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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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논 제44집 2020년 10월, 1-40쪽 ⓒ 2020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https://doi.org/10.36944/JSPM.2020.10.44.1 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 권 송 택 (한양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는 말 이탈리아에서는 16세기와 17세기의 전환기에 신양식(stile moderno)과 구양 식(stile antico)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다. 반면 프랑스에서 이에 대한 논쟁은 17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17세기 초반 플랑드르와 독일의 작곡가들 은 이미 베네치아 이중합창기법이나 레치타티보 양식, 바소 콘티누오 등의 이 탈리아 양식에 친숙해 있었으나 프랑스 작곡가들은 같은 시기 보수적인 구양 식에 머물러 있었고 신양식이 유입된 것은 주위의 다른 나라들보다 30년쯤이 나 후의 일이다. 1)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음악에 신양식을 본격적으로 끌어 들인 작곡가가 앙리 뒤 몽(Henri Du Mont, 1610-1684)이었다. 그는 네덜 란드 태생으로 마트라흐트에서 오르간을 시작하고,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오르 간과 음악교육을 받았으며, 1629년경부터 당시 이탈리아와 독일음악이 혼재 하며 성행했던 리에주 교회에 몸담게 되었다. 그곳의 음악 레퍼토리는 상당 부분 그란디(Alessandro Grandi, 1590-1630)와 치프라(Antonio Cifra, 1584-1629), 아네리오(Felice Anerio, 1560-1614, Giovanni Francesco Anerio, 1569-1630) 등의 베네치아, 로마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으 며, 뒤 몽은 이 작품들에서 이중합창기법을 비롯한 이탈리아 신양식이 자연스 럽게 혼합되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2) 리에주를 거처 1638년 파리 * 이 논문은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사업으로 연구되었음(HY-2018). 1) James R.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rev. and expanded ed. (Oregon: Amadeus Press, 1997),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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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논단� 제44집2020년 10월, 1-40쪽

ⓒ 2020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https://doi.org/10.36944/JSPM.2020.10.44.1

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권 송 택

(한양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는 말

이탈리아에서는 16세기와 17세기의 전환기에 신양식(stile moderno)과 구양

식(stile antico)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다. 반면 프랑스에서 이에 대한 논쟁은

17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17세기 초반 플랑드르와 독일의 작곡가들

은 이미 베네치아 이중합창기법이나 레치타티보 양식, 바소 콘티누오 등의 이

탈리아 양식에 친숙해 있었으나 프랑스 작곡가들은 같은 시기 보수적인 구양

식에 머물러 있었고 신양식이 유입된 것은 주위의 다른 나라들보다 30년쯤이

나 후의 일이다.1)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음악에 신양식을 본격적으로 끌어

들인 작곡가가 앙리 뒤 몽(Henri Du Mont, 1610-1684)이었다. 그는 네덜

란드 태생으로 마트라흐트에서 오르간을 시작하고,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오르

간과 음악교육을 받았으며, 1629년경부터 당시 이탈리아와 독일음악이 혼재

하며 성행했던 리에주 교회에 몸담게 되었다. 그곳의 음악 레퍼토리는 상당

부분 그란디(Alessandro Grandi, 1590-1630)와 치프라(Antonio Cifra,

1584-1629), 아네리오(Felice Anerio, 1560-1614, Giovanni Francesco

Anerio, 1569-1630) 등의 베네치아, 로마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으

며, 뒤 몽은 이 작품들에서 이중합창기법을 비롯한 이탈리아 신양식이 자연스

럽게 혼합되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었다.2) 리에주를 거처 1638년 파리

* 이 논문은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사업으로 연구되었음(HY-2018).1) James R.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rev. and expanded ed. (Oregon: Amadeus Press, 1997),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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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정착한 뒤 뒤 몽이 프랑스 음악이 머물러 있던 보수적 상황에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가에 대해 숙고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

다. 쁘띠모테트(petit motet) 모음집 ≪칸티카 사크라≫(Cantica sacra)는 바

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국제적인 안목을 십분 발휘한 실험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18세기 프랑스 종교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작품이

라고 말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칸티카 사크라≫에 수록된 모테트의 양식과 형식을 분석하

여 뒤 몽이 프랑스의 전통과 여러 다른 나라의 양식들을 어떻게 혼합하여 사

용하는지를 텍스트와 음악의 관계, 성부의 구성과 조합, 섹션 간 선율과 리듬

의 연관성, 이중합창기법 등을 통해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 사용한 ≪칸티카

사크라≫ 악보는 베르사이유 바로크음악센터(Centre de Musique Baroque

Versailles)에서 출판된 장 리오네 버전(Édition de Jean Lionnet)으로

1662년 발라르(Robert Ballard 1610-1672)에 의해 두 번째로 인쇄된 ≪칸

티카 사크라≫를 리오네의 서문, 설명, 주석과 함께 재출판한 것이다.3)

Ⅱ. 본론

제임스 안토니(James R. Anthony)는 �프랑스 바로크음악�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에서 17세기 중반까지 프랑스 모테

트의 발전과정을 설명하였는데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6세기 말에

활동한 코루아(Eustache Du Caurroy, 1549-1609)의 모테트는 보수적인 프

랑코 네덜란드 양식이 여전히 많이 나타나며 간간이 새로운 양식인 베네치아

의 이중합창양식이 섞여 있었고, 그의 후계자 포르메(Nicolas Formé,

1567-1638)와 고베르(Thomas Gobert, 1600-1672)는 17세기 중반이 되어

서야 큰 합창(grand choer)과 작은 합창(petit choer)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콘체르타토 양식의 이중합창양식을 도입하여 같은 규모의 두 합창과 함께 사

2)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211.3) Henry Du Mont, Cantica sacra, Édition de Jean Lionnet, monumentales

II. 3. 1 (Versailles: Centre de Musique Baroque Versaille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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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

용하였으며, 바이요(Jean Veillot, 1600-1662)는 모테트에 기악부분인 심포

니(symphonie)를 첨가, 프랑스 남부 출신인 부지냑(Guillaume Bouzignac

1587-1642)은 마드리갈리즘의 극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탈리아 양식이

본격적으로 프랑스 종교음악에 유입되었다고 하였다.4) 이처럼 이중합창양식

이나 이탈리아 신양식, 마드리갈리즘은 17세기 전반에 걸쳐 아주 서서히 프랑

스에 유입된다.

네덜란드와 리에주에서 자라고 음악교육을 받은 뒤 몽은 1643년 파리에 정

착하여 생폴교회의 오르가니스트, 1660년 루이 14세의 왕비 마리 테레즈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었고, 1663년 바이요의 뒤를 이어 루이 14세의 궁정교

회 음악감독이 된다.5) 플랑드르 교회에서 그는 그란디와 치프라, 아네리오

(Giovanni Francesco Anerio, 1569-1630) 등의 2, 3, 4성부 모테트와 친

숙해졌고, 이탈리아 모테트의 전범인 비아다나(Lodovico Grossi da

Viadana, 1560-1627)의 ≪교회 콘체르토≫(Concerti ecclesiastici, 1602),

베키(Orazio Vecchi, 1550-1605)의 ≪대화≫(Dialoghi, 1608)에 나타나는

극적인 대화 양식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6) 또한 그의 이탈리아 양식은 리에주

에 있을 당시 독일의 가톨릭음악 모음집으로부터 습득된 것이므로 네덜란드 음

악적 성향을 포함하여 이미 여러 나라의 특징들이 혼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7)

이러한 선험적 지식들이 그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당면한 프랑스 음악의 보수

적인 양식을 새롭게 변모시키고 생기를 넣어줄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생폴교회의 오르가니스트와 궁정교회의 음악감독 이력으로 그는 자연스럽

게 종교음악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절대왕정시기 프랑스는 모든 문화가

궁정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종교음악보다 궁정음악의 비중이 컸으므로 유럽의

4)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205-206.5) Alan Brown, “Du Mont [de Thier], Henry,” in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vol. 1, ed. Stanley Sadie (London: Macmillan & Co., 1980), 699.

