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해군 부부의 귀농귀촌 생활 - gokseonggokseong.go.kr/home/city/down/diary_21.pdf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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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7 좋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지금 우리 부부가 누리고 있는 시골생활이다. 물론 농촌 생활에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서 누리는 만 족감은 상상 이상이다. 도시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하고 시 골로 내려온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 물론 도시의 네온사인과 편함이 가끔 그립기도 한 게 사실이지만, 시 골 장터의 소박함이나 풀벌레 소리,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싫지만은 않 은 것은 우리 부부만이 아닐 것이다. 도시의 구청이나 주민 센터와는 분위 기부터가 다른 군청과 면사무소. 도시에서의 카페나 베이커리도 좋았지만 구수하고 신선한 시골 동네의 내음이 우리의 가슴속 깊이 스며든다. 길고 행복한 숨을 마음껏 들이키면서 귀촌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귀촌에서 귀농으로 아내의 고향 근처로 이사하자는 결정을 내리기 전 우리 부부는 광주 근처 에서 무료한 전원생활을 칠 년 이상이나 이어가고 있었다. 조그마한 텃밭은 아내의 몫이었고 나는 앞마당 잔디나 관리할 뿐 일상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TV가 차지하고 있었다. 정신 건강은 날이 갈수록 퇴보해갔고 게으름은 차고 넘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아내의 조언에 따라 뒤늦게 깨달은 바가 있어 귀 농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곡성군 귀농귀촌 지원센터에 연락을 한 것이 귀 농의 발판이 되었다. 이사 오기 전 곡성군 귀농귀촌 지원센터를 방문해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았다. 친절한 일대일 상담을 통해 귀농 지원정책, 빈집 정 보, 귀농인의 집(1박 2일 귀농체험 가능), 시골 주택 구입 시 주택 수리비 지 원, 창업이나 영농에 필요한 기반 시설 지원, 귀농학교 운영 등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에 힘입어 귀농 결정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필요했던 귀농귀촌인 자격(주민등록상 1년 이상 도시에서 거주 후, 시골 전입 후 지원 항목에 따라 3~5년 이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김성호 전역해군 부부의 귀농귀촌 생활 오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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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7함께 곡성에 깃들다·귀농귀촌 열두명의 이야기

김성호

귀농이야기

좋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지금 우리 부부가 누리고 있는 시골생활이다. 물론

농촌 생활에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서 누리는 만

족감은 상상 이상이다. 도시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하고 시

골로 내려온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

물론 도시의 네온사인과 편함이 가끔 그립기도 한 게 사실이지만, 시

골 장터의 소박함이나 풀벌레 소리,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싫지만은 않

은 것은 우리 부부만이 아닐 것이다. 도시의 구청이나 주민 센터와는 분위

기부터가 다른 군청과 면사무소. 도시에서의 카페나 베이커리도 좋았지만

구수하고 신선한 시골 동네의 내음이 우리의 가슴속 깊이 스며든다. 길고

행복한 숨을 마음껏 들이키면서 귀촌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귀촌에서 귀농으로

아내의 고향 근처로 이사하자는 결정을 내리기 전 우리 부부는 광주 근처

에서 무료한 전원생활을 칠 년 이상이나 이어가고 있었다. 조그마한 텃밭은

아내의 몫이었고 나는 앞마당 잔디나 관리할 뿐 일상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TV가 차지하고 있었다. 정신 건강은 날이 갈수록 퇴보해갔고 게으름은 차고

넘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아내의 조언에 따라 뒤늦게 깨달은 바가 있어 귀

농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곡성군 귀농귀촌 지원센터에 연락을 한 것이 귀

농의 발판이 되었다. 이사 오기 전 곡성군 귀농귀촌 지원센터를 방문해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았다. 친절한 일대일 상담을 통해 귀농 지원정책, 빈집 정

보, 귀농인의 집(1박 2일 귀농체험 가능), 시골 주택 구입 시 주택 수리비 지

원, 창업이나 영농에 필요한 기반 시설 지원, 귀농학교 운영 등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에 힘입어 귀농 결정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필요했던 귀농귀촌인 자격(주민등록상 1년 이상 도시에서 거주 후, 시골

