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korea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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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zed&confused korea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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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Insider

왼쪽 페이지_코트, 팬츠, 레더

부츠는 모두 RICK OWENS,

링은 모두 GOLDEN CHIX.

오른쪽 페이지_롱코트는

RICK OWENS.

OffbeatHumor배우 김지훈의 취향.

photographer suk-mu yuneditor bo-young bae

배우 김지훈은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로 앤 드뮐미스터

(Ann Demeulemeester)와 릭 오웬스(Rick Owens)를

꼽았다. 드라마와 방송에서 늘 진지하고, 친절한 이미지를

보여온 김지훈에게 악동과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한

두 브랜드의 이미지가 쉽게 합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지한 남자 배우에게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입히면 의상의 기괴한 느낌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

이번 시즌의 공통적인 패션 트렌드인 ‘미니멀’ 때문인지,

앤 드뮐미스터와 릭 오웬스 역시 많이 차분해졌다.

그렇지만 기존의 감성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릭 오웬스의 이불을 두른 것 같은 느낌의 코트, 종이 접기를

보는 듯한 형태의 재킷, 깔때기 모양의 칼라가 달린 코트와

앤 드뮐미스터의 가죽 액세서리 등은 보는 것도 그렇지만,

착용하는 것도 난해했다.

김지훈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스스로 헤어스타일을

제안했고, 옷을 입고 이렇게 저렇게 스타일링을 달리하며

연구했다. 그는 평소에도 릭 오웬스의 헐렁한 배기 팬츠와

앤 드뮐미스터의 부츠를 즐겨 신는다.

“남들이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좋아해요. 그러다

작년 말부터 빠지게 됐죠. 릭 오웬스와 앤 드뮐미스터는

뭔가 코드가 통해요. 대중적이지 않고, 디자인이

독특한 게 다가 아니에요. 어쨌거나, 의상은 입었을 때

멋이 나야 하는데, 이 옷들이 그래요. 니트나 가죽 등

소재도 훌륭하고요. 컬렉션이나, 오늘 촬영 때문에 입은

의상들처럼 난해한 디자인 말고, 얌전한 옷도 많이 있어요.

오늘 촬영 때도 그런 옷을 입었으면 좀 더 제 옷 같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단순한 저지

티셔츠라도 이 두 브랜드의 옷과 또 다른 브랜드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중독이 되죠. 제 또래의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이렇게 커다란 바지에 치마 같은

장식을 두른 저를 보고 놀리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하죠. ‘니들이 패션을 알아?’ 하하.”

알고 보니 그는 TV에서 보는 것과 달리 꽤 장난스럽고,

악동적인 성향을 가졌다. 게다가, 그의 입술은 큐피드의

활처럼 생겼다. 웃을 때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올라가

장난꾸러기 같은데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니. 그가

그동안 연기를 정말 잘 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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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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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지_케이프는 ANN

DEMEULEMEESTER, 팬츠와

부츠는 RICK OWENS.

오른쪽 페이지_저지 티셔츠,

레더 끈 장식은 모두 ANN

DEMEULEMEESTER,

팬츠는 HENRIK VIBSKOV

by ADDICTED, 링은 모두

GOLDEN CHIX.

hair GUN-HYUNG at

SOONSOO

make up HYE-RANG BAE

fashion assistant JI-HO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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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출신의 아티스트 아그니에즈카 쿠란트와 건축가

알렉산드라 바실코브스카가 야심차게 기획한 설치물을

선보인다. 올해 베니스 건축물 비엔날레의 폴란드관에

출품하는 <비상구(Emergency Exit)>가 그것이다.

쿠란트와 바실코브스카는 2007년 레바논 출신의 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만든 신조어, ‘블랙스완 이론’

(예측이나 예상 못한 ‘흔치 않은’ 사건들이 강력한 충격을

안겨준다는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이 ‘허구적인 도심

스포츠’라고 부르는 것을 폴란드관 전시를 위해 고안했다.

바르샤바 중심가의 노화된 스키 점프대의 일부를 기반으로

스키 점프대를 닮은, 구름을 내려다보는 대형 구조물을 세운

것. 두 사람은 이 전시관을 통해 관람객들이 두려움과 억압을

털어버리고 구조물에 올라가 뛰어내리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뭉게구름 아래엔 매트리스가 숨어 있어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편안하게 착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뛰어내리는 행위의 불안전성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예술과 건축물의 형식과

의미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게 되면 어떨까’ 하는 우리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도시 거주자들의 상호 보완적이고 모순된

욕구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 가지 욕구는 안전과 치안이고 또

다른 욕구는 야생성과 즉흥성이다” 바실코브스카의 설명이다.

“우리는 또한 건축물의 일방적인 체계를 깨트릴 무언가를

도입하고 다른 나라의 전시관에 주로 전시될 실물 크기

모형이나 미니어처, 영상들과는 다른, 직접적인 경험을 담고

싶었다.” 쿠란트가 덧붙여 말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념은, 화려한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뭔가를 건설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면서 저절로 뼈와 살이 붙는 이야기들,

비엔날레 특유의 신화가 될 이야기들을 만들 설치물을

끌어낼 것이다. “작은 사건들이 사회, 경제, 정치 등 복잡한

시스템에 아주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흔치 않은 사건들이 소문이나 도심의

전설이 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바실코브스카가

설명한다. “우리는 논리를 깨고, 혼란을 부추기고, 사람들이

비엔날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들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바꿔놓고 싶다. 관람객들이 우리

폴란드관에서는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에 대해 도처에서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싶다.”

<비상구(Emergency Exit)>는 두 아티스트가 ‘세속적인

도시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안을 제공한다.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도시 생활과 관련한 일반적인

규칙들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종종

엄격히 통제되는 상황에서, 예상할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를

제공한다. 위험이 주는 전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WILLIAM OLIVER

Eye Spy

설치

작품

<비

상구

>의

영감

을 준

바르

샤바

의 낡

은 스

키점

프대

두려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과 예술.

EmergencyExit

DAZED1P(230x300.indd 1 2010.9.15 6:18: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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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p Box

AR

TWO

RK

이자

A Massive Rock

젊은 회화 작가가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대중의

수준을 따라갈 생각이 없다고. 그건 하향평준화라고.

한 음악평론가는 사석에서 말했다. 멍청한 대중 때문에

음악이 이 따위라고. 솔직히… 대중의 수준이 높진 않다.

그래서 웃기지 말라고 따지고 들 수가 없다. 미술, 음악뿐

아니라 책(문학이라고 하면 한정적이니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가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편의상

8월의 목록에 한정해서 보자. 변동이 거의 없다. 첫째 주에

종합베스트셀러 부문 2위였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는

무엇인가>가 1위로 올라선 것 정도. 익숙한 이름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어령, 박완서, 황석영, 신경숙, 김영하.

상위 20위 안에는 늘 토익 책을 비롯한 영어 관련 서적이

3~4권 들어 있다. 문학부문 베스트셀러엔 박완서, 황석영,

신경숙, 김영하 외에 한국 문학 작가로는 하성란 정도가

더 있다. 드라마에 힘입어 정은궐의 책이 무려 네 권이나

(성균관 유생의 나날 1.2,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2)

순위에 들었다. 드라마 하나에 좌지우지될 만큼 독서

시장의 저변이 형편없다. 극단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슨 책이 좋은지, 어떤 작가가

있고, 어떤 작가의 책이 읽을 만한지 모른다. 그러니 만날

고르는 게 하루키나 신경숙이지.

하루키가 멋진 작가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고, 신경숙이

능히 대한민국을 대표하고도 남을 작가라는 사실은, 정말

사실이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풍금이 있던 자리>,

<바이올렛>, <외딴방>… 신경숙이라는 일가(一家)

는 탄탄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좋은 작가가

신경숙만 있는 건 아니다. 이어령, 박완서, 황석영,

김영하만이 좋은 작가는 아니다.

출판 전문가들이나 북칼럼니스트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독자들이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명성을

믿고 책을 사는 게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말이다. 안정적인

선택 맞다. 명성을 거저 쌓은 게 아니니까. 독자들에게

작가의 언어를 읽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작가를 읽는

것이니까. 박완서, 황석영 정도는 읽어야 문화인이라고

믿으니까. 다시 생각해보자. 독자들은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유명 작가의 책을 산 걸까? 비교 대상이

있었을까? 이를테면 김태용의 <숨김없이 남김없이>

와 황석영의 <강남몽>을 나란히 들고 ‘안정적인’

작품을 고르기 위해, 작가의 명성에 근거해 <강남몽>

을 골랐을까? 이 경우, 그들이라는 대중이 김태용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을 확률은 너무 높다. 지금 대한민국 문학

신에서 김태용, 한유주를 비롯한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작가를

모른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가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중이 안정을 좇았다는 진단은 일리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게 흠은 아니다. ‘모른다’는 표현 자체가

옳지 않다.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누군가가 미술에

대해선 많이 알지만, 그런 면에서 미술에 관해선 대중보다

수준이 높지만, 음악에 관해선 혹은 문학에 관해선 싸잡아

‘대중’일 수 있다. 결국 누구라도 어떤 부분에 대해선

대중적이다. 하향평준화를 입에 담은 작가 청년도, 고민

많은 평론가도, 그들 역시 대중이라고 취급당할 지점을

갖고 있다. 다만 그들이 혹은 ‘당신’이라는 어떤 주체가

스스로 대중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들도 당신도 수준 낮은 한 부류로 취급당하지

않을 확률 역시 높다. 적어도 그들과 당신은 대중적인 것,

다수가 따르는 것이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편리함에

현혹되지 않는 자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흠은 아니다. 자랑도 아니다. 대중이 문화를

저급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인식은 화나지만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진단을 마구 내리는 건방진 것들에게, 네들

역시 대중이라고 말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중은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단어는

존재하나 실체는 모호하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이 모호한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문화 수준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대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국가나 시간 같은 것.

전체주의적인 접근 방식 아니냐고 한다면, 맞다고 하겠다.

대중이란 단어가 이미 전체주의적이다. 대중은 비난할 수

있는 속성의 것이 아니다. 비난은 지칭하는 것이 명징할

때만 의미 있다. 대중이란 단어를 꺼내는 순간부터 모든

문제는 미궁에 빠진다.

집단에겐 기대할 게 없다. 스스로 대중보다 수준 높다고

생각하는 회화 작가처럼, 대중의 무지몽매함과 한국 음악의

앞날을 걱정하던 음악 평론가처럼, 김태용과 한유주도

모를 거라고 막말하는 에디터처럼… 당신이 공부를 해야

한다. 보고 듣고 읽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문화를 내밀하게

향유하고 즐겨야 한다. 당신만이라도, 고작 대중에게나

무시당하는 대중이 되지 말자. 무시하는 대중만큼

무시당하는 대중도 후지다.

EDITOR 이우성

‘대중’이 ‘수준 낮은 사람들’과 동일해졌다. 하지만 대중이 아닌 사람은 없다. 똑똑한 대중도 멍청한 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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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

IGN

이주

승 P

HO

GO

GRA

PHER

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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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freezes over in winter북극까지 점령할 샤넬의 겨울.

PHOTOGRAPHER JI-YA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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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상은 CHANEL 2010 F/W

COLLECTIONS.

editor SEUNG-HYO NOH

hair YOUNG-EN KWON

make-up MI-YOUNG OH

model HUN-YI LEE, SE-RA

PARK

fashion assistant JI-HO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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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빙산 주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조 모피를 입은 여인이 걸어 나왔다. 2010 F/W 샤넬 컬렉션의 한 장면이다. 극지방을 연상시키는 캣워크를 만들기 위해 백스테이지는 그 어느때보다 더 뜨거웠다.

PHOTOGRAPHER B.PEVERELLI

back to the backstage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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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있는 포즈의 칼 라거펠트와 샤넬의 얼음공주 아비 리(Abbey Lee), 말레나 쇼카(Marlena Szoka)가 나란히 섰다.

샤넬 F/W 컬렉션을 대표하는 인조 모피 백과 부츠가 돋보인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샤넬의 에센셜

룩을 입은 모델 프리다 크롤린(Frida

Croline), 한나 가비(Hanne Gaby),

시그리드 아그렌(Sigrid Agren),

안나 마리아 우라제브스카야 (Anna

Mariya Urazhevskaya).

editor JI-HONG KIM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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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16

얼음 조각을 연상시키는 ‘온 더 록스(On

The Rocks)’ 클러치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델. 그녀가 착용한 크리스털과 메탈 소재의

네크리스는 북극의 날카로운 빙산 조각을

떠오르게 한다.

샤넬의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모델

시리 톨레로드(Siri Tollerod)의

모습이 등 뒤로 비치는 빛만큼이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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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흰색 체크 드레스를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는 모델 라라 스톤(Lala Stone). 손에 든

흰색 가방은 ‘블리자드(Blizzard)’다.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는 모델

페트리샤 슈미드(Patricia Sch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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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nd fatale초현실적인 젊음을 맞이한 샤넬.

PHOTOGRAPHER JANG-HYUN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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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퍼가 섞인 팬츠, 가죽

부츠와 뱅글은 모두 CHANEL.

프린트 재킷은 ULTRA CHIC,

스트랩 스윔수트는 AGENT

PROVOCAT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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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재킷은 JEREMY SCOTT,

트위드 원피스와 퍼 부츠,네크리스

는 모두 CHANEL, 가죽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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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메시 홀터 톱은

ALEXANDER WANG, 포켓

벨트는 JUNYA WATANABE,

퍼 팬츠와 퍼 부츠, 뱅글, 가죽과

퍼가 섞인 백은 모두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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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슬리브리스 드레스 셔츠와

검은색 실크 타이, 트위드 니트

스커트는 모두 CHANEL, 비즈와

크리스털 장식의 재킷은 JOHN

GALL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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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재킷과 크리스털 네크리스,

브레이슬릿과 링은 모두

CHANEL, 톱과 데님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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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 재킷, 크리스털 참

브레이스릿은 모두 CHANEL,

보디 수트는 VERSACE, 크로셰

장식의 팬츠는 RODARTE.

stylist SEUNG-HO YANG,

HAN-HEE KYE

3d works EARTH DESIGN

WORKS

model MI-JUNG KIM

hair JI-SUN HAN

make-up HEA-RY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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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

GN

김지

Page 27: dazed korea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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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수가 그동안 보여준 음산하고 어두운 얼굴은 다 거짓말이었다.싱그러운 얼굴의, 말끝마다 수줍게 웃는, 심야 라디오 DJ 같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연기가 거짓말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그는 기대 이상이다. 그래서 배우가 됐다.

PHOTOGRAPHER SUK-MU YUN

WHAT HE WANTS TO

ACT?

의상은 COMME DES

GARCONS HOMME PLUS.

location at

COMME DES GARCON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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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의상은 COMME DES

GARCONS HOMME PLUS.

location at

COMME DES GARCONS KOREA

Page 29: dazed korea vol.30

163

인터뷰를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요?

멋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요. 질문에 맞춰서 제 자신을 재단하고 정의하는 게 좀

어려워요. 사람들이 저를 판단하게 되니까.

보이는 건 ‘음울한’, ‘쎈’ 기운인데, 의외로 반전이 있는 성격일 것 같아요.

반전까지는 아니고, 낯을 많이 가려요. 그렇다고 세거나 센티멘털한 성격도 아니에요.

조용해요, 그냥. 친구들이랑 있으면 장난치고 떠들고 잘 놀고.

제가 편견이 있었나 봐요.

워낙 독특한 화보를 많이 찍어서. 저를 데려다가 모험을 하잖아요. 좀 불만이에요. 흐흐.

다른 사람 시선이나 하는 말에 별로 신경 안쓰죠?

굳이 대답하자면, 남을 엄청 신경 쓰지는 않아요.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해요.

직업상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려고 하죠. 모델이든, 배우든 보이는 게 전부인 직업이니까.

그래도 항상 제 생각이 우선이에요.

