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역연구논총 · 2018-06-26 · (nrf-2016s1a3a2924968). 이 논문의 초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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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역연구논총 3612018 한국세계지역학회 ISSN 1598-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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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지역연구논총제 36집 1호

    2018

    한국세계지역학회

    ISSN 1598-5946

  • 제36집 세계지역연구논총1호

    백신사업 사례를 통해 본 글로벌 거버넌스의 행위자 상호관계 연구: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관계를 중심으로································································································ 3 / 조한승

    국제개발협력의 소득증대사업 효과성 분석 연구: 굿네이버스 말라위 옥수수 창고 사업을 중심으로

    ································································· 31 / 손혁상⋅정희율⋅김영완

    시진핑 집권2기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분석: 한중관계를 고려하며

    ······························································································ 57 / 김진호

    시진핑 시대 ‘중국의 꿈’, 국내정치 맥락과 대외정책의 변화 ······························································································ 89 / 이문기

    일본정치의 우경화와 민족주의 구분 필요성에 대한 小考: 한국인의 관점을 중심으로

    ···························································································· 117 / 박성황

    한-EU FTA 발효 이후 한국 내 지리적 표시제 적용 및 변화 분석 ···························································································· 153 / 김현정

  •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새로운 로컬 거버넌스의 모색: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중심으로

    ·············································································· 179 / 홍석훈⋅나용우

    네트워크 사회의 세대와 정치참여: ICT 활용능력과 세대구분을 중심으로·············································································· 203 / 임성호⋅송경재

    The Resource Curse and Policy Prescriptions to Avoid It:An Application to the DR Congo·························· 229 / Ben Katoka⋅Chung-hee Lee⋅Sung-soo Kim

    Trends in Military Spending of China and Four ASEAN Countries:A Time Series Analysis Approach············································· 261 / Ferraresso Riccardo⋅In-seok Shin

  • 조한승 / 단국대학교

    한글 초록

    이 논문은 글로벌 거버넌스 내 행위자 사이의 정치적 상호작용을 백신 사업을 중심

    으로 살펴본다.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에 대한 설명은 크게 3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1) 주인-대리인 모델은 국가와 국제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 관계를 위계적 관계로 설명

    하며 행위자 사이의 긴장관계에 주목한다. (2)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은 국제기구는 비록

    국가에 의해 목적이 제한되지만 자율성을 가지고 매개체를 선정하며 매개체가 거버넌

    스 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다. (3)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모델은 국

    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사이의 수평적 네트워크 관계에 주목한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상호관계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며, 非보

    건 분야의 행위자들과 자선재단을 포함한 비국가 행위자의 영향력이 높게 나타나고 있

    다. 전염병 대응과 같은 전통적인 보건 거버넌스에서는 전문기구인 WHO의 집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이 설명력이 높다. 하지만 백신사업 분야에서는 개

    발협력 행위자와 GAVI, 게이츠 재단 등 비국가 행위자가 이해당사자로서 관여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모델이 보다 설득력이 높다. 또

    한 대북 백신보급사업 사례에서 확인되다시피 위기상황에서는 안보와 같은 주권문제가

    정치적 이슈와 주권문제가 행위자간 수평적 파트너십을 압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주제어: 글로벌 거버넌스, 백신사업,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연합(GAVI), 게이츠 재단

    * 이 논문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6S1A3A2924968). 이 논문의 초고는 2017년도 한국국제정치학회 연례학술회의(2017.12.8.)에서 발표되었음.

    백신사업 사례를 통해 본 글로벌

    거버넌스의 행위자 상호관계 연구: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관계를 중심으로*1)

  • 4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Ⅰ. 서론

    글로벌리제이션 현상은 다양한 행위자의 활동 범위를 전례 없는 속도로 확장시켰고,

    이에 따라 국경선을 초월한 새로운 문제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존의 국가중심적 접근은 한계를 보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 책임의 한계로 나타났

    다. 따라서 글로벌리제이션 현상 속에서 여러 행위자들은 기존 국가중심 접근을 넘어서

    는 네트워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을 만들었

    다. 즉, 국가 행위자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및 기타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가 상호 연계

    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그 필요성

    과 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과연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관계가 어

    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이 매

    우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정의되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간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기

    구, 국제조약, 국제규약 등은 목표와 참여 행위자 및 행위자의 역할과 행동절차가 비교

    적 구체적으로 명시되었지만 최근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그러한 구체성을 상당부분 결

    여하고 있다. 이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보다 덜 형식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행위자

    들 사이의 관계를 “협력”, “공조”, “파트너십” 등과 같이 광범위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기도 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행위자들, 즉,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들이 모두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그들의 영향력과 가용수단은 큰 차

    이를 보인다.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며 상호 협조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행위자 관계는

    사이에는 엄연히 정치적 상호작용이며, 그런 점에서 (국제)정치학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에 관한 연구는 그것이 어떤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

    에서 행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대한 분석도 다루어야 한다. 특히 국가와 비

    국가 행위자 사이를 연결하는 국제기구의 지위와 역할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매우 중

    요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논문은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간 상호관계에 관

    한 이론적 논의를 백신사업에 관한 글로벌 거버넌스 사례에 접목하여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포괄적 의미의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하나로서 백신 사업은 질병 예

    방이라는 인류 보편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내부의 행위자 사이의 상호관계에서는 보

    건 거버넌스의 일반적 모습과 구분되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특히 유사한 보건관련 거버

  • 조한승 ∥ 5

    넌스인 전염병 대응 분야에서와 달리 백신 보급/접종 사업 분야에서 국제기구들은 비

    국가 행위자의 관여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로 인해 국가의 상대적 영향

    력이 작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본 연구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이루어지는 백신사

    업 사례를 통해 이 분야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 상호관계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것의 이론적 함의를 논의한다.

    Ⅱ.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 상호관계: 이론적 논의

    글로벌 거버넌스 내에서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행위자의 이익과 존재이유는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개별

    행위자의 활동 능력과 범위는 제각각이다.1) 행위자들의 이러한 이질성은 필연적으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국제정치의 접

    근법들마다 서로 다르다. 글로벌 거버넌스 내의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상호관

    계를 설명하는 모델들은 크게 (1)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2) 국제기구의 오케스

    트레이션(orchestration), (3)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multi-stakeholder partnership)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주인-대리인 모델

    합리적 선택 접근법에 바탕을 둔 주인-대리인(이하 PA) 모델은 글로벌 거버넌스 행

    위자들 사이의 관계를 위계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거버넌스 내에서 주도적 행위자들은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전략들을 모색하는데, 때로는 다른 행위자, 즉,

    대리인이 그 임무를 수행하도록 권한을 위임한다. 그 이유는 이익추구 행위에 소요되는

    비용과 정책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또한 대리인이 공공 임무를

    부여받은 경우 주인은 자신의 이익 추구 행위를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관계에서 PA 모델은 국가와 국제기구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초

    1) 본 논문에서 국제기구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정부간기구(IGO)를 지칭한다. 또한 비국가 행위자에는 비정부기구(NGO), 시민사회단체(CSO), 이익단체, 자선단체, 학술단체, 민간기업 등이 포함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s) 대신 초국가 행위자(transnational actors)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Jonas Tallberg, et al., The Opening Up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ransnational Access in Global Governa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3) 참조.

