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Ⅳ. 실증분석 2000년에서 201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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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김 동 환 20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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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김 동 환2012. 7

  • 머 리 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지에서는 은행들이 가계

    대출과 수수료수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서민

    등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공공적 기능 또는 사회적 책임 수행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불어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판은 2010년 대형금융기관(SIFI)에 대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개혁법 제정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기는커녕 급기야 월스트리트

    를 점령하자는 분노의 시위로 번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금융자본주의의 탐욕

    및 이를 조장한 효율성(efficiency) 일변도 추구의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본시장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불거져 나타난 것

    이지만, 위기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면

    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 체계를 재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규제완화

    정책이 전면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G20 등을 중심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중심 규제 패러다임에서 시장중심 규제완화 패러다임으로 이행해 오고

    있던 터라 이와 같은 규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본 연구는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이 지니는 법경제학적

    특성 및 상대적 효율성을 금융계약이론 및 통계적 실증연구를 통해 비교․분석

  • 함으로써 경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책적 혼란을

    방지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금융규제 체계를 모색해 보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

    는 당 연구원의 김동환 박사가 2년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역작이다.

    보고서가 출간되기까지 훌륭한 논평을 해 주신 연태훈 박사(금융연구원) 그리고

    한재준 교수(인하대학교),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계량분석을 시종일관 주도

    면밀하게 추진해 준 류태관 (전)연구원께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김효진 연구원과 권정춘 연구비서도 계량분석과 자료정리에 수고가 많았다. 끝으로

    본 보고서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당 연구원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혀

    둔다.

    2012년 7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윤 창 현

  • 목 차

    요 약

    Ⅰ. 서 론······································································································1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3

    1. 은행과 시장의 역할에 관한 문헌상의 논의 ··································3

    2.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 ·····································5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11

    1.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 ··········································11

    2.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효율성 비교 ································16

    Ⅳ. 실증분석······························································································27

    1. 가설의 설정 및 변수의 선택 ························································27

    2. 모형의 설정 ···················································································30

    3. 실증분석의 결과 ············································································34

    Ⅴ. 맺음말··································································································44

    참고문헌·····································································································49

    Abstract ·····································································································54

  • 표 목 차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특성 비교 ···················································12

    R1계약 시의 수입 ··········································································22

    R1계약 재교섭에 따른 수입 ···························································22

    R2계약 시의 수입 ··········································································23

    R2계약 재교섭에 따른 수입 ···························································24

    실증분석 변수 리스트 ····································································28

    표본기업 전체의 투자함수(Eq-1) 추정 ·········································35

    표본기업 전체의 기간별 투자함수(Eq-1) 추정 ·····························36

    재추출 표본에 의한 기업별 투자함수(Eq-1) 추정 ························38

    1단계 프로빗 모형 추정결과 : 기업선별 결정요인 ·······················39

    재추출 표본에 의한 투자함수(Eq-2)' 추정 ···································40

    재추출 표본에 의한 투자함수(Eq-2)' 재추정 ································42

    주요국 가계자산 구성(2009년말) ···················································45

    그 림 목 차

    프로젝트의 속성 ···········································································16

    한국, 미국, 일본의 주식․채권시장 비중 추이 ···························44

  • - i -

    요 약

    Ⅰ. 서 론

    ▣ 본 연구는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법경제학적

    특성, 상대적 효율성을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금융규제 체계를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음.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불거져

    발생한 것으로 위기 이후 G20 등을 중심으로 금융규제 강화방안이

    논의

    ∙하지만 우리나라는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에서 시장중심 금융시스템

    으로 이행해 오고 있던 터라, 글로벌 규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명확한 정책적 입장을 취하기 곤란

    ▣ 본 연구에서는 금융시스템을 은행-기업 간 금융계약 관계로 보아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관계지향형 금융계약,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시장지향형

    금융계약을 구분 없이 사용

    ∙관계지향형 금융계약으로는 대출을, 시장지향형 금융계약으로는 주식,

    회사채를 상정하였으며, 은행=상업은행=간접금융, 시장=자본시장=

    직접금융을 동의어로 사용

  • - ii -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은행과 시장의 역할에 관한 문헌상의 논의)

    ▣ 실물경제 발전에 대한 은행과 시장의 상대적 효율성은 일률적으로 비교

    하기 곤란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시장중심 금융시스템과 은행중심 금융시스

    템이 작동원리가 다를 뿐 어느 것이 기능면에서 더 낫다고 할 수 없

    다고 결론(Boot and Thakor, Allen and Gale, Dewatripont and

    Maskin 등)

    ∙이들 이론을 지배하고 있는 논리적 직관은 은행과 시장이 상호 배타적

    으로 경쟁하는 가운데 어느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쪽은 희생되기

    마련이라는 데 있음.

    ▣ 특히 Song and Thakor(2010)는 은행과 시장이 상호 보완하며 공생(co-

    evolution)하는 과정을 설명

    ∙이들은 주식 및 회사채는 시장의 발달이 은행으로 전달되는 통로 역할

    을, 자산유동화는 은행의 발달이 시장으로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수행

    하고 있음을 강조

    ∙이들은 은행의 심사기능과 시장의 자금창출기능이 상호 보완적인 기능

    을 수행하며 양자간 공생을 유도한다고 강조

    ▣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면, Song and Thakor

    는 은행과 시장의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

  • - iii -

    ∙특히 자산유동화의 오남용으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의 대표

    적 플레이어인 투자은행의 위기가 상업은행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했음을 간과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

    ▣ 미국의 투자은행은 상업은행과 분리․결합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도 제공

    ∙투자은행은 1933년 글라스-스티걸 법으로 상업은행과 분리되어 발전

    하다 1999년 그램-리치-블라일리 법으로 결합이 허용되면서 고위험․

    고수익 사업을 확대

    ∙그 이후 대형 상업은행 등은 투자은행의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고,

    대형 투자은행간 파생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되는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자산유동화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실패

    에 있는바, 이것이 투자은행의 위기를 상업은행으로 번지게 하는 첫 번

    째 이유가 됨.

    ∙본래 자산유동화에는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구조위험과 같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

    ∙구조위험이 손실로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상업은행의 수익성, 자산

    건전성, 자본적정성이 악화되어 유동성위험으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뱅크런과 같은 지급결제시스템의 마비로 확산될 가능성

  • - iv -

    ▣ 글로벌 금융위기의 간접적 원인은 지나친 재(財)테크형 신용공여, 변칙적 자산유동화에 대한 금융감독의 실패에 있는바, 이것이 투자은행의

    위기를 상업은행으로 번지게 하는 두 번째 이유가 됨.

    ∙자산과 부채가 상승작용을 하는 재테크형 신용공여는 레버리지를 지나

    치게 높이고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과 붕괴를 조장

    ∙진정한 매매(true sale) 원칙을 무시한 변칙적 자산유동화는 금융기관

    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에 문제를 발생하게 함.

    ∙금융당국은 신용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거시 및

    건전성 감독)하거나,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엄밀히 구분(지급결제

    시스템 감독)하거나, 구조위험을 보완․경감(금융기관에 대한 준법

    감시․감독)하는 데 소홀하거나 실패

    ▣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시장중심 금융시스템

    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이 고조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

    ▣ 기업은 은행중심 금융시스템보다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서 비교적 자유

    로운 경영권 행사가 가능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을 대표하는 대출은 채권자인 은행이 일정한 준칙

    (rule)에 입각하여 ‘직접적’으로 채무자인 기업을 통제하는 관계지향적

    특성을 지님.

  • - v -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을 대표하는 주식 및 회사채는 주주나 투자자가

    재량권(discretion)을 행사하지만 ‘간접적’으로 피투자 기업을 통제

    하는 시장지향적 특성을 지님.

