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72
풀뿌리시민활동 강화를 위한 활동가 육성 프로젝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 하자”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서울특별시

Upload: civilnet

Post on 30-Mar-2016

250 views

Category:

Documents


7 download

DESCRIPTION

본 가이드북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2013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결과물로 제작되었습니다.

TRANSCRIPT

Page 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풀뿌리시민활동 강화를 위한 활동가 육성 프로젝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 하자”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서울특별시

Page 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일러둡니다]

1. 이 자료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의 진행한 “풀뿌리 시민운동 강화를

위한 활동가 육성 프로젝트-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 하자”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의 결과물입니다.

2. 기관 인터뷰 내용은 최대한 녹취의 내용을 기술하였으며, 인터뷰 한 이의 개인

의견이 반영되었습니다.

Page 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글 싣는 순서

가이드북을 발간하며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 하자 : 권혜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장) 1

1부 : 읽기자료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이해와 과제 :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5

풀뿌리운동과 자치 : 이해정(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4

서울시 마을기록 시범마을 정릉마을 교통편 이야기 : 최연희(교육상상운영위원, 기자) 19

“협동조합 실패(?) 이야기” : 송경용(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사장) 23

2부 : 활동가, 마을을 만나다(인터뷰 기록) 29

Page 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Page 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 -

가이드북을 발간하며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권혜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장)

우리사회가 양극화되어지는 속도가 날로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점점 더 부가 쌓이는 곳

은 지속적으로 쌓이고 노인인구의 증가와 청년실업의 증가로 사회적 빈곤층은 날로 늘어나

면서 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그 양극화란 것이 굳이 경제만을 뜻 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념의 양극화도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작지 않다. 사회, 문화, 경제, 교육 그

무엇도 이념의 스펨트럼 안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면서 온전한 대화와 토론보다는 힘의

논리로 모든 것이 대변되어지고 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 곳곳에서 가르치고, 명령하는 지시의 문화와 대결의 문화로 인한 갈등이

점점 가속화되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수 많은 현안문제를 해결하기에 급

급하면서 기자회견, 집회, 가르치는 토론회 중심의 활동 구조 속에서 시민들이 자발적 참여

와 풀뿌리 안에서의 역동 등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어지는 상황에 대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동원 중심의 조직에서 개인의 자발성, 광장성 있는 소통, 마을 풀뿌리의 역동을 불러일으키

는 네트워크적인 조직 방법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에서는 활동가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풀뿌리 마을운동(협

동조합 포함)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변화의 시발점으로 보고 본 활동가아카데미 ‘조직하

지 말고 네트워크하자!’의 사업을 시작했다.

입학식을 통해 네트워크적인 감수성과 촉진자로서의 자세, 그리고 새로운 조직 운동으로서

의 마을 운동과 새로운 변화를 꿈꾸었고 일상 활동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청소년 휴카페, 협동조합 운동, 마을 풀뿌리 네트워크 운동, 1인 소셜운동 등

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았다. 또한 졸업 워크숍과 발표회를 통해 그 동안 진행해온 인터뷰를

총 결산하면서 현 시기에 필요한 세상의 변화가 무엇인지 나누는 소중한 시간 속에서 한

Page 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2 -

층 성숙된 아카데미 활동의 결과물을 ‘풀뿌리활동 가이드 북’으로 완성해 낸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네트워크 운동이 결코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새로운

수익 모델도 아니고 오지마을의 어르신들이 타지 활동가들에게 마음을 활짝 여는 상황도 아

니며 경험 또한 미약하며 거버넌스 방식은 그 지원이 끊기는 순간 zero에서 시작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시작을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1기 과정에서부터 꾸준하게 참여해 온 20여명의 활동가들과 이후 참여한 30여명의 활동가

분들 그리고 연대회의 실무자 여러분들과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

사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서울시에게도 고마음을 전한다.

Page 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부 -

읽기자료

Page 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Page 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 -

풀뿌리운동 이해를 위한 읽기자료 1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이해와 과제

이 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1. 풀뿌리, 풀뿌리운동의 의미

○ ‘풀뿌리(grassroots)’라는 개념은 민초(民草)의 우리말이다. 즉, 일반적 대중을 의미하

는데, 정치적 의미로는 “특별히 권력을 지닌 자와 반대되는 일반 대중”을 의미하기도 하

고 “근본적인 원리”를 의미하기도 함(엠파스 영영사전).

○ 그리고 이러한 풀뿌리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풀뿌리운동이라

하는데, 보다 구체적으로는, 권력을 갖지 못한 대중들이 주체가 되어서 보다 근본적으로 사

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이라 정의할 수 있음

○ 풀뿌리운동은 우리 사회의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 수행되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

이 될 수 없고, 또한 그러한 주체들에 의해서는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봄.

○ 이러한 풀뿌리운동은 크게 두 가지 단계를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첫째 단계는

풀뿌리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는 이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

○ 풀뿌리운동의 가치는 대중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조직하고 그 힘을 모아 사회운동을 전

개하도록 하는 데에 있음. 즉, 풀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not for the people) 풀뿌리들의

운동(of the people, by the people)이 되어야 함.

○ 그리고 이러한 풀뿌리운동은 참여자들의 의식변화와 역량 및 영향력 강화(engagement

와 empowerment)라는 과정을 사회변화의 주요한 과정으로 인식.

Page 1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6 -

○ 많은 이들이 이러한 풀뿌리운동을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 두 가지는 첫째, 운동

의 실천공간을 지역으로 삼는 것, 둘째, 운동의 주제를 생활·여성·초록의 문제로 재설정

하는 것이 풀뿌리운동의 성격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

이 풀뿌리운동은 그와 다른 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강조. 즉, 민초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사회변화를 지향하는 과정을 묵묵히 실현하는 것이 풀뿌리운동의 철학이자 가치, 그리

고 지향. 그것은 위로부터의 변화가 아닌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

2. 지역사회가 중요한 이유

○ 지역사회는 사람들이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하

지만, 지역은 존재하나 community로서의 지역사회는 대중사회 속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

하고 있음

○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현재 생명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평화보다는 경쟁과 치열

한 투쟁이 존재하는 곳으로 변화되고 있음

- 경제적 어려움, 자녀보육 및 교육의 문제, 안전의 문제, 불평등한 젠더문제(성역할의 고

착 등),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 등등이 발현되고 있음

○ 이러한 문제를 야기시킨 데에는 우리 사회의 발전이 다수 시민들의 의도보다는 소수 엘

리트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

-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하거나, 또한 전문가라 하는 이들도 자기

분야에만 전문성이 있을 뿐이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있는 것을 의미

하지 않음

- 이들 엘리트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내리는 결정은 결코 도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

함. 그보다는 열려진 공간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누가 참여하든 간에 오히려 도덕성과 공

공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음

○ 따라서 이러한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고 생명과 평화, 안전과 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사회개발을 이제는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사회발전으로 그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음

○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거버넌스의 개념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로 볼 수 있음.

Page 1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7 -

또한 1992년 브라질의 히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나온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슬로건은 지역의 실천을 하면서도 세계적 문제를 생각하라는 것보다는,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음

○ 이는 지역사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지역사회야 말로 시민들의

직접 실천과 참여가 가능한 장이기 때문

- 지역사회는 시민들의 생활의 이해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장이고, 또한 지역사회에서 이루

어지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내용은 바로 이러한 시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문제

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통해 직접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 90년대 초반 사회운동이 어려운 시절에 지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모두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임

○ 또한 지역사회는 이러한 참여를 통해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대안적인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는 유력한 장이기도 하기 때문임

○ 따라서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표출되어 정책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empowerment), 그보다도 근본적으로 이러한 실천과 그를 통한 성과를 맛봄으로

써 대안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기쁨과 보람을 맛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생활양식과 의식의

변화를 실천적으로 가져다 줄 수 있는 유력한 장임(capacity building, 의식화)

- 의식화는 자기 삶에 대한 주체로서의 선언이자 이를 실천적으로 입증하는 상태를 의미.

파울로 프레이리는 의식화에 대해 “비판정신이고, 개인주의와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것

에 대항하는 협동과 단결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식화는 수동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주체로 인지하며 자신들이 스스로의 삶과 현실을 변화시킬 능력을 형성한다는 사

회・문화적인 자각을 보다 깊게 하는 것이다.”

- 예를 들어, 최근의 한미 FTA와 같은 세계화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에 반대하는 집회 등

이 과연 그 대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보다는 우리가 이러한 자본의 논리가 침투할

수 없는 대안적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통해 실질적으로 자본 중심의 세계화를 무

력화시킬 수 있을 것임

- 이는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

Page 1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8 -

3. 질적 사회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 오늘 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문제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특정 사상이 정치ㆍ경제ㆍ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 이러한 신자유주의도 자유주의에서

파생된 것으로, 상호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

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음

○ 이러한 경쟁 중심의 사회를 합리화한 자유주의 사상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

는 책에서 진화의 자연법칙 중 핵심적인 내용으로 언급한 ‘적자생존(適者生存)’으로부터

차용한 것. 이 개념은 상호 경쟁에 의해 도태되는 종(種) 또는 계층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

스런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을 합리화한 것이라 할 수 있음

○ 그러나 이러한 상호경쟁에 의한 사회운영은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민초들의 구

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평등한 사회적 구분을 당연시 하는 논리.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회운동 진영의 논리도 기실 이와 다르지 않음

- “우리가 힘을 길러 저들을 이기고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논

리와 다르지 않음

○ 반면,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相互扶助論)은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자연의 유일한 발전

원리가 아닌 상호부조를 통해서도 특정 종이 자신을 번성시킨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

○ 우리 사회를 대안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발전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지금부터라도 시급히 변화될 필요가 있음. 즉, 힘과 힘의 경쟁이 아닌 상호부조

와 협동, 호혜적 관계망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와 우리 삶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

와 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함

○ 결국, 대안적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대안적 실천 또는 활동은 시민들이 그 사회의 주인

으로서 기존의 상호 경쟁이 아닌 상호부조적 관계망을 만들고 이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모든 것들을 결정하는 힘을 가진 권력도 그러한 상호부조적 관계망에

참여하는 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러한 개방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

려는 노력을 통해 달성되지 않을까?

Page 1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9 -

○ 따라서 최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공동체 등에 대한 논의와 실천도 결국은 그러한

차원에서 평가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으며, 대안적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

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봄

5. 대안적 활동이라 여겨지는 공동체운동: 마을, 협동조합 등

○ 대안적 사회의 핵심에 상호 경쟁이 아닌 상호부조적 사회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

그에 대한 사회적 대안은 흔히 공동체라는 용어로 통칭되고 있음

- 기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1) 등은 모두 공동체라는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풀뿌리들이 자신들의 의식 및 생활, 행동 변화를 통해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ㆍ발전시키

기 위해서는 이들의 참여가 개인이 아닌 집단의 참여를 통해 가능

○ 공동체는 이러한 집단의 참여가 가지는 성격,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 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음

○ 공동체라는 용어가 지금과 같이 널리 확산된 데에는 사회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향으

로 내쳐 달리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 작용

- 이 용어는 역사적으로 중세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자유계약을 통

해 최적의 사회 조건이 가능하다는 19세기 자유주의의 등장이 결국 빈부의 격차, 소외된

다수 대중의 태동 등 불평등의 문제를 낳음으로써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던 시기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태동

○ 공동체라는 용어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

는데, 이는 그만큼 공동체라는 말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음

- 힐러리라는 학자는 이러한 공동체의 공통적 요소로 세 가지를 확인하였는데, 그것은 지역

성(locality), 사회적 상호작용(interaction), 공동의 유대(common tie). 즉, 특정한 지역에

1) 우리 사회의 사회적 기업은 노동부 정책 프로그램의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음. 하지만 보통명사로서의 사회적 기업은 그보다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의미이고, 그 운영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 즉 상호부조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음

Page 1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10 -

기반하여 그 구성원들이 상호 안면성이 높은 상태에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들이

같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일체감을 갖는 상태를 공동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는 공동체에 대한 전통적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공동체는

그 지향에 있어서 몇 가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을 요약하면, 평등, 공동선의 지

향 등이라 할 수 있음

- 즉, 개인의 자유의지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자유주의의 이념과 달리 공동체 이념

은 모든 이들이 평등한 조건에서 공동선이라는 공동의 목적 실현을 강조

○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시장 중심과 개인자유에 대한 불간섭을 원칙으로 함. 그러나 이

에 반해 공동체주의는 사람들 간의 상호존중에 바탕을 둔 호혜성과 협동을 중요시 함.

- 자유주의는 스스로에 대해 개인의 다양성에 근거한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기본 권리

를 보장하는 다원주의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나, 이와 반대로 공동체주의와 그 실험에 대

해서는 개인의 천부적 권리인 자유를 제한하며, 집단에 의한 독재가 발생한다고 공격

- 반면, 공동체주의자들의 주장은 자유주의자들과는 달리 한 사회가 공동으로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가치를 정당화 함.

- 또한 공동체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선은 절대적으로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

니라, 서로를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음

○ 그런데 공동체가 지향하는 개념에는 위에서 언급한 평등과 공동선의 지향이라는 것 외

에도 주요한 한 가지 요소를 더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그 평등과 공

동선을 위한 합의된 행동양식을 보여야 한다는 것

- 그것은 그 지향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효율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소외와 불평등한

수단이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즉, 공동체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역시 공동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

○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공동체에 대해서 ‘좋다’는 느낌을 가

지고 있음. 그러나 실상 공동체의 내용이나 성격 등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함

○ 앞서 공동체주의자들의 주장을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체는 단지 그 구성원들의 내적 관

계를 긴밀하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주의로 불리우듯이 사회를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짐

Page 1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1 -

- 실상, 공동체를 내적 관계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수도공동체와 같은 사례들을 전형적

인 공동체의 모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고,

- 또 최근 생명운동과 공동체운동을 표방하는 많은 공동체 사례들도 높은 공동체적 내공(?)