  • 6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점을 맞추지만,2) 일부 연구자들은 과 같이 국제기구가 하위 행위자에 대해

    주인 역할을 맡는다는 식으로 PA 모델의 개념 확장을 모색한다.3) 예를 들어 유엔 총

    회나 안전보장이사회 결정에 따라 유엔 시스템 내의 전문기구가 유엔의 권한을 위임받

    아 임무를 수행한다면 유엔 총회 혹은 안보리가 주인이 되고 해당 전문기구는 대리인

    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기구는 다른 국제기구 혹은 비국가 행위자를 참여

    시킴으로써 주권을 훼손하지 않고 글로벌 규제를 시행하거나 글로벌 공공재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현장 접근성의 어려움이나 정책 분야의 특수성 문제와 같은 거버넌스

    문제를 다른 국제기구 혹은 비국가 행위자의 참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4)

    글로벌 거버넌스 내에서 복합적 주인-대리인 관계

    출처: Elsig (2010), p. 499.

    PA 모델에서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행위자간 긴장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의 문제이다. 주인은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서 기능할 것을 기대하지만,

    2) Mark A. Pollack, The Engines of European Integration: Delegation, Agency, and Agenda Setting in the EU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Darren G. Hawkins, David A Lake, Daniel L. Nielson, and Michael J. Tierney (eds.), Delegation and Agency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

    3) Manfred Elsig, “Principal-Agent Theory and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Complex Agency and ‘Missing Delegation’,”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Vol. 17, No. 3 (2010), pp. 495-517.

    4) Barbara Koremenos, “When, What, and Why do States Choose to Delegate?” Law and Contemporary Problems, Vol. 71, No. 1 (2008), p. 155; Kal Raustiala, “State, NGOs, and International Environmental Institutions,”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Vol. 41, No. 4 (1997), p. 719.

  • 조한승 ∥ 7

    대리인은 일단 권한을 위임받으면 독립적인 선호를 가지고 자율적 행동을 모색하기 때

    문에 이들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 국가는 주인으로서 대리인인 국제기구(예:

    WHO)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한 기능(예: 전염병 대응)을 수행

    할 것을 기대하지만, 국제기구 역시 NGO를 포함한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독

    립적인 의사결정과 기구로서의 이익을 추구(예: 전염병 발생 국가에 대한 여행금지선

    포)하고자 한다. 국가는 국제기구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데 들어가는 주권비용을

    가급적 낮추려고 하며, 국제기구 역시 글로벌 거버넌스 내에서 비국가 행위자를 포함한

    다른 행위자를 정책결정과 활동에 포함하는데 소요되는 기구비용을 줄이고자 한다.5)

    합리적 존재로서 각각의 행위자는 이익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위계의 상

    위에 존재하는 주인은 대리인이 ‘딴 짓’하지 않도록 감시⋅감독해야 하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리인을 통제할 수 있느냐가 이 모델의 주요 관심사이다. PA 모델에서 이러한

    긴장관계는 국가-국제기구-비국가 행위자 사이의 관계가 위계적인 상하관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물로 인식된다.

    2. 오케스트레이션 모델

    PA 모델이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들의 관계를 위임에 따른 기능적 관계로 상정하

    는 것과 달리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모델은 거버넌스 목표를 위한 서비스 수행

    에 있어 국제기구의 자율적 정책과 활동을 강조한다. 이 모델에서 행위자 상호간 관계

    는 감시와 통제 등 이른바 하드(hard) 수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협조, 규범, 자제와 같

    은 보다 소프트(soft)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주인 혹은 거버너(Governor)가 직접

    지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와 매개체(intermediary)를 통

    해 서비스의 대상(target)과 연결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주인(혹은 거버너)은 국가

    이고, 오케스트레이터는 국제기구이며, 매개체는 다른 국제기구 혹은 비국가 행위자이

    고, 대상은 수혜국 혹은 비국가 행위자이다.6)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은 비록 국제기구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도적 국가의 영

    향력을 받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국제기구 사이의 위계적 질서를 완전

    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제기구 역시 자율성을 가지고 기구의 목적과 역할에

    5) Tallberg, et al. (2013), p. 49.6) Kenneth W. Abbott, Philipp Genschel, Duncan Snidal, and Bernhard Zangl, “Orchestratioin: Global

    Governance through Intermediaries,” in Abott, et al. (eds.),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s Orchestrator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5), chap. 1.

  • 8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부합하는 매개체를 선별하여 이를 통해 거버넌스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내에서 국제기구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대리인인 동시에

    매개체 및 서비스 대상과의 관계에서는 조정자 혹은 조율자, 즉, 오케스트레이터의 역

    할을 수행하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이를 도식화하면 와 같이 묘사된다. PA

    모델의 개념 확장과 일견 유사해보일 수도 있으나 PA 모델의 특징인 엄격한 위계적

    통제 관계가 강조되지는 않는다.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

    출처: Abbott, et al. (2015), p. 27.

    이 모델은 막스 베버의 관료제 설명을 인용하여 국제기구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주

    권자의 요구에 봉사하기 위해 관료제가 만들어졌지만 관료는 정보와 지식을 분류하고

    의미를 정하며 규범을 확산시킴으로써 국정에서 자율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찬가지

    로 국제기구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형성되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국제기구는 고유한 합

    리성을 구축하고 보편성과 제도화를 통해 전문성과 분업을 바탕으로 하는 나름의 행동

    양식과 기구 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7) 에서 주목할 것은 국

    제기구가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국제기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매개체를 통

    7) Michael N. Barnett and Martha Finnemore, “The Politics, Power, and Pathologies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53, No. 4 (1999), pp. 699-732.

  • 조한승 ∥ 9

    해 대상에 대한 거버넌스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 거버넌스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매개체에 포함되는 행위자는 주로 NGO, CSO, 민간부문 등 비국가 행위자이지만 다른

    국제기구도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관련 기금을 운용하는 GEF(지구

    환경금융)는 UNDP(유엔개발계획), UNEP(유엔환경계획), 세계은행과 같은 다른 국제기

    구를 사업시행 행위자로 끌어들인다.8)

    PA 모델에서 국제기구가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오케스트레이

    션 모델에서 국제기구는 글로벌 거버넌스 내의 다른 행위자들을 매개체로 삼아 이들에

    게 재정적⋅행정적 지원, 정치적⋅규범적 지지, 행위자간 역할⋅활동 조율 등의 방식으로 매개체의 활동을 장려하거나 촉진한다. 이러한 매개체의 활동 능력을 물질적으로 지

    원하거나 규범적 정당성을 북돋아주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통해 국제기구는 궁극적

    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거버넌스 공공재 산출에 이들 매개체가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3.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모델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multi-stakeholder partnership) 모델은 국가 및 국제기구와

    더불어 NGO, 사회단체, 기업 등 비국가 행위자들이 협력관계를 맺고 공공재 창출을

    위한 집단적 정책 사이클에 관여하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데 주목한다. 비록 이

    모델은 앞의 두 모델과 비교하여 아직까지 덜 구체화된 개념이기는 하지만, 비국가 행

    위자의 역할과 활동이 국가 혹은 국제기구의 목적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끌려진 결과만

    이 아니며, 비국가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국가 및 국제기구의 정책 사이클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결과라는 입장이다.9)

    이 모델은 정부에서부터 국제기구, 지역기구, NGO, 민관파트너십(PPP),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행위자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공

    적 영역과 민간 영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초국경적 협력을 담아내는데 유용하다.10)

    국가 영역과 민간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PA 모델과 오케스트레이션 모델과 달리 다

    8) Erin R. Graham and Alexander Thompson, “Efficient Orchestration?: The Global Environment Facility in the Governance of Climate Adaptation,” in Abbott, et al. (2015). chap. 5.

