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0 은 유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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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조 규 성 * 본 연구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유아가 한 그루 나무와 맺는 관계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세 편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각 작품에서 드러나는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를 이 제시한 현상학적 체험의 공간성 시간성 신체성 관계성에 초점을 두고 분석 하였다 분석 결과 문학작품 속의 나무는 유아에게 위로받고 회복되는 공간 호기심과 상상 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 으로서 의미 살아있는 과거 꿈꾸는 미래 로서 의미 너는 또 하나의 나 내가 믿는 건 너뿐 으로서 의미 나무가 된 나 로서 의미 등 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작품 속에서 유년 시절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의 나무는 유아를 위로해 주고 회복시켜 주는 보살핌의 존재 인 동시에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교육적 존재 이다 주제어 자연체험 시간성 공간성 신체성 관계성 현상학적 탐구 논문접수 수정본 접수 게재승인 신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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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0 은 유년기에 자연과 보낸 시간을 보면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생태유아교육연구

2015. 제14권 제1호 , 29 - 50

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조 규 성*

요 약

본 연구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유아가 한 그루 나무와 맺는 관계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세 편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각 작품에서 드러나는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를 van

Manen(1990)이 제시한 현상학적 체험의 공간성, 시간성, 신체성, 관계성에 초점을 두고 분석

하였다. 분석 결과 문학작품 속의 나무는 유아에게 ‘위로받고 회복되는 공간’, ‘호기심과 상상

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으로서 의미; ‘살아있는 과거’, ‘꿈꾸는 미래’

로서 의미; ‘너는 또 하나의 나’, ‘내가 믿는 건 너뿐’으로서 의미; ‘나무가 된 나’로서 의미 등

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문학작품 속에서 유년 시절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의

나무는 유아를 ‘위로해 주고 회복시켜 주는 보살핌의 존재’인 동시에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교육적 존재’이다.

주제어 자연체험(nature experience)시간성(lived time)공간성(lived space)신체성(lived body)관계성(lived relation others)현상학적 탐구(phenomenological inquiry)

※ 논문접수 : 2015. 01. 31 / 수정본 접수 : 2015. 03. 10 / 게재승인 : 2015. 03. 25* 신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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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유아기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매우 중요한 시기로서, 이 시기에 주변의 어떤 환경을 접

하고 경험했느냐가 그 사람 평생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박경희, 2005). 이는 유아들이 성인과

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사고한다는 데에 기인한다(권준모, 2005). 인지발달 단계

상 전조작기 중 직관적 사고기에 해당하는 시기의 아동들은 사물에 대하여 많은 호기심과 의

문을 나타내며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사고에 기초하여 사물을 인식한다. 자신의 조

망에 의해서 사물을 지각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할 수 없는 자아중심적 사고를 하

며, 생명이 없는 대상에게 생명과 감정을 부여하는 물활론적인 사고를 하고, 꿈을 실제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유재봉, 최승희, 1991).

특히 유아들은 어린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

(Borin, 2005). Nevers & Billmann-Mahecha(2003)는 아이들은 정서적인 감정을 나무에 부여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이런 능력은 감소한다고 하였고, Coles(1990)는 아이들이 자연

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 경험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Teasdall(1999)은 유년기에 자연과 보낸 시간을 보면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Kals & Ittner(2003)는 아이들과 자연의 직접적인 경험은 자연에 대한 친근

감을 촉진시키며, 나이를 먹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유아들이 어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면 그 체험의 양상과 의미는 무

엇일까?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 중 현상학적 접근을 통하여 유아가 자연과 맺는 관계의 본

질을 확인하고 이해하고자 하였다.

질적연구 방법론은 개별 경험에서 출발하여 경험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한다. 연구 대상

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연구 대상자의 체험 이야기를 통해 그 세계와 경험 현실을 해석·재

구성하는 방법론이다(이희영, 2005). 따라서 ‘체험 이야기’를 연구 자료로 하며, 과학적 분석

이나 설명이 아닌 이해와 해석을 통해 접근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문학작품은 현상학적 탐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즉 언어적 상상력으로 있을 법한 인간의 삶을 다룬다. 문학은 인간의 삶의 문제들

을 정면으로 솔직하게 문제삼으며 삶의 일상적인 표층성을 초월하기 위한 물음을 부단히

지속시켜 준다(홍계숙, 유혜령, 2001). 그래서 “문학이나 시 혹은 다른 이야기 형식들(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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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s)은 현상학자가 실천적인 통찰을 증가시키기 위해 주목할 수 있는 경험들의 샘으로

쓰인다. 이야기는 있을 수 있는 인간 경험들을 제공해 주며, 우리가 정상적으로는 경험하지

못할 상황, 느낌, 감정, 사건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인간적

인 방식으로 끌어들이며, 우리를 허구적이든 현실적이든 간에 체험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예술적 장치이다. 따라서 훌륭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조건의 특정한 측면들에

대한 통찰을 획득할 기회를 갖게 된다”(van Manen, 1990:98).