을 실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대안적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같은 모습

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

- 물론, 이러한 공동체들도 애초 취지는 자신들의 대안적 삶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그렇게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강하였음

○ 그런 점에서 공동체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할 또 한 가지는 개방성이라 할

수 있음

- 폐쇄적 공동체는 공동체 내부의 긴밀한 관계와 이를 통한 대안적 사회를 실현하는 모습

으로 발현되나, 우리 사회를 그러한 대안적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미약

- 반면, 개방적 공동체는 그 구성원의 개방성뿐만이 아니라, 공동체가 이해관계 또는 관심

을 갖는 것이 단지 공동체 내부의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러한 대안적인 사회의 모습

을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로부터 세상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도적 노력을 보이는 형태를 의미

○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사회질서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방향을 더욱 크게 영

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가 가지는 의의는 그 내적인 공동체적 관계의 강화뿐

만이 아니라, 그 공동체가 속한 사회와의 관계와 그 안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중

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음

○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의 흐름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

는 생태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흐름. 이 흐름은 가장 전통적인 공동체의 맥락을 이어가고 있

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공동체 사례들은 자본주의의 맹아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도시에서

의 삶 자체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경향이 강함. 그러다보니,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공동

체적 이상에 동의하는 소규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가지고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경향

이 강함. 이러한 공동체들은 구성원 간의 공동체적 결속과 대안적 사회에 대한 비전은 강하

게 제시하나, 정작 그것이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개방성 차원에서는 미약한 편

○ 두 번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장일로에 있는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한 협동조합운동을

들 수 있음. 협동조합운동은 세계적으로 200 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음. 노동자들의 상호

Page 1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12 -

부조를 넘어 생산수단을 공유(共有)하며 전개된 생산자협동조합,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이 소

비자로서의 연대를 통해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동한 소비자협동조

합, 고리대금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상호부조적 관계망을 통해 무담보 저리의 금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신용협동조합 등이 가장 대표적인 협동조합 형태. 이 협동조합운동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조

그마하지만 대안적인 틈새를 만들고 그 틈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 중

○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의 의미를 단순 소비자를 넘어 생활의 공유

ㆍ나눔이라는 차원으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생활협동조합이 점점 더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중.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역으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함. 혹자가 이

러한 공동체를 ‘먹거리 생협’이라고 혹평하듯이,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상호부조적 삶이라

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에 주로 이해관계를 가지고 참여

하기 때문

- 생협들 역시도 시장에 일단 진입한 이상 그리고 조합원들의 욕구가 안전한 먹거리로

고착화되어 있는 이상, 시장에서의 성장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많은 경우 시장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들에 열을 올리는 경향이 점점 강

해지고 있음. 이는 일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할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가 일정 정도 훼손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음

○ 세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공동체의 흐름은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흐름. 대체로 풀뿌리운동 진영에서 모범적 사례로 자주 언

급되며, 작은도서관 만들기 등과 같이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

면서 그 영향력을 높여나가려는 운동들이 이 범주에 속함

○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사례들은 모두 대안적 가치를 현실에 실현하는 즉 대안적 사회

와 대안적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크게 두 가지 핵심적 성찰 꺼리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음

○ 첫째, 구성원들의 긴밀한 결속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공동체의 경우, 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개방성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과제가 있음. 이는 앞서

권력의 속성을 바꾸는 일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됨

Page 1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3 -

○ 둘째, 현재 성장세를 지속하는, 실제로는 최근 몇 년간 양적 성장이 주춤하고 있기는 하

지만, 생협을 필두로한 협동조합들은 시장에서의 성공을 넘어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 즉 상

호부조적 관계망으로 사람들을 묶고 이를 통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기본

정신과 취지를 살리고 강화할 필요와 과제가 있다고 볼 수 있음

○ 셋째,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지향이 강한 세 번째 유형들과 같은 경우에는 어떻

게 참여자들의 관계를 공동체적으로 심화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있음. 공동체는 우리 사

회의 가시적 대안이라는 면에서 그 큰 유용성이 강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시적 대안은

사회적으로만이 아니라 그 구성원 내부에서도 실현될 필요가 있기 때문.

○ 결국, 우리 사회 대안운동으로서의 공동체운동 과제는 나와 가족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그 외연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대시킬 것인가 하는 것과 내적으로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음.

- 외연의 확대는 단지 공동체 구성원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적 가치

를 어떻게 사회에 실현시킬 것인가 하는 것

- 관계의 심화는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단지 가치의 전파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이웃들과 함께 상호부조적 관계를 깊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

을 의미. 사회변화에 대한 참여가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활과

삶도 공동체 안에서 풍부해 질 수 있어야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Page 1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14 -

풀뿌리운동 이해를 위한 읽기자료 2

풀뿌리운동과 자치

이해정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풀뿌리 운동과 정치

몇 달 전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민주시민교육에서‘정치인은 ~ 할(일) 것이다’라는 문장

을 완성해 보라는 제안을 했을 때 아이들이 내놓은 답은 이렇다.

정치인은 ‘돈이 많을, 부자일, 말을 잘 할, 공부를 많이 했을, 늙었을, 어른일’

우리 곁에 친근하게 자리잡은 동네여성의 모습을 아이들이 정치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일 것으로 보인다.

1992년 당시 부활된 지방선거는 분명 다수의 주민들이나 시민사회의 관심은 아니었다. 지역

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정치인으로의 야심을 가진 이들이 주로

출마하고 경쟁하는 선거였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이다.

이후로 20여년 동안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단위나 자치단위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만

드는 일을 경험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는 지역자치운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지방자

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결정으로부터 독자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지역에서 관심이 확산되는 마을 만들기나 참여 예산 운동 등을 보자면 지

역자치운동의 성과 또한 적지 않은 것을 실감한다.

풀뿌리 자치운동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에는 자기동력을 가진 운동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름 그대로의 ‘풀뿌리’의 성격이다.

나의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편이나 욕구를 스스로, 혹은 이웃사람들과 함께 직접

해결해 가는 풀뿌리 운동은 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의문이나 필요에서 출발하는 것이 대부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역, 마을단위로 살아가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생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풀뿌리 운동의 주체인 여성

생활에서의 문제의식.

Page 1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5 -

이를 가장 구체적으로 겪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지역의 여성들을 가장 먼

저 꼽게 된다. 일과 휴식 모두를 지역사회에서 행하고 있는 여성.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

의 양육과 교육을 지역사회에 맡기고 있는 여성들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풀뿌리 운동의 주체를 얘기할 때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상대적으로 약자인 다수의 사람

들’이라 하고 풀뿌리 운동은 누군가를 위하여 대의 명분을 차리며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나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것이므로 주체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선언이나 당위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불편함, 불합

리함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여성들이 주체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함이 더 적절할 것

이다.

우리사회의 여성들은 상대적 약자로 자주 분류된다. 지역에서의 여성 또한 이 불쾌한 분류

법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경향은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

지이다.

지역사회의 움직임을 들여다 보면 관변단체, 종교단체,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여

성들이 그 조직들을 움직이게 하고 생명력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전히 의사결정의 역할이나 권한을 가지는 자리를 여성이, 특히 젊은 세

대의 여성이 맡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현실이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중앙보다 지역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보다는 그 외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지역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밀접한 관계로 이루어진 동네에서의 적극적 활동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단체나 모임 속에서 그 이념에 공감하여 자

신은 이를 돕고, 유지하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대사회로부터의 채집과 농사,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맡아왔던 것과 이러

한 역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자면 현재에도 여성들이 선호하는 참여

의 특성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여성들이 채집하고 농사를 짓는 행위는 이웃과 정보를 소

통 하며 일하는 시간으로 많은 부분이 채워졌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들은 자신의 생산

력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작용했을 것이다.

어쩌면 대의명분을 중시하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거나 전쟁을 일으

켜 좀 더 넓은 농지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축적하는 정보력이야말로

자신의 노동력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여성 스스로가 다음세대를 재생

산하는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터, 아마도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들은 권력을 휘두르

는 권한을 다른 이들에게 선선히 내어주었을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해진다.

현재에도 그러한 유전자는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Page 2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16 -

풀뿌리 정치와 여성

‘자치’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사파티스타 마르코스

풀뿌리 생활정치를 이해하는 것에 적절한 안내지침과 같은 말이다. 자신의 살아갈 바에 대

해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며, 선택한 일에 집중하고, 더하여 그 일을 즐기는 것. 또한

나와 같은 자유로운 개인들과 교류하고 연대한다면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이상적인 경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을까?

민주주의는 때로 몹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다. 자치는 까다롭고 번거로운 합의의 절차

를 요구할 때가 많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누군가 나 대신 결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대의제를 선택하고 대리인으로서의 정치인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의 여성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이루어낸 성과와

사례는 무척 많다.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

들고, 숲을 가꾸고 체험하며, 재활용가게를 만들고 품앗이를 조직해왔다.

별다른 대가 없이 헌신하고 이웃들을 돌보아 왔던 많은 여성들이 이 과정에 함께했다.

사실 이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에 더 가까운 활동들이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의 지방자치의 시간 동안 지방선거에서 시민후보를 세우고, 시민들

의 힘으로 당선시키는 쾌거를 올렸던 지역의 여성들에게는 공통적인 피로감이 있다. 동네의

궂은일에 자신의 품을 내어 헌신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던 이들이 선거라는 중요한 과정에

서, 거대정당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민후보당선이라는 귀한 성과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

고 지속적으로 그 성과를 이어가려는 동력이 부족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어려움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시민들을 통하여 당선된 정치인들이 겪는 애로도 많다.

정당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를 피드백하고 소통할 단위가 없다는 점이 기대만큼

성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대리인을 세우고 출마하도록 동력이 되어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지역의 여성들에게 선거 이후 한 사람의 정치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자신이 주

체라고 느끼기 어렵고 때론 자신의 욕구에 부합하는 일이 아닌 사안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

다. 참여하며 직접 무엇인가 만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낯선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들이

Page 2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7 -

세운 정치인에 대하여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또한 부담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세운 시민후보가 없는 지역의 상황도 선거때가 되면 바람이 분다.

실제 지역은 중앙정치의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평소

에 풀뿌리 운동과 친목모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없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

면 풀뿌리운동의 가치를 추켜세우며 지역 여성활동가들 네트워크를 활용하려고 한다.

우리는 비교적 덜 나쁜 후보를 위해 제법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여 선거운동을 도와주

고 비교적 덜 나쁜 정치인이 당선된 것을 성과라고 느껴보려 하지만 사실 그 당선이 기쁜

것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나와 내 이웃의 욕구는 여전히 남고 당선된 정치인을 통해 우

리가 나눌 수 있는 성과는 미약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선거운동의 반복은 많은 지역활동가들, 특히 여성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때문에 자신들의 모임이나 조직을 추스리기 위해 다시금 정치에는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하

는 시민사회의 모임들도 생겨난다.

정치에 대한 중립성이라는 표현이 이런 경우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을 잃

지 않으려고 하는 숨은 뜻은 현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직접 참여하는 정치의 의미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여성의 활동이 곧 정치라고 바꾸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우리에게 정치란, 작은 도서관에서 사서 당번을 하는 것이고 주민자치위원회에

시간 맞추어 출석하고 지난 회의의 실행여부를 꼼꼼히 챙기는 일이다. 나는 그 일이 중요하

다고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절차를 가지고 있다. 이 일이 즐겁다.”는 사례를

정치활동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풀뿌리 자치운동에 수많은 수식어를 붙여 본다 해도 내가, 그 과정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경험을 통해 훈련되고 우리의 성과로 무엇인가를 만들었을 때 이 운동은 의미가 있다.

다른 이들의 사례가 간접학습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런 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모이고, 떠들고, 꿈꾸고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가장 우선인 가

치이다.

선거운동에 있어서도 직접 참여하는 운동의 원칙과 방법을 적용해야만 피로감과 좌절의 경

험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성과로 남게 되고 이후의 과정에서도 참여할 내용을 결정할 수

Page 2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18 -

있다.

모이는 과정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자연히 의사소통과 결정의 방법에 대한 학습이 시작된

다. 이를 통한 경험은 이후 공공의 욕구에 맞지 않거나 비민주적인 방식의 결정에 대해 저

항할 감수성이 생기게 될 것이다. 오히려 억압의 상황에서 더 빛을 낼 수도 있다.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욕구를 찾고, 그 욕구에 공공성이 있다면 그것을 조직해가는 과정

은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바로 오늘 사는 방법이다.

생각해 볼 문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어떤 곳인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지역에 살면서 내가 가장 불편하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나의 욕구는 무엇이고 이웃들의 욕구는 무엇일까. 어떻게 이 욕구를 조직할 수 있을까

Page 2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19 -

마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시도

“버스타고 정릉으로”- 서울시 마을기록 시범마을 정릉마을 교통편 이야기-

최연희 (교육상상운영위원, 기자)

“안 계시면 오라이~”

서울시 마을박람회가 열리는 9월 28일, 비가 오락가락하

는 서울광장에 모자를 삐딱하게 쓴 어여쁜 버스 안내양

이 등장했다. 70년대 운행했다는 낡은 버스 옆구리를 탕

탕 치면서 버스에 오르는 시민들을 맞이했다. 시끌시끌

한 소리에 저 멀리서 손을 번쩍 들며 박원순 서울시장님

이 뛰어 오셨다. 서둘러 버스에 오르고 보니 이 버스는

정릉종점행이다.

2012년 <우리동네 능말>이 정릉의 옛 사진 전시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마을의 이야기

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마침 2013년 2월 서울시에서 정릉마을과 함께 성미산마을, 은평,

노원 등 여섯 개 마을을 시범마을로 지정하여 주민들이 찾고 기록한 마을기록을 전시하기로

했다.

근데 우리동네 정릉은 분명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막상 기록을 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 막

막했다. 그래서 정릉마을기록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우리동네 능말>의 권계숙, 서종

심, 정필남, 박정근, 박춘림 회원이 머리를 맞댔다. 어떤 이야기를 찾을 것인가부터 많은 논

의를 거친 끝에 결정된 이야기전시회 주제는 바로 ‘종점 이야기’다.

정릉 주민들이 매일 오가는 버스가 멈추는 정릉(청수장) 종점은 사실 역사가 깊다. 서울의

시내버스 1번 종점이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종점도 여러 번 옮겨졌기 때문에 종점

에 대한 추억도 겹겹이 쌓여 있었다. 정릉마을기록사업단은 주민들의 삶 속에 살아 있는 우

리 동네 정릉의 모습 찾고 싶었다. 우리들이 기억하는 우리 동네 정릉은 나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기억이 된다니 얼마나 멋진가! 털털버스에서 경전철까지, 변화한 정릉의 교

통편 추억 공유하면서 동시에 마을공동체 기록물 관리와 구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단 정릉을 오간 버스의 기록물을 찾기 위해 청수장 대진여객 차고지를 찾아갔다. 여름

Page 2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20 -

방학 기간 동안 성북구청에서 일하게 된 대학생 인턴 6명도 합류했다. 성북구에 살고 있고

대학을 다니는 홍준표, 김태준, 양지인, 윤나영, 장현정, 홍주연 학생이다. 8월 정말 뜨겁

고 뜨거웠다. 연신 흐르는 땀으로 아침부터 목욕을 할 지경이었다. 미리 공문도 보내놓고

협조를 구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벽에 부딪쳤다.

1번 버스 종점에 대해서 변변한 기록이 없는 것이다. 1번

버스를 운행한 동양운수를 대진여객이 인수하면서 이전의

자료를 깨끗하게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진여객

관계자분께서 미안해하면서 주민들의 열정에 보탬이 되어

주시고자 사무실 곳곳을 뒤져서 미처 교환하지 않은 버스

회수권과 토큰 등을 보여주셨고 버스 내부 사진촬영과 현

재 근무하시는 버스기사님들과의 인터뷰도 협조해주셨다.

주민조사단은 또 다른 종점인 도원교통을 방문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2번 버스를 운행했으며 창립 이래 회사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조

사단은 보다 의미 있는 기록을 찾을 큰 기대를 품고 몇 차례의 방문하고 전화를 했으나 끝

끝내 협조를 거부해서 안타까웠다.

