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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고골의 무의미 세계 - 「코」와 「외투」를 중심으로 - 연세대학교 대학원 노어노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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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고골의 무의미 세계 - 「코」와 「외투」를 중심으로 -

연세대학교 대학원

노어노문학과

신 희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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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고골의 무의미 세계 - 「코」와 「외투」를 중심으로 -

지도 조 주 관 교수

이 논문을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03년 12월 일

연세대학교 대학원

노어노문학과

신 희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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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원의 석사 학위논문을 인준함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심사위원 인

연세대학교 대학원

2003년 12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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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차 례

국문요약 ………………………………………………………………………………… ii

제 1장 서론 ………………………………………………………………………… 1

제 2장 가치전도된 세계 ..……………………………………..…………….…... 10

2.1. 인간의 사물화 …………………………………………………….… 14

2.2.「외투」와「코」비교 …...………………………………………….. 31

2.3. 언어에 의한 가치전도 ……………………………………………... 38

제 3장 무의미 세계 ……………………………………………………………… 43

3.1. 무의미의 의미 ……………………………………………………….. 43

3.2. 무의미의 구현 –「코」 …………………………………………….. 55

3.3. 진정성의 문제 ……………………………………………………….. 64

제 4장 결론 …………………………………………………………………….…. 71

참고문헌 ……………………………………………………………………………….. 74

문요약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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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국 문 요 약

N. 고골의 무의미 세계

-「코」와 「외투」를 중심으로 -

니꼴라이 고골은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작가 다. 어쩌면 그

의 관심은 오직 인간이었고, 인간 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골의

작품들을 두고 벨린스끼를 위시한 19세기 리얼리스트들은 당대의 부패한 사회조

직과 돌이킬 수 없는 전제주의에 대한 정치·사회적 풍자로 보았지만, 그러한 해석

보다는 인간들에 대한 도덕적 풍자로 의도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

다. 그는 특히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인간의 병들고 타

락한 혼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러시아라는 공간 안으로 가져와 제시한다.

그는 인간의 삶을 그렸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그리고 그 안에서 본능에

따라 작용하게 되는 인간 본성의 법칙들을 그린 작가 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는「코」와「외투」는 당대의 러시아

수도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골은 대도시를 주제로 취하며 자본주

의화가 가져오는 인간 세계의 도덕적·문화적인 측면에서의 파괴적용을 예리하게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보여주었던 도시문명 및 기계

발전, 외적 가치에 중요도를 두고 물질에 쉽게 현혹되는 물질적 가치의 팽창과 추

구, 그에 맞물려 오는 인간정신의 파괴와 정신적 공허감, 인간성의 상실 등의 새

로운 자본주의의 극악함을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는 물질과 물질에 현혹된

인간들로 만연하여 신이 주신 자연의 진실성을 상실한 세계가 된다. 이 세계는 자

연의 유기체적인 화합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닌 파편화된 사물의 세계이다. 진실

한 혼도 그로 인해 진정한 인간도 없는 허위적인 물질만이 난무한 허위와 허상

의 세계인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외적인 것에 쏟는 물질 세계는 그 주

체가 인간이 아닌 물질이 되는 것이고,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 아닌 사물들이 가득

할 때 그 세계는 더 이상 의미체계가 성립될 수 없다. 더 이상 진실의 세계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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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는 것이다. 진실된 정신이나 혼이 사라진 그 곳에서는 모든 것이 허위와

환 일 뿐인 무의미의 세계가 된다.

본 논문은 고골의 이러한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전개되었

다. 그러한 면에서 이 작품들은 인간이 가져야 할 본성과 자질, 그리고 인간이 추

구해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목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의 상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텍스트의 내적분석에 주력하면서, 고골이 무의

미한 인간세계를 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하 는지 분석하 고, 또한 이를 통해

그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의미세계에 대하여 고찰하 다.

핵심어 : 인간, 인간 혼, 본능, 자본주의, 대도시, 정신적 공허감, 인간성의 상실,

자연의 진실성, 물질, 무의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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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1 장. 서론

니꼴라이 고골처럼 그 비평적 해석이 다양한 작가가 또 있을까? 게다가 고골

처럼 그 작품에 대한 비평이 극단적인 작가도 드물 것이다. 고골 작품에 대한 해

석의 역사가 러시아 비평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에 대한 연

구는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고골의 문학이 지니는 의미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적으로 언급할 점은 고골에서부터 19세기의

러시아 현실을 반 한 러시아 문학의 리얼리즘 시대가 열렸다는 점1이고, 그 다음

으로는 뿌쉬낀의 문학적 전통의 계승, 즉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작가로 평가되

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고골 비평의 과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 관한

비평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초기의 비평으로 민중

성, 민족성, 역사성의 요소들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바라보는 경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형식주의적 비평이론을 기초로 발전해온 내재적 비평의 경향이다. 전자는

러시아 비판적 리얼리즘의 경향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19세기 중반 시민 비평가

비사리온 벨린스끼이다. 시민 비평가들은 ‘현실비판’이나 ‘국민문학’, ‘리얼리즘’의

명제를 중심으로 러시아 최초의 본격적인 비평의 토대를 만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1 본 논문은 고골의 작품이 리얼리즘이 아니라는 전제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고골의 문학이 리얼리즘적이지 않다고 해석한다 하더라도, 고골의 작품들이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1840년대부터 시작된 러시아 리얼리즘에 심대한 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덧붙여서, 고골의 풍자적 자연주의 –가장 저속하고 그로테스크한 양상 속에서 보다 비속한 측면들을 제시하는 방식 – 가 러시아 리얼리즘 탄생에 전형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면, 첫째, 러시아 리얼리즘은 고골의 생생하고 활기찬 세부묘사에 대한 관심을 이어받았다. 그것은 외부사물에 대한 세부 묘사일 뿐만 아니라, 한 인물의 모습과 행동에 대한 묘사 다. 이런 점에서 고골의 계승자는 똘스또이 다 (그러나 똘스또이는 1880년 이후 후기 작품에서 불필요한 세부묘사의 방법에 최초로 반발했다). 둘째, 러시아 리얼리스트 작가들은 고골의 금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지지했는바 그것은 작품 속에서 저속하고 비열하며 인상이 나쁘고 비교훈적인 삶의 양상을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리얼리즘의 모든 유파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셋째, 러시아 리얼리즘은 현존하는 삶의 형태에 대한 고골의 풍자적 태도를 계승했다. 대체로 무위도식적인 삶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풍자적 태도는 19세기 후반의 러시아 소설에 고루 퍼져있다. 끝으로 러시아 리얼리스트들은 서사적인 구도나 서사적인 관심을 상대적으로 경시하고 초서술적인 면, 성격, 자아성찰에 관심을 쏟았다는 점 등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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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의 작품이 부패하고 타락한 러시아의 사회상을 폭로하고, 억압 받는 하층민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일으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고골 자신은

위대한 리얼리스트이자 휴머니스트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러시아의

현실을 충실히 반 하고 있는 위대한 리얼리즘의 산물로 여겨졌다. 특히「외투」

는 당시 봉건사회의 압제에 시달림을 받고 있던 러시아의 현실 속에서 하찮은 인

간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를 통해서 억압 받는 사람들을 대신한 훌륭한 항거로 풀

이된다. 불행한 주인공 아까끼는 독자들의 깊은 동정심을 유발시키고 다른 고골의

작품에서처럼 ‘눈물로 가려진 웃음Смех сквозь слез’2으로 표현되고 있다.「외투」

의 주인공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자신을 괴롭히는 주위 사람들에게 가련한 어조

로 ‘나도 너의 형제야’라고 외치는 대목은 그들의 입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번

번이 인용되었다. 또한 이들은 ‘인도주의적 표현’3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분노한

주인공이 나약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저항의 말이

한 젊은 관리에게 남긴 강렬한 인상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벨린

스끼4는 고골의 리얼리즘을 대단히 폭로적이고 매우 예리한 비판적 리얼리즘 -독

자들에게 사회의 부정적인 면모를 보여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현실의 묘사-이라고 말한다. 당시 현실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던 후대의 러

2 조주관.『러시아문학의 하이퍼텍스트-테마로 읽는 러시아 문학』, 서울: 평민사, 2002, p. 96. 3 러시아 문학사에서 오늘날까지 고골을 관례적으로 자연파 작가나 사실주의 작가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외투」가 갖는 사실성에 주목하여 이야기하는 고전적 시각의 해석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라고 한 도스또옙스끼의 말은 19세기의 고전적 시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고전적 시각은「외투」를 사회적 관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문학의 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모욕 받고 상처 입은 자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담고 있는 문학의 출발을「외투」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비평가들은 주로 ‘인도주의적 표현 Humane passage’에서 고골의 의도를 찾고 있다. 동료들이 심한 장난을 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에도 겨우 “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요? 날 좀 내버려둬요” 하고 말하는 아까끼의 목소리에서 어쩐지 인간적인 동정과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다는 것이다. 아까끼의 호소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개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항변인 것이다. 비평가들은 아까끼를 불쌍한 존재로 평가하고 그의 가혹한 운명에 동정을 보낸다.또한 “나도 당신의 형제가 아니오” 라는 아까끼의 말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아까끼가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그 역시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인기와 조명을 받고 있는 이 ‘인도주의적 표현 문구’에는 형제애라는 함축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다. 앞의 책, p. 88. 4 러시아 문학에서 고골의 위치에 대한 평가는 벨린스끼의 지지가 지대한 바 그는 고골을 러시아 산문의 아버지(뿌쉬낀이 러시아 시의 아버지인 것처럼)일 뿐 아니라 현실을 가장 진솔하게 반 하는 위대한 리얼리스트요, 러시아 사회의 풍자작가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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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작가들은 그들이 고골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1830년대부터

중엽까지의 기간을 러시아 문학의 가장 뚜렷한 특징인 비판적 리얼리즘이라고 불

렀고, 이 시기는 종종 ‘гоголевская эпоха’ 로도 불린다. 이후 벨린스끼류의 휴머니

즘 시각은 감상적 공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여전히 고골 작품에 대한 사회

주의 시각은 20세기에 들어와서까지 유효한 것으로 여겨졌다. 고골의 작품을 농노

제도, 관료제도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당대의 지배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하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은 그 직접적인 반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골이 죽은지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벨린스끼의 거대한 향력에

의하여 사회고발작가 혹은 리얼리스트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견해는 당시 사회주의적, 정치학적, 혹은 철학적 글을 기고하던 몇몇 작가들에 의

하여 강력히 옹호되는 입장이었다. 거기에는 니꼴라이 체르니솁스끼, 니꼴라이 도

브로류보프, 드미뜨리 삐사례프, 콘스탄찐 악사꼬프 등이 포함된다. 또한 벨린스끼

의 문학비평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쏘비에트 정권에서 주창했던 이념적, 사회주

의적 내용을 강조한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맞물려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5 19세

기 문학 작품들 가운데 특히 뿌쉬낀, 레르몬토프, 고골, 도스또옙스끼의 작품들은

벨린스끼의 문학비평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본보기로 사용되어져 왔는데, 그 작가

들 중에서 특히 고골은 한편으로는 가장 총애를 받았음에도, 이와 동시에 불화와

반목을 주고 받았던 작가 다.

한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들어서 그 동안 감추어진 고골 문학세계에 관

한 글들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이미 1860년대에 체르니솁스끼는 고골이 사회표면

에 드러난 고립된 몇몇 사실만을 제시했을 뿐 그 밑에 깔린 거대한 기저패턴을

무시했다고 지적하면서 고골의 리얼리즘에 회의를 표명한데 이어, 19세기 말에 벤

게로프는 고골이 러시아의 현실을 직접적으로는 거의 몰랐다고 단언한 바 있다. 6

또한 새로운 문학사조인 모더니즘의 등장이 고골의 분석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하

게 된 것이다. 상징주의자들과 형식주의자들은 고골의 리얼리즘 신화에 대한 전면

부정의 작업을 시도한다. 이것이 리얼리즘에 반하는 후자의 줄기가 되는 것이다.

5 스타시 R. H.. 이항재 옮김,『러시아문학비평사』,서울: 한길사, 1987, pp. 58-59. 6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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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더니스트들은 고골 문학비평에서 19세기 중엽 이후 시종 일관되게 이어져

오던 리얼리즘이라는 거대한 쇠사슬을 과감히 끊으려는 첫 시도를 한 점에서 높

이 평가 받고 있다. 벨린스끼의 문학비평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소설작품의

언어, 문체, 문학장치, 혹은 개인으로서의 작가의 내적 문제와 종교관을 중요시하

지 않고, 다만 작품의 내용과 총체적인 의미와 메시지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다. 또한 이러한 그의 주장은 사회적, 도덕적, 역사적인 연결고리만을 형성하고 있

다. 바로 이러한 면이 벨린스끼의 이론을 지지하는 19세기 리얼리스트들과 20세기

쏘비에트 비평가들의 해석에 대항하는 견해가 서구 및 러시아 비형가들 사이에서

19세기 말부터 새롭게 제기되는 이유가 된다.

고골이 리얼리스트라는 일반적으로 주장되어온 견해를 단호하게 반대한 최초

의 러시아 비평가는 바실리 바실리예비치 로자노프 다. 그는 자신의 논문

「Пушкин и Гоголь」에서 고골의 문학세계에 리얼리즘에서 주장하는 ‘사실성’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의문을 가졌으며, 나름대로 고골이 리얼리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는 고골의 등장 인물들은 일상적인 러시아 현실에

서 나온 것이 아니며, 또 가난한 사람, 억압 받는 사람, 짓밟힌 사람들에 속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고골에게서 나타나는 그로테스크한 인물들의 군상은 당황한 사람

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 인물들은 사실성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생명력조차 없는 죽은 인물들이 난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로테스크한 형태를

이용한 고골의 세계는 굴곡된 현실을 반 할 뿐이고,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

한 비현실적이고 생명력이 배제된 세계가 묘사되었다고 주장한다.7

로자노프 이후 일련의 상징주의자들인 드미뜨리 메레쥬꼽스끼, 발레리 브류소

프, 안드레이 벨르이는 자신들의 문학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고골의 작품세계

를 리얼리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평가하고 있다. 상징주의자들에 의하면

문학은 작가의 내면세계의 투 이며, 예술은 작가의 다양한 내적 세계를 조화된

합일체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외형적인 것보다는 감추어진 세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주장했던 주요 문학관인 신비로움, 기독교적 종교관

7 Розанов, В. В. Несовместимые Контрасты Жития Искусство. М., 1990, cc. 22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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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철학적 사상의 접목, 언어와 음악적 기교, 감추어진 내면의 묘사 등은 고골 문

학세계를 그들 사조의 표본으로 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상징주의자들 중에 종교적 그리고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했던 메레쥬꼽스끼는

고골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악마는 실질적인 물체가 아니라 고골의 개인적인

충동에 의한 인격화된 상징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메레쥬꼽스끼는 고골 작품에

등장하는 뽀쁘리신,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흘레스타꼬프와 같은 인물들은 전혀 사

실성이 결여된 인물이며, 고골 특유의 ‘웃음’과 ‘언어유희’와 ‘스까스’라는 문학 장

치에 의하여 교묘히 감추어진 환상적이며 가공의 인물들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고

골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속물성пошлость’의 주제는 악마와 연계성을 갖고 있으

며, 이는 인간 고유의 원한 ‘пошлость’로 보고 있다. 고골의 ‘웃음’에 대해 메레

쥬꼽스끼는 작가로서 고골은 ‘웃음’을 통해서 신비주의적 경향을 갈구하고 있으며,

자연인으로서 고골은 ‘악마와의 인간의 투쟁’이라는 웃음을 사용하여 실존과 싸우

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8

이처럼 메레쥬꼽스끼는 많은 부분에서 로자노프의 견해와 유사한 점을 내포

하고 있다. 상징주의자 중에 한 사람인 브류소프 역시 로자노프처럼 리얼리스트들

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고골을 꿈꾸는 듯한 환상가로 규정짓고 있다. 그는 고골의

작품세계와 사생활을 연결시켜서 극도의 과장으로 얼룩진 고골 문학세계를 언급

하고 있다. 그는 1909년에 쓴 논문「Испепеленный」에서 고골은 특유의 과장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아이디얼한 세계를 묘사해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пошлость’는 일반적인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지나칠 정도의 묘사이

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물은 전혀 사실적인 존재가 아닌 엄청난 과장에 의하

여 고의로 창출되어진 것들이라고 주장한다.9

이처럼 상징주의자들은 리얼리스트들이 주장했던 문학관의 잘못된 견해를 자

신들의 문학사조와 병행하여 폭로하 다. 한편, 벨르이는 고골의 문학세계를 하나

의 문학사조로 다룰 수 없음을 인지하고 다양한 사조들을 적용하 다. 그는 고골

8 Merezhkovsky, Dmitry. “Gogol and the Devil”,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57. 9 김문황. “레알리즘으로 바라본 고골 문학세계의 모순”,『노어노문학』, 제8권, 1996, p.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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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호머와 같은 고전주의 작가로, 또한 독일 낭만주의 작가인 호프만처럼 낭만주

의의 대가로 간주하면서 고골이 결코 리얼리즘 작가가 아님을 강력히 주장한다.

고골은 사실적인 인물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가면을 씌운 채로 상상력이

풍부한 스케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표현은 3차원적인 인물묘사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산문에서는 허구의 인물을 표면적인 이미지

안에서 애매모호하게 변장하여 감추어진 사실성을 정교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

이다.10

상징주의자들 이후에 등장하는 알렉산드르 슬로님스끼, 에이헨바움, 빅토르

비노그라도프, 티냐노프와 같은 일련의 형식주의자들은 1902년에 발표된 만델슈땀

의 논문 「고골식 문체의 특징에 대하여 О характере гоголевского стиля」11를 효시

로 하여 사회적 연결고리와는 완전히 분리된 순수한 고골의 창작세계와 작품세계

의 문체적 장치와 시학의 다양한 특성들을 분석한다. 그들은 고골 작품의 언어학

적인 분석에 집중하면서 리얼리스트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이

헨바움의 논문「고골의 외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Как сделана ‘Шинель’ Гоголя」

는 ‘스까스’가 고골적 텍스트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소리의 의미론이라

고 하는 특수한 개념을 발전시켜 고골 비평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그는「외투」에

사용된 문장들이 논리적 발화의 원칙이 아닌 표현적 발화의 원칙에 따라 배열되

며 그러한 현상이야말로 텍스트의 구조를 지탱해 주는 역동적인 힘이라고 주장한

다. 12 이들의 주장에 대하여 쏘비에트 비평가인 페레베르제프는 그들의 방법론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고골 세계는 철저하게 작가의 사회적 환경과 접하게 연관되

어져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환경 내에서 엄격히 해석되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하면

서, 쏘비에트 시대에 과거 19세기의 벨린스끼의 주장을 복원시키고 있다.

심리학적인 프로이트적 비평론도 있는데, 19세기 말부터 의학, 심리학, 정신분

석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들 학문의 시각에서 고골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10 Bely, Andrey. “The Figure of Fiction in Dead Souls”, Dead Souls: the Reavey Translation; Background and Sources; Essay in Criticism. New York: W. W. Norton and Company, 1985, pp. 524-525. 11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174. 12 Eikhenbaum, Boris. “How Gogol’s ‘Overcoat’ Is Made”, Gogol’s “Overcoat”: An Anthology of Critical Essays Edited by Elizabeth Trahan, Michigan: Ardis,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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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파의 정신분석학자인 예르마꼬프는 고골이 지배적인 모친과 유약한 부친

사이에서 성장한 관계로 ‘억압된 공격성’을 지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작품에 억압

심리가 깔려있다고 주장하면서 고골이 사용한 코에서 외투, 장화에 이르기까지 대

부분의 낱말, 개념, 사물 등을 성적인 상징으로 해석하 다. 13 한편, 까를린스끼는

고골의 작품에서 동성애적인 경향과 그것에 대한 억압의 징후들을 읽어내며 다양

한 성적 상징들의 분석을 통해 개별 작품들과 작가 고골의 전기적 사실들을 연결

하고 있다.14

그 외에도 종교적, 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비평도 있는데, 고골의 말년에 두

드러지게 나타난 교화적 성향과 광신적 기독교 사상에 근거하는 종교적 비평의

기원은 상징주의자 메레쥬꼽스끼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고골의 작품에 나

타난 갈등구조를 선악의 대립이란 차원에서 고찰하 으며, 고골의 악마를 일종의

보편적 현상으로 파악하 다. 고골의 생애와 작품을 기독교와 결부시켜 해석하는

경향은 그 후에도 모출스끼에서도 발견되는데, 그는 고골의『친구와의 왕복서한』

을 ‘종교적, 도덕적 이데올로기의 조화롭고 완결된 시스템’이라고 파악한다. 그 후

에도 고골의 생애와 작품을 기독교와 결부시켜서 해석하는 경향은 지속되고, 개별

적인 텍스트에서도 이러한 종교적 해석은 발견된다.15

쏘비에트의 고골 전문가인 흐라프첸꼬는 그의 예술작품이 객관적 역사관 사

이에 놓여있는 대립된 모순에 기인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작가 고골을 이중적으로

– 낭만주의자와 사실주의자 –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고골 작품을 통해서 유

유히 흐르는 근본적인 사상을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의 비평으로 보고 있다.16

블라지미르 나보꼬프의 경우에는, 고골의 기행과 그의 언어적 특성을 들어

‘러시아가 지금까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그는 고골 작품의

진가를 옳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정신적인 공중회전을 해서 인습적인 문학

가치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보꼬프는 고골의 산문을 ‘4차원’이라고 규

13 Yermakov, Ivan. “The Nose”,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p. 155-198. 14 Karlinsky, Simon. The Sexual Labyrinth of Nikolai Gogol.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15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p. 175-176. 16 김문황. “레알리즘으로 바라본 고골 문학세계의 모순”,『노어노문학』, 제8권, 1996, 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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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며, 그와 비교해볼 때 뿌쉬낀의 산문은 ‘3차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처럼 고

골의 예술을 초(超)고차원으로 해석하며, ‘예술이 이렇게 초고차원일 때 문학은 학

대받는 자를 연민하거나 학대하는 자를 저주하거나 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

다고 주장한다.17

고골의 텍스트에 접근하는 이러한 방식들은 그 다양성 자체로서 작품들이 가

진 문학적 풍요로움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골 세계의 특징 중 하나

는 그의 작품을 자세히 읽고 해석할 때, 새로운 고골 문학관이 한 가지의 일관된

비평에 의해서는 풀리지 않는 다양하면서도 미묘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슈크만은 고골의「코」에 관해 논의하면서, 말장난과 역설의 반복적 사용, 비논리

성, 독자들과의 게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고골의 텍스트는 확정된 독서나

단일한 의미론의 추출에 저항한다고 말하고 있다.18 또한 부분적으로 알려진 고골

의 종교관과 세속적 특성이 한데 어울려 버무려진 이중성이 작품 내부에 퍼져있

다는 사실도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들은 발표된 이래 오늘날까지 많은 비평가들과 독자들로부

터 각기 다른 해석과 다른 평가를 받으며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만큼 이 작

품들에는 고골의 예술적 기법과 사상이 풍부히 용해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작

가의 문학적 깊이와 독창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은『뻬쩨르부르그 이야기』라는 작품군 중에서 단편「코」와「외투」

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두 작품은『아라베스크』에 수록된 단편들 -「광

인일기」,「초상화」,「네프스끼 거리」- 이외의 작품들로서 고골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러시아의 수도이자 대도시 뻬쩨르부

르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고골이 고향 우크라이나에서 상경하여 수년간 수도

생활을 하며 관찰한 도시의 모습이 바탕이 되어 그려지고 있다.

