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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이와 함께한 태국에서의 게으른 한 달! 아이와 함께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깨끗한 PDF 파일을 원하시거나 책자로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메일 주세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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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최준용

귀여운 보민이의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송은미의 남편.

HeyJey.com

보민아, 태국으로 놀러 가자!

초판인쇄 | 2015 년 10 월 8 일

초판발행 | 2015 년 10 월 15 일

지은이 | 최준용

펴낸이 | 김영진

펴낸곳 | (주)미래엔 (딥씨)

등록 | 1950 년 11 월 1 일 제 16-67 호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 321

전화 | 1800-8890 (대표)

팩스 | 02)541-8246

홈페이지 | www.dipsee.co.kr

E-mail | [email protected]

Copyright ⓒ 2015 최준용

딥씨(dipsee)는 내가 만드는 나만의 소중한 책, ㈜미래엔의

POD 및 포토북 출판 서비스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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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낯선 풍경과 환경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낯섦은 두려움의 낯섦이라기 보다 설렘을 동반하는

낯섦이 아닐까?

생소한 장소, 언어, 먹거리 등은 일상에 지쳐버린 우리들에게 하

나의 활력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

를 나가보았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이자 당시의 여자친구와 약 한

달간의 태국 여행을 하고 나서는 열렬한 여행 추종자가 되기도 했

었다.

결혼을 한 후에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해외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자고 약속했고 그 약속은 잘 지켜져서 홍

콩, 일본, 말레이시아 등을 1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다닐 수 있었

다. 그 모든 여행들은 정말 좋은 추억들로 남아있다.

심지어 우리는 첫 신혼 집의 전세가 만기 되는 날 전세금을 들

고 1년 정도 세계를 여행 하자 라는 당찬(무모한) 계획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여행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깨져버리고 말았다.(아니 조금 미뤄 졌다고 하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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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바로 소중한 딸 보민이가 우리에게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육아를 해 본 분들은 모두 잘 아시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

터 해외 여행, 특히 긴 시간 동안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번 한 달간의 태국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는 큰 도전이

기도 했다. 아이가 비행기는 잘 탈 수 있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현지 음식을 잘 먹을까? 아마 다들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으리라.

하지만 감히 다녀온 사람으로서 조언한다면 꼭 가 보라 말하고

싶다.

해보지 않고 미련으로 남기는 것보다 저질러 보고 후회 하는 것

이 낫다 라는 것이 내 철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련으로 남겨 괴로워하지 말고 일단 아이와 함께 떠나보자. 우

리의 여행 이야기를 보고 나면 ‘이 가족 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분명 생길거다.

한 가지 더 확실하게 단언 할 수 있는게 있다.

장기간의 여행을 아이와 함께 하고 나면 어느덧 한층 더 커버린

아이를 만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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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 짧디 짧은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행복을 만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2015년 10월 양평에서

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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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즐거웠던

태국 여행을 추억할 보민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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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1 태국에 한 달이나?

02 아시아의 유럽이라는 그 곳, 코사무이 (1~7일차)

03 태국의 최고 매력은 치앙마이! (7~25일차)

04 방콕에서 방콕하기 (25~31일차)

에필로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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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태국에 한 달이나?

“태국에 한 달이나?”

우리가 처음 태국 여행을 떠날 것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첫 반응은 모두 한결 같았다. 이제 네 살 밖에 안된 보민이에

게는 무리 라는 반응이었으리라.

사실 나와 은미 역시 상당히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2009년

에 둘이 함께 태국과 라오스를 한 달간 다녀왔던 경험이 있긴 하

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직은 오랜 시간 걸으려 하지 않는

보민이를 위해서는 유모차도 항상 가지고 다녀야만 하고 여섯 시

간이라는 짧지 않은 비행 시간도 견뎌 낼 수 있을지 여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 설고 낯선 이국 땅에서 보민이가 행여 아프기

라도 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도 하다. 엄마 아빠가 영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태국어가 되는 것도 아니니 그런 경우

가 행여 생기기라도 한다면 속수무책이 될 것이 눈에 보듯 뻔하지

않은가? (물론 외모로만 보면 나는 100% 태국 현지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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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 꿈 꿔왔던 장기간의 여행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우리

는 용기를 내야만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또 2박 3일, 3박 4

일 정도의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닌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

상을 즐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오랫동안 진행해 오던 일이 갑작스레 중단되었던 것이 이 모든

고민의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돈은 없지만 시간이라는 더 큰

선물이 주어진 것이다. 이 선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하는 물

음의 대답으로 여행을 택한 것이다.

“이 기회에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은미의 제안이었다. 우리 부부는 참으로 대책 없이 낙천적이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일자리를 잃은 나는 조금

더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또 다른 일을 찾아야만 곧

다가올 추운 겨울을 버텨 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우리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니까,

이 기회를 고민만 하며 허송세월 하느니 보민이와 함께하는 소중

한 첫 해외 여행의 기회로 삼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래, 떠나자!”

잠시 망설이던 나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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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로? 여기서 우린 금세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고 비행 시간이 그나마 길지 않은(여섯 시

간도 짧은 건 아니지만) 태국으로 목적지를 결정했다. 지난 번 여

행에서도 우린 태국의 매력에 흠뻑 빠져 한 동안 그리워하지 않았

던가.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태국의 싼 물가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이 먹고 자고 놀면서도 큰 부

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그 곳, 태국.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물가가 3분의 1 정도 수준이

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레스토랑 들은 한

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경우도 있겠지만 우린 호화생활을 즐기

러 떠나는 것이 아니니 겁먹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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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아, 태국으로 놀러 가자!”

예상대로 보민이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태국이 뭐에요?”

“응, 비행기 타고 가면 따뜻한 나라에 갈 수 있어. 거기에 바닷가

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재미있는 시장들도 구경할 수 있어.”

“태국 가고 싶다.”

“좋았어, 가자!”

너무 빨리 말했나 보다. 태국으로 놀러 가자고 꼬신 그 날 이후

로 보민이는 틈만 나면 언제 비행기를 타냐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수영 연습도 하고(바닥에 엎드려서) 몇 가지 기본적인 태국어도

가르쳐 주며 태국으로 떠날 날을 기다렸다. 보민이는 의외로 곧잘

태국어를 따라했다. 간드러진 목소리로 따라하는 걸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컵쿤카~(감사합니다)”

“팽 막, 팽 막!(비싸요)”

남은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걸까? 태국이 한창 우기

인 8월 10일 날 출국하여 9월 9일 날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았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11월을 기다리다가는 너무 진이 빠질 것 같

았기에 비가 오든 말든 우린 간다! 라는 마음으로 잡은 일정이다.

뭐 비가 오면 잠시 피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안이한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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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디를 방문할까를 결정해야 할 시간. 6년 전 우리는 방

콕과 꼬창, 깐자나부리, 치앙마이 그리고 라오스 지역을 한 달간

여행했었다. 태국이 결코 작지 않은 나라이다 보니 알뜰 여행객이

었던 그때 당시 이동 시간이 길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버스를 타고 열 시간은 기본이고 배를 타고 1박 2일간 이동을

하기도 했다. 보민이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태국 국내에서 도시간의 모든 이동은 비행기

를 이용하기로 했다. 보민이 덕에 호화로운 여행을 하게 됐군.

아무튼 이번에도 우리는 태국 남부의 아름다운 바다, 가장 좋았

던 치앙마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구상했다.

바다는 어디가 좋을까를 망설이며 끄라비, 코 사멧, 코사무이 등

을 후보로 두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최근 한국인의 신혼여행지

로 각광 받고 있는 코사무이로 정했다.

코사무이는 특히 동양 속의 유럽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휴양지이다 보니 물가가 비쌀 수 있

다고 생각해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코사무이에서 머물기로 결정.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여행의 반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방콕에서

일주일 정도를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일정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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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여행 가방을 꺼내 조금씩 짐을 싸면서 여행 전의

행복을 만끽했다. 하루하루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점점

더 신 나기 시작했다.

보민이의 태국어 실력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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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아시아의 유럽이라는 그 곳, 코사무이

2015년 8월 10일

드디어 그 날이 밝았다.

양평 집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이기 때문에 8월 9

일, 부천의 처가 댁에서 하루 머무른 후 10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오는 것이라서 면세점도 구경

하고 싶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었으나 우리에게는 보민이의 기분

을 맞춰 줘야 할 사명이 있었다!

공항 4층에 위치한 작은 키즈 카페에서 한참을 놀아주다가 비행

기 탑승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보민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뛰다시피 탑승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면세 쇼핑한 물건들

몇 개를 찾을 시간 밖에 없어 면세점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물론 뭐 구경만 할 뿐 무엇을 살 생각은 없었지만 살짝 아쉽다.

숨돌릴 틈도 없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운이 좋게도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넓은 편이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

다. 몹쓸 기억력으로 말미암아 네 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

는데 무려 다섯 시간 이십 분이 걸린다는 기장님의 방송을 듣고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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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비행 시간을 달래주기 위해 아이패드에 책들을 많이 담

아 왔지만 혹시라도 꺼내서 읽으면 보민이가 보여달라고 떼를 쓰

지 않을까 걱정되어 아예 꺼내 보지도 못했다.

두근두근

보민이는 과연 첫 비행기 탑승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것은 기

우에 불과했다. 의외로 보민이는 많이 힘들어 하지 않고 한 시간

정도 잠도 자고 엄마와 노트에 그림도 그리고 미리 준비해 간 스

티커 북을 가지고 놀며 잘 버텨 주었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면서 귀가 먹먹해 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괴롭다. 보민이 역시 귀가 이상했나 보다.

“아빠, 왜 소리가 안 들려요?”

라며 귀를 만지곤 했다. 하지만 귀가 아프다고 울거나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륙 후 몇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창 밖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

했다. 하늘에서 보는 노을은 언제나 멋지다. 그런데 이 노을이 거

의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우리 비행기가 노을이 지는 서쪽으

로 계속해서 이동하다 보니 노을이 질 틈이 없었던 거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결국엔 해가 그만 좀 따라오라고 소리치며 쏙

들어가서 밤이 되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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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현지 시간으로 밤 9시가 살짝 넘은 시간

에 도착을 했다. 짐을 찾으러 가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다. 저가 항

공이라 그런가? 하는 의심을 살짝 품어본다.

저가항공의 비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내식도 기본 제공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 허기가 진 상태였다. 일단 공항 내

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라멘과 수박주스 정

도 먹었을 뿐인데 역시 공항은 뭐든 비싸구나. 우리나라 돈으로

근 4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태국의 수박 주스를

먹어본 보민이는 그 매력에 흠뻑 빠지셨다. 역시 맛있지 보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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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비용도 아끼기 위해서 우리는 국내 통신사의 무제한 데이

터 요금제는 신청하지 않고 현지에서 여행자용 유심을 사서 은미

의 핸드폰에 장착했다. 현지 유심을 사용하면 데이터 요금제로 하

루면 사라질 비용으로 일주일을 사용할 수 있어서 훨씬 저렴하다.

대신 한국에서 쓰던 번호로는 전화나 문자가 되지 않고 따로 새로

운 전화번호가 부여되기에 새로운 번호를 알려줘야 한국의 지인들

과 통화를 할 수 있다.

일단 은미만 현지 유심을 사용하고 나는 핫스팟을 이용해 인터

넷을 쓰는 방법으로 통신비를 아끼기로 했다. 하루 만원 정도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려면 한 달이면 30만원!!

우리는 일단 첫 행선지로 코사무이를 선택했기 때문에 방콕의

또 다른 공항인 돈무앙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밤 10시가 다 되

어서 수완나폼 공항에서 운영하는 돈무앙 행 무료 셔틀버스를 타

고 첫 번째 숙소인 돈무앙 호텔로 향했다. 보민이는 끝내 버스에

서 잠이 들고 말았다.

이동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코사무이로 이동해야 한다. 꽤나 긴

여정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어쨌든! 우리는 태국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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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1일

“우리 집이 왜 이러지?”