정릉에는 버스의 짝꿍인 택시 차고지도 여러 곳 있다. 내친김에 방문한 대왕택시는 처음 차

고지 부지를 닦는 사진부터 시작해서 초창기 운행하던 택시, 소속 기사들이 건강검진을 받

거나 조회하는 모습 등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록과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깨닫는 계기였다.

문서도 사진도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기록전시회를 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일 때 정필남 회원의 제안으로 정릉에서

오랫동안 버스를 운전하신 박부웅, 박기현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박기현 기사님이 꺼내주신 면허증에는 1960년

도라고 찍혀 있다. 열여덟의 나이에 9인승 버스를 시작으로

정릉에서 운전을 하셨다고. 그때는 종점이 정릉천 부근,

그러니까 정릉입구 내부순환로 아래쯤이 되겠다. 이후에

정릉시장 근처로 옮겼다고 한다. 버스 종점과 관련한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마을 어르신들도 여러분 도와주셨다.

정릉시장 종점은 어느 교회 앞이었거나 앵두나무 앞이었다는데 그 앵두나무가 지금쯤 어디

에 있으려나 누가 좀 찾아주시면 좋겠다.

한여름 땡볕에 정릉동에 위치한 100여개의 버스정류장 사진을 일일이 찍고 문헌조사를 하

Page 2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21 -

느라 학교 강의보다 고생했을 성북구청 대학생 인턴들, 주민들의 사진을 모으고 전시를 도

와준 우리동네 능말 주민기자들, 그리고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지원 아래 조금씩 정

릉마을 교통편 이야기는 모습을 갖춰갔다.

서울시가 전시회를 위해 편성한 예산이 너무 부족해서 이야기 전시회 판넬은 직접 만들어야

했다. 이미 작년에 멋진 사진전을 열었던 <우리동네 능말> 회원들이기에 뚝딱뚝딱 솜씨 있

게 만들어 냈다. 그렇게 9월 28일 서울시 마을박람회에서 첫 번째 전시가 개최됐다. 박부

웅, 박기현 두 기사님은 이야기손님으로 자리해서 50년 동안 버스와 함께 한 이야기를 들

려주셨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비롯해서 족히 500명 이상이 버스를 다녀갔다. 정릉

에 살다 온 사람, 청수장에 와 본 사람, 학교 다닐 때 이런 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사람, 태

어나서 이런 버스를 처음 타보는 어린 아이까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영화 소

품으로 쓰이는 차량이어서 엉망인 내부를 청소하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장장 8시간을 서서

안내하고 설명하면서도 정릉마을기록사업단의 주민조사단의 얼굴은 행복했다. 함께 찾은 기

록이면서 모두의 추억이기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 마을의 기록,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다.

그리고 10월 19일 <우리동네 능말> 교통광장에서 펼쳐진 사진전시회의 한쪽에서 교통편이야

기도 전시했다. 10월 26일 정릉동 버들잎 축제 때는 지금의 지하철 객차와 닮은 70년대 버

스를 전시 공간으로 하여 멋진 전시회를 개최했다. 서울시의 신택리지 조사단이 찾고 기록

한 정릉의 기록도 영상으로 함께 전시했다. 우리 동네의 옛 모습을 설명하느라 젊은 엄마

아빠들이 분주했다. 기념으로 나눠준 버스회수권은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아이들에게는 새로

운 경험이 되었다.

정릉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한창 꽃피고 있는 지역으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높다.

오래된 마을공동체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곳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역동성

을 간직한 곳이다. 마을의 기록이 풍부한 곳에서 이제부터 기록이 시작되어야 할 곳까지 고

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장점이 크다. 마을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과 가치를 고민하고 평가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정릉 지역은 대학교가 세 곳이나 있는데 상대적으로 정주성과 주민성이

약한 학생, 청년층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와 아이템이 많이 부족했다. 마을

Page 2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22 -

의 다양한 기록과 자료를 조사하고 구축할 수 있는 작업은 학생과 청년이 흥미를 갖고 참

여할 수 있을 아이템이면서, 이야기를 갖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마을 기록의 조사, 분류, 재

구성 등의 생소한 작업에 학생과 청년이 큰 도움이 되어 서로가 보탬이 되고 보완이 될 수

있었다.

마을의 기록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서 앞으로 정릉 주민들은 다양한 주

제와 계층의 마을공동체와 구성원들의 기록과 이야기, 유산을 함께 찾고 남기며 정릉마을기

록관, 정릉마을박물관 등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관심과 역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기록을 만날까 기대된다. 앞으로도 정릉마을기록사업단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쭈욱~

Page 2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23 -

경험을 공유하며..

“협동조합 실패(?) 이야기”

송경용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사장)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는 시점에 협동조합 실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전가의 보도나 요술 방망이처럼 여기고 있는 일부 현상

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큰 꿈을 안고 새롭게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분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처 챙겨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잠시라도 되돌아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건설 노동자 협동조합의 시작>

1992년 9월 29일 새벽 3시, 내가 주임사제로 일하던 성공회 서울교구 ‘봉천동 나눔의

집’에 큰 화재가 났다. 그 동네에서는 제법 큰 규모였지만 수십 년 된 허름한 주택이었던

건물 전체가 전소되는 큰 화재였다. 교회이자 공부방이었고 산동네 주민들, 청년들의 각종 모

임방이었던 나눔의 집의 화재는 이 곳을 이용하고 아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동이 트기도 전에 주민들,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소식을 들은 자원봉사자들도 원근 각지에

서 달려왔고 당시 인근에 함께 살고 계시던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도 슬픈 얼굴을 하시고

와 계셨다. 청년들과 주민들 중 아주머니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한참

을 망연한 눈빛으로 소방차가 뿌린 물로 물바다가 되어버린 잿더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우리가 다시 지읍시다!“하고 일어서서 맨 손으로 잿더미를 걷어내

기 시작하였다. 어느 샌가 70대 중반이셨던 장기수 선생님 중 한 분은 목장갑을 사 오셔서

나누어주고 계셨고 한 분은 ’원래 불난 집은 더 잘되는 법입니다. 일부러 불난 집을 사기

도 하지요!” 하시면서 격려를 해주셨다.

그 순간부터 매일 수십 명이 달라붙어 잿더미를 치우고 모래와 시멘트를 비비고 벽돌을

나르고 음식을 만들면서 나눔의 집은 예전보다 더 크고 훨씬 더 튼튼하게 지어져 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공사가 끝나면 모두가 둘러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

고 막걸리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날 무렵부터 함께 일

하던 봉천동 건설 노동자들이 이렇게 재미나게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계

속해서 이렇게 재미나게 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를 토론하게 되었다. 건설 노동 현장

의 불합리한 다단계 하청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저 ‘김씨, 이씨’로 불리어지는

Page 2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24 -

‘노가다’의 설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눔의 집에 화재가 나기 전부터 허병섭 목사님을

중심으로 빈민지역에서 협동조합 논의가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 건설/봉제 노동자 협동조합

이 시작되고 있었으나 봉천동에서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화재를 계

기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이야기로 발전되어갔다.

건설 노동자 협동조합 <나섬건설>은 이렇게 우연한 계기에 시작 되었다. 나눔의 집 재건이

끝나고 이듬해 1993년에 ‘나섬 건설’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당시에는 협동조합에

관한 법률이 없었기 때문에 상법상 주식회사로 등록했으나 정관이나 규약, 운영 조직 등은

모두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였다. 설립자금 5천만 원은 우여곡절 끝에 은행에서 차입을 하였

고 몇 개월 동안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협동조합과 건축 기술에 관한 교육도 받았으며 각자

200만원부터 500만 원 정도를 출자하도록 하였다. 각자의 직위와 직책을 정하였고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 등도 건설 현장에 맞게 조정해 나갔다. 이름도 제대로 불리어지지 않았던

‘노가다’들에게 근사한 명함을 나누어 드렸는데 자신들의 이름과 직책이 적혀있는 명함

을 받아들던 순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형언 할 수 없는

복잡하고 감격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초반에는 주로 간단한 집수리 중심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규모의

주택 신축 공사도 수주하게 되었다. 소문이 나면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주택이나 교회 공사

도 맡게 되었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합자회사를 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하였다.

1994년, 허병섭 목사님이 설립하고 운영하시던 월곡동 <일꾼 두레건축>과 합치게 되었고

이름도 <나레건설>로 바꾸면서 조직을 재편하고 협동조합 정관도 다시 만들었다. 구성원들

의 융합을 위해 합숙교육도 하고 출자금도 다시 모으고 리플렛과 소식지도 발간하게 되었

다. 사무국 체제도 갖추었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앞 다투어 건설노동자 협동조합의 활약상(!)을 보도해주었다.

수주는 폭증하였고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 몇 년 만 더 지속하면 부조리의 온상인 우

리나라 건설문화를 바꾸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째, 서너 개의 현장을 동시에 운영해야하는데 각 현장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현

장 소장급 건축 전문가가 부족했다. 봉천동, 월곡동 등 산동네 출신의 각 분야의 숙련 노동

자는 있었으나 이분들은 건축 현장을 전반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Page 2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25 -

둘째, 수십억 원 단위의 공사 대금을 안정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건설 분야 재무 담당자

가 없었다. 운동권 출신의 젊은 사람들이 사무국을 책임 맡고 있었고 주로 홍보와 사무행정

중심의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건설 현장을 운용하는 회계 시스템은 일반 회사의 회

계 시스템과도 다른 면이 많은데 기초적인 회계를 다루어본 사람도 없었다.

셋째, 무엇보다 회사를 ‘경영’ 할 줄 아는 전문가가 없었다.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분위기도 조성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부 갈등도 커져갔다.

작은 식당 하나 운영하는 데에도 수많은 결단의 순간이 있다는데 하루에 수억 원이 오가

고 복잡한 공정을 다루는 건설 회사에 전문적인 경영자가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권

한은 분산되었지만 책임은 경영진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넷째, 회의는 많이 했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부족했다. 일이 바빠지고 현장이

많아지면서 각자 필요한 실무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되었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설립 정신보

다는 실적과 돈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자가 생겼을 경우 책

임 공방이 생기게 되었고 이는 곧바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완 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다섯째, 다단계 하청 구조 극복과 정직한 공사를 모토로 실천해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

다. 인력 부족 때문에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건설현장의 관행과 관성이

되살아나기도 했고 정직하지 못한 건설회사, 자재 사용, 건설 노동자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던 건설문화, 값싼 공사와 빠른 공정 요구 등은 넘기 힘든 벽으로 현실을 옥죄어 오기 시

작했다.

여섯째, 건설 노동자들의 완고한 태도와 기술 부족이다. 새로운 공법과 자재, 신기술에 대

해 공부 할 기회가 없이 오로지 시키는 대로 해오던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작은 변화도 큰

도전으로 여겨졌다. 기술자 특유의 자존심과 집단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경험의 부족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극복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섬건설>, <나레건설>로 이어오던 우리나라 최초의 건설노동자 협동조합은 결국 위에 열

거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체 약 4년 동안의 활동을 접고 문을 닫게 되었다. 대기업 건설

회사 현장 소장 출신을 영입하고 금융 전문가, 건설/건축 전문가들로부터 도움도 받았지만

너무 늦었고 외부적인 도움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였다.

물론 지금처럼 법률적, 제도적인 환경이 조성 되어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

Page 3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26 -

생각된다. 모든 면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성패는

외부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 구성원 당사자들의 물질적, 정신적 실력이 성패를 가름

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길면 길수록 좋다.

협동조합이건 사회적 기업이건 ‘경제조직’이며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사회운동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과 요소들이 필요하다. 사회운동은 명분을 중시한

다면 협동조합은 명분과 함께 철저하게 ‘실사구시’적이어야 한다.

<나레건설>은 준비기간과 기술력, 경영, 금융과 재무 관리, 조직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성공이 없는 것처럼 완전한 실패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밑바닥이

라고 치부하던 산동네 건설 노동자들과의 치열한 부대낌과 도전을 통해 저소득 계층에 대한

자활지원 제도를 만들어 내었고 1996년 노동자 협동조합을 통한 저소득 노동자들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자활지원 센터>가 만들어졌다. 현재 전국에 247개소의 자활지원 센터가 운

영 중이며 아이엠에프 시절에는 자활지원 센터를 통해 사회적 일자리 제도가 만들어졌고

2000년도에는 사회적 기업도 시작 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부터 시작 되었

던 산동네에서의 노동자 협동조합 운동이 요즈음 힘차게 전개 되고 있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 운동의 텃밭이자 진원지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실패(?)’라고 제목을 단 이유는 <나섬건설>, <나레건설>을 통해 만났던 노동

자들은 여전히 실패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과 노동의 주인이 되어 보았노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그 사실에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

전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함께 꾸었던 그 때의 꿈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돌아와 여전

히 함께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 때의

명함을 서랍에,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실패와 성공은 반드시 섞여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시 도전! 하고 있는 것이다.

Page 3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2부 -

활동가, 마을을 만나다

Page 3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Page 3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29 -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

사회적협동조합, 문턱 없는 밥집

“식당에서 밥 값을 형편껏 내는 것이 가능해?”

“친환경재료로 한다는데, 그러면 가게를 유지할 수 있나?”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했던 곳, 바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문턱없는 밥집”이다.

“점심시간에 오세요. 저희 점심시간이 12시부터 1시 30분까지인데요, 가능하시면 바쁜 시간 피

해서 1시 20분쯤 오셔서 비빔밥도 드시고요.. 그리고 이야기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랬다. 몇몇 식사 중인 손님들이 있긴 했지만 주방 앞에 쌓여진 그릇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찾

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의 유일한 메뉴는 “유기농 비빔밥”이다.

현미밥, 무생채, 콩나물무침, 가지나물, 달걀후라이, 된장국.. 소박한 차림이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맛

이다. 다 먹고 난 후엔 그 그릇으로 숭늉을 따라 마시는데 빈그릇 운동의 일환이다.

식사를 하고 간 쌓여있는 그릇을 보니 여느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잔반’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오늘 점심 손님이 좀 많았어요.”

조금 전까지 주방에서 이리저리 분주하던 분, 문턱없는 밥집 고영란 대표일꾼이다.

“2008년 7월, 철학자, 과학자, 의학자 등등이 한참 의료보험민영화가 한참 대두될 때 의료적

으로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자해서 민족의학연구원 재단을 만들었어요. 보리출판사를 설립하신

윤구병 선생님이 주축이 되었는데, 보리출판사는 수익이 나면 주주들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공익기구을 만들어요. 그 기금으로 민족의학연구원 재단을 만들게 되었죠. 의료서적을 출간해서

누구나 의료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출판사업과 아프기 전에 건강한 먹을거리 먹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안전한 먹을거리 나눔을 위해 문턱없는

밥집을 열었어요.”

2) 약 6개월간 문헌을 통한 조사 후 담당자 섭외를 통해 인터뷰 한 결과임. 인터뷰는 팀으로 했으며 정리한 방식은 차이가 있음.