    9) Jens Steffek, “Explaining Cooperation between IGOs and NGOs: Push Factors, Pull Factors, and the Policy Cycle,”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Vol. 39 (2013), pp. 993-1013.

    10) Minu Hemmati, Multistakeholder Processes for Governance and Sustainability, Beyond Deadlock and Conflict (London: Routledge, 2002); Jens Martens, “Multistakeholder Partnerships: Future Models of Multilateralism?” Fridrich Ebert Stiftung, Dialogue on Globalization, Occasional Paper Series No. 29 (Berlin 2007); Heye Scheftel, “Multi-stakeholder Partnerships for Human Security,” Human Security Journal, Vol. 8 (2009), pp. 43-56.

  • 10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모델은 거버넌스 행위자들의 활동이 그러한 영역 구분을 초월

    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11) 비국가 행위자를 포함한 행위자는 이해당사자로

    서 거버넌스 목표의 전부 혹은 일부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

    적으로 관여하며, 위험 및 책임 그리고 비용까지 분담한다.12) 또한 PA 모델과 오케스

    트레이션 모델은 국제기구와 비국가 행위자를 국가보다 하위의 행위자로 간주하지만,

    이 모델은 거버넌스가 생성하는 공공재에 대해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들이 각

    자 자율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이며, 각각의 이해관계의 크기는

    거버넌스 분야마다 다르다고 상정한다. 다시 말해 국제기구나 비국가 행위자의 이해관

    계의 크기가 국가의 그것보다 더 클 수 있으며, 이 경우 국가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

    하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글로벌 보건협력 거버넌스를 묘사한 에

    서와 같이 자원과 영향력의 흐름이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들 사이에서 쌍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모델에서는 글로벌 공공재에 대해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지는 국제기구나 비국가

    행위자가 사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국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심지어 국

    가를 배제한 채로 다른 행위자들과 상호연대를 구축하는 등 국가를 우회하는 경로와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게이츠 재단과 같은 대규모 재원을 가진 자선단

    체의 지원을 확보한 국제기구나 비국가 행위자는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이 추구

    하는 글로벌 공공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인권단체와 같이 규범 주창자 기능을 수

    행하는 비행위자는 국내 여론을 움직여 정부가 관련 국제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 활동

    에 참여 혹은 지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국가와 국제기

    구 및 비국가 행위자 관계는 더 이상 위계적인 일방적 관계로 설명하기 어렵다.13)

    11) Liliana B. Andonova, “Public-Private Partnerships for the Earth: Politics and Patterns of Hybrid Authority in the Multilateral System,” Global Environmental Politics, Vol. 10, No. 2 (2010), pp. 25-53.

    12) Hemmati (2002), p. 7.13) 하지만 안보, 금융 분야와 같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뚜렷한 분야에서는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과

    책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 분야에 대해 이 모델을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Peter Utting, UN-Business Partnerships: Whose Agenda Counts? (Geneva: UNRISD, 2000); Michael Edwards and David Hulme, “NGO Performance and Accountability,” in Edwards and Hulme (eds.), Beyond the Magic Bullet: NGO Performance and Accountability in the Post-Cold War World (London: Kumarian Press, 1996); L. David Brown, and Mark H. Moore, “Accountability, Strategy, and Internation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Vol. 30, No. 3 (2001), pp. 569-587.

  • 조한승 ∥ 11

    다중 이해당사자 파트너십 행위자 상호관계의 예 (보건협력 분야)

    출처: Steven Hoffman, Clarke B. Cole, and Mark Pearcey, “Mapping Global Health Architecture to Inform the Future,” Research Paper, Center on Global Health Security, Chatham House (London, January 2015), p. 8.

    Ⅲ. 글로벌 보건과 백신 사업 행위자

    1.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행위자 문제

    보건 이슈는 개인의 건강에 관련된 것이지만 전염병 확산은 공동체의 안보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공중보건은 국가의 중요 정

    책의 하나였다. 최근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에이즈, 신종플루, 에볼라 등 전염병은 빠른

    속도로 여러 지역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은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글

    로벌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를 치료 및 예방하는 신약과

  • 12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백신의 개발과 보급은 제약 및 의료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부를 창출하는 중요

    한 정책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안보나 교역 못지않은 중요한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14)

    행위자와 관련하여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비국가 행위자의 참

    여와 역할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활발하며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적 관계를 보인

    다는 점이다. 인권이나 환경 분야에서 대부분의 비국가 행위자는 정부 및 국제기구의

    정책과 행동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보건 분야는 질병 확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며 보건의학적 전문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국가나 국제기구

    가 상호간 협조를 넘어서 관련 분야의 NGO, 보건의학 전문가, 제약업계, 각종 자 선

    재단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와의 협력관계를 맺기 용이하다.

    보건 분야의 또 다른 특징은 보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행위자들도 이해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보건 협력에 참여하는 행위자들 가운데에는

    WHO(세계보건기구) 뿐만 아니라 UNICEF(유엔아동기금), UNFPA(유엔인구기금),

    UNDP(유엔개발계획), World Bank(세계은행), WTO(세계무역기구) 등이 포함되며, 비

    보건 기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는 1970년대 중반 기

    초보건의료에 대한 논의와 이를 구체화한 1978년 알마아타 선언에서 기존 WHO가 추

    구하던 질병에 대한 선별적 접근(수직적 프로그램)이 쇠퇴하고 보편적 보건 서비스를

    강조하는 포괄적 접근(수평적 프로그램)이 부상하면서 보건지원이 넓은 의미의 국제개

    발협력의 중요 사업으로 간주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질병 확산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선별적 접근은 보건의학적 전문성과 질병에

    대한 집중적 감시 및 관리 체계를 강조하지만, 질병의 예방을 우선시하는 포괄적 접근

    은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적인 인프라 구축과 보건시설 개선 및 교육이 강조

    될 수밖에 없다. 포괄적 접근이 부상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건의학적 전문성에 기초

    한 WHO의 영향력보다는 UNDP와 같이 개발의제를 다루는 기구들과 세계은행과 같이

    개발협력 자금을 제공하는 기구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개도국 보

    건 현장에서 보건 당국이나 지역주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UNICEF의 영향력이 획

    기적으로 커졌다. 이들 기구들은 자체적으로 보건 전문가를 채용하였고, 정책적 측면에

    서도 점차 WHO의 영향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15)

    14) 신상범, “글로벌 보건과 국제정치학: 연구 성과와 향후 과제,” 국제정치논총, 57집 3호 (2017), pp. 87-132.

    15) Kelly Lee, “Understanding of Global Health Governance: The Contested Landscape,” in Adrian Kay and Owain D. Williams (eds.), The Crisis of Global Health Governance: Challenges, Institutions and Political Economy (London: Palgrave Macmillan, 2009); 조한승,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역할과 도전: 정치적 쟁점 사례를 중심으로,” 평화학연구, 15권 4호 (2014), pp. 7-34.