그게 ‘겉멋’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직업 자체도 특수하고, 인기는 점점 많아지니까 없던

‘겉멋’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러지 않기 위해 뭔가를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겉멋 들지 말아야지, 그러기 위해서 뭘 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하고요. 알아보는

사람은 점점 많이 생기고, 저는 낯을 심하게 가리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성격 자체가 겉멋 같은 건 부릴 수 없는 스타일인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선입견을 갖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제가 모델이고, 늘 만들어진 이미지로 보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이미지는 자기가

가진 무엇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냥 저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그 사람 취향이구나,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 취향이구나,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여기 오는데 누가 귀띔해주더라고요. 이혁수가 20대 초반 여자들한테 인기가 정말 많다고.

그래요? 아직 저를 잘 모르던데? 영화 촬영 때문에 남해에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차 앞에 서

있으면 20대 초반 여자들이 와서 물어봐요. “영화 촬영해요? 누가 나와요? 주연 배우가

누구예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앞에서 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신인배우래요”라고 말해준 적도 있어요.

그토록 원하던 배우가 됐어요. 기분이 어때요?

기분 좋아요. 스크린에서 제 연기를 보는 건 민망한데, 그래도 뭔가 한 단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되게 좋아요.

왜 그렇게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딱히 이유는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그냥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아빠랑 막 비디오가게 가서 비디오 빌려보고 극장에도 자주

갔었어요.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게 이유겠죠?

영화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른 일도 많잖아요.

사실 영화 공부도 하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연기도 늦게 시작하고 싶었고요. 경험도 더 쌓고

공부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우연찮게 좋은 기회가 빨리 와서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엔 영화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옆에서 보니까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똑똑해야 하고, 자기 색깔도 분명해야 하고, 공부도 엄청 많이 해야 하고….

이제 ‘연출하고 싶어요’라는 말은 못할 거 같아요.

영화 얘기만 계속 하고 싶죠?

네…. 흐흐.

<이파네마 소년>은 어떻게 찍게 됐어요?

어느 날 자고 있는데 매니저가 시나리오를 갖다 줬어요. 읽다가 잠들었는데, 일어나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은 거예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 만나고, 하기로 했죠.

사실 감독님은 저한테 훨씬 전에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왜요? 감독님이 이혁수한테서 뭘 봤을까요?

<이파네마 소년>의 주인공이 소년이잖아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어디선가 제 사진을 보시고

본인이 딱 원하는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저를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셨대요. 사실 제가 ‘소년’ 이미지로 화보를 찍은 적은 별로 없는데….

촬영 재밌었어요?

사실 <이파네마 소년>이 상업 영화가 아니다보니까 어려운 상황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굉장히 행복했어요. 전혀 안 힘들었어요. 막 뛰어다니면서 찍었어요.

다음에 해보고 싶은 연기는 뭐예요?

아직 그런 생각을 할 단계는 아닌데…. 하고 싶은 연기라기보다 출연하고 싶은 영화는 있어요.

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 영화가 없었잖아요. <트레인스 포팅>

이나 <벨벳 골드마인>을 봤을 때 저는 그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그때 젊은이들의 감성이

이해됐어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주어진다면

출연하고 싶어요.

이건 진짜 잘 못할 것 같다, 는 연기는요?

로맨스?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 이번 영화에서도 상대 배우랑 친해지는 데 되게 오래

걸렸어요.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가 오히려 더 편할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은 한 인간을 성장시키잖아요. 영화를 통해 이혁수는 어떤 성장을 했을까요?

계획 없이 막연하게 ‘배우’를 꿈꿨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알게 된 것이 참 많아요. 하나를

꼽자면,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이혁수’에게 유독 더 필요한 건 뭘까요?

무언가를,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경험? <이파네마 소년>도 제 여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해가 잘 안 됐을 거예요. 제가 사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와 닿고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저한테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유학생 친구가 많은데요. 가끔 외국에 놀러 가면 걔네들 기숙사에서 먹고 자거든요. 그

생활이 너무 부러워요.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과제 하고 친구들이랑 놀고…. 런던에서

패션 공부하는 친구 학교에 따라 가본 적이 있는데 재봉틀 하나씩 들고 자기들끼리 토론하는

모습이나 밤새 공부하는 모습도 좋아 보였어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늦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군대도 가야 하고, 연기도 시작했고, 막상 가려니까 두렵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요.

배우의 맛을 봤으니 새로운 꿈이 또 생겼겠죠?

하고 싶은 일이 되게 많아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있는 돈과 시간, 능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잘됐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일이 뭔데요?

여행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옷도 너무 좋아하고…. 요즘엔 옷을 많이 안 사요. 너무 비싸니까.

돈 많으면 진짜 잘 입을 수 있는데. 아! 꿈은 이거예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영화 세 편 찍기.

그 꿈이 언제쯤 이뤄질까요?

글쎄요. 한 50살 넘었을 때? 책상 위에 제 영화 DVD를 딱 3편만 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고 있으면 기분 진짜 기분 좋을 것 같아요.

50세 넘은 이혁수의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돼요.

서서히 늙어가고 있겠죠. 아. 요즘 너무 ‘급’ 늙은 것 같아요. 주름도 생기고.

누나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아…. 흐흐.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다음 스케줄 늦었죠? 얼른 가요.

근데 감독님이 영화 11월 4일에 개봉하는 거 꼭 말하랬는데….

EDITOR 류진

Page 30: dazed korea vol.30

164

의상은 JUNYA WATANABE.

location at

COMME DES GARCONS KOREA

Page 31: dazed korea vol.30

165셔츠, 베스트, 재킷은 모두 LANVIN BY MUE.

Page 32: dazed korea vol.30

166

재킷은 BURBERRY PRORSUM,

티셔츠는 LANVIN BY TOM

GREYHOUND DOWNSTAIRS, 팬츠는

BURBERRY PRORSOM.

Page 33: dazed korea vol.30

167

재킷은 RICK OWENS, 티셔츠는 LANVIN BY

TOM GREYHOUND DOWNSTAIRS, 팬츠는

BURBERRY PRORSUM, 스카프는 HERMES.

editor SEUNG-HYO NOH

hair YOUNG-EN KWON

make up JO-YEN WON

fashion assisatant JI-HOI KIM

Page 34: dazed korea vol.30

168

TINO SEHGAL <THIS IS NEW> 2003 PRIVATE COLLECTION, SEOUL WILLEM DE ROOIJ <BOUQUET VII> 2010 INSTALLATION AT SEOUL MUSEUM OF ART WILLEM DE ROOIJ <ORANGE> 2004 INSTALLATION VIEW AT BASIS VOOR ACTUELE KUNST, UTRECHT, 2004 COURTESY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BERLIN SARAH MORRIS <BEIJING> 2008 ALLAN SEKULA <MOTHER AND CHILD, “TASTE OF POLONIA” FESTIVAL, CHICAGO, SEPTEMBER> 2007 2009 COMMISSIONED BY RENAISSANCE SOCIETY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AND ZACHETA NATIONAL GALLERY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CHRISTOPHER GRIMES GALLERY, SANTA MONICA NASRIN TABATABAI & BABAK AFRASSIABI <SATELLITE, AS LONG AS IT IS AIMING AT THE SKY> NOH SUNTAG <THE STRANGE BALL> 2006 JUDY RADUL <COURT THEATRE: TRIALS OF THE SOLDIER WHO PLEADED GUILTY AND THE ACCUSED FORMER 21ST PRESIDENT OF THE REPUBLIC> 2009 COUTESY MORRIS AND HELEN BELKIN GALLERY AND CATRIONA JEFFRIES GALLERY KOIZUMI MEIRO <VIDEO I: UNTITLED> 2000 WALID RAAD <HOSTAGE: THE BACHAR TAPES 2000/2002 COURTESY PAULA COOPE GALLERY, NEW YORK WALID RAAD <I ONLY WISH THAT I COULD WEEP> 2002/2001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YAEL BARTANA <MARY KOSZMARY> 2007 COURTESY ANNET GELINK GALLEY, AMSTERDAM AND FOKSAL GALLERY FOUNDATION, WARSAW PARK CHANKYONG <SINDOAN> 2008 MIKI KRATSMAN <TARGETED KILLING> 2010 XIJING MEN <CHAPTER 4: I LOVE XIJING—THE DAILY LIFE OF XIJING PRESIDENT> 2009 IZUMI TARO <STEAK HOUSE> 2009 ANNETTE KELM <PREFABRICATED COPPER HOUSES HAIFA, ISRAEL> 1933-1935 COURTESY JOHANN KOINIG, BERLIN DEIMANTAS NARKEVIIUS <DER KOPF(THE HEAD)> 2007 COURTESY JAN MOT ZIAD ANTAR <TERRES DE POMME DE TERRE> 2009 CATHERINE OPIE <UNTITLED #1> 2009 COURTESY REGEN PROJECTS LOS ANGELES YANGACHI <BRIGHT DOVE HYUNSOOKLEAVE> 2010 TOBIAS ZIELONY <LE VELE DI SCAMPIA> 2009 COURTESY TOBIAS ZIELONY, KOCH OBERHUNBER WOLFF TOBIAS ZIELONY <BIG SEXYLAND> COURTESY TOBIAS ZIELONY, KOCH OBERHUNBER WOLFF SUNG HWAN KIM <WASHING BRAIN AND CORN> 2010 COURTESY THE ARTIST RINER GANAHL <I ATE KARL MARX> 2010 COURTESY ELAINE LEVY PROJECTS, BRUSSELS; ALEX ZACHARY, NEW YORK; FRUIT AND FLOWER DELI, STOCKHOLM ANTONIO CABALLERO <VEONICA CASTRO Y JACK GILBET, FOTONOVELA PARA LA REVISTA CAPROCHO, CA> 1970 GALERIE POLARIS JULIKA RUDELIUS <FOREVER> 2006 COURTESY THE ARTIST CHRISTODOULOS PANAYIOTOU <I LAND> 2010 COURTESY THE ARTIST AND RODEO, ISTANBUL ADRIÀ JULIÀ <NOTES ON THE MISSING OH> 2009-2010 JIMMIE DURHAM <THE PURSUIT OF HAPPINESS> 2003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MICHEL REIN, PARIS MANON DE BOER <ATTICA> 2008 COURTESY JAN MOT SHILPA GUPTA <SINGING CLOUD> 2008-2009 DO HO SUH <WHO AM WE?: UNI-FACE> 1996~2010 ABRAHAM CRUZVILLEGAS <AUTOCONSTRUCCIÓN: A DIALOGUE BETWEEN ÁNGELES FUENTES AND ROGELIO CRUZVILLEGAS> 2009 COURTESY THE ARTIST AND KURIMANZUTTO, MEXICO CITY MARK BRADFORD <BEAD AND CIRCUSES> 2007 COURTESY SIKKEMA JENKINS & CO,.NEW YORK KIM BEOM <UNTITLED (NEWS)> 2002 XIJING MEN <CHAPTER 1: DO YOU KNOW XIJING?_HAINAN ISLAND: AN OLD MAN AND HIS DOG> 2007 TU ANDREW NGUY <HIP-HOP HISTORY SAMPLING HIP-HOP HISTORY: THE RED REMIX> 2008 CHO DUCK HYUN <HERSTORY MUSEUM PROJECT> 2010 VOICE INSTALLATION OF 100 WOMEN SIMPSON HALL ERIK VAN LIESHOT <SEX IS SENTIMENTAL> 2009 DOUGLAS GORDON <TRAVAIL WITH MY DONKEYS> 2008 COURTESY STUDIO LOST BUT FOUND APICHATPONG WEERASETHAKUL <NABUA> 2009 MINOUK LIM <THE WEIGHT OF HANDS> 2010 COURTESY THE ARTIST LUCAS BAMBOZZI / CAO GUIMARÃES / BETO MAGALHÃES <O FIM DO SEM FIM(THE END OF ENDLESS)> 2001 JEWYO RHII <LOVE SEAT> 2005 KIM SOUN GUI <LISTEN THE POND> 2010 TAREK ATOUI <RADIO LIBAN> 2010 BLAST THEORY <ULRIKE AND EAMON COMPLIANT VENICE BIENNALE> 2009 COURTESY THE ARTIST DUNCAN SPEAKMAN <AS IF IT WERE THE LAST TIME> 2009 JULIKA RUDELIUS <FOREVER> 2006 COURTESY THE ARTIST CHRISTODOULOS PANAYIOTOU <I LAND> 2010 COURTESY THE ARTIST AND RODEO, ISTANBUL ADRIÀ JULIÀ <NOTES ON THE MISSING OH> 2009-2010 JIMMIE DURHAM <THE PURSUIT OF HAPPINESS> 2003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MICHEL REIN, PARIS MANON DE BOER <ATTICA> 2008 COURTESY JAN MOT SHILPA GUPTA <SINGING CLOUD> 2008-2009 DO HO SUH <WHO AM WE?: UNI-FACE> 1996~2010 ABRAHAM CRUZVILLEGAS <AUTOCONSTRUCCIÓN: A DIALOGUE BETWEEN ÁNGELES FUENTES AND ROGELIO CRUZVILLEGAS> 2009 COURTESY THE ARTIST AND KURIMANZUTTO, MEXICO CITY MARK BRADFORD <BEAD AND CIRCUSES> 2007 COURTESY SIKKEMA JENKINS & CO,.NEW YORK KIM BEOM <UNTITLED (NEWS)> 2002 XIJING MEN <CHAPTER 1: DO YOU KNOW XIJING?_HAINAN ISLAND: AN OLD MAN AND HIS DOG> 2007 TU ANDREW NGUY <HIP-HOP HISTORY SAMPLING HIP-HOP HISTORY: THE RED REMIX> 2008 CHO DUCK HYUN <HERSTORY MUSEUM PROJECT> 2010 VOICE INSTALLATION OF 100 WOMEN SIMPSON HALL ERIK VAN LIESHOT <SEX IS SENTIMENTAL> 2009 DOUGLAS GORDON <TRAVAIL WITH MY DONKEYS> 2008 COURTESY STUDIO LOST BUT FOUND APICHATPONG WEERASETHAKUL <NABUA> 2009 MINOUK LIM <THE WEIGHT OF HANDS> 2010 COURTESY THE ARTIST LUCAS BAMBOZZI / CAO GUIMARÃES / BETO MAGALHÃES <O FIM DO SEM FIM(THE END OF ENDLESS)> 2001 JEWYO RHII <LOVE SEAT> 2005 KIM SOUN GUI <LISTEN THE POND> 2010 TAREK ATOUI <RADIO LIBAN> 2010 BLAST THEORY <ULRIKE AND EAMON COMPLIANT VENICE BIENNALE> 2009 COURTESY THE ARTIST DUNCAN SPEAKMAN <AS IF IT WERE THE LAST TIME> 2009 JULIKA RUDELIUS <FOREVER> 2006 COURTESY THE ARTIST CHRISTODOULOS PANAYIOTOU <I LAND> 2010 COURTESY THE ARTIST AND RODEO, ISTANBUL ADRIÀ JULIÀ <NOTES ON THE MISSING OH> 2009-2010 JIMMIE DURHAM <THE PURSUIT OF HAPPINESS> 2003 MICHEL REIN, PARIS MANON DE BOER <ATTICA> 2008 COURTESY JAN MOT SHILPA GUPTA <SINGING CLOUD> 2008-2009 DO HO SUH <WHO AM WE?: UNI-FACE> 1996~2010 I / CAO GUIMARÃES / BETO MAGALHÃES.

확장된 형태의 미디어는 왜곡되고 불투명한 정보를 퍼뜨린다. 그 속에서 메시지는 수용자에게 제대로 도달할 수 있을까?

지난달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는 일본의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부러워했다. 도요타의 위기로 최악의 경기

불황이 닥친 와중에 옆 동네 오카야마 현에서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도 열렸다. 동시에 개최되는 두 비엔날레에

질투마저 났다. 질투심이 열등감으로 변질될 무렵, 한국에서

열리는 ‘라이벌’ 비엔날레가 생각났다. ‘광주 비엔날레’와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가 그것이다. 두 비엔날레

모두 놓치기 싫었지만 한 쪽만을 선택해야 했다.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는 ‘Be the first to know’ 정신에 입각한

잡지이므로 연륜보다는 패기에 패를 던졌다.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한다는 소식은 결정에 확신을 더했다.

