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 hr insight 특집 저성과자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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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이른바 ‘2대 지침’에 대한 찬반 논쟁이 지 속되고 있다. 정부는 성과가 높은 근로자에게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불성실하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퇴출할 수 있 도록 함으로써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이 가능 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는 자신이 담당한 업무에 몰입하 지 못할 뿐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역량개발도 부진하여 기업 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을 일컫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저성과자 관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저성과자의 부정적 영향력이 갖는 전염성 (contagion effect)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는 조 직 내 다른 직원들에게 부정적 기업문화, 불성실한 업무 태도 등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음으로 이 들의 부정적 영향력이 갖는 비가시성 때문이다. 저성과자 가 조직 내 타 구성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쉽게 드 러나 보이지 않고 점진적으로 조직의 내부적 균열을 야기 하므로, 기업들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사전에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성과자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누적효과를 들고 있다. 즉 저성과자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개별적이고 휘발성 (volatile)이 있는 효과라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 협업의 시대, 저성과자 관리를 재고하다 무분별한 인력구조조정은 노동시장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한 집단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자 할 경우 소비시장 위축, 성장 잠재력 소진 등 공공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의미이 다. 따라서 기업 환경이 변한 지금, 저성과자 관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28 March2016 특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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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602 hr insight 특집 저성과자관리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이른바 ‘2대 지침’에 대한 찬반 논쟁이 지

속되고 있다. 정부는 성과가 높은 근로자에게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불성실하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퇴출할 수 있

도록 함으로써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이 가능

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는 자신이 담당한 업무에 몰입하

지 못할 뿐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역량개발도 부진하여

기업 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을 일컫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저성과자 관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저성과자의 부정적 영향력이 갖는 전염성

(contagion effect)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는 조

직 내 다른 직원들에게 부정적 기업문화, 불성실한 업무

태도 등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음으로 이

들의 부정적 영향력이 갖는 비가시성 때문이다. 저성과자

가 조직 내 타 구성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쉽게 드

러나 보이지 않고 점진적으로 조직의 내부적 균열을 야기

하므로, 기업들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사전에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성과자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누적효과를 들고 있다.

즉 저성과자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개별적이고 휘발성

(volatile)이 있는 효과라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

협업의 시대,저성과자 관리를 재고하다

무분별한 인력구조조정은 노동시장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한 집단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자 할 경우 소비시장 위축, 성장 잠재력 소진 등 공공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의미이

다. 따라서 기업 환경이 변한 지금, 저성과자 관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28 March|2016

특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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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집합적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단순한 저성과자 관리법

 개념적으로 볼 때 기업에서의 저성과자 관리 방법

은 내외부 노동시장의 활용과 관리 활동에 수반되는 재정

적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부노동시장

을 활용하는 퇴출 접근법(Outplacement Method)으로는

정리해고(Lay off)와 전직(Career Transition)이 대표적이

다. 정리해고와 같은 방식은 기업의 부실화가 심각해서 인

력감축이 불가피한 경우에 활용하는 극단적 방법으로, 내

외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이에 반해

전직 유도와 같은 방식의 경우 기업이 일정 정도의 재정

적 지출을 부담하면서 직원들의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기업이 현금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적 여력이 있는, 즉 기업의 부실화가 심각해지

기 전에 사전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내부노동시장을 활용하는 역량개발 접근법

(Competency Development Method)으로는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고용 조건의 변화를 통한 고용

관계 유지의 방법이 있다. 대체로 내부노동시장을 활용하

는 접근법은 외부노동시장을 활용하는 접근법에 비해 부

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재교육 프로그램은 저성

과자에게 직무역량 교육을 통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적성

과 역량에 맞는 새로운 직무를 찾도록 지원하는 프로그

램이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배치된 직원들은 특별

한 고용조건의 변화 없이 계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

회를 부여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에 비해 상대

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보장된다. 한편 적정 규모의 인력수

준(FTE)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과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고용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시간제 근