  • 조한승 ∥ 13

    보건 분야에 관여하는 이해당사자들 가운데에는 민간 행위자가 유난히 많으며, 그

    영향력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건의학이라는 전문성이 강조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건 분야가 대부호들의 자선사업의 주요 대

    상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00년에 만들어진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각종 글로벌 보건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글로벌 보건을 위한 민간 재원으로는 가

    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연간 운용자금이 WHO예산보다 많다. 게이츠 재단

    은 WHO, UNICE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GFATM(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기금), GAVI(세계백신면역연합)와 같은 민관파트너십(PPP)에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16) 게이츠 재단은 2016년 기준 총 45억6천1백만

    달러 규모의 각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약22억 달러를

    보건관련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17) WHO의 2016∼2017년에 승인된 프로그램 예

    산이 약43억4040만 달러 규모임을 감안할 때 게이츠 재단의 지원사업 규모는 WHO의

    그것을 크게 초월함을 알 수 있다.18) 최근에는 게이츠 재단을 모방하여 여러 거대 기

    업인들이 자선재단을 수립하고 보건의학 부문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글

    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이들 자선재단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19)

    이들 자선재단이 보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공재로서 보건이 가

    지는 인도주의적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지

    원하느냐가 글로벌 보건 의제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는 각국의

    보건의료 정책뿐만 아니라 높은 미래가치로 평가되는 신약개발 투자, 지식재산권, 의료

    기관 건립과 운영 등에서의 영향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20) 보건 분야 행위

    16) Sophie Harman, Global Health Governance (London: Routledge 2012); Sophie Harman, The World Bank and HIV/AIDS: Setting a Global Agenda (Alingdon: Routeldge 2010), p. 114.

    17) 게이츠 재단은 소아마비, 백신 공급, 모자보건 등의 분야를 ‘글로벌 개발’ 영역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 언급한 보건관련 프로그램 지원액은 ‘글로벌 보건’ 영역에 ‘글로벌 개발’ 영역 가운데 소아마비(24%), 백신 공급(18%), 모자보건(6%) 항목을 더한 것이다. 게이츠 재단의 자금지원 가운데 프로그램 영역은 글로벌 개발(22억1100만 달러), 글로벌 보건(11억9700억 달러), 미국 국내 프로그램(4억9600만 달러), 글로벌 정책&옹호(5억1300만 달러) 등으로 구분되며, 비프로그램 영역은 커뮤니케이션(3300만 달러), 기타 자선프로그램(1억1100만 달러) 등이다. Bill & Mellinda Gates Foundation, “Annual Report 2016,” https://www.gatesfoundation.org/Who-We-Are/Resources-and- Media/Annual-Reports/Annual-Report-2016 (검색일: 2017.11.10.)

    18) WHO, Programme Budget 2018-2019 (Geneva: WHO, 2017), p 5.19) Richard D. Smith, “The Role of Economic Power in Influencing the Development of Global

    Health Governance,” Global Health Governance (online), Vol. 3, No. 2 (2010).20) 조한승 (2014), pp. 16-17.

  • 14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자들의 유형과 사례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과 같다.

    유형 사례

    국가선진국, 공여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등개도국, 수혜국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케냐, 우간다, 콩고, 아이티 등

    국제기구다자간 기구 WHO, UNICEF, UNFTA, UNDP, UNAIDS, ILO, WTO, 세계은행지역기구 아세안, EU집행위원회, 아프리카 연합, 지역개발은행

    보건의료기술

    접근증진 메커

    니즘

    GAVI, GFATM, IFFIm(국제백신개발채권), AMCV(선제적 백신시장협약)

    제약 연구개발

    파트너십

    DNDI(방치질병을 위한 제약사업), IAVI(국제에이즈백신사업), MVI(말라리아백신기구), MMV(말라리아퇴치를 위한 제약사업), TB Alliance(결핵 얼라이언스), IVI(국제백신연구소)

    자선재단 게이츠 재단, 록펠러 재단, 클린턴 재단, 카터센터

    NGO/CSO국경없는 의사회, 휴먼라이츠와치, 적십자,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면기구, 옥스팜, 가톨릭구호서비스, 국제생명과학회, 국제로터리연맹

    다국적 기업 식품업계, 제약업계, 담배회사, 보건의료기기제조업계 등

    출처: David P. Fidler, “The Challenges of Global Health Governance,” Working Pape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May 2010), p. 10; Nora Y. Ng and Jennifer Prah Ruger, “Global Health Governance at a Crossroads,” Global Health Governance, Vol. 3, No. 2 (2011), p. 19 등을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주요 행위자

    2. 글로벌 백신사업의 이해당사자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가 전개하는 활동은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공중보건

    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의 ‘예방’과 ‘대응’에 관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까지 국제적

    보건사업은 질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졌었다. 전염

    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각국 보건 당국과 함께 감시체계를 작동하고 보건의학 전

    문가를 파견하여 감염자 처지를 수행하는 한편 샘플을 분석하여 전염병 종류를 파악하

    고 치료법을 개발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응’의 주요 내용이었다. 1980년대까지

    질병 대응에 대한 사업은 관련 국제기구, 국가의 보건 당국이 주요 행위자였고 그 중

    심에는 WHO가 있었다. WHO는 지역사무소 및 국가사무소 그리고 개별 국가 보건당

    국 사이의 유기적 협력을 주도하였다. 현재도 WHO 주도로 GOARN(국제 유행병 발생

  • 조한승 ∥ 15

    경보와 대응 네트워크)이 작동하고 있으며, 2002년 사스(SARS) 대응에서 확인된 것처

    럼 질병의 ‘대응’ 측면에서는 WHO가 핵심 행위자로서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거버

    넌스를 주도하고 있다.21)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 보건사업의 초점이 질병에 대한 ‘대응’에서부터 질병의

    ‘예방’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개발협력의 일환으로 간주되면서 글로벌 보건사업에서

    WHO의 지위가 흔들렸다. 전술한 것처럼 알마아타 선언(1978) 이후 개발의제를 다루

    는 기구들이 보건협력 사업에 적극 관여하였으며, 이들은 UNDP와 세계은행과 같이

    대규모 개발협력 재원을 운영하면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UNICEF와 같이

    현장의 촌락 공동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인력을 가지고 있는 행위자들

    이다. 반면 WHO는 저개발국 보건당국과 보건의학 전문가를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가

    용 재원의 규모 측면에서나 영향력의 파급효과 측면에서 개발의제 행위자에 비해 열세

    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질병의 ‘예방’ 측면, 특히 백신의 보급과 면

    역 증진에 관한 사업에서 WHO 이외의 다른 국제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의 영향력이

    획기적으로 커졌고, 이는 백신사업과 관련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의 행위자 상호

    간 역학관계를 새롭게 바꾸어놓았다.

    2005년 WHO는 UNICEF와 더불어 백신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질병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종옥 사무총장

    주도로 “글로벌 예방접종 구상 및 전략”(Global Immunization Vision and Strategy)을

    추진했다.22) 이 사업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은 구체적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백신 10

    개년(Decade of Vaccines)을 제정하는 한편, “글로벌 백신 행동계획 2011-2020”(Global

    Vaccine Action Plan 2011-2020, 이하 GVAP)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1) 예방접종에

    대한 국가의 주인의식, (2) 책임의 공유와 파트너십, (3) 평등한 접근, (4) 통합적 프로

    그램, (5) 지속가능성 담보, (6) 예방접종의 혁신 등 6개 기본 원칙을 설정하고 저개발

    국가에서 홍역, 소아마비, 풍진,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DPT) 등에 대한 백신예방접종을 수행함으로써 2020년까지 해당 질병의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23)

    GVAP 사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해 국제기구, 자선재단, 민관파트너십, 국가보건기관,

    21) Andrew P. Cortell and Susan Peterson, “Dutiful Agents, Rogue Actors, or Both? Staffing, Voting Rules, and Slack in the WHO and WTO,” in Darren G. Hawkins et. al. (eds.), Delegation and Agency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

    22) WHO and UNICEF, Global Immunization Vision and Strategy (Geneva: WHO, 2005). 23) WHO, Global Vaccine Action Plan 2011-2020 (Geneva: WHO, 2013).

