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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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특집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앙꼬 없는 찐빵을 먹으라굽쇼? - 알맹이 없는 정부의 저출산대책에 부쳐 기획 ‘돌봄노동자 보호 법률개정안’ 국회에 상정되다 일하는 여성 2010 가을여든네번째 일하는 여성들이 함께 만드는 희망찬 세상 www.kwwnet.org (사)한국여성노동자회 계간지 「일하는여성」 통권 제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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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1년에 4번 발행하는 계간지, 84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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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 산 여 성 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특집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앙꼬 없는 찐빵을 먹으라굽쇼? -알맹이없는정부의저출산대책에부쳐

기획 ‘돌봄노동자 보호 법률개정안’ 국회에 상정되다

일하는여성2010•가을•여든네번째

일 하 는 여 성 들 이

함 께 만 드 는 희 망 찬 세 상

www.kwwnet.org

(사)한국여성노동자회계간지「일하는여성」통권제84호

Page 2: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일하는여성 통권 제84호(계간지/회원용)

발행일 2010년 11월 11일 발행인 정문자 편집위원 장수진, 신혜정

발행처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51-28 3층 Tel.02-325-6822 Fax.02-325-6839디자인·제작 제이커뮤니케이션즈 Tel.02-542-3085

특집

04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14 앙꼬 없는 찐빵을 먹으라굽쇼?

- 알맹이 없는 정부의 저출산대책에 부쳐

기획

19 ‘돌봄노동자 보호 법률개정안’ 국회에 상정되다

평등의전화

30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

37 나누어진 고용 속에 착취당하는 노동

더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40 가슴을 편안하게

42 진안 산골 마을에서 행복을 꿈꾸며 농사짓는 이야기

현장의 이모저모

46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50 성희롱을 자행한 공직자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현장의 여성들

52 작지만 큰 희망의 ‘씨앗’ - 안산 희망나눔협동조합

55 돌봄이 필요한 곳에 우리의 손길이 있다

-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를 꿈꾸며

58 여성노동자회 소식

표지설명

지난 10월 30일 종각 앞에서

열린 돌봄여성노동자대회에 참

석한 여성노동자들

14

30

46

일하는여성2010•가을•여든네번째

일 하 는 여 성 들 이

함 께 만 드 는 희 망 찬 세 상

www.kwwnet.org

얼마 전 정부는 2020국가고용전략(10.12),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

획(10.26) 등을 연달아 발표했습니다. 노동부의 명칭이 고용노동부로 바뀐

것처럼 두 정책 모두 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고용친화적 경제’, ‘역동적인 일터 조성’ 등 허울 좋은 어휘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 시간제근로확대, 노동유연화 등 그간 진행해왔던 정부의 정책의 반복

일 뿐입니다.

미래 나라 경제를 위해 저출산·고령화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미래의 경제를

이끌어 갈 20~30대 청년고용에 대한 고민,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여성경

력단절문제 등 실질적인 고용 해법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요즘은 한창 G20 개최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환영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

소리가 뒤섞여 소란스럽습니다.

개최 기간동안 국격을 올리기 위해 국민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말이 많은데 진정한 ‘국격’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일입니다. OECD

국가 중 여성고용 최하위, 사회보장제도 최하위, 공보육시설 최하위….

진정한 국격을 올리기 위해 우리가 어떤 것에 집중하고 관심을 두어야할 지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Page 3: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04 일하는 여성 05가을•여든네번째

써, 우리사회의 직장문화, 사회문화를 관통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2 . 실 태 조 사 결 과 분 석

1) 경력단절의 기본 현황

응답자의 기본 특성은 〈표 1〉과 같다. 그런데 〈표 2〉를 보면 자녀 출산 때문에 직

장생활을 조정한 경우는 약 80%에 이른다. 71%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8.9%는 다

른 일로 바꾸었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이 정규직 여성보다 출산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조정한 비율

이 뚜렷이 높게 나타난다. 또한 경력단절을 겪게 된 경우 단절된 기간은 평균 64.9

개월로 비교적 길다. 정규직 여성의 경우 68.9개월, 비정규직의 경우는 52.3개월

로 나타났다.

[ 표 1 ] 응답자의 기본 특성

명 %

연령

30대초반 188 16.71

30대후반 322 28.62

40대초반 393 34.93

40대후반 201 17.87

교육수준

고졸미만 18 1.60

고졸 361 32.09

대학이상 720 64.00

자녀수

1명 946 84.09

2명 167 14.84

3명 11 0.98

4명 1 0.09

이 원고는 지난 9월 14일 본회가 개최한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표된 원고1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1 . 들 어 가 는 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경제위기에서 악화되는 여성고용문제를 분석한 결과 경력

단절이 여성고용의 양, 질의 동반하락의 원인임을 주목하고, 경력단절 현황 파악

및 대안마련을 위해 연구 조사사업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에 7개지부(서울, 인천,

안산, 수원, 광주, 마창, 부산)와 공동 사업으로 전국 1,181명에 대한 실태조사 사

업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실시하였으며 여성노동자 8명과 남성 5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진행하였다.

심층면접은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제도, 보육료 지원 정책 등이 실시되고 있는

데도 왜 경력단절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지 일·가정 양립의 저해요인을 밝혀냄으로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임 윤 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

특 집 ❶

1 토론회에서 발표된 원고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황과 돌봄노동 사회화 정책의 방향성’(장지연, 한국노동연구

원)과 ‘심층면접을 통해본 30대 남녀의 일·가정양립 저해요인 연구’(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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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일하는 여성 07가을•여든네번째

[ 표 3 ] 출산관련 관행과 경험

정규직 비정규직 비임금 전체

상사의 퇴직압력 ① 있었음 20.4 21.1 - 20.6

동료의 퇴직압력 ① 있었음 9.6 7.8 - 9.1

그만둔 이유

① 원래 고용이 불안정한 일

자리였으므로4.9 24.1 14.1 10.7

② 회사에서 그만둬주길 바

래서9.2 5.9 1.4 7.6

③ 관행상 출산 후 계속 일하

는 사람이 거의 없었음22.7 6.4 12.7 17.6

④ 일의 부담이 커서 육아와

병행이 어려워서23.5 29.1 29.6 25.5

⑤ 소득수준과 육아비용을 생

각하면 그만두는 것이 나

을 것 같아서9.2 12.8 7.0 9.9

⑥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싶

어서30.5 21.7 35.2 28.7

그만둔 시점

① 출산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34.2 28.7 36.8 33.0

② 임신하고 나서 42.7 54.1 27.9 44.4

③ 출산하고 나서 바로 12.1 11.5 19.1 12.5

④ 출산 후 일을 좀 하다가 11.0 5.7 16.2 11.0

② 경력단절 이전 이후 일자리 비교

다음으로 <표 4>를 통해 경력단절이 일자리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응답자의 62.9%는 경력단절 이전에 정규직이라고 응답하였으나 이후

는 28.5%만이 정규직이라고 응답하였고 58%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음이 드러났

다. 경력단절이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기제임이 다시 한 번 분명해

진 것이다. 반면 이전 일자리가 비정규직이었던 여성은 13.4%만이 정규직으로 취

업했고 77.4%가 다시 비정규직으로 취업하였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은 그냥 단

순히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열악한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는 메커니

즘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정책의 방향은 경력단절

자체를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 표 2 ] 경력단절 실태

정규직 비정규직 비임금 전체

직장 조정

① 일을 그만두었다 69.9 76.8 63.7 71.0

② 다른 일로 바꾸었다 6.1 13.0 16.8 8.9

③ 육아휴직 후 복직 6.7 5.3 6.2 6.3

④ 계속 근무 17.3 4.9 13.3 13.9

재취업여부 ① Yes 57.6 60.3 66.2 59.1

몇 개월만에

재취업하였는지 평균 _____ 개월 68.9 52.3 71.2 64.9

합계 909 337 199 14452

2) 경력단절 경험과 제도 사용실태

① 경력단절 관행과 경험

<표 3>에서는 출산을 전후하여 경력이 단절되는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일단 출

산 전 일자리가 정규직, 비정규직 상관없이 약 20%의 여성이 상사로부터 퇴직압력

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정규직은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싶

다’(1위, 30.5%)와 ‘일의 부담이 커서 육아와 병행이 어렵다’(2위, 23.5%)이지만 비

정규직은 1위가 ‘일의 부담이 커서 육아와 병행이 어렵다’(29.1%)와 ‘원래 고용이

불안한 자리였다’(24.1%)가 2위를 차지하여 출산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성이 비정

규직이 여실히 높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을 그만 둔 시점이 출산 이후보다 임신 계획 단계에서부터 그만두는 비율

이 약 3배 가까이 높아 임신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 문제만을 다룬다면 출산으로 인

한 경력단절 영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 전체 응답자는 1,181명이지만 응답자 개인의 자녀 출산 경험에 따라 반복적으로 질문하여 출산자녀별로

수집된 정보는 총 1,44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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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일하는 여성 09가을•여든네번째

[ 표 4 ] 경력단절 이전과 이후 일자리의 질 비교

이후 일자리

정규직 비정규직 비임금 계

이전 일자리

정규직 37.3 51.7 11.0 100

비정규직 13.4 77.4 9.1 100

비임금 16.7 50.0 33.3 100

③ 제도사용 실태와 개선책

<표 5>를 통해 현행 출산관련 휴직휴가제도의 활용과 제도개선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자. 먼저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정규직이 28%, 비정규직이 10% 정

도에 불과하다. 사용하면서 퇴직압력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사람은 비정규직에서

23%를 넘는다. 법정기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미리 복귀하였다는 경우도 정규직

에서 18%, 비정규직에서 27%에 달한다. 기본적인 권리인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면

서도 동료들에게 미안했다는 사람이 60%를 넘는다. 돌아와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

었다는 사람도 상당수 발견된다. 산전후휴가제도는 비교적 이미 안착된 제도라고

판단하기 쉬우나 실제로 제도가 활용되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난관과 장벽

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육아휴직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소

득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직장 복

귀 여부를 더욱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표 5 ] 산전후휴가 제도활용 실태

정규직 비정규직 전체

산전후휴가 사용여부 ① 사용함 27.9 10.4 22.2

(사용한 경우)

퇴직압력 경험① 있다 14.7 23.3 15.9

법정기간 미충족 복귀 ① 있다 17.9 26.7 19.4

동료들에게 미안 ① 있다 64.3 58.6 61.9

적응 어려움 ① 있다 35.6 41.4 35.6

합계 834 309 1272

마지막으로 당사자가 원하는 제도개선 중 중요도 우선순위를 살펴보도록 하

자. 가장 우선적인 요구사항은 전 여성에게 산전후휴가,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것

(23.6%)이며 두 번째는 국가의 보육비 지원(22.6%) 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정

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상관없이 공통된 요구이다.

