 규정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뮌은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뉴욕의 ISCP(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 팩토리Bag Factory Artists Studios 등 세계 각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마치 ‘예술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해왔습니다. 뮌에게 레지던시 생활이란 무엇입니까?

예술가에게 레지던시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꼭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

치가 있죠. 작가들은 레지던시에서 온라인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

을 만나고, 새로운 사회와 문명을 볼 수 있으니까요. 2010년에 머문 남아프리카에는 우리가 감히 상상

할 수 없었던 문명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우리 두 사람이 가진 거의 모든 환상이 여지없이 무너

져버렸죠. 뉴욕에는 정말 많은 예술가가 있고, 실제로 그들은 다른 직종의 사람들보다 직업적 대우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예술가로서 진정 좋은 기회를 얻기는 힘든 안타까운 구

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몰려가죠. 그들이 만들어놓은 보기에

군중과 그것을 둘러싼 시스템, 사회와 문화, 나아가 문명에까지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삶을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본이나 시스템에 의해 조종 당하는 힘없는 대중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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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아주 그럴듯하고 매력적인 시스템 때문이에요. 이런 시스템에 대해 환상이나 희망을 가지고 있기보다

직접 가서 경험해보는 게 깨닫는 바가 큽니다.

경기창착센터에 처음으로 2년 입주작가 제도가 생겼습니다. 당사자 혹은 작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레지던시

의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창작센터에 지원하기 전에 최소 2년 정도 걸리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어요. 입주 기간이

6개월이나 1년이었다면 아마 진행하기 불가능했을 작업입니다. 작가들 중에는 단발성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저희처럼 프로젝트성으로 기간을 길게 잡고 작업하는 작가들도 있어요. 그런 경

우에는 장기간의 입주 기간이 절실합니다.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

에 저희에게 이번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많이 돌아갔으

면 합니다.

최근의 작업과 더불어 뮌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지난해 4월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리드 미 투 유어 도어!Lead me to your door!>

라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했어요. 나무 패널을 이용해 커다란 흉상을 만들고, 그 흉상 안에 각기 다

른 영상을 상영하는 88개의 모니터를 배치했습니다. 관음증을 소재로 한 히치콕의 영화 <이창Rear

window>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각각의 모니터에 외로운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의 이야

기를 담고 있죠. 그중 33개 작품을 선택해 새로 만든 작품을 6월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 시작하는 <예

술×게임-바츠혁명전>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잠깐 언급했던 장기 프로젝트

<기억극장>의 작업을 경기창작센터에서 진행하려고 해요. <기억극장>은 16세기 유럽에서 성행했

던 작업으로 학문적인 단어나 표상, 이미지들을 모아놓고 언제든 가서 재조합하면서 즐겼던 일

종의 개인 극장입니다. ‘기억’은 사실과는 다르게 오류투성이고 ‘자기중심적’이지요. 사람들

의 기억에 오류가 섞이고 그것으로부터 다른 하나의 기억을 만들고 재조합하는 프로젝트

진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인프라와 2년이라는 약속된 기간이 있는 만큼 긴 숨으

로 만족할 만한 작업을 하는 것이 저희 ‘뮌’의 목표입니다.

1 Holoaudience | 400x160x100cm | 영상

설치 | 재료 : 홀로그램, 거울, 알루미늄프레

임, 와이어, 모터, 사운드 | 2005 | mioon

2 Contigent Rule | 가변 크기 |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 | 재료 : 프로젝터, 컴퓨터, 스피커,

인터넷 | 2009 | mioon 3 As ide o f

Audience | 가변 크기 | 3채널 영상 설치 |

길이 : 18분 3면 스크린(각 스크린사이즈

300x170cm), 무대, 컴퓨터, 프로젝터, HD,

NTSC, Color, Sound | 2008 | mioon

4 Lead Me to Your Door | 2개의 두상 각

400x300x400cm | 영상 설치 | 나무, 88개

의 모니터, 88개의 동영상 | 2011 | mioon.

4

뮌mioon은 김민선, 최문선으로 구성된 팀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2001년부터 함께 작업하고 있다. 김민선은 한국에서 조각을,

독일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최문선은 한국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독일에 사진을 공부하였다. 뮌은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홍콩 등지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예술가로써 입지를 닦고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출품과 해외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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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체 험 | 백 남 준 아 트 센 터 종 이 없 는 사 회 를 위 한 학 교 에 가 다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학교에 가다백남준아트센터 토요문화학교

백남준아트센터의 토요일은 와글와글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교실 밖 학교가 문을 여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움에 눈을 뜨는 아이들에게 토요일은 ‘예술 하는’ 날이다.

글, 사진 이미현 백남준아트센터 토요문화학교 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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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백남준아트센터 토요문화학교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학교’에는

편견, 고정관념, 불평등, 제한된 사고는 없다. 처음 생각하고, 처음 경

험하고, 지나쳤던 사소한 것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예

술적 사고를 확장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토요문화학교는 올해 4월

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30주 동

안 6강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프로그램마다 참여 대상도, 강

의 내용도 다른 토요문화학교는 백남준의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이라는 글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되었으며, 참가 학생들

은 확장된 예술적 사고를 하며 실험적인 예술교육을 경험하게 된다.

소리탐험가들의 산책

화창한 5월의 토요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13명의 소

리탐험가들이 나타났다. 5월 12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5주 동안

소리탐험가가 되어 지역의 소리를 찾아 채집하고 기록하기 위해

그들은 아주 작은 소리까지 귀를 기울였다.

소리탐험가들은 소리 퀴즈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제외한

소리듣기 연습으로 소리를 상상하였다.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요함에도 아이들은 즐겁게 추리하고 발표하며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그 동안 무관심했던 자기 동

네의 고유한 소리를 생각해보고 다른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과 내

가 살고 있는 지역의 소리를 공유하였다. 서로의 모습이 다르듯 각

자 사는 곳의 소리 또한 달랐다.

