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당신이 읽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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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시사인: 당신이 읽어준다면 좋을텐데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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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읽어준다면 좋를텐데

‘독립 잡지’의 종류만큼이나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도 다양해졌다. 각자 다른

이유로 만들지만 ‘나부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립

깔렸다. 잡지 〈좋은 생각〉이 10만 부 넘게 팔리

던 시절이었다. 잡지의 호황기였다. (나이고 싶

은 나) (tt1) 같은 문화 잡지들이 생겨났다. 말

랑말랑한 글이 담긴 ‘감성 잡지’ 〈페이퍼〉의 영

향을 받았다. 몇 개월 뒤 ‘재고의 습격‘에 충격

을받아9개월간잡지를 내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며 지금의 형식이 되었다. 돈을

벌겠다는생각은 접었다. 유통규모 역시 소박

출판물을 취급하는 유통망도 생겼다. 물론 판매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해졌다. 피터는 “지금 나오는 잡지는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책 공연 · 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나 친구들이 만

임지영 기자[email protected] 이아립과 이야기하다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든 작업물을 정리해 잡지나 단행본 형태로 정

“ ïï 과 사랑이 넘쳐흐르는 디스코 뽕짝 그가 웹디자인을 배웠다면 웹진이 되었을지도 리하는 경우가 많다 .. 라고 말했다.<성클레어〉

n 코미디 잡지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 모른다. 그러니까. 우연이었다 는이후 전시회나콘서트‘ 독자 모임을꾸준히

도 그만일 체험을 기록합니다 .. 잡지 〈록셔리〉 피터는 그간 기타 레슨 영어 강사. 영상 논 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하

를 만드는 현영석씨가 말했다 명품 브랜드를 술 기획자 예술 강사로살며 꾸준히 잡지를 냈 고 싶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 먹고사는 일을놓

다루는 잡지 〈럭셔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 다. 창간호를 비롯해 3호까지는 전국의 서점에 지 않았다.

확히 그 반대편의 잡지를 구상했다 돈이 없는

사람도 위안올 받고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잡지

였다. 배수로에서 썰매타기, 폐가에서 캠핑하

기 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사진

과함께 기록한다. 그의 설명을듣고 있자니 절

로 웃음이 터졌다. 1월10일 서울 신촌에서 열

린 잡지 제작자들의 행사 〈스틸 진 매터스

(Still. Zine Matters)) 용경이다.

이날 자리에서는 〈월간 이리) (스켄트

(SCENT)) (아프락사스) (하우 위 아(How

We Are)) 퉁 독립 잡지라고 불리는 10개 잡

지의 제작자들이 각자 만드는 잡지에 대해 이

야기했다 〈싱클레어〉의 편집장 피터(김용진)

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 ‘신촌서당’은 제작자들

만으로도 자리가 꽉 갔다. (싱클레어〉는 독립

잡지계의 ·맏형‘이다.2000년 창간해 올해로

15년째 만들고 있다. 그간 53권을 냈다. ‘내 안

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라는 모토 아

래글·그림·사진‘음악을핸개인작업자의

기고를 받는다. 글 쓰고 음악 히는 삶을 살고

싶었던 면집장 피터는 당시 마침 편집 프로그 1월10일 독립 잡지 제작자들의 소규모 콘퍼런스가 열렸다. 콘떠런스에 참석한 (How We Are)의 램 뢰익스프레스를 배운 밴드 스웨터의 보컬 브락사스〉으| 김종소리, (월간 이리〉으| 이훈보. <록’셔리〉의 현영석, <붙〉으| 채유수, 잡지 수집가 서.

64 SIS셰 N 21이5.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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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잡지.’ 대체로 다OJ한 주제를 자유로 한 〈젖은 잡지〉는 여성들이 만드는 도색 잡지 데 정말 그런 시도들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

운 형식으로 다루는 소규모잡지를뭇한다. 제 다. 언론사 지망생이 창간한 〈월간 잉여〉는 취 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

작부터 생산까지 제작자 개인이 결정한다. 미 ‘ 토익 · 일상 이야기를 다룬다. 문화 잡지 다. 신변잡기식 ‘일기장.도 있다. 잡지 만들기

2009년 전후로 많이 생겼다. 소규모 · 디지멀 〈도미노> <。바이브 저널〉은 제작지들도 눈여 가 하나의 스펙이 되기도 했다. 내부에선 ‘숲이

인쇄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편집 프로그램 역 겨보는 잡지다, 일부는 대형 서점에서도 만날 넓으면 좋은 나무가 많아진다’는 긍정적인 시