[ 표 6 ] 제도개선 요구사항 : 현재 노동시장지위별

정규비정규/

비임금미취업 전체

중요도

우선

순위

① 남성의 가사·육아참여 14.2 15.6 13.5 14.7

② 전 여성에게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보장23.6 23.7 23.5 23.6

③ 국가의 보육비 지원 또는 보육비를

낮게 유지22.8 21.7 22.6 22.2

④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을 가까이

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20.3 20.5 20.9 20.6

⑤ 직접 자녀를 키우고 나중에 다시 일

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19.1 18.5 19.5 18.9

결론적으로 본 실태조사를 통해 출산이 경력단절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며,

단절 이전과 이후로 일자리 질의 하락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경력단절 예방이 여

성고용의 핵심대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낮은 제도사용율을 보이는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사용율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경력단절 예방대책의 핵심관건이라

고 하겠다.

3 . 심 층 면 접 분 석 3

1)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 애로점

3 심층면접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

회」 자료집 p.67, p.1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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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하는 여성 11가을•여든네번째

심층면접을 통한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 애로점을 살펴보면 첫째, 대졸여성이든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든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며 둘째, 취업한

다 해도 나이어린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 때문에 나이든 여성과

임신한 여성은 경력이 쌓일수록 퇴직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일자리

자체가 외주화, 비정규직화 되어 일자리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애는 여

자가 봐야지’라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장시간 노동에 의해 남성들의 육아 포기가 합

리화되면서 여성들은 일과 동시에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현실이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애로점임

이 드러났다.

내가 어디서 이렇게 노동력이 되지도 않은 사람인가… 사지 멀쩡하고 머리도 정상인데 어떻

게 이렇게 나를… 현실적으로 취업문제가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어쨌든 저한테는 굉

장히 충격적이고 좌절이었어요.(연구참여자 2)

대놓고 저보고 얘기하죠. 저한테 어린 여자랑 일하고 싶다는… 나는 아는 게 너무 많아서 힘

들대요.(연구참여자 7)

2)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의 제도사용 경험

제도와 현실의 괴리로 인해 여성들이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하게 산전후휴가나 육

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기는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유는 여전히

기업들은 여자는 임신, 출산하면 퇴사해야한다거나, 여자가 결혼해서 직장을 다니

는 건 무능력한 남편 때문이라거나 일을 계속하겠다는 임신한 여성이 있다면 업무

능력을 문제 삼거나 더 열악한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서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관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금융권에 종사하던 한 여성은 산전후휴가와 육아

휴직을 썼다가 법정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지만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되지 않느냐’

며 회사와 합의 퇴사를 종용한 판사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때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한다.

이런 게 없었으면 첨부터 이런거 쓰지도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있다 그

래서 써 놓고 이렇게 되면… 낙동강 오리알 되잖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헤쳐 나갔을 거예요.

근데 있다 그래서 썼는데, 나중에는 법적으로 맞다 그래서 썼는데 나중엔 전혀 책임져주지 않

고… 법이 나를 이렇게 만든거라는 거죠. 법이 이렇게 해놓고선 법이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이거는 나를 도와주기 위한 법이 아니고 나를 지금까지 못하게 하는 악법이라는 거죠.

또한 파견업체에서 일하다 임신 사실을 알리자 바로 해고된 29세의 비정규직 엄

마에게는 육아휴직은 커녕 산전후휴가조차 그림의 떡이었다.

둘째가 안 생기란 법은 없는데… 임신이 무슨 굉장히 사회적 범죄처럼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

처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거든요. 근데 지금은 내

능력이 도태되고 사회에 자리매김도 못하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70%를 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출산을

이유로 계약해지 당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고용유지 대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3) 남성들의 일·가정 양립 애로점

남성들은 우리 사회 직장문화는 일 중심, 장시간 노동 문화로 육아는 거의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 데에는 첫째, 유교의 영향으

로 위계질서에 충성하는 직장문화. 둘째,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불

안. 셋째, 성공만을 추구하는 원 웨이(one-way) 문화 때문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남성들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남성

과 보육은 별개’라는 인식이 바뀌어 남성들도 직장과 보육을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제도가 활용될 수 있어야 하고 일상화된 야근 업무가 정시에 퇴근하는 칼퇴근

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간대 자체가 확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남성은 ‘남성=가장’이라는 가부장적 인식과 군림하려는 삶의 태도에서 벗

어나야 한다. 특히 남자의 역할을 경제적 책임 중심으로 사고하고 육아와 가사는 덤

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이라는 개념은 ‘팀장’

이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어야 하고 ‘내 가족’이 ‘우리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Page 7: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12 일하는 여성 13가을•여든네번째

한다고 말한다.

조직문화가 그래요. 유교적인 조직문화… 일본이 그래요. 중국은 공산주의라 노동시간 철저

하게 지키구요 일본과 우리나라 유교문화… 조직에 충성하는 문화 위계질서에 충성하는 문

화… 이렇게 눈치주고 그런….(연구참여자 2)

그게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게 그렇게 생각하는데 행동은 그렇게 안 한다는 거죠. 내 가족이

고 내 아이니까 더 위해주고 해야 하는데 그거를 밖에서 하려고 한다. 외부활동, 경제적인 활

동만 생각한다. 경제적 책임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랑 와이프랑 대화하고 같이 놀아주고

이러는 것 보다는 그냥 돈을 벌어다주면 그래서 너를 풍족하게 하면 니가 원하는 거 사주면

부인한테도 그런 거 채워주면 난 책임 다했다. 그게 저희 위에 아버지까진 많았죠. 지금은 그

게 아닌 거 같아요.(연구참여자 1)

4) 당사자 제안하는 제도개선

위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제안하는 것은 제도의

확장이다. 물론 인식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오랫동안 사회적 관행으로

정착되어온 성역할 고정관념을 변화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

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사자가 제안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에 대한 대 국민 홍보와 처벌조항 강화를 통

해 여성이 마음 놓고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둘째, 비정규직여

성의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을 위해 임신한 여성의 계약해지를 금지하고 출

산 때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유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남성의 육

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와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방안이 마련

되어야 한다. 넷째, 배우자 출산 시 현행 3일 무급휴가를 5일 유급휴가로 개정해야

한다. 다섯째, 무상보육, 보육료 지원, 야간보육시설 확충, 방과후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4 . 나 가 며

본회는 위의 실태조사를 통해 경력단절 문제가 양질의 여성고용확대에 핵심관건

임을 확인하였다. 이에 당사자들이 제안하듯이 가장 먼저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제

도 사용 비율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10%에 그

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의 산전후휴가 수급권 확보를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 등 대

책 수립에 착수할 것이다.

또한 심층면접을 통해 밝혀졌듯이 임신·출산 여성을 해고하는 그릇된 사회적 관

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회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남성의 돌봄 참여

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성보호’를 ‘모·부성보호’로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마

련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과 50%를 밑도는 여성 경제활동참

가율은 ‘경력단절’이란 매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단절 현상이 지속되는 한 저임

금, 비정규직화라는 여성 고용의 특성은 변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력단절의 확실

한 예방만이 여성고용의 양질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임신·출산·양육

의 완전 사회화를 위해 여성, 노동,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한걸음 한걸음 나아

가야 할 것이다.

9월 13일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 함께 한 참석자들

Page 8: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14 일하는 여성 15가을•여든네번째

제 2차 저 출 산 고 령 사 회 기 본 계 획 발 표

지난 10월 26일,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적용)을

확정, 발표했다. 2006-2010년 사이에 실시되었던 저출산 기본계획은 실패였다.

해마다 합계 출산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세계 1위의 저출산국을 굳건히 유지하

고 있기 때문이다1. 모든 문제 해결의 기본 공식은 원인을 파악하고 일관된 가치와

철학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는 관점의 문제이다. 저출

산 대책은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다시 편성되어야 한다.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이 해

체된 지 오래인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노동을 하지 않으면 가족의 생계가 위협 당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노동에 장애가 되는 것

이 우리의 현실이다. OECD국가들 중 여성의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은 여성의 경제

활동참가율도 동시에 높다. 풀이하면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이를 안심

하고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의 기반 위에 조성된다는 말이 된다.

출 산 과 양 육 에 유 리 한 환 경 은 ?

정부가 내세운 대책의 주요 골자를 보자. 육아휴직 40% 정률제, 배우자 출산휴

가 유급 3일, 유연근로시간제 확산, 자율형 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확대이다. 이런

대책들로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 대책들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가

로지르는 근본처방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이란 어떤 것

일까 생각해 보자.

출 산 , 육 아 로 인 한 퇴 출 은 그 만

일단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 여성들의 71%는 자녀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2. 또 워킹맘은 직

장생활에서 가장 큰 고충으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인사상의 불이익(42.4%)를 꼽

았다3. 우리 사회의 기업 환경은 여성이 아이를 기르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출산을 장애로, 육아를 여성의 무능력으로 치부하고 있다.

