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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기원: 구조 Robert L. Kidder 번역 : 김도현 차례 1 초기 구조주의 : 전문화와 인구성장 3 2 현대 구조주의 이론들 6 2.1 상호작용 밀도 ............................. 6 2.2 집단소유 대 개인소유 ......................... 8 2.3 사회적 복잡성의 단계 ......................... 10 2.4 형식 대 기능 .............................. 11 2.5 복합관계 대 단일관계 ......................... 13 2.6 기능적 대체물 : 회피와 “참기” .................... 14 2.7 갈등구조와 결연구조 ......................... 15 3 불평등, 재판, 그리고 법: 구조적 분석 16 3.1 빈곤과 접근: 법요구의 구조 ..................... 16 3.2 빈곤과 접근 : 법원에서의 구조적 이익 ................ 17 4 구조 대 관습: 예측의 비교 18 4.1 일본의 소송 .............................. 19 4.2 무슬림과 소비에트법 ......................... 19 4.3 영국령 인도의 식민지법 ....................... 20 5 요약 21 요약 Robert L. Kidder, Connecting Law and Society: An Introduction to Re- search and Theory, Englewood Cliffs, New Jersey: Prentice-Hall, 1983 에서 제 4 장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업적인 목적 또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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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법의기원:구조 - KTUG, KTSktug.org/~nomos/sol/connecting4.pdf · 2013-10-01 · 법의기원에관한구조적설명에따르면,법이란법체계와상위체계에존재하는

법의 기원: 구조

Robert L. Kidder 번역: 김도현

차 례

1 초기 구조주의: 전문화와 인구성장 3

2 현대 구조주의 이론들 62.1 상호작용 밀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62.2 집단소유 대 개인소유 . . . . . . . . . . . . . . . . . . . . . . . . . 82.3 사회적 복잡성의 단계 . . . . . . . . . . . . . . . . . . . . . . . . . 102.4 형식 대 기능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12.5 복합관계 대 단일관계 . . . . . . . . . . . . . . . . . . . . . . . . . 132.6 기능적 대체물: 회피와 “참기” . . . . . . . . . . . . . . . . . . . . 142.7 갈등구조와 결연구조 . . . . . . . . . . . . . . . . . . . . . . . . . 15

3 불평등, 재판, 그리고 법: 구조적 분석 163.1 빈곤과 접근: 법요구의 구조 . . . . . . . . . . . . . . . . . . . . . 163.2 빈곤과 접근: 법원에서의 구조적 이익 . . . . . . . . . . . . . . . . 17

4 구조 대 관습: 예측의 비교 184.1 일본의 소송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4.2 무슬림과 소비에트법 . . . . . . . . . . . . . . . . . . . . . . . . . 194.3 영국령 인도의 식민지법 . . . . . . . . . . . . . . . . . . . . . . . 20

5 요약 21

요 약

Robert L. Kidder, Connecting Law and Society: An Introduction to Re-search and Theory, Englewood Cliffs, New Jersey: Prentice-Hall, 1983 중

에서 제4장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업적인 목적 또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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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에서 우리는 관습에서 법이 생성된다는 이론을 보았다. 이것은 사회과학에서의

여러 설명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설명방식과 마찬

가지로 그것은 연구나 관찰을 통하여 우리가 법에 관해 알게 된 것을 해명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설명방식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추종자와 비판자,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이론의 강점은 법의 사회적 기원을 무시하는 철학이론의 약점을 명백히

드러낸다는 데 있다. 예컨대 법의 기원을 신의 말씀이나 사물의 본성에서 찾는

자연법이론을정면으로반박한다. 또한힘이권리를만든다는믿음, 즉법이란사회적

권력의 산물이라는 믿음에도 도전한다. 나아가 추론과 순수한 논리에 의하여 법적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일부 법률가의 믿음도 강하게 비판한다. 법에 대한 이들

이론과 믿음은 체계적 연구, 특히 법체계의 사회간 비교연구를 통하여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습이론 자체도 문제를 안고 있다. 법의

기원을 사회적 사실에서 찾고자 하지만 이 이론은 많은 질문을 답하지 못하고 있고

반증 사례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하나의사회학적관점이이문제에도전했고그것의결론은관습에만근거하는

이론과 종종 모순된다. 이번 장에서는 법의 기원을 사회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입장을 다루고자 한다. 이 입장은 조직화된 행위를 보존해야 할 체계적 · 구조적

필요를 가진 체계로 사회를 파악한다.

법의 기원에 관한 구조적 설명에 따르면, 법이란 법체계와 상위체계에 존재하는

관계구조의 결과이다. 교환의 패턴, 권력과 부의 차이(특히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간의 관계), 생산과 분배의 방식, 법외의 제도들간의 조직원리 등이 모두 한

사회의 법의 모습을 결정한다. 구조주의자들은 사회를 복잡한 엔진이나 생명유기체

처럼 이해한다. 부분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고 서로 의존적이다. 일부분의 실패는

전체의 쇠퇴나 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 실패한 부분은 치료되거나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다른 부분에 의하여 대체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회의 다양한 제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유기체의 존속에 기여하는, 대체가능한 부분

또는 세포들이다.

이런 이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 장의 말미에서 우리는

제3장에서 제시된 몇몇 사례에 구조이론을 적용해 볼 것이다. 또한 구조이론과

관습이론이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흔히 제기되는 주장을 검토해 볼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명백한 구조주의적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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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 구조주의: 전문화와 인구성장

구조주의의 고전적인 사례는 법체계를 분업 (division of labour)의 불가피한 결과로

보는 뒤르켐에서 발견할 수 있다.[2] 그에 의하면 사회는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협동하게 하는 어떤 메카니즘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사회는 내부 ·외부의

힘에 의하여 끊임없이 해체될 위험에 놓여있는 깨지기 쉬운 존재이다. 이러한 도전에

대하여 어떻게 연대성을 지켜내는가에 따라 사회의 종류가 나누어진다.

대별하면원시사회와현대사회로나눌수있다. 원시사회는같은생활공간속에서

같은 작업(사냥, 어로, 채집 등)을 행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집합이다. 이런 조건하에

서는 “기계적 연대”(mechanical solidarity)에 의하여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모두가

다른 사회구성원들을 알고 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작업을 수행하므로, 사람들은

단순히 동료들의 일상행위에 동화됨으로써 집단의 규칙과 관습과 “법”을 배우게

된다. 법원도, 법률가도, 판사도, 다른 법적 형식도 필요치 않다. 규칙이나 관습위반이

생기면 집단 전체가 즉각 그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뒤르켐에

의하면,복수는 원시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관습위반은 집단의 “신성한” 질서를

위협한다. 규칙위반으로 인하여 잔뜩 화가 난 신은 위반자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를

벌할지도 모른다. 신성모독을 시정하기 위하여 위반자는 처벌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법은 단순하다. 관계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잘 알고 있으므로, 법은 단순하고

신속하고 직접적이었다.

