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 2019. 4. 10. · 적인 자각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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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 심리상담센터 마음숲미술나무 소장 ([email protected]) 상징과모래놀이치료, 6권 제1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2015, 6, Vol. 6, No. 1, 1-20.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The Transformational Symbolism of Skeleton as a Meaning of Rebirth * Mee-ra Kowen <Abstract> In this study, the researcher considered the symbolic meanings of the skeleton in Korean folk tales, and analyzed how the skeleton has been developed into a symbol of rebirth in art, heritage, and religion. Also, the researcher interpreted the symbolic meaning of the skeleton, which appeared in the clients sand-picture, through the lens of analytical psychology. Mankind, from ancient times, has connected the death of unconsciousness as a cooperator of salvation in moments of exhaustion, crisis, and desire in the conscious life. The appearance of the skeleton in tales and rituals represents not the end of life but rather coexistence with death, which cannot be detached from life. Through sandplay therapy, the researcher desired that the client solve the fear of meeting the unconsciousness that represents death, and encounter the archetypal meaning of the skeleton that exists in the clients soul. Keywords : symbol, skeleton, transformation, rebirth, sandplay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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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상담센터 마음숲미술나무 소장 ([email protected])

    상징과모래놀이치료, 제6권 제1호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2015, 6, Vol. 6, No. 1, 1-20.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The Transformational Symbolism of Skeleton as a Meaning of Rebirth

    권 미 라*

    Mee-ra Kowen

    In this study, the researcher considered the symbolic meanings of the skeleton in Korean folk tales,

    and analyzed how the skeleton has been developed into a symbol of rebirth in art, heritage, and

    religion. Also, the researcher interpreted the symbolic meaning of the skeleton, which appeared in the

    client’s sand-picture, through the lens of analytical psychology. Mankind, from ancient times, has

    connected the death of unconsciousness as a cooperator of salvation in moments of exhaustion, crisis,

    and desire in the conscious life. The appearance of the skeleton in tales and rituals represents not

    the end of life but rather coexistence with death, which cannot be detached from life. Through

    sandplay therapy, the researcher desired that the client solve the fear of meeting the unconsciousness

    that represents death, and encounter the archetypal meaning of the skeleton that exists in the

    client’s soul.

    Keywords : symbol, skeleton, transformation, rebirth, sandplay therapy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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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 론

    고도의 문명의 이기(利器)를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죽음은 거부하고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이다. 이는 곧 죽음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하는 데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은 피해갈 수 없으며, 누구도 경험해볼 수 없다는 것이 불

    안을 증폭시킨다. 이 근원적인 불안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죽음을 애써 망각하고, 영원한 삶

    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오만해지는 우를 종종 범한다.

    삶의 대극으로 죽음을 인식하고, 현재의 삶에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기울일 때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이 예술이나 의례를 통해 죽

    음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죽음과 관련된 상징의 출현은 분석심리학적 측면

    에서 변환과 재생을 담고 있다.

    “심혼은 그자체로 유일하고 직접적인 경험이며 주관적인 세계 실제성의 필수조건이다.

    심혼은 상징들을 창조한다. 상징의 기초는 무의식적 원형이고 상징이 표현되는 형상은 의

    식이 획득한 표상들에서 나온다. 원형들은 누미노제를 지닌 정신의 구성요소들이며 일종의

    독립성과 특수한 에너지를 갖추고 있다. 이 힘으로 원형은 그에 어울리는 의식의 내용을

    끌어당길 수 있다. 상징들은 변환자(Unformer)의 기능을 한다”(Jung, 1985/2006, pp. 111).

    이러한 변환자의 상징적 이미지로 선택된 해골은 일차적으로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하

    지만 해골은 죽음에 머무르지 않고 역설적으로 삶으로의 변환자적 상징성을 가진다. 또한

    이러한 상징성을 통해 해골은 풍요와 재생을 삶의 영역에 선물한다(Cho, 2013).

    죽음을 표상하는 피겨인 해골이 모래상자 속에서 변환을 통한 재생의 상징을 담고 있음

    을 유의미하게 경험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성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신 즉 자기원형

    의 작용임을 알 수 있다. “여호와께서 권능으로 내게 임하시고 그 영으로 나를 데리고 가

    서 골짜기 가운데 두셨는데 거기 뼈가 가득하더라. 나를 그 뼈 사방으로 지나게 하시기로

    본즉 그 골짜기 지면에 뼈가 심히 많고 아주 말랐더라. 그가 내게 이르시되 안자여 이 뼈

    들이 능히 살겠느냐 하시기로 내가 대답하되 주 여호와여 주께서 아시나이다. 또 내게 이

    르시되 너는 이 모든 뼈에게 대언하여 이르기를 너희 마른 뼈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지

    어다. 주 여호와께서 이 뼈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生起)로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

    니 너희가 살리라”(http://www.holybible.or.kr).

    해골은 육이 이탈한 영이며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무의식과

    의 대면의 목표는 변환이며, 이러한 변환은 낡고 오래된 것과의 결별을 가져오고 재생의

    상징으로 이끄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민담이나 설화속의 해골의 변환의 상징을 고찰하고, 이와 함께

    인류 문화유산과 예술, 종교를 통해서 재탄생의 상징으로 어떻게 발전되어가는 지를 살펴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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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로 한다. 또한 내담자의 모래상자에서 나타난 해골의 상징적 의미를 분석심리학적 관

    점으로 해석한다.

