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발레 새 문법 찾아 떠나는 ‘춤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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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제369호 예술 신이 총애하는 김하예린. 이름에서 신비감이 이는 그녀는 1986년 2 월 10일 서울 출생이다.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 중ㆍ고교 무용과 반장, 대학 교직 과정 이수 등 리더십을 겸비한 그녀는 평화와 성실의 기운을 타고 예원학교 졸(2001, 공로상), 서울예고 졸(2004,공로상),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2008),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 졸업(2010), 현 재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 최종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는 젊은 발레리 나이자 안무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명적으로 다가온 키로프발 레단의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블랙홀처럼 그녀를 발레로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후 김하예린은 여린 감성으로 엄영자, 강민성 선생으로부터 발레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자유 롭게 터득한 절대음감과 색채감은 더욱 친숙하게 그녀를 발레리나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다. 춤밭을 일굴 사람 (64) 김하예린 발레리나·안무가 애원에 가까운 발레리나의 꿈을 관 철시킨 그녀의 춤밭은 중학교 때부 터 한예종의 김선희, 김혜식 교수, 예원학교의 김나영, 김향좌, 윤정림 선생, 서울예고의 안윤희, 이고은 선 생, 대학교에서 신은경, 조기숙 교수 를 거치는 즐거운 사사의 고행을 맛 보았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향한 치열한 경쟁에서도 그녀는 늘 겸손 과 순종의 미덕을 발휘했다. 그녀의 대학생활은 신입생 때부터 성적 우수 장학금, 이화 프론티어 장 학금, 이화 페스티벌 장학금, 고(故) 홍정희 교수님 장학금을 수상하였 고, 이화여대 연구조교 및 실기조교 를 맡는 모범생이었다. 2000년 러 시아 바가노바 스쿨, 2005년 캐나다 GOH발레 스쿨 선발 연수는 국제 경 쟁자들과 발레를 학습하며 견문을 넓힌 소중한 자리였다. 올해 『You raise me up』,『메시 아 예수』,『신기루』에서 주역으로 출연하며 무림(舞林)의 맹주를 꿈꾸 는 그녀의 일상은 오로지 자기완성 을 위한 혹독한 연습만 있을 뿐, 우 연과 요행에 기대지 않는 성격이다. 유연함 속에 자기 목표를 위한 내적 단련은 그녀의 오늘을 만들어 낸 무 기이다. 명석한 두뇌에 문학과 철학 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방대한 독서 량에서 나오는 그녀의 춤과 안무작 은 주제, 구성의 짜임새가 차별화된 다. 김하예린의 이화 창립 120주년기 념 프론티어 장학공연 『드라마 발 레』(2006)를 시작으로 본격 안무 및 출연작은 신진안무가 넥스트 『파프 리카의 울음방』(2008), 2009 뉴욕 의 Dance Space Project Showcase 공연 『울음방』(2009), 23회 현대 춤 New Generation Festival 『익은 공기』(2009), 안무가 육성사업 ‘차 세대 안무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아홉』(2011), 제14회 창작발레 신인안무가전 『블랙마리아 Black Maria』(2011), SCF 서울 국제안 무페스티벌 『 아 홉 ver.2』(2011), Dancing Asia-Next Wave Dance Festival Korea 『추신』(2011), 제 12회 국제교육도시연합 IAEC 기념 콘서트, 이화발레앙상블 안무프로 젝트Ⅱ 『야상곡』(2012), 발레블랑 정기공연 『신기루 (Mirage)』(2013) 에 이른다. 그녀의 대표 안무작은 『아홉』, 『익은공기』, 『블랙마리아 Black Maria』, 『 신 기 루(Mirage)』, 『파 프리카의 울음방』 등이다. 그녀의 안무 주제는 철학의 상층부와 내면 의 깊이감을 표출시키는 중량급 작 품들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의 작품 구성, 음악사용, 움직임 등에 있어서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 모방할 수 없 는 독창성을 보이고 있다. 『아홉』은 한자리 수 가운데 맨 마 지막 숫자이며 가장 큰 수, 히브리어 에서는 불가사의한 힘을, 산스크리 트어에서는 9의 배수는 항상 9로 귀 결되는 최상급을 뜻한다. 열에 가장 가까운 충만함을 지닌 동시에 결핍 을 담은 수다. “아홉이라는 주제는 추상적인 춤을 더욱 난해하게 만든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라는 수에 이끌리는 것은, 그 수가 인간이 늘 꿈꾸는 완전함(ego)의 근원적 결핍 에서 오는 욕망)에 맞닿아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새로이 바뀌기 직전의 불 안과 욕망을 동시에 내포하는 모든 ‘아홉의 순간’들이 늘 그렇듯이….” 이 작품의 음악과 움직임, 작곡된 음악은 아홉을 모티브로 한 일렉트 로닉 현대음악으로 기본적인 하나 의 음에 다른 소리들이 하나씩 중첩 되어 포화상태에 이르는 공식아래 만들어졌다. 거문고와 전자음의 결 합이 생산하는 음의 계속적 맞물림, 증폭과 포화의 단계로 아홉을 설명 한다. 점차 더해지는 시간과 소리에 따라 움직임의 폭 역시 증대와 소멸 이 반복된다. 