탐험가들은 소리 녹음을 위해 처음 잡아보는 인두로 납땜을

하고 직접 녹음 마이크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이 마이크를 갖고

소리를 녹음하여 그 소리를 들어보았다. 이러한 기초 작업을 끝내

고 본격적인 지역소리 채집을 위하여 4명의 아이들과 1명의 예술

강사(사운드 아티스트)가 한 팀이 되었다. 전문가용 녹음기 사용

법을 배운 후 녹음기, 디지털카메라, 수첩을 들고 백남준아트센터

주변 산책을 시작하였다. 센터의 뒷동산, 센터 주변, 신갈천, 골목

길, 놀이터 등 늘 지나는 길의 구석구석을 걸었다. 이곳에서 탐험가

들은 지역의 소리를 녹음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소리를 이미

지화하고, 수첩에 적어 소리를 텍스트화하였다. 일상의 공간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작은 소리까지 채집하기 위

하여 아이들은 집중하였다. 그리고 팀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채집

한 소리를 재구성하고 공유하며 각자가 발견한 지역의 소리 특성

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채집한 기록물을 인터렉티브 설치물로 제작

하기 위하여 아이들은 사진과 소리를 연결하는 센서를 부착하며

작업에 몰두하였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으나 탐험가들

은 포기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설치물 제작에 성공하

였다. 처음 경험하는 이 모든 상황에 탐험가들은 많은 흥미와 성취

감을 느꼈으며, 이것이 활력이 되어 프로그램은 매주 거듭할수록

활기를 띠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부모님을 초청하여 그동안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5주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소리탐험가들의 발견

소리탐험가들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소리를 발견하고, 지역만이 갖

고 있는 고유한 소리를 찾아냈다. 지역의 여러 가지 물질을 두드리

고 변형하여 인위적으로 소리를 찾아내기도 하고, 우연의 소리를

발견하며 소리에 관한 새로운 경험과 확장된 사고를 하였다. 아이

들의 활동은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

남준 이후> 관람으로 이어져 작품의 이해를 높였으며, 소리에 대

한 실험적인 사고와 관심을 증폭시켰다.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학

교’ 프로그램을 마친 소리탐험가들은 폭넓은 예술 경험으로 소리

를 재발견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주변의 소리와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새로운 예술교육을 통

해 확장된 예술적 사고를 하고 창의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길 조심

스레 기대해본다.

백남준아트센터 토요문화학교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학교>

일 정 3강 도전 NJP도슨트┃7월 14일~8월 18일(6회)

4강 달나라 백남준┃9월 1일~10월 13일(6회)

5강 되감기 프로젝트┃10월 20일~11월 17일(5회)

6강 TV실험실┃11월 24일~12월 15일(4회)

참가방법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하여 작성한 후 이메일 접수(선착순 마감)

문 의 201-8556~8 | www.njpartcenter.kr | 이메일 [email protected]

2012 no.23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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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기 인 물 열 전 Ⅷ | 조 선 선 비 의 마 지 막 자 존 심 , 면 암 최 익 현

면암 최익현조선 선비의 마지막 자존심

글 김명우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 | 사진 박노언 etc스튜디오 |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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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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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애국심 민족운동의 횃불로 타오르다

백발을 휘날리며 밭이랑에 떨쳐 일어남은

초야에서 불타는 충성하고자 하는 마음

난적을 치는 일은 사람마다 해야 할 일

고금이 다를 것인가. 물어 무엇하리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74세의 나이에 백발을 휘날리며 떨쳐 일

어났던 의병장 면암 최익현(勉菴 崔益鉉, 1833~1907)의 충국시忠

國詩다. 그의 말대로 관 속에 들어가야 할 나이에 의연히 북을 치

고 일어나야만 했던 이유는 난적(일본 오랑캐)을 물리치기 위함이

었다. 부모에게 병이 있는데 약을 드리지 않는 것은 자식 된 도리

가 아닌 것처럼 나라가 망하려는 마당에 마땅히 의병을 일으켜야

할 것이요, 이는 고금의 예를 물을 필요조차 없다는 굳은 의지를

담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절로 갖게 만든

다. 최익현은 의병을 일으키면서 만약 하늘이 돕지 않아 저들에게

짓밟혀 죽는다 해도 귀신이 되어 원수인 오랑캐를 쓸어 없앨 것이

며, 맹세코 왜놈들과 한 하늘 아래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였다.

최익현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를 통하여 나라와 민족을

지키고자 한결같은 마음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한 애국지사였으니,

스승 화서 이항로(華西 李恒老, 1792~1868, <경기문화나루> 19호

경기 인물 열전 참고)한테서 배운 ‘어버이를 위하는 것처럼 임금

을 사랑하고, 집을 돌보는 것과 같이 나라를 걱정하라’는 가르침

을 평생 실천한 인물이다. 즉, 초기에는 성리학적 의리를 바탕으로

한 위정척사 입장에서 배일排日운동을 전개하였고, 일제의 침략

이 본격화되자 항일의병운동으로 민족의 생존권과 자주성을 회

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최익현의 우국애민정신과 위정척사사상

은 일제강점을 전후한 시기에 민족독립운동의 횃불 역할을 하였

다. 따라서 때로는 극력 상소를 통해, 때로는 직접 총칼을 들고 국

권 회복에 목숨을 바친 면암 최익현의 투철한 애국심이야말로 경

기도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숭고한 민족혼이라 할 수 있

다.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國恥日, 29일)과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

(光復節, 15일)이 함께 들어 있는 8월이면 기울어가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버팀목이자 거유巨儒였던 면암의 조국애와 기개가 새삼

그리워진다.

대쪽 같은 강직함으로 대원군・고종과 맞서다

최익현은 1833년 지금의 포천시 신북면 가채리에서 태어났다. 본

관은 경주이고, 자는 찬겸贊謙이며, 호는 면암이다. 어린 시절 총명

함이 남달라 글자를 한 번만 보거나 들으면 기억할 정도였고, 골격

이 비범하였으며 눈에는 광채가 서렸다. 이렇게 기이한 점이 많은

까닭에 ‘기남奇男’으로 불렸다. 4세 때 가정형편이 어렵게 되자 충

1 면암 최익현 초상 | 채영신 작 | 보물 1510호 | 1905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며 단발령에 반대한 최익현의 74세 모습으로 머리에 겨울철에 사냥

꾼이 주로 사용하는 쓰개인 가죽 감태를 쓰고 심의를 착용하고 있다 2, 3 면암의 우국충정을 기리고자 건립된 채산사는 경기도기념물 제30호로 포천시 신북면 가채리에 있다.