본 연구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유아가 한 그루의 특별한 나무1)와 관계 맺는 의미와 본

질을 현상학적 방법에 따라 탐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아직까지 문학작품을 탐구의 자료

로 활용하여 유아가 자연과 맺는 현상학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

려우며, 고진호(1992); 홍계숙, 유혜령(2001) 등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본 연구가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에 대한 교육적 통찰과 함께, 유아의 체험 의미

를 탐구하는 방법론적 시도들이 보다 확장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2. 연구 대상

연구 대상으로는 장은정(2005)의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 Vasconcelos(2002)의 나의 라

임오렌지 나무, 정채봉(2000)의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등 세 편의 작품을 채택하

여 분석하였으며, 표집방법으로 연구문제에 가장 적절한 정보를 줄 수 있는 구체화된 특성

에 부합하는 대상이나 사례를 연구자가 결정하여 표집하는 의도적 표집법을 따랐다(김윤옥

외, 2001).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은 문예창작과 석사학위 논문 본론 부분에 해당하는 창작 동화이

다. 주인공 종희의 5살부터 9살까지의 이야기로 종희가 성장하면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동화이기도 하다. 조숙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은 종희가 6살 때 아빠의 사업

실패로 셋방살이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오래된 무화과나무

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애정을 가지게 되고, 종희는 무화과나무 구멍 안에서 슬픔을 삭이며

위안을 받곤 한다. 주인 집 딸인 영숙이는 종희와 대립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무화과나무를

매개로 서로 화해하는 인물이다. 부모의 불화로 상처를 받고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

는 영숙이 역시 무화과나무를 ‘보바’라 부르며 내면의 소통을 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브라질 작가인 Vasconcelos의 대표적 작품이다. 세계 각국에 번

1) 나무는 유아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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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잘 알려진 성장소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5살 소년 제제를 통해 사

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인간과 사물 또는 자연의 교감, 어른과 아이의 우정

등을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제 역시 아버지의 실직으로 이사를 가게 된 집 뒤뜰

에 있는 작은 라임오렌지 나무를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으며 성장해 간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는 동화작가 정채봉이 발표한 유일한 장편동화이다. 주인공

박계수는 ‘계수나무’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리는 아이로, 7살 때 외할머니를 떠나 아버지의

고향인 배들이 마을에 오게 된다. 모든 생명체에게 “안녕”을 외치고 풀과 새와 구름과 대화하

는 계수나무는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엉뚱하기도 하고 말썽꾸러기이기도 하지만, 어른보다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깊고 솔직해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이다. 특히 계수나무는 은밀한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 친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매화나무는 작품의

이야기 구성을 지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인간 보편의 진실을 추구하는 상징적인 문학인 ‘동화’라는 장르 양식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세 작품 모두 ‘성장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장 이야기란 미

성숙한 주인공이 어떤 경험을 통하여 성숙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을 말한

다. 이런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어린 주인공이 그의 앞에 준비되어 있는 시련과 고통의 문턱을

넘어 세상에서의 자기정체성과 역할을 깨달아 가는 내용이 중심으로 이룬다. 즉 유아가 성인

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세계의 주체로서 정립되는 각성

의 과정을 주로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장은정, 2005).

3. 기존 문헌 검토

본 연구에서는 문학작품 속에 담긴 유아 생활세계의 의미, 나무나 숲과 유아가 맺는 관계의

의미, 나무나 숲의 문화적 의미 등 유아와 자연의 ‘의미’를 다룬 연구물과 실제 나무 관련 프

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실행하여 그 의미나 효과를 탐구한 연구 등을 중심으로 수집하여 참고

하였다.

문학작품 속에 담긴 유아의 생활세계의 의미를 탐구한 연구로는 고진호(1992); 장미연 외

(2011); 홍계숙, 유혜령(2001) 등을 찾아 읽었다. 고진호(1992)는 동화 어린왕자를 교육현상

학적으로 분석하여 아동의 이해에 접근하고 있다. 장미연, 송주은, 임재택(2011)은 ‘숲’이 등장

하는 한국의 전래동화 20편을 선정하고 숲의 공간적 의미를 ‘생명의 숲’, ‘소통의 숲’, ‘새로움

의 숲’, ‘감성의 숲’, ‘생활의 숲’ 등으로 분석하여 탐구하였다. 홍계숙, 유혜령(2001)은 문학작

품 속에 나타나는 아동의 생활 세계를 통하여 아동의 비밀이 표현되는 구체적인 양상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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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험의 의미를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탐구한 연구

로는 고민경(2011), 조규성(2010) 등을 참고하였다. 고민경(2011)은 유아들이 숲 체험을 통해

자연의 대상물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또 유아와 유아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경험

하며 발달해 나가는지에 대한 의미를 통해 유아의 존재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조규성

(2010)은 아이들의 숲에 관한 가장 인상 깊은 기억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아이들이 숲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분석하였다. 그밖에 김기원(1996), 전영우(1995) 등은 나무

나 숲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김기원

(1996)은 속담에 깃든 나무와 숲의 의미를 정리하였고, 전영우(1995)는 박수근의 그림을 통해

나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문화의 전 영역에 녹아서 여전히 우리들 저변에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나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의미를 탐색한 연구들(고보숙, 2006; 박경희, 2006;

정해현, 2015; 조혜령, 2012)은 실제 세계에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에 대한 본 연구

의 결과를 지지해 준다. 고보숙(2006)은 유아들이 한 그루 나무를 ‘나의 나무’로 정한 후 그 나

무와 관련된 다양한 자연친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면서 활동의 의미를 탐색하였

다. 이 연구에서는 나무를 교육과정의 매체로 선정한 이유로, 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친숙하며, 나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고, 계절이나 자연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관련한 체험활동을 풍부하게 계획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박경희(2005)는 숲 체험활동을 통해 유아들은 내적인 안정감을 가지게 되며, 내적 안정감을

가진 유아들은 그렇지 않은 유아들에 비해 주변 환경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접촉하

며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타인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발전시킨다

고 하였다. 정해현(2015)은 유아들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동네의 공원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를 실시하고 그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유아들의 태도를 탐구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아

들은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느끼고, 돌봄과 배려의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환경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조혜령(2012)은 ‘나무’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유아들이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의 관계성을 인식하고 생명존중의 필요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

다고 보고하였다.