Page 3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30 -

문턱없는 밥집이 단순한 밥집으로 규정하기엔 시작부터 다를 수 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식재료

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고 국적불문의 수입농수산물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즈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지만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해 고영란 대표는 “땅을 살리는 생명농업을 하고 있는 농가의 식재료를 구매하며 농가가 계속 생

명농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땅-자연-인간을 살리는 순환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의 유기농 비빔밥과 저녁의 몇 가지 메뉴들도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 순환고리가 가능한 먹을거

리 나눔이란다.

“그냥 먹을거리를 나누자는 의미였다면 일반적인 재료를 가지고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어

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먹는 사람도, 농사를 짓는 사람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건강한 먹을거리와 관계되고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친환경유기

농재료를 고집하는 것이고요, 재철 식재료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비빔밥이였

어요. 조리하면서 나오는 짜투리 채소를 갈아서 만드는 강된장이예요.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쓰

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껍질째 사용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조리과정을 단순화

하고.. 이러다 보니까 비빔밥이 가장 적절하더라고요”

밥집의 수익구조는 점심 밥값이 아닌 저녁 밥값이라고 한다. 형편껏 내는 점심 밥값은 대부분 적자라

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 밥값을 “형편껏”을 고수하는 이유는 여유 있게 밥값을 내는 사람들

과 어려운 이웃의 끼니를 해결하자는 공동체적 삶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 대표는 이야기 하는 동안 “먹거리를 나눈다”“대접한다”고 표현했다. 한 끼 식사를 판매하기

위한 곳이 아님을 스스로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고 대표가 보이는 자부심은 몇 차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일어서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문턱없는 밥집은 재단을 통해 폐점을 통보 받

았으나 밥집의 일꾼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문턱없는 밥집은 사회적기업이였죠. 재단지원과 노동부에서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었어요. 그

런데 과정 중에 행정상의 착오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재단도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았어요. 그

후 재단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밥집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가지질 못했어요. 그리고 갑자기 폐

점 통보를 한 것이지요. 쉽지 않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 밥집도 자체적인 노력을 했어요. 저

녁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어려웠지만 문을 닫을 수 없었어요. 사회적 기업 3년차였지만 빚은

없었어요. 조금씩 커가는 단계였거든요. 그래서 주변에 알렸어요. 손님들의 서명도 받고 단체에

알려서 대책위를 꾸리게 된 것이지요. 대책위가 가능한 것은 밥집이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

는 곳이 아니였고, 어려운 분들에게 먹거리로 나눌 수 있는 곳이였고, 성미산 마을의 정서도 있

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밥집은 도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시죠. 정말 어려운 분들은 동사무소를

통해서 도움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정말 힘든데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하는 분들이 오시

Page 3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31 -

거든요. 라면으로 끼니 떼우던 도시서민들이 밥집을 종종 이용하셨어요. 그런 분들이 밥집이 어

렵게 되니까 혹시 나 때문인 것 같다고 하신 분들이 대책위에 참여하셨어요. 지금은 재단에서

독립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번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삶에도 굴곡이 있듯이 모든 것엔 굴곡이 존재한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평화로운 날이 있다면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는 비바람 부는 날이 있다. 문턱없는 밥집 또한 굴곡의 시간들이

지나 새로운 기대와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위기의 시간을 지나 온 우리 밥집은 이제 이 밥집을 넘어서서 지역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 필요한데 잘 못하고 있잖아요. 2012년부터 마포지역에서 도시텃밭을 시

작했어요. 여기 오시는 손님들과.. 왜 안전한 먹을거리와 농사가 중요한지를 직접 공부하는 과

정을 나눴어요. 도시농부넷과 함께 하고 있고요, 그 분들이 이곳을 주시하는 이유는 유기농으로

지어진 농산물이 손님들과 만나는 곳이잖아요. 학생들과 외국분들이 친환경먹을거리, NGO활동

에 관심있는 분들이 오시면 꼭 들리는 코스가 되었어요. 독일의 경계없는 식당이 있어요. 처음

문을 열 때 이름을 그 곳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해요. 그런 역할들을 하다보니 문턱없는 밥집이

먹을거리교육, 나눔과 체험의 장이 되고, 지역에서도 매학기 학생들과 교육차원에서 방문해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으니 앞으로는 조합원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활동

들을 고민하려고 해요. 대책위가 밥집을 지켜준 의미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당일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을 하는 날이였다. 서류를 가지고 왔다갔다 하신 분은

밥집 단골 손님으로 대책위도 참여했고 그 인연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대표를 맡게된 엄민영 이

사장이다. 앞으로도 이런 인연들은 계속 만들어질 것 같다.

이 밥집이 지금처럼 형편껏 내는 것

도시와 농촌을 친환경 먹거리고 잇고, 도시의 저소득층과는 유기농 비빔밥으로 소통하고, 자연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한 빈그릇운동으로 실천하는 곳, 친환경 먹을거리로 순환경제를 만들고 실천하며

마을의 플렛폼.. 나눔과 비움의 공동체를 만났다.

-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 밥집 -문턱없는밥집은 나눔과 비움을 실천하는 곳으로 점심의 유기농 비빔밥은 형편껏 내고 누구든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나눔 점심을 위해 저녁은 별도의 메뉴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음* 도농연대를 위하여 나눔이 있는 공간입니다.* 빈그릇운동을 실천하는 비움의 공간입니다.* 가까운 먹을거리(로컬푸드) 및 제대로 지은 먹을거리(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합니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전화 : 02) 324-4190-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cafe.daum.net/bobjibngage- 담당활동가 : 고영란 대표

Page 3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32 -

농촌공동체연구소

무더위와 장마비가 반복되던 여름 날 제천으로 가기 위해서 버

스에 몸을 실었다. 인터뷰 전에 자료를 좀 찾아 봐야 하는데…

멀리까지 가서 실없는 질문만 하면 안되는데… 처음 해보는 인

터뷰인데 무슨 질문을 해야하지? 제천으로 가는 마음은 온통

부담감으로 가득 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한 연구소에서는

한석주 소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뭐 대단한 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먼 길까지 왔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잘 모

르겠는데. 내일 시장협동조합에서 주최하는 마을 행사가 있는데 그것도 보고 가요!”

소장님의 짧은 인사말 속에서 처음 대화를 이어나갈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협동조합? 마을

행사? 도대체 농촌공동체연구소라는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그리고 왜 만들어졌을까? 이 이야기

로 인터뷰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

“신자유주의다 농산물 개방이다 해서 농촌의 삶이 많이 어렵잖아요. 농촌에 젊은이들이 도시

로 많이 떠나가고 있구요.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농촌에서 생산된 지역 먹거리의 판매가 외부

시장에 의존도가 높아서 생기는 문제들 입니다. 판매 수익이 생기더라도 실제 농촌에는 돈이 돌

지 않아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지역에서 소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이 안으로 돌게 되는 거거든요.‘농적 삶'에 기반한 선순환적 경제를 지원하고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시장협동조합도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

이구요. 내일 열리는 행사가 지역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적 삶’에 기반한 선순환적 경제 지원. 금방 이해가 되지

는 않는데,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었다. 오는 차

안에서 검색해 보니 무슨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아.. 누리마을 빵카페는 동남아에서 이 곳으로 시집 온 이

주여성들이 만든 빵을 판매하고 있는 곳인데요. 빵을 판

매 하는 것 이외에 마을 공연,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등

과 같은 마을공동체를 위한 사업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곳 입니다. 내일 한번 방문해 보세요. 친환경 농산물 직거

Page 3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33 -

래의 경우에는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다른 회원들의 농산물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집니다. 누리마을 빵카페는 교환이 이루어지는 교환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구요.”

이 외에도 많은 것을 구상하고 계시다는 소장님. 서을의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지금은 농촌에서 연

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소장님의 개인사가 궁금했다. 그리고 처음 이곳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

을까?

“네 맞습니다. 저의 직업은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삶이었지만 무언가 답

답함을 많이 느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공간

인데 현실은 그렇치 못하잖아요. 마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서울지역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

등에도 참여를 했었는데… 농촌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사실 공동체의

삶이라는 것이 우리 조상들이 다 가지고 살아왔던 거거든요. 예전에는 농번기 때, 장례 때, 결

혼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해결을 했었거든요. 자기 삶의 일부분이니깐 관심이 없더라도

체면치레 하는 정도는 다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삶의 방식이 아직은 희미하지만 농촌

에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착이요? 힘들죠. 도시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와서 실패하

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감없이 가르치려 들거나, 계몽하려는 마음을 사업

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의욕만 앞서서는 반감만 주게 됩니다. 지역사업은 지역민들의 공감대

형성 없이는 성공할 수 없어요. 전 아직도 그런 유대관계,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

각합니다. 하고 싶은 사업은 많지만 서둘지 않고, 지역민들고 융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 우리 연

구소도 있는 것이지요. 전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원생활이다 귀농이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을 찾는다. 언론에 보도되는 성공담도

많지만, 한편에선 실패담이 무수히 들려온다. 소장님이 강조하신 지역민과의 유대와 공감형성. 농촌

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꼭 새겨야 할 중요한 한마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치킨과 맥주를 사서 내일 행사의 메인 공연을 준비 중인 마을 밴

드 연습실을 소장님과 함께 방문하였다. 펜션 사장님이 노래를 하며, 연구소 활동가가 기타를 치고

있는 마을 밴드의 웃음 속에서 농적 삶이 부활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 농촌공동체연구소 -농촌공동체연구소는 “마을공동체 회복, 지역의 사회적 경제복원, 대안적 도농교류를 통하여 농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실천과 지혜를 나누는 세상을 꿈꿉니다.”ㅇ 농촌에서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합니다.ㅇ 노동상생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ㅇ 대안적 평생학습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소 : 충북 제천시 덕산면 약초로 3안길 5-1(도전리 442-4)- 전화 : 043-653-2423 - 소통공간 : www.ngy.kr- 담당활동가 : 한석주 소장

Page 3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34 -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더살세 - 밥술

가까운 순천에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협동조합

「더살세」의 ‘밥술(밥숟가락)’이 개장했다.

더살세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준말이다. 소비자 협동조합,

생산자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등 여러 협동조합 유형이

있지만 이곳은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으로 등록했다. 전

라남도 16호 협동조합이다. 밥술’은 협동조합 「더살세」의

첫 번째 사업이다.

‘밥술’은 한 끼 식사가 3,500원이다. 일명 반값식당으로 불

린다. 음식업 상인들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 200인분만 한정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협동조합 「더살세」는 5인의 이사가 각 100만원씩 출자해서 만들었다. 30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00여명이 참여한다. 밥술 시작한지 3개월즈음 되던 날 밥술의 총괄일꾼 박준식 선생을 만났다.

“밥술은 최근 경제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시민들과 가격 대비 만족하지 못한

음식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한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요즘 지역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IMF때보다도 더.. 어찌 보면 하루에 100명, 120명 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말

같아요. 사람들이 지갑도 열지 않지만 쓸 돈도 없어 보입니다. 사회가 안정이 되어서 이것저것

함께 가야 하는데 말이죠.”

반값의 비밀은 관리비 및 자율배식 시스템으로 인건비 최소화한다. 정해진 메뉴만 만들기 때문에 재

료비를 낮췄다. 생산자인 조합원들이 식재료와 반찬류를 대고, 일꾼 2명은 준비된 재료를 주방에서

척척 요리해 내고, 손님들은 식판을 나르고 탁자를 치우며 ‘분업’을 이룬다. 사장과 직원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형식당이다.

“반값 식당이라고 해서 음식맛이 없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SWOT분석을

하지만, 우리 가게가 반찬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레벨화를 시키는 게 문제입니다. 지

역적인 문제지요. 차라리 우리라면 돈 더 주고 차려먹는다는 그런 거 말이죠. 식당가면 대우받

고 차려주는 그런 거. 이 지역은 그런 것이 좀 강한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율배식 시스템이 낯선 것도 아니다. 학교, 구내식당, 휴게소 식당 등등 넓게 보면

모두 자율배식시스템이다. 차려주는 식당의 대우받는다는 느낌은 귀찮음에 다른 말은 아닐까 싶었다.

“조합원이 되고자 하면 만원부터 백만원까지 출자금을 냅니다. 처음 가게 권리금 500만원, 준

Page 3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35 -

비하면서 약 4천만원 정도 썼습니다. 가지고 있던 출자금으로는 많이 부족해서 이사회가 함께

조금씩 더 출자해서 만들었지요. 현재 하루 매출이 평균 55만원 정도 하지요. 아직 시작한지 얼

마 되지 않았지만 수익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중요합니다.

조합원들이 이 곳은 자기 집처럼 편하게 밥 먹고 가라는 것입니다. 쉬고 싶으면 이 곳에 와서

쉬고 가고요.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안되는 것 같아요. 식당의 크고 작은 을 함께 상의하면서

해야 하는데.. ”

협동조합의 조합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협동조합이 붐처럼 일어나고 있는 이 때, 조합원이

스스로의 역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반 사업장의 동업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합원

이 후원자로만 인식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함께 충분히 역할에 대한 고민과 공유가 필요한 듯

싶다.

“저는 더살세가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자립하고 싶습니다. 무언가에 기대면 자립하기가 어려워

지지요. 지원이 없으면 망하지요.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남 탓 하지 않고 이유를 찾고자

함께 논의하지요. 그런 과정이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보완하고 키우는 것이 협동일 것이다. 각자가 가진 힘을 믿

고 구성원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설령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더디게 길게 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겠다.

밥술은 밥 먹는 식당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꿈꾸고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소모임 공간으로도 개방하기 위해 공간을 배려하고 시스템도 만들었다. 지역사람들

이 만나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해결방법도 함께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박 선생의 기대였다.

누군가는 밥 한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덜 가진 이들이 함께 나누

는 밥 한끼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밑거름은 될 것이다.

- 밥술 -경제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원만하지 못한 시민들과 가격 대비 만족하지 못한 식사 해결을 목적으로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더살세’의 반값 식당- 주소 : 전남 순천시 장천동- 전화 : 061) 741-8116- 소통공간 : 없음- 담당활동가 : 박준식 핵심일꾼

Page 4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36 -

제천 간디공동체 ‘청살마살’

충북 제천시 덕산면에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금산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산청과 제천의 두 곳으

로 학교가 분리되었고, 선고리에 위치한 폐교를 인수하여 제

천간디학교의 터로 활용하고 있다. 고등과정을 마친 졸업생들

을 배출하기 시작하였고, 학교 주변으로 간디학교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학부모들, 지역활동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이러

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공동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간디공동체는 ‘간디교육문화센터’라는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혹은 중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그동

안 다문화가정, 지역행사, 학생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간디학교가 위치한

선고리(理)를 중심으로 ‘청살마살’이라는 이름으로 생활문화공동체사업을 진행 중이고, 올해는 이

사업의 첫해로 마을지도, 마을주민 문패작업, 마을벽화, 풍물동아리결성, 할머니 미술교실 등의 활동

을 펼치고 있다.