    ▣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 비해 약속이행의 책임

    을 강조하는 규범적 측면이 강함.

    ∙독일, 일본 등 후발 자본주의국가는 명시적 준칙(즉 성문법)에 입각한

    상거래 ‘제도’의 산물로서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육성

    ․발전’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영국 등 산업혁명을 주도한 선발 자본주의국

    의 재량적, 묵시적 준칙(즉 불문법)인 상거래 ‘관행’ 속에서 ‘자연발생

    적으로 진화’

    ▣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 비해 과소투자와 같은

    대리인 비용을 수반할 가능성

    ∙금융시스템의 유형별(은행중심 vs 시장중심), 지역별(대륙 vs 영미)

    특성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금융계약도 재교섭될 가능성은 상존

    ∙하지만 대출은 주식․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재교섭이 이루

    어질 수도 있는바, 계약의 재교섭은 교섭력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hold-up)함으로써 교섭력이 약한 자의 과소투자를 유발

    ▣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 비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회생(work-out)을 잘 설명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에서는 기업도산을 둘러싼 채권자와 채무자 간

    의 이해대립을 주로 채권은행 등에 의해 사적으로 정리

  • - vi -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서는 채권은행이 채무기업의 회생과정에 개입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효율성 비교)

    ▣ 두 금융시스템을 대표하는 관계지향형 금융계약(이하 R계약)과 시장지향

    형 금융계약(이하 M계약)이 기업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효율

    성을 달성하게 하는가를 이론모델을 통해 분석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대리변수로 재교섭 불가능한 회사채를 상정

    하고, 동 금융시스템 하에서 기업은 독자적인 통제권 행사가 가능하다

    고 가정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의 대리변수로 재교섭 가능한 대출을 상정하고,

    동 금융시스템 하에서 기업과 은행이 통제권에 관해 재교섭할 수 있다

    고 가정

    ∙이는 수많은 투자자로 구성된 시장은 무임승차 문제로 기업을 통제

    하기 곤란한 반면, 소수 채권자로 구성된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에 입각

    ▣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통제권과 효율성은 다음과 같이 정의

    ∙기업에 대한 통제권은 채권자와 주주가 채권보전 및 주가극대화의

    목적을 실현시킬 의도로 사용․수익․처분하는 제반 권리를 의미

    * 다만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통제권의 범위를 프로젝트

    의 속행, 중도청산으로 제한

  • - vii -

    ∙효율성이란 대리인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내부자금만으로 프로젝트

    를 수행하는 기업의 경영(노력) 수준 a≣a1st으로 정의되며, a > a1st이면 과대투자, a < a1st이면 과소투자의 비효율이 발생

    ▣ M계약은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보장하는 반면, 부실기업의

    과대투자와 존속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음.

    ∙M계약 하의 기업의 경영(노력) 수준을 a≣aM이라 할 때, 이는 aM > a1st(부실기업), aM = a1st(정상기업)으로 표현

    ∙즉, M계약은 기업경영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정상기업에 대해

    장점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유한책임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위험

    한 프로젝트를 속행하는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단점

    ▣ 한편 R계약은 부실기업의 과대투자와 존속을 허용하지 않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오히려 과소투자, 특히 정상기업의 과소투자 문제를 유

    발시킨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음.

    ∙R계약 하의 기업의 경영(노력) 수준을 a≣aR이라 할 때, 이는 단기적으로는 모든 기업에 대해 aR < a1st, 장기적으로 aR = a1st(부실기업),

    aR < a1st(정상기업)으로 표현

    Ⅳ. 실증분석

    ▣ 2000년에서 2010년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비금융 기업 및 비금융

    외감대상 기업의 투자함수를 추정

  • - viii -

    ∙WISEFn 비금융법인 전체 중 KOSPI 560개, KOSDAQ 638개, 외감

    대상법인 2,986개를 포함한 총 4,184개 기업이 분석대상으로 선택

    ∙실증분석에 사용된 변수는 아래와 같으며, 더미변수에 관해서는 이

    자보상비율이 3, 5, 7개년 연속 100%보다 큰 기업을 정상기업으로,

    100%보다 작은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선정

    변수명 대리변수

    피설명변수

    투자함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1)

    전체기업 INV

    정상기업 INVG 이자보상비율이 당해 직전 n년연속 100%이상인 기업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

    부실기업 INVD 이자보상비율이 당해 직전 n년연속 100%미만인 기업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

    설명변수

    관계지향형 계약 R 차입금1)

    시장지향형 계약 M 회사채+납입자본금1)

    자기자금 Inter 내부자금1)

    기업선별 더미 D1 (정상기업)0 (부실기업)

    주 : 1) 규모의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해 로그변환함.

    ▣ 추정하는 기업의 투자함수는 기본모형과 Heckman 2단계 추정 모형

    두 가지임.

    ∙기본모형 : “기업의 가치=실물투자의 성과”라는 상정 하에서 금융계약

    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

    INVit = ci + αXit + εit (Eq-1)

    * i=1,2,...,N(기업), t=1,2,...,T(기간)이고, X는 R, M 등을 포함한

    설명변수, ε은 오차항

  • - ix -

    ∙Heckman의 2단계 모형 : 표본선택의 오류 문제를 명시적으로 고려

    하여 기본모형을 재추정

    E[INV|X,D] = c1 + α1X + βD + E[ε1|X,D] (Eq-2)'

    ≡ c1 + α1X + βD + δRES

    * 이는 기업의 투자가 단순히 자금조달 수단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

    인지, 두 가지 금융계약의 기업 통제력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인지

    를 구분하여 추론해 보기 위함.

    * RES는 오차항 ε1에 관한 조건부 기대치로 더미변수의 작위적 선택

    에 따른 편의의 정도를 나타냄.

    ▣ 기본모형을 추정한 결과, 두 가지 금융시스템은 모두 대체로 효율적이며,

    특히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남.

    ∙표본기업 전체의 투자함수는 R 및 M에 대해 +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수의 크기가 증가하였으며, 전 기간을 통해 M의 계수가 R의

    계수보다 큰 모습을 나타냄.

    * 다만 M은 2008년 이후 통계적 유의성이 감소하고 2008~2010년

    동안 계수의 크기도 급격히 낮아지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효율성이 저하

    * 특히 Inter는 2006년 이후 부호가 -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기업

    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부유보를 투자재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왔음을 시사

    ∙R은 정상기업의 투자함수에 대해서도 +로 나타나, 부실기업의 과대

    투자와 존속을 허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정상기업의 과소투자도

    유발하지 않는 점에서 효율적

  • - x -

    ∙M은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보장하지만 부실기업의 과대투자

    와 존속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인바, 창의적 기업의 출현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부실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동시에 은행의 기업통제 기능도 중요

    ▣ Heckman의 2단계 모형을 추정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 은행중심 금융

    시스템은 기업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여전히 순기능을 발휘

    ∙기본모형에서와 달리 투자함수는 R에 대해 유의하게 -인 반면 M에

    대해 유의하게 +로 나타남.