고골은 이 작품들에서 대도시에 존재하는 인간들과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

17 Nabokov, V. Nikolai Gogol. New York: New Directions Paperbook, 1971, pp. 139-150. 18 이장욱.『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나타난 분열의 양상』, 고려대 석사학위 논문, 1993,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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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고골이 이 도시 속의 인간과 그 세계상을 어떻게 바

라보고 있으며, 그것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상화시켜 나가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세계에 대한 그의 작가관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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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가치전도된 세계

뻬쩨르부르그는 관등과 신분의 사회이다. 인간들의 정체성은 그의 관등과 신

분에서 비롯되고 연약한 인간들은 저 높은 고지를 향해 계속적으로 기어오르지만,

결국엔 그들 자신의 허망한 허식에 파멸하게 된다. 관등과 신분의 문제는 결국 돈

의 문제로도 확장되어 모든 것은 인간들의 외관과 모양새, 남들에게 비춰지는 자

신의 겉모습만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외적인 세계로 변질되게 된다. 이러

한 사회상을 보여주기 위해 고골은「네프스끼 거리」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따라

네프스끼 거리를 거니는 군중들의 모습을 그들의 외관의 제유로 격하시켜 묘사한

다. 외적인 모습은 인간들의 지위나 신분, 그들의 재정 상태 등 그들 자신을 대변

하는 것으로 여겨져 인간들은 남들에게 비춰질 자기의 모습에만 신경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외적인 것에만 치중할 뿐이다. 이는 사람의 외적인 모습이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

함하여 다른 사람들의 혼이나 정신적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뻬쩨르부르그를 구

성하는 온갖 사회적, 물질적 가치에만 집착하는 범속성을 보여준다.

Мужчины в длинных сюрутках, с заложенными в карманы руками, дамы в

розовых, белых и бледно-голубых атласных рединготах и шляпках. Вы здесь встретите бакенбарды единственные, пропущенные с необыкновенным и изумительным искусством под галстук, бакенбарды бархатные, атласные, чёрные, как соболь или уголь, но, увы, принадлежащие только одной иностранной коллегии. Служащим в других департаментах провидение отказало в чёрных бакенбардах, они должны, к величайшей неприятности своей, носить рыжие. Здесь вы встретите усы чудные, никаким пером, инкакою кистью не изобразимые; усы, которым посвящена лучшая половина жизни, - предмет долгих блений во время дня и ночи, усы, на которые излились восхитительнейшие духи и ароматы и которых умастили все драгоценнейшие и редчайшие сорты помад, усы, которые заворачиваются на ночь тонкою веленевою бумагою, усы, к которым дышит самая трогательная привязанность их посессоров и которым завидуют проходящие. Тысячи сортов шляпок, платьев, платков – пестрых, лёгких, к которым иногда в течение целых двух дней сохраняется привязанность их владетельниц, ослепят хоть кого на Невском проспекте. Кажется, как будто целое море мотыльков поднялось вдруг со стеблей и волнуется блестящею тучею над чёрными жуками мужеского пола. (T. 1, C. 437-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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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프록코트를 입고,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고 있는 신사, 장밋빛이나 흰색이

나 창백한 하늘색 술이 달린 상의를 입고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여성, 또한 이곳에서 심상찮은 훌륭한 기교를 부려서 넥타이를 가리고 있는 비교할 데 없는 구레나룻, 검은 담비나 석탄처럼 까만, 그러나 아아, 여러분은 그저 외무부 관리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레나룻의 사나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검은 구레나룻을 주시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불쾌하지만 붉은 수염을 달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펜이나 붓으로 그려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수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의 반을 바쳐 만든 수염, 밤낮없이 자지 않고 오랫동안 가꾸어온 수염, 가장 매혹적인 혼과 향기가 흘러나오는 수염, 가장 비싸고 구하기 힘든 포마드를 바른 수염, 밤새도록 엷은 종이로 틀을 잡은 수염, 그 주인의 극심한 애착심이 넘쳐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수염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이틀 내내 갖고 다녀도 싫지 않을 만한 갖가지 빛깔의 가벼운 모자나 의복이나 손수건들이 네프스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황홀하게 한다. 그건 마치 나비떼가 풀숲에서 갑자기 날아올라 수놈들의 머리 위로 구름처럼 반짝이며 하늘하늘 날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들은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의 반을 바쳐’ 그리고 ‘밤낮없이 자지 않고 오

랫동안 가꾸는 것이’ 그들의 내면 세계나 혼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의 인간들은

혼의 매혹적인 향기가 그들의 외적인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이다. 그래서 이 세계는 보여지는 것만이 중요한 세계가 된다. 여기서 보여지는 것

이란 사람들이 정성들여 가꾸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이나 부위, 그리고 그들의 옷

이나 장신구 등 사람들이 지니는 물질들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이 인간들

이 얽매여있는 외적인 요소들은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로 확장되어 진다. 고골은

대도시 뻬쩨르부르그를 중심으로 한 인간 세계의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고 문학에

반 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보편적인 도시의 문제를 뻬쩨르부르그라는 도시로 좁혀서 다루고 있

는 것이다. 뻬쩨르부르그는 하나의 도시이자 러시아 제국의 수도라는 분위기와 의

미로서 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19 하지만 이 도시는 단순한 구실에 불과할 뿐,

19 문화적 상징체계에서 도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도시의 상징은 두 가지 주요 역

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상징적 공간으로서의 도시와 다른 하나는 상징적 이름으로서의 도시이다. 도시는 국가와 구조 동일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국가를 의인화할 수 있다. 도시는 복잡한 기호학적 메커니즘이고, 문화 생성의 코드이며, 텍스트들과 코드들의 도가니이다. 기호학적 공간에서 도시는 나름대로 독특한 이미지의 구현체이다.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는 18-19 양세기의 문화사적 컨텍스트 속에서 중요한 문화적 상징으로 나타난다. 뻬쩨르부르그는 1702년 스웨덴의 침공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뾰뜨르 대제에 의해, 외국의 침입을 방어하고 서구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북유럽으로 난 창’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건설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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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그 이미지로서 더 폭넓고 중요한 의도를 표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도시

는 고골에게 있어 강한 충격을 주었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가난과 고독이 가

득했고, 찬란한 도시의 대로변에는 물질만능주의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 곳에

는 인간들이 아닌 그들의 허 과 헛된 욕망만이 충만해 있었다. 이러한 도시 테마

는 고골 이전에 뿌쉬낀에서도, 도스또옙스끼, 그리고 후에는 안드레이 벨르이와

알렉산더 블록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고골이 그리는 뻬쩨르부르그는 전형

적인 사회소설에서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통 사회소설에서 뻬쩨르부르

그는 무도회와 축제, 응접문화, 장교들과 카드놀이, 결투, 멋진 말들, 아름다운 여

인들과 돈 많은 남편들, 그리고 감상주의적인 간통들로 가득하지만, 고골의 뻬쩨

르부르그는 이러한 ‘북쪽의 베니스’가 아닌, 지저분한 집들과 불쌍한 관리들, 약한

자를 괴롭히는 높은 관리들, 양배추와 쓰레기 냄새로 가득한 계단, 질투와 좌절들,

패배들로 가득하다. 고골은 이 거대한 도시를 다루면서 거의 한결 같은 입장을 취

한다. 그는 뿌쉬낀이『청동 기마상』에서 그랬던 것20과는 달리 도시의 아름다운

다. 인공적인 이 도시는 자연에 대한 도전으로 건설되며 그것과 투쟁하며 그 결과 도시는 자연의 힘에 대한 이성의 승리, 또는 자연적 질서의 전도로 해석된다. 종말론적 신화들은 이 도시의 몰락, 운명의 예언에 집중할 것이며 자연의 힘의 승리는 이 도시의 신화의 일부인 것이다. 이 도시는 러시아 문학 텍스트에 다양한 상징 체계를 갖는다. 뻬쩨르부르그 문화는 인공적이며 비현실적이다. 여기서부터 도시 문화의 초자연성과 연극성이 나온다. 공중에 기초 없이 만들어진 도시, 이것이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뻬쩨르부르그이다. 또한 이 도시는 안개, 눈보라, 홍수, 네바 강 등으로 유명하다. 고골의 작품에서 이 도시는 ‘ 혼이 부재한 곳’ 즉 ‘악의 공간’으로 묘사된다. 뻬쩨르부르그는 기존의 러시아 전통에서 벗어나 서구주의자들에 의해 세워진 인공 도시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료사회를 탄생시킨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 도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실과 비현실이 대립하는 곳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무시되는 공간인 것이다. 조주관.『러시아문학의 하이퍼텍스트-테마로 읽는 러시아 문학』, 서울: 평민사, 2002, pp. 117-118. 뻬쩨르부르그의 도시 신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Анциферов Н. П. Душа Петербурга, Петербург: Издательство Брокгауз-ефрон, 1922.와 Кулушов В. И. Физиология Петербурга, М.: Наука, 1991를 참조할 것. 20 '너를 사랑한다, 뾰뜨르의 창조물이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의 엄숙하고 정연한 모습을,/ 네바 강의 힘찬 흐름을,/ 강변의 화강암 둑을,/ 고운 문양 새겨진 철책을,/ 생각에 잠긴 밤들의 / 투명한 어둠을, 백야의 섬광을./ 내가 등잔불도 안 켜고 방안에 앉아/ 독서와 글쓰기에 열중할 때/ 텅 빈 거리의 조는 건물들/ 뚜렷이 보이고/ 해군성의 첨탑 반짝반짝 빛나/ 한밤의 어둠이/ 황금빛 하늘을 뒤덮을 새도 없이/ 반시간이 채 못 되어 저녁 노을은/ 아침 노을로 바뀌어 버린다./ 나는 사랑한다, 네 엄동 설한의/ 얼어붙은 대기를, 눈서리를,/ 광활한 네바 강을 달려가는 썰매를,/ 장미보다 더 빨간 처녀들의 볼을,/ 무도회의 광휘와 소음과 담소를,/ 독자가 베푸는 조촐한 주연의/ 쉬익 거품이 이는 술잔과/ 편치 술의 새파란 불꽃을./ 나는 사랑한다,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는 병사들의 기개를,/ 늘어선 보병과 기병의/ 일사 분란한 아름다움을,/ 정연하게 물결치는 대열 속에/ 나부끼는 승리의 깃발을,/ 전장에서 뚫린/ 저 청동 투구의 번쩍임을./ 나는 사랑한다, 승전의 수도여,/ 북극의 황후가/ 옥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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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화려한 도시는 번쩍이는 간판들과

잔뜩 치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고골에게 뻬쩨르부르그는 높이 솟은 집들과 사람

들의 화려한 옷차림, 뽐내면서 거니는 사람들, 관리들, 북극의 밤들이 퇴색한 빛으

로 반짝이는 도시이다. 고골에게 있어 뻬쩨르부르그는 가장 허황되고 망상적인 도

시인 것이다. 21 그리고 인물들은 그 광활한 도시의 몸뚱아리 세포이며, 어쩌면 그

출발점에서부터 그들은 공허함으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배경

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에서는 수많은 악마적인 형상들이, 그 배경이 뻬쩨르부르그

로 옮겨지면서 직접적으로 작품에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 속에 편재해있는 도시적

인 악마성으로 변하게 된다. 이 악마성은 인간들의 욕망을 깨우면서 유혹하는 보

이지 않는 힘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악마성은 인간 마음 속에 있는 세속적

욕망이다. 결국 뻬쩨르부르그 시리즈에서 악마성은 일상세계나 인간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본 장에서는 도시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외적인 요소들에 집착하는 인간들

낳으셨을 때,/ 러시아가 또다시 적을 물리쳐/ 승리를 축하할 때,/ 혹은 약동하는 봄이 찾아와/ 네바 강의 푸른 얼음 깨어져/ 바다로 흘러갈 때,/ 네 요새에서 피어나는 연기와 포성을./ 빛나라, 뾰뜨르의 도시여,/ 러시아처럼 굳세게 서 있어라,/ 그러면 무서운 자연의 위력도/ 네 앞에 굴복하리라./ 핀란드의 파도로 하여금/ 지난날의 원한과 굴욕을 잊게 하라,/ 무익한 적의로써/ 뾰뜨르의 원한 잠을 깨우지 않도록! Люблю тебя, Петра творенье,/ Люблю твой строгий, стройный вид,/ Невы державное теченье,/ Береговой её гранит,/ Твоих оград узор чугунный,/ Твоих задумчивых ночей/ Прозрачный сумрак, блеск безлунный,/ Когда я в комнате моей/ Пишу, читаю без лампады,/ И ясны спящие громады/ Пустынных улиц, и светла/ Адмиралтейская игла,/ И, не пуская тьму ночную/ На золотые небеса,/ Одна заря сменить другую/ Спешит, дав ночи полчаса./ Люблю зимы твоей жестокой/ недвижный воздух и мороз,/ Бег санок вдоль Невы широкой,/ Девичьи лица ярче роз,/ И блеск, и шум и говор балов,/ А в час пирушки холостой/ Шипенье пенистых бокалов/ И пунша пламень голубой./ Люблю воинственную живость/ Потешных Марсовых полей,/ Пехотных ратей и коней/ Однообразную красивость,/ В их стройно зыблемом строю/ Лоскутья сих знамен победных,/ Сиянье шапок этих медных,/ Насквозь простреленных в бою./ Люблю, военная столица,/ Твоей твердыни дым и гром,/ Когда понощная царица/ Дарует сына в царский дом,/ Или победу над врагом/ Россия снова торжествует,/ Или, взломав свой синий лед,/ Нева к морям его несёт/ И, чуя вешни дни, ликует.// Красуйся, град Петров, и стой/ Неколебимо, как Россия,/ Да умирится же с тобой/ И побежденная стихия;/ Вражду и плен старинный свой/ Пусть волны финские забудут/ И тщетной злобою не будут/ Тревожить вечный сон Петра!//' Пушкин, А. С. Драматические произведения поэмы сказки стихотворения в двух томах , Самарский : Дом Печати, 1996, сс. 447-448. 21 도날드 팽거는 고골의 도시가 Dickens와 Balzac의 도시 묘사에 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Fanger, Donald. Dostoevsky and Romantic Realism. A Study of Dostoevsky in Relation to Balzac, Dickens and Gogol. Harvard Univ. Press, 1967.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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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모습을 고골이 텍스트에 어떻게 반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이렇

게 인간 그 자체가 아닌 그의 외적인 모습에만 열중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자연히

그 자신의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인간성도 인간적 개성도 박탈당한 채 혼 없는

사물이 되어진다. 그래서 고골이 제시하고 있는 사회는 외부세계의 현실로서 기이

한 만화경 속의 사물세계가 되는 것이다.

2.1. 인간의 사물화

「네프스끼 거리」에서 네프스끼 거리는 당시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장소로 등장한다. 이 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갖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신흥 도시의 거리로 수도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

를 보여주는 전람회장이기도 하다. 이 거리를 묘사하는 한 단락을 보자.

В это благословенное время от двух до трех часов пополудни, которое назваться

движущеюся столицею Невского проспекта, происходит главная выстака всех лучших произведений человека. Один показывает щегольской сюртук с лучшим бобром, другой – греческий прекрасный нос, третий несет превосходный бакенбарды, четвертая – пару хорошеньких глазок и удивительную шляпку, пятый – перстень с талисманом на щегольском мизинце, шестая – ножку во чаровательном башмачке, седьой – галстук, возбуждающий удивление, осьмой – усы, повергающие в изумление. (T. 1, C. 439)

…… 오후 두시부터 세시까지, 네프스끼 거리가 가장 활기를 띠는 이 축복 받

은 시간에는 인간 박람회가 열린다. 훌륭한 작품 전시회다. 어떤 사람은 물개의 털로 된 깃이 달인 고급 모피로 만들어진 멋진 프록코트를 보여주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리스풍의 아름다운 코를 보여준다. 세 번째 사람은 훌륭한 구레나룻을, 네 번째 사람은 아름다운 두 눈과 훌륭한 모자를, 다섯 번째 사람은 귀엽게 생긴 새끼손가락의 반지를, 여섯번째 사람은 멋있는 구두를 신은 다리를, 일곱번째 사람은 놀랄만한 넥타이를, 여덟번째 사람은 놀랄만한 수염을 구경시켜 준다.

동일한 시간대에서 일정하게 교체되는 네프스끼 거리의 사람들은 도시의 화

려한 외관과 더불어 이 수도를 장식하는 구성물로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인용

문을 자세히 보면, 이 수도를 장식하는 구성물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들의 부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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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다. 인물들은 자신들의 화려한 옷이나 장신구들, 또는 두드러진 신체적 특징

들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면에서 이 거리를 장식하는 외

적 구성물이나 장식물이 된다. 거리를 다니는 것은 인간들이 아니라 구두나 장화,

소맷자락, 콧수염, 구레나룻, 검 등으로 보여진다. 이 화려하고 활기찬 거리를 거

니는 것은 인물들이 아니라, 인물들이 지닌 외형적 장신구들인 것이다. 이 세계는

얼마나 값비싼 의복을 걸쳤는지가,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얼마나 잘 가꾸었는지가

그 사람의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된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자신의 인간적 풍모를 정

신과 혼으로 보여주지 않고 외적인 모습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혼이 추구하는 것으로 그 사람들은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

한 외적인 요소들은 인간들이 이들을 지니고 있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휘감아서 오히려 인간을 대체해 버린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에 등장하고 있는

구레나룻, 수염, 발, 다리, 모자, 옷, 반지, 눈, 넥타이 등은 그것을 소유한 인간들

의 외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욕망을 반 하는 제유가 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는 그러한 인물들이 구성하고 있는 현세적 삶 속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세속

적 욕망의 도시인 뻬쩨르부르그를 반 하는 제유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외적으로

가치판단을 하는 곳에서는 외적 기호들만 부각이 되어 인간 자체의 가치는 사라

지게 된다. 그리고 남는 것은 외적 사물 기호들 뿐인 것이다.

그럼 텍스트로 들어가서 고골이 이러한 외적 가치들로 가치전도된 세계를 문

학적으로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세계는 인간

들이 서로를 외적인 모습으로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외적 기호에

치중하게 되고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외적 기호의 가치

로서의 사물이 되는 것이다. 우선 고골의 인물들 중에서「광인일기」의 뽀쁘리신

을 보자. 표면적 내러티브로는 그는 국장의 딸 소피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가 일

기에 쓰고 있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옷에 관한 것이다.

Но это была она, она сама! Святители, как она была одета! Платье на ней было

белое, как лебедь. (T. 2, C.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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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건 바로 그녀, 국장의 따님이었다! 성자여, 그녀가 어떻게 옷을 입고 있었겠는가! 그녀의 옷은 백조처럼 하얬다. 아, 참으로 화사하다!

또한 그가 길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에도, 그는 바로 몸을 숨긴다. 그 이유 역

시 의복에 관련한다.

Господи, боже мой! Пропал я, пропал совсем...... Она не узнала меня, да и я сам

нарочно старался закутаться как можно более, потому что на мне была шинель очень запачканная и притом старого фасона. Теперь плащи носят с длинными воротниками, а на мне были коротенькие, один на другом; да и сукно совсем не дегатированное. (T. 2, C. 18)

하느님! 아,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 …… 그녀는 날 알아보지 못했고, 게다가

나는 일부러 몸을 가능한 한 외투에 감쌌다. 내 외투가 몹시 더러운 데다가 구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투 깃이 긴 것이 유행인데, 내 외투는 깃이 짧고 이중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옷감도 증기 다리미로 다리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외적인 가치판단은 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에게 의복은 그

자체로서 그 신분이 된다. 그는 소피가 시종무관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

이 장군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장군이 되었을 때를 상상

한다. 그러나 그 상상은 어떤 내적 차원으로서의 상정이 아니라, 단순히 외적인

기호차원으로서 해결되고 있다. 즉 그는 장군의 예복을 입는 것으로 장군이 된다

고 생각하는 것이다.

Вдруг, например, я вхожу в генеральском мундире: у меня и на правом плече

эполета и на левом плече эполета, через плечо голубая лента – что? Как тогда запоет красавица моя:? Что скажет и сам папа, директор наш? (T. 2, C. 29-30)

가령 내가 갑자기 장군의 예복이라도 걸치고 그 저택을 찾아갔다고 가정하자.

