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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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서재 국회 이야기 04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성즉형, 형즉저,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 저즉명, 명즉동, 動則變하고, 變則化한다. 동즉변, 변즉화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자사의 『중용』 제23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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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 … · 가져왔다. 특히 우리 땅 구석구석에 자리한 문화유 산이 품은

국회의원의 서재국회 이야기 04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성즉형, 형즉저,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저즉명, 명즉동,

動則變하고, 變則化한다. 동즉변, 변즉화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자사의 『중용』 제23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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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나의 스승 나의 행복이어라

글_ 이정원 사진_ 안용길

철길 위에서 시를 쓰고 책을 읽다

출발을 알리는 가벼운 덜컹거림이 반가웠다. 마치

이제 읽어도 괜찮아, 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

다. 그 신호에 맞춰 가방에 고이 챙겨 넣은 책을 꺼

내 들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경남 창원에 도

착하기까지는 세 시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이 시

작됐다.

이번 책은 싱가포르의 총리 리콴유가 쓴 『내가 걸어

온 일류국가의 길』.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국민

소득 오만 달러의 경제국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

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

졌다가 느려졌다가. 몇 번이나 반복됐을까. 잠시 생

각에 빠진 그의 눈앞에 낯익은 풍경이 나타났다. 창

너머의 강과 마을은 여전히 고왔고, 햇살이 내려앉

은 들판은 평화로웠다. 책과 풍경과 내가 함께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찬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한걸음 느리게 걷고 싶은 마음은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군인으로 정치인으로

꾸준히 걸어온 날들. 바쁜 시간 속에 숨 돌릴 틈을

내어주고,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운 건 책이었다.

순간이 이토록 멋지니,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동

화 파랑새의 이야기는 진리였다. 이 왕복 여섯 시간

의 행복은 김성찬 의원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왔다.

“서울에서 지역구인 창원시 진해구까지 즐거이 오가

는 제 모습에 강철 체력이라고 말들 하는데요. 사실

은 오롯이 읽고 싶은 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오히

려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며칠 전 열차에서 읽은 리

콴유의 책은 국가와 국민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

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싱가포르를 통해 정부가 솔

선수범하고 국민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

법을 엿봤다고 할까요? 여섯 시간 동안 훌륭한 스

승과 대화한 느낌이었죠.

게다가 눈만 돌리면 창밖으로 아름다운 산천이 보

이니까요. 책에서 풍경에서 가슴으로 들어오는 단

어를 소재 삼아 시를 끄적이기도 합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내 마음에 질펀하게 고인 그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

김성찬 의원은 1954년 5월 7일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나 진해고등학교,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항해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마산함장, 51전대장을

비롯해 해군참모차장을 역임한 뒤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2014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정계에 입문해

현재 제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회도서관 _ 2019. 3. Vol.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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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서재국회 이야기 06

대 사랑도 함께 흐른다. 그래 우리 오늘도 살아있

다는 것만으로 좋다.’ 용혜원 시인의 「강가에서」처럼

멋진 시는 아니지만요. 시를 써 내려가는 제 마음만

은 진지하답니다.(웃음)”

김성찬 의원은 손길이 닿는 책에 따라 익숙한 길이 매

번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덕분에 월간지부터 인

문학과 사회과학·경제경영까지 다양한 스승이 동행

자가 되어왔다. 향이 짚은 커피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만의 서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학 독서가의 삶에 철학이 깃들다

김성찬 의원은 독서에서만은 만학도였다. 진해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른들이 밭일을 나가면 동네 아이

들과 산에 올라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곤 했다. 부

러진 나뭇가지 하나로도 신났던 그에게 책은 낯설

고 먼 세계였다. 도서관이라 부를 곳도 책이라 읽을

것도 없었다. 중학생이 된 뒤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

았다. 학습용 외에는 그가 만날 수 있는 책이 늘 부

족했다. 좀 더 머리가 굵어져서야 비로소 세계문학

의 품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책에 대한 관심보다

중요한 건 무게 잡기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그의 가슴보다 옆구리에 먼저 안겼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 쓴 자전적 소설은 그에게도 친구들에게 참

어려웠다.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무

작정 읽고 봤던 책을 다시 들여다본 건 스무 살이

넘고서였다.

“해군사관학교로 진학하고서야 제대로 된 도서 시

스템을 접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세상 곳곳에서 쓰

인 다양한 책을 만났고, 읽는 재미를 알아갔죠. 독

서 입문자가 그렇듯 시작은 재미 위주의 책이었어

요. 고려로 이집트로 날아가 인류사회의 발전과 관

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을 되짚어보는 일도 흥미

로웠고요. 머릿속을 떠돌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책더미에서 발견하는 일도 신났습니다.