2 3

2012 no.23 65

Page 68: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청북도 단양으로 이사하였고 이후 다시 양평으로 옮겼다. 14세 때

당대 유림을 대표하는 이항로를 찾아가 학문을 배웠다. 스승은 제

자에게 면암이라는 호를 내려주었고, 제자는 훗날 스승의 신도비

명을 지었다.

23세(1855년) 때 과거에 급제한 면암은 승문원부정자(종9품)

를 시작으로 사헌부 지평, 사간원 정언, 신창현감 등을 역임하는

동안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1868년에는 경

복궁을 다시 지으려는 흥선대원군에 맞서 토목공사 중지, 당백전

(當百錢, 고종 3년(1866)에 주조하여 6개월간 통용된 화폐로 경

복궁 중건과 강화도조약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조정에서 발행하

였으나 실패함) 혁파, 문세(門稅, 서울 4대문 통행세) 금지를 주장

하는 등 시급히 백성을 구제할 것을 주장하다가 관직이 삭탈되기

도 하였다. 또한 1873년에는 전국적인 서원・사우(조상의 신주, 영

정을 모셔두고 제향을 행하는 장소) 철폐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이제는 흥선대원군이 물러나고 고종이 친히 정치를 수행해야 한

다고 건의하였다. 이 상소를 계기로 10년 동안 집권했던 대원군이

물러나고 고종의 친정親政이 시작되었으며, 면암은 고종의 신임을

받아 호조참판에 올랐다. 그러나 대원군과 고종 사이를 이간했다

는 일부 대신의 공격을 받아 3년간 제주도로 유배되기도 하였다.

그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1876년 일본과 조선 사이에 강화

도조약(병자수호조규)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이 시작되었을 때에

도 발휘되었다. 면암은 도끼를 짊어진 채 광화문으로 달려가 조약

체결을 결사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는 ‘저들의 물건은 모두 지

나치게 사치한 것과 괴상한 노리갯감인데 우리 물건은 백성들의

목숨이 걸린 것이므로 통상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더 지탱할 수 없

으며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일본

과 화친을 주장하여 나라를 팔아먹고 짐승(일본)을 끌어들여 사

람을 해치려는 자는 죽여야 할 것이며,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도

끼로 자신의 목을 치라고 하였다. 이른바 ‘도끼상소’는 죽음을 두

려워하지 않는 그의 강직성과 투철한 애국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면암은 다행히 사형은 면하였지만 ‘신하로서

감히 임금을 협박한 죄’로 흑산도에 위리안치(圍籬安置, 탱자나무

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만 생활하게 하는 유배)되었다. 연보

에 따르면 면암은 유배에서 풀려난 뒤 20년 가까이 금강산과 마리

산 등을 유람하는가 하면 김평묵(金平 , 1819〜1891), 유중교(柳

重敎, 1832〜1893) 등 학문적 동지와 교류하며 지냈다.

1895년의 을미사변乙未事變과 단발령斷髮令 공포는 전국적으

로 의병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고종은 유림들에게

4, 5 1906년 최익현이 순국하자 유림들이 그의 우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1927년 일본군에 의해 훼철되었으나, 1947년에 사당을 복원해 위패와 영정을 봉안해오다가 1975년 퇴락된 것을 해

체·복원하였다. 1989년 포천 유림의 뜻으로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염재 최면식의 위패와 영정을 함께 봉안하여 해마다 9월 11일에 제사를 지낸다 6 포천 청성공원에는 근엄한 표정의 면암 동상이

조성되어 있고, 아래에 그가 남긴 충국시가 새겨져 있다.

4 5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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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이 막강했던 면암을 선유대원宣諭大員에 임명하면서 의병

들을 타일러 해산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면암은 이를 거부하였

다. ‘차라리 임금의 명을 어기고 죄를 받을지언정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선포하여 많은 사람의 비웃음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그는 오직 잘못된 정치의 시정과 일본 배격을 부

르짖었으며,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임금한테도 굽히지

않는 강직한 면모를 보였다.

74세 의병장, 대마도에서 순국하다

1905년 11월 17일 일본과 을사늑약이 체결되면서 대한제국의 외

교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때 우리

나라는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

고, 장지연(張志淵, 1864~1921)은 “개,

돼지만도 못한 대신들이 4000년 강토

와 500년 사직을 남에게 바치고 2000

만 백성을 노예로 만들었다”며 목 놓

아 통곡하였다. 최익현 또한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상소를 올려 허위조약의

무효를 선포할 것이며, 을사오적(乙巳

五賊, 이완용・박제순・이지용・이근택

・권중현)의 죄는 부모와 임금을 죽인

것보다 심한 것이므로 만 번 능지처참

을 해도 부족하다고 강변하였다. 그러

나 고종은 “근심과 울분에 찬 그대의

정성으로 본래 이런 말을 할 줄 알았

다”고만 할 뿐이었다. 이에 면암은 을

사늑약 체결을 백성들에게 알리며 떨쳐 일어날 것을 호소하는 한

편, 직접 의병을 일으켜 적을 물리칠 것을 결심하고 전라북도 태인

(오늘날의 정읍)으로 내려갔다.

1906년 6월 4일 마침내 면암은 무성서원(武城書院, 오늘날 전

북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세운 서원으로 1696년 사액을 받았다)

에서 임병찬(林秉瓚, 1851~1916)과 함께 의병을 일으키고 일본 측

에 대한제국 침략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인민과 함께 끝까

지 결사 항쟁하겠다는 경고문을 보냈다. 또 전국 각지로 보낸 창

의격문倡義檄文에서는 우리의 종실과 대신을 비롯하여 사, 농, 공,

상, 이속(하급 관리), 하인에 이르기까지 창칼을 들고 일어나 역적

의 무리를 없애 그 고기를 먹고 가죽을 깔고 자며 원수인 오랑캐

를 섬멸하여 그 종자를 없애자고 강조하였다. 최익현 의병진은 곧

바로 정읍, 순창, 곡성 등으로 진출하여 병력을 증강하고 군비를 마

련한 다음 순창으로 돌아왔다. 이때 조선 정부에서는 진위대를 출

동시켜 의병을 해산 조치하고 우두머리를 체포하라고 명하였다.