Ⅱ. 연구방법

현상학적 탐구의 본질은 생활세계에서 드러나는 현상적 체험의 의미를 밝히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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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적 탐구에서 강조되는 것은 언제나 체험의 의미이다. 체험은 현상학적 연구의 출발

점이자 종착점이다. 현상학적 탐구의 초점은 인간 경험의 어떤 측면의 의미나 의의를 인간

경험의 전체의 맥락 속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그에 관한

그들의 반성을 ‘빌리는’ 것이다. 우리가 이 아이, 이 청소년, 이 성인의 특수한 경험에 관심

을 갖는 이유는 우리가 그러한 경험을 통해 ‘형성되거나(in-formed)’ 풍부해짐으로써 경험

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학적 연구의 주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경험으로서의 이러한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van Manen,

1990). 본 연구는 유아가 자연과 맺는 관계의 본질을 확인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

환으로 시도되었으며, 문학작품 분석을 통한 현상학적 접근으로 유아가 한 그루의 특별한

나무와 관계 맺는 의미와 본질을 밝히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van Manen(1990)이 제시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 단계를 따랐다. 첫 번째 단

계는 ‘이 현상은 정말로 어떠한 것인가?’를 묻는 단계로서, 체험의 본질을 묻는 현상학적

질문의 단계이다. 현상학적 탐구는 내부자적 관점에서 진행된다. 본 연구자는 숲 교육 연구

자로서, 교사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숲에서 뛰놀고 배우는 모습을 자주 접

하면서 아이들이 자연과 맺는 관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학교 형태의 대안 어린이집을 다니던 본 연구자의 아들의 경험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

나 직접 어린이집을 찾아가 관찰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장은정의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이 경험은 본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유아가 이사 간 집 마당에 있는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와 관계맺음을 통

해 차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린 성장 동화인데, 특히 주인공 유아가 한 그루 나무와 관

계를 맺는 이야기를 작품을 이끌어 가는 중심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어서 본 연구자의 연구

관심을 자극하였다.

장은정의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과 유사한 중심 모티브를 가진 동화작품이 더 있는지

본격적으로 찾아보게 된 것은 van Manen(1990)이 제시한 체험연구의 두 번째 단계에 해당

한다. 이 단계는 탐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포괄적 이해를 위해 다른 형태의 자료들(관용어

구, 문학 및 예술작품 등)을 수집하는 단계이다.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 등은 생활세계의

의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적 장치의 하나이며, 특히 인터뷰 등에 제약이 있는 아

이들의 생활세계를 파악하는 데는 더욱 효과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김애령, 2009). 이

단계에서 본 연구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사이트(www.riss.kr)와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

금천구 금나래 도서관, 광명시 하안도서관 등의 어린이 도서관을 2개월여에 걸쳐 수차례

방문하여 ‘성장 동화, 나무’를 키워드로 검색하였고, 그 결과 유아가 자연이나 나무와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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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를 중심 모티브로 한 두 편의 작품을 추가로 발견하였다.2)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

종적으로 장은정의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과 함께 Vasconcelos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정채봉의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등 세 편의 작품을 연구 자료로 선정하였다.

세 번째 단계는 경험 이야기 텍스트를 수집하여 그것의 내용을 분류하고, 주제 진술을 분리

하여 정리하는 본질적 주제 추출의 단계이다. 내용 분류 및 주제 진술 분리는 van

Manen(1990)이 제시한 주제 분석 방법 중 선택적 글읽기 방법을 따랐다. 선택적 글읽기 방법

이란 한 텍스트를 여러 번 경청하거나 읽고 어떤 진술이나 어구가 기술되고 있는 현상이나

경험과 관련해 특히 본질적이거나 폭로적으로 보이는가를 묻고, 이 진술들에 동그라미를 그

리거나 밑줄을 긋거나 강조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주제적 측면을 드러내거나 고립시키는 방

법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그 결과를 글로 쓰는 해석학적 현상학의 글쓰기 단계이다. 글쓰

기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떤 식으로 알고 있는지 가르쳐 준

다. 현상학의 목적은 체험의 본질을 포착해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인데, 이때 텍스트는 의미

있는 어떤 것 즉, 독자를 그 자신의 체험 안에서 힘차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관념을 반사적으

로 되살리는 것(re-living)이자 반성을 통해 점유하는 것이다(van Manen, 1990). 이 단계에서

는 본 연구의 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들을 기존의 현상학적 문헌들의 결과와 관련지으면

서 유아가 특별한 관계를 가진 한 그루 나무와 나누는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찾아내는 데 주

력하였다.

Ⅲ. 연구 결과

현상학적 주제는 경험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현상을 분석할 때 우리는 그 주제

가 무엇인지, 그 경험을 이루고 있는 경험적 구조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려고 한다(van Manen,

1990). 분석과정에서는 네 개의 기본적인 생활세계 실존체(existentials), 즉 공간성, 신체성, 시

간성, 관계성에 집중하여 이러한 현상학적 체험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반성의 길

잡이로 활용하였다.