6)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211. 뒤 몽은 베키의 ≪대화≫가 작곡된 지 60년 후 1668년에 신, 죄인, 천사의 대화를 그린 ≪영적인 대화≫(Dialogus di anima)를 작곡하였다.

7) Denise Launay, ‘Church Music in France,’ in The New Oxford History

of Music: Opera and Church Music 1630-1750, vol. V, ed. Anthony Lewis and Nigel Fortune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75),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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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비해 대규모 미사음악이 발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 음악도

새로운 시도를 뒤로 한 채 매우 보수적인 양식으로 남아있었다. 왕은 매일 궁

정교회의 미사에 참여하였는데 긴 시간을 요하는 대미사(high Mass)보다는

아침에 행해지는 짧은 소미사(low Mass)에 주로 참석하였다.8) 30분 정도 소

요되는 소미사에서는 기악반주가 딸린 모테트가 자주 연주되었으며, 따라서

이를 위한 크고 작은 모테트들이 활발하게 작곡되었다.9) 뒤 몽이 1652-1681

년 생폴교회와 루이 14세 궁정교회 재직하는 동안 114곡의 쁘띠모테트가 수

록된 5개의 모음집, ≪영혼의 대화≫(Dialogus de anima), 26편의 그랑모테

트 모음집이 출판되었는데 이것도 프랑스의 이러한 궁정 중심 문화의 소산이

라 할 수 있다. 그는 2-4명의 성악 독창자와 합창, 바소 콘티누오 반주로 구

성되는 작은 규모의 쁘띠모테트를 많이 작곡하였고, 1663년 이후 루이 14세

궁정교회 음악감독이 되면서 확장된 규모의 그랑모테트 작곡에 주력하였다.10)

≪칸티카 사크라≫는 2, 3, 4성부로 구성된 여러 가지 유형의 모테트 40곡

으로 구성되었으며 파리의 출판업자 발라르에 의해 1652년 인쇄되었고 1662

년에 재인쇄 되었다. 뒤 몽은 이 모음집이 바소 콘티누오가 처음 인쇄된 악보

집이라고 서문에서 언급하였다.11) 또한 그는 이 모음집을 “경건한 여인들에

게”(Pour les dames religieuses) 헌정하였는데 베르사이유 바로크음악센터

에서 출판한 이 모음집 서문에서 리오네는 이 여인들을 마담 다이(Dame

d’Ailly)와 수녀원으로 간 그의 딸일 것으로 추측한다.12) 당시 마담 다이가 파

리의 생 폴교회 교구에 속해 있어 뒤 몽과 친분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오네는 이 악보집에 자주 나타나는 여성독창자와 여성합창을 위한 높은 음

8) Jean-Paul Montagnier, “French Motets and Their Use at the Chapelle Royale from Louis XIV to Louis XVI,” The Musical Times 146/1891 (2005), 48.

9) Manfred F. Bukofzer, Music in the Baroque Era (New York: W. W. Norton and Company, Inc., 1947), 163.

10) Brown, “Du Mont [de Thier], Henry,” 699.11) 이전에도 프랑스에서 뵈쎄(Antoine Boësset) 등의 궁정노래 모음집이 바소 콘티

누오를 포함하여 인쇄된 적이 있으나 음악학자들은 종교음악에, 그리고 모음집 전체에 바소 콘티누오가 포함되어 인쇄된 것은 프랑스에서 처음이라는 의미로 뒤 몽이 사용하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12) 마담 다이는 숄느 공작인 오노레 달베르(Honoré d’Albert)경의 미망인이고 달베르경은 루이 13세가 매우 신임했던 세력가 륀느(Luynes) 공작과 형제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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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5

역대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도표 1>의 제5, 6, 7, 13, 30, 31, 35곡 음역대

참조).13)

이 모음집은 35개의 성악곡과 5개의 기악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성부수에 따

라 2, 3, 4성부 순으로 배열되었다. 출판업자 발라르가 5개의 기악곡까지 모

두 모테트라고 칭한 것에 따라 수록된 40개의 곡은 2성 17곡, 3성 5곡, 4성

13곡의 성악 모테트와, 5곡의 기악 모테트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칸

티카 사크라≫의 서문에서 리오네는 이 작품에서 사용한 텍스트의 유형에 따라

�성무일도서�와 �미사전서�에서 가져온 의식용 텍스트(<도표 1>에서

L(itergy)로 표시), 시편이나 아가서 등에서 가져온 성경 텍스트(<도표 1>에서

B(ible)로 표시), 성모마리아 호칭기도와 그 외 기도문과 새로 만들어진 시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14) 텍스트의 내용으로 살펴보면 성모마리아 찬미가가 9

곡으로 월등히 많으며, 부활절에 관한 것이 3곡, 베스퍼스에서 가져온 것이

10곡으로 그 안에 마그니피카트 1곡, 시편 2곡, 성체칠리아 축일 안티폰 3곡,

그리고 성베네딕토, 성베드로, 성모마리아 무염시태 축일 등의 찬미가에서 가

져온 것이 4곡 포함된다. 나머지는 성탄 축일을 위한 곡과, 축일과 관계없이

성찬식에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곡들과 시편에서 빌려온 신에 대한 찬미와

회개에 관한 곡, 새로 만들어진 시, 왕을 위한 기도 등으로 구성된다.

의식용 모테트는 베스퍼스가 끝날 때, 행렬할 때, 축도할 때, 그 밖의 이례

적인 예배의식에서 의전에 맞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었다.15) 이 모테트

들은 텍스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하는 방식과 평성가와 교대로 노래

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도표 1에서 Ⓐ로 표기). 교대로 노래하는 방식은 2성

혹은 3성의 노래가 평성가 제창과 교대되거나 오르간과 교대된다. 성부 구성

은 35곡의 모테트가 독립된 바소 콘티누오 성부와 2, 3, 4성부의 성악성부로

이루어졌으며 이 중 6곡의 모테트에는 트레블 비올(혹은 바이올린)을 선택적

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성부(Viol. si placet)가 포함되어 있다. 성부가 늘어

날수록 성부 조합이 다양해지며 이러한 구분에 따라 많은 곡이 멀티섹션으로

구성되었다. 5곡의 기악 모테트는 한 곡의 파반느, 각각 두 곡씩의 심포니와

13) Du Mont, Cantica sacra, XXXVI. 14) Du Mont, Cantica sacra, XLVII.15) Launay, “Church Music in France,”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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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망드로 구성된다. ≪칸티카 사크라≫에 수록된 40개 모테트의 시작단어와

텍스트 유형, 성부 구성은 다음과 같다.

Incipit 텍스트 성부구성16)

2성 모테트

1 Quae est ista (B)아가서; (L)성모마리아 축일 S(수페리우스)/C(칸투스)

2 Vulnerasti (B)아가서; (L)성모마리아 축일 A(알투스)/T(테노르)

3 Vide homo성금요일 안티폰.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이 죄인의 회개를 원하심

TI/TII

4 Non defrauderis 최후의 심판을 위한 회개 S/A

5 Tristitia vestra (L)부활 3주 마그니피카트의 안티폰 S/C

6 Quam dilecta (B)시편 83장 1-5절 S/C

7 Congratulamini(B)아가서, 지혜서, 마그니피카트로

부터 콜라주; (L)성모마리아 축일S/C

8 Alleluia. Haec dies (L)부활절 미사 알렐루야 viol/S/B(바수스)

9 Surrexit pastor (L)부활절 독서 요한복음 10장의 두 구절 viol/S/B

10 Hymus St. Petri

Ⓐ평성가와 교창; (L)성베드로와 바오로 축일의 베스퍼스 찬미가 Verbum supernum

prodiens의 5절. 성찬식에도 사용됨

organ ⟶ 평성가 ⟶ A/T ⟶

평성가 ⟶ organ

11 In lectulo meo (B)아가서; (L)성모마리아 축일 SI/SII

12 Adjuro vos (B)아가서; (L)성모마리아 축일 A/T

13 Magnificat Ⓐ평성가와 교창 S/C ⟶평성가⟶S/C ⟶ ......

14 Ab initio(L)성모마리아 축일 베스퍼스 전 낭송부분

A/T

15 Cantantibus(L)성체칠리아 축일 두 번째 베스퍼스의 안티폰

viol/S/B

16 Est secretum(L)성체칠리아 축일 첫 번째 베스퍼

스 마그니피카트의 안티폰 viol/S/B

17 Virgo gloriosa(L)성체칠리아 축일 두 번째 베스퍼스 마그니피카트의 안티폰

viol/S/B

3성 모테트

18 Converte 신의 은총에 대한 신념 S/A/B

19 O salutaris (L)성무일도: 성체축복 찬미가 C/A/B

20 Laudemus (L)성말로 축일 찬미가의 한 구절 S/A/B

21 Domine salvum 왕을 위한 기도 S/C/B

<도표 1> ≪칸티가 사크라≫의 텍스트와 성부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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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7