    Ⅱ. 해골의 상징성

    1. 해골의 영적인 의미와 상징의 출현

    해골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의 살이 썩고 남은 앙상한 뼈 또는 머리뼈를 말한다(Lee,

    2003). 때때로 생각하는 머리를 속되게 이르기도 하고, 살이 빠져 몹시 여윈 사람을 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뼈만 남은 사해(死骸)로 전신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이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해골의 의미를 탐색하면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원시 종족은 해

    골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제사를

    지낼 때 해골을 제단에 올리고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뿐 아니

    라 해골은 고인의 영적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주술, 치유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면 간질이 낫는다는 기록도 있는 등 고대인들에게 해골은 단순히 죽

    은 사람의 유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서양에서 해골을 본격적으로 죽음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은 15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 이

    전의 사람들은 죽음을 호모 토투스(자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며,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

    어 마치 잠자는 상태와 같다고 믿었다(Cho, 2013). 육체가 썩는 것을 곧 영혼이 소멸되는 것

    으로 여겨 죽음을 잠자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잠자는 것으로 깨어나는 부활을 꿈꾸었을 것

    이다.

    중세에 이르러 사람들은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여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불멸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영육이원론(靈肉二元論)이 굳건해지게 되면서 죽음에 대해서도 현실

    적인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Moon, 1999).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마카브르(Macabre)는 시

    체를 석관에 새겨 넣어, 원죄를 신 앞에서 겸허하게 고백하는 의미로 여겼다(Jin, 1997). 그

    후 전 유럽에 흑사병이 대유행하게 되면서 ‘죽음의 춤(Dance Macabre)’이라는 깨끗하게

    썩은 해골 모습이 표현되기 시작했다(Wunderich, 2001).

    ‘죽음의 춤’ 이후, 회화 속 해골의 표현들은 바니타스(Vanitas)의 상징으로 발전되었다. 바

    니타스(Vanitas)는 ‘헛되다’란 뜻의 라틴어로 ‘세상의 삶이 한시적이며 덧없음’을 의미한다.

    회화에서는 부와 권력, 학문과 예술, 쾌락, 허영 등의 상징을 죽음의 이미지와 함께 배치하

    여 세속에서 누리는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깨닫고, 나아가 현재 자신을 반성하라는 메시지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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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전한다. 바니타스 정물 소재로서 왕관, 보석, 진귀한 물건들은 ‘부와 권력’을 나타내며,

    책, 악기, 악보, 조각들은 ‘학문과 예술’을, 술잔, 담배 파이프는 ‘쾌락’을 상징한다. 거울은

    ‘인간의 허영’을 상징하고,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은 ‘생명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시계, 촛

    불, 꽃 등의 대극적 요소와 함께 사용된다(Cho, 2013).

    Fig. 1. Dance Macabre

    (Source of the photo from: http://terms.naver.com/entry.nhn?)

    Fig. 2. Vanitas

    (Source of the photo from: http://terms.naver.com/entry.nhn?)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라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격언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모양만 바꾸었을 뿐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인간의 문화와 예술을 관통하고 있다. 삶을 보

    다 잘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숙고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죽음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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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생에 대한 성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미술에서도 항상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시각예술인 미술에서 죽음에 대한 숙고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수많

    은 상징들이 등장했지만 해골만큼 효과적인 상징은 없었다. 죽음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매체이자 인간 운명의 공통적인 이미지가 바로 해골이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죽음도 이제

    는 공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혀를 차는 시대지만, 생각해 보라. 결국은 해골이 되고 먼

    지가 되어 흩어진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http://www.artgy.or.kr/CO/CO0502M.ASPX?mode=V&Boardid=people&CODE).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해골의 1차적 상징은 죽음이다. 그러나 고대 아즈텍과 멕시코

    부족에게 해골은 행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해골이 영광스러운 종교 행사에 사용되는

    도식이기도 하였다. 멕시코의 추석라고 볼 수 있는 ‘죽은 자들의 날’ 역시 다양한 해골 장

    식을 사용했다. 이 날은 죽은 자들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서 4년간 고행을 하는 도중에 잠

    시 쉬는 날로써, 이승에서도 이 날 만큼은 죽은 자들을 위해서 해골분장 그리고 해골 양초

    등을 이용해서 많은 행사를 진행한다. 멕시코인들은 죽음을 불운으로 보는 동시에 일종의

    궁극적인 해방으로도 간주하기 때문에 해골과 관련된 긍정적인 이미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75873&cid=42836&categoryId=42836).

    현대의 해골의 이미지는 위험을 경고하는 표식으로 사용된다. 해골하단에 교차하는 장골

    을 그려 넣은 그림은 유독물과 해적선 표식인 졸리로저(Jolly Roger)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

    고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식민지였던 세르비아 민족의 봉기를 성공적으로 탄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실제 해골을 이용하여 ‘경고의 의미’로 ‘해골의 탑’을 만들었는데 그 이후

    에 이 탑은 비극적이었으나 영웅적이었던 세르비아 독립을 위한 전투의 상징이 되기도 했

    다(Cavendish, 2009).

