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스토리텔링 place 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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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POPSIGN Media & Digital 월드 리포트 브랜드를 만드는 공간 커뮤니케이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 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인가? 우리는 태어난 순간에서 죽는 순간까지 두 가지 한계 속에서 살아 간다. 첫째는 시간(Time)이라는 제약이고 둘째는 공간(Space)의 제 약이다. 유한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양 축에서 일하고 즐기고 또 다 투며 삶을 꾸려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일생인 셈이다. 시간은 인간 이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인 반면에 공간은 적어도 우리가 선택 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비교적 열려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창조 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더 욱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창조된 의미를 통해 타 인들을 우리의 공간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Place Storytelling)’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고민에서 출발 한다. 플레이스는 우리가 살고 머무르는 장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왜 저 자는 공간(Space)이라는 말 대신에 플레이스(Place:장소)라는 표 현을 활용하는가?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장소와 공간은 마치 섹스라는 단어처럼 우리가 늘 함께 하지만 잘 이야기하지 않는 개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에 의하 면 공간이 물리적(Physical)이고 지역적(Geographical)인 개념이라 고 할 때 장소는 정서적(Emotional)이고 사회적(Social)으로 해석 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플레이스=인간화된 공간 (Humanized Space)”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만나는 곳곳의 공간들은 크고 작은 이 야기를 담고 있다. 공간은 스스로 나서서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공간에 머무르고 또 지나간 사람들에 의해서 매개되어서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되고 또 꾸며지게 된다. 예컨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1983)’의 배경으로 흔히 알려진 ‘남평역’은 “막차는 좀 처럼 오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시인의 서정적인 묘사가 없었다면 초라한 간이역으로만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집이나 직 장 근처의 초라한 골목길이 그 길을 매일 걷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 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어떤 공간이더라도 특정한 사람들에게 는 큰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어떻게 특정 공간에 의미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창조된 의미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바로 이야기(Story)를 통해 공간에 대한 널리 나눌 수 있는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이 바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지역 브랜드 개발, 지방 특성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플레이스 마케팅(Place Marketing)’ 또는 ‘스페 이스 마케팅(Space Marketing)’ 접근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시도 되고 있다. 용어는 다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특정 공간을 마케팅 을 통해 차별화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다양한 공간 활성화 의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아쉽게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필 자는 ‘공감되는 스토리’가 결핍되었거나 만들어진 스토리를 대중 에게 유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목표를 향해 기계적으로 만 들어진 전략 속에 스토리가 살아 숨쉴 여백은 없었던 것이다. 플레 이스 마케팅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단편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시각 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투자대비 수익 극대화’를 강조하 는 ‘경영/마케팅’의 관점, ‘미학적 표현’을 강조하는 ‘공간 디자인의 시카고 미시건 에비뉴(Michigan Avenue)에 자 리하고 있는 대형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조형물, 마천루로 가득한 도심에 매력을 더하 는 독특한 아이콘으로 보행자들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Place Storytelling 글·사진 | 유승철 해외 통신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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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Place Storytelling 글·사진pds24.egloos.com/pds/201204/09/15/place.pdf · 2012-04-09 · (Place Storytelling)’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78 POPSIGN

Media & Digital 월드 리포트

브랜드를 만드는 공간 커뮤니케이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 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인가?

우리는 태어난 순간에서 죽는 순간까지 두 가지 한계 속에서 살아

간다. 첫째는 시간(Time)이라는 제약이고 둘째는 공간(Space)의 제

약이다. 유한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양 축에서 일하고 즐기고 또 다

투며 삶을 꾸려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일생인 셈이다. 시간은 인간

이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인 반면에 공간은 적어도 우리가 선택

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비교적 열려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창조

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더

욱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창조된 의미를 통해 타

인들을 우리의 공간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Place Storytelling)’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고민에서 출발

한다.