  • 16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개발은행, 140여개 국가, 290여개 민간기구 등이 참여했다. 물론 이 사업의 성패를 결

    정하는 일차적 책임은 백신예방접종의 직접적 수혜자인 시민과 직접적 시행자인 국가

    보건당국에게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평가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자는 WHO, UNICEF와 같은 국제기구, GAVI

    와 같은 민관파트너십, 게이츠 재단과 같은 자선재단, NIAID(미국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와 같은 국책연구기관, 세계은행을 포함하는 개발은행이다. 이들은 백신사업의

    핵심 이해당사자로서 개별 보건당국 및 시민들과의 긴밀한 상호관계를 통해 백신사업

    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WHO와 UNICEF는 GVAP 프로그램의 전반적 방향과 내용을 종합 기획하고, 자료

    를 수집 분석하며, 각국 보건당국과의 연계를 통해 각종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을 관여시키도록 노력하는 한편, 이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조율

    및 조정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WHO는 보건 분야의 중심적 국제기구로서 총회에서

    사업을 승인하고 국가 보건당국과 직접 대화하면서 해당 국가에 필요한 백신예방접종

    의 구체적 계획 및 목표를 수립하며, 이것의 실행⋅교육⋅개선을 수행하고, 타 기관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수립하는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주도적으로 관여한다.

    백신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주로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GAVP 사업의

    공동주관 행위자인 UNICEF은 WHO보다 훨씬 현장접근적이다. UNICEF 기능은 예방

    접종에 관한 현장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현장 요원들을 교육⋅자문하며, 예방접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시행과정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는 등 현장 중심적 역할과 기능

    에 UNICEF의 초점이 맞춰져있다.24) 게다가 UNICEF는 회원국으로부터의 분담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 기부금을 모금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WHO에 비해 자금 운용 측

    면에서 자율성이 훨씬 높다. UNICEF는 주요 선진국에 국가위원회를 설치하여 시민들

    로부터 직접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프로축구팀 유니폼이나 명품브랜드 또는 민간

    항공기에 UNICEF 로고를 부착하고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는 UNCEF의 공공재 제공 역할에 동참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수행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긍정적 기업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UNICEF에 대한 후

    원이 증가하고 있다.25) UNICEF는 이렇게 모금한 후원금과 GAVI, 게이츠 재단 등으

    로부터 제공된 지원금을 가지고 백신을 구입하여 수혜국 보건당국과 함께 백신예방접

    종을 실시하고 있다.

    24) Impactpool, “UNICEF - Immunization Equity Assessment,” https://www.impactpool.org/jobs/296 361 (검색일: 2017.11.14.)

    25) 김도희, “유니세프,” 조한승 외, 국제기구와 보건⋅인구⋅여성⋅아동 (서울: 오름 2015), 제2장.

  • 조한승 ∥ 17

    GAVP 사업의 또 다른 주요 이해당사자인 NIAID는 미국 보건부 산하 국책연구기

    관으로서 GVAP 사업에서 주로 연구⋅개발에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질병예방을 위한 새로운 백신개발에 대한 책임을 진

    다.26) 한편 세계은행은 개발 분야 최대 국제금융기구로서 전술한 바와 같이 넓은 의미

    에서 보건을 개발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백신예방접종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에 참가하는 국가들에 대해 저금리 장기 융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27)

    GAVP 사업에서 NIAID와 세계은행의 역할은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각각 강대국 보건기관과 국제금융기구인 이들의 이해당사자로서의 영향

    력은 일반적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GAVI와 게이츠 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국가기관이나 국제기

    구가 아닌 비국가 행위자임에도 불구하고 타 분야 거버넌스의 비국가 행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정책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행위자 상호관계 측면에서 보건

    분야, 특히 글로벌 백신예방접종 사업에서의 거버넌스를 다른 분야 거버넌스와 차별짓

    는 커다란 특징이다. 2000년에 설립된 GAVI는 게이츠 재단, WHO, UNICEF, 개발은

    행, 시민사회단체 등 여러 백신관련 이해당사자들이 관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보건 파

    트너십이다. GAVI는 2017년 기준 73개 최빈국에서 질병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백신 도

    입을 촉진하고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GAVI의 활동은 현장에서의 예방접종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보건당국, 연구기관, UNICEF 등의 백신보급 사업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방식이

    다. 2016년 기준 GAVI가 지원하는 파트너들에 대한 전체 지출(1억7870만 달러)의 대

    부분은 WHO(7745만 달러, 43.3%)와 UNICEF(6860만 달러, 38.4%)가 진행하는 프로

    그램들이 차지한다. 이러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GAVI는 게이츠 재단, 기업, 시민사

    회단체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투자자들에게 백신채권

    (Vaccine Bond)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모으기도 한다.28) 2016년 기준 GAVI에

    대한 후원금(약정액 포함)은 공여국 정부로부터의 24억3천만 달러, 각종 기업, 자선재

    26) Joachim Hombach, “Global Vaccine Action Plan Timelines for R&D reporting and link to PD-VAC,” (17 September 2015), http://www.who.int/immunization/research/meetings_workshops/2_GVAP_ RD_reporting_link_PDVAC_2015.pdf?ua=1 (검색일: 2017.11.15)

    27) Kirsten Mathieson, “Sustainable domestic financing: A Critical Ingredient to Driving Immunisation Progress” (12 July 2017), http://blogs.worldbank.org/health/sustainable-domestic-financing-critical- ingredient-driving-immunisation-progress (검색일: 2017.11.15)

    28) 백신채권 발행과 자금 운영을 위해 GAVI는 2006년 국제백신개발채권(IFFIm), GAVI 제휴기금(GFA) 등 기업 형태의 민간법인을 설립하여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 18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단 및 민간부문으로부터의 11억9천만 달러, 백신채권 27척9천만 달러 등 총 68억3천만

    달러 규모이다. 백신채권을 제외하고 현금 후원을 가장 많이 제공한 행위자는 게이츠

    재단으로서 11억6500만 달러를 후원했고, 이는 정부의 현금 후원액 가운데 가장 많은

    영국의 9억9550만 달러보다도 많은 금액이다.29)

    이처럼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특히 백신관련 사업에서 독보적 행위자인 게이츠 재

    단은 2000년에 설립된 이후 과학과 기술을 통해 세계 주요 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Global Health Program)을 운영하면서 GAVI, GFATM

    등의 보건관련 민관파트너십과 세계은행 등 보건개발협력을 벌이는 국제기구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백신사업에 관련하여 2000년부터 2017년까지 GAVI에 자금을 지원한 행

    위자 가운데 게이츠 재단이 약 30억 7940만 달러로 1위이며, 이는 2위인 영국의 22억

    920만 달러, 3위인 미국의 16억1450만 달러와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이다.30)

    GVAP의 직접적 행위자는 아니지만 GFATM 역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특히 백

    신사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2년의 만들어진 GFATM은 에이즈, 결핵, 말라

    리아에 특화된 사업을 펼치고 있다. GFATM과 GAVI 모두 민관파트너십으로 분류되

    지만 GFATM은 GAVI와 비교하여 민간 행위자보다는 국가, 특히 미국 정부로부터 많

    은 재정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PEPFAR(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을 설치하는 등 에이즈 문