    * 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은 채 연명한 반면, 소수의 정상기업이 은행

    의 출자전환이나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였

    음을 시사

    * 또한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직접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은행이 기업금융 업무를 축소하는 대신 가계금융 업무에 치중해

    오는 가운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보다 정상적인 기업임을 반증

    ∙하지만 R*D는 유의하게 +인 반면 M*D는 +이나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M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효한 반면 R은 자금조달

    수단보다는 통제수단으로서 더욱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

    ▣ Heckman의 2단계 모형 추정 결과는 은행이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은행의 기업감시 및 통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음을

    시사

  • - xi -

    ∙은행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주주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M의 기업가치 제고를 도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후 적지 않은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은 채 연명하였다는 것은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의 기업감시 및 통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음을 시사

    Ⅴ. 맺음말

    ▣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모두 한계가 있는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CIB 모

    델)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는 예대업무 위주의 전통적인 상업은행 비즈

    니스 모델이 실물경제의 발전은 물론 은행 자신의 발전 및 존립에도

    한계가 있음을 시사

    ∙이와 마찬가지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투자은행의 은행지주

    회사 전환은 자금조달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투자은행 모델 역시

    지속가능성에 제약이 있음을 시사

    ▣ 금융시장의 효율성․공정성․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자유로운 결합을 허용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두 은행의 업무

    및 조직을 적절히 격리하기 위한 원칙(Arm's length rule)을 수립하고

    적절히 규제할 필요

    ∙상업은행의 고유업무는 투자은행의 제반 업무 및 조직으로부터 유효

    적절하게 격리되어 있을 필요

  • - xii -

    ∙이는 겸업의 제한 또는 금지, Chinese Wall의 강화, 출자․의결권 행사

    의 제한 또는 금지, 출자지분 매각 등을 의미

    ▣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의 장기․협력적 특성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단기

    ․경쟁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되 은행으로 하여금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도록 유도할 필요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완전시장(perfect market)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만,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완전시장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현실

    에서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

    ∙독일의 하우스방크, 일본의 메인뱅크 등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모든

    경제주체의 자발적이며 합리적인 행위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며, 그

    자체가 경쟁적 시장기구와 상충되는 것은 아님.

    ▣ 이 경우 국내 은행산업은 금융지주회사 체제하에서 상업은행과 투자

    은행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시중은행, 지역 및 서민금융

    전문은행으로서 순수 상업은행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

  • Ⅰ. 서 론 1

    Ⅰ. 서 론

    1980년대 중반 이후 금융자유화, 규제완화의 조류와 함께 퍼지기 시작한 금융

    자본주의 물결은 자본시장과 금융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며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

    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등 거대 투자

    은행(investment bank)은 금융자본주의의 꽃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자본주의가 종언

    을 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시장중심의 영미식 금융시

    스템 및 규제체계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비판하는 학계, 여론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자본주의의 일부 무국적, 단기적 성향은 종종 투

    기자본과 결탁하여 개별 국가 및 글로벌 경제의 거품을 조장하고 지급결제시스

    템의 안정성 및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하며 국부와 경제주권을 위협하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불거져 나타난 일대 사건으로,

    위기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은행, 즉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의 자금중개기

    능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자본

    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규

    제 체계를 재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규제완화 정책이 전면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G20 등

    을 중심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급기야 미국에서 금융개혁법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Consumer Protection Act)이 제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중심(bank-oriented) 금융시스템에서 시장중심(market-oriented) 금융시

    스템으로 서서히 이행해 오고 있던 터라 이와 같은 규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 2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대해 명확한 정책적 입장을 취하기가 곤란한 것도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이 지니는 특성을 법

    경제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효율성을 이론 및 실증

    적으로 비교․분석함으로써 경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

    는 정책적 아노미 현상을 방지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금융규제 체계를 모색해

    보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금융시스템을 기업

    (자금수요자)과 은행(자금공급자) 간 금융계약 관계(nexus of financial contract)

    로 좁게 해석하여 대출과 같은 관계지향형 금융계약(이하 R계약)과 주식 및 회

    사채와 같은 시장지향형 금융계약(이하 M계약)을 통해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또한 은행과 상업은행(또는

    간접금융), 시장과 자본시장(또는 직접금융)을 구별 없이 사용하기로 한다.

  •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3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1. 은행과 시장의 역할에 관한 문헌상의 논의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경제성장, 특히 실물경제의 발전이 은행의 발전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발달로부터 연유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팽팽

    하게 맞선다. 그만큼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역할

    내지 효율성을 비교하는 작업은 대단히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은행과

    시장의 발전이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를 반영

    하듯 동 주제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개 시장중심 금융시스템과 은행중심 금

    융시스템은 작동원리가 다를 뿐 어느 것이 기능면에서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1)

    예컨대 시장중심 시스템은 금융혁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Boot and Thakor,

    1997b)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자금지원이 원활(Allen and Gale, 1999)한 반면

    은행중심 시스템은 자산대체(asset-substitution)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Boot and Thakor, 1997a)는 식이다.

    그 외에도 양 시스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시장중심 시스템은

    횡단면적(cross-sectional) 위험을 분산하는 데 효과가 있는 반면 은행중심 시스템

    은 시차(intertemporal) 위험을 분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Allen and Gale,

    1997). 시장중심 시스템은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를 보다 손쉽게 포기할 수 있고

    (Dewatripont and Maskin, 1995) 시장가격을 통해 경영자에게 가치있는 정보를

    1) 이에 관한 국내 문헌으로는 김동환(1999, 2000), 강준구․임찬우(2001), 송홍선(2001), 신보성․빈기범․박상용(2005), 노희진(2010) 등을 참조하기 바람.

  • 4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제공할 수 있어(Boot and Thakor, 1997a; Subrahmanyam and Titman, 1999)

    은행중심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인 장점이 있는 한편, 은행중심 시스템은 차입자의

    사적정보를 보호하고 고비용의 프로젝트에 착수한 기업에 R&D 유인을 제공한다

    는 점에서 시장중심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인 장점이 있다(Bhattacharya and

    Chiesa, 1995; Yosha, 1995).

    이들 이론을 지배하고 있는 논리적 직관은 은행과 시장이 상호 배타적으로 경쟁

    하는 가운데 어느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쪽은 희생되기 마련이라는 데 있다.

    예컨대 1980년대 미국에서 예금취급 금융기관이 감소할 때 (시장중심) 뮤추얼펀드

    가 증가한 사례는 이와 같은 논리적 직관의 타당성을 경험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과 시장의 경쟁이 반드시 배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실증연

    구도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Demirguc-Kunt and Maksimovic(1996)에 의하

    면, 주식시장의 발달은 기업의 최적 자본구성을 바꾸고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debt-equity ratio)을 높임에 따라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은행의 업무영역을 확

    대시켜 왔으며, Sylla(1998)는 1790년에서 1840년까지 미국 경제가 은행과 자본

    시장의 상호보완 관계 속에서 성장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Song and Thakor(2010)는 정치한 이론모델을 통해 은행과 시장의

    경쟁 및 보완, 공생(co-evolution)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이들은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을 주식 및 회사채, 자산유동화, 대출의 3가지로 분류하고

    주식 및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의 축적은 시장의 발달이 은행으로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자산유동화는 은행의 발달이 시장으로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수행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은행은 심사의 오류(certification Riction)를 개선하고

    시장은 차입의 오류(financing Riction)를 개선하여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

    하게 하는바, 은행의 자본 즉 자기자본 충실화는 차입오류의 개선이 심사오류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발달을 은행의 발달로 연결시키고, 자산

    유동화는 심사오류의 개선이 차입오류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여 은행의 발달

  •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5

    을 시장의 발달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은행과 시장은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

    하면서 상호 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을 면밀히 살펴보면, 은행과 시장이 발전의 산물을 공유하면서 상호 진화해 간다

    거나 자산유동화가 은행의 발달을 시장의 발달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Song

    and Thakor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게 된다. 더구나 다음 절

    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자산유동화의 오남용으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본시장의 대표적 플레이어인 투자은행의 위기가 상업은행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상기할 때, 이들은 불과 일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은행과 시장의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

    심을 갖게 한다.