Incipit 텍스트 성부구성16)

22 Credidi Ⓐ평성가와 교창: 시편 115viol/S/A/B ⟶ 시편송 ⟶

viol/S/A/B ⟶ .......

23 Pavana 기악 S/A

24 Symphonia 기악 SI/II

25 Allemanda 기악 SI/SII/B

4 성 모테트

26 O gloriosa(L)성모마리아 축일 찬미가. 무염시태 축일과 연관

기악(viol/bassa viola) ⟶2성 합창(S/C) ⟶기악 ⟶ 2성합창

⟶ 기악 ⟶ viol/S/C/b viola

27 Ave gemma 기도문 S/C/A/B

28 Cantate Domino (B)시편 95장 1-4절solus(S/C) ⟶ omnes(S/C/ A/B) ⟶ solus ⟶omnes ......

29 O Domine Deus 신의 은총에 대한 신념 S/C/A/B

30 Laudibus cives(L)성베네딕토 축일 베스퍼스를 위한 찬미가

2성합창(S/C) ⟶ 합창(S/C/ C/A) ⟶ 독창(S) ⟶ 합창 ⟶

2성합창 ⟶ 합창

31 Bernardus(L)성베르나르 축일 베스퍼스를 위한 찬미가

합창(SI/SII/C/A) ⟶ 독창(SI)⟶ 합창 ⟶ 2성합창(SI/SII)⟶ 합창 ⟶ 독창(SI) ⟶ 합창

⟶ 2성합창 ⟶ 합창

32 Domine salvum 왕을 위한 기도 S/C/A/B

33 Laudate Dominum(L)베스퍼스에 자주 사용되는 시편 116절

2성합창(S/B) ⟶ 합창(S/C/ A/B) ⟶ 2성합창 ⟶ 합창

34 Veni creator (L)성령강림축일 찬미가합창(S⟶S/C/A/B) ⟶독창(S)⟶ 합창 ⟶ 독창 ⟶ 합창 ⟶

독창 ⟶ 합창

35 O panis angelicus 거양성체나 행렬에 사용되는 텍스트 S/CI/CII/B

36 Panis angelicus (L)성체축일 찬미가의 5, 6절 S/C/A/B

37 Symphonia 기악 S/C/A/B

38 Christus natus est (L)성탄 초대노래

합창(viol/S/A/T/B) ⟶ 2성 합창(S/B) ⟶ 합창 ⟶ 2성 합창(S/B) ⟶ 합창 ⟶ 단성(A)

⟶ 합창 ⟶ 독창 Viol/B ⟶

합창 ⟶ 독창(T) ⟶ 합창 ⟶

2성합창(A/B) ⟶ 합창

39 Litaniae (L)성모마리아 축일

SII/SI/C/B

(SII는 viol, B는 bassus viola로 대체될 수 있음)

40 Allemanda 기악 C/A/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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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티카 사크라≫의 1-17번은 2성 모테트이며 2성부 성악과 바소 콘티누오

로 구성된 트리오 텍스처이다. 2성 모테트 중 1, 2, 11, 12곡은 아가서에서

텍스트를 취했으며 7번은 아가서, 지혜서, 마그니피카트로부터 텍스트를 콜라

주한 것으로 모두 성모마리아 축일을 위한 텍스트이다.

제1곡 ‘저 여인은 누구인가?’(Quae est ista)는 수페리우스, 칸투스, 바소

콘티누오로 구성되고, 텍스트는 아가서의 8:5, 4:7, 8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총 62마디의 이 곡은 마디1-25가 아가서의 8:5, 마디26-62는 아가서의 4:7,

8에 해당되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예1> 제1곡 ‘저 여인은 누구인가?’17)

아가서 8:5 환희를 타고 자기 연인에게 몸을 기댄 채

광야에서 올라오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

아가서 4:7, 8 나의 애인이여, 그대는 정녕 아름답고 사랑스럽구려

나와 함께 레바논에서 떠납시다.

오라, 그대는 왕위에 오릅니다.

모테트는 두 번째 성부인 칸투스에서 시작하는데 노래에서는 “저 여인은 누구

인가?”라는 의문문으로 시작하여 “환희를 타고 자기 연인에게 몸을 기댄 채

광야에서 올라오는”이라는 여인에 대한 수식구가 뒤따른다. 이 부분은 두 종

류의 대비되는 악구로 구성되는데 앞부분의 의문문은 긴 음가로 처리되고(마

디1-2), 수식구는 부점음형을 포함하는 짧은 음표로 나온다(마디3-7). 이는

던진 질문을 강화시키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듯하다. 이 텍스트는

마디7의 수페리우스에서 4도 위로 반복되고, 마디12에서 아가서 8:5의 텍스

트가 다시 나오는데 이 때 선율은 한 마디 간격의 모방대위적 짜임새로 질문

에 대한 답을 한층 더 재촉하는 듯하다.

16) 바소 콘티누오(bc)는 모든 수록곡에 다 포함되어 있으므로 <도표 1>의 성부구성에서 표기를 생략하였다.

17) 본 논문의 텍스트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2015년 편찬한 성경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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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9

<악보 1a> 제1곡 ‘저 여인은 누구인가?’, 마디1-6

<악보 1b> 제1곡 ‘저 여인은 누구인가?’, 마디12-16

리오네는 이렇게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뒤 몽이 리에주에 머물던 시기

유행했던 이탈리아 모테트의 영향으로 설명한다. 1622년 스트라스부르크의

요한 돈프리트(Johann Donfried, 1585-1654)에 의해 1622년 ≪종교음악모

음집≫(Promptuarii musici concentus ecclesiasticos)이 출판되었는데18)

18) 독일 작곡가이며 출판업자였던 돈 프리트는 이탈리아 교회음악 중 가장 세련되고 인기 있는 작품들을 독일 남부의 가톨릭교회에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이 모음집을 출판하였다. 이 악보집은 교회력에 따라 다양한 작곡가들의 모테트를 수록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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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10

여기에는 몇몇 독일종교음악과 함께 아가차리(Agostino Agazzari

1578-1640), 치프라 등이 작곡한 많은 수의 이탈리아 2, 3, 4성부 모테트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는 뒤 몽이 리에주에 있을 당시 이 레퍼토리들에 매우 친

숙했을 것이라 하며 제1곡 ‘저 여인은 누구인가?’의 의문문으로 시작하는 텍

스트에 세팅된 느린 음가와 뒤따르는 짧은 음가의 수식구 사이의 대비가 당대

유행하던 이탈리아의 말하는 듯한(declamative) 기법에서 온 것이라고 언급

한다.19)

≪칸티카 사크라≫에서 뒤 몽은 다른 유형의 텍스트보다 특히 성모마리아

축일과 연관된 모테트들의 음악에서 보다 자유롭고 화려한 이탈리아풍을 구사

한다. 성모마리아 축일과 연관된 아가서 3:1-4를 텍스트로 한 제11곡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In lectulo meo)은 그 내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마드

리갈리즘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텍스트는 여인이 사랑하는 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만 못 찾다가(아가서 3:1-3), 마침내 그를 찾아낸다는(아가서

3:4의 앞부분) 내용이다.