책이 스승이자

벗으로 머물러 준 덕분에,

인생을 가꾸는

저만의 철학을

정립한 겁니다

졸업 이후 바다에 머무는 동안은, 실력 있는 리더

로 성장하고 싶어 책에 더욱 심취했는데요. 당시 저

를 사로잡았던 책 중 하나가 새뮤얼 헌팅턴의 베스

트셀러 『군인과 국가』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국가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군인이 어떤 역할과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책이 스승이

자 벗으로 머물러 준 덕분에, 인생을 가꾸는 저만

의 철학을 정립한 겁니다.”

40년, 길었던 군인으로서의 삶은 일과 책으로 채워

져 왔다. 김성찬 의원은 근무시간 외에는 독서에 집

중했고, 해군과 관련된 소설에 흥미를 보이기도 했

다. 연합함대 참모 역임자와 육군 대장 등 근대화

물결이 요동치던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을 그린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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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로

진학하고서야 제대로

된 도서 시스템을 접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세상

곳곳에서 쓰인 다양한

책을 만났고,

읽는 재미를 알아갔죠.

독서 입문자가 그렇듯

시작은 재미 위주의

책이었어요”

40년,

길었던 군인으로서의 삶

1 2010. 03. 24 해병2사단 군사대비태세 점검

2 2011. 10. 17 해군참모총장 이임

3 2010. 05. 06 해군 주요지휘관회의

4 1997. 09. 22 하와이 진주항 입항(마산함장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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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서재국회 이야기 08

Book김성찬 국회의원의 ‘나를 밝혀준 책’

01일류국가의 길

리콴유 | 문학사상사 | 2001

02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 창비 | 2011

03세종처럼

박현모 | 미다스북스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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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_ 2019. 3. Vol.467 09

료타로의 『언덕 위의 구름』. 처음 바다로 나간 열일

곱 소년이 명제독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은 C. S. 포레스터의 대작 『혼블로워』. 읽는 이마

다 제각각의 평을 내어놓는 소설 속을 걸으며 자신

만의 시선으로 책을 해석해갔다. 그렇게 독서의 즐

거움은 불타올랐고, 바다에서 물러난 지금까지 사

그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그의 눈

길이 정치를 품은 책에 머문다는 것이다.

“개인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다

가가고자 선택한 책이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

입니다. 그곳 지도자가 자국민에게 전하려는 새로

운 사상과 관점·명제가 무엇인지 알고 나니까요. 우

리와 복잡하게 얽힌 중국을 이해하는 게 한결 수월

해지더군요.

『세종처럼,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은 누구든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군주가 아니라 국가조직의 최고경영

자로 그려진 세종대왕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

시킨 비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데다가요, 카리스마

와 포용력·배포·영민함에 철두철미한 깐깐함까지

갖춘 세종대왕을 통해, 국가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서는 지도자가 사자도 여우도 될 수 있어야 함을 깨

달았습니다.”

책을 곁에 두어 소통하고 사랑하다

김성찬 의원은 오래전부터 과거로의 여행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우리 땅 구석구석에 자리한 문화유

산이 품은 이야기가 알고 싶었다. 그의 바람을 속

시원히 풀어준 책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

기』 시리즈였다. 1993년 출간돼 전국적인 답사 열풍

을 일으킨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우리나라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저자의 말에 배낭을 꾸렸던

이들이 한둘이었던가. 그 역시 경주로 영주로 훌쩍

떠났던 열혈독자였다.

“책만 읽고 있자니 영 성에 차지를 않더군요. 태백

산맥 전체가 무량수전 앞마당이라던 감탄도 안정

감이 돋보인다는 배흘림기둥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경북 영주 부석사로 향했었죠.

경주 불국사에서는 다리 난간 하나 계단 하나마다

얽힌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새겨봤고요. 서울 종로

구 종묘에서는 단아함과 웅장함을 칭송할 적절한

표현을 끝내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 문화유산의 참 면목을 지나칠 뻔했으니, 독서

가 지닌 힘이 실로 대단합니다.”

그때의 감동과 설렘이 머릿속에 각인돼 버렸다는

김성찬 의원. 그에게 책은 심술 사납게 골치 아픈

고민을 던지기도 했다. 요즘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

은 조지프 스티글리치의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

회는 왜 위험한가』와 씨름 중이다. 비윤리적이고 비

효율적인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가.

재미없는 질문이지만 답을 찾고만 싶다. 정치인의

당연한 임무임을 논하기 전에, 책과 열띤 한판을 기

대하는 독서가의 열망 때문이다.

김성찬 의원의 양복 주머니에는 작은 수첩이 들어

있다. 수첩에는 메모가 빼곡하다. 좋아하는 책 구

절을 옮겨 적고, 책에서 얻은 정보를 모아두고, 책

이 건넨 생각거리를 기록한 것이다. 어느 날은 수첩

을 뒤적여 지난날 만났던 책을 소환하기도 한다. 책

과의 이런 소통은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목

표라고 했다. 책을 사랑하노라 자신 있게 말하는 그

라면, 분명 이룰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