전입 후 지원 항목에 따라 3~5년 이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김성호

전역해군 부부의 귀농귀촌 생활

오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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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9함께 곡성에 깃들다·귀농귀촌 열두명의 이야기

소동락 귀농귀촌학교

곡성으로 이주한 후엔 소동락 곡성 귀농학교에 다녔는데 그 과정을 통해

좋은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농약 교육, 다양한 작물 경작 체험들, 목공

기술 체험, 전통 구들장 집 만들기, 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농기계 임대 정

보, 보수를 받으면서 영농 기술이나 노하우를 선도 농업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 또한, 귀농귀촌의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 귀농인들의 생생

한 경험담을 통해 시골생활에 필수적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국민연금과 건강 보험료 50% 지원, 여성 농업인을 위

한 행복 바우처, 젊은 귀농인들을 위한 자녀 학자금 및 영유아 양육수당, 신

생아 양육비 등 다양한 지원들, 그리고 귀농 창업인들을 위한 융자 프로그램

등의 정보까지 얻게 되었으니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한테는 꼭 필요한 학교

였다. 더욱더 좋았던 것은 소동락 학교에서 알게 된 선배 귀농인들과의 정겨

운 소통이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귀농 실패를 군과 면 그리고 마을 주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군청에서 알아서 개인적인 많은 것을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귀농을 결정하지는 없겠지만, 놀랍게도 어려

운 요구를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한 기대와 낭만

적인 생각만 가진 채로 철저한 준비 없이 귀농귀촌하면 필연적으로 많은 실

망과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터잡기와 집 고치기

귀농을 확실하게 결정한 후 땅과 집을 보고 다녔다. 홈페이지에서 곡성군

부동산 정보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저수지를 끼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총 6

가구)을 찾게 되었다. 다른 곳들도 여러 군데 다녀보았지만 이 작은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대부분 은퇴를 하고 최근 1~2년 내 정착하신 분들이

사는, 새로 형성된 마을이었다. 집과 집 사이가 많이 떨어져 있어 프라이버시

가 보장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마침 그 마을에 마음에 드는 집과

농사를 지을만한 작은 규모의 땅(900평)이 있었고 세 번 방문 끝에 부동산 공

인중개사를 통해 새 삶을 일구게 해 줄 터전을 마련하였다.

이곳으로 이주를 하고 나서도 처음 일년간은 새집을 단장하느라 여념이

김성호

귀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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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1함께 곡성에 깃들다·귀농귀촌 열두명의 이야기

없어 농사에는 신경조차 쓸 수가 없었다. 이사한 집은 일반 가정집으로 지은

집이 아니었다. 그저 별장식으로 지었다고나 할까? 장만하기 전에 알고는 있

었지만, 동유럽 풍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실용성은 떨어졌다. 밭으로 사

용할 수 있는 터가 넓어서 그저 하루하루 별장 생활을 할 생각이었으나 그것

은 오산이었다. 아내는 주방부터 시작해서 바깥 다용도실, 현관과 출입문, 지

붕 물받이, 정원의 수로, 관리가 많이 부족했던 앞마당 정자 등을 치밀한 계

획과 주도하에 보수했다. 아내가 야외 화장실 타일공사까지 할 수 있을 정도

의 세미프로가 되어갈 즈음 기대하던 집의 모습이 갖추어졌다. 그제서야 일

상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되었다.

앞마당은 나무 피켓 펜스로 그리고 나머지는 철 펜스를 설치해 집과 밭이

야생동물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창고 및 차고 청소 와 보수, 전 주인

이 염소를 키우던 비닐하우스 3개동 청소를 같이 했다. 힘들고 많은 시행착

오도 있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았던 그라인더 작업, 아내의 아름다운 손에 굳은살까지 들

게 한 펜스 작업, 서툴지만 완성을 꼭 봐야하는 왕 초보 목수가 만든 창고 2

층 계단, 멋있고 튼튼한 평상들, 정글 같던 밭을 처음 만져본 예초기로 3일

만에 깨끗하게 정리했을 때의 기쁨들.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속에 묻어나

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그 당시 동내 또래 동생이 ‘형은 예초기 소리도 크

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영 진도가 안 나가네!’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

생하다.