<예2> 제11곡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아가서 3:1-4)

1.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2. ‘나 일어나 성읍을 돌아다니리라.

거리와 광장마다 돌아다니며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으리라.’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3. 성읍을 돌아다니는 야경꾼이 나를 보았네.

“내가 사랑하는 이를 보셨나요?”

4.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았네.

다. Jerome Roche, “Donfrid [Donfried], Johann [Johannes],” in Grove

Music Online, https://doi.org/10.1093/gmo/9781561592630.article.07998 [2020년 2월 15일 접속].

19) Du Mont, Cantica sacra, L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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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11

여기에서 성읍, 거리, 광장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아 헤매는 장면은 두 수페리

우스에서 한 마디씩 주고받는 에코기법으로 쓰였다. 마디22에서 “나 일어나

성읍을 돌아다니리라”의 시작단어인 ‘일어나’(Surgam)는 에코로 두 성부에서

세 번이나 나와 모두 6회 반복되며, 뒤따르는 성읍, 거리, 광장을 헤맨다는 구

절도 에코로 반복된다. 이 에코기법은 그렇게 돌아다녀도 찾지 못했다는 아가

서 3:2가 끝나는 마디52까지 무려 30마디 동안 지속된다.

<악보 2> 제11곡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마디22-29

아가서 3:3의 야경꾼에게 사랑하는 이를 보았느냐고 묻는 대목에서 마디

62-64의 ‘보셨나요?’(vidistis?)에도 에코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아가서 3:4에

서 그를 찾은 대목인 마디68의 ‘찾았네’(inventi)에서 다시 시작된 에코는 곡

의 끝까지 지속된다. 이러한 에코효과도 17세기 초반 이탈리아 혹은 리에주

작곡가들의 모테트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것이며 이전의 프랑스 음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탈리아의 영향이다.20) 이 곡의 앞부분(아가서 3:1-3)과 뒷부분

20) Brown, “Du Mont [de Thier], Henry,”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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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12

(아가서 3:4)은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하는 애타는 마음과 결국 찾아내는 기쁨

의 순간이 대조를 이룬다. 앞부분의 애타는 마음은 성악성부의 반음계 선율,

당김음형뿐만 아니라 바소 콘티누오의 베이스 진행에 나오는 반음계진행에서

도 그 긴장감이 드러난다. 이처럼 극적인 텍스트를 사용할 때 뒤 몽의 마드리

갈리즘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애타는 감정을 표현하는 선율적 음정도 마

드리갈리즘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제3곡인 성금요일 안티폰 ‘이 사람을 보라’(Vide homo)는 십자가에 매달

리신 예수가 죄인에게 회개하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너를 위해 고통받는

저 사람을 보라’라는 첫 구절은 완전4도 하행과 단6도 상행이 연이어지는 도

약이 심한 선율로 시작하여 ‘고통’(patior)에서 감4도 순차 반음계진행과 당김

음형을 반복한다(마디1-6). 이러한 단6도 도약과 감4도 음정은 간곡하고 비통

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탈리아적 선율이다. 테노르II에서 시작한 선율은 마디6

에서부터 테노르I과 II에서 한 구절씩 교대로 모방되는데 마디10에서 ‘너를 위

해 죽고’는 감5도 하행선율로 세팅되고(마디11-12), ‘죽고’(morior)는 짧은

음가로 3도 병진행하여 가사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이 곡에서는 성부가 독립

적으로 진행하다가 합쳐지면서 3도와 6도 병진행이 자주 나타나 성부짜임새

에서 대비를 가져오며 병진행 후 분명한 종지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진행은 뒤

몽의 음악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이다.

<악보 3> 제3곡 ‘이 사람을 보라’, 마디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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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13

앞서 살펴본 제1, 3, 11곡에서와 같이 성모마리아 축일과 연관된 텍스트, 혹

은 극적인 텍스트를 사용하는 모테트에서는 이탈리아 양식을 쉽게 찾을 수 있

다. 이 곡들에서 사용되는 극한 감정을 그려내는 음정도약이나 반음계진행, 당

김음형, 부점음형 등은 의식용 텍스트를 사용할 때에는 제한적으로 사용되었

다. 여기에서 표현이 풍부한 아가서 텍스트 또는 새로 만들어진 시를 텍스트

로 사용할 때, 그리고 의식용 텍스트가 아닐 때 뒤 몽이 이탈리아 양식을 더

풍부하게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21)

<도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칸티카 사크라≫에는 평성가와 교대로 노

래하는 모테트가 2성 모테트 두 곡(제10곡과 13곡), 3성 모테트 한 곡(제22

곡)이 있다. 제10곡의 텍스트는 성베드로와 바오로 축일에 부르는 베스퍼스의

찬미가 다섯 번째 절로 4개의 연과 아멘으로 구성된다. 이 중 첫째 연은 오르

간이 주어진 평성가의 선율을, 둘째 연은 합창이 평성가를, 셋째 연은 작곡된

21) Du Mont, Cantica sacra, L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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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14

2성 모테트이며, 마지막 연은 합창이 평성가를, 아멘은 오르간이 연주하여 대

칭형식을 이룬다.

1연. 오르간 평성가

2연. 합창 평성가

3연. 2성과 바소 콘티누오

4연. 합창 평성가

아멘. 오르간

평성가와 합창이 교대로 노래하는 모테트 중 제13곡과 22곡은 10곡과 달리

오르간 섹션 없이 2성이나 3성 모테트가 시편송과 교대되어 나온다.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Credidi)는 수페리우스, 알투스, 바수스와 바소 콘

티누오로 구성된 3성 모테트이며 맨 위성부에 트레블 비올이 선택적으로 추가

될 수 있다. 텍스트는 시편 116장이다.

<예3>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시편 116장)

1.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내가 질겁하여 말하였네.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

2. 나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내게 베푸신 그 모든 은혜를.

구원의 잔을 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네.

3. 주님께 나의 서원들을 채워 드

리리라,

그분의 모든 백성 앞에서.

당신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의 눈에는 소중하네.

아 주님

저는 정녕 당신의 종

저는 당신의 종, 당신 여종의 아들.

4. 당신께서 저의 사슬을 풀어주

셨습니다.

당신께 감사의 제물을 받치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릅니다.

주님께 나의 서원들을 채워 드리

리라,

그분의 모든 백성 앞에서

주님의 집 앞뜰에서

예루살렘아, 네 한가운데에서.

5.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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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15

위의 텍스트에서 진한 글씨체로 표기된 부분이 시편송으로 낭송되는 부분이

다. 이 곡은 시편송이 나온 뒤의 섹션이 박자, 성부수 등이 바뀌는 멀티섹션

구성을 보여준다. 1과 2절은 비올성부가 선택적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4성부

의 모방대위적 짜임새로 진행한다. 시편송II가 끝나고 시작하는 3절은 2성부

짜임새와 바소 콘티누오의 트리오 짜임새로 바뀐다. 시편송III 후 4절은 비올

성부까지 모든 성부가 다시 합쳐지며 4/4와 3/4가 교대되는 호모포니 짜임새

로 나온다. 시편송IV 후 5절에서는 소영광송이 노래되는데 경쾌한 3박자의 호

모포니 짜임새로 나와 앞부분과 대비된다. 따라서 이 곡은 다성성악과 시편송

이 응답식으로 노래하는 대비 외에 각 섹션을 성부수, 박자, 성부짜임새 등의

변화를 통해 대비시키는 콘체르타토 양식을 접목시킨 멀티섹션으로 구성된 것

을 알 수 있다.