어째서 상황이 바뀌었을까? 왜 우리는 이같은 법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문명화”되었기 때문에 복수심 따위는 느끼지 않는 것인가? 법과 질서에

대한 현대인들의 요구, 정의가 “신속하고 엄정”했던 그 좋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감안하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뒤르켐은인구증가가 사회적 연대성에 위기를 초래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친숙한 모습의 법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자원과 그

사용방식은 부적절한 것이 되어 갔다. 토지는 희소해지고, 식량과 물은 부족해졌

으며, 생존도구를 만드는 원료도 모자라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정한 일에

전문화하기 시작했다. 밀집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점되지 않은 틈새공간을

찾는 생명체처럼, 설비와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사람들은 각자

자기 전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특화를 통해서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효율성과 경쟁의 완화로 인하여 인구과밀이

야기한 생존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뒤르켐은 이러한 전문화의 증대를

분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전문화는 다른 것까지도 변화시켰다. 우선, 전문화로 인하여 사회구성원

들은 더이상 공통의 경험을 공유할 수 없게 되었다. 바구니제조업자는 원료를 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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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이들을조합하여생산하는문제, 생산된물건을판매하는문제를통하여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이발사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매우 다른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이를테면 언제나 남자들만 상대하므로 혼자서 또는 여자들과 지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또 자연에 대한 지식(예컨대 바구니재료로 적합한 갈대를 찾는

법)보다는 사람에 대한 지식에 주로 의존한다.

분업에 의하여 서로 다른 일상생활을 누리게 되자 서로 다른 믿음, 서로 다른

가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생겨났다. 규범의 다양성이 생겨난 것이다. 경험이 다양

해짐에 따라 규범은 신성함을 잃어갔다. 이발사는 바구니제조자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그것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가 아닌 한) 그리 흥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기계적 연대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계적 연대 하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처지에 있으므로 하나의 규범위반은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위협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 규범에 대한 합의가 옅어지자 법은 정의가 아닌 “실용적인”

근거에서 정당화되기에 이른다. 법의 신성함은 유지되기 곤란해진다.

“법”의 탈신성화가 진행되자 법의 기능도 변화했다. 새로운 분화된 사회의

사람들은 신성함을 수호하기 위한 복수에 연연해하지 않게 되었다. 경제적 특화와

분업은 이제 조정 (coordination)과 관리라는 새로운 요청을 낳았다. 다양한 특화

영역들을 조정할 수 없다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자동차 공장의

예를 생각해도 이것은 명백하다. 플라스틱 방향지시등 렌즈를 생산하는 하청업체는

제너럴 모터스가 정기적으로 제품을 사 주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가

물건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제너럴 모터스는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들

양사는 또한 운수회사와 트럭운전사노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만 렌즈가

조립공장에 제때 도착할 수 있다. 계약법은 이러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감독하여

상호의존성의 사슬이 깨어지지 않도록 해 준다. 계약법은 복수가 아닌 실용적인

근거에서합의와의무이행을강조한다. 뒤르켐에게있어계약법은원시법과현대법의

전형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예이다.

현대사회에서 집단연대성은 사람들간의 차이에 의하여 담보된다. 원시사회는

사람들이 똑같았기 때문에 기계적 연대에 의지할 수 있었으나, 현대사회는 유기적

연대 (organic solidarity)를 발달시켜야한다. 이것은분업에의하여만들어진차이때

문에 작동하는 새로운 유형의 연대성이다. 법은 유기적 연대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것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복수, 억압, 엄격한 통제와 같은 원시적 요소를

탈각해야 한다. 대신 법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조정해내야 한다. 즉, 분쟁이나

규범위반에 의하여 파괴된 관계를 효과적으로 복원하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파괴나

분쟁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시사회를 특징짓던 억압적 법 (repressive law) 대신, 우리는 복구적

법 (restitutive law)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파괴된 관계를 복원하고 유기적 연대를

수호하는 법이다. (후에 구조주의자들은 뒤르켐이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연구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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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잘못된결론을이끌어냈다고결론지었다.[21] 후대에밝혀진인류학적증거에

의하면오히려원시사회에서복구적법을풍부하게발견할수있는반면, 억압적법은

근대의 복잡한 사회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복구적 법은 우리의 법체계를 지배하고

있다. 계약법, 불법행위법(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상해를 입었다면 누가 배상할

것이냐에 관한 법), 노동법, 특허 ·저작권 ·명예훼손에 관한 법, 헌법이 그러하고,

민사법과 형사법의 분리경향이 또한 그러하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는 더욱

복잡한 법제도를 가지게 되었다. “유기적” 조화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이러한 복잡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이론이 관습이론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계적 연대의 원시사회 법체계는 저

절로 강제되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법은 관습으로부터 추정해낼 수가

없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관습을 포기하고 보다 효율적인 체계를 선택해야만

했다. 현대사회에서도 작은 집단 내에서는 여전히 억압적 “법”에 기초한 기계적

연대를 발견할 수 있기는 하다. 예컨대 대학동창회는 일탈행위를 한 구성원에게

신속하고 억압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집단은 극히 부분적이다.

이런 집단에게 우리의 생존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와는 대단히 상이한 관습을

가진 타인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우리는 강구해야 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재계 거물들과 운동선수들, 작가들, 정치인들은 골프클럽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언어와 관습을 가진 트럭운전사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거칠고 자유분방한 록큰롤 스타는 비즈니스 기질의 매니저와

질서정연함을 좋아하는 컴퓨터 전문가의 결정에 의하여 부침을 겪는다. 따라서

관습은 조그마한 집단들에만 겨우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복구적 국가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법과 그것을 운용하기 위한 장치들은 집단적 관습을 제도화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상이한 관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법은 다양한 관습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에서 생긴 것이다.

법의 기원에 관한 짐멜의 논의도 뒤르켐의 구조이론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

짐멜도사회통제의초기형태를관습에서찾았고현대에는법이그자리를대신한다고

보았다.[22] 뒤르켐과 마찬가지로 짐멜도인구압력이 관습에서 법으로의 이행에

주된 동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뒤르켐과는 달리, 짐멜은 이 과정을 단순히 숫자의

문제로 이해한다. 집단이 커지면 오직 법만이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관습은 여론의 압력에만 의존하므로 큰 집단에서는 효과적인 통제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의 실패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인 이유에 기인한다. 즉,

구성원의 수가 많아지면 의사소통이 느려지고 불완전해진다. 사람들은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을 잘 알지 못하게 된다. 이런 집단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자 할 때 모든

구성원이 임무수행에 관한 결정과 지시에 참여하는 것은 숫자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큰규모의사회적단위는관습대신에공식적인법체계를가지게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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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 구조주의 이론들

이러한 고전적 구조주의에 많은 수정과 첨가가 이루어졌다. 몇몇 이론들은 초기

이론에 근거하여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구조주의적 명제를 검증해 나갔다. 다른

이론들은 구조주의적 관점을 확장시켜 인류학자들이 수집한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들을 수용해 나갔다.