2) 이 작품들 외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의 작품을 연구자료로 고려해 보았으나, 어린왕자의 경우 유아와 나무의 이야기가 전체 작품의 중심 모티브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경우 매우 짧은 분량 안에 유아 때부터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 한 인간의 일생 전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최종 선정 과정에서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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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성’은 현상학적으로 경험된 공간(lived space)의 개념으로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간

개념이다. 갑자기 큰 빌딩에 들어갔을 때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진다거나, 바쁜 도시, 낯선 거리

를 걸을 때 느끼는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lostness)’, ‘이방인이 된 느낌(strangerness)’처럼

어떤 공간, 상황에서 내가 자신에 대해 발견하게 되는 공간적인 느낌을 의미한다(van Manen,

1990). 어떤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은 모두 상이하며, 동일한 공간임에도 함께 체험하고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과 그 당시의 개인적 생각에 따라 그 공간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며, 다양한 모습들로 각자의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된다(권영숙, 2013).

‘시간성’은 현상학적으로 경험된 시간(lived time)의 개념으로서, 시계가 나타내는 시간이나

객관적 시간이 아닌 주관적 시간(subjective time)을 의미한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상황에서

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은 느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van Manen, 1990). 객관적 시간과

는 달리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순간순간 저마다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주체적 시간은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며 곧 삶의 시간이다(권영숙, 2013).

‘관계성’은 현상학적으로 경험된 관계(lived relation to others)의 개념으로서, 타자(others)

와 공유하는 대인적 공간(interpersonal space)에서 타자들과 유지하는 체험적 관계이다. 누군

가와 악수를 한다거나 어떤 감동을 받는 것 등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신체성’은 현상학적으로 경험된 신체(lived body)의 개념으로서, 우리가 언제나 세계 속에

신체적으로 존재한다는 현상학적 사실을 가리킨다(van Manen, 1990).

현상학적 체험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면서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미들은 핵심단

어와 핵심문장으로 드러났다. 핵심 문장들은 다시 현상학적 체험의 네 가지 구조에 따라 분류

하였으며 이후 각각의 현상학적 의미들을 집중적으로 탐색하였다.

1. 공간성

문학작품에서 유아는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 나무를 ‘위로받고 회복되는 공간’ , ‘호기

심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 등 현상학적 공간으로 체험하였다.

1) 위로받고 회복되는 공간

작품 속에서 나무에 오면 아이들의 “슬픔은 날아간다”. 나무는 친구같이, 엄마같이, 아이들

을 위로하고 아이들을 회복으로 이끈다.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무화과나무는 종희를

위로해 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오게 된 날, 슬픔에 잠

긴 종희가 찾은 곳은 “내 몸이 쏙” 들어가는 무화과나무 구멍이었다. 그 이후로도 ‘엄마의 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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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같이 따뜻한 그곳에서 종희는 위로받고 새 힘을 얻곤 한다.

나는 뒤로 돌아 살짝 그 구멍에 가만 기대며 앉아보았다. 내 몸이 쏙 들어갔다. (중략)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울어도 소용없다. 나는 이제 씩씩해

져야 한다.

무화과나무는 ‘위로의 장소’인 동시에 ‘화해의 장소’이기도 하다. 종희와 영숙이 언니는 무

화과나무에서 ‘슬픔이 날아간다’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들에게 무화과나무는 “슬픔이 날아가 하늘에 박히고”, “슬픔에 잠 깬 별들이 달려 나

와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곳이다.

“영숙이 언니가 오늘은 우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도 아는 ‘슬픔이 날

아간다’라는 노래였다. 나는 언니 노래 소리가 너무나 좋아 가만 듣고만 있었다. 점점 슬

픈 언니 목소리에 힘이 생겨났다. 그래서 노래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다. 영숙이 언니

는 1절을 부르고 2절 그리고 다시 1절, 2절을 계속해 불렀다. 나는 영숙이 언니 노래 소

리에 맞춰 “저 새는 날아간다 / 내 마음도 날아간다. / 슬펐던 마음도 시간 따라 날아간

다.” 하고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제제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거나 벌을 받았을 때면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를 찾아간다. 그러면 라임오렌지나무는 제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위

로해 준다.

“밍기뉴, 오늘 벌써 세 차례나 맞았거든. 알지? 내가 여기 왔다는 건 내가 벌을 받고

있다는 뜻이야.“ (중략) 밍기뉴는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었다. 그러니

어떻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제제가 큰 상심으로 병이 났을 때, 그래서 라임오렌지나무에게 찾아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에는, 라임오렌지나무가 ‘창문을 넘어’ 제제를 찾아온다. 라임오렌지나무의 방문과 위로를 받

고 난 후 제제는 회복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들어가도 돼?”

“들어오는 건 괜찮은데 소리내면 안 돼. 누나가 깨니까.”

“깨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가 창문을 넘어왔다. 나는 침대로 돌아왔다. (중략) 밍기뉴가 내 침대 가장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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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생태유아교육연구 제14권 제1호

앉았다. 그의 눈은 사랑과 염려로 그득했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도 계수는 슬플 때면 매화나무 그루터기를 찾았다. 할

아버지의 회초리를 맞았을 때도, 정부인인 큰엄마의 꼬집음에 팔뚝에 멍이 들었을 때도 “여기

에 오면 슬픔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다. 고자질을 해도 투정을 해도 ‘엄마 같은’ 매화나무 그

루터기는 다정하게 계수의 슬픔을 달래주는 존재이다.

그중에서도 이 매화나무 그루터기는 얼마나 다정하였던가. 할아버지의 회초리를 맞았

을 때도 어머니의 꼬집음에 팔뚝에 멍이 들었을 때도 여기에 오면 슬픔이 멈추곤 했었

지. 고자질을 해도 투정을 해도 하늘거리며 달래 주던 저 매화 가지.