아침에 일어난 보민이가 침대에 누워 제일 먼저 꺼낸 한 마디였

다. 보민이는 아직 태국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간단하게 호텔 조식으로 배를 채우고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돈

무앙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에 탑승할 준비를 했다. 코사무이

로 단 한 번에 가는 직항도 있지만 비용이 인천에서 태국 오는 비

용과 비슷할 정도로 비싸기에 훨씬 더 저렴한 에어아시아의 연계

교통을 이용했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한 시

간 반 정도, 마지막으로 배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동해 코

사무이에 도작하는 방법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한 대신 이동 시간

이 길고 복잡한 부분은 있다. 돈이 많다면 직항을 이용하자.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보민이에게는 가장 힘든 이동이 될 수

있을 텐데 잘 버텨주어서 너무 고맙다. 보민이는 많이 피곤했는지

버스에서는 내내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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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갈아타는 시간까지 다 하면 거의 한국에서 태국으로 오

는 시간만큼의 긴 이동 시간이었으나 비행기에서 버스로, 버스에

서 배로 갈아 타는 여정이다 보니 조금은 덜 지루하긴 했다. 대신

짐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하다 보니 그것이 조금 힘들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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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 오를 때는 차에 짐을 맡겨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를 이용했

는데 원래 비용은 5바트 정도로 써 있었는데 20바트를 받았다. 뭐

그래 봐야 한 700원 정도이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기 위해 맡겨

보았다.

마지막 배를 타고 열심히 한 시간 반 정도를 항해한 끝에 드디

어 우리는 코사무이 리파노이 항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코사무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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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무이 에서의 우리의 첫 숙소는 암 사무이 팰리스 라는 그리

크지 않은 리조트였다. 코사무이는 크고 화려하고(그리고 비싼) 호

화 리조트가 많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곳을 숙소로 정한다면 이

번 여행을 코사무이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우리는

라마이 비치에 위치한 적절한 숙소로 온 것이다.

체크인을 하니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웰컴 드링크로 준다. 정말

목이 말랐는데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서비스지만 이것 하나로 숙

소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아졌다. 직원들도 실제로 아주 친절했다.

보민이가 그 동안 그렇게 연습하던 태국식 인사를 두 손 공손히

모아가며 해 주니 귀엽다고 난리가 났다. 이럴 때 아빠들은 괜히

뿌듯하단 말이지.

입구에 작은 연못 같은 조형물이 있었는데 체크인 하는 동안 보

민이는 그 곳에서 한참을 물고기를 바라보며 놀고 있었다. 개구리

인형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아빠 이 물은 더러워요, 깨끗해요?”

“음, 약간 더러운 것 같은데?”

“개구리야 죽으지 마.”

죽지 마도 아니고 죽으지 마 라니! 여기서 다시 한 번 아빠 미

소를 발사해 준다.

우리는 일부러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잡았는데 아이와 함께 하

는 여행에 있어 수영장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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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나가면 라마이 비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수영장은 아이

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준다. 절대 잊지 말자. 수영장은 선택이 아

닌 필수다.

보민이는 역시나 짐을 풀자마자 수영장에 가서 놀자고 성화였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간 겨울왕국 튜브를 드디어 보민이가 타 보는

순간이었다. 집 앞 강물에서 미리 연습 삼아 태웠을 때는 무서웠

는지 물이 너무 차가웠는지 타지 못했는데 드디어 탔구나. 보민이

너는 실전에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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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흐린 날이라 그랬는지 조금 놀다 보니 쌀쌀했다. 게다가

저녁 시간도 다 되어서 배도 살짝 고팠다. 미리 조사해 두었던 맛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바로 인도 음식.

숙소 앞에는 작은 도로가 있고 그 도로 양쪽으로 수 많은 마사

지샵, 식당들, 기념품 가게 등이 즐비해 있다. 또 바로 앞 골목은

밤이면 라마이 나이트 플라자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상점들이 문을

연다. 숙소 근처에 이런 편의 시설들과 구경거리가 많아서 좋다.

아무튼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탄두리 나이트라는 이름

의 식당으로 향했다. 그냥 일자로 이어진 도로이다 보니 찾는 것

은 어렵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서니 실제 인도인이 반겨준다. 왠지

더 믿음이 간다. 음식도 하나하나 맛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난도 그렇고 커리는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보민이도 굉장히 잘 먹

어서 뿌듯했다.

인도인 주인은 보민이가 귀여웠는지 계속 보민이에게 장난을 쳤

고 보민이도 싫지 않았는지 잘 웃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다시 한 번 보민이의 사와디카 신공 발휘! 역시 이번에도 성공.

“베리 큐트.”

라고 하며 입이 귀에 걸린다.

저녁을 먹고 거리를 한 바퀴 둘러 보며 구경해 봤다. 역시 이

낯선 느낌! 여행이 주는 최고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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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2일

아침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여덟 시를 가리키고 있다. 보민이

도 벌써 깨서 연신 하품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 손

목 시계는 한국 시간을 보여 주는데… 그럼 새벽 여섯 시잖아!

너무 일찍 일어났지만 뭐 이미 일어났으니 천천히 숙소 조식을

먹고 나서 라마이 비치를 영접하기 위해 떠났다. 어제 밤에 잠깐

백사장에 앉아만 있다 왔으니 오늘은 제대로 바다에 들어가 놀아

봐야겠다. 해변까지는 숙소에서 걸어서 5분 남짓의 거리다.

바다에 온 보민이는 제 세상을 만난 양 신나게 놀았다. 튜브놀

이는 잠깐 하고 모래 놀이를 더 즐거워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응가가 마렵다는 보민이. 아직 변기에 응가를 하지

못하는 보민이를 위해 내가 다시 숙소로 데려와야 했다. 지난 며

칠간 큰 일을 보지 못했던 보민이라 걱정했는데 시원하게 일을 보

고 씻은 후 다시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해변으로 가서 한 차례 또

신 나게 놀았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수영장을 본 보민이는 또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며 발길을 수영장으로 돌렸다. 뭐 어쩌겠는가 보민이를 위한

여행이니 다시 한 번 수영장에서 놀아 주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

지만 아이들에게 수영장은 진리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유

모차에 타고 있던 보민이는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오전에 노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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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는지 어느덧 잠들어 버렸다. 보민이가 깨기 전에 우선 앙통

국립공원 투어를 예약했다. 코사무이 근처에 있는 곳인데 배를 타

고 이동하며 가볍게 투어를 하는 코스다. 마지막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노클링도 있어 기대가 된다. 비용은 성인 두 명 해서

총 2,600바트. 만 3세 이하인 보민이는 무료였다.

점점 배가 고파왔지만 보민이가 여전히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들

어 있어 우선 맥도날드로 가서 우리나라 매장에선 팔지 않는다는

콘파이를 하나씩 사 먹어 보았다. 달달한 연유와 옥수수 알갱이가

들어있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태국에 가면 꼭 한 번 사 먹어보자.

보민이가 깰 기미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돌아가 쉬다가

다시 나와야겠다 싶어 이동하는데 드디어 보민이가 깼다.

“밥 먹을라고 했는데.”

라고 울먹이더니 구슬프게 우는 보민이. 우리끼리 점심을 사 먹

으려다가 보민이 깨서 밥 먹는다 하면 두 번 먹어야 하지 않겠냐

며 참았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 이번엔 피자를 먹어 보기로 했다.

우리 태국 음식은 언제 먹지?

사실 보민이가 태국 음식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라

어쩔 수 없이 그나마 보민이가 먹어 본 음식들로 메뉴를 정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햇반 몇 개와 김, 멸치 등의 반찬을 준비는 해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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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난 후엔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차웽 비치에 있

는 코사무이에서 가장 크다는 센트럴 페스티벌이라는 쇼핑몰에 구

경을 가 보기로 했다. 숙소 프런트에 택시 비용을 물어 보니 500

바트를 불러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썽태우를 잡아보기로 했다.(썽

태우는 트럭을 개조한 태국의 교통 수단으로 짐칸 같은 곳에 손님

을 태운다.)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 목적지를 말하자 300바트를

달라고 한다. 아니야 아직 비싸. 한 대를 그렇게 보내고 한참을 기

다린 후에야 200바트를 부르는 썽태우를 만날 수 있었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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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처음으로 썽태우를 타 본 보민이는 굉장히 신기해 했다.

하지만 매연을 그대로 들이마시며 가다 보니 보민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타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보민이는

이미 썽태우의 포로. 이후로 썽태우 타고 놀러 가자 라는 말에 늘

함박미소를 짓곤 했다.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는 효녀

보민이.

센트럴 페스티벌에 도착해 보니 쇼핑몰 건너편에도 노점들이 줄

지어 있었다. 먼저 노점들을 살짝 구경해 주기로 했다. 이제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노점들의 상품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다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그거야 어디든 마찬가지이겠지.

노점에서 내 사랑(이젠 보민이의 사랑이기도 한) 수박 주스 하

나를 사 마시고 본격적으로 쇼핑몰 구경에 나섰다. 일반적인 우리

의 쇼핑몰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약간 트여있는 공간에 상점들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프리미엄 아울렛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건물 중간 즈음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와 회전목마가 있

었는데 놀이터에서 한참 신나게 놀던 보민이가 회전목마를 태워달

라고 우리 손을 이끌고 갔다.

“정말 탈 수 있겠어? 무섭지 않아?”

“네, 저 언니라서 하나도 안 무서워요.”

아닌 거 같은데, 너 엄청 겁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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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타고 싶다고 하니 태워보았다.

하지만!

역시 회전목마가 움직이자 마자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대성

통곡하기 시작하는 보민이. 진행요원이 당황하여 들어가 달래 보

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내가 달리는 마차 위로 용감하게 뛰어 올

라타며 달래주어야 했다. 그냥 처음부터 같이 탔으면 간단히 해결

될 문제였나?

기분이 안 좋아진 보민이가 하늘색 신발을 사달라고 해서 쇼핑

몰을 돌고 또 돌았다. 그런데 언제 사 주기로 한 거지? 너무 당당

하게 요구해서 우리가 이미 사 주기로 약속이라도 한지 알았다.

몇 군데의 신발 가게를 돌고 돈 끝에 크록스에서 팔고 있는 하

늘색 겨울왕국 신발을 사주었다. 가격이 무려 1,600바트!! 그나마

여행자 카드 발급을 받아 5%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입

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는 보민이를 보니 나까지 행복해 진다.

게다가 이번에 산 신발은 여행 내내 보민이와 함께 했으니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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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하다는 맛집인 mitra 코사무이라

는 타이 음식 레스토랑을 가 보았다. 역시 소문대로 사람들이 바

글바글 한 걸 보니 맛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태국 볶음 국수인

팟 타이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인애플 볶음밥, 새우 세 마리와

마실 것들을 사 먹었다. 오 괜히 맛집이 아니었어. 정말 맛있었다.

특히 팟 타이가 맛있던 것 같다. 보민이가 태국 음식을 자꾸 거부

해서 걱정인데 그나마 팟 타이에 있는 닭고기는 조금 먹었다. 아

무래도 가격은 살짝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위에 메뉴들을 먹

었더니 거의 1,000바트가 나왔으니. 오늘은 이래저래 돈을 많이

쓴 하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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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썽태우는 300바트를 불렀으나 시간이 늦기도

해서 그냥 타기로 했다. 보민이 유모차 위에 칫솔이 하나 있다. 이

게 뭐지? 아차! 쇼핑몰 마트에서 칫솔을 샀는데 그냥 보민이 유모

차 위에 올려두고 계산을 잊고 나온 모양이다. 이거 국제 범죄를

저질러 버렸다. 비록 12바트 짜리 칫솔 이었지만…

지금 되돌아 가서 계산을 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그렇게 스스로

에게 집행유예를 주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밤 열 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그사이 보민이는 썽태우 안

에서 잠이 들어 내가 조용히 안고 숙소에 올라가 재웠다. 첫 날도

그렇고 밖에서 잠든 상태로 침대로 눕혀도 깨지 않았는데, 정말

기쁘다. 육아하는 분들은 그 기쁨을 알 거다 아마. 드디어 자유다!

페이스북에 오늘 일들을 자랑 좀 해 볼까나, 주머니에 손을 넣

어 휴대폰을 꺼내 본다. 헌데 안 꺼내진다. 왜냐면 없기 때문이다.

어디 간 거야? 썽태우에서 흘렸나? 누가 훔쳐 갔나? 급하게 썽태

우에서 내렸던 곳으로 가 보았으나 있을 리가 없다.

12바트 짜리 칫솔을 훔친(?) 벌을 받는 걸까?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라 전화를 해 볼 수도 없는 상황. 그냥 그

렇게 보내줘야만 했다. 일단 누가 요금폭탄 맞게 할 수 있으니 분

분실신부터 하고 정지 시켰다.

정신이 혼미하다. 발 마사지라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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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3일

오늘은 앙통 국립공원 투어를 하는 날이다. 정식 명칙은 무코앙

통 국립공원으로 코사무이에서 북서쪽으로 4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데 풍경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아침 일찍 숙소로 우리를 픽업

하러 밴이 왔다.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던 보민이는 계속 칭얼댔

으나 얼른 편의점으로 달려가 야쿠르트 하나를 사와 달랠 수 있었

다. 이날 이후 매일 아침 야쿠르트 하나 먹는 것이 하나의 통과

의례가 되었다.