이번 절에서는 현대 구조주의자들이 제기한 몇몇 쟁점들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들이 모두 구조주의자로 분류될 수는 있으나 그들의 결론은 종종 서로 충돌한다.

구조주의는 커다란 우산과 같은 것이어서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다양한 해석들을

포괄한다.

2.1 상호작용 밀도

뒤르켐과 짐멜의 초기 구조주의에 자극을 받아 최근에는 인구 크기가 법의 형식화를

가져온다는 명제가 더욱 정교해졌다. 인구증가의 효과 중 하나는 “상호작용의 밀

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8, 9, 10] 칵테일 파티를 생각해 보자.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는단지두사람, 즉주인과안주인으로시작된다. 이순간에는두사람사이에서만

모든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세번째 사람이 도착하면 상호작용의 가능성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제 주인과 손님, 안주인과 손님, 주인과 안주인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나아가 이들 중 두사람이 쌍을 이루어 나머지 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네번째 사람이 참가하면 이러한 승수효과는 더욱 확장된다. 물론 파티가 한창

진행중일 때쯤이면 상호작용 밀도는 처음 시작때보다 훨씬 상승해 있을 것이다.

각각의 상호작용을 행위자들을 연결하는, 양끝에 화살표를 갖는 선으로 표시한다면

“상호작용 밀도”(interaction density)는 당신이 그릴 수 있는 선의 개수를 의미할

것이다. 각각의 상호작용이 협동과 갈등이라는 양 가능성을 포괄한다고 가정할 때,

칵테일 파티가 예컨대 2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협동과 갈등의 가능성은

하나(주인과 안주인간의 화살표)에서 30을 훨씬 초과하는 수로 증가할 것이다.

화살표의 수, 즉 상호작용 밀도는 간단한 수학 공식에 의하여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협동과 갈등의 가능성은 인구증가 자체보다 훨씬 빨리 증가하므로(수학

적으로 표현하면 인구는 산술함수지만 상호작용 밀도는 기하함수다), 인구증가는

집단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자 할 때 행정적 조정의 필요를 급격하게 증대시킨다.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성원들이 누구인지, 각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각자가 다른 구성원이나 집단에 대하여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따라서 조정—인구증가에 의하여 위협받는

통합을 유지하는 임무만 담당하는 관리자—의 필요성은 더욱 늘어난다. 이상의

추론으로부터, 특정 사회단위의 관리자의 수는 그 사회의 인구수보다 훨씬 빨리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며, 관리자의 증가율은 상호작용 밀도의 수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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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로서 정확히 계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여러 조직에 대한 연구에서 이러한 예측은 입증되고 있다. 관리직원의 수는

상호작용 밀도 모델에 근거한 로그함수에 의하여 정확하게 예측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컨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작은 대학에 비하여 큰 대학은 훨씬더많은

비율 (많은 수가 아님)의 행정직원을 가지고 있고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행정부문에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러한 행정업무의 많은 부분이 흔히법이라 불리는 것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과 목적을 조정하는 수단이 바로 법이라면,

상호작용 밀도 모델에 의하여 법제도는 사회의 인구수보다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 법전문직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그것은 미국의 인구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4] 더욱 중요한 것은 법률가 수의 실제

증가율과 상호작용 밀도 모델에 의한 예측치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는 Mayhew와 Levinger가 입증한 바 있는, 미국의 강력범죄 증가율이

인구증가율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과 부합한다.

이러한 이론에서는 사회의 관습에 대한 주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골수 구조

주의자에게 사회의 관습은 무의미하다. 인구의 증가는 새로이 생겨나는 다양성을

조정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반드시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법이거나 또는

법을 증대시키는 다른 행위들(이를테면 독재, 심리치료, 종교, 의무교육, 조직화된

스포츠 등)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구조주의 입장을 요약해보자. 어떤 집합체든(대학이든, 소년

야구단이든, 도시든, 국가든) 그것이 직면하는 어떤 완고한 현실이 존재한다. 그

현실이란, 집단의 다른 구성원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수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 의사소통의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것,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청와대에 제안이나 고충을 써보내는

수천명의 시민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상상해보라.) 우리의 조직적 행위를

카오스적 혼란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완고한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조정할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관습을 대체하여 법이 조정수단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진행하기 전에 한가지 지적해 둘 것이 있다. 상호작용 밀도 이론은

다른 경제학 이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abus)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즉, 인구증가가 법제도의 크기와 형식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사회가 다른 대체수단을 찾아내지 않는 한에서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슷한 인구를 가졌는데도 법제도의 크기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사회들(예컨대

미국과 일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구조주의적 탈출구이다.

집단적 행위를 다른 방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법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인구증가의

파괴적 결과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탈출구가 어째서 관습이론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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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을 열어주는 결과가 되는지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겠는가?

2.2 집단소유 대 개인소유

비슷한 인구수를 가지면서도 서로 다른 법발달 단계를 나타나내는 두 집단을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가정은 더욱 중요해진다. 인구수의 효과를

수정할 수 있는 요소 중에는 재산권과 노동력을 조직하는 방식이 있다. 1950년대

초기 이스라엘의 두 집단정착촌에 대한 연구에서 이러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20]그 중 하나인 키부츠라고 불리는 공동체에서는 모든 것이 평등하게 공유되었다.

구성원들은 공동체 소유의 주택에서 살았고,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했고, 모든

물건은모두에게속한다고생각했고, 공중목욕탕과공중화장실을이용했고, 아이들은

공동보육원과학교에다니면서공동체교사와보모에의하여양육되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작업을 모든 구성원이 함께 했다. 농사와 관리직은 서로 순환되었으므로 모든

사람이 모든 직업에 대해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공동노동의 효과에 대한 뒤르켐의

설명[3–5쪽]을 상기하라)

다른 하나는 모샤브이다. 여기서도 토지는 공동소유였고 농기구의 대부분도

공유되었다. 그러나 농작물은 개인소유였고 개별 가족들은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지었

으므로 노력 여하에 따라서 작황에 차이가 났다. 게다가 생활수단도 사적 소유였다.

각 가족들은 자기만의 집을 가졌는데, 집들은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와 자녀양육도 개별 가족의 책임이었다. 가재도구나 사치품도 사적

소유였다.

이런 차이 이외에는 두 공동체가 대단히 유사했다. 양자 모두 동유럽출신 정착민

들에 의하여 1921년 건설되었다. 이스라엘 정당들에 대한 정치적 성향도 같았다.