모든 일하는 여성들이 산전후휴가를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육아휴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육아휴직을 남성도 여성도 자유롭게 쓸 수 있

는 분위기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주

지 않는 기업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육아휴직급여 하

한선은 50만원으로 놓아둔 채 정률제를 도입하게 되면 저소득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연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앙꼬 없는 찐빵을 먹으라굽쇼?알맹이 없는 정부의 저출산대책에 부쳐

배 진 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

특 집 ❷

2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

2010

3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 2010 1 2007년 1.25명, 2008년 1.19명, 2009년 1.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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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일하는 여성 17가을•여든네번째

비 정 규 직 여 성 들 의 고 용 유 지 대 책

특히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고용유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 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은 임신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계약해지통보를 받고 육아

휴직은 커녕 산전후휴가조차 쓰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여성들

은 단 10%만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하고 있다4. 여성노동자들의 70%가 비정규직이

란 현실을 감안할 때 저출산 대책의 우선순위가 누구인가는 이미 답이 나온 문제이

다. 비정규직이기에 출산을 이유로 계약해지 당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고용유지

대책이 절실하다. 회사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제도가 제대

로 쓰이지 않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자만 사용할 수 있는데 현재 정규직의

82.4%, 비정규직의 37%만이 가입(2009. 8)되어 있다. 1인 이상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는 누구나 가입해야만 하는 고용보험의 가입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

강화도 필요하다. 정부가 내세운 대책을 보면 사용자, 근로자간 합의시 육아휴직

기간만큼 계약기간 연장과 국세, 사회보험 간 전산망 연계 등으로 비정규직 고용보

험 가입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여성계의 요구를 극히 일부 수렴하긴 했으나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사용자, 근로자간 합의라는 것은 유인책이나 강제책 없이는 무용지

물일 수밖에 없고 고용보험가입 역시 철저한 근로감독 없이는 마찬가지 결과를 가

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여 성 과 남 성 이 함 께 하 는 육 아 환 경

여성과 남성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육

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규정해 놓은 대책이다. OECD 가입이후 14년째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전제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서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가 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

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기간 상으로 볼 때 남성과 여성이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육아

휴직율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양육에 유리한 환경은 육아의 부담이 어느 한편

에게 집중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에서 배우자 출산휴

가 유급 5일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오히려 축소된 유급 3일이다.

유 연 근 로 확 대 가 아 닌 고 용 안 정

정부가 조사한 바와 같이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과 소득

불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유연근로 확산은 거꾸로 가는 대책일 뿐이다.

유연근로 확대가 아닌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여성의 유연근로

확산이라는 정책 방향을 세운 이후 시간제 일자리는 증가하였지만 시간당 임금은

감소하였다. 양질의 단시간 일자리라는 것은 허구이다. 서구 각국의 경험을 보아도

시간제 일자리는 질이 낮은 일자리임이 증명된 바 있다. 유연근로의 확산은 임금의 4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

2010

10월 2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정부 저출산 기본계획에 대한 범 야당·여성·노동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

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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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일하는 여성 19가을•여든네번째

하락과 불안정한 고용을 결과로 가져올 뿐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62%가 주 40

시간, 월급여 150만원 수준의 일자리를 가장 원하고 있다5.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

면서 원하는 것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안정적인 급여와 고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일자리이다. 정부의 역할은 유연근로의 확산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보

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불안정한 고용상태의 노동자를 안정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어 유지하는 것이다.

정 부 가 책 임 지 는 보 육

보육정책 역시 중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책임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통한 공보육 정착이다. 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으려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저렴한 보육시설은 필수조건이다.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보육

시설의 5.4%, 보육시설 이용아동의 11%만이 이용가능하며, 평균 대기자는 78명

수준이다. 실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부모의 욕구가 존재하고 있지만, 정부

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을 제

시하고 있다. 자율형 어린이집이 도입된다면 보육시장의 양극화는 불을 보듯 뻔한

문제이고 공보육의 질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모든 아이들이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양질의 공보육시설 확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출산력과 노동력,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하는 오늘이다. 국가의 정책 방향

설정에는 목표하는 바에 맞는 정의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저출산 대책의 수립에 있

어 고려할 첫째 요소는 여성의 노동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젠더관점과 남성도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라는 관점이다. 둘째는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정책의 수립이

다.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에게 좀더 유리한 제도의 설계와 실행이 요구된다.

5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

2010

ILO 총회에서 돌봄노동자 보호 기준 협약안이 마련되고 세계적으로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에서도 돌봄노동자 보호

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마련되었다.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이하 ‘돌봄

연대’)와 민주당 김상희의원실이 공동으로 준비해 온 개정안을 지난 9월 1일 발의

하고 국회에 상정한 것이다.

노 동 권 보 호 장 치 가 전 혀 없 는 돌 봄 노 동 자

우리나라 여성의 비공식 부문에서 가장 큰 영역은 가사, 보육, 간병, 산후관리 등

돌봄서비스 분야이다. 돌봄서비스는 여성의 경제활동 욕구의 증가와 빠른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가족형태의 변화 등으로 인해 가족 내 돌봄의 공백이 생기게 되면서

일자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으로 돌봄 일자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의하면, 2007년 돌봄서비

스 노동자는 44만 여명으로 전년대비 4만 여명이 증가했다. 44만 여명의 돌봄노동

자들 중 가사관리 및 간병, 보육 종사자가 23만 여명으로, 이들의 절대다수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적용 제외되어 있으며 4대 보험과 같은

‘돌봄노동자 보호 법률개정안’ 국회에 상정되다

김 경 희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

기 획

Page 11: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20 일하는 여성 21가을•여든네번째

험이 전면 적용되고, 유무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는 배제되고 있는 것

이다. 더 이상 구시대의 법 잣대를 들어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건 강 한 노 동 환 경 조 성 하 는 돌 봄 노 동 자 보 호 법 안

이번에 발의된 돌봄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개정안은 돌봄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과 사대보험 중 고용·산재보험 적용이 주요 내용이다.(상자 기사 참조) 비록 노

동권의 전면 보호가 아닌 일부 보호를 위한 적용이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돌봄노

동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첫째, 그동안 비공식 노동에 머물러 있던 돌봄서비스가 공식노동으로 변화될 것

이다. 최근 돌봄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실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

악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개인적 연계를 통하기보다 알선기관(유, 무료직

업소개소)을 통해 일자리가 연계되는 것이 추세이지만 그래도 일자리 파악은 정확

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법적보호가 이루어지게 되면 돌봄서비스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

및 실태조사가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해 돌봄서비스 영역이 비공식

영역에서 공식영역으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돌봄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명백하게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돌봄서

비스 노동자도 분명히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이다. 그러나 그동안 근로기

준법의 적용제외로 되어 있어, 사회적으로는 사실상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금번 법률안이 개정되면 돌봄서비스 노동자도 비록 일부 적용이라 하더라도 근

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인정은 사회적으로 돌봄서비스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

가 될 것이다.

셋째, 돌봄서비스 일자리의 노동 환경이 개선될 것이다. 그간 어떠한 법적보호도

받지 못했던 돌봄서비스 영역의 일자리가 고용·산재보험이 적용됨으로써 보다 안

심하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으로 변화될 것이다. 한편 돌봄서비스 영역의 일자리

는 비공식노동으로 알선업체의 불법 등이 자행되기도 했으나, 법적보호를 통해 노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돌봄노동은 고용이 불안정하여 일

자리를 잃으면 바로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되며 노동 강도가 심해 산재의 위험에 노출

되어 있으나 어떠한 보호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돌봄노동자에 관한 근로조건의 법

제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은 일자리를 안정시키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

경을 보장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현 실 을 외 면 하 는 반 세 기 가 넘 은 구 법

돌봄노동자가 엄연히 노동자이면서도 4대 보험의 울타리 밖에 처한 것은 지난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근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관계법의

근간이 되고 있는 모법으로서 제정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가사사용인’은

적용이 제외되었다. 4인 이하의 친족으로 구성된 사업장이 적용 제외되듯 당시의

가사사용인은 생활을 함께하는 가족의 일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세기도 훌쩍 넘은 현재, 노동환경은 많이 변화했다. 돌봄노동이 엄연

히 일자리 업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돌봄종사자도 직업인으로 노동자임이 분

명하다. 복지부의 바우처사업, 노동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 등 돌봄노동은 정

부차원에서도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며 정부 사업 참여 노동자들은 4대보험의

보장을 받고 있다. 같은 돌봄노동을 제공하면서도, 정부 사업 참여 노동자는 4대보

8월 30일 돌봄서비스 노동자 법적보호를 위한 토론회 중에서

Page 12: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22 일하는 여성 23가을•여든네번째

동이 투명하게 되면 이러한 불법도 사라져 보다 좋은 일자리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법 안 통 과 를 위 해 모 든 힘 을 모 으 자 !

법안은 발의되었다고 효력을 갖지는 않는다. 법안 발의는 시작이며 국회에서 논

의되어 통과되어야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어 통과되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법안이 우선 논의 대상으로 채택되고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

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의 논의와 통과 과정

을 거쳐야 한다.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법안 중에서 돌봄노동 보호법안이 우선적으

로 채택되어 논의되고 통과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봄노동자 스스로 힘을 모아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중앙과 지역에서 캠페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돌봄

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내고 환경노동위원회의 국회의원을 방문해서 통

과시키도록 요구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압박하여야 한다. 또한 여성단체, 노동단

체 등과의 연대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야 할 것이

다.

9월 1일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 개정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중에서

이번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연대와 김상희 의원실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법

률개정안의 내용에서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 로 기 준 법 개 정 내 용

제11조제1항 단서 중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 가사사용인 삭제

제11조의2(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① 정부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

를 고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와 가사사용인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신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와 가사사용인의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

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실태조사의 주기와 방법 등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다.(신설)

▶ 현행 근로기준법 11조 적용범위에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에서 가사사용인을 삭제하여 적용토록 하였다. 이 경

우 실제로 가사사용인은 1인 이용자에 1인 근로자의 형태이므로 4인 이

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법의 일부 적용을 받도로

하였다.

▶ 개정안에서는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와 가사사용인에 대한 실태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어 정확한 정책을 수립이 어렵다.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여 정부가 적용확대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였다.

돌봄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개정안의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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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일하는 여성 25가을•여든네번째

산 업 재 해 보 상 보 험 법 개 정 내 용

제126조의2(가사사용인에 대한 특례)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11조제2항에 따른 가사사용인(이하 “가

사사용인”이라 한다)은 보험료징수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

을 수 있다.

② 가사사용인의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보험료징수법 제3조

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으로 한다.

▶ 산재보험 법안에 가사사용인에 대한 특례조항을 두어 가사사용인이 적

용되도록 하였다. 또한 돌봄서비스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기준보수를 고

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고시금액으로 명시하였다.

고 용 보 험 법 개 정 내 용

제113조의2(가사사용인에 대한 특례)

① 제8조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11조제2항에 따른 가사사용인(이하 “가

사사용인”이라 한다)은 보험료징수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② 가사사용인의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보험료징수법 제3조

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으로 한다.