우리 외에 여자 둘, 남자 하나를 더 태우고 나톤 선착장으로 이

동하여 배에 올라탔다. 어느덧 배에 사람들이 가득 타자 출발했다.

배에는 바나나와 빵, 커피 등이 준비되어 있어 이른 아침 식사를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볍게 배를 채웠다.

등받이가 없는 길쭉한 의자로 되어 있는 자리가 그다지 편하지

않아 잠을 청하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보민이는 엄마에게 안겨

그나마 잠시 잠을 잤다.

출발 후 한 시간 정도를 가니 섬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첫

번째 섬에 내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니 꽤 넓은 그린 라군을 만

날 수 있었다. 계단 높이도 높고 해서 보민이는 엄마와 함께 모래

놀이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굉장히 멋있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한 번쯤 볼만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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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군을 감상하고 다시 배에 올라 점심을 먹으며 다음 섬으

로 이동했다.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스노클링은

2009년 태국 여행 때 꼬창에서 처음 접해보고 완전 반해 버린 액

티비티 중 하나이다. 이번에 태국 여행을 오면서도 ‘드디어 스노

클링을 다시 해 볼 수 있겠구나.’ 하며 두근두근 했을 정도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배는 정박했다. 오오 깨끗한 물! 멋

진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겠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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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마음을 안고 바다로 뛰어 들어보았으나 대 실망! 하나도

안보여! 물은 너무 얕아! 이게 무슨 스노클링이야! 내 인생 최악의

스노클링이었다. 앙통 국립공원 투어는 액티비티라기 보다는 그냥

그야말로 관광이었던 것이었다. 멋진 풍경들은 분명 좋았지만 약

간의 액티비티라도 있길 바랐던 내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 차라리

숙소에서 물구나무 서고 말뚝 박기 하는게 더 격렬한 액티비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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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카약을 탈 수 있는 옵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민이가

탈 리 없기 때문에 포기한 터라 제대로 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없

었다는 마음에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피곤했다. 그래도 배에 있는

가이드가 보민이가 귀여웠는지 자꾸 말을 거니 보민이가 요즘 자

주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을 보이며 웃음을 줬다. 턱을 내밀며

“방구~”

가이드는 자기 말에 반응해 주니 어쨌든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

글.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에요. 보민이의 친근감 표시랍니다.

어제 너무 많은 돈을 썼고 오늘 투어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가볍게 길거리 음식들로 해결했다. 정말 저렴하고 맛

있다. 태국은 이래서 좋다니까.

보민이는 언제 또 엄마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는데

가슴 가리는 수영복(비키니)을 사달라고 떼를 써서 또 쇼핑을 해

주셨다. 나는 잠시 근처에 있다는 여행자 경찰서를 찾아갔다. 휴대

폰 도난에 관한 레포트를 받아야 여행자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을 걸어 도착한 경찰서에서 레포트는 차

웽 비치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써야 한다고. 교통비 아까운데...내

일 숙소도 옮겨야 하니 옮기다 중간에 들르든가 해야겠다.

다시 숙소로 오는 길에 비키니를 사서 행복해 하는 보민이를 만

났다. 400바트 짜리였는데 깍고 깍아서 300바트에 샀단다. 보민이

한테는 살짝 큰데? 그래도 기뻐하는 보민이를 보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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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4일

이제 암 사무이 팰리스에서는 체크아웃하고 새로운 숙소로 넘어

가야 하는데 보민이가 어제 새로 산 비키니를 너무 입고 싶었는지

꼭 수영을 하겠단다. 그럼 체크아웃 전까지만 하는거다.

은미는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고 나는 수영장에 들어가지는 못

하고 밖에서 보민이 노는 모습을 사진도 찍으며 보고 있었는데 그

만 보민이가 물 속에서 걷다가 삐끗하며 허우적거리다가 물에 빠

져 버렸다. 보민이 허벅지 정도 되는 얕은 물이었지만 넘어지면서

물을 좀 먹더니 놀랐는지 많이 울었다. 급하게 딸기 우유를 대령

하여 달래기에 겨우겨우 성공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먹을 걸로

회유책을 시도하는 것 같네. 그런데 그게 성공 확률이 참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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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라마이 비치와는 완전 반대편인 리파노이 비치 쪽 숙소다.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코사무이로 올 때와 반대로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야하는데 배를 타는 곳이 바

로 리파노이 비치에 있는 항구라서 일부러 근처의 숙소로 옮기기

로 한 것이다.

두 번째 숙소는 바로 앞에 해변이 펼쳐져 있는 소박하지만 예쁜

think & retro cafe라는 곳이다. 아기자기 하고 참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단장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룸들이 모여있는 형국이다.

보민이도 새 숙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이쪽은 시골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왠지 양평 집에 있을 때 그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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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시원한 웰컴 드링크를 준다. 저렴한 오렌지 주스일지

몰라도 목이 타는 그 순간 건네주는 웰컴 드링크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짐을 풀고 숙소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좀 쐬며 티비도

잠깐 보다가 엎어지면 코 닿을 해변으로 가서 잠깐 모래 놀이도

했다. 물에 살짝 미역 같은 것들이 있어 더러워 보이는지 보민이

는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작은 해파리들도 떠 다니는게 보여 우

리도 들어가는 것은 포기 ㅜㅜ

숙소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해결했다. 음식은 뭐 맛은 나쁘지 않은

데 가격이 좀 비싼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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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놀다 보니 다시 또 출출한 기분이 들어 군것질이 하고 싶

어졌다. 점심 겸 저녁으로 조금 이른 시간에 밥을 먹어서 그런가

보다. 어디 군것질거리 살 곳이 있을까 싶어 숙소 직원에게 물어

보니 숙소 정문에서 직진으로 하프 킬로미터만 가면 세븐일레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오 좋아, 그럼 한 500미터란 얘기지? 가자!

거짓부렁.

가깝다고 해서 보민이 유모차도 안 가져왔는데 한 1.5킬로미터를

걸어서야 나왔다. 가도가도 안 나와서 중간에 진짜 허름한 구멍가

게가 하나 있었는데 여기선 이 가게를 세븐일레븐이라고 부르는

건가 싶어 들어가 볼 정도였다. 드디어 세븐일레븐을 영접했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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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을 만난 기념으로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마실 물등을

사고 바로 앞에 보니 학교가 보였다. 태국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

까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다. 뭐 우리네 학교와 크게 다르지는 않

은 모습이다.

잠시 학교에서 놀이기구들을 타며 놀다가 또 언제 가나, 하는 마

음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우리 숙소의 이름이 쓰인 티셔츠

를 입은 분이 사이드카를 단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간다.

‘태워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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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뛰뛰~” 진짜로 태워줬다. 우리의

속 마음을 읽으셨나요? 정말 고맙습니다!

해질 무렵에 숙소에 도착해 보니 바닷가의 일몰이 멋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가 아니고 나의

예감은 적중하여 정말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멍하니 한

참이나 일몰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해변을 걸으며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아이들

이 우리에게 “컴 인, 컴 인!” 하며 소리친다. 우리 오라는 건가?

왜 그러지?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보니 아이들이 작은 상어, 가오

리 같은걸 자랑한다. 어디서 났느냐 물었는데 유럽 쪽 아이들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바다에서 밀려들어와 주웠다고 온 몸으로 표현한

다. 이런 녀석들이 흘러 들어 온다니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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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5일

오늘은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이다! 아쉽게도 태극기는 없으므

로 마음으로 나마 해방의 기쁨을 누려본다. 말이 나온 김에 이야

기 해 보자면 태국은 단 한 번도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다.

이들은 주변국이 서구 열강의 힘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는 먼저

스스로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여 불평등 조약을 체결 함으로써 결

국 주변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식민지배를 받을 때도 자

주권을 지켜냈다. 흔히 ‘대나무 외교’라고 불리는 태국의 외교적

특징이라 한다.

아무튼 이런 뜻 깊은 날. 우리는 할 일이 없었다. 어디 걸어서 구

경 다닐만한 곳도 없는 시골이다 보니 정말 뭘 해야 할 지 모르겠

다. 이럴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그냥 하릴

없이 바다를 걷고 또 한 번 세븐일레븐을 방문하고(이런 시골 마

을 편의점에 직원이 7명이나 있어 놀랐다.) 숙소에서 티비나 보면

서 게으름을 피웠다.

내일은 드디어 치앙마이로 넘어가야 하는 날이다. 배를 타기 위

해 리파노이 선착장이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는데 어제 그 고

생을 하며 걸어갔던 세븐일레븐에서 또 더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미리 가보았더니 다행히 약 500미터만 더 가면 선착장이었다.

그냥 열심히 짐을 끌면서 걸어갈 것인가, 돈이 아깝더라도 편하

게 택시를 탈 것인가? 숙소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느냐

했더니 200바트라고 한다.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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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태국의 최고 매력은 치앙마이!

2015년 8월 16일

오늘은 우리 태국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치앙마이로 떠나는

날이다. 방콕에서 코사무이로 들어올 때와 반대로 배→버스→비행

기를 타야 하는 코스. 오늘도 역시나 꽤나 긴 이동시간이 예상된

다. 하지만 보민이 덕에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면 아마 내일에나

도착할 수 있었을 테니 이 정도야 감수해야지.

비행기 티켓을 발권 받았는데 우리 모두 자리가 따로따로다. 왜

이렇게 주는 거야!! 아무리 저가항공이라지만 딱 봐도 가족인데

참 너무 한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승무원에게 우리는 가족이고

딸아이는 어린데 모두 떨어졌다. 붙여다오. 라고 요구했는데 다행

히 승무원이 처리하기 전에 은미의 옆자리 승객이 자리를 양보해

줘서 엄마와 보민이는 함께 갈 수 있었다. 고로 난 자유?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에서의 우리의 첫 숙소인

미소네로 향했다. 참고로 공항에서 택시 표를 파는 곳이 여러 곳

인데 가격이 조금씩 다르므로 더 싼 곳에서 표를 끊는 것이 좋다.

미소네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겸 식당이다. 짐을 내려놓고 우리는 바로 삼겹살 부페를

먹었다. 하…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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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먹어 보는 한식이라 그런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아쉽게 삼겹살은 한국만큼의 고소한 느낌은 아니었으나 김치찌개

도 주고 물도 공짜고(태국에선 원래 식당에서도 물을 돈 받고 판

다.) 게다가 수정과까지 있다! 뭐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헌데 밥을 먹다 말고 보민이가 응가가 마렵다고 해서 숙소로 올

라갔는데 살짝 진 응가를 해서 새어 나오고 말았다. 아직 변기에

서 응가를 못하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구나. 침대 시트에도 살

짝 묻어서 보민이를 씻기고 그 모든 것들을 다 빠느라 한참이 걸

렸다. 언제 변기에 응가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자 응가는 응가고 밥은 밥이지. 다시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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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치앙마이의 님만해민 이라는 지역으로 태국의 청담동이

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아기자기한 카페

나 식당들, 상점들이 많아서 인기가 많다. 6년 전 치앙마이에 왔을

때는 전혀 와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저녁을 마치고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너무 늦은 건지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았다.

님만해민의 아주 유명한 핫 플레이스 중에 하나인 아이베리라는

카페에 가서 커피와 음료를 마셨는데 맛은 그다지… 그래도 카페

자체가 재미난 구경거리들이 많아 사람들도 많았고 보민이도 좋아

했다. 특히 머리 모양의 구조물은 직접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되

어 있어서 머리가 갑자기 커진 엄마 아빠의 모습에 보민이가 꽤

즐거워했다. 아, 아빠 머리는 갑자기 커졌다기 보단 원래 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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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7일

오늘은 어디를 가 볼까 하다가 님만해민에 있는 쇼핑몰인 마야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엔 키즈 카페가 있어서 보민이에게

는 아마도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100바트만 내면 평

일엔 시간제한이 없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

이 찾는 곳이다….가 아닌가? 보민이 밖에 없었다.

혼자 노니 재미가 없는지 무제한의 시간 중 채 한 시간도 놀지

않고 키즈 카페 앞 게임기들에 관심을 보였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게임들이 있어서 몇 가지를 즐겨봤는데 보민이가 정

말 재미있어 했다. 됐어! 보민이만 만족하면 된다.