예술 작품이 수용자와 반드시 소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미디어 아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디어 아트는 예술인

동시에 미디어다.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다. 고로 미디어 아트는 수용자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수준을 함부로 격하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대중이 과연 낯설고 난해한 ‘미디어 아트’

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다. 소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도슨트가 없어도 작가의 메시지를 읽을수 있을까?

그에 앞서, ‘미디어 시티 서울 2010’전(展)에 오기는 할까?

의문을 직접 해소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전시회를 탐방했다.

소통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관찰기를

공개한다.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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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 dazed korea vol.30

169

NOH Suntag 노순택_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 1971년 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한다. 한국의 분단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정치적 폭력 상황을 추적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관적인 판단이

드러나는 사진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삶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면서 그 안에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 전달한다.

-

RESPONSE- 노순택의 <얄읏한 공> 시리즈 앞에 서 있는

관람객 김이영(23) 씨와의 인터뷰.

하얀 물체가 무엇으로 보이나?

골프공, 배구공, 달, 잘 깎은 배의 속살,

지구를 감시하는 우주선 같다.

작가의 메시지가 잘 보이나?

다른 난해한 작품에 비해서 작가의 의중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직설적이다.

어떤 메시지를 읽었나?

세계정세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억압받는 건

국가의 지배층이 아니다, 직접적인 피해는

하층에 있는 서민이 겪는다, 미국은 여전히

횡포를 부리고 있다, 등등. 작가의 필터로

거른 메시지가 보였다기보다는 팩트가

그대로 전달된 것 같다.

MESSAGE- 작품에 부치는 노순택의 말.

“시리즈 <얄읏한 공>은 ‘평택 대추리의

너른 들녘에 우뚝 솟은 흰 공 모양의 대형

구조물이 대체 무엇인가’를 추적해가는

과정이다. 앵글에 따라 끊임없이 은폐되고

부각되는 구조물의 정체는 레이돔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성능 레이더다. 한반도의

안보와 국가 정보를 손에 쥐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미국을 상징한다.

미국의 대규모 군사기지

확장 사업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대추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Xijing Men시징맨_ <제 3장 : 웰컴 투 시징-시징 올림픽 In Chapter 3: Welcom to Xijing-Xijing Olympics >1962•1964•1965년 생. 베이징, 서울,

사이타마를 기반으로 활동.

한•중•일 작가 3인방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 ‘서경(西

京)’을 세워 5개의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RESPONSE - <시징맨>의 작품 일부인 의자를 휴게

공간으로 착각하고 앉은 주부 유선미(49)

씨와의 인터뷰.

지금 앉아 있는 의자가 작품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나?

어머나. 진짜?

어디까지가 작품이라고 생각했나?

솔직히 말하면 여기 있는 게 다 작품 같지는

않다. 수박 3통 갖다 놓고 축구공이라고

하고 피망으로 메달을 만들었는데….

유치원생들의 미술 수업에 참관한 느낌이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글쎄. 이런 나라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부정부패도 없고, 싸우는 사람도 없고, 그냥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살 수 있어서 행복할 것

같다. 작가들도 이런 생각 아니었을까?

MESSAGE- 시징맨이 보내는 메시지.

“서경(西京)은 가상의 공간이다.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창조해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 장난스러운 도시는

천진무구하면서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문화와 정치를 풍자하고 전복을

시도했다.”

KOIZUMI Meiro 고이즈미 메이로_ <남자를 위한 멜로드라마 #1 Melodrama for Men #1>1976년 생.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활동.

역사 속에서 국가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격적인 영상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집단과 사회의 폭력성을 발견하고 고발한다.

-

RESPONSE

- 고이즈미 메이로의 작품 앞에서 약 10분간

머무른 대학생 김도희(21) 씨와의 인터뷰.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

난해했다. 도슨트의 해설이 영상물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

원인이 뭘까?

감상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빨리 다음 작품도 봐야 하니까….

이번 ‘미디어 시티 서울 2010’의 주제와는

연결이 되나?

주제가 뭔가?

이곳엔 어떻게 오게 되었나?

학교 과제라서….

MESSAGE- 고이즈미 메이로의 친절한 해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자살 비행을

지휘했던 일본 고위 군인의 할복자살을

보여준다. 자위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로 자살의 전 과정을 중계했다.

남성 안에 내재된 명예욕, 자아도취, 패배감

등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노출함으로써 날것

그대로 노출되는 인간의 초상을 표현했다.”

XIJING MEN, CHAPTER 3: WELCOME TO XIJING—XIJING OLYMPICS, 2008

NOH SUNTAG, THE STRANGE BALL, 2004-2007

KOIZUMI MEIRO, MELODRAMA FOR MEN #1, 2008

Page 36: dazed korea vol.30

170

Yangachi 양아치_ <밝은 비둘기 현숙씨_경성 Bright Dove Hyunsook_Gyeongseong > 1970년 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양아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곡된 현실과

잘못된 권력 구조 등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하고 재구성한다. 영상과 퍼포먼스,

사운드, 사진, 설치 작업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

RESPONSE - 공무원 준비생 김형근(31) 씨와의 인터뷰.

아까부터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던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파악했나?

그게 아니라 너무 웃긴다. 저 비둘기 모자를

쓴 여자의 연기가 대단하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했냐고 물었다.

글쎄, 저 현숙이라는 여주인공이 굉장히

외로워 보인다. 갈 곳 잃은 성북동 비둘기

같다. 차가운 도시에서 부유하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자화상?

그 메시지가 당신에게 어떻게 작용했나?

저 현숙이가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MESSAGE- 양아치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현숙 씨’는

기존의 사회 질서와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다. 자신의 존재를

신뢰하지 않는다. 현숙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가지기보다는 주변부를 맴돌고

구체적인 결과보다는 불확실한 전제에 더

의존하는’ 인물 혹은 상황을 드러내고자

했다.”

‘소통’에 관해 양아치 작가와 나눈 생각들.

‘밝은 비둘기 현숙씨_경성’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다양한 소실점이 가능하며, 다양한

원근법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매개체로

영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영상은 작가의

의도를 읽기에 좋은 선택이다.

다른 미디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방식일까?

본래 ‘밝은 비둘기 현숙씨’는 실시간

퍼포먼스가 적절하다. 그동안 공간에

유효한 방식으로 영상과 설치 등을

선택했는데, 12월에는 실시간 퍼포먼스로

공개할까 한다.

관객의 몇 퍼센트가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한다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반응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읽어내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예를

들면, 비둘기, CCTV, 황금, 울고 있는

자를 작업에 등장시킨 이유를 묻지 않고도

다음 대화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렇다.

‘대중의 이해’ 고려의 대상인가?

‘대중의 이해의 정도’가 고려의 대상이다.

관객이 작품과 소통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작품 너머에 있는 작가와 소통하는 게 옳다.

지속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작업은 지속적인

메시지를 취하지 않는다. 잠시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와

현실을 파편화하여 감상자의 위치와

역할을 이리저리 이동시킨다. 그래서

감상자에게는 시간만 남도록 한다. 물론

손상된 공간의 경험이 오버랩될 것이다.

퍼포먼스 공연(12월 3 ~ 5일, 문래예술공장)

을 준비한다. ‘밝은 비둘기 현숙씨_경성’

이 실시간 퍼포먼스로 보이게 된다. 공연은

CCTV 시스템을 이용한 퍼포먼스로서 세

가지 원근법을 동원한다. 감시자의 시선,

감시받는 자의 시선, 두 시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공연에서 보여질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KIM Beom 김범_ <무제 (뉴스) Untitled(News) > 1963년 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회화, 드로잉, 오브제,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이미지와 개념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작업을

한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관습과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주변을 바라볼 것을

지속적으로 전한다.

-

RESPONSE- 친구들과 예능프로그램을 보듯 즐겁게

작품을 감상하던 대학생 김하람(24) 씨와의

인터뷰.

작품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던데.

뉴스 앵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말들이 신기했다.

하나의 장면이 한 개의

음절이 돼서, 수십 개의

장면으로 한 문장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발화의 느낌도

매우 독특하다.

작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편집하느라 힘들었겠다?

하하. 농담이다.

일반적으로 뉴스는 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지

않나. 그런 미디어를

매개로 작가의 위트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복적

발상이 신선했다.

대학생인가? 전공이 뭔가?

회화를 전공한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 다양한

미디어의 합작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영감을 얻고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됐다.

작가의 메시지, 즉 앵커의

말을 다 들었나?

다 듣진 못하고 중간 중간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머리가 헝클어져 있지만,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다시 단정한 머리 모양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리가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넘어져도 다치치 않고’ 이런

말도 했다.

MESSAGE- 김범의 부연 설명.

“사람들에게 보도되어야 할 뉴스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매체를 통해 세계를

접하는 개인의 반응이 오히려 더 큰 보도

가치가 있다. 실제 뉴스의 영상과 음성을

조작해 실재와 허구, 사회 외 개인의 경계를

허물어트렸다. 세상의 이야기를 선별하고

편집하고 번역하고 비평하는 역할을 하는

보도 매체의 속성 그 자체를 비틀었다.”

KIM BEOM, UNTITLED(NEWS), 2002

YANGACHI, BRIGHT DOVE HYUNSOOK_GYEONGSEONG, 2010

Page 37: dazed korea vol.30

171

Apichatpong WEERASETHAKUL아피찻퐁 위라세타쿤_ <프리미티브 Primitive> 1970년 생, 치앙마이를 기반으로 활동.

빛, 꿈, 영혼 등을 소재로 초현실적주의적인

영상을 만든다. 태국의 암울한 역사와 정치,

여전히 비합리적인 현실 등의 이야기를

판타지 장르의 영화로 표현한다.

-

RESPONSE- 예술가처럼 보이는 대학원생 손민희(27)

씨와의 인터뷰.

아피찻퐁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읽었는가?

지금 이 공간에서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6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재생되는 영상을

한꺼번에 이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감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아는 정도지.

어렴풋이 감지한 그 메시지는 뭔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글쎄. 충분한 시간? 정확한 파악은 중요하지

않다. 감독의 의중과 나의 해석은 달라도

된다. 다만 작품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다. 아티스트는

그 작품을 위해 수십 시간에서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데 관람객이 몇 분, 몇 시간 만에

모든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MESSAGE- 아피찻퐁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

“<프리미티브>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표면상으로는 ‘분미 아저씨’의

환생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지만 그 여정에서

정치적 제약이 심한 태국의 영화 제작 환경,

멸종하고 있는 것들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풀어냈다.”

Jewyo RHII 이주요_ <한강에 누워 Lie on the Han River>1971년 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이주요는 이야기를 이미지로 엮어

아티스트북을 만든다. 책의 내용을 공간

안에 재구성하는 설치 작업도 함께 한다.

약자가 처한 환경에 연민을 가지고 그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작가 특유의 ‘소박한 비결’

을 아티스트북과 설치작업을 통해 꾸준히

드러낸다.

-

RESPONSE

- 하루 종일 이주요 작가의 작품을 지키는

도슨트와의 인터뷰.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반응은 어떤가?

다양하다. 작품을 보러 왔지만 도대체 어느

것이 작품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가장 재미있는 반응은 무엇이었나?

한 관람객이 오브제 중 하나인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다른 관람객이 먼저 온 사람을

보고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촬영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가 내걸린 공간을 기어이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관람객도 있고, 작품

위에 앉아도 된다고 하자 발로 차도 되냐면서

작품을 파손하려는 이도 있었다. 모두 신선한

반응이었다.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이 일치했나?

작가의 의도가 관객의 무반응, 잘못된

반응까지 모두 포용했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일원을 자신의 작품 속 오브제로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빛난 것

같다. 관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여도 그것 자체가 처음부터 작가가 의도한

반응이었으니까.

MESSAGE- 이주요가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한강에 누워>는 주인공이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다.

반자본주의자인 가난한 예술가 커플은 돈 안

드는 데이트 장소인 한강에서 연애를 하다가

겨울이 되자 함께 있을 곳이 없어서 헤어지고

만다. 2년 후 작가는 옛 연인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강 곳곳에 다양한 간이 장치를

설치했다. 이 과정을 영상과 설치물로 재현해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사랑’에 대한 철학을

드러냈다.”

EDITOR 류진

‘미디어 시티 서울 2010’전(展)은 9월 7일부터 11월 17

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역사박물관, 심슨기념관에서 열린다.

www.mediacityseoul.org/2010

JEWYO RHII, LIE ON THE HAN RIVER, 2003-2006

JEWYO RHII, LIE ON THE HAN RIVER, 2003-2006

APICHATPONG WEERASETHAKUL, THE PRIMITIVE PROJECT:NABUA,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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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o n c e w e r e w a r r i o r so n c e w e r e w a r r i o r s

어떤 기준으로 작가들을 선정했나요?

사실 처음엔 제가 알고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먼저 제안했어요. 이번 콘셉트를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요. 또 아티스트를 다양하게 섞고

싶었어요. 젊은 아티스트와 나이가 좀 있는

아티스트, 남자와 여자 이런 식으로요.

거기에다 워홀과 관련 있는 아티스트들을

생각했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수익금이 앤디

워홀 박물관에 기증되기 때문이죠.

왜 많은 사람이 여전히 앤디 워홀에 대해

이야기할까요? 그 이후엔 다른 작가들이

없는 것처럼요.

워홀은 예술의 범위를 확장한 인물이에요.

그 범위가 넓어진 만큼 그에게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 또한 많죠. 어떤 면에서 보면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워홀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죠.

시슬리와의 작업을 준비하면서, 더불어

앤디 워홀을 연상케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배우고

느꼈나요?

아티스트들이 평범하지 않은 매개체에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게 매우

즐거웠어요. 몇몇은 재킷을 캔버스 이상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결코 입을 엄두도 못 내도록

망가뜨리기도 했어요. 그걸 보면서 앤디

워홀이 젊은 아티스트 개개인을 어떻게

지지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작가나 기자들처럼

아티스트들 역시 마감 기한이 정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앤디 워홀이 살아서 이 전시에 직접

참가했다면, 그는 어떤 작품을

선보였을까요? 상상은 자유니까 당신의

상상을 들려줘요.

앤디의 작품 대부분이 재킷과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 해골, 망치와 낫, 달러

사인, 마릴린 먼로, 마오쩌둥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 좋겠어요.

세계의 예술 신에서 팝아트의 기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나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팝아트는 하나의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하게 돼요.

지금 대부분의 예술이 팝아트예요. 지금은 그

이상의 하이 컬처가 없기 때문이죠. 팝아트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어요. 개념적인 부분은

팝이되, 기술적인 측면이나 외형은 또 다르게

또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거죠.

18개의 작품 중에서 당신이 보기에 앤디

워홀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은 뭔가요?

장 필립 델홈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워홀을 미남으로 그려놨거든요. 또

아니면 댄이나 네이트의 그림도 좋아할 것

같아요. 댄과 네이트는 유명한데다 젊고

잘생기기까지 했거든요.

글렌 오브라이언(Glenn O’Brien) 큐레이터

앤디 워홀의 친구였던 글렌 오브라이언은 현재 아티스트, 작가, 저널리스트, DJ로 활동하고

있다. <시슬리 아트프로젝트>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시슬리 아트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협업에 모두 17명의 팝 아티스트들이 참가했다. 재킷은 밀라노 패션 위크 첫날인

9월 22일 공개됐다. 앤디 워홀 박물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한 달 동안 전시됐으며, 곧 경매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전액이 앤디 워홀 박물관에 기증된다. www.dazeddigital.co.kr 에서 18개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이 살아 있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그의 친구들이 시슬리의 모터사이클 가죽 재킷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앤디 워홀에 대해 말했다.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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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 &

DES

IGN

이주

Page 39: dazed korea vol.30

173

저 눈은 무엇을 보고 있어요?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요.