귀농귀촌, 인사가 만사

집 주변에서 논농사, 밭농사 짓는 분들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

만 만나게 되면 인사는 기본이고, 집안의 정자에서 따뜻한 커피나 시원한

음료수를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만날때마다 미

소를 띠고 살갑게 해준다. 고춧잎을 따주는 법, 깨를 털고 선풍기를 이용

해서 거르는 방법, 비닐을 좀 더 쉽게 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신다. 나에게

는 모두 생소한 방법들이다. 농사 도사님들로부터 얻는 밭농사 지식, 그냥

참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동네는 거의 대부분의 가구가 최근에 은퇴하신 분들로 이루어진

새 동네라서 시골 어르신들과의 마찰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이장

님과의 관계는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을 느꼈다. 운 좋게도 아내가 이장님

과 짧은 시간 안에 가까워져 퇴비도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다. 군청

과 면사무소 방문은 많으면 많을수록 시골생활이 수월해진다는 것도 아내

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농사 이야기

농사 지은지 어느덧 2년째인 요즘. 옥과 농협을 통해 작물 재배기간도 알

수 있고 농사에 관해 갖가지 조언과 자문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지

어준 별명의 농협 <농약 박사님>께 병든 고추 이파리나 이름 모르는 벌레를

가지고 가서 물어보면 농약 추천은 물론 예방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모종 심

는 시기, 간격, 줄 치는 방법, 수확하기 전 주의할 점들, 수확 후의 작물 처리

와 보관 방법, 새로운 농기구 사용하는 방법 등, 의심이 나면 찾아가 물어보

김성호

귀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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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3함께 곡성에 깃들다·귀농귀촌 열두명의 이야기

게 되는 걸어 다니는 인간 농사 백과사전이다.

작년엔 집 옆의 250여 평 밭에서 고추와 참깨 들깨 농사를 지었다. 처음 해보

는 농사가 으레 그러하듯 초보들이 겪는 온갖 어려움들을 모두 겪었다. 정성을

다해서 심어 놓은 고추가 때아닌 우박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의 참담함. 그렇지

만 그것도 한순간. 새싹들이 다시 나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서 희망을 갖고

정성을 다했더니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아내가 구슬땀을 흘리며 빨간 고추

를 따고, 나는 운반하면서 감동의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참깨와 들깨를

털 때 나는 소리는 어떤가? 어느 좋은 음악보다도 한여름의 더위와 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말끔히 씻어주는 즐겁고 행복한 소리다.

이제는 이웃에서 농사를 짓는 마을 어르신들과도 농사정보를 교환할

정도로 친해졌고, 올해도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추와 깨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아내는 토마토와 파프리카에 도전한다. 이웃에서 토마토 재배

하는 법을 눈 동냥하여 흉내 내 망도 쳐보았다. 똑같은 실수는 아니지만

아직도 실수는 여전하다. 농약을 친 후에 남은 약을 버리기 아까워 두 번

세 번 쳤더니 작물이 말라버렸다. 아내가 그렇게 열심히 포트에 키워서 옮

겨 놓은 참깨 모종인데.

고추, 참깨, 들깨, 토마토, 파프리카, 양파, 마늘, 고구마, 부추, 상추 등 모

두 자식처럼 생각하며 농사 짓는다. 그래서 한 그루라도 병에 걸리면 아직도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 초보다. 올해 농사는 작년보다 더 열심히 물도

주고 약도 정확히 한 번씩 하고 줄도 정성을 담고 칠 생각이다. 늦은 여름부

터 가을까지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고추를 따고, 씻고, 말리고, 깨는 털면서

거르고, 말리고 하고 나면 또 한 번 수확의 만족을 즐기게 될 것이라 확신한

다. 지금은 최고의 농사꾼이 된 아내.