    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GFATM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GFATM과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2001∼2016년 기간에 미국은 총130억

    달러를 GFATM에 후원하였고,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국가들의 후원금 총액의 1/3을 차

    지한다. 이어 프랑스가 48억 달러, 영국이 30억 달러, 독일이 28억 달러, 일본이 26억

    달러, EU가 20억 달러를 후원했다. GFATM은 국가뿐만 아니라 비국가 행위자로부터

    도 후원금을 지원받았는데, 가장 큰 후원자는 게이츠 재단으로서 2001∼2016년 기간에

    총16억 달러를 후원했다. 그밖에도 Apple, Dell, GAP, Motorola, Starbucks Coffee,

    Bank of America 등 기업들도 총3억2천만 달러를 후원했다.31) 이러한 후원금을 바탕

    으로 GFATM은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0여개 국가에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치료, 예방, 처치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 390억 달러를 지원해왔다. 특히 GFATM은 운

    29) GAVI, GAVI the Vaccine Alliance 2016 Annual Financial Report (GAVI: Geneva, 2017). 30) GAVI, “Annual Contribution and Proceeds 30 June 2017,” http://www.gavi.org/funding/donor-

    contributions-pledges/annual-contributions-and-proceeds/ (검색일: 2017.11.3) 31) The Global Fund, “Pledges and Contribution,” https://www.theglobalfund.org/en/government/ (검색

    일: 2017.11.15)

  • 조한승 ∥ 19

    영비로서 2.3%만을 사용하여 효율성이 매우 높게 평가된다.32) GAVI와 마찬가지로

    GFATM은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WHO와 UNICEF와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

    력이 필수적이다.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에 관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자 하는 국가

    가 WHO에 지원을 요청하면 WHO는 해당국 보건당국에 기술자문을 제공하고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여 GFATM에 지원을 신청하도록 한다. GFATM은 국가로부

    터의 신청서를 심사하여 지원할 분야와 금액을 최종 결정한 후에 해당 국가의

    UNICEF 사무소를 통해 해당국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33)

    Ⅳ. 이론적 함의

    위의 사례들을 통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특히 글로벌 백신사업 분야에서 국가, 국

    제기구, 비국가 행위자의 상호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안보, 금융 분

    야에서와 달리 보건 분야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는 국가와 국제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와

    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덜 수직적이며 덜 위계적이다. 그 주된 이유는 보건의료의 서비

    스 제공 기능이 타분야에 비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안보, 금융 분야의

    거버넌스에서는 국가의 생존 및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주권국가

    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등 다양

    한 행위자 사이에서 국가는 국익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보건 분야가

    다루는 내용은 특정 국가의 이익에만 결부되거나 제로섬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건강과 안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개별이익을 강조하는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사스가 동아시아에 창궐할 때 중국이 처음에는 주권문제를 내

    세워 대만을 WHO의 전염병 감시네트워크인 GOARN에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함으로

    써 사태를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자 결국 한발 물러서서 WHO

    가 대만에게 옵서버 자격을 부여하여 GOARN에 포함시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

    던 사례에서 보건 분야에서 국가주권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이 확인된다.

    둘째, 글로벌 백신 분야에서 행위자 관계는 기능적 역할 분담에 따른 상호공조와 협

    32) The Global Fund, “Grant Overview,” https://www.theglobalfund.org/en/portfolio/ (검색일: 2017.11.15)

    33) WHO, Guidance Paper on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Related activities in WHO (WHO: Geneva, 2005), pp, 7-8; UNICEF, “UNICEF’s Engagement with the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UNICEF Partnership Profile (2012).

  • 20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력의 구조로 잘 발달되어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글로벌 보건 분야의 정책결정은 국

    가의 외교관이 아닌 보건의료 전문가의 기능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예를 들

    어 WHO는 총회에 참석하는 국가의 대표 자격을 보건의학 관련 전문가로 제한하고 있

    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비안보 분야라 할지라도 인권과 같이 국가이념이나 국가체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와 달리 백신사업을 포함하는 보건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정

    치적이다.34) 또한 게이츠 재단과 GAVI, GFATM 등 민관파트너십 행위자들은 백신사

    업의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지 않고 WHO와 UNICEF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비국가 행위자가 국가

    보건당국이 백신보급 사업을 신청하고 진행함에 있어 업무의 중첩을 피하고, 국제기구

    인 WHO와 UNICEF의 고유 권한과 업무를 존중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찰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셋째, 보건 분야, 특히 백신사업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들 가운데 비국가 행위자의 자

    율성이 타분야에 비해 월등히 크다. 글로벌 백신사업은 WHO가 기획하고 UNICEF가

    현장에서 활동하며, 그 사이에 GAVI, GFATM 등 민관파트너십과 게이츠 재단 등 대

    규모 자선재단이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보건 거버

    넌스, 특히 글로벌 백신사업에서는 국가 및 국제기구를 포함한 공적 영역과 NGO와 시

    민활동가, 연구자, 기업까지 포함하는 민간 영역 사이의 파트너십이 잘 발달되어 있고,

    이들 파트너십은 게이츠 재단 등으로부터 강력한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

    히려 국제기구의 정책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국제기구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함에 있어 국가로부터 일정한 분담금을 받는 경

    우보다 자발적 후원금에 의존하는 경우 상대적 영향력이 약화된다.35) WHO와

    UNICEF는 회원국으로부터의 (사실상 강제적인) 분담금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비국가

    행위자로부터 자발적 후원금과 기부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만큼 후

    원금을 제공하는 비국가 행위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UNICEF의 경우 지정 및 일반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에서 일반시민, NGO, 자선재단

    등 비국가 행위자로부터의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량이며, 일반예산의 경우

    34) 물론 WHO가 순수하게 비정치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냉전 시대에는 WHO도 이념대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를 들어 북한이 WHO에 가입할 때 한국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사무소(마닐라 소재)에 가입을 거부하고 지리적으로 떨어져있는 동남아 지역사무소(뉴델리 소재)에 가입한 바 있으며,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동지중해 지역사무소(카이로 소재)에 속해있고, 이스라엘은 아랍국가들을 피해 유럽 지역사무소(코펜하겐 소재)에 속해있다.

    35) Erin Graham, “Money and Multilateralism: How Funding Rules Constitute IO Governance,” International Theory, Vol. 7, No. 1 (2015), pp. 162-194.

  • 조한승 ∥ 21

    에 민간으로부터의 후원이 50%를 차지한다. WHO 예산에서도 국가 후원금과 민간의

    자발적 기부의 비율은 2:8로서 자발적 기부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36)

    특히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게이츠 재단은 WHO와 UNICEF의 후원자

    이면서 동시에 GAVI와 GFATM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또한 게이츠 재단은 이들

    민관파트너십 행위자의 정책결정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노력을 벌이면서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도 큰 손

    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GAVI와 GFATM의 정책결정 구조에서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이 WHO와 UNICEF의 영향력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하다.37)

    글로벌 백신사업에서 행위자 상호관계가 보여주는 이러한 특징을 앞서 소개한 3가지

    이론적 접근과 결부시켜 논의하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특히 글로벌 백신사업에서 행위자간 관계를 PA 모델로 설명하기는 곤

    란하다. 전통적인 국가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며 주인이 의도하는 것을 대리인이 위임받

    아 수행하는 위계적 관계를 상정하는 이 모델은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대리인과 그것을

    억제하려는 주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관계를 주목한다. 하지만 백신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국가는 국제기구인 WHO와 UNICEF를 통제하기보다는 오

    히려 그들 기구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공공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는 국제기구와 GAVI, GFATM 등 비국가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

    서도 마찬가지이다. 비국가 행위자가 글로벌 보건 및 백신사업에서 자금을 후원하는 역

    할에 국한하여 활동하고 WHO와 UNICEF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한 구태여

    긴장관계를 초래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게이츠 재단처럼 막강한 재원을 가진 일부 비

    국가 행위자는 거버넌스 정책 방향성 설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국제

    기구, 심지어 국가의 정책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리인이 아닌 주인의 이

    익과 목적이 우선시되는 PA 모델은 백신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 적용

    36) UNICEF, Report on Regular Resources 2015 (Geneva: UNICEF, 2016); Kelly Lee and Jennifer Fang, Historical Dictionary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2nd ed. (Lanham: Scarecrow Press, 2014), p. 439; 조한승, “국제 보건 거버넌스의 대북 보건협력의 특징: 비국가 행위자 관여의 관점에서,” 평화연구, 25권 1호 (2017), p. 20.