맞아요. 저건 에녹의 눈이에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 300년 동안

하느님과 동행하다가 죽지 않고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승천했지만

그가 떠나기 전, 기둥에, 삶에 대한 지침서를

새겨놓았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 거예요. 지구를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특히나요.

당신은 그림을 그려요. 역사학자이자

배우고요. 그림 이외의 활동이 그림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난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그림을 그려요.

이것을 예술을 통해 나타내려고 노력하죠.

앤디 워홀의 페인팅 어시스턴트였죠?

앤디 워홀이 당신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가까운 사이였을 것

같은데, 당신은 앤디 워홀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그런 영향이 이번, 시슬리와의

작업에서도 드러났나요?

워홀은 내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죠.

또 지나친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는 법도요.

시슬리 프로젝트에 나타난 그의 영향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작업을 책임지고 끝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앤디 워홀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세계에 엄청 많죠. 그런데, 또 다른 앤디

워홀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예술가들이

피카소나 뒤샹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여전히 팝아트 작가들은 앤디

워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캔버스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모터사이클 재킷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모터사이클 재킷이 가진

야성적인 감성이 작품에도 영향을 주나요?

모터사이클 재킷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보통의 가죽 재킷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또

다를까요?

가죽 재킷이 캔버스보다 표면이 더 좋아요.

가죽은 페인트가 부드럽게 잘 발리죠. 그리고

무엇보다 모터사이클 재킷은 평범하지

않잖아요.

앤디 워홀은 상업과 순수의 경계를 허물었죠.

패션 브랜드, 그러니까 상업 브랜드

시슬리와 함께한 이번 작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브랜드와의 작업은 순수한

개인작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만약 시슬리가

아니라 ‘샤넬’ 혹은 ‘루이비통’이었다면 이

작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맞아요. 앤디는 오래전부터 상업과 순수의

경계를 허물었어요. 나는 이 모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거구요.

당신의 페인팅이 들어간 재킷이 얼마에 팔릴

것 같아요? 얼마에 팔려야 합당할까요?

요즘 제가 작업한 가죽 재킷의 경우 $35,000

정도에 팔리고 있어요.

월터 스테딩(Walter Steding)화가이자 역사학자이며 뮤지션이자 배우다. 앤디 워홀의 페인팅 어시스턴트로 일했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여러 장의 앨범을 냈다.

-

월터 스테딩이 출연한 영화 <FACE ADDICT>(ITALY/SWITZERLAND, 2005년)의 한 장면.

월터 스테딩.

월터 스테딩이 만든 컨셉츄얼 뮤지컬 <NOTHING>.

월터 스테딩의 앨범 <DANCING IN HEAVEN>, 1982년.

월터 스테딩의 앨범 <WALTER STEDING>, 19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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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주 페인팅 어시스턴트였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죠?

색을 섞고 캔버스를 스트레칭하는

일을 했지만, 사실 전 앤디의 아이디어

가이였어요. 그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함께

아이디어의 형태를 잡아가는 일을 했죠.

앤디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아트 스쿨을 졸업했을 당시 전 많이 어렸고

앞으로 제가 할 일에 대한 구체적인 형태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죠. 당시만 해도 적어도

31살이 되기 전까지는 감히 ‘아티스트’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었어요. 전 비트족이

되기에는 어렸고, 히피가 되기에는 나이가

많았죠. 그래서 결국 틈새로 빠져들었어요.

그 틈새가 바로 워홀이었죠. 대단한 돌파구에

서 있었지만 사실 좀 외롭기도 했어요.

2012년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모르겠어요. 그리고 신경 쓰지도 않고요.

그냥 이 재킷을 만들던 그 순간에 떠오른

거예요. 마야인들이 말한 세계 종말이나

파멸은 걱정하지도, 무섭지도 않죠. 올 테면

와보라죠! 하하.

재킷 등에 앉은 고양이 펙릭스를 앤디가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오, 로니!

펠릭스는 늙지도 않는군!”이라고 했을까요?

“로니! 왜 이 아이디어는 나에게 주지

않았지?”

앤디 워홀의 <두개골>이 당신이 구해다 준

해골로 탄생한 작품이라던데, 맞아요?

<두개골>은 죽음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유명해요. 당신의 작품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요?

그 해골은 앤디가 그의 매니저인 프레드

휴즈(Fred Hughes)와 함께 파리의 한

벼룩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 그걸 저한테

주면서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누길 원했죠. 전 제 작품에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지는 몰라요. 그런 것들은 그저

비평가와 소비자들에게 맡겨두죠.

앤디 워홀 이후의 팝아트 작가들은 여전히

앤디 워홀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싸잡아서 말했나요?

정말 슬픈 말이네요. 하지만 항상 누군가와

같은 아티스트는 없어요. 사실 앤디가

죽고 나서 많은 사람이 제가 그의 역할을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독립했죠. 우습고 자멸적인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의 장례식에 갈 때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요.

캔버스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모터사이클 재킷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사람들은 키스 해링이 캔버스에 페인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었어요.

전 왜 캔버스가 홀리 그릴(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서 썼다는 술잔)로 여겨지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수세기 동안 그림을

경매로 팔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든, 가죽 재킷에

그리든 사람의 알몸에 그리든 별 다른 느낌이

없어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하나의 ‘액션’

일 뿐이에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 표면을

신경 쓰는 이유는 단지 ‘재판매’가 얼마나

수월하느냐에 있죠.

당신의 페인팅이 들어간 재킷이 얼마에 팔릴

것 같아요? 얼마에 팔려야 합당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5,000? $10,000?

$15,000? 제 작품이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페인팅 물품을

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네요. 물론

이번 수익금은 앤디 워홀 박물관에

기증되겠지만요.

로니 커트론(Ronnie Cutrone)앤디 워홀의 주 페인팅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워홀과 마찬가지로 커트론 역시 TV, 할리우드, 광고, 로큰롤 등 현대 미디어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고양이 펠릭스, 딱따구리, 핑크 팬더를 주제로 많은 작업을 했다.

-

<FROOT LOOPS>, 2001년.

<KACHINA>, 2000년.

<FACE>,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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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장 미셸 바스키아와 함께 작업을 했었죠?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는 친구였어요. 당신이 이 둘에게서

받은 인상이 어떤 건지 궁금해요.

앤디는 우리 아티스트들의 영웅이었고

우리는 그의 업적을 흠모했어요. 어쨌든 장과

우리 젊은 아티스트들은 그와 친구가 되었고

앤디 또한 젊은이들의 영감을 필요로 했어요.

우리는 그에게 그런 영감을 주었죠. 만약

앤디가 저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았다면

장이 굉장히 질투했을 거예요. 전 이 둘을

모두 사랑해요.

바스키아와 한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 줘요.

1978년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

엄청난 파워를 느꼈어요. 터치에서 퍼지는

에너지가 저를 멀리 날려버렸죠.

당신 작품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밝고,

이야기가 넘쳐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

희망을 주는 것이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이유인가요?

전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그려요. 물론

직업이기도 하구요. 그것도 가장 좋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통해서 받는 영향 또한

중요하지만 만약에 제 그림을 봐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똑같았을 거예요. 그게 바로

저니까요. 하지만 너무 고마운 말이에요.

고마워요!

궁극적으로 예술이, 혹은 한낱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전 절대적으로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못생긴 빌딩과 차에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해봐요!

이건 좀 뜬금없는 질문인데요, 작품을 보다가

생각이 나서요.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요?

저처럼 생겼을 거예요!

예전에, 앤디 워홀이 케니 샤프의 작품을

사려다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아니,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신인의 작품이 이렇게

비싸단 말이야?”라고 했다더라고요.

전 제 작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혀! 저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봤을 때요. 모든 이가

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거리 예술, 퍼블릭 아트, 벽화, 티셔츠

등의 작업을 해요. 사담을 보태자면, 앤디와

제 작품을 교환해서 엄청나게 근사한 워홀의

작품을 몇 개 얻었어요!

앤디 워홀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지속되겠죠?

언제쯤 그를 뛰어넘는 작가가 나올까요?

그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예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을

열어준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를 능가할 수

있겠어요?

모터사이클 재킷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떤 느낌이죠?

전 어디에든 그림을 그려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체가 제 장르가 되는 거죠.

모터사이클 재킷은 섹시하고 반항적인

무언가가 있어요.

브랜드와의 작업은 순수한 개인작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어떤 특정 브랜드에 맞추어 작품을 만든 건

아니에요. 그냥 단 하나의 작품, 그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만약

브랜드를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면 그림이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당신의 페인팅이 들어간 재킷이 얼마에 팔릴

것 같아요? 얼마에 팔려야 합당할까요?

모르겠어요. 단지 누군가 실제로 입어주길

바랄 뿐이죠!

EDITOR 이우성

케니 샤프(Kenny Scharf)그래피티 예술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함께 많은 작업을 했다.

명성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서도 미술의 대중을 향한 소통 또한 중시했다.

-

<CHOCOLATE DONUT IN SPACE>, 2007년.

<THE DAYS OF OUR LIVES>, 2010년.

<AGUA POLLINATION>, 1983년.

<UNTITLED-ORIGINAL DRAWING BY SCHARF>, 1983년.

<INNER SPACE>, 1987년.<SMALL WORKS FOR BIG CHANGE>(2009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케니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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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DESI

GN

김지

Page 43: dazed korea vol.30

177

허공에 퍼진 목소리를 미세한 체에 거른다. 입자 고운 소리를 빚어 노래를 만든다. 정엽의 노래가 감성을 깊숙이 건드리는 건, 소리 안에 정제된 진심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PHOTOGRAPHER JI-YANG KIM

A MAN WHO MAKE

MELODY

탁자 위의 스카프와 목에 두른

스카프는 HERMES, 팬츠는 ANN

DEMEULEMEESTER.

Page 44: dazed korea vol.30

178

원래 이 인터뷰는 제가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에디터가 하는 거였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졸라서 뺏어왔어요. 좋아해서요.

아, 감사합니다.

이런 말 하는 기자 많죠? “정말 팬이에요.”

네, 뭐 말씀은 당연히 그렇게 해주시죠.

왜 이렇게 쑥스러워하세요.

원래 좀 내성적이에요. 무대에서는

외향적인데 기저에는 내성적인 성향이 많이

깔려있어요.

연애할 때는요?

마음이 가거나 오면, 숨기지 않고 다 말해요.

상대방에게 연인이 있어도 좋으면 그냥

얘기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감추지 못해요.

요즘 연애하죠? 소문 다 듣고 왔어요.

아니에요. 헤어진 지 조금 됐어요.

오래되지는 않았고요…. 사실 한 번도

여자를 만나면서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친구

만나면서 ‘아. 이 사람이랑은 평생 같이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인연이

억지로는 안 되더라고요.

운명이 아니었나 봐요.

네. 정말 의외의 일로 관계가 헝클어졌어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정엽

씨 노래를 들었어요. 밤 비행기는 메마른

사람도 ‘축축’하게 만들잖아요. 무너졌어요.

첫사랑이랑 5년 전에 헤어졌는데 어제

이별한 것처럼 마음이 아파요.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게 바로

그런 거예요. 뭔가 콕 집어서 ‘사람들의

이런 감정을 끌어내야겠다’는 아닌데,

그냥 제 음악을 들으면 사랑에 관한 감정이

추상적으로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다 지운

줄 알았던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거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애틋해진다거나….

성공했네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정엽을 왜 좋아할까요?

글쎄요. 제가 노래한 지 17년이 넘었거든요.

천천히, 느리게 걷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불현듯

나타나서 자극적으로 다가갔으면 호불호가

나뉠 텐데, 굳이 싫어하는 느낌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방 한쪽에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처럼 편한 느낌, 그런 거 아닐까요.

정엽을 좋아할까요, 정엽의 노래를

좋아할까요.

둘 다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뮤지션이

‘나는 상관없고 내 음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잖아요. 저는 제 음악이 저고,

제가 제 음악이에요. 만약 정엽의 음악은

좋아하는데, 정엽은 별로다, 라고 하면

속상할 것 같아요.

자기 노래 듣고 감탄 많이 하죠?

저는 사실, 제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제 노래에 만족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노래 부르고 뒤돌아서면 ‘아…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고 늘 후회해요.

노래하는 중에도 실시간으로 후회해요.

왜 이러세요. 이미지 관리하는 거예요?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솔직하고

직언도 잘하는 스타일인데, 글쎄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아요.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워요.

연습 많이 해서 그렇죠. 정엽 씨도 연습 많이

하잖아요. 예전에 나얼 씨랑 영준 씨가

‘정엽이 형은 보이지 않는 데서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한다’고 그랬어요.

하하. 그래요? 의외네. 잘못된 얘기예요.

사실 그래야 마땅하지만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일곱 번 술을 마셔요.

노래 연습은 어렸을 때 많이 했죠.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씩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했어요. 그건 대학교 때까지였던 것 같고요.

연습 제대로 안 한 지 한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러면 안 되는건데.... 사실 저는 그래요.

자기 자신을 방목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목을 몇 시간씩

풀어야 하는데 저한텐 그게 잘 안 맞거든요.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방해가 되요.

기본적인 관리는 하는데, 지나치게 스스로를

몰아세우지는 않아요.

천재인가 봐요.

그건 아니고요.

요즘 정엽의 얼굴, 목소리, 정엽이 만든

노래가 자주 보이고 들려요. 팬들이 뭐래요?

80%는 좋다고 하는데, 20%는 속상하다고

해요. ‘자기가 찾아낸 뮤지션을 나만 아는

기쁨’을 놓치는 것이 아쉽대요.

욕심이 많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어요.

저 욕심 많아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패션에도 관심 있고, 인테리어도 좋아하고,

영화에도 관심 많아요. 심지어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너무

오버 그라운드 쪽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 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래요.

해보고 나서 나랑 맞는 것, 안 맞는 것을

결정하는 게 낫지, 해보지도 않고 ‘이건

아니다’라고 결정하고 싶진 않아요. 이런

경험들이 당연히 음악에 투영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정엽 씨를

볼 수 있겠네요. 안정엽 실장님, 이런 거?

하하. 글쎄요. 막연히 좋아한다는 거지, 꼭

해야겠다는 건 아니에요. 만약 기회가 있다면

뒷걸음질 치고 싶지 않아요. 도전해보고

싶어요.

까다롭고 예민하고 가시 돋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까다로운 부분도 있고 예민한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면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제가 입맛이 까탈스러운 편이라 이건 좀

짜고, 이건 너무 달고, 이건 애매하다고 꼭

평가를 해요. 그래놓고 굉장히 잘 먹어요.

이런 식이에요. 까탈 부려놓고 잘하는

스타일?

참! 솔로 앨범 나오죠?

네.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출시하는데 두

곡을 실었어요. 한 곡은 지나간 이별에 대한

회상이고 다른 한 곡은 ‘Nothing better’

같은 사랑의 세레나데예요.

이번에도 경험에서 우러난 노래예요?

글쎄요. 사실 ‘Nothing better’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쓴 곡이에요. 아까 얘기한 그

친구…. 지금은 혼자잖아요. 혼자 있을 때

가사를 쓰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지나간 사람과 꿈속에서 다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다시 지금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후회,

이런 느낌이 들어가 있어요.

노래를 들으면, ‘이 사람은 자기 목소리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목소리가 아니라 악기 같다고 할까.

그게 바로 편안하게 들린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너무 어려워요.

실수하지 않으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요.

제가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그런

건지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

말은, 제가 쉽게만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노래를 제대로, 잘, 부르는 건

정말 힘든 일 같아요.

잘하는 사람이 아까부터 자꾸 그런

얘기하니까 이상해요.

잘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감성도

풍부하지만, 절제도 뛰어나고, 가창력도

좋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들리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완벽해지고 싶어요.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완벽하고

싶어요. 너무너무 완벽하고 싶어요.

욕심쟁이.

하하.

EDITOR 류진

Page 45: dazed korea vol.30

179

왼쪽페이지_가디건은 ACNE by TOM GRENHOUND DOWNSTAIRS.