▶ 고용보험 법안에 가사사용인에 대한 특례조항을 두어 가사사용인이 적

용되도록 하였다. 구직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실소득액 파

악이 쉽지 않으므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고시금액으로 하도록 명

시하였다.

고 용 보 험 및 산 업 재 해 보 상 보 험 의 보 험 료 징 수 등 에

관 한 법 률 개 정 내 용

제49조4(가사사용인의 고용보험 적용의 특례)

② 제1항에 따른 가사사용인의 고용보험료와 고용보험료율은 제13조 및 제14

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고용보험료는 국가가 부

담한다.

③ 직업안정기관은 가사사용인의 고용보험관계와 관련된 신고 등 보험에 관한

사무와 가사사용인의 근로내용·이직 확인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 경우 지원에 필요한 절차와 방법 등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제49조의5(가사사용인의 산재보험 적용의 특례)

② 제1항에 따른 가사사용인의 산재보험료와 산재보험료율은 제13조와 제14조

를 준용하고 산재보험료는 국가가 부담한다.

▶ 현재 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이용자를 사업주로 하여 보험료 사업주 부담

분을 부과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여내는

기제인 돌봄서비스를 보편서비스로 확대하는 국가 정책이 요구되는 상

황이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가사사용인에 대한 고용·산재보험료 사업

주 부담분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였다.

▶ 일반 노동자의 보험 취득신고나 상실신고는 일반적으로 사업주가 담당

한다. 그러나 돌봄노동은 서비스 이용자의 신고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

다. 따라서 가사사용인이 직업안정기관(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신고하

면 직업안정기관에서 취득신고 및 상실신고 등을 지원하도록 명시하였

다.

Page 14: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26 일하는 여성 27가을•여든네번째

집안 생활이 어려움을 더 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 경제적으로 넉

넉지 않은 우리 회원들은 특별하게 많은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같이 안타까

워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디 그게 그 회원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저도 올봄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해서 점점 걷기도 힘들어져 무릎수술

을 받았습니다. 몇 시간씩 쉬지 않고 힘든 집안일을 계속해서 하다 보니 무

리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원비가 비싸서 오래 입원하지도 못하고 또

바로 실밥도 뽑기 전부터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산재보험이라도 적용되면

몸이 아플 때 일도 못하면서 어렵게 가사서비스해서 번 돈을 병원비로 다 털

어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치료가 다 되기도 전에 다시 아픈 몸으로 일을 하

러 나가는 일은 없겠지요.

우리 가사일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

리입니다. ‘방학이니까 그만 나와라’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워졌으니 더 이상

서비스 받을 수 없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아무런 대책도 없습니다. 다만 발을 동동 구르며 다른 일자리를 찾

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데 다른 일자리 찾는 게 쉽겠습니까? 이

렇게 몇 달 쉴 때는 줄일 수 없는 살림 뭘 더 줄여야 하나 한숨만 쉽니다. 이

제 우리 한숨을 고용보험이 달래주면 좋겠습니다.

같은 돌봄 일을 해도 복지부의 바우처사업, 노동부의 사회적기업에 참여

하고 있는 서비스일자리 등은 4대보험의 보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

리같이 단체의 소개로 일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장을 못 받는다는 것

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에 김상희 의원님과 돌봄단체들이 우리 같은 돌봄 일을 하는 노동자

들도 고용·산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서 국회에 올렸다는 이

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은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

리에 모였습니다. 이번에 올라간 법안이 꼭 통과되어 우리 회원들과 같이 돌

봄노동 일하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회의원님들, 우리도 고용보험·산재보험 보장받게 해주세요!

저는 올해로 2년째 가정관리사일을 하

고 있는 인천지부의 심옥섭이라고 합니

다. 젊어서부터 음식점 등 가게만 오래하

다가 아이들이 자립을 하고 나니 좀 더 자

유롭고 세상구경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지역정보신문에서 가정관리사 교

육을 한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직업을 바꾸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평생 살림을 해 왔으니 잘 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싶어 교육을 받았습니다. 선배를 따라 걱정스런 마음에 정

해진 실습시간보다 더 많은 실습을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년 동

안 이런 저런 고객들도 만나고 구구절절 사연들도 많았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면 정해진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다보면 팔다리가 4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허리, 팔, 다리, 손목 등 여기저기 쑤시

고 녹초가 되기 일쑤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쌓이는 것이 집안일이라 아파도

고객의 일은 미뤄둘 수 없어 끙끙대며 일을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 지부 회원 한 분은 화장실 높은 곳을 닦으시다가 그만 의자가 미끄러

지면서 넘어져 갈비뼈와 허리를 다쳐 오랫동안 입원치료를 하였습니다. 하

지만 우리같이 가사일 하는 사람에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병원

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하는 동안 일도 못하니

돌봄노동자도 노동자다 고용·산재보험 적용하라!

심 옥 섭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운영위원

이 글은 지난 10월 30일 종각에서 진행된 ‘돌봄여성노동자대회’에서 심옥섭 회원이 현장

발언한 내용입니다.(편집자주)

현장발언 중인 심옥섭 회원

Page 15: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28 일하는 여성 29가을•여든네번째

전국에서 모인 300여 돌봄여성노동자들이 10월 30일 서울 한복판 종각 앞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가 존중하는 돌봄노동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돌봄여성노동자대회를 열어

‘근로기준법 적용’과 ‘고용·산재보험 보장’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편집자주>

‘돌봄노동자 ILO협약을 지지하라!’ 새벽밥

을 먹고 올라온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마산

창원지부 회원들

사전 길놀이로 흥을 돋구고 있는 전국여성

노조 인천지부 인하대분회 풍물패 ‘어울렁’

의 공연

전국회원들이 직접 쓴 ‘국회의원에게 보내

는 옆서’를 민주당 김상희 의원에게 전달하

고 있는 회원들

돌봄여성노동자에게도 고용·산재보험을

적용하라는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부산지

부 회원들

돌봄여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우리의 목소리를 한데 모은 결의

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우리의 요구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소원을

비는 대동놀이 중에서 소원지를 태우고 있

는 모습

‘돌봄노동자에게 고용·산재보험을 보장하

라’는 손피켓을 들고있는 서울서부지부 회

원들

가수 장윤정의 ‘올래~ 올래~’ 노래에 맞

추어 흥겨운 댄스를 선 보인 서울지부 회

원들

‘파출부 NO! 가정관리사 YES!’ 기운찬 율

동으로 우리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안산지부 회원들

열정적인 각설이 타령 퍼포먼스를 펼친 전

북지부 회원들. 아줌마의 힘을 보여준 멋진

공연이었다.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가 존중하는돌봄노동을 위하여

사진으로 보는 돌봄여성노동자대회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가 존중하는 돌봄노동을 위하여

Page 16: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30 일하는 여성 31가을•여든네번째

“억울한 심정을 아무래도 여성단체가 잘 들어줄 것 같아서 여기 전화했어요~”

“출산휴가를 못주니까 나가라기에 노동부에 연락했더니 해고되면 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일단 해고되고 나면 실제로 출산휴가를 받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노동부에 갔더니 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여기를 알려주더라고요~”

“아는 사람이 전에 여기 상담해서 잘 해결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이렇듯 여성노동자회의 고용평등상담실(이하 상담실)에는 여성노동자들의 호소

와 당당하게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상담실을 운영하는 9

개의 지역여성노동자회와 여성단체1들은 지난 10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서는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노동자회는 창립 이후 20여년간 여성노동상담활동을 진행해 왔고, 1995년에

는 ‘평등의전화’로 상담창구를 개설, 2000년부터는 국가의 지원으로 ‘고용평등상담

실’을 운영하여 10년에 이른 것이다.

평 등 의 전 화 ❶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

황 현 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

1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15개 민간단체 -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

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한국노총,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대구

여성회

이 토론회의 발제 1. ‘고용평등상담실 10

년,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변화’에서는 상담

사례를 통해 나타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일터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안

정되고 성평등한 일터를 위한 개선과제를

제기하였다. 발제 2.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제도 현황과 역할 및 개선과제’에서는 상담

실에 대한 지원제도를 검토하고, 상담실의

역할과 과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 글에

서는 발제의 내용들을 요약하여 살펴본다.

1 . 고 용 평 등 상 담 실 1 0 년 을 통 해 본 여 성 노 동 자 의 현 실

과 변 화 2

1) 통계로 본 상담 현황

전국 15개의 고용평등상담실은 적극적이고 다양한 상담활동을 통해 10년동안

61,563건의 상담을 진행하였다. 여성단체들이 그 전부터 진행해 오던 여성노동상

담이 고용평등상담실로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공신력을 높이고 홍보도 활성화하

였을 뿐만 아니라 상담전문인력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상담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2004년 인터넷상담과 종합상담센터 개설 이후 단순 질의성

상담이 줄어 상담 건수는 줄었으나 오히려 상담활동에 필요한 시간과 전문성은 더

크게 요구되었다. 간단한 법적 기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억울한 심정을 들어주

고, 공감하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

획을 세워야하고, 필요하면 법적 구제절차를 지원하는 등의 종합적인 상담과 대응

활동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진 까닭이다.

2 발제 1.은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이, 발제 2.는 문강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이 맡았다.

10월 27일 토론회 발제 중인 황현숙 서울여

성노동자회 회장

Page 17: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32 일하는 여성 33가을•여든네번째

2) 상담 내용별 상담 현황

상담 내용별로 살펴보면 모성보호, 육아휴직, 성차별, 성희롱 상담 등 남녀고용

평등법 및 근로기준법 5장 관련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에는 52.7%, 올해

는 56.4%로 점차 높아지고 있어 여성노동상담 전문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특히 육아휴직 상담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최근 5년 사이에

그 비중이 3배 가량 증가하였는데, 일·가정양립에 대한 권리의식은 높아지는 반면

에 아직도 제도적으로는 정착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이 많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 그림 1 ] 상담 내용별 상담 분포 (단위 : %)

3) 상담사례를 통해 본 여성노동의 현실

■ 모성보호 및 일·가정양립 상담 사례

“파견회사 소속이라 산전후휴가도, 급여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관공서 계약직인데, 출산휴가 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재계약을 안하겠다는데 다른 방법이 없나요?”