‘청살마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구성인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그 중 문화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백혜미’ 선생님(이하 혜미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혜미샘은 미술을 전공하고 벽화를 그리는

업체에서 일하였으며, 대학원 과정 이후 지역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현재

간디공동체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생활문화공동체사업은 3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버스정류장 꾸미기, 마을주민 문패 만들

어주기, 마을지도 만들기, 벽화 그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공공미술차원에서 버스정류장 꾸

미기를 계획하였는데, 겨울이 빨리 오고 활동이 힘들어지는 덕산면의 특징 상 올해에 진행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올해 벽화를 6군데 진행하고 있고 11월 말에는 마무리를 할 예정입니다”

혜미샘과 함께 여러 활동을 같이 진행하는 파트너

쭈야샘은 문화예술활동가이다. 지역문화전문가 과정

에서 2011년도에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1등을 하고 포상으로 독일에 견학을 다녀오게

되면서 서로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한다.

처음의 사업은 제천시 덕산면에서 ‘마을미술프로젝트’

를 진행하려 하였으나 연고가 아닌 관계로 시청에서의

지원이 결렬되었고, 다시 공모한 사업이 ‘생활문화공동체사업’이었다. 그리고 ‘범부처사업’을

Page 4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37 -

2013년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생활공동체 사업은 문화와 예술을 가지고 주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와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거에요. 동

아리 구성도 주민이 직접 강사도 되고 참여자도 되는 사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업 초

기 단계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간디공동체’와 조인을 하고 있는 것이죠. 범부처 사

업도 하고 있는데요, 군인들을 대상으로 문학과 미술을 통합하여 인생그림책 만들기를 했어요.

과거, 현재, 미래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나오는 시각적 내용들을

마지막에 벽화로 표현해보는 프로젝트였어요.”

선고리는 도전리에 비해 지역민 네트워크나 문화활동조직이 미비한 실정이었기에 이 곳에서 마을만들

기사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혜미샘은 ‘꺼리’라는 벽화&인테리어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동시에 마을사업에서 활동하

고 있으므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이 어떻게 서로 긍정적 효과 혹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열린 시각을 가지게 되

었다. 사실 다른 많은 활동가들도 이렇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분

명한 것은, 그 활동의 건전성과 지속성, 역동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두 영역을 조화롭게 넘나들 필요

가 있다는 점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행복하다’라고 느꼈던 때가, 포멕스 판에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그림 수

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빼시던 분들이 나중에는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었어’라며 몇시간 동

안 하나하나 꼼꼼히 작업을 하시는 걸 보았던 때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내시는 거에요. 또 ‘미술수업 좀 해주면 안되나?’하시는 할머니도 계셨어요. 아, 그러면 내년

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미술수업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예술활동은 사실 사업체구성이나 네트워크조직 활동처럼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그림이

나 영상이 아닌 이상 그 성과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예술활동은 지역

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혹은 개인 자체의 변화를 가져오며 전체 사업에 있어서 윤활유 역할

을 할 뿐만 아니라, 그저 딱딱한 조직, 사업체가 아닌 전체 사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Page 4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38 -

‘범부처사업’의 경우,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이며 때로는 굴욕적이기도 한 군대의 생활 속에서 좀

더 인간적이고 생기있는 삶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만들어주었을 것이고, 군인 이전에 인간으로서

변화되는 과정을 이 사업을 통해 눈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삶이란 경제적 윤택 뿐만 아니라 본질

적인 색깔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활문화공동체사업’이나 ‘범부처사업’이나 모두 장기프로젝트기 때문에,‘사람’에 대

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각각의 개성,..‘이런 저런 삶이 있는 거구나,

굳이 왜 저렇게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다양성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활동과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덜 갖추어진 선고리에도 ‘생활문화공동체사업’을 통해 활력이 불어넣어지

길 바라며, 혜미샘과 그 자제분도 이곳에 정착하여 지역에 기여하고 동시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제천간디공동체 청살마살-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 선정되어 농촌마을에 문화와 함께하는 삶을 복원하고자 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로 예술분야의 일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패만들기사업, 벽화그리기, 버스정류장꾸미기 등의 사업이 있다.

- 주소 :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선고리- 전화 : 없음- 소통공간 : https://www.facebook.com/pages/제천간디공동체- 담당활동가 : 박혜미, 쭈야

Page 4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39 -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청년..

키워드로 검색하면 늘 나오는 지역이 있다.

바로 서울 동작구이다. 지역 주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러 활동이 모범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런 모든

활동을 촉진하고 있는 단체가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이다.

희망동네는 2004년 3월에 문을 연 풀뿌리 주민단체다. 철거지역의 방과 후 공부방 ‘희망학교’를

시작으로 장애인 치과진료, 독거노인 도배봉사, 동작주민 페스티발, 지역사회 네트워크 결성 등 다양

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희망동네가 동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과정에 귀 기울여 보고자 희망동네 유호근 사무국

장을 만났다.

"처음 동작에서 일을 하려고 할 때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지역에 관계맺기를 시작했다. 우리

단체가 무슨 일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하겠다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몇 년간 지역 각 단체, 기관을 찾아다녔고, 또 각각의 기관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

리를 마련했다. 그게 네트워크의 시작이었다.”

관계맺기라는 말처럼 쉽지 않다. 끊임없이 자기 것을 내놓아야 한다. 네트워크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이유를 그는 “뭔가 얻으려고만 하지 자기의 것은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조직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유자산을 만드는 것, 그런 가치들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

어나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변화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희망동네가 지속적인 시도가 가능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힘이었다.

“우리의 원칙 중 하나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

든 것은 지역주민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어야 하고 필요한 재정

도 지역주민들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

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약 2억원의 재정을 마련했다. 우리 지

역을 인정해 주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은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다른 표현

Page 4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40 -

으로 하면 자발성일텐데 지역에서 필요한 사람은 자발성을 촉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면 목표를 위해 회원의 의견을 듣기 보다 의미를 부여하면서 권유와 강요의 경계에서 줄

타기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단체일이든 지역일이든 속도조절이 중요하다는 의미겠다.

희망동네의 경우 협동조합에 참여하려면 출자금 300만 원을 내야하며 운영위원에 참여해야 한다. 배

당금 없고, 수익금은 지역복지기금으로 적립한다. 조건은 까다롭지만 2010년 12월에는 협동조합

‘마을카페 사이시옷’, 2011년 3월에는 2호점 ‘성대골별난공작소’를 그리고 2012년 6월에는 3호

점 ‘우리동네 마을상담센터’ 문을 열 수 있었다. 최근에는 협동조합 4호 ‘우리모여 청소년센터’

와 5호점 단체급식협동조합 ‘노나매기’도 진행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업의 가치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조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조건을 낮추는 것

보다 마음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력과 협동은 자본주의가 훼손시킨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동의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참

여와 지속가능한 지역운동을 위해 까다로운 조건에 대한 부분은 의문으로 남는다.

지역활동을 사업이 아닌 관계망으로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것,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이 될 때까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그 가치들을 실천하는 희망동네의 마을살이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

‘희망동네는 작은 공부방을 시작으로, 독거노인지원, 장애인지원, 어린이도서관, 마을카페 사이시옷 등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주민들

과 소통하고 있다.

- 주소 : 서울시 동작구 성대로- 전화 : 없음- 소통공간 : http://cafe.daum.net/hopedongjak- 담당활동가 : 유호근 사무국장

Page 4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41 -

여민동락공동체

“복잡한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한적한 농촌에서 농사나

지으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

도시에서 부딪치며 살다보면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당장은 못하더라도 퇴직 후에는 여유롭게 살아야

지 라고 위로 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데 “혹시 그런 생각으로 귀농한다면 한 달도 못 견디고 다시 돌아가게 될 거다. 결코 농촌이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농촌도 삶의 현장이다.”

전남 영광, 농촌공동체 여민동락 권혁범 센터장의 말이다.

지금은 농촌공동체의 표본으로 정부부처공무원, 마을활동가, 사회적경제 등 관계자들이 찾아가서 경

험을 배우는 곳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은 “묵언수행 하 듯 살았다”고 고백했다.

2007년 학교 교사였던 권혁범 센터장은 대학시절부터 존경하고 따랐던 선배를 따라 농촌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 모량면에 들어왔다. 그는 농촌은 “공동체성”이 살

아있을 것이라 큰 어려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농촌의 배타적인 것을 체험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에 대한 경계,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생활양식으로 힘든 시간이였다.

또 저 혼자만 온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다 같이 왔었는데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순간순간 포

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함께 온 세 가족이 치열한 토론과 지역민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무

엇이든 다 했다. 우연한 기회에 동네 방역을 했는데, 외양간이며 집안 곳곳을 했더니 정말 좋아

하셨다. 신뢰는 만나고 부딪히면서 생긴다.”

지역민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부지런지 마을을 돌아다니고 의견을 듣고 지역 현황을 파악했다. 둘러

보니 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 점을 파악했고 가장 먼저 노인복지문제를 고민하였고, 주간노인

복지센터를 만들어 낮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는 건 외롭게 사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함께

모여서 노래도 배우고 운동도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고 모여서 이야기 하다보니 할 일,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다. 그 중 하나가 모싯잎 송편 사업이다.”

Page 4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42 -

여민동락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한다. 할머니들의 손맛을 믿고 “모싯잎 송편 할매손” 공장을 열었다. 필요한 재원은 마을 주민

과 후원인들의 출자금으로 마련했다.

“처음 시작했던 첫 해에는 잘 안되었다. 떡의 크기가 다 달랐다. 어

떤 할머니는 크게 만들고 어떤 할머니는 작게 만들고.. 아무리 규격

에 맞춰서 재료를 나눠도 해결이 안되더라. 위생을 위해 마스크도

써야하고, 모자도 써야 한다고 했지만 다 괜찮다 괜찮다며 그냥 하

셨다. 소비자들에게 항의도 많았다. 지금은 우리 마을의 대표상품이

되었다. 유기농 모싯잎으로 만들어서 맛이 좋다. 정서적, 경제적 안

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농촌에서는 필요하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싯잎 농장을 일구고 그걸 활용해 직접 송편을

만들고.. 이것이 정말 마을기업이 아닐까? 마을기업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겠지만 지역에 인프라로 남기지 않는다면 굳이 “마을”기업이라

명명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겠다.

“농촌에 또 없는 것이 뭔 줄 아세요? 바로 가게예요. 여민동락 처음 시작할 때 가게에 없는

물건을 주문 받아서 사다 드렸어요. 그런 와중에 가게가 수입이 없다보니까 문을 닫았어요. 그

래서 옆에 동네점방을 열었어요. 주5일 이동장터도 함께 하고 있고요.”

바로 동락점빵이 그 곳이다. 마을에 필요한 여러 생필품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문 보다는 사랑과 사

람을 이어주는 점방이 여민동락과 참 잘 어울렸다.

여민동락은 우리에게 노인복지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생기면서 어른들을 등급으로 보게 된다. 등급에 따라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원체계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이 인간 스스로의 존엄을 지킬 수 있

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농촌지역의 노인복지는 지역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이 정서적 고독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복지라

고 생각한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기본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은 활동가의 판단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들어야 함을 여민동락은 말하고 있었다.

Page 4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43 -

- 여민동락공동체 -

지역주민과 더불어 행복한 복지공동체를 위해 농촌의 교육과 문화, 복지와 경제의 부흥을 위해 힘쓰는 일터공동체.

- 주소 : 전남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713-7- 전화 : 063) 353-1141- 소통공간 : http://ymdr.net- 담당활동가 : 권혁범 센터장

여민동락은 2010년 작은학교 살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지역에 학생이 줄어들면서 학교가 통폐

합 되면서 지역의 학생들은 먼 거리를 통학해야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성장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묘량중앙초등학교 학교발전위원회도 만들고, 주민공청회도 열고,

통학차량까지 장만해서 운행을 했다. ‘한울타리’라는 학부모 모임도 만들고, 강연회와 토론회 등

공동학습까지 진행했다. 오해와 협력의 과정을 거쳐 2010년 12명으로 통폐합될 위기의 학교가 2012

년 기존 재학생 15명, 신입생 9명, 전학생 10명 등 총 34명으로 늘고, 병설유치원에도 15명으로 만

원이 된 것이다. 정원미달로 안 계시던 교감선생님도 오시고, 정열과 철학을 가진 선생님들도 충원됐

다. 학년통합 복식수업도 대부분 해소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밤에도 열린 학교’를 통해

온종일 돌봄교실이 정착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토요 열린학교는 풍물, 바이올린, 독서지도, 한지

공예, 제과제빵, 마술, 탁구, 피아노, 연극, 대안체험 활동 등으로 진행된다. 교사-학부모-학생-지역

사회가 함께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행복한 작은학교 공동체가 되었다.

“학생들도 없으니 폐교를 시켜서 읍내 큰 학교에 보내야 동문이라도 많고, 나중에 군의원이라도

한 번 하려면 보탬이 되지 뭐하려고 오기 부리냐, 통폐합되믄 돈도 준다는데, 여민동락이 복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학교문제까지 신경쓰는 것 보니 딴 뜻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그 과정이 녹녹치 않았음이 전달되었다.

여민동락은 지역인큐베이팅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 온 할매손떡도 동네점빵, 협동농장 등 여

민동락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환원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방식은 협동조합이나 마

을기업으로 하고 재정도 국가의 재정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의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 시도의 과정에 또 어떤 이야기들이 마을에 생겨날지 사뭇 궁금하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대안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여민동락이 실천하고 있는 대안이 곳곳에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Page 4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44 -

지역품앗이 원도심 레츠

“지역화폐 두루?! 다자간 품앗이?!”

책에서만 보아오던 생소한 단어들. 그 실체를 보기 위해 대전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지역 품앗이 한밭 레츠는 대전시 대덕

구 법동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우리가 방문한 곳은 대전의 원

도심 대흥동!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지역 상권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그 곳에 레츠의 2호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도심은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젊은 예술인, 사

회적기업, 마을기업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역화폐의 특성상 원거리 보다는 근거리

에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기 때문에 원도심 레츠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현미밥상 사업도 같

이하고 있습니다. 한 그릇에 5,000원인데 현금 3,000원에 2,000 두루를 지불하면 되기 때문

에 사용자의 실부담은 3,000원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 두루?!