6월 11일 전주, 남원의 진위대가 순창을 포위해 오자 면암은 “왜군

이라면 당연히 결사 항전하겠지만 동포끼리 서로 죽이는 일은 차

마 할 수 없다”면서 해산을 명하고 스스로 체포되었다. 서울로 압

송된 면암은 일본군사령부에서 심문을 받았는데, 하루는 간수가

그의 이름을 묻자 목침을 집어던지며 “내 이름을 알고 싶으면 이

등(伊藤, 이토 히로부미)이나 장곡천(長谷川, 하세가와 요시미치,

2대 조선 총독)에게 물어보라. 하찮은 오랑캐가 어찌 감히 무례하

냐?”며 호통을 쳤다. 이에 간수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조선의 제1인’

이라 칭송하였다고 한다. 면암은 ‘군율

위반’으로 금고 3년형을 받고 대마도

로 이송되었다. 그 뒤 굶어 죽더라도

적국인 일본의 음식은 먹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단식에 들어갔으나 임병찬

등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보전

하자고 간청한 후에야 다시 곡기를 입

에 댔다. 그러나 면암은 74세 고령인데

다 옥고가 겹쳐 급속도로 쇠약해지더

니 결국 대마도로 들어간 지 4개월 만

인 1907년 1월 1일에 세상을 떠났다.

순국 직전 임병찬이 훗날 귀국하

는 대로 고종에게 올릴 상소를 작성

하였는데, 이때 면암은 자신의 나이가

74세이니 죽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역적을 토벌하지 못하고 원수

를 처단하지 못하며 국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강토를 환수하지 못

하여 4000년의 문명이 진흙 속에 빠지고 백성들이 물고기 밥이 되

는데 이를 구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하였다. 현상

윤(玄相允, 1893~?,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은 면암의 마지막 상소

를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한 글이라 평가하였고,

황현(黃玹, 1855~1910, 나라 잃은 슬픔에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우국지사)은 ‘면암이 죽자 백성들의 통곡 소리가 온 나라 골목마

다 퍼졌는데, 나라가 시작된 이래 사람이 죽었다고 이처럼 슬퍼한

적이 없었다’고 기록하였다. 면암의 유해는 대마도를 떠나 부산에

도착하였고 상주, 황간, 공주를 거쳐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충청도

정산에 안장되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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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현 장 | 경 기 도 박 물 관 ‘ 찾 아 가 는 경 기 도 박 물 관 ’

세상에서 가장 바쁜 파란 박물관

경기도박물관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

박물관이 움직인다?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즐거운 상상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파란색 바탕에 커다란 용이 그려진

박물관 버스가 경기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아이들과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이동박물관에서 아이들의 커다란 꿈이 자라난다.

글, 사진 이성준 경기도박물관 교육교류팀

경기도박물관에서는 경기도의 문화소외지역 초등학교(전교생

100명 이하), 특수학급, 사회복지시설 등을 직접 방문하여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은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의 기회가

적은 소외지역민에게 문화사절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매년 90회 이상, 2011년까지 총 358회를 진행하며 경기도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100% 수요자의 신청으로 진행하는 ‘찾아가는 경

기도박물관’은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접수를 받는다.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의 선물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은 전시와 교육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이다.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되었던 2008년에는 ‘세계 속의 경기도’

라는 슬로건에 맞춰 이동박물관의 전시 주제도 ‘세계의 사람들’

로 정해 세계 각국의 마스크, 탈, 민속공예품을 전시하였다. 이후

2011년 ‘경기도 형성 천년’을 준비하기 위한 박물관의 첫걸음으로

‘경기도 이야기’라는 주제로 이동박물관 버스를 리모델링하였다.

경기도 역사史, 사람人, 생활活, 체험코너 등으로 세분하였으며, 경

기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경기도 역사 연표와 영상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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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경기도박물관 대표 초상화(심환지·이중로 초상화 영인본), 조

선백자의 산실인 경기도 백자 등을 전시하여 경기도의 정체성 확

립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

디어아트 작품, 토기・도자기 파편 만져보기, 접촉식 현미경으로

유물 관찰하기 등 다양한 체험코너도 찾아가는 박물관의 프로그

램이다. 버스 밖 교실에서는 경기도의 역사와 관련된 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인조의 남한산성 항전 이야기를 연극

으로 재구성한 <인조와 남한산성>, 경기도 역사지도 만들기(고학

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도 만들기(저학년), 칠교놀이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특수학급 어린이들을 위한 맞

춤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하는데, 경기도를 대표하는 효자로 이름

난 최루백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재구성한 <효자 최루백>, ‘움직

이는 용 오토마타 만들기’ 등도 인기가 높다.

파란 버스, 오늘도 힘차게 출발

400여 개의 신청 학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우리나라 최북단

에 자리한 파주 대성동초등학교와 국립암센터 풍산초등학교 순회

학급이다. 두 곳 모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학교로 방문 자체

가 뉴스거리였다. 파주시 군내면에 위치한 대성동초등학교는 지난

6월 7일에 방문하였다. 이곳은 전교생 45명 정도의 작은 학교로

DMZ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쉽지 않은 상황. 까다로운 방문 절차를 거쳐 잔뜩 긴장하며 학교

를 찾아가 보니 여느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교정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 지금까지의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국립암

센터 풍산초등학교 순회학급은 지난해 7월에 방문했다. 이곳은 오

랜 시간 치료를 받으며 건강 때문에 병원 밖 출입이 제한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특별히 문을 연 학교.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경

기도 역사에 대한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투병생활 중에 잃었

던 웃음도 되찾아주며 잠시나마 아픔을 잊게 해주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지난 5년 동안 ‘찾아가는 경기도박물관’을 담당하면서 가장 어

려웠던 점은 1년에 90회라는 적지 않은 운영 횟수와 장거리 이동의

피로감이다. 담당자 혼자 용인의 박물관에서 경기도 전역의 신청지

로 이동하려면 새벽별을 보면서 나설 때가 종종 있다. 게다가 매년

줄어드는 예산으로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교육강사 확보도 어려워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인 저하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여

건 속에서 소외이웃을 찾아가는 본래 취지에 맞게 ‘찾아가는 경기

도박물관’은 천년 경기의 문화와 역사를 축소한 이동박물관으로

경기도 바로알기의 첫걸음이 박물관 버스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으

로 오늘도 힘차게 시동을 걸어본다.