로, 계약직 등)를 맺는 경우 기업은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

은 자신의 경영환경에 따라서 이러한 네 가지 방법을 서로

<그림 2> 주요한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

<그림 1> 저성과자 관리 프레임워크

1

Lay Off 방식

2

Career Transition

4

고용조건 변화

3

역량강화

내부노동시장

내부노동시장

小투자

多투자

유형별 특징

유형 Lay Off 방식 Career Transition 역량강화 프로그램 고용조건 변화 방식

목적 비효율성 즉시 제거 자발적 퇴직 유도 저성과자 역량개발 기회제공 퇴직자와 실업 요인을 최소화

방식 정리해고 / 권고퇴직 전직(혹은 창업) 지원 인력 재배치 시간제 정규직 전환

대상 저성과자 저성과자 저성과자 / 보직 해임자 / 고령자 저성과자 고령자

부정적 영향● 내부노동시장 : 강 ● 외부노동시장 : 강

● 내부노동시장 : 강 ● 외부노동시장 : 중

● 내부노동시장 : 약 ● 외부노동시장 : 약

● 내부노동시장 : 강 ● 외부노동시장 : 약

특징 경영악화와 같은 시급한 상황에 효과적재정적 부담이 있으나 잔류 직원 충격 최소 및 실업자를 최소화하는 구조조정 지향

성과관리 정착 단계에서 상시적 인력 구조조정과 지속적 인적 생산성 개선

고용안정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

방향 정리해고 전직(혹은 창업) 지원 인력 재배치 시간제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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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시대, 저성과자 관리를 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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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하거나,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이 일반적이다.

저성과자 선정 방법

저성과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선정 작업

이 선행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를 선정하는 방식

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군집화 방식

(Clustering)이다. 이는 기존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활용하

는 방식으로 개인의 직무성과에 기초하여 저성과자를 판

별하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군집화는 ①직원 분류 기준

명확화 ②분류 집단 내 저성과자 군집화 ③결과 검증의

단계로 진행된다.

대상자 명확화 단계에서는 전체 직원을 유사 성격의 직

원 그룹별로 구분하는데, 이때 주요한 구분의 기준으로

는 직무등급, 직위, 직군 등(예: 임원진, 관리직, 기술직 등)

이 활용된다. 다음으로 각 직원 집단 내의 저성과자를 군

집화하는 단계로, 주로 성과 매트릭스(주로 업적과 잠재적

역량)를 활용하여 그룹 내 하위 5~10%에 속하는 직원들

을 저성과자로 선정한다. 마지막 단계는 선정 결과에 대한

평가자 간의 검증과 합의의 과정이다. 주로 고과권을 보유

한 임직원이 각 그룹별로 군집화한 결과의 타당성을 검토

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주로 엄격한 성과관리 프로그

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성과주의 기업문화가 잘 정착

된 기업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교육훈련, 보상, 후계자 양

성 등 다양한 HR프로그램과 연계(align)하여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으로는 서열화 방식(Totem)을 들 수 있다. 이 방식

은 관리자 혹은 임원/경영진이 직원들에 대해 개인별 서

열순위를 부여하는 매우 단순한 방법에 의해서 저성과자

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 진행절차는 군집화 방식에

서와 마찬가지로 전체 직원을 유사한 성격의 그룹으로 구

분한 후, 관리자가 직원들의 서열을 결정하고 차상위자가

그 결과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일반적

으로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1위~최하위까지의 서열을 부

여하지는 않음). 이러한 서열화 방식을 적용할 때 유의할

점은 서열순위를 매기는 대상자 규모가 너무 작아도 문제

지만, 너무 클 경우 평가자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서열화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팀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직원 개개인의 기여도나 책

임성을 중시하는 경우에 적합하다고, 특히 외부 노동시장

을 통한 부진인력의 퇴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많이 활용되

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의 조직에서 저성과자가 문제의 핵심인가

저성과자 관리를 둘러싼 노사 간 논쟁의 핵심에는

근본적으로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은 기업의 가치체계 및 업무방식의 변화에 부합