    Fig. 3. Jolly Roger

    (Source of the photo from: Lake of Residuehttp://cafe.naver.com/huming/2349)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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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변환의 상징으로의 해골

    “과정 자체는 사람들이 보통 변환의 원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른 종류들의 원형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인격들이 아니고 오히려 그때그때에 맞는 변환의 방식을 상징하는 전형

    적인 상황이나, 장소, 수단, 방법 등이다”(Jung, 1984/2002, pp.151).

    에 있는 “현자의 나무(Jung, 1985/2004, pp.66)”라는 그림에서 성기부분에

    서 나무가 자라는 아담과는 달리 이브는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고 손은 해골을 가르킨다.

    연금술 작업이, 남성에서는 아니마의 성애적 측면과 관계하고 여성에서는 아니무스의 머리

    기능과 함께 한다고 Jung(1984)은 논한다. 무의식의 원질료는 남성에서는 아니마로 여성에서

    는 아니무스의 형태로 표현되며 원질료에서 현자의 나무가 자란다. 여성의 꿈이나 자유연

    상에서 출현하는 남성 영웅상은 아니무스이며 이는 자율적 콤플렉스의 점진적인 변환과 해

    소를 보여준다. Jung은 인간 두개골의 뒷부분 “변환의 그릇(Jung, 1985/2004, pp.65).”으며, 뇌

    를 담은 그 부분은 이성과 혼이 이웃하며 지성으로 변화한다고 했다.

    Fig. 4. Miscellanea d` Alcobimic

    (Source of the photo from: Jung, 1985/2004, pp. 66)

    “첫 번째 공의 형태는 해골이다. 옛날 개념에 따르면 머리나 두뇌는 ‘지적 심혼’의 거처

    다. 따라서 연금술의 그릇은 머리처럼 둥근 형태를 지녀야 하며, 그로써 그릇에서 생겨나는

    것 역시 ‘둥글게’, 즉 ‘아니마 문디(anima mundi, 세계혼)’와 같이 단순하고 완전하게 될 수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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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Jung, 1985/2002, pp.113). 무의식과의 대면의 목표는 변환이며, 변환이 일어나지 않으

    면 무의식은 여전히 변함없는 영향력을 갖게 되며 분석 과정과 자기 이해로도 신경증적 증

    상을 완화시킬 수 없다. 신경증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찬장속의 해골’ 즉

    혼돈의 ‘잔여’를 가지고 있다고 Jung(1985)은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움이나 문제

    점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시시한 일이라 생각하거나 궁극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지 해명하려

    하지 않는다. ‘찬장 속의 해골’이 연상의 형태로 의식에 출현하여 변환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 이다. 이것이 해골을 변환의 상징으로 다루는 중요한 의미라 하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대사의 일화는

    깨달음 곧 의식화를 통한 변환의 순간이라 하겠다. ‘마음먹기에 따라 해골에 담긴 물이

    바가지에 담긴 물이 되기도 하고 바가지에 담긴 물이 해골에 담긴 물이 되기도 하는 구

    나’ 하고,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이다. 원효는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이 깨달음은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는 원효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

    한국의 민간 설화에서도 해골은 변환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아래는 민간 설화인 이야기이다.

    한 남자가 여우가 해골을 머리에 쓰고 예쁜 여인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는 여

    우에게 그 해골을 빼앗는다. 해골을 씌워보니 무엇이든지 예쁜 여인으로 둔갑했다.

    개를 미인으로 둔갑시켜 옆에 세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부인이 목격하고는 남편

    이 첩을 얻었다며 화를 내고 급기야 앓아눕는다. 남편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부인

    은 그제서야 마음을 누그러트리고 안심한다(Park, 1987).

    이와 비슷한 해골을 매개체로 한 변신 설화는 제주도의 이야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순풍은 뱃심이 좋고 마음이 굳센 중노인이었다. 어느 날 들에서 일을 하고 있

    는데, 언덕 밑 굴 안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순풍은 호기심

    에 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굴 안에서는 늙은 여우 한 마리가 사람의 해골을 자기

    머리에 맞도록 돌에 갈고 있었다. ‘늙은 여우가 사람의 해골을 쓰면 여러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데, 이 여우도 둔갑을 하려는 구나.’ 하는 생각에 이순풍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해골이 여우의 얼굴에 꼭 들어맞았다. 그리고 굴 밖으

    로 나서는 순간 여우는 점잖은 노인으로 변하였다. 노인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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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풍은 먼발치에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인이 어느 마을을 찾아들고부

    터 그 마을에는 괴질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노인은 곧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사

    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소문을 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신

    통하게도 노인이 만지기만 해도 병이 나았다. 그러나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서 웬

    만한 부자가 아니고는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노인은 마을의 모

    든 재산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던 이순풍은,

    여우를 죽일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 날 환자의 집에서 나오는 노인을 단도로 찔렀

    다. 노인은 여우로 변한 뒤 아흔아홉 개의 꼬리를 흔들며 달아나 버렸다(Jin, 1992).

    여우는 우리 설화에서 변신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이 설화에서 주목할 것은 여우의 변신

    이 재주넘기 같은 것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해골을 머리에 써야 가능하다는 것이

    다. 또한 해골을 쓴 개나 소처럼 다른 동물도 여우와 똑같이 변신한다는 점에서 변신이 여

    우의 능력이 아니라 해골의 능력으로 여겨진다. 해골은 여우가 지니고 있던 초월 능력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변신하도록 도와준다. 즉 여우는 더 이상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초월

    적 능력을 지닌 해골을 인간에게 연결시켜 주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변신이라는 초월적 능력에 대한 인식의 변환을 보여준다. 해골만 가지면 인간도

    변신이라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념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초현실계를

    현실과 구분 짓는 의식성의 출현을 예고한다.