내 양쪽 어깨에 견장을 달고, 하늘색 리본을 어깨에 비스듬히 건다면 어떨까? 그때 그 미인은 어떻게 말하기 시작할까?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인 우리 국장은 무슨 소리를 할까?

그의 광기가 정점에 이르러 자신을 스페인의 국왕으로 간주할 때에도, 그가

하는 일이란 자신이 왕의 신분임을 확고히 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망토를 만들어

입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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Я почел неприличным открыться тут же при всех; потому, что прежде всего нужно

представиться ко двору. Меня останавливало только то что я до сих пор не имю королевского костюма. (T. 2, C. 33)

궁중에 들어가기도 전에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 신분을 드러내는 것은 예의

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왕의 망토를 장만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저했다…… 그래서 두 번밖에 입어보지 않은 새 예복으로 긴 망토를 만들기로 하 다.

또한 뽀쁘리신이 존경하는 국장은 존경 받는 이유가 그 사람 자체의 어떤 인

격적인 고귀함이나 능력보다는 그의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는 외적 사물기호에서

비롯되고 있다.

Наш директор должен быть очень умный человек. Весь кабинет его уставлен

шкафами с книгами. Я читал название некоторых: все ученость такая ученость, что нашему браут и приступа нет: все или на французком, или на немецком. А посмореть в лицо ему: фу, какая важность сияет в глазах! Я еще никогда не слышал, чтобы он сказал лишнее слово...... Да, не нашему брату чета!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человек. (T. 2, C. 19-20)

우리 국장은 매우 리한 사람이다. 서재에는 책으로 가득 채워진 서가가 빽

빽이 놓여 있다. 책 제목을 몇 개 읽어보았으나, 다 학술적인 것들뿐이었다. 너무 학술적이어서 우리 형제들이 가까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모든 책들이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되어 있다. 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에 위엄과 거만함이 깔려 있다! 국장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 우리들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국가적인 인물이다.

그는 국장이나 국장의 딸 소피의 내면세계, 그들의 진정한 본질적인 면을 동

경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여느 네프스끼 거리의 인물들처럼 그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는 단지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들, 그들의 외적이고 사회적인

기호만을 바라보고 동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 역시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

습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페인 왕의 신분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다름아닌 옷의 기

호로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삐스까료프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가 그의 이상형

의 여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목하자.

“……И какие глаза! Боже, какие глаза! Всеположение, и контура, и олад лица –

чудеса!'' (T. 1, C.44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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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좀 봐! 아아, 눈이 굉장해! 몸매하며, 자태며, 얼굴 생김새가 멋지군!” Боже, какие божественные черты! Ослепительной белизны прелестнейший лоб

осенен был прекрасными, как агат, волосами. (T.1, C. 443) 아아, 얼마나 신성한 얼굴 생김새인가! 눈부실 만큼 희고 너무나 매혹적인 여자

의 이마는 검은 보석 마노처럼 아름다운 머리털로 가려져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그녀의 외모에 반하고 있다. 그의 감탄사를 보면 그녀는

매우 이상화되고 있다. 그녀는 ‘뻬르지노프가 그린 비얀까’ 다. 그는 그녀의 얼굴

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삐스까료프가 그림을 감상하듯이 바라

보고 있는 여인은 이제 인간으로서의 여인이 아닌 이상화된 사물이 되어지고 있

는 것이다. 그녀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고 있다. 외적인 모습이 중요한 세계에서

는 그 인간의 내면 세계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외적인 가치로서만 판단되기

때문에 그곳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외적인 껍데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의 친구, 삐로고프가 그녀가 창녀일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그는 ‘네

프스끼 거리’ 사람들의 가치 기준인 옷으로서 그녀를 평가한다.

“Как будто она из тех, которые ходят ввечеру по Невскому проспекту; это должна быть очень знатная дама, - продалжал он, вздохнувши, - один плащ на ней стоит рублей восемьдесят!'' (T. 1, C. 441)

“자네는 저녁 무렵에 네프스끼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나

보군! 저 여잔 분명 고귀한 숙녀임에 틀림없어.” 그는 숨을 몰아쉬며 계속 말했다. “그녀가 입은 망토 하나만 해도 80루블은 나갈 거야!”

그는 그녀가 비싼 망토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당연히 고귀한 신분의

여인이라고 단정한다. 이제 삐스까료프가 추적하고 있는 그녀는 단순한 망토로 전

락하게 된다.

Молодой человек во фраке и плаще робким и трепетным шагом пошел в

ту сторону, где развевался вдали пестрый плащ, то окидывавшийся ярким блеском по мере приближения к свету фонаря, то мгновенно покрывавшийся тьмою по удалении от него. (T. 1, C.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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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복에 망토를 입은 젊은 남자는 다리를 떨면서 천천히 무늬가 있는 망토

가 저 멀리 하늘거리는 쪽으로 걸어갔다. 망토는 가로등 불빛이 가까워지면 밝게 빛나기도 하고 또 멀어지면 금방 어둠에 묻히기도 했다.

그녀는 의류의 한 품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외적인 모습에만 치중하는

세계에서는 인간이 아닌 인간이 걸친 망토만이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네

프스끼 거리’를 다니는 여느 뻬쩨르부르그 시민들처럼 인간성을 박탈당하게 된다.

또한 그녀는 또 다른 사물인 값진 진주가 되기도 한다.

……как бедняк, нашедший бесценную жемчужину и тут же выронивший ее в море.

(T. 1, C. 446) 마치 아주 값진 진주를 발견했다가 바로 바다에 떨어뜨려버린 운수 나쁜 사

람 같았다.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되어 그에게 예술적 감을 심어주는 꿈을 꾼 이후 그는

현실 세계로 나가서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와 결혼을 해서 그

녀를 그 더러운 세계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가 구하고

자 하는 것은 진짜 살아 있는 여인이 아닌 ‘아름다운 장신구’인 것이다.

Но мой подвиг будет бескорыстен и может быть даже великим. Я возвращу миру

прекраснейшее его украшение. (T. 1, C. 454) 더구나 내 행위는 청렴하고 위대하기까지 할 수 있어. 나는 가장 아름다운 장

신구를 이 세상에 돌려줄 거야.

여기저기서 그녀는 인간이 아닌 사물로서만 나타나고 있음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삐스까료프는 그녀를 하나의 그림이나 망토, 장신구로서, 다시 말해, 외적인

요소나 사물로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세계에서는 외적인 모습으로만

판단하고, 그로 인해서 인물들의 외적인 기호들만이 난무하다가, 더 나아가 결국

인간은 사라지게 되고 하나의 사물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하나의 그림

으로서 바라보고, 그녀의 망토를 쫓아가고, 그녀를 마치 사물처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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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의 상상은 외면 안에 있는 진정한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기에 이러

한 인물이 환상과 현실간의 원한 부조화에 대해 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

이다. 그는 그녀의 옷으로서 그녀를 판단했다. 그녀의 내면적 본질이 아닌 외적

기준을 바탕으로 펼친 그의 이상은 결국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간극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는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삐스까료프는 그녀를 건물 안 4층까지 따라 올라간다.

В темной вышине чевертого этажа незнакомка посучала в дверь, - она

отворилась и они вошли вместе. ...... Какой–то неприятный беспорядок, который можно встретить только в беспечной комнате холостяка, цартвовал во всем. Мебели довольно хорошие были покрыты пылью; паук застилал своею паутиною лепной карниз; сквозь непритворенную дверь другой комнаты блестел сапог со шпорой и краснела выпушка мундира; (T. 1, C. 444-445)

어둠침침한 높다란 4층에서 미지의 여자는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두 사

람은 함께 들어갔다. …… 멋대로 사는 독신자의 방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쩐지 불쾌한 무질서가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꽤 훌륭한 가구가 먼지에 덮여 있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건넌방의 열려 있는 문으로는 박차가 달린 장화가 번쩍이고, 제복의 가장자리 장식이 붉게 빛나고 있는 것이 보다.

그는 ‘박차 달린 장화’라든지 ‘제복의 가장자리 장식’이라는 사물들로부터 자

신이 갈보집에 와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그는 이 사물들에서 이러한 사실을 부

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으려 한다.

Боже, куда зашел он! Сначала он не хотел верить и начал пристальнее всматриваться в предметы, наполнявшие комнату; но голые стены и окна без занавес не показывали никакого присутствия заботливой хозяйки; (T. 1, C. 445)

아아, 그가 어디에 들른 것인가! 처음에 그는 믿기지 않아서인지 주의 깊게

방안에 있는 커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거숭이 벽이나 커튼이 없는 창문을 보니 집안을 돌볼 주부가 없는 곳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삐스까료프는 외적인 기호에 대한 순진한 믿음의 희생자인 것이다. 시작부분

에서도 그는 그녀의 망토의 질로서 그녀가 창녀일 것이라는 생각을 접었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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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과는 정반대 되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그는 큰 충격에 휩싸

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자신의 다락방으로 돌아오는데 이때부터 그는 꿈을 꾸게

된다. 그 곳에서의 그녀는 창녀가 아니다. 그녀는 순결하고 순수한 그의 이상의

여인이 되는 것이다. 그녀를 순수하고 소박한 시골 처녀로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다시 시작부분을 연상시킨다. 예술가적인 시점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인간

이 아닌 예술작품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Лучше бы ты вовсе не существовал! Не жила в мире, а была бы создание

вдозновенного художника! Я бы не отходил от холста, я бы вечно глядел на етбя и целовал бы тебя. Я бы жил и дышал тобою, как прекраснейшею мечтою, и я бы был тогоа счастлив. Никаких бы желаний не протирал далее. Я бы призывал тебя, как ангела-хранителя, пред сном и бдением, и тебя бы ждал я, когда бы случилось изобразить божестенное и святое. Но теперь.... (T. 1, C. 453)

차라리 당신이라는 여자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살아 있지 않았다면! 그렇

다면 나는 캔버스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원히 당신을 바라보고 키스할 텐데. 당신이란 사람을 가장 아름다운 꿈이라 생각하며 살 텐데. 그랬더라면 그때 나는 행복했을 텐데! 그 이상 아무런 소원이 없을 텐데. 잠을 자거나 눈을 뜨거나 나는 천사의 이름을 부르듯이 당신의 이름을 부를 텐데. 그리고 성스러운 것을 그릴 때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릴 텐데. 그러나 지금은…… .

이는 인간을 사물로서 바라보는 극단적인 시점이다. 인간에게서 그의 실체를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하나의 사물로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삐스까료프는 그녀를

캔버스의 한 면으로 축소시키고자 한다. 그에게 그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심미적 상상의 자극제인 것 만

으로 충분한 것이다.

삐로고프의 경우에는, 그는 이미 화자에 의해 하나의 사물로 대체되고 있다.

그들의 사회에서 사관들은 단지 다른 사물들 가운데 하나의 빛나는 견장일 뿐이

다.

На вечере, на обеде у статского советника или у действительного статского,

который выслужил это чин сорокалетними трудами, вы всегда найдете одного из них. Несколько бледных, совершенно бесцветных, как Петербург, дочерей, из которых ины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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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ерезрели, чайный столик, фортепиано, домашние танцы. – все это бывает нераздельно с светлым эполетом, который блещет при лампе, между благонравной блондинкой и черным фраком братца или домашнего знакомого. (T. 1, C. 457)

40년이나 일해서 겨우 5급 문관이나 4급 문관에 오른 사람들이 개최하는 파

티나 만찬회에 가보면, ...... 거기엔 뻬쩨르부르그 도시처럼 빛 바래고 창백한 아가씨들, 그 중에서도 나이 찬 노처녀들, 차탁자, 피아노, 가정댄스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정숙한 금발머리의 처녀와 젊은이들 또는 친지들의 검은 연미복 사이에서 램프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사관들의 견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외적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관은 인물들뿐만 아니라 이 세계

를 재현해주는 화자에게도 해당된다. 화자의 시선 역시 인물들의 외관이나 그들이

지니고 있는 사물로만 향해있다. 그가 소개하는 인물들은 순수하게 외적으로만 제

시되고 있고, 등장 인물들은 ‘네프스끼 거리’의 사람들처럼 화자에 의해서도 외관

과 그들의 소유물로서 평가 받는다. 리처드 피스는, 화자의 상상력이 옷이나 수염,

검 등을 지닌 인물의 외관을 그들의 인격이나 개성을 여는 열쇠로서 다루지 않고,

그 반대로 이 외관들을 매개로 그만의 환상의 세계로 빠진다고 말하고 있다.22

А какие встретье вы дамские рукава на Невском проспекте! Ах, какая прелесть!

Они несколько похожи на два воздухоплавательные шара, так что дама вдруг бы поднялась на воздух, если бы не поддерживал ее мужчина; потому что даму так же легко и приятно поднять на воздух, как подносимый ко рту бокал, наполенный шампанским. (T. 1, C. 438)

그리고 네프스끼 거리에서 여러분은 어쩌면 여자 옷소매를 볼 것이다! 아아,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것들은 마치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두개의 풍선 같다. 그러니 만일에 그녀의 남자가 잡고 있지 않으면 여자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도 된다. 숙녀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은 샴페인을 가득 채운 술잔을 입으로 가져오는 것과 같이 쉽고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자의 상상력은 여자의 옷소매(여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옷

소매를 보고 있는 점에 주목하자)를 샴페인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자가

아닌 그녀의 옷소매에서 시작된 그의 상상이 샴페인으로 마무리 되면서 결국 인

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환상은 인물에게서 인간성을 빼앗

22 Peace, Richard. The Enigma of Gogol –An Examination of the Writings of N.V. Gogol and Their Place in the Russian Literary Trad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p.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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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고골은 외적인 가치판단 기준에 의해 인간과 그의 외적

인 요소들이 가치전도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내실보다는 외부의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물이 지닌 사물과 그 겉모습으로 인물을 평가하는 사회를 극적인 모

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자체의 진실성이 외관에 의해 감추어지고, 이

외관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든 가치판단이 외적인 것에만 국한되어 있는

사회가 바로 뻬쩨르부르그라는 사회인 것이다.

이렇게 모든 가치판단이 외적인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세계에서는 물질의 가

치는 거의 절대적이다.「외투」를 보자. 고골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를 그의 동료

들과는 다르게 묘사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삶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정서에만 열중하면서 산다.23 그러다가 아까끼 아까끼

예비치는 외투와 함께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드디어 외투를 통해 그는 물질세계

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외투를 소유하기 전까지의 그에

대한 전반적인 묘사는 그가 아직은 물질적 세계와는 단절되어있음이 나타나고 있

다. 그는 아직까지는 물질의 유혹에 빠져보지 못한 순진한 인간일 뿐이었다. 하지

만 그가 그 세계를 경험한 뒤로는 그는 그 물질이 가져오는 기쁨과 쾌락에서 벗

어나지 못한 채 결국 파멸하게 된다. 외투라는 작품은 결국 인간이 물질적 욕망으

로 인해 타락24하고 파멸되는 것을 그린 작품인 것이다. 고골은 인간이 자신의 청

23 이에 대해 리처드 피스는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그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누리지 못하는 삶의 유희는 그의 자본이 부족한 때문이 아니라, 그의 내적 자력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외적인 빈곤함은 그의 내적 빈곤함에 대한 비유가 되는 것이다. Peace, Richard. The Enigma of Gogol –An Examination of the Writings of N.V.Gogol and Their Place in the Russian Literary Trad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p. 143. 24 아까끼는 외투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점점 정신적 타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물질적 욕망을 느끼면서, ‘머릿속으로는 아주 뻔뻔스럽고 대담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 옷깃에다가 담비가죽을 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완전히 산만해졌다 в голове даже мелькали самые дерзкие и отважные мысли: не положить ли, точно, куниу на воротник? Размышления об этом чуть не навели на него рассеянности’. (T. 1, C. 557) 외투를 착용한 후에는 ‘그는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 진열장 앞에 멈춰 서서 장화를 벗어들고 잘빠진 한쪽 다리를 다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그려진 그림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림 속의 여자의 등뒤로 난 다른 방 문을 통해 구레나룻과 멋진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머리를 내고 있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가던 길을 재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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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고 순수한 본성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물질적 욕망의 힘 앞에서 무참히 자신

의 청정함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그런

무구하고 맑은 본성이 있음을 미쳐 알지도 못한 채 그렇게 물질적 힘에 물들어

가고 결국 타락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새 외투를 장만하려 하지 않았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낡은 외투를 수선해서 계속 입고 다니려고 했던 것이다. 닳아서 구멍이 뚫

린 몇 군데를 덧대어서 계속 입고자 했다. 고골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옷이라

는 물질에 얼마나 무심한 탐심이 없는 사람인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아까끼 아

까끼예비치는 그야말로 옷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온의

효과만을 위해 착용하는, 물질적인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с некоторого времени начал чувствовать, что его как-

то особенно сильно стало пропекать в спину и плечо, несмотря на то что он старался перебежать как можно скорее законное пространство. Он подумал наконец, не заключается ли каких грехов в его шинели. Рассмотрев её хорошенько у себя дома, он открыл, что в двух-трёх местах, именно на спине и на плечах, она сделалась точная сераянка: сукно до того истерлось, что сквозило, и подкладка расползлась. Надобно знать, что шинель Акакия Акакиевича служила тоже предметом насмешек чиновникам; от неё отнимали даже благородное имя шинели и называли её капотом. В самом деле, она имела какое-то странное устройство: воротник её служил на подтачиванье других частей её. Подтачиванье не показывало искусства портного и выходило, точно, мешковато и некрасиво. Увидевши, в чём дело, 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решил, что шинель нужно будет снести к Петровичу...... (T. 1, C. 550-551)

했다 Остановился с любпытством перед освещеным окошком магазина посмотреть на картину, где изображена была какая-то красивая женщина, корая скидала с себя башмак, обнаживши, таким образом, всю ногу, очень недурную; а за спной ее, из дверей другой комнаты, выставил голову какой-то мужчина с бакенбардами и красивой эспаньолкой под грубой. 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покачнул головой и усмехнулся и потом пошел своею дорогою'. (T. 1, C. 561) 이번에는 여자의 뒤를 쫓아가기까지 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번개처럼 휙 지나가는 모르는 여자를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뒤쫓아가기도 했다. 그의 몸 전체가 특별하게 움직 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대체 어디서 그런 민첩함이 나왔는지 스스로도 놀라 멈춰 서곤 하는 것이었다 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шел в веселом расоложении духа, даже подбежал было вдруг, неизвестно почему, за какою-то дамою, которая, как молния, прошла мимо и у которой всякая часть тела была иполена необыкновеного движения. Но, однако ж, он тут же отановился и пошел опять по-прежнему очень тихо, подивясь даже сам неизвестно откуда взявшейся рыси’. (T. 1, C. 562) 이렇게 물질적 욕망에 물들면서 아까끼는 세속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타락되어 간다. 고골은 이러한 아까끼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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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끼는 …… 얼마 전부터 등과 어깨가 유난히 시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그는 외투에 무슨 흠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외투를 자세히 살펴보니 등과 어깨 부분에 두세 군데 구멍이 뚫려 거친 무명이 들여다보 고, 양복지는 거의 속이 비칠 정도 으며, 안감도 낡아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 역시 동료들의 놀림감이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심지어 외투라는 점잖은 이름 대신에 실내복이라고 불렸다. 사실 모양이 좀 이상하기도 했다. 외투의 다른 약한 부분에 덧대기 위해 옷깃을 조금씩 떼어 쓴 바람에 외투 깃이 해마다 줄어든 것이다. 재봉사의 솜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지 덧댄 부분은 헐렁하여 보기가 흉했다. 사태를 파악한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를 뻬뜨로비치에게 가져가기로 했다.