2) 호기심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상상과 놀이는 유아의 특성이자 유아 그대로의 모습인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며 물활론적

인 사고방식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작품 속에서 나무는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을 불러일으

키는 놀이 상대이자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모험과 축제의 장소로 변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라임오렌지나무는 제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거대한 초록

대평원을 달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된다. 이 말에 올라타면 제제의 옷은 금으

로 장식 된 카우보이 옷으로 변하고 가슴에는 보안관 배지가 번쩍이게 된다. 나무는 제제의

상상 속에서 최고의 놀이터이자 모험 장소이다.

바람이 불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루이스, 사냥놀이 할래?”

“난 말 못 타는데.”

“곧 클 거야. 그러면 탈 수 있어. 거기 가만히 앉아 있어. 그리고 내가 어떻게 타는지

잘 봐.”

그러자 밍기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변했다. 바람이 점점 세졌다. 개울

가의 초라한 잡초밭이 거대한 초록 대평원으로 변했다. 내 카우보이 옷은 금으로 장식되

어 있었고 가슴에는 보안관 배지가 번쩍였다.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무화과나무는 겨울축제를 여는 장소가 되고, “영숙이 언니와

나는 그 축제에 초대된 사람”이 된다. 또한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 매화나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인네들이 이 매화나무 밑에 둘러서서 ‘강강수월래’를 하곤 하던” 동네

잔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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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39

그러자 무화과나무가 꼭 겨울 축제를 여는 것 같았다. 영숙이 언니와 나는 그 축제에

초대된 사람 같고 말이다.

배들이 마을의 한가위 동제는 동네 잔치이기도 했다. 매화술로 두루두루 한 잔씩 돌

리고는 여인네들이 이 매화나무 밑에 둘러서서 ‘강강수월래’를 하곤 하였다.

“그것은 하늘의 달빛과 바다의 파도소리와 땅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한마당이었지.”

3)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

작품 속에서 나무는 유아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장소이며,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다. 무화과

나무가 있는 집에서 종희는 무화과나무 구멍 속에 앉아 있곤 한다. 무화과나무의 구멍 속은

“꼭 엄마의 뱃속 같이” 따뜻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나오면서 종희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무화과나무는 종희를 위로해 주

고 쉬게 해 주고 품어 주어,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엄마 같은 존재이다. 다시 말해, 무화과나

무 구멍은 ‘엄마 뱃속’, 즉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으로 상징된다. 모든 아이의 ‘첫번째 집’이었

던 그 따뜻하고 아늑함 속에서 종희는 모든 슬픔을 위로받고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어디 갔었니? 한밤중이 되도록 안 들어오고.” “집에 있었어요.” “집 어디? 엄마가 다

찾아봤는데? 뒤뜰에도 없던데.” “무화과나무.” “뭐, 무화과나무?” “무화과나무 구멍 속에

앉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잠이 들었어요. 엄마, 무화과나무 구멍이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

요. 꼭 엄마 뱃속 같아요.” 엄마가 웃으셨다. “엄마, 아까 내가 무화과나무 속에서 나오는데

어땠는지 아세요? 내가 꼭 태어나는 것 같았어요. 엄마 뱃속에서 말이에요. 신기하죠?”

나무와 함께 관계 맺으며 시간은 흐르고 유아는 성장한다. 새로운 봄이 왔을 때, 또다시 이

사를 가야 하지만 이제 ‘나는 괜찮다’. ‘나’는 이제 어느 집으로 이사 가든지 우리 집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을 만큼 성장해 있기 때문이다.

봄이 왔다. 무화과나무에서 보드랍고 고운 이파리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누나, 우

리 또 이사 가는 거야?” (중략) 나는 빨리 봄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

무화과가 있는 집에서 오래오래 살고도 싶었다. 5층 우리 집에서 오래 살고 싶었던 것처

럼. 하지만 이제, 나는 괜찮다. 5층 우리집을 아주 많이 좋아했지만 이제는 이 무화과나

무가 있는 집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나는 이제 어느 집으로 이사 가든지 우리 집을 좋

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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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성

문학작품에서 유아는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 나무를 통해 ‘살아 있는 과거’ , ‘꿈꾸는

미래’ 등 현상학적 시간성을 체험하였다.

1) 살아 있는 과거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 관계성은 할아버지와 계수와 매화나무 간에 ‘할아버지

와 매화나무의 관계 (나무)’ 에서 ‘계수와 매화나무의 관계 (그루터기)’ 로 대를 이어가며 대화

하고 관계맺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자네나 나는 이미 그루터기로 물러나지만, 우리 손자들끼리 어

렸을 적의 우리 둘 사이처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여간 큰 기쁨이 아니야.”

매화나무를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할아버지가 매화나무 그루터기를 손바닥으로 쓸어 주자

그루터기에 원래의 매화나무 등걸이 나타난다. 그 나무 등걸은 할아버지의 기억 속의 매화나

무이겠지만 그 때 그 매화나무가 오늘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어렸을 때 대

화를 나누던 나무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심 속에 살아 있어서 어른이 된 아이를 그때

처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준다. 그 한 그루 나무는 오늘도 동심의 세계에서 여전히 푸르고 짙

은 잎을 드리우며 성인이 된 아이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루터기를 손바닥으로 쓸어 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자네를 잊고 있었군 그래. 참 무심한 세월이었어.”

아아, 그러자 달빛 속의 그루터기에는 원래의 매화나무 등걸이 환하게 나타나지 않는가.