하도록, 즉 조직의 조직내 창의성과 집단지성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성과평가 방식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지난 10여 년간 백분율 방식의 스택

랭킹(Stack Ranking)제도를 통해 최하등급의 직원을 강

제 퇴출해 왔다. 하지만 2012년 말 기존의 순위 평가를 폐

지하고 관리자 중심의 성과코칭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이

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변화가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평가방식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해결하고자 기업의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성과창출에 개인이 기

여하는 방식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의미하

는 것이다. 즉 내부 구성원 간의 과도한 경쟁은 구성원 간

의 협력과 창의적 문화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며, 궁극

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원이라는 것이

다.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은 기업이 단순히 저성과자 혹은

부진자 중심의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달성

과 조직 내 협업을 저해하는 인력들에 대한 관리로 전환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조직에서 퇴출

돼야 할 인력은 다름 아닌 ‘무임 승차자’이다. 기업에서는

개인의 업무수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려

30 March|2016

특집 4

Page 4: 201602 hr insight 특집 저성과자관리

운 경우가 많고, 직원들은 자신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정렬(align)되지 않아서 집단의 목표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착각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 수행의 결

과에 대한 책임이 전체 구성원에게 분산되어 있어 책임소

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구성원이 공동

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혼자 일할 때 보다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노력을 덜 들이는 행동을 하는 사회적 태

만(social loafing)이 만연하게 된다.

다음은 ‘사내정치가’이다. 사내정치 행위란 구성원이

조직의 공식적인 책임과 권한 관계를 무시하고 개인 혹은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려는 노력과 행동을 의미하는데, 이는 다양한 측면

에서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권력

거리(Power Distance)에 민감하여, 다른 구성원에게 ‘한

배를 타거나 아니면 내리기’를 강요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집단 사고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조직 내 다수의 횡포를

일삼는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인력’ 역시 조직의 암적인 존재이

다. 도덕적 해이는 정보 비대칭의 상황에서 구성원(대리

인)이 ‘숨겨진 행동(hidden action)’을 통해 주인의 이익

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기업에서는

업무특성상 직원 개인의 업무 성과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

가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개인의 역량과 같은 추상적

인 요소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

황에서 직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을 동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기존

의 평가 제도로 완벽하게 방지하기 어려우므로 팀 내에서

직접적으로 협업하는 구성원의 사회적 압력을 통해서 방

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성(inertia)에 고착된(lock-in) 인력’ 역

시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관성이라고

하면 다소 관념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조직 구성원이 익숙하고 편한 기존의 업무관

행과 사고에 의존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관

성에 안주하는 인력은 업무방식의 혁신과 조직내 창의성

발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뉴노멀 시대에서는 기업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아울

러, 분업과 협업을 통한 팀워크의 창출이 지속 가능한 경

쟁우위의 근원이 된다. 앞서 언급한 유형의 인력이 기업

내에서 기존의 평가 방식에 의하면 저성과자일 수도 있고

고성과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문제아’들

은 조직의 발전적 진화를 저해하며 장애물이므로 체계적

인 선별 과정을 통해서 조직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격리하

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구조조정은 ‘공유지의 비극’ 초래할 수도

기업의 무분별한 인력구조조정은 노동시장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공유지의 비극

이란 한 집단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자

할 경우 공공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 핵

심이다. 개별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무분별

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궁극적으로 소비시장을

위축 시키고, 성장의 잠재력을 소진시킴으로써 국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가처분 소

득의 감소는 부메랑이 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인력 구조조정은 인적 생산성이 기업 부실화의 직

접적인 원인, 즉 기업이 보유한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에

비해서 인적 자산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현저하게 수준으

로 문제가 되는 한계 기업들에 한해서 사업 부진의 책임

을 직원들에게 묻는 것이 타당하다.

이승철KPMG삼정회계법인 HCG 파트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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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시대, 저성과자 관리를 재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