그는 외투를 재봉사 그리고리 뻬뜨로비치에게 가져간다. 재봉사는 뾰뜨르라는

이름을 가진 아버지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부칭으로만 소개되고 있다.25 이 뻬뜨로

비치라는 인물에 의해서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물질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

다. 그리고 이렇게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자신의 순수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제

스 젤딘은「외투」가『실락원』과 같은 종류의 이야기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그녀

는 고골의 작가적 사명감이 실락원의 추구 었고, 고골은 물질과의 절연을 통해

실락원에 이르고자 했다고 주장한다.26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그의 외투가 많이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옷을 계속

입기를 원했다. 하지만 뻬뜨로비치는 그의 외투를 수선하기를 거부한다. 그는 아

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 새 외투를 맞추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새 외투를 장만하라

는 그의 말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예기치 못했던 말일 뿐 아니라 그에게는 진

실이 아니었다.27

25 제스 젤딘은 이 그리고리 뻬뜨로비치라는 이름이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명명되었음을 언급한다. 어원적으로 보았을 때, 고골은 자신의 동방 정교적인 신봉을 주장하면서 악마적인 세력으로 로마 카톨릭교의 피터의 아들, 그리고리를 제시하고 있다. 고골이 염두에 두고 있는 그리고리는 아마도 그리고리 7세일 것이다. 그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최종적인 분리가 이루어진 1054년으로부터 19년 정도 뒤에 등극한 교황으로서, 당시 동방 정교 측에서는 그리고리를 왕의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악의 화신으로 교회를 분리시킨 장본인으로 간주했다. 동방정교 측에서 그는 로마 분리교의 창시자 던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기독교적 정신(동방정교)의 진리와 아름다움의 타락은 바로 이 로마 카톨릭의 세속적 권력과 유물주의 던 것이다. 게다가 고골은 이 이야기들을 뾰뜨르 대제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골은 이 도시를 러시아와는 이질적인 도시로, 그리고 허위의 구상화로 간주한다. Zeldin, J. Nikolai Gogol’s Quest for Beauty. Lawrence: The Regents Press of Kansas, 1978. p. 208. 26 앞의 책, p. 56. 27 이 ‘진실’의 문제는 뒤에서 다룰 것이다. 여기서는 그 말을 들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반응이 ‘꿈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점이 진실성이 결여된 물질 세계로의 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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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ри слове «новую» у Акакия Акакиевича затуманило в глазах, и все, что

ни было в комнате, так и пошло пред ним путаться. ... – Как же новую? – сказал он, все еще как будто находясь во сне, ... (T. 1, C. 554)

‘새로’라는 말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방 안에 있는 물

건들이 뒤죽박죽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 “어떻게 새 외투를?”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그가 말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그곳을 나와서도 ‘집으로 가지 않고 완전히 반대쪽으

로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그는 ‘꿈꾸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아까끼 아까끼예비

치는 서서히 물질세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었다. 뻬뜨로비치에게 한 번 더 사정

을 해보지만 그는 거절을 당한다. 그 뒤로 그는 새 외투를 맞추기 위해 극도의 절

약생활에 돌입한다. 그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나갔고 나중에

이에 익숙해졌다. ‘그 대신에 그는 미래의 외투에 대한 끝없는 이상을 머리 속에

그려보며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 자신의 존재는 보다 완

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하 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

았으며, 혼자가 아니라 일생을 함께하기로 한 마음에 맞는 유쾌한 삶의 동반자를

만난 것 같았다’. 이는 물질적 욕망에 대한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내면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매일매일의 허위적인 삶으

로 진입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내적 변화를 자세히 묘사하며 그가 이 물질세계에 편입되어가는 모습을 강조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이제 범속한 인간들 사이의 범속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

다. ‘그는 웬일인지 생기가 돌았고 이제 스스로 목표를 정한 사람처럼 성격이 보다

강인해졌다. 그의 얼굴과 행동에서 보이던 불안과 우유부단함이, 언제나 망설이기

만 하던 불확실한 특징이 이제 사라졌다. 때때로 눈에서 불꽃이 보 고, 머리 속

으로는 아주 뻔뻔스럽고 대담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 옷깃에다가 담비가

죽을 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완전히 산만해졌다’. 점점

사치한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그가 전념하고 사랑하던 정

의미함을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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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일을 함에 있어서도 그는 외투라는 물질에 대한 생각에 이제는 정서 일을 하

면서 실수를 하게 된다. ‘언젠가 한번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간신히 실수를 모면하

고, 거의 다 들릴 정도로 ‘이크’ 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십자가를 그었다’. 그

의 생활은 온통 외투에 대한 생각 뿐이었고, ‘그는 뻬뜨로비치에게 들러서 양복지

는 어디서 사는 것이 낫고, 무슨 색으로 할 거며, 얼마나 주고 살 것인가 등등의

외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삶은 온통 외적인 기호인 외투에만 집중되

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물질세계에 진입한 그에게 이 세계는 상을 내리듯

이 그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액수의 보너스가 내려졌다. 그래서 외투는 예상보다

더욱 빨리 완성된다. 새 외투를 착복한 날 그는 ‘축제를 즐기는 기분으로 걸어’간

다. ‘그는 어깨 위에 외투가 있다는 것을 매순간 느꼈고, 몇 번씩 혼자 좋아서 싱

긋 웃기도 했다’. 새 외투가 좋은 이유가 설명되는 장면에서 이제 그가 완전히 물

질의 유혹에 휩싸여 있음을 암시한다.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직장에 도착해서도

그는 외투를 다름아닌 ‘귀중품 보관 창구’에 맡긴다. 직장에서 동료들은 이제 그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모두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드디어 물질 세계에 들어

온 것을 환 하듯, ‘축하와 환 의 인사가 쏟아졌다’. 그리고는 동료 중 한 사람이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새 외투 구입 축하 겸 자신의 명명일을 위한 파티를 열어

서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생애 처음으로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이 부분은 고골

의 고의적인 장치로 보아야 하는데, 그 파티의 성질에 있어서, 우선 파티의 개연

성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새 외투를 보며 동료들이 흥분하며 아까끼가 기념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파티는 때마침 자신의 명명일인 다

른 관리가 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새 외투 착용이

그의 새로운 탄생일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어진다. 하지만 이를 통해 고골은 그날이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그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새로이 태어나고

새로운 삶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실은 그 자신의 인간성을 잃고 그의 맑고 순수

한 혼이 죽은 날을 의미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파티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

까끼 아까끼예비치가 파티에 갔다가 돌아오는 도시 속의 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한다. 활기찬 거리와 사람들의 화려한 물질적 성향들, 가게 진열장 속의 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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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물건들 등등. 아까끼는 이 생소한 세계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색해 하

지만 그럼에도 그가 내심 즐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이제 가게 진열장 안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호색한처럼 여자의 뒤를 쫓기도 한다. 이렇게 물질 세계에 현

혹된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를 소유하기 이전의 물욕도 탐욕도 없던 청렴했

던 모습을 상징하는 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색하다. 도심 속에서 화려한 거

리에서 느꼈던 기쁨이 시들어지고, 웬지 섬뜩하고 삭막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광장을 걸어가며 점점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고, 그

는 이 두려움을 자신의 새로운 세계(물질적 세계)에 대한 믿음에 의지하며 눈을

감고 걸어간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믿음의 답은 폭력이었다. 괴한들

이 그의 외투를 강탈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괴한을 가장한 작가의 폭력이다. 28

고골은 자신의 청렴한 본성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 혼을 물질적인 유혹과 힘

에 내맡긴 인간에게서 그 물질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도 나약

한 존재라서 이미 물질적 유혹에 사로잡힌 자는 죽어서도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결국 잃어버린 외투로 인해 죽게 된다. 하지만 그

는 죽어서도 이 외투를 잊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혼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관리(육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맑고 순화된

혼의 모습이 아닌 타락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죽은 아까끼 아

까끼예비치의 혼을 유령이나 혼의 모습이 아닌 죽은 시체의 모습으로 묘사한다.

Лицо чиновника было бледно, как снег, и глядело совершенным мертвецы.

Но ужас значительного лица мертвеца покривился и, похнувши на него страшно могилою, произнес такие речи (T. 1, C. 573)

그 관리의 얼굴은 눈처럼 창백했고, 완전히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28 또한 이 폭력은 물질적 세계에서 있을 수 밖에 없는 병폐 중 하나인 물질 강탈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들이 물질에 현혹이 되면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물질을 소유할 능력이 없을 경우, 개중의 인간은 도둑질도 불사하게 된다. 고골은 물질 세계의 그러한 이면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그가 사로잡혀 있고, 의지하고 있는 물질 세계에 도리어 당하는 것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후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죽어서 유령으로 나타났을 때에 그 역시 자신이 당했던 폭력을 휘두른다. 아까끼 역시 다른 사람들의 외투를 강탈해가는 것은 그의 물질 세계로의 완전한 편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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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인사의 공포가 극에 달한 것은 죽은 사람의 입술이 일그러지면서 무덤 냄새를 풍기며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자신의 순수한 혼을 고양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타

락시킴으로써 허위적인 것에 눈이 멀어버려, 결국 그 자신의 진실의 세계에서 멀

어진 것이다. 고골은 인간이 자신의 혼을 타락시켜 그 순수함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인간은 혼을 계속적으로 가꾸고 고양시켜야 하는 것이다.

혼의 진실을 위해 물질적 허위는 거부되어야 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

와 그것을 지향하는 그의 모습으로 상징되는 허상의 힘에 파멸하는 희생양인 것

이다. 외투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 다. 이는 그에게 새로

운 인생을 의미하고, 새로운 인생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들에게 인식되어진다. 하

지만 물질계는 혼의 진실과 숭고함을 담보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에 집착

하는 것은 혼의 순결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물질계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무결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교환하는 것이다.

「코」에서는, 우선 꼬발료프라는 인물을 살펴보기 전에, 고골이 왜 그 인물

에게서 다른 부위가 아닌 바로 ‘코’를 제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허버트 보우만은

코라는 부위에 대해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첫째, 그것은 코의 후각과 무관한

신체 구조에서만 본다면, 인간 신체 기관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면서

그러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얼굴 내에서 돌출되어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그 모양과 크기에 있어 지극히 개인적인 특징

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현저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현저한 외관에도 불

구하고 코는 다른 사람에게만 보여질 뿐, 그 소유자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코가 우스꽝스럽다는 다소 기이하지만 명백한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29 우스꽝스러운 부위로 아무런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그러면서도 얼굴 한가운데의 인간적 외형에 있어서 매우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는 게으르고, 실속 없는 어리석은 성분이다. 단지 대중에게 보일

목적 이외에는 그것의 소유자에게는 하등의 가치도 없는 것, 이러한 사실이야말로

29 Bowman, Herbert. ‘The Nose’ , Slavic and East European Review XXXI, 1952, pp. 20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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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속이 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다루고 있는 고골의 유머러스한 표현에

있어 코가 고골에게 제공하고 있는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이는 모습만이 중요한 세계에서 외적인 가치 요소들30을 함축하는 코가 제

거된 꼬발료프는 텅 빈 외형의 전형이 된다. 꼬발료프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한 마디로 말해서 그 자신의 실질적인 정도 이상으로 보여지길 바라는 전연

훌륭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까프까스 출신의 8등관이지만, 자신의 위신과 품위

를 한단계 높이려고 8등관이라 하지 않고 언제나 소령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

람이다. 게다가 그는 자기 관등에 맞는 적당한 직업을 구하려고 뻬쩨르부르그에

상경했는데, 그 적당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부지사나 훌륭한 관청의 감찰관

자리이다. 또한 그의 결혼은 상대방이 20만 루블의 지참금을 가져오는 경우에 한

해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내적인 본질은 외적인 형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다.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하는 그의 행동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저돌적

인 돈 쥬앙으로서의 그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코 위에 돋아난 여드름까지 샅샅이

살피고,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르고, 매일 네프스끼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코의 상실은 단 한가지 이유에서만 소령을 괴롭힌다. 그것은 그의 외관을 망

친다는 점이다.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가 그의 친구들이나 여성들, 동료들에

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코를 잃는 것은 팔이나 다리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되는 것이다. 코는 꼬발료프에게 있어 ‘소령’이라는 칭

호나 20만 루블의 신부나 훈장을 다는 것( 꼬발료프는 코가 제자리에 돌아온 뒤에

‘시장의 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훈장에 다는 리본을 샀다. 대체 그것을 무엇

에 쓰려는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한번도 훈장을 받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 같은 가치의 차원이다. 코는 그 소유자에게 어떤 특정한 사회적 신

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꼬발료프는 이러한 가치를 지닌 코

의 부재가 그에게 특정한 사회적 신분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골이 인간 가치의 척도로서 코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거리에서 자신의

‘코’와 마주친 소령의 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매우 암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

30 코는 사람의 신분이나 명예, 지위, 돈 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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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소령보다 몇 계급 높은 상급자로 등장한다. 코는 5등관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꼬발료프는 소령으로서 장군을 맞이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우

화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소령의 관등에 대한 존경심과 고골 자신의 관등에 대

한 조롱을 동시에 예리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상황에서 고골은 소령의

코가 그의 가장 중요한 일부이자, 그의 상급자라는 점, 다시 말해, 꼬발료프가 서

있는 세계에서 코는 그가 잃어버린 전부라는 점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세속적인 야망의 완전한 산물인 소령이 어떻게 코에 이끌려가고 있는가 하는 점

을 보여주는 데서 세속적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코를 외관에만 치중하는 세계 내에서의 외관의 부조리한 중요성을 그로테스크

하게 비웃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꼬발료프와 그를 둘러싼 이상한 상황들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고골은 이렇게 함으로써 뻬쩨르부르그 인간들의 생활을 이루는 세

속적이고 진부한 삶의 태도와 그에 따른 인물들의 반응들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

다. 31 인물들의 이러한 허 과 외적인 판단기준에 대한 조롱으로, 고골은 그들의

내면의 부재를 나타낸다. 인간다운 인간이 부재하고, 그 대신 비인간적인 요소들

이 인간에 대한 대체물이 되고 있는 세계로서 말이다. 아까끼가 태어나서 처음으

로 관심을 갖고 대하는 유일한 대상은 인간이 아닌 외투이다. 외투야 말로 주인공

의 삶의 동반자인 것이다. 또한 꼬발료프의 경우에도 그의 앞으로의 삶의 동반자

는 역시 인간이 아닌 20만 루불의 지참금이다. 물질이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로 변

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는 어떠한 의미체계가 성립될 수 없다. 외적인

물질차원에 기반을 두는 세상은 허위와 허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2.2.「외투」와「코」비교

31 예르마꼬프의 경우에는 고골이 남성 성 행위의 정체성을 코로 상징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Yermakov, Ivan. “The Nose”,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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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장에서는 고골 세계의 인물들이 그 외적인 가치에만 치중하는 것에서 초

래되는 가치전도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혼이 박탈된 사물화된 인간들을 살펴보

았다. 본 장에서는 작품「외투」와「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비교하며 고골이

그리는 세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외투」와「코」를 보면, 두 작품에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두 이야기에서

모두 도난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이다.「외투」에서는 외투가,「코」에서는 코가 없

어지는 것(주인공은 코가 사라진 것을 도난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가 제

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병원이 아닌 경찰서장이다)이다. 다시 말하면, 한 곳에서는

사물이 도난 당하는 것이고, 다른 한 곳에서는 인물의 신체부위가 사라지는 것이

다. 모든 판단 기준이 외적인 것에만 의존하는 이 세계에서 과연 이러한 도난 사

건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외투’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 있어 삶의 동반자적

인 위치에 있다. 슬로님스끼는 주인공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 외투는 거의 원

한 이데아의 숭고한 개념이었다고 설명한다.32 따라서 새 외투의 장만은 그에게 일

생일대의 대사건이고 대전환이 된다. 그는 외투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진정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Он сделался как-то живее, адже тверже зарактером, как человек, который уже

опеределил и поставил себе цель. С лица и с поступков его исчезло само собою сомнение, нерешительность – словом, все колеблющиеся и неопределенные четры. Огонь порою показывался в глазах его. (T. 1, C. 557)

그는 웬일인지 생기가 돌았고, 이제 스스로 목표를 정한 사람처럼 성격이 보

다 강인해졌다. 그의 얼굴과 행동에서 보이던 불안과 우유부단함이, 언제나 망설이기만 하던 불확실한 특징이 이제 사라졌다. 때때로 눈에서 불꽃이 보 고……

아까끼가 이 외투를 소유하는 날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생애에서는 가장

장엄한 날’이었다고 서술될 정도이다. 이 외투를 만드는 재봉사 뻬뜨로비치 역시

32 Slonimsky, Alexander. “The Technique of the Comic in Gogol”,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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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에 대해 비정상적인 애착과 태도를 보인다. 자신이 만든 외투에 대한 그의 태

도는 걸작을 창조한 예술가를 방불케 한다.

Пертович явился с шинелью, как следует зорошему портному. В лице его

показалось выражение такое значительное, какого Акакий Акакиевич никогд аеще не видал. Казалось, он чувствовал в полной мере, что сделал немалое дело. (T. 1, C. 558)

뻬뜨로비치는 훌륭한 재봉사의 예를 갖추어 외투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아까

끼 아까끼예비치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냈음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

또한 이 외투를 아까끼가 입고 출근하자, 그는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나 시집가

는 딸의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Петрович вышел вслед за ним, и оставаясь на улице, долго еще смотрел издали на

шинель и протом пошел нарочно в сторону, чтобы, обогнувши кривым переулком, забежать вновь на улицу и посмотреть еще раз на свою шинель с другой стороны, то есть прямо в лицо. (T. 1, C. 559)

뻬뜨로비치도 따라 나와 길에 서서 멀리 사라져가는 외투를 한참 동안 바라

보다가 일부러 샛길로 들어가 골목을 돌아 앞질러가서는 이번에는 정면에서 자신이 만든 외투를 살펴보았다.

「외투」에서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도난 사건이 생애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투의 상실로 죽음에 이르는, 그리고 죽은 뒤에도 그것이 한이

되어 유령으로 출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 인물에게 있어 외적인 기호인 옷

의 상실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외투의 분실과 같은 극히 일상적인 사건이 인물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정도의 엄

청난 비극이었던 것이다. 이는 가치전도된 세계에서 물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인물의 신체 부위인 코가 사라지는「코」를 살펴보자. 꼬발료프 소

령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코가 사라졌음을 발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신체의 한

부위인 코가 사라지는 일은 당사자에게 있어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이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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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심하게는 목숨까지도 걱정하게 하는 사건이 될 수가 있고, 주변 인물들에게

는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있을 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골

세계에서는 이 사건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발사의 아내는 빵 속에서 코를 발견하고는 놀라움이 아니라 분노를 표명한

다.

Но этот ужас был ничто против негодования, которое овладело его

супругою. (T. 1, C. 469) 하지만 공포도 그의 아내가 터뜨린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 코는 남편이 자른 것이라고 이미 단정짓고 있다.

''Мошенник! Пьяница! Я сама на тебя донесу полиции. Разбойник какой! Вот уж я

от трех человек слышала, что ты во время бритья так теребишь за носы, что еле держатся.'' (T. 1, C. 469)

“사기꾼! 술주정뱅이! 내가 직접 경찰에 고발해야지!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

어! 당신이 면도 할 때 남의 코를 얼마나 세게 움켜지는지 내가 벌써 세 사람한테서나 들었어…… .”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 세계에서는 코가 베어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이발사의 반응 역시 기괴한데, 그는 빵에서 코가 나온 것이 놀라운 것

이 아니라, 빵은 구워졌는데 코는 구워지지 않았음에 놀란다.

Иван Яковлевич стоял совершенно как убитый. Он думал, думал – и не знал, что

подумать. – Черт его знает, как это сделалось, - сказал он наконец, почесав рукой за ухом. – Пьян ли я вчера возвратился, или нет, уж наверное сказать не могу. Я по всем приметам должно быть происшествие несбыточное: ибо хлеб – дело печеное, а нос – совсем не то. Ничего не разберу! (T. 1, C. 469)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마치 무엇에 호되게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마침내 뒤통수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어제 내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나? 어쨌든 아무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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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봐도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빵은 잘 구워졌는데 그 속의 코는 말짱하잖아. 어찌 된 문인지 알 수가 없네!”

역시 빵에서 베어진 코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다.

기이하게도 코를 잃어버린 당사자 꼬발료프 역시 이 사건을 극히 개인적이고

외모적인 차원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부지사로서의 사회적 출세

나 여성들과의 교제, 20만 루블의 신부감을 얻는 것에 있어 방해가 될 현실에 당

황해 할 뿐, 그에게는 그 이상의 어떤 문제도 없다. 그는 자신의 건강이나 신체적

이상에 관해서는 전연 관심도 없을 뿐더러(그는 자신의 얼굴에서 코가 사라진 것

을 발견하고는 의사가 아닌 경찰서로 간다), 그에게 모든 문제는 외적인 차원으로

만 인식되어진다. 또한 그는 코가 없어졌음에 모욕감을 느끼며, 코가 있던 자리에

다른 것이라도 붙어있지 않음에 분노한다.

Черт знает что, какая дрянь! – произнес он, плюнувши. – Хотя бы уже что-

нибудь было вместо носа, а то ничего. (T. 1, C. 473) “제기랄! 꼴이 이게 뭐야!” 그는 내뱉듯이 말했다. “코가 없으면 뭐 다른 거라

도 붙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이건 아무것도 없으니!”

게다가 그는 코란 없어질 수도 있는 물건이지만 다름아닌 자기처럼 고상하고

명예로운 신분의 인물의 코가 사라졌음에 불쾌해 한다.

- Конечно, я .... впрочем, я майор. Мне ходить без носа. Согласитесь, это

неприлично. Ккой-нибудь торговке, которая продает на Воскресеньском мосту очищенные апельсины, можно сидеть без носа; (T. 1, C. 474)

“물론 저는…… 이렇게 말하는 저는 소령이올시다. 소령인 제가 코를 떼어놓

고 다닌다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닙니까? 보스끄센스끼 다리 위에서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팔고 있는 여자 장사꾼이라면 코 없이 앉아있어도 무방하겠지요.

신문사 관리의 반응 역시 기괴한데, 그는 코가 없어졌다는 사실보다는 그 자

리가 평평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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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В самом деле, чрезвычайно страннл!- сказал чиновник, - место соврешенно

гладкое, как будто бы только что выпеченный блин. Да. До невероятности ровное. (T. 1, C. 479-480)

“세상에, 정말 기이하군요!” 관리는 말했다. “코가 있어야 할 자리가 방금 구

워낸 블린처럼 매끄럽군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떻게 이다지도 매끄러울 수가 있을까!”

경찰서장 역시 이 사건을 자신의 식후 낮잠보다 못한 가치로 여기면서, 이러

한 사건은 똑똑한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꼰다. 그의 이와 같은 말은 결

국 코를 잃어버린 사건이 칠칠치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으로,

꼬발료프를 마치 자신의 사소한 물건을 잃어버리고는 경찰서장인 자신을 찾아온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꼬발료프의 코를 되찾아주는 경찰관 역시 이 사건을 일상적인 도난사건

을 해결한 차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Не беспокойтесь. Я, зная, что он вам нужен, принес его с собою. И

странно то, что главный участник в этом деле есть мошенник цирюльник на Вознесенской улице, который сидит теперь на съезжей. Я давно подозревал его в пьянстве и воровстве, и еще третьего дня стащил он в одной лавочике бортище пуговиц.(T. 1, C. 484)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령님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아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 이 사건의 공범은 보즈네센스끼 거리의 이발사 놈인데 지금은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요. 나는 평소부터 그자가 술주정뱅이로 도둘질이라도 능히 할 만한 놈이라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그자가 상점에서 단추상자를 슬쩍했습니다.