2012 no.23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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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 로 읽 는 경 기 | 조 선 이 품 지 못 한 부 용 꽃 , 허 난 설 헌

정리 한승연 경기문화재단 문화홍보팀 | 그림, 손글씨 유환영 | 출처 <한시로 읽는 경기> 광주시편 부분 발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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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여류시인 허난설헌

(1563~1589)의 묘소가 있다. 허난설헌은 잘 알려진 대로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이다. 어려서부터 시문으로 이름을 날

린 그녀는 15세 때 출가하였으나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더

욱이 딸과 아들을 연이어 잃는 아픔도 겪었다. 허난설헌은 조선이라

는 나라에서 태어났음을, 또 무심한 남편에게 시집왔음을, 또 여자

로 태어났음을 한탄하며 살았다고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뜻을 펼

수가 없고, 여자로 뜻을 펴기에 고루했던 세상이었기에 답답하였고,

늘 밖으로 나도는 남편을 힘들어했다고 전한다.

그네뛰기鞦韆詞

이웃집 벗님네와 내기 그네를 뛰었지요

띠를 매고 수건 두르니 마치 선녀가 된 것 같았어요

바람차며 채색 그네 하늘로 날아오르니

노리개 소리 댕그랑 푸른 버들엔 아지랑이 피어나네요

허난설헌이 여덟 살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시다. 이때부터 시

문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스물일곱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과 하직함을 직감한 그녀는 아래와 같은 시를 남긴다. 동생

허균은 누이의 작품을 모아 <난설헌집> 초고를 만들고 유성룡이

서문을 썼다. 그녀의 작품은 명나라에서도 암송될 정도로 높이

평가받았다고 전한다.

꿈에 광상산에 노닐며夢遊廣桑山

푸른 바다 요지에 번지어 가고

푸른 난새 오색 난새 어울리누나

아리따운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차가운 서릿달에 붉게 지누나

허난설헌의 죽음에 시서화 삼절로 유명한 신위(1769~1845)는

다음과 같이 애통해 했다.

규방의 재원도 성한 이름 꺼리나니

난설헌 향한 의론 같지가 않다네

붉게 진 스물일곱 부용꽃 꽃송이

광한전을 가리키며 웃으며 돌아갔네

2012 no.23 71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에서 발행한 <한시로

읽는 경기>는 경기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한시와 기

문 600여 편을 담았습니다. 문의 231-7262 | 총 540

쪽 | 가격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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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 만 난 문 화 | 덕 수 궁 미 술 관 < 鄕 이 인 성 탄 생 1 0 0 주 년 기 념 전 >

조선향토색, 천하의 이인성을 모르느냐

덕수궁미술관 <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글 구정화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실·<경기문화나루> 편집위원 | 도판 덕수궁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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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m

Page 75: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흑백의 근대에서 탈피하는 법

지난 20세기의 한국은 개항과 식민지화, 전쟁과 분단, 급격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라는 파란만장한 고난의 시대를 숨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은 엄청난 파괴와 단절을 가져왔으

며 전쟁 이전시대의 수많은 문화유산을 사라지게 하였다. 어찌 보

면 전쟁 이후 50년은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의 레퍼런스를

복구해온 시기였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최근 각 방송사들이 앞 다

투어 제작하고 있는 사극 속에 복원된 전통시대는 아름다운 한복

과 화려한 가구, 도자기 등의 공예품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하게 부활한 전통시대에 비해 한국의 근대기는

여전히 흑백의 이미지로 불려나올 뿐이

다. 근대기 제작된 흑백 도판과 신문의 뭉

개진 이미지들을 내리 보다가 가끔씩 눈

을 호사시키기 위해 전시장을 찾아도 손

바닥만 한 그림들과 빛이 바랜 유화 작품

들을 보며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근대 미술이었다. 어쩌면 한국의

근대기는 조선시대보다 더 오래 되었고 더

멀리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흑백의 시대를 그 누구보다 화려

하게 살았던 천재 화가 이인성.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

가 열리고 있다. 흑백의 시대라는 말이 무

색할 만큼 그가 남긴 유화 작품들은 크고

화려한 색채를 뽐내고 있다. 그의 대표작

인 <경주, 산곡에서>, <가을 어느 날>, <해

당화> 등은 당대 조선의 지역적 색깔을 잘

표현해냈다고 평가받았고, 특별한 교육 없이 타고난 실력만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여러 차례 특선을 거머쥐었던 이인성은 조선

이 낳은 천재 화가로 칭송되었다.

이번 전시는 천재 화가이자 친일화가로 언명되었던 이인성을

둘러싼 미술사적 평가들을 잠시 접어두고 그가 살았던 시대로 관

람객들이 쑤욱 들어오기를 요청하고 있다.

아카이브 자료로 복원된 이인성의 근대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개인 소장자들이 내

놓은 당대의 자료들(사진, 신문기사, 리플릿, 책 등)와 현재 미술사

학자들이 이인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영상들이다. 당대의 자료

들과 현재의 미술사적 평가를 작품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작가에

게로 가는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접하기 전에 먼저 이인성의 초기 활동에 중

요한 영향을 미쳤던 영과회, 향토회 등 대구화단에 대한 자료와 영

상을 보거나 이인성이 수집한 수많은 엽서를 관람하게 된다. 미술

관 측은 이 자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대구 지역에 공모를 거쳐 모은

자료들을 영상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이제 전시를 보는 관람객은

완결성을 가진 미술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당대

의 자료를 통해 스스로 이인성의 작품세계를 재구성하게 된다.

