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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의 <신데렐라> - 황금을 쫓아가는 시대에 순수함의 가치를 보여주다 - 부유한 남자와 비천한 직업의 여자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나라를 불문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여 자들에게 대리만족으로 인해 인기가 많다. 끊임없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통틀어서 ‘신데렐라(La Cenerentola)’ 의 이야기라고 불린다. 시대나 배경, 직업은 달라도 사랑을 통해 신분 상승하는 기본 테마가 같기 때문이 며,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오페라다.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 1868)’는 열여덟 살에 볼로냐 음악원을 졸업하자마자 ‘비단사다리’를 비롯한 5편의 짧은 소극오페라를 차례 로 발표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끝내고, ‘세비아의 이발 사’, ‘신데렐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 본격적인 오페라 부파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대본가와 함께 선택한 ‘신데렐라’는 난롯가에서 혼자 울고 있는 청순가련형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102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Monthly Magazine Culture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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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의 <신데렐라>- 황금을 쫓아가는 시대에 순수함의 가치를 보여주다 -

부유한 남자와 비천한 직업의 여자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나라를 불문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여

자들에게 대리만족으로 인해 인기가 많다. 끊임없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통틀어서 ‘신데렐라(La Cenerentola)’

의 이야기라고 불린다. 시대나 배경, 직업은 달라도

사랑을 통해 신분 상승하는 기본 테마가 같기 때문이

며,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오페라다.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

1868)’는 열여덟 살에 볼로냐 음악원을 졸업하자마자

‘비단사다리’를 비롯한 5편의 짧은 소극오페라를 차례

로 발표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끝내고, ‘세비아의 이발

사’, ‘신데렐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 본격적인

오페라 부파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대본가와 함께 선택한 ‘신데렐라’는 난롯가에서 혼자

울고 있는 청순가련형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102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Monthly Magazine

Culture & Life

개척하는 씩씩한 여주인공이었다. 로시니는 ‘신데렐라’

의 여러 가지 버전 중에 프랑스 샤를 페러의 동화를 바

탕으로 했다. 유리구두와 호박과 요정 대신 더욱 현실

적이고 아름다운 감동을 우리 모두에게 선사한다.

로시니가 24일 만에 작곡한 <신데렐라>의 이탈리아

원제는 <라 체네렌틀라>이며, 재투성이 아가씨라는

뜻이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오페라 관객들은 마법

과 환상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었지만, 1817년 1월에

로마에서 첫 공연 때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데렐라’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다는 기본 줄거리

는 같지만 등장인물의 차이가 있다. 오페라에서는 계

모가 아니라 계부가 등장하고 있으며 유리구두가 아

니라 팔찌로 왕자가 신데렐라라는 것을 확인한다. 당

시 여성들은 맨발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회 통념상 부

적절하다고 생각해 로시니는 유리구두보다는 팔찌로

대신했다. 또한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요정이 등장하

지 않고 왕자의 스승 철학자인 알리도르가 그 역할을

한다. 로시니는 요정, 호박, 마법 등 동화적 이야기에

치중하지 않고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알리도

르를 등장시킨 것이다.

순진하고 연약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대담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여주인공들이며 등장인물들이 총출동

해 엄청난 혼돈을 연출하는 1막 피날레는 음량이 점점

커지며 템포가 빨라지는 ‘로시니 크레션도’의 전형적

인 장면이다.

1막 초반에 두 자매가 서로 자기 치장을 도와달라며

‘신데렐라 이리 와바’하고 안젤리나를 불러대는 장면

은 숨을 쉴 수 없을 듯한 빠른 템포로 관객을 웃음 짖

게 한다. 내용을 모르고 듣는다 해도 랩보다 빠른 속

도 때문에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기막힌 이 파

를란도가 이 작품에는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고음가

수들보다 바리톤이나 베이스 같은 저음가수들이 이런

파를란도로 노래하면 희극적 효과는 커진다.

자기표절의 대가였던 로시니가 급조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음악 덕분에 ‘신데렐라’

는 ‘세비야의 이발사’와 어깨를 겨룰만한 불후의 명작

으로 탄생되었다.

<신데렐라>에서 마니피코가 부르는 <나의 딸들이여>,

시종의 <4월의 꿀벌처럼>, 왕자의 <그녀를 찾고야

말리라> 등 뛰어난 아리아가 많지만 가장 감동을

주는 아리아는 안젤리나가 피날레에서 가족들을

용서하면서 ‘나는 다시는 화롯가에서 외롭고 슬픈 노

래를 부르지 않겠어요.’라고 부르는 아리아 <슬픔은

끝나고>다.

2014 June +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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