    37) GAVI의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에서 의석은 총 28석이며, 공여국 정부(5석), 개도국 정부(5석), 독립이사(9석), WHO(1석), UNICEF(1석), GAVI임원(1석), 백신산업 개도국(1석), 백신산업 선진국(1석), CSO(1석), 보건기술산업계(1석), 게이츠 재단(1석)으로 구성된다. 한편 GFATM의 주요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에서는 국가와 시민사회, 각종 캠페인 그룹, 민간부문으로부터의 비국가 행위자 대표가 동등한 투표권을 가진다. 이사회 총28석 가운데 공여국 대표 10석과 민간단체를 포함한 사업시행자 대표 10석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나머지 8석은 의장단과 GFATM상임이사, USAID, WHO, 세계은행 등 관련기관으로 구성되며 투표권이 없다.

  • 22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되기 어렵다.

    둘째, 국제기구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은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전반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설명력을 가지지만 백신사업 분야만을 따로 떼어내어 적

    용할 경우 설명력이 다소 약하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가 수행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 사업은 전염병의 감시, 경보, 조치 등 대응에 관한 것이며,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행위자는 WHO이다. WHO는 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전염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필요한 조치를 각국에 권고한다. 이 과정에서 WHO는 여타 국제기구나 비국

    가 행위를 이러한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매개체로 끌어들인다. 사스나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에서 확인된 것처럼 WHO만이 신속하고 권위있는 조치를 취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자이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염병 대응 분야에서의 독

    점적이고 우월적 지위, 즉 ‘집중성’(focality)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WHO는 여타

    기구나 비국가 행위자 및 GOARN, GISRS(글로벌 인플루엔자 감시 및 대응 시스템)

    등 다른 행위자와의 네트워크를 매개체로 활용하면서 이들을 주도적으로 조율한다. 하

    지만 저개발국에서 주로 전개되는 글로벌 백신사업은 넓은 의미에서 보건원조(health

    assistance)의 일환이며, 이 분야에서는 보건의학적 전문성보다는 사업에 필요한 재원과

    현장접근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UNDP, UNICEF 등 다른 국제기구와 게이츠 재단,

    GAVI, GFATM과 같은 비국가 행위자의 주도적 활동이 WHO의 집중성을 잠식한

    다.38)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의 감시 및 대응 분야에서와 달리 글로벌 백신사업 분야에

    서 국제기구의 자율적 조율 역할을 강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의 설명력은 제한적

    이라고 평가된다.

    셋째, 위와 같은 이유에서 글로벌 백신사업 행위자 상호관계는 다중이해당사자 파트

    너십 모델을 통해 보다 잘 설명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여러 이해당사자는 공동의 목

    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며, 위험과 책임을 공유하고, 비용을 분담한다. 이러한 행

    동은 자기이익만을 위한 제한적 서비스 제공을 초월하는 협력을 보다 쉽게 만든다. 즉,

    공공이익을 위한 사업을 함께 개발하고, 사업전반에 걸쳐 행위자 상호간 정책결정의 과

    정과 내용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며, 재원조달과 사업평가에서도 책임과 의무를 일정 부

    분 공유하는 매우 적극적 형태의 관여로 나타난다.39) 글로벌 백신사업에서 정부의 보

    38) Tina Hanrieder, “WHO Orchestrate?: Coping with Competitors in Global Health,” in Kenneth W. Abbott, et al. (2015), chap. 8.

    39) 조한승 (2017), pp. 9-10; Scheftel (2009), pp. 46-47; Nina Hall, “Money or Mandate? Wh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Engage with the Climate Change Regime,” Global Environmental Politics, Vol. 15, No. 2 (2015), pp. 79-91.

  • 조한승 ∥ 23

    건당국, WHO와 UNICEF 등 관련 기구, GAVI와 게이츠 재단 및 관련 학술단체와 제

    약업계 등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의 수립과 정채결정 과정에 깊숙하

    게 관여해왔으며, 이들의 상호관계는 여타 분야의 행위자 상호관계와 비교하여 다분히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이다. 특히 백신사업에서 비국가 행위자는 기술자문, 정책평가, 모

    니터링과 같은 일반적 역할뿐만 아니라 사업의 구상, 결정, 재원마련에 관한 측면에서

    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다른 분야와 달리 백신사업 분야에서 이러한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서도 환영받는 경향이 있다.

    Ⅴ. 결론 및 대북 보건 거버넌스에 대한 시사점

    유네스코(UNESCO)의 친팔레스타인 행태를 이유로 2017년 10월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1984년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하던 상황이 다시 반복된 것이

    다. 유네스코를 둘러싸고 발생한 이들 사건은 글로벌 문화 거버넌스 행위자들 관계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는 종교적⋅민족적⋅이념적 성격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관련 거버넌스에서 행위자들은 문화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해석하

    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국가는 기구의 자율적 행태를 억제하려는 태도를 강하게 드러

    낸다. 이러한 모습은 주로 국가 주권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안보, 금융 분야에서 뚜

    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안보 분야라 할지라도 정치적 갈등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인권 분야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는 그러한 긴장관계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

    타났다. WHO는 천연두 퇴치사업과 사스, 에볼라 등 신종 전염병에 대한 신속한 대응

    에서 보여주듯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염병의 예방과 감시 및 대응 분야에서 가장 핵

    심적인 행위자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안보 혹은 주권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되지 않은 보건 분야의 공공재적 성격과 WHO의 보건의학 전문성은 오랫동안 WHO

    가 글로벌 보건 이슈에서 오케스트레이션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1970

    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보건 이슈에서 개발협력이 주요사업으로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보건기구인 WHO와 더불어 UNICEF, UNDP, 세계은행 등 개발관련 국제기구들이 글

    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2000년대 이후 GAVI, GFATM, 게

    이츠 재단 등 비국가 행위자들이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보건협력에 관여하였

    고, 이들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결과적으로 글로

    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백신보급 등 특정 사업 분야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핵심 행위자

  • 24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로 부상하였다.

    거버넌스 내에 새로운 행위자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해서 글로벌 백신사업 행위자 사

    이의 긴장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GVAP 등 글로벌 백신사업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

    될 가능성이 낮으며, 백신보급이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은 국가들로 하여금 국제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과 책임의 증대를 오히려 환영하도록 만든다. 또한 WHO,

    UNICEF 등 보건분야의 국제기구들은 분담금보다는 후원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서

    재원이 풍부한 비국가 행위자의 적극적 관여는 기구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바람직하다.