    2.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2)

    1) 투자은행의 형성과 변모

    기업이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면 누군가 이를 사들여 소액 단위로 쪼갠 다음

    개별 투자자에게 되파는 작업을 해 주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백과사전에

    정의된 좁은 의미의 미국의 투자은행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영국의 머천트뱅

    크(merchant bank)와 유사하다. 아니 머천트뱅크에서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본래 머천트뱅크는 18세기 이후 유럽 각지에서 런던으로 이주해 온

    무역업자들이 어음인수를 위해 설립한 영국 특유의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에는 증권의 인수(underwriting), 운용(dealing), 위탁매매(brokerage)는 물론

    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 기업 인수․합병의 중개 및 자문

    2) 이 절은 Kim, Dong-Hwan(2009)를 요약․정리한 것임.

  • 6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 왔으며,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위해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principal investment)하거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를 활용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의 일환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전통적인 머천트뱅크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86년 ‘빅뱅’(즉

    증권제도자유화) 이후 미국이나 유럽대륙의 대형 금융기관에 대거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19세기까지만 해도 베어링브라더스(현 ING그룹), 로스

    차일드와 같은 머천트뱅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며 미국으로 진출하

    여 당시 미국에 존재하던 많은 프라이빗뱅크(private bank)에 커다란 영향을 주

    었다.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 역시 19세

    기 전반 미국 뉴잉글랜드에 둥지를 튼 프라이빗뱅크에서 출발하였다. 이들은 서

    부 철도건설 붐을 계기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세계대공황 직후인 1933년 글라스

    -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변신하

    게 된다. ‘은행-증권 분리’ 즉 상업은행-투자은행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이 법의

    영향 하에 예대업무를 위주로 하는 상업은행과 증권의 인수․운용 등 도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1960년대 이후 개인고객을 상대로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

    하는 증권회사(securities company)를 차리면서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고정수수료 제도가 폐지되자 그동안 안정된 수수료 수입을 기반

    으로 소매영업에 안주하던 투자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고, 이를 만회

    하기 위해 파생금융상품의 개발․판매, 적대적 기업인수․합병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고위험․고수익 사업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투자은행의 대형화 과정에서 크게 신장되었고, 1999년

    글라스-스티걸 법의 ‘은행-증권 분리’ 원칙을 깨고 이업종간 겸업을 허용하는

    그램-리치-블라일리 법(Gramm-Leach-Bliley Act)이 제정되면서 정점에 올

    랐다. 동 법의 제정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지주회사 형태로 다시 결합되면

  •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7

    서 좋은 의미에서이든 나쁜 의미에서이든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무섭게 과거 10년 가까이 신경제(New

    Economy)를 주도하던 IT 버블이 붕괴되자 투자은행은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IT 버블의 붕괴로 침

    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단위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

    그 와중에 대형 상업은행, 보험회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은행의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고, 대형 투자은행간 파생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경쟁

    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새로운 버블을 만들어 지나간 버블 붕괴의 후유

    증을 치유하고자 했던 일련의 시도들은 실물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기는커

    녕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만을 제공하고 말았다.

    2)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엄밀히 말하자면 자산유동화에 수반되는 위험의

    성격과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 자산유동화에는

    신용위험(credit risk), 유동성위험(liquidity risk), 구조위험(structural risk)과

    같은 위험이 따른다. 신용위험이란 예컨대 주택가격 하락으로 모기지론이 부실

    화되는 경우 모기지론에 기초하여 발행한 유동화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y)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원리금상환이 어려워져 유동화증권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유동성위험은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와 같이 만기가 짧은 유동화증권의 가격하락 및 원리금상환 곤란으로 단

    기 자금시장에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구조위험은 유동화증권

    의 불완전 설계나 판매로 유동화과정에 참여한 금융기관이 하자담보책임이나 보

    증채무 등을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신용위험의 규모는 비교적 손쉽게

  • 8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파악되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은 구분하기 어렵고, 구조위험은 실현되기까

    지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 3가지 위험 가운데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투자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신용위험, 즉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손실에 있다. 하지만 아직

    까지 구조위험이 완전히 실현되지 않아 잠재손실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

    도 문제시된다. 왜냐하면 리먼브라더스는 모기지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실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이를 대신 지불(즉 지급보증)하는 조건의 CDS(credit

    default swap) 계약을 상업은행과 체결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의

    구조위험은 상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을 대차대조표에서 차감할 경우

    에야 비로소 손실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위험이 손실로 실현되는 과

    정에서는 상업은행의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이 악화되어 유동성위험으

    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뱅크런과 같은 지급결제시스템의 마비로 확산

    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의 위기가 상업은행으로 번지는 첫 번째 이유는 바

    로 이와 같은 금융시장의 실패에 있다.

    미국의 금융당국은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구분하지 못한 채 신용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었고, 구조위험을 완화하거

    나 해소하는 데에도 소홀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금융당국은 경제주체들의 지

    나친 재테크형 신용공여, 변칙적 자산유동화를 수수방관함으로써 위기상황을 더

    욱 악화시키는 화근을 만들고 말았다. 이와 같은 규제․감독의 실패는 투자은행

    의 위기를 상업은행으로 번지게 하는 두 번째 이유가 된다. 여기서 재테크형 신

    용공여란 자산과 부채가 상호 지렛대(레버리지) 역할을 하면서 유동성이 늘어나

    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개인은 장차 획득할 주택(개인의 자산)을 담보로 모

    기지론(개인의 부채)을 받고, 상업은행은 모기지론(상업은행의 자산)을 유동화

    하여 MBS(상업은행의 부채)를 발행하며, 투자은행은 MBS(투자은행의 자산)를

    담보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의 약자로 투자은행의 부채)를 발행

  • Ⅱ. 은행과 시장의 역할 9

    하는 과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테크형 신용공여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거품을 형성하는 동시

    에 거품이 꺼질 경우 자산과 부채를 연쇄부실의 늪에 빠뜨려 실물경제를 장기침

    체로 몰고 가는 부작용이 있다.

    한편 변칙적 자산유동화란 모기지론과 같은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 CDS, CDO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구조화

    (structured finance) 방식으로 증권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에는

    자산유동화의 양대 축인 진정한 매매(true sale) 원칙과 도산격리(bankruptcy

    remote) 원칙이 지켜지지 않게 된다. 진정한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부실

    화된 모기지론을 대차대조표에 간직하고 있는 상업은행은 유동화증권의 하자나

    환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고 자산건전성 및 BIS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지게 된

    다. 그 정도가 심해져 상업은행이 도산위험에 처하게 되면 유동화증권 투자자들

    은 상업은행의 도산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모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금융자본주의는 금융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다양

    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순기능을 발휘해 왔지만, 경제의 거품을

    조장하고 상업은행과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등 역기능도 노정하

    였다. 또한 금융자본주의의 확산과정에서 나타난 대형화․겸업화․증권화 현상

    도 예기치 않았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대형화는 조직을 비대화하고

    시장경쟁을 제한하여 중소형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며, 겸업화는 대형화를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어 업권별 고유업무 영역을 파괴하면서 업권간 과잉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증권화의 진전으로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역할보다 투자은

    행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가운데 자본시장이 단기 매매차익 실현의 장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본연의 자금중개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 와중에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게 되자 급기야 금융자본주의가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자조적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 10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이렇듯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일까? 그렇다면 향후 우리

    나라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금융시스템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에

    앞서 다음 장에서는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을 대표하는 금

    융상품을 각각 대출과 같은 관계지향형 계약(즉 R계약), 주식 및 회사채와 같은

    시장지향형 계약(즉 M계약)으로 구분한 다음, 이들 금융계약의 거래특성 및 지

    배구조상의 차이에 분석의 초점을 맞춰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성질과

    상대적 효율성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1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3)

    Williamson(1988)에 따르면, 대출과 주식․회사채는 자금의 공급자(은행과 투자

    자)와 수요자(기업) 간 지배구조(governance structure)가 상이한 금융계약이다.