그는 단지 한 시민의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 준 것 뿐이다. 그는 자신의 직

분을 다했을 뿐이고, 그 역시 이 사건의 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코를 베어간 사건은 단추상자를 훔치는 것과 같은 하나의 일상적인 차원으

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를 베어간 주범이라고 생각되는 이발사는

단순한 도둑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꼬발료프가 코를 다시 제자리에 붙이기 위해 의사를 불러왔을 때에도, 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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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보드카와 식초를 담은 병 속에 넣어두면 나중에 상당한 가격으로 팔 수 있

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 역시 코가 단순히 매매의 한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코」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만이 전부인 세계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얼

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부조리한 세계이다. 인간 자체보다 그의 외적인 기호들

이 더 가치 있는 세계에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잃어버리고도 그것이 남들에게 비

추어질 모습에만 연연하는 인간의 모습과 인간의 신체부위가 하나의 사물차원으

로 인식되어지는 부조리한 세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인해

코를 잃어버린 당사자를 포함하여 그의 주변 인물들까지도 인간의 신체부위가 사

라진 이 사건이 전연 기이하거나 환상적으로 여겨지지 않고 일상적이고 사소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33 물질 만능주의적인 가치관을 지닌 세상에서는 신

체의 일부분을 잃는 것 보다, 사물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비극적이고 중요한 사건

으로 인식되는 것이다.34 이 세계는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에 대한 개념이 뒤바뀐 인간들의 무상한 세계인 것이다.

각각의 사건들을 통해 고골은 인물들의 내적 깊이성의 결여를 드러내고 있다.

외적인 것만이 전부인 세상에서 인간 내면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만으로 채워져

인간의 혼이나 내면은 사라지게 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자신이 절대적으

로 추구하던 외투로 그 내면이 채워져 있었기에 외투가 사라지자 그가 살아갈 의

미와 목적이 같이 사라져 결국 파멸하게 된 것이다. 꼬발료프의 경우에도, 자신의

신체부위가 사라진 끔찍한 사건 앞에서 사건의 심각성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코

가 없어진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만을 걱정한다.35 그런 의미에

33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180. 34 이에 대해 고일, 석 중은 그것이 ‘뒤집힌 플롯’이라고 규정한다. 그들에 의하면, 고골의 텍스트에서 플롯의 움직임이 언제나 독자의 예측을 좌절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사건은 있되 그 사건이 텍스트내의 세계에서 사건으로서 인식되는 방식이 관례적인 기대를 무산시키기 때문이다. 앞의 책, p. 178. 35 그의 소설이 흔히 ‘그로테스크’란 용어로 정의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건인식의 방식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일탈해 있는 점에서도 비롯된다. 우선, 문학에 있어 ‘그로테스크’란, 우스꽝스럽고, 괴상하고, 엉뚱하고, 기형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을 지시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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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 두 작품은 모두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양상을 초래한 그들의

물질만능주의적인 가치관도 문제이지만, 각각의 사건 이후에도 변화되지 않은 그

들의 혼이 더욱 비극적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이미 그들의 혼을 잃었기 때문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이들에게 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혼이

없기 때문에 아까끼는 죽어서도 타락한 육체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꼬발료

프는 사건 이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고 있는 것이다.

2.3. 언어에 의한 가치전도

앞의 장들에서 고골 세계가 인간보다는 그의 겉모습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는데, 본 장에서는 고골 세계의 특징이

라고 할 수 있는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들의 우위성이 언어로도 표현되고 있음을

살펴보겠다. 고골은 가치전도된 세계상을 그의 통사 구조에서도 표출하고 있는 것

이다.

개념이다. 이명섭.『세계문학비평용어사전』, 서울: 을유문화사, 1985, p. 59. 그 외에도 유리만의 경우, 고골이 인간을 인형이나 자동기계와 동일화시키는 방법을 그로테스크와 연결한다. Манн, Юрий. О гротеске в литературе, М.:Советский писатель, 1966, 27쪽. '인형'이나 '자동기계'는 무엇보다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주체가 결여된 존재이며 자의식이 배제된 존재들을 의미한다. 또한 로자노프는 ''고골의 화폭에 살아있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작은 랍의 인형들이다''라고 주장한다. Розанов, В. В. Несовместимые Контрасты Жития Искусство, М., 1990, c. 231. 고골은 인물들 뿐만 아니라 사물에서도 그 전체성과 생동감을 파괴한다. 이러한 고골의 세계는 이미 바흐찐에 의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는 수사학적 표현으로 명명된 바 있다. 그러나 바흐찐이 고골의 세계를 명명하면서 사용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함의는 주로 민중적 웃음문화와 먹기, 마시기, 성 등 축제문화와 접히 연관되어 있다. Бахтин М. М. Рабле и Гоголь в Творчество Франсуа Рабле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 средневековья и Ренессанса, М.: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Литература, 1965, cc. 528-529. 참조. 그로테스크는 잘 알려져 있듯이 비정상적이며 기괴하고 탈일상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재현한다. 고골의 텍스트 속에서 그로테스크는 그 외에도 현실과 환상의 병치, 과장, 풍자와 유머에 의해 나타나지만, 그 근저에는 합리적이고 정합적인 세계에 대한 불신과 비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역설 paradox과 아이러니 irony와는 달리 그로테스크는 갈등 요소들의 해소되지 않는 대립을 특징으로 한다. 톰슨, 필립. 김 무 옮김,『그로테스크』, 서울: 서울대 출판부, 1986, p. 28. 이런 점이 그로테스크가 고골에게 있어 단순한 기법이나 방법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재현하는 방식의 명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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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졥스끼는 자신의 논문「고골의 ‘외투’에 대하여」에서 소사 'даже’를 중심으

로 이러한 가치전도적인 통사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36 소사 'даже’는 ‘…도, …까지

(도), …조차’의 뜻을 지닌다.37 즉, 강화나 증대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

서 긴장과 예시를 명시하게 된다. 고골의 텍스트에서는 이 소사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자.

Фамилия чиновника была Башмачкин. Уже по самому имени видно‚ что она когда-

то поизошла от башмака; но когда‚ в какое время и каким образом произошла она от башмака, ничего этого не известно. И отец, и дед, даже шурин, и все совершенно Башмачкниы ходили в сапогах, переменяя только раза три в год подметки. (T. 1, C. 545-546)

그 관리의 성은 바쉬마취낀이었다. 이름만 보아도 바쉬마끄에서 유래한 성임

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시대에 어떻게 바쉬마끄와 연관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심지어 그의 처남까지도 바쉬마취낀 집안 사람들은 모두 보통 구두를 신고 다녔고, 밑창도 1년에 세 번 정도만 갈았다.

주지하다시피 이 단어는 문맥상 전혀 어울리지 않게 비논리적으로 38 쓰이고

있다. 우리는 아버지, 할아버지 뒤에 ‘심지어даже’ 다음에 어떤 선조의 인물이 나

올지 긴장감을 가지고 기대하지만, 느닷없이 처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혈육도 아니다.39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사 ‘даже’는 강화나 증대의 기능을 가

지고 있어서 그 뒤에는 강화되는 그 무엇이 와야 함에도 고골의 텍스트에서는 그

렇지가 않다. 여기서는 오히려 사소하고 약화된 것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골

의 텍스트에서는 'даже’의 기능은 예상되었던 논리적 관계를 파괴하거나 그 앞의

것들과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것이다.

고골은 이러한 내용의 비논리성을 나타내기 위해 소사 'даже’ 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예를 살펴보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라는 이름이 지어지기까지

36 Chizhevsky, Dmitry. “About Gogol’s “Overcoat””,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p. 297-299. 37 김학수 · 동완.『노한 사전』, 서울: 주류, 1991, p. 282. 38 슬로님스끼의 표현을 빌면, 비논리성alogizm이란, 진술에 있어서 논리적 인과적 관계가 파괴된 상태를 지칭한다. Slonimsky, Alexander. “The Technique of the Comic in Gogol”,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47. 39 게다가 아까끼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없을 뿐더러 아내가 없으면 처남은 존재할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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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과정을 그린 장면을 보면, 그의 이름으로 제시되는 것들이, ‘목끼’나 ‘솟시’, ‘뜨

리필리’, ‘둘라’, ‘바라하씨’, ‘빠프시까히’와 ‘바흐찌시’ 등의 이상한 이름들로 그의

어머니는 적당한 이름이 없어 고심한다.

<Ну, уж я вижу, - сказала старуха, - что, видно, его такая судьба. Уж если так, пусть лучше будет он называться как и отец его. Отец был Акакий, так путсь и сын будет Акакий>. (T. 1, C. 546)

“그 애 운명이 그런가 보군요. 그렇다면 차라리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이 더 낫겠어요. 아버지가 아까끼 으니 아들도 똑같이 아까끼라고 하지요” ‘

'차라리 ...가 낫겠다'의 뜻을 지닌 'лучше' 의 등장으로 우리는 'лучше' 다음에

정말 더 나은 이름을 기대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의 어머니가

최선이라고 고른 이름이 여느 다른 이름보다 낫기는커녕 더 우습기 때문이다.

슬로님스끼를 포함하여 만, 비노그라도프 등 고골 연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골의 비논리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40 고골의 이러한 언어적 특성을 두고 슬로

님스끼나 에이헨바움 같은 일부 비평가들은 ‘희극적 비논리성’, ‘음성유희’로 이 문

제를 바라보지만, 이는 그러한 차원을 넘어 고골의 세계상을 반 해주는 또 하나

의 기법이 된다. 그것은 고골이 반 하고자 하는 무의미의 세계상이 통사 구조로

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고골적 언어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형식적 요소들은 이

작품군들에서 본질적인 기저가 되고 있다. 이에 관해 에이헨바움은『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는 특별히 그로테스크적인 문체 기법이 동원되어 환상적으로 제한된

구성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묘사

되고 있는 상황과 사건은 인위적 경험의 세계, 비현실적이리만큼 축소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외부에는 커다란 현실, 정신적 삶이라는 진실된 세계가 놓여

40 유리 만은 그의『고골의 시학』과『그로테스크에 관하여』에서 이러한 비논리성에 대해 언급한다. 비노그라도프는 고골의 자연주의적 성격에 관해 논하면서 비논리성을 고골의 문학적인 특징으로 제시한다. 이장욱.『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나타난 분열의 양상』, 고려대 석사학위 논문, 1993,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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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풍자적이거나 교훈적인 목적성 때문이 아니라 현실과

의 게임을 위해, 현실의 여러 요소를 분해하며 임의로 뒤바꾸는 자유로운 공간을

열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는 것이다.41 또한 로자노프는 이러한 고골의 언어적 특성

을 ‘언어의 모자이크мозаика слов’ 혹은 ‘ 랍의 언어восковой язык’로 명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말의 흐름을 보라. 고골의 언어는 죽어있는 것이다. 이것은

랍의 언어이며, 거기에는 단 한마디도 생동하는 말이 없다. 오히려 지금껏 얘기

되어온 것에서 더 나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언어들이다. 우리는 도처에서 죽어있는

언어의 질감을 만나게 된다.”42

치졥스끼는 고골이 이러한 언어의 비논리적 특성으로 가치전도적인 세계상을

반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치졥스끼에 의하면, 소사 'даже’ 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의 세계를 표상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구성적 부분이 된다고 주장한다. 43

소사 'даже’의 경우, 위의 인용문에서 보았듯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이 단어들 뒤

에 강화되는 그 무엇이 따라오지 않으면, 다시 말해, 우리가 기대하던 그 무엇이

실현되지 않으면 우리는 뭔가 저지당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놀라게 된다.

격앙된 감정의 역으로 높이 솟아오르다가, 이 단어로 인해서 갑자기 격앙된 감

정은 멈추어지고 모든 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

로, 시시한 것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골은 의도적으로 이들 단어 사

이에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엇갈려서 대입하는 극적인 대비를 통해 이 무의미

의 효과를 한층 극대화 시킨다. 의미상 강조되어야 할, 다시 말해, 긴장, 강화, 증

대의 자리에 그에 합당한 그 무엇을 제거하고 과감히 그 자리에 사소하고 시시한

것을 대입함으로써 의미 있는 어떤 것이 갑자기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이 나고, 그

럼으로 해서 무의미한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무의미

하고 공허하고 무가치한 것이 고골 세계에서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나타나

41 야꼽슨 · 바흐찐. 조주관 옮김,『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서울: 민음사, 1993, p. 116. 42 Розанов, В. В. Несовместимые Контрасты Жития Искусство. М., 1990, c. 230. 43 Chizhevsky, Dmitry. “About Gogol’s “Overcoat””,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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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하는 것이다.44 결국, 이 세계에서의 삶의 본질과 목표는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무상한 것이 되는 것이다.

소사 'даже’는 무려 73번이나 쓰이면서, 모든 것을 무의미하고 공허한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로써 이 세계의 가치관을 반 하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외투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는 대단한 존재가 되고 있음을 반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에는 그러한 지향이 얼마나 하찮고 가치 없는 것인지를 깨

닫게 하는 것이다. 하나의 의복이 세상의 전부이자 동반자가 되어버리는 세계, 하

나의 사물이 삶의 본질과 목표가 되어버리는 세계, 그래서 공허하고 무의미한 세

계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은 통사적 차원으로도 이 세계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하찮고 시시한 것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세계의

가치관을 반 하며 그들의 이러한 물질적 가치판단을 조롱하면서 그들의 삶을 한

순간에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치졥스끼는 이 ‘무의미’

라는 개념이 이해하기도, 표현하기도 힘든 개념이라고 언급하면서, 철학자 헤겔부

터 하이데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이 ‘무의미’의 개념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고골

은 이를 이러한 통사 구조를 통한 극적 대조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45

리처드 피스 역시 고골이 언어의 비논리성으로 자신의 테마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46 결국, 고골은 이러한 대조를 통해 그가 그리고 있는 세계의 무의미한

단편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47 그리고 이 세계의 본질과 목표는 결국엔 실속 없

고, 가치 없는 무의미한 것임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고골의 세계에서

언어의 무의미성은 그 자체로써 매우 중요한 작품의 기저 바탕으로서 그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44 앞의 책, p. 305-306. 45 앞의 책, p. 306. 46 Peace, Richard. The Enigma of Gogol –An Examination of the Writings of N.V.Gogol and Their Place in the Russian Literary Trad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p.145. 47 Chizhevsky, Dmitry. “About Gogol’s “Overcoat””,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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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무의미한 세계

3.1. 무의미의 의미

고골은 러시아의 사회 계층의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피

멘코는 고골이 러시아적인 특성에 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음을 얘기한다. 그는 고

골이 러시아 사람들의 특징적인 민족성에 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

니라, 관심도 없었다고 말한다.48 고골의 관심은 그 사회의 전반적인 구성원들, 즉

인간들의 제문제, 그들의 정신적인 몰락이나 타락의 문제 다. 그는 러시아적인

특성이나 민족성과 같은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보편적인 인간성을 바탕으로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고골은 죄로 물든 러시아를 도덕적 부활로 인도해야만 한다는 자신의 신성한

임무를 확신했고 그 자신은 러시아의 예언자 겸 교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그에게

는 절대적이고 결정적으로 탁월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인간을 보는 그의 눈

이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환상적인 상상과 자극적인 일반화로 충

만했다. 그는 그것의 시작을 당대의 도시 속의 인간들에서 시작한다. 그는 특히

인간의 약점들을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그는 인간들의 병들고 타락한

혼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러시아라는 공간 안으로 가져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간들의 삶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그리고 그 안에

서 본능에 따라 작용하게 되는 인간 본성의 법칙들을 그린다. 그의 관심은 오직

인간이었고, 인간의 혼이었다. 그가 그리는 인간은 어떤 성격을 표현할 때 그

중 한둘의 특징이나 성질을 묘출 강조하여 전체를 나타내는 캐리커처적인 수법으

로 그린 희화화된 인물들이다. 이렇게 희화화된 인물들은 가시의 세계를 무색하게

48 Brodiansky, Nina. “Gogol’ and his Characters”, Slavic and East European Review XXXⅠ, 1952,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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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정도로 설득력, 진실성, 그리고 필연성을 지닌다. 그의 작품들은 부패된 사회조

직과 돌이킬 수 없는 전제주의에 대한 사회적 풍자가 아닌, 인간들에 대한 도덕적

풍자로 의도되었던 것들인 것이다.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들은 현실의 병적인 유형들을 담아내고 있다.

고골은 인간 사회에 부패한 도덕적 심리적 풍토를 조성하는, 인간들 스스로는 보

지 못하고 있는 모든 행위들을 그들의 눈 앞에 보여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

다. 다시 말해, 그는 인간에 내재한 천박하고 비속한 욕정이나 욕망 등 인간들이

지닌 부정적인 요소들을 폭로하고자 했던 것이다. 고골은 인간이란 위대한 정신적

인 삶의 문제에 무관심하며, 도덕적으로 평범하고 하잘 것 없는 상태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로 보았다. 그는 인간은 스스로 만족해 버리는 짐승의 이기적인 범속성

이나 천박함 속에 잠겨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범속성이란 어떤 식으로든 개개

인의 인격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골의 풍자들은 그것을 예리하게 폭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품성 가운데 결점들을 찾아내고선 그 결점들이 완전

히 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압도할 때까지 그러한 결점들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나

타난다. 이는 결국 고골 자신의 정신적인 발전에 관한 관심이었으며 일반적인 인

간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이다.

루카치는 고골이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집필할 무렵

사회전체의 보편적인 문제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고 언급

한다. 49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보여주었던 도시문명 및 기계 발전, 그로 인한 외적

가치에 중요도를 두고 물질에 쉽게 현혹되는 물질적 가치의 팽창과 추구, 그에 따

라 맞물려 오는 인간 정신의 파괴와 정신적 공허감, 인간성의 상실 등의 새로운

자본주의적 극악함을 고골은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러시아 사회의

응축된 단면으로서의 뻬쩨르부르그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루카치는 대도시에서

주제를 취하는 고골의 서사물들은 자본주의화가 가져오는 도덕적 문화적 측면에

서의 파괴작용을 특히 예리하게 전면에 부각시켰다고 말한다.50

도시는 물질들과 물질에 현혹된 인간들로 만연하여 신이 주신 자연의 진실성

49 루카치 G.. 조정환 옮김,『변혁기 러시아의 리얼리즘 문학』, 서울: 동녘선서, 1986, p. 63. 50 앞의 책,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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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상실한 세계가 된다. 그로 인해 이 세계는 자연의 유기체적인 화합으로 이루어

진 세계가 아닌 파편화된 사물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고골이 이 세계를 묘사하며

은유법이 아닌 제유법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세계의 원한 분열성을 제시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는 허상의 세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

므로 진실한 혼도 그로 인해 진정한 인간도 없는 허위적인 물질들만이 난무한

허위와 허상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의 세계, 혼란의 세계 뒤

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무(無)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레온 스틸만 역

시 뻬쩨르부르그 시리즈의 주된 테마는 이러한 허상적인 도시 속에서 크게 그 입

을 벌리고 있는 공허함이라고 주장한다.51

고골은 일찍이 뻬쩨르부르그를 가리켜 ‘허위와 환 의 도시’52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뻬쩨르부르그라는 도시는 인간의 참된 삶, 혹은 혼을 간직한 삶을 뒤

로 저버린 채, 외부의 물질 세계, 삶의 외면적인 허깨비인 환 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고골이 어머니에게 보낸 1829년 4월 30일자 편지에 기록된 뻬

쩨르부르그에 대한 글을 엿보면, “개성을 지닌 인격체나 혹은 민족적인 성격의 흔

적은 찾아볼 수 없고 외국인과 러시아인의 원자(atom)론적인 수집만이 있을 뿐이

며, 거의 공유하지를 못하고 무의미한 관료주의의 관습에 얽매여 있으면서 계급과

겉모양새에 주눅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것들은 미리 결정지어진 사회적 주

체 속에 갇혀있는 자아들의 성장을 저지하고 있습니다”53라고 쓰고 있다. 이 편지

에서 그는 관료주의와 외적인 가치 차원에 빠져있는 뻬쩨르부르그의 사회를 지적

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이 작품「외투」를 집필할 당시와 비슷한 시기인 1840년에서 1842년 사

이에 쓴 편지들을 보면, 가장 중점이 되던 주제가 인간이 그의 삶을 외부의 물질

체계에 귀속하는 것에 대한 문제 다. 54 고골이 다닐롑스끼에게 보낸 1843년 6월

51 Stilman, Leon. Gogol. Tenafly: Hermitage Publishers, 1990, p. 150. 52「네프스끼 거리」중에서. 고골, N. V. 조주관 옮김,『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서울: 민음사, 2002, pp. 227-282. 53 Fanger, Donald. The Creation of Nikolai Gogol. Harvard Univ. Press, 1979, p. 110. 54 Chizhevsky, Dmitry. “About Gogol’s “Overcoat””,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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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의 편지를 보면, “세상의 모든 물질체계는 파멸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인간

은 삶의 매우 극심한 고통과 괴로움을 느낄 때 기대어서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중

심점이 필요하다…… 인간의 내면 세계와 대립되는 것은 그의 외부 세계이다. 이

외부 세계에서 인간은 그 물질에 대한 열정으로 아무런 투쟁 없이 물질 세계에

휩쓸리게 된다”.55 여기서 고골이 말하는 ‘중심’은 바로 하느님이다. 고골은 “외부

세계는 하느님 밖의 삶이고, 내부 세계는 하느님 안의 삶이다”라고 말한다.56 외부

의 물질계에 빠져 자신의 운명을 물질체계에 얽매이는 것은 곧 자신의 중심을 잃

고 자기를 잃는 것이다. 하느님을 인식하는 것은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적인 가치체계에 싸여있는 인물들은 외부의 물질체계에 얽매여 내면 세계는 비

어있고 공허하다. 그래서 결국엔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다.