마야 쇼핑몰 자체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들이 많아서 님만해민에

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장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 나는 다양한 책

들이 모여있는 아시아 북스라는 서점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예

쁜 책들을 보면 왜 이렇게 사고 싶은지. 그렇지만 언어의 장벽 덕

분에 꾹 참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상점들

도 많아서 시원하게 한참을 둘러 보았다.

점심에는 다시 님만해민의 맛집 중 하나라는 Khunmar Cusine

이라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으나 에어컨이 있

는 시원한 곳에서 먹으려면 인당 5바트씩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탕수육과 비슷한 느낌의 닭고기가 맛있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태국의 음식들은 맛있으나 양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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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양평 시골집에서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보민이에게는

마야 쇼핑몰은 아마 천국이었을 듯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

민이가 잠들어 시즌 스위트라는 디저트 카페에서 음료 하나씩 마

시며 오랜만에 무한도전을 봤다.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 놓치지

않을거에요.

저녁으로는 오랜만에 돈가스를 먹었다. MU 라는 곳이었는데 맛

은 괜찮았으나 역시나 이번에도 양이 적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태국인들은 하루에 대여섯 끼를 먹는다고 한다. 적게 자주 먹는

스타일인가 보다. 우리도 그래야 하나?

내일은 6년 만에 만나는 치앙마이 빠투 타패 근처의 숙소로 옮

기는 날이다. 빠투 타패여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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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8일

태국의 청담동으로 불린다지만 살짝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님만

해민을 벗어나 오늘은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장소라 할 수 있는 빠

투 타패 근처의 숙소로 이동한다. 태국에 여행 온 후 가장 저렴한

숙소인 반 남 싸이라는 숙소에 방문. 살짝 어둡고 빈약해 보이지

만 500바트라는 저렴한 가격에 일단 1박을 예약했다. 원래는 수

영장이 있는 숙소를 눈 여겨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방이 없다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여

행에 수영장은 필수다!

그래서 방을 잡고 짐을 풀고는 바로 근처에 람푸 하우스라는 게

스트하우스로 바로 달려가 2박을 예약했다. 수영장이 없지만 오늘

하루만 버텨보자 보민아.

치앙마이 경찰서가 머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 동안 작성을 미뤄

왔던 휴대폰 도난에 대한 레포트를 작성하러 방문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간단하게 20바

트의 수수료를 주고 작성할 수 있었다.

경찰서를 나와 구 시가지를 걸으며 이런저런 군것질을 하며 빠

투 타패(빠투는 문이라는 뜻) 쪽으로 걸어갔다. 길거리 곳곳에 노

점상들이 많다. 그래 이래야 여행 온 기분이 나지! 태국에서 유명

한 와위 커피라는 커피숍에서 커피도 한 잔 하며 서서히 빠투 타

패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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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오랜만이다, 빠투 타패야!

그 곳은 6년 전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사실상 엄청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도 아니고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곳도 아닌데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비둘기들이 득실대는 광장도 여전하고 더럽지만 물고기들이 살

고 있는 주변의 강물도 그대로다. 다만 6년 전 정말 자주 이용하

던 99바트 짜리 발 마사지 집이 없어진 것이 아쉬웠다.

보민이와 비둘기 밥을 사서 나눠 주기도 하고 넓은 광장을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비둘기가 자기 팔에 앉지 않

는다며 보민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겨우 달래서 유모차를 태워 숙

소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 우기 때라 정말 퍼 붓듯이

쏟아진다.

다리도 아프고 해서 눈 앞에 보이는 발 마사지 집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님만해민 쪽은 대부분 400바트가 넘는 비용이었는

데 이 쪽 지역은 평균적으로 200바트 정도의 비용이다. 잠든 보민

이를 옆에 두고 시원하게 발 마사지를 받았다. 코사무이에서 휴대

폰을 잃어 버린 아픔을 달래며 받은 후 정말 오랜만에 받는 발 마

사지다. 고맙게도 발 마사지 받는 동안 보민이는 깨지 않아줬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볼까? 빠투 타패 근처로 오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고 구경 다닐 곳도 많고 정말 좋다. 이번엔 나이트 바

자 쪽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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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바자로 가는 길에 또 한 번 비가 쏟아져서 잠시 Pantip

Plaza 라는 건물로 피신했다. 다양한 IT 기기들을 판매하는 곳이

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 후 나이트 바자 근처의 아누싼 시장

이라는 곳에서(그러고 보면 시장이 참 많기도 많다.) 저녁을 먹었

다. 해산물을 먹어 보고 싶어 규모가 꽤 큰 해산물 식당에 가서

바다 가재를 사 먹었는데 가격이 무려 1,700바트였다.

그런데, 크기도 작은 딱 한 마리. 으아 양도 너무 적고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 이 돈이면 우리가 일 주일은 이것 저것 사 먹을

수 있을 돈인데…아마 우리가 태국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 최악

의 음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격에 비한다면 말이지.

아쉬움을 길거리 음식들로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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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9일

반 남 싸이라는 숙소를 1박만 예약한 것은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어제 잠을 자다가 뭔가 침대로 뚝 떨어져 내 가슴을 기어가길래

도마뱀이겠거니 하고 손으로 툭 치고 그냥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엄지 손가락 만한 바퀴 벌레 한 마리가 바닥에 뒤집혀 죽

어 있었다. 그나마 입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겠지?

자 어서 빨리 수영장이 있는 그 곳 람푸 하우스로 가자!

“아빠, 수영하고 싶어요.”

“응, 지금 가는 숙소에는 수영장이 있으니까 가자마자 수영하자.”

하지만 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든 말든 우리는 수

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수영장으로 풍덩. 보민이는 역시 수영장

이 제일 좋은가 보다. 숙소도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매우 깔

끔하고 수영장도 보민이와 놀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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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최악의 숙소에 이은 숙소였기 때문인지 너무 좋다고 느

껴져서 그냥 남은 치앙마이에서의 모든 일정을 이 곳에서 해야겠

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하려 하니 아쉽게도 주말에는 방이 없다고

한다. 주말 이틀간만 다른 곳에서 지내고 다시 오기로 하여 11일

을 예약했다.

냉장고가 없다는 점과 와이파이가 다소 느리다는 점, 수건이 먼

지가 많고 흡수력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는 모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숙소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이나

음료가 가격이 정말 착하고 맛도 있어서 좋았다. 볶음밥이 60바트

였는데 웬만한 맛집들 보다 맛있었다. 내 사랑 수박 주스도 30바

트 밖에 하지 않아 길거리에서 파는 주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

았다.

신나게 수영을 즐기고 샤워를 한 후에는 우연히 알게 된 현지인

들만의 맛집이라는 mai 베이커리라는 곳에 가 보기로 했다. 케이

크들이 아주 맛있다고 한다.

치앙마이에는 버스나 전철, 택시가 없고 썽태우나 뚝뚝으로 이

동을 할 수 있다. 워낙 썽태우가 많아 굳이 버스나 택시가 필요

없겠다 싶기도 하다. 길에서 썽태우 하나를 세우고 mai 베이커리

에 가자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이야기 해보지만 대부분 고개를

젖는다. 어딘지 모르겠단다. 아 포기해야 하나?

그러나 드디어! “오, 마이야!” 하며 아는 기사 분을 만났다. 네네

거기요 거기. 우리를 그 곳으로 데려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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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마야 쇼핑몰. 갑자기 썽태우를 세우더니 다 왔다고 한

다. 아, 마이야가 마이 베이커리를 안다는 게 아니라 마야 쇼핑몰

을 말한거였다니.

“아니, 여기 말고요, 자 여기 지도에 있는 곳이요.”

“아 거기 가려면 200바트야.”

그래요. 그냥 마야 쇼핑몰 한 번 더 구경할게요. 아 달콤한 케이

크를 먹을 마음에 들떴던 마음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님만해

민에도 맛있는 케이크가 있지 않을까 싶어 매의 눈을 하고 찾아

보았다. 몽블랑이라는 카페가 보여 들어가 보니 오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많다. 그리고….맛있었다! 썽태우 기사님 감사합니다!

몽블랑에서 달달한 케이크로 기분을 업 시키고 몽놈솟이라는 토

스트 가게에서도 또 달달한 빵을 먹어 더 업 시키고는 이번에는

님만해민에서 아주 유명한 샐러드 컨셉이라는 곳에서 맛있게 샐러

드도 먹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참 많이 먹었다.

비록 원하던 곳을 찾아가지 못하며 우연히 다시 오게 된 님만해

민이지만 오히려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의 묘

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기분 좋은 우연이 아닐까 싶다.

기분 좋게 배가 부른 우리는 내친 김에 꽤 먼 거리지만 님만해

민부터 숙소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창푸악 야시장도

한 번 들러 볼 생각으로. 그리고 우연히 우리는 깟쑤언깨우라는

(이름도 어려워라, KAD라고 크게 써있음) 쇼핑몰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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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쑤언깨우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식당들도 많고 우리가 태국 여

행 중 가장 좋아했던 슈퍼마켓인 탑스마켓도 있어 뜨거운 햇빛 속

을 걸으며 지쳤던 몸을 잠시 쉬어주었다. 탑스마켓은 특히 과일들

이 아주 맛있어서 후에 망고를 꽤 많이 사먹었다. 하지만 더 사먹

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다시 걷고 또 걷다 보니 드디어 구 시가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주

는 해자가 나타난다. 해자는 치앙마이 구 시가지를 둘러싼 강물

같은 건데 이 해자를 건너 다섯 개의 성문을 통해 사각형 모양의

구 시가지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구

시가지. 신 시가지 쪽은 호텔도 으리으리한 게 많고 좀 더 현대식

이라면 구 시가지에는 사원들도 많고 아기자기한 골목이 많다. 어

디가 더 좋으냐 묻는다면…난 구 시가지가 조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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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푸악 야시장에 도착했으나 돈이 다 떨어졌다. ATM기를 찾아

근처를 한참 돌아다녀 봤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에 찾았는데

ATM기 찾는다고 너무 오래 걸어 다리가 너무 아팠다. 돈을 찾고

나서 보민이도 때 마침 잠들어 주어서 발 마사지를 받았다. 발 마

사지를 받는 도중 보민이가 깼다. 다행히 보민이는 보채지 않고

마사지 해 주시는 분들과 장난도 치며 잘 기다려 주었다. 마사지

해 주시는 분들은 보민이가 귀여웠는지 연신 엄마 미소를 보이며

보민이와 놀아주셨다. 저기, 우리 마사지에도 좀 신경을…

창푸악 야시장은 먹거리 시장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싸게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족발 덮밥과 이것저것을 사 먹었다. 맛있었다. 더

다양한 것들을 사 먹어봤어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람이 많아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마음껏 사 먹지를

못했다. 다음엔 잔뜩 사 먹어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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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0일

오늘은 치앙마이 동물원을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시

간에 차라리 한 숨 더 자기를 추천. 물론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라면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곳

이었다.

오전 아홉 시가 넘을 때까지 늦잠을 잔 우리는 그냥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오늘은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

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어디를 가고 어떤 체험을 하려는 욕심보

다는 그냥 오랜만에 타지의 낯섦을 느긋하게 느끼려는 마음이 컸

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무념무상이다. 뭘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그렇게 빈둥빈둥하다가 동물원이나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어 점심 때 즈음 숙소를 나섰다.

동물원 내에는 별다른 식당이 없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우선은

가는 길에 어제 잠시 들렀던 깟쑤언깨우에 있는 Pizza Company

라는 피자 체인점에서 피자로 점심을 해결했다. 왠지 이런 체인점

의 두터운 피자가 먹고팠다.

식사를 마치고 동물원으로 이동하여 표를 샀다. 동물원과 아쿠

아리움이 있는데 표는 따로따로 사야 한다. 우리는 시설이 별로라

는 아쿠아리움은 과감히 포기하고 동물원 표와 동물원 내를 다니

는 셔틀버스 표만 구입했다. 동물원의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반

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크기만 크지 그 속을 알

차게 채우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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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치앙마이 동물원을 나쁘게 표현한 것 같은데 사실상 다양

한 동물들이 많고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좋

은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곳이다. 특히 물개쇼나 새들의 재롱을 볼

수 있는 쇼도 있어서 순수한 동심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다

만 워낙 크고 시설이 열악해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에겐 나처럼

힘들기만 하고 새롭지는 않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을 이야

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시시하고 힘들어도 도

전해 보자.

숙소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버린 우리와는

달리 보민이는 오는 길에 한 숨 자며 체력을 비축하여 또 다시 수

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수영장에서도 언제나 보민이는 상황극을 연출, 각본, 감독하며

우리에게 배역을 정해준다.