“두루는 온라인상의 가상계좌를 통해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루는 자신

의 노동과 물품을 다른 회원에게 제공하거나 팔아서 벌 수 있습니다. 가령, 영어 과외에 자신

있는 회원 A 가 홈페이지의 ‘거래하고 싶어요’ 란에 ‘영어 과외 해드립니다’ 란 글을

올리면, 영어 과외가 필요한 회원 B가 댓글을 달고, 서로 연락이 되어 합의가 되면 거래가

성사되게 됩니다. 회원 B 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루를 A 에게 지급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찾은 원도심 레츠 사무소의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붙여 놓은 거래 쪽지들이 여럿 붙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회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함께 뭔가를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되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오전 오후 재능을 나누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

다. 그림그리기, 연극동아리, 외국어공부 등등.. 정서상 “나 이거 잘해요”라고 드러내기 어려워 하

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한 두 번의 경험이 그런 점을 해소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두루의 사용은 물물교환에 그치지 않고, 대전에 자리를 잡고 운영 중인 민들레 의료생협에서

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얼마 전에 시어머니께 보약을 한재 드렸는데, 두루를 사용할 수 있어 실

제로는 시중가의 70%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를 했어요. 의료생협에서 두루를 받고 있기 때문에

회원들은 자신의 두루를 가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진료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너무들 좋아 하세

Page 4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45 -

요. 두루를 잘만 활용하면 물질적 소비를 덜하게 되고 공유의 경제를 통해서 실제 받는 월급이

적어도 생활이 가능합니다. 저 같은 경우만 봐도 생필품, 의료진료, 등 가정경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두루를 통해 해결하고 있어요.”

두루와 현금을 일정 비율로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지역화폐 만으로는 원재료 등을 구매하

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재활용품의 경우에는 100% 두루로 교

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역화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의료 생협과의 결합이 주

요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서민경제에 있어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아주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레츠의 성장에

민들레 의료 생협이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레츠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민들레 의료 생협을 통해서였어요. 하지만 의료 생협이 전부는 아니지요. 실제로 등록소에 연간

거래 완료 승인이 1만 5천건 정도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 만큼 회원 간의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여담으로 말씀을 드리면 어느 회원 한분은 외국으

로 이민을 가시기 전에 중고차를 거래장터에 내놓은 적이 있어요. 실제 거래가 이루어졌구요.

지역화폐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거래가 아니었을까요?”

오전에 대흥동을 둘러보니 사회적 기업, 마을까페, 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레츠가 2호점을 대흥

동에 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원도심 레츠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좀 더 세부적인 이

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대흥동에 위치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저희 회원으

로 들어와 현미밥상을 이용하고 있어요. 주변의 자영업

자들에게는 가맹점 형식으로 회원가입을 받고 있는데,

회원업체가 된다면 개인회원들이 그 곳에서 물품을 구입

하거나 식사를 할 때 일정 비율의 금액을 두루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사무실에 오시기 전에 대흥동을

둘러 보셨다고 했는데 보시는 봐와 같이 여기는 공동화

현상이 심합니다. 저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데 지역화폐가 도움이 되지 않을

까란 바람도 있었어요. 원도심 레츠의 실무자는 1.5명이라고 봐야겠네요,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분들은 열 명 정도 됩니다. 물론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그에 해당하는 두루를 지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역화폐를 통한 대안경제 수립은 가능한 일일까? 소소한 실험들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흥동

Page 5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46 -

- 지역 품앗이 원도심 레츠 -레츠(LETS)는 지역 교환(고용) 거래체계(Local Exchange(Employment) & Trad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1983년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 라는 섬마을에서 시작된 시스템으로 마이클 린튼이 설계 하였습니다. 국내에는 박용남 선생님이 소개하여 1999년 한밭레츠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를 통해 회원들이 노동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제도* 물품과 노동을 상호 교환할 수 있는 ‘다자간 품앗이’ 제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회원 간의 교환제도, 지역공동체적 연대의식 기반- 주소 : 중구 대흥동 488-17번지 '좋은날' 2층- 전화 : 042) 255-2465-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tjlets.or.kr- 담당활동가 :

에서 우리는 작은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재능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과 더불어 살

아가고 있음에 대해 느끼며, 물질만능주의에 빠져가고 있는 이 사회에 던지는 작은 움직임을 몸 소

느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지속가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안

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중요하겠다. 품앗이 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지역 안에서 서로 돕

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위해 주민들의 자발성을 촉진한다면 또 다른 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주부였어요. 하지만 민들레 의료 생협을 알게 되고, 레츠를 알게 되고... 처음엔 봉사

활동으로 시작했는데 봉사를 하다 보니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가치를 조금씩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뜻을 나누고 공감하며 일을 하다 보니 실무자로 여기에 이렇게 앉아 있네요.”

어쩌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 모른다.

Page 5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47 -

생활협동조합 동피랑점방

재개발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가 된다.

개발이 되면 많은 주민들은 삶은 터전을 잃게 됨에도 불구

하고 새롭고 편리하게 바꾼다는 혹은 그로 인해 약간의

경제적인 이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반기기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제화된 본능인 것 같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섬 경남 통영..

차로 반나절이면 한바퀴를 돌아볼 정도로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재개발의 주 이유인 낡고 좁은 골목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되었다.

경남 1호 생활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동피점방과 동피랑마을의 어제 오늘을 알기 위해 동피점방 사무장

을 만났다. 전화로 일정을 맞추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동피랑마을을 찾는 사람들로 매우 바빠

보였다. 우리가 방문하기 하루 전날은 동피랑마 을 잔치가 있었다고 한다.

동쪽 벼랑이란 뜻의 동피랑 마을.

이 곳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로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

거해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2007년 10월 '푸른통영21'이 공공미술의 기치를 들고 '동피랑 색칠하기 -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술대학 재학생과 개인이 참여해서 벽화를 그렸다.

“여기도 주로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재개발이 되면 오래 살던 곳에서 떠나야 하잖아요.

주민자치협의회와 푸른통영21이 함께 벽화공모전을 했지요”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색을 넣었다. 최초의 벽화그림 있는 동피랑 마을이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어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을 헐고 마을을 유지하기로 했다.

“재개발 바라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유지하는 걸 많은 주민들은 원했지요. 지금은 주민협의

회에서 동피랑마을의 일을 의논합니다”

마을을 지속적하기 위해 예술가 작가들에게 공유한다. 지금도 몇몇 가구엔 예술가들이 직접 거주하며

마을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Page 5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48 -

물론 주민 모두가 벽화를 좋아하진 않았다.

“어떤 주민은 자기 벽에 그려진 그림을 지워버리기도 했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관광객들

이 와서 집을 기웃거리고 쓰레기 버리고 가고 시끄럽고 그러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의 삶도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벽화마을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을 충분히 가져

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시작할 때 재개발을 막아야 하는 목표가 중요하다 보니 충분하지 못했던 건 맞다. 주민

협의회가 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의견을 다 반영하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1~2차 때는

조금 소홀했지만 3차 때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추진하고 있다. 벽화는 2년에 한번씩

바뀌는데 내년이다. 내년을 위해 주민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다양한 의견이 있

어서 쉽진 않다”

2013년 초 동피랑 마을의 기념품점방이 마을기업으로 승인되었다. 동피랑벽화그림을 이용해서 기념

품을 제작 판매하는 동피랑점방의 모든 수익금은 마을주민을 위해 쓰인다.

“동피랑점방은 푸른통영21이 초기 준비과정에 같이 하다가 지금은 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이사

회를 구성하였다. 과정에서 약간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었으나 잘 마무리 되었다. 어제도 주민

들과 마을잔치를 했다. 동피랑의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동피랑 점방은 동피랑을 상징하는 로고도 만들고 예술가들과 상품개발 작업도 진행했다. 가능하면 지

역상품을 개발 제작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판매하는 상품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가 개발한 것은 판매가 잘 안된다. 만원에서 만오천원인

데 부담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념품들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

이 인형 같은 공산품도 있다. 수익을 내야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상

품개발이 시급하다.”

사실 여행 다니다 보면 어디가나 비슷한 기념품들을 판매한다. 열쇠고리, 휴대폰줄, 작은 소품들.. 대

부분 중국산이다. 쉽게 살 수 있고 또 중요하지 않게 버려지는 것들.. 저렴한 가격이 불필요한 소비

패턴을 강화시키는 것도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을기업도 수익을 내야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고민해봐야할 지점인 듯 싶다. 지역 협동조합이나 예술, 작가들의 판매창구로서 확장할 수 있는 계기

Page 5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49 -

- 생활협동조합 동피랑 점방 -동피랑벽화마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마을기업으로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수익금은 지역에 환원함.

- 주소 : 경남 통영시 정량동 동피랑 벽화마을- 전화 : 055) 650-4550-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www.dongpirang.org/- 담당활동가 : 박윤규 사무장

는 어떨까 싶었다. 점방 앞 공간을 활용해 판매와 전시가 가능항 점방을 상상해 보았다.

재개발 위기에서 민관이 협력해서 마을을 재탄생 시켰다.

동피랑점방 등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마을에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은 매우 중요하다.

점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은 험난해 보이지만, 동피랑 마을은 이미 그 길을 손잡

고 가는 주민들이 있으니 즐겁게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Page 5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50 -

카페 숙영원

“동네에서 제발 뭐라도 하자”

서울 양천구 목2동에 자리한 카페‘숙영원’으로

인터뷰하러 가기 전 찾아본 자료 중에 눈에 띄는

포스터 문구였다. 자그마한 규모의 카페를 통해

어떻게 이렇게 동네 축제가 벌어질 수 있었는지

매우 궁금했다.

목동은 보통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동네라, 아파트 단지 내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

지만 목2동은 다세대 주택이 많은 예상외의 곳이었다.

“어제도 늦게까지 있다가 오전에 잠이 들어서 지금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니에요”

반갑게 맞아준 유다원, 김지영씨 두 사람이 매우 피곤해 보여 오전에 만나는 인터뷰 일정이 달콤한

잠을 깨운 것은 아닌가 괜히 미안해졌다. 하지만 곧장 신나게 대화를 이끌어 주신다.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소위 잘 나가던 공공미술 관련 회사에 함께 다니던 4명의 여성은 카페 겸 작업실 공간을 찾다가 이

곳에 터를 잡았다. 이 동네가 특별히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알아보던 중 우연히, 필이 꽂히게

된다.

처음엔 ‘작업실’ 위주로 생각했던 공간에서 어떻게 이렇게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고, 동네

축제까지 하게 되었을까.

먼저,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궁금했다.

“6~7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장소나 자연환경, 사람들을 보면 무슨 프로

젝트가 어울릴지 자동으로 떠오를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점점 회의가 들더라. 아무

리 공공을 위한 일을 한다 해도 어떤 강렬한 내적 동기 없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것이 싫었

다.”

뭔가의 갈증. 그것을 채우는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이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사

람들과 함께 ‘문화’로 공동체를 확산시켜 보자, 라는 믿음을 함께 공유한 그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Page 5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1 -

이어오고 있었다. ‘속도’의 차이를 서로 인식하게 된 2명은 자연스럽게 6개월만에 이 곳이 아닌

다른 공간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처음부터 동네에서 무언가를 ‘으쌰으쌰’ 하며, 특별한 기획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그냥 보통 카페처럼 운영을 했다. 지나가던 주민들도 ‘어? 이런 곳에 카페가 있

네’하며 하나둘씩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따뜻한 분위기로 오는 주민들도 차츰 늘어났다. 그렇게 먼

저 얼굴을 맞대며, 조금씩 대화를 열어나갔다. 그러다가 동네에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을 착안해 무언

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는 지구의 온도는 1℃ 낮추고, 사람의 온도는 1℃ 올리는 실천

을, 예술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라는 이름도

붙였다.

특히, 숙영원과 마주보고 있는 건물 지하에 있는 도예공방 ‘나무도예방’사람들과 알게 된 것이 결

정적이었다. 공방 사람들이 2011년 8월 카페를 찾았다가, 매년 공방에서 여는 바자회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듣고 있던 유다원, 김지영씨가 동네에서 마을 축제를 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그동안 1년 넘게 교류가 별로 없었던 동네 주민들끼리 정말 친해지는 계기가 된 동시에 마을 축제를

벌이게 되는 ‘동네혁명’의 당사자들이 된 것이다.

이들은 “동네가 너무 재미없지 않아?”라며 ‘동네에서 제발 뭐라도 하자’는 의미로 축제 이름을

‘모기동 궁여지책’으로 붙였다. 목2동을 읽는 소리 그대로 표기한 ‘모기동’은 그 후 이 동네의

애칭이 됐다.

2011년 10월 말에 처음 열린 마을축제는 성황을 이뤘단다. 처음

엔 많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지만, 예상외로 20팀 넘게

신청을 했다. 이것은 동네에서 얼마만큼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

었는지 반증하는 것이었다. 벼룩시장과 아트마켓에 동네 주민들은

안 쓰는 물건뿐 아니라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음식을 가지고 나와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홍대 인디음악가가 와서 공연할 뿐 아니라,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주민도 노래를 불렀다. 축제 전날 우연

히 카페를 찾았던 한 주민은 인형극단을 그 자리에서 섭외, 인형

극 공연을 주선했다.

축제가 처음 끝났을 때에는 허탈했다고 한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

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예술을 가지고 함께 놀고 즐기며 소통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Page 5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52 -

2012년 10월 ‘모기동 일장추몽’이란 이름으로 열린 두 번째 마을축제는 참가자가 3배로 느는 등

한층 규모가 커졌다. 마을의 청소년들이 댄스와 통기타를 연주하고, 주민들이 마을에 관해 촬영한 영

화를 상영하는 등 주민 참여가 부쩍 늘었다.

사실 이렇게 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나게 된 것은 그동안의 노력도 한몫했다. 카페에서 열리는 술자리

에서 나오는 지역문제를 모인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연결고리가 시작되었

다.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 과제를 서로 공유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동네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

이다.

그리고 그 이후 숙영원은 카페의 공간을 마을을 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의 키를 갖고 있는 사람이 7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재는 벼룩시장을

수시로 열고 있고, 저녁에는 ‘가끔 여는 밤에 하는 식당, 夜한 식당’을 열고 있다. 바느질 수업,

인문학 강좌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점점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잘 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물론 고민은 있다.

“이렇게 가는 것이 맞나?라고 생각하는 순간순간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과연 필요로 할까? 내

욕심인 것은 아닐까? 늘 위기인 것 같아요”

한계지점에 봉착하는 순간이 자주 있다고 한다. 그런 순간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을 하려면 우선 우리부터 채워져야 하는데’라는 그 처음의 생각을 돌이켜보면, 결국은 ‘자신’

이 필요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묻는단다.

그리고 꿈도 있다. 지금은 매우 친해진 ‘동네친구’ 나무도예방 사람들과 제주도에 내려가서 사는

것이다. ‘뭐라도 하자’고 하는 순간, 정말 계속 뭔가를 하고 있는 이들.

벽면에 붙어 있는 주민 자녀들이 직접 그린 친구의 초상화와 자화상이 매우 흐뭇해 보였다.

- 카페 숙영원 -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단체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가 카페 숙영원을 통해 지역에서 모기동 축제 등 여러 사업을 펼치

고 있다.