플레이스는 우리가 살고 머무르는 장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왜 저

자는 공간(Space)이라는 말 대신에 플레이스(Place:장소)라는 표

현을 활용하는가?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장소와 공간은 마치 섹스라는 단어처럼 우리가 늘 함께

하지만 잘 이야기하지 않는 개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에 의하

면 공간이 물리적(Physical)이고 지역적(Geographical)인 개념이라

고 할 때 장소는 정서적(Emotional)이고 사회적(Social)으로 해석

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플레이스=인간화된 공간

(Humanized Space)”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만나는 곳곳의 공간들은 크고 작은 이

야기를 담고 있다. 공간은 스스로 나서서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공간에 머무르고 또 지나간 사람들에 의해서 매개되어서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되고 또 꾸며지게 된다. 예컨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1983)’의 배경으로 흔히 알려진 ‘남평역’은 “막차는 좀

처럼 오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시인의 서정적인 묘사가 없었다면

초라한 간이역으로만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집이나 직

장 근처의 초라한 골목길이 그 길을 매일 걷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

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어떤 공간이더라도 특정한 사람들에게

는 큰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어떻게 특정 공간에 의미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창조된 의미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바로 이야기(Story)를 통해 공간에 대한 널리 나눌 수 있는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이 바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지역 브랜드 개발, 지방 특성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플레이스 마케팅(Place Marketing)’ 또는 ‘스페

이스 마케팅(Space Marketing)’ 접근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시도

되고 있다. 용어는 다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특정 공간을 마케팅

을 통해 차별화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다양한 공간 활성화

의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아쉽게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필

자는 ‘공감되는 스토리’가 결핍되었거나 만들어진 스토리를 대중

에게 유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목표를 향해 기계적으로 만

들어진 전략 속에 스토리가 살아 숨쉴 여백은 없었던 것이다. 플레

이스 마케팅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단편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시각

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투자대비 수익 극대화’를 강조하

는 ‘경영/마케팅’의 관점, ‘미학적 표현’을 강조하는 ‘공간 디자인의

시카고 미시건 에비뉴(Michigan Avenue)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조형물, 마천루로 가득한 도심에 매력을 더하는 독특한 아이콘으로 보행자들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Place Storytelling글·사진 | 유승철 해외 통신원 ([email protected])

Page 2: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Place Storytelling 글·사진pds24.egloos.com/pds/201204/09/15/place.pdf · 2012-04-09 · (Place Storytelling)’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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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공간의 ‘스토리’를 강조했지만 전략적 뒷받침이 부족한 ‘문학

적 관점’ 모두 제한적인 접근으로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데 효과적

이지 못했다.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가치 있는 스토리

에서 출발하고 발굴한 스토리를 다듬어낸다는 면에서 문학적이지

만 발굴한 스토리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마케팅한다는 점에서 경

영적이며 또 스토리를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해낸다는 점

에서는 ‘디자인’적이다. 결국 공간에 스토리를 창조하고 전달하고

확산시켜서 공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은 스토

리의 창작자(Storyteller)와 수용자(Audience) 사이의 ‘대화’ 곧 ‘커뮤

니케이션 관점(Communication Perspective)’을 핵심으로 한다. 또

커뮤니케이션을 주축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마

케팅, 문학, 디자인의 전문성을 널리 수용하게 된다. 스토리에서 출

발한 통합적인 접근은 기존의 단편적 접근에 비교할 때 공간에 인

간적인 의미를 더하고 나아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더욱 효

과적일 것이다.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은 커뮤니티 경제 발전, 지역 마케팅, 매장 마

케팅의 일환으로 최근 들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소위 미디어 빅뱅

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특정

공간을 광고하고 홍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커뮤니

케이션 채널의 종류가 늘어나고 또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도 과

거에 비해 저렴해졌지만 매체의 도달력이나 파급력은 TV와 신문이

주름잡던 매스미디어 전성기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매체환경에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은 공간의 매력을 이야기 구조를 통해 또 구

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장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

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 인간은 스토리를 원한다.