“엄마는 재진이, 나는 보민이. 내 장난감을 뺏는 거에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호통을 치시니 열심히 연기해 주는 우

리. 가끔은…솔직히…배우를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어요. 라고 기

자회견을 열고 싶어진다.

저녁에 돌아가며 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왔는데 먼저 다녀온 은미

가 지금까지 중 제일 시원했다며 극찬을 해서 나도 급하게 가 보

았다. 발과 목, 어깨 코스가 있어 받았다. 발, 시원했다. 목, 시원

했다. 어깨, 나를 죽이려는 음모가 아닐까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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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로 나를 사정없이 꾹꾹 눌러 대는데 정말로 살려주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참

았다. 끝까지 참으니 오히려 시원했다.

돌아와서 그대로 은미에게 해 주었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죽을 뻔했다.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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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1일

주말 동안은 잠시 람푸 하우스를 떠나 있어야 한다. 근처에 숙

소 중 푸타위라는 숙소를 2박 동안 예약했다. 수영장이 없지만 이

틀 정도는 괜찮으리라. 숙소도 깔끔하고 거의 집에 가지 않는 것

같아 보여 안쓰럽기까지 했던 친절한 직원도 마음에 들었던 곳이

다. 특히 제일 마음에 든 건 나가면 바로 세븐일레븐이 있다는 사

실이었다. 태국 여행으로 세븐일레븐의 재발견을 했다.

오늘 아침도 세븐일레븐에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하고 체크아웃

하기 전까지 보민이는 또 수영장 행이었다. 나중에 시골에 내 집

을 지어 이사하게 되면 꼭 수영장을 만들어야 겠다.

“배고파, 배고파.”

“응, 보민이 뭐 먹고 싶어요?”

“아빠, 짜장면 먹고 싶어요.”

아, 보민이가 짜장면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나도 짜장면이 먹고

싶다. 바로 ‘치앙마이 중국집’을 검색해 보았다. 2009년 여행 때도

다녀온 기억이 있는 코리아 하우스, 처음 들어 보는 구룡반점, 극

찬이 이어진 고담이라는 식당들이 눈에 띈다. 모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이다.

헌데 고담이라는 식당의 사진을 보니 탕수육도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고담이라는 곳이 다른 중국집들처럼 걸어 갈 수 있는 거리

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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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데로 갈까?”

“그런데, 탕수육도 맛있어 보인다.”

“음, 이왕 먹는 거 맛있는 데로 가보자!”

그래서 다시 썽태우를 불러 세워 본다. 하지만 마이 베이커리를

알지 못했듯이 고담 식당도 잘 알지 못한다. 포기할까 하다가 혹

시나 하는 마음에 푸타위 하우스의 친절한 직원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냐 물어보았다. 다행히 150바트라

는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에 택시를 불러준단다. 정작 온 건 그냥

승용차였는데 운전 하시는 남자분과 직원 여자분 둘이 묘하게 닮

아 보이는데 동생 알바비 벌라고 부른 건가?

아무튼 이 분도 친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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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쉐이크 이스타나 호텔 (Sheik Istana Hotel)이라는 곳에서

내리니 길 건너 바로 앞에 고담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꽤 넓은 주

차장 같은 공간으로 들어서니 벌써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아셨는

지 한국인 사장님이 “어서 오세요.”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

“천천히 갈게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짜장면과 탕수육, 쫄면을 시켰다. 그 외에도 김밥부터 짬뽕, 우

동 등 한식, 중식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보

민이는 그토록 원하던 짜장면을 흡입하고 우리도 바삭바삭한 탕수

육과 매콤달콤한 쫄면을 맛있게 먹었다. 거리가 조금 있기는 하지

만 치앙마이에 와서 짜장면이 생각날 때 와 볼만한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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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를 온 보람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던 길에 에어포트 센트럴 플라자라는 쇼핑몰을

보았던 터라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구

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약 3.3 km의 거리. 뭐 한 시간 삼십 분 정

도면 갈 수 있겠지?

역시 안돼. 태국에선 한 낮에 태양 아래를 걸으면 안돼.

정말 타는 듯한 뙤약볕. 이 표현이 가장 잘 맞는 상황이었다. 유

모차에 앉아 있던 보민이 마저 엄청난 땀을 흘릴 정도였다. 이대

로는 안되겠다 싶어 1.2 km를 남기고 썽태우를 타야 했다. 그런데

그 1.2km도 상당히 한참이나 걸렸다. 걸었으면 큰일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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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에어포트 센트럴 플라자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에 땀도 식히고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씩 하며 휴식을 취했다. 뭐 언제나 그렇듯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몰이었다. Robinson 백화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헌데 이 곳에서 보민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엄마, 쉬 마려워.”

“그래, 화장실 가자.”

그렇게 엄마와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간 보민이가 잠시 후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개운한 모습으로 나왔다.

“보민아, 아빠한테 얼른 자랑하세요.”

“아빠, 저 변기에 응가 했어요.”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며 보민이가 말했다. 드디어 보민이가 변

기에 응가를 했다!! 역사적인 날이다!!

“우와, 보민아 대단해요! 정말 잘했어!”

아직 쉬야만 변기에 하던 보민이가 태국에서 응가까지 변기에

할 줄 알게 되었으니 특별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태국 여행오

기 전에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일전

에 변기에 응가하면 매니큐어를 사 주기로 약속해서 쇼핑몰을 다

뒤져보았으나 아이들 용 매니큐어는 없었다. 꼭 사줄게 보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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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니 때 맞춰 한 바탕 소나기가 또 쏟아진다. 우리

는 정말 행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 몇 차례를 제외하곤 우리가

실내에 있거나 숙소에 있을 때만 비가 왔다.

비 오는 모습을 숙소의 창 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쉬고 있는

데 이제 보니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웬 사원이 하나 있다. 태국은

불교 국가이기에 사원이 정말 많은데 특히나 치앙마이에는 우리나

라에 엄청난 교회가 있듯이 사원이 블록 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비가 그치고 나면 저 사원이나 한 번 구경 가 봐야겠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이 곳이 바로 왓 째디 루앙이라는 사원이었

다. 1411년에 세워진 사원으로 8m 짜리 입불상이 있는 본당이 어

마어마한 높이라 압권이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원래는

90m 였는데 큰 지진이 일어나 60m 밖에 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60m 밖에라니. 지금 모습만으로도 너무 웅장한데 말이지.

원래 2009년 태국 여행 때도 사원은 다 비슷비슷하고 시시한

것 같다는 이유로 거의 들르지 않았었는데 진짜 왓 째디 루앙은

너무 웅장하고 멋졌다. 특히 밤에 가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

는 사원이니 오다가다 한 번쯤은 꼭 들러보자.

왓 째디 루앙을 알게 된 후 썽태우 타고 숙소로 돌아 올 때 정

말 편했다. 이 곳을 모르는 기사는 절대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썽

태우를 슥 손을 올려 세우고는 한 마디만 하면 해결된다.

“왓 째디 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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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2일

어제 밤 많이 피곤했던 보민이는 저녁 여덟 시에 잠들었다. 그

리고 오늘 아침 여덟 시에 깼다. 열 두 시간을 잤다. 토요일인데

그냥 좀 쉴까 싶어 점심 때까지 정말 뒹굴면서 여유를 부렸다. 점

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보민이는 또 낮잠을 잤다.

우와 우리 자유다!!

라고 외쳤으나 그 자유를 우리는 보민이와 함께 낮잠 자는 것으

로 소비하고 말았다. 그래도 정말 단잠을 자서 기분이 좋다.

토요일이면 치앙마이에서는 우왈라이 거리에서 토요 시장이 열

린다. 타페 게이트의 반대 방향 쪽 문을 나서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나 체감상 중국인들이

90% 이상 되는 것 같아서(실제 그럴지도) 정말 정신이 없다. 얼마

전 방콕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 입구에는 경찰들이

가방을 검사하는 모습이다.

지난 방문 때 선데이 마켓만 가 봤지 토요 시장은 처음인데 생

각보다도 엄청 크고 사람들도 많다. 오후 여섯 시 정도에는 이동

이 수월했으나 한 바퀴 돌면서 군것질을 하고 돌아 나올 때는 보

민이의 유모차가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아예 일찍

또는 아예 늦게 방문해야 할 것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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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3일

오늘은 오전 열 시를 넘어서 일어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늦게

일어날 때가 참 행복하다. 누가 뭘 급하게 시키지도 않고 꼭 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기 때문에 그냥 눈이 떠질 때 일어난다.

아 오늘은 다시 수영장이 있는 람프 하우스로 옮기는 날이다.

“보민아, 오늘부터는 다시 수영장 있는 숙소로 간다. 신나지?”

“아빠, 저 가슴 가리는 수영복 입고 갈래요.”

결국 비키니를 입고 숙소로 가는 보민이. 보민아 왜 그러는 거

야? 수영장이 그렇게 좋아?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물론 사람

들이 “소 뷰리풀.” 이라며 귀여워 주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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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이는 수영장을 너무 사랑했다. 그대로 수영장으로 직행이다.

오늘은 6년 전 여행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추억 중 하나인 선데

이 마켓이 열리는 날이다. 그야말로 6년 만에 만나는 선데이 마켓

인 것이다. 코사무이에서 치앙마이 들어온 날이 일요일이긴 했는

데 님만해민에서 굳이 여기까지 오기는 그랬고 아직도 치앙마이에

서의 시간이 많아서 넘어갔었다.

일단 열심히 잘 돌아다니기 위해 오늘도 낮잠으로 체력 충전이

다! 보민이는 늦게 일어나서 그런지 잠을 안 자려 해서 혼자 놀고

있었다. 잠결에 보민이가 물병을 갖고 노는 소리가 들려 혹시나

다칠까 조심하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런데 그 소리가 자기를 혼내

는 걸로 알았는지 대성통곡을 한다. 덕분에(?) 보민이도 낮잠을 자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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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의 낮잠은 왜 이렇게 달콤할까?

개운하게 씨에스타를 즐기고 오후 다섯 시를 살짝 넘긴 시간에

거리로 나서 보았다. 선데이 마켓은 구 시가지 안에서 열리기 때

문에 숙소에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어제 토요 시장도 만만치 않았지만 역시 선데이 마켓이 규모가

훨씬 큰 것 같다. 어제는 구경하다가 갑자기 많아진 사람 때문에

뭔가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는 생각에 오늘 선데이 마켓에서는 먼

저 사람이 조금이라도 적을 때 이것저것 사 먹기로 했다.

보통 이런 시장이 열릴 때 사원 내에서 먹거리들을 식당처럼 판

매하곤 한다. 근처 사원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맛있는 음식들을

정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떡갈비 스타일의 돼지고기 꼬치, 옥수수 튀김, 치킨, 스테이크,

주스 등등을 신나게 사 먹으며 한 바퀴 돌아보고 숙소로 여덟 시

정도에 돌아왔다.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나가서 또 이것저것 사

먹었다.

그냥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가도가도 끝이 없고 구 시가지 이

골목 저 골목이 전부 다 시장이 되어버리는 치앙마이의 선데이 마

켓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 주엔 더 알차게 구경해

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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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4일

지난 번 방문에 실패했던 마이 베이커리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오토바이를 빌려 직접 찾아가 보는 걸로.

아무래도 보민이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오토바이는 빌

릴 생각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실제 여기 사람들은

오토바이 한 대에 온 가족이 다 타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

다. 또 2009년에 깐자나부리를 여행할 때 오토바이로 왕복

120km를 달려 에라완 폭포에 다녀왔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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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빌리기 위해선 여권이 필요했다. 여권을 맡기고 빌

렸다가 반납할 때 돌려 주는 시스템. 치앙마이에서는 대부분 200

바트 정도면 24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출발!

“보민아, 재미있어?”

“네.”

겁 많은 보민이는 이상하게 이런 저런 탈 것에는 겁이 없고 오

히려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처음 타 본 비행기도 잘 탔고 썽

태우를 탈 때 마다 즐거워 하는 거겠지만.

우리 역시 뭔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며 오토바이를 빌리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차들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워낙 오토바이가 많

아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오토바이에게 양보를 잘 해 주는 편이니

자전거만 탈 줄 안다면 오토바이를 빌려 여기저기 다녀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다.

구글 지도를 통해 북쪽으로 한창을 달리던 우리는 도로에서 단

속중인 경찰을 만났다.