- 주소 : 서울 양천구 목2동 536-11 1층- 전화 : 02-2642-5361-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담당활동가 : 유다원, 김지영

Page 5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3 -

네트워크 고리, 마을공동체 품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동네 ‘서촌’. 경복궁의 서쪽 동네다. 이곳은 청와대 근처의 영향으로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5층 이상의 높은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한옥이 곳곳에 보존되어

있는 지역인 동시에 예부터 문화예술인이 많이 살았던 지역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

다. 주말에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젊은이들이 꽤 많아졌다. 서촌 인근의 전봇대와 계단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재미와 예술인들의 작은 공방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에는 마을공동체 ‘품애’를 인터뷰하러 찾았는데, 김정찬 마을공동체 ‘품애’ 사무국장을 만

나 보니 네트워크 ‘고리’를 통해 모든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넓게 네트워

크 고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촌의 숨은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주

었다.

종로구 부암동에 3대째 거주하고 있다는 김 사무국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보설계 관련 직장생활

을 하면서 지내다가 어느 날 동네 형들과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하다가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단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네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함께 나

눠보자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사무행정이 일차적으로 너무 많고 피

로하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품앗이’를 하자고 제안했고 지금의

‘품애’이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너를 돕고 니가 나를 돕고 하면서 주변이

라도 잘살아 봐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면 좋겠다’

싶었죠. 저 사람이 잘하는 것에 내가 잘하는 것을 보태면 주변이 잘살게 되겠다고 생각 했죠”

그는 2009년쯤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 든다. 동네에서 운동을 하려면 사람들로부

터 ‘공감’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공감의 방식을 어떻게 푸느냐를 늘 고

민한단다. 이런 고민은 어느 곳에서든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손잡고 해결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공

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네트워크‘고리’는‘품애’로부터 시작했다. 고리는 직접 사업이 아닌 지원 사업형식이다. 품애는

서촌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아래는‘고리’의 신규채용 공고 모집 문구다.‘고리’사람들이 어떤‘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Page 5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54 -

있는 것을 잇는, 다른 것을 품는 통합사무행정 네트워크 고리.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분들을 기다립니다.

아래 8개의 꼭지를 보시고 네트워크 고리와 통할 것 같다면 일단 지원해주세요

- 네트워크 고리가 마음에 들고, 네트워크 고리의 사람들과 그 하는 일이 탐나는 분

- 배움에 대한 열정과 자세가 확실한 분

-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게 일을 대하는 자세를 가진 분

- 밝게 인사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

-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믿는 분

- 복지의 핵심은 자활이며, 사회적기업의 뿌리는 지속가능임을 동의하시는 분

- 넘치는 아이디어와 끓는 열정을 어쩌지 못하시는 분

- 이 항목에는 없는, 그럼에도 고리가 찾고 있으리라 확신하는 무언가가 있는 분.

‘품애’에서는 각 프로젝트마다 모이는 단체와 개인이 다르고, 목적과 참여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품애는‘헌신’과‘기부’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내 사업이 단순히 한 세대의 헌신만으로 유지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사회적

기업, 내지는 법인 형태로 자리 잡아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모델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이는 직업관과도 연결되는데, ‘예쁘고 착한 일’하면서 소득이 낮아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어요.”

품애는 2년 반의 사업 준비 단계를 거쳐 2012년 5월 대표 프로젝트

인 ‘착한 잔치 프로젝트 – 좋은 날’ 의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프로젝트 중

수익성이 가장 좋다. 현재의 웨딩 컨설팅 시장은 지나치게 획일적이

고, 상품의 패키지화로 인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큰 문제를 가

지고 있는데, 좋은 날은 패키지화된 결혼 유통구조의 전 과정을 해체

해서 여러 대안적인 방법으로 대체하여 결혼 비용을 낮추고 있다. 게

다가 ‘기부 문화 활성화’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 좋은 날 결혼식

에서는 아름다운 재단, 열매나눔재단, 환경운동연합 세 곳의 부스를

만들어 기부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효자동 프로젝트, 방방 프로젝트, 아기엄마 프로젝트, 다음세대 프로젝트, 문화놀이 프로젝

트, 컨센서스 프로젝트 약 1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고민과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이 돌아왔다.

Page 5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5 -

“역시 관계의 문제가 커요. 일하다 보니, 가치보다는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면 이 지역을 부를 때 ‘세종마을’이냐, ‘서촌’이냐 하는 것

부터 첨예한 갈등이 생기죠. 또한 재개발을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 하는 질문 이후 ‘적’도

생기고 우리를 미워하는 곳도 생기더라고요. 모두를 ‘품는다’라는 것은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좁히는 것이죠.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을 서로 찾아가는 거죠.”

이 지역에서 조차 소위 ‘계파’에 따라 사업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을 듣고, 역시 모든지 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애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 지점이 큰 차이점으로

보였다. 품애 활동가들이 지역주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획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

지역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렇듯

행정, 정치, 시민단체가 지역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지 못한다.

김 사무국장은 “내가 손 닿는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라며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여기만 갖는 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보상 없이도 처절하게 하

니 많은 사람들이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능력이 좋아 돈도 많이 버는 후배들에게 품애

에서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품애가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 때문에 삶을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좋은 예'가 되게 할 거예요. 유능한 젊은 친구

들이 자기 역량을 펼치고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라죠"

- 네트워크 고리, 마을공동체 품애 -네트워크고리는 착한잔치좋은날㈜, 마을공동체 품애 등 여러 기업과 단체의 다양한 사무행정 업무를 통합하여 지원합니다. 그 밖에도 공동의 의제를 찾고, 통합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로 1길 25 (사직동 304-28) 한국사회과학자료원 5층- 전화 : 02) 3217-3013-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cafe.daum.net/Poomm- 담당활동가 : 김정찬 사무국장

Page 6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56 -

마포 민중의 집

“노동, 교육, 주거, 문화, 환경, 의료 등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오직 ‘돈’만이 행복을 보장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마저

도 ‘돈’에 갇혀버린 것이 현실의 한국사회입니다. 돈 있는 사

람들, 권력 있는 사람들은 라이온스 클럽, 로터리 클럽에 모인다

고 합니다. 거기서 그들만의 네크워크 만들고 교류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돈 없고 권력 없고 빽 없는 우리들은 어디에서 모일까

요? 민중의 집에서 모입시다. 내가 생활하고 일하는 곳이 바로

운동과 연대가 가장 필요한 곳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힘과 근

본적인 변화를 위한 잠재력, 민중의 집이 지역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틔웁니다!”

민중의 집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정경섭 대표의 말이 이렇게 쓰여 있다. 정 대표는 외국에 있는 ‘민

중의 집’을 탐방하며 손수 쓴 책을 작년에 발간한 바 있는데, 왜 한국에서도 민중의 집을 만들고

싶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2008년 서울 마포에 민중의 집이 자리를 잡았고, 현재는 서울 구로와 중랑, 인천 서구와 광주에도

터를 잡았다. 또 서울 강서·양천과 대전 유성에서는 준비 모임이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 민

중의집 연합회 준비 모임 주최로 스웨덴 민중의 집 대표도 초대하여 '지역 사회 운동의 새로운 모색,

민중의집' 국제 포럼을 열었다.

현재는 스웨덴에서는 전국에 533개의 민중의집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 해 3300여 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풀뿌리 지역 조직으로서 스웨덴 민중의집은 '복지 국가' 스웨덴을 만

드는 기틀이 됐다. 정경섭 대표 등 지역주민들이 왜 지역에 민중의 집을 만들려고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스스로가 '돈, 경쟁, 효율'만이 중시되는 세상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

다. 부족한 것을 함께 채워나가고 필요한 것을 나누는, 상부상조ㆍ호혜ㆍ평등ㆍ자율의 정신으로

만드는 민중들의 교육ㆍ문화ㆍ생활 네트워크... '민중의 집'에서는 경쟁과 다툼을 잠시 벗어나 사

람과 사람이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며 소통합니다”

그리고 정 대표는 ‘공유된 언어가 아니라 공유된 사회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래로부터

오는 이슈는 결국 ‘지역’에서 ‘공간’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민중의 집을 만들고 있었던 20대 한 대학생의 말을 인용한다.

Page 6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7 -

“우리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지역 정치에 참여하길 원한다. 우리의 주

요 목적은 지역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속에서 각각의 조직들이 살아남게 하는 것

이다. 정당이 추진하는 정치 프로젝트를 신뢰하지만 정당 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와 지역운동 둘 다 필요하다. 정당만의 힘으로 지역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고 거꾸로

정당 없이 지역운동만 가지고 지역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정당이 아닌 다른

정치활동, 즉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스스로를 조직하는 활동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현재는 화요밥상, 숨쉬는 도서관, 토끼통 공부방 등 이름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시

민교육도 무료로 진행된다.

민중의 집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고, 오직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을 통해서만 운영이 된

다. 특징적인 것은 이 지역의 시민단체들 16곳의 ‘공간협동조

합’ 방식이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의 집과 함께하고 있는 단체들 : 문화연대, 햇살과나

무꾼, 마포농수산물센터상인연합회, 서울가든호텔노동조합, 전국

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마포구청 상용직노동조합,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마포지부,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 월드컵지부,

AIA생명노동조합)

그리고 민중의 집은 ‘남의 일’을 도와주는 단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됐는데, 정 대표는 한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다. 얼마 전 동물병원협동조합 단체를 민중의 집에서 인큐베이팅했다는

것. 즉, 지역주민들의 ‘자치’를 키우기 위해서 다양한 지역활동을 기획하고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물론 민중의 집 정체성에 대해 ‘자유로운 개인의 운동체’라는 생각과 부딪히며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토론 끝에 민중의 집 정체성을 구조를 창출해주는, 지역의 부문운동을 성장시

키는 목표로 둘 수 있었다.

“판타지를 갖지는 않아요. 그리고 무조건 자발성을 믿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개입이 필요하죠”

할머니 밥집 운영하면서 할머니들만 조직화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이 지역에 의료생협을 만드는 과

정도 그랬다. 민중의 집에서 ‘개입’을 함으로써 ‘촉진’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 대표

는 개별 지역주민들이 이런 것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자족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생활공동체’만 강조하면 그냥 소모임으로 그치고 만다. 하지만

정치, 사회성, 생활공동체 세 가지 영역이 모두 갖추어야 진정 ‘민중의 집’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Page 6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58 -

- 마포 만중의 집 -민중의 집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삶을 가꾸고 서로 나눔으로써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따뜻하게 바꾸기 위해 만든 주민들의 자치공간이자 공동체입니다. 민중의 집에서는 주민들이 삶의 대안과 희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ㆍ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활에서 부족한 것을 함께 채우고 필요한 것을 나누는 생활협동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갑니다. 또한 지역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익사업들을 주민들과 함께 힘 모아 진행합니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53-16 윤재빌딩 3층 '민중의 집'- 전화 : 02) 333-7701-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www.peoplehouse.net- 담당활동가 : 정경섭 대표

중간에서 소위 갈등 조정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을텐데, 정 대표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았다.

“오래 걸려요. 인간의 이해가 없으면 힘듭니다. 하지만 드러내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

합니다. 갈등은 기본적인 것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갈등 없는 지역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무엇보다 그 지역이 어떻게 하면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

을까, 그 고민을 함께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만 민중의 집이 가능한 것

이 아니라 차츰 우리 한국의 지역 곳곳에서도 ‘민중의 집’ 실험이 생겼으면 좋겠다.

Page 63: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59 -

카페 봄봄

“커피 참 좋아하는데...”

단언컨대 한국의 골목은 카페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핸드드립을 한다는 1평 규모의 작은 카페

들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카페들이 있다. 마을카페? 카페

의 이름 앞에 마을을 붙인 그 이유가 궁금했다.

“마을카페의 기본적인 개념은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운영되는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음... 쉽게 표현하자면 마을사람들의 사랑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

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책을 나눠보고,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함께 해

결해 나가는...”

마침 우리가 마을카페 봄봄을 찾은 날은 봄봄에서 주관하여 어둡고 칙칙해 보이는 골목길에 화사한

그림을 그리는 벽화 작업을 마친 다음 날이었다. 커피와 차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다른 카페와는 달

리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 속에서 ‘마을카페’의 지향

점을 엿볼 수 있었다.

벽화를 그리는 일 말고 봄봄이란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카페를 둘러보

니 다양한 수공예품, 도서관, 세미나 공간까지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봄에서는 우선 ‘누구나 강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인 이상 회원들이 원하면 강좌를 열어 주는 것인데요. 신청을 한

회원이 강사가 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강사님을 섭외해서

강좌가 운영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미싱강좌, 커피강좌, 하우스 맥주

만들기 강좌, 양말 인형 만들기 강좌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양말인형 만들기 강좌에서 만든 작품이구요.

옆에 있는 컵과 수공예품들은 회원들이 만들어 내놓은 것인데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운영은 집에서 회원들이 책을 가져와 나만의

서재를 꾸미고, 이 곳에 와서 편하게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 이예요. 물론 그 책들은 다른

회원들에게 대여도 하고 있습니다. 세미나실은 큰 강의실과 작은 강의실 두 곳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대여도 하고, 누구나 강좌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회원의 재능나눔 강좌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의미겠다. 기존 단체의 회원이 새로운 시도

Page 64: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60 -

- 카페봄봄 -세상을 바꾸는 노동과 마을의 합체! 새로운 시간, 공간,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카페 봄봄은 누구나 강좌, 책읽기모임, 공간 제공 등을 진행하는 마을카페-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20 2층- 전화 : 070) 7534-9117- 소통공간(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 http://www.cafebombom.net/- 담당활동가 : 김동규 매니저

에 응답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관계맺음은 열린 마음에서 가능함을 카페 봄봄이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갈 때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4천만명 중의 한 사람으로써

마을카페 봄봄의 커피맛이 궁금했다. 핸드드립 커피의 가격은 2,000원!! 과연 이 가격으로 카페가

운영될 수 있을까?

“봄봄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CMS로 회비를 받고 있구요. 봄봄의 원래 공간

은 노동광장 사무실이었습니다. 봄봄의 회원의 주축은 노동광장 회원 200여명 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봄봄의 설립 취지 안에는 노동과 마을이 만나는 공간으로써의 실험이 들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려고 하고 있구요. 골목 뒤쪽으로 보면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요.

거기 사는 마을 주민 4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회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또, 단체행사나 소규모 스터디 모임 등에 공간대여를 하고 있는 데 그것 역시

주요 수입원이라고 해야겠네요. 실제로 커피를 팔아서는 크게 남지는 않습니다.”

“밥은 함께 먹어야 제 맛이죠~”

노동과 마을의 결합. 마을카페의 다양한 실험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일주일에 1~2번씩은 다른 마을

카페를 찾아 헤맨다는 김동규 활동가의 이야기 속에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 모

두가 허기를 느낄 때 즈음.

“봄봄 운영은 한달에 한번 있는 반상회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일주일에 한번 목요밥상을 모

임을 하고 주변에 있는 단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대의 정도 생기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정말 같이 밥 먹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꼬르륵~ 우리도 함께 연대의 정을 나누기 위해 인터뷰를 마무리 하고, 함께 밥을 먹으러 카페 문을

나섰다. 첫 번째 인터뷰가 있은 후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공부모임의 장소를 마을카페 봄봄

으로 바꾸었다. 카페를 드나들며 마주했던 작은 공간에서의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만남이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마을이,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간 냄새나는 곳으로 변화되길

바라본다.