    “인간은 이성만으로 변환할 수 없으며, 오직 자신 안에 가능성으로 이미 내재되어있는

    자기원형으로 변환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될 때는, 점차 무너져가는 지금까

    지의 적응방식이 다른 적응 형태의 원형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보상된다. 만약 의식이 활성

    화되어 배정된 원형을 의미상으로, 또는 시대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한

    다면, 그때야 비로소 생명력 있는 변환이 일어난다”(Jung, 1985/2006, pp.118).

    3. 재생의 상징으로의 해골

    “해골은 일차적으로 죽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해골은 죽음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해골은

    역설적으로 풍요와 재생을 삶의 영역에 선물한다. 해골은 재생 상징을 동시에 감추고 있다.

    그러나 죽음 상징이 재생과 풍요라는 2차적 상징으로 전이 되도록 추동하는 힘은 생자들에

    게 있다는 것이 해골보은담의 전언이다. 죽음의 화신으로 삶 속에 들어와 죽음과 삶을 이

    어주고 삶을 증식시켜주는 해골을 죽음에 대한 민속 문화의 역설적 인식을 잘 보여준

    다”(Cho, 2013, pp.317).

    재생과 풍요라는 2차적 상징은 은유적이고 심층적인 측면의 해골의 상징이라 하겠다. 재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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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은 연명에 대한 인류의 염원을, 풍요는 주인공들의 결핍에 대한 보상의 측면으로 해골보

    은담 속에 나타난다. 해골보은담은 주인공이 해골을 잘 모셔 복을 받는다는 내용의 이야기

    로 민담의 형태로 널리 전승되었다. 해골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즉 죽음

    을 잘 모셔야한다는 집단무의식의 표현이라 하겠다.

    조선 후기에 임방(任埅, 1640~1724)이 편찬한 에는라

    는 흥미로운 작품이 실려 있다. 제목에 압축하고 있는 대로 과거 보러 상경하던 한 유생이

    버려진 해골을 잘 묻어준 뒤 해골의 보답으로 장원급제했다는 이야기이다(Jeong, 2005).

    근래까지도 구전되고 있는 해골보은담으로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되어 있는 민담이 있다. 어떤 처녀가 시구(詩句)를 내걸고 신랑을 구했

    는데 물에 떠내려가던 홍장군의 해골을 잘 묻어준 덕분에 홍장군의 답례로 시를 잘 지어

    총각이 장가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Cho, 2013).

    제주도에 가면 이라는 민담이 전승되고 있다. 주년국 소사만이라는 사람

    이 나무하러 갔다가 길에 굴러다니는 해골을 집안의 단지에 모셨는데 해골의 보답으로 삼

    십년에서 삼천년으로 목숨이 연장되었다고 한다(Cho, 2013). 과거보러 가는 선비, 결혼하고

    싶은 총각, 오래살고 싶은 나뭇꾼 등 심각하든 가볍든 주인공들의 결핍을 가지고 있으며,

    결핍의 해소를 염원한다.

    해골의 죽음 상징성은 인류 문화가 공유한 보편성이다. 원시 수렵문화에서 해골은 영혼

    이 깃드는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해골이 죽음의 대극에 있는 생명의 상징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흔히 발견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죽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 속의 해골

    들은 모두 버려진 해골, 즉 버려져 오랫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해골이다. 해골보은담에는

    기본적으로 해골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죽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민간의 집단무

    인식이 표현되어 있다. 죽음에 대한 이런 성실한 태도는 영과의 원만한 소통과 맞닿아있다.

    그렇다면 오랜 된 해골을 모시는 풍습이 말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무엇일까? 이 질문

    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동물 조상 신화나 의례가 보

    여주는 동물의 뼈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사냥(headhunting)’ 문화를 지닌 종족

    들이 전승하고 있는 해골에 대한 믿음이라고 여기는 견해도 있다(Cho, 2013).

    시베리아 지역의 한티족을 비롯하여 동으로는 어웡키족, 브리야트족, 야쿠트족, 에벤족,

    바다 건너 홋카이도의 아이누족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곰을 신이나 조상 혹은 형제로

    여기는 민속신앙과 의례를 가지고 있다(Kang, 2007). 유목과 수렵 생활을 하는 한티족은 곰

    의 머리를 집안에 모시고 수호신으로 숭배하고, 어로와 수렵 생활을 하는 아이누족 역시

    가죽을 벗긴 곰의 머리를 집으로 가져와 해골 기둥을 만들어 대대로 간직한다. 곰의 머리

    는 피부를 벗겨내고 “멀리 보낼 막대기”라는 뜻을 가지 ke-omande-ni 막대기에 걸어둔다. 예

    전에 곰머리를 걸어두었던 여러 막대기 사이에 그 막대기를 둔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곰고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 10 -

    기를 다 먹어 치울 때까지 축제가 계속된다(Neumann, 1973). 이들 민족들은 곰의 살은 공동

    체가 나누고 곰의 뼈와 가죽은 특정한 장소에 보관하여 숭배함으로써 해골을 통해 곰의 영

    혼이 재생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원시 수렵인들이 뼈를 통해 동물의 영혼이 재

    생한다는 관념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와족의 기원 설화에서도 해골 숭배에 대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와족의 원조(元朝) 부부는 처음에는 올챙이였다가 개구리로, 나중에는 괴물로 변

    해 동굴에 살면서 동물을 잡아먹었다. 어느 날 멀리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들어가

    사람을 잡아먹고는 두개골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 후 인간의 모습을 한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두개골을 숭배했고 죽을 때 자손들에게 사람의

    목을 계속 바치라는 유언을 남겼다(Cho, 2006, pp.240).