양자 모두 같은 크기의 토지 위에서 같은 종류의 작물을 경작했다. 또한 인구크기도

비슷했다. 그렇다면뒤르켐과짐멜에따라두공동체가매우유사한법을가질것이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모샤브는형식적인 법체계를 가졌으나 키부츠는

그렇지 않았다. 모샤브의 형식적 법은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것은

공동체 규칙을 강제하는 임무를 맡은 독립된 상설기구였다. 위원회는 구성원간의

분쟁을 심리하는 권한과 승인된 제재를 가함으로써 결정을 강제하는 권한을 가졌다.

위원회는 성문화된 절차에 따라 운용되었고 성문화된 규칙을 강제했다. 키부츠에는

이런위원회도, 성문화된규칙과절차도없었다. 이러한차이는다음과같은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법발전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구조주의자들은 두 공동체의 조직구조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다. 모샤브는

가족을 생산과 가사와 자녀양육의 기초단위로 삼았기 때문에 법적 형식성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으나 키부츠에서는 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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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주의를 위하여 모샤브가 포기했던 것을 키부츠에서는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구성원들과의 친밀한 일상적 접촉 때문에 키부츠에서는 아무도

집단규범을 함부로 위반할 수 없었고 위반자는 다른 구성원들에 의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제재를 받았다. 키부츠의 생활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공유하는 것이었으므로, 구성원들은 항상 일상적 비공식적 비난과 제재의

가능성에 놓여있었다. 조롱, 눈을 치켜 뜸, 여론의 비난, “조용히 처리하기”, 약간의

비공식적 특권의 거부, 작업에 협조 안해주기 등, 이 모든 것이 일탈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것을 위해서 위원회 같은 것은 둘 필요가

없었다. 대단히 둔감한 사람만이, 한번도 쓰여진 적도 없고 공식적으로 천명된 바도

없지만, 집단공유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모샤브에서의 일상생활은 가족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각 가족은 자족적

단위였으므로 다른 구성원과의 접촉은 빈번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샤브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동체 규칙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가질 수 있었다. 정당하지 못한 행위가 있어도 다른 구성원은 이를 눈치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규칙위반은 오랫동안 감지되지 않을 수 있었고 누가 위반자인지조차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자족성과 격리성 덕분에 집단규범에 반대하는 사람도

대중의 여론을 무시한 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도 공동체 전체 성원의

계속되는 따가운 시선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반대나 일탈의 모습이 키부츠의 공동생활에서는 있을 수 없었다. 키부츠

에서 일탈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경우란 대단히 드물다. 계속되는 대면적인 비난과

불명예를 참아낼 수 있는 드문 능력의 소유자에게나 겨우 가능한 일이다.

모샤브가 공식적인 사법위원회와 성문화된 규칙을 발전시킨 것은 사적 소유와

사적 생활이 비공식적 제재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면에서는

모샤브와 유사했던 키부츠는 공식적 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구조주의자들은 말한다. 모샤브의 법형태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를 조정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고…구조주의 이론답게,

구조적 조직형태가 공식적 법의 탄생과 성장을 가져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모샤브와 키부츠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두 공동체의 관습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형태의 특수성 탓에 모샤브에서는 법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주목할 점은

같은 구조주의 이론이긴 하지만, 이 이론은 인구압력을 법의 주된 동인으로 보는

이론의 약점을 지적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두 공동체의 인구수는 거의 같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또한 이 이론도 법을 관습의 재선언으로 보는 입장을 반박한다. 모샤브의 사법위

원회가 공동체 규범을 설정해야 했던 이유는 공동체의 조직구조가 관습의 발전을

방해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관습이 사회무질서에 대처할 수 없을 때 형식적

법이 발달한다는 점에서는 두 이론의 의견이 합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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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러분은 이스라엘의 두 정착촌에 관한 연구결과가 보다 일반적인 예측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적 소유와 개인주의가 모샤브의 법발달의

원인이라면, 개인주의와 사적활동을 중심으로 조직된 체계가, 일본이나 중국, 소

련과 같이 지방적 집단적 조직을 강조하는 체계보다, 법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일반적 예측을 가능케 한다. 집단주의적 사회보다 미국에서 법체계가 훨씬 발달한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런 결론은 아직 덜 성숙되어 있고 너무 단순한

것일지 모르지만, 구조주의적 입장을 받아들이는 한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2.3 사회적 복잡성의 단계

여러 중요한 제도들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하여 사회과학자들을 매혹시켰던 구조의

한 측면은 사회의 복잡성 (complexity)의 정도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사회의 복잡

성을 증가시키는 일련의 발전과정으로 역사를 파악한다. 산업생산과 대량유통,

보험, 거대한 정부기구, 대중매체, 고속의 운송수단 등을 가진 현대사회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부족사회보다 (다양한 사회적 행위와 구조 사이의 정교한 연결관계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훨씬 더 복잡하다. 화폐, 문자, 직업적 분화, 사소유권을 가지는

사회는그렇지못한사회보다훨씬복잡하다고생각된다[21]. 구조주의자들은사회적

복잡성의 증가를 진화의 과정으로 본다(예컨대 [7]). 이런 의미에서 인간사회에

대한 그들의 관점은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정교하고 복잡한 유기체가 진화했다는

생물학자의 관점과 유사하다. 동물이나 식물들처럼, 사회적 복잡성도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라는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이런 추론을 법의 성장에도 적용한다. 다른 사회영역의 구조적

복잡성의 증가와 법의 성장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여러 다른 발달단계에 있는

사회들을 비교하는 것도 그러한 적용의 예이다. 65개의 사회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세가지 법형태(조정, 경찰, 법률가)가 차례로

발전한다.[21] 가장 단순한 사회는 세가지 법형식 중에서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다.

키부츠처럼 독립된 통제기구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잡성이 조금 증가하면

오로지 조정 (mediation)만이 존재하게 된다. 조정이란 두 당사자간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함으로써 당사자들이 분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3자의

존재를 의미한다. 복잡성 정도가 다음 단계에 이르게 되면 조정 외에 경찰력 (policeforce)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 이르면 세가지 법형태 모두—조정, 경찰,법률가 (lawyers)—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 “선행”단계의 법형식

없이경찰이나법률가만을가지는사회는있을수없다는것이다. 어떤구조적명령에

의하여 사회는 낮은 단계로부터 높은 단계로 순차적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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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자들은 이런 결론을 법의 일반적 진화이론으로 받아들인다. 즉, 사회적

복잡성의 증가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정한 순서에 따라 누적

적으로 법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사회에서는 법이 필요치 않다. 복잡성이

약간 증가하면 조정이 필요해진다. 다음 단계에서는 경찰이 필요해지고 마지막으로

법률가가 필요한 단계에 이른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형태가 부적합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 부적합성은 복잡성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한다.