    대출의 경우 은행은 기업이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에 빠지거나 만기에 도달

    할 경우, 즉 기한이익 상실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비로소 기업을 통제(control)

    할 수 있는 반면, 주식이나 회사채의 경우 투자자는 이러한 제약 없이 시장을 통

    해 수시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출의 기업지배 형태는 일

    정한 준칙(rule)에 입각하고 있는 반면 주식 및 회사채의 기업지배 형태는 재량

    적(discretion)이다.

    또한 대출과 같은 지명채권은 이전․양도 등에 따른 법적 제약으로 인해 관계

    (relationship) 또는 상대거래적 성격이 강한 반면, 주식이나 회사채와 같이 유

    동성이 높은 유가증권은 시장거래의 대상이 된다. 이를 약간 다른 형태로 표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대출은 주식이나 회사채에 비해 표준화되기 어려운 관계

    로 시장거래에 적합하지 않은바, 이에 따라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은

    관계 또는 상대거래를 통해 채무기업을 직접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주

    식이나 회사채는 표준화된 금융상품으로서 시장거래가 손쉬운 반면, 이들 유가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나 주주는 장내외 거래소시장이나 주주총회를 통해

    야 비로소 채무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간접적인 기업지배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대출, 주식․회사채가 갖는 이와 같은 지배구조상의 차이는 은행중심 금융시

    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3) 이는 김동환(1999, 2000)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임.

  • 12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즉,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채권자인 은행이 일정한 준칙에 입각하나 ‘직접적’으

    로 채무자인 기업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거나 그렇게 하기에 편리한 특성

    을 지니는 반면,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주주나 투자자가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간접적’으로 경영자나 기업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거나 그렇게 하기에 편

    리한 특성을 지닌다. 쉽게 말하여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은 채권자

    가 담당하고,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은 주주나 투자자가 담당한다

    고 보면 된다.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특성 비교

    은행중심 시장중심

    지배의 형태 • 준칙에 입각• 직접적

    • 재량적• 간접적

    거래의 성격 • 비표준적• 관계지향적

    • 표준적• 시장지향적

    자료 : 김동환(1999, 2000)를 재정리

    이는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관계를 맺는 금융계약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예컨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취급하는 계약이론

    (contract theory)4)에 따르면, 자금공급자인 은행은 대출과 같은 R계약을 설계

    하여 자금수요자인 기업을 감시하고 동 기업의 재정상태가 악화될 경우 경영에

    개입하는 등 능동적으로 다양한 채권보전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의 주체가 된다. 한편, 대출 이외의 수단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역시

    4) 계약이론은 방법론상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or hidden action problem)와 비대칭정보 문제(adverse selection or hidden information problem)를 다루는 분야로 구분되며, 이 중 도덕적 해이 문제에 관한 대표적 문헌으로는 Hart and Holmstrom(1987), Rogerson(1985), Holmstrom(1979), Grossman and Hart(1983) 등을 참조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3

    주식이나 회사채와 같은 M계약을 설계하여 은행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나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신의 재정상태 여부와 상관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기

    업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방지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 반면 시장중심 금융시

    스템은 은행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

    다.5)

    은행중심 금융시스템과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은 두 금융시스

    템의 근간이 되는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각종 제도나 관행과의 밀접한

    상호연관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예컨대 독일, 일본 등 산업혁명에 뒤쳐진

    후발 자본주의국가는 명시적 준칙(즉 성문법)에 입각한 상거래 ‘제도’의 산물로

    서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육성․발전’시켜 왔던 반면, 시장중심 금

    융시스템은 영국 등 산업혁명을 주도한 선발 자본주의국의 재량적․묵시적 준칙

    (즉 불문법)인 상거래 ‘관행'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진화’해 온 것이라 할 수 있

    다. 자본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18~19세기의 독일과 일본에서는 은행을 통해

    실물산업 발전을 견인하여 국부를 축적코자 했던 정책의지가 강했던 반면, 이미

    실물산업이 융성하여 자본시장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었던 당시의 영국에서는 굳

    이 은행의 손을 빌지 않아도 기업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채권자가 주도하는 사적 계약에 실정법적 권위를 부여

    함으로써 경제질서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예기치

    못한 사태의 발생에 대한 경직적인 사후처리로 인해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단점도 지닌다. 한편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기업 경영자의 기회주의와 일탈을

    5) 역도 성립하는데,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 비해 기업을 역선택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도 있으며,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에 비해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

  • 14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조장하는 문제가 있지만, 계약의 자율적 사후조정을 가능케 하여 경제활동을 탄

    력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자는 계약에 관한 대륙법의 기본

    사상을 단순화한 것으로 약속이행의 책임(pacta sunt servanda)을 중시하는

    ‘사회규범’(social norm)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후자는 계약에 관한 영미법의

    기본사상을 단순화한 것으로 합리적 보상(compensation)이 전제되는 한 계약의

    변경이 비교적 자유로운 ‘관습’(common law)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금융시스템의 유형별(즉 은행중심 vs 시장중심), 지역별(대륙 vs 영미)

    특성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금융계약도 파기(breach)되거나 재교섭(rene-

    gotiation)될 가능성은 상존한다.6) 특히 대출과 같이 관계지향적 내지 상대거래

    적 특성을 지니는 R계약은 주식․회사채와 같은 M계약에 비해 손쉽게 재교섭이

    이루어지거나 파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약이론에 따르면, 계약의 재교섭이나

    파기는 교섭력(bargaining power)이 강한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착취함으로써

    교섭력이 약한 자로 하여금 과소투자(under-investment) 문제와 같은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발생시키는 결함이 있다. 소위 착취 내지 강탈의 문제

    (hold-up problem)라 불리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계약 위반 시

    소유권(ownership)이나 통제권(control right)을 제한․이전하는 방안(Grossman

    and Hart 1986; Agihon and Bolton 1992 등), R계약을 축소․단절하거나 M

    계약을 널리 사용하는 방안(Coase 1937; Williamson 1975 and 1985; Klein,

    Crawford, and Alchian 1978; Rajan 1992)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도 최선(1st-best)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Hart 1995).

    금융계약 및 금융시스템의 법경제적 특성과 금융제도 및 금융관행 사이의 상호

    연관 관계는 각국의 도산절차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예컨대 채권자 친화적

    6) 대출과 같은 관계지향형 금융계약은 물론 주식․회사채와 같은 시장지향형 금융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지닌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 즉 비대칭적이거나 제3자에 의해 입증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모든 정보가 객관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사후에 재교섭되거나 파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5

    (creditor Riendly) 성격을 띠는 독일의 도산법은 엄격한 준칙으로 인해 각종 분쟁

    처리 등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높게 하는데, 이는 기업도산을 둘러싼 채권자

    와 채무자간의 이해대립을 법원이나 시장 등 제3자에 의한 간접적인 해결보다는

    당사자간 교섭 및 채권은행에 의해 직접 정리(사적정리)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분쟁처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비교적 낮은 미국에서는

    이들 문제를 직접 정리하는 방식보다는 법원이나 시장을 통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채권은행이 채무기업의 회생과정에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7)

    이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계속기업(going-concern)의 회생(work-

    out)이 M계약 주도의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에서보다는 R계약 주도의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에서 잘 설명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채권은행이 주체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일정한 준칙에 입각하여 채무기업을

    지배한다. 동 시스템에서 은행은 채무계약의 재교섭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정

    상태가 악화된 기업을 구제해 주는 역할도 수행하는 만큼 장기적 은행-기업 간

    관계를 전제로 한다. 한편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은 주주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간

    접적․재량적으로 피투자기업을 지배한다. 동 시스템에서 주주는 시장을 통한

    주권 행사, 즉 의결권 행사나 주식매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소유․지배 관계를

    해소하거나 부실 경영자를 퇴출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은행중심 금융시스

    템에 비해 시야(time horizon)가 단기적일 수 있다.