    따라서 적어도 글로벌 백신사업 분야에서는 다중 이해당사자 사이의 파트너십에 바탕

    을 둔 상호관계가 만들어지기 용이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록 상대적으로 타분

    야에 비해 글로벌 백신사업에서 행위자간 상호수평적 협력과 공조가 발달했다 할지라

    도 향후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몇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먼저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

    과 비중 및 영향력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하는 자

    선재단의 재원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GAVI와 GFATM 등 다른 비국가 행위자

    들과 WHO, UNICEF 등 국제기구는 이러한 자선재단이 관심을 가지는 특정 질병이나

    백신을 사업의 우선 과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40) 이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

    는 질병이나 계층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선재단의 기여를 권장하되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기구 및 비국가

    행위자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또 다른 한계는 게이츠 재단이나 GAVI처럼 일부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이 크다고

    하여도 아직은 전반적 기획, 현장접근, 수혜국 정부당국과의 조율 등 주권과 관련한 문

    제에서는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행위자가 활동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라고

    할지라도 주권의 영향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국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

    자 사이의 수평적 파트너십이 잘 운영된다 할지라도 안보와 같은 주권문제가 국가 행

    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기상황에서는 국가중심적 접근이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으며,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북한에 대한 보건 지원사업이다.

    글로벌 백신사업은 북한에서도 진행되어 왔다. 북한 당국이 WHO를 통해 백신보급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GAVI, 게이츠 재단 등이 이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UNICEF

    와 북한 보건당국이 현장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GAVI

    40) Theodore M. Brown, Marcos Mueto, Elizabeth Fee,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and the Transition from ‘International’ to ‘Global’ Public Health,”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Vol. 96, No. 1 (2006), pp. 62-72.

  • 조한승 ∥ 25

    는 북한에서 보건체계강화(HSS) 프로그램을 위해 1단계(2007∼2014년) 총 436만 달

    러, 2단계(2015∼2019년) 2,603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하여 UNICEF를 통해 백신 접종

    과 백신의 냉동보관 및 운송에 관한 서비스 능력 배양을 후원하고 있다. GFATM 역시

    북한에서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및 예방을 위한 구실지원으로 지난 10년간 약 1억800

    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러한 지원 결과 북한에서 결핵 발병률이 크게 줄었고, 말

    라리아 발병도 2001년 30만 건에서 2013년 1만5천 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서울대학교

    에 소재한 IVI(국제백신연구소)도 비국가 행위자로서 콜레라, 뎅기열, 일본뇌염, B형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고 2007년부터 북한에 특화된 백신보급사업을 벌여왔으나

    2013년 남북한 관계 악화 이후 지금까지 IVI의 대북지원은 단절된 상태이다. 그 이유

    는 한국에 소재하면서 한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IVI가 남북한 정치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특히 백신분야에서 국

    가,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 사이의 상호관계가 전반적으로 상호수평적인 파트너십 성

    격이 강하지만, 남북한 갈등고조에 따라 IVI의 대북 백신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정치적 이슈와 주권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행위자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해당 이슈

    내의 행위자 간 상호관계뿐만 아니라 이슈 간 상호연계에 대한 고찰과 분석으로 확대

    해나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26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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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ABSTRACT

    Interactions between Actors in the Global Vaccine Governance:

    States, IGOs, and Non-state Actors

    Han-seung Cho / Dankook University

    With regard to the interaction between global governance actors, three different models are

    considered: the principal-agent (PA) model assume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states, IOs

    and non-state actors is hierarchical, and focuses on the tension between them; The

    orchestration model pays attention to IOs’ autonomy and focality appearing in the relations

    with intermediaries; And the multi-stakeholder partnership model emphasizes horizontal

    network relations among governance actors. In the global health governance, particularly in

    the response to infectious diseases, the focality and the specialty of the WHO make states to

    welcome its orchestrator role. In the global vaccine programs, however, various

    non-health-related IOs (eg. the UNDP and the World Bank) and some influential non-state

    actors (eg. the GAVI alliance the Gates Foundation) are as influential as the WHO and/or

    states. The interaction between states, IOs and non-state actors in vaccine programs is much

    more horizontal compared to that in other fields of global health governance, because those

    actors engage in vaccine programs not simply as agents or intermediaries but as stakeholders.

    But as evidenced by the cases of vaccine program in North Korea, such horizontal

    partnerships between actors could be overwhelmed so easily by security- and sovereignty-

    issues in a state of crisis.

    Key words: Global governance, Vaccine program, Multi-stakeholder partnership, WHO,

    GAVI, Gates Foundation.

    ※ 접수일: 2018년 02월 27일, 심사일: 2018년 03월 08일, 게재확정일: 2018년 03월 23일

  • 손혁상 / 경희대학교**

    정희율 / 굿네이버스 김영완 / 한국외국어대학교***42)

    한글 초록

    본 연구는 굿네이버스가 수행한 말라위 옥수수 소득증대사업을 중심으로 비정부기구

    (NGOs)의 소득증대사업 효과성을 분석하였다. 말라위의 옥수수 소득증대사업은 옥수수

    수매 및 유통을 위한 창고건축, 회전기금 대출을 통한 비료 및 종자 확보, 교육 훈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한 옥수수 생산량 증가 및 지역 공동체의 소득 증가

    등의 경제적 자립 역량 향상을 목표로 하였다. 본 연구는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 초점집단 면접의 결과를 교차분석 함으로써 사업의 효과성을 분석

    하였다. 그 결과, 굿네이버스의 소득 증대 사업은 말라위 지역 내 옥수수 생산량 및 농

    민 소득 증가, 지역 공동체 기여 측면에서 측정 가능한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었다.

    주제어: 말라위, 굿네이버스, 소득증대사업, 비정부기구(NGOs), 개발파트너십

    * 이 논문은 2015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5S1A3A2046224). 본 연구는 저자들이 말라위 현지조사를 통해 작성한 굿네이버스의 ‘창고를 활용한 말라위 소득증대 사업 평가보고서(2017)’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 제1저자*** 교신저자

    국제개발협력의 소득증대사업

    효과성 분석 연구:굿네이버스 말라위 옥수수 창고 사업을 중심으로*41)

  • 32 ∥ 세계지역연구논총 36집 1호

    Ⅰ. 서론

    국제사회에서는 선진국,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NGOs)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빈곤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

    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를 통해서 절대 빈곤을 상당 수준 해결하였고 2016

    년부터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제정하여

    빈곤을 완전 퇴치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절대 빈곤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절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하여 현재까지 제시되어 온 방법들이 빈곤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

    를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기보다는 단기간에 빈곤을 완화시

    키는데 효과적인 식량과 물품 보급에 초점이 맞추어 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비정부기구들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개발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 역시 35개국 내 200여개

    지역개발사업장에서 현지 주민 주도로 종합적인 지역 사회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아동권리, 교육, 보건, 소득증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절대빈곤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특히, 소득증대사업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주도가 강조되는 분야로 경제적

    역량강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자립, 자조,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단체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굿네

    이버스가 어떻게 소득증대사업을 실행해 왔는지를 검토하고, 보다 중요하게 이 소득증

    대사업이 효과적으로 실효를 거두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이는 향후 비정부기구가 진

    행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소득증대 방식에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말라위의 옥수수 소득증대사업은 굿네이버스

    소득증대사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소득증대사업의 성공요인

    분석과 개선방향 도출을 위해서 본 연구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