오른쪽페이지_니트 카디건은 ANN DEMEULEMEESTER.

editor SEUNG-HYO NOH

set stylist MIN-SUN KIM

“감성도 풍부하지만, 절제도 뛰어나고, 가창력도 좋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들리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완벽해지고 싶어요.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완벽하고 싶어요. ”

Page 46: dazed korea vol.30

180

에디터 셋이, 그들 각각이 만나고싶었던 사람을 만났다. 독자들이 궁금한 것, 그것에서 비롯하는 에디터로서의의무를 망각하진 않았지만....

PHOTOGRAPHER JI-YANG KIM

WE THE FANS

DESI

GN

김지

셔츠는 TIME HOMME,

니트는 A.P.C.

Page 47: dazed korea vol.30

181

송새벽 씨를 꼭 만나보고 싶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왜였을까요?

글… 쎄요. 에헤헤헤헤. 왜… 왜, 왜 그러셨어요?

실제 같은 연기 때문예요. 연기자의 실제 성격이 이토록 궁금했던 적은 없어요.

에에에에? 제가 변태 같았어요?

네. 좀. 그래서 좋았어요. 한 인터뷰에서 웃기려고 의도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웃는다고 말한

걸 봤어요.

웃기려고 들면 안 웃긴 것 같아요. 전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은 절 보고 웃더라고요.

지금 말하는 말투랑 표정 모두 변학도 같아서 좀 놀라워요. 그때 그거 연기 맞죠? 특이한

캐릭터를 맡을 때 부담감은 없나요?

뭐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다른 캐릭터를 맡았을 때 부담스럽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으헤헤.

대답이 너무 재미없죠? 제가 말을 잘 못해가지고.

아니에요. 사람들이 새벽 씨와 대화하면 많이 웃죠?

조금이오. 영화 보셨어요? <해결사>?

아쉽게도 아직요. 영화 <해결사>는 워낙 기자회견도 크게

했고 인터뷰도 많이 하셨을 테니 다른 질문 할게요.

....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시네요. 얘기해주세요. <해결사>는

어떤 영화인가요?

아니에요. 그냥 진행하세요. 그냥 아니에요. 그냥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해결사> 이야기 해주세요. 정말 궁금해요.

나중에 영화 보시구 시간 되시면 물어봐주세요. 지금 얘기한들 뭐. 에헤헤헤.

이번에 독립영화 찍으셨죠?

어! 어떻게 아셨죠? <평범한 날들>이란 영화예요.

어떤 영화인가요?

평범한 비즈니스맨의 이야기예요. 제목처럼 평범한 날들이에요.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어떤 사건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힘들었어요.

계속 멍한 표정 짓다가 연기 이야기를 시작하니 눈에 힘이 들어가네요.

으헤헤헤.

이번 호 주제가 라이크예요. 어떤 사람이 좋아요?

여자요?

오, 좋죠. 어떤 여자가 좋아요?

에이, 농담이에요. 글쎄요. 워낙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을 안 가리려고

노력해요. 마음의 벽이 생겨버리면 힘드니까.

여자 친구는 있어요?

으헤헤헤헤. 그런 걸 왜 물어보세요.

여자 친구 없을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첫인상이 그림자 같았어요. 이토준지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사람 같았어요.

저는 진짜 잘 모르겠어요. 내가 정말 그렇게 보이나? 사람들이 저보고 말투가 어눌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남들이 말하는 이미지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많이 다른가 보네요? 그렇다면

송새벽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사람이에요. 아직 인터뷰로 저를 말씀드린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얘기한다고 제가 표현되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전 그런데. 에헤헤헤

사진마다 얼굴이 다 달라서 놀랐어요. 같은 사람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였으니까요. 한 번에

기억하기 힘든 외모예요.

그런 얘기 좀 듣는 편이에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본 적 있어요?

없어요. 으헤헤

....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세요?

볼수록 잘생긴 얼굴이에요.

감사합니다.

엘리트 역할도 어울릴 것 같고. 웃을 때 유지태 씨를 닮은 것 같아요.

유지태 씨가 이런 기사 보면 아주 그냥 깜짝 놀라시겠네요.

오달수 같은 배우는 연기도 훌륭하지만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외모잖아요. 송새벽 씨는

반대예요. 외모는 잘 각인이 안 되는데 연기를 보면 잊을 수가 없어요. 특히 <방자전>에서 눈

굴리는 표정연기란!

눈 굴리는 표정. 으헤헤헤헤. 보통은 시선 처리라고 하죠. 눈 굴리는 것은 좀 거시기하네요.

으헤헤헤.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모두 송새벽 같아요. 비슷해요. 본인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요?

어떤 캐릭터를 맡아야 제가 다르게 보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숙제 중 하나죠. 변학도가

변태였으니까, 이번엔 게이 역할을 해볼까요? 에헤헤.

지금까지 한 역할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역할은 뭐예요?

할아버지. 연극 <명월이 만공산 하니>라는 황진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였어요. 당시 제

나이가 25세였는데 32년간 도 닦은 할아버지를 연기하라는 거예요. 허연 수염 이만한 거

붙이고 삭발하고 공연했어요.

그때 기억나는 대사 하나만 해주시면 안 돼요?

물러가라 마귀야.

EDITOR 김지홍

ACTORSONG SAE BYUK영화 <방자전>에서 변학도를 연기한 송새벽은 어떤 사람일까? 느린 말투 속에 감춰진 섬뜩함은 ‘모순’을 좋아하는 이상한 여자의 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감추는 것이 없었다. 멋있는 말도, ‘있는’ 척도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송새벽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내가 만난 송새벽은 진짜 송새벽이었을까? 송새벽이 연기한 송새벽이었을까?

“어떤 캐릭터를 맡아야 제가 다르게 보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숙제 중 하나죠. 변학도가 변태였으니까, 이번엔 게이 역할을 해볼까요?”

Page 48: dazed korea vol.30

182

선생님, 1989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셨을 때 이미 샐러리맨이셨잖아요.

그때부터 15년 넘게 직장 생활과 창작

활동을 겸하신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등단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버겁거든요.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 나는 시를 거의

길거리에서 썼어. 출퇴근 시간, 그 이외

바깥에 있는 시간에 쓴 거지. 회사에 있을

때는 시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했어. 눈치

보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바깥에만 나가면,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자유로워졌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

사람이 굉장히 많잖아. 그런데도 거기서

쓰는 건 편했어. 처음부터 길에 나가서

써야겠단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길 위에만 있으면 마구 떠오르더라고.

의무감이 사라지고 내 안의 순수한 상태가

자연스럽게 솟구친다고 할까, 의식하고 쓴

게 아니라 받아적는 느낌이었어. 주머니 안에

쪽지들이 넘쳤지. 예를 들면 영수증 같은

거, 뭐든 여백만 있으면 다 썼어. 집에 와선

정리만 했어. 야근하거나 회식을 하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 바빠서 며칠 지나 정리하게

되면 메모했을 당시의 심경이 죽더라고.

저는 누군가를 존경씩이나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선생님, 그렇게 한 시대를

지나 오셨다는 게, 그러면서도 멋진 시를

쓰셨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좋아하면 방법은 어떻게든 생기는 것 같아.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강렬하다면.

작년에 시인 김경주 형이

김수영문학상을 받았잖아요.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이셨더라고요. 저는 경주 형 시를

어른들이 별로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들면 누구라도 고루해지니까,

여간해선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나는 시가 언어로 자기 속의 감각과 정서를

깨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지. 김경주의 시는 감각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데, 그게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느낌으로는 다가오는 게 있거든.

이해 안 되는 단어를 조합해 의식적으로 만든

게 아니고, 이성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을

감각으로 파고든 거지. 그렇게 그린 풍경이

꽤 재미있었어.

자꾸 나이 들었다는 표현을 써서 죄송한데요,

어찌됐건 나이가 들면 유연함이 많이

사라지지 않아요? 경주 형 시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정서는 사실 상당히 젊은

거잖아요.

아무래도 감각이 둔화되지. 특히 젊었을

때보다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 젊었을 때는 길거리만 나가면 쏟아져

나왔어. 쓰려고 쓴 게 아니고 나와서 받아

적은 거야. 요즘은 막 나오지는 않지. 가끔

나오지. 그렇게라도 찾아오니까 쓰는 거고.

오래 전부터 선생님을 동경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저는, 그냥, 다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요.

우성 씨도 좋은 작품 썼고, 시집 낼 출판사도

결정됐고, 그렇게 가고 있는데 뭐.

운이 좋은 거예요. 전, 실력보다도 운이에요.

‘무럭무럭 구덩이’ 같은 경우는 딱 보면 벌써,

읽는 사람이 감이 오잖아. 그냥 만든 시인지

육화돼서 흘러나온 건지. 그런 시 쓰기가

쉽지 않지.

제 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는데요,

선생님 앞이니까 말씀드릴게요. ‘무럭무럭

구덩이’가 별로였다는 사람도 많아요.

그건 걱정할 거 없어. ‘무럭무럭 구덩이’

는 내가 보기에 충분히 좋은 시야. 그런데

한 권의 시집을 묶으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가져야 하거든. ‘무럭무럭 구덩이’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도 있어야 하는 거지. 아직 첫

시집을 안 냈으니까, 문단에서 이우성의

시가 어떻다는 것을 잘 몰라. 단편적으로 몇

개만 읽었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워.

그래서 첫 시집이 굉장히 중요해. 비로소 그

시인의 진면목이 보이거든.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당선으로 뽑아주셨을

때는, 아, 얘가 이런 식으로 쓰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쓰는 게

어떨까, 라고 말해요.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소중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보고 있는

지점이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써야지. 그런데, 평가가

정반대로 나올 수도 있어. 그 얘기도 주목할

필요는 있지. 공들여 쓴 시보다 가볍게

쓴 시가 다른 사람들에겐 더 진솔하게

다가가기도 하거든. 평론가들도 수준이

천차만별이야. 어떤 평론가의 얘기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아.

등단하고 나서 외로운 적은 없으셨어요?

문단이 주목을 안 한다거나.

내가 스스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지. 두 번째

시집 <바늘구멍 속의 폭풍>을 낼 때 시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이 시집으로 나는

작가로서 거의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 거야.

시가 마음에 들지도 않았을뿐더러, 회사

생활도 힘들었거든. 지친 상태에서 썼지.

혹평을 들을 것 같고, 몸과 마음이 지쳐서

시가 더 나올 것 같지도 않았어. 그런데 그

시집으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았어. 용기를

얻었지. 그래서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에

적었어. 정말 최소한으로 썼다고.

그런 사연이 위로가 돼요. 회사를 다녀서

저도 늘 시간에 쫓기거든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거, 그 마음이

중요해.

POETKIM KI-TAEK오랫동안 김기택은 샐러리맨이면서 시인이었다. 한국 문학사에 굳건히 기록될 시인 김기택의 시적 성취는 물론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적지

않은 분량이 그가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쓰였다. 생업에 쫓겨 꿈을 등진 이들에게 그는 삶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2009년 내가 ‘무럭무럭

구덩이’란 작품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그가 심사를 했다. 직장을 다니며 시를 쓰는 내게 이 인연은 운명 같다.

Page 49: dazed korea vol.30

183

가끔씩 누가 저한테 그래요. 요즘에도 시

쓰는 사람이 있냐고. 저는 웃죠. 그리고

더 말을 안 해요. 내 가슴으론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시상식 때 당선 소감 말하면서 우는 것 보고,

시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어.

난처한 질문을 드릴게요. 주목하는 젊은

시인 있으세요? 선배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질문엔 답을 두루뭉술하게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다들 특징이 있고, 그리고 사실

심사할 때 외에는

어떤 시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읽을

기회가 별로 없어.

그냥 이우성이라고

할까요?

그럴까? 하하.

젊은 시인들 시가

자극이 될 때도

있으세요?

조금 있을 수 있지.

근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최근에 우리 또래

또는 나보다 선배일

수도 있고, 등단

이삼십 년 된

시인들, 그 시인들

시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는

변했어.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내가 보니까, 젊은 시인들한테 자극을 받아서

변한 거야. 시가 좀 어려워졌어. 어렵게

하기도 시적인 기법이거든. 쉽게 읽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쉽게 읽히지

않기 위해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고, 자기가

해왔던 시적 성취를 반성하거나 조정하면서

형식 실험을 더 하려고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나는 미래파라 불리는 일군의 젊은

시인들이 우리 문단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게

있다고 생각해.

몇몇 분들은 정말, 젊은 시인들을, 아니 저를

긴장하게 해요.

시력 이삼십 년 된 사람들이 엄청 열심히

쓰더라. 나이 들었는데도 언어, 상상력,

이미지가 팽팽한 시인이 많아. 김혜순 같은

시인은 전혀 녹슬지 않았어.

선생님, 살살 하세요. 저희들도 치고

나가게요.

아니,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시와반시> 가을호를 보니까 ‘다시

읽고 싶은 시’에 선생님 시 ‘고속도로’가

실렸더라고요. 읽고서,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더 쓰자, 더 고민하자, 얼마나

반성했는데요.

그런데 대충 쓰면 추해 보이지 않냐? 관록

있다고 고향 타령이나 하고 어렸을 때

그리움 같은 거나 쓰면…. 나는 습작기 때,

서점에서 문예지 보고서, 나는 이것보다 훨씬

잘 쓰는데, 이런 생각 했었어. 기성 시인은

당연히 습작하는 학생들보다 잘 써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못 쓰는

시인들이 있어서 불만이었어. 그런데 사실

지금도 보면 문예지에 나온 시라고 전부

잘 쓴 시는 아니지. 쓸 수 있는 한 열심히

써야지.

사실… 지금 후배들도 선배들 시 읽고

평가해요. 어떤 경우는 실망스럽고 어떤

경우는 아, 이 시인을 좋아하길 정말 잘했다,

역시 내 눈이 맞았어, 이렇게 생각하며

뿌듯할 때도 있어요.

요새는 평론이나 언론에서 나이 든 시인에

대해서 잘 안 다루거든. 아무래도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상상력에 관심이 있지.

열심히 써야 해. 더 써야지.

신춘문예와 문학잡지 신인상을 비롯해

심사를 많이 하셨잖아요. 직접 뽑은 시인

중에서 기억나는 시인 있으세요?

글쎄, 작품 활동하는 시인은 여럿 있는데

주목을 많이 받는 시인은 아직 없는 것 같아.

우성 씨가 그렇게 해줘야지. 활동은 많이 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나온 김두안도 그렇고,

현대문학에서 당선된 황성희도 그렇고.

제가 열심히, 더 열심히 써야 하는데….

선생님, 근데 이건 좀 촌스러운 얘긴데요,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중에 신경림

선생님도 포함돼 계셨다는 게 저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국어교과서에 시가

실려 있는, 그런 선생님이 저를 뽑아주신

거잖아요.

신경림 선생님도 ‘무럭무럭 구덩이’

좋아하셨지. 나, 김사인 선생, 신경림

선생님까지 심사위원 세 사람이 다 좋아했어.

심사하다보면 누구는 좋아하는데 누구는

싫어하는 경우가 있거든. 그런데 우성 씨

작품은 셋 다 마음에

들어했어.

‘무럭무럭

구덩이’ 말고도

같이 보낸 작품들이

다 괜찮았어.

뽑아놓기만 하면

활동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지.

한 편만 좋다고

당선되는 게

아니야. 뽑아놨는데

활동을 못하면

심사위원들도

마음이 쓰이거든.

그래서 민감하게

보지.

아까

김수영문학상이

용기를 줬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저도, 그때가,

지쳐서 더 지칠 게

없을 때였어요.

등단이란 게 저만 피해가는 줄 알았어요.

열심히 해도 저는 안 되는 줄 알았어요.

눈물 흘릴 만했네. 그 마음이 시에 묻어났을

거야. 간절해야 문학 하는 거야.

세상이 예쁘고 행복해요. 선생님이, 제가

저를 믿도록 해주셨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선생님은 모교의 은사님이지만, 그 다음은

선생님이에요!