<예4>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의 멀티섹션 구성

응답식 구성 성부 구성 성부 짜임새

1절 viol/S/A/B 모방대위적 ⟶ 호모포니적 (4/4)

시편송I 단성성가

2절 viol/S/A/B 모방대위적

시편송II 단성성가

3절 viol/S/A/B 모방대위적

시편송III 단성성가

4절 viol/S/A/B 호모포니적 (4/4 ⟶ 4/3 ⟶ 4/4)

시편송IV 단성성가

5절 viol/S/A/B 호모포니적 (3/4 ⟶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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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4a>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1절, 마디1-5

<악보 4b>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시편송

<악보 4c>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3절, 마디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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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17

<악보 4d>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4절, 마디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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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4e> 제22곡 ‘되뇌면서도 나는 믿었네’ 5절, 마디48-53

제22곡은 <예4에>서 보듯이 합창과 시편송의 응답식 구성과 합창의 다성음악

적, 호모포니적 성부짜임새로 이중의 콘체르타토 효과를 갖는 멀티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 5절은 3박의 호모리듬적 구성으로 앞 섹션들의 4박과

더 큰 대비를 이룬다. 호모포니 짜임새로 변하는 이 곡의 4절과 5절은 3/4와

4/4의 박자 변화가 잦은데 이것은 프랑스 궁정노래(air de cour)의 영향이라

고 할 수 있다(<악보 4e>). 16세기말 정률음악(musique mesurée)22)의 영향

을 받은 궁정노래는 텍스트의 운율을 따르는 호모포니 짜임새의 실라빅한 텍

스트 세팅, 좁은 음역과 단순한 리듬 등 표현이 순화되고 정제된 성격을 갖는

다. 호모포니 짜임새, 자연스러운 리듬, 제한된 음역, 보수적인 화성을 특징으

로 하는 궁정노래는 이탈리아 성악음악기법이 프랑스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22) 정률음악은 1570년대 ‘시와 음악 학회’(Académie de Poésie et de Musique)에서 발전한 것으로 고전시의 장단법을 모방하여 텍스트를 장음과 단음 두 가지로만 세팅한 음악의 종류이다. 텍스트 운율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낭송을 위한 음악이다. 정률음악과 궁중노래에 대한 것은 Daniel P. Walker, “Influences of musique merurée à l’antique, particularly on the airs de cour of the early seventeenth century,” Musica Disciplina 2 (1948), 141-16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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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19

데에 대한 억제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23) 뒤 몽은 멀티섹션 모테트의 섹션 간

의 대비를 위하여 이러한 프랑스 전통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제22곡의

4절과 5절에서 3박과 4박의 혼용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정률음악의 영향으로

박자 없이 세팅하는 궁중노래 양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멀티섹션 구성은 이탈리아 모테트에서 자주 발견되는 기법인데 성부

가 늘어날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우선 가장 단순한 멀티섹션 구성

의 예로 대비되는 두 개의섹션으로 이루어진 2성부 모테트, 제7곡 ‘주님을 사

랑하는 나를 축복해 주오’(Congratulamini)를 들 수 있다. 이 곡의 텍스트는

아가서와 지혜서, 그리고 마그니피카트에서 콜라주하여 사용한 것이며, 같은

텍스트로 시작하는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4/4박자로 곡이 진행하다가 마

지막 후렴부분에서 ‘흥겹게’(Gayement)라는 지시어와 함께 3박자의 춤리듬

으로 섹션이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3박과 4박이 크게 대비되는 멀티섹션 구

성은 ≪칸티카 사크라≫의 여러 곡에서 찾을 수 있는데 주로 텍스트가 반복되

는 후렴구나 알렐루야 부분에서 3박으로 변화하면서 대조시키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제6, 14, 28, 33곡). 리오네는 이러한 3박자를 춤곡 양식에서 온 것이

라 하였으며 매우 이탈리아적인 취향이라고 하였다.24) 4박자로 쓰인 앞 부분

은 부점리듬의 짧은 음가들로 구성되며 칸투스에서 악구가 완전히 끝난 후 수

페리우스에서 3도 위로 반복된다. 두 성부가 합쳐질 때에는 두 박자 간격의

모방대위법적으로 나오다가(마디12-13) 3도 병진행하기도 한다. 마디69부터

후렴으로 텍스트의 시작부분이 반복되는데 3박으로 바뀌면서 두 마디 간격으

로 시작하는 선율은 곧 3도 병행하는 호모포니적 짜임새로 변한다. 그러나 이

때 앞의 4/4박자 부분(<악보 5a>)과 뒤에 나오는 3/4박자 부분(<악보 5b>)은

같은 선율로 시작하여 일관성을 준다.

23) Anthony, French Baroque Music from Beaujoyeulx to Rameau, 407.24) Du Mont, Cantica sacra, L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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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5a> 제7곡 ‘주님을 사랑하는 나를 축복해 주오’, 마디1-7

<악보 5b> 제7곡 ‘주님을 사랑하는 나를 축복해 주오’, 마디69-76

2성부 모테트 제4곡 ‘길을 잃지 않게 하소서’(Non defrauderis)와 3성부

모테트 제18곡 ‘우리를 돌아보소서’(Converte oculos tuos)도 멀티섹션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각 4/4, 3/4(Gayement), 4/4(Lentement)의 진행으로,

4/4, 2/2(Gayement), 4/4(Lentement)의 진행으로 박자와 빠르기를 변화시

키며 섹션을 구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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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21

뒤 몽은 특히 4성부 모테트의 멀티섹션 구성에서 콘체르타토 양식을 확장

하여 여러 가지 조합으로 실험한 것처럼 보인다. 제26곡 ‘오 영광스러운 공주

님’(O gloriosa)은 12마디의 기악 심포니와 성악이 교대되는데 심포니I(비올,

베이스 비올, bc) ⟶ 2성(수페리우스, 칸투스, bc) ⟶ 심포니II ⟶ 2성(S, C,

bc) ⟶ 심포니III ⟶ 4성(비올, S, C, 베이스 비올, bc)의 순서로 전개된다. 기

악 섹션은 모두 같은 악기 구성이지만 성악 섹션은 그 조합과 성부수가 다양

하게 구성된다. 처음에는 성악이 2성부로 제한되지만 비올과 베이스 비올이

성악 성부에 추가되면서 성부수가 점차 확장된다. 이 곡은 심포니와 성악 부

분 첫 절의 시작 모티브가 유사한 선율과 리듬을 취하면서 기악과 성악, 성부

수, 성부 조합과 짜임새의 변화에서 오는 다채로운 섹션 간의 대비에 통일성

을 준다. 또한 심포니II와 III에는 같은 음악이 사용되어 기악 리토르넬로의 역

할을 한다. 리오네는 이 곡의 양식이 독일 작곡가 카프리코르누스(Samuel

Friedrich Capricornus, 1628-1665)와 크리거(Johann Philipp Krieger,

1649-1725)의 영향이라고 악보집의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다.25)

<악보 6a> 제26곡 ‘오 영광스러운 공주님’, 마디1-4

25) Du Mont, Cantica sacra, LXIII. 카프리코르누스는 보헤미아 출신으로 빈에 정착하였다가 뷔르템베르크와 슈투트가르트 궁정교회의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여 17세기 중반 중요한 독일 종교음악작곡가로 자리매김 하였으며 쉬츠(Heinrich Schütz)에 이어 카리시미(Giacomo Carissimi) 등의 매우 표현적인 이탈리아적인 양식에 영향을 받은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은 당대 400곡 이상이 출판되었으며 특히 종교음악은 널리 알려지고 연주된 레퍼토리였다. https://en.wikipedia.org/ wiki/Samuel_Capricornus [2020년 2월 15일 접속]. 크리거도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중합창기법으로 많은 곡을 남긴 작곡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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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22

<악보 6b> 제26곡 ‘오 영광스러운 공주님’, 마디12-16

4성부 모테트 제28곡 ‘주님께 노래하여라’(Cantate Domino)와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는 4성부 큰 합창(grand choer)과

독창자들로 구성된 작은 합창(petit choer)의 두 종류로 구성된 이중합창기법

으로 작곡되었다. 이것은 각각 독창(solus)과 합창(omnes)으로 표기된 작은

합창과 큰 합창의 콘체르타토 양식을 가진다. 작은 합창과 큰 합창의 교대로

진행하는 이 곡은 수페리우스, 칸투스, 알투스, 바수스와 바소 콘티누오로 이

루어진 큰 합창과 성부 조합이 다양한 작은 합창으로 구성되며 시편 96장의

첫 네 절을 텍스트로 취하였다. <예5>에서 보듯이 작은 합창은 수페리우스,

칸투스, 바수스, 혹은 수페리우스, 칸투스, 알투스 등으로 성부의 조합이 변하

며, 2절 끝행과 3절 시작행에서는 두 성부씩 짝을 이루며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텍스트의 구절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작은 합창과 큰 합창이 대비를 이

루는 것을 알 수 있다. 텍스트와 작은 합창과 큰 합창 세팅은 다음과 같다(작

은 합창 섹션을 굵은 글씨로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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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23

<예5> 제28곡 ‘주님께 노래하여라’

1. 주님께 노래하여라, 주님께 노래하여라, solus (S, C, B)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를. omnes (S, C, A, B)

주님께 노래하여라, solus (S, C, A)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세상아. omnes

2.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 이름을 찬미하여라.