물질의 본질은 허상이고 환 이다. 고골의 인물들은 모두 이 물질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기대어서 극복할 수 있는 중심이 없는 존재

들인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

러한 물질 세계에 자신의 삶을 세운 사람들은 결국 그것들의 사라짐과 함께 파멸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크건 작건, 중요하건 중요하지 않건, 의미가 있건 하찮

은 것이건 간에 상관이 없다. 인간이 물질이라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에 자신의

혼을 빠뜨리는 것은, 곧 그에게 구원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코」와「외투」에

서 고골은 외적 가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을 그

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모든 판단 기준은 외적인 물질가치에서 비롯된다. 그리

고 그들은 자신의 모든 열정과 힘을 이 물질계에 쏟아 붓는다. 이렇게 철저하게

외적인 사물기호에 휩싸인 인물들은 모두 결국엔 없어져 사라질 물질계에 집착하

다가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치졥스끼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외투에 대한 사랑,

즉, 현세적인 것에 대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은 사실 인간 혼에 대한 물질의

원한 승리로 본다. 그리하여, 가련한 서기에 대한 고골의 이야기는 유머러스한 것

Press, 1974, p. 317. 55 앞의 책, p. 318. 56 1843년 6월 20일에 다닐렙스끼Danilevsky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앞의 책, p.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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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라 처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57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죽음은 얼마나 무

의미하고 헛된 것이고, 꼬발료프의 경우 코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체적

이상이나 문제보다는 외적인 콤플렉스로서만 걱정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

고 측은한가.

“나는 다른 길에 현혹되지 않았다. 나는 그 길만을 갔다. 내게 있어서 주제

는 항상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인생’이었다. 나는 몽상으로서가 아닌, 현실 자체로서의 인생을 추적했으며, 인생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도달했다.”58

니꼴라이 베르자예프는 고골이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러시아 종교사상사와

사회사상사의 중요 인물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게 삶의 의미라는 주제, 인간,

러시아 국민, 인류를 악에서 구원하는 주제는 문화 창조라는 주제보다 우선하 다

고 말한다.59 고골은 항상 조국에 유익한 사람,60 사회에 도움을 주는 작가61가 되기

를 바랬다. 또한 그로모바의 말에 따르면, 고골은 모름지기 작가는 삶의 교사여야

하고 문학은 삶의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의 소유자 다고 한다.62

러시아 문단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그의 생애 최후의 저작『친구와의 왕복

서한 Выбранные места из переписки с друзьями』 63중 첫번째 에세이 「유언

Завещание」에서 고골은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작가가 추구해야 될

목표와 의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인간의 혼에 관한 문제에 관

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인간의 혼’에 유용한 것들이 작품에 용해되어 전달

되어야 하며, 독자에게 교훈적인 요소들이 반드시 작품을 통해 전수되어져야 한다

57 앞의 책, pp. 318-320. 58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283.. 59 베르자예프, 니꼴라이. 이철 옮김,『러시아 사상사 』, 서울: 범양사, 1980, p. 121. 60 미르스끼, D.S.. 이항재 옮김,『러시아 문학사』, 서울: 문원출판, 2001, p. 178. 61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219. 62 앞의 책, p. 309. 63 여기에는 고골이 러시아에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자신의 기존의 정치사회체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벨린스끼는 능변적이고 감동적인 편지를 고골에게 보냈는데 이는 그 시기의 가장 공개적인 황제에 대한 반대적 입장을 취하는 문서 가운데 하나 다. 그는 고골을 채찍의 설교자이고, 무지의 사도이며, 반계몽주의와 어두운 혼의 대가이며 따따르 방식의 칭송자라고 비난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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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의 작가활동 역에는 러시아인과 러시아 사회에 대한 정

신적 스승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이 항상 깃들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

골은 인간의 삶을 개혁하는 방법은 사람들의 종교적인 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 것

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고골의 작가관은 똘스또이의 예술관과 매우 유사하다. 똘

스또이는 예술의 가치평가, 예술이 전달하는 감정의 평가는 인간이 인생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인생의 선과 악을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이 선과 악은 종교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았다. 그는

어느 민족이든지 그 민족 공동의 종교적인 자각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은 좋은 것으로 인정되어 장려되며, 이 종교적 자각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전달한 예술은 나쁜 것으로 인정되어 배척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불문하고 최소한 종교적 자각과 예술의 필연적 관계가 존재하는 동안에

는 예술은 지금과 같이 쾌락의 수단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똘스또이는 예술가

가 내적 충동에 의해서 일정한 감정을 전달하고자 할 때, 그 감정의 가치, 즉 어

떤 감정이 얼마나 좋은 것이냐의 문제, 얼마나 인간의 행복에 필요한 것이냐의 문

제는 그 시대의 종교적 자각에 의해서 평가된다고 보았다. 특히 그에게 있어 기독

교적 인생관은 인류의 감정에 새로운 방향을 주었고, 그 결과 예술의 내용과 의의

를 일변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두드러진다. 기독교적 이상은 겸손과 순결, 동정과

사랑이다. 기독교적 사상의 본질은 복음서(요한복음 17:21)에 적혀있는 것처럼, 인

간 각자가 자신을 신의 아들로 인식하여 그 인식으로부터 나오는 신과 인간의 결

합 및 인간 상호간의 결합을 인식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기독교 예술의 내용이라

는 것도 신과 인간의 결합 및 인간 상호간의 결합을 조장하는 감정인 것이다. 이

‘인간과 신의 결합 및 인간 상호간의 결합’이라는 것은 만인을 대상으로 하며, 비

기독교적인 예술(우상 숭배적 교회의 예술, 유산계급의 예술, 애국주의 예술)이 지

니는 배타성은 허용하지 않는다. 만인을 결합시키는 데는 두 종류의 감정밖에 없

다. 하나는 인간은 누구나 신의 아들이고 똑같은 동포라는 자각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쁨, 감격, 활기, 평안 같은 극히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이

며 누구에게든지 받아들여지는 감정이다. 이 두 종류의 감정만이 내용면으로 훌륭

한 현대 예술의 대상이 된다. 기독교 예술은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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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을 마침내 커다란 결합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합에 대한 용기와 능력

을 부여하든지, 혹은 세속적인 슬픔과 기쁨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든지 한다. 그러므로 현대 기독교 예술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이 되며 또 실제로 두 종류밖에 없다. 첫째, 신과 이웃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종교적인 자각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을 전하는 예술, 즉 협의의 종교 예술이 그것

이며, 둘째, 극히 단순한 일상적인 감정이면서 전세계 만인에게 받아들여지는 감

정을 전하는 예술, 즉 보편적 예술이 그것이다. 이 두 종류의 예술만이 현대에 있

어서 훌륭한 예술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64 고골의 예술관은 이러한 똘스또이의 예

술관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 고골의 예술론이 잘 나타나고 있는「초상화」의 한

단락을 살펴보자.

Все принеси ему в жертву и возлюби его всей страстью. Не страстью,

дышащей земным вожделением, но тихой небесной страстью; без неё не властен человек возвыситься от земли и не может дать чудных звуков успокоения. Ибо для успокоения и примирения всех нисходит в мир высокое созданье искусства. Оно не может поселить ропота в дуще, но звучащей молитвой стремится вечно к богу. (T. 1, C. 543)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치고 정열을 다하여 예술을 사랑하여라. 속세의 정욕으로 숨쉬는 정열로서가 아니라 조용한 하늘의 정열로서 말이다. 이 정열이 없으면 인간은 지상에서 날아 올라갈 힘을 갖지 못하여 평안의 신묘한 음도 가져올 수 없다. 왜냐하면 만인에게 안식을 주고 만인을 화해시키기 위해 하늘이 이 세상에 주는 것이 숭고한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숭고한 예술은 마음에 불평을 품게 하는 일이 없고, 울려퍼지는 기도가 되어 원히 하느님을 향하여 전진한단다.

고골은 좋은 예술이란 똘스또이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색채를 띄는 것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사랑으로 감동시켜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순수한 혼을 지

닌 예술가가 자신의 눈을 통해 사물의 순수함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미를

창조할 때 가능한 것이며, 세속적 욕망을 통한 예술 창조는 여기서 배제되는 것이

다. 고골에게 있어 유용한 예술이란 사람들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함을 일

64 똘스또이는 첫번째 종류에 해당하는 작품으로「하나님은 진리를 보고 계시다」라는 단편을, 두 번째 종류에는「까프까즈의 포로」를 들고 있다. 똘스또이, L. 이철 옮김,『예술이란 무엇인가』, 서울: 범우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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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워주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서로를 순수와 사랑으로 결합시켜주는 것이다.65

고골은 이러한 사상에 따라 예술의 힘은 인간에게 향을 주는 중요한 힘이

라 여기고 자신의 예술적 사명을 시민적인 것으로 인식하 다. 그래서 동시대인

독자들에게 이 세계와 그들의 결함에 대한 깊이 있는 표현으로 감동을 주며 그는

삶 속에서 그것을 숙고하며 인간들이 도덕적인 쇄신을 하도록 고무한다. 그리고

그의 주된 목표는 인간의 추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이때 그는 인물의 개

인주의적인 특성이 아닌 인간들의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가 자신의 작품이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것에

서 잘 알 수 있다.「외투」의 시작부분을 보자. В департаменте… но лучше не называть, в каком департаменте. Ничего

нет сердитее всякого рода департаментов, полков, канцелярий и, словом, всякого рода должностных сословий. Теперь уже всякий частный человек считает в лице своем оскорбленным все общество. Говорят, весьма недавно поступила просьба от одного капитан-исправника, не помню какого-то города,

65 따라서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을 그렸다 할지라도 순수한 혼을 지닌 화가가 그린 그림에는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 그림을 통해 화가의 순수한 혼과 대화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예술론은 뻬쩨르부르그 시리즈 중「초상화」라는 작품에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창조자인 화가는 보잘 것 없는 것을 그릴지라도 위대한 것을 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위대하다. 그런 자는 비천한 것을 그려도 이미 거기에는 비천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창조자의 아름다운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을 통하여 스며 나와있기 때문이다. 즉 비천한 것이 고상한 표현이 되어 나타나 셈이지. 그것은 작가의 혼이 연옥을 통과했기 때문이야. 인간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하늘 낙원을 암시할 수 있는 것은 예술밖에 없고, 그것만으로도 예술은 이미 다른 무엇보다 높은 위치에 서 있는 거야. 엄숙한 평안은 속세의 어떤 흥분보다도 몇 배나 더 가치가 있으며 창조는 파괴보다 몇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천사는 혼이 깨끗하여 더럽지 않은 밝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마의 온갖 무한한 힘이나 그 오만한 욕망보다 몇 배나 강하다. 요컨대 이 세상에 존재한 예술 작품인 것이다 В ничтожном жудожник-создатель так же велик, как и в великом; в презренном у него уже нет презренного, ибо сквозит невидимо сквозь него прекрасная душа создавшего, и презренное уже получило высокое выражение, ибо протекло сквозь чистилище его души. Намек о божественном, небесном рае заключён для человека в искусстве, и по тому одному оно уже выще всего. И во сколько раз торжественный покой выше всякого влненья мирского; во сколько раз творенье выше разрушенья; во сколько раз ангел одной только чистой невинностью светлой души своей выше всех несметных сил и гордых страстей сатаны, - во столько раз выше всего, что ни есть на свете, высокое созданье искусства'. (T. 1, C. 543) 따라서 고골은 화가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 순수한 혼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세속적 욕망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하늘의 이치와 사물의 이치를 파악할 수 있는 ‘ 혼의 순수한 눈’ 이것이 화가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 보았다. 그리고 재능이 많은 화가일수록 더욱 겸손하여 남들에게는 허용되는 것을 부정하고 자기 단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일반인들이 술을 마시고 놀면서 음탕한 짓을 할 때, 서로를 헐뜯고 비방할 때, 진정한 화가는 절제하며 사물의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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в которой он излагает ясно, что гибнут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е постановления и что священное имя его произносится решительно всуе. А в доказательство приложили к просьбе преогромнейший том какого-то романтического сочинения, где чрез каждые десять страниц является капитан-исправник, местами даже совершенно в пьяном виде. Итак, во избежание всяких неприятностей, лучше департамент, о котором идет дело, мы назовем одним департаментом. (T. 1, C. 545)

그가 근무하던 관청은 …… 아니, 어느 관청인지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

다. 어느 관청이건, 어느 연대이건, 어느 사무실이건, 하여튼 관리만큼 화를 잘 내는 사람들도 없다. 이제는 개인들까지 자기가 당한 일을 마치 사회 전체에 대한 모욕처럼 생각한다. 어느 도시인지 기억할 순 없지만 아주 최근에 어느 지역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자신의 거룩한 이름이 함부로 남용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소 낭만적인 내용이 적힌 어마어마한 분량의 증빙 서류를 첨부했는데, 그 서류에는 10쪽에 한번씩 경찰서장이 등장하고, 심지어 완전히 술에 취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니 불미스러운 일에서 벗어나려면, 문제가 되는 곳을 그냥 ‘어느 관청’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겠다.

인물에게서 그의 특성이나 구체성을 제거함으로써 일반적인 포괄이나 전형성

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고골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이는 자신이 특정한 누군

가를 거론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밝힘으로써, 고골은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알리는 것이다.66 이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에게도 해당

된다. 화자는 그의 외모에 대해 다소 기괴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이유를 뻬쩨르부

르그의 기후 탓으로 돌리면서 그를 보통 사람으로 제시한다. 또한 그의 관등은 가

장 흔한 9등관이다. 아까끼는 ‘작은 인간’67이라기 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인 것이

66 고골은 이와 같은 기법을「코」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작품에서는 그다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그것보다도 러시아라는 국가는 이상한 곳이어서 어떤 8등관에 대해 한마디만 하면 리가에서 깜차뜨까에 이르는 전국의 모든 8등관이 이건 틀림없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이 점에선 다른 관등이나 칭호를 가진 인간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 Но Россия такая чудная земля, что если скажешь об одном коллежском асессоре, то все коллежские асессоры, от Риги до Камчатки, непременно примут на свой счет. То же разумей и о всех званиях и чинах'. (T. 1, C. 472) 67 리얼리스트들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를 ‘작은 인간(маленький человек)’의 범주 속에 집어넣으면서 이 작품이 관료적인 사회생활을 폭로하고 있다는 풍자적 성향에 초점을 맞춘다. ‘작은 인간’들은 뻬쩨르부르그의 말단관리로서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조롱당한 인물들이며, 리얼리스트들은 고골이 이 작품을 통하여 당시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들의 사회적 신분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애와 풍자적 폭로의 모티프를 중요시한다. 특히 뿌쉬낀의『역참지기』에 뒤이어 핍박받는 비천한 인간을 다룬 주제를 러시아 문학 속에 포함시켰다면서 고골을 호평하고 동시에 고골을 일컬어 러시아의 사회소설 장르를 창조해낸 인물로 평가한다. 또한 고골을 사회악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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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는 고골 세계를 바라보며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허무한 웃음을 짓게 된다. 유머는 고골이 무의미나 무(無)와 싸우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 된다. 고골은「새 희극의 공연 후 극장을 떠나며」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

는 범속성과 무가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웃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며, 웃음이

없다면 이 세상은 죽은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행각했다. 이처럼 웃음은 우

리의 인간성과 도덕적 인식을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68 하지만 우리가 보면

서 웃고 있는 이 인물들의 가면을 벗기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들 자신의 형상을

가진 우리 자신의 자아이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왜 웃지? 너는 너 자신을 보고 웃는 거야!”69

고골은 모럴리스트로서 자신의 작풍을 도덕적으로 교훈적인 성향으로 이끌어

간다. 니나 브로지안스끼는 고골이 물질주의와 그로 인한 인간 혼의 타락에 대

해 항상 고민하는 관념론자 다고 말한다.70 하지만 이러한 고민 뒤에는 인간에 대

한 고골의 믿음이 바탕이 되었다. 고골은 인간을 믿었다. 인간의 혼을 믿은 것

이다. 그는 인간은 그 본질상 온건하고 조화로운 존재라고 믿는다. 그는 인간

혼의 깨끗하고 순수함을 믿었고, 인간들의 잠재력을 믿었다. 그러나 이는 인간 스

스로가 잘 지키고 가꾸어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고골은 인간이 물질적 욕망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혼을 물질적 욕망에 넘겨버리고,

비합리적이고 허위적인 물질적인 기반에 자신의 혼을 의지하면 안된다고 경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의 본능이 아닌 도덕적 정신적 자아가 그의 삶을 통제하고,

자이며 사회구조를 개선하려 했던 휴머니스트로 간주한다. 68 고골은 에필로그「새 희극의 공연 후 극장을 떠나며」에서 웃음의 기능에 관해 세 가지형태를 구별짓고 있다. 첫째, 한가한 즐거움과 관객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가벼운 웃음. 둘째, 일시적인 초조와 병적인 편견에서 나오는 웃음. 셋째, 전적으로 인간의 밝은 천성에서 나오는 웃음. 그 깊은 곳에서 모든 것을 안정시키고 부지불식간에 스쳐지나가는 것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무한한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웃음으로 그런 꿰뚫은 힘이 없었다면 인간은 평범하고 허무한 삶에 실망했을지 모른다. De Junge, A.. “Gogol”, Nineteenth Century Russian Literature, ed. John Fennel, London: Faber&Faber, 1973, p. 108. 69『검찰관』에서 시장이 마지막 부분에서 외치는 말. «Чему смеетесь? – Над собою смеетесь!» (T. 2, C. 121) 70 Brodiansky, Nina. “Gogol’ and his Characters”, Slavic and East European Review XXXⅠ, 1952,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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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악마적인 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의 본능적이고 육체적 욕망에 휩

싸이지 않도록 중심을 갖고 지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자신의 궁

극적 진실을 본능이 아닌 혼에 두어야 하고, 인간이 내적 도덕적 부흥을 위해

힘쓰기를 주장한다. 그리고 상당한 정도의 적 깊이가 멸시된 삶의 단층에서부터

그러한 인간의 삶을 완벽함으로 이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

고골 작품들이 카오스(chaos)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처럼

어떤 악마적인 힘이 이 세계를 관장해서 제멋대로 휘두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것이 순전한 인간 세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간 내면의 불완전함과 불화가 초

래한 결과물인 것이다. 이 세계는 하느님이 주신 질서에 반하는 무질서의 세계이

고 비논리적인 세계인 것이다. 나보꼬프는 고골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다. “뭔가가 몹시 잘못되어 있어서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가벼운 증상의

정신병자들이고, 그들이 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실은 어리석게도 논리적인 하나의 힘이 그들을 무익한 일에 얽어 매어 두고 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진짜 메시지이다.” 그러면서 나보꼬프는 이 세계를 극도의 무

익함이 지배하는 세계라고 규명한다. 71 또한 베르자예프는 고골이 실재의 인간이

아닌 무서운 악령을 묘사했고, 무엇보다도 러시아를 지배하는 허위의 정신을 묘사

한 공상 작가 다고 언급한다.72 고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뿌쉬낀은 언제나 내게, …… 평범한 사람들의 공허함과 허무함을 뛰어난 필

치로 그려 내(었다고 말했다)73…… 러시아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생의 허무함이다. 그들에게 있어 생의 허무함은 궁핍이나 악덕보다도 더 두려운 것이다…… 부정적인 사람에게 부정 그 자체를 말해주고 공허한 생의 허무성을 무자비하게 폭로하는 것은 문학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74

결국, 고골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외적, 물질적 가치관으로 인한 혼돈과 무질

서에 빠진 인간의 세계이다. 고골이 이러한 세계를 극단적이고 역설적으로 묘사했

71 Nabokov, Vladimir. Nikolai Gogol. New York: New Direction Paperbook, 1971, p. 143. 72 베르자예프, 니꼴라이. 이철 옮김,『러시아 사상사 』, 서울: 범양사, 1980, p. 122. 73 필자가 자연스럽게 문장을 마친 것임. 74 G. 루카치(조정환 역),『변혁기 러시아의 리얼리즘 문학』, 서울, 동녘선서, 1986, p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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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것은 물질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는

물질적 허 과 사치,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에 빠져있는 인간들의 삶은 결국은 가

치없고, 의미 없는 삶으로 보았고, 이를 문학적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적인 요소나 물질에 열광하는 삶은 자신의 존엄성과 내면 세계를 잃는 것

이다. 그리고 내면이 텅 빈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고골은 이 작품들의 세계를 매우 작고 한정적인 세계로 만들어서, 거대한 세

계 속의 독자들이 이 작은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깨닫

기를 기대한다. 이 텍스트 속의 작은 세계에서는 정말 하찮고 가치 없는 것에 사

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 채 살아가고, 그들의 그러한 추구로 인해 벌어지는

헤프닝이 그려지고 있다. 고골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추구하고 달성하려고 노력하

는 욕망들이 얼마나 하잘 것 없고 우스꽝스러운지, 그리고 인간이 그렇게 자신의

욕망만을 좇다가 결국 그 순수한 혼을 잃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그만

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모든 불의를 부정의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긍정과 이상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들이 잃어버린 이상을 암시케 하는 것이다. 그는 도덕적인 목적을 가지고 생

활 속에서 추악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들의 모습을 확대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고, 그러한 인간의 실체와 그로 인한 비극적 요소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외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은 그 내면 역시 외적 기호들로 채워지게

되어 그 혼은 사라지게 되고 남는 것은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외적 요소들

뿐이다. 이러한 혼부재의 문제는 후에 고골이 자신의 장편 소설의 제목을 ‘죽은

혼’으로 정하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죽은 혼’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의 문제로서 살펴보면, 여기에서는 그것의 절대적이고 종교적이고, 인간

적인, 그리고 성스러운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죽은 사람의 혼이

아닌 생명이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인가. 죽은 혼들이 세금 명부 또는 그 밖의 고식적인 문서에서 살아있는 존

재로서 이름 올려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 고골은 그와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생명이 없는 존재로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살아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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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람들을 죽은 사람들로부터, 존재를 비존재로부터 구별해줄 수 있는 실체적이

고 실증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체르니솁스끼는 고골이 우리의 자의식

을 일깨웠음을 얘기한다.75 그리고 이것은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될 것이다.

고골은 인간들이 의식을 통제하고 ‘왜’, ‘무엇을 향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

지고 의식하며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76 이는 노발리스의 ‘낭만적 리얼리즘’에 대

한 다음과 같은 정의와 뜻을 같이 한다.