한동안 미술계에서는 이인성이 일제강점기 총독부 주최의 전

시회에서 여러 차례 특선을 한 점을 들어

그를 친일작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대구

에 이인성미술관을 세우려고 할 때 대구

미술인들이 이인성의 친일을 문제삼아 반

대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의 대표작 <가

을 어느 날>은 고갱이 타히티 섬에서 제작

한 <모성애>를 연상시키고, 당시 조선을

식민지 본국의 지방이자 미개한 지역으

로 차별했던 일본 제국주의 정책에 동조

한 대표적 작품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

제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과 아이의

까무잡잡한 피부, 또 반라의 모습은 미개

하고 문명화가 덜 된 나라의 여인처럼 보

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소장한

엽서 중 고갱의 동일 작품이 있으니, 그가

고갱을 참조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

나 그는 고갱뿐만이 아니라 뱅 고흐나 폴

세잔의 영향이 느껴지는 작품도 제작하였고, 그가 소장한 엽서에

는 서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많아서 그가 고갱의 작품을 참

조한 것만으로 그의 작품을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시되고

있는 당대의 아카이브 자료들은 이인성에 대해 한 방향만을 가리

키지 않으며 그가 살던 복잡한 시대에 좀더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

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존 이인성에 대한 주요한 논의였던 그

를 친일작가로 볼 것인지, 혹은 향토색의 작가로 볼 것인지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이 그를 감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이인성이 살았던 희미하지만

결코 멀지 않았던 시대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2012 no.23 73

해당화Sweet Brier Flowers | 1944 | 캔버스에 유채 | 228.5x1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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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단 소 식 | 경 기 도 박 물 관 · 백 남 준 아 트 센 터 · 경 기 도 어 린 이 박 물 관 · 한 국 민 속 촌 공 동 티 켓 발 행

한 장의 기쁨, 하루의 행복 ‘착한 티켓’ 경기도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경기도어린이박물관·한국민속촌 공동티켓 발행

글 진민경 경기문화재단 교육사업팀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모여 있는 용인 뮤지엄 클러스터와 한국민속

촌을 하나로 잇는 공동티켓으로 용인의 역사문화예술지도가 완성되었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6월

1일부터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그리고 한국민속촌을 티켓 한 장으로 하

루에 이용하는 공동티켓을 발행하고 있다.

편리하고 경제적인 공동티켓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3월 한국민속촌, 용인시, 경기관광공사와 ‘용인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

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용인지역 박물관과 한국민속촌을 티켓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티켓을 준비

해 왔다. 공동티켓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한국민속촌

2종이다. 이용요금은 성인, 청소년, 아동으로 구분하여 경기도어린이박물관-한국민속촌이 1만1000~

1만6000원, 경기도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한국민속촌이 1만1000원~1만7000원으로 정상요금 대비

16~27%까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동티켓 한 장으로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모두

경험하는 환상적인 티켓은 구입 당일만 유효하며, 무료입장과 중복할인은 받을 수 없다. 이 착한 티켓

은 해당 기관에서 당일 직접 구입할 수 있으며, 판매는 오후 3시까지 한다.

또한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민속촌은 공동티켓 도입과 함께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수원역→한국민

속촌→경기도박물관→지하철 분당선 기흥역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동시에 운영 중이다. 공동티

켓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참여 기관(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한국민속

촌) 홈페이지나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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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구성 판매처 판매가(원)

유효기간 비고구분 정상가 공동티켓

한국민속촌,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각 기관 현장 판매

(매표소)

당일 오후 3시

판매 종료

아동 14,000 11,000

당일

만 36개월~초등학생

성인 19,000 16,000 -

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아동 14,000 11,000 초등학생

청소년 16,000 13,000 중고생

성인 23,000 17,000 -

※ 공동티켓은 무료입장 및 중복할인 불가 ※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입장 마감은 오후 6시입니다. 공동티켓 구입 관람객은 이 점 유의하세요.

※ 백남준아트센터는 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

관에서 하차하여 셔틀버스 환승(주말) 가능(경기도박물

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한국민속촌 수원역 한국민속촌

14:00 14:30 15:00

16:00 16:30 17:00

17:20 17:50 18:20

한국민속촌-수원역-한국민속촌 구간

수원역

(4번출구)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기흥역

(4번 출구)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한국민속촌

10:30 11:00 11:10 11:20 11:30 11:40

12:30 13:00 13:10 13:20 13:30 13:40

14:30 15:00 15:10 15:20 15:30 15:40

- 16:30 16:40 16:50 17:00 17:10

- 17:30 17:40 17:50 18:00 18:10

● 셔틀버스 시간

수원역-한국민속촌-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기흥역-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한국민속촌 구간

● 순환 노선 수원역 4번 출구 → 한국민속촌 입구 → 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 셔틀버스 주차장 → 기흥역 4번 출구

2012 no.23 75

공동티켓 상품

셔틀버스 안내

Page 78: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7676

N E W S & R E V I E W

경 기 문 화 재 단 소 식

경기문화재단, 7월 3일 창립 15주년 맞아 사옥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오늘 7월 3일 창립 15주년을 맞는 경기문화재단이 기존 사옥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도

시 경관과 어우러진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변신했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은 수

원시 인계동의 재단 사옥 외벽 디자인 변경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공사는 창립 15주년을 맞아 도

민의 일상 속에서 함께 숨쉬며 보다 친숙한 문화예술기관으로 거듭나자는 대표이사와 직원들의 의

지가 반영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경기창작센터 이기일 입주작가가 재단 로고의 5가지 색상(노랑, 빨

강, 보라, 파랑, 초록)을 바탕으로 재단의 이미지를 상징화했다. 이 작가는 “도심 아파트 단지 등 주변

건물의 경관과 충돌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며 “정형화된 건물 외벽 창문에 색을 가미함으로써 경기

문화의 꿈과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리듬감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건물 내부의 채광과 시야 확보를 위해 창문 전체를 컬러 시트지로 마감하는 당초 계획

을 수정, 창문 테두리에만 색을 입히는 디자인을 택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아이플러스카드 지원 업무협약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 조재록 NH농협은행 경기