더불어 공간이동과 정 지행위, 진동의 움직임을 통해 아홉 이라는 순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블랙마리아』에서 ‘블랙마리아 (Black Maria)’는 에디슨 최초의 영 화촬영소로서 처음으로 기술로 시 간을 기록했던 인간의 상상과 꿈이 실현된 곳이다. 이 작품은 몽환적 무 대 환영을 현실화시켜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블랙마리아의 초기 무성영화 형태와 닮아있다. 극 적 카타르시스를 꽤하는 감정 전달 은 마치 각성몽의 형태로 관객들에 게 전해진다. 꿈의 공장, 기술에 대한 무한한 가 능성과 공상이 충만해 있던 20세기 초 영화 형태를 발레적 표현과 몸짓 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그 움직임을 탐색, 실험, 형성, 창작하 는 예술적 안무과정을 이룬다. 옛 동 작에 대한 고증적 재현이 아닌 새롭 게 기능하는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잊혀져있던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 되고 전달되는 감정들로 표현한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장: 무 성 영화적 상상, 무성 영화적 동작 표현과 발레의 전통적 표현 동작들 을 노이즈한 기본 소음과 그 미세한 리듬에 맞춰 내보낸다. 2장: 유성 영 화적 상상, 소리와 동작을 함께 본 다는 것은 특히, 목소리와 사람이 합 쳐진다는 것은 그 대상의 심리가 드 러남을 의미한다. 3장: 상상의 기록, 모든 소리들은 하나의 선율이 되고, 모든 동작들은 발레적 표현으로 양 식화된다. 되돌아 간 곳은 옛 표현들 의 그곳은 아니다. 모든 것들이 절제 되고 미세해져서 하나의 선율에 작 지만 강하게 반응하는 동작들. 어쩌 면 현재 발레가 가야할 하나의 가능 성일 수도 있을 것임을 표현한다. 『익은공기』는 인간의 몸에서 때는 불을 모티브로 한다. 깊은 들이쉬는 숨 속에 몸 안으로 들어오는 세상, 인간의 세포 속에 아궁이가 있어서 몸 안에 들어온 세상을 살짝 익혀낸 다. 익혀지며 변화된 세상은 다시 숨 을 통해 내보내진다. 침묵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내쉬어 보는 깊은 숨, 잊혀져버릴지도 모를 익숙함을 불 러내기 위함이다. 발칙한 상상으로 그녀는 타인과의 접촉을 이루게 하 는 매개체를 통해 삶의 상처와 치유 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김하예린의 안무 출연의 『파프리 카의 울음방』에서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모든 복잡한 상상이 해부 된다. 류석훈은 김하예린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울음방의 비밀 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영혼을 잠식 하는 두려움과 공포는 시공을 초월 하고, 일상의 안이함과 행동의 위험 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들이 만들 어 내는 조형은 형이상학에 이른다. 김하예린의 울음방은 자신을 성 찰하는 곳이며, 고통을 재현하는 상 상의 공간이다. 고통의 재생과 소멸 을 반복하면서 억압당한 자들을 대 변하고 반복 이미지 축적으로 주제 에 밀착하는 테크닉을 구사한다. 인 간신작 『신기루』는 진실을 왜곡하는 모방할 수 없는 독창력 발휘하는 예지의 춤꾼 올해만 ‘메시아 예수’ 등 3편에서 주인공 맡아 우연 기대지 않고 자기완성 위해 혹독한 연습 철학의 상층부와 내면의 깊이감 표출에 초점 신기루. 창작발레 새 문법 찾아 떠나는 ‘춤판의 보헤미안’ 허상(虛像)을 조명한 창작발레로 미 학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다. 『신 기루』를 통해 ‘진실이 왜곡되어 나 타나는 허상’을 실상과 허상 두 부분 으로 분할하고 오브제 얼음을 통해 시간성과 굴절, 인간의 굴레인 신기 루를 상징한다. ‘신기루’란 인간 스 스로 만드는 허상이자 그 왜곡된 허 상을 끊임없이 쫓아가는 인간의 숙 명적 굴레다. 『신기루』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 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 들에 대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옴니버스 형태의 이 작품은 ‘콜드 송’ 가사가 메인 테마다. 숙명, 환각 (환영),실상과 허상, 콜드 송, 집시 장 면, 프로이드, 아르또, 데리다, 융에 걸친 김하예린의 신기루는 ‘굴절’을 동반하고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다 가온 인간 군상들에 대해 고찰한다. 김하예린, 그녀는 사계에 걸친 발 레를 기본으로, 발레의 새로운 문법 을 찾아 나서는 보헤미안이다. 뉴욕 의 지성인들의 외로움을 인지한 듯 한 그녀의 안무 메시지는 늘 고뇌에 찬 예비 발레철학자의 예지와 학문 적 성숙을 보여주며 열정과 희망을 담고 있다. 그녀가 밤새워 일구어내 는 발레의 텃밭에 색향미(色香美)가 고운 열매가 맺길 기원한다. 그녀의 발레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 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김하예린(발레리나, 안무가) · 이화여대 박사과정 재학중 · 서울종합예술학교 강사 ·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2011년 3월~) 파프리카의 울음방. 파프리카의 울음방. 신기루. 문화평론가 장석용의 무용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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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창작발레 새 문법 찾아 떠나는 ‘춤판의 보헤미안’pdf.g-enews.com/369/36926.pdf변하고 반복 이미지 축적으로 주제 에 밀착하는 테크닉을 구사한다