인간의 기억은 스토리 자체이다. 우리는 스토리로 기억하고 스토리

로 살아가며 또 죽은 이후에 스토리로 기억된다. 우리는 특정 사실

(Fact)을 기억할 때 보통 스토리로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고 스토리

로 기억된 사실들은 사실의 나열보다 더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영

향을 주게 된다. 예컨대 ‘산, 나무꾼, 도끼, 산신령’ 라는 단어의 나열

을 기억하는 것 보다는 ‘산-나무꾼-도끼-산신령’의 의미를 연결해

서 산에 간 나무꾼이 도끼를 잃어버렸는데 산신령을 만났다는 이야

기 구조를 통해 접할 때 더 강력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스토리의 영향력은 성인 뿐 아니라 3~4세의 유아에게도 동일한데

일련의 유아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 역시 사실보다 스토리

에 더 주목하고 더 좋은 기억효과를 보여줬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짜임새 있고 창의력 있는 스토리는 엉성한 스토리에 비해 더 좋은

기억 및 설득효과를 보여줬다. (참고, 2004년 뉴욕 City대학 Nelson

교수의 연구). 예컨대 탄탄한 스토리 구조로 완벽에 가까운 구성력

을 자랑하고 있는 참깨 거리(Sesame Street)는 미국 PBS에서 최

초 제작한 1969년이래 현재까지도 사랑 받는 장수 어린이 교육 프

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2009년 설문에 의하면 미국 95%의 미취

학 아동들이 참깨거리를 본다고 하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참깨 거리는 방송수익에 더해서 각종 제품 라이센스 및 뮤

지컬 공연, 브랜드 협찬 등 다양한 마케팅 부가사업을 통해 대단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어린이의 눈 높이를 정확히 이해

미국의 한 비디오 대여점 주차장 벽면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평범한 비디오 대여점을 로맨스, 모험, 스릴이 함께하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연출하고 있다.

미국 PBS사의 참깨 거리(Sesame Street)의 주요 캐릭터들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마케팅/경영

문학

공간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이야기(Story)를 통해 공간에 대한 널리 나눌 수 있는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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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Digital 월드 리포트

한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기대이상의 큰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참깨거리는CTW model(The Children's Television Workshop)이라는 독

특한 시스템을 통해 각 에피소드를 제작하는데 PD, 작가, 기획자, 아동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서 워크숍을 통해 양질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스토리는 개인을 넘어서 사회를 담는 우리의 역사이며 문화이고 또 정

체성이다. 커뮤니티는 스토리를 갈구한다. 문자가 없던 고대로부터 스

토리는 크고 작은 집단을 결속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다양한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건국신화의 유사성에서 인간이 공유하

는 스토리의 기본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건국자들이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 신화(卵生神話)형태 (예: 동명성왕신화), 인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국의 영웅이 되는 신화(예: 단군신화)와 같은 전형적인 스

토리들은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역사적으로 스토리는 전

쟁과 폭력의 도구로도 활용되어왔는데 가장 극명한 사례로 양차대전

독일 나치당의 아리안 민족 전설 발굴사업을 통한 유대인 박해와 라이

프 스토리 날조를 통한 히틀러의 영웅화 작업을 들 수 있다.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삶의 기반이 되는 우리 주변의 장소들은 매우 흥

미로운 스토리들을 담고 있는데 흔히 한국 마을명의 유래는 보통 동일

지역에 살았던 선조들의 스토리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

컨대 서울 광진구에 소재하고 있는 ‘아차산’은 이조 명종대왕 당시 ‘홍

계관’이라는 뛰어난 점술가가 아쉽게도 죽임을 당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다.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점술가가 궤짝에 세 마리의 쥐가