    다음 절은 이론 모델을 통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효율성을 실증분석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해당한다.

    7) 이것은 ‘공평한 劣後의 원칙’(doctrine of equitable subordination)에 관한 판례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이 원칙은 은행이 채무자인 기업의 재건을 위해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인정될 경우 은행의 청구권은 다른 채권에 비해 우선권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 16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2. 두 가지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효율성 비교8)

    1) 모델

    기업은 I만큼의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은행이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의 재무상태는 경영자의 노력여하에 따라 1기에 G(양호)

    또는 B(불량) 중 하나로 실현된다. 기업이 실제 투입한 노력의 수준은 입증불가능

    (unverifiable)하지만, 많은 노력을 투입하면 그만큼 재무상태가 양호해질 확률

    이 높아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재무상태가 실현되고 나면 기업은 이 프로젝트

    를 속행할 것인지 중도 청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재무상태가 양호할 경우 프

    로젝트를 속행하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며, 불량한 재무상태 하에서 프로젝트를

    속행하면 p의 확률로 성공한다고 하자. 성공과 실패는 2기에 실현된다.

    프로젝트의 속성

    성공 (1) X

    실패 (0) 0

    성공 (p) X

    실패 (1-p) 0

    L

    속행

    중도청산

    속행

    중도청산

    G

    B

    L

    8) 이는 김동환(2000)을 수정․보완한 것임.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7

    성공과 실패 시 프로젝트의 수입은 각각 X와 0이고, 중도 청산시의 기업가치,

    즉 기업의 청산가치는 L이라 하자. 계산의 편의상 청산가치 L은 초기 투자비용

    I와 같다고 하자. 청산가치가 투자비용과 같다는 이 가정은 감가상각을 고려하

    지 않으며 기업가치를 장부가로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가 지니고

    있는 상기 속성은 만인주지의 사실(common knowledge)이다. 또한 분석의 단

    순화를 위해 기업, 은행, 자본시장은 위험중립적(risk neutral)이고 시간할인률

    (time discount rate)은 무시한다.

    재무상태 G와 B는 각각 확률 PG(a)=1-P(a)와 PB(a)=P(a)로 발생하며, P(a)는

    Pa0를 만족한다.9) 단, a는 노력의 수준이고 Pa, Paa는 분포함수의 a에 대

    한 1차 및 2차 도함수이다.

    0 < Min{pX, L} ≤ Max{pX, L} ≤ Dt < X

    여기서 pX는 불량한 재무상태 하에서 프로젝트를 속행할 경우의 기대수입 또

    는 기업의 존속가치이다. 여기서 L>pX인 경우는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부실기업을, pX≥L는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정상기업을 의미한다. 기업

    9) 재무상태를 y라고 할 때, 확률분포 P(y;a)가 MLRP(monotone likelihood ratio property)를 만족하면 a는 P(.)를 1차 확률지배(1st-order stochastic dominance)하게 되는데, 이는 직관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하며 수학적으로는 ya(a) > 0 ⇔ Pa < 0 ∀y와 같이 표현된다. 이 때 분포함수가 CDFC(convexity of the distribution function)를 만족한다면 본 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FOA(first-order approach)가 정당화된다(이에 대해서는 Rogerson(1985)을 참조). 여기서 CDFC란 P(y;θa+(1-θ)a')≤ θP(y;a)+(1-θ)P(y;a') ∀θ∈[0,1], a≠a'를 의미하며 Paa>0는 이 조건을 만족한다. 확률분포함수에 관한 이상의 두 가지 가정은 기업의 목적함수가 a에 대해 대역적으로 오목(globally concave)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한다.

  • 18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은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더라도 경영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스스로

    청산을 택하지 않고 부실기업으로라도 존속하기를 원한다. 이는 유한책임제도

    (limited liability)의 맹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의 한

    가지 유형이며, 기업 경영자에 대한 감시(monitor)와 통제(control)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Dt는 t기에 상환해야 할 부채의 원리금으로, 위 가

    정에 따르면 1기 시점에서는 재무상태가 불량한 기업은 모두 채무불이행 위험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모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배구조는 시장중심 금융시스템과 은행중

    심 금융시스템이 다를 수 있는바, 수많은 익명의 투자자(outsider 또는 outside

    investor)를 포함하는 시장은 무임승차(Ree-riding) 등의 문제로 인해 기업을

    철저히 통제하기 곤란한 반면, 비교적 소수의 채권자로 구성되는 은행중심 금융

    시스템은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의 대표적 상품으로 재교섭 불가능

    한 회사채를,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의 대표적 상품으로 재교섭 가능한 대출을 상

    정하고, 이들 각각을 M계약, R계약으로 부르기로 하자.

    기업에 대한 통제권(control right)은 채권자(우선변제권자)와 주주(잔여청구

    권자)가 채권보전 및 주가극대화 등 각각의 목적을 실현시킬 의도로 사용․수익

    ․처분하는 제반 권리를 의미한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통

    제권의 범위를 프로젝트의 속행, 중도청산으로 제한한다.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이하 M계약) : 기업은 0기에 자본시장으로부터 I=L

    을 조달하고 t(=1,2)기에 원리금 Dt를 상환하는 재교섭 불가능한 회사채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19

    Mt≡{L, Dt}를 발행하며, 동 계약 하에서 기업은 독자적인 통제권 행사가

    가능하다.10)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이하 R계약) : 기업은 0기에 은행으로부터 I=L을 조

    달하고 t(=1,2)기에 원리금 Dt를 상환하는 재교섭 가능한 대출 Rt={Mt, c}

    을 받는데, 이는 기업과 은행이 통제권에 관해 재교섭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M계약과 동일하다. 단, c는 재교섭규칙을 의미한다.

    2) 분석의 결과

    분석에 앞서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수반하지 않는 내부자금만으로 프로

    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의 행동을 효율성 측면에서 최선의 기준(1st-best Bench-

    mark)으로 삼아보자. 이 기업은 pX≥L=I인 경우(즉 투자원금 I=L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속행하지만 L>pX인 경우에는 중도 청산할 것인바,

    이에 따라 정상기업인 경우만 2기까지 계속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물론 1기

    재무상태가 G인 경우에는 확실하게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속행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업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Max {a} XPG(a) + max{pX, L}PB(a) - a - L

    상기 목적함수에 나타나는 a는 투입하는 노력에 대한 비용인데, 여기서 일반

    10) 여기서 M시스템은 M2, 즉 장기 회사채 계약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M1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는 만기(1기) 시 원리금 D1을 상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프로젝트를 청산해야 하나 기업의 청산가치는 L에 불과하므로 M1=Min{L, D1}=L

  • 20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적인 함수형태 C(a)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분석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이 문제의 1계 조건은

    - Pa(L, a) = 1/(X-L) (L≥pX일 때) (1)

    - Pa(L, a) = 1/(1-p)X (L a1st이면 과대투자, a < a1st이면 과소투자의 비효율

    이 발생한다.