“응?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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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아무 제약 없이 오토바이를 빌려 탔었던 기억이 있었기

에 헬멧만 잘 쓰면 된다 라고 생각했던 우리였다. 그런데 운전 면

허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숙소 가방에 있었다.

“운전 면허증이 없어요.”

그럼 여권은 있냐고 한다. 여권은 당연히 없다. 오토바이 빌릴

때 주고 왔는걸. 갑자기 경찰이 앞 쪽으로 가라고 하더니 또 다른

경찰이 면허 없으면 1,000바트의 벌금을 내야 한다며 내용이 적

힌 종이를 보여준다. 그러더니 이내

“나에게 돈을 주면 보내주지.”

라며 500바트를 요구한다. 우리는 계속 몰랐다, 그리고 돈도 없

다(물론 있긴 했지만)라고 하면서 버텨보았지만 막무가내로 오토

바이 열쇠를 빼서 “그럼 열쇠 내가 가져간다?” 라며 협박을 했다.

200바트 밖에 없다고 하니 엄청 화를 내더니 그거라도 내 놓으라

며 돈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굉장히 인심 쓰듯이 이제 가보라며

보민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까지 했다.

이번 여행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이후 가장 큰 사건이 아니었

을까 싶다. 강압적인 경찰의 모습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사실상 이번 여행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

아 정보와 준비가 부족했던 우리의 탓이었다. 태국에서는 여행자

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려면 국제 면허증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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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국제 오토바이 면허증이 있어야 한단다. 2009년 여행 때는

깐자나부리 지역이라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보니 운이 좋았을 뿐

이었다.

그 후로도 단속에 걸려 경찰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결국 법을 어긴 셈이니 우리의 잘못이

지만 이를 부수입으로 삼으려는 듯 작정하고 먼저 돈을 달라고 요

구하는 태국 경찰의 모습은 보기에 참 씁쓸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구글 맵을 통해 마이 베이커리를 찾아 갔으나

그 곳에 베이커리는 없었다. 그냥 도로 한 가운데일 뿐이었다. 그

주변 골목을 빙빙 돌아가며 두어 시간을 헤매고 이 사람 저 사람

에게 물어도 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냥 숙소로 가서 오토바이 반납하자.”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둘 다 우울한 마음으로 혹시 경찰을 또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숙소 방향으로 달렸다. 하지만 뭔가 억울한 마음에 마지막으

로 마이 베이커리의 홈페이지 속 약도를 보고 근처 VOLVO 전시

장을 구글 맵으로 찍고 가 보기로 했다.

드디어 찾았다!

내가 너 때문에 돈은 돈대로 뺏기고 기분은 상할 대로 상했다.

너 확실히 맛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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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특별하게 맛있지도 않았다. 누군가 블로그에

현지인만 가는 맛집이라며 티라미수가 맛있다고 했던 것이 오늘

우리를 이토록 고생하게 만들었다.

우울한 기분을 달콤한 케이크와 함께 날려 버리려 했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24시간을 대여

한 오토바이를 두 시간여 만에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동네만 왔다 갔다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은미가 말했지만 내 생각에 100% 단속을 할 것이라 보였다. 아

깝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 타고 다니면 계속 범법 행위를 저지르

는 거니까. 우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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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5일

이번 여행을 오며 가장 걱정했던 것이 보민이의 건강이었다. 장

염이 자주 걸리는 탓에 인천공항 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미리

장염 약과 해열제, 감기약 등등을 잔뜩 짐에 실어 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 나약한 내가 몸살을 앓았다. 어제의 사건 때문일까?

아무튼 종일 숙소에서만 지낸 하루였다. 덕분에 읽고 싶던 책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 여행

객이 다른 여행자를 배려해 숙소 로비에 두고 간 것이다. 정말 감

사합니다!

은미가 약국에 태국어로 증상들을 적어가서 약을 사 와서 먹었

으나 바로 효과가 오지는 않았다.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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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6일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몸 상태는 조금 나아졌다. 아직 머리가

아프고 살짝 어지럽긴 하지만 오랜만에 한국 라면을 먹고픈 마음

에 다 같이 코리아 하우스로 향했다. 역시 2009년 여행 때 라면

과 된장찌개 등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점원이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손가락질과 고갯짓만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이었다. 라면과 1/2 공기밥을 시켰더니 메뉴판을 손가락

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젓는다. 뭐라는 거지? 자세히 보니 아침메

뉴라고 써있었다. 그냥 라면 두 개와 보민이 미역국 한 개를 시켜

먹었다. 뭔가 살짝 기분 나쁜 의사소통인데? 물론 그 점원은 영어

나 한국어가 되지 않아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었으리라.

보민이는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미역국이 맛있었는지 밥을 말아

정말 많이 먹었다.

“보민아 맛있어요?”

“네, 더 말아주세요.”

그래도 음식은 맛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두 번 오지는 못하겠

다. 점원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뭐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니 큰

문제가 없는데 식당이 너무 시끄럽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

는데 지나다니는 차와 오토바이들 소리에 정신이 없다. 창이나 문

이 없이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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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근처 와로롯 시장으로 가 보았다. 이 곳에 싼캄팽

온천으로 가는 썽태우가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어디서 이 썽태우

를 타야 하는지 찾지를 못해 가볼 수 없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강변 쪽으로 가면 싼캄팽

핫 스프링이라 적힌 노란색 썽태우를 만날 수 있다. 간혹 싼캄팽

마을(온천과는 다른 곳이다)로 가는 썽태우를 잘못 탈 수 있으니

꼭 핫 스프링이 써 있는지 확인하자.

내일 싼캄팽 온천을 가기 위해 다시 찾아 오기로 하고 시장 구

경을 했다. 차이나 타운을 겸하고 있어 중국 간판들도 많이 보인

다.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데 낮보다는 밤이 더 볼 것이 많다

고 한다. 밤에 못 가본 것이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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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린 다시 한 번 태국에선 한 낮에 걸어

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말았다. 숙소까지 대략 이십 분

정도 거리였음에도 정말 진이 다 빠졌다. 숙소로 오자 마자 시원

한 수박 주스 한 잔을 사 마셔야 했다.

나는 아직도 몸살 기운에 머리가 지끈거려 침대에 앉아 책을 읽

고 보민이는 엄마와 또 다시 수영을 하러 갔다. 잘 노는가 싶더니

잠시 뒤 수영장에서 보민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엄마에게 혼난

모양이다. 수영장으로 내려가 보민이를 달래 보았다.

“보민아 아빠랑 산책 갈까? 수박 주스 사 줄게.”

몸은 힘들지만 나의 몸살로 거의 보민이를 혼자 도맡아야 했던

은미에게 잠시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훌쩍.”

그 와중에도 소신을 발휘하는 보민이다. 100바트 정도면 나도

커피 한 잔 할 수 있겠지 하고 나갔는데 보민이는 80바트 짜리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아 더 갔고 나올걸.

최근 하늘색에 빠져있는 보민이는 그저 하늘색이라는 이유로 민

트 맛 아이스크림을 고르더니 얼마 먹지도 않고 숙소로 들고 왔다.

그러더니 엄마에게 선심 쓰듯 주었다. 한동안 엄마에게 삐쳐 있던

보민이가 은근슬쩍 화해를 시도하기 위해 맛 없는 아이스크림을

엄마에게 떠 넘긴 게 아닐까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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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7일

왠지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다섯 시까지 혼자 놀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열 시가 되어서야 모두 일어나서 또 다시 침대에서 뒹굴

거리며 게으름을 피웠다. 싼캄팽 온천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는

데 이러다 보니 또 마냥 귀찮아진다. 그래도 지난 며칠간 정말 그

냥 일상 같은 시간을 보냈으니 한 번 가 보자! 하는 마음에 무거

운 엉덩이를 들고 나갔다.

어제 미리 봐두었던 싼캄팽 온천 행 썽태우를 탈 수 있는 곳으

로 이동하여 올라 탔는데 평일이라 온천 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우리와 두 분 정도의 손님만 있었다.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

였는데 인당 50바트라는 저렴한 가격. 게다가 보민이는 무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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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골길을 한참 달려 드디어 온천에 도착했다. 입장료가

있는데 그것마저 보민이는 무료였다. 심지어 온천 내 수영장도 보

민이는 무료. 만 3세 이하는 웬만해선 무료인 태국의 정책은 아주

마음에 든다.

싼캄팽 온천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꽤 넓은 면적에 잘 꾸며

져 있는 공원 같은 분위기를 풍겼고 곳곳에 무료로 족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현지인들도 나들이 삼아 많이 방문하는 것 같

았다. 1인 또는 가족 단위의 온천 욕실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우리

는 무료 족욕과 미네랄 워터풀을 이용했다. 여기 와서도 수영이다!

달걀과 메추리알을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파는데 이걸 사서 정

말 펄펄 끓는 온천수에 잠시만 담가두면 맛있는 간식거리로 변신

을 한다. 가격도 20바트로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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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왔으면 정말 후회 할 뻔 했다. 돗자리라도 있으면 그늘에 깔

아 놓고 한참을 쉬다 가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특히 수영장에서

노는걸 가장 좋아하는 보민이에게 미네랄 워터풀은 최고가 아니었

을까 싶다. 뽀얀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 보니 우리도 왠지 피부

가 좋아지는 기분도 들어서 한참을 수영을 즐겼다. 평일에 오니

사람도 많지 않아 한적해서 더 좋았다.

그런데 우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두 시간 정도를 놀고 다시

썽태우를 타러 나왔다. 막차가 네 시 삼십 분에 있다고 해서 조금

더 일찍 타고 가야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차가 아니라 유일한

차였나 보다. 두 시간을 밖에서 썽태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싼캄

팽 온천에 가거든 반드시 네 시 정도까지는 신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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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8일

여행이 길어질수록 여행이 아닌 일상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런

데 이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꼭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

니거나 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보민이를 위해 다시 한 번 마야 쇼핑몰의 키즈

카페로 출동! 이번에는 보호자 1인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프로

모션을 해서 내가 같이 들어가서 놀아 주었다. 그 사이 엄마는 잠

깐 홀로 쇼핑몰 구경.

그런데 이번에도 많이 놀지도 않았는데 바깥쪽 게임에 관심을

가진다. 보민아 평일은 시간 무제한인데 자꾸 한 시간도 안 놀면

아깝잖아 ㅜㅜ

보민이를 위한 날이니 하자는 대로 해 주었다. 그냥 이렇게 여

유롭게 보내는 하루가 참 좋지 아니한가.

한참을 쇼핑몰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타패 광장에서

시장이 열렸다. 정말 시장의 천국이 아닌가 싶다. 특히 먹거리들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미 일식 식당에서 돈까스와 우동으

로 저녁을 먹고 온 터라 구경만 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내일은 또 뭘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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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9일

다시 토요일이 찾아왔다. 오늘은 우왈라이 토요 시장에 가지 않

기로 했다. 뭐 똑같을 테니까…

그냥 숙소에서 빈둥거리기, 수영하기, 낮잠자기를 실천하며 하루

를 보냈다. 낮잠을 잘 때는 마침 비가 쏟아졌다. 타이밍 GOOD.

어둑해질 무렵 어제 봤던 타패 광장 야시장에 들러 각자 팔찌

하나씩 사고 나이트 바자 쪽으로 가서 작은 캐리어 가방을 하나

샀다. 선물을 사도 넣어갈 가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1600바트를

불렀으나 깍고 깍아 1200바트에 구매할 수 있었다. 뿌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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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0일

마지막 선데이 마켓이다. 이제 며칠 후면 마지막 목적지인 방콕

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나 오전 내내 뒹굴 거리

기만 했다. 오후엔 또다시 낮잠. 이제 이 생활이 익숙해 지려 하네.

선선해질 무렵 천천히 마지막 선데이 마켓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다. 보민이의 어린이 집 친구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찾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귀여운 코끼리 열쇠고리를 발견!

“보민아 예쁜 걸로 직접 골라봐, 친구들 선물로 사자.”

“이거랑 이거요.”

열심히 직접 10개 정도의 열쇠고리를 고르는 보민이 모습이 사

뭇 진지하다. 요 며칠 가끔 어린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걸 보면

보민이는 살짝 지겨워지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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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골라온 선물들을 숙소에 와서 누구에게 무엇을 줄지 보

민이가 직접 골라주었다. 이 선물들 받으면 기뻐하려나?

한국을 떠나 온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어린이 집 친구들

과 선생님들 이야기를 자주 하는걸 보면 보민이가 대견해 보이기

도 한다. 그만큼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선데이 마켓이기에 선물할 것들을 이것저

것 많이 샀다. 나도 코끼리 바지와 코끼리 민소매 티를 샀는데 정

말 시원하고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사서 입고 다닐걸 그랬어.