들어있다고 예언을 했지만 궤짝에는 실제 두 마리만 있었다. 점술가가

죽임을 당하려는 순간 암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 쥐가 있었는데……

어명으로 급히 형을 멈추려고 했으나 ‘아차’하는 순간에 형장의 집행관

은 칼을 휘두른다. 삶과 죽음이 ‘아차’하는 순간에 결정된 스토리에서

유래한 지명인 ‘아차산’은 긴장(점술가의 예언이 틀림)- 긴장해소(사실

은 예언에 맞았음)-긴장(급히 형을 멈추라는 어명)-긴장해소(‘아차’하

는 순간에 죽임을 당함)라는 두 번 반복되는 ‘긴장(Tension)-긴장해소

(Tension Reduction)’구조를 통해 매력적인 스토리를 전달한다.

또 구전된 커뮤니티의 스토리는 구전 과정 동안에 매개자들에 의해

서 윤색되고 변형되면서 보완된 스토리로 재탄생하기도 하는데 때로

는 원형과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변형과 재창

조의 과정은 스토리텔링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이며 최근 블로그(Blog)

및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보편화되면서 늘어가고 있는 공동창작

(Collective Creation) 또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공유

의 흐름은 커뮤니티의 가치를 담은 스토리들을 만들고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인들의 새로운 미디어 습관이 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개개인들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소셜 네트워크의 스토리로 확

산 및 재생산하는 등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하고 있다. 특

히 소셜 미디어 중에서 위치기반 소셜 미디어(Location Based Social

Media)는 뉴미디어를 통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최대의 위치기반 소셜 미디어

인 ‘포스퀘어(Foursquare)’는 사용자가 자신의 현재 위치를 계속 갱신하

면서 친구들과 공유하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본인이 특정 장소를 방문

하고 온라인에 공유(Check-in)하면서 장소를 평가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공간에 대한 공동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확

산되게 된다.

●● 성공하는 공간에는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

위에서 스토리의 영향력과 스토리를 찾는 인간본성에 대해서 살펴보았

다. 스토리의 5대 핵심은 1. 주인공인 대상(또는 인간 또는 사물), 2. 주

인공을 제외한 대상, 3. 시간의 흐름, 4. 주인공과 대상들이 관계하는

공간, 5. 시간과 공간 속에서 주인공과 대상의 관계들(갈등 및 갈등해소

의 사건들)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좋은 소설, 영화, 게임

등의 창작물에는 공감할만한 좋은 스토리가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

다. 예컨대 압제자에 대항하는 민초들의 항쟁이라는 스토리 구조는 서

양에서는 ‘로빈후드(Robin Hood)’로 우리나라에서는 ‘홍길동’과 현대에

는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으로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유사한 구성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하는 공간은 많은 경우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플레

이스 스토리텔링은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요소 중 ‘공간’이 스토리를 이

끌어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문예 창작물의 스토리텔링과는 성격이 다

르다. 또 문예 창작물을 위해 특정 공간이 의미 있는 장소로 부각되는

경우도 많지만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

기에 전략적으로 기획된 플레이스 스토리텔링과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면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로 인해 부산의 ‘자갈치 시장’이

이슈화 되었지만 창작자가 공간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 보다는

격동기 사회 속에 인물들의 갈등을 담아내는 공간적 맥락으로 활용했

다. 또 드라마 '모래시계(1995)'의 방영 후 정동진 해안이 관광명소가 된

것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특정 공간을 의미 있는 장소로 변모시킨

좋은 사례이다. 상기 사례와 같이 지역을 주제로 한 엔터테인먼트 콘텐

츠가 흥행할 경우관광마케팅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 장기적 관

점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전략’의 결여로 콘텐츠가 시민들의 뇌리에

서 잊혀짐에 따라서 장소의 매력도 사라지는 아쉬운 경우가 많다. 물리

적 공간이 의미 있는 장소로 영원 하려면 만들어진 스토리 위에 새로

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또 더해지는 자기생산적인 열린 구조여야하며

플레이스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미국 최대의 위치기반 소셜 미디어인 ‘포스퀘어(Foursquare)’ - 스마트폰의 GPS를 통해 가입자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며 가입자는 지인들과 특정 장소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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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가 발견되지 못한 공간이라면?” 이런 무