    을 달리 표현하면,「G 및 pX≥L 상태 이후의 “속행”, L>pX 상태 이

    후의 “중도청산”이라는 통제권의 행사가 최선의 결과, 즉 효율성을 보장한다」와

    같다. 그런데 본 연구의 제반 가정 및 에 따르면, 시장은 1기 재무상태

    의 확률분포만을 알고 있을 뿐, 실제로 실현된 재무상태가 G인지 B인지 식별할

    수 없고 기업에 대한 통제권에도 관심이 없다. 따라서 M계약 하에서는 통제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은 1기 재무상태에 관계없이 프로젝트를 속행할

    것이며, 이를 예상하는 시장은 동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D2PG(a)+[pMin{X,D2}+(1-p)Min{0,D2}]PB(a),

    즉 D2PG(a)+pD2PB(a)로 평가할 것이다. 이 때 회사채 발행주체인 기업의 문제

    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21

    Max {D2, a} (X-D2)PG(a) + p(X-D2)PB(a) - a

    s.t. D2PG(a)+pD2PB(a) ≥ L

    이 문제의 1계 조건은

    - Pa(L, a) = 1/(1 - p)X

    을 만족하는 a≣aM인데 이를 식(1)의 a1st와 비교하면

    aM > a1st (L≥pX일 때) (2)

    aM = a1st (LL)에 대해 그 장점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유한책임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위험한 프로젝트를 속행하려 하

    는 부실기업(즉 L≥pX)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단점 또한 갖는다. 이

    때 시장이 합리적이라면 부실기업의 이와 같은 위험을 프리미엄으로 채권가격에

    반영할 것이므로 동 기업으로 하여금 최선 수준 이상의 경영노력, 즉 과대투자

    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시 말하여 M계약은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보장하는 반면,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과대투자 및 부당한 존속을 허용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한편 R계약 하에서 은행은 재교섭 가능한 단기 R1계약과 장기 R2계약을 기업

    에 제시한다. 다음 표는 R1계약 하에서 재교섭이 이루어질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은행과 기업의 수입(payoff)을 비교한 것이다.

  • 22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R1 계약 시의 수입

    (G상태) 은 행 기 업

    재교섭 없음(c=Φ 즉 R1=M1) L 0

    만기연장을 위한 재교섭(c=γ) D1 X-D1

    (B상태) 은 행 기 업

    재교섭 없음(c=Φ 즉 R1=M1) L 0

    만기연장을 위한 재교섭(c=γ') pD1 p(X-D1)

    재교섭 시 기업과 은행이 나누어 가지게 되는 총잉여(total surplus)는 G 및 B

    상태에서 각각 (X-D1)+(D1-L)=X-L, p(X-D1)+(pD1-L)=pX-L이 된다. 여기서

    재교섭에 따른 총잉여의 분배몫은 교섭력(bargaining power)의 크기에 의존

    한다. 예컨대 기업이 특정 은행과만 거래를 할 경우(즉 특정 은행에 relation-

    specific한 투자를 할 경우)에는 동 은행에 예속(lock-in)되어 교섭력이 취약해

    질 수도 있는바, 이는 기업이 특정 은행을 대체할 만한 자금조달원을 갖고 있지

    못하는 데 크게 기인한다. 이 때 (G, B) 상태에서 기업이 갖는 교섭력을 각각

    (γ, γ')∈(0,1)2라고 하면, 재교섭에 따른 은행과 기업의 수입은 다음과 같이 나타

    난다.

    R1 계약 재교섭에 따른 수입

    은 행 기 업

    G 상 태 D1=L+(1-γ)(X-L) X-D1=γ(X-L)

    B 상 태 pD1=L+(1-γ')(pX-L) p(X-D1)=γ'(pX-L)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23

    여기서 pX-L은 정상기업인 경우에만 +값이 됨을 감안할 때, B상태가 발생

    하는 경우 은행은 정상기업과만 재교섭(즉, 만기연장)하고 부실기업은 퇴출(중도

    청산)시킴으로써 적절하게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R1계약에서 대출금리

    가 유일(unique)하게 결정되기 위해서는

    ′ =−−

    >γ γ γp X LpX L( ) ( )

    (3)

    가 만족되어야 하나, 식(3)은 은행이 B상태에 빠져 있는 정상기업의 교섭력(즉 γ')

    을 상대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오히려 동 기업 스스로 노력 수준을 높일 유인을

    낮추고 B상태가 발생할 확률을 높이는 역유인효과(inverse incentive effect)를

    발생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즉, 위 식과 같이 상태의존적(state-contingent)

    지배구조를 갖는 R1계약은 기업으로 하여금 과소투자를 유발시키는 문제점을 지니

    게 된다.

    한편, 장기 R2계약 하에서 재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수입(payoff)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R2 계약 시의 수입

    (G상태) 은 행 기 업

    재교섭 없음(투자속행)

    (c=Φ 즉 R2=M2)D2 X-D2

    (B상태) 은 행 기 업

    재교섭 없음(투자속행)

    (c=Φ 즉 R2=M2)pD2 p(X-D2)

    중도청산을 위한 재교섭(c=γ') b f

  • 24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즉, 장기 대출계약 R2는 G상태가 발생하면 자동 갱신(roll-over)되므로 기업

    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투자를 속행할 수 있도록 하지만, B상태가 발생하면 중도

    청산을 위한 재교섭도 가능하다. 그런데 상기 표에서 b+f가 항상 L임을 생각

    하면 재교섭에 따른 총잉여 (b-pD2)+{f-p(X-D2)}=L-pX는 부실기업인 경우에

    한해 +가 되므로 은행은 부실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재교섭에 임하

    게 되며 정상기업과는 재교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재교섭 시 기업의 교섭력을

    γ'∈(0,1)라고 할 때, 재교섭에 따른 은행 및 기업의 수입은

    R2 계약 재교섭에 따른 수입

    은 행 기 업

    B상 태 pD2+(1-γ')(L-pX) p(X-D2)+γ'(L-pX)

    와 같으며, 이 때 부실기업이 은행의 “중도청산을 위한 재교섭”을 받아들일 경우

    양자의 경제적 후생은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R2계약은 R1계약과 마찬가지로

    재무상태와 관계없이 언제나 “속행”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

    이와 이를 조장하는 유한책임제도의 병폐를 방지하며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자유

    로운 통제권 행사도 보장한다. 이상 R계약의 주체인 은행의 문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11)

    11) 모델에서 외생변수는 p, X, L, K 뿐이고 나머지 α, D, γ, γ'는 내생변수이다. 즉, D1 내지 D2는 {γ,γ'}의 결정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된다.

  • Ⅲ. 은행과 시장의 효율성 비교 25

    (R1계약의 경우)

    Max {γ,γ',a} {L+(1-γ)(X-L)}PG(a) + max{L, L+(1-γ')(pX-L)}PB(a) - K - L

    s.t. γ(X-L)PG(a) + max{0, γ'(pX-L)}PB(a) - a ≥ π (IR)

    a ∈Argmax {a'} γ(X-L)PG(a') + max{0, γ'(pX-L)}PB(a') - a' (IC)

    ′ =−−

    >γ γ γp X LpX L( ) ( )

    (R2계약의 경우)

    Max {γ',D2,a} D2PG(a) + max{pD2, pD2 + (1-γ')(L - pX)}PB(a) - K - L

    s.t. (X-D2)PG(a) + max{p(X-D2), p(X-D2) + γ'(L-pX)}PB(a) - a ≥ π(IR)

    a ∈ Argmax {a'}(X-D2)PG(a') +max{p(X-D2), p(X-D2) +γ'(L-pX)}PB(a') -a' (IC)

    여기서 K는 은행의 기업감시 비용, π는 기업의 유보이윤(reservation profit)을

    의미하며, IR 및 IC는 각각 참가제약(participation constraint or individual

    rationality condition) 및 유인부합제약(incentive compatibility or self-selection

    condition)을 의미한다. 위 식을 풀면

    R1의 경우 aR < a1st (4)

    R2의 경우 aR = a1st (L≥pX일 때)

    aR < a1st (L

  • 26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해서는 과소투자를 유발함이 확인된다. 다시 말하여 R계약은 M계약과는 반대로

    부실기업의 과대투자와 부당한 존속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이지

    만 오히려 과소투자 문제, 특히 정상기업의 과소투자 문제를 유발시킨다는 점에

    서 비효율적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은행이탈, 즉 존속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은 정상 대기업이 은행차입을 줄이는 대신 자본시장에서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 Ⅳ. 실증분석 27