2.4 형식 대 기능

지금까지 법의 발전과 다양성을 가져오는 구조적 조건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두

사회의 법형식이 (특정 유형의 법원이나 경찰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유사하다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사회는

경찰력을 정치적 반대를 억누르기 위한 국내 정보망으로 사용하는 반면, 어떤 사회는

주로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 경찰력을 사용할 수 있다. 뉴욕시의 이혼법정은 이혼소

송에서 고무도장의 역할만 수행하는 반면, 뉴욕주 한 시골마을의 이혼법정은 이혼을

막기 위한 카운슬러나 조정인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시카고의 소액법원은

금융기관의 수금원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반면, 같은 주 남부지방의 소액법원은

일반인이 겪는 소액의 그러나 성가신 분쟁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해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근본적인 질문인 법의 기원에 관하여 탐구할 때에도, 법이란

공식적인 제도라는 축과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이라는 축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

제기될 수 있다. 공식적인 제도와 그것의 통제대상인 사람들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인자가 무엇이냐고…

멕시코의 사례[17]는 인구압이 법의 유형을 결정한다는 주장을 부분적으로

입증한다. 동시에 이 사례에서는 동일한 법형식을 정반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멕시코의 두 마을은 동일한 형식적 국가법의 지배를 받는 동일한

공동체 법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법원의 실제 기능은 매우 달랐다. 두 마을간에는

구조적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A마을에서는 가족내 분쟁이 법원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남편과

아내는 친척 어른들에게 호소하여 분쟁을 해결했다. 친척 어른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양 당사자가 화해하도록 권위를 행사했다. 그들은 처벌을 가했고 결정을

내렸으며 이 결정은 대부분 이의 없이 복종되었다. 분쟁이 법정까지 가는 유일한

경우는, 화해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여서 법원의 공식적 절차를 이용하여 이혼을

발표하고 상대방이 새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경우뿐이다.

한편 B마을에서는, 화해를 구하는 분쟁이든 결별을 구하는 분쟁이든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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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까지 가서 결말을 보는 경향이 있었다. A마을보다 B마을이 법원을 이용하는

빈도가 훨씬 많다. 인구압에 기인한 구조적 조건의 차이 때문이다. 1900년경 B마을

인근의 광산이 폐쇄되자 B마을의 인구는 거의 두배로 불어났다. 실직한 광부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법발전에 세가지 중요한

영향을 가져왔다. 첫째, 확대가족으로부터 분리된 마을 사람들이 늘어났다. A마을

확대가족의 어른들은 가족분쟁의 주요 결정자들이었으나(할아버지, 숙부, 형제들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고 이들은 결정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B마을에 이주한 가

족들은 이러한 어른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분쟁을 해결해 줄 가족법정이

존재할 수 없었다. 둘째, B마을이 커짐에 따라 여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국가당국이나 종교지도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교회와 국가는 마을주민들의

혼인을 종교적이고 법적인 것이 되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 결과 부부간에 분쟁이

생기면 교회와 국가는 즉각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반대로 A마을은 이러한 외

부세력의 개입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었다. 이 마을의 혼인은 대부분 신성한 것도

법적인 것도 아니었다. 소규모의 정체된 인구 덕분에 이를 변화시키려는 외부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B마을의 인구증가는 농지의 부족현상을 가져왔다.

가족 어른들은 자기 땅 옆의 토지를 아들들에게 물려주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아들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농장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어른들의 영향력은

감소되었다. 어른들은 자식들의 복종을 끌어내기 위한 매력적인 유산을 거의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자식들의 행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도 없었다. 자식들이 멀리

떨어진 새 농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바로 옆집”에 살 때와는 달리 쉽게 관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다른 친척들이 알게 될 때쯤이면 분쟁은 이미

격화되어 있고, 사실관계는 모호해져 있고(누가 누구를 먼저 때렸느냐, 남편이 자주

밤늦게 귀가했느냐, 아이들을 제때 먹이고 있었느냐), 서로 모욕을 주고받아 화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어른들의 권위는 감소되었고

반항하는 자식들을 다스릴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법원이 어른들을 대체하여 주된

분쟁처리기구가 되었다. 여자들은 바람난 남편이 가정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하여

시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법의 권위는 증대되었고 어른들의

권위는 감소되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모샤브같은 보다 사적인 가족구조를 만드는

요인으로 인구압을 볼 수 있다. 그 결과 모샤브처럼 공식적인 법제도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두 마을이 동일한 법원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상으로는 두 마을의 법원이 매우 상이한 기능을 수행했다. B마을의 인구증가에

수반된 구조적 차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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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복합관계 대 단일관계

구조주의자들은 복합관계 (multiplex relationship)와 단일관계 (simplex relation-ship)의 구분을 매우 유용하게 생각한다. 단일관계란 매우 한정된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말한다.[6] 단일관계의 상대방과는 특정한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만 대화를 한다. 관계를 유지할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표를 사는 손님과 매표원의 관계, 114안내원과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사람의 관계, 강의하는 교수와 강의 듣는 학생의 관계 등이다. 이렇듯

단일관계는 특정한 거래를 행하기 위한 실용적인 업무에만 관련되어 있다.

단일관계는 효율적이다. 간단한 점심을 들기 위해서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만 하면 된다. 여종업원에게 어머니 수술경과가 어떠시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최근 참석했던 결혼식 사진을 꺼내놓지도 않을 것이다. 납세신고서에 대해 토론하지

도 않을 것이고 여행경비로 얼마나 마련해야 할지도 묻지 않을 것이다. “가요톱텐”

순위에 대해서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여종업원에 대해 아는바가 없기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낯선 사람간의 거래는 간단하고 제한적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은 당신이 잘 아는 이웃 식당보다 싼값에 신속하게 수백만개의

햄버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웃 식당에서는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음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 당신과 Fred 아저씨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Fred 아저씨는 당신 외삼촌일

수도 있고 당신 이웃에 사는 삼촌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는 당신에게 믿을만한

투자조언가이고, 당신 집의 저당권자이며, 사업상의 동료이기도 하고, 당신 큰아들의

대부이기도 하고, 당신 지역의 제1당 위원장이기도 하고, 당신 가족의 주치의이며,

프로축구경기나 발레공연의 티켓을 나누어 갖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당신이 시도 때도 없이 들르는 이웃 식당의 주인이기도 하다.

지금쯤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이쿠, 어떻게 한 사람하고 그렇게

얽혀있을 수 있지? 게다가 그렇게 관계가 복잡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의 이런

반응은 복합관계가 현대사회에서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가 단순했을

때는 이런 관계가 일반적이었다. 복잡한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단일관계

가 전형적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대부분 전문화되었기 때문이다. 투자조언도,

의료행위도, 담보부대출도 모두 전문가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사회에서는 이

모든 일들이 복잡한 친족관계와 얽혀 있었다. 사람들은 복합관계 하에서 생활했던

것이다.