명의 공간을 위해서는 마치 백지에 새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스토리를 새롭게 개발하고 전달해서 특정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사랑하게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1950

년대 카리브 해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작은 섬인 ‘푸에르토 리코

(Puerto Rico)’는 무명에 가까웠던 섬으로 관광지라고 불리기도 힘들었었

다. 50년대 광고회사인 오길비앤매더(Ogilvy & Mather)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무명의 섬을 이야기가 가득한 흥미로운 섬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했

다. 당시 26세였던 젊은 사진사 엘리엇 어윈(Elliott Erwitt)의 신비로운 사

진과 의문을 주는 매력적인 카피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

다. 또 다른 사례로 스페인의 작은 공업도시인 빌바오(Bilbao)는 관광과

는 거리가 먼 황량한 도시였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최고

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미술품이 아니라 미술관

그 자체를 보기 위해 빌바오를 찾고 있다. ‘메탈 플라워(금속으로 만든

꽃)’라는 별명을 지닌 미술관은 파격에 가까운 모습으로 공업도시에 이

색적인 스토리를 더하고 있다. 창의력은 이질적인 개념의 만남에서 생긴

다는 원리를 실제 공간을 통해 그대로 구연한 빌바오는 오늘도 많은 관

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에서 옥외광고의 역할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 구체적으로 공간을 이루는 스토리의 핵심인

인물(Human)과 사물(Object)이 만드는 관계 속 사건을 중심으로 공간의

물리적 구성물들인 공간의 배열(Layout), 색상(Color), 모양(Shape)에 가

치를 만들어가고 재정의하는 것이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옥외광고는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이

유는 옥외광고(전통적 광고와 디지털 광고 또 상징물을 포함함)가 공간

점유형 매체로 특정 공간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처럼 큰 공간을 점유하지는 못하지

만 일종의 상징물로서 ‘정보’와 ‘감성’을 전달하는 옥외광고는 때로는 단

순한 간판으로 또 때로는 조형물로 표현되어 공간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서울 2호선과 흡사한 일본 동경 야마노테션의 핵심 역사인

시부야역에는 개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1920년대 본인을 길러주

던 주인인 동경대 농학부 교수인 우에노 교수가 기르던 애견인 하치코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동상이다. 시부야역으로 주인을 늘 마중 가던 하치

코는 주인이 죽은 이후에도 늘 마중을 가서 주인을 기다렸고 1935년 거

리에서 방랑견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주인 마중 가기를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1934년 건립된 동상은 커뮤니티의 스토리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스토리텔러(이야기군)로 시부야역에 서정적인 가치를 더

하고 있다.

이번 호를 통해 플레이스 스토리텔링(Place Storytell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원리 중심으로 소개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플레이스 스토리텔

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기획 방법과 함께 플레이스 스토리텔링을 위

한 옥외광고의 집행방법을 알아보자. P

오길비 앤 매더사의 프에르토리코 관광 캠페인(1954년), “산 주안 문 앞의 소녀는?” 스토리가 있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무명의 섬 프에르토리코를 신비의 섬으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스페인 빌바오시의 상징물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Bilbao)

동경 전철의 핵심 역사인 시부야역의 하치코 동상, 지역의 상징으로 오늘도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히치코 개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스토리가 되었다.

스 파이더 하우스(S p i d e r House)라는 커피하우스의 사인이다. 24시간 오픈 되어 있는 카페로 학생 및 시민들로 늘 붐비는 곳인데 ‘거미의 집’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흥미롭게 디자인되어 있다. 개성 있는 사인은 점포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