Page 65: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61 -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3)

금천구 중앙하이츠 희망지기

금천지역은 준 공업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아파트 주

변에 다른 곳보다 공장과 개인사무실 많고 경제적, 교육

적, 문화적으로도 낙후되어 있어 주민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외부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였다.

때마침 2012년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함으로

서 금천 중앙하이츠아파트 주민의 공동체의식이 다른 지

역에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

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인근 출판사에서 책, 장난감 공장에서 유아용 목재 장난감과 벽지공장에서 벽지를 지원받아서 아파트

관리동 내 4층 헬스크럽(50㎡)을 동네 돌봄공간 으로 변신시켜 도서실로 운영하며, 혼자 아이를 키

우는데 오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서로 나누고, 학교 방과후에 이웃의 돌봄이 필요한 초등 저학년어린

이들의 돌봄교실과 이웃이 강사가 되고 참여하는 교육 강좌를 개설하였으며, 주민들 스스로 열고 참

여하는 벼룩시장과 마을잔치 등을 계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50명 정도의 회원 가운데 20~30명이 돌아가면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인력부족과 아파트의 구성

원이 연령대가 높은 관계로 육아방식의 차이, 아파트 특성상 단절된 소통방식에 어려움이 있다.

프로그램 및 운영형태는 품앗이 육아형태로 일평균 영유아(2~5세)8명, 초등학교 저학년10명을

10:00~17:00 돌보며,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요가, 생태체험, 합창대회, 교육강좌, 벼룩시장, 마을잔

치, 악기수업 등이 있다.

관악e-품앗이, 싹트는 마을

IMF때 지역화폐에 관한 관심이 관악구에서 ‘나무’라는 이름으로 지역 화폐운동이 시작되었다. 그

후 2012년 e-품앗이가 발족하여 중앙사회복지관에서 서울시복지재단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지역화폐

‘싹’ 품앗이 놀이학교 등을 연계하여 시작하였고 (봉천자활-중앙어린이집)과 연결 하여 한 달에

한번 지역화폐를 유통시킬 수 있는 장터를 열게 되었다. 보다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위해 지역 활동가

(류춘신)과 연결하여 활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지역화폐 유통 창구인 품앗이 사랑 장터를 시작하고 매

3) 강연 등 위 아카데미의 협력단체 회원 중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가진 단순참여자들이 현장 탐방한 기관을 정리한 것임.

Page 66: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62 -

주 열게 되었다.

온라인을 통해 회원 가입할 수 있고 정회원이 되면 지역

화폐인 ‘싹’으로 자신의 물품이나 재능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품앗이 교실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정회원간

소모임을 만들고 소모임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중앙사회복지관 마당에서 장터를 열고 활동

에 대해 ‘싹’을 제공하며 남은 물품은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데 지원한다. 재능은행을 통해 리폼의류 만들기,

수공예품 생산등 품앗이 강사 재능기부도 가능하다.

2013년의 목표는 지역에서의 품앗이 및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확인 하는 작업과 자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환경을 형성하는데 있다.

수제화 협동조합

성수동은 한국 수제화 제조업체의 70%이상 밀집되어 있는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 집적지 이자 특성

화 지역이지만, 경기침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브랜드 하청 생산을 해오고 있어

자생력을 키우고 주목할 만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협동조합

의 수제화 개발과 생산을 위한 공동 작업장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성수동 수제화 브랜드 (크리스

진)를 중장기적으로 만들어, 협동조합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성

수동 수제화 협동조합은 2014년 하반기를 런칭 목표로 구두, 핸드백, 주얼리, 지갑, 벨트, 의류 등

패션분야 제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토탈 패션 공동브랜드를 개발 SPA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

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협업작업을 진행 중에 계셨다. 또한 사진전 ‘손’ 작은 마을의 희망을 열어

장인들의 자존감과 긍지를 갖고 작업하실 수 있도록 그것이 명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는 생각으로 진행하였고, ‘나눔’이라는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제화의 저변을 확대시키고자 하

시고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추진 중에 계셨다. 수제화에 대한 자부심으

로 가득하셨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제화 생산지역인 피렌체와 볼로니아에 뒤지지 않는 손기술을

보유하고 계신 것을 자부심으로 열심히 국내외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중장기적으로 만들어 가

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계셨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공부하고 준비하였던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된 순간들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도 당연한 말씀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조합의 설립이 그 필요나 요구에 의

한 설립이고, 협동조합 기본법의 정관을 기준으로 삼아 조합을 운영해 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강

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가지고 간 질문지는 접어야만 했다. 이는 적게는 십수년 많게는

20~ 30년이상을 수제화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아오신 장인들의 강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Page 67: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63 -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어진 수제화는 명품이고 그 명

품을 가치롭게 이용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강한 자긍심

은 이제 시작한지 10개월 정도 되는 수제화 협동조합의

큰 힘으로 작용, 앞으로의 사업을 펼치는데 있어 주저함

이 없게 하는 힘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자부심과 자긍심을 힘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수많은

회의와 교육으로 안으로 부터 중무장을 시킨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일

에 대한 자긍심이, 기본을 지키는 원칙과 만나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나니 우리

수제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우리의 가슴 또한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창동역 마을북카페 ‘행복한 이야기’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사회와 시민이 연계되어 새로운 협동조합 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

서도 창 4동 마을공동체에 서 제안한 의견이 서울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사업에 채택되어 운영되고

있는 북카페 ‘행복한 이야기’를 방문했다.

2013년 6월 26일 창동역 역사 하부에 개장된 ‘행복한 이야

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운

영된다.

마을 북카페 ‘행복한 이야기’는 창동역 역사하부 경관 개선

사업과 더불어 “주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지역주민들의 욕구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수입전액은 마을북카페 시설 유지관리,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지역주민의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으로 쓰이며, 소비자생활협동

조합의 유기농 원두커피와 친환경 식재료 구입하고 있었다. 협동조합간의 협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바느질 산책, 논어읽기, 소통하는 보드 놀이, 캘리그라피, 커피 인문학, 제3회 행복한 불끄기 등의 프

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마을북카페 ‘행복한 이야기’는 서울시의 북카페 조성 사업비와 도봉구의 공간 지원을 받아 만들어

졌다. 창업 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강은경 대표는“공사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인테리

어공사 하나하나를 직접 설계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경쟁과 물질만능

의 삶에 지친 우리 이웃들이 이 공간에서 잃어버린 생각,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하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공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Page 68: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64 -

청소년 카페 "나무“

[나무]의 뜻은 “ Na는 Mu척 사랑스러워” 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흩어진 그림자를 모으는 곳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날 만큼 청소년들을 위한 쉼 공

간이다.

풀뿌리여성단체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에서 운영이 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참

여와 모두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공간

이다. 카페[나무]는 올해 2월부터 상도4동에 둥지를

틀고 가출한 소녀들을 보살피고 있다.

[나무]의 목표는 스스로 삶을 돌보는 십대 여성을 보호하는 돌봄 자리이며 비젼을 키우는 십대여성

의 세움 자리, 공동체와 더불어 성장하는 십대라는 이음자리이다. 카페 2층의 운영방식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건물 임대료에 힘을 싫어주었으며 운영비로 약 4,500,000원의 예산으로 인건비와 운

영비를 사용하고 있다. 카페 3층은 십대여성 일시 지원 센터로 서울시의 지원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를 지원받고 있다.

[나무]의 가치 기준은 ‘사람’이 핵심이며 운영프로그램의 취지는 가출, 성매매, 폭력, 위기의 십

대 여성들의 조건 없는 도움의 공간이다. [나무]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카페처럼

운영되며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3층은 가출한 아이들의 쉼터이다.

운영위원은 아이들이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 첫 번째 이며 장기간의 숙식보다는 긴급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어 친권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연락을 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한다. [나무]는 그 외에도

즐거운 참여(지렁이 퇴비화, 거리상담 틴 모빌, 마을 속 비폭력 배움터, 생태수업, 성교육 수업) 즐거

운 연대(꿈틀이 행사, 상도3,4동 지역연대, 지카자 데이 축제, 썸데이 축제, 도시농업네트워크)를 하

고 있다.

“집이 싫어서 나온 아이들을 떠 밀듯해서 돌려 보낼 수 는 없잖아요? 아이들의 귀가 여부는 아이들

의 뜻을 존중하며 일자리를 찾으면 일을 배울 수 있는 쉼터를 연결해 줍니다. 친권과 생존권 가운데

무엇이 먼저 일까요? 아이들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음을 느꼈다.

나무는 거리의 십대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해온 경우로 무엇이 청소년들에게 시급한 문제

인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마음을 다쳐 집에서 나온 아이들을 서서히 다가가 보듬기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주변의 반응으로 마을 주민들의 호응도가 차갑다는 것 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인 것으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부족하기에 수제쿠키판매와 회원모집으로 충당을 하고 있지만 지원은 3년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였다.

휴카페 방문은 사람을 중시하는 기본정신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Page 69: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65 -

들어주며 표현하게 하려는 풀뿌리의 중심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청소년 휴카페 작공

청소년의 휴식공간 “휴카페”는 공동체 마을 사업과 연계

하여 청소년 누구나가 마음 놓고 찾아와서 자율적으로 이용

할 수 있는 쉼터의 공간으로, 새로운 청소년 활동의 대안이

자 학교 밖 청소년에게 징검다리 거점공간으로의 역할을 하

고자 [작공]을 개소하였다. 개소 전에는 마을 도서관에서

출발하여 2009년부터 지나친 경쟁과 학업위주의 학교에 적

응을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지역 주민들과 동아리활동, 여행

등을 지원하였으며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응원의 장소 역할

을 하였다.

작심하고 공부 하는 곳, 작은 공동체, 작은 공연장, 작은 꿈 공작소라는 멋진 슬로건을 목적으로

하는 작공에서는 학습과 문화활동, 체육활동, 진로 등 지역의 청소년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

램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의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성장하는 청소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작공의 개소로 지역 주민들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

의 장이 열리는 모습은 가슴 뛰는 일이다. 도서관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작공]이 되기까지는 청소년

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주고 함께하여 주어서가 아닌가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공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협소한 공간과 학생들에게 식사

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기에는 지원금이 필요하며 지원

금의 부족으로 많은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으로 휴카페라는 이름으로의 작공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마을 청소년

을 위한 활동은 그대로 유지하고 휴카페의 이념과 목적은 계속 작공에 남아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1년의 짧은 시간을 청소년 휴카페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름

값을 제대로 해내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희망 카페

대학로에 개설되어 있는 휴카페 [희망]은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제단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4호

선 혜화역 성대입구쪽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2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희망]카페에서는 음료도 판

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한 1,000원이었다. 학생들의 사정을 위한 배려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들

었다. 카페에는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어있는데 청소년의 심신을 쉬어가는 쉼터역할로 마련을 하였다

Page 70: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 66 -

고 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소설, 만화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500여권이나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희망]카페에서는 각종 보드게임과 타로카드등 무료로 사용을 하도록

하여 청소년의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휴카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카페였다. [희망]카페는 무료로 제공을 하는 것이

많아 눈치를 볼 것 없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공부도 할 수 있도

록 배려를 하였다고 한다. 기존에 방문을 하였던 휴카페와 다르게 [희

망]카페는 각종 동아리 모임이나 세미나등 모임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대관도 하여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고도 한다. 특히 학생들

을 위한 청소년 공연장 대여도 가능하다니 우리 청소년들이 이용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희망]카페에는 강좌도 개설되어 있는데 pop강좌와 기타배우기 등이 개설되어 있다. 운영자에게 성인

은 이용하면 안되냐고 질문하니 예전에는 성인도 함께 이용을 하였으나 청소년을 위한 휴카페로 본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을 바로잡고자 지금은 오직 청소년을 위한 카페로 운영을 한다고 했다.

광진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는 광진마을넷 안에서 주민연대가 직접

주민사업을 진행하는 역할 보다는 마을네트워크에 속

한 단체들이 좀 더 좋은 환경과 좋은 관계 속에서 각

자의 주민사업 또는 마을 활동을 주체적이고 주도적

으로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보조하고 지원하고 지지

하는 역할을 한다. 광진마을넷을 중심으로 정보가 모

이고 소통의 거점이 되도록 하며 이를 통해 마을안에

서 공신력을 갖고 안착하기를 바란다.

광진주민연대는 풀뿌리비영리민간단체로 광진구청과 의회를 견제하는 활동, 의정참여 활동을 하고 있

다. 그리고 늘푸른가게, 늘푸른돌봄센터, 아기사랑후원회, 서울광진지역자활센터, 광진주민연대 소모

임이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교육, 지역아동청소년 네트워크 만들기 등에 주력하여 상근 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주민연대 소식지 발행을 통해 주민연대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에 대해 소개하고 안내

하고 있다.

성대골 마을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 마을은 성대시장을 따라 올라 가면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성대골 마을학교’, ‘성대골 절전소’가 있다.

Page 71: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2013년 시민활동가 아카데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 67 -

성대골 도서관은 주민50여명의 기금과 모금, 단체지원, 출판

사와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을 모아서 2010년 10월에

개관하였으며, 도서관운영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역할을 담

당해 나가고 있다. 또한 운영전반에 대해서는 주민들로 구성

된 운영위원10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회원제로 운영되

며, 회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비회원도 도

서대출만 할 수 없을 뿐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있다.

마을학교는 어린이도서관을 통해 모인 15명의 엄마들이 모여

40평 남짓한 공간에 방과 후 학교를 만들어 놀이며 먹거리

챙기기, 체험하기 등 마을교사로 활동하며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며 공동체

돌봄, 육아를 실천하고 있으며 처음 시작은 아이와 엄마가 주 활동자였지만 아버지들의 참여도 점

점 늘어나고 있다.

성대골은 마을도서관, 마을학교에 이어 ‘에너지 자립마을’로 가기위한 실천으로 도서관 벽면에 50

여 가구와 10개 상가가 참여해 절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월별 전기 사용량이 그래프로 붙어 있는

‘성대골 절전소’가 있다. 또 마을 학교에서는 벽에는 발열 페인트를 칠하고, 햇빛으로 데운 공기를

내뿜는 햇빛온풍기가 오른쪽 벽에 설치되어 있고 화목난로를 설치해 실내온도를 관리한다. 조명은

LED조명으로 그 외 필요한 전기는 자전거 발전기로 만들어 사용하며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실천을 하

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주민들이 지쳐간다는 것과, 엄마들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성이 줄어들면 할 일이 줄게 되고 사회로 돌아가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1세

대가 잘 했다고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적으로 다음 세대와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논의하여야

하며 한 발 앞서필요에 맞는 강의와 정보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Page 72: 풀뿌리시민운동 가이드북 "우리, 네트워크 할까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171-9 삼성빌딩 아이쿱생협 4층 * 전화 : 02-734-392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누리집 : http://www.civilnet.net

이 자료집은 서울특별시 2013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사업비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