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섬글로벌에코투어 - 한라일보pdf.ihalla.com/sectionpdf/20180712-75941.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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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한참이나 퍼붓던 빗줄기가 좀처럼 그치 지 않더니 오전 6시 25분 결국 호우경보가 발령 됐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집결 시간 8시가 되자 버스 안은 우산과 비옷으로 무 장한 탐방객들로 이내 꽉 찼다. 날씨 때문에 참 석 인원이 적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네 번째 2018 제주섬 글 로벌 에코투어 여정(산록도로~궷물오름~족 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 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은 산록도로를 출발 해 나란히 붙어있어 형제오름이라고도 불리는 노꼬메오름을 지나 다시 산록도로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땅이 미 끄럽자 출발 전 탐방객들은 혹여 누군가 다칠세 라 모두 안전한 산행을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간단히 몸을 풀고 궷물오름 입구로 들어서자 빗물을 머금어 더 진해진 흙내음과 알싸한 제피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궷물오름은 오름 동쪽 굼부리(분화구)에 궷물 이라는 샘 이 솟아난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남동 쪽으로는 큰노꼬메오름이, 동남쪽으로는 족은 노꼬메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오름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 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기 핀 수국은 산수국이라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도채비꽃이라고도 불립니다. 지금이 산수국이 절정인 계절인데 토양이 산성일 경우 파란색, 알칼리성일 경우 붉은색을 띱니다. 헛꽃 에도 꽃이 피는 게 특징인 탐라산수국은 제주가 자생지 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그 빛깔이 예 뻐선지 수국을 장식한 결혼식장도 많은데 수국 의 꽃말은 변하는 사랑 입니다. 멋모르고 장식 해선 안 되겠죠 라며 농섞인 말도 건넨다. 파스텔톤 은은한 수국빛에 취해 얼마간 걷다 보니 이번엔 영롱한 붉은빛을 발하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탐방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딸기를 한 줌씩 따서 입에 넣는다. 빗 물에 씻겨 그 달달함이 조금은 덜 했지만 입안 가득 싱그런 자연의 향이 기분 좋게 스며든다. 몇몇 중년 탐방객은 어릴 때는 이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손끝이 빨갛게 물들 만큼 따먹고는 했었는데… 라며 잠시 추억을 곱씹어보기도 했 다. 이 외에도 걸음걸음마다 만나는 멍석딸기, 옥잠난초, 뽕나무, 사람주나무, 아그배나무 등이 탐방객의 지친 발걸음을 독려했다. 긴 등산로를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탐방객 모두는 옹기종기 둘러 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고사리밭을 지나 큰노꼬메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 소장은 애월 읍에만 40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제주지역 읍면 지역 가운데 가장 오름이 많은 곳이 바로 애월 이라며 큰노꼬메를 오르는 계단이 조금 가 파르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적게 걸립니다. 내려가는 길에 분화구로 들어서면 바람이 불어 시원하니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고 말하며 기 운을 북돋웠다. 노꼬메오름은 화산지형의 특징 을 잘 나타내는 오름으로 노꼬메오름 일대의 식 생은 122과 496종이 분포하고 있다. 에코투어에 처음 참가했다는 제주시 노형동 김희복(50 여)씨는 에코투어가 아니면 언제 비 오는 오름을 걸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었다 아무나 느껴볼 수 없는 비오는 오름의 매력에 흠뻑 취한 날이었다 고 만족감을 나타 냈다. 김씨는 이어 앞장서서 걷는 이가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나 철망 등을 잡아주며 뒤에 걷 는 탐방객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깊 었다 덕분에 궂은 날씨에도 기분 좋게 산행 할 수 있었다 고 덧붙였다. 한 탐방객은 이날 에코투어에 참여한 소감을 사무엘 울만의 청춘 이란 시로 대신했다. 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 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 오르는 정열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아마도 빗속에서 서 로를 의지하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일정을 끝마친 탐방객 모두가 이날만은 나이에 상관없 이 모두 빛나는 청춘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 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한편 오는 14일 진행되는 제5차 에코투어는 산록도로~색달쓰레기매립장~색달천~한라산 둘레길~돌오름길~나인브릿지숲길~서영아리 습지~서영아리 정상~임도~옛 색달쓰레기매립 장 코스에서 진행된다. 손정경기자 [email protected] 2018년 7월 12일 목요일 7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자연에 빠져 들다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산록도~궷물오름~족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음천~고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수국 박쥐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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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밤에 한참이나 퍼붓던 빗줄기가 좀처럼 그치