영업본부장은 지난 6월 13일 ‘경기아이플러스카드 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

에 따라 경기아이플러스카드 소지자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경기도박물관·경기도미술관·백

남준아트센터·실학박물관·남한산성행궁·전곡선사박물관 등 경기문화재단의 운영기관을 무

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기아이플러스카드는 다자녀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출산 친화 분위

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7년 6월부터 발급된 다자녀 우대카드로 학원, 출산용품, 분유, 건강검

진,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 상표권 분쟁 승소5년간 법정 공방 끝에 상표권 되찾아

경기문화재단이 5월 31일, 백남준 상표권자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등

록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특허법원 2부(주심 배기열)는 A씨가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의 백남준 상표권등록무효 파기환송심에 대한 판결 취소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는 무효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저명한 백남준의 성명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모방해 이 사건의 상표를 출원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사건의 심결은 정당하고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5년간 스무 차례가 넘는 법정 공방 끝

에 법원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기문화재단은

백남준 상표권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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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77

경기문화재단, ‘제5회 경기국제보트쇼’ 참가 관람객 17만여 명, 역대 최고 호평 속 내년 계약

지난 5월 30일부터 사흘간 화성시 전곡항과 탄도항 일원에서 열린 ‘제5회 경기

국제보트쇼’가 역대 최고라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보트쇼는 지난

해보다 33%가 증가한 17만여 명의 관람객이 보트·요트 승선 체험과 비치발리볼대회 등

풍성한 볼거리를 즐겼다. 또한 국내 해양레저업체들이 외국 업체와 970억원의 계약 실적을

올리는 등 내외부적으로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번 보트쇼에 경기도박

물관, 경기도미술관, 경기창작센터,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목판인쇄 체험’, ‘책갈피 만들기’, ‘핀버튼 만들기’, ‘나만의 친환경 배 만들기’ 등의

체험 활동을 진행해 보트쇼를 찾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경기창작센터, ‘2012 여수세계박람회 경기도홍보관’ 마련

‘2012 여수세계박람회 경기도홍보관’이 박람회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창작센터 이기일, 홍남기 입주작가가 주도하여 ‘해양과 바다’라는 박람회의

주제에 맞게 특성화된 디자인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홍보관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

해 카페&갤러리의 편안한 분위기로 내부를 연출, 복잡한 회장 내에서 잠시나마 여유

로움을 제공하는 등 다른 지자체관과 차별화를 꾀했다. 경기도관은 ‘서해안 골드코스

트, 경기도 금쪽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낚다’를 슬로건으로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에 맞춰 경기만의 보전, 이용,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경기도의 전반적인 해양 정책과 노력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한편 2012 여수세계박

람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국제 행사로 박람회 기간 중 약 10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문화재연구원, 만년제 복원·정비 추진 박차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원장 조유전)이 화성시 안녕동 일대에 자리한 경기도

기념물 제161호 만년제 발굴조사 결과 구조와 위치가 사료의 기록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조선 정조대왕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한 만년제는 경기도가 1996년 7월 문화재로 지정 보호

중이다. 지금까지 일부 학자와 지역주민이 위치와 규모가 사료와 다르다며 문화재 지정 해제 신청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번 발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정비

계획 수립과 기본 설계를 포함한 활용계획을 마련해 복원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화성 만년제 2차

시굴 및 발굴조사를 맡은 조유전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문화재지리정보 시스템을

통한 분석과 <일성록> 등 사료 기록을 대조한 결과 괴성(塊星, 저수지 한가운데 조성된 인공섬)과

제방 규모, 하수문지 등의 구조와 위치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원장은 “<일성록>에 나와

있는 괴성이 아직도 만년제 한가운데 남아 있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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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전 릴레이 강연 & 전시 해설기 무료 대여

경기도미술관(관장 최효준)은 지난 5월 4일 개막한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 전시 부대행사로 전시 참여 작가 등

예술가들의 릴레이 강연을 열어 호평을 받고 있다. 5월 16일 대목장 조전환의 ‘말탄 한옥’을 시작으로 모두 8회의 강연이 펼

쳐졌으며, 오는 7월 6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전수천 작가의 ‘무빙 드로잉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7월 13일 정헌이 작가의

‘박이소의 여행’을 끝으로 릴레이 강연의 막을 내린다. 한편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전은 7월 15일까지 계속되며, 전시장 입

구 안내데스크에서 전시 해설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대한약품공업주식회사에서 기증한 전시 해설기에는 학예사의 생생한 작품 해

설이 담겨 있어 전시의 이해와 재미를 높여준다.

실학박물관, ‘대학생 실학캠프’ 개최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은 오는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 동안 대학생

실학캠프를 진행한다. 작년에 이어 열리는 실학캠프는 딱딱한 강의에서 벗어

나 생생한 현장(유적)에서 실학자들의 삶의 자취를 찾아보고 느껴보는 답사 프로그램이

다. 남양주 실학박물관과 정약용 유적지, 안산의 성호 이익기념관, 경남 안의 연암 박지

원 유적지, 전남 강진 다산초당, 전북 부안 반계 유형원 유적지 등을 돌아보는 이번 프로

그램은 유적답사와 해설, 토론과 발표, 문화 공연, 강연 등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올해 다

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을 맞아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마련한 대학생 실학캠프에서 참가

대학생들은 시대의 선각자로 치열하게 고민한 실학자들의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문의 실학박물관 www.silhakmuseum.or.kr | 579-6008

경기창작센터, ‘2012 입주작가 멘토링 프로그램’ 시작

경기창작센터(관장 최효준)가 개념미술가 코디 최의 초청 강연으로 입

주작가 멘토링을 시작했다. 코디 최는 미국에서 오랜 작품 활동과 뉴

욕대학 교수를 지낸 작가이자 이론가로 초청 강연은 지난 5월 30일 경기창작센터

에서 2시간 동안 진행하였다. 작가 멘토링은 예술가를 위해 국내외의 저명한 예술

관련 전문가를 초청, 입주작가와 직접 만나게 해 조언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경기