EDITOR 이우성

“처음부터 길에 나가서 써야겠단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길 위에만 있으면 마구 떠오르더라고. 의식하고 쓴 게 아니라 받아적는 느낌이었어.”

Page 50: dazed korea vol.30

184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굉장히 격해요. 그런데도 늘 안경이 그대로 붙어 있어요. 접착제를 바른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거 웬만하면 안 알려주는 건데. (안경 다리 뒤를 보여주며) 이 안경걸이 때문이에요. 이거

없으면 공연이 불가능해요. 안경 가게에 가서 달라고 하면 공짜로 줘요.

현우 씨가 노래 부르는 걸 두고, 사람들은 ‘득음’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소리만 잘 지르는 거예요.

그런데 말하는 목소리는 꽤 저음이에요. 아래로도 많이 내려가겠어요?

내려가는 것도 많이 내려가요. 제가 음폭이 넓어요. 2주 전에 우연히 해봤었는데, 낮은 음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높은 음은 4옥타브의 ‘도’까지 올라가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하현우가 ‘슈퍼스타 K’에 나가면 우승할까?”라는 글을 봤어요.

심사를 봐야죠. 걔네보다 잘 할 것 같아요. 한번은 황금 열쇠 20돈을 주는 대회가 있었는데,

예선만 3차까지 있었어요. 결국 받아서 동생의 대학교 등록금에 보탰죠. 목소리를 팔았어요.

언제부터 본인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걸 알았어요?

고 2때요. 고 3때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부르는 줄 알았어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그때는 어린이가 동요 부를 때 나는, 그런 순수한 목소리였어요.

그런데 대학교는 미술로 갔네요?

네. 노래는 취미였어요. 대학교 때 노래 부르려고 밴드를 하다가, 나중에 록 음악에 빠져서

거의 뭐, 도박에 빠진 사람처럼 다 집어치웠죠. 가족도, 친구도, 학교도.

지금까지 살면서, 음악 말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빠진 게 있어요?

음…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없네. 지금도 그래요. 음악 말고는 별 게 없어요. 제 삶이 참

단순해요. 일어나서 밥을 먹어요. 밥을 먹으면서 식탁에서 40분 정도 TV를 봐요. 제가

유일하게 TV를 보는 시간이에요. 그 다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씻고 헬스장에 가요.

1시간 반 정도 달린 다음, 씻고, 작업실에 가요.

그때부터 새벽 3시 정도까지 있다가 집에 와서 씻고 자요. 덜도, 더도 아니고 딱 그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영화로 ‘외도’를 했어요.

친구가 단편 영화를 찍는데, 음악에 관한 영화라기에 호기심에 해봤어요. ‘쪼다’ 같은

역할인데, 그게 되게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쪼다’의 표정을 짓는 게 힘들었어요.

멋있는 척을 하는 건 쉬울 것 같은데, 그 ‘쪼다’ 역할이, 미세한 뭔가가 있어요.

활동이 많아서 좋아요. 요즘에는 계속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공연도 많고.

잘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건, 아디다스에서 스폰을 안 해주는 거!

아디다스가 그렇게 좋아요?

제가 아디다스 팬이에요. 아디다스 빠돌이. 모자, 가방, 신발, 벨트, 지갑 다 아디다스예요.

우선, 발음이 국카스텐이랑 비슷하잖아요. 모르시겠다고요? 그런 게 있어요. 뉘앙스가. 마크도

보세요. 질리지 않고 얼마나… 그런 게 있어요.

뭐 하나에 빠지면 집착하고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원래 흐지부지한 성격에, 살아가는 것도 흐지부지했는데, 음악 때문에 그런 게 없어졌어요.

솔직히 말해서, 현우 씨는 우유부단하고 흐지부지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무대에선 완전

다르잖아요. 그래서 좋아요.

3억만 가져오세요.

3억으로 뭐 하게요?

일 안 하고 평생 먹고살게요.

아니, 요즘 세상에 3억으로 어떻게 평생을 먹고살아요?

저는 살아요. 제가 돈을 쓸 일이 없어요. 얼마 전까지 지하철도 무임승차했어요. 그러다

VOCAL OF BAND GUKKASTEN HA HYUN-WOO 지금 국카스텐은 밴드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다. 멤버들의 연주력, 퍼포먼스, 멜로디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며,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표현한다. 특히 리더이자 보컬인 하현우의 폭발적인 음색, 함축적인 가사, 그리고 자극적인 기타 소리는

국카스텐의 가장 큰 매력이다. 국카스텐이 아닌 남자 하현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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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모든 예술가에게 필요한 건 멍 때리는 거예요.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낚시랑 비슷해요. 멍 때리다 보면, 뭐가 하나 걸려요. 그때 확 낚아채야죠.”

2호선에서 무임승차하지 말라고 방송에 나왔어요. 제 친구가 두 번이나 그걸 본 거예요. 저는

국카스텐이 나온 줄 알고 좋았는데, 제가 뛰어넘는 게 나와서… 이젠 안 그래요.

친구들이나 여자를 만날 때도 돈을 안 써요?

거의 상대방이 내요.

여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네. 내가 만약에 여자라면, 나 같은 남자는 안 만날 것 같아요. 그리고 여자들은 음악 하는

남자를 만나면 안 돼요.

본인의 매력이 뭐기에, 여자들이 돈을 쓰면서까지 현우 씨를 만나고 싶어 할까요?

여자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착해요. 바른 생활 하고,

바람 안 피우고, 술 안 마시고.

설마 여자들한테 노래 불러주고 그런 건 아니죠?

제 꼬라지를 보세요. 그런 거 할 것 같아요?

자신감이 많아 보여요.

음, ‘자신감이 있다’라기보다는, ‘꺼릴 게 별로 없다’라는 게 맞겠죠.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위축될 때도 있어요?

뒷머리의 땜통? 잘 모르겠어요. 그게 상대적인 건데, 저한테는 돈이 아닐 뿐이에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돈의 가치가 저한테는 별로 크게 영향이 없어요.

어디선가 본인의 음악을 날것이라고 말한 것을 봤어요. 그런데 가사를 보면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비유나 은유가 많죠.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거죠?

은유적인 표현이나, 어떤 물체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그런 방법적인 것에서 날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뉘앙스나 얘기가 날것의 느낌이 난다는 거죠. 방법적인 게

아니라, 결과물이오. 예를 들어 ‘거울’이라는 노래도 리듬이 막 꾸며진 게 없이 소리가 나와요.

멜로디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펙트를 걸어 나온다기보다는 밴드가 갖고 있는 악기의 근본적인

소리들로 표현을 한 거예요. 이해가 가요?

체크 셔츠는 A.P.C.

hair & make up SO-YOUN LEE

네.... 어쨌든, 가사가 정말 압권이에요.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공상도 많이 할 것 같아요.

책은 남들 읽는 만큼 읽어요. 골라서 읽는 건 없어요. 우리나라의 연왕모 시인도 좋고,

<콘트라베이스> 쓴 사람이 누구더라? 어쨌든. 뭐… 외국 사람들은 이름을 못 외우겠어.

공상은 되게 많이 해요. 최대한 소스가 될 만한 것들을 생각해야 하니까. 모든 예술가에게

필요한 건 멍 때리는 거예요.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낚시랑 비슷해요. 멍 때리다

보면, 뭐가 하나 걸려요. 그때 확 낚아채야죠.

오늘도 공상한 거 있어요?

오늘 지하철에서 예쁜 여자들한테 시선을 빼앗겨서 정신이 없었어요. 돌아다니면 안 돼요.

정체성을 잃어버려요. 음악이고 나발이고, 아름다운 것 앞에서 장사가 없어요.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해요?

여자는 뒷머리를 올렸을 때 목덜미가 예뻐야 해요. 그리고 지적으로 생겨야 해요. 지적으로

생긴 여자는 아메리카노 커피에 샷 추가한 것처럼 생겼어요. 처음엔 분명히 써요. 하지만

벗어날 수 없죠.

현우 씨는 무대에서 노래 부를 때 꽤 섹시해요. 에스프레소에 위스키 한 방울 탄 것처럼.

취향 정말 독특하시네. 난 되게 추잡스러운 것 같던데. 절대 공감할 수가 없어요.

저기… 여자 친구 있어요?

네.

EDITOR 배보영

Page 52: dazed korea vol.30

MBC 청춘 버라이어티 <꽃다발>에 출연하는 ‘꽃’들과 ‘변신’을 주제로 화보를 찍었다. 꽃은 꽃이었다.

PHOTOGRAPHER JI-YANG KIM

MORE THAN FLOWERS

미르(엠블랙)

여기저기서 미르 군 화보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이런 화보는 처음이에요.

어떤 면에서요?

얼굴 좀 봐요! 갑옷도 있었다고요. 그리고 포즈 없이

표정으로만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결과는 만족해요.

원래 그렇게 긍정적이에요?

네. 사장님한테 혼나고 있을 때도 웃음이 나요. 하지만 다들

귀엽게 봐줘요. 막내니까.

가수가 무대 위에서 ‘삑사리’를 내도, 막내라서 이해받을 것

같아요? 하긴 요즘은 그런 것도 이해해주죠?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삑사리’ 같은 거 안 내요. 막내라서

연습을 많이 해요. 사람들한테 편견이 있어요. 막내라서

연습생 기간도 더 짧았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해요.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것도 싫어하겠네요?

저희 팀은 다 싫어해요. 숍에 가서 머리할 때도 아이돌

스타일로는 해주지 말라고 그러고.

빅뱅의 태양처럼 엄청난 실력을 가져야겠어요.

정말 대단한 거예요. 태양 선배님이나 지드래곤 선배님은….

저희도 더 발전할 거예요.

어린데 치열한 세계에 사네요.

저는 괜찮은데 요즘 십대 아이돌이 많잖아요. 안쓰러워요.

꿈이 뭐예요?

엔터테인먼트 일을 배울 거예요. CEO까지 할 거예요.

야망 있는 남자네요.

하지만 역시 가장 간절한 꿈은, 무대 위에서 죽는 거죠.

슈트는 JIL SANDER, 숄더피스는 프롭스타일리스트 이서경이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를 위해 제작한 것.

DESI

GN

김지

Page 53: dazed korea vol.30

187

지연(티아라)

화보 많이 찍어봤죠? 기억에 남는 화보 있어요?

오늘 찍은 게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메이크업을 이렇게

특이하게 해본 건 처음이에요. 어색했어요, 많이.

요즘 뭐가 잘 안 돼요? 고민이 많아 보여요.

나이에 비해 좀 성숙한 편이어서….

얼굴은 안 성숙한데요.

언니오빠들이랑 생활하다 보니까, 또래 친구들하고 약간,

공감 안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약간.

연예인으로서 잊힌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요즘 걸 그룹이 많이 나왔으니까.

어디서 그렇게 예쁜 친구들만 모아놨을까요? 본인의 미모는

걸 그룹 중에서 상중하로 나누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하.

‘상’이에요.

아니에요. 우리 팀의 보람 언니랑 큐리 언니는 너무 예뻐요.

이미 뭘 하고 있지만, 커서 뭐 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연기자예요.

가수가 아니고요?

같이 할 거예요. 최종 목표가 연기자라는 거예요.

위험한 발언인데…. “티아라 활동 열심히 하면서 기회가 되면

연기도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답한 걸로 하는 게 어때요?

좋아요.

빈티지 원피스는 DARE, 오픈토 힐은 O’2ND, 가죽 재킷은 KTZ.

Page 54: dazed korea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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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콘셉트가 ‘물’이었죠?

섹시하게 보여야 하는데 섹시하지 않더라고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죠? 연예인 하는 거 재밌어요?

너무 재밌어요. 처음에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노래를 했는데요, 어느 순간

그냥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또 노래를 하다보니까 이렇게

연예인이 됐어요.

연습생은 얼마나 했어요?

연습생 기간은 1년 반. 솔직히 연습생 기간을 좀 더 가져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완성된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아쉬워요.

너무 어리고, 또 너무 해맑게 웃어서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지금 엄청 떨려요. 말실수 할까봐.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노래요.

더 잘 부르고 싶어요?

활동 시작하고 나니까 개인 연습을 할 시간이 많이 줄더라고요. 제가 좋아했던

원래의 제 느낌이 안 나와서 답답해요.

꿈이 뭐예요? 연기하는 사람?

저의 목표는 가수입니다. 지금도 가수이지만, 더 가수. 가수다운 가수.

열여덟 살이죠? 십 년이 지나서 스물여덟 살이 됐다고 가정하고, 막 데뷔한

아이돌 후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힘을 주고 싶어요. 분명히 나름대로 힘든 게 있을 거잖아요. 신인한테는요,

선배님이 한 마디 건네주시는 게 정말 힘이 돼요. 지금 제가 그래요.

아, 정말, 그런 선배가 되면 좋겠다. 후배들의 꿈이 되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

그땐 좀 섹시해지려나?

드레스는 PHILOSOPHY DI ALBERTA FERRETTI.

민아(걸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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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유채영

아름다워요.

이렇게 해보는 게 처음이어서 찍으면서도 놀랐어요.

1994년에 쿨로 데뷔하셨죠?

1988년도예요. 쿨 전에도 그룹을 했어요. 중학교 때였죠.

<여학생>, <주니어>라는 잡지에 모델도 했었고요.

잡지 이름이 <여학생>이었어요?

<하이틴>, <여학생>가 당시엔 유명한 패션 잡지였어요.

요즘 아이돌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환경이 정말 좋아졌죠.

그때는 환경이 안 좋았어요?

그때는 주는 음식만 먹어야 하고, 차도 밴은 절대 없고,

코디나 메이크업하시는 분이 따로 있다는 건 상상을

못했어요. 그냥 저희가 엄마 분 갖다가 하얗게 바르고, 차도

그냥, 웬만한 데는 걸어가고, 연습실도 없었어요. 잔디밭에서

연습했어요.

사실 제 질문은, 어릴 때부터 활동하셨으니까, 어린 친구들의

고충을 잘 아시겠네요, 란 거였는데요….

하하하하.

이런 말 죄송하지만, 나이가 꽤 있는데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게 놀러워요.

예전에는 한국의 마돈나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그런

생각이 너무 심하게 박혀 있어서 공백기도 많았고, 이겨내기

힘든 시간도 지나왔어요. 한 곳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주어지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하자, 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후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다시 마돈나를 꿈꿀 생각은 없어요?

이제, 생각으로만 하려고요. 연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조금씩, 진지한 연기도 하고 있어요.

좋은 방송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긍정이 많은 걸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않았다면, 다시 이렇게 활동 못했을 수도 있어요.

정말 좋다.

저도 정말 좋아요.

원피스는 KANGHEESUK, 브래지어는 GUESS UNDERWEAR.

Page 56: dazed korea vol.30

190

남지현(포미닛)

촬영 재밌었어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안 당혹스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당혹스러웠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대처하는 능력도 생기고.

주변에서 항상 예쁘다고 말해주죠? 아무래도 인기란 건 좀…

사람을 민감하게 하죠?

제가 제일 싫었을 때는, 포미닛은 다섯 명이 다 못생겼다는

댓글을 봤을 때예요.

그 다섯이 못 생긴 거면 도대체 누가 예쁜 거지?

그러게 말이에요. 그 댓글 하나가 안 잊혀요. 제가 댓글에

너무 신경을 쓰나 봐요. 잠꼬대로도 댓글 얘기를 한대요.

오늘은 소녀시대가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렸더라, 이랬대요.

사장님이 댓글 보지 말라는데, 정작 사장님도 보시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어요? 그래도 요즘

많이 편안해졌어요.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선 어때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아이돌은 아무나 하나요?

영광스런 칭호 같은데요. 제가 서른 살에 연예인 활동을

시작한다면 가질 수 없는 칭호잖아요.

아이돌 가수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냥 아이돌 같아요.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잠시

발을 걸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스무 살에 인생의 방향을 백 퍼센트 결정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요? 저, 가수로 데뷔했는데, 연습생은 반년밖에

안 했어요. 근데 죽을 때까지 가수해야 해요? 사람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성장하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것 밖에 안 됐던 애가 1년 지나니까 이만큼

성장했네, 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이런 거요.