선데이 마켓이여 이젠 안녕.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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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1일

게으름이 극에 달했다. 오늘은 아예 열두 시가 넘어서 잠에서

깼다. 늘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서 “아빠, 아침이에요.” 라고

우리를 깨우던 보민이마저 이젠 게으름뱅이 여행자 가족으로서 손

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좀 고급스러운(?) 점심을 먹어보고자 다시 한 번 깟쑤

언깨우로 가서 시즐러에서 스테이크와 샐러드 바를 먹었다.

보민이와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텔레비전도 좀 보고 역시 또 수

영장에서 놀았다. 은미는 두 시간에 300바트 밖에 하지 않는다는

마사지샵을 찾아가 마사지를 받고 왔다. 드디어 발 마사지만이 아

니라 타이 전통 마사지도 받아본 것. 나의 아픔을 너도 느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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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에게 안기며 이런 애교를 보여주는 보민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근데 아빠랑 놀면서 엄마 어디 갔냐고 한 번

도 물어보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저녁에는 다시 한 번 한국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치앙마이에는

적지 않은 한국 식당들이 있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던 마포가든이

라는 곳에 가 보았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고등어구이를 시켜 먹

었는데 보민이는 생선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찌개 종류는 살

짝 내가 생각했던 맛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두 그릇을 뚝딱 비워냈

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유모차에서 살짝 잠들었다가 식당에서

깬 보민이가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 열한 시가 되어서 산책을 가

자고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아빠 잠이 안 와요, 청소기가 잠을 빨아 들였나 봐요.”

너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낸다 보민아.

늦은 밤 치앙마이 구 시가지 골목들을 산책했다. 약 스무 마리

의 바퀴벌레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보민이와 둘이 얼

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르겠다. 숙소 로비에서도 부녀가 한참 대화

를 나눈 끝에 새벽이 되어서야 보민이는 겨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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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트래킹 투어도, 짚라인 투어도 모두 불가능하다. 혼자라도

짚라인 투어를 할까 했지만 혼자 하는 투어가 즐거울까 싶어 그만

두었다. 뭐 그렇다고 보민이를 원망한다는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의 지겨운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렇게 그냥 일상처럼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역시나 숙소 수영장에서 놀고, 낮잠을 자고, 타패 광장 근처 스

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광장에서 뛰어 놀고, 저녁으로 베

트남 음식을 먹으러 꽤 먼 곳까지 걸어서 다녀오고. 한 번 더 발

마사지를 받았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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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일

“보민아 이제 치앙마이는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은 방콕으로

떠날 건데 마지막으로 치앙마이에서 뭐 하고 놀까?”

“음, 키즈타페!”

아직 발음이 정확하진 않은 보민이는 마야 쇼핑몰의 키즈카페가

또 가고 싶었나 보다. 그래 또 가자! 오늘도 실컷 놀고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

점심때가 좀 지나서 썽태우를 타고 다시 마야 쇼핑몰로 향한다.

너무 자주 와서 이젠 그냥 동네 쇼핑몰 같은 느낌이 든다. 마야

쇼핑몰 안에는 푸드코트와 비슷한 느낌의 저렴한 메뉴들을 파는

식당가가 있는데 그 곳에서 35바트, 40바트 정도의 저렴한 음식들

로 점심을 해결했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인 마야 쇼핑몰의 키즈카페인 마야 판타지아.

지난번에 어른 한 명은 프리 였는데 오늘은 돈을 받네. 뭐 30바트

밖에 안되니까 오늘도 보민이랑 같이 놀아줘야겠다. 엄마랑 잠깐

놀고 아빠랑 잠깐 놀고. 보민이도 마지막 키즈카페 방문이란 걸

알았는지 다른 때 보다 오래, 그리고 즐겁게 놀았다.

한국에 가면 또 키즈카페에 데려가 줄게, 걱정 마 보민아.

다이소에서 파는 60바트 짜리 왕관과 귀걸이 사주니 입이 귀에

걸린 보민이.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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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방콕에서 방콕하기

2015년 9월 3일

정들었던 치앙마이를 떠나 방콕으로 간다.(정들만큼 오래 있긴

했다.) 방콕은 사실 6년 전 여행 때도 제일 적게 머무른 곳이다.

그냥 경유지 같은 느낌으로 남부의 섬으로 가기 위해, 깐자나부리

에 가기 위해, 파타야로 가기 위해…거의 지나치다시피 했다.

오로지 방콕을 방문하기 위해 태국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

도로 매력적인 도시지만 왠지 모르게 나와 은미에게는 뭔가 답답

하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치앙마

이와 다르게 방콕의 일주일이 길게 느껴진다. 여행의 막바지기에

조금 지치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 지난 여행에서 워낙 제대로 돌아 보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여기저기 다녀보자, 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날아서 방콕에 도

착했다. 바로 게이트를 빠져 나와 택시를 잡고 우리의 첫 번째 숙

소 이름을 대 보는데 첫 번째 택시는 승차 거부! 다행히 두 번째

만에 탑승할 수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차가 막힐거라며 고

속도로로 가겠다고 한다. 뭔가 의심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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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 막힌다. 고속도로를 타지 않았으면 도로 위에서 많

은 시간을 허비할 뻔. 고속도로 이용 시에는 통행료를 승객이 부

담해야 한다. 50바트의 통행료와 200바트 정도의 택시비가 나왔다.

우리의 첫 숙소는 스쿰빗에 위치한 파크 플라자 호텔 이라는 곳

이다. 체크인 후 짐을 풀고 잠시 담배 하나 태우러 내려오니 직원

하나가 살갑게 말을 걸어 온다.

“어디에서 왔어요?”

“치앙마이에 있다가 왔어요.”

“아 태국 사람이에요?”

“아, 아뇨 한국에서 왔어요.”

“Oh, you looks like Thai people.”

내가 정확히 들었어! 내가 영어를 완벽하게는 못해도 이건 정확

히 들었다고!

그렇다. 나는 태국인에게 태국인 같이 생겼다고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뭐, 나도 인정한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터라 잠깐 쉬다가 저녁을 해결하

러 나가보기로 했다. 이 호텔에서는 근처 아속역 까지 뚝뚝으로

무료로 태워다 준다. 그래서 쭈뼛쭈뼛하며 아까 나를 태국인으로

인정해준 직원에게 태워 달라 했다.

딱 30초 만에 도착했다. 태워달라 하기도 민망한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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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아속역은 참 가까웠다. 그리고 아속역에서 이어진 터

미널21 이라는 쇼핑몰로 저녁을 먹으러 가 보았다. 이름부터 터미

널21 이더니 쇼핑몰 자체가 공항을 통해 세계의 유명 장소들을

여행하는 듯한 컨셉으로 만들어져 있다.

피어21이라는 푸트 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격이 굉장히 저

렴한데 맛은 뛰어나지는 않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비를 잔뜩 맞으며 걸어오는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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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4일

자 방콕에서 일단 무조건 가 보자 하는 곳은 바로 아시아티크와

짜뚜짝 시장이다. 아시아티크도 시장이라 할 수 있으니 둘 다 시

장이네. 태국엔 정말 시장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우선 아시아티크에 가 보기로 했다. 오픈 시간이 저녁

다섯 시라서 일단 오전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놀기로 했다. 또 수

영장이다. 몸이 은근 좀 불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도 치앙마

이 때와 다르게 호텔 수영장이라 8층에 있어서 색다른 느낌은 들

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수영장 중 가장 큰 수영장이었다.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신나게 수영을 하고 호텔 바로 옆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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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m(손바닥?) 이라는 식당이었는데 제대로 된 파인애플 볶음밥

과 치킨 요리, 수박 주스와 망고 주스 모두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

고 주스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서양 아저씨가 은미에게 오더니 만화경을 주며 보민이에게 보여주

라고 만화경 보는 법을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해 주

었다. 저희도 볼 줄 알아요 ㅎㅎ

보민이도 신기한 듯 재미있게 만화경을 들여다 보았다.

“이제 아빠랑 돌려 드리러 가자 보민아. 땡큐라고 인사하면 돼.”

“아빠가 해요.”

라며 쭈뼛쭈뼛 내 뒤로 숨는 보민이. 커다란 서양 아저씨가 아

직은 무서운가 보다. 그런데 그 분은 돌려줄 필요 없다고 아이들

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비록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그 마음에 너무 감사했다. 보민이도 마지막엔 수줍게 두

손 모아 “컵쿤카.” 하며 인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했다. 보민이에

게 재미있는 장난감이 하나 생겼네. 이런 사소한 친절 하나가 여

행을 참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름 모를 푸근한 인상의 서양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만화경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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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숙소로 돌아와 아시아티크가 오픈 할 시간까지 여유

가 있어 산책이나 할까 했지만 비가 온다. 그렇다면? 낮잠이다. 보

민이가 이번 태국 여행을 다녀온 후 키도 그렇고 여러모로 많이

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낮잠을 푹 잘 자서 그런 것은 아

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창 잘 자고 있는데 호텔 방의 전화기가 울린다. 은미가 받더

니 처음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뜬금없이,

“여보세요?”

라고 한국말로 받는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 튀어

나온 모양이다. 옆에서 얼마나 웃겼는지 ㅋㅋ 우리 방 청소를

아직 못했다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 저희 곧 나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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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티크로 가기 위해 아속역에 가서 표를 샀다. 전철표는 우

리 나라처럼 기계로 살 수 있게 되어 있는데(다행히 매표소에서

살 수도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동

전만 가능한 기계였다. 동전이 부족해서 FAIL! 다시 줄을 서서 지

폐도 가능한 기계에서 표를 샀다. 시암역에서 한 차례 갈아 타야

했는데 내리자 마자 반대편에 차가 왔다.

“은미야, 저거 타면 되는 건가?”

“어어, 얼른 타자!”

그 말만 믿고 얼른 뛰어서 올라 탔다. 그런데 그 때 다급하게

들려 오는 말.

“아니다! 그거 아니야!”

그 순간 문은 닫히고 있었고 보민이는 아빠가 가 버렸다며 대성

통곡 하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창 밖으로 그 모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겐 전화도 없고 전철 표 외엔 돈도 없었다.

만약 만나지 못하고 엇갈리면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인데….생각해 보니 방 키도 나에게 없다. 나 어떡해.

한 정거장 가서 얼른 반대편 가는 전철을 타고 일부러 맨 앞으

로 가서 서 있었다. 서서히 다시 시암 역으로 들어오는데 창 밖으

로 은미와 보민이가 보인다! 다행히도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했는

지 둘 다 맨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은미와 보민이가 타고

보민이는 “아빠가 사라졌어요.” 라며 나를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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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사판 탁신이라는 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사

람들을 따라 간다. 여기서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 보트를 타면 아

시아티크로 들어갈 수 있다.

배를 타고도 은근히 한참 들어가는 곳이다. 아시아티크는 이전

에 창고로 쓰던 곳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한다. 일반적인 시장

들과 달리 현대적이고 쾌적해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을 뿐 아니

라 작은 놀이 동산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도 좋은 곳이었

다. 아무래도 물건들에 가격은 치앙마이의 토요 시장이나 선데이

마켓보다는 살짝 비싼 편이라는 것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보민이가 배 고프다 하며 우리 손을 이끌

고 들어간 인도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으나 그다지 맛이 없었다.

보민이도 난 이외엔 거의 먹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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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 마련된 작은 놀이 동산 쪽으로 가니 보민이가 4륜 오토

바이를 타고 싶은데 살짝 겁이 나는지 망설이고 있는 눈치였다.

아빠랑 같이 타보자며 설득하니 보민이도 어렵게 용기를 내어 오

토바이에 올랐다.

“보민아 재미있어?”

“네 하나도 안 무서워요.”

시원한 강 바람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나도 꽤 좋았다. 엄마가

사진을 찍어 줬으나….우리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되네 ㅋ

오토바이를 타고 대관람차 쪽으로 가니 처음엔 타고 싶다 하던

보민이가 가까이서 보니 그 높이에 무서웠는지 타지 않겠다고 했

다. 그래 고맙다 보민아. 400바트나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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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5일

어제는 아시아티크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짜뚜짝 시장이다. 아시

아티크와는 다르게 한 낮에 오픈을 하는 곳이라 일어나자 마자 짜

뚜짝 시장으로 향했다. 역시 BTS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이번에

는 갈아 탈 필요도 없이 제일 마지막 역인 모칫역에서 내리면 된

다. 어제처럼 생이별을 할 일도 없다!