26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제369호예술

신이 총애하는 김하예린. 이름에서 신비감이 이는 그녀는 1986년 2월 10일 서울 출생이다.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 중ㆍ고교 무용과 반장, 대학 교직 과정 이수 등 리더십을 겸비한 그녀는 평화와 성실의 기운을 타고 예원학교 졸(2001, 공로상), 서울예고 졸(2004,공로상),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2008),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 졸업(2010), 현재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 최종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는 젊은 발레리나이자 안무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명적으로 다가온 키로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블랙홀처럼 그녀를 발레로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후 김하예린은 여린 감성으로 엄영자, 강민성 선생으로부터 발레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터득한 절대음감과 색채감은 더욱 친숙하게 그녀를 발레리나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다.

춤밭을 일굴 사람 (64) 김하예린 발레리나·안무가

애원에 가까운 발레리나의 꿈을 관철시킨 그녀의 춤밭은 중학교 때부터 한예종의 김선희, 김혜식 교수, 예원학교의 김나영, 김향좌, 윤정림 선생, 서울예고의 안윤희, 이고은 선생, 대학교에서 신은경, 조기숙 교수를 거치는 즐거운 사사의 고행을 맛보았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향한 치열한 경쟁에서도 그녀는 늘 겸손과 순종의 미덕을 발휘했다. 그녀의 대학생활은 신입생 때부터

성적 우수 장학금, 이화 프론티어 장학금, 이화 페스티벌 장학금, 고(故) 홍정희 교수님 장학금을 수상하였고, 이화여대 연구조교 및 실기조교

를 맡는 모범생이었다. 2000년 러시아 바가노바 스쿨, 2005년 캐나다 GOH발레 스쿨 선발 연수는 국제 경쟁자들과 발레를 학습하며 견문을 넓힌 소중한 자리였다. 올해 『You raise me up』,『메시