이것이 법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구조주의의 기본명제는 이런 것이다: 복합관

계가 감소할수록 사회통제를 위하여 법이 동원될 필요성은 증가한다.[1, 41–48쪽]

구조주의자들에 따르면, 복합관계는 사람들에게 다중적인 통제수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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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당신이 Fred 아저씨와 그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당신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해도 또는 당신들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자 할 때도 당신은

상대방에게 당신들의 복합적인 관계가 가져다주는 보상에 대해 넌지시 암시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다른 사람도 당신이나 Fred 아저씨의 자리를 쉽게 대신할 수 없다.

당신들 각자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특수한 지위의 조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저당권에 대해 분쟁이 생겨도 Fred 아저씨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을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다. 과잉반응하면 당신은 가족의 주치의와 오락 파트너와 아들의

대부와 지구당에서의 지위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일관계와 비교해 보라. 관계 자체가 제한적이므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자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는 하나의 측면으로만 형성되므로 분쟁은

쉽게 관계의 파국으로 치닫는다. 복합관계의 당신이나 당신 아저씨는 교회에서,

사교클럽에서, 파티에서, 가족모임에서, 이웃들 모임에서 양쪽을 잘 아는 제3자에게

협조와 이해를 구할 수 있지만, 단일관계의 사람들은 법 이외의 동맹군을 찾을 수

없다. 복합관계에서 사람들이 제공할 수 있던 모든 비공식적 유인은 사라지고 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따라서 사회구조가 단일관계에 의하여 지배되면 될수록 법은

공식적이 되어가고 점점더 사회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2.6 기능적 대체물: 회피와 “참기”

이상과 같이 구조주의는 법발달을 가져올수있는조건을 보여준다. 한편 구조주의는

법과동일한기능을수행하는대체물도있을수있다고말한다. 예컨대, 단일관계에서

갈등은 법이 아니라 “회피”(avoidance)나 “참기”(lumping it: “네가 참아라”라고

할 때의 의미)를 낳을 수도 있다.[3]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거나

못된 짓을 당했을 때도 그냥 “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는 단순히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리고 상대방을 다시는 보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복합관계에서는 이런 반응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 하나 때문에 관계를 끝장낸다는 것은 다른 모든 관계도 한꺼번에 끝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복합관계 하의 분쟁에서 회피를 사용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크므로 사람들은 보통 양쪽을 잘 아는 제3자에게 의존하여 평화를 도모한다. 따라서

복합관계가 주류인 단순하고 가난한 사회에서는 분쟁해결수단으로 조정이 널리

사용된다.

미국같이 복잡하고 부유한 사회는 분쟁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이런 곳에서는

단일관계가 보통이므로, 소송이나 “참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일관계에서는 조정자 역할을 해 줄 사람을 발견하기 곤란하다. 가족에 대한 통제를

상실한 멕시코 B마을 어른들처럼, 관계가 벽에 부딪쳤을 때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줄 연결수단을 우리는 이제 모두 잃어버렸다. 따라서 만약 참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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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라면(이를테면 집주인이 겨울인데도 돈을 절약하려고 난방을 끊어버린다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수단은 (폭력을 제외하고) 소송을 제기하고 판사의

비인격적 판단을 받아 경찰력을 동원하여 분쟁을 강제로 해결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비공식적인 방법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2.7 갈등구조와 결연구조

법의 성장과 관련하여 구조주의자들은 파벌주의 (factionalism)와 다원주의 (plural-ism)를 구분하기도 한다. 파벌주의적인 레바논의 한 마을과 다원주의적인 멕시코의

한 마을을 비교해보면 양자의 차이가 어떻게 법구조의 차이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다.[16]레바논 마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두 개의 파벌 중 하나에 속했다. 두 파벌간의

분리는 거의 완벽했다. A파벌의 구성원은 B파벌의 그 누구와도 결혼도, 거래도,

예배도, 교제도 함께하지 않는다. 365일 내내 적대감이 흘렀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두 파벌 구성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마을 내에서는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같은 파벌 내의 두 사람간에 분쟁이라면 통상 파벌 내의 어른들이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마을의 어떤 어른도 파벌간의 분쟁을 해결할만큼 권위를 가지지는

못했다. 어른들은 모두 두 파벌 중 하나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컨대, A파벌의 어떤 사람이 B파벌 사람의 염소를 도살한 혐의로

체포되면, 양측은마을외부의유력한정치인이나판사들에게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여기서 “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은 뇌물이 아니면 연줄에 기댄

청탁이다. 이런 종류의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레바논 마을이 이렇게 외부 “입법자”들에게 의존하는 반면, 멕시코의 한 마을은

내부적인 조정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레바논 마을과 멕시코 마을간의 근본적 차이는

멕시코 마을은 두개의 파벌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대신, 사람들은

서로를 가로지르는 다원주의적 결연을 가지고 있었다. 각 개인은 어떤 집단과는

가족적 연계에 있었고, 다른 집단과는 종교적 연계에 있었으며, 또다른 집단과는

사회적 연계에 있었고, 또다른 사람들과는 동년배집단이나 경제적 관계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각개인은, 마을의모든사람들과라고는할수없지만, 적어도모든사람이

속하는 여러 집단들과 일상적인 상호의존관계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분쟁이

일어나도 기존에 서로 연계성을 갖는 사람들간에 일어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연계성을 계속 유지하길 원했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구조는 신속하고 원만하게

분쟁을 처리하도록 하는 여러 유인들을 가진다. 멕시코 마을에서는 외부의 법에

대한 의존을 발견하기 곤란했다.

다원주의는 복합관계와 관련 있는 구조이다. 둘 다 사람들을 묶어주는 다중적인

연결망을 의미하고, 둘 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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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이나 동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복합관계와 다원주의는 각각 상이한 수준의

구조를 지칭한다. 다원주의/파벌주의는 집단간의 관계 패턴을 의미한다. 이러한

집단 수준 아래에서는 단일관계도 있을 수 있고 복합관계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레바논 마을에서 A파벌의 구성원들은 파벌 내부의 분쟁을 외부의 도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파벌 내부는 복합관계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파벌주의로 인하여

이러한 복합관계는 A의 경계선 안쪽에만 머물고 B파벌의 구성원에까지 확장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3 불평등, 재판, 그리고 법: 구조적 분석

지금까지 우리는 구조를 사회적 역할들의 상호관계로만 보아왔다. 역할들은 환경의

위협에 대한 대응 필요에서 서로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에서 구조라고

일컫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즉, 무엇보다 사회를불평등한 계급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조란 특권과 권력과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조직

패턴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법당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동등하게 처우하는가,

가난한 사람들도 부자들만큼 변호사나 법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등의 물음에서

구조와 법의 개념이 이렇게 사용된다. 이러한 이론적 질문과 함께 보다 실제적인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가난한 자들이 법의 보호를 더 많이 받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가난하고힘없는사람들이사회의부와권력을더많이나누어가지도록

법이 도울 수는 없는가? 가난한 자들을 법당국의 부당한 처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3.1 빈곤과 접근: 법요구의 구조