두 번의 실패를 경험 했으나 다시 예쁜 병아리들도 분양 받았고 닭장도

직접 만들었다. 18마리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서 70년대 다방에서 맛보

았던 모닝커피(커피+계란 노른자) 맛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그만큼 정성

들여 열심히 키워보려고 한다. 아침마다 어김없이 울어대는 수탉의 알람을

들을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소소한 일상들이 곧 행복

이렇게 빠르리라곤 예상하지도 못했지만, 예초기 작업은 물론이고 간단

한 배관 작업, 평상까지 해내게 된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아내가

즐겨보았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까지는

안 되어도, 내가 즐겨보는 ‘삼시 세끼’ 정도의 낭만을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느끼며 살고 있다. 전문으로 농사를 하는 분들은 절대로 교과서 같은 방법으

로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해마다 또 다른 것이 농사의

묘미임을 알아가고 있다. 수학을 전공했던 나로서는 요즘 농사지을 때 가끔

듣게 되는 ‘대충’이라는 말이 너무나 편하고 좋게 다가온다. ‘대충’이라는 말,

욕심 부리지 않고 여유 있게 모든 것에 임하면 나머진 다 저절로 채워진다는

의미의 단어. 그냥 좋을 뿐이다.

아내가 농사일을 할 때마다 흘리는 땀방울을 보면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

지지만 아내의 환한 웃음소리와 귀여운 농담을 들을 때면 나의 심장이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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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5함께 곡성에 깃들다·귀농귀촌 열두명의 이야기

내린다. 도시의 저녁 낭만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지만 시골 밤하늘 별들의

속삭임들이 그 그리움을 무색하게 한다. 비 오는 날 꼭 부침개를 맛보게 해

주는 아내가 참 고맙다. 와인과 스카치보다는 담근 술과 막걸리가 적격인 이

여유로운 삶이 과거보다는 우리를 더 너그럽고 여유롭게 성장시키고 있다면

행복한 착각일까?

오늘도 아내가 심어놓은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을 보면서, 언

젠가 내게도 꽃과 나무를 감상으로 끝내지 않고 관리까지 할 수 있기를 고대

한다. 꽃과 같이 아름다운 색깔로 나오는 포도나무 이파리를 즐길 줄 알고,

정원을 아름답게 단장하는 꽃과 나무. 감사의 마음으로 물을 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두 아들 부부는 도시의 바쁜 일상 중에도 땀의 결실로 일궈놓은 우리 집

을 참 좋아한다.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시골

정취, 시골 살림을 척척 잘해나가는 아내. 함께 사는 애완견 세 녀석, 단테(블

랙 래브라도 리트리버), 칸과 맥스(말라뮤트)와 함께 즐기는 하루하루 또한

더없이 행복하다.

나눔과 감사

농사를 지어서 부자가 되려고 귀농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농사를 지

으면서 땀을 흘리고 수확을 하고 지인들과 나누는 행복을 즐기고 있다. 작물의

결실을 통해 평생 처음 느껴보는 보람. 우리 땀과 노력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들

을 함께 나누면서 웃는 것만으로도 귀농 결정에 대해 충분히 만족한다.

집 옆의 텃밭에서 나온 상추나 파, 부추 등등으로 저녁상을 준비하고 그 귀

한 음식으로 서로 감사하며 함께 하는 저녁상은 어느 진수성찬보다도 맛있다.

올해의 일이다. 노랫소리가 너무도 고운 한 쌍의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마당의 정자 앞에 있는 돌절구 안에 둥지를 틀었다. 혹시나 둥지가 비에 젖

을까 걱정되어 큰 파라솔로 덮어주기도 했다. 이 녀석들이 내년에도 다시 찾

아와 주기를 바라면서. 그때 쯤에는 이 왕초보 목수도 조그맣고 예쁜 새집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뻐꾸기 노랫소리를 들으며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

보면서 바쁜 일과를 정리한다. 처음 해보는 고된 농사일에 육체는 힘들어도

풀벌레 소리와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잔잔한 행복의 물결이 용솟음쳐

오름을 느낀다.

김성호

귀농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