창작센터는 세계적인 기획자를 초청하여 주목받았다. 올 연말까지 모두 8차례 예

정돼 있는 입주작가 멘토링 프로그램은 최근 예술 분야의 두드러지는 두 가지 경

향인 사회적 관심과 장르 간 크로스오버 현상을 반영하여 예술뿐만 아니라 다양

한 분야의 멘토를 섭외하고 있다.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멘토링 초청강연은 누

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경기창작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 경기창작센터 www.gyeonggicreationcenter.org | 032-890-4800

Page 81: 문화나루23호 전체(단피) (11 MB)

2012 no.23 79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남한산성 연구총서 제3권> 발간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단장 전종덕)은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가치 발굴을 위한 <남한

산성 연구총서>를 펴냈다. 그동안 사업단은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국내외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학술 연구로 방대한 결과를 축적하였고, 이미 1, 2권의 연구총서를

발행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제3권은 ‘국제 성곽유산 발달사 및 비교연구’를 주제로 남한산성을 포함

한 우리나라의 성곽유산과 함께 아시아, 유럽의 유산을 비교 연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남한산

성 연구총서>는 남한산성 아트숍 ‘여담’에서 구입 가능하며, 사업단 홈페이지에서 PDF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다.

남한산성 연구총서 제3권 | 총 168쪽 | 가격 2만원 | 문의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www.ggnhss.

or.kr, 777-7500

전곡선사박물관,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 방문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모나코 국가관’ 설치, 해양학술 심포지엄 개최로 여수 엑스포를

빛낸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가 지난 현충일 연천 전곡선사박물관(관장 배기동)을 방문

했다. 이번 방문은 2010년 7월 프랑스 고인류학연구소 개원 100주년 기념학회에 참석한 배기동 관

장의 요청과 프랑스 구석기 연구의 권위자 앙리 드 룸리Henry de Lumley의 협조로 성사되었다. 1950

년대를 대표하는 유명 여배우 그레이스 캘리의 아들인 알베르 2세는 선사고고학에 조예가 깊었던

조부 알베르 1세의 유업을 계승하여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알베르 1세는 1910년 프랑

스에 고인류연구소를 세웠으며, 알리 브레이의 동굴벽화 조사와 간행을 지원했다. 또 알베르 2세

는 선사학 분야 연구자에게 해마다 아버지의 이름을 딴 ‘레이니에 3세 연구상’을 수여하고 있다. 알

베르 2세는 전곡선사박물관 부근 발굴현장을 방문하여 생생한 구석기 유적 발굴 진행 상항을 살펴

보고 선사유적지를 둘러본 후 박물관 전시 관람과 기념식수를 하였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돌고래와 환상의 바다여행> & <꿈을 향해 날다> 작품 설치

경기도어린이박물관(관장 이경희)은 박물관 1층 상층부에 작품 <돌고래와 환상의

바다여행>과 <꿈을 향해 날다> 작품을 설치했다. 휴대전화로 무료전화(010-8771-

8601)를 걸어 돌고래를 움직이는 최문석 작가의 <돌고래와 환상의 바다여행>은 물리적 조형

작품에 모바일을 이용해 실질적인 인터렉티브 요소를 가미하였다. 또한 관람객이 바람개비

조작 장치에 입김을 불어 새가 날갯짓을 하는 원리를 이용한 <꿈을 향해 날다>는 반쪽 날개

가 거울에 반사되어 하나의 날개가 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박물관 측은 돌고래와 새를 기

계적 움직임으로 재현하여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유도

하기 위해 작품을 설치했다면서 로비 상층 공간에 신비로운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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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사계-비교연구를 통해 본 산성도시 남한산성’을 읽고 남한산성이 지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경기문화나루>를 받아볼 때마다 소중한 선물을 받는 느낌입니다. 정성들여 만들고 보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곽종석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고양시 일산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고양 서삼릉 누리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경기문화나루>의 ‘걷고 싶은 길’을 접하고 어머니와 즐거운 데이트를 했습니다. 경기도의 숨은 좋은 길을 더 많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용수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2동

‘특집-다산 탄생 250년’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남양주 실학박물관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곡선사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안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박2일 선사문화캠프도 꼭 신청해보려 합니다. 앞으로도 경기도의 좋은 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윤복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평소 상록수역을 자주 지나치면서 그곳이 소설의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 정확한 유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경기문화나루>의 ‘경기인물열전-인간 상록수 최용신 이야기 속을 거닐다’를 통해 최용신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유익했습니다. 권기훈 군포시 수리동

‘내 인생의 한 줄-사랑스레 읽던 책’ 최종규 작가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한 줄기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요즘 세대와 다른 시각이 참 보기 좋았고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새로움을 만끽하는 여유로움이 부러웠습니다. 느낌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희림 서울시 구로구 구로4동

지난 호를 읽고 …

독자엽서 추첨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독자엽서를 보내주신 분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경기문화재단 발행 도서를 보내드

립니다. 독자 선물은 7월 20일까지 우편 발송됩니다. 반송된 선물은 재발송하지 않으니 주소와 연락처를 정

확하게 적어서 짝수 달 20일까지 보내주세요.

곽종석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권기훈 군포시 수리동

김성록 대구시 동구 신암남로

남경식 오산시 오산동

방계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신용수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2동

이윤복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오순택 서울시 관악구 보라매동

유재형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이희림 서울시 구로구 구로4동

경기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경기문화나루>는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 e-book

보기 서비스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QR코드 리딩으로 보실 수 있으며, 경기문화재단의

운영기관(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남한산성문화관

광사업단,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문의 031-231-7267 | 홈페이지 www.ggcf.or.kr |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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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23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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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백마를 몰고, 동생은 고래를 타고 서로를 향해 돌진합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이 꽤 만만치 않네요.

어린 시절, 형제들간의 싸움은 어찌나 사소하고도 잦았던지요.

시간이 흐르면 그마저도 참 동화 같은 추억이 되는 일인 것을요.

여름휴가를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다투는 중이었을까요?

글 황록주 경기도미술관 학예팀

Tomorrow-자매의 전쟁

원성원 | c-프린트 | 120×200cm | 2008 | 경기도미술관 소장

경기문화재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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