2) 꿈꾸는 미래

작품 속에서 나무는 아이가 높이 올라가 밖을 보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존재이다. 무화과

나무가 있는 집에서 종희는 올라가 나무에 한 번 앉아보고 싶어졌고, 나무에 앉아 담 너머

밖을 보고 싶었다. 무화과나무에 올라서니 보인 것은 학교다. 여덟 살이 되어 며칠 있으면 학

교에 가게 될 종희는 무화과나무에 올라가 선생님을 만나는 상상을 한다. 그래도 빨리 가고

싶은 곳, 학교를 보게 한 것은 무화과나무다.

올라가 나무에 한 번 앉아보고 싶었다. 5층 우리 집에서 탁자에 앉아 바다를 본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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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41

럼 나무에 앉아 담 너머 밖을 보고 싶었다. (중략) “어, 학교다?” 학교가 보였다. 며칠 있

으면 내가 가게 될 학교다. 이제 나는 여덟 살, 드디어 학교에 간다. 등에 가방을 메고 신

발주머니를 흔들며 어엿한 국민학교 일 학년이 되어 학교에 가게 되는 거다.

3. 관계성

문학작품에서 유아는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 나무를 통해 ‘너는 또 하나의 나’ , ‘내가

믿는 건 너뿐’ 등 현상학적 관계성을 체험하였다.

1) 너는 또 하나의 나

문학작품에서 한 그루 나무는 또 하나의 ‘나’와 같은 존재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에서 병이 난 제제를 위로하러 찾아온 라임오렌지나무와 제제의 대화는 이를 확인시켜준다.

“왜 그래, 슈르르까?”

“슈르르까는 너야, 밍기뉴.”

“그럼 너는 꼬마 슈르르까야. 네가 주던 그 우정을 더 이상 바라면 안 될까?”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 계수는 매화나무 그루터기를 엄마와 동일시하고, 매화

나무 그루터기에서 올라와 꽃을 피운 아기 가지를 ‘나’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그루터기 맹아에

서 올라온 가지를 꺾으려는 할아버지를 막기도 한다.

“안돼요, 할아버지. 이 나무로 매를 하면 나는 할아버지한테 항복 안 해요. 죽어도 안

빌어요. 할아버지, 다른 나무로 매를 해요. 지게작대기로 때려도 좋다 할게요.”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래?”“여기 이 가지에는 꽃이 피었잖아요. 엄마 몸뚱이를 베어

버렸는데두요. 아기가지가 나와서 꽃을 피운 거라구요, 나는 이 꽃가지가 좋아서 하루에

스무 번도 더 보러 다니는걸요.”

그래서 아이에게 나무는 소중한 존재이다. 아이의 세계를 지켜주고 있는 존재인 나무가 잘

려진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세계가 파괴되는 것과 같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또또까

형에게 시청에서 모든 집의 뒤뜰까지 길을 넓히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제제는 아무도

라임오렌지 나무를 자르지 못하게 하겠다고, 자신과 함께 싸워 달라고 애원한다.

그래도 바보처럼 눈물이 흘러내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난 형의 허리를 부여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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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원했다.

“형은 내 편이 될 거지? 그렇지, 또또까 형?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싸울 거야. 아무도

내 라임오렌지나무를 자르지 못하게 할 거란 말이야.”

2) 내가 믿는 건 너뿐

작품 속에서 유아들은 나무와 대화를 한다.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고 말도 하게 되어 아이

뿐만 아니라 나무도 행복하다.

“딱 하나만 말해줄래? 다른 사람도 네가 얘기한다는 걸 알아?”

“아니, 오직 너만.”

“정말?”

“맹세할 수 있어. 어떤 요정이 말해 주었어. 너처럼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면 말도 하

게 되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오직 너”, 주인공 유아만 ‘그 한 그루’

의 나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내가 믿는 건 너뿐”이기 때문이다. 둘만이 대화가 가능하기

에 둘만의 비밀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 비밀을 갖게 된

계수는 “바위처럼 무거운” 비밀을 안고서 매화나무에게로 온다. 계수가 믿는 건 “오직 너(매

화나무)”뿐이다. 유아에게 나무는 그런 존재다. 믿을 수 있는 존재,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존재이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다 말할 테니까, 들어봐. 나한테 비밀이 생겼어. 그래서

너한테 살짝 털어 놓으려고 온 거야. 비밀을 나 혼자만 가지고 있으니까 무거워 죽겠어.

누구한테고 귀띔해 놓으면 훨씬 가볍겠는데....”

나는 무릎걸음으로 매화 그루터기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믿는 건 너뿐이야. 너한테만 살짝 말할게. 순애 삼촌이 군에서 도망나왔어.”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영숙이 언니는 무화과나무를 ‘보바’라고 부르며 나무 위로 올

라가 아빠가 오늘 또 술을 많이 마시고 오시고 아빠랑 엄마가 또 싸웠다면서 울면서 하소연

을 한다. 한편, 종희는 무화과나무 구멍 속에 있다가 영숙이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결국

작품 속에서 무화과나무는 종희와 영숙이 언니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

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영숙이 언니 부엌 쪽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영숙이 언니 목소리다. 영숙이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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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43

울며 부엌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나는 얼른 무화과나무 구멍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영

숙이 언니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런데 영숙이 언니가 울면서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가

는 것 같았다. “아빠가 오늘 또 술을 많이 마시고 오셨어.” 영숙이 언니가 울면서 하는

말이 들렸다. “아빠랑 엄마가 또 싸웠어. 왜 우리 아빠랑 엄마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걸까?” 영숙이 언니는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영숙이 언니가

울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 영숙이 언니가 울고 있는 것이다. “보

바야, 난 아빠가 술 마시면 차라리 집에 안 오셨으면 좋겠어.” 나는 알면 안 되는 영숙이

언니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영

숙이 언니 울지 마. 응?’ 나는 무화과나무 구멍에 쪼그리고 앉아 영숙이 언니가 제발 눈

물을 그치기를 기다렸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 계수가 배우고 싶은 것은 “자연이나 짐승들하고 얘기

할 수 있는 말”인데, 계수의 학교 선생님은 매화나무와 대화한다는 계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할아버지를 학교로 부른다. 생태맹의 극복은 21세기 교육이 인

류에 기여해야 할 사명이라는 Orr(1992)의 주장처럼 “자연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진짜 공부”를

하게 해 주는 나무는 아이가 믿고 따르는 제일 좋은 선생님인 것이다.