    옛날 하늘과 땅 사이가 아주 가까워서 사람들은 씨를 부려 양식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천신 메이지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한사람을 죽여 머리로 신께 제사를

    드리면 씨를 뿌릴 수 있을 거야”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듣고는 자신의 양자(가정의

    노예)를 죽여 머리를 잘라 제사를 드렸다. 과연 하늘이 높이 올라가 씨를 뿌릴 수

    있게 되었다(Cho, 2006, pp.240).

    해골은 전자의 신화에서는 다산을, 후자의 신화에서는 풍농을 와족에게 선물하고 다산과

    재생의 염원에 대한 집단 무의식을 담고 있다. 앞서 원시 수렵인들 사이에 보편적이었던

    뼈와 재생 관념의 관계를 거론한 바 있는데 동물과 인간의 해골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그

    영혼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진다는 믿음, 동시에 그 영혼이 그를 신으로 섬기는 이

    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풍요롭게 선물한다는 믿음이 배후에 깔려 있는 것이다((Cho, 2013).

    해골이 의례나 일상에서 실재한다는 것은 해골이 상징하는 ‘죽음 즉 재생’과 끊임없이

    접촉한다는 뜻이며, 접촉은 마음속에 현실적 믿음을 만들어낸다. 해골은 죽음 상징의 대극

    인 재생을 잉태하며 풍요, 다산, 연명 등의 비유로 설화 속에서 재생의 상징으로 재현된다.

    Jung(1985)은 원시적 재생 의례에서 조상의 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영을 매개

    체로 한 조상이나 동물신과의 동일시는 심리학적으로 무의식의 통합을 의미하며 재생 욕구

    의 표현이다. 의례에서 해골은 죽음의 세계와 이어주는 현실 세계의 통로가 되어준다.

    추가로 해골이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선조의 흔적으로 경외 시 된 예를 카타콤을 통해

    알 수 있다((Jung, 1985/2006, pp.294). 카타콤은 원래 그리스어 ‘카타콤베’로 ‘낮은 지대의

    모퉁이’를 뜻하며, 3세기에 성 세바스찬 묘지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게 되었다. 16세기에

    초기 그리스도교도의 지하묘지가 발견되면서 모든 지하묘지를 카타콤이라 부르게 되었다.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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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는 지하 10∼15m의 깊이에 대체로 폭 1m 미만, 높이 2m 정도의 통랑(通廊)을 종횡으

    로 뚫어 계단을 만들어서 여러 층으로 이어져 있다. 또한 통랑의 곳곳은 넓은 방처럼 되어

    지도자급 교도의 묘실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통랑의 벽면(壁面)에도 시체를 두는 벽감(壁

    龕)을 일정한 규칙으로 설치하였다(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49092&cid=40942&

    categoryId=31575). 로마제국의 박해시대에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피난을 겸한 예배장소로도

    이용되었으며, 현대에도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교회는 영웅의 무덤이다(지하 무덤인 카타콤베!). 신자는 영웅과 함께 부

    활하기 위해서 무덤으로 내려간다. 교회의 내재적 의미가 모태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

    다. 탄트라(Tantrismus)적 의미에서 보면 사원의 내부는 몸의 내부다. 그리고 아뒤톤(지성소)

    는 가르바 그라하(garbha griha), 싹 트는 곳, 혹 은 자궁이라고 불렀다”(Jung, 1985/2006,

    pp.294). 이러한 해골이 매장된 공간의 숭배는 죽은 자와 부활한 자를 동일시하게 한다.

    Fig. 5. Catacomb

    (Source of the photo from: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49092&cid=)

    또한 예수가 처형된 언덕은 골고다, 히브리어로 해골이라는 뜻이다. 골고다는 에덴에서

    쫒겨난 아담의 머리가 묻힌 해골 모양과 비슷한 언덕이라고 한다. 아담의 원죄 때문에 죄

    와 죽음이 세상에 오게 되었고,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였다. 십자

    가는 죽음 나무의 상징인 동시에 생명 나무의 상징이며, 그 나무가 자라는 골고다는 부활

    로의 재생을 잉태한 곳이라 하겠다.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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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모래놀이치료에서의 해골

    “융학파 이론에 따르면, 자기(Self)는 무의식에 있으며-지혜의 장소-성격의 중심 질서원리

    이다. 정신의 의식 부분은 자아(ego)라고 하지만 인격전체는 아니다. 자아(ego)와 자기(Self)는

    상호 연결되어있으며, 이들이 의사소통하게 되면 개인은 가장 자기실현(actualization)된 상태

    에 근접해서 살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좀 더 균형 잡히고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모래놀이치료는 자아(ego)와 자기(Self) 사이를 연결시키는 다리를 찾고 만드는 효과

    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Friedman & Michell, 2007, pp.5).