주요 질문 중 하나는접근 (access)의 문제이다. 법은 가난한 자들의 요구를 무시해왔

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높은 수임료는 변호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따라서

가난한 자들은 사실상 재판거부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사태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행해진 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변호사를 자주

이용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이용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11] 예상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변호사를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수임료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가난한 자들이 변호사를 덜 이용하는 이유는 빈곤으로 인하여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을만한 사건에는 연루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사적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변호사를 찾는다. 주택 구입이나 유언장

작성이 그러한 예이다. 법률가들은 소유권 관련 문제를 주로 다루므로 무언가를

소유할만한 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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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미국사회의 불평등구조가 법체계에 서로 상이한 요구 패턴을 낳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가난한 자들이 가지는 문제는 법체계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 가난한 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호소해도 그것은 변호사들의 업무와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또다시 우리는 구조가 법형태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만났다. 이번에는 빈곤과

부의 구조가 사소유권 문제에 치중한 법형태를 낳은 것이다. 이러한 편향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법의 무관심을 또다시 가중시킨다.

3.2 빈곤과 접근: 법원에서의 구조적 이익

디트로이트의 연구는 불평등을 의미하는 구조 개념을 적용한 사례이다. 그러나

구조를 같은 의미에서 이해하면서도 연구결과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학자들이 있다. 예컨대 디트로이트의 자료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서, 소송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명백하게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도 있다. 법원의 절차는

일회 소송인 (one-shotters)보다는 반복 소송인 (repeat performers)을 우대한다는

것이다.[5]일회소송인들은공식적인법절차에는거의관여할일이없는사람들이다.

혹 관여된다 하더라도 복잡한 법체계는 그들에게 거의 신비에 가깝게 여겨진다.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누구와 접촉해야 할지,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해석

해야 할 지 모르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오로지 법원에 제기된 특정 사건에만

그들의 관심이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사한 사건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그들은 무관심하다. 오직 빨리 재판을 끝내고일상적인 생활(법적인 문제에

연루되지 않는 생활)로 되돌아가고자 할 따름이다.

반복소송인들은법이라는게임에매우상이한방식으로임한다. 그들에게공식적

인 법절차는 일상생활의 일부분이다. 법원 및 변호사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그들의 일과의 하나이다. 그 결과 그들은 법 및 법원의 행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법원을구성하는많은관료들과 “내부적” 접촉을하고있다. 법전문적인

난해한 용어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으므로[18], 법률가들의 허장성세에도 별로

겁먹지 않는다. 더욱이 일회 소송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복 소송인들은장기적인

관점에서 사건에 임한다는 것이다. 일회 소송인들과는 달리 단일한 사건이 관심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예컨대 보험회사는 매년 수천건의 사건을 취급한다. 하나의

사건에 임해서도 회사는 당장 지불해야 할 금액보다는 당해 사건에서 확립될선례나

일상적으로 접촉해야할 할 법원직원 ·판사 · 변호사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보다

중시한다.[19] 법원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회사에

유리한 선례를 확보할 수 있다면 몇몇 사건에서 “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회 소송인에게는 당해 소송의 결과가 모든

것이다. 장래 소송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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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복 소송인은 법적인 전투를 위한 예산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소송비용이 그들에게는 재정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개별

사건들에 대해서 비용-효과분석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회적 소송인들은 완전한

승리를 위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방식으로 임한다. 장기적인

이익이나 손해가 걸린 사건이라면 반복 소송인들은 사건 하나가 갖는 “값어치”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 예컨대 Pinto 자동차의 연료탱크 설계 결함으로

인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혐의가 문제된 사건에서 포드자동차는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지면 수백건의 유사한

클레임을당할것이고이는회사재정을바닥나게할것임을임원진은잘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일회 소송인들은 특정 사건이 보전해 줄 금액 이상을 지출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 탓에 반복 소송인들은 일회 소송인에 비해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보통 부자들이 반복 소송인이 되므로, 법원에서 “가진자”는 “없는자”들을

이기게 되어 있다. 가난한 자들은 보통 일회 소송인이고 따라서 이들이 공식적

소송에 연루되기를 꺼리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노련한 지주를 상대로 경험

없는 세입자가 소송한다는 것은 병사가 나무칼로 전투에 임하는 것만큼이나 승산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돈이 정의를 매수하기” 때문에 또는 “힘이 권리를 만들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나 일회성 소송인이 반복 소송자가 될 가능성, 그리고 부자가 일회

소송인이될가능성은항상열려있다. 최근미국원주민인인디언들은옛날의토지권

협약에 기초한 소송을 계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반복 소송인이 될 수 있었다.[12]시카고에서주택보유흑인들은그들이서명한매매계약의불공정성과지나치게높은

가격을문제삼아법원에줄지어소송을제기함으로써일회성소송인의불리한지위를

집단적으로 극복한 바 있다.[4] 부자들도 사망한 친척의 재산 분배에 관한 소송에

얽히게 되면 때로는 파산하기까지 한다. 다른 영역에서는 반복소송인이더라도,

상속분쟁에서는 일회 소송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라고 해서 언제나

반복 소송인인 것은 아니다. 공식적 소송에 일상적으로 관여하는 구조적 지위에

있다면 누구라도, 어떤 집단이라도 반복 소송인이 될 수 있다.

4 구조 대 관습: 예측의 비교

이번 장을 통하여 법의 기원에 관한 구조주의 이론이 관습이론과는 상이한 주장을

하고 있음으로 알게 되었다. 앞장에서 나는 관습이론이 근거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이들 사례에 구조주의적 설명방식을 적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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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일본의 소송

미나마타의 수은중독 사례를 상기해 보자. 미나마타 주민들은 십수년이 지나서야

겨우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반면, 니가타의 희생자들은 즉각적으로 법을 통한

공격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행동은 공개적이고 “비일본적인” 것이었으며, 이에

자극받은 몇몇 미나마타 희생자들도 소송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은

소송을 싫어하는 일본적 관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법제도를 멀리하게 한다는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였다.

이 사례를 구조주의자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하나의 설명방식은 미나마타에서는

소송이 필요치 않았고, 니가타에서는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조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의 두 정착촌간의, 그리고 멕시코의 두 마을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미나마타에서는 희생자들이 오염원인 공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장의 피고용인이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공장에 의존적인 지역

경제에 연관되어 있었다. 물리적 ·사회적으로 회사와 깊은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희생자들과 회사의 대립은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 마을의 대부분의

사회적 서비스(학교, 병원, 복지시설, 예식장 등)는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었으므로,

희생자들은 회사 경영진과 복합관계 하에 있었던 것이다. 마을과 공장간의 관계는,

참사가 있기 전까지 수년동안 지속되어 왔으므로, 참사로 인한 관계 파탄을 적절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한편, 니가타에서는 희생자와 가해자 사이에 복합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니가타는 가해 공장으로부터 40마일이나 떨어져 있었으므로 파탄을 막을만한

기존의 연계망이 없었다. 나카타와 오염원 공장의 관계는 레바논 마을의 A파벌과

B파벌간의 관계보다도 소원한 것이었다. 따라서 희생자들에게는 아무런 구조적

대안이 없었고 소송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관습이론과 구조이론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일본이 사례는 구조주의적

설명방식에 더 부합한다. 일본의 관습은 니가타 사람들의 대응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니가타와 미나마타간의 사회구조의 차이는 이를 설명할 수 있다.