나는 언젠가 국어 시간에 선생님한테 물었다.

“선생님, 사람하고 통하는 이 글 말고 풀들이나 새들하고 통하는 소리 좀 가르쳐 줘

요.”

“뭐하고 통하고 싶다고?”

“풀들, 나무들, 새들하고요.”

(중략)

오오, 그러자 보라. 엷은 구름 속으로 달이 들어가면서 비어진 희부연 물안개 같은 빛

살을 받아 매화나무의 본 모습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계수나무야, 네 말이 옳다. 진짜 공부는 자연의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떨기, 모래알 하나, 바람 한 줄기,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늘

과 땅 사이에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매화나무 그루터기를 꼭 껴안고 말했다.

“네가 나의 젤 좋은 선생님이야.”

4. 신체성

문학작품에서 유아는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 나무를 통해 ‘나무가 된 나’로서 현상학

적 신체성을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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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무가 된 나

작품 속에서 나무는 인간의 몸으로 경험되는 현상학적 신체성을 보이기도 한다. 푸른 수

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서는 나무와 인간의 동질성 혹은 동일시 지향을 엿볼 수 있다.

“꼬맹이 네 이름은 무엇이냐?”

(꼬맹이? 꼬맹이라는 그말 좀 붙이지 말아.)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삼촌이 눈을 부라리며 독촉했다.

“어르신께서 네 이름을 물으시지 않느냐.”

“계수나뭅니다.”

(중략)

삼촌이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

“계수나무 계자 빼어날 수자, 계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달 속에 있다는 계수나무라

고 그렇게 저희들끼리 부른답니다.”

“아니야, 삼촌. 어른들도 계수나무라고 불러요. 별명으로가 아냐. 나는 토끼가 떡방아

찧는 달 속의 계수나무라니까요.”

이름마저 계수(나무)인 계수는 매화나무에게 와서 비밀을 털어놓고 자신도 다른 나무들처

럼 “바람에 그냥 흔들리고” 싶다며 두 팔을 벌린 채 나무처럼 선다.

나는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리고 매화 그루터기 곁에 섰다.

“오늘 같은 날은 말이야, 나도 너처럼 이렇게 묵묵히 서 있고 싶어. 팽나무와 벚나무

와 동백나무 사이에서 계수나무 나도 바람에 그냥 흔들리고 있고 싶어. 비밀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무서운걸.”

인간의 몸을 나무의 모습과 대비시켜 놓은 대목은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에서도 발견된

다. 엄마가 가르쳐 준 나무놀이는 몸을 움직여 나무가 되어 보는 놀이다. 이 놀이를 배우면서

재미있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종희랑, 종수, 너희들, 나무처럼 신나고 씩

씩하게 사는 거야. 알았지?”라고 말해 준다. 몸만 나무가 되어 볼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도 나

무를 닮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무놀이는 엄마랑 나랑 종수가 만든 거다. 우리가 나무가 되는 놀이다. 먼저 양 발을

벌리고 선다. 그런 다음 허리는 꼿꼿하게 세우고 양 팔을 벌린다. 손가락은 쭉 펴고 고개

도 똑바로 한다. 그러니까 발은 나무뿌리가 되고 허리랑 배는 나무줄기, 팔은 나뭇가지,

손은 나뭇잎, 그리고 얼굴은 꽃이 되는 거다. 우리 몸이 나무가 되는 것이다. (중략) 우리

는 서로 쳐다보며 웃다 바닥에 주저앉아 배가 아플 때까지 웃었다. “종희랑 종수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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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45

들! 나무처럼 씩씩하고 신나게 사는 거야. 알았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는 제제에게 아빠가 한 그루 나무로 인식되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의 몸이 뿌리와 가지를 가진 나무로 보이는 이 순간만큼은 적어도 제제가 닫아버렸던 마

음의 틈새로 아빠를 받아들이는 연민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나는 아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슬리퍼 사이로 발가락들이 비집고 나와 있었다. 그도

칙칙한 뿌리를 가진 늙은 나무였던 것이다. 아빠 나무였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문학작품 속에서 유아가 한 그루 나무와 맺는 관계의 의미를 현상학적 탐구방

법에 의해 고찰하였다. 유아의 생활세계 대상으로 세 편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각 작품

에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과 관련된 부분을 분리하고 각 부분에 포함된 관계의 의미를

분석하였다. 분석은 van Manen의 제안에 따라 현상학적 물음 제기와 반성 및 글쓰기 과정

을 위한 생산적 범주로서 공간성, 시간성, 신체성, 관계성에 초점을 두고 수행하였다.