    Ⅳ. 실증분석

    1. 가설의 설정 및 변수의 선택

    이상의 이론분석을 토대로 실증분석에 사용될 가설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M계약은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보장하지만,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과대투자와 부당한 존속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R계약은 부실기업의 존속과 과대투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정상기업의 과소투자 문제를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가설을 설정하고 나면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통계적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표현하고 관련 변수들을 선택하는 문제가 남는다. 본 연구에서는 효율성

    검증작업의 일환으로 기업의 투자함수를 추정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론분석 결과

    에 따르면, 효율성은 기업의 재무상태, 프로젝트 성패 및 존립 등에 의해 판단될

    수 있는바, 예컨대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존립하는 경우에는 재

    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좋을 것이고,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존립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무상태가 단기적으로는 좋을 것이며,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존립하는 경우에는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나쁠 것이고,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존립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구조조정의 대

    상이 되거나 상장 폐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판단을 위

    해 이자보상비율의 동태적 변화를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 사용된 변수는 다음

    과 같다.

  • 28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실증분석 변수 리스트

    변수명 대리변수

    피설명

    변수

    투자함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1)

    전체기업 INV

    정상기업 INVG 이자보상비율이 당해 직전 n년연속 100%이상인 기업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

    부실기업 INVD 이자보상비율이 당해 직전 n년연속 100%미만인 기업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액

    설명

    변수

    관계지향형 계약 R 차입금1)

    시장지향형 계약 M 회사채+납입자본금1)

    자기자금 Inter 내부자금1)

    기업선별 더미 D1 (정상기업)

    0 (부실기업)

    주 : 1) 규모의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해 로그변환함.

    첫째, 종속변수는 투자함수로 유형고정자산의 전년대비 증가액을 사용하여

    기업의 설비투자동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는 기업의 외형적 가치를 평가하

    는 일반적인 방법으로서 Hoshi, Kashyap and Scharfstein(1991) 등 투자함수

    추정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실증연구에서 채용되고 있다.

    둘째, 더미변수에 관해서는 전체 분석기간인 2000~2010년 중 이자보상비율

    이 당해 직전 3, 5, 7개년 연속 100%보다 큰 기업을 정상기업으로, 100%보다

    작은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선정하였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동 지표가 지속적으로 낮다는 것은 영업이익이 고질적으로 낮

    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부실기업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설명변수 중 R계약 및 M계약의 대리변수로는 각각 상장기업 유가증권

    보고서상의 차입금12)(R) 및 회사채발행액+납입자본금(M)을 사용하였다. 한편

  • Ⅳ. 실증분석 29

    기업 내부자금의 대리변수로는 기업의 당기순이익+감가상각비-배당금(Inter)

    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Hoshi et al.(1991)을 비롯한 기존의 많은 실증연구에서

    채용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13)

    본 연구에서는 규모 변수의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해 유형고정자산증가액, 차

    입금, 회사채발행액, 주식시가총액, 기업의 당기순이익, 감가상각비, 배당금에

    로그를 취하였다.14) 자료는 WISEFn에서 발표하는 비금융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그 가운데 KOSPI 560개, KOSDAQ 638개, 외감대상법인 2,986개를

    포함한 총 4,184개 기업이 분석대상으로 선택되었다.

    12) 이렇듯 변수의 선정에 자본시장정보를 이용한 까닭은 무엇보다도 은행으로부터 거래기업별 신용정보를 입수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정보의 많은 부분은 사후적으로 중간 및 연말결산보고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 공개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은행이 보유한 기업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3) 참고로 투자함수의 추정에 관한 국내외의 실증연구에서는 기업지배수단의 대리변수로서 지분비율을, 토빈(Tobin) q의 대리변수로는 주가수익률(PER)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들의 결과는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을 보고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지분비율의 경우 자료입수가 곤란하였고 토빈 q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이들 두 변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가격변수로서 R의 경우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M의 경우 회사채(3년, AA- 및 BBB) 수익률을 사용하였는데, 전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후자는 부호가 반대로 나타나 이들 역시 제외하였다.

    참고로 지분비율의 유의성이 낮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령 기업의 대주주지분 비율이 기업의 교섭력에 관한 충분통계량(sufficient statistic)이라 해보자.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기업의 주주는 자신의 지분이 커질수록 경영자를 철저히 감시할 유인이 생기게 되는바, 이는 결국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 대리인 비용을 감소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이게 되므로 지분비율의 부호를 플러스로 하는 요인이 된다. 반면 대주주지분 비율이 높아 은행에 대해 강한 교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은 채권자인 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산대체(asset sub- stitution)와 같은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운바, 이는 기업의 가치를 낮추는 대리인 비용으로

    서 결국 지분비율의 부호를 마이너스로 할 것이다.

    14) 김용환․박운규(2006) 등은 이들 변수를 각각 당해 기업의 총자산으로 나누어 기업 사이즈의 영향을 배제하고자 했는데, 본 연구의 방법론 역시 이들과 유사하다.

  • 30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분석 : 은행 vs 시장

    2. 모형의 설정

    “기업의 가치=실물투자의 성과”라는 상정 하에서 금융계약의 차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모형을 설정하였다.

    INVit = ci + αXit + εit (Eq-1)

    단, i=1,2,...,N(기업), t=1,2,...,T(기간)이고, X는 R, M 등을 포함한 설명변수

    벡터, ε은 오차항이다. 이들 자료는 횡단면데이터와 시계열데이터의 특성을 동시

    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유의하게 분석할 수 있는 패널 회귀분석을 이용하였다.

    즉, 고정효과모형(Fixed Effects Model)과 임의효과모형(Random Effects Model)

    을 각각 추정한 뒤 Hausman Test(1%유의수준)를 통하여 적합한 모형을 판단하

    였다.15) 이하에서는 표기의 단순화를 위해 하첨자 i와 t를 생략하였다. 실증분석

    결과를 논하기 전에 예상되는 계수의 부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5) 여기서 상수항 ci는 기업 i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변수로서 개별효과(individual effect)라 불린다. 패널분석에는 이러한 상수항을 확률변수로 취급할 것인지, 비확률변수로 취급할 것인지가 문제로 된다. 이것을 확률변수로 취급하는 모델을 변량효과(random effect) 모델, 비확률변수로 취급하는 모델을 고정효과(fixed effect) 모델이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E(ci|X it) = 0

    인 경우에는 변량효과모델로 분석할 수 있는 반면, E(.)≠0인 경우에는 변량효과 모델에 의해

    추정된 계수 αR은 일치성(consistency)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모델의 특정화(specifi- cation)가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 고정효과 모델에서는

    INVit - Et(INVit) =α{Xit - Et(Xit)} + εit

    로부터 αF를 최소자승법에 의해 추정하는데, 여기에는 개별효과 ci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추정량 자체는 일치성을 갖는다. 단, 위에서 Et(.)는 괄호 안의 변수의 기간(t)에 관한 평균

    을 의미한다. 여기서 추정된 αR과 αF가 크게 다를 경우에는 모델선정에 따른 특정화 오류(specification error)를 범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본 연구에서는 χ2통계량을 이용한 Hausman 검정을 실시하기로 한다.

  • Ⅳ. 실증분석 31

    R M Int

    INV ± ± +

    INVG - + +

    INVD + - +

    우선 R의 경우 정상기업의 투자함수 INVG에 대해 -, 부실기업의 투자함수

    INVD에 대해 +가 예상되는 것은 R계약이 정상기업의 과소투자 문제를 유발시

    킨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부실기업의 과대투자와 존속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R계약이 전체 기업의 투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