“조산기미가 있어 병가를 신청하였으나 거부

되었는데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재계약을 출산일 직전까지만 하자는데, 상담

실 도움 받아 출산휴가까지 쓸 수 있게 되었어

요!”(상담실, 1주일간 5회 상담 및 지원활동)

■ 성차별 상담 사례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직원이 한 명도 없어

그만두는게 관행이라는데…”

“출산휴가 사용 후 복귀하니 구조조정 대상자

라며 그만두라니, 회사 초창기부터 야근, 휴일

마다하지 않고 일했는데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데…”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정기 호봉 승급에서 제외되었는데…”

“육아휴직 후에 부당하게 풀뽑는 일을 시키기에 동료들과 함께 상담실 도움을 받아 대응해서,

원직 복직을 쟁취했어요!”(상담실, 2달간 23번의 상담 및 지원활동)

■ 직장내 성희롱 상담 사례

“회식자리가 여직원들이 본사 간부들 대접하는 자리 같아 괴로운데…”

“사장과 단둘이 일하는데 성희롱 거부했더니 그만두라는데…”

“요양보호사로 일하는데 고객의 성희롱으로 힘든데…”

“병원 부원장의 성희롱으로 상담실 도움 받아, 공개 사과도 받고, 성희롱예방교육도 의무적으

로 하도록 해냈어요!”(상담실, 5주간 12번의 상담 및 지원활동)

4) 실질적인 고용안정, 고용평등을 위하여

① 정기, 수시 지도점검 실시 등의 실질적인 관리감독, 기업의 인식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도 등 -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 및 불이익에 대한 고용

노동부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② 출산휴가 기간까지 계약기간 자동연장 또는 자동 계약갱신 제도화, 임신·출산

을 이유로 한 재계약 거부 금지 입법화 등 - 임신·출산권의 법의 사각지대 해

10월 27일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

의 현실과 미래를 말한다’ 토론회 중에서

Page 18: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34 일하는 여성 35가을•여든네번째

소를 위하여 여성 비정규직의 임신·출산권을 위한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③ 육아의 사회적 책임과 여성·남성 공동책임이라는 인식개선 캠페인, 이를 뒷

받침하기 위한 제도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일정기간 의무화, 최저임금 이상

의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대책을 위한 일·가정 양

립 지원 정책이 획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④ 형식적이지 않은 예방교육 실시 지도, 성인지적 관점의 성희롱 인정, 가해자

에 대한 사업주 조치의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과 강화, 영세사업장의 성희롱

예방교육 지원 확대, 돌봄서비스노동의 성희롱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대책마

련 등 - 심각한 직장내 성희롱 예방과 근절을 위하여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⑤ 공공기관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보험 가입 지도·감독 철저, 특

수고용노동자와 돌봄서비스노동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 - 비정규

직의 차별을 금지하고,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

별금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⑥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부당한 해고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처벌조치 강화 및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⑦ 고용평등과 재설치 또는 이와 유사한 체계 마련, 고용평등상담실과의 연계를

통한 피해 예방과 자율적 해결 지원 등 - 고용노동부는 피해발생 후 시정지시

나 처벌만이 아닌 예방과 행정지도·감독에 대한 역할을 높여야 한다.

2 . 고 용 평 등 상 담 실 지 원 제 도 현 황 과 역 할 및 개 선 과 제 3

1) 고평상담실 지원제도의 법적 근거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는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업장내 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위하여 차별과 직장내 성희롱, 모성

보호 및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상담을 실시하는 민간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원

하도록 하고 있다.

2) 고평상담실의 역할

①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 사업의 특성 : 여성노동자 최후의 보루

■ 여성의 시선으로 - 상담실을 찾는 여성들은 단순히 법적인 권리와 구제절차

에 대한 안내만이 아니라, 내담자를 포근하게 감싸주면서 상황을 객관하시키

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 격려한다. 이

는 분명 법규와 절차에 얽매인 정부기관에서, 또는 객관을 가장한 남성적 시각

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법과 행정을 넘어서 접근 - 유연하고 다면적인 문제해결, 사업장내 자율적인

해결을 위해 조정에 의한 분쟁해결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 상담 해결 시의 고려사항들 ]

■ 여성노동자를 찾아가는 상담실 - 거리캠페인과 이동상담실 등을 통해 여성노

동자들을 직접 찾아 가기도 한다.

■ 모성권, 직장내 성희롱 전문 상담창구 - 고용평등상담으로 국내 유일한 역할

을 하고 있다.

■ 상담사례의 분석과 역사의 기록 - 상담사례집 발간하여 생생한 일터의 목소

리를 기록하고 있다.

활용가능한 제도 문제해결

조력자, 조력집단 발굴

이슈화 여부

개인대응 or 집단대응 법적대응 or 비법적대응

상담실의 개입정도 사측의 입장 확인

3 이 글의 내용은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민간단체의 공동 논의와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작성한 것임.

Page 19: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36 일하는 여성 37가을•여든네번째

② 상담외 고용평등상담실의 역할

■ 내담자의 역량강화를 위하여 심리상담, 재취업 연계, 노조 연계 등을 지원한다.

■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정책제언 -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상담과 캠페인, 교육, 법적 구제절차 지원 / 출산휴가 60일 → 90

일로 확대, 그 급여의 사회부담화, 육아휴직 급여 지급, 고객 성희롱 금지의 법

제화, 영세사업장의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대책 등의 정책제언

■ 직장내 성희롱예방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 2009년 한 해만 201건 16,138명

을 대상으로 직장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하여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

다.

3)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의 한계와 개선과제

고용평등상담실은 상담활동가, 자문위원, 운영 단체의 열정과 지원으로 운영되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지원은 10여년간 동결되어 오히려 후퇴된 셈이

다. 더구나 지난 해 지방노동청의 고용평등과는 근로감독업무 일반으로 흡수폐지

되고, 올해는 상담실 지원을 포함하여 고용평등 관련 전문기능이 모두 지방자치단

체로 이관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등 고용노동부의 해당 기능은 계속 축소되

는 문제가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상담실의 특성에 따른 상호간 교류체계를 강화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상담실의

질 높은 수준의 법률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분쟁해결의 지원체계 모색, 사업장 내

명예고용평등감독관과의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고용평등업무 전문성의 유지·강화, 정부와 상담실의 연계체계 강화, 정

부지원의 양적 확대와 지원방식의 다양화, 양적 지표에 편중된 상담실 평가 시스템

의 개선이 요구된다. ‘명예고용평등감독관제도’개선을 통한 사업장 및 지역단위 연

계체계 모색, 일하는 여성 후견 감독관제의 활성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2 0 0 5년 , 매 니 저 와 계 약 하 는 할 인 마 트 여 성 노 동 자

2005년 안산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유통 판매직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할인마트에서 양말을 판매하던 47세의 여성노동자

를 만났었다. 그녀는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월 80만원을 받았다. 2년을 근무하였으

며 양말을 납품하는 업체 규모는 정확히 모르지만 100여명은 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녀의 근로계약 관계가 양말회사가 아닌 중간관리자라고 불리 우

는 매니저와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할인

마트에 입점업체 중 비슷한 물건을 판매하는 3곳의 여성노동자들도 매니저와 근로

계약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2년 동안 일하였지만 5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

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였으며, 휴가 또한 쓸 수 없었다. 그때 난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잘나가는

대형 △△마트와 그녀가 애지중지 팔고 있는 양말회사의 만행에 대해 입에 침이 마

르도록 얘기했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그것 뿐이었다.

2 0 1 0년 , 나 누 어 진 고 용 속 에 삭 감 된 임 금

그런데 얼마 전 ○○마트에서 근무하던 여성노동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의 이

평 등 의 전 화 ❷

나누어진 고용 속에 착취당하는 노동

써 니 안산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원

Page 20: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38 일하는 여성 39가을•여든네번째

야기는 이러했다. 그녀는 ○○마트 식품코너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을

1년 5개월 동안 하였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한 달을 꼬박 일

해 받는 임금은 125만원. 그녀는 자신이 관리하고 판매하는 입점업체로부터 임금

을 받았다. 그런데 그 임금은 한 업체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 아닌 빵을 납품하는 업

체로 부터 50만원, 공산품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45만원, 쌀과자를 납품하는 업체

에서 30만원 이렇게 각각 나누어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 빵을 납품하는 업체가 판

매 실적이 저조하다며 갑자기 매장을 철수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근무 시간은 똑같

지만 임금은 75만원만 받게 되었다. ○○마트에 고충을 얘기하고 해결해 줄 것을

건의하였으나 기다려 보라고만 하였다. 그녀는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에 빵을 납품

하는 업체에 해고예고수당, 퇴직금 등을 요구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속 속 늘 어 나 는 그 녀 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멍해졌다. 왜냐하면 대형

마트에 입점한 업체가 직접 사람을 채용해 관리하는 경우는 많이 봐왔지만 그녀처

럼 입점업체 여러 곳에서 임금을 나누어 주는 사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뒤 비슷한 상담이 또 들어왔다. 또 다른 그녀도 ○○아울렛 식품매장에서 일하

고 있었으며 몇 개의 업체가 자신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5년 동

안 일을 하였고, 퇴직금을 어디에 어떻게 요구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불 분 명 한 책 임 을 만 드 는 구 조

2005년과 2010년 내가 만난 그녀들은 자신들의 법적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

다. 하지만 대형 마트와 입점업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구조를 만

들거나, 누구에게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그 책임이 불분명하게 하여 그녀들의 노동

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업무의 관리와 감독을 하고 아르바이트 채용이라는 이름으

로 그녀들을 그곳에서 일하게 한 ○○마트와 ◇◇아울렛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

며 손을 놓고 있고, 납품업체는 ‘입점하려면 어쩔 수 없다’, ‘판매실적이 낮아 나가라

는데 어떻게 하냐?’ 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아 직 끝 나 지 않 은

2007년 뉴코아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부당한 해고와 외주화에 대해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적이 있었다. 500여일 이라는 긴 투쟁 끝에 승리할 수 있었

던 것은 부당한 현실을 바꾸어 나겠다는 본인들의 굳건한 의지와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 그리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2007년 뉴코아와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은 아직 끝

나지 않았다. 화려하고, 쾌적하며 잘 정리된 ○○마트와 ◇◇아울렛엔 여전히 차별

받고 착취 당하고 있는 나의 이웃이자 어머니인 그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들에게만 화려하고, 쾌적하고, 괜찮은 ○○마트와 ◇◇아

울렛이 아닌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들에게도 괜찮고 매력적인 곳이 되기 위해

서는 다시 한번 긴 싸움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긴 싸움에 그때도 그랬

듯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 그리고 의식 있는 시민이자 소비자인 우리들의 연대가 필

요하지 않을까 한다.