아 예수』,『신기루』에서 주역으로 출연하며 무림(舞林)의 맹주를 꿈꾸는 그녀의 일상은 오로지 자기완성을 위한 혹독한 연습만 있을 뿐, 우연과 요행에 기대지 않는 성격이다. 유연함 속에 자기 목표를 위한 내적 단련은 그녀의 오늘을 만들어 낸 무기이다. 명석한 두뇌에 문학과 철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방대한 독서

량에서 나오는 그녀의 춤과 안무작은 주제, 구성의 짜임새가 차별화된다. 김하예린의 이화 창립 120주년기

념 프론티어 장학공연 『드라마 발레』(2006)를 시작으로 본격 안무 및 출연작은 신진안무가 넥스트 『파프리카의 울음방』(2008), 2009 뉴욕의 Dance Space Project Showcase공연 『울음방』(2009), 23회 현대춤 New Generation Festival 『익은공기』(2009), 안무가 육성사업 ‘차세대 안무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아홉』(2011), 제14회 창작발레 신인안무가전 『블랙마리아 Black

Maria』(2011), SCF 서울 국제안무페스티벌 『아홉 ver.2』(2011), Dancing Asia-Next Wave Dance Festival Korea 『추신』(2011), 제12회 국제교육도시연합 IAEC 기념콘서트, 이화발레앙상블 안무프로

젝트Ⅱ 『야상곡』(2012), 발레블랑 정기공연 『신기루 (Mirage)』(2013)에 이른다.그녀의 대표 안무작은 『아홉』,

『익은공기』, 『블랙마리아 Black Maria』, 『신기루(Mirage)』, 『파프리카의 울음방』 등이다. 그녀의 안무 주제는 철학의 상층부와 내면의 깊이감을 표출시키는 중량급 작품들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의 작품 구성, 음악사용, 움직임 등에 있어서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을 보이고 있다. 『아홉』은 한자리 수 가운데 맨 마

지막 숫자이며 가장 큰 수, 히브리어에서는 불가사의한 힘을, 산스크리트어에서는 9의 배수는 항상 9로 귀결되는 최상급을 뜻한다. 열에 가장 가까운 충만함을 지닌 동시에 결핍을 담은 수다. “아홉이라는 주제는 추상적인 춤을 더욱 난해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라는 수에 이끌리는 것은, 그 수가 인간이 늘 꿈꾸는 완전함(ego)의 근원적 결핍에서 오는 욕망)에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이 바뀌기 직전의 불안과 욕망을 동시에 내포하는 모든

‘아홉의 순간’들이 늘 그렇듯이….”이 작품의 음악과 움직임, 작곡된

음악은 아홉을 모티브로 한 일렉트로닉 현대음악으로 기본적인 하나의 음에 다른 소리들이 하나씩 중첩되어 포화상태에 이르는 공식아래 만들어졌다. 거문고와 전자음의 결합이 생산하는 음의 계속적 맞물림, 증폭과 포화의 단계로 아홉을 설명한다. 점차 더해지는 시간과 소리에 따라 움직임의 폭 역시 증대와 소멸이 반복된다. 더불어 공간이동과 정지행위, 진동의 움직임을 통해 아홉이라는 순간을 형상화하고 있다.『블랙마리아』에서 ‘블랙마리아(Black Maria)’는 에디슨 최초의 영화촬영소로서 처음으로 기술로 시간을 기록했던 인간의 상상과 꿈이 실현된 곳이다. 이 작품은 몽환적 무대 환영을 현실화시켜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블랙마리아의 초기 무성영화 형태와 닮아있다. 극적 카타르시스를 꽤하는 감정 전달은 마치 각성몽의 형태로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꿈의 공장, 기술에 대한 무한한 가

능성과 공상이 충만해 있던 20세기 초 영화 형태를 발레적 표현과 몸짓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그 움직임을 탐색, 실험, 형성, 창작하는 예술적 안무과정을 이룬다. 옛 동작에 대한 고증적 재현이 아닌 새롭게 기능하는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잊혀져있던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되고 전달되는 감정들로 표현한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장: 무