몇 년 후에 꼭 또 만나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잘 해야겠다.

니트 드레스는 RICK OWENS, 그물 드레스는 JAIN SONG, 거미줄처럼 엮은 벨트는

AMERICAN APPAREL

Page 57: dazed korea vol.30

191

힘들었죠?

아니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니에요.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아니요,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저한테도 청초함이 있다니!

청초함이 잘 드러나서 촬영이 오래 걸린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더 많은 걸 보여드리려다 보니.

데뷔한 지 이제 1년 되나요? 어려웠던 일은 뭐고, 즐거웠던 일은 뭐예요?

저희는 넷이 모인 지 두 달 만에 데뷔했어요. 연습할 시간이 적어서 쉬지를

못했죠. 즐거웠던 일은 당연히 무대 위에 있던 순간들이죠.

물론 본인도 예쁘지만… 예쁜 여자 아이돌이 너무 많죠? 돋보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요?

지금도 걸 그룹이 많은데, 계속 걸 그룹이 나올 거니까.... 새로운 느낌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를 해야 해요.

힘들겠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에요. 저는 좋은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이름이 왜 ‘징거’예요? 징거 버거?

푸시 캣 돌즈(Push cat dolls) 메인 보컬 아시죠? 제일 예쁜 분. 이름이

‘니콜 셰르징거(Nicole Scherzinger)’예요. 그분 영상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영어로는 징거가 ‘활기찬 사람, 재밌는 사람’이란 뜻도

있어요. 야구에선 ‘강속구’라는 뜻도 있고요.

얼마 전에, 다이어트 성공한 걸로 인터넷 상에서 이슈가 됐었죠.

좀 별로예요. 사람들이, “살 빠졌대” 보단 “노래 많이 늘었다” 이런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하지만, 듣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는 거잖아요.

사실 저도 ‘보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긴 해요.

어머!

EDITOR 이우성

파스텔 블루 컬러 보디슈트, 레이스 보디슈트 모두 AMERICAN APPAREL,

진주목걸이는 BELL&NOUVEAU.

징거(시크릿)

editor JI-HONG KIM

hair JI-SUN HAN

make up HWAN KIM

prop stylist SEO-KYUNG LEE

fashion assistant JI-HOE KIM, EUN-HEE KIM

Page 58: dazed korea vol.30

( TWISTER'S EYE )

248

HOT + HOT 우리의 지난여름을 더 ‘뜨겁게’ 만든 것들.

+10℃ 정부의 냉방 규제

정부가 올여름 시행한 냉방 온도 규제

(공공기관 28℃, 대형건물 26℃, 판매시설

25℃)로 지하철역, 은행, 백화점 안이 핀란드

건식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각 기관의

‘냉방기기’ 관리자들은 거액의 과태료 때문에

철저한 준법 정신을 발휘하는 모범을 보였다.

방학 내내 보충수업을 진행한 한 고등학교의

여학생은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면 교복

치마가 곰팡이 슨 벽지처럼 눅눅해진다. 같은

반 남학생들의 시큼한 땀 냄새는 가뜩이나

아득한 정신을 우주로 보내버린다’고 호소.

+8℃ 유(柳) 부녀의 지독한 사랑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유현선

양이 기적적인 우연의 일치(모집 요강

급변경, 모든 1차 응시자 자격 미달)로

외교부에 입사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끝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 못한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우리 현선이’에겐 따뜻한

아버지 사랑이지만 일만 청년 백수에겐

뜨거운 설움 이었다. 그들은 ‘우리 아부지는

왜 장관도 못해먹고’라는 원망과 함께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6℃ 파격적으로 나타나서 혜성처럼

사라진 김태호 총리 후보자

정치라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이라는 사실밖에 모르던 친구들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내용을 언급하며

열통을 터뜨렸다. 한 신문은 그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여권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는 촉망

받는 정치인’이었다는데 여당의 실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언급하며

‘듣보잡’임을 공언했다. ‘똥지게 메고 자란

빈농의 자식이 농약병에 있는 영어를 읽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서 굴지의 총리 내정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파헤치다가 결국

마누라와 처형의 돈놀이가 발각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민심은 고려하지 않는

MB의 독재적 내각 구성은 찬바람 부는

초가을 저녁마저 덥게 만든다.

+5℃ 곤파스의 습격

왜 재난대책본부는 몇 십 년째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까? 곤파스가 예상보다

수시간이나 빠른 속도로 한국에

상륙했다고는 하지만 ‘시간까지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진로는 정확히 맞췄지

않은가’라고 변명하는 건 ‘사람을 죽였다.

대신 고통스럽게는 죽이지 않았다’의 논리와

다른 게 없다. 게다가 정부와 한국전력의

협조 체제조차 구축되지 않아 156만여

가구가 정전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독자적인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의 대응

태도도 가관이다. 곤파스가 강화도에 상륙한

아침 6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적색 비상’

을 발령했다(닥쳐야 움직이는 옹고집이

가상하다). 베란다 유리창이 깨진 집, 간판이

떨어진 가게만 열 받는 게 아니라 추석

제수용품 가격 폭등 앞에 속수무책인 엄마도

울화통 터진 인재지변.

REASON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청문회는 왜 하는 건가?

1. 대통령의 힘을 국민들에게 새삼

각인시키기 위해.

- 분명하게 알게 됐다. 역시 대통령은

힘이 세다. 아무나 장관 자리에 앉힐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제가 엄청 많은

아저씨들까지 요직에 불러들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강한 남자의 힘! 엄마는 내가

어릴 때 공부 잘하는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진작

정치인이 될 생각은 안 했다. 그러나 희망이

생겼다. 대통령 파이팅. 완전 소중.

2.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 하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된

방법뿐이었다. 역시 공무원들은 현장을

모른다. 청문회에서 알려준 방법은 전망

좋은 곳에 있는 집을 마구 사고파는 것,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돈 달라고 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건 뭐 아무나 하나? 웬만큼

더러운 아저씨 아니면 못하지. 그런데 높은

사람들에게 몰래 돈을 주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신기하다. 사과가 세 개

있는데 친구에게 하나를 주면 두 개가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래 줘서 그런가? 역시

사람은 마음씨가 고와야 하나보다.

3. ‘구라’가 진리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가 아니라, 진실보다

‘구라’가 먼저다. 일단 우기면 된다.

올곧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중요한

것은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훔쳤느냐 안

훔쳤느냐가 아니다. 훔친 애가 인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다. 슈퍼마켓 주인이 CCTV

화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그런 건

아무 소용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없으니까

없다고 하는데 왜 없느냐고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하지? 각설하고, 일단 훔치자! 훔친

걸 들고 있다가 들켜도 우기자! “어, 제

건 줄 알았어요.”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다 네 거다. 이것이 청문회가 남긴 위대한

교훈이다.

Page 59: dazed korea vol.30

( Editor 이우성 . 류진 )

249

BEING POLITE 연예인이 되면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정립하는 걸까? 남들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는 예의범절 지침서.

-손윗사람의 정면에 앉을 때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포갠 채 허리를 튼 상태로

착석(着席)하면 아니 되오. 그것은 상대에게

‘나는 당신을 견(犬)무시(無視)하옵니다’

혹은 ‘떠들 테면 떠들어봐’를 의미하는 행위로

비추일 수 있소. 어른 앞에서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다리는 가지런히 모은 상태로 말씀에

경청하는 눈빛을 보이는 것이 옳소.

-어른이 말씀하실 때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자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오. 상대에게는

오만방자(傲慢放恣)의 극치로 보일 수도

있소. ‘저... 자꾸 말을 잘라 죄송하옵니다’

라고 양해(諒解)를 구해도 무용(無用)하오.

그러한 언행(言行)이 반세기 이상을 한

우물만 판 대선배(大先輩)의 식견(識見)을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시오. 당신 인생의 삼분지 일도 안 산

동자(童子)가 당신의 말에 ‘까고 있네’라는

뜻을 내포한 답변을 하면 기분이 좋겠소?

-봉사를 할 때에는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임하시오. 물 부족 국가에서 식음수(食

飮水)로 목욕 재계하거나 내륙지방에서

생선회초밥을 요구하는 것은 개념(槪

念) 전무(全無)의 처사요. 아사자(餓死子)

가 발생하는 국가에서 찬 투정은 동자(童

子)도 안 하는 짓이오. 일 푼 모아 태산을

만드는 봉사집단에 수천 명의 저금통이 모여

만들어진 수천만 원의 거마비(車馬費)를

요구하는 게 도둑질이 아니면 뭐겠소? 코

묻은 손으로 다과를 포기하고 기부한 돈을

그렇게 받아내고 싶소? 차라리 행사를 하나

더 하시오.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에서는 상대의

면상(面像)이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도

내색을 삼가시오. 시청자에게 희(喜)를 주는

‘쌍쌍놀이’를 소홀히 하면 면상이 타인의

흡족(洽足)을 사지 못하는 많은 자가

대리만족을 느끼려다 불쾌(不快)를 느끼고

상처(傷處)를 받을 수 있소. 놀이는 놀이일

뿐이오.

-선배를 만나면 고개를 45도 정도 숙이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시오.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아는 이를 마주치면 안부를 묻는다오.

그걸 보통 ‘인사’라고 칭하오. 각별히

명심하시오.

ARE YOU SOLDIER? 2014년부터 육군 기준 병사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기로 돼 있다. 백지화하고 24개월로 환원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찬성이냐 반대냐,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도 의외로 많았다.

X -6개월이 장난이야?

-차라리 직업 군인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친구>에서의 장동건 목소리로) 네가 가라.

-난 안 갔다 왔음.

-2년 동안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병사들이 늘면 우리나라가 안전한가?

-군인들 다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거잖아!

-어차피, 북한이 핵 한 방 쏘면 다 끝남.

-그 얘기 다시 꺼낸 ‘삐리리’들은 군대를 안

갔다 왔을 거야. 갔다 왔으면 그런 말 할 수

있겠어?

O

-6개월이 장난이야!

-난 갔다 왔음.

-군대를 갔다 온 남자애들을 보면 좀 사람이

된 것 같긴 해요. 더 늘려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전 남자 친구 군대 있는데, 상병 때 저

찼어요. 그런 놈은 썩어야 돼요.

-이명박 및 한나라당 지지율 급하락.

-이등병이 뭘 할 수 있냐? 일병은 뭘 할 수

있냐? 상병은 뭘 할 수 있냐?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어서….

-제발… 남자 친구가 나를 잊어주면 좋겠다.

ILLU

STR

ATIO

N 김

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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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 MUSIC )

사진

제공

_미러

볼뮤

THE CLASSIC IDOL 아이돌과 음악성은 별개의 단어일까? 평론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음악평론가들에게 아이돌의 음반은

‘불가촉천민’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음악을 굳이 거론하려

하지 않았고, 실제로 얘기할 만한 ‘꺼리’도

없었다. 언제부턴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평론가들이 앞다투어 TV와 신문, 잡지를

통해 아이돌 문화와 음악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음악에 여전히 편견을

갖고 있으면 ‘쿨하지 못해 미안’한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돌 음악의 질적

향상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테디, 쿠시,

켄지,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지누

(히치하이커) 등 젊은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는 분명 잘 만들었고, 이런 웰-메이드

음악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음악평론가들이 음악적으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돌 음반은 어떤

것일까?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 10명에게 음반(EP 이상)을 5장씩

골라줄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를 합산해

상위 5장의 음반을 꼽았다.

참여한 분들: 강일권, 김윤하, 김작가, 김학선, 서정민갑,

이경준, 이대화, 이민희, 차우진, 최지선

1.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Sound G>(2009)

가요를 들으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선

그것을 열등하게, 하급으로 취급하던

사람들에게 통렬한 카운터펀치를 날린

수작. 매끈하고 세련된 편곡과 당장에라도

댄스판을 벌여야 할 것 같은 그루브를 가진

시그너처 송 ‘아브라카다브라’는 단숨에

시건방춤을 전국에 유행시켰으며 2009년

최고의 싱글 중 하나가 되었다. 그야말로 잘

TWO GAZE 한 음반, 두 시선.

DEAR CLOUD_<TAKE THE AIR>

디어 클라우드는 데뷔 때부터 한결같았다.

모던 록을 중심으로 해서 포스트 록 사운드를

밑에 깔고 그 사이로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나인(보컬)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은 완성된다. 메이저 기획사를 나와

스스로 레이블을 차리고 발표한 이번 EP는

그래서인지 더욱 간절하게 들린다. ‘사라지지

말아요’는 흡사 이소라의 노래처럼 들린다.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음악은 여전히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늘 지쳐 보였다. 그게 이들의 스타일이고

그 모습에서 공감과 치유를 얻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기어코 그

허무의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기는 늘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우리를

맞는 건 바다 저 밑바닥이 아닌 태양빛이

스며드는 수면이다. ‘사라지지 말아요’의

디어 클라우드식 애틋함도 그대로다. 좋다.

해면(海面)에 닿을 듯 말 듯한 그 비행에

이번에야말로 기꺼이 마음을 던진다.

(김윤하/ 음악애호가)

WRITER_김학선

빠진 송라이팅의 승리요, 노래를 만든 지누와

이민수가 거둔 쾌거이기도 했다. 후속타였던

‘Sign’ 역시 부채춤이라는 재미있는 안무와

흥겨운 리듬감을 앞세워 많은 인기를 모았다.

그 외 다른 지점들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나, 이처럼 막강한 원투

펀치를 가졌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이

있었느냐는 점에서 음반은 후한 점수를

획득했다. 그에 힘입어 앨범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을

거머쥐는 영예까지 얻었다.

(이경준/ 음악평론가)

2. 투애니원(2NE1) <1st Mini

Album>(2009)

2009년의 여름을 기억한다. ‘여자 빅뱅’,

혹은 빅뱅의 수혜를 받는다는 오해는 딱 이

EP를 내기 전까지만이었다. 투애니원은 이

첫 번째 EP와 함께 2009년 여름과 가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투애니원은

그동안 등장했던 ‘예쁘장한’ 걸 그룹들과는

다른 에너지가 있었다. 그 에너지가

아니었다면 <Fire> 같은 강렬한 싱글이

이들에게 그렇게 잘 어울릴 순 없었을

것이다. 테디와 쿠시가 만들어낸,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오가는 트렌디한 비트와

멤버 각자의 개성이 어우러진 이 EP는 좋은

싱글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이 투애니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기사가 허튼 ‘언플’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EP가 그만한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3. 보아(BoA) <No. 1>(2002)

월반한 천재와 다를 것 없었던 보아의 십대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낸 앨범. 오리콘에 제대로

입성해 ‘국위 선양’이라는 거창한 전제로,

데뷔 이후 양산된 여러 굶주린 안티를 일순간

열혈 애국자로 만든 앨범이기도 하다. 사실상

앨범의 성과이기 이전에 대표곡 ‘No. 1’의

성과였을 텐데, 좌우간 이로써 보아는 한일

양국이 모두 동의하는 넘버원이 되었다.

드문드문 경쾌한 진행이 있고(후속곡 ‘My

Sweeite’), 깊이의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하지만(발라드 ‘My Ginie’), 앨범은 대체로

<No. 1>의 노선을 따른다. 당시 유행하던

브리트니 풍의 미국 팝, 그리고 부단한

연구를 거쳤을 일본의 댄스곡을 레퍼런스로

삼은 셈. 실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프로그래밍과 서글픈 듯 안정된 멜로디가

팽팽하게 앨범의 전반을 채우고 있다.

(이민희/ 음악평론가)

4. 태양 <HOT>(2008)

2000년대 중반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아이돌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린 그룹

빅뱅. 그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건

지-드래곤과 탑이었다. 무려 송라이팅이

가능한 아이돌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패션 아이콘 지-드래곤과 훤칠한 외모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탑을 둘러싼 소란들

속에서, 태양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자신만의 길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첫 미니 앨범 <HOT>을 발표한다.