Page 21: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40 일하는 여성 41가을•여든네번째

몇 달 전 친구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나 이번 달 마지막 주 토요일부터 손

바느질 하러 가기로 했어. 잘하지는 못

하지만 그냥 한번 해보려고. 머릿속이

좀 정리될 것 같아서.”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

“응,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물어볼게.

그런데 서울 목동까지 가야돼.”

이렇게 시작한 바느질모임은 흥미로

왔다.

첫 날부터 도전이 시작되었다. 움직

이기 편한 일바지였다. 원단을 같이 구

입해서 2마씩 나누어 가졌다. 내가 좋

아하는 먹색이다.

손바느질의 기본솔기인 쌈솔도 배우

고, 선생님이 미리 재단해 놓은 작은 샘

플로 시연을 하며 가르쳐주셨다. 내 치

수도 재고 종이에 그려서 옷본을 자르

고, 원단에 그려서 드디어 원단을 잘랐

다. 무엇인가 내 손으로 만드는 기쁨을

정말 오래간만에 느꼈다.

여름이 깊어갈 즈음 이번 달은 ‘대안

브라 만들기’라는 공지를 확인했다. 반

가웠다. 브래지어를 하면 가슴이 조여

서 소화도 잘 되지 않고 갑갑증을 느끼

는 지병이 있어 더욱 그랬다.

작은애를 낳고 십 수 년을 자유로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계절엔 옷을 겹쳐

더 나 은 세 계 는 가 능 하 다 ❶

가슴을 편안하게이 상 녀 인천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입으면 해결이 되었는데 여름철이 문

제였다. 늘 여름이 되면 가슴을 가리느

라 고민스러웠다. 대일밴드, 반창고 등

등… 끈적거리고 상처도 나고… .

선생님이 소창을 구입하셔서 미리 삶

아오셨다. 소창 한 마 정도면 ‘대안브라’

2개정도는 만들고 남을 것 같았다.

선생님이 주신 옷본으로 한 개 분량

씩 재단을 했다. ① 뒷판 한 장, 앞판 두

장, 가슴에 덧대는 조각 두 장 합이 다섯

장이다. ② 먼저 앞판 두장에 덧대는 조

각을 대고 앞판 두 장과 뒷 판을 붙인다.

③ 앞판 두 장에 똑딱단추 달 시접을 마

무리한다. ④ 빙 돌아가며 시접을 접어

서 홈질로 마무리한다. ⑤ 입어보고 큰

만큼 주름을 잡아서 자기 몸에 맞춘다.

⑥ 똑딱단추를 4개정도 간격을 두고 고

정한다. 그리고 입는다.

집에 와서 마무리해서 입어보았다.

살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기분이 좋

았다. 여름철 내내 즐겨 입었다. 민망

함도 해결하고 외출하기 전 번거로움

도 해결되었다. 세수하면서 비누로 빨

아 널면 아침에 다시 입을 수 있다. ‘한

개 더 만들어야지’ 하면서 게을러서 아

직 못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는 수 백개의 임파선이

있지만 6개의 큰 임파선이 있다고 한

다. 귀 뒤에서 쇄골로 흐르는 목임파 2

개, 겨드랑이 임파 2개, 서혜부 임파 2

개이다. 임파선의 역할은 온몸을 돌고

온 체액의 독소와 노폐물을 걸러주고

면역기능을 담당한다. 브레지어의 와이

어가 조여 주는 그 부분에 겨드랑이 임

파선이 있다. 임파선의 흐름을 막게 되

어서 그렇게 갑갑했던 모양이다.

TV화면에서 언뜻 봤던 외국여성들

은 거의 ‘노브라’였다. 보면서 늘 부러

웠다. 사춘기 봉긋하게 솟아나는 가슴

을 부끄러워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아

이보다 조금 더 크면 어깨를 펴지 않고

조금 구부리고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생각난다.

외국과는 다르게 여름철 ‘노브라’는

조금 민망하다. 이런 문화는 어떻게 하

면 달라질까? 문화를 바꿔가는 일은 하

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닌데… 골치 아

프다.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대

안브라’를 틈틈이 한 개씩 만들어서 선

물하는 것이다. 연말 선물도 괜찮을 것

같다. 한 집에 시집와서 같이 나이 들어

가고 있는 동서들과 동생들에게 먼저.

사용해보면 권하게 될 거니까.

자세한 만들기는 인드라망공동체 홈페이지 <우리옷소모임방>

(http://www.indramang.org/bbs/board.php?bo_table=cloth)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Page 22: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42 일하는 여성 43가을•여든네번째

멸 종 위 기 의 토 종 벌

배추 한 포기에 만오천원이라 한다.

토종벌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한다. 그

로 인해 식물들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농민들을 애를 먹고, 이는 먹고 살

아야하는 도시인들의 일상에 역시 영향

을 끼치고 있다. 약간만 관심을 갖고 뉴

스거리만 둘러봐도 총체적인 우리 삶에

대해 되돌아 볼 수 밖에 없는 꺼리들로

가득하다.

연일 내리는 비와 무더위, 지난 여름

은 농사 초년병인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날 들이었다. 그래도 처서 지나며

우리는 천여개의 김장배추 모종을 심었

다. 꿈도 야무지게 벗들에게 김장배추

나눠주자며….

그러나 덥고 습한 날씨에 귀뚜라미가

극성이라나. 귀뚜라미와 그에 더해 아

랫집 닭의 협조로 우리 집 배추는 완전

초토화, 다시 심은 배추 백여 포기를 귀

뚜라미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한냉사라는 아주 촘촘한 그물망을 덮어

씌우고 애지 중지 키우고 있다. 그나마

별 탈없이 지금껏 자라주고 있는 게 얼

마나 고마운지….

더 이 상 은 아 니 다

더 나 은 세 계 는 가 능 하 다 ❷

진안 산골 마을에서 행복을 꿈꾸며 농사짓는 이야기

이 은 순 진안사는 농부

언제부터였던가? ‘이렇게 살면 안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끝없

는 파괴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현 문명

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을 갖게 된 것

이…. 그래서 4년 전 두 아이와 더불어

우리 네 식구는 전북 진안 산골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삽 한 번, 톱질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우리가 벗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

을 지었고(우리 집은 아주 아주 따뜻한

‘스트로베일하우스’이다), 자연과의 공

생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먹을거리,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 농사를 꿈꾸며

밭농사는 자연농 방식으로 짓고 있다.

풀 도 뽑 지 않 고 약 도 치 지

않 고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고 화학농약이

나 화학비료 제초제 등을 일체 쓰지 않

고 또한 비닐로 땅을 덮지도 않는다. 우

리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풀을

뽑지 않는다. 풀이 한창 자라면 몇 차례

풀을 베고 이랑을 덮어 준다. 그 풀은 땅

을 촉촉하게 해 주고, 거름도 되어 주고,

땅의 회복을 도와 준다. 자연농 3년차,

지렁이도 많이 생겼고 땅도 많이 부드

러워졌다.

아랫집 할머니는 해마다 우리 밭을

보며 말씀하신다. “내가 그 집 농사 짓

는 거 보고 웃어버렸다니까. 아니, 풀도

안 뽑고 약도 안 주고 그래서 농사가 되

나?” 나는대로 뽑아 없애야 할 풀을 저

렇게 키우고 있으니 기가 막히실게다.

엊그제 동네 아저씨네 삼밭에서 일하고

온 남편이 하는 말, “돈 안 받고 로타리

쳐 줄테니까 또 로타리 치래.” 땅을 갈

지 않으니 그 분들 보시기에 또한 답답

한 것이다. 그래도 그냥 헤헤거리며 꿋

꿋이 버티고 있다.

부 자 로 산 여 름

이렇게 눈총받으며 짓는 농사이지만

그 비와 무더위 속에서도 여름 내 우리

는 부자였다. 채소 값이 비싸서 오이도

애호박도 사 먹을 엄두가 안난다고 할

때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오이를 먹고,

깻잎과 상추와 야콘 잎에 쌈 싸먹고, 된

장찌개에는 어김없이 애호박을 넣어 끓

필자 가족이 함께 지은 스트로베일하우스 전경

Page 23: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44 일하는 여성 45가을•여든네번째

도 오히려 원인제공자인 내가 불평하고

있었구나.

넉 넉 한 자 연 이 내 게 허 락 한

양 식 들

성서에 나오는 이집트를 덮쳤던 재앙

도 생각나고, 몇 년 전 어느 지역인가를

덮쳤던 메뚜기 떼 이야기도 생각난다.

그래도 여전히 자연은 이 부족하고 불

경스런 나를 긍휼히 여겨 일용할 양식

을 허락해주신다. 김치가 떨어진다 싶

으면 고구마순 따다가 김치 담그고 가

을 무 솎아 김치 담그고, 거기에다 특별

식으로 산행 끝에 말로만 듣던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의 그 능이 요리까지 먹

을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서툴다. 맘과는 달리 몸

이 따라주지 않고, 완전히 퇴화한 자

연에 대한 나의 감각이 답답할 때도 많

다. 철 따라 심고 거두는데도 무지하기

짝이 없다. 눈치 보다가 동네 어르신들

무엇 심으면 잽싸게 따라 심고, 수확하

기 시작하면 뒤따라 수확하곤 한다. 그

런데다 갈무리는 왜 이리 힘든지… 들

깨 털고 키질하고 검불 날리고 애써 해

보지만 내게는 심고 수확하는 것보다

갈무리가 더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수확

한 들깨로 들기름도 짜고 나누고, 수확

한 콩으로 장도 담그고 나누고, 수확한

햅쌀로 정말 맛있는 밥도 해먹고. 우리

는 정말로 행복한 부자이다.