나날이 선포하여라, 그분의 구원을. soli (S, C

3. 전하여라, 겨레들에게 ⟶ A, B)

그분의 영광을 omnes

모든 민족들에게 그분의 기적들을

모든 민족들에게 그분의 기적들을, 기적들을.

4. 주님은 위대하시고 soli (S, C, A)

주님은 위대하시고 드높이 찬양받으실 분, omnes

찬양받으실 분, 찬양받으실 분.

1. 주님께 노래하여라, 주님께 노래하여라, soli (S, C)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를. omnes

주님께 노래하여라, soli (S, C, A)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세상아. omnes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곡은 시편 96장의 어구를 반복시키며 중요한 텍스트의

내용을 강조한다. 텍스트 절과 음악의 세팅에서 2절의 마지막 행과 3절 첫 행

사이에는 큰 합창과 작은 합창이 어긋나게 배분되기도 하였다. 큰 합창은 호

모포니와 대위적인 짜임새, 그리고 3박과 4박을 오가며 각 섹션마다 변화를

주고, 작은 합창(굵은 글씨체로 표시)은 성부 조합의 다양화로 각 섹션 사이에

음색과 음량의 변화를 가져오지만 호모포니 짜임새로 일관한다. 작은 합창과

큰 합창은 음량의 대비 외에 다양한 성부짜임새에서 오는 대비 효과도 갖는

다. 이 곡의 작은 합창은 6도 순차하행 하는 시작모티브((D-)E-D-C-B-A-G)

를 갖는다. 작은 합창이 큰 합창으로 넘어갈 때 큰 합창(omnes)은 작은 합창

(solus)과 첫 두 마디 리듬, 즉 3개의 4분음표와 부점음형을 공유하며(<악보

7a>에 ┌─┐로 표시), 이 리듬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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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7a> 제28곡 ‘주님께 노래하여라’, 마디1-7

<악보 7b> 제28곡 ‘주님께 노래하여라’, 마디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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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25

뒤 몽은 텍스트 2절의 마지막 행과 3절의 첫 행의 텍스트 ‘나날이 선포하여라

그 분의 구원을, 전하여라 모든 겨레들에게’를 대구(對句)로 처리하여 작은 합

창의 수페리우스와 칸투스, 알투스와 바수스가 짝을 이루는 대화 형식으로 세

팅하였다. 3절의 2행 ‘그 분의 영광을’부터 큰 합창으로 교대되는데 이 섹션은

호모포니로 시작하여 한 마디 간격의 모방대위적 진행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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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악보 7b>에서 보듯이 이때 마디30의 작은 합창은 앞 섹션과 같은 6도

순차하행진행을 하지만, 시작 부분에서 큰 합창과 달리 두 번째 마디의 첫 박

에 놓였던 부점이 둘째 박으로 옮겨진다(<악보 7a와 b>의 *로 표시한 부분 비

교). 둘째 박에 부점이 오는 리듬이 계속되다가 텍스트의 4절에 다시 작은 합

창과 큰 합창이 모두 첫 박에 부점이 놓이는 음형으로 돌아온다. 이 곡은 큰

합창과 작은 합창의 음량, 음색, 성부 짜임새의 대비, 작은 합창의 6도 순차하

행진행, 두 합창의 시작리듬 공유로 통일성을 이룬다. 하지만 텍스트의 절 구

분을 무시한 대구로 음악에 세팅된 대화 형식, 또 부점의 위치를 바꾸는 분위

기 전환은 성부짜임새에서 오는 대비를 능가하는 대비효과를 만들어낸다.

이중합창기법으로 쓰인 또 다른 예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는 6개의 절과

약간의 변화를 준 소영광송을 텍스트로 하며, 큰 합창과 작은 합창(omnes와

solus) 섹션 외에 독창(voce solus)섹션이 포함되어 있다. 텍스트와 성부구성

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반복되는 텍스트를 굵은 글씨로 표시).

<예6>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1. 오소서 성령이여 solus (S, BC)

오소서 성령이여, 신자들 마음속을 찾아주시어 omnes (S, C, A, B, BC)

당신이 창조하신 우리 마음에

천상의 은총으로 채워주소서.

2. 당신의 그 이름은 위로자시니 voce sola (S, BC)

높으신 하느님의 선물이시요

생명의 샘이시며, 불이시옵고,

사랑과 성령의 기름이시도다.

3. 당신이 일곱 은사 베푸시오니 solus

당신이 일곱 은사 베푸시오니, 하느님 아버지의 손가락 omnes

성부의 언약대로 내려오시어

우리 잎 말솜씨로 채워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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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27

4. 빛으로 우리 오관 비춰주시고 voce sola

그 사랑 우리 맘에 부어주시며

영원한 능력으로 도와주시어

연약한 우리 육신 굳게 하소서.

5. 원수를 멀리멀리 쫓아주시고 solus

원수를 멀리멀리 쫓아주시고 언제나 당신 평화 내려주소서 omnes

앞장서 이끄시는 당신 손길에

해로운 모든 것을 피하리이다.

6. 성령의 힘을 입어 성부를 알고 voce sola

성자도 그 힘으로 알게 하소서

성부와 성자께로 좇아나시는

성령을 우리 항상 믿으오리다.

(소영광송)

모든 영광이 성부와 omnes

주님과 같이 죽음에서 부활하신

성자께 영원히 있나이다. 아멘

이 곡은 제28곡과 달리 텍스트 절의 구분과 음악에서 합창과 독창의 세팅이

일치한다. 작은 합창은 그 텍스트가 큰 합창에서 반복되므로(<예6>에서 굵은

글씨체로 표시) 단지 큰 합창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창의 역할을 넘어서지 않

는다. 따라서 이 콘체르타토 양식의 이중합창기법은 제28곡처럼 큰 합창

(omnes) 대 작은 합창(solus)이 아니라 합창(omnes와 solus) 대 독창(voce

sola)이라 할 수 있다. 절에 따라 1, 3, 5, 7절은 합창으로, 2, 4, 6절은 독창

으로 연주되어 합창과 독창이 대비되는 섹션을 구성한다. 합창 섹션은 작은

합창의 선창에 이어 큰 합창이 호모포니 짜임새와 짧은 모방대위 짜임새로 이

어진다(<악보 8a>). 독창 섹션은 대부분 4분음표의 단순한 리듬으로 실라빅하

게 처리하여 텍스트가 빨리 진행한다(<악보 8b>). 이 텍스트의 마지막 7절은

소영광송이 약간 변화된 것인데 앞 섹션들과 다르게 작은 합창의 선창 없이

큰 합창이 경쾌한 3박의 호모포니 짜임새로 시작하여 앞 여섯 절의 4박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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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28

과 큰 대비를 이룬다(<악보 8f>). 이 부분은 5마디의 3박자 선율 후에 다시 4

박자로 돌아오며 긴 음가의 멜리즈마틱한 아멘으로 끝맺는다.