    내담자들이 모래놀이상담 중에 꾸민 모래상자에 등장한 해골을 위에서 기술한 상징적 의

    미로 분석하고자 한다.

    Fig. 6. Sand picture #1

    Fig. 7. Sand picture #2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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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 8. Sand picture #3

    모래를 만지며 놀다가, 동굴 피겨를 가지고 와서 모래에 묻어줌. 다시 “집이 어

    디 없나?”하고 피겨장을 살펴보다 작은 이글루 피겨를 찾아와서 모래에 묻어줌. 동

    굴 피겨를 모래 속에서 꺼내어 모래를 조심스럽게 털어줌. 해골피겨와 로봇피겨가

    대결하고 있는 곳을 울타리로 만듬. 그 곳을 동굴 피겨로 덮어줌. 태극기와 성조기

    를 두고 대결하는 두 지역을 표현함. “예수님이 있는 대한민국이 샐 것 같아요”라

    고 함. 반대쪽의 군인 피겨를 갑옷입은 중세기사 피겨로 교체함. 싸우고 있는 장수

    풍뎅이와 사슴벌레, 공 던지기를 하는 휠체어 탄 남자 피겨와 원피스 캐릭터인 루

    피 피겨 등은 모래상자에 놓았다가 다시 피겨장으로 갖다 놓음. 자신이 원하는 피

    겨를 선택하면서 신나함.

    (2014년 6월 관찰기록 중)

    모래사진#1은 만 10세 내담아동이 첫 번째로 꾸민 모래상자이다. 이란성 쌍생아중 동생

    이며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영아기 때 모가 쌍생아를 함께 돌보기가 힘들어 본 내담 아동

    은 친척에게 자주 맡겨졌으며 그로인해 모유 수유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의 주 호소는

    조용하면서 늘 멍하니 집중을 못하고, 의사소통 능력 또한 또래보다 뒤처지며, 이해되지 않

    는 말을 할 때가 많은 것이라고 하였다.

    위의 모래사진에서는 심리적 긴장감이 선과 악의 대극의 상징으로 극대화된다. 이러한

    선과 악의 긴장감은 내담아동의 삶 속에서 자신을 판단하고 벌 줄 수 있는 영적인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인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성 원형이 전이된 신적인 권위가 있는 선의

    측면과 그와 대치하는 물활론적인 악의 측면이 출현한다. 대극의 출현은 전체성의 상징인

    자기(Self)로의 합류을 예고한다. 자기(Self)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Kalff(1989)가 언급했듯이 내담자의 첫 번째 모래상자는 내담자가 걸어갈 심혼과의 깊은

    대화를 예견한다. 우측의 동굴 피겨를 확대해놓은 모래사진#2와 동굴 속을 찍어놓은 모래

    사진#3에서 해골 피겨가 등장한다. 내담자가 모래상자를 구성할 때 처음으로 재현한 부분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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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도 하고, 동굴을 덮어서 숨기려고 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내담아동의 숨결과 행위

    가 그 곳에 집중하도록 한다.

    동굴은 모성 원형으로 생명을 잉태한 여성의 자궁을 상징(Ackroyde, 1993)하기도 하며 무

    의식의 상징이다. 돌과 나무로 만든 울타리 모양이 흡사 자궁의 형상이다. 그 속에 내담아

    동이 힘이 센 괴물이라고 한 로봇피겨와 날개달린 해골피겨가 대결한다. 자궁에서부터 시

    작된 갈등과 긴장을 암시하고 있는 이 장면은 분리되지 않은 어머니로부터의 재탄생을 담

    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발달에, 죽음과 삶의 매개체로써 영을 상징하는 해골이 변환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괴물로 표현되는 로봇은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감정 또한 느낄

    수 없다. 강하고 센 것으로 내담아동에 의해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내담아동의 환타

    지 속의 영웅에 해당한다. 영웅은 지하 동굴에서 자기(Self)로 대변되는 보물을 가져오는 역

    할을 한다. 그러나 영이 없는 로봇은 팽창된 자아(ego)의 상징으로 자기의 발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없는 존재로 표현되어지는 해골은 순수한 영의 힘으로 재탄생을 예견한다.

    Fig. 9. Sand picture #4

    Fig. 10. Sand picture #5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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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 11. Sand picture #6

    아주 천천히 피겨장을 살피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기도 함. 선택한 피겨를 모

    래상자에 신중하게 놓음. 모래상자를 꾸미는 동안 집중하였으며 상담자에게는 말을

    건내지 않음. 말들이 둥글게 돌고 있는 곳을 가르키며 “네 마리 말은 잘 버티는데...

    한 마리 말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서 채찍질해요”라고 함. 똑같이 생긴 여자피겨

    를 발견하고는 언니와 동생이라고 함. 둘은 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 남자는 언니

    를 좋아한다고 함. 동굴을 방어하는 듯한 모습으로 다양한 사람 피겨들을 배열하고,

    사람들과 유령들의 대결이라고 함. 카우보이, 검투사, 활 쏘는 사람, 경찰, 무장한

    사람 등을 힘이 강한 순서대로 서열을 정하고, 유령이라고 부르는 해골 피겨들도

    서열을 정함. 관속에 있는 해골피겨가 유령세계에서 ‘가장 센 놈’이라고 함. 모래사

    진 #6에 있는 장면은 “원래 해골 두 명과 해적이 한 편이었는데... 찾은 보물을 서

    로 차지하려다가 싸우게 되었어요”라고 함. 유령들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 오랫동안

    이야기함.