첫째, 문학작품 속에서 나무는 유아에게 특별한 현상학적 공간성을 가진다. 유아가 찾아가

는 한 그루의 나무는 슬픔에 빠진 유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위로와 화해와

회복의 공간이 되어 준다. 때로 나무는 아이들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놀이터이자 모험의 장

소로 변하기도 한다. 또한 작품 속에서 나무는 유아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장소이며,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다. 나무는 ‘엄마 뱃속’, 즉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으로 상징된다. 모든 아이의

‘첫번째 집’이었던 그 따뜻하고 아늑함 속에서 유아는 모든 슬픔을 위로받고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둘째, 작품 속에서 유아는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현상학적 시간성을 체험한다. 어렸을 때

대화를 나누던 나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심 속에 살아 있어서 어른이 된 아이를

그때처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또한 작품 속에서 나무는 유아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무와 함께 관계 맺으며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봄이 왔을 때 유아는

훌쩍 성장해 있을 것이다.

셋째, 작품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와 유아는 특별한 현상학적 관계성을 가진다. 나무는 유

아 자신과 동일시된다. 나무가 잘려지는 것은 곧 유아의 세계가 파괴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유아는 소중한 나무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나무는 유아와 단 둘만의 비밀을 간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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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다. 유아가 찾아가 비밀을 털어놓고 마음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오직 너’뿐인 존재

이며, 서로가 있어서 서로가 행복한 관계이다. 또한 나무는 유아가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가

르쳐 주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쳐주는, 제일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준다.

넷째, 작품 속에서 나무는 인간의 몸으로 경험되는 현상학적 신체성을 보이기도 한다. 바람

이 부는 벌판에서 나무 곁에 팔을 벌리고 서서 나무 중 하나가 되는 장면이나 나무놀이를 하

면서 나무의 삶의 태도를 경험하는 장면, 미워하던 아빠가 뿌리와 가지를 가진 나무로 보이면

서 아빠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순간 등에서는 나무와 인간의 동질성 혹은 동일시 지향을 엿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나무와 인간이 하나되는 순간, 유아는 위로받고 기쁨을 느끼며 닫아

버렸던 마음의 문을 연다.

위와 같이 본 연구에서 체험의 공간성, 시간성, 관계성, 신체성 등 현상학적 범주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면 문학작품 속에 드러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는 표 1과

같이 ‘안’과 ‘밖’ 혹은 ‘회복’과 ‘성장’이라는 구조의 두 가지 축으로 통합된다.

<표 1>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축

-위로받고-쉬고-비밀을 털어놓고

안으로 → 회복됨

-배우고-상상하고-놀고-대화하며

밖으로 → 성장함

첫 번째 축은 ‘안’으로 향하여 있는 의미 축이다. 문학작품 속에서 유아는 특별한 관계를 맺

은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위로받고, 쉬고, 비밀을 털어놓는 등 보살핌을 받으며 내면의 안정

을 얻고 회복되는 경험을 한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유아들도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어서 심리적 건강을 해치고 발

달에 문제를 일으킨다. 유아들의 일상적 스트레스는 자기 자신의 정서적 부적응에 영향을 미

치고 자기존중감을 저하시키기도 한다(이종선 외, 2013) 최근에는 장시간의 재원시간으로 유

아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김정화 외, 2013). 유아들은 쉼

을 얻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안’으로 품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마음껏 뛰어놀던 넓

은 들판도, 아기자기 예쁜 꽃밭도, 친구들과 멱을 감으며 신나게 물장구치던 시냇물도 예전처

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아들에게 그나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친숙한 자연은 바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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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나타난 유아와 나무의 관계맺음의 의미 ․ 47

그루의 ‘나무’이다. 어린 시절, 아파트나 집 앞의 한 그루 나무는 유아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매우 소중한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축은 ‘밖’으로 향하여 있는 의미 축이다. 문학작품 속에서 유아는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배우고, 상상하고, 놀고, 대화하면서 철이 들고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윤미애(2006)는 철이 들기 전까지의 단계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충분한 답이 아직 주어

져 있지 않은 ‘애매모호함’이 지배하는 상태이며,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지방 위에 놓여 있다’

고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그루의 나무는 유아가 성장하고 ‘철이 드는’

통과의례의 문지방 자체 또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디딤판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즉, 나무

는 유아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과 창의력을 제공하고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유아

에게 나무와 대화하고 교감하고 탐색하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할 때 나무는 이 세상에서 획일

적이지 않은 가장 훌륭한 교과서로 가장 구체적이며 효과적으로 유아의 잠재되어 있는 능력

들을 발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박경희, 2005).

결과적으로, 문학작품 속에서 유아는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안’으로는 위로받고, 쉬고,

비밀을 털어놓고 보살핌을 받으며 ‘회복’되고, ‘밖’으로는 배우고, 상상하고, 놀고, 대화하며

‘성장’한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 속의 한 그루의 나무는 자신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한 유

아에게 ‘보살핌을 통한 회복’과 ‘교육을 통한 성장’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더욱 다양한 연구 시도를 통해 유아들의 생

생한 체험의 의미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늘어날 때 유아들에 대한 교육

적 이해와 통찰은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유아들이 친숙하게 나무와 만

나고 관계 맺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집 앞이나 아파트, 유치원과 어

린이집 주변에 나무와 숲이 늘어날수록 유아들은 더욱 자연스럽게 나무와 의미 있는 관계

를 맺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유아가 나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

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적 시도들을 통해 유아들

이 회복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유아교육 연구자와 교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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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생태유아교육연구 제14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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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생태유아교육연구 제14권 제1호

Abstract

Meaning of relationships developed by 5-7-year-olds with

trees in books

Cho Kyu Sung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meaning of relationships that 5-7-year-olds

develop with trees in books. For this, I employed a phenomenological inquiry approach. I selected

and analyzed three books on the basis of Manen’s(1990) proposed framework: lived space, lived

time, lived body, and lived relation to others. The results revealed two major meanings of trees

to children: healing and grow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