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왕비가 눈처럼 하얀 피부와 앵두처럼 붉

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딸에게 ‘백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얼마 되지 않

아 세상을 떠난다. 시간이 흐르고 왕은 새 왕비를 맞이

하는데 백설공주가 7살이 되던 해 새 왕비는 여느 때처

럼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받으려 거울에게 질문을 하

지만, 거울은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엄청난 질투를 느

낀 왕비는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숲으로 데려가 죽인

후, 그녀의 폐와 간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우리가 어

린 시절에 읽었던 스터디셀러 동화의 주요 내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화는 대부분 권선장악으로 귀

결된다. 이때 선은 그 자체로 영원한 행복을 보장받을

자격이 된다. 하지만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이하 백사난)는 어른들도 외면하려는 삶의 진

짜 모습을 모든 세대에게 일러주는 작품이다. 밝은 면

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

엔 어쩌면 어두운 면이 훨씬 더 많다.

공주와 왕자 그리고 주변부(난쟁이)를 뒤바꾼 줄거

리는 이미 유명하다. 12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동명의

스테디셀러 연극에 노래와 춤을 입혔기 때문이다. 제

목 그대로 주인공은 백설공주를 사랑한 말 못하는 막

내 난쟁이 반달이다. 물에 빠진 공주를 건져내고 사과

를 먹고 쓰러진 공주를 위해 험난한 여정 끝에 해독제

를 구해온다. 또한 공주의 저주를 풀어줄 이웃 나라 왕

자를 직접 찾아 나서면서도 결국 자신의 사랑은 고백

하지 못한다. 동화는 백설공주의 ‘영원한 행복’만을 알

리며 끝을 맺지만, 뮤지컬은 반달이를 비롯한 난쟁이

- 노력 없이 행운을 거머쥐는 공주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76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Monthly Magazine

문화섹션 休

들의 희생과 슬픔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 속 난쟁이들의 동작은 매우 섬세하고 숙련되어

있다. 특히 말 못하는 막내 난쟁이의 구슬퍼 보이는 춤

은 극의 결말을 예고하는 듯 보는 내내 가슴을 울린다.

예쁘고 착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사고를 치는 ‘민폐형’

백설공주가 극의 웃음 포인트가 되는 것도 신선하다.

노력 없이 행운을 거머쥐는 공주의 캐릭터를 코믹한

모습으로 극대화한 것 난쟁이들보다 키가 훌쩍 큰 인

간을 표현하기 위해 20cm는 족히 될 통굽 신발을 신은

공주와 왕자의 모습도 괜찮다. 극 곳곳에 숨어 있는 치

밀한 아이디어는 ‘백사난’이 약간 심심할 수도 있는 어

른들에게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기쁨과 슬픔, 고통, 환희 등이 공존하는 현실 세계를

담기 위해서 “백설공주는 왕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는 명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관객층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인 뮤지컬 ‘백사난’은 기

존의 이야기를 뒤집은 새로운 이야기로 백설공주를 사

랑한 일곱 번째 난쟁이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담고 있다. 동화적 코드와 더불어 실용적인 무대 구성,

실력파 배우들과 앙상블이 열창하는 25곡의 넘버들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10년 전에 친구 혹은 연인과 봤던 연극을 결혼 후

내 아이와 함께 뮤지컬로 관람했다”는 반응과 함께 롱

런이 기대되는 공연이다.

2014 February + 77

무대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