모두가 놀랐다. 다섯 명 사이에 있을 때에는

그저 평범해만 보이던 이 보컬리스트가

가진 재능이 이 정도일 줄이야. 한국이 아닌

본토의 누군가를 데려와야만 비교가 가능할

넘치는 끼와 매력은 앞으로 10년을 바라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맹세컨대, “내가

바람피워도 너는 절대 피우지 마”라는 씨도

안 먹히는 노랫말은 오로지 태양이기에

가능했다. (김윤하/ 음악애호가)

5. 샤이니(Shinee) <Year Of Us>(2009)

‘누난 너무 예뻐’라든가 ‘산소 같은 너’

를 부를 때의 샤이니는 그저 ‘연상녀를

위한 맞춤 아이돌’의 이미지였을 뿐이다.

적어도 ‘링딩동’을 부르기 전까진 말이다.

이전 곡들이 크리스 브라운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면 이 앨범 이후, 그러니까

2009년 말부터 샤이니의 음악은 릴 존이나

루다 크리스 등에 더 근접했다. 말랑한

알앤비 팝에서 직설적인 더티 사우스 힙합

비트를 적용한 음악적 변화는 샤이니를

무성적인 소년들에서 자기과시적인 남자로

바꿔놓았다. 특히 ‘링딩동’과 ‘Jojo’는

아프리카 리듬과 1980년대 하우스 비트를

21세기적으로 변용한 가요의 모범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데 유영진과 켄지가

수용한 레퍼런스의 범위를 가늠할 만한 예로

적절할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

WRITER_김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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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PICK UP잘 만든 새 노래 5.

FLAMINGO- BRANDON FLOWERS(UNIVERSAL MUSIC KOREA)‘The Killers’

의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 데뷔앨범. 그의 팝스타로서의

매력과 가능성은 이 앨범을 통해서 온전히

전달되었다. ‘The Killers’의 내한공연이

취소되어 아쉬움을 달랬던 한국팬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혼자라도 와~ 브랜든 !”

HAPPINESS- HURTS(SONY MUSIC)‘Hurts’는 몇

개의 싱글과

뮤직비디오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은

후, ‘섬머소닉 2010’에 초청되기에 이르렀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러한 기대가 전혀

지나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펫샵보이스의

한국 강림에 황홀해하던 뉴웨이브 신스팝

환우들에게 반가운 신약의 등장이다.

CHAOSMOS- THE NEAR EAST QUARTET(KT MUSIC)색소포니스트

손성제, 기타리스트

정수욱, 베이시스트

이순용, 그리고 국악인 김동원의 프로젝트

NEQ는 국악과 재즈의 협연이 안고 있던

이질감의 문제를 해결했다. 악기의 차이는

사라지고 서로의 멜로디를 탐닉하는 소리만

남았다.

석연치 않은 결말 -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붕가붕가레코드)‘불쏘클’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 유머와 신파를 넘나드는 슬프도록 화려한

유연성이 돋보인다. 마지막 트랙인 ‘알앤비’는

퇴장하는 그들의 뒷모습에 눈물로 배웅하려는

팬들의 뻔한 작태를 용납할 수 없는, ‘불쏘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피날레이다.

SHADOWS- TEENAGE FANCLUB(BEALBALL MUSIC)목가적인 분위기의

타이틀곡 ‘Baby

Lee’부터 퍼즈톤

기타 사운드는 ‘Shock and Awe’까지, 20년

차 뮤지션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밝고

섬세한 청춘의 파워 팝을 보여준다. 올가을

GMF를 통해 첫 내한하는 TFC를 맞이할

팬들에게는 가열찬 반복 숙달이 요구된다.

OPEN THE MYSTERY CURTAIN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녀는 누구지?

왜 혼자 왔나? 다른 팀원은 안 왔나?

밴드가 아니라 혼자다. 다들 혼동하는데, 그냥

내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지은 것일 뿐이다.

왜 ‘수상한 커튼’인가?

이름에서 음악 혹은 장르가 연상되는 것을

경계했다. 백지 상태에서 내 음악을 듣고

듣는 이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갖기를 바랐다.

음악을 들려주기보다는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서 청자가 자신만의 감상을

오롯이 칠하고 그릴 수 있는, 열린 이름을

짓고 싶었다.

보여주고 싶다는 건 어떤 뜻인가?

음악을 들을 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습성이 있다. 그런 이미지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음악만으로 듣는 이를 어떤 세계 속으로

던져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영상과 관련한 음악 작업도 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

재미있다.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고.

기타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연주했나?

고3 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기타리스트를 꿈꾼 건가?

음… 왜 어렸을 때 악기도 못 다루면서

밴드부터 만드는 애들 있지 않나. 하하, 나도

그랬다. 무작정 팀을 만들고 아무 생각 없이

파트를 정했다. 뭐, 어쩌면 핑크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인 데이비드 길모어가 우상이었기

때문에 기타를 맡았을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머리를 좀 더 기르면 얼핏

‘데이비드 길모어’처럼 보일 것 같긴 하다.

하하하. 감사하다고 하자니 왠지 뒤끝이

씁쓸하네.

그런데 악기도 못다루면서 밴드에서 기타를

맡았다고? 합주가 가능했나?

합주는 무슨. 못했지. 하하.

합주도 안하는 밴드가 모이면 뭘하나?

할 건 많았다. 음악 얘기하고, 음반 사러

다니고, 공연 보러 다녔다. 음악적 소양을

집중적으로 쌓은 시기였던 것 같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이고, 프로듀싱까지 다 했다.

처음이라서 다 쏟아 부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처음이라 다 쏟지 못한 것도 있을 텐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맞다. 머릿속에만 있는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것에 대한 나의 한계를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접고

들어간 것이 많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도 한

몫했다.

뮤지션으로서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항상 도전하는, 안주하지 않는 뮤지션.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싶다.

WRITER_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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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 Editor 류진 )

Page 62: dazed korea vol.30

262

( INSTANT NOVEL )

노르웨이를 출발한 비행기는 두어 시간

만에 북극에 도착했다. 나와 카메라맨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촬영팀은 기지에서

해양학자 R과 합류했다. 수없이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나눴지만 직접 대면한 R의

모습은 다소 생경했다. 그는 북극보다 정글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꽤 다혈질이었다.

미끼는 구하셨습니까?

서른 마리를 못 채우고 열여덟 마리를

가져왔습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R은 대뜸 오드아이

고양이 수부터 물었다. 잠깐 미간을 찌푸린

R은 이내 활발함을 되찾았다.

그러면 루트를 수정해야겠군요. 절반밖에

돌지 못할 테니까요. 뭐 만나게 될 인연이면

만나겠죠. 이건 라면박스인가요? 여기

처박혀 있으니 짜파게티가 어찌나 당기는지

말이죠.

‘페치딘 대신 괴물’. 이게 지난 일 년간 내

슬로건이었다. 내 삶은 박살나 있었다.

아주 보편적인 재난, 현대적인 재난이었다.

아내는 떠났고 애인도 남아 있지 않았다.

두 여자에게 버림받는 동안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술과 수면제가 늘었다. 경고등이

깜박거릴 무렵 이 일이 걸려든 것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해양생물이

나타난 것은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이슈였다. 장기수들이 일제히 탈옥한 것처럼

얼음에 갇혀 있던 생물이 살아서 북극을

돌아다닌다는 뉴스는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그들은 환경에 대한 우려를 안겨주는 동시에

지구의 비밀을 풀어줄 중요한 증거였다.

우리는 국내 최초로 북극의 스타, 호르헤를

좇을 예정이었다. BBC 카메라에 일부가

포착된 놈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나 역시 점액질의 파란 괴물을 처음 봤을

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생선대가리 같은

얼굴이 수없이 달려 있는 괴물은

<상상동물 이야기>에 나올 법한 외양을 하고

있었으니까. 식성도 전설의 동물 못지않게

독특해서 오드아이 고양이 머리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했다. 괴물을 처음 발견한 핀란드

학자가 보르헤스의 이름을 따서 ‘호르헤’라고

명명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흘 후 우리는 이누이트가 모는 배에

올랐다.

나는 얼음 조각을 녹여 먹으며 극점에서의

지루함을 달랬다. 거대한 빙하는 몰락하는

왕처럼 천천히 무너져 차가운 바다 속으로

미끄러졌다. 그 안에 결박해 있던 수억 년의

시간도 영원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내가

탄 배는 그런 시간들이 녹아 있는 바다를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입안의 빙하를 혀로

굴리며 오만한 쾌락을 맛보았다.

마침내 호르헤가 나타난 것은 미끼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을 무렵이었다. 놈은 우리가

주는 별식을 받아먹으며 바다를 가로질러

조금씩 따라온 것이다. 카메라를 잡은 K의

환호성에 R과 내가 동시에 뛰쳐나왔다.

왔어요. 빨리!

빙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괴물을 보았지만

처음에는 ‘어느 것이 호르헤인가’라는 생각에

어리둥절했다. 호르헤는 삼십 미터짜리

대륙이었다. 돌과 얼음과 물고기와 새와

해조류가 범벅이 된 대륙. 부리 달린 흰 새

다섯 마리가 붙어 있는가하면 생선 혹은

곤충으로 보이는 머리들이 입을 벌리고

그 사이를 해초가 제멋대로 감고 있었다.

몸통을 뚫고 나온 촉수는 황동빛이었고

포경선원들이 박아놓은 작살도 수없이

많았다.

앞쪽으로 미끼를 던져요!

R이 지시에 따라 서둘러 박스를 열고 고양이

머리를 꺼냈다. 고양이 머리를 손 안에

감아쥐자 저절로 진저리가 쳐졌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글러브에 야구공을 던지는

느낌으로 놈의 아가리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미끼를 투척했다. 다섯 개의 머리를

연달아 받아 먹은 호르헤가 한차례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허공 위로 힘차게 자맥질을 했다.

그러자 부글거리는 빙하의 거품 속에서

통통한 음표 같은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튀어

올랐다. 일종의 기적이, 다큐PD로서 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멋진 장면이 펼쳐지자 미칠

듯한 환희가 밀려왔다.

조심해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호르헤가 뱃전에서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눈, 눈, 눈, 눈, 온통

눈뿐이었다. 백 개의 눈이 달린 신화 속의

아르고스와 마주친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괴물은 배의 들머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나는 벌어진 호르헤의

입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갔다.

TASTE OF GLACIER 기이한 생명체는 한국 작가 ‘주미’의 작품이다.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 김성중은 이 낯선 세계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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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 Editor 이우성 )

푸른 불빛 하나, 노란 불빛이 하나.

희미한 빛에 눈을 떴다. 간신히 상체만

일으켜 몸을 더듬고 상태를 확인했다. 왼쪽

발목이 골절된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어디선가 물큰한 냄새가 풍겨왔다.

주변은 폐광 갱도 같은 모습이었다. 천장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고 바닥의

해초를 뜯어먹었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찾은

나는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불빛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것은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오드아이 고양이 머리였다.

축축한 고양이 대가리를 집어 들자 발작적인

웃음이 터졌다. 웃음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몸속에서 만들어져 입술 밖으로

밀려갔다. 왜 죽은 고양이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일까, 라는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고 충동에 굴복해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 누군가가 내 몸을 마구 흔들어서

웃음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고양이 머리를

플래시처럼 비추자 해양학자 R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턱에 돋은 거뭇한 수염들이

사건 이후의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긴 어디예요? 배는요?

호르헤 안이에요. 침몰할 때 놈에게

떨어졌는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와 봤더니

당신이 미친 듯이 웃고 있더군요.

다른 사람들은요?

모르겠어요. 그보다 해초에 환각 성분이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호르헤의 내부는 복잡한 미로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일종의 요나가 되어 괴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나는 딸꾹질처럼

이따금 밀려오는 웃음을 참으며 출구를

찾았다. 가끔씩 R은 걸음을 멈추고

비늘을 줍거나 광물 부스러기를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댔다.

샘플을 채취하는 거예요. 나가면 굉장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R은 신발을 벗어 안쪽 쿠션에 포획물을

밀어 넣었다. 바보처럼 그는 아직도 ‘현실’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빙하에서 풀려난

괴물 배 속에 들어앉은 우리의 존재에 어떤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을까? 죽은 고양이의

눈동자가 다른 색깔의 빛을 발하는 세계에서

표본을 추출한다는 말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R의 눈에는 뿌연 백태 같은

것이 끼기 시작했다. 고양이 불빛을 바싹

갖다 대도 눈꺼풀을 전혀 깜박거리지 않았고

눈알이 튀어나와 있다. 모든 것이 환각

탓이겠으나 내 눈에 그는 커다란 포식자에

잡힌 먹잇감에 걸맞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듯이 보였다. 나는 키득거리면서 끊임없이

해초를 우물거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환각은 축복이었다.

점점 더 추워지네요.

R은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호르헤가

다시 얼어버리면 어떡하지? 내 샘플은,

표본은? 여기서 나갈 수……있을까?

살…수…있…을…까…. 어느덧 R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쓰러진 R의 몸은 얼린 생선처럼 차갑고

딱딱했다. 그의 죽음이 내 죽음의 형태를

예고하고 있었다.

문득 배에서 먹었던 빙하의 맛이 떠올랐다.

내 몸속에 녹아버렸을 시간들이 나와 함께

얼어가는 중이었다. 빙하 속의 호르헤,

호르헤 안의 나, 내 속의 빙하,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밀도가 어지럽게 밀려오자 나는 천천히

바닥에 누웠다. 더 이상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무덤은 안락해 보였다. 나보다 늦게 죽을

무덤이라니, 좀 이상하다. 잠이 밀려오자

나는 여전히 빛을 내는 고양이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내 입술이 중얼거리는 마지막

말이 거대한 가시와 점막으로 된 천장에

메아리쳤다.

나는 불멸이 될 것이다.

WRITER_김성중(소설가, 2008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

<North Pole>, 48 inch x 36 inch, 2010

picture by ju-mi주미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작가다. 뉴욕에서 그곳의 젊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색과 패턴에 의해 변형된 생명체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그 생명체가 사는

곳의 풍경을 상상한다. 설계된 복합성과

조절된 카오스를 구성하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이다. <North Pole>은 북극을

풍자적으로 다룬 비범한 작품이다.

Page 64: dazed korea vol.30

272

솔솔 부는 바람. 창가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설거지

하는 것을 좋아한다. 심야에 베란다

창 옆 흔들의자에 앉아 밤바람을

맞으며 만화책을 읽으면, 먼저 잔다는

남자친구의 문자도 반갑다.

DESIGNER 김셋별

( ONE LAST WORD / EdITOR 이우성 )

시 쓰는 지녀 누나가 결혼할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좋아했다. 민음사에서 누나

시집이 나왔을 때 표지 색깔이 너무 예뻐서,

누나한테 남자가 있는 것보다 더 싫었다.

질투 나서….

EDITOR 이우성

I LIKE ME! 나라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EDITOR 김지홍

종이. 포스터, 잡지, 신문, 벽지,

쇼핑백. 종이로 만들어진 모든 게

좋다.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수

있어서 좋다. 냄새가 좋다.

ART DIRECTOR 김지빈

‘무’ 가 좋은게 아니다. 동글한게 좋은 거다.

DESIGNER 이자경

곱이 꽉찬 소곱창을 배불리 먹으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곱창집 딸이 부러운 적도

있다. 엄마가 곱창집을 한다고 하면 간판은

내가 맞춰드리고 싶다. ‘곱순이네’ ‘곱이 꽉찬

집’ 아, 요즘은 사실적인 이름이 인기니까 ‘

압구정 곱창 굽는 집’은 어떨까?

EDITOR 노승효나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 심지어

싫어하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오랜 고민

끝에 이달에 가장 좋았으나 탈락된 차승우의

사진을 골랐다. 차승우는 인생이 로큰롤인,

끝내주게 멋있는 ‘진짜’ 남자니까.

EDITOR 배보영

행운. 가져 본 적이 있던가?

EDITOR 류진

LIKE나는 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