4.2 무슬림과 소비에트법

제3장에서 법을 굴복시켰던 관습에 관한 두가지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볼셰비키의

법개혁에 대한 무슬림의 대응을 볼 때 관습으로부터만 법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이론이 타당한 것 같다. 관습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법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주의자들은 개혁이 실제로 수천명의 여성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었고, 또한 무슬림 사회를 대량으로 파괴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다. 왜 개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가? 구조주의자들은 볼셰비키가 해방을

갈구하는 여성들에게 적절한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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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사회구조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슬림 관습이 승리했던 원인은, 무슬림

관습이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유일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경제제도가 적절한

발전을 이루어 여자들이 남성지배적인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었다면,

볼셰비키의 법개혁은 무슬림 관습을 감싸주는 껍데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4.3 영국령 인도의 식민지법

인도에 자국법을 이식하려던 영국의 시도는 어떠한가? 영국법의 왜곡은 인도 관습의

힘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구조주의자들은 인도에서의 법원의 남용은 영국령

인도의 사회적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이를테면 영국은 단순히 분쟁

해결 절차를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토지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13] 영국인은 토지세를 체계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누가 어떤 땅을 소유하고 있는지 분명히 하도록 했다. 그들은 몇몇 마을지도자들을

지주로 선언하고 이들에게 마을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일 책임을 지웠다.

영국의 통치가 있기 전에는 토지소유권은 모호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농부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토지를 경작했으나 이는 토지를 사고 팔 수

있다는 의미의 “소유”는 아니었다. 토지이용은 가족의 영향력, 크기, 필요에 따라

유동적이었고 토지에 대한 통제도 지역에 따라 상이했다.

결국 영국은 토지는 소유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도입함으로써 소유권에 관한

분쟁을 야기했고 이것이 소송의 홍수를 가져왔던 것이다. 영국인이 도래하기 전까지

토지사용관계(구조)는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것이었으므로, 인도인들의 영국법

남용은 이러한 구조적 불확정성의 또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다.

달리 말하면 영국은 인도의 관습에 부합하지 않는 법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분배에 관한 규칙을 변화시키고 분배체계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인도의 사회구조 자체를 변화시킨 것이다. 영국은 인도 관습에 법적

힘을 부여하려 했는데, 그것은 인도 관습의 모호함과 유동성을 명확히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였다. 인도 관습의 법화(法化)는 인도사회의 강력한 새로운 요소로서

영국 식민당국의 필요에 복무하는 것이었다. 인도인들에게는 이 새로운 요소에

적응하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영국은 그 밖에도 구조적 변화를 몰고 온 몇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철도, 도로,

전신 시스템은 이전에는 격리되어 있던 지역을 서로 연결시켰다. 천연자원(광물,

면화, 황마, 차, 향료 등)에 대한 영국인의 욕구는 인도를 식민지 시장경제로 편입시

켰다. 이제 (물물교환이 아니라) 화폐가 교환의 수단이 되었고 토지는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이 되었다. 인도는 또한 영국에서 생산된 대량의 상품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식민지 경제학이 그런 것처럼 영국은 인도를 자국 생산품의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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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았던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인도인들이 영국 법원에 달려간 것은 인도 관습의 표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거부한다. 오히려 새로운 경제구조, 정치구조, 사회구조의 산물

이라고 구조주의자들은 주장한다. 영국인들은 인도 관습을 재제도화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도의 경제와 정치를 지배함으로써 그들은 인도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그들이 법으로 보존하고자 했던 인도 관습은 쓸려 없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5 요약

구조주의자들은 법과 법형태를 사회 단위가 구조화되어있는 방식의 필연적 결과라고

본다. 사회 단위가 생존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위협하는 위험스런 갈등을

흡수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구조주의자들은 상이한

법체계들을 비교함에 있어서 공식적 법의 발달의 차이를 사회구조의 차이의 결과로

설명한다.

사회적 · 경제적 행위가 장래에도 계속 의지해야 할 빈번하고 연계된 상호성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면, 법은 “저발전”의 상태, 비공식의 상태, 조정 위주의 상태, 심지어

부존재의 상태에 놓이는 경향이 있다. 전문화 등의 조건으로 사람들이 고립되고,

상호의존성이 감소되거나 비인격화하고, 다양한 새로운 방법으로 목적을 추구할 수

있게 되면, 비공식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그 대신 공식적

법이 발달하게 된다.

공식적인 법의 사용이나 관리에 불평등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법체계를 낳은 사회

자체의 불평등의 직접적 산물이다. 법앞의 평등이라는 원리에 기초하는 법체계조차

상위의 구조적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다. 이러한 편향은

관습적 편견이 법체계에 침투한 결과라고 해석될 수 없으며, “가진자”들이 법체계

밖의 구조적 지위에서 향유하는 전략적 이점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구조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구체적 법형식의 설명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

지 않는다. 어떤 구조적 특성이 우선적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구조적 특성들이 결합함으로써 특정한 법형식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설명을 위해서는 구조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관습이나 집단간의 문화차이에 근거한 설명은

근본적으로 오류라는 점에 그들은 동의한다. 관습이론은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는 동어반복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구조주의와 관습이론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개의 분파로 사회과학을

나누는 것은 잘못일지도 모른다. 사회체계의 완전한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문화, 양자를 다 고려해야 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23] 관습과 구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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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할 수 없다면 그 결과 야기되는 불안정성은 양립가능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법과 같은 현상의 기원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습과 사회구조, 양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 구조주의자들에 따르면, 관습이론은 어떻게 사회가 그러한가는

보여주지만 왜 그러한가는 보여주지 못한다. 관습은 사회의 상호작용 패턴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관습 자체가 바로 그 상호작용 패턴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작용 패턴이 왜 존재하며 왜 그것이 변화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상호작용 패턴

너머에 있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너머에는 환경적 제약(인구증가나

기후의 변화 같은 것)과 그 제약에 대한 조직적 대응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으로 행위하게 하고 특정한 제도를 수립하게 하는 것은,

관습의 힘만이 아니라, 관습이 집단의 환경 대응 능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이제 구조주의는 갈등이론의 도전을 받고 있다. 갈등

이론은 법을 비롯한 사회현상의 존재이유는 사회가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가정으로 인하여 구조주의는 문화이론이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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