    (2014년 8월 관찰기록 중)

    모래사진#4는 내담아동이 첫 번째 모래상자를 꾸미고 한 달 정도 후에 꾸민 내담아동의

    네 번째 모래상자이다. 첫 번째 모래상자 이후 다시 해골 피겨가 등장한다. 말없이 생각에

    잠기거나 집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으며, 상담자 또한 고요하게 함께 머무르기를 경

    험한 시간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소외된 생애 초기의 암묵적인 기억과 무의식이 함께 표출되는 듯하였다.

    어머니의 결핍은 세상을 혼돈과 무(nothings)로 만들며 타자는 사라진다. “부재(absence)”와

    “죽음”이 아동의 경험에서는 동일한 것이며 아동의 부재는 아동의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든

    다. 원초적 관계의 대모인물은 좋든 싫든, 삶과 죽음, 긍정적 발달이나 부정적 발달을 결정

    하는 운명의 여신이다. 더구나 그녀의 태도는 최고의 결정으로 그녀의 결핍은 아동에게 이

    름 없는 죄책감과 동일한 것이다(Neumann, 1973).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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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 12. Sand picture #7

    또한 쌍둥이 형과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나타나는 경쟁적인 심리적 관계의 역기능적인

    면이 선과 악, 삶과 죽음의 대극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 진다. Neumann(1973)은 아동에 대한

    집단의 태도, 아동의 성별, 개별성과 발달은 삶과 죽음의 문제일 수 있다고 하였으며. 여아,

    남아 또는 쌍둥이, 외모, 출생상황 등의 사실이 집단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유기

    체적, 정신적 불구를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이 될 수 있고도 주장하였다.

    첫 번째 모래상자에서 동굴 속에 숨어있던 해골이 모래사진 곳곳에 나타난다. 비로소 자

    궁을 나와 분리된 의식성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Turner(2005)는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두 번째 정신적 성장은 피겨들은 두개의 그룹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이

    발달단계에서의 상처와 박탈은 어머니와 마녀를 버리는 사악함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성장

    의 반대인 죽음과 상실로 나타나며, 모래놀이에서는 어두운 측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죽음과 상실을 인식할 때 깊은 슬픔이 생기지만, 인식을 통해 그것은 성

    장과 발달과정의 일부가 된다(Turner, 2005).

    Kalff(1989)는 이 단계의 의식발달의 상징적 이미지는 전투의 특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관

    찰했다. 이 시점의 정신발달에서 자아(ego)는 무의식의 모성적 에너지로부터 분리된다. 내담

    아동의 모래상자에서 유령과 사람, 죽음과 삶이라는 대극과 악의 측면인 해골들과 선의 측

    면인 사람들의 전투가 표현된다.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그들의 전투단계는 전의식적 발달

    단계에서 전조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극 관계로 나타난다. 전의식적 발달의 보다 초기 관계

    단계(phase)와 자아발달의 전투단계(stage) 사이의 구체적 차이는 극의 형태로 나타나는 의식

    의 두드러진 역할이다(Turner, 2005). 상징적 차원에서 의식은 그것이 대극을 완전히 인식할

    수 있을 때 분명해진다. 악이 선을 볼 수 있을 때, 완전히 다른 대극을 인식하고 통합하는

    심리적 변환의 단계를 맞이하게 된다. 사람으로 상징되어진 삶이 해골로 상징되어진 죽음

    을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차이를 인정하게 된다. 이 발달단계의 필수 요소는 의식성의 출현

    이다. 해골은 인식의 변환을 통해 재생으로 이끄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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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 13. Sand picture #8

    흰모래상자를 선택함. 모래를 조심스럽게 만져봄. 모래를 만지다가 수줍게 웃는

    표정으로 상담자를 바라보기도 함. 천천히 피겨를 살펴보고 한 개씩 모래상자에 갖

    다놓음. 예수님 피겨가 있는 쪽은 천국이라고 함. 천국에서 결혼식 하는 모습 같다

    고 함. 반대쪽은 천국에서 쫓겨난 타락천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지옥이라고 함.

    모래상자속의 천국과 지옥의 다른 점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함. 그리고 자신이 얼

    마 전까지 다니던 교회 이야기와 성경에 관해서도 설명해줌. 식탁과 음식들을 우리

    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라고 함. 어릴 적에 물에 빠졌던 기억, 고등학교 때 견학 갔

    다가 숙소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큰 사고가 날 뻔한 기억 등 죽음의 고비를 넘긴

    순간을 떠올림

    (2015년 4월 관찰기록 중)

    모래사진#7은 20대 초반의 여성내담자가 꾸민 첫 번째 모래상자이며, 그녀는 그 후로 한

    참동안 모래상자를 꾸미지 않았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아버지와는 이혼으로 관

    계가 단절되었다. 7세 무렵 부모가 이혼한 후에 아버지가 내담자를 2년 정도 양육하였다.