<악보 8a>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1절 합창부분, 마디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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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29

<악보 8b>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2절 독창부분, 마디13-17

<악보 8c>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합창과 독창 선율의 유사성

<악보 8d>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4절 독창부분, 마디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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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8e>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6절 독창부분, 마디64-75

<악보 8f> 제34곡 ‘오소서 성령이여’ 7절 합창부분, 마디76-82

제34곡에서 합창부분은 텍스트에 따라 약간의 선율 변화가 있을 뿐 작은 합창

과 큰 합창 모두 같은 음악(R)이 1, 3, 5절에 반복되어 나온다. 작은 합창과

큰 합창 사이에도 약간의 변형은 있지만 4도 순차상행의 선율윤곽과 리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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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1

공유한다(<악보 8a>). 또한 세 번 나오는 독창 섹션은 <악보 8c>에서 보듯이

큰 합창 섹션과 유사한 음악적 소재를 공유한다. 성부 구성이나 성부짜임새에

서 합창과 독창 섹션은 대비 되지만 <악보 8c>에서 보듯이 독창 선율은 작은

합창과 큰 합창의 시작 선율을 순서를 바꾸어 조합시킨 것이다. 또한 바소 콘

티누오도 큰 합창 섹션 바소 콘티누오의 베이스 선율에 장식(디미뉴션)이 첨가

되면서 그대로 반복된다(<악보 8a와 b>에서 ⌞」로 표시). 반면 4절의 독창 섹

션은 작은 합창의 시작선율 모티브 G-E-C-D-E-F의 4도 아래에서 조성적으

로 이도된 C-B-G-A-B-C로 시작한다(<악보 8d>). 독창의 마지막 절인 6절은

큰 합창의 시작선율 모티브를 부점리듬과 함께 시작하지만 G-C-B♭으로 반음

계적 변화를 주고 이 모티브가 한 음씩 상행하며 동형진행하여 감정을 고조시

킨다(<악보 8e>). 마지막 7절의 소영광송은 작은 합창의 선창 없이 큰 합창으

로만 나오며 <악보 8b>의 독창 선율을 부점음형의 호모포닉한 3박자로 변형

시켜 노래한다(<악보 8b와 f>). 그러나 곧 5마디의 3박자 선율 후 마디81부터

큰 합창의 음악이(<악보 8a>의 마디6-7) 반복된다. 뒤 몽은 이 쁘티모테트에

서 큰 합창과 작은 합창 사이, 합창과 독창 섹션 사이에 공유되는 선율과 리

듬적 요소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곡에 통일성을 주는 동시에 선율, 리듬, 반음

계적 변화음, 박자의 변화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또 다른 멀티섹션 구성의 곡으로 제30곡 ‘저들이 찬송하게 하소서’

(Laudibus cives)는 성베네딕토 찬미가이다. 이 곡은 4성 모테트로 독창과 2

성과 4성의 합창이 대비되는데 2성 합창(S, C, bc) ⟶ 4성 합창(S, CI, CII,

A, bc) ⟶ 독창(S) ⟶ 4성 합창 ⟶ 2성 합창 ⟶ 4성 합창의 순서로 전개된다.

여기에서 4성 합창 섹션은 반복구(R)로 같은 음악이 나오고 2성 합창 섹션도

같은 음악(A)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음악적 형식은 A-R-B-R-A-R로 그 대칭

적, 반복적 구조로 곡에 통일성을 주며, 반복되지 않는 부분은 독창 섹션(B)뿐

이다. 2성과 4성 합창의 음악이 한음을 반복하는 장단단(♩ ♪♪, � ♩♩) 리

듬으로 시작하는 점, 2성 합창 섹션의 짧은 모방대위기법과 4성 합창의 호모

포니 짜임새, 그리고 단순한 리듬과 선율진행은 프랑스 궁정노래의 영향이라

고 볼 수 있다(<악보 9b와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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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9a> 성베네딕토 찬미가

<악보 9b> 제30곡 ‘저들이 찬송하게 하소서’, 마디1-5(A)

<악보 9c> 제30곡 ‘저들이 찬송하게 하소서’, 마디22-26(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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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3

<악보 9d> 제30곡 ‘저들이 찬송하게 하소서’, 마디37-46(B)

제30곡의 A-R-B-R-A-R 형식에서 합창 리토르넬로 부분인 R섹션은 장단단

의 시작리듬, 실라빅한 호모포니 짜임새, 좁은 음역, 낭송을 위한 반복음 사용

하는데 이는 정률음악을 연상시키는 매우 프랑스적인 취향으로 쓰였다(<악보

9c>). 이 곡은 성베네딕토 찬미가 선율을 사용하였는데(<악보 9a>) 원 찬미가

의 선율을 약간 변화시키고 리듬을 붙인 “음악 평성가”(plain chant musical)

로 만들어 주선율로 사용하였다.26) 찬미가 선율 <악보 9a>의 앞부분은 2성

합창 섹션(A)의 시작선율로, 뒷부분은 4성 합창 섹션(R)의 시작선율로 사용되

었다(<악보 9a와 b> 비교).

26) 선율, 리듬, 모드 등에 변화를 주어 다성음악의 주선율로 사용하거나 포부르동으로 다성화된 평성가를 plain chant musical이라 하는데 이러한 현대화(modernization) 작업은 특히 프랑스에서 많이 일어났다. 부코프처는 이 현상을 로마 가톨릭의 세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민족적인 개혁운동이라 하였다. Bukofzer, Music in the Baroque Era, 163. 현대화된 평성가는 멜리즈마 없이 일정한 박을 붙여 만든 정량 성가로서 회중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이다. Jean-Paul C. Montagnier, “Plainchant and Its Use in French Grands Motets,” JAMS 16/1 (1998),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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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9c>의 4성 합창섹션 시작부분에서 포부르동이 나타나는데 베이스로

부터 3도와 6도 병진행을 만드는 15-16세기 즉흥연주기법의 포부르동과 달

리 여기에서는 근음위치 3화음의 병진행 형태를 띤다. 15세기 영국으로부터

유입된 포부르동은 18세기까지 시편창송, 마그니피카트, 엄숙한 축일의 미사,

성인호칭기도, 테데움 등에 사용되었던 역사가 긴 프랑스 기법 중 하나이지만

근음위치의 포부르동은 15세기말 프로톨라에서 유행했던 이탈리아의 팔조보

르도네(falsobordone) 기법과 닮아 있어 학자들은 이 기법이 오히려 이탈리

아로부터 17세기에 역유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27) 이러한 근음

위치 3화음 병진행은 17세기 후반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 1643-1704) 등 여러 프랑스 작곡

가의 음악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 곡에서 가장 크게 대비되는 부분은 반복되지 않는 독창 부분인 B섹션이

다(<악보 9d>). 이 독창섹션은 3/2박자로 A와 R섹션과 크게 대조된다. 그러

나 마디42의 반복음 D-D-D는 A와 R섹션의 장단단 리듬의 반복음 선율을 사

용하며, 그러한 면에서 다성음악에서 독창과 류트를 위한 단성음악으로 양식

이 변환되는 17세기초반 궁정노래의 특징을 드러나기도 한다. 그 후 마디42

부터의 선율은 성베네딕토 찬미가를 사용하는 큰 합창 선율과 유사하게 진행

한다(<악보 9a, c, d>의 *표시부분). ≪칸티카 사크라≫에는 이렇게 궁정노래

나 포부르동(혹은 팔조보르도네)의 호모포니 짜임새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프랑스적 취향은 구양식인 네덜란드 양식과 대비시키기 위해 프랑스 종교

음악에 전혀 무리 없이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제35곡 ‘오

생명의 양식이여’(O panis angelorum)는 독일 다성코랄 양식과 네덜란드 양

식으로 진행하다 마지막 부분인 알렐루야는 일관된 3박자 장단(◡-)리듬의 호

모포니 짜임새로 끝맺는다.