성 영화적 상상, 무성 영화적 동작 표현과 발레의 전통적 표현 동작들을 노이즈한 기본 소음과 그 미세한 리듬에 맞춰 내보낸다. 2장: 유성 영화적 상상, 소리와 동작을 함께 본다는 것은 특히, 목소리와 사람이 합쳐진다는 것은 그 대상의 심리가 드러남을 의미한다. 3장: 상상의 기록, 모든 소리들은 하나의 선율이 되고, 모든 동작들은 발레적 표현으로 양식화된다. 되돌아 간 곳은 옛 표현들의 그곳은 아니다. 모든 것들이 절제

되고 미세해져서 하나의 선율에 작지만 강하게 반응하는 동작들. 어쩌면 현재 발레가 가야할 하나의 가능성일 수도 있을 것임을 표현한다. 『익은공기』는 인간의 몸에서 때는 불을 모티브로 한다. 깊은 들이쉬는 숨 속에 몸 안으로 들어오는 세상, 인간의 세포 속에 아궁이가 있어서 몸 안에 들어온 세상을 살짝 익혀낸다. 익혀지며 변화된 세상은 다시 숨을 통해 내보내진다. 침묵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내쉬어 보는 깊은 숨, 잊혀져버릴지도 모를 익숙함을 불러내기 위함이다. 발칙한 상상으로 그녀는 타인과의 접촉을 이루게 하는 매개체를 통해 삶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김하예린의 안무 출연의 『파프리

카의 울음방』에서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모든 복잡한 상상이 해부된다. 류석훈은 김하예린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울음방의 비밀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영혼을 잠식하는 두려움과 공포는 시공을 초월하고, 일상의 안이함과 행동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조형은 형이상학에 이른다. 김하예린의 울음방은 자신을 성

찰하는 곳이며, 고통을 재현하는 상상의 공간이다. 고통의 재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억압당한 자들을 대변하고 반복 이미지 축적으로 주제에 밀착하는 테크닉을 구사한다. 인간신작 『신기루』는 진실을 왜곡하는

모방할 수 없는 독창력 발휘하는 예지의 춤꾼

올해만 ‘메시아 예수’ 등 3편에서 주인공 맡아

우연 기대지 않고 자기완성 위해 혹독한 연습

철학의 상층부와 내면의 깊이감 표출에 초점

신기루.

창작발레 새 문법 찾아 떠나는 ‘춤판의 보헤미안’

허상(虛像)을 조명한 창작발레로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다. 『신기루』를 통해 ‘진실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허상’을 실상과 허상 두 부분으로 분할하고 오브제 얼음을 통해 시간성과 굴절, 인간의 굴레인 신기루를 상징한다. ‘신기루’란 인간 스스로 만드는 허상이자 그 왜곡된 허상을 끊임없이 쫓아가는 인간의 숙명적 굴레다. 『신기루』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옴니버스 형태의 이 작품은 ‘콜드송’ 가사가 메인 테마다. 숙명, 환각(환영),실상과 허상, 콜드 송, 집시 장면, 프로이드, 아르또, 데리다, 융에 걸친 김하예린의 신기루는 ‘굴절’을 동반하고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다가온 인간 군상들에 대해 고찰한다.김하예린, 그녀는 사계에 걸친 발

레를 기본으로, 발레의 새로운 문법을 찾아 나서는 보헤미안이다. 뉴욕의 지성인들의 외로움을 인지한 듯한 그녀의 안무 메시지는 늘 고뇌에 찬 예비 발레철학자의 예지와 학문적 성숙을 보여주며 열정과 희망을 담고 있다. 그녀가 밤새워 일구어내는 발레의 텃밭에 색향미(色香美)가 고운 열매가 맺길 기원한다. 그녀의 발레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김하예린(발레리나, 안무가)· 이화여대 박사과정 재학중· 서울종합예술학교 강사·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2011년 3월~)

파프리카의 울음방. 파프리카의 울음방.

신기루.

문화평론가 장석용의 무용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