“신비스러운 길은 내부를 향한다. 신비스러운 세계, 즉 과거와 미래를 갖고

있는 원함은 우리들 내부에 있거나 아무 곳에도 없다. 외부 세계는 그림자의 세계이다. ”77

3.2. 무의미의 구현 –「코」

2 장에서 고골이 인간 세계에서 외적인 판단기준과 물질만능주의적 가치관에

서 오는 가치전도와 그것의 무의미함을 텍스트에서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가를 살

펴보았다. 본 장에서는 고골이 드러내고자 했던 이러한 무의미함이 그 자체로서

텍스트에서 구현되는 경우를 살펴보겠다.

「코」의 기이한 주제가 갖는 특성 자체, 그러한 기이하고 우스운 주제를 선

택한 사실, 그리고 신체적 생리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갖는 코 자체에 대해서는

2 장에서 살펴보았고, 본 장에서는 이 작품의 기이함이 갖는 의미에 관해 살펴보

고자 한다. 이 작품은 스토리나 플롯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내면

의 의미로서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고골 자신과 그의 작품에 대한 수

많은 연구들 중에서「코」를 해석하려는 노력은 거의 부재했었다. 사람들은 비평

75 Чернышевский, Н. Полное собрание сочинений, Петербург, 1906, с.14. 76 Fanger, Donald. The Creation of Nikolai Gogol. Harvard Univ. Press, 1979, p. 183. 77 스타시 R. H.. 이항재 옮김,『러시아문학비평사』,서울: 한길사, 1987,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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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서 이 작품을 신중하게 피해나가려 했던 것을 명백히 수차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뽀끄롭스끼의 고골에 관한 에세이 모음집에는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

기’라는 장이 있는데, 이 장에서는 「코」에 관한 어떠한 연구도 들어있지 않다.78

이와 유사하게 뽀싸드스끼의 에세이 모음집에서도 역시「코」를 제외한 고골의

거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79 이는 이 작품의 불가해성을

의미하는 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우선 이 이야기의 플롯에서 설명이 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살

펴보자. 일단, 꼬발료프는 어떻게 해서 자신의 코를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만약에

이발사가 수요일에 면도하면서 자신의 코를 베었다면, 왜 목요일에는 코가 꼬발료

프의 얼굴에 제대로 붙어있었는가? 이발사가 잘랐다고 치더라도 왜 그 코는 그의

아내가 구운 빵 속에 들어가 있었는가? 그리고 왜 코가 베어진 자리에는 상처가

하나 없고, ‘방금 구워낸 블린처럼 매끄러’운가? 코는 어떻게 인간의 크기로 자라

났고, 또 인간이 되었는가? 육체적으로 인간이 되었다고 치더라도 사회적인 차원

에서도 어떻게 관등을 지니고 있는가? 또한 코가 누군가를 방문했다는 얘기는 그

에게 지인들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럼 무엇이 그 사람들로 하여금 코와 안면

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가? 또한 코는 어떻게 다시 신체 부위인 코로 돌아왔

는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다시 꼬발료프의 얼굴에 다시 붙을 수 있었

는가? 등의 문제점들이 있다. 그러나 작품 속에는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해 줄만한

그 어떠한 인과적 서사나 논리적 유추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게리 솔 모슨은 그의 논문「 Gogol’s Parables of Explanation: Nonsense and

Prosaics」에서,「코」를 ‘설명의 수수께끼 parable of explanation’ 또는 ‘해석의 수수

께끼 hermeneutic parable’라고 명명한다.80 여기서 그는 이 작품의 의미와 그 가치적

78 Покровский, В. И. 'Петербургские повести Гоголя', Н. В. Гоголь, сборник статей, М., 1915, cc. 219-224. 79 Посадский, И. В. Памяти Гоголя, Warsaw, 1909. 80 그는「코」외에도『죽은 혼』역시 ‘해석의 수수께끼’적인 작품으로 간주한다. 그는 이 두 작품들이 ‘설명에서의 문제 problem of explanation’를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는「코」의 꼬발료프와 화자는 종종 이 사건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 inexplicable’고 주장하기 때문이다.『죽은 혼』의 다른 인물들 역시 죽은 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계속적으로 물어본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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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에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그는 이 작품을 넌센스라고

규정한다. 그에 의하면, 이 작품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어떠한 인과적 연결고리

도,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골이 초판에서 해결

의 실마리로 제시한 꿈의 요소를 제거함에 따라, 그가 고의적으로 이 작품을 동기

도, 설명도 없는 넌센스한 작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81 도날드 팽거 역

시 이 작품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Readers in search of profundity have found it there by following their own

noses, seeing the story as an indictment of physicality, an orthodox Freudian castration fantasy, a sermon against godlessness, a symbolic comment on the drift away from Orthodox observance, and so on. Most of these interpretations are plausible, and justified to a point, but each is unconvincing because too much of the text escapes it. Gogol has created a puzzle that many keys may fit, but none open. [It is] a trap for the unwary.82

심오한 뜻을 쫓는 독자들은 이 작품의 의미를 추적해 나아가면서 이 이야기

를 물질적 추구에 대한 폭로나, 전통적인 프로이드적 거세 환상, 아니면 무신론에 반(反)하는 설교, 또는 그리스 정교회의 의식에 관한 편류의 상징적인 해석 등으로 바라본다. 대부분의 이러한 해석들은 그럴 듯 하고, 적절히 근거를 제시해서 정당화되기도 하 다. 그러나 각각으로 볼 경우, 이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텍스트 안의 너무 많은 요소들이 들어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골은 여러 열쇠들이 맞을 수 있는 수수께끼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열쇠도 이를 열지는 못했다. 이것은 경솔한 사람들에게는 덫이 된다.83

작가가 의도적으로 해석의 실마리를 제거한 작품을 우리들이 해석할 수는 없

을 것이다. 고골은 고의적으로 그리고 명백히 이 사건들의 인과적인 연결 고리들

국 게리 솔 모슨은「코」를 기존의 그 어떠한 시스템에도 종속될 수 없는 ‘순수한 변칙 pure anomaly’ 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작품을 넌센스의 시스템에도 속하지 않는 절대적인 넌센스로 규정한다. 또한 그는 고골 세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재 absence’의 문제를 메니푸스 풍자와 연관시켜 설명한다. 그는 고골의 ‘새로움의 부재 absence of novelness’라는 본질적인 테마가 메니푸스적인 요소를 이어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Morson, Gary Saul. “Gogol’s Parables of Explanation: Nonsense and Prosaics”, Essays on Gogol: Logos and the Russian Word. Illinois: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2, p. 206. 81 「광인일기」의 경우에도 넌센스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그 작품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광인’의 시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기화 되어있기 때문에「코」보다는 넌센스한 면이 적다고 볼 수 있다. 82 Fanger, Donald. The Creation of Nikolai Gogol. Harvard Univ. Press, 1979. p. 120. 83 필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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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리 솔 모슨은 고골 자신조차도 이 사건의 인과관계

를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일부러 수수께끼로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84

고골 자신도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이 작품을 전개해 나아갔다는 것이다. 그렇다

면 이 작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설명하는 것은 아무

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고골은 의도적으로 이 해결의 실마리를 없앰으로써 이야

기의 넌센스하고 불가해한 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이 작품을 고의적으로 넌센스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뿌쉬낀이 이 작품

을 두고 ‘농담 шутка’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일 것이다. 85 토도로프

역시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가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 자체를 다시 무의미

화 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여기서 코의 상실은 무의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야기 속의 초자연적인 요소에 우의적 의미를 줄 수가 없는 이상

이러한 자의적 의미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레벨에서의

코는 우스꽝스러움이나 불가능한 일 등의 순수한 구현화라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코의 변신은 그대로 받아들 다 하더라도 그 사건의 증인인 작중인물들이 도무지

이것에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골이 주장

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무의미(non- sense)라는 것이다.86 또한 미르스끼는「코」를

한편의 순수한 유희이자, 순수한 무의미와도 같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작품이 고

골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위대한 희극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뛰어난 마력

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한다.87

이 작품에 어떤 우의가 있느냐 하고 한정하려고 들면 여러 종류의 현상에 맞

닥뜨리게 된다. 확실히 몇 가지 우의적인 해석들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텍스트 자

체에는 그러한 해석들 어느 한 가지를 시인하는 그런 명시적 지시가 주어져 있진

않다. 가령 코의 소실이 거세를 의미하는 정신 분석학적인 해석이 성립된다 하더

84 Morson, Gary Saul. “Gogol’s Parables of Explanation: Nonsense and Prosaics”, Essays on Gogol: Logos and the Russian Word. Illinois: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2, p. 230. 85 Peace, Richard. The Enigma of Gogol –An Examination of the Writings of N.V.Gogol and Their Place in the Russian Literary Trad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p. 132. 86 토도로프, T. 이기우 옮김,『덧없는 행복-루소론/환상문학 서설』, 서울:한국문화사, 1996, p. 181. 87 미르스끼, D.S.. 이항재 옮김,『러시아 문학사』, 서울: 문원출판, 2001, pp. 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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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그것이 작품의 우의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거기로 불

러들이는 명시적인 요소가 텍스트 안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해

석으로는 코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목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우의

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이 해석 쪽이 유력

하다는 증후는 많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우의로 해석해본들, 이야기의 핵심을 이

루는 코의 변신이 더욱 잘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초자연적인

요소에 우의적 의미를 줄 수가 없는 이상, 우리로서는 자의적 의미로 해석할 수

밖에 없게 된다.「코」는 그 자체로 우스꽝스러움이나 혼란한 세상에 대한 순수한

구현화인 것이다.

Чепуха совершенная делается на свете. (T. 1, C. 489)

세상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다.

고골은 이 세상에 말도 안되는 일, 즉, 뒤죽박죽의 무질서한 혼란이 일어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으며, 인간들은 이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연결고리도 설

명의 실마리도 없다. 화자 역시 이 사건을 ‘설명할 수 없는неизъяснимый’ 그리고

‘완벽한 넌센스чепуха совершенная’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고골은 다음과 같이 말

한다.

Чепуха совершенная делается на свете. ...... А все, однако же, как

поразмыслишь, во всем этом, право, есть что-то. (T. 1, C. 489-492) 세상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 속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내포되어 있다.

논리적인 유추의 가능성이나 인과적 서사가 제거된 뒤죽박죽 혼돈의 이야기

에도 분명히 그 무언가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세계는 의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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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가 없는 세계이다. 그리고 고골이 그린 이 세계는 의미 체계가 없는 혼돈과 허

무의 세계라 규정할 수 있다88. 고골 자신이 『작가의 고백』에서 언급했듯이, 집

필시에 그의 눈 앞에서 어른거리던 것은 ‘뒤죽박죽 muddle’이라는 이름의 코미디

으며, 그를 끔찍한 고뇌로 가득 채운 것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혼돈 the sense of

universal muddle – which grew to grandiose proportions and became overwhelming ’89이었다.

아무런 원리나 패턴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어수선하고

최소한의 질서나 균형마저도 상실한 세계, 비논리만이 유일한 세계야말로 고골의

눈에 비친 세계감각을 근간으로 하는90 고골의 세계인 것이다.

1830년대 고골의 작품에 반 되고 있는 인간 세계에 관해 거칠게 정의 내려

보면, 그것은 기피우스의 주장대로 ‘혼란confusion’일 것이다.91 인간 보다 물질이나

인간의 외적인 요소들이 더 가치 있고, 그에 따라 하늘이 주신 자연의 질서가 전

도(顚倒) 되면서 뒤죽박죽의 무질서한 혼란의 세계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도 제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다. 인간의 내면적 진실보다는 그의 겉모습이, 인간

보다는 물질이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고로 외적인 요소의 상징이라 할 수 있

는 코가 인간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 자신은 인간(코의

주인)과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자기는 자기 자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혼

란’을 가져온 장본인은 자신의 순수하고 청정한 혼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모

든 것을 외적인 것과 물질 기호에만 쏟아버린 비속하고 천박한 인간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의 세계는 극도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바로 「코」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고골은 이 작품에서 당대의

인간 세계상을 반 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의 ‘반 ’의 문제는 세르게이 보차로프의 논문「Around ‘The Nose’」를 기

초로 분석하고자 한다.「코」는 고골의 인류에 대한 관점의 비 을 드러내는 작품

88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186. 89 Slonimsky, Alexander. “The Technique of the Comic in Gogol”,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46. 90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172. 91 Gippius, V., “The Inspector: Structure and Problems”,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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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앞에서 우리는 고골이 바라보는 인간세계의 모습이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

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러한 혼돈의 세계가 반 된 것이 불가해한 작품「코」인

것이다. 보차로프는 고골에 의해 표현된 인간의 얼굴은 반 을 나타내는 주요원리

라고 설명한다. 그는 고골의 작품 속에 나타난 많은 얼굴, 얼굴에 대한 묘사, 인간

얼굴에 가해진 작가의 물리적 행동들은 일정한 성향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첫째,

고골은 신체 외적인 인간의 얼굴, 얼굴의 형태, 그것의 조직에 특별한 관심을 가

지고 있었으며, 둘째, 작품 속에 그려진 얼굴 초상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이다. 그것은 작가의 시선에 의해 재배치되고 변형된다는 것이다. 이 변형의 방향

에 대해서 작가는 검찰관의 에피그라프에서 “네 얼굴이 비뚤어졌다고 거울을 탓하

지 말라 На зеркало неча пенять, коли рожа крив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말은 현

대 인간사회 안의 모든 얼굴에 적용된다. 고골은 모든 얼굴은 다 기형이며 비뚤어

져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고골의 거울은 주인공에게 내적 불구에 의해 더욱 더 비

뚤어진 외적 기형의 모습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인간 얼굴에 대한 이러한 모욕은

후기 고골 작품의 진지하고 고상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변형의 원인을 보차로프

는, 얼굴의 변형은 세상과 고골 인물의 객관적 상태이며 작가의 그것에 대한 주관

적인 견해 둘 모두에 의해 생겨난 고골적 세계의 기본적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즉,

“거울을 탓하지 말라. 그것은 너의 내면의 모습이다 Don’t blame the mirror, this is

what your inner face is like.” 를 얘기하는 것이다.92

92 보차로프는 고골의 얼굴 묘사 특징은 세 단계의 전개 양상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첫 단계는「자깐까 근교의 야화」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얼굴을 뜻하는 저차원의 단어들로서 표현한다. 이러한 거친 표현들로 인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악마간의 구별이 없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을 가리키는 이러한 많은 언어적 표현이 인격에 대한 내적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따라서 아직까지는 특별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가장 생생한 모욕은 어둠, 즉 악마의 힘에 의해 초래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 얼굴에 가해진 모욕이 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 얼굴을 외적인 더러운 것들과 혼합하는 모욕의 방법과 기술은 이미 발달된 형태로 나타난다. 고골의 작품의 원리로 보여지기도 하는 두 번째 시기에서는 악마가 더 이상 환상적 행동의 원인이 되거나 주체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환상성은 일상, 사물, 인간들의 행동과 사고하고 말하는 방법 속으로 사라진다. 환상성은 하나의 스타일 속으로 녹아든다. 즉, 그것은 고골 인물들의 얼굴과 묘사의 스타일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 얼굴을 조롱하는 악마는 없고 대신 아무 동기 없는 인간 얼굴의 변형이라는 환상성은 더욱 깊고 파괴적인 인간 이미지를 만든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신과 싸우는 악마에 대해 언급한 도스또옙스끼를 떠올린다면 고골 또한 강력한 혼의 힘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의 가운데에 인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골의 인간은 육체적 존재로 도스또옙스끼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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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차로프의 주장대로,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이 고골의 인간상을 반 하고 있

다면, 고골의 텍스트는 그가 그리는 세계상을 반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

골은 인간 세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그 자체로서 텍스트로 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이러한 모습은「코」작품의 불가해한 기이함을 형성한다. 고골

은 직접적으로 독자들 앞에 그 자신의 예술의 순수한 거울을 세워놓는다. 그리고

이 거울은「코」에서 보여지는 기이하고 엉뚱한, 불가해한 세계상을 비추는 것이

다.『친구와의 왕복 서한』에서 고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러시아 지주들이여,

농노들을 때리지 마라. 그들의 얼굴을 치는 것은 위대한 예술이 아니다. 그저 말

로서 그들을 어떻게 화나게 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두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어이, 너 씻지도 않은 더러운 코’.”93

작가이자 설교자인 고골은 의미 없는 것들을 좇으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치

없고 허망한 삶을 자신의 텍스트에 반 하여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제시함으로

써 타락해가는 인류를 교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적 구현은 인류를

구원하고 치유하려는 고골의 의식적인 방법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체르늬솁스끼는 고골이 물질들의 추악한 무질서에 괴로워했고, 이에 대한 그

자신의 분노를 표명했었다고 말한다.94 95 고로,「코」는 고골이 제시하는 이 세계

에 비해 더욱 외적이고 따라서 충돌지 또한 외부 –인간의 얼굴인 것이다. 플라톤의 얼굴은 고골식의 얼굴변형을 비판하는 철학적 배경으로서 다루어진다. 플라톤은 얼굴을 부분과 전체의 조화라는 가장 숭고한 예로서, 질적인 다양성과 그것들 사이의 조화로운 통일성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고골의 얼굴에는 솔직히 반플라톤적 사상이 나타난다. 부분들도 특성도 없는 밋밋한 얼굴– 이것은 민속 귀신학에서는 텅 빈 악마의 얼굴이기도 한 것이다 -이 등장하며, 설사 얼굴의 특성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의 평형 상태는 완전히 깨져 있게 마련이다. 고골의 모든 얼굴은 필연적인 ‘기형’을 갖고 있다. 얼굴의 외형은 변형되어 있으며, 그 변형된 모습은 아주 세 하고 섬세한 방법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두 번째 시기의 특징이다. 마지막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로 있어야 할 곳에서 얼굴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제 얼굴 대신에 구멍만이 남게 된다. 그것은 뻬뜨로비치의 담배갑에서 완전히 지워진 장군의 얼굴 묘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창조물은 인간 얼굴의 신성함에 가해진 어떤 이의 손가락의 폭행일 뿐만 아니라 작가에 의한 작가적 공격이기도 하다. Bocharov, Sergei. “Around “The Nose”, Essays on Gogol: Logos and the Russian Word.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2, pp. 19-39. 93 앞의 책, p. 25. 94 Gippius, V., “The Inspector: Structure and Problems”,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230. 95 하지만 체르늬솁스끼와 기피우스는 고골이 이러한 혼란의 원인을 잘 몰랐고, 그에 대해 많은 숙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체르늬셰스끼는, “He was struck by the ugly disorder of things and expressed his indignation about them; but he did not give much thought to the sources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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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무의미함의 구현이다. 가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무의미한 삶 자체가

펼쳐지는 텍스트의 세계는 넌센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골은 뻬쩨르부르그적

삶의 무의미를 확장시켜서 작품 그 자체를 무의미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 세계의 현실이 얼마나 허망한 환상이고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골

은 인간 세계의 이러한 구역질나는 모습을「코」에서 구상화시킨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골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는 무의미한 것과 의미심장

한 것, 무가치한 것과 가치 있는 것, 비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위계질

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독자가 이 작품들을 읽

으며 목격하게 되는 세계는 삶의 본질과 목적까지도 철저한 무의미로 흡수되는

텅 빈 암흑의 공간이다. 96 이러한 속물적인 세계가 지닌 혼란 뒤엔 절대적인 무

(無)만 있을 뿐인 것이다.

이것은 확장되어 이 세계의 무의미함이 고골의 거울에 비추어져서 넌센스한

무상함으로 반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무의미

의 삶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완벽한 넌센스의

세계이고, 고골은 이 세계를 통해 완벽한 무의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전

도적이고, 논리적 인과적 관계가 파괴된 비논리적인 세계의 표상으로 고골은 인과

율과 논리적 관계, 설명이 제거된「코」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슬로님스끼의

지적대로, 이 세계는 진리도 없고 비진리도 없으며 개연성도 없고 비개연성도 없

는97 무의미의 세계인 것이다. 그것은 무의미한 혼돈의 세계의 직접적 반 인 것이

다.98 그리고 그러한 인간세계의 불완전성과 뒤집힌 가치관을 지닌 비논리적 세상

을 폭로하는 것이다.

those things, or to the connection between that area of life which contained those things and other areas of intellectual, moral, civic, and governmental life”. 기피우스는, “It is a weakness because even though he reached the point where he could observe ‘confusion’ and understand its tragic-comic nature, he could not explain why it existed”. 앞의 책. 96 앞의 책, p. 182. 97 Slonimsky, Alexander. “The Technique of the Comic in Gogol”, Gogol from the Twentieth Century. Princeton Univ. Press, 1974, p. 369. 98 한국 슬라브학회 편.『러시아 문학의 이해- 뿌쉬낀과 고골』, 서울: 민음사, 1993, p.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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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진정성의 문제

고골은 이러한 무의미한 세계를 통해 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 작품들은

인간들이 가져야 할 본성과 자질, 그리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목표

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살펴

보았듯이, 대부분의 인간들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이 물질계는 고골에게 있어 환

의 세계이다. 진실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진실도 그 어떤 것도 보

여지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 모든 것에 허위와 기만이 넘쳐 난다. 이 네프스끼 거리라

는 건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 네프스끼 거리를 걷고 있던 두 청년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기만당했다. 만약에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다 환

상이 다면 그럼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진실의 문제에 있어서의 고골은 보편적인 인식을 뒤집고 있다.「네프스끼 거

리」에서 삐스까료프의 꿈은 진정한 진실을 나타내고, 반면에 창녀의 세계는 허위

의 진실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전자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만, 후자

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의 세계에서는 진실을 얘기하지만 후자의 세

계에서는 속인다.