시 다루기 쉬워졌다. 처음에는 디자인 계열의 수 있다. ’소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 선과‘종이 낭비’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사람들이 많이 만들었다. 독특한 잡지가 나올 를 모으기도한다. 만드는 이들도 다%해}졌다. 이는 잡지의 태생적 특성이기도 하다. 상업

때마다 언롤에 보도되었다. 보통 그 참신함에 〈월간교통체증〉의 제작자는고3 학생이다. 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정환 성균관대 교수

주목한다. <싱콜레어〉를 만드는 강지웅씨는 는 123편의 잡지 창간사를 분석한 책 〈시대의 A4 한 장으로도 잭을 낼 수 있다?

“언롤에선 대개 잡지를 만드는‘독특한’ 사람에 말 욕망의 문장〉에서 “잡지는 신문과 달리 단

초점을 맞춰 다룬다. 열굴과 이름만 바뀌는 거 초창기와 달라진 흐름 중 하나는 제작자들 지 몇 명의 동인들만으로도 발간할 수 있고 최

라 만드는 처지에선 아쉽다. 내용에 대한관심 이 좀 더 과감해졌다는 것. 피터는 “아날로그 소한의 수익과 최소한의 독자와의 피드백만

은 적다”라고 말했다. 완전히 생소한 개념은 적으로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 제본을 있으면 재생산이 가능한 매체다. (중략) 아마

아니지만 여전히 ‘아는사람만안다. 스스로 한다든지 방식이 다양해졌다. 잡지 제 추어들도 얼마든지 잡지를 만틀 수 있다. 그래

2010년부터 매년 열리는 독립 출판물 기획 작 강의를 히는데 A4 한 장으로도 책을 낼 수 서 잡지는 명멸과 부칩。l 매우 심하다 얼마나

전 ‘어바웃북스’에는 500종 가까운 잡지들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그래서가 아니라 말하고 많은 잡지가 언제 나타났다 사라져갔는지 파

모인다. 그만큼 성격이 다양해졌다. 최근 창간 자 하는 메시지를 담으면 상관없다는 의미인 악하기 실로 어렵다는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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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와 달라진 또 다른 특정은 안정적인

유통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유어마인드’같이

독립 출판물을 취급히는 작은 서점이다. 서울

외 지역까지 합치면 전국에 스무 곳가량 된다.

작은 서점 위주로 유통되는 책을 소개히는 잡

지 〈붙〉도 나왔다.<붙〉은 가가린, 더북소사어

어티, 유어마인드, 헬로인디북스 등 작은 서점

에 입고된 책을 소개한다. <How We Are>의 임소라씨는잡지를 만들다가 유통에도 관섬이

생겨 온라인 독립 출판물 서점을 열었다.<성

클레어〉는 지난 잡지들을 전자책으로 변환하

는작업을하고 있다. 독립 잡지는이제 기록을

고민하고있다.

반면 2009년 창간한 ‘질문 잡지’ 〈헤드에이

크〉는 최근 폐간호를 준비 중이다. 끝을 흐리

기 쉬운 잡지계에서 마침표를 찍기 위한 시도

가 낯설다. 창간 당시 독립 잡지에 대한관심이

높았다. 20대로 이루어진 편집자들이 관심을

꿀며 청년을 대변하는 잡지처럼 얄려졌다. 창

간호의 질문은 ‘졸업하고 뭐 하세요?‘였다. 이

라, <SCENT)의 김다혀1 , <헤드에이크〉의 정지원,<월간 교통체증〉의 최지원, <싱클레어〉의 김용진, <아 후 ‘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은’ ‘시간 있어요’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항). ‘독립 언제 할거야 당신의 질문은무엇입니까

시사IN 2015.1.31 65

Cha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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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물었다. 앞으로 나올 13호(폐간호)에선

·멈출까‘라는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발행 부수 1000부, 매호 제작비 300만원.