    그때 주거지가 불안정하여 여러 번 전학을 하게 되고 결국은 학교도 가지 못 하게 되었으

    며 정서적, 물리적으로 양육의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어머니와 외할머

    니가 내담자를 데리고 와서 함께 살게 되었으나 중학교 때 까지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지속

    적으로 당하게 되어 관계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었다. 현재는 직업 훈련 중이며 대인기피증,

    신체화 증상, 둔마 등의 주호소를 가지고 있다.

    초기 상담에서 내담자는 자신이 이전에 심리검사, 상담 등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극심

    한 두통, 구토 등의 신체화 증상으로 중단하게 되었으며, 현재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고 보고하였다.

  • Journal of Symbols & Sandplay Therapy, Vol.6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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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담자가 천국 옆에 꾸며 놓은 모래사진#8의 지옥에 해골 피겨들이 등장한다. 죽음의 이

    미지들을 떠올리게 하는 피겨들이 내담자가 살아있음의 순간도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공허함의 표출인 것처럼 보여 진다. 초기 아동기의 돌봄 받지 못한 자아(ego)는 의식

    성의 발달을 가져오는 것에 실패하였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공허하게 맴도는 삶을 살

    았으리라 여겨진다. 몇 번의 자살 시도가 내담자의 살아있음을 자각시키는 순간이었을 것

    이다.

    천국에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남, 녀 그리고 예수님이 있다. 결혼식은 통합을 상징하며 온

    전성을 성취(Ackroyde, 1993)하려는 의식을 담고 있다. 지옥은 해골로 상징되는 죽음, 육이

    이탈한 영을 나타낸다. 모래사진#7의 죽음을 담는 관, 심리적 재탄생인 세례의 상징을 담

    고 있는 욕조는 대극의 변환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국의 반대는 원초적 관계의 자연스러움과는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반대가 특징

    이다. 그것은 배고픔, 고통, 비어있음, 추위, 무력함, 궁극적 외로움, 모든 안전감과 피난처

    의 상실이다. 그것은 버림받음으로의 급격한 타락이며 바람 없는 공허(void)에 대한 두려움

    이다(Neumann, 1973). 돌봄 받지 못한 아동기는 내담자에게 배고픔과 고통을 집어삼키는 특

    징으로 나타난다. 정상적 발달은 통합적이며 환경에의 적응을 가져온다. 이러한 발달은 부

    정적 모성원형에 의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며 사랑과 확신의 긍정적 모성원형의 관계에 의

    해 인도된다.

    Kalff(1989)와 Neumann(1973)은 모든 의식성의 확장은 정신발달을 초기부터 거슬러 가야한

    다고 보았다. 내담자는 모래상자의 상징을 통해 변환하고, 자아(ego)가 죽고 자기(Self)와의

    분리를 통해 더 큰 관계로 재탄생한다. 모래상자의 해골은 삶과 죽음의 매개체로 변환의

    상징성을 담고 있으며, 천국에 나타난 결혼식의 상징성과도 대극적으로 맞닿아있다. 내담자

    는 자신을 괴롭히는 신체화 증상으로부터 육과 영이 통합되는 심리적 변환의 순간을 경험

    하고 집어삼키는 부정적 모성원형의 두려움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난다.

    Ⅲ. 결 론

    모래상자에 해골의 출현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해골의 일차

    적 상징인 죽음은 현대인들에게는 터부의 대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골이 나타난 몇 개의

    모래사진은 본 연구자로 하여금 해골의 상징성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할 만큼

    내담자에게 의미 있는 상징이었다.

    모래사진에서 사람으로 상징되어진 삶이 해골로 상징되어진 죽음을 만났을 때 비로소 대

    극을 통합한 의식성의 출현한다. 해골은 의식의 변환을 통해 재생으로 이끄는 상징적 의미

  • 권미라 / 재생의 의미로서의 해골의 변환적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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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가지고 있다. 내담자는 모래상자속의 상징을 통해 변환하고, 자아(ego)가 죽고 자기(Self)

    와의 분리를 통해 심리적 재탄생의 순간을 맞이한다.

    해골은 육이 이탈한 영이며,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무의식과

    의 대면의 목표는 변환이며, 변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의식은 여전히 변함없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해골은 “지적심혼의 안식처”, 죽음과 삶의 매개체로서 변환의 상징을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환은 낡고 오래된 것과의 결별을 가져오고, 재생의 상징으로 이끄는 힘을 내포

    하고 있다. 해골은 죽음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해골은 죽음의 대극인 재생을 동시에 감추

    고 있다. 죽음 상징이 재생의 상징으로 합일되도록 추동하는 힘은 심혼과의 지속적인 대화

    이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의식적 삶의 고갈, 위기, 염원의 순간에 구원의 협력자로 무의식의 죽

    음을 연결시켰다. 설화나 의례에서 해골의 등장은 삶을 끝낸다는 의미가 아닌 죽음과의 공

    존 즉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죽음을 표현한다.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내담자의 삶이 죽음으로 상징되는 무의식과의 만남의 두려움을 해

    소하고 심혼에 존재하는 해골의 원형적 의미를 믿고 따라가기를 염원해본다.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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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rling Publishing. (Trans. into Korean in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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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 H. S. (2006). Mystery of our mythology. Seoul: Hankyoreh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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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고일 : 2015. 04. 14

    수정일 : 2015. 06. 16

    게재확정일 : 2015.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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