순 응 하 며 살 아 가 는 오 늘 을

꿈 꾸 며

들려오는, 더러 느껴지는 지구 생태

계의, 현 문명의 암울한 미래. 조선의

한 학자는 천지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

고 살면 천재지변도 덜해진다고 했다는

데. 오늘의 여러 가지 이변은 우리들이

그만큼 천지의 이치를 거스르며 살았다

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나의 귀가 열려

하늘의 소리를,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

었으면 좋겠다. 또한 그에 순응하며 오

늘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며칠 새 햇살과 바람이 완연한 가을

햇살이요 바람이다. 마음 설레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아, 이제 점심먹고 아이

들과 땅콩 캐러 나가야 하겠다.

여 먹었다. 놀러 온 벗들에게도 오이며

애호박을 한 두 개씩은 늘 나눌 수 있었

다.

벌 레 사 냥 꾼 이 된 가 을

그렇게 풍성한 여름을 보내고 난 요

즘 거의 매일 살생하며 지내고 있다. 아

침이나 저녁, 시간이 날 때마다 약간의

배추벌레와 귀뚜라미를 잡느라 토종배

추를 심은 밭에 가서 엎드려 앉아있다.

어떤 이는 배추벌레를 다른 곳에 옮겨

주기도 하고 배추벌레를 위한 배추를

따로 심고 벌레를 그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는데.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나에

게는 아직 그럴 여유도 경외심도 없나

보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를 감동

깊게 읽고 그리 살고 싶은데, 김장 전 담

가 먹을 토종배추 내가 먹기 전 벌레들

이 다 먹어버릴까봐 난 열심히 벌레들

을 잡고 있다.

처음에는 귀뚜라미 잡기도 무서웠는

데, 꿈틀거리는 배추벌레 잡기도 만만

치 않았는데 이제는 꽤 능숙한 벌레 사

냥꾼이 되었다. 배추에 살고 있는 벌레

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 지, 흔히 알

고 있는 초록색의 배추벌레, 초록색인

데 하얗고 노란 무늬가 있는 벌레, 짙은

갈색 벌레, 딱정벌레 종류일 것 같은 아

주 조그만 까만 벌레, 무당벌레 애벌레

일 것 같은 벌레 등등.

되 받 고 있 는 행 위 의 대 가

지난 해이던가. 배추 벌레를 잡고 있

는 나를 보더니 동네 아주머니가 한 말

씀하신다. 약을 그래도 한 번은 줘야 배

추를 먹을 수 있을 거란다. 이곳은 고지

가 높아 예전 가을 날씨면 약을 안쳐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

벌레가 극성을 부린단다.

그렇구나. 내가 지금 이렇게 찜찜해

하며 벌레를 잡고 있는 것도 결국은 나

때문이었구나. 좀 더 편하자고 우리가

저지른 행위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

는 거구나.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이 벌

레는, 곤충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꼬

~? 받는 것 없이 끝없이 내어주기만 하

는, 아니 이제 더 이상 내어줄 것도 없는

이 땅은 또한 얼마나 힘들꼬~? 그런데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외부 장식 풀과 함께 자라는 야콘과 땅콩

Page 24: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46 일하는 여성 47가을•여든네번째

다단계하청이 몰고오는 부작용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겁니다. 5,000원대

밥상이 3,000원대 이하로 떨어지는다는 것을요. 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력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포떼고 차떼고

나니 환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는 것 아

니겠습니까?

결 국 자 행 한 부 당 해 고

저희들은 고용이 불안한 다단계하청을 거부했고 최저임금을 거부했습니다. 그

랬더니 일터에서 쫓아내더군요. 이후 우리가 투쟁할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

다. 외부인이라고요. 우리는 동산의료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지 다

른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외부인이라니요.

동산의료원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임에도 한쪽 구석에서 빛을 보지 못

하고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외주업체에 팔아넘긴 것에 대해 동산의료원은 전

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기독교정신이며 이웃사랑의 정신을 얘기

하는 동산의료원이 비정규직노동자에게 하는 행동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하루종

정 규 직 을 피 하 기 위 한 외 주 하 청 전 환

저는 동산의료원 환자식당에서 5년간 일해 온 노동자입니다. 동산의료원은 3년

전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환자식당을 외주하청을 주었습니다. 저희들은 외주

하청 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동조합을 찾게 되었고 전원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

었습니다. 그 후 사측의 회유와 협박이 심하여 대다수가 탈퇴하고 열 댓명이 남았습

니다. 남은 저희들이 외주하청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후 저희들은 외주업체인 한화리조트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일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영할 때와는 달리 식재료의 질과 양이 형편

없이 떨어졌습니다. 환자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저희들도 일하기가 더욱 힘들어졌

습니다.

외 주 하 청 을 넘 어 다 단 계 하 청 으 로

지금 동산의료원이 하는 작태는 더더욱 기가 막힙니다. 외주하청도 모자라서 다

단계하청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외주업체로 풀무원 ECMD가 들어왔는

데 거기서 인력만 다시 유니토스라는 업체로 외주를 또 주었습니다. 소위 다단계하

청인 것이지요.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박 현 자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사무장

현 장 의 이 모 저 모 ❶

9월 진행한 1000인 릴레이 농성 집회

Page 25: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48 일하는 여성 49가을•여든네번째

일 경비업체를 붙여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

시하고 폭력과 폭언은 기본입니다. 정말 살

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는 것 같습니다.

힘 들 지 만 두 려 움 없 이 서 로 를

다 독 이 며

사실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투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

이 했습니다. 집에서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기 때문에 힘든 일도 더 많았습니다.

그냥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해야 했습니다. 투쟁하기 때문에 집안일에 소홀

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이었지만 투쟁을 해야 했기에

견뎌냈습니다. 한여름에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농성장에서 지냈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과 동지들이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대구지역 시민단체에서 1000인 릴레이농성과 서명운동을 진행 중

입니다. 1000명이 릴레이농성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더 많은 고마움을 연

대동지들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환자분들도 서명을 해주시면서 힘내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힘이 불

끈 솟아납니다. 환자식당 외주 문제가 우리의 고용문제 뿐 아니라 환자들의 식사 권

리까지 함께 포함된 문제라는 것을 느끼며 정당성을 더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투쟁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제대로 된 환자밥상과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

를 꼭 찾고 싶습니다.

정 든 일 터 를 되 찾 기 위 해

한편으로는 힘드니까 그만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안타까운 말씀들도 해주십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힘만 들고 별 볼 일없는 직장이지만 저희들에게는

정든 소중한 일자리입니다. 어디간들 백만원 남짓 벌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열

심히 일할 줄밖에 모르는 우리 아줌마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

고 돈으로 보는 저 나쁜 동산의료원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투쟁 꼭 이겨

서 정든 일자리 찾을 것입니다.

동산의료원은 우리를 일터에서 쫓아낸

것도 모자라서 투쟁하는 동산의료원에서

조차 쫓아냈습니다. 출입금지가처분신청

으로요.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받았었는데

동산의료원에서 투쟁하면 50만원씩 내라

고 합니다. 서글펐습니다. 그리고 화가 났

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투쟁으로 추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 롭 게 다 시 살 아 남 을 느 끼 며

그래서 계명대학교로 찾아갔습니다. 실질적 책임자인 신일희 총장을 만나기 위

해서요. 그런데 계명대학교에서도 똑같은 말을 들을 뿐입니다. ‘우리는 상관없다.

나가라.’ 하지만 절박한 심정을 안고 찾아온 곳에서 그냥 나갈 수 없었습니다.

피켓을 들었고 요구가 담긴 플랭카드를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사진찍기에 혈

안이 되어 있더군요. 그러더니 ‘우리보고 양아치다, 학생들 풀어서 끌어내라’ 등 막

말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자식뻘 되는 사람들에게 그런 소리 듣는 것도 억장이 무

너졌지만 힘든 일 하면서 내 자식들을 대학교에 보내놨는데 그 자식들이 우리를 끌

어내면 우리야 괜찮지만 그 학생들이 안타까웠습니다. 대학교라는 곳에서 이 정도

밖에 말을 못한다니 이러니 환자식당 외주를 주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조합원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서 새롭게 세상을 보

게 되었고 또 살아있음을 느낀다고요. 어느덧 투쟁 100일을 훌쩍 넘어 이 투쟁 속

에서 많이 성장했고 단단해졌습니다. 단순히 밥 짓는 아줌마가 아니라 투쟁하는 비

정규직 여성노동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투쟁에 연대하고 계신 분들

지켜봐 주십시오. 저 나쁜 동산의료원을 넘어 승리할 것입니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힘을 보여줍시다. 힘이 되어 주십시오.

6월 진행한 동산병원노동자 해고 철회 거리

행진

6월 진행한 동산병원노동자 해고 철회 거리

행진

Page 26: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50 일하는 여성 51가을•여든네번째

지난 5월 전북 고창의 이강수 군수와 박현규 전의회의장의 고창군 계약직 여직원

K씨에 대한 성희롱 사건을 접하고 전북여성단체연합 성과인권위원회는 대응활동

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전·현직 고창 이강수 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K씨에

게 수차례에 걸쳐 누드사진을 찍을 것을 종용하면서, K씨가 성적수치심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명백한 직장내 성희롱 사건입니다. 하지만, 고창군

수와 군의회의장은 오히려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반성과 사과는 커

녕 피해자에게 또다른 피해와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며, 공직자로서 책임있는 행동

을 하지 않고 피해자와 고창군민을 우롱하여 왔습니다. 이에 전북여연 성과인권위

원회는 피해자 면담과 가해자가 소속된 민주당을 항의방문하는 등 함께 대응해 왔

습니다.

이강수 군수는 K씨의 피해사실 접수건에 대해 성희롱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성희

롱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불기소(무혐의) 의견을 낸 경찰청 의견을 지역여론

과 지역주민들에게 성희롱이 없었던 것으로 호도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와는 달리 이강수 군수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판결을 내려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지역 언론은 움직이

지 않았습니다.