27) Deborah Kauffman, “Fauxbourdon in the Seventeenth and Eighteenth Centuries: ‘Le secours d’une douce harmonie’,” Music and Letters 90/1 (2009),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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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5

<악보 10> 제35곡 ‘오 생명의 양식이여’, 마디52-57

제38곡 ‘그리스도 나셨도다’(Christus natus est)는 멀티섹션 구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합창(viol/S/A/T/B) ⟶ 2성합창(S/B) ⟶ 5성합창(비올 포함) ⟶ 2

성합창(S/B) ⟶ 5성합창 ⟶ 독창(A) ⟶ 5성합창 ⟶ 독창(Vn/B) ⟶ 5성합창

⟶ 독창(T) ⟶ 5성합창 ⟶ 2성합창(A/B) ⟶ 합창의 순서로 전개되는 이 곡의

합창 섹션은 비올(굵은 글씨체)과 함께 5성부를 이루며 2성합창은 수페리우스

와 베이스, 알투스와 베이스의 순서로 나오고, 독창은 알투스, 테노르, 바수스

(바이올린 선택 가능한 이중주)의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여러 섹

션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 역시 리토르넬로 역할을 하는 합창과, 각

섹션이 같은 선율윤곽을 공유하는 점이다. 합창은 두 종류의 음악으로 나오므

로 이를 R과 Q로 표기하면 이 곡의 형식은 R-A-R-B-Q-B-R-B-Q-

A-R-R’-R으로 나타낼 수 있다. R과 A섹션, Q와 B섹션은 유사한 선율윤곽을

공유한다. R과 Q섹션은 3/2박자의 느린 음가로 구성된 프랑스 정률음악 양식

으로 쓰였으며 짧고 활기 있는 음형을 사용하는 2성 합창(A)과 독창(B) 섹션

과 대비를 이룬다. 또한 기악연주가 선택적이긴 하지만 성악과 기악이 함께

하는 2성, 5성 구성을 도입한 것도 새로운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뒤 몽은 ≪칸티카 사크라≫의 2, 3, 4성부 모테트에서 텍스트의 표

현을 강화하기 위한 멀티섹션 구성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다양성과 통일

성을 만들어내며 쁘띠모테트의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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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나가는 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칸티카 사크라≫에는 이탈리아 신양식의 다양한 요소

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뒤 몽이 이탈리아 음악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그가 다른 여러 나라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어떻게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화시키는지를 살

펴본 연구이다. ≪칸티카 사크라≫의 쁘띠모테트에서는 트리오 텍스처, 바소

콘티누오, 기악과 성악의 조합과 대비, 큰 합창과 작은 합창의 대비 혹은 합창

과 독창의 대비, 짧고, 반복되고, 대비되는 모자이크 같은 멀티섹션 구성, 텍

스트 단편의 반복 사용, 대화양식 등의 이탈리아 양식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네덜란드 양식, 독일의 다성코랄 양식, 프랑스의 찬미

가와 갈리아 성가, 궁정노래, 포부르동, 정률화된 평성가, 평성가(혹은 시편송)

나 오르간, 합창의 교창 등 프랑스 고유의 양식을 모두 사용하며 적절하게 조

화시켰다. 더 나아가 멀티 섹션 작품에서 선율 모티브와 리듬의 섹션 간 공유

와 다양한 조합은 당대의 이중합창기법을 넘어서 이 기법을 프랑스식으로 확

립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좁은 음역의 단순한 선율과 화성,

장단박 음형, 3박과 4박의 잦은 혼용, 호모포닉한 짜임새와 포부르동과 같은

궁정노래의 특징들을 여러 섹션 간에 다른 여러 나라의 양식들과 대담하게 조

합하고 대비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사실은 뒤 몽이 J. S. 바흐가 보

여주었던 혼합된 양식(les goûts réunits)을 이미 반세기 전에 실현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1672년 루이 14세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뒤 몽은 17세기 후반 프랑스 종

교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시기 모테트는 종교음악의 기

능뿐만 아니라 태양왕을 신격화하는 기능까지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장르로

승격되며 그는 쁘띠모테트로부터 대규모로 확장된 프랑스 특유의 그랑모테트

작곡을 시도하게 된다. 여러 나라의 양식을 프랑스의 전통과 관습과 알맞게

버무린 ≪칸티카 사크라≫의 혼합양식은 프랑스 종교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을 제시하며 절대왕정시기 종교음악의 정수이자 상징적 장르인 그랑모테트의

전형을 확립하고, 이는 륄리, 샤르팡티에, 라랑드(Michel Richard de Laland,

1657-1726), 캉프라(André Campra 1660-1744), 쿠프랭(François Coup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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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7

1668-1733),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로 이어지며 18세

기 중반까지 그 꽃을 피우게 된다.

한글검색어: 앙리 뒤 몽, 칸티카 사크라, 쁘띠모테트, 그랑모테트, 이중합창양식,

궁정노래, 멀티섹션 모테트

영문검색어: Henri Du Mont, Cantica Sacra, Petit Motet, Grand Motet,

Polychoral Style, Double Choral Style, Air de Cour, Multi-

sectional Mo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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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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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39

국문초록

앙리 뒤 몽의 ≪칸티카 사크라≫ 연구

권 송 택

앙리 뒤 몽(Henri Du Mont, 1610-1684)의 ≪칸티카 사크라≫(Cantica

sacra)는 1652년 바소 콘티누오를 포함한 악보로 최초로 인쇄된 2, 3, 4성부

쁘티모테트 모음집이다. 리에주 근처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은 그는 젊은 시

절에 네덜란드 양식과 레치타티보 양식, 바소 콘티누오 등의 이탈리아 신양식

을 경험하였다. 1643년 파리에 정착하면서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칸티카

사크라≫를 작곡하였다.

본 논문은 ≪칸티카 사크라≫의 40개 쁘띠모테트의 양식과 형식을 분석하

여 뒤 몽이 플랑드르지방에서 유행했던 여러 양식들을 공고히 하고 체계화하

여 어떻게 17세기 후반 프랑스 종교음악의 전범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보았

다. 이 모음집에서 그는 이탈리아의 신양식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다성음악, 독

일 다성코랄, 프랑스 전통의 다양한 양식들을 섞고 버무린 혼합양식(Les

goûts réunits)을 실험하였다. 특히 좁은 음역의 단순한 선율과 화성, 장단박

음형, 3박과 4박의 잦은 혼용, 호모포닉한 짜임새와 포부르동과 같은 궁정노

래의 특징들을 다른 양식들과 여러 섹션 간에 대담하게 조합하고 대비시키며

프랑스 새로운 모테트 양식을 시도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다양

한 실험의 결실로 그는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장르

인 그랑모테트의 고전적 전형을 확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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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송 택40

Abstract

A Study of Cantica sacra by Henri Du Mont

Kwon, Song Taik

Cantica sacra, a collection of motets composed by Du Mont

(1610-1684), is the first printed example in France(1652) of the

petit motet for two, three, or four voices and basso continuo. Born

near Liège, Du Mont was surely exposed in Italian stile moderne on

top of the Flemish background. With this career he wrote petit

motets in Cantica sacra after being employed as organist in Paris.

This study analyzed the style and forms of 40 petit motets in

Cantica sacra and examined how he put together the progressive

trend of the Flandre and consolidated and systematized in motet,

which became to be the canon of French religious music in the

second half of the 17th century. In this collection he experimented

Les goûts réunits by mixing and combining of diverse styles of

Flemish polyphony, German choral, and French tradition other than

Italian modernism. Particularly, it is noticeable that he audaciously

combined and contrasted the characteristic features of air de cour,

such as simple melody in narrow range, long-short syllables,

frequent changes of 3 and 4 meters, homphonic texture and

fauxbourdon, to other styles in the multi-sectional structure, and

tried to establish a new French motet style. With the result of an

experiment in the collection, Du Mont created the classic model of

the grand motet which is the most representative and symbolic

genre in the Grand siècle.

[논문투고일: 2020. 08. 31]

[논문심사일: 2020. 09. 15]

[게재확정일: 2020. 0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