    지 않더니 오전 6시 25분 결국 호우경보가 발령

    됐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집결

    시간 8시가 되자 버스 안은 우산과 비옷으로 무

    장한 탐방객들로 이내 꽉 찼다. 날씨 때문에 참

    석 인원이 적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네 번째 2018 제주섬 글

    로벌 에코투어 의 여정(산록도로~궷물오름~족

    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

    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은 산록도로를 출발

    해 나란히 붙어있어 형제오름이라고도 불리는

    노꼬메오름을 지나 다시 산록도로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땅이 미

    끄럽자 출발 전 탐방객들은 혹여 누군가 다칠세

    라 모두 안전한 산행을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간단히 몸을 풀고 궷물오름 입구로 들어서자

    빗물을 머금어 더 진해진 흙내음과 알싸한 제피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궷물오름은

    오름 동쪽 굼부리(분화구)에 궷물 이라는 샘

    이 솟아난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남동

    쪽으로는 큰노꼬메오름이, 동남쪽으로는 족은

    노꼬메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오름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

    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기 핀 수국은 산수국이라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도채비꽃이라고도 불립니다. 지금이

    산수국이 절정인 계절인데 토양이 산성일 경우

    파란색, 알칼리성일 경우 붉은색을 띱니다. 헛꽃

    에도 꽃이 피는 게 특징인 탐라산수국은 제주가

    자생지 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그 빛깔이 예

    뻐선지 수국을 장식한 결혼식장도 많은데 수국

    의 꽃말은 변하는 사랑 입니다. 멋모르고 장식

    해선 안 되겠죠 라며 농섞인 말도 건넨다.

    파스텔톤 은은한 수국빛에 취해 얼마간 걷다

    보니 이번엔 영롱한 붉은빛을 발하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탐방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딸기를 한 줌씩 따서 입에 넣는다. 빗

    물에 씻겨 그 달달함이 조금은 덜 했지만 입안

    가득 싱그런 자연의 향이 기분 좋게 스며든다.

    몇몇 중년 탐방객은 어릴 때는 이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손끝이 빨갛게 물들 만큼 따먹고는

    했었는데… 라며 잠시 추억을 곱씹어보기도 했

    다. 이 외에도 걸음걸음마다 만나는 멍석딸기,

    옥잠난초, 뽕나무, 사람주나무, 아그배나무 등이

    탐방객의 지친 발걸음을 독려했다.

    긴 등산로를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탐방객 모두는 옹기종기 둘러

    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고사리밭을 지나

    큰노꼬메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 소장은 애월

    읍에만 40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제주지역 읍면

    지역 가운데 가장 오름이 많은 곳이 바로 애월

    읍 이라며 큰노꼬메를 오르는 계단이 조금 가

    파르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적게 걸립니다.

    내려가는 길에 분화구로 들어서면 바람이 불어

    시원하니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고 말하며 기

    운을 북돋웠다. 노꼬메오름은 화산지형의 특징

    을 잘 나타내는 오름으로 노꼬메오름 일대의 식

    생은 122과 496종이 분포하고 있다.

    에코투어에 처음 참가했다는 제주시 노형동

    김희복(50 여)씨는 에코투어가 아니면 언제

    비 오는 오름을 걸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었다 며 아무나 느껴볼 수 없는 비오는 오름의

    매력에 흠뻑 취한 날이었다 고 만족감을 나타

    냈다. 김씨는 이어 앞장서서 걷는 이가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나 철망 등을 잡아주며 뒤에 걷

    는 탐방객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깊

    었다 며 덕분에 궂은 날씨에도 기분 좋게 산행

    할 수 있었다 고 덧붙였다.

    한 탐방객은 이날 에코투어에 참여한 소감을

    사무엘 울만의 청춘 이란 시로 대신했다. 청

    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

    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

    오르는 정열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아마도 빗속에서 서

    로를 의지하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일정을

    끝마친 탐방객 모두가 이날만은 나이에 상관없

    이 모두 빛나는 청춘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

    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한편 오는 14일 진행되는 제5차 에코투어는

    산록도로~색달쓰레기매립장~색달천~한라산

    둘레길~돌오름길~나인브릿지숲길~서영아리

    습지~서영아리 정상~임도~옛 색달쓰레기매립

    장 코스에서 진행된다.

    손정경기자 [email protected]

    기 획 2018년 7월 12일 목요일 7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자연에 빠져들다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산록도로~궷물오름~족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

    수국 박쥐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