성희롱을 자행한 공직자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태 리 명 희 전북여성단체연합 성과인권위원회 위원

현 장 의 이 모 저 모 ❷ <고창 군수와 전 의장에 의한 성희롱 사건 일지 개요>

2009년 9월~

2010년 4월

고창군청 계약직 여직원 K씨, 이강수 고창군수와 박현규 군의장에

게 누드사진을 제안받으며 성적괴롭힘을 여러 차례 받음

4월 26일 K씨 성적수치심으로 사표 제출

5월 02일K씨 민주당 여성위원회 게시판, 고창군청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실

명으로 폭로

5월 0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진정 접수

5월 06일K씨와 가족,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 뒤 이강수 군수 고소 / 이강

수 군수, K씨와 가족 등 6명을 검찰 고소(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

손 혐의)

7월 12일전북경찰청,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이 군수를 불기소

(무혐의) 의견냄

7월 23일K씨, 검찰에 이강수 군수를 무고, 모욕, 강요, 강제추행 / 박현규 전

의장을 모욕, 강요로 추가 고소

8월 05일 검찰, 이군수의 고소건에 대해 K씨 등 6명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

8월 20일 국가인권위원위, K씨 진정건에 대해 ‘성희롱 사실인정’ 결정 내림

9월 03일 민주당 중앙당 이강수 군수 제명조치 전 이군수 자진 탈당서 제출

지난 8월 20일 다행히도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 K씨가 제기한 성희롱 진정에

대해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고, 이 군수와 박 전 군의회 의장은 피해자에

게 손해배상을 하고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장이라는 지역의 핵심 공직자들의 낮은 성평등 인식과

함께 정당의 미온적인 대처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가족이 지역 언론과 권력에 당당히 맞서 싸워왔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건 당사자의 처벌은 사후 대책일 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에서 뿐

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성희롱이 근절되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누구라도 당당하게 받은 피해에 대해 얘기하고, 가해자에게 정당한 결정이 내려져

2차피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과 의회 차원에서 실제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성희롱·성추행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예방대책일 것입니다.

Page 27: 일하는여성84호 (본문)(2010.11.11)

52 일하는 여성 53가을•여든네번째

이 원고는 희망나눔협동조합의 1년을 돌아보고 그 성과를 축하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편집자

주>

자 활 은 홀 로 서 기 가 아 니 라 서 로 기 대 어 서 는 것 이 다

이 진 경 안산양지지역자활센터장

아이가 교통사고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외상은 없으나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병원에서는

MRI촬영으로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사보험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먼저 병원비를 계산하고

영수증을 첨부해야만 보험비도 청구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당장에 검사비 40여만원을 만들 길

이 없었다. 주변 친지분들이나 이웃들도 처지가 비슷하여 마땅히 부탁해볼 곳도 없고… 결국

아프다고 하는 아이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일주일 만에야 겨우 돈을

마련하여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이런 게(희망나눔협동조합) 있었더라면….

<희망나눔협동조합 조합원 이◯◯>

단지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상실감을 느껴야 했던 우리들

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나눔으로 최소한의 생활안정망을 만들고, 우리 스스로의 대

안과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해 시작한 희망나눔협동조합!!

안산 희망나눔협동조합이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공제협동조합? 그게

뭐지? 에이, 어떻게 믿고 내 돈을 맡겨?”라며 반신반의 하며 시작했는데 1년의 활

작지만 큰 희망의 ‘씨앗’안산 희망나눔협동조합

현 장 의 여 성 들 ❶ 동 속에 처음 63명의 조합원이 이제 136명

의 조합원과 더불어 손을 잡게 되었다.

지난 2009년 9월 15일 창립총회에서

조합원들은 열심히 저축해서 출자금 1천

만원을 만들어 대출사업을 하기로 약속했

고, 약속처럼 3개월 만에 1천만원 출자금

을 조성, 2010년 1월부터 조합원들에게 대

출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쌓인 출자금

은 2,300여만원이 넘어섰고, 28명의 조합

원이 50만원씩 대출을 받아 자녀학비, 가족 병원비, 긴급 생활자금 등 때때로 허리

를 휘게 하는 크고 작은 경제적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희망나눔협동조합

창립 1주년 기념 조합원들과의 작은 나눔의 자리. 1년 활동의 기쁨과 더불어 200여

만원의 기금을 만들어 조합원 7명에게 30만원씩 학자금도 나누었다.

희망나눔협동조합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저축을 늘려가며 아이들의,

가족들의, 또 나를 위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었다. 어려움에 돈을 빌릴 때조차도 조

합원이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는 것이 아닌 당당함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출자로 동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교육, 조합원 한마당, 이

웃사랑바자회 등 사람과 이웃과의 어울림에 참여함으로써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얻었다.

이제 첫발을 딛고 섰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희망의 ‘씨앗’은 서로 어깨를 기댐으

로써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커다란 열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이다.

희 망 나 눔 협 동 조 합 1 년 을 돌 아 보 며 …

신 미 경 희망나눔협동조합 부이사장

안녕하세요! 안산여성노동자회 희망나눔협동조합 조합원 신미경입니다. 저희

희망나눔협동조합이 생긴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5년 ‘힘 주고 힘 받는 일하는 여성 상조회’ 회원활동을 하는 동안 회원들의 좋

은 일, 가슴 아픈 일을 겪으면서, 회원들의 경제적 어려움, 신용불량의 문제, 긴급

1주년 기념 장학금을 전달받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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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일하는 여성 55가을•여든네번째

한 생계 및 경제지원을 위한 공제협동조합

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08년 9월 공제 협동조합 추진을 위한

일일 바자회를 열어 상조회 회원들의 참여

로 100여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하였습니

다. 이후 희망나눔협동조합 설립 추진위원

회를 구성, 1년여 동안 교육과 정관 및 운

영방안 등을 고민 하였고, 2009년 9월 15

일 드디어 희망나눔협동조합이 첫발을 내

딛었습니다.

창립총회 후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출자로 3개월 동안 1천만원의 출자금을 만들

어 2010년 1월부터 대출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한분… 두분… 조합원들의 대출

상담을 받으면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이 돈으로 정말 한시름 덜었어

고마워’하며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아! 여기에 동참하길 잘 했구나’하는 생각에

제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많은 분들이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희망나눔협동조합 1주년을 맞이하여 학자금 지원사업을 통해 일곱분에게 장학

금을 전달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조합에서 나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조합원들이 신청을 하셔서 모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지

만, 한 분 한 분의 사연을 접하며 늘 웃는 얼굴 안에 묻어두었던 힘겨움을 들여다보

며 서로를 토닥여 주기도 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된다는 조합원님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겐 어떠한 그 무엇보다

도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조합원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하여 지금에 만족하지 않

고, 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참여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희망나눔협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처음에 공제협동조합을 별 뜻 없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믿음으로 함께해 온 조합원님들께 감사

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론 더 열심히 모르는 것은 물어가면서 우리

희망나눔협동조합이 우리들의 ‘희망’이 될 수 있게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될 수 있

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희망나눔협동조합 아자아자아자!!! 파이팅!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니 제가 돌봄의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되었습니

다. 먼저 시작한 친구의 권유를 받았을 때 “아! 이 일이 딱 내 일이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몇 년 전부터 집에서라도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으나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미루어오고 있었죠. 144시간의 교육을 받으면서

사업의 취지와 목적, 영유아 돌봄에 대한 폭넓은 이론과 실기를 배우면서 그동안 몰

랐던 사회, 복지에 관련된 사업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또 많은 것

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 나름대로 꿈과 희망,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

회의 후원으로 시작된 제 첫 일터는 재개발 언덕 지역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뿌듯하고 참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한편으

로는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맞벌이를 해서 아이를 돌볼 사람

이 없는 가정, 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지만, 그 어머니는 몸

이 불편한데도 일을 나가야 먹고사는 형편이였습니다.

퇴근할 때 마다 버스 안에서 마음이 아파 눈물짓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다가 정

류장을 지나 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돌봄으로써 아이가 웃음이 많아지고

점점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면, 저는 힘든 것은 모두 잊게 되고 새로운 힘이 생김

돌봄이 필요한 곳에 우리의 손길이 있다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를 꿈꾸며

서 태 자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원

현 장 의 여 성 들 ❷

희망나눔협동조합 이웃사랑 나눔바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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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일하는 여성 57가을•여든네번째

을 느낍니다.

저희들이 지원하고 있는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맞벌이가정에 가서 아이를 돌봐

줌으로써 부모들이 마음놓고 일에 전념할 수 있고, 늘 혼자 외로이 있던 아이들도

우리들이 사랑의 손길로서 돌봄으로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얻는 뿌듯

함과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나의 작은 힘, 정성이 어느 가정에

서는 꼭 필요한 손길임을 자부하고 있을 때, 3년간의 사업으로 공동모금회의 지원

이 종료되고, 저도 돌보던 아이의 가정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리들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지속적으로 꾸준히 지원되지 못

하고 중단되어야 했는지 안타까운 현실에 화도 났습니다. 이후 파견되는 가정의 종

료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우리들은 대구여성노동자회에서 여러가지 이

야기를 나누어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노동부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에 대한 동영상과 교육을 들으면서 될 수 만 있다면, 돌봄이 필요한 어려운 가정에

사회서비스도 하고, 우리 일자리도 만들고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막상 현실적으로는 너무 멀고도 어려운 것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지원금 계속적으로 지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3년 후에는 종료된

다는 것, 그 이후에는 우리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된

다는 것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감이 생깁니다. 제가 지금 나가고 있는 가정도 형편

은 어렵지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와 귀여운 6세의 딸아이가 있는

가정입니다. 이 아이는 제가 5번째 맡게 된 아이입니다. 저랑은 벌써 21개월이 되

었네요. 처음에는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잠들때도 찾고 하더니 지금은 제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드네요. 출, 퇴근시 버스를 2번 환승하며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지

만 바꾸지 못하고 계속 이 아이를 돌보는 이유는 양육자가 바뀌게 됨으로써 겪는 혼

란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원할 수가 없는 상

황이라 마음이 답답합니다.

또한 일반가정에 가서 어떻게 보육을 해야 할지, 한 가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또한 고객가정의 사정에 따라 갑자기 일자리가 종료가 될 수도 있는 상

황이고 적지 않은 서비스요금을 지불하고 맡기는 만큼 여러 가지 다른 가사일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직접적으로 시키기도 한다는 다른 보육사님의 말을 들으면서 은

근히 불안하고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자립을 위한 수익금에 대한 부담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종료후 2008년 12

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일자리 사업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여만인 지

난 2010년 7월 대구여성노동자회 부설 사회적기업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 ‘손길’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만큼 몇 년 동안의 재가보육사로 열심히 일한 성과를 모아

대구 지역안에서 재가보육사 하면 대구여성노동자회 사회적기업 ‘손길’이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미술놀이 중에서