짜뚜짝 시장을 찾는 것은 정말 쉽다.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어떤

전설적인 길치라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가는 그

곳으로 쫓아가기만 하면 되니 무조건 찾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로 이렇게 뜨거운 방콕의 한 낮의 태양

을 맞으며 거리를 걷는다는 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사실 오늘 그 동안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했던 제품들을 쇼핑

하려고 했는데(여러 정보를 모아 보면 짜뚜짝 시장이 가장 저렴하

다고 한다.) 이 더운 날, 한 낮에, 보민이 유모차까지 끌고 다니며

쇼핑을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

지만 그 동안의 시장들에서의 물건들보다 훨씬, 훠어어어어얼씬

질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물건이 그렇지는

않겠지 만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 가격차이도 우리 돈으로 치면 몇 백원에서 몇 천원 사이다.

도매 끊어서 장사 할게 아니라면 그냥 쇼핑하기 편한 곳에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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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권하고 싶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시장 안을 돌고 돌고 돌아

세 시간여를 괴로워하다가 우리가 찾는 물건도 못 찾고 끝내 돌아

와야 했다. 나에게 짜뚜짝 시장은 고통이라는 기억으로 점철 되었

다.

아이와 함께 하기엔 아시아티크가 훨씬 쾌적하고 좋지 않을까

싶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결국 사지 못한 선물들을 언제 또 사러

가나 하는 마음에 은미가 혼자 시암역에서 내려 다시 아시아티크

에 가서 선물 쇼핑을 하기로 했다. 그냥 어제 살 걸 그랬어 ㅜㅜ

보민이 몰래 내리느라 내가 보민이의 주의를 끌어야 했다.

“남자는 왜 수염이 나요?”

“응 남자는 여자랑 호르몬이 달라서 수염이 나는 거에요.”

이런 대화를 하는 사이 은미는 무사히 시암역에서 내릴 수 있었

다. 보민이와 나는 둘만 다시 호텔로 돌아가 잠시 낮잠을 자고 보

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세븐일레븐 표 함박 스테이크 도시락을 사

먹고 또 다시 수영을 즐겼다. 이번엔 야간 수영을 겼는데 그 사이

비가 쏟아져서 또 다른 운치를 느낄 뻔 했지만 약간 추웠다.

한참 후에야 돌아온 은미는 양 손 가득 선물 보따리를 들고 돌

아왔다. 아시아티크까지 가지 않고 시암역에 있는 시암 파라곤이

라는 쇼핑몰에서. 거기 명품 백화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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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6일

드디어 마지막 숙소다.

이번엔 일반 아파트 같은 곳이라 세간살이가 다 있고 거실과 방

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BELLE 라는 이름의 주상복합

건물인데 아무래도 태국 내 상류층들이나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곳

인가 보다. 전망도 나쁘지 않고 꽤 괜찮았지만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처럼 청소 해주고 관리 해 주는 곳이 아니다 보니 약간 불

편한 점도 있다. 우리 바로 전에는 남자들끼리 방을 썼었는지 방

한 구석 맥주캔에 엄청난 담배 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어 냄새가

좀 났다.

또 하나의 단점은…위치가 좀 애매해서 그야말로 방콕에서 방콕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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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실 가능한 시간은 오후 3시라 시간이 남아서 짐만 맡겨 두고

근처에 센트럴 플라자라는 쇼핑몰로 놀러갔다. 점심도 해결할 겸.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를 벗어나지 않고 갈 만한 곳은 이곳 센트럴

플라자 밖에 없었다.

아, 이곳은 치앙마이에서 갔던 에어포트 센트럴 플라자와 같은

계열의 쇼핑몰이라 역시나 ROBINSON 백화점도 함께 있었다.

푸트코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일본 라멘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 덕에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오랜만에 우리

모두 맛있게 먹었다.

쇼핑몰 구석구석 구경하며 다녀본다. 뭐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

도 할게 이것밖에 없네. 보민이는 서점에서 책 보느라 신났다. 뭐

한 권 사주고 싶기도 하지만….무슨 말인지 몰라 보민아. 그림만이

라도 열심히 보거라. 태국 만화가가 서울을 여행하고 낸 만화책도

눈에 띄었다.

쇼핑몰 구경은 이제 질리도록 해서 한국에 돌아가도 당분간 도

시가 그립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골 양평이 최고

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한국 프로그램이 나오는 텔레비전을 오랜만

에 실컷 봤다. 저녁이 되어 심심한데 딱히 갈 곳이 없다. 다시 센

트럴 플라자와 건너편 포츈 월드라는 곳을 구경해 보았는데…그냥

똑같다는 생각 뿐. 왠지 우리 갇힌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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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포츈 월드 앞에 길거리 상점들이 좀 있어서 아직까지는

태국 여행 중이라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TAXI’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오토

바이에 앉아있는 무리를 보았는데 오토바이 택시라고 한다. 방콕

은 정말 교통 체증이 심하디 심한데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

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목숨을 내 놓고 타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여행객

들은 그냥 바라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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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7일

카오산 로드를 가 볼까 했는데…우리 숙소에선 너무 가기가 어

렵다. 전철만으로는 갈 수 없고 전철+버스 조합이나 택시를 타야

한다는데 여행 막바지라 그런지 꼭 그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 싶

고 귀찮기 짝이 없다.

그래서 안 갔다!

우리는 마지막 숙소 역시 잊지 않고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선택

했기 때문에 오늘도 일단 수영장에서 좀 놀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수영장 중에 제일 크고도 화려한 수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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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는 우리처럼 아이와 함께 여행 온 한국 분들도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 이런 저런 제약도 많지

만 그냥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또 다른 분들을 보니 왠지 반가

운 마음도 들었다.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진다.

저녁을 먹으러 숙소 건물에 있는 라멘집을 갔는데 돈이 아깝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라면을 사서 끓여 먹는게 낫겠다. 보민이

가 어린이 세트를 보더니 혹 해서 우릴 끌고 들어간 거였기에 원

망 할 수도 없고 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어딜 가지? 결국 간 곳은 또 센트럴

플라자. 그냥 저냥 봤던 곳 또 보며 구경 좀 하다가 돌아오는 길

에 보민이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조심조심 데리고 와서 침대

에 눕혀 주려 했는데 거의 다 와서 갑자기 유모차에서 보민이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이 깨 버렸네.

이렇게 되면 또 밤 늦게까지 안 잘텐데….라고 걱정했으나 숙소

돌아와 침대로 가더니 바로 잠들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보민이가 자는 사이 또 실컷 텔레비전을 봤다. 그 동안 보고 싶

어하던 분노의 질주 7, 스파이를 봤다.

아, 너무 재미있다. 방콕에서는 방콕하며 지내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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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8일

내일이면 인천행 비행기를 타게 되니 실질적인 태국에서의 마지

막 날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오후 열두 시까지 아주

푹 잤다. 새벽에 보민이가 깨 버린 바람에 더 늦잠을 잤네.

뭐 마지막이라고 다를 건 없다. 오늘도 수영.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아 전철을 타고 시암 파라곤을 구경하

러 갔다. 그렇다. 또 쇼핑몰이다. 그래도 조금은 비싼 식당에서 꽤

괜찮은 식사를 하고 아시아 북스에 가서 책이나 한 권 기념으로

구매하려 했는데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 너무 늦게 나온 탓이다.

이건 뭐 그냥 저녁 먹으러 이 먼 곳까지 온 꼴이 되어 버렸네.

어쨌든 디저트로 일본 롤케이크를 먹었는데 내가 상상하던 크림

이 잔뜩 들어 있는 그 롤케이크가 아니라 실망. 메뉴판의 사진에

선 분명히 크림이 잔뜩 있어 보였는데, 쩝.

케이크에 딸려 나온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더니 보민이가 기분이

엄청 좋아진 모양이다. 계속 히죽히죽 웃고 다닌다. 쇼핑몰의 다른

사람들이 보민이를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정도. 몇몇 사람들은

보민이가 우다다 뛰어가고 나면 뒤를 돌아 보면서 귀엽다고 눈이

하트가 되어 한참을 쳐다 보며 엄마 미소를 짓기도 했다.

괜히 기분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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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9일

자, 오늘 밤 아홉 시 삼십 분에 우리는 인천행 비행기를 탄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조금 일찍 움직이

기로 했다.

사실 더 있어봐야 더 이상 구경 갈 곳도 없고(구경 갈 곳이 없

다기 보다는 갈 생각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공항 면세점이나 실

컷 구경할 요량이었다. 마지막으로 타는 태국의 택시. 언제나 그렇

지만 입국해서 타는 첫 택시와 달리 마지막 택시는 아쉬움을 가득

싣고 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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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며칠 동안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도 들긴 했다만 또 막상 공항에 점점 다가오니 결국 아쉬움이 다

시 고개를 내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면세점 구경도 그다지 재미도 없었다. 아직 미

처 선물을 구입하지 못한 아버지와 장인 어른, 외삼촌의 선물을

사고 이제 태국에서의 마지막 수박 주스라며 길거리에서는 2~30

바트에 사 먹을 수 있는걸 100바트 가량을 주고 사 먹었다. 정말

한 달 동안 수 십 잔을 먹었을 텐데도 언제나 맛있다.

이제 우리 진짜 가는 거야? 비행기에 올라 어두운 창 밖을 바라

보며 나는 밤새 한 숨도 못 잤다.

아.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냥 잠이 안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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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은 끝이 났다. 한 달은 생각

보다 긴 시간이구나. 더운 날씨에 한 낮엔 돌아다니기 어려울 정

도였고 마음 먹고 찾아간 식당에서 맛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할 때

도 있었고 이것저것 다양한 투어나 관광지 탐사는 거의 해보지 못

했지만 분명한 건 정말 즐겁고도 행복한 여행이었다는 거다.

그렇게 숙소에서 뒹굴 거리다 브런치로 편의점 표 도시락을 먹

어도 새벽에 배고파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채워도 쏟아지는 비에

옴짝달싹 못하고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어도 그 모든 것이 다 추억

으로 남아있다.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해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다시 시간이라

는 최고의 선물이 주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살짝

갑갑해 지긴 하지만 분명 그런 날이 또 올 거라 믿고 살아가야겠

다.

그래야 하루하루 행복하게 또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음 여행을 위한 짐 싸는 기간이라 여기고 살

아야겠다. 귀찮으니 진짜로 짐을 싸 놓지는 말자.

다음엔 어디로 여행을 떠나볼까?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

한 거지. 우리 가족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지!

보민아 우리 곧 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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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다.

여행을 마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아

닐까 싶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그저 뒹굴 거리던 시간이 5할은

되는 듯 하여 더욱 더 아쉬웠다.

조금 더 다양한 곳들을 가 보고 조금 더 다양한 경험들을 했었

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성 싶다.

보민이와 함께 하다 보니 이동이나 활동에 제한이 많아 그런 부

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하나를 잃었지만

하나를 얻은게 있다면 그건 보민이와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여행을 오기 전에도 우리는 다른 가정

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었기에 이미 가깝긴 했

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보민이의 몰랐던 부분들을 더 많이 알게 되

었다고 할까?

정말로 보민이는 이번 여행에서 키도 한 뼘, 화술(?)도 한 뼘,

생각도 한 뼘씩 자란 것 같다.

보민이가 이 여행기를 읽을 수 있을 때가 언제일까? 초등학교

때쯤이면 읽을 수 있겠지? 보민아 지금 다 읽고 마지막 에필로그

읽고 있니?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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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아 엄마, 아빠는 보민이와 온전히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정말 너무 행복했어.(음, 솔직히 짜증날 때도 있었어. 그

건 잊어 주겠다. 에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웃었고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같은 곳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단다. 솔직히 보민이가 떼쓰고 힘들게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보민이가 너무 의젓하게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보내주어 정말 고맙다.(아, 짜증날 때도 있었다고! ㅋㅋ)

아마도 엄마와 아빠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보민이는 많이 기억하지 못 할거라 생각이 되

네. 그래서 아빠가 이렇게 기록을 해 둔 거란다. 물론 아빠 글 솜

씨나 사진 솜씨로는 그때 그 당시의 행복한 순간들을 다 담아내지

못했겠지만(다 쓰고 나니 정말…민망할 정도의 내용이구나 ㅜㅜ)

보민이가 어렴풋이나마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행복했단다.

사랑해 보민아.

Ps. 다음엔 보민이가 엄마, 아빠 데리고 여행 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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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이가 우리의 여행을 부디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어렴풋이나마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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