하지만 문제의 난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에 대해 전혀 무지하다는 점과

그들이 고의적으로 진실을 거부한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허위적인 것을 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고골은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들이 선택하는 것이 허위적인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진실에 대해 숙고하지도 않고, 거짓의 세계에

서 속으면서 살고 있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

해 그 자신을 속이는, 그리고 거기에 속으면서 사는 인간들은 더 이상 진정한 인

간으로서의 가치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네프스끼 거리」에 등장하는 실러와 호프만의 경우, 이들에 대한 묘사는 단

순한 아이러니의 차원을 넘는다. 실러의 경우 그는 ‘『빌헬름 텔』이나『3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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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사』를 쓴 실러가 아니라, 메스찬스까야 거리의 철공소 직공으로 유명한 실러’

이다. 게다가 이 메스찬스까야 거리는 뻬쩨르부르그에서 러시아인들이 아닌 외국

인 출신의 상인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거리이다. 99 게다가 ‘메스찬스끼

мещанский’ 라는 단어는 상인이라는 의미 외에도 ‘소시민 근성의’, ‘무식견의’, ‘속

물근성의’ 의 의미를 지닌다. 100 호프만의 경우, 고골은 그가 ‘소설가 호프만이 아

니라 오피쩨르스까야 거리에서 온 아주 훌륭한 제화공으로 실러와 친한 친구 사

이인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는 삐로고프가 장교офицер임을 기억하자).

이 두 인물들은 그들이 지니는 이름으로 인해 허위적이다. 그들의 이름은 세계문

학과, 그리고 그에 따라 당연히 미와 진실의 세계와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함

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모순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삐스까료프의 이상형 여인의 외적인 아름다움과 그녀의 내적 타락이 서로

모순되는 점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즉, 이들은 허위적인 인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허위적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허위의 세계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속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

심이 없다. 이 세계에서는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정말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질 뿐, 누구도 진실의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계는 고골이 지향하는 진실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바로 이

러한 점이 고골이 스승으로서 인간들에게 이해시키고자 노력했던 메시지이다. 고

골은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들의 관행에 대해 그리고 고골 시대의 러시아 수도의

공허한 세계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고골이 수차례 언급했던 바와 같이 그

의 작품의 주제는 항상 인간의 혼에 관한 것이었다. 고골의 요지는 뻬쩨르부르

그를 위시한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점이다: ‘악마는 모든 것

들을 실제로 보여주지 않기 위해 램프의 불을 켠다’.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외

적인 것에 쏟는 물질세계는 그 주체가 인간이 아닌 물질이 되는 것이고, 이렇게

99 Zeldin, J. Nikolai Gogol’s Quest for Beauty. Lawrence: The Regents Press of Kansas, 1978, p. 41. 100 김학수 · 동완.『노한 사전』, 서울: 주류, 1991, p.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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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을 상실한 세계는 더 이상 진실의 세계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101

자신의 코를 잃어버린 당사자를 포함하여 그 사건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인 반응들, 또한 물질이 인간의 가치를 얻고 물질의 상실이 그 소유자의 죽

음을 초래하는 세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차원(신체 부위로서)보다 물질적 차원

이 우세한 세계는 진정한 가치의 문제, 진실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제시하기 위해 고골은 자신의 작품들에서 고의적으로 통상

적인 진실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프스끼 거리에는 모든 것이 환 에 불과하다. 그 거리를 구

성하는 인물들도 환 이요, 그러한 환 들이 구성하고 있는 그 거리와 도시 역시

환 이 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 아닌 사물들이 가득할 때 그 세계는

더 이상 의미체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진실된 정신이나 혼이 사라진 그

곳에서는 모든 것은 허위와 환 일 뿐인 무의미의 체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

의미한 세계는 진실이 없는 세계로서 허상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 허상의 세계

에서 인간의 본질은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대체되고, 사물들만이 난무한 이 세계

에서는, 물질 그 자체가 삶을 취하게 된다.「네프스끼 거리」에서 삐스까료프가

그의 이상형의 여인을 쫓아가는 부분을 살펴보자.

Он даже не заметил, как вдруг возвысился перед ним четырехэтажный дом, все

четыре ряда окон, светившиеся огнем, глянули на него разом, и перилы у подъезда противопоставили ему железный толчок свой. (T. 1, C. 444)

101 이러한 진실의 세계에 대한 고골의 개념은 좀더 나아가서 고골이 뻬쩨르부르그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과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고골이 이 이야기들을 뻬쩨르부르그를 중심으로 펼치는 이유도 이것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고골의 “1836년 뻬쩨르부르그 단상”(Петербурские записки 1836 года) 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여기서 그는 모스끄바와 뻬쩨르부르그를 대조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고 있는 뻬쩨르부르그의 이미지는 그의 작품들을 해석하는데 좋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모스크바가 아직 러시아식 수염을 지니고 있다면, 뻬쩨르부르그는 이미 완벽한 독일식이다. …… 뻬쩨르부르그여, 너는 얼마나 멋쟁이로 발전했는가! …… 뻬쩨르부르그는 기운찬 녀석이다. 그는 절대로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언제나 말끔히 차려 입고 유럽 앞에서 우쭐댄다”. 그러면서 고골은 뻬쩨르부르그의 외래성에 대해, 그리고 모스크바의 러시아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는 소론(小論)의 첫번째 부분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맺는다. “…… 이 둘 사이의 거리는 막대하다!”. 또한, 뒷부분에서는 뻬쩨르부르그가 “유럽-아메리카의 식민지 같다”라고 말한다. Гоголь, Н. В. “Петербургские записки 1836 года” в книге : Петербург в русском очерке 19-века. ЛГУ. 1984. сс. 41-42. 결국 그는 뻬쩨르부르그를 정체성을 상실한 도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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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갑자기 4층 건물이 눈앞에 치솟는 것도, 불이 켜진 네 개의 창문이 줄지

어서 그를 슬며시 바라봤다는 것도, 통로의 철책 난간이 대항하는 것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더 나아가 이 세계에서는 도시를 변형시키는 것이 자연이 아닌, 의복이다.

На Невском проспекте вдруг настает весна: он покрывается весь чиновниками в

зеленых вицмундирах. (T. 1, C. 439) 네프스끼 거리가 녹색 제복을 입은 관리들로 가득 차기 때문에 갑자기 봄이

온 것 같아진다.

당연히 이러한 세계에서의 사물은 인간에게 있어 위험한 존재가 된다. 물질계

의 사물들은 이상과 환상으로 인물들을 조롱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물이 되고

사물이 인간이 되는 이 세계에서 사물은 인간의 의식을 그의 본질이 아닌 환상

속으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네프스끼 거리」에서 화자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하고 있다.

О, не верьте этому Невскому проспекту! Я всегда закутываюсь покрепче плащом

своим, когда иду по нем, и стараюсь вовсе не глядеть на встречающиеся предметы. Все обман, все мечта, все не то, чем кажется! (T. 1, C. 467)

오, 이 네프스끼 거리를 믿지 마라! 나는 그 거리를 지날 때 외투로 항상 몸

을 꼭 감싸고, 도중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에게 일체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그는 이 세계의 외적인 판단기준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외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의 모든 대상(사물)들은 기만이고 꿈인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사

물화 되어진 ‘네프스끼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역시 그 실체는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Вы думаете, что этот господин, который гуляет в отлично сшитом сюртучке, очень

богат? Ничуть не бывало: он весь состоит из своего сюртучка. Вы воображаете. Что эти два толстяка, остановившиеся перед строящеюся церковью, судят об архитектуре ее? Совсем нет: они говорят о том, как странно сели две вороны одна против другой. Вы думаете, что этот энтузиаст, размахивающий руками, говорит о том, как жена ег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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бросила из окна шариком в незнакомого ему вовсе офицера? Совсем нет, он говорит о Лафайете. (T. 1, C. 467)

여러분은 훌륭한 프록코트를 입고 산보하는 신사를 꽤 부자일 거라고 생각하

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프록코트가 그의 전부인 것이다. 여러분은 건축 중인 교회 앞에 멈춰 서 있는 두 명의 뚱뚱보를 교회의 건축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두 마리의 큰 까마귀가 서로 이상하게 마주 보고 앉아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저기서 손을 흔들며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자기 아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장교를 향하여 창문에서 공을 던졌다는 이야기라도 한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라파예트 장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삐스까료프는 결국 외적인 대상에 대한 순진한 믿음의 피해자이자 희생자이

다. 그는 화자가 경계하고 충고하는 것을 거스른 것이다.

Но боже вас сохрани заглядывать дамам под шляпки! Как ни развевайся вдали

плащ красавицы, я ни за что не пойду за нею любопытствовать...... все дышит обманом. (T. 1, C. 467)

제발, 모자 쓴 숙녀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마라! 나는 아름다운 여자의 망토

가 멀리서 아무리 매혹적으로 휘날리더라도, 호기심을 느끼고 그 뒤를 따라가지는 않는다…….모든 것에 허위와 기만이 넘쳐 난다.

이 세계는 외형적 모습이 내적 본질을 대신하고 대체한다. 하지만 외적인 요

소들, 즉 보여지는 이미지는 본질상 허위적인 것이다. 그러니 보여지는 것만이 전

부인 세계는 진실된 세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외적인 요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코’가 사라졌을 때, 꼬발료프는 계

속적으로 이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싶어 한다.

Это было, точно, непонятно. Если бы пропала пуговица, себеряная ложка,

часы или что-нибудь подобное; но пропасть, и кому же пропасть? (T. 1, C. 482) 사실 이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단추라든가, 은수저나 시계

가 없어졌더라도 거기엔 반드시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점이 그를 절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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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뜨린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그, 즉 허위적인 존재로서

의 그로 지속되는 것을102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꼬발료프는 자신이 허위

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가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진실에 대

한 의식이 있어야 하지만 그에게는 그러한 의식이 전혀 부재한다. 그러므로 그가

자신의 얼굴에서 코가 사라져서 그 자리가 평평해진, 즉 횡한 공허함을 직면했을

때103 그는 그 공허함104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른다. 이는 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그 후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떠

한 장소에도 거리낌없이 나타났다’.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걱정

하는 사람도 없고 걱정할 이유도 없다. 화자는 이러한 사건이 그 누구에게도 아무

런 이익도 도움도 주지 않았음을 얘기한다.

Во-первых, пользы отечеству решительно никакой; во-вторых… но и во-

вторых тоже нет ползы. ( T. 1, C. 492)

첫째로 이런 사건을 주제로 써봐야 국가에 이로울 건 조금도 없을 거고, 둘째

로는 …… 둘째도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골 세계의 인물들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해당된다. 인간들

은「코」에서의 경찰관처럼 근시안인 것이다. 인간들은 그 경찰관의 장모처럼 세

102 고골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이미 꼬발료프의 관등이 허위적임을 암시하고 있다. ‘ ‘8등관’이라는 직급은 학력으로 받을 수 있는 칭호이나 대개 까프까스 지방 등지에서 이리저리 굴러먹다가 얻게 되는 종류의 직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양자를 결코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양자가 전혀 다른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학력으로 결정되는 8등관이라면 대개가 …… 어쨌든 꼬발료프는 까프까스 출신의 8등관이었다.’ 'Коллежских асессоров, которые получают это звание с помощию ученых аттестатов, никак нельзя сравнивать с теми коллежскими ассерсорами, которые делались на Кавказе. Это два совершенно всобые рода. Ученые коллежские асессоры… '( T. 1, C. 471-472) 103 고골이 인간의 다른 신체부위가 아닌 바로 코를 제거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꼬발료프가 말하듯이, “Будь я без руки или без ноги – все бы это лучше; будь я без ушей – скверно, однако ж все сноснее; но без носа человек – чёрт знает что...... ''(T. 1, C. 482) '' ……차라리 팔이 하나 없든지, 다리가 하나 없다면 아마 이 보다는 나을 텐데. 귀가 다 없어져도 흉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겠지. 그러나 코가 없어가지고서야 도대체 뭐냐 말이야…… .” 얼굴의 한 가운데 부위가 없어짐으로 해서 횡한 공허감을 가져온다. 이는 고골이 고의적으로 꼬발료프의 무상한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104 고골은 코가 없어진 꼬발료프의 얼굴이 얼마나 평평하고 밋밋한지를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이야기가 상기된다. 단지「코」에서는 왕의 벌거벗은 모습을 지적할 수 있는 순진하고 혼이 맑고 청정한 아이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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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진실과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작품들 속에서 자

신들 안에 있는 그와 같은 요소들을 찾고, 그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고골에게 있

어 혼이란 절대적 진실을 위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세계는 악마적 세력(인간의

욕망을 일으키는 세력)의 속임수에 의한 거짓된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고골의

인물들은 그러한 악마적 세력의 속임수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혼을

상실한 채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독자들이 작품 속 일상 세계 사이

에 숨겨진 초월적인 진실의 베일을 벗겨야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코」나「외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정신적 본질을 인식하지도 못

한 채, 아니면 거부한 채, 모두 물질적인 출세만을 지향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놀

랍게도 인물들은 그 누구도 사건을 통한 변화를 경험하지 않는다. 아까끼 아까끼

예비치는 죽어서도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혼의 모습이 아닌 타락한 육체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꼬발료프 역시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골은 적

어도 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은 변화되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고골이 사회작가라

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사회적 정의나, 정치 경제적 체제의 변

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보다 그는 사람들의 진실이나 진정성에 관한 정신

적인 인식을 깨우치고자 노력했다. 고골은 자신의 등장 인물들에게서는 이러한 인

식을 박탈하는 효과를 통해 역으로 독자들에게 이러한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골은 인간들이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청정함과 순수성을 인식하고 살아

가길 당부한다. 인간들이 항상 자신의 맑은 혼을 의식하고 살아야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욕망에 휩쓸리는 일이 없으며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고 진실된 삶을

살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간 혼의 순수함과 순결함만이 이 세상에 조화

와 아름다움, 그리고 진실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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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결론

이제까지 우리는 19세기 러시아, 특히 수도 뻬쩨르부르그의 인간상에 대한 고

골의 시각을 살펴보았다. 고골은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통해서

수도 시민들의 의식과 가치관을 다루었다. 뻬쩨르부르그에 만연한 도시적인 병폐

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외적인 가치의 추구, 허 과 사치, 물질만능적인 사고

방식 등을 고골은 인간 내면과 혼의 심각한 타락으로 보았고 그 문제를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서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혼과 내면을 가꾸고 고양시키는 대신에 자신이 남들에게

보여질 이미지에만 치중을 하며 외적인 모습만을 가꾸고 치장한다. 그들은 자신들

이 입는 옷이나 장신구들, 소지하는 물질들로서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그것이 그

자신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남들을 그들의

겉모습만으로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들의 겉모습이 화려하면 훌륭한 사람으로, 초

라하면 능력없고 훌륭하지 않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는 것에만

급급하여 그들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고골은 인간들이 인간 본질이나 내면이 아닌 겉모습에만 연연하는 것은 가치

없고, 무의미한 삶으로 보았고 이를 자신의 텍스트로 구상화한다. 그는 인간들이

자신의 혼을 외적인 가치에만 치중하는 것을 우려했고, 외적인 가치가 아닌 내

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를 바랬다. 그는 인간은 의식적으로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

새겨야 하며 자신의 본능에 이끌리지 않도록 항상 자신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다. 그는 인간이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물질에 귀속하려 한다면, 그 인간 역시 그

물질들과 함께 파멸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 그는 인물들이 외부세계에 자신을

얽매이는 것은, 곧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잃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외부 세계에

휘둘리는 삶을 무의미하다고 본다. 내면이 빈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

이다. 인간이 외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면, 그 내면과 혼이 그가 추구하는 외적

인 요소들로 가득채워져 혼이 부재하게 된다. 이러한 혼 부재의 인간은 결국

‘죽은 혼’이 되는 것이다. 고로 그의 작품은 ‘죽은 혼’들의 삶의 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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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골은 이러한 혼 없는 인간들의 가치없고 무의미한 세계에서 하나

의 희망을 남겨둔다. 고골은 살아있는 진실된 혼으로서 광인일기의 뽀쁘리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전반적인 그의 모습은 다른 여느 인물들

과 마찬가지로 속물적인 면을 지닌 ‘죽은 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품의 마지

막 부분에서 그는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작품 초반과 중반에서 우리

는 외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다가 결국 미치게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텅 빈

혼상에 웃음짓지만, 이 작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우리는 고골의

인물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골은 우리에게 고뇌하는

혼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Нет, я больше не имело сил терпеть. Боже! Что они делают со мною! Они

льют мне на голову холодную воду! Они не внемлют, не видят, не слушают меня. Что я сделал им? За что они мучат меня? Чего хотят они от меня, бедного? Что могу дать я им? Я ничего не имею. Я не в силах, я не могу вынести всех мук их, голова горит моя, и все кружится предо мною. Спасите меня! Возьмите меня! Дайте мне тройку быстрых, как вихорь, коней! Садись, мой ямщик, звени, мой колокольчик, взвейтеся, кони, и несите меня с этого света! Далее, далее, чтобы не видно было ничего, ничего. Вон небо клубится передо мною; звёздочка сверкает вдали; лес несётся с темными деревьями и месяцем; сизый туман стелется под ногами; струна звенит в тумане; с одной стороны море, с другой Италия; вон и русские избы виднеют. Дом ли то мой синеет вдали? Мать ли моя сидит перед окном? Матушка, спаси твоего бедного сына! Урни слезинку на его больную головушку! Посмотри, как мучат они его! Прижми ко груди своей бедного сиротку! Ему нет места на свете! Его гонят! Матушка! Пожалей о своём больном дитятке!.. А знаете ли, что у алжирского дея под самым носом шишка? (T. 2, C. 236)

이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아, 하느님! 놈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내 머리통에 찬물을 퍼붓다니! 놈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보지도 않고 내 말을 숫제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놈들에게 무엇을 했단 말인가요? 왜 나를 괴롭히는 건가요? 나 같은 가난뱅이한테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요?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요? 나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그만 지쳐버렸고, 이 모든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머리통이 불타 오르는 것만 같고, 눈앞이 빙빙 돈다. 살려줘요! 살려줘요! 바람처럼 질주하는 토로이카를 주세요. 자, 마부도 올라타라. 말 방울을 울려라. 말도 힘차게 달려라. 나를 세상 끝까지 데려가 다오! 아무것도,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멀리 달려라. 눈앞에서 하늘이 날아오른다. 멀리서 별이 반짝인다. 숲이 검은 나무와 달과 함께 달려간다. 발 밑에는 푸른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속에서는 현소리가 울려 펴진다. 한쪽에는 바다가 있고 저 다른 쪽에는 이탈리아가 있다. 그리고 저쪽에는 러시아의 농가가 보이다. 저기 푸르게 보이는 것은 우리 집이 아닌가? 창문 가에 앉아 있는 것은 어머니가 아닌가? 어머니, 이 가엾은 아들을 살려주세요! 이 아픈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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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에 눈물이라도 한 방울 떨어뜨려주세요! 보세요, 그 놈들이 당신의 아들을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이 가엾은 고아를 당신의 가슴에 꼭 껴안아 주세요! 이 세상엔 당신의 아들이 기댈 곳이 없어요! 사람들이 괴롭혀요! 어머니! 이 병든 아들을 가엾게 여겨주세요!

고골의 작품들은 인간들의 세계를 희망없는 저속함, 부조리함, 그리고 공허한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은 의미 있는 삶과는 거리가 먼 가치없

고 무의미한 삶인 것이다. 하지만 고골이 고뇌하는 혼으로 뽀쁘리신을 제시하고

있듯이, 인간들에게 자신의 혼을 되찾을 수 있는 잠재력과, 되찾으려는 노력만

있다면, 이 세계는 죽은 혼들의 세계, 즉 무의미한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

망의 세계임을 그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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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N. Gogol’s Meaningless World

- Focusing on The Nose and The Cloak –

SHIN, HUI-WON

Department of Russian

Language and Literature

The Graduate School

Yonsei University

Nikolaj Gogol was the artist who had great interest in human being. Possibly may say,

man and man’s soul was his only concern. However, among the 19th century Realists,

including Belinsky, with regard to Gogols, explained that his works were the social and

political satire about the corrupt social structure and absolutism of the day. But it would be

more pertinent that his works were planned to be the ethical satire about human soul. He

especially laid emphasis on revealing man’s defect and in his own way he showed the sickness

and depravity of human soul. Thus Gogol was the artist who drew man’s life, the arose

problems in their life and the law of human nature which operates upon man’s instincts.

In The Nose and The Cloak, which are comprised in Petersburg Tales, Petersburg, the

capital of Russian Empire, forms the background of the stories. Gogol took the theme of urban

life and keenly raised the destructive effect of the capitalism in ethical and cultural side of the

world. Throughout the urban civilization and the development of machinery, which were the

effect of industrialization and capitalism, arose materialism. As a result, man’s valuation

became matters. Consequently, man attached great importance to the external, and he 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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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ily dazzled by the matters. There Gogol penetrated the wreck of human spirit, the moral

emptiness, and the loss of human nature which were the atrocity of capitalism. For the city,

which is full of matters and people who are dazzled by the matters, became the loss world of

natural genuineness, which was given by God. Thus, it grew up to be world of fragmentary

materials instead of being the world of organic unity of nature. There was no true spirit

therefore no true man, but the false matters throughout the world. It became the world of false

and vanity, the world where man dedicate himself to the externals. It’s subject is no more

human being. It’s subject becomes matter. Thus, when the subject of the human society is not

the human but the material, there would be no more meaningful conception in that world.

Therefore there would be no genuineness in such world. In essence, the world where there is

no true spirit or soul, everything becomes false and phantasm. And this world is so-called

‘meaningless world’.

This thesis begins with such basis of Gogol’s point of view of human being. In this aspect,

Gogol’s works would be the symbol of the most fundamental and important problems of what

man must have for his human nature and quality, and also what man must pursuit of the

ultimate aim of his existence. Concentrating on internal analyses of the texts, this thesis

examines how Gogol formed this meaningless world in literary way, and from the basis of this

analyses, contemplate the meaningful life, which man has to aim and pursue through all his

lifetime, which Gogol tried to teach to human soul.

Key Words : human being, man's soul, instincts, capitalism, urban, moral emptiness, the loss

of human nature, natural genuineness, matter, meaningless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