작업 시간은 거의 매일이었다. 제작비는 그럭

저럭 모였다. 정지원 〈헤드에이크〉 편집장은

재정 안정성과 잡지 철학 두 가지만 있으면 잡

지가 지속 기능하리라고 봤다. 하지만 이를 넘

어선 게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작업이

힘에 부쳐서라기보다 우리가 가진 질문이 해결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해서다. 반응은 있는

데‘ 결과는 없달까. 시간과 자원이 좀 더 충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잡지는 휘발성이 강해

정보가 소모된다. 긴밀하게 소통하는 방식으

로 더 오랜 시간 책을준비히는 게 낫지 않을까

히는생각이들었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자리매김은 어렵다

독립 잡지 제작자들은 대체로 재정 압박을

받는다. 잡지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돈벌

이는 판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알고도 덤빈

다. <월간 교통체증〉올 만드는 최지원군은

“사실 자기삽H서 한줄 적을 거리밖에 안 되는

데 수업 시간에도 글감이나아이디어가 생각나

멈출수 없었다. 표현 욕구가몸안에서 몸부림

쳤다.라고 말했다. 매호 한 가지 주제 아래 작

업물올 엮어내는 〈아브락사스〉의 김종소리씨

는 .. 활자화되는 순간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냈

다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노는 것과 비슷하

다. 술 먹고 노래방 가면 돈 쓰듯이 돈을 들여

가며 잡지를 만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헤드

에이크〉의 정지원씨는 “우리가 택히는 삶의 방

식에 통의할수 없어서, 다르게 시는삶을보고

싶어서 혼자서는 택할용기가 없어서, 함께 고

민할수 있는 친구들과의 작업이 좋아서‘ 만들

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만들지만 들려주고 싶

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공통

점이있다.

피터 〈싱클레어〉 편집장은 최근 〈보물섬〉이

라는 만화 잡지의 폐간 소식을 들으며 좌절했

66

107년 전, 01미 ‘1인 저널’이 있었다

20 ~~년 잡지 〈싱클레어〉 펀집진은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중 전북 진안 v 에서 옛날 잡지를 전시효!q는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봐. 잡지 1만여 권을 가

지고 있는 서상진씨를 만났다. 그는 1908년 11월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을 소~하고 있었

다. 잡지 수집의 공로를인정받아장관표창을 받기도했다. 그를 만난뒤 〈싱클레어〉 제작진

은 잡지 출ζ떨 멈출지 말지 더 이상망설이지 않기로했다.

서상진씨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잡지를 한권

씩 모으다 지금에 이르렀다. 전국 각지 안 다녀

본 헌책방이 없다. 1892년에 창간된 영문 월간

지 〈코리안 리포지토리〉를 비롯해 〈조선문단〉

〈문예〉 같은 문학잡지, 평론지 〈씨알의 소리〉

〈사상계> , 종합지 〈뿌리깊은 나무)(말〉 등 다양

한 종류의 잡지를 보여줬다. 주로 창간호, 복간

호, 휴간호등을모았다. 잡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건 독자를 배신하는 일이다, 펴|간호,

종간호, 휴간호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생각

효κ~.

1980년대 잡지가특히 많다. “전두환 시대에

유가지의 40%를 강제 펴|간했다. 올림픽이 열리

면서 화해의 의미로 복간호가 많0 1 나왔다 . 당

시엔 부정기 간행물, 즉 무크지가 많01 댐다.

잡지 1만여 권을 가지고있는서상진씨.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 형태다. 잡지는 사전 납

본이 돼 검열의 대상이었지만 무크지는 비려갈

수 있었다. 김지하으I (오적〉이 실린 〈시상겨1)는 지금봐도 내용이 훌다.

사비를 들여 〈소년〉의 영인본(사진으로 찍어 인쇄) 1000권을 제작했다. “〈소년〉이 1인

저널의 효시다. 지금으로 치면 최남선이 1 9세에 독립 잡지를 만든 거다. 1908년 인쇄기기를

직접 들여와 컬러로 냈다. 지금의 잡지와 거의 같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 요즘 나오는 독립

잡지의 창간호도 모은다. (싱클레어〉를 만났을 때 기특하고 재미있었다. 그는 잡지는 죽지

않는다고 E앤했다. 너무 많은 매체가 있어서 선택할 게 많을뿐 죽는 건 아니라고. 독립 잡

지에 대한우려는 있다. 그가밀했다. “저 잡지가 남아 있어야 할 텐데 .... " •

다. 폐간에 놀란 게 아니라 잡지가 여태껏 있었 플랫폼이나 매개‘(미디어)는 없다 그것은 미디

나 싶어서 당황했다. 이제는 잡지가 있었는지 어의 역사. 나아가 문화사의 법칙이다. 그러니

도모를정도로존재감이 없어지면 어체나히는 잡지스러운 것도 끝없이 모양을 바꾸고 다른

두려웅이 있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자리매김 매개회를 겪을 것이다. 그 작용은 인간의 언어

하기는 어렵다. 천정환교수는 말했다. ‘ 영원한 와교통이 있는한영원할것이다 .

SISAIN 201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